#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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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한다. 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어떤 고난과 역경도 고통과 슬픔도 모두 견뎌 내고 마침내 이겨 낼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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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5.
크리스마스 한달전
이미 길거리는 가을이 떠나가고 있었고 가을이 남아 있었고
최근에 저 검은 고양이는 다시 만나서 반가 웠었었다.
살이 부쩍 늘었는데 약 복용이 생각보다 오래 되었다. 1년이 넘었고 그 부작용이라고 생각한다. 바쁜 건 얼추 정리되었는데 활동량이 늘지 않는다. 이건 순전히 내 잘못이다.
요즘 취미로 인형을 좀 뽑았는데 그것도 내 잘못이고...
한달있다가 해외 연수를 가는데 그것도 솔직히 좀 귀찮다. 어서 내 이직도 결정되면 좋겠다. 이직이 결정되든 발령이 결정되든 뭐든 결정 되든 좋겠다.
기관 피평가 담당이라는 건 참 가혹한 거 같다.
2024.5.7.
5월에는 연휴가 많다. 쉬어서 좋다만, 이게 은근히 흐름이 끊어져서 효율이 떨어진다. 주말 출근은 하기 싫은데...
공적서를 찾아 쓰면서 경영평가 뒷정리를 하면서 5월을 보내야한다.
그리고 울고 웃겨줬던 '눈물의 여왕' 전편을 다 찾아볼 시간은 없었지만 너무 즐거웠다. 온전히 다 본건 1, 2편 밖에 되지 않지만 볼때마다 펑펑 울었던 거 같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너무 좋았던 거 같다.
그나저나, 그 비서가 '보미' 였구나....😳 어떤지 낯이 익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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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라>는 77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이 타이틀이 영화의 모든 면을 대변하진 않지만 그만큼 훌륭한 작품인가에 대한 의문은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걸쳐 구축한 감독의 연출관을 시상의 주요 기준으로 본다면 수상 결과에 수긍한다. (기생충도 동일하게 생각함)
<아노라>의 감독 션 베이커는 주로 사회적 약자들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 사실 사회적 약자를 소재로 한 독립영화들은 차고 넘치기 때문에 소재 보다도 연출법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션 베이커는 동정과 연민은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인물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게끔 연출한다. <아노라>에 있어 가장 뚜���한 반증은 본명인 ‘아노라’ 보다 더욱 불리우길 원했던 이름인 ‘애니’를 크레딧에 올려둔 점. 션 베이커의 유머를 곁들인 관조적인 시선은 (마치 평양냉면 같은) 묘한 매력이 있다.
<아노라>의 1막은 하이틴 무비, 2막은 로드 무비, 3막은 성장 영화의 문법을 따른다. 하나의 서사로 얽혀 있지만 막 마다의 연출과 촬영 기법에 큰 차이를 두기 때문에 옴니버스의 형태로 보이기도 한다. 언뜻 보기엔 앞선 두개의 막과 상반되는 3막이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세계일까 싶지만(엔딩신이 워낙 인상에 깊게 남기도 해서), 션 베이커가 가장 이야기 하고 싶은 동시에 애정을 갖는 시퀀스는 2막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혼을 막기 위해 이반을 찾아나선 애니부터, 생계가 달려 있는 문제이기에 누구보다도 진심인 토로스, 막상 사건 해결에는 별 관심이 없는 가닉과 묵묵히 이 상황을 관찰하는 (감독의 분신과도 같은) 이고르까지. 이반을 찾아나선 네 명의 동상이몽. 이들은 모두 이민자 혹은 그 2세라는 점을 공통점으로 가지고 있다. 넘어지고 깨지고 버려지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는 인물들(어떤 기준으로는 사회적 약자인)이 모여 어떻게든 나아가는 것. 그것이 션 베이커가 보는 현 시대의 미국 사회가 아닐까 싶다.
ps. 국내 메인 포스터와 카피는 최악, 그에 휘둘리지 않고 ���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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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니 트럼프 지지자의 수가 16년 이래 점차 늘었다고 한다. 세계는 이제 남들이야 어떻든 우리 모두가 아닌 나 자신만을 생각하는 곳이 될 것이다. 그건 한국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미 윤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앉아 있는 사실이 그를 증명한다. 지금은 특검이 전부인양, 그것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런데 특검을 하면 대통령이 바뀌는가. 대통령이 바뀐다면 그때는 제대로 된 대통령이 뽑힐 것인가. 그래봤자 결국 민주당이 원하는 대통령일뿐 아닌가.
어제 텀블러를 돌아다니다가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투표를 안한 사람과 제3정당에 투표한 사람을 비난하는 글(영어)을 보았다. 그런 이야기는 한국에서 이미 10~20년 전에 다 해봤던 이야기이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선민의식에 빠진 채 자신들은 항상 옳다고만 생각한다. 자신들이 잘못해서 진 것이 아니라 남이 잘못해서 졌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고방식의 사람들은 한국에도 참 많았는데(물론 지금도 많을 지 모른다.) 결국 그들이 싫어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로 극단으로 치닫는 사람들이며, 자신의 주장이 맞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주장이 잘못되었다고만 이야기하며,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와 타협을 하지 않는다. 반대를 하기 위한 정치일 뿐이다. 20세기 초의 정치투쟁이 그립다고 하면 그건 겨우 낭만적인 것이기만 할까??
다시 돌아가,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30퍼센트의 사람 중 약 80퍼센트의 사람이 해리스를, 경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약 30퍼센트의 사람 중 거의 80퍼센트의 사람이 트럼프를 지지했다고한다. 이 설문의 질문은 그대로 스스로에게 돌아와야 한다. 이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경제인가, 민주주의인가. 물론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제3정당을 비난하기도 하고, 경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경제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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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전역하고 첫 유럽여행을 떠나 가장 오래 머물던 곳이 파리였다. 완전히 다른 시공간에 놓여진 듯한 기분과 여유 넘치는 사람들의 모습에 진하게 반해버렸고 이듬해 다시 3주간 파리 여행을 한다. 그리고 2년 뒤 아예 1년 살기로 마음 먹고 파리에 간다. 그렇게 11개월을 지내고 돌아왔다.
막연히 가고 싶다는 생각만 할 때는 내가 겪은 파리의 풍경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쿵쾅 뛰었다. 곧 책상에 앉아 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면 좌절감을 맛보긴 했다만. 내 인생의 답은 파리에 있다고 굳게 믿었다. 한국에서는 내가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랑하는 영화, 파리의 건물, 파리의 여유, 심지어 지하철역 승강장의 지린내까지 나의 모든 것이 파리에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단순한 환상에 불과했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도착하자 마자 난관에 부딪혔다. 집을 구하는 일부터 계좌 개설 등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나를 복잡하게 만들었고 ‘그냥 다 집어치우고 일본이나 여행하다 집에 갈까?’ 라는 생각까지 해봤다.
친구의 도움을 받아 어려움을 극복한 후의 파리는 아주 멋졌다. 퇴근 후 퐁피두 앞에 털썩 주저 앉아 마시던 맥주도, 센강을 걸으며 생각하던 <퐁뇌프의 연인들>도, <네 멋대로 해라>를 떠올리게 되는 샹젤리제 거리도 가슴 뛰지 않을 수가 없는 풍경 뿐이었다. 일을 해도 즐겁고 산책을 해도 즐겁고 늘어지게 자다 일어나 집 앞 슈퍼마켓을 갈 때도 즐거웠다. 하지만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다.
마땅히 먹고 살 만한 무언가를 찾지 못했다. 단순히 파리가 좋아서 있기에는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목적 없이 남아 있는 건 영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학문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돌아왔다. 언젠가 다시 놀러 올 부푼 마음을 가지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 탄 게 벌써 4년 전의 일이다.
<한국이 싫어서>의 계나는 나보다 더 막연하게 떠난다. 순전히 한국이 싫어서, 한국에서는 사람답게 살 수 없는 것 같아서 떠난다. 즐겁고 슬프기를 반복하다 잠시 한국에 돌아온다.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갈 것인지 고민한다.
계나는 결심을 한다, 나와 반대로. 계나는 여전히 사람답게 살고 싶어할 뿐이다.
계나는 말한다, “행복은 과대평가된 것 같아.”
그저 배부르고 따뜻하게 잘 수만 있다면 그게 행복인데, 다들 행복을 저 멀리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계나는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가까이에서 사소한 것으로부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 나에게 주어진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나아가는 것, 선택에 망설임과 후회가 없는 것, 계나는 알게 되었다. 활주로를 바라보며 새로운 설렘을 기다리는 계나의 웃음에는 행복이 묻어 있다.
우리는 모두 마음 속 깊숙한 ���에 계나와 같은 생각이 묻혀 있을지도 모른다. 끄집어낼지 말지는 살다 보면 알게 된다. 알려고 애쓰지 않아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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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힘들었을 하루. 어느 누군가에겐 조금 더 고됐을 오늘 하루. 그런 상상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암묵적인 위로와 배려로 인간은 서로를 위���한다고 믿는다. 그런 하루하루들이 중첩되어 나와 너를 만드는데, 가끔씩. 한 번씩. 상상을 깨고 어긋나고 싶어지는 날이 있다. 오늘은 조금 힘든 하루였다고 입 밖으로 꺼내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뭐가 힘들었냐는 물음에 메모장에 써놓은 듯 잘 정리해둔 감정을 토로하고 싶은 날. 마음을 드러내는 걸 어려워하는 자들이 그 마음을 뭍으로 올라오게 할 땐 분명 차곡히 그리고 단단히 퇴적된 마음 형태일 것이다. 그런 자들은 순간순간 부서지는 파도처럼 토해내는 행위를 할 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 또 상상 속의 서로를 위안하기로 한다.
가슴속에 많은 퇴적이 쌓였다. 어느 날 아침엔 우리의 관계가 좋아질 거라고 믿다가 돌아오는 밤을 지새워 울고, 다시 아침이 오면 희망에 나를 내걸고, 또다시 집 앞 길목을 서성이며 아른거리는 눈물을 피해 애꿎은 밤하늘만 한참 쏘아보다가. 어른은 이런 거라고 나를 다독이면서. 나만 이런 게 아니라고 채찍질하면서. 지난달을 보내고 지난주를 보내고, 어제를, 또 오늘을 보내며. 어디에도 흘려보내지 못한 채 쌓인 퇴적의 벽이 오늘 나를 더 많이 외롭게 한다.
벽과 같은 퇴적을 얻기 전 나는 한 사람을 사랑했고 이젠 그 사람을 잃었다. 시간의 이치이고 흐름이다. 아주 자연스러운 순리이다. 이만큼 두텁게 쌓인 겹겹의 퇴적을 허물기 위해선 나의 노력 99%, 그리고 상대방에게서 얻을 수 있는 확신 1%라고 나는 생각한다.
L : 네가 얻고 싶은 확신이 뭔데? 너를 좋아한다는 마음?
D : 아니… 그냥 오늘은 뭘 먹었는지 간밤엔 뭘 하다 잠들었는지 궁금해
L : 그게 확신이야?
D : 그냥 그 정도만 알아도 마음이 편안할 것 같아
L : 너를 좋아하면 이런 걸 궁금해하게 뒀겠니…
그게 확신이냐는 친구의 물음이 결국 나를 울린다. 고작 그런 게 궁금한 거냐는 물음이 나에겐 너무 큰 한 사람의 미지의 영역이어서. 아직 시작도 못 해본 내게, 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아우성처럼 들려서.
사실 나는 정말 그만하고 싶다. 누군가의 오늘을 궁금해하는 마음을 진심으로 그만하고 싶다. 마음을 바위처럼 더 굳건히 하고 싶다. 더 많은 날의 밤하늘을 올려다볼지라도 나를 불안 속에서 살게 하는 것들과 자연스레 멀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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뜀의 기록.
반환점에서 오분 십분 한강을 보면서 앉아있으면
걱정도, 잡념도 완전히 사라진다.
그냥 멍하니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면
낯설 정도로 차분해지는 순간을 만끽할 수 있다.
뜀의 목적이 되어버린 한강. 가장 행복한 시간.
웃음이 새어나온다.
요즘은 한강에 앉아서 자주 나 라는 사람을 생각하곤 한다.
때때로 사회적이지 못한 나에 대해서,
또 무리 속에 관찰자인 나에 대하여.
나는 그저 나답게 살고있다.
나서서 주목받는 것도, 무리를 이끄는 것도
나랑은 맞지않는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어수룩해보이고, 자기연민이 강하고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는
나도 나이니까.
한 때는 어떤 사명감 비스무레한 것으로 뭉쳐져 어떤 것이라도 해내야한다는 강박에 살았다.
나는 특별하고 대단한 일을 할 사람인 양,
우연히 태어났고, 운 좋게 건강하게 살고 있으니
아름다운 것을 많이 보고, 사랑하는 사람과 웃으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
흘러가는 한강 물처럼 그냥 잔잔하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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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으면서, 어떻게든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했던 마음들이 다 생각났다. 그런 시간들 다 내 나이에 쌓이더라고. 요즘은 유독 손가락과 손목이 결려서 좋은 책상으로 바꿔야 하나 매일 생각한다. 읽히지 않는 글들, 보이지 않는 생각들, 나는 언제면. 우린 언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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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8, 10.30.
10.28.
마늘과 올리브를 갔다 서울에서 손꼽히는 파스타 맛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헌재 뒷길을 걷다가 콜렉티보를 가고 디저트는 치맥이지!
파파이스 제주 누보는 너무 맛있는 논알콜 맥주다!
10.30.
누나가 밸트를 잃어버렸다고 밸트와 ��을 선물해줬다. 열심히 일에 몰두했던 기억이 난다.
2024.4.4.
내일은 식목행사가 있고, 사전질의서는 사벌하게 달렸다. 교수님은 우리 보고서는 다 읽어보긴 한건지 짜증나는 질문이 많다. 가치고객을 따로 레포팅 한 것도 없고... ESG체계에 디지털을 엎은 체계도 없고 없는 거 투성인데 달라는 건 많다. 아 피곤해.
태블릿을 샀다. 교보에서 열심히 논문 받아서 필기하며 공부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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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도달 하기도 전에 소실 되는 것들에 대해 더 자주 생각한다. 그럴 때 마다 내가 비겁하다고 느껴진다. 아무나 사랑 할 수는 없다지만, 사실 나도 그 아무나 중 한 명이기 때문에 딱히 뭐라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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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친구는 변한 내 모습이 사랑스럽고 보기좋다는 말을 했다. 그래 네 말대로 요즘 대체로 행복하긴 하지만 마음 깊숙한 부분 어딘가는 뻥 뚫린 것처럼 헛헛함도 공존한다는 대답을 했다. 어차피 친구는 나와 비슷하게 남의 말엔 감정을 크게 쏟아붓고 싶어 하지 않는 개인적인 성향인데다, 나또한 전보다 살만해지니 그런 내밀한 속내도 아무렇지 않게 털어놓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구나 하고 말았다. 얼마 후 친구는 그런 날 위해 다도셋트를 주문했다는 메세지를 보내왔다. 아마도 그때 내가 한 말이 마음에 쓰였던 것 같다.
바쁘고 부대끼는 일상 속에서 타인의 아주 사적이고 복잡한 감정들에 대해서도 사랑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친구의 메세지를 받고 마음이 벅차올라 눈물이 핑 돌뻔 했지만 사랑받는 감정에 주눅들고 싶지 않아 울지는 않았다. 받은 사랑 건강하게 잘 가꿔서 돌려줘야지.
평소에 잘 베풀고 사는 사람도 아니고, 생일도 아닌데 요새는 이상하게 여기저기서 선물을 많이 받는다. 어리둥절하지만 일단 넙죽받는다. 잘 살고 있다는 뜻인가. 고맙습니다.
고양이는 당최 친해지기가 어렵다. 아직도 싫고 무섭다. 곁눈으로 보고 있으면서 못본척하거나, 지 좋을때만 슬금슬금 다가오는 모습,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대는 얼굴, 우는 소리가 히뜩한 느낌이 들게 한다는 점등 하는 짓을 써놓고 보면 전부 나같아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를 좋아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때의 나는 분명히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일 것 같다.
아메리카 그 잡채. 월드클래스 난놈의 인생 컷에서 복잡한 생각과 감정이 들었다. 세상 돌아가는 꼴이 어지럽고 징그럽다.
좋은 제안을 연이어 받았던 7월의 시작. 변화의 폭이 클 것이 분명한 기운들이 피부로 느껴질 만큼 생생하다. 예전이라면 호들갑을 떨어야 마땅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던 주에 내 마음은 초연하고 담담했다. 멈췄다가 달려나가고, 올라갔다 내려가고, 어떻게든 흘러가고야 마는 인생의 리듬을 조금이나마 체득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우스꽝스러워보이지 않는 적당한 리듬의 춤을 출 수 있는 몸과 마음을 준비하는 일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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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라는 건 신기하다. 소중한 사람에게 받는 편지는 별 대단한 내용도 아니어도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스스로도 왜 눈물이 나는지 이해 안 되게
난 편지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라고 생각한다.
결국 종이 쪼가리 쓰레기가 될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아마 내가 소중한 상대에게 편지를 많이 받아보지 못해서 심술 난 걸지도 모른다
4년 전 연애할 때 글을 잘 쓰던 남자친구를 선망했다. 나보다 나이도 훨씬 많고 예쁜 문장을 잘 적던 사람이라 그에게 편지 한 통을 꼭 받아보고 싶었다. 연애하기 전 한창 가까워지던 시기에 나를 생각하며 쓴 글들은 마음에 일렁일렁 기분 좋은 파동을 만들어줬다. 그래서 그 사람을 만났던 것 같다. 그 사람은 외모도 잘난 편이 아니고 능력이 좋지도 내게 특별히 엄청 잘해주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나는 그 감수���을 사랑했던 거다
하지만 막상 만나고 나니 그 사람에게 받은 편지 한 통 없더라. 기념일 생일 크리스마스 같은 날에 소소한 선물은커녕 편지 한 통 못 받아봤다
그때 정말 그게 많이 서러웠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편지를 받고 싶었던 사람이란 걸 잊고 지내왔다
그러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평범한 편지 한 통을 받게 됐다. 특별히 멋지고 감수성 짙은 문장이 있지도 않은... 있어 보이는 말 어려운 말 미사여구는 찾아볼 수도 없는 투박하고 담백하고 평범한 편지 ㅎㅎ
그래서 더 기분이 묘했다.
안정적이고 편안한 사랑이라는 건 이렇게나 긴장감 없고 행복한 걸까..... 되게 특별하지 않은 행복함이다.
행복이 특별하지 않음은 행복이 당연해져있다는 뜻이다
나는 지금 이 행복이 당연하구나... 당연하게 행복한 사람이구나. 되게 소소하고 가끔은 심심하지만 언제나 불안하지 않고 나른한 평범한 사랑이구나
이런 감정을 지금은 어땠다고 글로 풀어 적을 수 있지만 당시엔 정리가 되지 않은 채로 벌컥 마주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감정이 뭔지 어떤 기분인지도 잘 모르겠는 느낌? 슬프면서도 (지금이 슬프단 건 아니고 과거의 나에 대한 일종의 자기 연민적 슬픔이다) 행복한 묘한 기분이었다
아무튼.... 편지를 읽다 눈물이 똑! 떨어지는데 민망해서 얼른 닦아버린 크리스마스 날.....
의식의 흐름대로 쓴 내가 행복하단 걸 새삼스럽게 실감한 날의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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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PATA
문가영 / 위즈덤하우스
이 책은 3가지 면에서 놀라웠다. 첫 번째는 책의 만듦새가 훌륭하다는 것. 자칭 책덕후로서 많은 책을 봐왔지만, 글의 분위기와 글을 쓴 사람과의 매치가 정말 완벽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이런 책은 사실 보고만 있어도 배부르다. 두 번째로는 정체성이다. 유명한 연예인이 책을 썼다고 하면 사실 이제는 예전만큼 기대가 되지 않는다. 이전에 반면교사를 너무 많이 봐왔다. 그러나 책을 받고 몇 장 읽자마자 생각이 바뀌었다. 이건 그렇고 그런 유명인 에세이가 아닌 진짜 자신의 글을 써 내려간 책이었다. 이건 정말 작가의 정체성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책이다. 마지막으로는 역시 글. 글이 부족해서 조금 아쉽다고 느껴질 만큼 글들이 재밌었다. 나랑 닮은 듯 안 닮은 듯 그 지점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그리고 파타라는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 말하는 방식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오래간만에 재밌었던 독서였다.
“넌 벌 받아야 해. 내가 없는 세상에 사는 벌.”
“지금 나를 구성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 생각한다. 그럼 나는? 모든 것의 영향으로 구성된 나는. 본래의 나는? 나의 것이 있기는 한 건가.”
“정리하려고 하지말고 그냥 비빔밥을 만들어버려요. 아주 좋은 축복이니 자꾸 연구하지 말고,그냥 관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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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 8년째 얹혀산 소중한 나의 집. 올해를 끝으로 떠나게 되었다. 한 동네에서 이렇게 오래 살아본 일은 일생을 통틀어 처음이다. 간만에 오전 시간이 나서 집 앞 카페에 커피를 사러 갔는데, 요즘 얼굴 보기 힘들다며 잘 지냈냐 묻는 사장님 말에 조금 놀랐다. 내게도 인사를 하고 가야 할 이웃들이 생겼구나. 기분이 묘하다.
따뜻한 말이나 기억보다는 상처로 남는 말과 기억들이 더 많았던 해였다. 나를 아프게 하는 말들이 내 속을 마구 범람하는 동안 나는 나에게 꾸준히 질문을 던졌다. 나 또한 정말 최선이었는지 말이다. 답은 쉽게 얻었다. 악을 악으로 행하지 않고, 상처를 상처로 되갚지 않고, 감정을 응당 받아치지 않은 것. 상처를 일일이 나열하지 않은 것만으로 나의 도리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스스��를 복기할 기회를 주지 않고 그저 무지 속에 살도록, 그러다 완전히 외로워지도록 그냥 두면 된다. 앞으로의 삶은 결국 자기가 살아온 모양대로 펼쳐지는 거니까.
그러니 더 많이 노력해야지. 곁에 있어주는 자들을 더 귀하게 여기며 사랑해야지. 생일이 연말의 끝에 있어서 올해도 일찍 축하를 받지만 아무렴 고맙기만 하다. 축하해 나야. 내일 아침엔 미역국을 끓여 먹자. 든든하게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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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라면 그가 쓰는 단어에 무게와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내가 페미니즘이 들어간 문장을 쓰며 단락을 완성한다면 그 의미의 무게를 짊어져야 한다. 양심,이라는 단어를 쓰겠다면 자연스레 고민할 수밖에 없다. 내가 이 단어를 쓸 자격 있는지에 대해 말이다.
창작하면서 선두에 세우는 명제는 “나와 닮아 있나?”다. 내가 힙합곡을 쓴다 하자. 난 더리 사우스 힙합을 좋아하지만(그 비트를 만들 수도 있지만), 내 작품으로 내놓을 수는 없다. 갱, 마약, 비싼 차, 스트리퍼를 껴안고 놀아본 적이 없는 내가 더리 사우스 힙합을 한다? 그래 흉내는 낼 수 있겠지 그런데 흉내는 내가 아니다.
샛길로 빠졌는데 다시 돌아와, 이 생각을 왜 하냐면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끝없이 자문했을 것이다. ���주 민주화 항쟁을 소재로 쓰면서, 국민으로서,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어머니로서, 작가로서, 기성세대로서, 노동자로서 묻고 또 물어봤어야 했을거다. 그리고 작가가 집필하면서 느낀 고통을 독자들이 고스란히 느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독자가 작가와 같은 통증을 느낀다는 건, 이게 말이야 쉽지 절대 쉬운 게 아니다. 단순히, 소설을 읽었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건 체험이다.
스토리 텔러라면 소재에 다양성만큼 여러 이야기를 그림 그리고 노래하고 글자로 새길 수 있다. 그렇다. 곰이 부리는 재주를 실력이라 부를 수 있다. 그런데 이건 내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여우 처럼) 자신을 속여서는 안 된다. 거짓 실력은 들통난다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진짜 실력자의 작품을 읽어 즐거운 나머지 이만큼 쓰고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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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러닝 크루에 다시 가입했다. 올해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겨울에도 위축되지 않고 마일리지를 쌓기 위해 단체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마라톤 중계 영상을 많이 보는데 세계적인 마라토너들은 보통 30km를 지나서부터 경쟁을 펼친다고 한다. 그전까지는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 삼삼오오 모여 뛴다. 경쟁자이자 동반자 관계다. 위대한 마라토너 엘리우드 킵초게는 혼자 뛰지 말고 여럿이 뛰라고 했다. 그는 외로우면 더 이상 러닝이 아니라고 했다. 지난 여름 거의 매일 밤 트랙에서 혼자 뛰었다. 천천히 뛰었고 빠르게 뛰었고 인터벌도 몇 번 했다. 외로움과 지루함은 최고의 적이었다. 라디오도 들었고 팟캐스트로 2차 세계 대전사를 3번이나 들었다. 노력은 결과로 나타났다. 원하는 결과를 얻은 뒤로는 무리하지 않고 어떻게 뛰어야 더 경제적인지, 어떤 자세로 뛰어야 부상이 덜한지 고민했다. 책에서 보니 엘리트 마라토너가 풀코스 마라톤을 처음 뛰는 건 운동을 시작한 지 최소 수 년이 지나서라고 한다. 밥 먹고 운동만 해도 풀코스를 뛰려면 수 년을 운동해야 하는데 취미로 하는 사람이면 당연히 이보다 몇 배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러닝붐이 불면서 러닝 크루에 나가 몇 달 연습하면 누구나 풀코스를 뛰어야 할 것 같은 세상이 됐다. 멋과 낭만은 사라지고 성과와 잘난 척만 남았다. 일본 마라토너 가와우치 유키는 집 근처 공원에서 비둘기를 쫓으며 연습해 31살의 나이로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직업은 지방 공무원이었다. 10년 이상 하루 2시간씩 주 5일을 달려 만든 결과다. 이런 게 멋이라고 생각한다. 크루 훈련에 나가 함께 뛰니 더 오래 뛰게 된다. 지루하지 않고 경쟁할 필요가 없어서다. 평소에 천천히 뛰어야 대회 때 빠르게 뛸 수 있다는 건 경험으로 배웠다. 이번 겨울은 함께 달리며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러닝을 하며 일상에서 느끼지 못한 여러 감정을 느낀다. 특히 레이스 막바지에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느끼는 감정이 요즘도 계속 생각난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자세는 무너져도 이 악물고 전력으로 뛰어가는 경험. 흔히 마라톤을 ��생에 비유한다. 인생과 닮아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수많은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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