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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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Emotions (part 1)
가뜬하다 (adj.) : refreshed; light-hearted 몸이나 마음이 가볍고 상쾌하다. Body or mind being light and refreshed. 예.) 가:너 오늘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인다? 나:과제를 다 끝냈더니 마음이 가뜬한 게 날아갈 것 같아.
가련하다 (adj.) : pitiful; poor; pathetic 마음이 아플 정도로 불쌍하다. Sadly sick or troubled. 예.)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고 집에서 놀고 있는 형이 매우 가련하다.
가소롭다 (adj.) : ridiculous; absurd 비웃고 무시할 만하다. Deserving to be belittled and ignored. 예.) 형은 내 말을 형편없고 가소롭다는 듯이 들은 척도 안 했다.
가엾다 (adj.) : feeling pity 마음이 아플 정도로 불쌍하고 딱하다. Feeling heartfelt pity or sympathy for someone. 예.) 나는 자식들을 먹여 살리느라 평생을 고생하신 어머니가 가엾게 느껴졌다.
가증스럽다 (adj.) : despicable; detestable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화가 날 정도로 몹시 밉다. Behavior or a remark being mean or hypocritical enough to upset others. 예.) 승규는 남들 앞에서만 착한 척하는 지수의 행동이 가증스러웠다.
가책 (n.) : admonishment; rebuke 자기나 남의 잘못을 꾸짖음. The act of scolding oneself or others for doing something wrong. 예.) 나는 친구를 속이고 한동안 심한 죄책감과 가책에 시달렸다.
갈등하다 (v.) : be ambivalent 마음속에서 어떻게 할지 결정을 못 한 채 괴로워하다. To experience agony and inner struggle over what to decide. 예.) 나는 시험 준비를 할까 좋아하는 드라마를 볼까 한참을 갈등했다.
감개 (n.) : deep emotion 지난 일이 생각나서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감동이나 느낌. One's state of feeling deeply moved and getting emotional from one's memory of past events. 예.) 작가는 몇 년 동안 고생하면서 쓴 소설이 출판된 것을 보고 깊은 감개에 젖었다.
감개무량하다 (adj.) : touched deeply; emotional 지난 일이 생각나서 마음속에서 느끼는 감동이 매우 크다. Feeling deeply moved and getting emotional from one's memory of past events. 예.) 상을 받은 여배우는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소감을 이야기했다.
감격하다 (v.) : be touched 마음에 깊이 느끼어 매우 감동하다. To be deeply moved and touched by someone or something. 예.) 대회에서 일 등을 한 선수는 감격한 표정으로 소감을 말하였다.
감동하다 (v.) : be moved; be touched 강하게 느껴 마음이 움직이다. To be touched by something very deeply. 예.) 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무척 감동했다.
감명 (n.) : impression 잊을 수 없는 큰 감동을 느낌. 또는 그런 감동. A state of being deeply touched, or such a feeling. 예.) 지수는 가족의 사랑을 그린 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아 눈물을 흘렸다.
감미롭다 (adj.) : mellow; sweet 달콤한 느낌이 있다. A story, voice, song, etc., sounding sweet. 예.) 김 감독은 사랑에 빠진 남녀의 행복하고 감미로운 사랑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감복하다 (v.) : be impressed; be moved 진심으로 크게 감동하다. To be impressed deeply and sincerely. 예.)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에 감복해 박수를 쳤다.
감탄하다 (v.) : admire; wonder 마음속 깊이 크게 느끼다. To feel strongly and deeply about something. 예.) 관객들은 서커스 단원의 공중 묘기에 감탄하여 박수를 쳤다.
감회 (n.) : reminiscence 마음속에 일어나는 지난 일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 Thoughts or feelings on the past. 예.) 아버지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사진을 보며 감회에 젖으셨다.
개탄하다 (v.) : deplore; lament 분하거나 안타깝게 여겨 탄식하다. To sigh at something out of anger or regret. 예.) 나는 경솔한 말 한마디로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낸 뒤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개탄했다.
거부감 (n.) : sense of refusal 어떤 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느낌. The feeling of not wanting to accept something. 예.) 이 책은 고전을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알맞게 개작하여 그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다.
걱정하다 (v.) : worry; be worried; be concerned 좋지 않은 일이 있을까 봐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다. To feel fearful and anxious that something bad might happen. 예.) 그는 다가올 시험에 대해 항상 걱정했다.
겁나다 (v.) : be afraid; be scared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는 마음이 들다. To feel afraid or scared of something. 예.) 나는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차 타는 것이 겁난다.
격노하다 (v.) : be furious; be enraged 몹시 화를 내다. To be extremely angry. 예.) 강제로 해고된 직원들이 회사에 격노하여 복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격분하다 (v.) : be furious; be enraged 몹시 화를 내다. To be extremely angry. 예.) 사기 피해자들이 격분하여 사기꾼의 멱살을 잡고 분통을 터뜨렸다.
격정 (n.) : passion 강렬하고 갑자기 생기는 참기 어려운 감정. A powerful, sudden burst of uncontrollable emotion. 예.) 나는 알 수 없는 격정으로 가슴이 꽉 막히는 것 같았다.
겸연쩍다 (adj.) : embarrassed; abashed; sheepish; awkward 쑥스럽거나 미안하여 어색하다. Awkward due to being shy or sorry. 예.) 나는 짝사랑했던 그를 마주 대하기가 겸연쩍어 자리를 옮겼다.
sources:
KOR-EN Basic Korean Dictionary through Naver Dictionary. National Institute of Korean Language. Accessed 14 July 2024. <https://en.dict.naver.com/#/main>.
Park, In-Jo., & Min, Kyung-Hwan (2005). Making a List of Korean Emotion Terms and Exploring Dimensions Underlying Them. Korean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ity Psychology, 19(1), 109-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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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버터
버터벨 혹은 버터크록이라는 도자기 그릇을 본 적이 있다.
우연히 sns 피드에서 보게 되었는데 버터를 상온보관하기 위한 컨테이너라나,
사실 그 때엔 버터맛을 모르기도 했고 ���히 냉동된 버터에서도 아쉬움이 없어서 요란한 겉치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전 우연히 상온에 미지근히 해동된 버터를 먹고는 이마를 탁 칠수밖에.
고소하고 부드러운 풍미가 너무나 맛있었다.
어느 곳에서 조식 버터는 이런 맛이 아니었는데,
내가 변한건지, 유난히 고소한 날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이제와 그 버터벨이 사무치게 갖고 싶어지는 것도 욕심이겠지.
집에가면 구운 빵에 카야잼을 바르고 살짝녹인 버터를 곁들여 커피에 먹을 생각 뿐이다.
버터, 사랑.
-Ram
*버터
하루는 장을 보러 이마트에 갔다. 와인 코너를 지나 버터와 치즈가 모여있는 코너 앞에 서게 되었는데 굉장히 낯익은 상표가 보였다. 엘르앤비르. 말레이시아 살았을 때 특정 커피빈에서 베이글을 주문하면 꼭 엄청나게 맛있는 크림치즈를 같이 줬다. 너무 맛있어서 그 크림치즈 상표를 꼭 기억했는데 그게 바로 엘르앤비르 크림치즈. 생각지도 못한 조우에 들뜬 나는 엘르앤비르의 무거운 한 덩어리의 버터를 바로 집어 들고 카트에 넣었다. 그리고 신나게 집에 와서 종이호일을 꺼내 버터를 소분했다. 헤헤. 다음날 아침, 식빵을 토스트기에 노릇하게 구운 후 냉동실에서 소분한 버터를 꺼냈다. '같은 상표인 크림치즈가 맛있었으므로 이 버터는 분명 내가 만족할 만한 맛을 가졌겠지'라고 생각하며 입에 한가득 군침이 고인 채 식빵에 버터를 올리고 열심히 발랐다. 와앙. 첫 한 입을 물었다. 응? 응? 이렇다고? 헤헤. 내가 왜 아무 생각이 없었을까. 난 왜 무염버터를 산 걸까. 상표에 홀려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그냥 샀지 뭐. 그렇게 와장창 나의 기대가 무너졌다. 다신 내가 무염버터를 사나 봐.
-Hee
*버터
일요일 저녁에 다음 주 지영이 먹을 도시락 메뉴로 카레를 만들어두고 원주로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지영에게 전화가 왔다. 도시락 반찬을 나눠먹다 카레를 먹은 한 동료가 너무 맛있었다며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했다는 이야기. 신나서 카레 레시피를 정성 들여 써서 보내고는 전화로 직접 설명도 했다.
넛맥을 조금은 넣어야 밖에서 파는 것 같은 맛이 나고요. 코리앤더, 큐민 씨드도 들어가면 좋은데 없으면 그냥 안 넣으셔도 괜찮아요. 우스터소스랑 토마토 ��레가 없으면 그냥 케첩으로 대신해도 되고요. 그런데 마지막에 불 끈 다음에 버터는 꼭 넣으셔야 해요. 레시피 보시면 버터가 이건 좀 많지 않나 싶으실 텐데, 그게 맞거든요. 아니, 그냥 다음주에 제가 많이 만들어서 지영이 통해서 보내드릴게요.
내 카레를 먹고 으레 하는 잘 먹었다는 말 말고, 진짜 맛있게 먹었다는 것이 느껴지는 반응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십여 년 전 친구들이랑 주문진에 놀러 갔을 때 민박집에서 만들어준 카레를 필립이 먹고서 엄지를 든 채 주방까지 뛰어왔을 때였다. 세 그릇을 더 먹고, 집으로 돌아간 뒤에 또 만들어달라고 부탁받았을 때는 얼마나 뿌듯하던지.
사실 내가 만든 음식은 지영이 아니면 나밖에 먹을 사람이 없지만, 아무튼 카레를 선보이고 지금까지는 100% 성공했으니 이제부터 내 버터 카레는 특제라는 이름을 앞에 붙여도 되겠다 싶다.
-Ho
*버터
우유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젖소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해야 한다는 글을 보고 유제품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버터는 거부하기가 어렵다. 음식에 넣으면 풍미를 좋게 하고 냄새까지 좋다.
집을 팔아야 할 때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오기전에 빵을 구우라는 글을 본적 있다. 빵에 스며든 버터냄새에 매료되어 집까지 더 아늑하게 느낀다는 설명이었는데 납득이 간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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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chim rules
There are 7 key batchim rules that depend on the consonants used. Some characters like ㄱ, ㅋ, and ㄲ share the same rule as you can guess because they are very similar consonants.
ㅇ = ㅇ
ㄱ, ㅋ, ㄲ, ㄳ, ㄺ = ㄱ
ㄷ, ㅌ, ㅅ, ㅆ, ㅈ, ㅊ, ㅎ = ㄷ
ㅁ, ㄻ = ㅁ
ㅂ, ㅍ, ㅄ, ㄿ = ㅂ
ㄹ, ㄼ, ㄾ, ㅀ = ㄹ
ㄴ, ㄵ, ㄶ = ㄴ
I’ll lay it out like this:
WORD –> PRONOUNCIATION : ROMANIZED
1. Rules for ㅇ
Starting off with ㅇ because it’s important to batchim rules overall. Once you learn how to read hangul you learn ㅇ is either an empty space when used first (like 아니) or an ‘ng’ sound at the very end (like 사랑).
The ‘ng’ sound is the ㅇ characters batchim, it never changes. BUT there’s more- if ㅇ begins the next syllable in a word the batchim will change:
있어 –> 이써 : isseo
있다 –> 읻다 : et-da
For the first one the bottom consonant ㅆ takes over the space of ㅇ for pronunciation making it sound more like 이써. 있다 above follows the normal batchim rules and the ㅆ takes on a �� sound.
2. ㄱ, ㅋ, ㄲ, ㄳ, ㄺ = ㄱ
This rule affects consonants including ㄱ or his relatives and simply makes anything a ㄱ sound no matter how hard the character would be on its own. Even ㄳ which is combo k and s becomes just k sound.
한국어 –> 한구거 : hangugeo
책은 –> 채근 : chekgun
3. ㄷ, ㅌ, ㅅ, ㅆ, ㅈ, ㅊ, ㅎ = ㄷ
This affects a bunch of consonants so it’s important to remember.
꽃 –> 꼳 : ggot
좋다 –> 조타 : jota
There’s a special rule about ㄷ and ㅌ ending before a ㅇ though. You’ve probably heard it with 같이; instead of becoming 가티 the ㅌ changes to ㅊ making it 가치. ㄷ changes to ㅈ as well.
같이 –> 가치: kachi
4. ㅁ, ㄻ = ㅁ
몸이 –> 모미 : momi
5. ㅂ, ㅍ, ㅄ, ㄿ = ㅂ
없다 –> 업따 : ob-da
없어요 –> 업서요 : ob-seoyo
Now ㅂ has some special rules for itself, you probably knows 감사합니다 but it’s not pronounced kamsahaBnida it’s more like kamsamnida
ㅂ starting a word – use a softer b sound: 바나나
ㅂ in the middle – it creates a b sound: 일번
ㅂ at the bottom – can have m sound depending on what follows like in 감사합니다
A trick to think of is try saying 감사합니다 20x fast. Maybe originally the word was pronounced fully but people get lazy, slur their words, etc and pronunciation goes towards what’s easiest.
6. ㄹ, ㄼ, ㄾ, ㅀ = ㄹ
별이 –> 벼리 : byeo-re
핥은 –> 할튼 : halteun
7. ㄴ, ㄵ, ㄶ = ㄴ
앉다 –> 안다: anta
돈이 –> 도니 : doni
#korean#langblr#studyblr#korean studyblr#korean langblr#batchim#hopefully this is easy enough to digest haha#grammar#mine#korean gram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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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알바를 하다보니,
내가 하고싶고 하려하던 일들을 놓치기 일수다.
그럼에도 운동은 늘 성실하게 하고,
어떻게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라도 해보려 노력한다.
비로소, 무엇이 중한지, 무엇이 경한지 알게 되었다.
비로소야.
나를 사랑하자.
나만이 온전히 나를 사랑 할 수 있다.
매일 이렇게 땀 흘리며 일하고 집에 갈때면,
땡그랑. 하고 머리가 빈 소리가 난다.
잡생각엔 강한 육체노동이 답이다.
곧 출근이다! 힘내자.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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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상 사랑 다 이루어질 수 있다! | 🪽Heart Ca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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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8.
오랜만에 데이트 포스팅을 하는 거 같다.
그녀의 생일 선물을 가장해서 나도 안경을 했다. 그녀도 안경을 했고, 그녀는 안경을 회사에 놓고 회사에서 갈아 쓴다고 한다.
(참, 귀여운 사람)
버거킹에 해쉬브라운이 돌아왔다, 그리고 망고 아이스크림도 나왔고(아마 망고는 지금쯤 단종 되었겠지)
사실 바닐라에 망고 시럽 좀 섞어서는 너무 느끼했거든
버거킹의 '맛의 헌장' 을 보고
남대문의 안경집을 찾아 안경을 하고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평안도 집에갔는데, 하도 사람이 많으니까 2층 테이블을 주셨다. 오랜만에 내어주는 자리라 테이블에 기름떼가 끈적끈적였지만 우리를 포함해서 ��님들은 알아서 물티슈로 쓱쓱 닦고 테이블 세팅을 하였다.
사실 이집은 새우젓도 동치미도 된장도 맛있다.
족발이랑 빈대떡때문에 오는 게 아니고
점점 저 새우젓과 동치미와 된장에 끌리는 거 같다.
어느 담벼락의 예쁜 꽃과 김수근님의 경동교회를 지났다.
"소망을 품고 즐거워 하며, 환란을 당할때 참으며, 기도를 꾸준히 하십시오" (로마서 12장 12절)
요즘 신앙생활을 띄엄띄엄하는데, 뭐 목사님 말씀도 딱히 틀린 건 아닌거라. 그냥 저냥 열심히 듣고 있다.
다만, 신이 인간을 만들었는지 인간이 신을 만들었는지는 아직까지는 내 신념은 후자다. 인간이 있고 신이 있지 않을까?
결국 우리는 어떻게든 태어난 이 세사상에서 내가 어디서 왔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나아가야하는지 라는 내 자신에 대한 끊임 없는 질문을 하게 된다.
거기서 내가 얻은 정답은 '사랑' 이다.
내 가족을 사랑하고 내 형제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사랑하고 내가 다니는 회사의 동료와 내 일을 사랑하고.
그만하면 나는 어디서 왔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절반의 대답은 찾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서 결혼을 하고 싶다. 그리고 아버지가 되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이에 나와 그녀를 아니 그녀를 많이 닮은 아이가 생겼으면 좋겠다.
누구나 아버지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아버지가 된다면 그 사람에게 내가 죽을때까지 다정하게 보살피고 내 부족한 지식과 삶을 사는 철학을 알려주고 싶다.
때로는 미련한 게 정답이고 손해 보는 게 정답이라고.
2023.9.25.(월)
하는 거 없이 바쁘고 하는 거 없이 시간만 잘간다. 명절 주간이라 시간도 엄청 잘 갈 거 같다.
요즘 생각하는 게 있다.
ESG관련된 INDEX를 만들고 그와 반대되는 재무적관점의 INDEX를 추석 기간동안 만들어 보려고 한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나눠줘서 같이 내년 실적보고서에 실어 보려고 한다. 혼자 하면 공신력은 떨어지지만 같이 하면 공신력은 올라가겠지. 어디 한번 부딪혀보자.
일은 저질러야 되고 미련하게 굴어야지 뭐든지 이어지는 거니까.
그나저나 아침청소의 계절이 왔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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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사
이희주 / 민음사
아쉽다.......아름다움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라 정말 기대했는데.. 내가 이해를 못 한 건지 마지막까지 흐름을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소재의 흥미로움은 인정�� 수밖에 없었다. 주인이 생각하는 최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자비 천사와 그 천사를 사랑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 책은 아름다움을 말하는데 어디선가 찐득하게 썩은 냄새가 계속해서 났다. 천사는 사실 지금도 존재하지 않나? 다양한 이름으로. 아름다운 건 쉽게 사랑하게 된다. 쉬운 사랑 그 허무함에 대하여.
"아름다움엔 품이 든다. 시간이든 돈이든 무언가를 지불해야 만날 수 있다."
"예술엔 승패가 없어 편합니다. 최선을 다하면 누구나 이길 수 있는 게임이니까요."
"상처를 받지 않으면 점점 더 상처에 취약한 인간이 돼."
"그래. 인간은 모두 같고, 차이점을 빚어내는 것은 배합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기계가 인간을 지배한다면 그건 무력이 아닌 사랑 때문일 거다."
"아름다움은, 천사와 모나리자와 니케상과 장미가 아닌 그게 불러일으키는 마음의 변화를 부르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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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개 불안하면 연필을 손에 잡았다 핸드폰을 잡고 키보드를 열거나. 그중 대부분은 예쁘게 포장해낸 해피엔딩일 가능성이 크다. 되도록이면 글에는 나의 약점이 드러나지 않길 바라므로. 하하호호 웃고 바보 짓을 하는 그 순간에도 불안이 깊게 자리잡아 ���쁜 생각을 하고 있을 수가 있다는 거다. 나는 거짓말이 쉬운 사람이므로.
그것이 무엇이든 이미 시작되었다면 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 불안하고… 나는 작은 변화 하나하나에 예민해서 새벽에 네가 화장실을 가면 벌떡 깼을지도 모른다. 내가 변화했나? 내가 변했을지도 모른다. 너는 여전히 행복하지만 나만 불행할지도 모른다. 내 마음이 변해 버려서. 나는 변화하는 ���든 과정이 두렵다, 무섭다, 싫다, 징그럽다. 끊어낼 수 있다면 차라리 끊어내는 게 마음 편하다. 분리 시키고 싶다.
사랑하면 왜 연결되는가. 완전하게 연결될 수 있는가? 우리는 계속 변화해야만 한다. 각자의 완전함을 위해. 너는 내가 아니고 나는 네가 아닌데… 왜 내가 너인 척하고 너는 나인 척하지.
울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울어 버릴지도 모른다. 아님 롤러코스터 같은 내 심경 변화에 의해 무슨 이런 유치한 글이 다 있냐며 무시하고 넘겨 버릴지도.
안정감을 주고 돌려받은 건 과연 무엇이었을까. 오만하기 짝이 없는 태도와 익숙함 그리고 무관심?
나는 이렇게 불안한데 너는 어찌 그런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가. 역시 연결이 되지 않은 걸까?
욕심이 끝이 없는 이기적인 나야, 허상으로 허구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는구나. 사랑 받을 자격이나 있을까? 사랑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과거와 현재를 혼동 시키는 짓을 아직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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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나'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작가 자신
1973년에 당신은 무엇을 하셨나요? 꼭 그해가 아닐지라도 우리는 지난날을 되돌아보았을 때 전환점이 되는 지점을 발견합니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던 해, 깨달음을 얻고 다시 태어나던 해 말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새로운 시작은 절망의 끝이 아니었던가요? 입구가 곧 출구가 아니었느냐고 하루키는 묻습니다.
언젠가 하루키는, 전집을 묶으면서 단편들을 손질했지만 초기에 썼던 이 작품만은 손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것이 '당시의 나였고 결국은 시간이 흘러도 지금의 나'이기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무엇이 변치 않는 자신의 모습일까? 잠깐 낮잠이 든 사이에도 나뭇잎이 시퍼렇게 커버리는데 변치 않는 것이 과연 있을까. 우리는 날마다 조금씩 죽어가면서 살고, 주인공 쥐가 말하듯이 "어떤 진보도 결국은 붕괴를 향해 가는데" 언제나 변함없는 나의 모습이란 과연 있을까.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인 라캉은 인간의 욕망을 이렇게 풀이한 적이 있다.
"길가에서 강도를 만났을 때 돈이 아까워 목숨을 내놓는 바보는 없다. 살기 위해 강도에게 돈을 빼앗긴 우리는 주머니가 텅 비었기에 늘 공허하다. 그래서 무언가에 몰두하고 누군가를 사랑한다. 그렇지만 사랑도 일도 텅 빈 주머니를 ���벽하게 채우지 못한다. 살기 위해 돈을 빼앗긴 텅 빈 주머니, 이것이 불안과 허무의 근원이다. 그런데 그 주머니는 괴물이어서 우리가 성급하게 채우려 들면 오히려 심술을 부린다. 삶의 지혜는 이 요술 주머니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하루키에게 이 텅 빈 주머니는 깊은 우물이다. 존재의 근원적 무로서 우물은 그의 소설에서 되풀이되는 중요한 은유다. 인간은 맑은 물을 얻기 위해 우물을 팠지만 그것은 동시에 우리의 발목을 잡는 함정이 되낟. 노르웨이의 깊은 숲 속에 있던 함정들처럼 우물은 인간이 살기 위해 파놓은 마음속의 우물이다. 그 위로 환상의 새가 날아다닌다.
삶의 한복판에 뻥 뚫린 우물, 결코 채울 수 없는 우물 때문에 우리는 환상을 만들지 못하면 살 수 없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을 안고 잠자리에 들듯이 우리는 환상의 알맹이를 동시에 볼 수 있어야 한다. 환상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면 우물의 깊은 나락에서 다시 지상으로 올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깊은 우물을 어루만지면 나른한 슬픔, 그 한없는 허무 가운데 가느다란 불빛이 있다. 그것이 하루키 문학의 구원이다. 아픔 속에서 조심스럽게 지켜보면 얼핏 보이는 가느다란 끈, 그것이 하루키 문학이 우리를 사로잡는 이유다. 우리를 다시 살게 만드는 끈을 찾는 여행, 아무것도 아닌 삶에 아름다운 무늬를 만드는 긴 여행이 이 책의 주제이다. 그리고 주인공 '나'는 또 다른 인물 '쥐'이고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작가 자신이며 우리들의 모습이다.
나와 핀볼 -탐색이 대상인 동시에 반성적 주체인 핀볼
주인공 '나'는 먼 곳의 이야기를 듣기 좋아한다. 토성이나 금성의 이야기, 그에게 캠퍼스의 학생운동은 꽁꽁 얼어붙는 토성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고, 서른 살밖에 살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사랑은 습하고 무더운 금성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그러나 사실 토성과 금성은 자신의 대학 시절 두 모습이다. 혁명을 외쳤지만 실패할 수 밖에 없던 학생운동과 한 여자를 사랑했지만 죽음으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기억들은 그의 과거지만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는 현실이다. 둘 다 환상이지만 현실이요, 기억이지만 여전히 그의 삶을 지배한다. 그러기에 학생운동의 부조리한 현장을 빠져나와 나오코와 나눈 사랑을 그는 아주 먼 곳에서 일어났던 이야기처럼 듣고 싶어한다.
1969년에 사랑하던 나오코가 무심코 했던 말 한마디가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를 지배하여, 그는 개가 있다는 시골의 작은 역을 찾는다. 나오코가 살았던 마을과 그곳 사람들, 아버지, 우물을 잘 파던 남자...... 나오코는 화자에게 우연이었으나 필연이 되고 말았다. 그녀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던 한 마리의 개를 보기 위해 그는 아무도 없는 ���에 앉아 기다린다. 그리고 그 개를 본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그는 여전히 슬프다. 죽고 없는 그녀는 여전히 그를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는 두 여자가 그를 맞는다. 두 여자 쌍둥이는 생김새도 똑같고 이름도 없다. 그들과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잠자리에 든다. 그는 시부야에서 사무실을 세 얻어 친구와 함께 번역 일을 한다. 일거리는 적당히 밀려들고 그는 일에 몰두할 때만이 마음이 편해진다. 기계적인 번역이기에 정확히 자신의 일을 해내고 사무실 여직원이 끓여주는 커피 맛을 즐기지만, 그는 그에게 맞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는 듯이 느낀다. 아우슈비츠나 2차대전 때 일본 유격기가 제자리가 아닐까. 과거를 벗어나지 못하며 허공에 부유하는 느낌은 차곡차곡 맡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 지워지지 않는다. 그는 아무 곳에도 정착하지 못한다. 오직 단 한 곳, 커피를 놓고 나오코와 마주 앉은 그 자리에 여전히 앉아 있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기계적인 번역 일로, 그리고 집에서는 그림자처럼 붙어 있는 쌍둥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그에게 배전반을 바꾸러온 사람이 낯설듯이, 시간은 과거 어느 지점에 멈춰져 있다. 쌍둥이 사이에서 잠을 자며 그들과 산책을 하고 대화를 나누지만 그들은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나오코의 그림자처럼 그저 그에게 붙어 있을 뿐이다. 죽은 나오코는 그가 피와 살이 있는 어느 누구와도, 열정을 부을 수 있는 다른 무엇과도, 교류하지 못하도록 그를 가로막고 있다. 너무도 외로워서 그가 창조해 낸 여자들일까, 집에서는 쌍둥이에게 의지하고 밖에서는 번역 일에 몰두하지만 그는 한때 핀볼이라는 기계에 미친 적이 있다. 나오코가 죽은 직후 한동안 그는 미친 듯이 그 기계를 사랑했다. 이렇게 하여 핀볼 이야기가 시작된다.
핀볼에 관한 소설은 1973년 5월, 그가 나오코가 말했던 개를 만나보고 돌아온 후 9월부터 시작된다. (…)
대학 강사인 핀볼 마니아는 화자가 찾는 모델이 전국에 단 세 개밖에 없으며 그것 가운데 그가 찾는 바로 그녀, '스페이스십'은 고철로 팔려 이미 망가졌을 것이라고 말해 준다. 핀볼에 관한 역사, 화자가 나누었던 그녀와의 접촉과 대화는 나오코와의 사랑 이야기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하고 열정적이다. 그러나 바로 그 열정의 크기는 나오코의 자리를 핀볼에게 바친 것이다. 마니아들의 열정을 묘사하는 하루키의 기법은 너무나 구체적이고 진지하여 독자를 감동시키낟. 그는 진부한 사랑 이야기를 이렇게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우회하여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텅 빈 주머니를 채우지 않고는 살 수 없기에 핀볼은 죽은 나오코를 대신하여 욕망의 대상인 '오브제 프티 아'가 된 것이다.
욕망의 대상은 살기 위해 만든 환상이지만 그것은 우리를 지배한다. 나오코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는 똑같이 핀볼의 행방을 추적한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를 차가운 지하창고에서 대면한다. 먼 외딴 곳의 커다란 지하 창고는 무덤처럼 차가웠고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못 나올 것처럼 공포의 분위기를 풍기낟. 그가 계단을 천천히 내려갈 때 78대의 죽은 기계들은 침묵을 지킨다. 콘크리트 바닥에서 죽은 닭 냄새를 풍기며 일렬로 서 있는 기계는 그가 나누었던 스페이스십의 다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신 탓이 아니야, 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몇 번이나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잘못하지 않았어, 열심히 노력했잖아.
아니야, 하고 나는 말했다. 왼쪽의 플리퍼, 탭 트랜스퍼, 9번 타깃. 아니라니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가 없었지. 하지만 하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할 수 있었을 거야.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어, 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무엇 하나 끝나지 않았어. 아마 언제까지나 똑같을 거야, 하고 내가 말했다. 리턴 레인, 트랩, 킥 아웃 홀, 리바운드, 행잉, 6번 타깃.... 보너스 라이트.
21150, 끝났어요, 모든 것이, 라고 그녀가 말했다.
이 대화는 나오코와 나눈 대화가 아니다. 그가 핀불의 주술에 빠져 기계와 나눈 대화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나오코에 대한 그의 후회와 기억과 끝나지 않은 사랑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사라진 핀볼을 다시 만난다. 그런데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부드럽고 따스한 연인이 아니라 차갑게 굳은 침묵의 현장이었다. 그는 "그런 식으로 그녀와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 쪽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기계들은 다리를 단단히 바닥에 박고, 갈 곳 없는 무게를 묵묵히 참고 있었다. 애처로운 광경이었다. 그는 혼자 노래를 부르고 말을 해보지만 기계들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지하실 창고에서 그는 마침내 잠든 기계를 깨울 전원 스위치를 찾는다. 갑자기 한 줄로 늘어선 기계들이 삶으로 가득 차고 한 대 한 대가 필드에 다양한 원색과 꿈을 그려낸다. 그리고 바로 그 스페이스십을 찾아낸다. 그는 그녀와 재회하고 하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눈다. 죽은 나오코와 핀볼을 통해 재회하는 이 장면은 이 소설 전체의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다. 그리고 그녀와 헤어지면서 그는 깨닫는다.
그녀는 방긋이 미소 지은 채 잠시 허공에 눈길을 주었다. 왠지 이상해, 모든 게 실제로 일어난 일 같짖가 않아.
아니, 정말로 일어난 일이야. 다만 사라져버렸을 뿐이지.
괴로워?
아니, 하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무無에서 생겨난 것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 것뿐인데, 뭐.
우리는 다시 한 번 입을 다물었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건 아주 예전에 죽어버린 시간의 단편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얼마 안 되는 그 따스한 추억은 낡은 빛처럼 내 마음속을 지금도 여전히 방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죽음이 나를 사로잡아서 다시금 무의 도가니에 던져 넣을 때까지의 짧은 한때를 나는 그 빛과 ��께 걸어갈 것이다.
그는 나오코와 미처 나누지 못한 말들을 핀볼과 나누면서 깨닫는다. 그를 사로잡았던 환상의 실체는 차가운 침묵의 시체였다. 그리고 삶이란 단지 전원의 스위치를 올려 딱딱한 기계를 부드러운 온기로 채우던 아주 짧은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서로 사랑과 이해를 나누던 그 짧은 순간에 무에서 태어나 무로 돌아가는 우리들의 삶이었다.
어둡고 차가운 창고 속에서 누가 전원을 찾았고 스위치를 올려 밝은 생명을 불어 넣었던가. 바로 '나'였다. 삶이란 그리 무거운 것이 아니었다. 혁명도 사랑도 가벼운 것이었고 그것이 우리를 살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었다. 우물이 여기저기에 함정을 드리운 현실에서 텅 빈 주머니를 채울 주체는 '나'이지만 그것은 무거운 혁명이 아니라 일상의 부드러움과 이해라는 가벼움이었다. 무거움은 우리를 사로잡아 고착시키낟. 그러나 가벼움은 불완전함의 영원한 반복이고, 그것이 삶이요 사랑이다. 그가 본 환상의 실체는 칙칙한 해골이었다.
불완전함의 반복은 환상의 실체를 볼 줄 알면서 동시에 그 환상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핀볼을 찾는 입구는 동시에 그것에서 벗어나 다시 시작하는 출구였다.
핀볼은 화자가 찾는 탐색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화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볼 수 있게 해주는 반성적 주체였다. 그리고 이런 역동적인 중층 구조는 쥐에 관한 서술로 다시 한 번 되풀이된다.
나와 쥐 - 과거와 현재의 덫에 갇힌 쥐의 출구 찾기
이 소설에서 가장 구체적인 중심 이야기는 핀볼을 찾아 그녀와 마지막으로 상면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 나오코의 실체와 대면하고 그녀와의 추억을 간직한 채 다시 살기 위해 그가 치러야 하는 경건한 의식이었다. 그런데 소설에서는 이런 나의 경험과 또 다른 인물인 쥐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그 역시 과거의 덫에 갇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그가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었으나 학생운동과 관련되어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막연한 암시 외에, 분명히 제시되는 이유는 없다. 그는 섹스와 죽음이 없는 소설을 쓰려는 작가 지망생이다. 그러나 자주 드나들어 정이 든 45세의 중국인 주방장 제이와 나눈 대화에서 보듯이 25년을 살아오면서 "무엇 하나 몸에 익히지 못한다". 작가의 분신인 듯한 제이는 말한다. "아무리 흔하고 평범한 것이라도 인간은 노력만 하면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꺠달았다"고,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는 거지." 그러나 쥐가 그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좀 더 방황과 결단이 필요하다. 그는 맥주를 마시고 방황하면서 안개가 자욱한 항구 마을에서 떠나지 못한다. 그리고 그녀의 환상에 사로잡힌다. 어느 날 타이프라이터를 준 건축 기사인 그녀와 관계를 가지면서 그는 부드러움과 성실함에 사로잡힌다. 자신을 찾기 위한 그의 노력은 마침내 그녀의 환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결별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오랫동안 정이 든 제이를 떠나면서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난다. 자신을 사로잡던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나'의 핀볼 찾기와 엇갈려 서술되고, 핀볼과 상면하는 순간과 거의 같게 쥐도 출구를 찾게 해���다. 비로소 쥐는 소설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섹스와 죽음을 더 이상 거부하지 않을 소설가, 그는 바로 변함 없는 작가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핀볼에 관한 소설은 세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묶인 중층 구조를 이룬다. 혹시 하루키는 자신의 여러 가지 기억과 욕망을 이렇게 세 개의 이야기로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가 먼 훗날, <<해변의 카프카>> 에서 말하듯이 삶이란 불완전함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삶의 운전대를 잡고 완벽한 음악을 들으면 그는 자살하고 싶어질 것이다. ���벽함은 텅 빈 주머니를 단 한 번에 채워버리는 죽음이기 때문이다. 삶은 우물의 함정이 파인 땅 위를 걷는 불완전함의 반복이다. 마치 같은 모티프가 다르게 반복되면서 음악이 태어나듯이 이 소설은 세 개의 서술이 다르게 반복된다. 그리고 그의 전 작품들은 우물의 모티프를 다르게 반복한다.
<<1973년의 핀볼>>은, 삶은 우리가 주인이 되어 전원의 스위치를 올리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암시하는 소설이다. 입구는 출구요, 절망의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굳은 시체에 열정 불어넣기를 반복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저 썩어가는 몸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는 환상을 끝없이 다르게 반복한다. 마치 핀볼 이야기를 반복하듯이.
하루키는 훗날 다르게 되풀이될 아름답고 슬픈 나오코와의 사랑 이야기를 이렇게 다른 기법으로 제시했다. 인간의 사랑과 환상과 죽음이라는 진부함을 핀볼 마니아를 통해서 슬프고 아름답게 보여준다. 이것이 굳은 언어의 시체에 열정을 불어넣는 기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권택영(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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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Jan - Feb
본것 :
읽은 것 :
Reviving Ophelia: Saving the Selves of Adolescent Girls (Mary Pipher)
Fun Home: A Family Tragicomic (Alison Bechdel)
No Bad Parts: Healing Trauma and Restoring Wholeness with the Internal Family Systems Model (Richard C. Schwartz)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이주혜)
작은 마음 동호회 (윤이형)
Inseparable (Simone de Beauvoir)
북클럽 친구들과 함께 읽은 Reviving Ophelia. 나의 두번째 Mary Pipher -- 역시 유익하고 글도 좋았다.
Simone de Beauvoir가 quote 된 모든 부분들을 밑줄치며 읽었는데, going from "being" to "seeming" 에 대한 내용이 특히 와닿았다. 나의 모든 말과 행동 중 얼만큼이 나 자신이기 위함이고 또 얼만큼이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함일까? 청소년기를 거치며 나는 나의 어떤 모습들을 포기하고 어떤 모습들을 새로 취한걸까. 그 시절에 두고 온 나의 모습 중 다시 access 하고 싶은 것은?
마침 Simone de Beauvoir 가 쓴 짧은 소설이 집에 있길래 이어서 읽어보았는데, Reviving Ophelia에서 이론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들이 네러티브로 풀어져있어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 두 여자 아이가 청소년기를 거치며 being 에서 seeming 으로 삶의 태도가 전환되는 과정, 그 과정이 우정과 사랑 그리고 삶과 죽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
나는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좋다. 우정과 사랑은 이토록 비슷하고 가까운, 때론 분리할 수 없는 감정인데, 왜 사람들은 사랑 이야기만큼 우정 이야기를 하지 않는걸까?
나의 우정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나를 깊이 이해해주고, 또 내가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친구들, 비슷한 것을 좋아하고, 그것에 대해 함께 신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나에겐 소중한 것을 넘어 필수적이라 느낀다.
1월엔 학교 친구들과 monthly peer supervision group 을 형성해 첫 모임을 가졌고, 2월엔 일터의 동료들과 시작한 film club 의 첫 세션이 있었다. Rashomon (Akira Kurosawa) 을 함께 보고, 진실이란 무엇인가 - 에 대해 또 그 질문이 우리가 하는 일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Film club을 함께 만든 J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 재미있는 영화와 공부에 도움이 될 책을 많이 소개받았다. 나에게 중요한 두 세상 (상담, 창작)을 나만큼 혹은 나보다 더 중요시 여기는 친구를 만나 기쁘다 생각했는데, 그 친구가 먼저 그렇게 말해주어 행복했다. 두 세상을 나보다 더 깊이 이해하고 있는 친구라 대화를 나누면 자꾸 필기가 하고싶어진다.
New :
SIMS 4 (시간을 얼마나 투자했는지.. 3월부턴 현생을 ���자), Mitski 콘서트, 김치콩나물국, Crochet, 눈독 들이던 티팟 세트와 포스터 구매, 새로운 레코드샵 발굴 (일본 LP가 많아 좋았다. 나는 마츠다 세이코, 주원은 Brian Eno 하나씩 구매), 동네에 훌륭한 이탈리안 식당 발굴, 드디어 New York Public Library 카드 발급, St. Agnes Library, 은영(홍콩)의 뉴욕 방문, 분리 불안 (주원 출장)
Repeat :
필라테스 다시 시작, 일기를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썼다.
하루종일 집에서 일 한 날에는 밖에 나가 저녁을 먹는 것이 기분 전환에 큰 도움이 되고 (Lum Lum, BCD...)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엔 채소 위주의 간단한 식사가 좋다. 친구들에게 요리를 해주는 것은 아직도 어렵지만 그 기쁨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SJ, 주원과 삼계탕 night).
음악은 뭘 많이 들었나. 여행중인 수향을 위해 플레이리스트를 하나 만들어주었고, 위전과 두개의 공동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고.. Mitski 공연에 다녀오고나서는 mitski 2024 tour setlist 플레이리스트 무한 반복중.
주원과 오랜만에 모마 데이트 한 날 제일 좋았던 그림 :
Three Musicians (Picasso)
일적으로는 안정된 1-2월을 보낸줄 알았는데 일기장을 뒤적여보니 1월말까지 이래저래 복잡한 일들이 꽤 있었네. 겪을 땐 끝이 없을 것같이 느껴지는 스트레스가 지나고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까마득하다.
1월 말엔 풀타임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이 포스팅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은 케이스로드를 꽉 채워 25명의 내담자들과 함께하고있다. 1/29일자 일기엔 "잘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 - 적어도 그런 마음이 드는 ���들이 자주 있다" 라고 적혀있다. 오래동안 이 일을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좋은 벗, 동료들과 함께.
"We're very lucky to have this job where you get to spend all this time with a person - trying to understand that p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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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PSTARNEWS: 방용국&정대현&유영재&문종업, 7년 만 컴백에 오열…끈끈한 사랑 담은 앨범 (종합)[현장] BANG&JUNG&YOO&MOON, sobbing during comeback after 7 years... An album made with love
(톱스타뉴스 정은영 기자) 그룹 B.A.P 출신 방용국&정대현&유영재&문종업이 오랜만에 가요계에 컴백하는 소감을 전했다.
8일 오후 2시 서울시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그룹 B.A.P 출신 방용국&정대현&유영재&문종업의 첫 번째 EP 앨범 '커튼 콜'(CURTAIN CALL)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가 개최됐다.
'커튼 콜'은 방용국&정대현&유영재&문종업이 지난 2017년 B.A.P 여덟 ��째 싱글앨범 'EGO' 이후 약 6년 반 만에 발매하는 앨범이다. MA엔터테인먼트 MA엔터테인먼트 이날 멤버들은 "오랜만에 쇼케이스를 하게 됐다. 감개무량하다"라며 컴백 소감을 전했다.
타이틀곡 '곤' 무대를 펼친 이후 유영재는 "무대가 오랜만이라 기분이 남달랐다. 사실 조금 아쉬운 점은 안무 팀, 댄서 여러분들이 원래 20분 정도 함께 무대를 해주신다. 오늘은 무대 여건상 6분밖에 못 모셔서 그게 조금 아쉽다. 음악방송 무대를 찾아봐 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리니지2M 신서버 에덴 컴백 전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을 묻자 문종업은 "최근에 아무래도, 작년 활동 이후로 형들이랑 모이는 거, 컴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것 같다. 컴백을 위한 준비를 계속 하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유영재는 "5월에 전역해서, 종업이랑 저희 멤버들이랑 같이 앨범 준비를 열심히 했다"라고 덧붙였다.
정대현은 "저는 3년 정도 공백기가 있었다.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던 와중에 종업이와 같은 회사 ��구가 되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방용국은 "저도 연초에 새 앨범을 내고 미주투어를 성공적으로 잘 마치고 멤버들과 함께 뭉쳐서 새 앨범 준비를 오랫동안 했다"라고 밝혔다.
타이틀곡 '곤' 뮤직비디오에 대해서 문종업은 "굉장히 신선했다. 영재 형이 숟가락을 들면서 노래가 시작되는 부분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무대에서 멋있는 모습 보다는 저희의 평소 모습들이 많이 담겨있던 것 같다. 마지막 군무 신이 나오는데, 저희가 공백기 후 다시 무대에 선 느낌이 잘 담겨진 것 같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대현 역시 "저희 네 명의 끈끈하고 아름다운 모습들을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좋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영재는 "오랜만에 다 같이 촬영하니까 즐거웠다"라며 "군무 신은 저희가 뮤직비디오 회의를 진행했을 때 넣지 않기로 했었다가, 안무 시안을 보고 너무 잘나와서 급하게 안무를 배워서 넣었다"라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앨범명 '커튼 콜'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이와 관련해 방용국은 "'커튼 콜' 앨범은 의미 그대로 무대 뒤로 퇴장한 저희를 많은 팬분들이 환호로 저희를 찾아주셔서 저희가 거기에 화답하기 위해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는 의미를 담은 앨범이다"라고 밝혔다.
방용국은 타이틀곡 '곤'에 대해 "따뜻한 밴드 사운드가 주가 되는 곡이다. 끝이 아닌 이별이라는 의미로 아름다운 가삿말들을 많이 담은 곡이다"라고 전했다.
해당 곡을 타이틀로 선택한 이유에 관해서는 "일단 저희가 앨범을 준비할 때 많은 곡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타이틀스러운 음악이었다. 그리고 저희의 새로운 컴백 무드와 가장 잘 어울렸다"라고 밝혔다.
포인트 안무에 대해 문종업은 "댄서 분들이 20명 정도 같이 해주시는데, 아무래도 저희 각자 개성에 맞게 댄서분들이 표현해주신다. 후렴구에 저희가 다시 뭉쳐지는 재밌는 구성이다"라고 말했다. 유영재는 수록곡 '웨이 백' 작사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해당 곡과 관련해 "기타 루프가 좋은 밴드 셋 곡이다. 저희 이야기를 팬분들에게 온전히 전달해드릴 수 있는 곡"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곡이 사실 작사를 하면서 저희가 팬분들에게 할 수 있는, 저희가 이 앨범을 만들기까지 심경을 고민하며 많이 썼던 곡이다. 그것들이 잘 담겨있다. 많이 사랑해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밝혔다.
해당 앨범에는 'LAST'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팀으로 활동하는 게 마지막인지에 대한 질문에 리더 방용국은 "이번 앨범의 콘셉트 자체가 저희가 B.A.P 활동을 할 때 마지막으로 만들고 싶었던 앨범의 연장선이다. 그 앨범의 기획안이 7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게 돼서 그런 단어들이 사용된 것 같다. 저희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낸 앨범이라기 보다는 저희 세계관의 콘셉트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저희는 언제든지 또 새로운 활동으로 팬 여러분들께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미래를 기약했다.
또한 그는 "오랫동안 함께 살아오면서 20대를 함께 보냈다. 저희의 청춘 자체가 정말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저희가 열심히 활동하면서 수많은 팬분들과 함께 만나오면서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고, 그러면서 저희들이 어린 나이부터 성장해오는 과정을 전부 다 함께 겪다 보니까 저희의 청춘이라는 것 자체가 너무나 비슷해져있었다. 이번 활동을 통해서 저희는 지난 추억들을 좀 공유하고 회상할 수 있는 앨범이 됐으면 좋겠다. 그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오래 남을 수 있는 앨범 활동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심경을 전했다. 이들이 7년 만에 재결합하게 된 것은 문종업의 공이 컸다. 문종업은 "저희가 모이는 걸 계속 얘기했다. 작년 말쯤에 영재 형이 전역하는 시기를 보고, 영재 형이 나오자마자 다같이 모이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영재형이 제대하자마자 바로 (활동을) 해야 하니까 조금 힘들 거 아니냐. 그래서 휴가 나왔을 때 '괜찮겠냐, 준비를 미리 할 수 있으면 하겠다' 했을 때 좋다고 했다. 다 같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서 MA엔터테인먼트와 함께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형들을 모으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좀 당연하게 언젠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기가 언제냐가 중요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현재 군 복무 중인 젤로(본명 최준홍)는 이번 앨범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문종업은 "작년 말에 준홍이한테도 얘기했었다. 준홍이도 멀리서 응원하고 있다. 다음엔 같이 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으며, 유영재는 "곡 받을 때도 준홍이가 많은 도움을 줬다"라고 끈끈한 우애를 자랑했다. 유영재는 "(젤로에게) 군 생활 열심히 해라 하는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저희도 이번 활동을 통해서 좋은 모습을 잘 보여드리고, 준홍이가 전역을 하면 준홍이와도 함께 앨범을 내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유영재는 질의응답 중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대현은 "군대를 전역한 지 얼마 안 됐고, 상황 상 가장 많이 기다렸을 순간이다. 감정이 많이 북받치는 것 같다"라며 동생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오늘(8일) 컴백하는 방용국&정대현&유영재&문종업은 현재 팬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또한 여러 콘텐츠들을 통해 팬들을 만나게 될 예정이다.
방용국&정대현&유영재&문종업의 첫 번째 EP 앨범 '커튼 콜'은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출처 : 톱스타뉴스(https://www.topstar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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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티슈"
*물티슈
혼자 살기 시작한지 10년이 넘어갈 즈음 물티슈 사용에 대한 혼자만의 고민이 생겼다.
간편하고 좋지만 또 더러 쌓아두고 쓰기에 내 마음이 괜스레 불편한 그런 것.
뭐랄까, 당연해지던 모든 것들이 한번씩 돌아보면 어색해지곤 한다.
늘 곁에 있던 친구도 마구마구 뽑아쓰던 때처럼 그렇게 쉽지가 않아지는 것이다.
늘상 별 일 아니라던 것들이 쓰레기처럼 쌓여간다.
나의 감정에서, 혹은 몇가지 몸짓에서 비롯된 찌꺼기 같은 것들이 그대로 남아서 돌아온다.
나의 길잃은 사랑, 또 놓쳐버린 감정이 끝없이 버려진다.
어떤 감정을 닦아낸 그대로 쳐박혀서 나를 옭아매는 덫이 된다.
아무래도 그래도 물티슈를 살 때가 된 것같다.
-Ram
*물티슈
어른들 같았으면 행주를 썼을 경우의 90%정도를 물티슈로 메꾼다. 누군가는 그런 시대가 왔다고 하며 웃어넘기지만 누군가는 환경문제를 꺼내며 물티슈 사용은 지양하라고 한다. 물론 부엌에 행주가 있긴 하지만 행주를 빨아서 쓰는 행위보다 행주를 힘들게 짜는 행위가 싫어서 물티슈에 먼저 손이 간다. 행주를 힘들게 짜는 행위가 싫은 이유는 행주가 두껍기 때문이기에 행주를 반으로 잘라서 쓰고 있지만 그래도 손이 잘 안 가는 건 마찬가지. 그래서 며칠 전엔 저렴한 가격에 물티슈를 두 박스 씩이나 쟁여뒀다. 이렇게 해도 괜찮은 걸까. 미시적으론 당장 편해서 좋지만 거시적으론 말해 뭐해. 굉장히 별로지.
-Hee
*물티슈
플로깅 백과 집게를 들고서 쓰레기를 주운 뒤 인증 사진을 남기는 일이 유행처럼 번졌던 때, 내 주변에는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유난히 드세게 퍼졌었다. 캠핑을 가서 물티슈를 한 장이라도 쓰면 세상 몰상식한 사람이 돼버리고야 마는 것 같았다. 환경을 보호한다는 목적보다는 그런 강압적인 분위기에 휩쓸려버렸다. 의식적으로 물티슈를 쓰지 않으려 꽤나 노력했었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답시고 지퍼백 대신 실리콘 백을 사용했고, 카페에 개인 텀블러를 챙겨 다녔고, 산에서 먹을 김밥을 사러 가서 굳이 챙겨간 밀폐용기에 담아오기도 했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유난도 그런 유난이 없었다.
여전히 집에서는 물티슈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데 밖에서 잘 때는 필수품처럼 챙겨 다닌다. 한겨울에는 물티슈가 얼지 않도록 침낭 속에 넣고 잘 정도로 중요하게 챙긴다. 제로 웨이스트 경향이 언제 그런 적이 있기라도 했냐는 듯 빠르게 유명무실해졌다는 게 그 이유는 아니었다. 생분해성 물티슈를 사용하고, 일반 쓰레기로 잘 버리면 문제 될 게 없기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는 쓸데도 없는 호들갑은 그만 떨기로 했기 때문이다.
-Ho
*물티슈
“물티슈는 폴리에스테르 등 합성섬유로 만들어졌기에 매립되면 땅 속에서 썩는 데 수백 년이 걸리고, 소각하더라도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문제가 발생” 언젠가 부터 물티슈를 안 쓴다. 뮬티슈도 휴지의 연장선으로 생각해서 어떻게든 분해되겠지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래도 식당이나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물티슈까지는 거절을 못하고 내심 반갑기까지 하다. 밖에서 손을 씻고 싶은데 마땅치 않을 때나, 뭔가 흘렸을 때 물티슈 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단하게 청소하기에도 물티슈가 제격이다. 뭐든 편하려면 얼마든지 편하게 해주는 물건을 찾을수 있는 세상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조금 내가 몸을 더써야 하더라도 내가 만들어낸 어떤 것이 세상을 해롭게 하는 것 보다 낫다.
손수건을 들고다닌지 오래됐는데 이제 내 필수품이 됐다. 땀을 닦기도 좋고,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도 손수건으로 닦는다.
물건을 살 때 생각한다. 내가 이걸 언제까지 쓸수있나? 이 물건은 내가 죽어서도 남을 텐데 그만한 가치가 있나? 내가 죽고나서 남겨질 내 물건들이 애처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최대한 안남기고 싶다. 그러기엔 나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만. 이왕 가진 거 알뜰하게 사용하고 뭔가 살 때 더 신중해지고 싶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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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 '껐다 켜' (Turn It Off and On) - 송민경(SONG MIN KYUNG)
'Turn it off and on! 껐다 켜!'
송민경이 3만개 릴스 영상의 "머선일이고"의 뒤를 이을 "껐다 켜"로 돌아왔다. 또 한번 숏폼 열풍을 기대케하는 "껐다 켜" 는 신나는 드럼과 펑키한 베이스 기반의 화려한 트랙 사운드가 인상적인 댄스곡으로, 기억에 남는 익숙한 탑라인과 흥을 돋우는 드랍 멜로디가 매력적인 EDM 트로트이다.
휴대폰 같은 전자기기가 먹통일 때 첫 번째 해결 방안이 껐다 켜는 방법인 것처럼 사랑 또한 잘 풀리지 않는다면 고민 말고 껐다 켜 보자는 재밌는 은유를 담은 "껐다 켜"는 프로듀싱팀 "그놈이놈 (Gnomic Norm)"이 송민경만의 챌린지 무드로 탄생시킴으로써 이번에도 다시 한번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버벅거리면서 망설여지는 일이 있으시다면 고민고민 하지마시고 잠깐 "껐다 켜" 재생버튼을 눌렀다 떼시면 될 것 같습니다.
❗️Artsro ENT Official Youtube : https://www.youtube.com/@ArtsroStudio Instagram : https://www.instagram.com/artsro_studio/ Fancafe : https://cafe.daum.net/sweetssong Twitter : https://x.com/ArtsroEnt Homepage : https://www.artsroent.com
❗️Song Min Kyung Official Instagram : https://www.instagram.com/mk_ming.ming Tiktok : https://www.tiktok.com/@ss.ming Youtube : https://www.youtube.com/@songmk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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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 후기...는 뒷전이고 그냥 덕질입니다
정성은이라는 사람을 알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근데 그 우연이 이 시대에 딱 들어맞는 우연이었다. 그러니까... 알고리즘의 우연. 어떠한 방식으로, 무슨 데이터가 적용되어 내 sns 피드에 등장하게 된 건 진 영문도 모를 일이지만 그 복잡하고 정교한 알고리즘이, 그리고 그놈의 sns가 고마운 건 살면서 처음이었다.
시기와 질투, 상대적 박탈감 그리고 효소 공구 일정만 얻을 수 있는 인스타그램에서 정성은 작가님의 피드는 뭐랄까... 그냥 너무 좋았다. 그냥 너무 좋다고 밖에 표현 못 하는 내 표현력이 열받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저것만큼 진솔한 표현도 딱히 없다. 이 시대에... 조건도 없이 ‘그냥’ 너무 좋을 수 있어? No.... 물론 조건 없이도 좋을 수 있지. 하지만 그게 쉬워? 절대 No.... 그 어려운 일을 작가님은 단숨에 쉽게 했다.
뭐가 그렇게 좋아?라고 물어보면 사실 또 잘 모르겠다... 왜냐면 이것도 내 뇌(혹은 마음)의 알고리즘이 적용된 현상 같은 거라서... 나라는 사람이 몇 십 년 동안 살면서 체득하고 축적해 온 경험에서 오는 데이터들이(취향, 관심사, 기호 그런 거..라고 썼는데 그게 그거 같음ㅋ) 한데 어우러져 ‘오 뭐야! 너무 좋다!’라고 판단 내렸기 때문에 나도 (아직 정확하게) 잘 모르는 것이다.
근데 좋아하는 걸 몇 가지 이유만으로 단순하게 설명하라는 건 나한테 너무 힘든 일이다. 왜냐면 나는 여태 살아오면서 이유가 있어서 좋아하기보단 좋아한 다음에 그만한 이유를 붙였기 때문... (선좋후유...읽을 때 발음 주의하세요.) 그래서 정성은 작가님이 좋은 이유는 엄~~청나게 큰 이유가 하나 일 수도 있고, 짜잘자잘한 이유들이 천 개, 만 개가 될 수도 있다. 근데 솔직히 이유 따윈 몰라도 그만이다. 이미 좋아버린 걸 무슨 수로...
무언가를 좋아하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좋아하는 건 어떤 식으로든 확장되니까. 꼭 필연적인 것처럼. 어쩌면 이것도 알고리즘의 형태와 같을까? 정성은이라는 작가를 좋아했더니 임지은라는 작가를 알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임지은의 책을 읽게 되고, 이 좋은 책은 어디서 나온담? 안온북스라는 출판사 구나. 오? 근데 잘 보니까 내 방 책장에 안온북스에서 나온 책이 꽂혀 있어. 심지어 내가 재밌게 읽었던 책이야. 와, 너무 신기하다. 어? 근데 여기서 또 정성은 작가님의 책이 나오네. 이런 식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또 내가 좋아할만 한 걸로 연결된다. (아니면 이미 연결된 상태였거나) 그러니 무언가를 좋아하는 건 신기한 동시에 참 소중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그냥 너무 좋은 작가님의 소중한 책이 나왔다. 바로 <궁금한 건 당신> 책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책 싫어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자부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인��뷰가 담긴 책인데, 다 읽고 나면 어느 하나 평범한 사람이 없다. 평범한 건 대체 뭘까? 진짜. 평범한 건 진짜를 뜻하는 것 같다. 진짜 사람, 진짜 이야기, 진짜 인생, 진짜 사랑. sns에 넘쳐나는 가짜 같은 피드에 지치고 상처받은 사람들이라면 <궁금한 건 당신>을 추천하고 싶다. 읽다 보면 분명 당신도 싫은 것 투성이에서 진짜 그냥 좋은 게 하나 생길 테니까. 그러면 그 좋은 게 당신이 좋아할 만한 또 다른 좋은 걸로 연결되겠지. 모두가 이왕 태어난 거 싫은 것보다 좋은 게 계속 연결되는 삶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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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 : 네개의 강연"
1965년 10월 4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어느 아파트에서 행해진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땅고 강의 녹음 테잎을 녹취한 기록물.
책에 따르면 37년간 아무도 모르다가 우연히 한 소설가가 릴테잎을 입수했고, 정말로 강연자가 보르헤스인지 확인 작업을 거친 후 책으로 나온 듯하다.
시집 크기에 197쪽 분량의 소책자이지만 땅고 덕질이 취미 생활 중 하나인 사람으로서 눈이 번쩍. 세계적 명성을 얻은 소설가이기에 앞서 땅고 태동기를 살았던 알젠틴 사람의 구체적인 증언 기록을 처음 본 거. 처음엔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말려고 했으나 소장 가치가 충분하고도 남아 주문했다.
번역도 잘 돼 문장에 품위가 있다. 보르헤스가 남긴 육성 녹음 또한 그러리라 예상되는 대목. '격조 있는 노래(=Canción De Rango)'라는 땅고 노래 제목이 떠오름.
땅고 시기를 구분할 때, 녹음 기술이 성숙하지 않아 음질이 열악한 음반이 유통됐던 시기를 과르디아 비에하(Guardia Vieja), 영어로는 올드 가드(Old Guard)라고 한다. 이 책에선 재밌게도 "늙은 파수꾼"으로 번역했더라고. 사전에 "Guardia = Guard = 경계"란 의미가 있단 점에서 사소한 오역이랄 수 있겠다.
개인적으론 주로 이 시기를 다룬 내용이라 의미가 더 크다. 모든 덕질은 파도 파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 법이긴 하지만, 나 나름 땅고 음악 덕질 짬밥 십 년을 넘겼더니 황금기에 관해 내가 궁금했던 거는 웬만큼 다 알게된 반면, 올드 가드는 상대적으로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
대다수 역사는 연속성이 있기 때문에 초기 사회상을 아는 게 후대를 이해하는데도 무척 중요하단 거는 더 긴 말은 필요 없을 듯. 아직 책을 한 번밖에 안 읽긴 했지만 소소하게 생각나는 것들을 두서없이 써 두려고.
(1) 사르미엔또 Sarmiento
땅고가 처음 유럽에 알려지게 된 거는 '사르미엔또호'라는 호위함이 프랑스에 정박했을 때 '라 모로차'와 '엘 초클로' 악보가 전해지면서라는 게 정설이다.
사르미엔또가 뭔지 몰랐는데 사람 이름이었다. 23쪽에 "도밍고 파우스티노 사르미엔또. 아르헨티나의 정치인지자 작가이며 군인. 1868년부터 1874년까지 17대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지냈다. 많은 문학 작품을 남겼으며, 대표작으로는 '파쿤도 혹은 문명과 야만'이 있다"라는 주석이 있다.
(1) 변두리 Arrabal
땅고 곡 중에는 'Arrabal'이 들어간 제목이 꽤 있다. (예 : Sinfonía de Arrabal) 사전을 찾아봐도 '변두리'라고만 나올 뿐 구체적으로 뭐가 있던 곳인지 감이 잘 안 왔는데 강연에서 아라발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거기엔 '못된 집'이 있었다 하고, "사창굴이나 유곽을 뜻한다"는 주석이 달려있다. 39쪽에 "…템플레 거리를 따라 그런 동네가 늘어서 있었지요. 오늘날 비아몬테라고 불리는 거리지요…중략…나중에 '은밀한 동네'라고 불렸는데, 다시 말하면 지금은 후닌과 라바예지요. 그러나 그런 동네 외에도 그런 집을은 도시 전체에 산재했답니다…"라고 나옴.
이런 문맥을 통해 내가 느낀 뉘앙스는 치외법권 무법지대? 도박, 매춘은 당연하고 칼싸움에 의한 살인도 빈번했던 동네인 듯. 52쪽에는 "…루고네스는 하나의 명언을 남깁니다. 내가 보기에 그 말은 오늘 내가 말한 모든 걸 요약해 줍니다. '탱고, 그 사창굴의 뱀'이란 말이지요…"라는 구절도 나온��.
(2) 건달
땅고 추는 사람들에겐 '감성 건달(=Patotero Sentiemental)'이란 제목에 나오는 빠또떼로를 건달로 번역한 게 아닐지? 여기에선 단검을 잘 다루는 부자의 경호원 같은 느낌으로 등장한다. 내가 보기엔 쌈박질이나 하는 불량배일 뿐이건만 이 부류를 "용기 있는 사람"으로 묘사한 데서 동의하기 어려운 백여 년 전 사람의 인식을 접한 느낌.
(3) 꼼빠드레
꼼빠드레(Compadre = Godfather = 대부)는 빠또떼로를 포함해 좀 더 넓은 범위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 듯. 이 부류가 가우초(Gaucho = Cowboy)를 계승한 도시 건달이라고 한 거는 내가 알던 상식과 일치하지만, 62쪽에서 "꼼빠드레"는 경멸적 어조가 강해 본인들은 절대로 쓰지 않았던 말이라는 것은 처음 앎.
42쪽에 마르셀로 델 마소라는 작가가 남긴 '춤추는 사람들'이란 시를 인용한 뒤 "'사랑 좇는 그 인간쓰레기'는 내가 보기에 꼼빠드레를 완벽하게 설명해 주는 말입니다"라고 씀. 그리고 꼼빠드레를 따라하는 동네 날라리이자 허세꾼인 '꼼빠드리또' 외에 흉내 내기조차 어설픈 얼뜨기를 가리키는 '꼼빠드론'이란 용어도 나옴.
(4) 부자집 도련님
원문을 못 봐서 어떤 말을 번역한지는 모르겠지만 '부자집 도련님'이란 표현이 자주 나온다. 이른바 "상류층 사고뭉치"는 어느 시대, 지역에서도 흔한 경우 아닐까 싶긴 하다만… 아마도 '땅고는 이렇게 춘다(=Asi Se Baila el Tango)'란 곡에서 "늬들이 땅고를 아냐?"며 조롱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애들일 거 같다. 80쪽에서 쌈박질에 주로 단검을 쓰던 꼼빠드레와 달리 부자집 도련님들은 권투 기술을 썼다고 나옴.
(5) 매춘부
85쪽에 '땅고 추던 거리의 여자'를 언급하면서 "몇몇 여자들은 아르헨티나 태생의 백인이었습니다"란 문장이 나옴.
영어의 '크리올' 또는 스페인어 '끄리오요'는 복합적인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초기 역사에선 '유럽에서 신대륙으로 건너온 백인 = 이베리아 반도에서 온 사람 = 페닌슐라'에 대하여 '신대륙에서 태어난 백인 = 끄리오요'라고 부르다가, 훗날 백인과 흑인 또는 백인과 원주민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을 가리키는 용어로 바뀐 거.
"아르헨티나 태생의 백인" 역시 초기의 끄리오요를 염두에 둔 표현이 아닐까 싶음. 이에 반해 '가무잡잡한 여자(=La Morocha)'란 노래 제목은 흑백 혼혈의 끄리오요일수도 있진 않을지?
20세기 초에는 외국에서 들어온 가난한 여자들로 바뀌었다고 하면서, 땅고 음악에 이름을 남긴 '제르맹', '이베트'라는 프랑스 여성과 '발레스카스'라는 폴란드 여성을 언급. 정작 아르헨티나로 가장 많이 이민을 간 이탈리아 얘기는 빠져 있어서 약간 의외.
'마담 이본(Madame Ivonne)'이란 땅고 가사엔 파푸사(Papusa)란 말이 나오던데, 구글 검색엔 "젊고 매력적인 여성"이라고만 나오지만 혹시 이것도 길거리 여자를 가리키는 속어일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을 듯.
(6) 꼬르떼, 께브라다
땅고 춤 관련해선 이 두 용어가 반복해서 나온다. 오늘날 기본 중의 기본인 살리다, 오초는 (한 번밖에 안 읽어 불확실하지만) 없었고 '히로'가 한 번 나오긴 한다.
사전에서 꼬르떼(Corte)는 영어 "Cut"과 같은 뜻이다. 오늘날 알젠틴 땅고에선 거의 안 쓰이고, 외려 콘티넨털 탱고에 남아 있다. ("Back Corte"란 스텝이 있음). 혹시 오초 꼬르따도(Ocho Cortado)와 관련이 있을까 추측해 봤지만 동작 설명이 없어 확인할 수 없다.
아무튼 꼬르떼와 께브라다를 "음란한 몸짓"이라고 써 놓은 걸로 미뤄 (유럽의 왈츠, 폴카 등등과 달리) 이 동작이 상체를 밀착하게 하기 때문 아닐까라고, 마찬가지로 추측만 해 봄.
45쪽을 인용. "…신부의 작은 아버지는 약간 기분이 상해서 '꼬르떼'는 안 된다고, 다시 말하면 꼬르떼가 있는 춤은 허락하지 않는다면서 '장난으로라라도 꼬르떼는 안 돼'라고 말합니다…"
(7) 까를로스 가르델
보르헤스에 따르면 애초에 땅고는 슬픈 음악이 아녔는데, 갈수록 변질됐다고 주장. 관련해서 까를로스 가르델을 상당히 심하게 비판했다. 땅고판에서 가르델의 위상은 롹에서의 엘비스 프레슬리다. 가르델을 비판하는 아르헨티나 사람은 첨 봤다.
나 역시 이 사람을 별로 안 좋아했다. 이유도 보르헤스와 같다. 즉 노래 부를 때 감정이 과잉돼 거북한 거.
"탱고 : 네개의 강연"
1965년 10월 4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어느 아파트에서 행해진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땅고 강의 녹음 테잎을 녹취한 기록물.
책에 따르면 37년간 아무도 모르다가 우연히 한 소설가가 릴테잎을 입수했고, 정말로 강연자가 보르헤스인지 확인 작업을 거친 후 책으로 나온 듯하다.
시집 크기에 197쪽 분량의 소책자이지만 땅고 덕질이 취미 생활 중 하나인 사람으로서 눈이 번쩍. 세계적 명성을 얻은 소설가이기에 앞서 땅고 태동기를 살았던 앞젠틴 사람의 구체적인 증언 기록을 처음 본 거. 처음엔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말려고 했으나 소장 가치가 충분하고도 남아 주문했다.
번역도 잘 돼 문장에 품위가 있다. 보르헤스가 남긴 육성 녹음 또한 그러리라 예상되는 대목. '격조 있는 노래(=Canción De Rango)'라는 땅고 노래 제목이 떠오름.
땅고 시기를 구분할 때, 녹음 기술이 성숙하지 않아 음질이 열악한 음반이 유통됐던 시기를 과르디아 비에하(Guardia Vieja), 영어로는 올드 가드(Old Guard)라고 한다. 이 책에선 재밌게도 "늙은 파수꾼"으로 번역했더라고. 사전에 "Guardia = Guard = 경계"란 의미가 있단 점에서 사소한 오역이랄 수 있겠다.
개인적으론 주로 이 시기를 다룬 내용이라 의미가 더 크다. 모든 덕질은 파도 파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 법이긴 하지만, 나 나름 땅고 음악 덕질 짬밥 십 년을 넘겼더니 황금기에 관해 내가 궁금했던 거는 웬만큼 다 알게된 반면, 올드 가드는 상대적으로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
대다수 역사는 연속성이 있기 때문에 초기 사회상을 아는 게 후대를 이해하는데도 무척 중요하단 거는 더 긴 말은 필요 없을 듯. 아직 책을 한 번밖에 안 읽긴 했지만 소소하게 생각나는 것들을 두서없이 써 두려고.
(1) 사르미엔또 Sarmiento
땅고가 처음 유럽에 알려지게 된 거는 '사르미엔또호'라는 호위함이 프랑스에 정박했을 때 '라 모로차'와 '엘 초클로' 악보가 전해지면서라는 게 정설이다.
사르미엔또가 뭔지 몰랐는데 사람 이름이었다. 23쪽에 "도밍고 파우스티노 사르미엔또. 아르헨티나의 정치인지자 작가이며 군인. 1868년부터 1874년까지 17대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지냈다. 많은 문학 작품을 남겼으며, 대표작으로는 '파쿤도 혹은 문명과 야만'이 있다"라는 주석이 있다.
(2) 변두리 Arrabal
땅고 곡 중에는 'Arrabal'이 들어간 제목이 꽤 있다. (예 : Sinfonía de Arrabal) 사전을 찾아봐도 '변두리'라고만 나올 뿐 구체적으로 뭐가 있던 곳인지 감이 잘 안 왔는데 강연에서 아라발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거기엔 '못된 집'이 있었다 하고, "사창굴이나 유곽을 뜻한다"는 주석이 달려있다. 39쪽에 "...템플레 거리를 따라 그런 동네가 늘어서 있었지요. 오늘날 비아몬테라고 불리는 거리지요...중략...나중에 '은밀한 동네'라고 불렸는데, 다시 말하면 지금은 후닌과 라바예지요. 그러나 그런 동네 외에도 그런 집을은 도시 전체에 산재했답니다..."라고 나옴.
이런 문맥을 통해 내가 느낀 뉘앙스는 치외법권 무법지대? 도박, 매춘은 당연하고 칼싸움에 의한 살인도 빈번했던 동네인 듯. 52쪽에는 "...루고네스는 하나의 명언을 남깁니다. 내가 보기에 그 말은 오늘 내가 말한 모든 걸 요약해 줍니다. '탱고, 그 사창굴의 뱀'이란 말이지요..."라는 구절도 나온다.
(3) 건달
땅고 추는 사람들에겐 '감성 건달(=Patotero Sentiemental)'이란 제목에 나오는 빠또떼로를 건달로 번역한 게 아닐지? 여기에선 단검을 잘 다루는 부자의 경호원 같은 느낌으로 등장한다. 내가 보기엔 쌈박질이나 하는 불량배일 뿐이건만 이 부류를 "용기 있는 사람"으로 묘사한 데서 동의하기 어려운 백여 년 전 사람의 인식을 접한 느낌.
(4) 꼼빠드레
꼼빠드레(Compadre = Godfather = 대부)는 빠또떼로를 포함해 좀 더 넓은 범위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 듯. 이 부류가 가우초(Gaucho = Cowboy)를 계승한 도시 건달이라고 한 거는 내가 알던 상식과 일치하지만, 62쪽에서 "꼼빠드레"는 경멸적 어조가 강해 본인들은 절대로 쓰지 않았던 말이라는 것은 처음 앎.
42쪽에 마르셀로 델 마소라는 작가가 남긴 '춤추는 사람들'이란 시를 인용한 뒤 "'사랑 좇는 그 인간쓰레기'는 내가 보기에 꼼빠드레를 완벽하게 설명해 주는 말입니��"라고 씀. 그리고 꼼빠드레를 따라하는 동네 날라리이자 허세꾼인 '꼼빠드리또' 외에 흉내 내기조차 어설픈 얼뜨기를 가리키는 '꼼빠드론'이란 용어도 나옴.
(5) 부자집 도련님
원문을 못 봐서 어떤 말을 번역한지는 모르겠지만 '부자집 도련님'이란 표현이 자주 나온다. 이른바 "상류층 사고뭉치"는 어느 시대, 지역에서도 흔한 경우 아닐까 싶긴 하다만... 아마도 '땅고는 이렇게 춘다(=Asi Se Baila el Tango)'란 곡에서 "늬들이 땅고를 아냐?"며 조롱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애들일 거 같다. 80쪽에서 쌈박질에 주로 단검을 쓰던 꼼빠드레와 달리 부자집 도련님들은 권투 기술을 썼다고 나옴.
(6) 매춘부
85쪽에 '땅고 추던 거리의 여자'를 언급하면서 "몇몇 여자들은 아르헨티나 태생의 백인이었습니다"란 문장이 나옴.
영어의 '크리올' 또는 스페인어 '끄리오요'는 복합적인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초기 역사에선 '유럽에서 신대륙으로 건너온 백인 = 이베리아 반도에서 온 사람 = 페닌슐라'에 대하여 '신대륙에서 태어난 백인 = 끄리오요'라고 부르다가, 훗날 백인과 흑인 또는 백인과 원주민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을 가리키는 용어로 바뀐 거.
"아르헨티나 태생의 백인" 역시 초기의 끄리오요를 염두에 둔 표현이 아닐까 싶음. 이에 반해 '가무잡잡한 여자(=La Morocha)'란 노래 제목은 흑백 혼혈의 끄리오요일수도 있진 않을지?
20세기 초에는 외국에서 들어온 가난한 여자들로 바뀌었다고 하면서, 땅고 음악에 이름을 남긴 '제르맹', '이베트'라는 프랑스 여성과 '발레스카스'라는 폴란드 여성을 언급. 정작 아르헨티나로 가장 많이 이민을 간 이탈리아 얘기는 빠져 있어서 약간 의외.
'마담 이본(Madame Ivonne)'이란 땅고 가사엔 파푸사(Papusa)란 말이 나오던데, 구글 검색엔 "젊고 매력적인 여성"이라고만 나오지만 혹시 이것도 길거리 여자를 가리키는 속어일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을 듯.
(7) 꼬르떼, 께브라다
땅고 춤 관련해선 이 두 용어가 반복해서 나온다. 오늘날 기본 중의 기본인 살리다, 오초는 (한 번밖에 안 읽어 불확실하지만) 없었고 '히로'가 한 번 나오긴 한다.
사전에서 꼬르떼(Corte)는 영어 "Cut"과 같은 뜻이다. 오늘날 알젠틴 땅고에선 거의 안 쓰이고, 외려 콘티넨털 탱고에 남아 있다. ("Back Corte"란 스텝이 있음). 혹시 오초 꼬르따도(Ocho Cortado)와 관련이 있을까 추측해 봤지만 동작 설명이 없어 확인할 수 없다.
아무튼 꼬르떼와 께브라다를 "음란한 몸짓"이라고 써 놓은 걸로 미뤄 (유럽의 왈츠, 폴카 등등과 달리) 이 동작이 상체를 밀착하게 하기 때문 아닐까라고, 마찬가지로 추측만 해 봄.
45쪽을 인용. "...신부의 작은 아버지는 약간 기분이 상해서 '꼬르떼'는 안 된다고, 다시 말하면 꼬르떼가 있는 춤은 허락하지 않는다면서 '장난으로라라도 꼬르떼는 안 돼'라고 말합니다..."
(8) 까를로스 가르델
보르헤스에 따르면 애초에 땅고는 슬픈 음악이 아녔는데, 갈수록 변질됐다고 주장. 관련해서 까를로스 가르델을 상당히 심하게 비판했다. 땅고판에서 가르델의 위상은 롹에서의 엘비스 프레슬리다. 가르델을 비판하는 아르헨티나 사람은 첨 봤다.
나 역시 이 사람을 별로 안 좋아했다. 이유도 보르헤스와 같다. 즉 노래 부를 때 감정이 과잉돼 거북한 거.
하지만 연기하듯 노래하는 전통이 계속 이어진 덕분에 호베르또 고예네체, 넬리 오마르 등등 돌아가신 분들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드리아나 바렐라, 마리아 그라냐, 산드라 까발 같은 명가수를 배출했단 점에서 전적으로 틀렸다고만 할 순 없고.
2014년 출판한 '더불어 춤 땅고'에도 이 내용을 썼었다. 2016년에 다시 땅고판을 찾은 뒤, 몇몇 사람에게 가르델에 관해 물었을 때 호불호는커녕 완전히 무관심한 것에 살짝 충격 받은 기억이 있다. 이유도 명확해 보인다. (피아졸라처럼) 가르델은 밀롱가에서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 이유로 '늙은 파수꾼' 시기 땅고에 관해서도 무관심할 수밖에 없을 듯.
뭐... 지금도 홀로 덕질하는 거에 큰 불만은 없지만 그래도 지식을 공유하고 잡담할 사람이 딱 한 명만이라도 있음 하는 아쉬움이 전혀 없다면 그 또한 거짓.
2014년 출판한 '더불어 춤 땅고'에도 이 내용을 썼었다. 2016년에 다시 땅고판을 찾은 뒤, 몇몇 사람에게 가르델에 관해 물었을 때 호불호는커녕 완전히 무관심한 것에 살짝 충격 받은 기억이 있다. 이유도 명확해 보인다. (피아졸라처럼) 가르델은 밀롱가에서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 이유로 '늙은 파수꾼' 시기 땅고에 관해서도 무관심할 수밖에 없을 듯.
뭐… 지금도 홀로 덕질하는 거에 큰 불만은 없지만 그래도 지식을 공유하고 잡담할 사람이 딱 한 명만이라도 있음 하는 아쉬움이 전혀 없다면 그 또한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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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을 쓴다는 말은 왠지 그럴듯하게 들려서, 결핍이나 불안정과 다를 바 없는 것을 멋지게 이름 붙였던 거였을지도 모른다. 이게 내 마음을 다스리는 방식이라는 건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평온할 때는 아무런 글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기쁨이 되는 것들을 적을 때조차도 그건 어둠 속에서 발견한 기쁨이었던 것은 몰랐다. 어딘가 세상에 자취를 남기듯 글이 남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아무리 글이 좋아도, 몇 문장 적기 위해 불안정한 것보단 안정적이고 소재가 없는 편이 이롭겠다. 여태 이게 평온이라는 것을 모르고 지냈는데,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지는 걸 보니 무사히 평안을 누리고 있었구나. 소강을 유지하고 싶은 욕심에 피어오르는 문장들을 누르고 미루다가 이기지 못했다.
2. 낭만이 고갈되었다고 했을 때는 새로움이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어여쁜 성장이었다가 애처로운 성숙이었다가 반갑지 않은 노화가 되어버린 이 변화의 단계 속에서 몸도 마음도 닳고 소모된다. 새로움이 없다는 것은 평온하다는 말과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내게 더이상 가슴 떨리고 두려운 처음이 없고, 반가운 두 번째와 익숙한 세 번째, 지루한 네 번째, 지겨운 다섯 번째만 남았다는 것이 내 삶을 얄팍하고 단조롭게 만들었다. 무거워지는 몸과 함께 감정과 정신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방법만 알 수 있다면, 무게 추를 전부 제거하고서 튀어 오르는 발걸음과 붕 뜨는 마음을 회복하고 싶다가도 어지러운 새로움 속에서 위태로울 자아를 생각하자니 겁이 나서 고개를 젓고 말아버린다.
3. 드디어 나를 멀뚱히 쳐다보던 현실을 마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좋은 것보다는 슬픈 것에 가깝다. 요즘에는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도 사그라들었다. 뭔가 열심히 해보고 싶은 마음도 전만큼 크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수동적으로 살고 싶기도 하다. 변덕스러운 사람이라 이러다가 또 내일 아침에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어른들의 말처럼 평범한 것도 어렵다는 것을 이제야 인정할 수 있다. 그동안 내 그릇에 맞지 않는 허황된 꿈을 꿨던 것은 아닌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찬찬히 돌아보고 하나씩 소거하며 방향을 잡아보려고 하고 있다. 슬픔이 찾아와도, 현실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게 아니라 오롯이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까 후회도 내 몫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이따금씩 아주 조금만 아쉬워하다가 말고 지내기로 하는 거다.
4. 지금 현재는 사랑의 부재가 나를 가장 힘들게 한다. 어쩌면 내게는 사랑이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유치한 체념을 할 때쯤 들려오는 좋은 소식에 그나마 정신을 바로잡았지만, 여전히 내 곁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것이 힘들다. 주변에서 열심히 연애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그냥 사랑 말고 연애를 할까 흔들리기도 한다. 분명 나에게 맞지 않는 처방인데, 사랑이 없는 연애 속에서 내 결핍은 불어날 걸 알면서도 올해가 지나기 전에는 규칙적으로 일상을 공유하고 만나는 대상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쉬이 떨칠 수가 없다.
5. 개운하고 맛있는 대화를 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거였나 싶지만 답답한 건 나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아직은 오만을 버리는 연습이 더 많이 필요하다. 나의 만족을 내려놓으니 간지러운 부위를 긁어볼 시도마저 좌절되어도 괜찮았다. 나도 이제는 듣기 좋은 말을 제법 자연스럽게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한 점 거짓 없이 솔직한 것보다는 나를 속여서라도 상대를 무안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니까. 그렇게 나를 속이는 훈련이 쌓이다 보니 실제로도 제법 단순해졌다. 융통성이라고는 없던 나에게 새롭게 생긴 단순함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데, 이대로 고유의 색을 잃게 될까 멈칫하게 된다. 보편적인 선호에 나를 맞추고 싶은 건지 나를 지키고 싶은 건지 갈팡질팡이다. 무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잠깐 보류하기로 했다.
6. 유년기부터 마음속에 품었던 욕구가 있다. 한때는 당연히 올 미래였고, 그러다가는 간절한 꿈이었고, 지금은 철없는 환상이 되었다. 완벽한 짝은 있을 수 없다고, 그냥 세상이 그렇게 설계된 것이라고 위안 삼으며 기대치를 아무리 낮추려고 해도 나도 모르게 실망이 뿌리를 내리면 이 마음을 어쩔 줄을 모르겠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가 안되었나 보다. 서운함을 느끼는 것도 죄책감이 든다. 너를 그냥 이대로 사랑하고 싶다. 다른 것들에 앞서 부족함이 눈에 먼저 들어오지 않도록 애를 쓰면서도 맥을 못 추리고 힘없이 무너지는 나라서 미안하다. 무너진 마음을 일으키는 데 시간이 필요한 나라서 미안하다. 이렇게 부족하고 못난 사람이라 미안하다.
7.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을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입맛에 맞지 않는 사담을 늘어놓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서로 궁금하지도 않은 각자의 얘기만 나누는 영���가 없는 사이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가끔 내가 용기 내 하는 질문은 그대로 튕겨져 나와 허공에 어색하게 둥둥 떠다닌다.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 옆에서 나는 매번 작아진다. 함께 시간을 보낸 후 나누지 못한 사연을 한가득 안은 귀갓길 공기는 나를 외롭게 만든다.
8. 서로 삶의 속도가 다르게 흘러가다 보니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식 몇 가닥에 의존해 관계를 연명한다. 어느 날에는 가늘게 붙어있는 숨마저 툭 하고 끊기게 되는데, 그걸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저만치 멀어져 남이 된 후였을 것이다. 우리에게 없는 건 마음이 아니라 시간뿐이니까 괜찮다고 말했었다. 실상은 아무리 마음이 있어도 시간과 거리가 허락하는 근접성이 부재하면 그 관계는 소용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도무지 적응하기 어렵다. 미룰 수도 없는 일이라면 차라리 선수쳐 마음속에서 정리하는 방법도 깔끔할 테다. 이미 자발적으로 생명을 이어갈 수도 없는 지경의 그 관계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내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까지 완전히 숨이 사그라져 소멸되기를 기다린다.
9. 더운 게 싫다. 더운 건 싫지만, 여름을 싫어하기에 여름은 너무 청춘이다. 지나치게 청춘이다. 여름에는 모든 것이 청춘이라는 단어로 용서된다. 내 청춘이 아무리 힘없고 약해도 여름에 속아서 지나친 청춘인 척을 한다. 내 청춘이 낭비되는 것 같아서 불안할 때쯤 여름이 온다. 닳아날 것처럼 멀어지다가도 기특하게 나를 찾아주는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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