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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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nproject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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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칸"
*빈칸
하루끝, 그림자가 드리우면 갖가지 생각이 든다.
아직 내 인생에 빈칸이 많다는 뜻이다.
남들은 잘 해내는 어떤 코스에서 나는 멈춰있다.
대학도 가고 연애도 하고 직장도 잡고 독립도 하였지만 그 다음은 모르겠다.
결혼도 하고 아이낳는 일, 그런 일들을 내가 아직 채우질 못했다.
문득 돌아보면 다들 부지런히 인생을 채우고 있다.
행복의 기준인지 알 길은 없지만 그들이 먼저 나아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나는 여기서 머무르며 바라볼 뿐이다.
어떻게 채워야 할 지 늘 하던대로 공부해서 될 일이 아님을 알면서도 미루고 있다.
이 공허한 공간들을 나는 어떻게 채워야 할까.
별안간 멋진 척, 어른인 척 나아가는 사람을 보면서 나만큼은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본다.
그렇게 여전히 철없는 소리를 해대는 나의 어느 순간들.
-Ram
*빈칸
인생에 있어서 빈칸을 의식적으로라도 만들어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더욱. 새로운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빈칸,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일 빈칸, 마음속 수많은 갈래로 뻗어나가는 생각들 중 유턴이 가능한 빈칸, 무언가를 다시 쌓아나갈 수 있는 빈칸, 누군가를 포용할 수 있는 빈칸, 또다시 시작할 수 있는 빈칸, 좋은 취미와 난생처음 듣는 음악을 넣을 수 있는 빈칸 따위들 말이다.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빈칸
빈칸이라고 하니 채우고 싶다는 열망이 생긴다. 잇몸이 아프더니 치실을 해도 낫지를 않아서 그렇게 피곤하지도 않은데 잇몸이 왜 아프지 생각하고 엄마한테 말하니까 사랑니 자리 갔다면서 치과에 가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치과에서는 사랑니를 빼야 한다 했다. 오래전부터 다니던 치과라 의사를 믿고 입을 벌렸다. 몇초 만에 내 일부였던 사랑니 두개가 빠져나갔다. 매우 속이 시원했고 얼른 잇몸이 낫길 바랬다.
빈칸이 있어도 괜찮고, 때로는 빈칸이 필요해. 다 채우려고 하지 말자.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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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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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도란도란 프로젝트(doranproject.tumblr.com)에 팬메일이 왔다.
처음에는 우리끼리만 보고 읽고 쓰자,라고 이야기를 하며 시작한 프로젝트였는데,
시작한 지 1개월이 지나고, 3개월이 지나고,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나면서
도란도란 프로젝트와 같은 주제로 글을 따라 쓰시는 분들도 계셨고,
주위에 아는 분들을 만나면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어 종종 내가 놀랄 때도 있었고,
은근히 관심이 없는 듯하면서도 계속해서 꾸준히 읽고있어주던 친구들도 있었고,
완전 모르는 분들도 도란도란 프로젝트에 조금씩 조금씩 관심을 가져주고 계신다.
그러는 와중에 팬메일이 도착했다.
메일의 많은 내용 중에 이 곳만큼 찾아오면서 설레는 블로그가 처음이였다는 그 내용이
정말로 많이 마음에 와닿았고, 계속해서 꾸준히 글을 함께 써주고 있는 멤버들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앞으로도 일요일 밤에 나긋하고 소소하게 읽을 수 있는 시간들을 지켜나가기 위해
소중한 마음들을 고이고이 잘 간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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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nproject ·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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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계획"
*연말 계획
연말이 온다.
나의 울퉁불퉁했던 2024년이 지나간다. 온통 길을 헤매이던 날이었다.
끝에 다다랐을 때 많은 것이 부서지고 쏟아지며 사라졌다.
나의 한 해는 잔뜩 눈밭에 구른 토끼마냥 어지러워졌다.
방향을 모르고 나자빠지며 한 구절 한 구절 곱씹어 겨우 도착한 올해의 끝.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끝을 마주한다.
마주한 모든 것들이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나는 하염없이 기도할 뿐이다.
연말은 반짝이고 차갑고 그런 붕뜬 기분으로 보낼줄 알았는데 나의 이번 연말은 좀 더 얼음장이다.
나는 그래도 사랑받는 순간을 즐겨본다.
엄마의 사랑도 친구의 애정도 덧없을 줄 알았던 관심도 다 겨우 끌어안아본다.
얼음장같은 연말을 여러번 숨결로 호호 불어가며 헤쳐가야지.
나의 어수선하고 애틋한 날들이여.
-Ram
*연말 계획
금세 새벽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지나가지 말라고 붙잡고 붙잡던 여름이 지났다. 어렸을 때부터 가을이 되면 1년이 다 지나간 느낌이 들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그렇다. 내가 가을이 왔다고 느끼는 지점과 연말 중간에 어설프게 낀 추석 때문인가. 추석 달이 지나면 1년이 두 달 정도, 추석이 빠르면 세 달 정도 남는 건데 그 남은 기간들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10일도 채 남지 않은 올해가 어느 정도 실감이 나자 내가 올해 많이 하지 못했던 것들이 무엇이 있나 생각해 봤다. 독서. 독서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종종 집 옆에 있는 도서관을 다녔지만 약속이 많은 달엔 아예 책을 ��지 못했었지 않았는가. 올해 가기 전 책을 두어 권 정도 읽어 치울 생각이다. 두 권을 읽으려면 읽기 쉬운 책들로 골라야겠지? 아직 책장에 안 읽은 책들이 몇 권 있으니 오늘부터 시작이다. 요이 땅!
-Hee
*연말 계획
연차를 이렇게까지 남김없이 소진해 본 해가 있었던가. 짧지만 즐거웠던 여행을 가장 많이 했던 해였다. 그렇지만 연말의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는 중이다. 새집으로 이사를 했으나 하자 보수 탓에 제대로 풀어놓지도 못한 짐 때문에 난민같이 살고 있고, 차는 고장 나 한 달이 넘도록 뚜벅이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 부부의 관계도 딱히 원만하질 못해서 연말에 무얼 해야겠다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 모든 일들의 이유가 경기 탓도 아니고 나라의 꼬락서니 탓도 아니고 모두 내 탓같이 느껴져서 더 서글프다.
마지막 남은 연차 두 개는 30, 31일에 사용했다. 주말부터 새해의 첫날까지 연이어 쉴 텐데 무언가를 특별히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집을 정리하면서 소박하게나마 음식을 만들면서 새해를 기다리고 여유가 된다면 짜증과 다툼에 대한 저항성을 잃어버린, 너무나 예민해져버린 나 자신의 내면을 다시 되돌아볼 시간을 갖고 싶다.
-Ho
*연말 계획
드디어 종강을 했다. 중간고사때 너무 힘들게 공부를 했어서 기말고사때는 힘을 좀 빼자 생각하고 한게 도움이 많이 됐다.
공부는 진짜 고통스러운 과정인 것 같다. 모르는 게 당연한데 모르는 걸 알아가는 과정에서도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한 것 같다.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남편한테 말하면 남편은 늘 “You should give more credit yourself.” 라고 한다. 나는 늘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내자신에게 칭찬을 더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번에 하나만 하라고 너무 먼 미래까지 걱정하지 마��고 한다. 하나하나 하다 보면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시부모님은 이미 한달전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주셨다. 작년엔 멜번에서 다같이 보냈는데 남편이 집이 그립지 않을까 싶어서 크리스마스인데 집 안 그리워? 하니까 “You’re my home.” 이란다.. 너무 남편 자랑 글이 되어버렸나 싶은데…
종강도 했고 올 한해 너무너무 수고한 내자신에게 잘 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그리고 옆에서 잘 서���트해준 남편과 가족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다 갚고 살고 싶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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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nproject · 7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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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커니"
*우두커니
서른의 중반즈음이 되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남들은 결혼도, 출산도, 육아도 어떻게든 해나가고 있는데 나만 우두커니 남겨지는 건 아닐까.
이사람도 저사람도 선택을 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때, 나는 줄곧 뒤쳐지고 있는 기분이 든다.
마음껏 즐기지 않았던 시간은 딱히 없었다.
그렇지만 후회했던 시간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은 가득히 넘치는 줄 알았는데 덧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인 줄 알았는데 부모님은 된통 늙어버린 기분에 묘한 세월이 갑자기 쏟아진다.
방 한 켠에 우두커니 앉아서 그런 생각들을 고르고 있자면 한없이 작아지는 내가 얼마나 우스운지.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척 하면서도, 어긋나 살아가기도, 또 결국 돌아나가기도 하고 그런 어리숙한 존재로 남는다.
결국엔.
-Ram
*우두커니
'요즘엔'이라는 표현이 조금 무색하긴 하지만, 요즘엔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고 있었던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생각할 거리들이 참 많고, 움직여야 할 일들이 참 많다. 언제 마지막으로 우두커니 있었는지 떠올려보니 혼자 태국에 있었을 때였나. 그때도 손이고, 발이고, 입이고, 눈이고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기 때문에 확실하진 않다. 갑자기 떠오른 건 약 18년 전 체육시간. 가만히 있는 건 너무 싫은데, 뭔가를 자유롭게 할 수 없었고, 누군가와 이야기도 마음 놓고 할 수 없어서 반강제적으로 우두커니 스탠드에 서 있던 그 짧은 시간이 내 마음속에 아직까지 크게 남아있다. 일분일초가 한 달, 1년과도 같았던 그 시간들이. 그 이후엔 그런 적이 없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면 내가 우두커니 놓여져 있는 자체를 싫어했었을 지도 모른다. 자꾸 무언가를 만들고, 생각하고, 집중하려 하고, 이야기하려 한다.
-Hee
*우두커니
이른 새벽인데도 이미 날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많은 사람들. 안면이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체온을 조금 올린 뒤 출발선 뒤로 가서 설 때 긴장감은 희열로 변질된다. 원하는 만큼 몸을 끌어올리지는 못했지만 이전의 노력이나 사정과는 관계없이 나의 현재를 검증받는 시간. 출발선에 서면 늘 부상 없이 완주만 해보자고 다짐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이전의 나보다는 조금 더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솟았다.
대회 초반부터 시작된 오르막에서 병목현상으로 사람들이 멈춰 섰다. 초반부터 힘껏 달려나갈 땐 언제고, 이렇게 걸어서 갈 거면 뒤에서 출발해서 여유롭게 가지… 힘들어서 걷고 싶은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기록을 생각하니 울지도 웃지도 못할 상황이었다. 천천히 오르막을 오르던 행렬이 이내 완전히 멈춰 서버렸다. 오늘 오후쯤 지나가게 될 산허리 위로 붉은 해가 뜨고 있었다. 매일 뜨는 일출이 뭐라고 누구랄 것 없이 멈춰 서서 바라볼 일인가 싶었지만 나도 별수 없이 떠오르는 해를 우두커니 바라봤다.
최소한의 집착도 내려두고 나만의 레이스를 하자고 결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높게 뻗은 나무가 만들어내는 짙은 그늘. 어제 내린 비에 젖은 숲의 냄새. 밀린 숙제를 해치우듯 달려서는 자연도 대회도 무엇도 즐길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노력은 단순한 기록으로만 평가될 수 없을 것이다. 나만의 레이스를 펼치며 체력을 완전히 소모한 뒤에는 다른 종류의 에너지들을 내 안에 한가득 채���올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Ho
*우두커니
우두커니 서있었 적이 언젠가? 요즘은 어디든 종종걸음으로 바쁘게 다녀서 멍 때릴 시간도 없는 것 같다.
잠깐도 밖에 서있기 힘든 여름이 온다. 이번 여름은 서핑을 배우고 싶고, 바다에 많이 가고 싶고, 뱃살을 조금이라도 빼고 싶고, 책을 3권정도는 읽고 싶고, 요가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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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nproject · 14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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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
*놀이공원
우리가 사랑했던 날은 다 그대로였다.
아주 추운 날, 얼어버린 손과 다리를 호호불면서 그렇게 기다리던 날
찰나의 기쁨을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리던 수많은 사람들, 그 속의 우리.
그게 뭐가 그렇게 웃겼는지 끝없이 웃기만 했다. 우리는 고작 그런것에 즐거워했다.
저녁 어스름에 불빛이 반짝이던 곳을 사랑했고, 아주 높은 곳에서 빠르게 내닫던 그 찰나를 즐기고, 한없이 꽉 차있는 기쁨의 공기를 애닯게 누렸다.
그런 기쁨이 너에게 남았을까.
나는 겨우내 그런 것들이 궁금했다.
-Ram
*놀이공원
1년에 한 번씩은 꼭 놀이공원에 가는 것이 내 계획 중 하나다. 갈 수 있을 때 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작년에도 일부러 놀이공원에 가려고 평일에 연차를 내고 갔다. (주말엔 절대 가지 않는다) 올해도 물론 놀이공원에 갈 것이고, 티익스프레스를 열심히 타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신나게 웃을 예정이다. 하지만 5월은 피해야지. 작년에 5월 평일에 놀이공원에 갔는데 전국에서 소풍을 온 초, 중, 고등학생들이 많아서 주말처럼 줄이 빼곡했다. 올해는 많이 더울 때 가야겠어. 놀이공원에 가는 것처럼 미루지 않고 지금 현재에 하고 싶은 것인데 심지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잔뜩잔뜩하는 1년을 만들어볼까나.
-Hee
*놀이공원
이번 설에는 도쿄에 가기로 했는데 그중 하루 일정을 통으로 디즈니 씨에서 보내기로 했다. 디즈니 랜드와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두고 며칠을 고민하다 끝끝내 고른 지영의 픽이다. 그 하루를 잠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피곤이 몰려오는 느낌이다. 놀이공원은 글쎄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장소, 가면 재미야 있겠지만 지나치게 피곤해질 게 눈에 훤한 장소 아닌가. 기껏 해외로 여행을 가서까지 시간을 쏟을 정도로 가치가 있냐 하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이제 와서는 무를 수도 없으니,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습게도 롯데월드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에버랜드도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한 번 가봤던 게 전부. 그마저도 집에다 자유 이용권 금액을 추가로 내달라는 말을 못 해서 어트랙션은 하나도 타보지 못했었다. 커서는 흥미가 도무지 닿지를 않았었고. 아무튼 간 놀이공원은 경험도 없고 예행연습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바로 실전을 치르게 됐다. 지금부터는 즐거운 척, 피곤하지 않은 척하는 걸 어느정도 연습해야 하겠고, 진심으로 하기 싫지만 블로그 후기나 홈페이지에서 잡다한 정보를 어느 정도 습득해둬야 한다. 여행 가서 싸우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흥미를 갖고 있는 모습을 만들어야 내야만 한다. 이게 아마도 2025년을 평화롭게 지켜낼 전략이자 살길이 될 것 같다.
-Ho
*놀이공원
마지막으로 간건 작년에 싱가폴에서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간 것이다. 친구 가족과 그때는 남자친구였던 남편과 갔다. 나는 “만약에“ 라는 가정을 잘 안하는 편이다. 이미 지나간것은 지나간거고, 다가올 미래도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현재에 충실한게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놀이동산은 나에게 ”만약에“로 이뤄진 가상의 공간으로 느껴져서 재미가 없고 공감이 안된다. 재밌는 놀이기구가 많은 놀이동산도 이��는 힘들다. 더이상 롤러코스터를 즐기기 어렵다. 근데 여름에 갔던 워터파크는 너무 재밌었다. 야간에 싸다고 해서 갔는데 미끄럼틀을 한 15번 탔나보다. 진짜 너무 재밌었다. 이거 또한 나이가 더 들면 심드렁해지려나.. 한살이라도 젊었을때 더 많이 놀아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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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nproject · 7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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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2025
뭐랄까, 뒤숭숭한 새해였다.
너무 기쁘게 호들갑 떨며 새해를 누리지는 않았다.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꾹 짜부라져 있었다.
요란한 축하도 없이 조용히 시작한 날,
그래도 새해��� 온다.
삼재라고 했나, 내게 올해가 그렇다고 했다.
그런데도 나의 가족들에게는 소박하고 꽉찬 둥근 행복으로 시작된 2025년이었다.
내 삼재로 불피운 행복일지라도 아무렴 어떠한가, 손발끝이 부르트도록 내달리던 2024년은 지났다.
목놓아 울고 소리없이 부르짖던 날들이 기어코 지나갔다.
나는 또 오묘한 2025년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울고, 떠들고 그러다 웃어내고 그렇게 지내겠지.
평범한 나의 2025년의 어느 날을 기다리며.
-Ram
*2025
1. 올해 따뜻함에 사르르 몸이 녹을 때쯤 나는 드레스를 입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입장하고, 깔깔 웃으며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퇴장하게 될 것이다. 아마 가장 재미있는 날 중 하나로 기억되지 않을까. 그 뒤 길고 긴 (사실 우리에겐 짧은 시간이지만..) 여름 나라로의 여행은 더 설렌다. 그렇게 상반기가 끝나고 하반기엔 아마 큰 결정을 하게 될 일이 두어 번 있을 것 같은데.. 무탈하게 모든 것이 지금처럼만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2. 지난해는 내 자신을 의심하고 또 의심했던 한 해였다. 올해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3. 1월의 어느 밤, 테니스를 치고 집에 오는 길에 올해 목표를 귀엽게 나의 메모장에 적어보았다. '올해 목표는 빵빵 길게 치기'
그리고 지금 막 생각한 또 하나의 목표는 '작년보다 더 재밌게 살기'
-Hee
*2025
새해랍시고 터무니없는 무언가를 바라는 것에 어떤 의미도 없다는 걸 알지만 이번에도 역시 아빠의 건강이 돌아오길 빌었다. 아빠의 암세포는 이제 두개골을 넘어 뇌까지 침범했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걱정이 넘쳐서 도대체 생활을 할 수가 없는 지경이다
올해는 초장부터 느낌이 썩 좋지 않다. 사실은 작년 말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이어지는 삶의 흐름이 대체로 그렇게 흘러왔으니 좋게 느껴지는 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만. 새해의 숫자가 커지는 만큼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도 비례해 커진다는 것을 깨달으면서부터는 도대체 새해가 반갑지가 않다. 이제부터는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정말이지 모르겠다.
-Ho
*2025
2100년도가 되면 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나는 몇 년도까지 살까? 그때 나는 어떤 모습이고, 어디에 있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분명한 건 내가 하루하루를 살아온 결과들이 모여서 그날의 내가 되어있겠지.
하루하루 감사하면서 매일 조금씩 더 나아지기 위한 선택을 하고 싶다. 건강하게 먹고, 많이 움직이고, 가진 것에 감사하고, 나자신과 주변에 친절해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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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nproject ·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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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교차"
*희비교차
많은 순간에 기쁨도 슬픔도 열심히 오간다.
어디가 바닥인지 모르고 떨어지는 절망의 시간 동안 단 한줌의 기쁨도 드나들지 않더라도.
그래도 언젠가 그것이 또렷이 뒤집히면서 바뀐다.
나의 희(喜) 나의 비(悲) 모든 것들이 분명하게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그중에 지금은 슬픔으로 맞아내는 시기인가보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슬픔을 열심히 버텨내다보면
기어코 조금씩 좋은 시간이 오리라 그런 걸 기대하게 된다.
기어이 내가 이것을 가장 기쁜 것으로 되돌려 두리라.
지금보다 더 나쁠 것 없는 그 순간으로 파안대소하며 안심해보리라.
-Ram
*희비교차
1. 좋지 않은 일들은 한꺼번에 일어난다고 하던데. 야금야금 일어나는 것보단 낫지 뭐. 크게 한 방 맞고 나면 그제야 정신 차���기 마련이니까. 열감기 실컷 앓고 나서 땀 뻘뻘 흘린 뒤 개운하게 툭툭 털고 일어나 땀 흘린 이불과 베갯잇 빨고 난 뒤 한숨 돌리는 그런 마음이 있듯이. 하루에도 '이게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의심하고 의심하는 날이 잦았던 순간들이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나의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자. 엉뚱한 데에 마음 쏟지 말고.
2. 매일 아침마다 테니스 클럽 부회장님이 글귀와 함께 코트장 예약 현황을 보내주신다. 처음엔 엄마가 보내주는 어디서 만든 것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요란한 글귀 이미지를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분이 보내주시는 건 나름 인사이트가 있는 글귀들이라 가끔 오후에도 그 글귀를 다시 찾아서 읽는다. 그중 '번뇌에 머물 이유는 없습니다'라는 글귀가 요즘 내 마음에 가장 많이 남는다.
3.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이 있어도 주변에 있는 다수가 그 방향이 옳은 건지 모른다면 그 공동체에선 정답이 아닌 것이 되는 사실. 같은 상식 선에 있어야 옳은 것은 함께 옳다고 생각하는 것.
-Hee
*희비교차
1. 해마다 이맘때 승진자 명단이 발표된다. 게시판 공지가 올라오면 희비가 즉각적으로 교차된다. 축하 전화를 받느라 종일 핸드폰을 귀 옆에 붙인 채 복도를 서성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망감에 근로의욕을 상실해 급히 월차 쓰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친분이 있는 몇몇에게는 굳이 전화를 걸어 짧은 축하를 전했고 실의에 빠져있을 몇몇에게는 할 말을 찾지 못해 침묵했다. 희와 비는 양으로 따지면 비등비등한데 어째선지 사무실 분위기는 어제보다 훨씬 우울하고 불편하게 느껴진다. 지나고 보면 사실 별일도 아닌 걸 알면서도 당장 안타까운 사람들에게 감정이입하며 나도 모르게 연민을 가졌을까. 아마도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 같은 이 분위기가 얼른 환기되면 좋겠다. 내 것도 아닌 남의 희비에 왜 이렇게까지 휘둘려야만 하는지. 손해가 막심한 기분이다.
2. 여의도 환호. 광화문 탄식. 절대 다수의 희와 소수의 비가 교차했다. 지지부진했던 일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엉뚱한 상황을 통해 이뤄져 조금 얼떨떨하다. 아직 많은 과정이 남아 있지만 희든 비든 지금보다 더 크게 번져나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런 희비 교차는 자업자득, 사필귀정 같은 뜻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부담이 적다.
-Ho
*희비교차
어제는 역사적 희비교차의 날이었다. 누구는 무척 관심 있었고, 누구는 무관심 했던 날이다.
앞으로도 많은 희비가 교차하겠지만, 희가 우리에게 더 많았으면 좋겠다싶으면서도 성취는 언제나 어느정도의 고통을 동반한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어떤 상황���서도 잘 견디고 이겨내고 유연하게 잘 넘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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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nproject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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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코스트코
아주 예전에 가본 적이 있다. 친구 따라.
사실 요즘 시대의 여느 사람들처럼 1인가구로서는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에 갈 일이 없다.
나는 배달된 1인분을 두끼에 나눠 먹는 사람이니까.
잔뜩 사두고 먹는사람이 아니되게 된 순간부터 나는 이곳에도 저곳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자식을 낳아 기르는 사람도 아니거니와 열심히 밥 해먹는 사람도 더욱 아니었다.
그저 그런 평범한 삶을 살고 어떻게든 조금의 자극을 찾아내 곱씹고 그렇게 무던한 돌멩이 같은 사람
언제 복작거리며 지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코스트코는 앞으로도 몇년이나 갈 일이 없겠지.
-Ram
*코스트코
1. 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특정 초콜릿을 먹고 싶다고 했었다. 근데 그 말을 기억하고 어느 날 코스트코 갔다 온 김에 그 초콜릿 제일 큰 한 봉지를 내 앞에 턱 내놓은 예쁜 마음을 기억한다. 지금은 그 초콜릿이 거의 바닥을 보이는데,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서 아껴먹고 있다.
2. 어제 우리 집에 처음으로 놀러 온 친구들이 있었다. 웰컴드링크로 복숭아 맛과 향이 나는 와인을 얼음에 칠링해서 줬고, 같이 먹을 안주로 코스트코에서 산 체리페퍼를 반 자른 후 참크래커 위에 올렸다. 처음 먹었을 땐 은근 크림치즈와 페퍼의 비율이 애매한 것 같으면서도 또 맛이 매력적인 것 같이 느껴져서 안 살 수가 없게 된 놈이다. 벌써 두 번째 산 친군데, 바닥에 3-4알 밖에 안 남았다. 다 먹으면 또 코스트코가서 사야 하는데, 내년에 코스트코가 집 근처에 생긴다고 하니 조금 더 기다려봐야지.
-Hee
*코스트코
삶의 형태가 코스트코에 닿을 수가 없는 모양이다. 거리가 너무 멀고, 회원권에 돈 쓰는 게 아깝고, 집이 좁고 식구가 적다. 그럼에도 다녀오고 싶을 때가 있는데, 저렴한 미국식 피자가 먹고 싶어질 때, 사무실에 자리 잡은 고양이들 먹일 사료 살 때, 술 살 때, 가끔 커클랜드 제품 어떤 게 좋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상품권으로라도 한 번 사러 가볼까 싶다가도 그 절차를 떠올리며 동시에 마음을 접게 된다. 코스트코의 오묘한 미국 맛.(사실 미국엔 가본 적도 없지만 미국을 코스트코로 배운다.) 생각해 보면 그 오묘하다는 느낌과 코스트코에 가기 싫은 이유가 미국에는 굳이 가보고 싶지 않은 마음과도 이어져있는 것 같다.
-Ho
*코스트코
내가 사는 동네에 코스트코가 생겼다. 코스트코는 처음에 미국에서 가봤는데 피자 한 판을 사서 친구들이랑 해변에서 맥주랑 먹었던 기억이 있다.
엄마랑 코스트코에 가서 장을 볼 때 필요없는 것도 사고 싶어서 참느라 힘들다. 남편이 치즈를 좋아해서 치즈는 꼭 사온다.
코스트코 갈때마다 생각나는게, 한여름에 코스트코 주차장에서 일하던 청년이 열사병 때문에 사망했다는 뉴스가 떠오른다. 유난히도 더웠던 올여름 날씨를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요즘 일이란 뭘까 라는 생각을 가끔한다. 우리는 살아가기위해 돈이 필요하고 그래서 내 시간과 노동력을 주고 돈을 번다. 돈을 버는 일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것들이 얽혀 있다.
돈이 많다면.. 이라는 가정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거라 생각한다. 요즘은 학교에서 청소하시는 여사님, 피크시간의 카페 종업원이나 마트에서 계산해 주시는 캐셔들을 볼때 노동이란 뭔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들의 피곤한 표정과 지친 모습때문일까? 이런 나의 ���각은 오만함이 아닌가?
최소한 일 하다가 죽지 않고, 내 노동과 시간을 주고 정당하게 그 만큼 돈을 버는 세상이 됬으면 좋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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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nproject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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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아파트
1. 무언가 무너져 내리는 감정이 슬픔의 척도라면 최소 아파트 몇 채는 무너지는 찰나였다. 그건 슬픔이라고 명명하기 어려운 그런 것이었다.
걱정과 각오와 슬픔을 뭉쳐서 꼿꼿하게 받아내야 하는 순간이었다.
2. 아파트에 살아본 적은 없다.
그래도 살아내보고 싶은 현대식 건물, 요즘의 욕심, 지척에 널려도 내것이 아닌 그런거,
뻗으면 쥐어낼 줄 알았는데 아득히 먼 줄 알고, 그런데도 다분히 가까이에 있는거.
3. 행복으로 층층이 쌓인 줄 알았던 그런게 와르르 무너진다.
정말 와르르.
단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그대로 무너지고야 만다.
-Ram
*아파트
아침에 일어나서 맑은 공기 마시며 기지개 펴고, 여름이면 눈 비비고 요가 매트 들고 밖으로 나가 스트레칭도 하고, 겨울에도 담요 둘둘 걸치고 따뜻한 커피 들고 하늘 보면서 마시고, 동그란 보름달이 뜨는 밤엔 바깥에 나가 별구경, 달구경 하고, 눈이 오면 블루투스 스피커로 좋아하는 째즈나 캐롤 틀어두고 눈 구경하고, 이불 빨래는 쨍쨍한 햇볕 아래 뽀송하게 말리고. 아파트보다 내 기준 더 살기 좋은 환경을 찾고 있다. 난방비, 전기세가 얼마나 나올지는 아직 가늠이 안되지만, 벌레들이랑 얼마나 많이 마주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차근차근 해보자고.
-Hee
*아파트
곧 입주할 아파트 사전 점검을 다녀온 뒤로 첫 집, 새 집에 대한 기대와 환상은 길바닥을 나뒹구는 낙엽처럼 떨어졌고, 짓밟혔고, 가루처럼 으스러져 형태도 알아볼 수 없게 변해버렸다. 하자 표시 스티커를 집안 곳곳에 수백 장 붙이면서 열이 끝도 없이 차올랐다. 그러고 싶진 않았는데 끊임없이 짜증을 냈고 욕을 했다. 거지근성으로 똘똘 뭉친 조합원들, 날림으로 공사한 시공사, 배 째라는 시행사, 우리 집은 조금 더 신경 써달라고 말해 주겠다던(시공사 본사 근무한다는) 지영이친구, 어느 아파트든 하자는 다 있다고, 살면서 조금씩 고쳐나가는 거라고 남 일처럼 말하는 건설업 종사자 친형까지도.
장작을 열심히 넣은 만큼 활활 타오르는 열기에 결국 나 자신도 타버렸다. 이제 입주까지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고 대출, 이사, 청소, 줄눈, 코팅 등 신경 써야 할 일은 한가득인데 거의 방치 상태다. 차라리 그냥 없었던 일이었으면 좋겠다.
-Ho
*아파트
브루노마스랑 로제가 아파트라는 노래를 내서 인기가 많다던데, 들어보지도 않았다. 점점 그런것들에 관심이 줄어든다.
날이 추워지고 수능이 끝났고 벌써 연말 분위기다. 가끔 그런생각을 한다. 지나가면서 마주치는 사람들 나와 연결된 사람들의 집을 상상해본다. 누구나 다 집이 있고 돌아갈 곳이 있겠지. 그 사람들의 집은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물건이 있고 어떤 냄새가 날까?
친구집에 놀러가는 일도 매우 드물어진 요즘이다. 나는 아파트보다는 주택이 좋은데, 나중에 난 어떤 집에 살게될까?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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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nproject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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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척추
기어이 사달이 나는구나. 한달음에 달려간 날을 잊지 못한다.
낙엽이 산산이 부서지던 가을의 마지막 문턱 즈음이었다.
당신은 내내 허리가 아프다고 말했고 나이를 먹으면 더러 그런 것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탓일까,
별 것 아니라는 의사의 말을 귀담아듣지 말걸.
잘 지내면 돌아오겠노라 말하던 그 말을 믿지 말고 의심할 걸.
마지막인 것처럼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울어줄 걸.
후회는 늘 이미 늦은 때에야 온다.
굽은 허리로 밥반찬을 내어주던 시간을 곱씹으면 자꾸 눈물이 난다.
그리고 나서야 길에 온통 굽은 허리로 걷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당신을 본다.
척추라는 고상한 표현도 웃기다던 허리짝을 붙잡고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내닫던 당신의 걸음폭을 흉내내본다.
그렇게 나는 당신을 멋없게 추억한다.
무엇하나 고상하게 추억하지 못하고 애닲게 그리워하게 되었다. 나는.
-Ram
*척추
회사에 척추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은 내 면접을 봤었던 면접관이었다. 그 면접에서 나는 불안과 긴장보단 위안을 얻었고, 여러 조건들이 잘 맞아 입사를 했다. 입사 초반에 여러 업무를 배우기 위해 그분과 가까운 자리에 앉았었는데 인상 깊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다. 일 처리는 당연히 완벽했고, 상황에 따라 팀원들에게 안 좋은 소리를 해야 할 때에도 감정 하나 섞이지 않고 원인과 결과,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들을 깔끔하게 설명하다 보니 모든 팀원들이 다 그 분을 따르고 좋아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나는 다른 부서로 옮겨갔기 때문에 그 분과 업무적으로 거의 겹치지 않았지만 회사에서 리더의 모습은 딱 저런 느낌이라는 생각을 하며 가까이서, 멀리서 지켜봤다. 낯선 지역, 낯선 환경, 어쩌면 낯선 업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즈음, 내가 참석하지 않았던 어떤 회의에선 그분이 나를 칭찬했다는 소리를 건너 건너 듣고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상승했고, 아주 가끔 함께 마주칠 때가 있으면 나보고 '연희씨는 늘 멋있어요'라며 뜻밖의 이야기를 건네 내 얼굴에 웃음꽃을 피게 했다. 나 역시 '과장님도 늘 멋있어요! 정말이에요!'라며 마음을 전했다. (뒤에 붙인 '정말이에요'는 예의상 그런 대답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려는 노력이었다) 이런저런 인터렉션 덕분에 내면의 자존감도 더 공고해졌었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조금씩 업무 스킬이 향상되고 있을 무렵, 그분의 퇴사 소식이 들렸다. 그분에게 의지하고 다니던 사람들이 꽤 많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고, 그 분의 마지막 날 회식 땐 대표도 눈물을 보였다. 창업 초기 멤버여서 더욱 애틋했겠지. 회식 자리가 끝나고 주차장에서 모두들 아쉬워서 쉽사리 집에 안 가고 서성이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과장이 내게 와서 손을 잡으며 '잘 지내요'라고 하자 나 역시 '과장님도 잘 지내세요'라고 하며 눈물이 터졌다. 의아했다. 내가 왜 눈물을 흘리지. 딱히 저 분과는 많은 역사가 없었는데. 그렇다고 내가 이 회사를 오래 다닌 것도 아닌데. 집에 돌아와 뭔가 요상하고 싱숭생숭한 마음에 계속 눈물의 원인에 대해 스스로 캐물었다. 입사 초, 나는 원인을 알듯 말 듯한 자존감과 자신감 하락의 상황에서 마음이 힘들어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그 과장과 함께한 몇 안 되는 상황 속에서 내가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정말 큰 힘을 얻었기에 그 사람이 내게 크게 와닿았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인생에서 그렇게 짧은 시간 내 힘이 되어 준 사람이 있을까 싶다. 내 삶 속에서 임팩트가 컸던 사람이었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무쪼록 그분이 앞으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Hee
이번 주는 휴재입니다.
-Ho
*척추
척추뼈는 중간에 큰 구멍이 있고 그 구멍으로 척추신경이 지나간다. 그래서 척추뼈를 다치면 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 우리 몸에 대해 배우다보면 우리몸이 컴퓨터 못지 않게 체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알게 모르게 우리몸은 우리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이 헛되지 않게 열심히 살자.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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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nproject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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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성”
*사교성
어릴땐
그렇게 사교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누가 말걸라 치면
대답하기 싫어 도망치기 급급했다.
선생님이 지목해내고야 마는
발표시간에는 눈물이 코끝까지 오르곤 했다.
그렇다보니 이렇다할 친구도 별로 없었다.
나는 어릴때 친구들이
어디서 뭘 하는지, 이름이 뭐였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이랄 것은
그때엔 내가 그렇게 조용한 친구로
남아도 왕따라던가
집요한 괴롭힘이 없었다.
사교성이 뭔지도 모르는 채
교복을 입어도 마찬가지였다.
어영부영 졸업하니
대학에서는 조금 달랐다.
자꾸 나이도,전공도 다른 사람들과
끝없이 뒤섞여야 ���다.
그때가 아마 나의 첫 사회생활.
억지로라도 친구를 만들어야하는
시간에 최선을 다했다.
모임도 나가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그래도 나는 그걸 이어갈 방법을 몰랐다.
애정이 없었거든, 그런 얕은 관계에.
그렇게 모래성같은 사이를
오랜시간 하나둘 포기하고 나니
결국 사교성이 짙은 친구들이
나를 오래 봐줌으로서
지금의 나로 산다.
억지로는 안될 것들이었다.
그런 것 좀 없으면 어떤가
그래도 지금 잘 지내는 걸.
-Ram
*사교성
1.
말레이시아에 있었을 때 한국인을 만나면 무지 반가웠다. 그래서 더 진심으로 대했는지도 모르겠다. 더 잘해주고 싶었고, 더 친해지고 싶었다. 그런데 상대방은 그게 아니었나 봐. 더 이상 ‘아는 사람’에서 ‘친한 사람’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매번 내가 먼저 연락하고, 내가 먼저 대화를 걸고, 내가 먼저 웃었던 것 같다.
2.
먼저 말을 거는 편이 훨씬 많았다. 낯을 가리지 않으며, 어색한 공기도 싫어하는 편이니 꽤나 누군가들에게 말을 시켰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잘 믿었다. 같은 공기 흐름 속에서 함께 웃고 있으면 순진하게도 상대방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 내겐 “밥 한 번 먹자”가 진심이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는 모양새에 실망이 컸다. 사실 기대를 안 했으면 그만일텐데. 근데 그냥 그 시간(만)을 때우기 위해 사람을 사귀는 (척 하는)건 더 별로다. 나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진심을 다할래.
-Hee
*사교성
1.
새로 등록한 저녁 수영 강습에서 나는 지극히 외향적인 사람이 되고 있다. 영법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마다 호흡의 타이밍, 팔꿈치와 머리의 각도, 리듬의 변화 따위를 나보다 수영을 잘 하는 분들과 강사님께 쉴 새 없이 물어본다. 수영을 얼마나 해왔는지, 연세는 얼마인지도 물어보며 너스레를 놓았다. 전에는 상상도 하지 않았던 일이다. 궁금한 게 생겨도 쭈뼛거리다 말고 수영 강사가 가끔 한 번 보고는 잘못된 부분을 짚어줄 때까지 마냥 기다렸던 스무 살 초반의 나로서는 요즘 나를 스스로의 미래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그렇다고 내가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냐 하면 여전히 그렇지는 않은데, 뭐랄까 살아가는 스킬이, 넉살이 늘었다고 하면 맞을까. 어쩌면 수영장에 가기 싫을 때마다 십수 년째 새벽 수영 다니는 엄마를 생각하다 보니 자연히 같은 반 어른들이 편해졌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2.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다 적막이 찾아오면 누군가 한 사람쯤은 여전히 만만한 MBTI 이야기를 꺼내든다. 얼마 전 샤모니에서부터 트레킹 내내 계속 마주쳤던 한국인 부부가 그랬고, 지난 주말 안동에서 오랜만에 만난 산친구와 그의 다른 산친구들도 ���랬다. 여느 때처럼 내가 스스로를 지독한 I 성향이라고 했을 때 그들은 놀라워하며 내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사교성 넘치는 모습은 내가 늘 선망하던 모습이라 그 말들이 괜히 칭찬처럼 들렸다. 심지어는 이상하리만치 반짝거리며 선명하게 마음 위로 떠올랐다. 이참에 더 사교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이라도 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말이다.
-Ho
*사교성
사교성이 좋은 편이다.
가끔은 모르는 사람들이랑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기엔 여행이 제격인데..
요즘엔 현생의 농도가 너무 진해서
내가 갔던 여행들이 다 전생같다.
지금의 인내가 나와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가게 한다는 것 만은 진실이니 그것만 보고 가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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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nproject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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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견함"
*대견함
얼마 전 그런 글을 보았다.
딸은 평생 엄마를 짝사랑 하고, 엄마는 평생 아들을 짝사랑 한다는 말,
그게 왜 그렇게도 마음에 맴돌던지.
나는 엄마의 대견한 딸, 자랑스러운 딸로는 살아봤지만,
엄마가 보듬어야 하고 품어야 하는 딸로는 살아본 적이 없었다.
대견하다는 그 말이 나를 단단하게는 만들어 주었지만, 보살핌에서 멀어지는 말이란 걸 잘 몰랐다.
그 때로 돌아가도 난 계속 당신의 대견한 딸이겠지만, 언제까지고 나는 망가지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그런 존재로 견뎌낼 수 있을까?
난 사실 얕고 약한 사람으로 남고 싶은 걸 알까?
요즘 퍽 대견스럽지 못한 날 뿐이다.
-Ram
*대견함
이마가 톡 튀어나와서 어릴 적부터 알콩이라고 불린, 둘째의 숙명처럼 종종 첫째의 그림자에 가려져서 마음속으로 끙끙 앓았을 적도 많았지만 나름대로 자기만의 살 길을 찾아 더 이상 스스로 상처받지 않게 자신만의 보호막을 단단히 세우며 그렇게 잘 컸던 그녀는 어느새 어렵고 큼지막한 일들을 척척해낸 어엿하고 듬직한 어른이 되었다. 가끔씩 그녀에게 풍기는 성숙함과 든든함은 점점 보통 내공이 아니게 느껴져서 대견함을 넘어 기대고 싶을 때가 있다. 하루 종일 통마늘 몇 망을 까고, 손이 부르트도록 간 다음, 잘 얼린 후 오는 동안 녹지 않게 그 무거운 아이스팩을 두 개나 같이 넣고 그걸 집들이 선물로 자상함은 어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지. 거기에 부대찌개 맛집이라면서 육수까지 이고지고 온 그 마음은 절대 잊을 수 없지.
-Hee
*대견함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본인 삶을 열심히 살고, 특별히 모난 구석 없이 둥글게 사는 사람들이 좋아진다. 대단히 선하지도 덕망이 높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 너절한 본성을 다 드러내며 사는 꼴들을 자주 겪다 보니, 평범함을 꿋꿋하게 유지하며 살아내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대견하게 느껴진다. 그런 사람들을 대할 때는 나도 조금 더 너그러워진다. 어떤 의도 없이도 손해를 조금 더 감수하게 되고, 양보하게 된다. 꽉 막힌 사람같이 굴었던 지난날 내모습은 아마 지금처럼 평범하지 않는 사람들 속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될 만큼.
-Ho
*대견함
새해를 시작하면서 여러 변화를 맞이 했다. 모든 서류들과 회사와 씨름하느라 몸도 마음도 고됬나보다. 나는 피곤하면 입술 주변에서 먼저 신호가 오는데 이번에도 늘 같은자리에 트러블이 올라왔다. 대상포진 같기도하고 그냥 트러블이 아니라 몸속에서 오는 문제가 피부로 발생하는 느낌이다.
이 신호를 받자마자 감기에 걸렸다. 회사 ��빌딩이 있는데 일박이일이라 정말 가기 싫었다. 왜냐하면 퇴사 절차를 논의하면서 메니지먼트에 만정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인사과와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인사과는 계속 내 상사들을 이 문제에 개입시켰다. 이점은 모든게 정리되고 퇴사직전에 내 생각과 느낀점을 공식적인 메일로 쓸 생각이다. 내가 원하는 걸 관철 시키는데 내 상사가 그 미팅에 들어오면 내가 어떻게 내 목소리를 낼수있나? 사안이 사안이다보니 복잡해서 중간에 한국어를 할줄아는 동료가 참석했는데, 나랑 개인적으로는 친하지만 회사일이 엮이면 그 동료도 메니지먼트의 어조로만 나를 대한다는 걸 느꼈다.
회사는 내가 일하고 돈버는곳 그게 가장 메인 컨셉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왠지 우리는 도덕적인 잣대를 스스로에게 갖다대서 내가 받는거보다 더 하는걸 선호한다는 느낌이다. 회사의 이중성을 여러번 봤는데, 고객이 돈을 제때 안주면 우린 자선단체가 아니야 이러면서 또 직원들한테는 일을 더시킨다. 그럼 뭐 직원들은 자선단체 직원인가? 도움이 필요할때는 언제든 말하라면서 정작 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이나 더 나은 방법이 있어 그렇게 해달라면 안해준다.
예전 대학교 기업법 시간에 법인이란 개념에 대해서 배운게 생각난다. 기업에도 인격체를 부여해서 독립적 한 개인으로 모든 사회활동을 할수있다는 의미 였던거 같은데, 메니지먼트는 회사의 인격에 자신들이 부모라도 되는거 처럼 감싸고 보살피는게 때로는 애처롭다. 나는 무엇보다 내가 제일 중요하고, 회사에서 내가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 것들은 다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아 차라리 그냥 이거 안받고말지 할정도로 사람을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 나는 언제나 의도를 가지고 시도하는 사람이 될것이다. 협상테이블에 가는게 두려워 대화를 시작조차 하지 않고 포기 하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 나는 내 직관과 느낌을 따를 자격과 힘이 있다. 이만큼 성장한 내가 대견하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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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nproject · 5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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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샀다고 생각하는 아이템 3가지"
*잘 샀다고 생각하는 아이템 3가지
1. 건조기. 귀에 딱지가 앉도록 쓰던 사람들이 쓰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해서 구비하게 된 건조기.
정말이다.
내 인생은 건조기가 있기 전후로 나뉘어도 과언이 아니다.
실내건조 하는 번거로움이 싹 사라졌다.
인간의 발명품 중 위대한 것 중에 손에 꼽을 수 있다.
다들 꼭..사길.
2. 쓰리잘비. 이렇게 명명하는게 맞는지 모르지만, 고무모양 날?로 빗자루 역할을 하는 것인데,
머리 말리고 나서 머리카락 및 먼지 쓸기에 아주 안성맞춤이다.
기존에는 밀대를 썼는데 이게 훨씬 잘 쓸리고 좋다. 대단한 게 아닌데도 아주 좋다.
3. 아직이다.
아직 3번째를 찾지 못했다.
맘에 쏙 드는 것이 없는걸.
4. 나는 되게 팔랑귀에 뒤늦은 유행을 쫓는 사람이다.
얼리어답터는 아니고 더욱이 귀찮음도 많아서 그렇다.
좋다고 하는 것들 덜컥덜컥 사곤 했는데 전부 창고행이다.
인생은 딱히 타인의 기준을 들이댈 수 있는 건 아닌가보다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분을 놓을 수가 없다.
뭘 사야 잘 샀다는 소문이 나려나.
-Ram
*잘 샀다고 생각하는 아이템 3가지
1.등산화 작년에 노스페이스 수유���가서 등산복을 보려다가 생각지도 못한 등산화를 득템했다. 두꺼운 양말을 신을 생각으로 등산화 사이즈도 크게 구매했는데 그 이후로 너무 잘 신고 다닌다. 발 한 번 까진 곳 없고, 물집이 잡힌 적도 없다. 보아 다이얼로 편하게 신발을 벗고, 신고 하니 끈을 꽉 조여맬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보아 다이얼은 겨울에 보드 타러 갔을 당시 부츠 신을 때나 탁 눌러서 돌리고 돌려서 사이즈를 조절할 때 사용했는데, 등산화에도 달렸을 줄이야. 등산화가 있으니 어떤 산이든 일단 가기가 수월해졌고, 실제로 접지력도 좋아서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그리고 방수 기능도 좋아서 물이 고인 산길에서도 천하무적이 된다. (예전에 러닝화 신고 어떻게 등산을 했을까) 잘 산 등산화가 어디든 날 데려다준다!
2.노란색 유리도어 철제 수납장 우리 집엔 티비가 없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티비가 나오는 모니터가 방안에 있긴 하다. 하지만 거실엔 커다란 티비를 놓지 않았고 책장을 놓을까, 수납장을 놓을까 고민하다가 먼지가 무서운 나는 도어가 달린 수납장을 샀다. 수납장이든 책장이든 검색하면 흰색과 나무로 된 것이 많이 나왔는데 보다 보니 그냥 내가 그 색들에 질려버렸다. 그래서 뜬금없이 노란색 철제로 만들어진 유리도어 수납장을 주문했다. 철제가 생각보다 무거워서 조립할 때 살짝 애를 먹긴 했지만 결과는 대만족. 일단 수납장 안에 책, 공책, 자주 사용하지 않는 노트북, 아직 뜯지 않은 화장품, 코드들, 스티커들, 파우치들, 보드게임 박스들 등 잡다구니까지 바구니들을 이용해 다 넣으니 속이 후련했다. 수납장 위엔 새빨간색 JBL 블루투스 스피커와 전자시계, 선인장, 커다란 산세베리아 화분에서 어쩌다 보니 자른 잎을 심은 화분, 몇몇 위스키들과 선물 받은 술까지 올려놓으니 그 쓰임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포인트는 색상. 집에 들어오면 바로 노란색 수납장이 보이는데 옆에 있는 커다란 몬스테라와 그 외 식물들과 색조합이 너무 완벽해서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딱히 인테리어에 욕심이 없었는데 노란색 수납장을 산 후 보는 족족 만족감이 상승하니 사람들이 왜 집 인테리어에 투자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런 기운을 몰아 집 다이닝룸을 새로 꾸미고 싶어 시간나는 대로 열심히 이것저것 검색하고 있다.
3.멕시코66 태국에 있었을 때 주구장창 신고 다녔던 멕시코66. 내 기준 무지퍼셀보다 편하고 예쁜 신발이 또 있을 줄 몰랐다. 신다 보면 더욱 내 발에 맞아 편해지고 신 자체가 가벼운 건 두말하면 입 아프지. 신발이 가벼운 만큼 밑창이 얇긴 해서 겨울엔 살짝 넣어두지만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손이 가고 발이 가는 운동화다. 20대 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0cm가 넘는 힐만 신고 다니다 30대가 되어서야 운동화에 아주 조금씩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계속 힐을 쇼핑하긴 하지만 운동화가 그 시간들을 비집고 들어오다보니 힐 신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불쌍한 내 발한테는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가을에 나고야를 갈 예정인데 거긴 오니츠카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길래 또 다른 멕시코66을 들고 와야겠다.
-Hee
*잘 샀다고 생각하는 아이템 3가지
1.리코 Gr3x 카메라
dslr과 미러리스 카메라를 전전하다 다시 안착한 필름 카메라의 세계는 일순간에 붕괴됐다. 한 롤에 삼천 원 하던 싸구려 필름이 이만 원도 넘어서버리니 내가 가진 썩 괜찮은 필름 카메라도 렌즈도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셔터 한 번 한 번을 신중하게 누르게 되고 그 결과물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감각을 지금도 너무 좋아하지만 와인딩 한 번 할 때마다 드는 금전적 압박이 내게는 꽤 커다랗게 다가왔다. 이러다가는 기록 그 자체를 멈추게 될까 봐 새로운 카메라를 찾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구매한 새 카메라는 리코의 Gr3x였다. 일단은 작고 가벼워서 좋다. 카메라로서의 성능은 무지성으로 HDR을 남발하는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훨씬 사진다워서 좋다. sd카드에 있는 사진을 핸드폰으로 꺼내 오는 과정은 새 필름을 몇 개씩 챙겨서 다니고, 32컷을 모두 촬영한 다음에는 매거진을 갈아줘야 하고, 사진을 확인하기 위해 현상소에 필름을 맡긴 뒤 며칠을 기다려야만 하는 과정보다 훨씬 훨씬 간소하다. 컷 수에 제약이 없는 데다가 화각까지 내 마음에 쏙 든다. 아마 디지털카메라나 스마트폰 카메라부터 접해서 사용해 본 사람은 전혀 실감할 수 없는 장점이겠지만.
2. 티타늄 플라스크
백패킹을 갈 때마다 소주든 와인이든 그날 마실 술 한두 병 정도야 거뜬히 배낭에 넣고 다녔지만 이제는 가벼운 티타늄 플라스크에 그날 마실 위스키를 골라서 넣어 다닌다. 무게가 가벼워서 좋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가져갈 수 있는 양이 제한적이라 딱 적당하게만 취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플라스크의 뚜껑을 여닫는 느낌. 작은 구멍으로 위스키가 쫄쫄 흘러나오는 소리. 제한을 걸어둔다는 것만으로도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소중해지는 느낌. 고립을 즐기러 굳이 배낭을 메고 산속에 들어가는 일과 결이 맞아서 한 층 더 좋다.
3. 빅 아그네스 가드 스테이션8 쉘터 돌고 도는 유행을 바짝 따라붙어 다니다가 결혼을 한 뒤 메인 스트림에서부터 한참 멀어지고 나서부터 나의 캠핑 스타일을 정립할 수 있었다. 내가 캠핑이라�� 취미를 지속하기 위해서 펼치고 접을 때마다 두 시간씩이나 걸리고, 전기를 끌어다 써야 하는 맥시멀한 캠핑은 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오토캠핑을 하면서까지 불편하게 쭈그린 채 지내다가 허리 부서지는 미니멀한 캠핑은 하고 싶지 않다. 가드 스테이션8은 적당히 넓고 적당히 안락하고 설치와 철수에 적당한 시간이 드는 쉘터다. 만듦새는 적당히를 넘어서면서 적당히 인기 없는 바람에 지난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 본래 가격의 절반 값에 구할 수 있었다. 아마 스킨이 삭아서 가루가 될 때까지도 처분하지 않고 만족하며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든다.
-Ho
*잘 샀다고 생각하는 아이템 3가지
물건을 잘 안사는 편이고 심사숙고해서 사는편이라 고르는데 힘들진 않았다.
1.호카 호파라 샌달 작년에 남편이 남자친구인 시절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줬는데 진짜 편하다. 맨발에 신어도 되고 양말신고 신어도 되고 바다갈때 그냥 신고가서 물에 닿아도 되서 좋다. 이거 사고 남편이 니가 물건사고 그렇게 웃는거 첨본다 했었다.
2.스텐리 레거시 쿼드백 500미리 텀블러 이건 한 4년전에 사서 아직 잘쓰고 있는데, 찬거든 따뜻한거든 유지가 잘되고 튼튼하다. 요새 나오는거는 빨대형식이 유행인거 같은데 나는 무조건 밀폐되는걸 선호해서 가방에 넣고 다녀도되서 좋다.
3.살로몬 운동화 또 신발인데.. 살로몬은 진짜 너무 편하고 심지어 이뻐서 한국와서 또 사고 싶어봤더니 28만원이라.. 운동화에 28만원은 좀 아닌거 같아서 다음에 운동화를 산다면 호카를 살것같다.
이제는 물건을 살때 최소한 60살이되도 내가 이걸쓸것인가 생각하고 사게된다. 쓸데없는 소비를 하지말자 해도, 다이아몬드 반지는 하나 가지고 싶은거보면 미니멀리스트는 멀었지 싶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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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nproject ·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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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날 해봐라"
*백날 해봐라
그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되겠어.
삽질하면서 허송세월하면서 네가 뭘 이룰 수 있겠어.
시간 버리지 말고 귀중하게 뜻깊게 써라.
어영부영 하면 되려다가도 미끄러진다.
이런 말 들은 끝없이 쏟아진다.
내가 그들의 기준에 명확히 들어가지 못해서 그렇다.
좋은 대학 나와서 취업하고 결혼하고 애기를 기르는 보통의 길을 가지 못해서 그렇다.
그렇게 고집부려 백날 해봐라 입에 풀칠이나 하겠냐는 말에 뭐 딱히 반박할 수 없었다.
그러게요.
그럼에도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걸 당신도 백날 잔소리 해봐야 본인 입만 아픈 것을.
네 고집도 내 고집도 쉬이 꺾이지 않으니 어쩌겠어.
그냥 이렇게 살아내고 버텨내는 것이지 늘 반짝이는 청춘이 어디있겠어, 조용한 중년의 시간을 기다릴 뿐이지.
뭐, 어쩌겠어.
-Ram
*백날 해봐라
1. 어떻게 보면 마음이 다치지 않으려고 늘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한 것 같은데, 오늘 읽은 책에서 인생엔 비관이 꼭 필요하다는 글을 읽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다. 오히려 매사 밝은 면만 보면 실망감이 크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등 살짝 뼈가 있는 문장들이 계속 서술됐다. 새로운 시각이라 관련된 글을 더 읽고 싶어서 구글링을 해봤는데 같은 맥락을 가진 글 중 '면역력'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면역력을 조금 더 키울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선 앞뒤 맥락 없이 일어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으니. 내 마음대로만 돌아가진 않으니. 나의 상식 밖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않도록.
2. "너무 흠만 ���지 마. 너도 이제 좋은 점도 이야기해 볼 수 있도록 노력해 봐. 조금만 더 좋게 생각하고, 안 좋은 점만 보려고 하지 말고." (오늘 오후의 대화 중)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온 것은 알겠지만, 앞으로 더 살 날이 남아있으니 달라져 볼 수도 있잖아'
-Hee
*백날 해봐라
며칠 전부터 발목이 시큰거리는 게 오늘이 대회랍시고 무리했다가는 요절이 날 것이라 말하는 듯해서 천천히 걸었는데, 중간 cp에서 생각보다 입상권에서 멀지 않다는 말을 듣고서는 마음이 다급해져서 뛰기 시작했다. 남은 거리를 숨이 넘어갈 듯 오르고 달렸다. 체온이 급격히 오르면서, 발을 디딜 때마다 느껴지던 통증이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고 마침 남은길은 내리막과 평지가 대부분이라 신나게 달렸다. 그렇게 몇 사람을 제치고 피니쉬 라인에 도착하긴 했는데, 나보다 먼저 도착해서 쉬고 있던 사람들이 환호해 주는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려왔다. 그게 왠지 ‘네가 백날 해봐라, 입상이 가당키나 하겠냐’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지방에서 하는 영세한 대회였고, 날씨가 대단히 좋은 시기라 같은 날 열리는 더 큰 대회, 행사에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이번 대회에 참가한 사람도 적었지만 순위에는 아쉽게도 못 들었다. ‘비싼 돈 내고 대회까지 왔으면 진통제를 먹고서라도 뛰었어야지. 부상에 연연하는 것도, 컨디션 관리를 못 하는 것도 결국 다 실력일 테지. 그런 어중간한 마음으로 대체 뭘 하겠니.’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자책이 이어졌다. 미리부터 포기하지만 않았더라면 3위와의 몇 분 차이 정도는 충분히 줄일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운 마음때문에. 아~ 그냥 시간 차이 많이 나지… 그럼 아무렇지도 않았을 텐데. 이 질척질척한 여운이 적어도 며칠은 갈 것 같다.
-Ho
*백날 해봐라
주로 이런말은 부정적인 상황에서 비꼬는 말인 것 같다.
일단, 백날을 무엇을 해서 못이룰일은 거의 없다고 본다. 백날동안 꾸준히 뭔가를 한다면 그것만으로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물론 결과를 보고 판단하고 그게쉽지만 여러번을 백날이 있다면 충분히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히 상상도 못하는 작가의 백날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에서 노벨 문학상이 나오는 놀랍고 멋진 일이 생긴거 아닐까?
누가 뭐래도 내가 하고 싶은걸 하고, 내가 옳다는 것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며 살 것이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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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nproject ·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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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것들"
*불필요한 것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모아두고 쟁여두는 사람이 되었다.
불안했거든.
필요해지는 순간이 올까봐 나는 늘 불안했다.
화장품이며 생필품, 수건 양말 같은 것들도 동나기 전에 애써 채워두어야 마음이 편안했다.
눈을 돌려 이제 필요해질 것 같은 것들도 쟁여둔다.
냄비도 신발도 다 그렇게 새것이 쌓인다.
사실 불필요한 것은 내 불안함이다.
내 불안 속에 날 가두지만 않으면 어떤 것도 불필요하지 않아진다.
그럼에도 결핍뿐인 내가 어떤 허전함을 채우는 방법이 딱 그정도인 것이다
-Ram
*불필요한 것들
다음날 남는 것도 없고 별 시답지 않은 것들을 하며 새벽을 지새우는 것 -그 시간에 잠을 자고 더 퀄리티 있는 다음날(아침)을 즐기자고 생각하는 요즘.
선택을 미루게 하는 많은 망설임 -할까 말까 망설일 땐 그냥 해버리자는 마인드로 살고 있다. 표현도, 행동도, 생각의 꼬리를 잡는 것도, 누군가에 대한 안부도, 마음��� 깊이 담겨있던 말들도.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남의 걱정 -누군가의 하소연을 듣고, 같이 공감해 주다 보면 갑자기 깊게 감정 이입이 되어 헤어지더라도 나 혼자 있을 때 '그녀의 상태가 괜찮을까.', '그의 하루가 괜찮을까' 등의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기에 오로지 해답은 그녀 또는 그의 마음에 달렸다.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면 걱정들을 놓아주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느끼는 요즘. 게다가 당사자는 두 발 뻗고 잘 잔다. 행복하겠지. 행복해라.
이유 없는 예민함과 사나움 -사실 이유가 없다기보단 당사자만 아는 이유로 인해 사나워져도 타인에게 짜증과 화를 낼 필요는 없다. 아니, 그러면 안 되지. 나는 그러지 말자고 다짐하는 요즘. 굳이 따지자면 다정한 사람이 더 좋잖아?
신념도 아닌, 소신도 아닌 아집 -자신의 아집으로 인해 결국 손해 보는 결정을 하는 경우를 봤다. 아집은 나 '아'와 잡을 '집'이라는 무시무시한 뜻을 가지고 있는데, 정말 스스로의 아집을 내세우다 본인의 발에 걸려 넘어져 버렸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 아닌, 해로운 방향으로 가는 선택을 하는 사람으로 인해 물음표가 난무했던 요즘.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불필요한 것들
1.나의 뱃살 내 배는 한번은 납작해질 수 있을까?
2.서로를 탓하는 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를 탓하는 말들
3.있는대 또 사는거 에코백이 있는데 또 사고 텀블러가 있는데 또 사는 것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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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nproject ·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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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모순
그리워하는 것들은 죄다 모순이다.
얼마전 모순을 주제로 사람들과 이야기하였다.
왜? 왜이런 선택을 했을까? 우린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
인생의 선택에 모순 투성이다. 그럼에도 나아가야한다면 우린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지금도 내 모순적인 모습에 환멸이나곤 한다.
좋은 마음도 좋지 않은 마음도 아닌 채 나는 어떤 일들을 끌고간다. 맺을, 끊을 자신도 없으면서.
나는 지독한 인간인 것이다.
-Ram
*모순
1. 하루가 다르게 아침과 밤이 차가워지고 있다. 아직 나는 여름을 떠나보낼 준비가 안됐는데 바깥공기가 차가워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어제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공기가 서늘해서 혹시 베란다 등 집에 문이 열려 있는 곳이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 봤는데 당연히 모든 창문들이 닫혀있었다. 찬 공기에 거의 등 떠밀리듯 압축팩에 넣어둔 겨울 이불을 꺼냈고, 여름 이불은 세탁했다. 압축팩을 꺼낸 김에 겨울옷들을 모두 꺼내 서랍장과 행거에 가득 채웠고, 여름 옷들은 다시 압축팩으로 들어갔다. 요 몇 년 사이 여름의 기억들이 좋아서 겨울은 더욱 내 안에서 열세했다. 추위로 인해 나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고, 운동을 할 때 (특히 테니스) 효율이 극히 떨어지고, 겨울밤은 그저 외면했었던 나의 겨울들. 이제는 조금은 바꿔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언제까지 겨울을 미워할 수 없고, 재미없다고 할 순 없다. 더 부지런히 움직여서 몸에 열을 내고, 낮은 온도로 인해 굳은 내 몸은 스트레칭을 많이 해서 조금은 더 유연해질 수 있도록, 그리고 단단하게 챙겨 입고 집 밖으로 나가 폴폴 입김을 내며 크게 웃는 날들이 많아질 수 있게 해보자.
2. 사유해야 휩쓸리지 않고, 중심이 있어야 흔들리지 않는다. 아무 생각없이 끌려가지 말자.
-Hee
*모순
귀여운 걸 보면 왜 깨물고 꼬집어주고 싶을까. 어떤 장면들은 왜 웃긴데 슬프기까지 할까. 에어컨이 고장 나는 바람에 정말이지 지겹도록 길고 괴로웠던 여름이 이제야 가려는데 왜 아쉬운 마음이 슬그머니 자라나는지. 왜 좋아하던 일도 파고들면 싫어지고 잘 지내다가도 가끔씩은 그냥 죽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 왜 누군가를 싫어하면서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지.
전에는 모순 같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어째선지 모순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곧바로 이해되지가 않았을 뿐, 삶이나 감정의 평형을 맞추기 위해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된 무게추 혹은 안전장치 같이 느껴진달까.
-Ho
*모순
가끔은 모순적이라 느껴져도 괜찮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아는거니까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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