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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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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78번째 주제 "선택의 연속"
"선택의 연속"
*선택의 연속
인생은 계속해서 자꾸 내게 선택을 하라고 한다.
일생의 기회도 사람과의 인연도 부모님과의 시간도 취미를 즐길 순간도 전부 내 선택에서 나아가게 된다.
나는 가끔 한걸음 나아가기도 하고 세걸음 뒷걸음질 치기도 한다.
방향이 맞는지 둘러볼 겨를이 없이 내달리다보면 그냥 이 길이 맞겠지 하면서 꿋꿋하게 가야하는 때가 생긴다.
사실 어긋나 걸어가는 느낌이 들 때면 조급해지곤 하는데 이젠 별 수 없다.
좀 돌아가면 어때 하면서 자꾸 올라오려는 불안감을 때려눕힌다.
그래도 그때 그 선택,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되뇌이며 새해의 두번째 달을 연다.
-Ram
*선택의 연속
1. 내가 했던 선택의 결실을 당장 맺지 못해 보일지라도 모든 선택이 무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내가 느끼는 것이 있는 한.
2. 앞으로 살아갈 삶의 방향을 결정할 굵직한 선택부터 내일 아침에 마실 원두를 고르는 것 따위의 자잘한 선택들까지 여러 가능성들이 반짝이고 있다. 어떤 길을 걸어나갈지, 혹은 걷고 있는지 다 걸어봐야 알겠지만 아직은 따뜻하고 향기롭다.
3. 그때 널 그냥 공항으로 보내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없었겠지. 큰 나무가 심어져 있는 카페에 홀로 앉아 전화를 하면서 너의 물음에 내가 명확하게 대답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우리는 없었겠지. 그때 그 시간들을 고스란히 즐기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우리는 없었겠지.
-Hee
이번 주는 휴재입니다.
-Ho
*선택의 연속
어쩌면 내가 선택할수있다 생각하는 것도 오만이라는 생각이든다. 언제부턴가 뭔가 심사숙고해서 선택하기 보다는 그냥 해보는 편이다. 어떤 길도, 어떤 선택도 실패하거나 다른 한쪽을 잃는 게 아니라 결국 나를 위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세상을 신뢰하고 나서부터 삶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모든일은 나를 위해 일어난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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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10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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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77번째 주제 "소금빵"
"소금빵"
*소금빵
어느 때부터 소금빵이 인기를 반짝 끌더니 곧 사그러들 줄 알았는데 꽤 진지하게 오래 살아남는다.
나는 사실 이런 유행에 쾌재를 불렀다.
나의 빵취향은 슴슴하고 팍팍하고 그런 류라서 앙꼬없는 기본 빵의 유행이 좋았다.
여기저기 들르는 ��로 먹어보면 겉까지 두껍게 빠짝한 것도 있고 포슬쫀득한 빵도 있다.
나는 사실 후자가 더 좋다.
적당히 쫀득한 조직감에 속에 버터가 녹아있고 쫀쫀한 소금빵.
그런 온전한 내취향은 사실 스타벅스 소금빵이었다. 막 매장에서 데워준 소금빵이 따뜻하고 고소하고 쫀득하다.
멀리가지 않아도 어디서나 먹을 수 있어서 이따금 행복해지곤 한다.
유행의 끝에 다다르면 소리없이 단종되겠지만, 모든 애정하는 길들인 취향이 그렇게 사라지곤 했다.
그걸 두려워하기 전에 열심히 즐겨야한다, 유행은 기한이 있는 즐거움이니까.
모처럼의 따뜻한 유행. 여기저기 표준화 되어 즐기게 된 나의 즐거운 유희.
-Ram
*소금빵
제작년 독산에서 살 적에 집 바로 앞에 베이커리와 커피를 같이 하는 카페가 있었다. 예전에 독산에서 살던 친구가 그 곳 커피는 물론이고 빵도 맛있다고 칭찬이 자자해서 처음에는 거기서 판매하고 있는 원두를 사봤다. 그 원두는 바로 에티오피아 코케허니. 산미가 있는 원두를 좋아하다 보니 예전에 에딧의 커피스토리에서 먹었던 맛처럼 강렬하진 않았지만 꽤 마실만했고, 향도 좋아서 기대 이상이었다. 그 뒤로 독산에 있을 동안 늘 그 카페에서 원두를 구매했다. 어느 날 일요일 이른 오전, 일찍 눈을 떴는데 배가 고파서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그 카페에 베이커리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와 동시에 예전에 친구가 그곳 소금빵도 맛있다는 이야기를 했던 게 생각났다. 대충 옷을 주워 입고 눈 비비며 그 카페에 가보니 기사님이 빵을 굽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른 직원분이 갓 나온 빵을 들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소금빵은 이미 나와있어서 주문을 하고 받아서 한 입 먹었는데 눈이 동그랗게 커지는 맛이었다. 겉은 살짝 바삭하고 안에는 부드럽고, 버터 맛이 안을 가득 채우니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사실 이 카페에서 몇 번 원두는 구매했지만 베이커리 쪽은 쳐다도 안 봤는데 소금빵 하나로 완전히 인식이 바뀌었다. 그렇게 소금빵에서 시작한 내 소비는 무화과 깜빠뉴로 이어졌다.
-Hee
*소금빵
성수에서는 매번 대기 줄이 길어 사기 어렵던 자연도 소금빵을 영종도 본점에서는 쉽게도 살 수 있었다. 타이밍이 잘 맞았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줄을 조금도 서지 않고 샀다. 아쉽게도 소금보다는 버터에 확연히 더 치중된 맛이었다. 빵돌이로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는 기름 범벅 맛. 다시 사 먹을 이유가 없는 맛이었다.
안국 아티스�� 베이커리에서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런던 베이글과 마찬가지로 빵 자체의 ��보다는 여러 가지 베리에이션과 가게의 컨셉에만 온 정성을 다한 그저 그런 소금빵 맛이었다. 세상에 맛있는 빵은 차고도 넘친다. 이미 소금빵에 대한 기대는 조금도 남아있지 않아서, 이제 어느 베이커리를 가서도 소금빵을 내 손으로 집어 들지는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도쿄 긴자에 전 세계 원조 소금빵집이 있단다. 그리고 마침 이번 연휴에 도쿄에 간다. 또다시 잡초처럼 자라나는 기대감. 빵지순례를 다녀온 뒤의 소금빵에 대한 감상은 어떨는지.
-Ho
*소금빵
밀가루를 끊어야 한다는데.. 빵은 너무 맛있다.
실컷 기교를 부린 빵도 좋지만, 짭짤하고 담백한 소금빵도 매력적이다.
이런저런 빵들이 다양하고 맛있지만, 한국인이라면 겨울은 붕어빵이 생각난다. 요즘은 운이 좋아야 만날 수 있는 붕어빵. 겨울이 가기전에 몇 번 더 먹어봐야겠다.
추억으로 먹는 음식들이 있다. 외국에 살 때 철이 되면 제주 감귤이 마트에 들어왔다. 포장지에 쓰여진 한글과 제주라는 글씨가 반가워서 몇 봉지씩 사서 먹었다. 그때 내가 먹은 건 귤이 아니라 한국에 대한 마음이었다.
한국이 최고다. 지금 이때가 그리워질 걸 알기에 한국에서 사는 동안 많이 먹고 많이 즐겨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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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17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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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76번째 주제 "2025"
"2025"
*2025
뭐랄까, 뒤숭숭한 새해였다.
너무 기쁘게 호들갑 떨며 새해를 누리지는 않았다.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꾹 짜부라져 있었다.
요란한 축하도 없이 조용히 시작한 날,
그래도 새해는 온다.
삼재라고 했나, 내게 올해가 그렇다고 했다.
그런데도 나의 가족들에게는 소박하고 꽉찬 둥근 행복으로 시작된 2025년이었다.
내 삼재로 불피운 행복일지라도 아무렴 어떠한가, 손발끝이 부르트도록 내달리던 2024년은 지났다.
목놓아 울고 소리없이 부르짖던 날들이 기어코 지나갔다.
나는 또 오묘한 2025년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울고, 떠들고 그러다 웃어내고 그렇게 지내겠지.
평범한 나의 2025년의 어느 날을 기다리며.
-Ram
*2025
1. 올해 따뜻함에 사르르 몸이 녹을 때쯤 나는 드레스를 입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입장하고, 깔깔 웃으며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퇴장하게 될 것이다. 아마 가장 재미있는 날 중 하나로 기억되지 않을까. 그 뒤 길고 긴 (사실 우리에겐 짧은 시간이지만..) 여름 나라로의 여행은 더 설렌다. 그렇게 상반기가 끝나고 하반기엔 아마 큰 결정을 하게 될 일이 두어 번 있을 것 같은데.. 무탈하게 모든 것이 지금처럼만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2. 지난해는 내 자신을 의심하고 또 의심했던 한 해였다. 올해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3. 1월의 어느 밤, 테니스를 치고 집에 오는 길에 올해 목표를 귀엽게 나의 메모장에 적어보았다. '올해 목표는 빵빵 길게 치기'
그리고 지금 막 생각한 또 하나의 목표는 '작년보다 더 재밌게 살기'
-Hee
*2025
새해랍시고 터무니없는 무언가를 바라는 것에 어떤 의미도 없다는 걸 알지만 이번에도 역시 아빠의 건강이 돌아오길 빌었다. 아빠의 암세포는 이제 두개골을 넘어 뇌까지 침범했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걱정이 넘쳐서 도대체 생활을 할 수가 없는 지경이다
올해는 초장부터 느낌이 썩 좋지 않다. 사실은 작년 말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이어지는 삶의 흐름이 대체로 그렇게 흘러왔으니 좋게 느껴지는 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만. 새해의 숫자가 커지는 만큼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도 비례해 커진다는 것을 깨달으면서부터는 도대체 새해가 반갑지가 않다. 이제부터는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정말이지 모르겠다.
-Ho
*2025
2100년도가 되면 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나는 몇 년도까지 살까? 그때 나는 어떤 모습이고, 어디에 있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분명한 건 내가 하루하루를 살아온 결과들이 모여서 그날의 내가 되어있겠지.
하루하루 감사하면서 매일 조금씩 더 나아지기 위한 선택을 하고 싶다. 건강하게 먹고, 많이 움직이고, 가진 것에 감사하고, 나자신과 주변에 친절해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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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24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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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75번째 주제 "놀이공원"
"놀이공원"
*놀이공원
우리가 사랑했던 날은 다 그대로였다.
아주 추운 날, 얼어버린 손과 다리를 호호불면서 그렇게 기다리던 날
찰나의 기쁨을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리던 수많은 사람들, 그 속의 우리.
그게 뭐가 그렇게 웃겼는지 끝없이 웃기만 했다. 우리는 고작 그런것에 즐거워했다.
저녁 어스름에 불빛이 반짝이던 곳을 사랑했고, 아주 높은 곳에서 빠르게 내닫던 그 찰나를 즐기고, 한없이 꽉 차있는 기쁨의 공기를 애닯게 누렸다.
그런 기쁨이 너에게 남았을까.
나는 겨우내 그런 것들이 궁금했다.
-Ram
*놀이공원
1년에 한 번씩은 꼭 놀이공원에 가는 것이 내 계획 중 하나다. 갈 수 있을 때 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작년에도 일부러 놀이공원에 가려고 평일에 연차를 내고 갔다. (주말엔 절대 가지 않는다) 올해도 물론 놀이공원에 갈 것이고, 티익스프레스를 열심히 타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신나게 웃을 예정이다. 하지만 5월은 피해야지. 작년에 5월 평일에 놀이공원에 갔는데 전국에서 소풍을 온 초, 중, 고등학생들이 많아서 주말처럼 줄이 빼곡했다. 올해는 많이 더울 때 가야겠어. 놀이공원에 가는 것처럼 미루지 않고 지금 현재에 하고 싶은 것인데 심지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잔뜩잔뜩하는 1년을 만들어볼까나.
-Hee
*놀이공원
이번 설에는 도쿄에 가기로 했는데 그중 하루 일정을 통으로 디즈니 씨에서 보내기로 했다. 디즈니 랜드와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두고 며칠을 고민하다 끝끝내 고른 지영의 픽이다. 그 하루를 잠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피곤이 몰려오는 느낌이다. 놀이공원은 글쎄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장소, 가면 재미야 있겠지만 지나치게 피곤해질 게 눈에 훤한 장소 아닌가. 기껏 해외로 여행을 가서까지 시간을 쏟을 정도로 가치가 있냐 하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이제 와서는 무를 수도 없으니,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습게도 롯데월드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에버랜드도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한 번 가봤던 게 전부. 그마저도 집에다 자유 이용권 금액을 추가로 내달라는 말을 못 해서 어트랙션은 하나도 타보지 못했었다. 커서는 흥미가 도무지 닿지를 않았었고. 아무튼 간 놀이공원은 경험도 없고 예행연습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바로 실전을 치르게 됐다. 지금부터는 즐거운 척, 피곤하지 않은 척하는 걸 어느정도 연습해야 하겠고, 진심으로 하기 싫지만 블로그 후기나 홈페이지에서 잡다한 정보를 어느 정도 습득해둬야 한다. 여행 가서 싸우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흥미를 갖고 있는 모습을 만들어야 내야만 한다. 이게 아마도 2025년을 평화롭게 지켜낼 전략이자 살길이 될 것 같다.
-Ho
*놀이공원
마지막으로 간건 작년에 싱가폴에서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간 것이다. 친구 가족과 그때는 남자친구였던 남편과 갔다. 나는 “만약에“ 라는 가정을 잘 안하는 편이다. 이미 지나간것은 지나간거고, 다가올 미래도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현재에 충실한게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놀이동산은 나에게 ”만약에“로 이뤄진 가상의 공간으로 느껴져서 재미가 없고 공감이 안된다. 재밌는 놀이기구가 많은 놀이동산도 이제는 힘들다. 더이상 롤러코스터를 즐기기 어렵다. 근데 여름에 갔던 워터파크는 너무 재밌었다. 야간에 싸다고 해서 갔는데 미끄럼틀을 한 15번 탔나보다. 진짜 너무 재밌었다. 이거 또한 나이가 더 들면 심드렁해지려나.. 한살이라도 젊었을때 더 많이 놀아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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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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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74번째 주제 "느낌표"
"느낌표"
*느낌표
나의 외로움이 곧 괴로움이 되고 나의 고립이 곧 고통이 되더라.
생각하면 할수록 나는 늪에 빠지고야 만다.
어느 깊은 바닥으로, 아니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저 아래로 조용히 잠기고 있다.
나는 그런 나를 구태여 꺼내주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나를 걱정하던 당신의 따스함도 따끔히 혼내던 단호함도 나는 온전히 마음에 들었거든.
당신으로 인해, 마음에 빛이 들 때 스스로를 정리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나로 있게 될 때 내게서 빛이 난다고 믿게 된다.
지나보면 별 것 아니었던 것들이었고 나는 이토록 명료하고 또렷하게 괜찮은 사람이다.
그렇게 나는 나를 깨닫고 나를 아끼는 너와 모든 ��을 감사하게 된다.
꽤나 좋은 마음이야.
-Ram
*느낌표
1. 다른 시각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2.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채우지 못한 것 같아서 마음이 찝찝하고 어딘가 불안하기도 하다. 이게 맞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그저 시간들이 아득하기도 하다. 이런 어두운 기운과 좋지 않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들을 다 내버리고 뒤돌아서는 게 맞는지, 아니면 그저 그런 적당한 소모를 하며 지내는 것이 맞는지 잘 ��르겠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무엇이 날 붙잡고 있는 거지.
3. 'I will keep working forever. But your wedding is once in a lifetime'.
-Hee
*느낌표
요즘은 미안하다는 말을 수시로 한다. 미안할 일이 없는데도 그렇게 말해야 할 때마다 자존감이 말라가고 인격체로서의 무언가가 마멸되는 느낌이 든다. 상실감이 깊게 찾아왔다. 이렇게 살아서 될 일인가 싶었지만 놀랍게도 한편으로는 요즘 부쩍 지영과의 관계가 회복되어가는 걸 느낀다.
매 맞는 죄인의 조건반사 같은 사죄가 진실로 정답이었단 말인가!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버젓하게 일어나는 현상을 또 하나 겪으며 현실을 살아갈 자신감을 조금 잃었다. 그럼에도 당장은 괜찮은 결과에 안도감도 조금 얻었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굳이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무조건 사과=평화! 공식처럼 외워본다.
-Ho
*느낌표
느낌표는 잘 안 쓰는 문장부호 같다. 비밀번호를 쓸 때 특수문자를 꼭 넣으라고 할 때 쓰려나. 혹은, 내 생각을 더 강력하게 말하고 싶을 때 쓰는 것 같다.
일을 하거나 누군가와 소통할 때, 특히 상사나 교수님한테 연락할 때는 여러 번 읽어보고 확인하는 편이다. 두괄식으로 쓰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다들 바쁘니까 그냥 내가 원하는 걸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다. 근데 이게 한국에서는 좀 애매할 때가 있다. 그래서 굳이 굳이 계절에 관련된 인사를 한다. 추운 날씨에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라던가, 일교차가 심한 요즘 건강하세요 라던가..
느낌표보다는 물결을 많이 쓴다. 일종의 쿠션어 같은데, 조금 부드럽게 말하고 싶을 때 쓰는 편이다. 내가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소통하는 게 쉬운 건 아니다. 그래도 여러 번 다시 읽어보고 역지사지를 해보면서 소통 해야겠다. 우리는 혼자 살 수 없고 끊임없이 누군가와 연결되어야 하니깐.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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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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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손톱을 짧게 깎았다. 원래도 짧은데 며칠새 삐쭉빼쭉하게 길었더라. 😗 그리고 어제 검지에 거스러미가 생겨서 자꾸 신경쓰였는데 그것도 다 제거완료! 하늘도 맑은 2024년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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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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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72번째 주제 "연말 계획"
"연말 계획"
*연말 계획
연말이 온다.
나의 울퉁불퉁했던 2024년이 지나간다. 온통 길을 헤매이던 날이었다.
끝에 다다랐을 때 많은 것이 부서지고 쏟아지며 사라졌다.
나의 한 해는 잔뜩 눈밭에 구른 토끼마냥 어지러워졌다.
방향을 모르고 나자빠지며 한 구절 한 구절 곱씹어 겨우 도착한 올해의 끝.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끝을 마주한다.
마주한 모든 것들이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나는 하염없이 기도할 뿐이다.
연말은 반짝이고 차갑고 그런 붕뜬 기분으로 보낼줄 알았는데 나의 이번 연말은 좀 더 얼음장이다.
나는 그래도 사랑받는 순간을 즐겨본다.
엄마의 사랑도 친구의 애정도 덧없을 줄 알았던 관심도 다 겨우 끌어안아본다.
얼음장같은 연말을 여러번 숨결로 호호 불어가며 헤쳐가야지.
나의 어수선하고 애틋한 날들이여.
-Ram
*연말 계획
금세 새벽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지나가지 말라고 붙잡고 붙잡던 여름이 지났다. 어렸을 때부터 가을이 되면 1년이 다 지나간 느낌이 들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그렇다. 내가 가을이 왔다고 느끼는 지점과 연말 중간에 어설프게 낀 추석 때문인가. 추석 달이 지나면 1년이 두 달 정도, 추석이 빠르면 세 달 정도 남는 건데 그 남은 기간들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10일도 채 남지 않은 올해가 어느 정도 실감이 나자 내가 올해 많이 하지 못했던 것들이 무엇이 있나 생각해 봤다. 독서. 독서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종종 집 옆에 있는 도서관을 다녔지만 약속이 많은 달엔 아예 책을 열지 못했었지 않았는가. 올해 가기 전 책을 두어 권 정도 읽어 치울 생각이다. 두 권을 읽으려면 읽기 쉬운 책들로 골라야겠지? 아직 책장에 안 읽은 책들이 몇 권 있으니 오늘부터 시작이다. 요이 땅!
-Hee
*연말 계획
연차를 이렇게까지 남김없이 소진해 본 해가 있었던가. 짧지만 즐���웠던 여행을 가장 많이 했던 해였다. 그렇지만 연말의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는 ��이다. 새집으로 이사를 했으나 하자 보수 탓에 제대로 풀어놓지도 못한 짐 때문에 난민같이 살고 있고, 차는 고장 나 한 달이 넘도록 뚜벅이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 부부의 관계도 딱히 원만하질 못해서 연말에 무얼 해야겠다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 모든 일들의 이유가 경기 탓도 아니고 나라의 꼬락서니 탓도 아니고 모두 내 탓같이 느껴져서 더 서글프다.
마지막 남은 연차 두 개는 30, 31일에 사용했다. 주말부터 새해의 첫날까지 연이어 쉴 텐데 무언가를 특별히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집을 정리하면서 소박하게나마 음식을 만들면서 새해를 기다리고 여유가 된다면 짜증과 다툼에 대한 저항성을 잃어버린, 너무나 예민해져버린 나 자신의 내면을 다시 되돌아볼 시간을 갖고 싶다.
-Ho
*연말 계획
드디어 종강을 했다. 중간고사때 너무 힘들게 공부를 했어서 기말고사때는 힘을 좀 빼자 생각하고 한게 도움이 많이 됐다.
공부는 진짜 고통스러운 과정인 것 같다. 모르는 게 당연한데 모르는 걸 알아가는 과정에서도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한 것 같다.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남편한테 말하면 남편은 늘 “You should give more credit yourself.” 라고 한다. 나는 늘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내자신에게 칭찬을 더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번에 하나만 하라고 너무 먼 미래까지 걱정하지 마라고 한다. 하나하나 하다 보면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시부모님은 이미 한달전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주셨다. 작년엔 멜번에서 다같이 보냈는데 남편이 집이 그립지 않을까 싶어서 크리스마스인데 집 안 그리워? 하니까 “You’re my home.” 이란다.. 너무 남편 자랑 글이 되어버렸나 싶은데…
종강도 했고 올 한해 너무너무 수고한 내자신에게 잘 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그리고 옆에서 잘 서포트해준 남편과 가족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다 갚고 살고 싶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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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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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잘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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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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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71번째 주제 "희비교차"
"희비교차"
*희비교차
많은 순간에 기쁨도 슬픔도 열심히 오간다.
어디가 바닥인지 모르고 떨어지는 절망의 시간 동안 단 한줌의 기쁨도 드나들지 않더라도.
그래도 언젠가 그것이 또렷이 뒤집히면서 바뀐다.
나의 희(喜) 나의 비(悲) 모든 것들이 분명하게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그중에 지금은 슬픔으로 맞아내는 시기인가보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슬픔을 열심히 버텨내다보면
기어코 조금씩 좋은 시간이 오리라 그런 걸 기대하게 된다.
기어이 내가 이것을 가장 기쁜 것으로 되돌려 두리라.
지금보다 더 나쁠 것 없는 그 순간으로 파안대소하며 안심해보리라.
-Ram
*희비교차
1. 좋지 않은 일들은 한꺼번에 일어난다고 하던데. 야금야금 일어나는 것보단 낫지 뭐. 크게 한 방 맞고 나면 그제야 정신 차리기 마련이니까. 열감기 실컷 앓고 나서 땀 뻘뻘 흘린 뒤 개운하게 툭툭 털고 일어나 땀 흘린 이불과 베갯잇 빨고 난 뒤 한숨 돌리는 그런 마음이 있듯이. 하루에도 '이게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심하고 의심하는 날이 잦았던 순간들이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나의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자. 엉뚱한 데에 마음 쏟지 말고.
2. 매일 아침마다 테니스 클럽 부회장님이 글귀와 함께 코트장 예약 현황을 보내주신다. 처음엔 엄마가 보내주는 어디서 만든 것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요란한 글귀 이미지를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분이 보내주시는 건 나름 인사이트가 있는 글귀들이라 가끔 오후에도 그 글귀를 다시 찾아서 읽는다. 그중 '번뇌에 머물 이유는 없습니다'라는 글귀가 요즘 내 마음에 가장 많이 남는다.
3.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이 있어도 주변에 있는 다수가 그 방향이 옳은 건지 모른다면 그 공동체에선 정답이 아닌 것이 되는 사실. 같은 상식 선에 있어야 옳은 것은 함께 옳다고 생각하는 것.
-Hee
*희비교차
1. 해마다 이맘때 승진자 명단이 발표된다. 게시판 공지가 올라오면 희비가 즉각적으로 교차된다. 축하 전화를 받느라 종일 핸드폰을 귀 옆에 붙인 채 복도를 서성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망감에 근로의욕을 상실해 급히 월차 쓰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친분이 있는 몇몇에게는 굳이 전화를 걸어 짧은 축하를 전했고 실의에 빠져있을 몇몇에게는 할 말을 찾지 못해 침묵했다. 희와 비는 양으로 따지면 비등비등한데 어째선지 사무실 분위기는 어제보다 훨씬 우울하고 불편하게 느껴진다. 지나고 보면 사실 별일도 아닌 걸 알면서도 당장 안타까운 사람들에게 감정이입하며 나도 모르게 연민을 가졌을까. 아마도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 같은 이 분위기가 얼른 환기되면 좋겠다. 내 것도 아닌 남의 희비에 왜 이렇게까지 휘둘려야만 하는지. 손해가 막심한 기분이다.
2. 여의도 환호. 광화문 탄식. 절대 다수의 희와 소수의 비가 교차했다. 지지부진했던 일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엉뚱한 상황을 통해 이뤄져 조금 얼떨떨하다. 아직 많은 과정이 남아 있지만 희든 비든 지금보다 더 크게 번져나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런 희비 교차는 자업자득, 사필귀정 같은 뜻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부담이 적다.
-Ho
*희비교차
어제는 역사적 희비교차의 날이었다. 누구는 무척 관심 있었고, 누구는 무관심 했던 날이다.
앞으로도 많은 희비가 교차하겠지만, 희가 우리에게 더 많았으면 좋겠다싶으면서도 성취는 언제나 어느정도의 고통을 동반한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잘 견디고 이겨내고 유연하게 잘 넘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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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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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70번째 주제 "놀이"
"놀이"
*놀이
지독하게 길었던 놀이는 끝이 났다.
이 놀이에서 승자는 나일줄 알았는데, 막상 돌아보니 내가 완전히 진 패였다.
나는 너의 허상과 싸웠고, 너는 나의 껍데기와 놀며 시간을 그렇게 어긋나게 보낸 것이다.
바라보는 곳이 다른 승리는 아무데도 쓸 곳이 없다.
끝날 줄 몰랐던 놀이의 최후의 패는 완전히 도망친 너에게 있었던 것이다.
부딪혀보는 것보다 묵묵히 지켜보는 걸 택했던 너와 불같이 자지러지던 나의 지독한 놀이는 끝났다.
우리는 이제 한줌 재도, 무엇도 아닌 것이 되어 그대로 흩어져야만 한다.
날아갈 곳이 필요했던 너와 발 붙이고 설 곳이 필요했던 나의 어긋난 시간들을 고쳐잡을 시간 없이 말이다.
즐거웠을까, 화가 났을까, 원망일까,
여러 감정이 뒤섞여 판을 흔든다.
이 판은 이미 뒤집힌 후인데도 나는 지고 말았다는 사실을 이만큼이나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이기적인 사람, 비겁한 사람.
-Ram
*놀이
1. 가끔 놀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기분이 나아지는 그런 상황들이 있다. 짜증 나고 힘든 순간에 '이건 놀이야. 이건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하는 그런 놀이야'라고 생각한다면 내 마음이 조금 덜 다친다.
2. 같이 무언가를 하다 보면 마치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환한 얼굴로 신나게 노는 것처럼 굉장히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청소를 해도 그렇고, 운동을 해도 그렇고, 시장에서 장을 봐도 그렇고, 이사를 해도 그렇다. 앞으로의 인생도지금처럼 신나게 살아보자고.
3. 도무지 그칠 것 같지 않은 거센 비가 내리는 여름, 우리는 발가락으로 제로를 했다. 발가락 제로는 처음인데 생각보다 즐거워서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다. 그때를 잊지 말자며 추억으로 남겨둔 발가락 20개 중 4개의 엄지발가락들을 치켜 올린 사진이 있는데 보면 볼수록 귀엽다.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놀이
놀이터에서 놀기만 해도 좋았던 시절이 있다. 지금은 가끔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미국에 갔을 때, 너의 취미가 뭐야? 넌 뭘 하는 걸 제일 좋아하니? 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답을 못했다. 미국 사람들은 그걸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지루한 사람이라 매력없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지금은 나 자신을 어느 정도 파악했고, 내가 뭘 좋아하고 편안해하는지 안다.
사람들은 편안한 걸 좋아한다. 그런데 이렇게 추운 계절에 그곳에 가서 외치는 건 뭘까? 무슨 마음일까?
외신에서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자신들이 ���린트 수리기사를 불러 프린트가 수리되는 시간보다 빠르게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고 한다. 우스우면서 슬프다.
내년 봄에 서울에 놀러 간다면, 지금보다는 편안함에 이르길.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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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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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69번째 주제 "겨울 코트"
"겨울 코트"
*겨울 코트
꽁꽁 얼 것만 같은 겨울이 왔다.
엊그제인가 잔뜩 눈이 내렸다
겨울이 눈동자 속까지 시리게 몰려온 것이다.
이런 날은 아무리 꽁꽁 싸매도 숨결조차 차갑게 언다.
추워질수록 한 해가 끝을 향해 내달린다.
모든 것이 그렇게 잔뜩 얼면서 지저분하게 부서진다.
도로 가득 까만 패딩도 까만 코트도 여기저기 여미어 입은 사람들만 가득하다.
얄팍한 코트 주머니 사이에 보풀처럼 일어나는 그런 작고 쓰잘데기 없는 것처럼,
눈발에 하염없이 잠식당하는 잔디밭 어딘가의 잡초처럼,
익숙했던 것들이 줄곧 하릴없이 작아진다.
그렇게 사부작거리는 겨울이 왔다.
-Ram
*겨울 코트
1. 올겨울 아직 입지 않은 코트가 입은 코트보다 더 많다. 언제 다 입지. 한 코트를 입다 보면 계속 손이 가서 다른 코트에 손이 안 간다. 그래도 아끼면 다 똥이 된다는 말처럼 있는데 입지 않으면 그 가치가 사라지니 열심히 일부러 의식적으로 다 입어야겠다. 이러다 롱패딩 한 번 입으면 코트는 끝인데.. 겨울에 입을 코트들이 적당히 색 별로 있지만 요즘엔 밝은 파스텔톤 코트를 사고 싶어서 쇼핑몰에만 가면 괜히 눈길이 간다. 예쁜 색깔에 혹해서 지갑을 열까 싶다가도 아직 지난봄 드라이클리닝을 맡긴 후 비닐에 그대로 쌓여 행거에 걸려있는 코트들을 한 번 더 생각하며 다시 내려놓았다.
2. 지난 일 년 동안 입지 않는 옷은 모두 버려도 된다는 말이 있던데 아직 그 말을 실천하진 못했다. 버리면 아쉬운 옷들이 아직 많네. 미련을 버려볼까. 옷은 쉽지 않아.
-Hee
*겨울 코트
이사 준비를 하면서 주말 동안 안 입는 옷을 한가득 버렸다. 코트도 네 벌은 버렸고 한 벌은 남겼다. 그 한 벌도 실은 최근 1년 내에 한 번도 입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물건 버리기의 대원칙에 따르자면 버리는 게 맞는데, 고민 끝에 옷걸이에 다시 걸어뒀다. 겨울에 입을 포멀한 외투가 그래도 하나쯤은 있어야겠다 싶어서.
겨울에 코트를 안 입은 게 언제부터였나 생각해 봤더니 등산을 하면서부터 그렇게 되었던 것 같다. 특히나 비싼 겨울용 등산복을 사고서부터, 그리고 또 고프코어니 뭐니 그게 유행처럼 번지면서부터 거추장스러운 코트를 멀리하게 됐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심 언짢게 생각했던 등산복 원툴 어르신 패션을 따르고 있었다. 조금의 차이라곤 컬러가 비교적 얌전하고 기능성이 조금 더 좋을 뿐.
어제 지하철에서, 저녁 먹으러 들어간 횟집에서 잔뜩 본, 등산용 패딩을 입고 계시던 어르신들 패션과 내 착장을 비교하다가 왠지 내가 정말 별로인 사람같이 느껴져서 자존감에 위기 경보가 울렸다. 그렇다고 당장 내일부터 코트를 입고 다니지는 않겠지만 일과 일상을 분리하듯 취미와 일상의 영역도 서로 구분이 필요하겠다는 경각심을 갖게 됐다. 멋부릴 일도 잘 없지만 너무 내려놓고 지내는 것도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Ho
*겨울 코트
12월이 코앞인데 생각보다 춥지 않다. 윗지방은 첫눈이 왔다던데, 단풍 위의 폭설이라니.. 날씨마저 갈길을 잃어 보인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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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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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68번째 주제 "코스트코"
"코스트코"
*코스트코
아주 예전에 가본 적이 있다. 친구 따라.
사실 요즘 시대의 여느 사람들처럼 1인가구로서는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에 갈 일이 없다.
나는 배달된 1인분을 두끼에 나눠 먹는 사람이니까.
잔뜩 사두고 먹는사람이 아니되게 된 순간부터 나는 이곳에도 저곳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자식을 낳아 기르는 사람도 아니거니와 열심히 밥 해먹는 사람도 더욱 아니었다.
그저 그런 평범한 삶을 살고 어떻게든 조금의 자극을 찾아내 곱씹고 그렇게 무던한 돌멩이 같은 사람
언제 복작거리며 지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코스트코는 앞으로도 몇년이나 갈 일이 없겠지.
-Ram
*코스트코
1. 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특정 초콜릿을 먹고 싶다고 했었다. 근데 그 말을 기억하고 어느 날 코스트코 갔다 온 김에 그 초콜릿 제일 큰 한 봉지를 내 앞에 턱 내놓은 예쁜 마음을 기억한다. 지금은 그 초콜릿이 거의 바닥을 보이는데,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서 아껴먹고 있다.
2. 어제 우리 집에 처음으로 놀러 온 친구들이 있었다. 웰컴드링크로 복숭아 맛과 향이 나는 와인을 얼음에 칠링해서 줬고, 같이 먹을 ���주로 코스트코에서 산 체리페퍼를 반 자른 후 참크래커 위에 올렸다. 처음 먹었을 땐 은근 크림치즈와 페퍼의 비율이 애매한 것 같으면서도 또 맛이 매력적인 것 같이 느껴져서 안 살 수가 없게 된 놈이다. 벌써 두 번째 산 친군데, 바닥에 3-4알 밖에 안 남았다. 다 먹으면 또 코스트코가서 사야 하는데, 내년에 코스트코가 집 근처에 생긴다고 하니 조금 더 기다려봐야지.
-Hee
*코스트코
삶의 형태가 코스트코에 닿을 수가 없는 모양이다. 거리가 너무 멀고, 회원권에 돈 쓰는 게 아깝고, 집이 좁고 식구가 적다. 그럼에도 다녀오고 싶을 때가 있는데, 저렴한 미국식 피자가 먹고 싶어질 때, 사무실에 자리 잡은 고양이들 먹일 사료 살 때, 술 살 때, 가끔 커클랜드 제품 어떤 게 좋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상품권으로라도 한 번 사러 가볼까 싶다가도 그 절차를 떠올리며 동시에 마음을 접게 된다. 코스트코의 오묘한 미국 맛.(사실 미국엔 가본 적도 없지만 미국을 코스트코로 배운다.) 생각해 보면 그 오묘하다는 느낌과 코스트코에 가기 싫은 이유가 미국에는 굳이 가보고 싶지 않은 마음과도 이어져있는 것 같다.
-Ho
*코스트코
내가 사는 동네에 코스트코가 생겼다. 코스트코는 처음에 미국에서 가봤는데 피자 한 판을 사서 친구들이랑 해변에서 맥주랑 먹었던 기억이 있다.
엄마랑 코스트코에 가서 장을 볼 때 필요없는 것도 사고 싶어서 참느라 힘들다. 남편이 치즈를 좋아해서 치즈는 꼭 사온다.
코스트코 갈때마다 생각나는게, 한여름에 코스트코 주차장에서 일하던 청년이 열사병 때문에 사망했다는 뉴스가 떠오른다. 유난히도 더웠던 올여름 날씨를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요즘 일이란 뭘까 라는 생각을 가끔한다. 우리는 살아가기위해 돈이 필요하고 그래서 내 시간과 노동력을 주고 돈을 번다. 돈을 버는 일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것들이 얽혀 있다.
돈이 많다면.. 이라는 가정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거라 생각한다. 요즘은 학교에서 청소하시는 여사님, 피크시간의 카페 종업원이나 마트에서 계산해 주시는 캐셔들을 볼때 노동이란 뭔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들의 피곤한 표정과 지친 모습때문일까? 이런 나의 생각은 오만함이 아닌가?
최소한 일 하다가 죽지 않고, 내 노동과 시간을 주고 정당하게 그 만큼 돈을 버는 세상이 됬으면 좋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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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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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67번째 주제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1. 무언가 무너져 내리는 감정이 슬픔의 척도라면 최소 아파트 몇 채는 무너지는 찰나였다. 그건 슬픔이라고 명명하기 어려운 그런 것이었다.
걱정과 각오와 슬픔을 뭉쳐서 꼿꼿하게 받아내야 하는 순간이었다.
2. 아파트에 살아본 적은 없다.
그래도 살아내보고 싶은 현대식 건물, 요즘의 욕심, 지척에 널려도 내것이 아닌 그런거,
뻗으면 쥐어낼 줄 알았는데 아득히 먼 줄 알고, 그런데도 다분히 가까이에 있는거.
3. 행복으로 층층이 쌓인 줄 알았던 그런게 와르르 무너진다.
정말 와르르.
단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그대로 무너지고야 만다.
-Ram
*아파트
아침에 일어나서 맑은 공기 마시며 기지개 펴고, 여름이면 눈 비비고 요가 매트 들고 밖으로 나가 스트레칭도 하고, 겨울에도 담요 둘둘 걸치고 따뜻한 커피 들고 하늘 보면서 마시고, 동그란 보름달이 뜨는 밤엔 바깥에 나가 별구경, 달구경 하고, 눈이 오면 블루투스 스피커로 좋아하는 째즈나 캐롤 틀어두고 눈 구경하고, 이불 빨래는 쨍쨍한 햇볕 아래 뽀송하게 말리고. 아파트보다 내 기준 더 살기 좋은 환경을 찾고 있다. 난방비, 전기세가 얼마나 나올지는 아직 가늠이 안되지만, 벌레들이랑 얼마나 많이 마주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차근차근 해보자고.
-Hee
*아파트
곧 입주할 아파트 사전 점검을 다녀온 뒤로 첫 집, 새 집에 대한 기대와 환상은 길바닥을 나뒹구는 낙엽처럼 떨어졌고, 짓밟혔고, 가루처럼 으스러져 형태도 알아볼 수 없게 변해버렸다. 하자 표시 스티커를 집안 곳곳에 수백 장 붙이면서 열이 끝도 없이 차올랐다. 그러고 싶진 않았는데 끊임없이 짜증을 냈고 욕을 했다. 거지근성으로 똘똘 뭉친 조합원들, 날림으로 공사한 시공사, 배 째라는 시행사, 우리 집은 조금 더 신경 써달라고 말해 주겠다던(시공사 본사 근무한다는) 지영이친구, 어느 아파트든 하자는 다 있다고, 살면서 조금씩 고쳐나가는 거라고 남 일처럼 말하는 건설업 종사자 친형까지도.
장작을 열심히 넣은 만큼 활활 타오르는 열기에 결국 나 자신도 타버렸다. 이제 입주까지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고 대출, 이사, 청소, 줄눈, 코팅 등 신경 써야 할 일은 한가득인데 거의 방치 상태다. 차라리 그냥 없었던 일이었으면 좋겠다.
-Ho
*아파트
브루노마스랑 로제가 아파트라는 노래를 내서 인기가 많다던데, 들어보지도 않았다. 점점 그런것들에 관심이 줄어든다.
날이 추워지고 수능이 끝났고 벌써 연말 분위기���. 가끔 그런생각을 한다. 지나가면서 마주치는 사람들 나와 연결된 사람들의 집을 상상해본다. 누구나 다 집이 있고 돌아갈 곳이 있겠지. 그 사람들의 집은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물건이 있고 어떤 냄새가 날까?
친구집에 놀러가는 일도 매우 드물어진 요즘이다. 나는 아파트보다는 주택이 좋은데, 나중에 난 어떤 집에 살게될까?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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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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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66번째 주제 "빈칸"
"빈칸"
*빈칸
하루끝, 그림자가 드리우면 갖가지 생각이 든다.
아직 내 인생에 빈칸이 많다는 뜻이다.
남들은 잘 해내는 어떤 코스에서 나는 멈춰있다.
대학도 가고 연애도 하고 직장도 잡고 독립도 하였지만 그 다음은 모르겠다.
결혼도 하고 아이낳는 일, 그런 일들을 내가 아직 채우질 못했다.
문득 돌아보면 다들 부지런히 인생을 채우고 있다.
행복의 기준인지 알 길은 없지만 그들이 먼저 나아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나는 여기서 머무르며 바라볼 뿐이다.
어떻게 채워야 할 지 늘 하던대로 공부해서 될 일이 아님을 알면서도 미루고 있다.
이 공허한 공간들을 나는 어떻게 채워야 할까.
별안간 멋진 척, 어른인 척 나아가는 사람을 보면서 나만큼은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본다.
그렇게 여전히 철없는 소리를 해대는 나의 어느 순간들.
-Ram
*빈칸
인생에 있어서 빈칸을 의식적으로라도 만들어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더욱. 새로운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빈칸,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일 빈칸, 마음속 수많은 갈래로 뻗어나가는 생각들 중 유턴이 가능한 빈칸, 무언가를 다시 쌓아나갈 수 있는 빈칸, 누군가를 포용할 수 있는 빈칸, 또다시 시작할 수 있는 빈칸, 좋은 취미와 난생처음 듣는 음악을 넣을 수 있는 빈칸 따위들 말이다.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빈칸
빈칸이라고 하니 채우고 싶다는 열망이 생긴다. 잇몸이 아프더니 치실을 해도 낫지를 않아서 그렇게 피곤하지도 않은데 잇몸이 왜 아프지 생각하고 엄마한테 말하니까 사랑니 자리 갔다면서 치과에 가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치과에서는 사랑니를 빼야 한다 했다. 오래전부터 다니던 치과라 의사를 믿고 입을 벌렸다. 몇초 만에 내 일부였던 사랑니 두개가 빠져나갔다. 매우 속이 시원했고 얼른 잇몸이 낫길 바랬다.
빈칸이 있어도 괜찮고, 때로는 빈칸이 필요해. 다 채우려고 하지 말자.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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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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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65번째 주제 "척추"
"척추"
*척추
기어이 사달이 나는구나. 한달음에 달려간 날을 잊지 못한다.
낙엽이 산산이 부서지던 가을의 마지막 문턱 즈음이었다.
당신은 내내 허리가 아프다고 말했고 나이를 먹으면 더러 그런 것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탓일까,
별 것 아니라는 의사의 말을 귀담아듣지 말걸.
잘 지내면 돌아오겠노라 말하던 그 말을 믿지 말고 의심할 걸.
마지막인 것처럼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울어줄 걸.
후회는 늘 이미 늦은 때에야 온다.
굽은 허리로 밥반찬을 내어주던 시간을 곱씹으면 자꾸 눈물이 난다.
그리고 나서야 길에 온통 굽은 허리로 걷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당신을 본다.
척추라는 고상한 표현도 웃기다던 허리짝을 붙잡고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내닫던 당신의 걸음폭을 흉내내본다.
그렇게 나는 당신을 멋없게 추억한다.
무엇하나 고상하게 추억하지 못하고 애닲게 그리워하게 되었다. 나는.
-Ram
*척추
회사에 척추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은 내 면접을 봤었던 면접관이었다. 그 면접에서 나는 불안과 긴장보단 위안을 얻었고, 여러 조건들이 잘 맞아 입사를 했다. 입사 초반에 여러 업무를 배우기 위해 그분과 가까운 자리에 앉았었는데 인상 깊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일 처리는 당연히 완벽했고, 상황에 따라 팀원들에게 안 좋은 소리를 해야 할 때에도 감정 하나 섞이지 않고 원인과 결과,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들을 깔끔하게 설명하다 보니 모든 팀원들이 다 그 분을 따르고 좋아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나는 다른 부서로 옮겨갔기 때문에 그 분과 업무적으로 거의 겹치지 않았지만 회사에서 리더의 모습은 딱 저런 느낌이라는 생각을 하며 가까이서, 멀리서 지켜봤다. 낯선 지역, 낯선 환경, 어쩌면 낯선 업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즈음, 내가 참석하지 않았던 어떤 회의에선 그분이 나를 칭찬했다는 소리를 건너 건너 듣고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상승했고, 아주 가끔 함께 마주칠 때가 있으면 나보고 '연희씨는 늘 멋있어요'라며 뜻밖의 이야기를 건네 내 얼굴에 웃음꽃을 피게 했다. 나 역시 '과장님도 늘 멋있어요! 정말이에요!'라며 마음을 전했다. (뒤에 붙인 '정말이에요'는 예의상 그런 대답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도 그렇게 ���각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려는 노력이었다) 이런저런 인터렉션 덕분에 내면의 자존감도 더 공고해졌었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조금씩 업무 스킬이 향상되고 있을 무렵, 그분의 퇴사 소식이 들렸다. 그분에게 의지하고 다니던 사람들이 꽤 많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고, 그 분의 마지막 날 회식 땐 대표도 눈물을 보였다. 창업 초기 멤버여서 더욱 애틋했겠지. 회식 자리가 끝나고 주차장에서 모두들 아쉬워서 쉽사리 집에 안 가고 서성이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과장이 내게 와서 손을 잡으며 '잘 지내요'라고 하자 나 역시 '과장님도 잘 지내세요'라고 하며 눈물이 터졌다. 의아했다. 내가 왜 눈물을 흘리지. 딱히 저 분과는 많은 역사가 없었는데. 그렇다고 내가 이 회사를 오래 다닌 것도 아닌데. 집에 돌아와 뭔가 요상하고 싱숭생숭한 마음에 계속 눈물의 원인에 대해 스스로 캐물었다. 입사 초, ��는 원인을 알듯 말 듯한 자존감과 자신감 하락의 상황에서 마음이 힘들어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그 과장과 함께한 몇 안 되는 상황 속에서 내가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정말 큰 힘을 얻었기에 그 사람이 내게 크게 와닿았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인생에서 그렇게 짧은 시간 내 힘이 되어 준 사람이 있을까 싶다. 내 삶 속에서 임팩트가 컸던 사람이었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무쪼록 그분이 앞으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Hee
이번 주는 휴재입니다.
-Ho
*척추
척추뼈는 중간에 큰 구멍이 있고 그 구멍으로 척추신경이 지나간다. 그래서 척추뼈를 다치면 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 우리 몸에 대해 배우다보면 우리몸이 컴퓨터 못지 않게 체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알게 모르게 우리몸은 우리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이 헛되지 않게 열심히 살자.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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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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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64번째 주제 "시험"
"시험"
*시험
그런 날이 있다.
왠지 모르게 계속 하늘이 나를 시험하는 것만 같은 그런날.
나는 왠지 나의 오늘이 그랬다.
조금 빨리 눈을 뜨고 이른 햇살을 받을 때 기분이 묘했다.
속이 좀 더부룩한 느낌이 들어서 괜스레 따뜻한 물도 끓였다.
안하던 습관에 온 신경이 놀란 것처럼 괜히 찌뿌둥한 느낌이 들었다.
해가 뜨는 시간을 만끽하면서 어제 개켜둔 옷을 입고 잔뜩 어지른 자리를 정리했다.
이따금 울컥거리��� 목 언저리에 어떤 것들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토악질인지 울분인지 모를 그런거.
온데간데 없이 삭막한 공기 그래서 나는 또 시험에 든다.
네가 없는 어떤 날을 어떻게 이겨낼지 이렇게도 이른 시각부터 나를 시험한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Ram
*시험
1. 불가피한 학교 시험, 자의에 의한 시험 모두 스트레스를 동반하지만 시험 보기 직전, 시험 준비가 어느 정도 다 되었다고 생각해서 자신감 70%, 혹시 모를 (내가 공부하지 않은 범위가 나온다든지, 공부를 한 부분이지만 너무 심화로 변형되어 나온다든지 등등) 일에 대한 불안함 15%, 떨림과 긴장감 15%가 내 몸의 전체를 짜릿하게 만든다. 여기에서 오는 짜릿함을 느끼는 내가 변태 같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2. 아무 걱정 없이 학교 시험을 대비한 공부만 했던 때가 좋았던 때였을 지도 모른다.
3. 대학교 시험 기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종종 과거에 도서관도 못 가게 한 사람이 생각난다. 나를 꽁꽁 숨기고 싶어 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었던 것인지, 도무지 지금도 그 심정은 알 수 없고, 이해도 안 된다. 근데 그때 바로 이상한 낌새를 애써 외면하고 그저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제일 이상했다.
-Hee
*시험
가장 최근에 치른 시험이라 할 만한 일이 뭐였었나 생각해 보다 기억이 몇 년 전에 취득했던 전공 자격증 시험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20대에 해두자고 점찍어둔 일들 중 몇 가지는 여전히 숙제처럼 해치우질 못 하고 남아있는데, 그 시험 이후 몇 년 간은 정말이지 나태하게 살아버렸구나 하는 실망감을 느낄 뻔했다. 실의에 빠지지 않고 태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그 숙제들이란 것들이 이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들인데다가, 지금은 다른 무엇보다도 가족 구성원을 늘리는 일. 가족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 삶의 기반을 밀도 있게 다져놓는 일에 더 집중하며 시간을 쏟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시간을 쪼개고 집중하면 지금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긴 한데, 요즘은 현상 유지(집, 금전, 가족문제 등) 그 자체가 시험이랑 다를 바 없어서 무언가에 아등바등 매달릴 여력이 없다고 느껴진다. 이렇게 또 스스로의 한계를 낮춰버리면서도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 마주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그저 외면하는 게 아니라 그중에서 우선순위대로 몇 가지씩은 늘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Ho
*시험
나는 대학을 다시 들어간 만학도이다. 이번 주에 중간고사가 끝났는데 진짜 너무 너무 힘들었다. 무엇보다 마음이 너무 힘들었고 공부에 치여서 마음이 복잡하니까 계속 조급함 때문에 서두르게 되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면서 보는 사람이 숨이 막힌다면서 졸업만 하고 면허만 ���정도만 하라는데 그게 잘 안됐다. 학교가 친정이랑 더 가까워서 친정에서 지내며 남편이랑은 3주동안 주말만 만났다. 하필이면 이 시기에 남편도 회사에서 너무 힘들어해서 나는 이중으로 너무 힘들었다. 남편이 무슨 일이 생기면 그건 바로 내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일주일에 한번씩 학교 심리센터에서 하는 심리상담으로 버텼다.
한날은 지친 체력과 복잡한 마음속에서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무겁게 다가와서 스카에서 소리 없이 울었다. 근데 이 울음도 빨리 끝내야 했다.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눈물샘과 내 마음 끄트러미 어디쯤에 눈물을 달고 공부했다. 그렇게 한 공부 치고 시험에서 다 맞지 못했지만, 이번 중간고사를 계기로 오히려 공부에 대한 내 생각과 태도를 정리할 수 있었다.
결국은 이 모든 건 내가 그리고 우리가 더 나아지기 위함이고, 인생에 있어서 이런 경험은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한다. 남은 내 여정을 잘 마치고 남편이랑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아야지!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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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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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63번째 주제 “사교성”
“사교성”
*사교성
어릴땐
그렇게 사교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누가 말걸라 치면
대답하기 싫어 도망치기 급급했다.
선생님이 지목해내고야 마는
발표시간에는 눈물이 코끝까지 오르곤 했다.
그렇다보니 이렇다할 친구도 별로 없었다.
나는 어릴때 친구들이
어디서 뭘 하는지, 이름이 뭐였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이랄 것은
그때엔 내가 그렇게 조용한 친구로
남아도 왕따라던가
집요한 괴롭힘이 없었다.
사교성이 뭔지도 모르는 채
교복을 입어도 마찬가지였다.
어영부영 졸업하니
대학에서는 조금 달랐다.
자꾸 나이도,전공도 다른 사람들과
끝없이 뒤섞여야 했다.
그때가 아마 나의 첫 사회생활.
억지로라도 친구를 만들어야하는
시간에 최선을 다했다.
모임도 나가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그래도 나는 그걸 이어갈 방법을 몰랐다.
애정이 없었거든, 그런 얕은 관계에.
그렇게 모래성같은 사이를
오랜시간 하나둘 포기하고 나니
결국 사교성이 짙은 친구들이
나를 오래 봐줌으로서
지금의 나로 산다.
억지로는 안될 것들이었다.
그런 것 좀 없으면 어떤가
그래도 지금 잘 지내는 걸.
-Ram
*사교성
1.
말레이시아에 ���었을 때 한국인을 만나면 무지 반가웠다. 그래서 더 진심으로 대했는지도 모르겠다. 더 잘해주고 싶었고, 더 친해지고 싶었다. 그런데 상대방은 그게 아니었나 봐. 더 이상 ‘아는 사람’에서 ‘친한 사람’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매번 내가 먼저 연락하고, 내가 먼저 대화를 걸고, 내가 먼저 웃었던 것 같다.
2.
먼저 말을 거는 편이 훨씬 많았다. 낯을 가리지 않으며, 어색한 공기도 싫어하는 편이니 꽤나 누군가들에게 말을 시켰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잘 믿었다. 같은 공기 흐름 속에서 함께 웃고 있으면 순진하게도 상대방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 내겐 “밥 한 번 먹자”가 진심이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는 모양새에 실망이 컸다. 사실 기대를 안 했으면 그만일텐데. 근데 그냥 그 시간(만)을 때우기 위해 사람을 사귀는 (척 하는)건 더 별로다. 나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진심을 다할래.
-Hee
*사교성
1.
새로 등록한 저녁 수영 강습에서 나는 지극히 외향적인 사람이 되고 있다. 영법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마다 호흡의 타이밍, 팔꿈치와 머리의 각도, 리듬의 변화 따위를 나보다 수영을 잘 하는 분들과 강사님께 쉴 새 없이 물어본다. 수영을 얼마나 해왔는지, 연세는 얼마인지도 물어보며 너스레를 놓았다. 전에는 상상도 하지 않았던 일이다. 궁금한 게 생겨도 쭈뼛거리다 말고 수영 강사가 가끔 한 번 보고는 잘못된 부분을 짚어줄 때까지 마냥 기다렸던 스무 살 초반의 나로서는 요즘 나를 스스로의 미래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그렇다고 내가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냐 하면 여전히 그렇지는 않은데, 뭐랄까 살아가는 스킬이, 넉살이 늘었다고 하면 맞을까. 어쩌면 수영장에 가기 싫을 때마다 십수 년째 새벽 수영 다니는 엄마를 생각하다 보니 자연히 같은 반 어른들이 편해졌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2.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다 적막이 찾아오면 누군가 한 사람쯤은 여전히 만만한 MBTI 이야기를 꺼내든다. 얼마 전 샤모니에서부터 트레킹 내내 계속 마주쳤던 한국인 부부가 그랬고, 지난 주말 안동에서 오랜만에 만난 산친구와 그의 다른 산친구들도 그랬다. 여느 때처럼 내가 스스로를 지독한 I 성향이라고 했을 때 그들은 놀라워하며 내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사교성 넘치는 모습은 내가 늘 선망하던 모습이라 그 말들이 괜히 칭찬처럼 들렸다. 심지어는 이상하리만치 반짝거리며 선명하게 마음 위로 떠올랐다. 이참에 더 사교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이라도 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말이다.
-Ho
*사교성
사교성이 좋은 편이다.
가끔은 모르는 사람들이랑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기엔 여행이 제격인데..
요즘엔 현생의 농도가 너무 진해서
내가 갔던 여행들이 다 전생같다.
지금의 인내가 나와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가게 한다는 것 만은 진실이니 그것만 보고 가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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