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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6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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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85번째 주제 "관계의 끝"
"관계의 끝"
*관계의 끝
너는 알까, 내가 이 지긋지긋한 엉망의 관계를 억지로 여기까지 끌고 왔다는 사실을.
나를 왜 믿었냐고, 너를 왜 기다렸느냐고, 우리는 상처뿐인 말로 생채기내면서 슬퍼했지.
그 때가 지금도 나에게 한없이 슬픈 날이면서 아픈 날인걸 알까.
사실 우린 진작 끝났어야 했다.
내가 네게 싫은 소릴 못하게 된 순간부터, 네 눈치를 보던 나, 그리고 내 눈치를 보던 너,
우리가 우리가 아닌 사이로 지내던 날들, 붕붕 떠있던 거짓된 시간들이 그래도 행복했다.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난 같은 선택을 할거야. 내가 도망쳤다고 비난해도 좋아, 아니 조금 슬프겠지만 말야.
모든 슬픈 노래 가사의 주인공이 되어 매일을 울고 후회해도 끝은 변함없이 찾아왔을 것이다.
그렇게 될 줄 알았거든, 결국에 관계라는 게 야속하고 이기적이거든.
이런 끝을 바란 건 아니었어. 그럼에도 끝이 있을 줄 알았어.
그런게 관계의 끝에 다다랐다는 거니까.
-Ram
*관계의 끝
1.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원히 보지 않을 사람(들)이고, 곧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관계들은 일주일 전, 한달 전의 나를 비웃듯 기약 없이 이어져 가게 되었다. 반면 나랑 평생 알고 지낼 것 같았던 사람(들)은 인연의 끈이 허무하게도 쉽게 끊어져 버렸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일까. 며칠 전 친구와의 대화가 떠오른다. 정말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고, 어디서 어떻게 이어지게 될지 모르니 어디서든 잘 해야 한다고. 근데 그게 말이 쉽지.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잘하는게 제일 어려운 일이다.
2. 지금은 연락을 하지 않지만 가끔씩 대화하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대상이 있다. 그 대상과의 대화가 그리운 날들이 있다. 그렇게 끝을 내지 말걸. 아니 끝을 맞이하도록 두지 말걸 그랬나.
3. 관계를 이어가려면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에너지는 체력에��� 나오는 것 같아.
-Hee
*관계의 끝
몇 달 전부터 잡힌 약속을 취소하고 다음 주말 부산에 간다. 아빠의 얼굴 좀 보게 내려오라는 말이 비장하게 들린 탓이다. 나 또한 비장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이 된다. 아빠의 마음이 많이 약해졌다. 혼자서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게 된 순간부터였는지, 시야가 또렷하게 보이지 않게 된 순간부터였는지 잘은 모르겠으나 부쩍 느껴진다. 끝을 준비하려는 것이.
지영이 아직까지는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무시하고 2세가 생긴 것을 아빠에게 말했다. 아직 성별조차 알 수 없는 내 자식의 존재가 아빠에게 약간의 기쁨이라도 줄 수 있을까 봐서. 그렇게나 보고 싶어 했으면서도 끝내 태어나는 것까지는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에 산통이 다 깨졌지만.
사람이 죽는다고 관계가 끊어지는 건 분명 아닐 텐데, 아빠의 삶을 마무리하는 모습에서는 자주 그 끝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는 흔적이 보인다. 어쩌면 죽은 사람과의 관계를 끝난 게 아니라며 붙잡고 있는 것이 산 사람의 욕심일 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본격적인 모습이다.
삶과 죽음이 갈라놓는 그 분명한 단절에 대해 자꾸만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순간이 나에게도 찾아온 것 같다. 배신감과 슬픔에 잠긴 미련한 자식으로서 아빠의 준비를 도울 수는 없더라도 나 자신의 마음을 다잡아 놓고 이 다음에 찾아올 무엇들을 대비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자주 울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해야 할 일을 이어서 해야겠지.
-Ho
*관계의 끝
흔히 이야기하는 손절을 해본적도 있고, 당해본적도 있다.
누가 무엇을 잘못했다기 보다는 그냥 관계의 유통기한이 다 되어서인 거 아닐까? 그 관계가 소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은것 이겠지. 그래서 인지 몇 없는 남은 인연들을 잘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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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1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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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84번째 주제 "생일선물"
"생일선물"
*생일선물
생일이 다가오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시간이 꽤 지나면서 친구들과 생일선물 협약이 생겨서 그렇다.
이전에는 주는대로 받던 것들을 이제는 필요한걸 사달라고 하게 된다.
그래서 며칠전부터 주욱 내가 필요한게 어떤건지 금액대별로 고민하고 나열해둔다.
나의 선호도와 취향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
그럼에도 남이 골라주는 선물이 좋다.
내 생일이 특별하지 않은 걸 알지만 누군가 날위해 고민했을 그 시간을 사랑하고 싶어서.
애정의 깊이만큼 날 알고 고르는 그 입맛이 복에 겨워서.
그래서 욕심이난다.
나의 생일 너의 생일, 선물을 고르는 그 순간이 욕심이 난다.
-Ram
*생일선물
1. 며칠 전 다이소에서 포장지를 산 적이 있다. 오랜만에 포장지를 고르고 있는데 생각보다 포장지의 종류가 많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종이 재질의 포장지를 살 건지, 비닐 재질의 포장지를 살 건지 혼자 열심히 만지작 만지작거리다가 갑자기 초등학교 때 서점에 갔던 일이 떠올랐다. 아마 누군가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서점에서 책을 골랐고, '포장해 주세요'라고 말하면 서점에 있는 주인(또는 아르바이트생)분이 손가락으로 포장지 네다섯 개가 담긴 길쭉한 나무 박스를 가르키며 원하는 포장지를 고르라고 했었다. 짧은 시 간동안 열심히 포장지들을 보며 뭘 할지 고민하다가 하나의 포장지를 선택했고, 서점 주인분은 그 포장지를 스윽 꺼내서 능숙하게 책을 포장해 줬다. 요즘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눈으로 선물을 고르고, 그 선물을 내 손을 거치지 않고 생일 당사자에게 바로 전달되는 시대다. 사라진 포장지의 감성이 아쉬워서 이왕이면 누군가에게 선물을 줄 때 귀여운 포장지에 꼭 포장을 해서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이소에서 포장지 두 개를 겨우 골랐다.
2. 예전에 아는 언니가 그런 말을 했다. 어릴 때부터 그 언니의 어머니는 꼭 집에 포장지를 몇 개씩 사다 뒀다는 것. 그 말을 듣자마자 마치 인생의 한 깨달음을 얻은 것과 같은 기분이 들면서 내 마음속에 깊게 새겨졌다. 같은 맥락으로 나는 예쁜 편지지와 귀여운 카드 등을 기회가 될 때마다 집에 사둔다. 나중에 포장지를 둘 공간이 생기면 포장지도 사둘 생각이다.
-Hee
*생일선물
올해 생일에는 휴가를 쓰지 않고 그냥 출근했다. 평일이었고, 조촐한 파티는 지난 주말에 이미 열었었고 딱히 할 일도 약속도 없이 휴가 쓰고 쉬어봤자 한 층 더 침울해질 게 자명했다. (작년에는 셀프 선물이랍시고 그렇게 의미 없는 휴가를 썼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무엇을 나에게 선물할까. 주변에 뿌린 만큼 돌려받은 자잘한 선물들 말고, 평소에 갖고 싶었지만 차마 살 수 없었던 것들 가운데 하나쯤을 시원하게 질러버리는 과소비 말고, 무엇을 주면 좋을까. 고민을 거듭할수록 꼭 무언가를 선물해야 할 필요가, 지금도 잘 살고 있는 내가 그런 걸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생일이야 아무래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아오긴 했지만, 점점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괜찮은 걸까…
-Ho
*생일선물
최근에 이사를 했다. 나름 미니멀리스트라고 생각했는데, 짐이 너무 많았다. 버릴걸 미리 버리고, 미리 박스를 구해서 짐을 쌌다. 버린다고 버리고 정리했는데도, 아빠의 트럭 뒤가 꽉 찼다.
외국생활하면서 아쉬운건, 가구를 마음대로 못산다는 것이다. 오래 발품을 팔아 샀던 원목 식탁과 의자를 친구에게 싸게 팔고 왔다. 그래도 이번에는 둘이서 공부하고 밥먹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식탁 겸 책상을 샀는데 기���가 된다.
3월, 4월은 남편과 나의 생일이 있는 달인데, 줄 ���물은 잘 생각이 나는데, 뭘 받고 싶냐 물어보면 항상 어렵다.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도 뭘 가지고 싶은지를 몰라서 어물쩍 넘어갔다. 이럴 거면 그냥 빨리 생각해서 뭐라도 말해야 하나 싶다 가도, 또 뭐 하러 그러나 싶다. 그래도 올해 생일엔 소소하게라도 갖고 싶은 생일선물을 말해봐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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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1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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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84번째 주제 "생일선물"
"생일선물"
*생일선물
생일이 다가오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시간이 꽤 지나면서 친구들과 생일선물 협약이 생겨서 그렇다.
이전에는 주는대로 받던 것들을 이제는 필요한걸 사달라고 하게 된다.
그래서 며칠전부터 주욱 내가 필요한게 어떤건지 금액대별로 고민하고 나열해둔다.
나의 선호도와 취향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
그럼에도 남이 골라주는 선물이 좋다.
내 생일이 특별하지 않은 걸 알지만 누군가 날위해 고민했을 그 시간을 사랑하고 싶어서.
애정의 깊이만큼 날 알고 고르는 그 입맛이 복에 겨워서.
그래서 욕심이난다.
나의 생일 너의 생일, 선물을 고르는 그 순간이 욕심이 난다.
-Ram
*생일선물
1. 며칠 전 다이소에서 포장지를 산 적이 있다. 오랜만에 포장지를 고르고 있는데 생각보다 포장지의 종류가 많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종이 재질의 포장지를 살 건지, 비닐 재질의 포장지를 살 건지 혼자 열심히 만지작 만지작거리다가 갑자기 초등학교 때 서점에 갔던 일이 떠올랐다. 아마 누군가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서점에서 책을 골랐고, '포장해 주세요'라고 말하면 서점에 있는 주인(또는 아르바이트생)분이 손가락으로 포장지 네다섯 개가 담긴 길쭉한 나무 박스를 가르키며 원하는 포장지를 고르라고 했었다. 짧은 시 간동안 열심히 포장지들을 보며 뭘 할지 고민하다가 하나의 포장지를 선택했고, 서점 주인분은 그 포장지를 스윽 꺼내서 능숙하게 책을 포장해 줬다. 요즘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눈으로 선물을 고르고, 그 선물을 내 손을 거치지 않고 생일 당사자에게 바로 전달되는 시대다. 사라진 포장지의 감성이 아쉬워서 이왕이면 누군가에게 선물을 줄 때 귀여운 포장지에 꼭 포장을 해서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이소에서 포장지 두 개를 겨우 골랐다.
2. 예전에 아는 언니가 그런 말을 했다. 어릴 때부터 그 언니의 어머니는 꼭 집에 포장지를 몇 개씩 사다 뒀다는 것. 그 말을 듣자마자 마치 인생의 한 깨달음을 얻은 것과 같은 기분이 들면서 내 마음속에 깊게 새겨졌다. 같은 맥락으로 나는 예쁜 편지지와 귀여운 카드 등을 기회가 될 때마다 집에 사둔다. 나중에 포장지를 둘 공간이 생기면 포장지도 사둘 생각이다.
-Hee
*생일선물
올해 생일에는 휴가를 쓰지 않고 그냥 출근했다. 평일이었고, 조촐한 파티는 지난 주말에 이미 열었었고 딱히 할 일도 약속도 없이 휴가 쓰고 쉬어봤자 한 층 더 침울해질 게 자명했다. (작년에는 셀프 선물이랍시고 그렇게 의미 없는 휴가를 썼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무엇을 나에게 선물할까. 주변에 뿌린 만큼 돌려받은 자잘한 선물들 말고, 평소에 갖고 싶었지만 차마 살 수 없었던 것들 가운데 하나쯤을 시원하게 질러버리는 과소비 말고, 무엇을 주면 좋을까. 고민�� 거듭할수록 꼭 무언가를 선물해야 할 필요가, 지금도 잘 살고 있는 내가 그런 걸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생일이야 아무래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아오긴 했지만, 점점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괜찮은 걸까…
-Ho
*생일선물
최근에 이사를 했다. 나름 미니멀리스트라고 생각했는데, 짐이 너무 많았다. 버릴걸 미리 버리고, 미리 박스를 구해서 짐을 쌌다. 버린다고 버리고 정리했는데도, 아빠의 트럭 뒤가 꽉 찼다.
외국생활하면서 아쉬운건, 가구를 마음대로 못산다는 것이다. 오래 발품을 팔아 샀던 원목 식탁과 의자를 친구에게 싸게 팔고 왔다. 그래도 이번에는 둘이서 공부하고 밥먹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식탁 겸 책상을 샀는데 기대가 된다.
3월, 4월은 남편과 나의 생일이 있는 달인데, 줄 선물은 잘 생각이 나는데, 뭘 받고 싶냐 물어보면 항상 어렵다.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도 뭘 가지고 싶은지를 몰라서 어물쩍 넘어갔다. 이럴 거면 그냥 빨리 생각해서 뭐라도 말해야 하나 싶다 가도, 또 뭐 하러 그러나 싶다. 그래도 올해 생일엔 소소하게라도 갖고 싶은 생일선물을 말해봐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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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20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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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83번째 주제 "낙관"
"낙관"
*낙관
어떻게든 되겠지,
이 지독한 말을 난 끝없이 내뱉었다.
사실 알고있었다. 어떻게도 되지 않을 것이고 어떻게 되기까지 날 내버려둘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지긋지긋한 낙관주의로 살고싶어 발버둥친 것 뿐이다.
사실 나아지는 것은 없겠지 그럼에도 빌고 또 빈다. 어떻게든 되라고, 되리라고.
나는 지나치게 걱정했고 두려워하며 쏟아지는 미래를 받아냈다.
과거는 놓지도 못하고 버릴줄도 모르면서, 뭐든 움켜쥐고 싶었거든.
놓아야 다시 잡을 수 있는걸 그땐 두려워서.
그래도 이제 어떻게든 되어가는 나를 붙잡을 수 밖에 없다.
이 찬란한 시간들이 온통 낙관에 기대어 버려지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내가 가여워서, 슬프지 않다 되뇌이는 내가 안타까워서 그렇다.
낙관, 좋아지고 괜찮아질거란 기대를 나는 이제 조금 버리고 가려고 한다.
난 사실 끔찍하게도 낙관을 흉내내는 비관주의 일지도 모른다는 그 현실을 깨달으면서 말이다.
사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거라는 불신을 담고서.
-Ram
*낙관
1. 골치 아픈 일들이 은근히 내 머릿속에 스며드는 요즘. 다르게 생각하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신경 쓰고 싶은 일들이기도 해서 스스로를 괴롭히고도 있다. 그래도 하나하나 수월하게 넘어가고 있으니까! 생각한 대로 해내면 되고, 움직이면 된다. 그리고 나중에 나는 지금처럼 웃고 있을 거니까 다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
2. 근데 갑자기 든 생각인데, 만약 약간 스스로가 염세적이고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사람은 머리가 안 아플 순간이 있을까? 걱정만 해야 하고, 좋지 않은 결과들이 마구 떠오르면 그건 그거대로 스트레스일 텐데. 아예 뇌의 구조가 다른 걸까? 어떤 생각의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Hee
*낙관
1. 최악을 가정하는, 기대를 품지 않는, 다소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삶에 신물이 올라올 때가 있다. 필요 이상으로 나이스한 사람을 만나 바라지도 않던 호의를 입었을 때, 우울과 불안에 익숙한 삶이 나와 이어진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느껴질 때, 그럼에도 그가 밝고 맑은 마음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았을 때.
삶을 낙관적으로만 살아가는 그를 현실을 간과하거나 외면한 채 이상을 추구하는 철부지라고 생각했는데, 누구에게나 똑같이 차가운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굳이 희망만을 이야기하고 늘 친절하고 밝은 모습을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고는 그가 얼마나 강인한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소극적이고 도망만 치는 비겁한 삶을 살아왔는지 알게 되었다.
2. 인생 첫 풀코스 마라톤을 한 주 앞두고 있다. 설레면서도 긴장된다. 욕심이 많아서 자주 몸을 혹사했고, 자주 부상을 입어 쉬었다. 러닝 시계는 내가 3시간 30분 안에 완주할 수 있다고 지나치게 낙관하는데, 스스로 세운 목표 기록은 점점 낮아지다가 지금에 와서는 그저 걷지 않고 완주만 할 수 있어도 성공이라 정했다.
겨울 동안 춥다고 조깅을 소홀히 했던 스스로를 후회하긴 하지만 괜찮다. 뜀박질을 몰랐던 때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기록보다 뛸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실전을 훈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쉽게 뛸 생각이다. 마라톤 한 번 완주한다고 삶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Ho
*낙관
낙관은 게으름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하기 싫으니까 대충 이쯤에서 타협하자는 게 낙관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가진 나이기에, 나는 최소한 플랜 C까지는 세워놔야 되는 사람이었다. 근데 점점 그런 내모습에도 진이 빠졌고, 그냥 순리대로 되겠지. 일단 할수있는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던, 절대신에게 맡기던 맡기자고 생각하니 좀 편해진 것 같다. 나의 이런 성향이 어디서 왔을까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받아왔던 교육의 영향 같기도하다. 천연자원이나 지하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실패는 곧 죽음을 뜻했음으로 "절대 실패하면 안되"하는 마음이 지배적인 것이다. 음식 하나를 시켜도 몇십개의 리뷰를 보고 검색을 한다. 언제부턴가 그게 너무 피곤해져서 그냥 메뉴이름만 보고 고르���도 한다.
반면에 우리 남편은 내가 이런 생각도 미리 해둬야지, 이런 것에 대한 계획도 미리 해둬야되지 않아?(주로 부정적인 쪽으로)하면 "나는 그런 네거티브한 생각을 미리 해서 나의 자신감을 하락시키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나는 내가 그걸 해낼수 있다고 믿고, 내가 그걸 가질거라는 걸 믿어"라고 한다. 너무 다른 우리지만, 결국엔 남편의 성향을 따라가는 것이 맞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둥바둥, 악착같이, 독하게, 갓생 이런 키워드가 장착된 한국사람에게는 매우 어렵지만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결국엔 낙관이 비관을 이기는 건 사실이니까.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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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27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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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여든 두 번째 주제 "향긋하다"
"향긋하다"
*향긋하다
기억을 되짚어볼 때 그 향기와 느낌을 떠올리곤 한다.
내가 좋아하는 향은 대체로 포근한 기억이 난다. 아니 사실 그렇게 기억된 것일지도 모르지만.
안락하고 포근한 냄새, 옷장을 열면 나던 오래된 가구 냄새속에 엄마옷에서 나던 향,
밥 짓는 냄새, 의자 마디마다 만져서 나던 씁쓸한 쇠냄새, 아빠가 아이스크림을 사오던 날의 차가운 냄새. 빳빳하게 다려진 교복 사이로 나던 새옷 냄새 같은 것.
그런 향긋한 날들이 두번은 오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자꾸 그걸 헤메이게 된다.
나는 과거로부터 그것들을 잔뜩껴안고 돌아온다.
그럼에도 어떤 공허함이 그걸 대신해주질 못해서, 그래서 그런 시간들을 외로운 순간이라고 인정해야 할 것만 같다.
혹은 그리움이라던가.
내가 그것을 잊지도 잃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Ram
*향긋하다
꼭 월요일 저녁만 되면 술이 땡긴다.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본 결과 보통 금요일보다 월요일에 술을 많이 마셨다. 금요일은 괜히 주말이 코앞이므로 테니스를 치러 갔다가 술을 먹거나, 술을 먹지 않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월요일은 테니스고 뭐고 술을 찾은 적이 많았다. 일요일엔 다음날이 월요일이라 술은커녕 저녁을 적당히 먹고 저녁에 운동을 하고 바로 잠들고, 월요일엔 시간이 굉장히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들 만큼 회사 특성상 훨씬 바쁘고 정신없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집중을 ��서 그런지 몰라도 월요일 저녁은 그냥 술을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일부러 말레이시아에 사는 친구와 언어 교환을 위해 영상통화하는 날을 월요일로 잡았는데, 그마저 약속이 미뤄지거나 하면 그냥 곧바로 술을 마셨다. 집이든, 밖에서든. 지난주는 말레이시아 친구가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술 마시기 딱(?) 좋은 월요일이었다. 하루 종일 답답한 사무실에 있었더니 집에서 뭘 먹기가 싫어서 외식을 하기로 했다. 집 앞에 여러 음식점 중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중 정말 코앞이지만 이사 온 지 1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식당에 가기로 했다. 바로 막창집! 나는 사실 당면과 야채가 많이 들어간 돼지곱창이나 소 곱창(특히 그중에선 염통)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롯하게 막창이 메인인 식당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늘 외면하고 지나갔던 곳이었는데, 늘 정우는 내게 막창 맛있으니 한번 먹어보자고 권유했다. 이번엔 어찌 된 노릇인지 못 이긴 척 가보기로 결심. 모듬 소곱창을 먹을 때 나온 막창이 난 제일 별로였기 때문에 궁시렁거리며 따라갔다. 돼지막창 2인분과 술을 주문했다. 막창은 초벌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며 직원분이 막창을 찍어 먹을 소스와 깻잎과 상추를 넣은 파절임, 그리고 콩나물국과 계란찜을 미리 내왔다. 에너지를 많이 쏟은 하루라 배가 고파서 계란찜을 한 입 먹고 난 뒤 시콤새콤한 맛이 땡겨서 바로 파절임 소스에 무쳐진 깻잎 몇 조각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커진 눈. 깻잎 향이 너무 향긋하잖아? 내가 살면서 먹었던 깻잎 중 가장 향이 강한 깻잎이었다! 난 깻잎을 좋아하니 향이 강할수록 더 좋아할 수밖에! 정우한테도 빨리 깻잎 좀 먹어보라고 말하며 한 번 더 먹었는데 깻잎 향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그렇게 깻잎을 몇 젓가락 더 먹고 황금비율의 소맥까지 입에 털어 넣으니 월요일의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느낌. 게다가 초벌이 되어 나온 막창을 바짝 구워 먹으니 내가 좋아하는 마른 오징어의 그 살짝 탄 맛의 몇 백배 업그레이드된 맛이 느껴져서 난 이날 이후로 돼지막창을 좋아하게 됐다. 왜 지금까지 살면서 돼지 막창은 쳐다도 안 봤을까. 올해 말 전세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다른 동네로 이사갈까 기웃거렸는데 이 동네에 남고 싶은 마음이 살짝 더 생겼다.
-Hee
*향긋하다
1. 단맛 짠맛 쓴맛 신맛만 느껴지는 미각보다야 셀 수도 없이 넓고 다양한 후각의 세계가 취향의 호불호에 미치는 영향은 감히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와인, 위스키, 커피 그리고 심지어 담배까지. 그저 즐기고 말았던 향의 취향에 대해 보다 선명하게 알고 싶은 마음에 이제서야 커피와 술을 마시며 ���상되는 향들을 조금씩 기록하고 있다. 한순간에 예전 어느 특���한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대단한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금방 휘발되어 날아가는 것이 향이니까.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서 순간의 감상을 굳이 기록으로 남겨야 할 필요를 느낀다.
2. 이탈리아 여행 중 잠깐 들렀던 이름 모를 카페에서 마신 음료의 향을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다. 알 듯 말 듯 ,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신비하게 느껴지던 그 향이 도대체 무슨 향인지 궁금한데 몇 년째 그 이름을 몰라서 찾아 헤매는 중이다. 언젠가 마셨던 매실 향 술과도 비슷하고 그 옛날 맥도날드에서 났던 향과도 비슷한데 도무지 뭐라고 특정할 수는 없는 향. 맡기만 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나를 살레르노로 데려다줄 수 있는 향긋한 냄새.
-Ho
*향긋하다
As spring rolls by and I walk down the narrow lanes I smell the fragrant cherry blossoms in the air. This brings a smile to my face as the cherry blossoms smell is so pure. The fragrant smell of the flower fills my heart full of joy and wonder as I am excited what this new year will bring. The fragrant smell of cherry blossoms are beautiful and wonderful and give me a spring in my step. Alas, as quickly as they came they are gone but the fragrant smell still remains in the air as I wonder down the lane ways of the journey they call life always holding your hand in mine.
봄이 지나가고 내가 좁은 길을 따라 걸을 때, 공기 중에서 향긋한 벚꽃 향기가 느껴진다. 그 향기는 너무도 맑고 순수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꽃의 향긋한 냄새가 내 마음을 기쁨과 경이로움으로 가득 채우며, 다가올 새해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게 만든다. 향긋한 벚꽃 향기는 아름답고 황홀하며, 내 걸음마저 가볍게 해준다. 아아, 벚꽃은 그렇게 빠르게 피어났다가 사라지지만, 그 향기는 여전히 공기 중에 남아 있다. 그리고 나는 인생이라는 길을 걸으며, 언제나 네 손을 꼭 잡고 함께 나아간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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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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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81번째 주제 "아이스 초코 라떼"
*아이스 초코 라떼
요즘 커피 대신 초코라떼를 마신다.
카페인이 요즘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거나 어려워지는 것들이 생긴다.
이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일들이 으레 까탈스레 느껴지곤 한다.
나이를 먹어서도 시간이 흘러서도 아닌 나라는 존재가 변해서이다.
커피를 모르던 내가 커피를 마시던 내가 되고 그걸 피하는 나도 내가 된다.
사람을 끝없이 좋아하다가 믿었다가 다시 또 없어도 되는 존재가 되곤 한다.
인생이 재밌어지는 순간도 끝없는 슬픔으로 몰려들어가는 때도 있다.
나는 지금 꽤 어리광부리고 싶은 그런 나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 같다.
핫초코로도 마시고 아이스 초코라떼로 털어넣는 소박한 사치가 제법 재밌다.
아무래도 복잡하고도 웃긴 나의 30대 어느즈음이다.
-Ram
*아이스 초코 라떼
맛없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것은 실수였다. 도대체 관계에 대해선 진전이라곤 없는 대화들이 오갔다. 서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고, 자기 이야기를 하기 바쁘고, 영양가 없는 말들이 눈앞에 떠돌았다. 허탈감 외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시간들. 총기 한 줄기 찾아볼 수 없는 초점없는 눈빛으로 같은 불만들을 얘기하고, 답이 없는 걱정만 한다. 다른 관점도, 다른 생활도, 다른 방안도 전혀 없다. 표정엔 반가움은커녕 기쁨 역시 딱히 찾아볼 수 없다. 다들 웃음 소리는 내고 있지만 침울한 분위기에 숨이 막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달디 단 아이스 초코 라떼라도 주문할걸. 집에 혼자 돌아오는 길에도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한동안 멍만 때리며 걸었다.
-Hee
이번 주는 휴재입니다.
-Ho
*아이스 초코 라떼
초콜렛을 좋아하는데, 군것질을 안하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달달한 디저트를 포기하는건 너무 어렵다.
대학교 다닐때, 학교카페에 아이스 초코 라떼를 팔았다. 커피를 먹기시작하면서 부터 음료로 단거를 고르는 일은 드물고, 더구나 초코를 음료로는 더더욱 안먹는 것 같다.
쓴 커피를 무슨맛으로 먹나 생각했던 20살의 꼬꼬마는 지금은 커피없이는 살 수 없는 육체가 되었다. 아무생각없이 달달한 음료를 마시며 친구들과 수다떨던 그 시절이 약간은 그리워진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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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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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80번째 주제 "행운"
"행운"
*행운
당신의 인생에 행운이 깃든적이 있나요?
어쩌면 자주, 혹은 어쩌면 단 한번도 아닐 수 있지만 행운을 온몸으로 체감해본 적이 있나요?
나는 얼마전 그 행운을 기쁘게 누렸습니다.
가족의 예기치못한 건강상의 아픔을 들었을 때 온 세상 불운이 나를 거머쥐려고 뛰어오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분노와 우울과 해방되지 않는 불운의 문턱에서 맘껏 아파하지도 못하고 눈치만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어느 때에 실낱같은 행운이 깃들었습니다.
그것이 내 인생의 최대의 행운과 행복과 안도와 평안이었음을 일말의 의심조차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내 평생의 행운이 이곳에 쓰였더라도 나는 족하다.
의 기분을 누렸으니 그또한 나의 행운입니다.
내 인생에 두번째 세번째 행운이 없을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이제 행복의 조건에서 조금 자유로워진 것입니다.
행복해지는 순간이 늘었고 감사하며 누리고픈 것들이 늘었습니다.
이것은 분명한, 선명한 행운입니다.
당신의 모든 길목에 행운이 있다면 그것은 행운이 아닐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당신의 삶에 꽤 중요한 순간에 행운이 고개를 내밀길 기도합니다.
나의 행운이 충만한 순간이었거든요.
잊지못할 행운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Ram
*행운
모든 일엔 다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면 불운도 행운도 사실 없는 게 아닐까. 좋은 일 뒤엔 나쁜 일이 생겨나고, 한숨만 푹푹 쉬는 날이 있다면 이렇게 좋을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니까. 아직 모든 것에 총량의 법칙이 존재하는 것까진 100% 인정이 되지 않지만 총량의 법칙이 정말로 실재한다면 조금은 허탈할 것만 같아.
-Hee
*행운
1. 요즘따라 길거리에서 네잎클로버를 코팅해 파는 걸 자주 본다. 작년 가을에 처음 봤을 때는 그게 너무 귀여워서 발걸음을 멈추고 거금 3천 원을 들여 한 장 사 왔었는데 그날 곧바로 잃어버렸다. 행운은 이런 것이다. 곧 죽어도 나에게는 오지 않는 것. 돈 주고는 살 수 없는 것. 길바닥에서 우연히 예쁘게 코팅된 네잎클로버를 줍게 될 아무개에게나 찾아가는 게 바로 행운이었지.
2. 유난히 오늘따라 고양이가 눈을 길게 마주쳐 주는 일, 어제와는 달리 향이 선명하게 잘 내려진 커피, 길을 걷다가 좋아하는 음악을 우연히 듣게 되는 일, 맑고 푸른 하늘과 기분좋게 따뜻한 날씨. 마음을 먹기만 한다면 잠시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발견할 수 있는 ���런 소박한 일들도 행운이 될 수 있겠지만 글쎄. 여전히 나는 길에서 떨어진 돈을 줍는다든가, 경품에 당첨된다든가 하는 노력 없이 얻어지는 부산물들이야말로 확실한 행운처럼 느껴진다. 아직까지 닿은 적 없는 행운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에는 크게 한 번 선물보따리를 들고 찾아오리라 믿는다.
-Ho
*행운
"널 만난 건 정말 행운이야!" 이 진부한 말을 내가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따지자면 비혼 주의자였다. 결혼보다는 내 능력을 길러서 혼자서 잘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여동생이 나에게 한말이 있다. 그래도 언니는 결혼을 해서 성숙해진 것 같다고. 자기밖에 모르던 사람이 누군가를 챙기고 안쓰러워하는 게 신기하다는데(이건 나를 디스한건가?)
학교있는 심리상담센터에서 주기적으로 상담을 받았는데, 선생님의 말이 내가 이미 남편과 나를 동일시하기 때문에 남편의 일이 나의 일 처럼 느껴진다는 거다. 남편은 그냥 자기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으로 충분한대 나는 그걸 듣고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하니 버거웠던 건데, 사실 이건 여전히 조율해 나가는 중이다.
평생을 좋은 친구로 지낼 사람을 만난 것, 행운이다! 그 행운이 이어지려면 서로 노력해야 하겠지.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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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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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79번째 주제 "개성"
"개성(다른 사람이나 개체와 구별되는 고유의 특성)"
*개성
뭐랄까,
나는 퍽 무난한 쪽에 속해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고자 하면서도 너무 박해보이고 싶진 않고자 했다.
남들이 말하는 평균을 쫓아 가다보니 대충 어느 언저리에 있긴 한 것 같다가도 내심 아닐지 모른다는 불안함으로 밤을 새곤 한다.
이런게 나의 개성이 될까.
나는 줄곧 눈앞에 닥친 일만 급급하게 치워내는 사람이었고 뜨거웠다가 차가웠다가 속내를 알 수 없는 겁쟁이였다.
쥔 걸 놓을 줄 몰라 끌어안았고 버릴 줄 몰라 같이 문드러졌다.
별 것 아닌 일에 호들갑 떨고 세상이 무너지는 상상에 곧잘 들어앉았다.
쉽게 흥��를 잃다가도 금방 푹 빠지고야 마는 쉬운 사람.
그게 나라는 사람의 특징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들.
나는 덧없이 변덕을 부리면서 발등의 불이나 꺼대면서 내일을 두려워하겠지.
나의 허상과 싸우면서 말야.
그런게 나의 진짜, 개성인걸 어쩌면 그래.
-Ram
*개성
1. 한 공동체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거나 그 색 안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익숙해져 결국 색깔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자기만의 색을 은은하게 또는 끊임없이 발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나 역시 덩달아 무언가(명확하게 무언가인지는 모르겠지만)에 대한 동기를 얻게 되어 엔돌핀이 마구 솟는다. 숨통 트여.
2. '같이 이야기하는 데 벽이 없잖아' '밝은 에너지를 주니까' '사람은 일관성이 있어야 해' '먼저 어른들이 잘못하면 안 돼. 젊은 사람들도 보고 똑같이 배우는 거야'
-Hee
*개성
15년 만의 도쿄 여행에서 여전히 서울은, 한국은 한참 멀었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격차를 느끼고 왔다. 그중 하나는 어디까지 이상해질 수 있는지 스스로를 대상으로 끊임없이 실험을 이어나가는 듯한, 이상하고 괴상한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많을 수 있다는 것과 누구도 그걸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정해진 가방과 정해진 복장을 갖춰 입어야 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할까. 길을 걷는 내내 나 자신의 몰개성함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는 그 특이함의 대부분이 일본 사회에서 일어나는 유행의 일종이었다는 점도 알게 되긴 했지만, 개성을 갖추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개성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평생 무관심했던 부분이라 정말 방법을 잘 모르겠는데, 딱히 스트레스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흥미롭게 느껴진다. 한눈에 남들과 구별되는 개성을 단번에 갖추기는 아무래도 어렵겠고, 아무래도 이 역시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Ho
*개성
표현의 자유라고 둔갑되어 행해지는 폭력은 개성이 될 수 없다. 요즘은 너무 자기 개성을 내세우는 것도 거부감이 든다. 이렇게 무채색의 어른이 되는 게 아닌가 겁나기도 한다. 이럴 때 일수록 나만의 중심을 잘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중심도 내 고집이나 고정관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잘 모르겠는 것들만 늘어간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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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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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78번째 주제 "선택의 연속"
"선택의 연속"
*선택의 연속
인생은 계속해서 자꾸 내게 선택을 하라고 한다.
일생의 기회도 사람과의 인연도 부모님과의 시간도 취미를 즐길 순간도 전부 내 선택에서 나아가게 된다.
나는 가끔 한걸음 나아가기도 하고 세걸음 뒷걸음질 치기도 한다.
방향이 맞는지 둘러볼 겨를이 없이 내달리다보면 그냥 이 길이 맞겠지 하면서 꿋꿋하게 가야하는 때가 생긴다.
사실 어긋나 걸어가는 느낌이 들 때면 조급해지곤 하는데 이젠 별 수 없다.
좀 돌아가면 어때 하면서 자꾸 올라오려는 불안감을 때려눕힌다.
그래도 그때 그 선택,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되뇌이며 새해의 두번째 달을 연다.
-Ram
*선택의 연속
1. 내가 했던 선택의 결실을 당장 맺지 못해 보일지라도 모든 선택이 무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내가 느끼는 것이 있는 한.
2. 앞으로 살아갈 삶의 방향을 결정할 굵직한 선택부터 내일 아침에 마실 원두를 고르는 것 따위의 자잘한 선택들까지 여러 가능성들이 반짝이고 있다. 어떤 길을 걸어나갈지, 혹은 걷고 있는지 다 걸어봐야 알겠지만 아직은 따뜻하고 향기롭다.
3. 그때 널 그냥 공항으로 보내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없었겠지. 큰 나무가 심어져 있는 카페에 홀로 앉아 전화를 하면서 너의 물음에 내가 명확하게 대답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우리는 없었겠지. 그때 그 시간들을 고스란히 즐기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우리는 없었겠지.
-Hee
이번 주는 휴재입니다.
-Ho
*선택의 연속
어쩌면 내가 선택할수있다 생각하는 것도 오만이라는 생각이든다. 언제부턴가 뭔가 심사숙고해서 선택하기 보다는 그냥 해보는 편이다. 어떤 길도, 어떤 선택도 실패하거나 다른 한쪽을 잃는 게 아니라 결국 나를 위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세상을 신뢰하고 나서부터 삶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모든일은 나를 위해 일어난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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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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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77번째 주제 "소금빵"
"소금빵"
*소금빵
어느 때부터 소금빵이 인기를 반짝 끌더니 곧 사그러들 줄 알았는데 꽤 진지하게 오래 살아남는다.
나는 사실 이런 유행에 쾌재를 불렀다.
나의 빵취향은 슴슴하고 팍팍하고 그런 류라서 앙꼬없는 기본 빵의 유행이 좋았다.
여기저기 들르는 대로 먹어보면 겉까지 두껍게 빠짝한 것도 있고 ��슬쫀득한 빵도 있다.
나는 사실 후자가 더 좋다.
적당히 쫀득한 조직감에 속에 버터가 녹아있고 쫀쫀한 소금빵.
그런 온전한 내취향은 사실 스타벅스 소금빵이었다. 막 매장에서 데워준 소금빵이 따뜻하고 고소하고 쫀득하다.
멀리가지 않아도 어디서나 먹을 수 있어서 이따금 행복해지곤 한다.
유행의 끝에 다다르면 소리없이 단종되겠지만, 모든 애정하는 길들인 취향이 그렇게 사라지곤 했다.
그걸 두려워하기 전에 열심히 즐겨야한다, 유행은 기한이 있는 즐거움이니까.
모처럼의 따뜻한 유행. 여기저기 표준화 되어 즐기게 된 나의 즐거운 유희.
-Ram
*소금빵
제작년 독산에서 살 적에 집 바로 앞에 베이커리와 커피를 같이 하는 카페가 있었다. 예전에 독산에서 살던 친구가 그 곳 커피는 물론이고 빵도 맛있다고 칭찬이 자자해서 처음에는 거기서 판매하고 있는 원두를 사봤다. 그 원두는 바로 에티오피아 코케허니. 산미가 있는 원두를 좋아하다 보니 예전에 에딧의 커피스토리에서 먹었던 맛처럼 강렬하진 않았지만 꽤 마실만했고, 향도 좋아서 기대 이상이었다. 그 뒤로 독산에 있을 동안 늘 그 카페에서 원두를 구매했다. 어느 날 일요일 이른 오전, 일찍 눈을 떴는데 배가 고파서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그 카페에 베이커리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와 동시에 예전에 친구가 그곳 소금빵도 맛있다는 이야기를 했던 게 생각났다. 대충 옷을 주워 입고 눈 비비며 그 카페에 가보니 기사님이 빵을 굽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른 직원분이 갓 나온 빵을 들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소금빵은 이미 나와있어서 주문을 하고 받아서 한 입 먹었는데 눈이 동그랗게 커지는 맛이었다. 겉은 살짝 바삭하고 안에는 부드럽고, 버터 맛이 안을 가득 채우니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사실 이 카페에서 몇 번 원두는 구매했지만 베이커리 쪽은 쳐다도 안 봤는데 소금빵 하나로 완전히 인식이 바뀌었다. 그렇게 소금빵에서 시작한 내 소비는 무화과 깜빠뉴로 이어졌다.
-Hee
*소금빵
성수에서는 매번 대기 줄이 길어 사기 어렵던 자연도 소금빵을 영종도 본점에서는 쉽게도 살 수 있었다. 타이밍이 잘 맞았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줄을 조금도 서지 않고 샀다. 아쉽게도 소금보다는 버터에 확연히 더 치중된 맛이었다. 빵돌이로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는 기름 범벅 맛. 다시 사 먹을 이유가 없는 맛이었다.
안국 아티스트 베이커리에서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런던 베이글과 마찬가지로 빵 자체의 맛보다는 여러 가지 베리에이션과 가게의 컨셉에만 온 정성을 다한 그저 그런 소금빵 맛이었다. 세상에 맛있는 빵은 차고도 넘친다. 이미 소금빵에 대한 기대는 조금도 남아있지 않아서, 이제 어느 베이커리를 가서도 소금빵을 내 손으로 집어 들지는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도쿄 긴��에 전 세계 원조 소금빵집이 있단다. 그리고 마침 이번 연휴에 도쿄에 간다. ��다시 잡초처럼 자라나는 기대감. 빵지순례를 다녀온 뒤의 소금빵에 대한 감상은 어떨는지.
-Ho
*소금빵
밀가루를 끊어야 한다는데.. 빵은 너무 맛있다.
실컷 기교를 부린 빵도 좋지만, 짭짤하고 담백한 소금빵도 매력적이다.
이런저런 빵들이 다양하고 맛있지만, 한국인이라면 겨울은 붕어빵이 생각난다. 요즘은 운이 좋아야 만날 수 있는 붕어빵. 겨울이 가기전에 몇 번 더 먹어봐야겠다.
추억으��� 먹는 음식들이 있다. 외국에 살 때 철이 되면 제주 감귤이 마트에 들어왔다. 포장지에 쓰여진 한글과 제주라는 글씨가 반가워서 몇 봉지씩 사서 먹었다. 그때 내가 먹은 건 귤이 아니라 한국에 대한 마음이었다.
한국이 최고다. 지금 이때가 그리워질 걸 알기에 한국에서 사는 동안 많이 먹고 많이 즐겨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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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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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76번째 주제 "2025"
"2025"
*2025
뭐랄까, 뒤숭숭한 새해였다.
너무 기쁘게 호들갑 떨며 새해를 누리지는 않았다.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꾹 짜부라져 있었다.
요란한 축하도 없이 조용히 시작한 날,
그래도 새해는 온다.
삼재라고 했나, 내게 올해가 그렇다고 했다.
그런데도 나의 가족들에게는 소박하고 꽉찬 둥근 행복으로 시작된 2025년이었다.
내 삼재로 불피운 행복일지라도 아무렴 어떠한가, 손발끝이 부르트도록 내달리던 2024년은 지났다.
목놓아 울고 소리없이 부르짖던 날들이 기어코 지나갔다.
나는 또 오묘한 2025년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울고, 떠들고 그러다 웃어내고 그렇게 지내겠지.
평범한 나의 2025년의 어느 날을 기다리며.
-Ram
*2025
1. 올해 따뜻함에 사르르 몸이 녹을 때쯤 나는 드레스를 입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입장하고, 깔깔 웃으며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퇴장하게 될 것이다. 아마 가장 재미있는 날 중 하나로 기억되지 않을까. 그 뒤 길고 긴 (사실 우리에겐 짧은 시간이지만..) 여름 나라로의 여행은 더 설렌다. 그렇게 상반기가 끝나고 하반기엔 아마 큰 결정을 하게 될 일이 두어 번 있을 것 같은데.. 무탈하게 모든 것이 지금처럼만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2. 지난해는 내 자신을 의심하고 또 의심했던 한 해였다. 올해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3. 1월의 어느 밤, 테니스를 치고 집에 오는 길에 올해 목표를 귀엽게 나의 메모장에 적어보았다. '올해 목표는 빵빵 길게 치기'
그리고 지금 막 생각한 또 하나의 목표는 '작년보다 더 재밌게 살기'
-Hee
*2025
새해랍시고 터무니없는 무언가를 바라는 것에 어떤 의미도 없다는 걸 알지만 이번에도 역시 아빠의 건강이 돌아오길 빌었다. 아빠의 암세포는 이제 두개골을 넘어 뇌까지 침범했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걱정이 넘쳐서 도대체 생활을 할 수가 없는 지경이다
올해는 초장부터 느낌이 썩 좋지 않다. 사실은 작년 말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이어지는 삶의 흐름이 대체로 그렇게 흘러왔으니 좋게 느껴지는 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만. 새해의 숫자가 커지는 만큼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도 비례해 커진다는 것을 깨달으면서부터는 도대체 새해가 반갑지가 않다. 이제부터는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정말이지 모르겠다.
-Ho
*2025
2100년도가 되면 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나는 몇 년도까지 살까? 그때 나는 어떤 모습이고, 어디에 있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분명한 건 내가 하루하루를 살아온 결과들이 모여서 그날의 내가 되어있겠지.
하루하루 감사하면서 매일 조금씩 더 나아지기 위한 선택을 하고 싶다. 건강하게 먹고, 많이 움직이고, 가진 것에 감사하고, 나자신과 주변에 친절해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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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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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75번째 주제 "놀이공원"
"놀이공원"
*놀이공원
우리가 사랑했던 날은 다 그대로였다.
아주 추운 날, 얼어버린 손과 다리를 호호불면서 그렇게 기다리던 날
찰나의 기쁨을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리던 수많은 사람들, 그 속의 우리.
그게 뭐가 그렇게 웃겼는지 끝없이 웃기만 했다. 우리는 고작 그런것에 즐거워했다.
저녁 어스름에 불빛이 반짝이던 곳을 사랑했고, 아주 높은 곳에서 빠르게 내닫던 그 찰나를 즐기고, 한없이 꽉 차있는 기쁨의 공기를 애닯게 누렸다.
그런 기쁨이 너에게 남았을까.
나는 겨우내 그런 것들이 궁금했다.
-Ram
*놀이공원
1년에 한 번씩은 꼭 놀이공원에 가는 것이 내 계획 중 하나다. 갈 수 있을 때 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작년에도 일부러 놀이공원에 가려고 평일에 연차를 내고 갔다. (주말엔 절대 가지 않는다) 올해도 물론 놀이공원에 갈 것이고, 티익스프레스를 ���심히 타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신나게 웃을 예정이다. 하지만 5월은 피해야지. 작년에 5월 평일에 놀이공원에 갔는데 전국에서 소풍을 온 초, 중, 고등학생들이 많아서 주말처럼 줄이 빼곡했다. 올해는 많이 더울 때 가야겠어. 놀이공원에 가는 것처럼 미루지 않고 지금 현재에 하고 싶은 것인데 심지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잔뜩잔뜩하는 1년을 만들어볼까나.
-Hee
*놀이공원
이번 설에는 도쿄에 가기로 했는데 그중 하루 일정을 통으로 디즈니 씨에서 보내기로 했다. 디즈니 랜드와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두고 며칠을 고민하다 끝끝내 고른 지영의 픽이다. 그 하루를 잠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피곤이 몰려오는 느낌이다. 놀이공원은 글쎄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장소, 가면 재미야 있겠지만 지나치게 피곤해질 게 눈에 훤한 장소 아닌가. 기껏 해외로 여행을 가서까지 시간을 쏟을 정도로 가치가 있냐 하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이제 와서는 무를 수도 없으니,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습게도 롯데월드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에버랜드도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한 번 가봤던 게 전부. 그마저도 집에다 자유 이용권 금액을 추가로 내달라는 말을 못 해서 어트랙션은 하나도 타보지 못했었다. 커서는 흥미가 도무지 닿지를 않았었고. 아무튼 간 놀이공원은 경험도 없고 예행연습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바로 실전을 치르게 됐다. 지금부터는 즐거운 척, 피곤하지 않은 척하는 걸 어느정도 연습해야 하겠고, 진심으로 하기 싫지만 블로그 후기나 홈페이지에서 잡다한 정보를 어느 정도 습득해둬야 한다. 여행 가서 싸우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흥미를 갖고 있는 모습을 만들어야 내야만 한다. 이게 아마도 2025년을 평화롭게 지켜낼 전략이자 살길이 될 것 같다.
-Ho
*놀이공원
마지막으로 간건 작년에 싱가폴에서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간 것이다. 친구 가족과 그때는 남자친구였던 남편과 갔다. 나는 “만약에“ 라는 가정을 잘 안하는 편이다. 이미 지나간것은 지나간거고, 다가올 미래도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현재에 충실한게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놀이동산은 나에게 ”만약에“로 이뤄진 가상의 공간으로 느껴져서 재미가 없고 공감이 안된다. 재밌는 놀이기구가 많은 놀이동산도 이제는 힘들다. 더이상 롤러코스터를 즐기기 어렵다. 근데 여름에 갔던 워터파크는 너무 재밌었다. 야간에 싸다고 해서 갔는데 미끄럼틀을 한 15번 탔나보다. 진짜 너무 재밌었다. 이거 또한 나이가 더 들면 심드렁해지려나.. 한살이라도 젊었을때 더 많이 놀아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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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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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74번째 주제 "느낌표"
"느낌표"
*느낌표
나의 외로움이 곧 괴로움이 되고 나의 고립이 곧 고통이 되더라.
생각하면 할수록 나는 늪에 빠지고야 만다.
어느 깊은 바닥으로, 아니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저 아래로 조용히 잠기고 있다.
나는 그런 나를 구태여 꺼내주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나를 걱정하던 당신의 따스함도 따끔히 혼내던 단호함도 나는 온전히 마음에 들었거든.
당신으로 인해, 마음에 빛이 들 때 스스로를 정리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나로 있게 될 때 내게서 빛이 난다고 믿게 된다.
지나보면 별 것 아니었던 것들이었고 나는 이토록 명료하고 또렷하게 괜찮은 사람이다.
그렇게 나는 나를 깨닫고 나를 아끼는 너와 모든 것을 감사하게 된다.
꽤나 좋은 마음이야.
-Ram
*느낌표
1. 다른 시각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2.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채우지 못한 것 같아서 마음이 찝찝하고 어딘가 불안하기도 하다. 이게 맞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그저 시간들이 아득하기도 하다. 이런 어두운 기운과 좋지 않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들을 다 내버리고 뒤돌아서는 게 맞는지, 아니면 그저 그런 적당한 소모를 하며 지내는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무엇이 날 붙잡고 있는 거지.
3. 'I will keep working forever. But your wedding is once in a lifetime'.
-Hee
*느낌표
요즘은 미안하다는 말을 수시로 한다. 미안할 일이 없는데도 그렇게 말해야 할 때마다 자존감이 말라가고 인격체로서의 무언가가 마멸되는 느낌이 든다. 상실감이 깊게 찾아왔다. 이렇게 살아서 될 일인가 싶었지만 놀랍게도 한편으로는 요즘 부쩍 지영과의 관계가 회복되어가는 걸 느낀다.
매 맞는 죄인의 조건반사 같은 사죄가 진실로 정답이었단 말인가!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버젓하게 일어나는 현상을 또 하나 겪으며 현실을 살아갈 자신감을 조금 잃었다. 그럼에도 당장은 괜찮은 결과에 안도감도 조금 얻었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굳이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무조건 사과=평화! 공식처럼 외워본다.
-Ho
*느낌표
느낌표는 잘 안 쓰는 문장부호 같다. 비밀번호를 쓸 때 특수문자를 꼭 넣으라고 할 때 쓰려나. 혹은, 내 생각을 더 강력하게 말하고 싶을 때 쓰는 것 같다.
일을 하거나 누군가와 소통할 때, 특히 상사나 교수님한테 연락할 때는 여러 번 읽어���고 확인하는 편이다. 두괄식으로 쓰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다들 바쁘니까 그냥 내가 원하는 걸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다. 근데 이게 한국에서는 좀 애매할 때가 있다. 그래서 굳이 굳이 계절에 관련된 인사를 한다. 추운 날씨에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라던가, 일교차가 심한 요즘 건강하세요 라던가..
느낌표보다는 물결을 많이 쓴다. 일종의 쿠션어 같은데, 조금 부드럽게 말하고 싶을 때 쓰는 편이다. 내가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소통하는 게 쉬운 건 아니다. 그래도 여러 번 다시 읽어보고 역지사지를 해보면서 소통 해야겠다. 우리는 혼자 살 수 없고 끊임없이 누군가와 연결되어야 하니깐.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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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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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손톱을 짧게 깎았다. 원래도 짧은데 며칠새 삐쭉빼쭉하게 길었더라. 😗 그리고 어제 검지에 거스러미가 생겨서 자꾸 신경쓰였는데 그것도 다 제거완료! 하늘도 맑은 2024년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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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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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72번째 주제 "연말 계획"
"연말 계획"
*연말 계획
연말이 온다.
나의 울퉁불퉁했던 2024년이 지나간다. 온통 길을 헤매이던 날이었다.
끝에 다다랐을 때 많은 것이 부서지고 쏟아지며 사라졌다.
나의 한 해는 잔뜩 눈밭에 구른 토끼마냥 어지러워졌다.
방향을 모르고 나자빠지며 한 구절 한 구절 곱씹어 겨우 도착한 올해의 끝.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끝을 마주한다.
마주한 모든 것들이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나는 하염없이 기도할 뿐이다.
연말은 반짝이고 차갑고 그런 붕뜬 기분으로 보낼줄 알았는데 나의 이번 연말은 좀 더 얼음장이다.
나는 그래도 사랑받는 순간을 즐겨본다.
엄마의 사랑도 친구의 애정도 덧없을 줄 알았던 관심도 다 겨우 끌어안아본다.
얼음장같은 연말을 여러번 숨결로 호호 불어가며 헤쳐가야지.
나의 어수선하고 애틋한 날들이여.
-Ram
*연말 계획
금세 새벽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지나가지 말라고 붙잡고 붙잡던 여름이 지났다. 어렸을 때부터 가을이 되면 1년이 다 지나간 느낌이 들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그렇다. 내가 가을이 왔다고 느끼는 지점과 연말 중간에 어설프게 낀 추석 때문인가. 추석 달이 지나면 1년이 두 달 정도, 추석이 빠르면 세 달 정도 남는 건데 그 남은 기간들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10일도 채 남지 않은 올해가 어느 정도 실감이 나자 내가 올해 많이 하지 못했던 것들이 무엇이 있나 생각해 봤다. 독서. 독서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종종 집 옆에 있는 도서관을 다녔지만 약속이 많은 달엔 아예 책을 열지 못했었지 않았는가. 올해 가기 전 책을 두어 권 정도 읽어 치울 생각이다. 두 권을 읽으려면 읽기 쉬운 책들로 골라야겠지? 아직 책장에 안 읽은 책들이 몇 권 있으니 오늘부터 시작이다. 요이 땅!
-Hee
*연말 계획
연차를 이렇게까지 남김없이 소진해 본 해가 있었던가. 짧지만 즐거웠던 여행을 가장 많이 했던 해였다. 그렇지만 연말의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는 중이다. 새집으로 이사를 했으나 하자 보수 탓에 제대로 풀어놓지도 못한 짐 때문에 난민같이 살고 있고, 차는 고장 나 한 달이 넘도록 뚜벅이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 부부의 관계도 딱히 원만하질 못해서 연말에 무얼 해야겠다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 모든 일들의 이유가 경기 탓도 아니고 나라의 꼬락서니 탓도 아니고 모두 내 탓같이 느껴져서 더 서글프다.
마지막 남은 연차 두 개는 30, 31일에 사용했다. 주말부터 새해의 첫날까지 연이어 쉴 텐데 무언가를 특별히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집을 정리하면서 소박하게나마 음식을 만들면서 새해를 기다리고 여유가 된다면 짜증과 다툼에 대한 저항성을 잃어버린, 너무나 예민해져버린 나 자신의 내면을 다시 되돌아볼 시간을 갖고 싶다.
-Ho
*연말 계획
드디어 종강을 했다. 중간고사때 너무 힘들게 공부를 했어서 기말고사때는 힘을 좀 빼자 생각하고 한게 도움이 많이 됐다.
공부는 진짜 고통스러운 과정인 것 같다. 모르는 게 당연한데 모르는 걸 알아가는 과정에서도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한 것 같다.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남편한테 말하면 남편은 늘 “You should give more credit yourself.” 라고 한다. 나는 늘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내자신에게 칭찬을 더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번에 하나만 하라고 너무 먼 미래까지 걱정하지 마라고 한다. 하나하나 하다 보면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시부모님은 이미 한달전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주셨다. 작년엔 멜번에서 다같이 보냈는데 남편이 집이 그립지 않을까 싶어서 크리스마스인데 집 안 그리워? 하니까 “You’re my home.” 이란다.. 너무 남편 자랑 글이 되어버렸나 싶은데…
종강도 했고 올 한해 너무너무 수고한 내자신에게 잘 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그리고 옆에서 잘 서포트해준 남편과 가족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다 갚고 살고 싶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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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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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잘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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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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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71번째 주제 "희비교차"
"희비교차"
*희비교차
많은 순간에 기쁨도 슬픔도 열심히 오간다.
어디가 바닥인지 모르고 떨어지는 절망의 시간 동안 단 한줌의 기쁨도 드나들지 않더라도.
그래도 언젠가 그것이 또렷이 뒤집히면서 바뀐다.
나의 희(喜) 나의 비(悲) 모든 것들이 분명하게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그중에 지금은 슬픔으로 맞아내는 시기인가보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슬픔을 열심히 버텨내다보면
기어코 조금씩 좋은 시간이 오리라 그런 걸 기대하게 된다.
기어이 내가 이것을 가장 기쁜 것으로 되돌려 두리라.
지금보다 더 나쁠 것 없는 그 순간으로 파안대소하며 안심해보리라.
-Ram
*희비교차
1. 좋지 않은 일들은 한꺼번에 일어난다고 하던데. 야금야금 일어나는 것보단 낫지 뭐. 크게 한 방 맞고 나면 그제야 정신 차리기 마련이니까. 열감기 실컷 앓고 나서 땀 뻘뻘 흘린 뒤 개운하게 툭툭 털고 일어나 땀 흘린 이불과 베갯잇 빨고 난 뒤 한숨 돌리는 그런 마음이 있듯이. 하루에도 '이게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의심하고 의심하는 날이 잦았던 순간들이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나의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자. 엉뚱한 데에 마음 쏟지 말고.
2. 매일 아침마다 테니스 클럽 부회장님이 글귀와 함께 코트장 예약 현황을 보내주신다. 처음엔 엄마가 보내주는 어디서 만든 것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요란한 글귀 이미지를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분이 보내주시는 건 나름 인사이트가 있는 글귀들이라 가끔 오후에도 그 글귀를 다시 찾아서 읽는다. 그중 '번뇌에 머물 이유는 없습니다'라는 글귀가 요즘 내 마음에 가장 많이 남는다.
3.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이 있어도 주변에 있는 다수가 그 방향이 옳은 건지 모른다면 그 공동체에선 정답이 아닌 것이 되는 사실. 같은 상식 선에 있어야 옳은 것은 함께 옳다고 생각하는 것.
-Hee
*희비교차
1. 해마다 이맘때 승진자 명단이 발표된다. 게시판 공지가 올라오면 희비가 즉각적으로 교차된다. 축하 전화를 받느라 종일 핸드폰을 귀 옆에 붙인 채 복도를 서성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망감에 근로의욕을 상실해 급히 월차 쓰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친분이 있는 몇몇에게는 굳이 전화를 걸어 짧은 축하를 전했고 실의에 빠져있을 몇몇에게는 할 말을 찾지 못해 침묵했다. 희와 비는 양으로 따지면 비등비등한데 어째선지 사무실 분위기는 어제보다 훨씬 우울하고 불편하게 느껴진다. 지나고 보면 사실 별일도 아닌 걸 알면서도 당장 안타까운 사람들에게 감정이입하며 나도 모르게 연민을 가졌을까. 아마도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 같은 �� 분위기가 얼른 환기되면 좋겠다. 내 것도 아닌 남의 희비에 왜 이렇게까지 휘둘려야만 하는지. 손해가 막심한 기분이다.
2. 여의도 환호. 광화문 탄식. 절대 다수의 희와 소수의 비가 교차했다. 지지부진했던 일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엉뚱한 상황을 통해 이뤄져 조금 얼떨떨하다. 아직 많은 과정이 남아 있지만 희든 비든 지금보다 더 크게 번져나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런 희비 교차는 자업자득, 사필귀정 같은 뜻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부담이 적다.
-Ho
*희비교차
어제는 역사적 희비교차의 날이었다. 누구는 무척 관심 있었고, 누구는 무관심 했던 날이다.
앞으로도 많은 희비가 교차하겠지만, 희가 우리에게 더 많았으면 좋겠다싶으면서도 성취는 언제나 어느정도의 고통을 동반한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잘 견디고 이겨내고 유연하게 잘 넘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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