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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하면서 아끼며 쓴 티 텀블러에 금이 갔고 산 지 얼마 안 된 휴대폰에 기스가 났다.

새 것이라 나름 소중하게 다뤄 왔는데, 비웃듯이 언제 났는지 모르게 조용히 흔적이 남아 버렸다.

내가 덤벙대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은 내 눈앞에서 상처당하는 게 운명인 것일까?

마치 내가 침착하고 평온하게 하루를 보내려 하면 세상이 날 진흙탕으로 내던져 버리는 것처럼.

피곤하다. 나는 잠으로써 상처받은 모든 것들을 덕지덕지 바늘로 꿰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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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에 찍은 필름을 드디어 현상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 변색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 별탈없이 나왔다.

바다를 가거나 바다 사진을 보면 항상 이 노래가 생각난다. 패닉이 부른 노래도 좋지만 고등학교때 한때 열풍이었던 방송의 박정현이 부른 버전을 더 좋아한다.

생각해보니 시간이 정말 많이 흘렀다. 체감상으로는 몇 년 안지난 것 같은데 벌써 10년이상 지난 일이라니. 하지만 나는 여전히 노래 가사처럼 어리석다. 고등학교때란 별반 차이 없는 것 같다.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아직 고요하지 못한채 폭풍이 휘몰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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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1 12:51

오늘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잠을 자는 내내 꿈을 세 번이나 꾸었다. 꿈을 꾸다 깨서 다시 잠들다 몇 시간 되지 않아 꿈에서 깨어나고….. 두 번째 꿈과, 세 번째 꿈의 내용은 기억에 남지 않지만 첫 번째부터 세 번째에 이르기까지 불쾌한 느낌으로 남은 것은 생생히 기억한다.

첫 번째 꿈의 내용은 기억하는데 직장에서 주임님한테 내 다른 성격을 들켜 주임님이 혐오하는 내용이었다. 깨어났을 때는 땀을 흘리고 있었고 양말 신은 채로 더러운 진흙은 밟은 것 마냥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다른 성격이라기보다는 그냥 사람들과 있을 때와 나 혼자 있을 때의 차이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보통 연기를 하니까. 애써 밝은 척, 정적이 괜히 두려워 일부러 먼저 말을 걸기도 하지만 혼자가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쏟아버린 탓에 지쳐버리고 쉬는 내내 침대 속에 틀어박히게 된다. 나는 아직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두렵고 무섭다.

그 꿈을 꾸고 나서 내가 진짜로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을 곱씹었다. 그냥 조용하고 우울한 성격이 부끄러워 그것을 들키는 것이 두려웠을까….? 아직도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임님의 혐오스러운 표정을 잊지 못한다. 평소에는 절대 화를 내지 않고 항상 웃으시는 분이라 충격이 컸나 보다.

어제는 휴가를 썼고 내일까지 쉬는데 왜 이렇게 지치는지 모르겠다. 내가 무엇을 해야 이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계속 발버둥 친다. 허나 계속 진흙탕으로 빠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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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지 안에서

무언가를 계속 쓰고 싶었다.

하지만 무언가에 막힌 것처럼 단어가 되질 못하고

그저 하나의 웅얼거림으로 남았다.

밤 12시, 나는 여전히 여기에.

에어컨 소리, 에어 쿨러 돌아가는 소리만이

내 귀를 쉬지 않고 괴롭힌다.

시간, 죽어버린 나의 시간은 여기 운전실에

겹겹이 쌓여 화석을 이룬다.

나는 무언가를 계속 쓰고 싶었으나

녹슨 화석과 함께 하나의 웅얼거림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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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1

작년에 입사했던 신입사원이 퇴사를 한다. 이유는 적성이 안 맞는다고, 평소에 공부하고 싶었던 것이 있는데 잘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뭐랄까 안타까우면서도 부럽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대근이 늘어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많이 답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모르겠다. 꼰대가 되어버린 걸까. 그의 미래를 응원하면서도 지금 같은 불경기의 시대에 이직도 아니고 그냥 일반적인 퇴사를 하다니 약간은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트장님은 그가 다른 사람과 같이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라고 했다. 그를 처음 보았을 때 나랑 성격이 비슷할 것 같는데 했는데 그는 끝내 적응하지 못했나 보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가?, 누구는 적응해서 버티고 있나, 나도 죽겠는데.‘라는 생각이 불쑥 튀어나오는 걸 꾹꾹 참다가 문득 깨닫는다. 이 감정이 질투라는 것을.

작년에 공황장애를 겪고 죽을 것 같다, 하면서도 끝내 도망치지 못하고 여기서 가만히 거머리처럼 버티는 나를 보면서 미래는 어떻게 되든 퇴사를 결정한 그가 내심 부러웠던 것이다.

그가 3월에 떠나고 여기에 남겨진 자들은 그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또 대근을 들어가야 할 것이다. 끝없는 대근, 요즘은 좀 괜찮아지나 했더니 바로 이모양이다.

부럽다. 부러운 만큼 그가 보란 듯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이건 진심이다. 이 시기에 나가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는 통설을 깨고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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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구해줘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가끔은 누가 나를 여기에서 끌어내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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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모든게 다 무너져야만 내 불안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을까.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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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확실히 이상하다. 잘못한 사람이 부끄러워 하기는커녕 오히려 뻔뻔해지고 당당해지고 있다. 그것보다 더 이상한 것은 그들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고 낯부끄러운 냄새나는 변명들을 변명이라 내뱉는데 몇몇은 그걸 믿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여러 가지 이해관계들이 엮어있다고 하지만 그 시궁창 속에서라도 건져먹을 것이 있나 서로 물어뜯는 것이 참 더럽고 역겹다.

자극적인 단어들과 소문들, 거짓이 판치는 가운데 순수한 언어들은 어릴 적 동화처럼 아득히 멀어진 것을 느낀다. 사랑, 희망, 꿈, 진심. 내 입으로 사랑이라는 단어를 꺼낸 날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마저도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다. 분명히 소중한 것들이었을 텐데. 꼭 품에 간직하고 있었을 텐데. 터덜터덜 걷다 보면 다시 발견할 날이 있을까? 이 무력한 시대에서 작지만 무엇보다도 포근했던, 이름마저 잊어버린 그것들을 다시 주울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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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08 23:02

많은 일이 있었다. 12월에 글을 쓰려고 했으나 이런저런 일이 생기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상태가 좋지 못해서 쓰지 못했다. 지금도 좋은 상태는 아니나 쓰고 싶어서 쓴다.

12월에 두 번의 장례식을 갔다 왔다. 하나는 직장 선배의 부친상과 다른 하나는 직장 과장님의 본인상. 과장님이 갑자기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비현실적으로 들려서 꿈같았다. 출근하시기 전에 흡연하시다가 쓰러지셨다는 이야기, 10분 동안 방치되다 발견되셔서 회복이 어려울 거란 이야기, 예전에도 심장이 안 좋으셨다는 이야기들.

인턴일 때 회사 생활에 많은 조언을 해주시고 입사 초기에는 자차가 없어서 가끔 차 태워주실 때 아무나 안태워준다고, 너니까 태워준다면서 벤츠를 태워주셨던 기억들이 안개처럼 내 주위를 감싸 안았다. 나는 기적을 바랐고 회복되기를 빌었다.

그러나 며칠이 되지 않아 과장님은 우리 곁을 떠나가셨다. 슬프면서 허무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너무나도 쉽게 바스러지고 끝으로 귀결되는 게 마음이 막막하고 답답했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과장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답답한 생각을 떨치기 위해 잡히지도 않는 게임을 붙잡고 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뉴스 봤냐고, 지금 난리 났다고. 유튜브에는 뉴스 속보로 가득했다. 불타는 항공기. 그걸 본 직후 나는 숨 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급작스럽게 떠나버린 사람들. 그리고 여기에 남겨진 사람들.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죽을 때까지 살아가야 할 우리들, 불확실한 미래, 해일처럼 덮쳐오는 걱정과 불안들.

요즘은 내가 살아있는 것 같지 않다. 목적도 없이 방황하고 표류하고 있다. 그냥 기계처럼 움직인다. 시간에 맞춰 밥 먹고 시간을 죽이기 위해 영양가 없는 몇 분짜리 유튜브 영상으로 시간을 때우고 또 시간에 맞춰 일하러 가고. 영혼 없이.

살고 싶다.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내가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내 폐로 느끼면서 이제는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 여기는 수족관이다. 나는 아가미가 없는데 물속에서 최소한의 공기만 주워 받으며 숨을 쉰다. 항상 숨이 막힌다.

도망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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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최대 행운은 어쩌다 한번 저질러본 사람들에게만 돌아간다.

- <불안의 서>, 페르난두 페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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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머릿속에 계속 안개가 낀 것 같다. 오늘은 일도 바빠 고개를 돌리면 까먹는 일이 많았다. 그와 반대로 정신은 예민해진다. 날이 서 있지는 않다. 다만 무뎌질 대로 무뎌진 날로 나의 가슴을 긁어댈 뿐이다.

잠이나 자자. 그럼 똑같은 하루가 시작되겠지. 나의 유일한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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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리의 끝자락

대수리가 거의 끝나간다. 오늘 야간은 일이 거의 마무리되어할 게 없는 날에 오랜만에 글을 쓴다. 11월은 너무 힘든 달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별것도 아닐 대수리가 나에게는 벽으로 다가와서 11월이 오기 전부터 끙끙대고 불안에 계속 가슴이 답답했다. 무심하게 다가오는 파도에 그냥 휩쓸리고 다시는 물 밖으로 나오질 못할 기분.

정작 대수리 때에는 힘들고 숨이 답답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버틸 만은 했다. 선배들도 잘 도와주고 내가 걱정했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게 항상 문제다. 뭘 시작하기도 전에 겁을 먹고 불안에 죽으려고 한다. 오늘 출근하기 전에 벌벌 떨었던 것처럼.

모르겠다. 이렇게 이 일을 6년이나 버텼는데 익숙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내가 숨 쉴 곳이 적어지는 느낌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버텨야 하나, 만약에 내가 이직하면 이 진흙탕을 벗어날 수 있을까? 그대로 따라올 것 같은데.

만으로는 내년 서른이 되는데 6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간만 지났 을뿐 하나도 성장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일해야 하지?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뭐지? 왜 이렇게 사는 게 재미가 없지? 다들 이렇게 살아가는 건가.

의무는 늘어만 가는데 나는 아직 어린애다. 이런 내가 참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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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저물어 버린 가을의 푸른 하늘. 그리 급하게도 겨울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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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동이 터고 있다. 불면의 터널은 진창이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무사히 견뎌냈다.

어제는 중경삼림 영화를 보았다. 스토리는 나에게는 그냥 그랬지만 내가 태어나기 전의 분위기나 감성 자체는 너무 좋았다. 거리의 불빛과 정리되지 않은 방, 지나가는 사람과 음악들.

그런 기억들이 있다. 나도 모르게 깊이 밀봉해버린 유통기한 없는 기억들. 소중하지만, 꺼내보면 베일 것 같은.

지금 California Dreamin'을 듣고 있다. 동이 터고 있지만 아직 빛은 옅고 나는 묻어두었던 기억의 통조림을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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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왠지 지독한 불면의 밤이 찾아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