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유에서 유
hwal-ja-a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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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 「계절감」
귀퉁이가 좋았다 기대고 있으면 기다리는 자가 되어 있었다
바람이 불어왔다가 물러갔다 뭔가가 사라진 것 같아 주머니를 더듬었다
개가 한 마리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 보는 개 개도 나를 처음 봤을 것이다
내가 개를 스쳤다 개가 나를 훑었다
낯이 익고 있다 냄새가 익고 있다 가을은 정작 설익었는데 가슴에 영근 것이 있어 나도 모르게 뒤돌아보았다
땀을 흘리는데도 개는 가죽을 벗지 않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
땀을 흘리는데도 나는 외투를 벗지 않고 있었다 어찌하지 않은 일
우리는 아직 껍질 안에 있다
뭔가 잡히는 것이 있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꼬깃꼬깃 접힌 영수증을 펴보니 다행히 여름이었다
미련이 많은 사람은 어떤 계절을 남보다 조금 더 오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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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amoh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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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느끼는 시간의 속도감을 생각하면 금방이라도 볼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시간은 흐르고 여전히 잘 끼워 맞추며 살아가고 있다.
무에서 유, 유에서 무. 어쩌면 단순하고 명쾌한 것들. 언젠가 우리에게 정해진 무에 속할 때 그곳은 우리가 아는 유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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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raming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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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이 펼쳐져 있는 한, 삶은 우울할 틈이 없다. [2021년 7월] 애덤 쿠차르스키, <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 - 바이러스, 투자 버블, 가짜 뉴스 왜 퍼져나가고 언제 멈출까?>, 세종(세종서적) (2021.2) 에른스트 페터 피셔, <금지된 지식 - 역사의 이정표가 된 진실의 개척자들>, 다산초당(다산북스) (2021.1) 마르크 알리자르트 , <경쾌한 사색자, 개>, 이상북스 (2020.9)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 바다출판사 (2020.4) 장 피에르 보, < 도둑맞은 손 - 살아있지만 인격의 일부라고 말할 수 없는 인간적인 어떤 것에 대한 법적 탐구>, 이음 (2019.9) 알프레드 아들러, <아들러 삶의 의미>, 을유문화사 (2019.5) 마르크 오제, <나이 없는 시간 - 나이 듦과 자기의 민족지>, 플레이타임 (2019.3) 마크 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 - 대안은 없는가>, 리시올 (2018.11) 케이트 레이워스, <도넛 경제학 - 폴 새뮤얼슨의 20세기 경제학을 박물관으로 보내버린 21세기 경제학 교과서>, 학고재 (2018.9) 로제 마르탱 뒤 가르, <회색 노트>, 민음사 (2018.8) 클라이브 제임스, <죽음을 이기는 독서 -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고 싶은 인생의 책들>, 민음사 (2018.6) 볼프강 보르헤르트, <그리고 아무도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 볼프강 보르헤르트 전집>, 현대문학 (2018.5) 에두아르도 콘, <숲은 생각한다 - 숲의 눈으로 인간을 보다>, 사월의책 (2018.5) 피터 그랜트, 로즈메리 그랜트, <다윈의 핀치 - 진화의 비밀을 기록한 40년의 시간>, 다른세상 (2017.8) 프랑크 디쾨터, <문화 대혁명 - 중국 인민의 역사 1962~1676ㅣ인민 3부작 3>, 열린책들 (2017.6) 프랑크 디쾨터, <마오의 대기근 - 중국 참극의 역사 1958~1962, 2011년ㅣ인민 3부작 2>, 열린책들 (2017.4) 조너선 와이너, <핀치의 부리 - 다윈의 어깨에 서서 종의 기원을 목격하다>, 동아시아 (2017.3) 임솔아,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문학과지성사 (2017.3) 황동규, <연옥의 봄>, 문학과지성사 (2016.11) 황인숙,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문학과지성사 (2016.11) 조지 길더, <지식과 권력 - 21세기 자본주의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세종연구원 (2016.10) 김용택, <울고 들어온 너에게>, 창비 (2016.9) 박정대, <그녀에서 영원까지>, 문학동네 (2016.9) 오은, <유에서 유>, 문학과지성사 (2016.8) 알프레드 아들러, <아들러의 인간이해 - 세 가지 키워드로 읽는 아들러 심리학>, 을유문화사 (2016.8) 프랑크 디쾨터, <해방의 비극 - 중국 혁명의 역사 1945~1957ㅣ인민 3부작 1>, 열린책들 (2016.8) 곽준혁, <정치철학 2 : 르네상스와 근현대 - 지배가 없는 권력은 가능한가>, 민음사 (2016.7) 곽준혁, <정치철학 1 : 그리스로마와 중세 - 정치와 도덕은 화해 가능한가>, 민음사 (2016.7)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돈의 발명 - 유럽의 금고 이탈리아, 금융의 역사를 쓰다>, 책세상 (2015.6) 니콜라스 터프스트라, <르네상스 뒷골목을 가다 - 피렌체의 사라진 소녀들을 둘러싼 미스터리>, 글항아리 (2015.3) 김윤이, <독한 연애>, 문학동네 (2015.3)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책공장 베네치아 - 16세기 책의 혁명과 지식의 탄생>, 책세상 (2015.2) 이제니,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문학과지성사 (2014.11)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열림원 (2013.4) 황동규, <사는 기쁨>, 문학과지성사 (2013.1)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2012.12) 김승희, <희망이 외롭다>, 문학동네 (2012.12) 장석남,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문학동네 (2012.2) 윌 듀란트, <문명이야기 5-2 - 르네상스>, 민음사 (2011.5) 박원길, <몽골비사의 종합적 연구>, 민속원 (2006.4) #Book #Reading #History #Politics #Literature #Art #Economics https://www.instagram.com/p/CShItycl25V/?utm_medium=tumb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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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so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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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다시 말을 배우고 싶어졌다 하지만 유에서 유 넘사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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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roubledbison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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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or
공포
밤에 손톱을 깎으면 안 된단다 귀신이 해코지를 할 거야
밤에 별이 깜빡거리면 강풍이 분단다 유혹하는 것들은 다 위험하지
밤하늘이 유독 맑으면 된서리가 내린단다 정수리에 힘을 주고 또박또박 걸어야 해
할머니의 비밀은 모두 밤에 있었다
밤에 어둔 길을 혼자 가면 안 된다 뒤통수는 항시 조심해야 해
낮은 흘러가는 것 밤은 다가오는 것
낮은 불발의 연속이었다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밤은 정전되어 있었다 닥쳐오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리 없는 공포탄이 사방에서 폭죽처럼 터지고 있었다
밤에는 작게 이야기해야 한단다 밤말을 들은 쥐가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몰라
비밀들이 아우성치며 베갯속 사이를 앞다투어 메우고 있었다
- 오은, 유에서 유
Terror
You must not clip your fingernails at night The ghosts will harm you Strong winds blow when the stars blink at night All seductive things are dangerous
A late autumn frost will fall when the night sky is especially bright You must walk sharply while focusing on the top of your head
Grandma’s secrets were all inside the night
You can’t walk alone in a dark street at night Always watch out for the back of your head
The day is something that flows away The night is something that approaches
The day was a series of misfires I could not hide my expression The night was loaded I could tell that it would burst in
Silent blanks were being fired everywhere like fireworks
You must talk softly at night You do not know what the rat will do once it hears the words spoken at night*
The secrets were clamouring Pushing each other to fill my pillow
- by Oh Eun, from Something From Something
* A reference to a Korean adage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which translates to “the words spoken at day is heard by the bird and the words spoken at night is heard by the rat.” It’s about how one must be careful with their words. (The closest equivalent I could think of in English was “loose lips sink sh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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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일 오전 04:16
얼음산책.
0. 무의미, 무(無)의 미(美).
1. 늘 그래왔던 것 같다. 망망대해 같은 세상 속에서, 이 지독한 삶의 한 가운데에서, 상대방으로부터 구원받길 바라거나. 내가 상대방을 구원하길 바라거나. 항상 그런 판타지가 있었다. 늘 나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 같은 이들에게 매혹되곤 했었다. 날 구원해줄 것 같거나, 나의 구원이 필요해 보이거나. 허우적대는 나를 건져 올려줄 수 있을 것 같은 배이거나, 한창 침몰하고 있는 부서진 배이거나. 어중간하거나 잔잔한 것은 싫었다. 뚜렷한 것이 좋았다. 극단적이면서도 동시에 이중적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날 구원할 수 없었고, 나 역시 아무도 구원해줄 수 없었다. 그걸 깨닫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꽤 많은 관계들을 희생시켜야 했으며, 꽤 쓰라린 경험들을 대가로 치러야 했다. 구원의 주체와 객체가 ‘나와 너’에 오롯이 대응되길 바라는 것은 큰 착각이자 환상이다. 자신을 몰락시키는 것도, 자신을 구원하는 것도 결국 자기 자신이다. 서로가 이를 인지하며, 상대방과의 깊은 교류 속에서, 자기 자신이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질문들을 확인하고, 또 나아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과정, 그 과정이 발생하는 상대방과 자기 자신의 교집합의 영역이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과 구원은 엄연히 다르다. 늘 이를 망각해왔다. 누군가로부터 구원받길 바라지도, 누군가를 구원하려 들지도 말아야 한다. 그저 사랑하겠다는 마음과 의지만으로도 충분하다. 모든 사랑은 영화같기에, 속칭 ‘영화같은’ 사랑에 목매지 말아야 한다. 서로의 일상 속, 가볍고 무의미한 대화와 사건들을 공허해하지 않으면서, 유의미를 찾는 것에 눈이 멀어 무의미가 가진 무(無)의 미(美)를 놓치지 않으면서, 그저.. 이를 테면, 서로 좋아하는 영화나 음악, 그림과 글이나 공유하고, 이에 대한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고, 나란히 걸을 때 아무런 대화가 없어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한강 변 공원 어느 벤치에 나란히 앉아 맥주에 김이 다 빠질 때까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나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강의 소설이 좋은지 아님 시가 좋은지에 대해 무의미하게 티격태격하고, 그러다 김이 다 빠진 맥주를 마시고, 킥킥대고, 그렇게 서로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다른 누군가가 아닌 유일무이한 순간 속에 ‘너’와 함께 보내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오롯이 행복해하고, 슬플 땐 같이 울어주고, 기쁠 땐 같이 웃어주고, 그렇게 서로의 같음을 확인하고, 어느 날 서로의 다름을 마주하고, 이해하고, 아니, 이해하려 노력하고, 인정하고, 아니, 인정하려 노력하고, 또, 지금까지 앞서 나열했던 당신과 나 사이의 이 모든 것들마저도 역시, 무의미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아가 그 무의미를 사랑하려 노력하고. 그저 그렇게, ‘영원히’가 아닌, ‘매 순간 속에서’, ‘당신을 사랑하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과 의지. 그 정도, 마음과 의지면 충분하다. 내가 이 세상에 던져진지 25년 째 되는 해의 열 번째 달이 되었다. 이젠 정말, 다시 오지 않을 내 이십대의 절반을 소진해버렸다. 이젠 나의 음악 앱에서 검정치마의 Hollywood를 지워야 할 때다. 타버리면 어떤가. 다 바스러져 없어질텐데.
2. ‘사실 겸허한 태도로 자연과 교호한다든지, 우주적 연민의 정조로 모든 존재물을 성찰한다든지 혹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그 자체로 존중한다든지 하는 마음들은 가장 근원적인 의미���서 예술의 정신일 것이다. 예술이란 것도 결국은 뭇타자들에 대해 끝없는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고 인간과 세계와 자연의 본질을 탐구하면서 의미 있는, 혹은 무의미한, 가치와 윤리,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것은 '나'를 넘어 '너', 타자를 이해하는 일이다.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타자의 사고와 감정, 감각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일, '다름' 그 자체를 인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아가, 이를 통해 자신만의 가치관을 넘어서서 타자와 일정한 교집합의 영역을 공유하고자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동양적 자연관, 우주관과 겹치는 동시에 생태학적 사고와도 유사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서로 유기적 관련 속에서 진정한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견해와 다름 아닌 것이다. - 박영택, <식물성의 사유> 中.
3. ‘자신은 특별하기 때문에 비록 집안에서 반대하거나 세간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노력으로 그 사람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으리라는 환상을 가진다. 이것을 ‘구원자 컴플렉스’라고 한다. 물론 자신에 대해,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나르시시즘도 한 몫 한 것이다. 세상은 그래서 돌아가는 모양이다. 그러나 본인의 행복은 보장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컴플렉스가 되는 모양이다.’  
4. ‘아무렇지 않게 넌 내게 말했지. 날 위해 죽을 수도, 죽일 수도 있다고.’
5. 혹시라도 그대라면 이 기분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혹시라도 그대라면 이 마음을 안아줄 수 있지 않을까 혹시라도 그대라면 늘어가는 내 몸의 상처보단 그보다 더 깊게 패인 내 마음의 상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혹시라도 그대라면 조금은 더 노력해주지 않을까 혹시라도 혹시라도 그대라면 그래 너라면 새까맣게 타들어 간 내 심장을 다시 새롭게 하고 하루하루 나의 목을 조여오는 절박함 사라지게 하지만 결국엔 이런 나의 이기심이 널 떠나게 해 널 멀어지게 해 결국엔 내가 널 떠나가게 해 혹시라도 그대라면 조금은 더 노력해주지 않을까 혹시라도 혹시라도 그대라면 그래 너라면 닫혀버린 나의 맘을 나의 문을 다시 열리게 하고 멈춰버린 내 심장이 다시 한 번 살아날 수 있게 하지만 결국엔 이런 나의 이기심이 널 떠나게 해 널 멀어지게 해 결국엔 내가 널 떠나가게 해 정말 한심하죠 난 그 어떤 누구도 심지어 내 자신조차도 사랑할 수 없군요 꽤나 억울하게도 그 어떤 선택의 여지도 갖지 못한 채 이렇게 돼버렸어 정말 한심하죠 난 그 어떤 누구도 심지어 내 자신조차도 사랑할 수 없군요 꽤나 억울하게도 그 어떤 선택의 여지도 갖지 못한 채 이렇게 혹시라도 그대라면 조금만 더 노력해주지 않을까 혹시라도 네가 아닌 나를 위해.
6. 이타심을 가장한 이기심 속에서의 얼음산책을 끝내고, 반성과 변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단이 필요한 때다. 
6.4 - “time for some action.”
7. ‘ godspeed: n. the wish that the outcome of someone's actions is positive for them, typically someone about to start a journey or a daring endeavor.’
8. ‘영원은 실존한다. 완전하고 절대적인 영원이, 잠시 불완전하게 우리 삶을 비추는 것, 우린 그것을 시간이라 부른다.’
9. 무에서 유. 유에서 무. 무에서 무. 유에서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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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xatist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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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외출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그날 그 시각 거기에 있지 않았다면 너를 마주치지 않았다면 그 말을 끝끝내 꺼내지 않았더라면 눈물을 흘리는 것보다 닦아주는데 익숙했다면 뒤를 돌아보는 것보다 앞을 내다보는 데 능숙했다면 만약으로 시작되는 문장으로 하루하루를 열고 닫지 않았다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일어나니 아침이었다. 햇빛이 들고 바람이 불고 읽다 만 책이 내 옆에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만약 내가 어젯밤에 이 책을 읽지 않았었더라면
<유에서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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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alaska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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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생일맞이 결산
웃고 즐기는 가운데(literally), 어느덧, 2007년에 시작한 '죽기 전 1000권 읽기 프로젝트'의 보고서를 올릴 시간이 돌아왔다.
‘죽기전 반드시 읽어야 할 1001권 리스트’ (Peter Boxall’s 1001 Books: You Must Read Before You Die. http://www.listology.com/ukaunz/list/1001-books-you-must-read-you-die) 과, 이런저런 수상작이나, 내가 좋아하는 다른 작가들이 권한 책등 다양한 추천목록을 참고하는 매년 기본 기준이지만, 2016-2017년 기간에는,  한국에 갈 때 그냥 집에 있는 책들을 나름대로 주섬주섬 챙겨가지고 갔기도 하고, 한국 알라딘 중고책방이나 이태원에서 사들인 영문책들, 그리고 지야가 크리스마스 브레이크에 오면서 준 선물 두 권도 그 목록에서 나온 것이 아니어서, 목록에서 얼마나 지워졌는지는 확인을 안 해봐서 모르겠다. 
그리고, 원어든 번역이든 한글로 된 책들은, 한국에서 시간 나는데로, 손에 닿는대로 조금 중구난방 읽은 분위기라 기록하면서 조금 찜찜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애초에 개인기록으로 그냥 읽은 것을 기록하는건데, 읽었으면 읽은거지 중구난방 읽은 것은 또 뭐냐고 하시는 당신, 그게 그렇단 말이다.
뭐랄까.
책을 읽는다는게 모름지기 사람을 진지하게 사귀어 보려고 나가는 미팅같기도 한 것이란 말이다.
나가기 전에 기대를 많이 하든, 아니든, 전혀 아는 바 없는 사람이든, 조금 이야기를 미리 들었든, 그럭저럭 분칠도 조금 하고 거울도 좀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갈 것이란 말이다.
그런데 스쳐지나가는 사람이 그냥 얼굴이 마음에 들어, 혹은, 아는 사람이 아는 사람이 아는 사람이라든가 해서 같이 차를 마신다든가 하고 들어왔다고 가정(하기도 정말 힘이든다만)하면 뜻밖에 괜찮았(다는 것을 정말 상상하기 힘이 들지만)다고 해도 뭔가 석연찮은 느낌이 남아있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어떻든, 그게 그렇다.
나는 지난 18년간 영문책만 읽어서, 한국 작가나 기타 영어권이 아닌 나라 작가들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정보가 부족하여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읽은 책들은, 읽고 나서도 마음에 들었어도 조금, 그렇다. 다시는 못 만날 피서지에서의 사랑처럼 뭔가 어설프고, 뭔가 더 잘 읽었을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첫 장을 읽는 분위기가 그게 아니었던 것 같고, 그렇다. 
추천을 받는다고 해도, 나도 추천하는 사람의 취향을 모르고, 그 사람들도 내 취향을 모르고, 홍보성 게시물인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믿기도 어려웠다. 
물론, 마치 믿을 만한 친구 같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은 따로 평을 알아보지 않고 찾아 읽기도 한다. 그러나 무슨 추천목록에 있는 것이나, 상을 탔다든가 하는 것 모두가 소개 받는 것에 일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믿을만한 사람에게 추천을 받거나 선물을 받은 것이면 모르지만, 그저 표지나 제목만 보고 서점이나 책방에서 시간을 죽이기 위해 집어든 책이라면, 경험상, 십중팔구는 시간 낭비가 되기 쉬워서, 그게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투덜거리면서도 한국에서도 한글책을 많이 읽지 않은 이유다.  
또한 한국에서는, 팔도/삼국 여행을 하느라고 절대시간/체력도 많이 모자라서 어정쩡한 책을 읽느니 틈이 나면 눈을 감고 쉬자는 쪽이기도 했다.
또,  알파벳권의 원어인 경우는 원문이 추측이 되는데 번역이 잘못 된 것 같은 경우는 집중이 안되서 대충 넘어가고 싶을 때도 있었고, 원어가 한글인 것들도 미국 살면서 많이 접할 기회가 없었던 추상적인 단어들은 새로이 낯설어, 영어로 읽는 것보다 더 어렵기도 했다. 그리고 또, 역으로, 모국어랍시고, 한국어는 조금 신중하지 않게 읽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때로, 내가 그냥 신문 읽듯이 너무 가볍게 설렁설렁 읽고 있는 것을 발견하면, 읽어나가면서도 '나의 독서'가 내 마음에 안 들었다고나 할까. 작가에게 풀 크레딧을 주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뭔가 중요한 한 단계를 건너 뛰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언어는 참 오묘한 것이다.
지난 분기의 프로젝트는 단편을 많이 읽는 것이었는데, 올해 후반기의 프로젝트라면, 한국에서 중구난방 독서를 하면서 목말라했던 대장들, 칼비노, 마르케즈를 좀 찾아 읽는 중이고, 간간히 신선하게 읽을 신작도 더러 챙겨 놓았고, 그리고,  하스미 시케히코 작, 박창학 역의 '나스메 소세키론'을 읽기 위해서 가능한 한 소세키 집중 탐구를 당분간 한 결과, 현재 가까스로, 그러나 성공적으로 시작한 상태다.
이들 모두가 결국 번역작인데, 한국어로 읽지 않고 굳이 집에 돌아와서 영어로 읽는 것에도 혹시라도 누군가 의문을 품으실 양이면(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별로 관심이 없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다름 아니라 영어자체가 한국어보다 더 쉬운 언어기 때문에 번역서도 나는 영어로 읽는 것이 더 편하다고 밖에 말을 못하겠다. 
당연히 내가 모국어인 한국어을 영어보다 잘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한국어가 쉬운 언어라는 뜻은 아니다. 거기에 번역이 추가되면 때로는, 이 문장이 본래 무엇이었는가를 이리저리 추리하느라고 정말이지 머리가 이중삼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영어나 한국어나 읽는 속도가 대략 비슷하다. 영어를 그만큼 잘 한다는게 아���라, 한국어도 망가졌다는 말일 수도 있다. 
사회전반이 '받아들여지는' 것에 대해 민감하다보니, 언어 사용자체가 너무 상투적이라는 것도 문제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각각 단어에 연결되는 한국말 단어가 매우 희박하거나 오용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방송을 하는 사람이라면 미국에서는 생방으로 리포트 현지 연결을 해서 자기가 할 말을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읽는 것조차 강세를 엉뚱하게 두고, 그것도 판에 박힌 문장만 나열하는 것을 보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줍잖은 언어 얘기는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자)
아무튼 올해도 서론이 본론보다 길지만, 그렇다. (정말, 번번히 생일맞이 보고서를 쓰기 시작하는 순간에는, 이번에는 할 말이 별로 없으니 그저 목록이나 기록하고 말겠는걸, 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여전히 아무도 믿지 않겠지)
가기 전에는 산책할 때 오디오 북에도 많이 의존을 시작하고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계속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느라고 소리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그래서 좋아하는 팟캐스트 조차 제 때 들을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어영부영 한 권도 못 읽어서 입안에 온통 가시가 돋아 나올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뛰어들어간 나라에서, 그만하면 분발한 편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올해의 보고서를 공개한다.  
Drum-roll please!
1.  Captain Corelli's Mandolin                                   -Louis de Bernieres
2. The Lay of The Land                           -Richard Ford
3. Molloy                                    -Samuel Beckett
4. Malone Dies                         -Samuel Beckett
5. The Unnameable                      -Samuel Beckett
6.The Visiting Previllege                              -Joy Williams  (short stories)
7. The Good Aprentice       -Iris Murdoch
8. The Moviegoer                                -Walker Percy
9. Villa Incognito                 -Tom Robbins
10. Friends and Relations                        -Elizabeth Bowen
11. The shipping News                      -Annie Proulx
12. Tales From Moominvalley                          -Tove Jansson
13. Kokoro                                      -Natsume Soseki
14. The Castle of Crossed Destinies                                    -Italo Calvino
15. Ten Nights of Dream ( including Hearing Things /The heredity of Tastes)  -Natsume Soseki
16. The Invention of Curried Sausage    -Uwe Timm
17. Grass On The Wayside                            -Natsume Soseki
18. The Imposter                                 -Jean Cocteau
19. The Miner                                      -Natsume Soseki
20. Of Love and Ohter Demons                          -Gabriel Garcia Marquez
21. Things That Fall From The Sky                        -Kevin Brockmeier
22. And Then                                                  -Natsume Sose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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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법의 숙제                               -다니엘 페냑  (신미경 역)
2. 쇼코의 미소                      -최은영
3. 우리에게 허락된 특별한 시간의 끝                      -오카다 도시키(이���이 역)
4. 직업으로써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양윤옥 역)
5. 유언                    -산도르 마라이 (김인순 역)
6. 여기는 아미코                  -이마무라 나쓰코  (홍미화 역)
7. 무한화서                  -이성복
8. 사라진 성               -미야베 미유키 (김소연 역)
9. 아만자 1/2/3                        - 김보통 (다른 만화책(!)도 기회가 닿는데로 다수 읽었지만 읽은 그림책 중, 이 책은 '책'으로 간주된다고 생각함)
10. 팔거리의 소년들                - 페렌체 몰나르 (이갑규 역)
11. 독재자와 해먹                   -다니엘 페냑 (임희근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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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읽은 목록 갯수에는 포함 안됨)
(시집을 '읽었다'고 하기는 그렇지만, 꼼꼼히 읽고, 필사도 하고, 일부 가져오기도 한 시집들만 기록함. 다 가져오고 싶은 마음이야 채우자면 서점을 짊어지고 와야 하지만, 한정된 짐 사정으로 인해서...라고 변명하다보니, 애초에 이런저런 얘기를 언급하지 않으면 되는데 무엇 때문에 솔직하게 말을 해서 이렇게 혼자 곤란을 겪고 있는지 모르겠다. 책도둑도 도둑은 맞지만 책은 비행기에 실을때 짐으로 치지 않는다 뭐 이런 법칙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여전히 품어 볼 뿐)
1. 슬픔이 없는 십오초   -심보선
2.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이제니
3. 밥풀    -이상백
4. 나쁜 소년이 서 있다    -허연
5. 구관조 씻기기    -황인찬
6. 유에서 유   -오은
7.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 허수경
8.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9. 파의 목소리     -최문자
늘 그렇듯이 평점 같은 것은 '내가 감히' 의 이유로 생략이다.
그리하여 다시 기록을 점검하자면, 2016년 8월에 한국에 도착해서 9월에 정리한 목록은 44권으로 되어있었는데( 그 전해에는 56권),  올해는 한/영문 도서 도합 32권에 그친다.  
632권이 남았던 것에서 600권이 남았나보다.
그러기 어려울 줄을 알았지만 결국 600권 밑으로 안 떨어진 것이 영 서운하다. 목숨이 연장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눈이 점점 가고 있는 형편에서는 그렇게 잘 생각이 되어주지 않는게 사실이다.
서운하다. 정말.
그리하여 다시한번 분발을 다짐하면서.
깊어가는 아름다운 가을에 알래스카에서 21/sep/2017  이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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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etsomeone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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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이형과 김은경 대표님
낯선 만남과 ‘유에서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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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atthedisco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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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책 오은 유에서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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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0일 오전 03:33
0. 불시착.
1. 그날 이후 나는 왼쪽의 일로 크게 상심하지 않는다. 당신을 자꾸 나의 오른편에 두려는 무용한 노력도. 그런 일은 어쩌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고, 문득 알게 되는 감정의 기척처럼, 보이지 않는 것들도 조금씩 알게 되는 일이 아닐는지. 조용히 지워져버린 나의 왼편에 지금 당신은 없다. 나의 기척은 당신 오른편에서 안녕한지.  - 유희경, <조용한, 왼쪽에서의 당신> 中.
2.  어느 날 우리는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같은 음악을 다른 기분으로 듣는다. 종착역보다 늦게 도착한다. 만남은 성사되지 못한다. 선율만 흐를 뿐이다. 불가능에 물을 끼얹어. 가능해질 거야. 쓸 수 있을 거야. 가능에 불을 질러. 불가능해질 거야. 대단해질 거야. 아무도 쉽게 건드리지 못할 거야. 어느 날 우리는 같은 공간 다른 시간에서 다른 음악을 같은 기분으로 듣는다. 시발역보다 일찍 출발한다. 불가능이 가능해 진다. 착각이 대단해진다.  - 오은, ‘아찔’ 中, <유에서 유>.
3.  둘은 함께 산책을 끝내는데 늘 실패한다. 둘은 점점 멀어져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A가 B에게 말한다. 하여간 느림보들의 등짝이 문제라니까. B가 A에게 묻는다. 정말 그럴까. 정말 그게 우리가 다른 시간에 다른 열쇠로 다른 현관문을 여는 이유일까.  - 심보선, '느림보의 등짝' 中, <오늘은 잘 모르겠어>.
4.  눈꺼풀은 지긋이 닫히고, 무릎은 가만히 펴졌지. 거기까지는 알겠으나. 새는 다시 날아오나. 신은 언제 죽나. 그나저나 당신은... - 심보선, ‘오늘은 잘 모르겠어’ 中, <오늘은 잘 모르겠어>.
5. 내 생각은 옳았고, 지금도 옳고, 또 언제나 옳다. 나는 이렇게 살았으나, 또 다르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은 하고, 저런 것은 하지 않았다. 어떤 일은 하지 않았는데, 다른 일을 했다. 그러니 어떻단 말인가? 나는 마치 저 순간을, 내가 정당하다는 것이 증명될 저 신새벽을, 여태껏 기다리며 살아온 것만 같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중요한 것은 없다. - 알베르 카뮈, <이방인> 中.
6. 선풍기를 켜놓고 잠들지 않겠습니다. 물 마실 때 새끼 손가락을 치켜 세우지 않겠습니다. 황교안과 구교환을 헷갈려 하지 않겠습니다. 경기도에도 광주가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겠습니다. 형광등과 백열등을 구별하겠습니다. 정원의 심어진 꽃을 보고 집주인을 상상하지 않겠습니다. 새드엔딩인 영화들의 첫 시퀀스만을 모아보지 않겠습니다. 지하철을 타면 문 쪽에 서서 창 밖을 보지 않고, 앉아서 가겠습니다. 아침에 일기예보를 꼭 확인하겠습니다. 비 오는 날엔 검은 우산을 챙겨가겠습니다. 멍하니 걷다가 몰라 보고 지나치지 않겠습니다. 사실 일부러 몰라 본 척하고 지나치려 한건데 굳이 먼저 아는 척해도 굳이 깜짝 놀란 척하지 않겠습니다. 단체 사진을 찍을 때 숨지 않겠습니다. 라이터를 켤 때 검지로 켜지 않겠습니다. 사람들이 많은 거리 한복판에서 풀린 신발끈을 묶으려 주저 앉지 않겠습니다. february의 철자를 헷갈려 하지 않겠습니다. 비틀즈 멤버들의 이름을 댈 때 링고스타를 네 번째로 대지 않겠습니다. 존 레넌을 네 번째로 대겠습니다. 아포가토를 주문할 때 아보카도라고 발음하지 않겠습니다. 오늘은 그렇게 하렵니다. 내일도 그렇게 할 까 합니다. 어제는 그렇게 하려할 까 합니다.
7. 우리는 빠르게 살아가지만 천천히 죽어가길 바라니까.우리는 빠르게 살아가지만 천천히 죽어가길 바라니까. 우리는 빠르게 살아가지만 천천히 죽어가길 바라니까. 우리는 빠르게 살아가지만 천천히 죽어가길 바라니까.
8. 선을 그어보니 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9. 불,시작.
10. ㅣ O.. 선을 그어보니 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ㅣ 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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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roubledbison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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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h
청춘
거센소리로 머물다가 된소리로 떠나는 일 칼이 꽃이 되는 일 피가 뼈가 되는 일
어떤 날에는 내 손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내 손은 내가 아니니까 내 마음이 아니니까
자유는 늘 부자연스러웠다
몸의 부기를 빼는 일 마음을 더는 일 다시 예사소리로 되돌아가는 일
꿈에서 나와 길 위에 섰다 아직, 꿈길 같았다
- 오은, 유에서 유
youth
remaining an aspirated sound and then leaving as a fortis a knife becomes a flower blood becomes bone
some days my hand did not move according to my heart my hand is not me it is not my mind
freedom was always awkward
reducing the swelling in my body lessening my heart once again returning to the sound of a consonant
I left the dream and stood on the road it still felt like a dream
- by Oh Eun, from Something from Some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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