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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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가 사리풋타에게 물었다.
“그대가 안다면, 나는 기쁘다. 하지만 그대는 정말로 아는가? 나는 그대에게 도전하는 게 아니라, 그저 묻는 것이다. 그대는 누구인가? 그대가 알지 못한다면, 나에게 도전하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그저 나와 함께 이곳에 있으라. 언젠가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다. 도전이나 논쟁이나 표현조차 필요 없다.”
그리고 당시 사람들은 정말로 진실했다. 사리풋타는 절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에게 도전한 것을 용서하십시오. 나는 알지 못합니다. 나는 논쟁을 잘 해서 수많은 철학자들을 무찔렀지만, 내가 보기에 당신은 철학자가 아니군요. 이제 나는 승복하고 이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때가 되었습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붓다가 말했다.
“2년 동안 침묵을 지켜야 할 것이다.”
그것은 붓다를 찾아오는 수많은 도전자들을 위한 단순한 과정이었다. 붓다는 그들에게 말했다.
“2년 동안만 침묵하고 나서 어떤 질문을 해도 좋다.”
그리고 2년간의 침묵으로 충분하다. 충분함을 넘어선다. 2년이 지나고 난 뒤에 그들은 자신의 이름, 그 모든 도전, 승리에 대한 생각을 모두 잊어버렸다. 2년의 세월이 그 사람과 그의 진실을 맛본 것이다.
그래서 직관의 차원에서는 아무런 정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더 나은 세상에서는, 적어도 지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직관의 인간이 그들의 등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지성적인 정치인들-정치학 교수, 지식인, 이론가-은 직관적인 정치인들을 위한 안내자가 될 것이다. 오직 이런 방식을 통해서만 세상 사람들은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오쇼의 <권력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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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MERIC WORLDING
This text is written by Tiger Dingsun https://tdingsun.github.io/worlding/
그래픽 디자인은 종종 가독성을 위한 수단으로서 순수한 기능주의와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적 감각을 기르는 것은 작업 내에서 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텍스트의 다양한 요소가 어떻게 결합되어 독자에게 특정한 효과를 주는지를 정의하는 시학은 그래픽 디자이너가 이미 하고 있는 일과 매우 유사합니다.
시는 이미 정해진 체계(언어)에서 요소(단어)의 새로운 구성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을 추구합니다.그래픽 디자인 역시 정보의 구성 및 표현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언어와 텍스트에 국한되지 않고 이미지, 상징적 의미, 시각 문화 전반을 포함하는 다양한 요소의 새로운 구성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는 다른 문학보다 단어의 지시적 의미뿐만 아니라 단어의 미적 특성(음운, 소리 상징성, 운율, 미터 등)에서 비롯되는 의미에도 관심을 기울입니다. 타이포그래피를 다룰 때 그래픽 디자이너들도 작업하는 텍스트의 지시적 의미와 미적 특성에 관심을 갖습니다. 둘 다 구조와의 유희적인 관계를 가지며 때로는 형태를 유지하고 때로는 파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래픽 디자이너의 작품과 시인의 작품의 한 가지 차이점은 각 시를 통해 시인의 상징적 세계(기호계)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각 시는 시인의 내면에 대한 신화를 더함으로써 더 큰 작품에 대한 추가적인 맥락을 제공합니다. 반대로 그래픽 디자이너가 만드는 각각의 포스터가 더 큰 세계나 이야기와 연관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종종 그래픽 디자이너의 내면은 포스터의 '실제' 컨텐츠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가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픽 디자이너가 세계 구축에 접근하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입니다. 세계 구축은 내러티브가 비선형적으로 펼쳐질 수 있는 잠재력을 허용하기 때문입니다. 세계 구축은 텍스트(또는 이미지, 또는 그래픽 디자인의 대상이 무엇이든)를 비논리적 읽기(정해진 목표 없이 읽기)로 유도합니다. 다양한 의미의 층위를 위한 디자인은 자본의 원활한 흐름(경제적, 사회적 또는 기타)을 위한 윤활유로서의 그래픽 디자인의 주요 기능에 대한 저항 지점을 제공하며, 이는 작품/세계에 대한 단일한 총체적 해석에 의존합니다.
시(poetry)의 목표는 독자가 시인의 내면에 적어도 부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중간 지점인 시(poem)라는 인공물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독자가 함께 살도록 초대되는 ���계. 중간 지대를 만들기 위해 시인은 외부 기표(공통 원형, 공통 언어, 공통 문화적 참조)와 내부 기표(상징과 이미지, 시인에게 특별히 의미 있는 관계)를 모두 조화시켜야 합니다. 시학은 이 모든 기표들 사이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있습니다.
외부 기표만 포함된 시는 비개인적이고 너무 직설적이며 너무 쉽게 이해될 수 있고, 내부 기표만 포함된 시는 너무 특정적이어서 독자가 이해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시인은 독자에게 이미 익숙한 기표와 보다 개인적인 서사, 이미지, 상징을 결합함으로써 독자들의 정신세계에서 번역할 수 없는 부분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진입점을 만들어냅니다. 이것은 작가 이안 쳉이 '세계화'라고 부르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쳉은 자신의 웹사이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세계화는 어둠을 헤쳐나가고, 불확실성 속에서도 주체성을 유지하며, 우리가 살고 창조할 수 있는 다양한 세계를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매우 중요한 작업입니다. 예술, 게임, 제도, 종교 또는 삶 자체를 창조하든 상관없습니다: 세상에 살고 세상에 사는 삶!”
← 아리엘 바스케스 카란자의 에세이 '사회언어학자에게 언어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사고, 언어, 문화의 관계 도표
저는 이 방법론을 '공상적 세계화(chimeric worlding)'라고 부르는데, 이는 그래픽 디자이너와 대중이 작품을 통해 공존하는 세계가 다양한 다른 세계의 DNA를 조합한 것이며, 이러한 다양성으로 인해 더욱 풍성해진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이 '키메릭(chimeric)'라는 단어를 생물학적 의미뿐만 아니라 은유적인 의미에서도 선택했습니다:
탈식민주의 이론가 월터 미뇰로가 말한 '공상적 세계화'의 방법론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상징적인 억압 시스템 아래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인식론적 불복이 요구됩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우리는 널리 퍼져 있는 이러한 시스템을 조각조각 떼어내어 더 소외된 다른 지식과
결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그래픽 디자이너의 특징 중 하나는 우리가 일상 언어에 깊이 파고든다는 점입니다.
그래픽 디자인의 한계를 확장하다
← 두 개의 극단
그래픽디자이너가지배적문화에서통용되는일련의규칙과레퍼런스에만의존한다면, 가능한한효율적으로소비될수있는것만만들수밖에없습니다. 반대로 디자이너가 자신에게만 의미 있는 개인적인 상징과 기표에만 의존한다면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쓸모없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그래픽 디자인 분야는 대중을 대상으로 하며, 바로 여기에 강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은 개인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쉬우며, 대중이 개별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진입점이 있는 것을 만드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그래픽디자이너가작품이작동하는풍부하고복합적인내적논리를개발한다면, 그 논리를 명시적으로 설명하지 않더라��� 관객은서서히그논리를조합하여창작된세계의이야기를발굴할 수 있을 ��입니다. 시와 사변적 소설은 이미 이런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도 할 수 있습니다.
← 중간 지점 찾기
이방법론은모든구조를버리고기존의서유럽그래픽디자인교육과감성을모두버리라고말하는방법론이아니라는점을분명히말씀드리고싶습니다. 대신 '공상적 세계화'는 그러한 교육을 지방화하고, 새로운 혼합물의 일부로 적절히 재구성하고, 여러 가능한 도구 중 하나의 도구, 여러 가능한 구조 중 하나의 구조로 고려하라는 방법론입니다. 이 방법론은 반구조적인 것이 아닙니다. 이 방법론은 다양하고 모순적이며 모호하고 시적인 구조에 적극적으로 찬성합니다.
← 세계를 이어주는 은유로서의 복합 재료
비유하자면, 이 방법론은 그리드를 만든 다음 궁극적으로 그리드를 깨뜨리라는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그래픽 디자이너는 그리드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리드를 파괴하는 대신 그리드를 나만의 것으로 만들고, 그리드의 미학을 나만의 것으로 주장하고, 그리드 자체에 풍부한 함축적 의미와 나만의 논리를 불어넣고자 합니다. 그리드의 '공상적 세계화' 버전은 공간적이면서도 상징적입니다. 그리드는 그 위에 놓인 텍스트와 이미지에 스스로를 결합하고, 그 주위를 감싸며, 세계의 뼈대가 됩니다. 그리고 대중이 반드시 모든 것을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픽디자인은예술일까요? 도구일까요? 둘다아닌가요? 둘다그리고그이상? 그래픽디자인에서이역설을해결할필요는없습니다. 명확성과시적모호함, 해석의자유로움이공존할수있으니까요. 가독성과 난독성은 공존할 수 있습니다. 모호한 구조(또는 구조적 모호성?)는 대중에게 여기에 세계가 있고, 그 세계가 참여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립니다. 처음에는 얼핏만 볼 수 있더라도 분명 밝혀내야 할 숨은 심층이 있음을 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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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가는 비현실적인 길
이선영(미술평론가)
비/현실의 세계로 들어가며 두남재 아트센터의 개관 두번째 전시인 [비현실적 하이퍼 리얼리즘 : Over and Above]에는 현실이라는 개념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초대작가 박미라, 이재석, 전희수의 전시 작품들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들의 작품에서 현실은 무시되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이지는 않다는 것, 현실로 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참여 작가들에게 예술은 현실로 가는 유력한 길이다. 그들에게 현실은 출발이 아니라, 도달점, 즉 기지의 것이 아닌 미지의 것이다. 현실을 중시했던 사조들이 삶이 무게를 강조했다면, 삶의 중력을 거슬러 풍선처럼 붕 떠 있는 그들의 작품을 매어 놓는 유력한 현실은 그림이다. 작업량이 많은 그들에게 현실은 무엇보다도 붓을 들고 하는 일, 요컨대 그들이 가장 많이 시간을 보냈을 작업에서 찾아진다. 작업하면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가지는 사람이 바로 작가다. 작가 또한 스펙터클 사회의 소비자지만, 동시에 그들은 이미지 생산자다. 생산자의 입장에 서면 아무리 가벼워 보이는 작품도 가벼울 수가 없다. 소비와 생산은 일 대 일 관계가 아니어서,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려면 어떤 도약이 필요하다. 그것은 사기는 쉬워도 팔기는 어려운 일상적 체험에서 쉽게 확인된다. 순식간에 이미지가 합성, 복제되는 시대에 그리기란 심신의 에너지가 무한 투자되는 과정이다. 그만큼 물질과 몸이 투자되었기에 결과물의 무게는 남다르다. 잘 된 작품은 어떤 있음직하지 않은 상황에도 개연성을 부여한다. 얼굴이 여럿이거나 손발이 국수 가락처럼 쭉쭉 늘어나는 인간(전희수)도, 해골들의 춤(이재석)도, 발밑 아래의 또 다른 우주(박미라) 조차도 있음직한 현실로 다가온다. 그림은 현실에서 가상의 몫이 증가할수록 포기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을 포함한 여러 차원의 현실에 대해 설득력 있는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그들의 작업에서 회화는 밀도와 강도의 산물이다. 그것은 몰입의 조건이다. 일단 몰입이 되어야 소통도 유희도 가능하다. 정보화 사회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이미지들에 보이는 간극은 감쪽같이 붙여지곤 한다. 반면 작가들은 현실 그자체의 균열에 주목한다. 현실 자체가 이것저것으로 조합된 인공물이라면, 작가는 이러한 현실의 취약한 부분을 공략한다. 이들의 작품에서 혼성은 한술 더 뜨기 전략으로 행해진다. 이데올로기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이념의 기표들은 바람에 날리는 취약한 천막(이)이며, 세계는 만화의 칸처럼 구획되어 있고(전), 우리의 단단한 토대는 갑자기 푹 꺼진다(박) 그들의 세계는 ���주 대낮처럼 환해서 분열적(이, 전)이거나, 어둠 속에 숨겨진 자기만의 우주에 푹 젖어(박)있다. 작품 속 서사를 이끌어 간다고 믿어지는 주체(대체로 인간으로 설정)가 산산조각 나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러나 분열은 분열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연결을 위한 단면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이지 않다. 이들의 작품에서 유기체와 기계는 종횡무진으로 연결, 접속된다. 균열과 간극을 드러내기 위해서 먼저 현실이 호출되어야 한다. 그들이 호출한 현실은 그 묵직한 근거를 잃고 유희의 한 항목으로 (재)배치되면서 상대화된다. 작품 속 현실은 재차 인정(재인,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변형(생성)되기 위한 전제다. 가상이나 환상 또한 현실과의 관계 속에서 설득력 있다. 그들의 작품이 그만큼 환상적이라면 역설적으로 그만큼 현실적이라는 말이다. 이들에게 환상은 현실의 이면이며, 그 역도 가능하다. 환상과 현실은 극과 극으로 대조되는 것이 아니라,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되면서 수시로 그 경계를 넘나든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은 역동적이면서도 불안정하다. 작품들은 심층보다는 표면이 강조된다. 종이처럼 접혀지거나 펼쳐진 우주(박), 부조리한 매뉴얼로 변한 세상(이), 금방 다른 화면으로 바뀔 것 같은 이미지(전)가 그것이다. 굳이 미술사조와 비교한다면 초현실주의적이다. 이 전시의 기획자인 김기라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방식의 초현실적 회화와 영상 설치를 통해, 각자와 삶과 현실을 주관적 시각에서 조명하고 해석하여 묘사한다.’고 밝힌다. 작업의 주체(동일자)가 타자의 힘에 주목하는 것은 예술의 기조였지만, 20세기의 사조로서 초현실주의는 영화나 사진, 도시적 현실 같은 이전 시대에는 없었던 매체 및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타자를 호출하고 대화했기에 더욱 중요하다. 초현실주의는 한번 유행하고 지나간 사조가 아니다. 이번 전시는 회화라는 고색창연한 매체가 주가 되긴 하지만,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초현실주의로 업그레이드 된 작품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시인이자 초현실주의를 이끈 이론가 앙드레 브르통은 꿈과 무의식의 존재를 부각시킨 프로이트로부터 영감 받아서, ‘꿈과 현실이라는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상반되는 두 가지 상태가 향후에는 초현실이라는 절대적 현실 안에서 화합되리라’고 믿는다. 앙드레 브르통에게 현실이란 ‘생명과 죽음, 현실과 환상, 과거와 미래, 전달 가능과 전달 불가능, 높이와 깊이가 모순으로 보이기를 그치는 마음의 어떤 지점’을 말한다. 초현실주의자의 비전에 의하면, 우리가 전부로 알고 있는 일상적 현실은 다른 차원이 보태져서 무한대로 확장되는 것이다. 21세기에 현실은 미디어 기기의 발달로 더욱 복잡해졌다. 기기의 발달은 고성능��� 아니라 그것이 편재한다는 것에 있다. 분열하는 육체 이미지 가운데 특히 눈(目)이 많은 것(전, 박)은 보고 보이는 관계의 망으로 얽힌 현실에 가상의 몫이 커진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질서이자 생산, 그리고 억압의 그물망으로 이루어진 상징적 우주에 대한 풍자(이)도 빠지지 않는다. 초현실주의 선언문에는 ‘인간들에게 그들의 사고의 나약성과 또 그들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허황된 대지 위에 그들의 흔들거리는 집을 구축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는 항목이 있다. 초현실주의자에게 ‘우리의 관념은 물 위에 떠 있는 낙엽 같은 것’(앙리 베르그송)이다. 초현실주의는 현실과 현실이 아닌 것과의 관계를 작품의 전면에 놓았던 사조인데다가 당시에 이미 사진과 영상이 가세해 있던 시대인지라 어느 사조보다도 동시대적으로 느껴진다. 초현실주의는 시공간적 거리감 또한 잘 활용하기에 더욱 그렇다. 거리두기는 예술의 규칙이며, 때로 정치와 결합 된다. 초현실주의는 모더니티의 이성 중심주의에 대항하는 해방과 혁명을 외쳤다. 하지만 억압적 현실을 초월하고자 하던 예술가들이 현실의 정치세력과의 연대했을 때는 종종 배반으로 귀결되곤 했다. 현대의 작가에게는 정치와 예술 간의 불화에 대한 경험치가 있다.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들의 세대는 인터넷이 여러 기기를 통해 편재화된 시대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기에, ‘현실’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무기 이미지가 자주 등장하는 이재석의 작품은 전쟁과 경쟁으로 점철된 죽음의 문화를 다룬다. 그림을 배우기 전에 만화나 오락을 접한 전희수 세대에게 모태 언어는 하위문화나 대중문화에 있다. 박미라는 현실로부터 수집한 단편들로 자기만의 잔혹한 동화를 쓴다. 작품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대안의 현실은 대량소비 문화로 이루어진 우리의 일상이 유일한 현실이 아님을 알려준다.
박미라 ; 경계를 넘나드는 산책
박미라는 산책을 즐겨한다. 도시를 어슬렁거리며 눈에 담아온 것들을 무의식에 침전시켰다가 그림이라는 꿈으로 재생한다. 작품 [살아나는 밤]은 그러한 수집품들이 가득한 방이다. 그러한 방 또한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을 만큼 어수선하다. 여기에서 시계는 거꾸로 걸려 있고 서랍장에서는 누군가의 발이 나오고 있다. 롤러 코스터같은 구조물은 낮의 경험을 압축 재현한다. 익히 알고 있는 길도 꿈에서는 낯설게 나타난다. 작가와 관객은 미로가 되어버린 길에서 즐겁게 길을 잃는다. 낮의 노동은 밤의 유희가 된다. 그러한 우주에서는 역경을 이겨내는 전능한 존재(deus ex machina)가 있다. 가령 작품 [아홉번째 목숨]에서 침몰로부터 구해주는 거대한 손이 그것이다. 꿈은 분명 현실에서 온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조합이 환상적이다. 하지만 그러한 조합은 해석되기 힘들다. ���상적인 소통에 만족하지 못하여 예술을 하지만, 그로 인해 소통은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작업은 도박이다. 박미라의 작품 앞에 선 관객은 의미, 해석, 소통이라는 방식을 벗어난 채 작가가 무한정 늘려 놓은 이미지의 폭주를 받아들여야 한다. 도시의 산책자에게 만남은 우연적인 것이 많다. 초현실주의 미학의 기조인 오브제나 병치같은 형식은 근대도시에서의 체험이 반영되어 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당시 세계의 수도 파리 이외의 장소에서 초현실주의의 탄생을 기대하기 힘들다. 도시는 한 장소에 모일 수 없는 것들을 모이게 한다. 게다가 사진이나 영화같은 신생 매체까지 더해져서 지금도 지속되는 최초의 프리미엄을 한껏 누리는 사조가 초현실주의다. 새로움을 만나려는 산책자의 여정에게 도시는 자유의 공기를 제공한다. 박미라의 작품에 눈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대개는 관찰로 그치는 산책자의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 현실에서는 유령처럼 투명하고 작품에서 모든 것을 풀어내는 스타일이다. 종이나 캔버스에 펜이나 잉크,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는 모노톤의 작품들은 현실을 이루는 주요한 한 차원을 삭감했다. 그것은 색이다. 작가는 2020년에 있었던 [검은 산책 Walk In The Dark] 전에서, ‘색을 뺀다는 것은 비워 놓는 것임과 동시에 공간을 채우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박미라의 흑백 톤은 원색 못지않게 풍부하다. 원래 블랙은 모든 색의 혼합 아닌가. 작가는 형태들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중시한다. 꿈처럼 나열되거나 조합된 사물들은 기승전결이 명확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화면은 관객이 상상할 여지를 주는 은유적 대상들로 가득하다. 현실원리가 아닌 쾌락원리가 지배하는 우주다. 현실을 기준으로 한다면 싱크홀같은 갑작스러운 단절이 있다. 작품 [안이자 밖]에서 사슴과 고양이가 있는 바닥은 뻥 뚫려 다른 우주가 보인다. 작품 [검은 산책]에서도 산책 중 갑자기 뚫린 길바닥은 견고한 현실이 어디에 토대를 두는가에 대한 의문을 자아낸다. 작가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지반 침식 현상인 싱크홀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래빗홀(토끼굴)을 연결해 가상의 이야기를 만든다’ 하지만 [연결된 시작]처럼 난데없는 구멍은 화이트홀이나 블랙홀처럼 다른 우주로 통하는 길이라는 암시가 있다. 세계를 세계들로 상대화시키면 구멍 주변의 나무는 가지들이 아니라, 뿌리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예술은 단순한 현실의 모사가 아닌 대안적 현실(Alternate reality)로서의 평행우주(Parallel World)로서, 한갓된 상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시간 또한 불연속적인데, 작품 [꿰어진 시간]처럼 공간은 하나의 평면들로 인과관계 없이 나열되고 상상의 실로 꿰어진다. 병렬은 수평적일 뿐 아니라 수직적이기도 해서 [���여가는 위로들]에서는 여러 손들이 잘려진 채 쌓여 있다. 박미라에게도 단편은 연결을 위한 전제다. 이러한 분열적 이미지들은 ‘기관 없는 몸’이나 ‘다양체(manifold)’ 같이 정신분석을 넘어서는 현대철학의 흐름과 닿아있다. 연결은 종횡무진 계���되어야 하므로, 화면 자체는 연속성을 요구한다. 2020년의 전시 장면을 보면 모서리도 연결되는 벽화 스케일의 화면에 어디로 튈지 모를 은유적 단편들을 자유롭게 배치한다. 제목은 [어긋난 조화]인데, 조화가 대개 전체와 부분 간에 설정된 이상이라고 한다면, 부분들이 전체와 무관하게 자율적인 작품은 조화와 거리가 있는 것이다. 조화란 사회의 지배적인 질서를 재현하는 상징적 우주의 이상일 따름이다. 박미라의 작품들은 자기만의 대안적 우주로 지배 질서에 대항한다. 물론 투쟁한다기 보다는 자기만의 우주도 충분히 리얼리티가 있다고 말한다. 자유로워 보이는 현대 사회는 이 조그만 여지를 무화시키려 하기에 자기 세계를 구축하려는 이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저항자가 된다. 작품 [펼쳐지고 접힌 마음]처럼 이 우주는 종잇장같이 취약하지만, 현실보다 훨씬 융통성 있는 접히고 펼쳐지는 세계다. 이 풍부한 주름의 우주는 [겹치고 뚫린] 상태다. 하지만 자기만의 질서는 광기의 특징이다. 작품 [표류기]의 탑승자들은 광인의 배를 떠올리는 총체적 난국이 있다. 미셀 푸코는 [광기의 역사]에서 제롬 보슈의 [광인들의 배]의 예를 들면서, 배에 탄 미치광이 승객들의 묘사가 있는 문학적 형식(시. 속담)들과의 연관을 지적한다. 하지만 광인들은 더 이상 세상 저편으로 떠나보내지 않고 사회가 끌어안게 되었는데, 그것이 병원, 공장, 학교, 군대 등 근현대의 각종 억압적 제도의 원형이 되는 수용소다. 푸코는 정상인을 광인과 구별하기 위해 광인을 죽음과 연결시킨 역사를 말한다; ‘머리는 이미 비어있고 곧장 두개골이 될 것이다. 광기는 이미 와 있는 죽음이다. 미치광이는 음산한 죽음의 전조를 내보임으로서 죽음의 기세를 누그러뜨린다.’ 죽음의 주제가 광기의 주제로 대체되었다는 것인데, ‘문제는 변함없이 삶의 허무지만, 이 허무는 이제 위협과 동시에 귀결이라고 말할 수 있는 외적이고 최종적인 종말로 인정되지 않고 내부로부터 실존의 지속적이고 항구적인 형태로 체험된다’(푸코)는 것이다. 박미라의 작품에서 사형집행의 대상이 되는 고깔을 쓴 등장인물들은 살아있는 채 엄습한 죽음과 밀접하다. 작품은 이질적인 것의 병치가 주는 복잡함에 더해 사건적인 요소가 첨가된다. 화산처럼 폭발하고 홍수가 나고 매몰 처분되며 치고받고 싸우는 등 아우성친다. 거기에는 [시끄러운 유령들]이 가득하다. [나무가 되는 꿈]처럼 이 우주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과정 중의 존재들이 주인공이다. 그것들은 나무나 구름처럼 자란다. 종으로 횡으로 증식한다. ‘되기’를 통해 협소한 현실원칙을 벗어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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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네가 미처 하지못한 말들을 전하려 했어.
있지, 난 네가 하늘에서 흐느껴울만큼 잘 살거야.
결국엔 누구나 무엇이든 그렇게 돼버린다고.
난 비참하게 말했어, "너조차! 하하!"
그렇지.
꿈꾸는듯 하기, 이 자식은 일하는 자야라며 피식 웃어.
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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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우탄트(1909~1974) 3대 un 사무총장 비동맹노선
근대 버마 만들기 우탄트 민트 우탄트의 손자
아웅산 우누 네윈 우탄트 민동황제(재위1853~1878)
미국의 민주주의 토크빌 1835년
역사의 귀환 피터 프랭코판
세계체제론 월러스틴
인도의 발견 네루 1946
힌두뜨와 사바르카르 1923
오로빈도
슬라보이 지제크 조르조 아감벤 아룬다티 로이
중국의 붉은 별 에드거 스노
군인과 국가 새뮤얼 헌팅턴
인도견문록 갤브레이스 풍요한 사회 불확실성의 시대
인도여행기 오카쿠라 덴신
왕오천축국전
콜카타대학 타고르 샨티니케톤 학교 아마르티아 센
뉴레프트 리뷰 타리크 알리
방글라데시 뱅골 노벨문학상 타고르 경제학상 센 평화상 유누스 브라민은행
14c 이븐 바투타 모로코~방글라데시
줄피카르 알리 부토(1928~79) 신파키스탄 이슬람사회주의
파키스탄의 68혁명 타리크 알리(런던) 부토(펀자브)
독립이라는 신화 부토 사미르 아민의 종속이론과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선취
샤시 타루르 팍스 인디카 다동맹 반기문에게 석패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마틴 자크 팍스 시니카
슈타인마이어 독일 군사안보 백서
앗수리 글로벌 지하드 이론 IS
알 바그다디 IS 칼리프 선언
독일 국민에게 고함 피히테 1807 오스만 제국을 침식 내파
내 이름은 빨강 오르한 파묵 이스탄불 2006 노벨상 서구의 근대 비서구의 전근대라는 진부한 서사 하얀성 마찬가지로 주객전도의 서구중심의 서사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케말 파샤 아타튀르크
사이드 누르시의 빛의 책 쿠르드인 광명학원 펫훌라흐 귈렌 에르도안
쿠르드 터키 이란 이라크 시리아 아르메니아 등으로 사분오열
술라이마니야 쿠르드 2012 문화수도 마스투라 아르달란 페르시아의 여성시인 역사가
나세르 아랍연합
사티 알 후스리 아랍 민족주의 사상가 이론가 표준 아랍어 확립 아랍 민족의 역사 국제기구 설립 언어 역사 정치 공정
20세기 아랍 사상사 하산 알 반나 무슬림형제단 창설
이슬람 율법학자에 의한 통치 호메이니 사랑의 와인
왕서(샤 나메) 이란 민족문학 서사시 페르시아어
이란(이란어) 아프간(다리어) 타지키스탄(타지크어) 페르시아어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아제르바이잔족
모사데크 수상 자원 국유화 운동
천일야화 역사서설 이븐 할둔 코란
문명의 생태사관 우메사오 다다오
문명의 시련 토인비
자유의 조건 어니스트 겔너
문명의 충돌 헌팅턴
메카회의 카와키비
20c 유물론 마르크스 프로이트 니체
오스만 사파비 무굴 3대 이슬람 제국
국민국가 리바이어던(우상)
토마스 아퀴나스(1225~) 유럽최초의 울라마
역사서설-> 마키아벨리
안달루시아의 만화작가 알 아라비 ->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단테의 신곡
신드바드의 모험 -> 로빈슨 크루소
이븐 바투일 -> 존 로크 뉴턴 라이프니츠 볼테르
알 자지라 대안적 진실 아흐마드 알 셰이크 초대편집장
와크프 이슬람 기부 제도 마나르 잡지 등대의 의미
세계화의 덫 탈세계화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 프리드먼 역세계화
콜롬보에서 예루살렘까지 신세계화
대유라시아 구상 진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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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는 것에 관한 많은 명언
"나는 모든 일에 함부로 단언하지 않게 되었다. 딱 하나 내가 확신하는 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확신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사실 뿐이다. 뭐든 단정하지 말고 그럴 개연성이 있다는 말을 더 자주 입에 올려야 한다. 우리 지식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 A.J 제이콥스(Jacobs)
"인간이 알지 못하는 것에 견줘보면 인간이 아는 것은 지극히 하찮다. 세상에는 가없이 다양한 것들이 존재한다." - 갈홍 (3세기, 중국 도교 이론가)
"진정으로 배운 자는 자신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아는 자이다." - 알리 이븐 아비 탈리브(Ali ibn Abi Talib,이슬람 제국의 4개 칼리프)
"참 지식은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지를 아는 것" - 공자
"사람이 자��의 무지함을 깊이 깨달을수록 그의 학식은 더욱 깊어진다" - 니콜라우스 쿠자누스(Nicolas of Cusa,독일 철학자)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면 모든 것을 안 것이다" - 스와미 람다스(Swami Ramdas,인도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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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마르크스의 고투, 『마르크스의 마지막 투쟁』
- 1881~1883년의 지적 여정
마르셀로 무스토
강성훈, 문혜림 옮김
산지니, 2018
- 『자본』 1권이 완성된 후, 새로운 이론적 성취들을 고민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고민했던 마르크스 말년의 연구 작업과 그 과정에 겪어야 했던 병마, 그리고 개인사적인 고통 등을 통해, 한 인물이 얼마나 헌신적이고 엄정하게 대의를 위한 학문에 헌신했는가를 정리한 마르크스 연구자 마르셀로 무스토의 마르크스 전기. 사이토 코헤이가 다루었던 마르크스의 환경론적 전회에 대한 글들을 보고 다시 꺼내 든 책. 그런데 꺼내고 보니 예전에 보다가 화나서 때려 쳤던 것은 확실하지만 그 이유는 가물가물해서 읽다 보니까 되살아난다.
- 책은 다른 무스토의 책보다는 훨씬 이론적으로는 가볍게, 그러나 마르크스의 말년의 모습에 대해서는 더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 문제’를 둘러싼 마르크스의 이론적 전회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역사를 단선적이고, 법칙적으로 이해하려는 자칭 마르크스주의자에 대해 마르크스가 얼마나 경멸적인 태도를 취했는지, 그리고 강단의 이론가/평론가들의 올바름보다 헌신적인 혁명가들의 모습에 마르크스가 보여준 찬사를 그려낸다. 그리고 이 책은 무엇보다 마르크스가 아내와 딸들 그리고 손주에 보냈던 애정을 인간적으로 그려내며, 그러기에 말년 겪어야 했던 연 이은 비극 아내, 딸의 죽음에 무너져가는 모습에 대해서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 마르크스와 『자본』 이후의 마르크스를 이해하기 위한 짧은 입문서로는 꽤나 괜찮은 책이다. 특히 많은 마르크스 전기들이 놓친 마르크스의 학문 방식과 그의 탁월하고 예리한 감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매력적이다.
- 그런데 왜 때려 치웠는가 하면 무스토의 문제는 아니고 전적으로 번역자들의 문제다. 특히 이 책의 경우 마르크스가 보여준 이론적 변화를, 완성된 책이 아니라 마르크스가 남긴 다양한 초고들, 요약 정리, 편지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섬세한 번역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용이 이상한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라서, 영문판(2020년에 출판되었으니 당시는 나오지 않았다)이 나오면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번역으로는 “영국은 인도에서 이중의 과제를 달성해야 한다. 하나는 파괴이며, 다른 하나는 소멸한 낡은 아시아적 사회를 재생시켜 아시아에 서유럽 사회의 물적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란 번역했는데 당시 인도 문제에 대한 마르크스의 입장을 아는 ���들이라면 너무나 당황스러운 이야기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시 읽으면서 아예 MECW(소련에서 작업된 마르크스-엥겔스 저작선집)를 비교하면서 봤는데, 이 내용의 원문은 이렇다. “영국은 인도에서 이중의 과제를 달성해야 한다. 하나는 파괴이며 다른 하나는 재생이다. 낡은 아시아적 사회의 폐지와 아시아에서 서유럽 사회의 물적 기초의 전개” 러시아의 농촌 공동체 문제에 대해서는 번역에서는 “러시아에서는 역으로 공동 소유가 사적 소유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마르크스가 주장한 것처럼 쓰여 있지만, MECW에서는 “반대로 러시아 농민에게는 공동 소유가 사적 소유로 변화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라며 마르크스 자신의 주장이 서유럽에 제한된 역사적 사건을 정식화 했으며, 그것은 구체적 정황의 역사적 사건이기에 러시아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무스토의 영어판을 보지 않았지만, 같은 MECW를 인용했으므로 무스토의 오류라기 보다는 번역자들의 오류로 보인다. 책을 번역하기도 하고, 그래서 다른 언어를 우리 말로 옮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충분히 공감하지만, 그래도 이런 수준의 오역은 마르크스의 기본적인 주장 등에 대해 알고 있다면 범하지 않을 것들 아닌가 싶다. 게다가 하필이면 미묘한 변화를 포착하는 것에 의의가 있는 책을 이렇게 번역해버리면 책의 가치를 완전히 상실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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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할까 피렌체의 정치 이론가 마키아벨리가 을 집필한 것은 1512년의 일이었다. 그는 망명 중에 이 책을 저술하면서 정치는 도덕에서 분리되어 과학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그 책을 당대의 권력가이면서 독재자이던 시저 보르기아에게 헌정 하였다고 하는데 사실상 그 독재자에게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어서 한 시대의 천재는 운이 따르지 않는 힘든 한평생을 살았다고 할 수가 있다. 정치가 도덕을 위하여 있다는 생각은 공자나 맹자는 버리지 않았지만 도덕적으로 하는 정치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올해 들어 한결 같이 만연하고 있는 코로나 19로 지구상의 77억 인구는 누구나 어려운 삶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지구의 기후 변화가 인간의 도덕적 타락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스스로의 행복을 위하여 행한 모든 일들의 산물로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방출하지 않았다면 지구의 기온이 이렇게 상승하지 아니 하였을 것이다. 해일과 태풍은 물론 사람 살기 좋은 곳만 찾아다니면서 쉴 새 없이 벌어지는 들불 또는 산불 또한 정치의 도덕적 추락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 짐작된다. 중국의 시진핑도 외면하는 공자나 맹자가 21세기의 인류와 그 정치 지도자들을 얼마만큼 설득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양심의 가책도 전혀 받지 않고 거짓말만 늘어놓는 정치 지도자들과 그 추종자들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도 코로나의 창궐을 온전히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20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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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글로벌 K-CINEMA / K-CINEMA
한국 영화의 참된 매력을 이해하기 위해 성균관대학교 프랑스어문학과와 프랑스어권문화융합연구소 그리고 문화예술미디어융합원은 우리 시대 최고의 영화 이론가 자크 오몽 �� 파리 3대학 교수를 모시고 특별 강연을 개최합니다.
Afin de comprendre le véritable charme du cinéma coréen, le Département de langue et littérature françaises de l’Université de Sungkyunkwan, le Centre des études francophones et le SKKU Convergence Institute for Culture, Arts, and Media, organisent une conférence spéciale avec Jacques Aumont, professeur émérite à l’Université Sorbonne Nouvelle-Paris 3, l’un des plus importants théoriciens du cinéma de notre tem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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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 영화를 프랑스의 석학이 명철하게 분석하는 이번 강연은 한국 영화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한국 영화에 관심이 많은 여러분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특강과 함께 세계적 위상을 얻은 K-Cinema가 세계적 위상을 얻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이창동 감독님과의 대담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한국 영화를 주제로 프랑스 석학과 가장 한국적이자 가장 세계적인 감독이 교류하는 대담은 여러분을 한국 영화 창작의 본연으로 안내할 것입니다. 프랑스어와 한국어 동시통역으로 진행되니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Cette conférence sera l’occasion de comprendre, à travers une analyse savante, la véritable valeur du cinéma coréen, qui reçoit actuellement une attention mondiale. Nous vous invitons à cette conférence pour une meilleure compréhension du cinéma coréen. Après cette conférence spéciale, se tiendra également une table ronde avec le réalisateur Lee Chang Dong, qui est l’un des représentants du K-Cinema ayant acquis un statut mondial. Le débat entre un savant français du cinéma et un cinéaste grâce à qui le cinéma coréen a pu approcher le succès mondial qu’on lui connait aujourd’hui vous permettra de découvrir la vraie nature de la création cinématographique coréenne. C’est les bras grand ouverts que nous vous convions ainsi, cinéphiles coréens et des régions francophones passionnés par le cinéma coréen, à participer à ce double événement exceptionnel.
///////////////////////////////////////////////////////////////////////// Source
- SKKU https://www.skku.edu/skku/campus/skk_comm/news.do?mode=view&articleNo=100400
#conference#evenement#cinema#film#skku#Lee Chang Dong#Sungkyunkwan#k-cinema#Jacques Aumont#영화#강연#성균관대학교#자크 오몽#이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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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을 지나며 현대미술과 현대디자인의 접경에서 흥미로운 상호침투가 일어났다. ‘디자인에서 미술로의 침투’를 대표하는 인물은 앤서니 던(Anthony Dunne, 1964-)이었다. 1999년 발간한 <헤르츠 이야기(Hertzian Tales)>에서 그는, ‘기생-기능(para-function)’이라는 용어를 내세워 제품 인터페이스의 상징 기능에 주목하고, 비평적 소격 효과를 추구하는 디자인 실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실용성의 세계에서 살짝 비껴선 채 메타 기능을 구현하는 “비평적 디자인(critical design)”을 실천하는 일군의 3D 디자이너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현대미술관과 비엔날레의 양적 팽창이 제공하는 다양한 전시 기회를 십분 활용하는 동시에, 정체 상태에 빠진 디자인 교육 기관을 순회하며 강연과 워크숍을 수행했다.
건축 쪽에선 딜러 & 스코피디오(Diller & Scofidio), MVRDV, 아틀리에바우와우(Atelier Bow-Wow, アトリエ・ワン) 등을, 산업디자인 쪽에선 개념적 디자인 회사인 드로흐(Droog), 메이와덴키(Maywa Denki, 明和電機), 위르겐 베이(Jurgen Bey, 1965-), 마르티노 감퍼(Martino Gamper, 1971-), 노엄 토란(Noam Toran, 1975-), 제임스 오거(James Auger, 1970-)와 지미 로이조(Jimmy Loizeau, 1968-) 듀오, 잭슨홍(Jackson Hong, 1971-) 등을 대표로 꼽을 수 있다.
그래픽 디자인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앤서니 던처럼 혼성적 실천을 도드라지게 만든 인물은 없었지만, 디자이너 얀 반 토른(Jan van Toorn, 1932-)과 이론가 릭 포이너(Rick Poynor, 1957-) 등이 유사한 역할을 맡았다. 1997년 얀반아이크아카데미에서 열린 <디자인을 넘어선 디자인(Design Beyond Design)>이란 제목의 심포지엄을 기점으로 변화가 일었다. 이후, 작업의 특성을 이해하는 소수의 클라이언트와 협업하며, 백색의 갤러리 공간에서 실험작을 제시하고, 디자인 교육 기관 등에서 강연과 워크숍을 진행하는,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의 시대가 열렸다.
M/M 파리(M/M Paris), 메비스 & 반 되르선(Mevis & Van Deursen), 덱스터 시니스터(Dexter Sinister), 다니엘 반 데르 벨던(Daniel Van Der Velden, 1971-), 엑스페리멘털 제트셋(Experimental Jetset), 율리아 보른(Julia Born 1975-), 슬기와 민(Sulki & Min)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이들은 따로 있었다. 소위 ‘디자인 아트’로 불리는 영역에 속하는 디자이너-작가 혹은 작가-디자이너들이 그 주인공이다. 디자이너-작가, 즉 디자이너지만 미술가연하는 이로는, 론 아라드(Ron Arad, 1951-)와 자하 하디드(Zaha Hadid, 1950-) 그리고 마크 뉴슨(Marc Newson, 1963-)이 유명하다. 의자나 테이블이라고 만든 게 대리석이나 주물로 된 조각품이니, 에디션 수도 적고 미술 시장의 가격에 맞춰 가격도 높은 것이 당연하다는 식이다. 거래도 주로 이름난 상업갤러리를 통해 이뤄진다.
작가-디자이너, 즉 미술가지만 작업 외의 디자인을 수행한 경우로는, 미술가로서 빼어난 미니멀 가구를 제작했던 도널드 저드(Donald Judd, 1928-1994)를 언급하는 것이 옳겠다. 그러나, 정작 ‘디자인 아트’의 영역에서 유통되는 작가-디자이너는 드물다. 명목상 ‘디자인 아트’라고 지목되는 현대미술은, 대개 디자인의 문법이나 형식을 차용한 작품이다. 카르스텐 횔러(Carsten Höller, 1961-), 슈퍼플렉스(Superflex), 호르헤 파르도(Jorge Pardo, 1963-), 래이철 화이트리드(Rachel Whiteread, 1963-),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 1964-), 안젤라 블로흐(Angela Bulloch, 1966-), 토비아스 레베르거(Tobias Rehberger, 1966-) 등이 곧잘 언급되지만, 그들 가운데 양질의 디자인을 목표로 삼은 이는 없었을 게다.
이러한 ‘미술에서 디자인으로의 침투(아닌 침투)’를 가장 먼저 포착한 인물은 큐레이터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 1965-)였다. 1998년 출간한 <관계성의 미학(Esthétique relationnelle)>에서 그는, “이제 미술 작품의 역할은, 유토피아적인 상상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데 있지 않고, 작가의 선택에 의해 어떤 스케일로건, 실재하는 삶의 방식이나 행위의 모델을 구성하는 데 있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종종 디자인 마케팅의 문법과 형식을 전유하는) ‘관계적 미술(Relational Art)’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현대미술과 디자인의 중첩을 다룬 크고 작은 전시가 열렸다. 2007년 제네바 컨템퍼러리아트센터에서 개막해 2009년 런던 소머셋하우스에서 폐막한 순회전 <그럼 좋지 않았을까... ...미술과 디자인에서의 소망적 사고(Wouldn't It Be Nice... ...Wishful Thinking in Art and Design)>는, 디자이너와 미술가의 혼성적 실천을 비교하는 흥미로운 자리였다. 또한 부대 행사로 마련된 심포지엄 <AC|DC — 컨템퍼러리 아트, 컨템퍼러리 디자인>(2007년 10월 26-27일, 제네바대학교)은, 디자인과 미술의 상호 중첩을 이론적으로 규명하는 기회가 됐다. (비슷한 이슈를 조사 방법론의 차원에서 다룬 출판 기획이, 베라 뷜만[Vera Bühlmann]과 마르틴 비드머[Martin Wiedmer]가 편집·발간한 <사전-세부사항: 디자인과 미술의 리서치에 대한 비교언어학적 제 연구(Pre-Specifics: Some comparatistic investigations on research in design and art)>(2008)다.)
허나 이러한 결산 작업은, 디자인과 미술의 상호 침투를 진작하기보다는, ‘여러 실험적 도전에도 불구하고 디자인과 미술의 제도적 구분은 엄연하다’는 현실을 강조했다. 디자인을 전유한 미술가들은 제도화된 형식만을 빌렸을 뿐 디자인계 내부로 발을 들여놓지는 않았고, 미술제도 안에서 활동의 자유를 얻은 디자이너들이 제 직업적 정체성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실험을 지속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AC|DC — 컨템퍼러리 아트, 컨템퍼러리 디자인>에서 릭 포이너가 지적한 바 있듯,) 2005년 ‘디자인 아트’라는 모호한 개념을 동명의 저서에서 제시한 미술평론가 알렉스 콜스(Alex Coles, 1971-)는, 2007년 편집·발간한 앤솔로지 <디자인과 미술(Design and Art)>에서 ‘디자인을 전유한 미술’과 ‘미술이길 희망하는 디자인’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미술시장의 거품이 무너지기 전엔, ‘디자인 아트’, ‘컨템퍼러리 오브제’ 따위의 이름을 단 중소 아트페어가 등장, 디자인과 미술을 포괄하는 새로운 시장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망상의 시기는 무척 짧았고, ‘디자인 아트’는 이제 몇몇 미적 사기꾼들, 즉 작가연하는 디자이너들의 빛바랜 장르로 전락했다. ///
추신) 디자이너-작가건 작가-디자이너건, 디자인과 미술 양쪽 모두의 맥락에서 미적으로 유효한 작업을 남긴 이들은 살아남을 터. 역사적 평가와 기록의 문제는, 학계의 오랜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추신2) 디자인과 미술의 혼성이라는 시대적 현상과 광범위한 착각을 이용해, 현대 디자인도 아니고, 사실 컨템퍼러리 아트도 아닌 것을 만들어 한 세월을 풍미하는 '디자인-아티스트 연기자'도 있다. 대표적 인물이 리엄 길릭(Liam Gillick, 1964-)과 토비아스 레베르거(Tobias Rehberger, 1966-)다.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리엄 길릭이 독일관에 그저 그런 가구와 박제 고양이를 전시해놓고 프랑크푸르트 키친 운운하며 '디자인 공간의 경험'을 강조했던 것이나, 같은 해 베니스비엔날레의 본전시인 <세상을 만들기(Fare Mondi, Making Worlds)>에서 이탈리아 포스트모더니즘을 브리콜라주해놓은 듯한 카페테리아를 만들어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던 일은, 훗날 모두 (별로 웃기지 않은) 희극으로나 간주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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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주식선물 15843854 q21uy1s8c
개별주식선물 15843854 q21uy1s8c 볼 수 있음-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개별 주식 선물의 거래대금 비중 높게 나타남. 2020년 기준 삼성전자 주식 선물 거래대금 비중은 30%, 2021년에는 24.5% 기록- 현물대비 선물 거래대금 비율인 현선 비율은 시장 주도주에서 높게 나타남. 2021년 평균 기준으로 27개 종목들이 현선비율 40%를 상회했고,. 탈락탈락 기일 이후 6거래일 간 이론가 괴리율 합계치가 -5%를 하회하는 종목들은 메디톡스, 대한항공, 두산인프라코어,. 파들파들 종목들은 대부분 개별 주식 선물의 기초자산이라고. 탈싹탈싹 하나투어. 맥주 삼성전기, SK하이닉스, LG이노텍, NAVER, SK이노베이션 등 5개 종목의 현선비율이 70%를 넘었음- 2021년 평균으로 외국인 비중이 53.4%이고. 얽벅얽벅 지 이론가 괴리율 합계가 -10%를 하회하는 종목들은 8개가 있었는데, 이 중에서 7개 종목들이 마감 동시호가에서 플러스 상승률을 기록했고,. 오복소복 - 개별 주식 선물의 기초자산은 146개 종목으로 이들 종목들의 시가총액 비중은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 전체 시가총액 대비 70% 수준. 시장 주요. 채소 GS건설은 2% 이상 상승하기도 했음- 2월 만. 덕분 기초. 기막히는 있는 가운데 개인과 기관의 비중은 점차로 줄어. 지진 등으로 3월 만. 설파하는 기 동시호가에 상승 가능성이 높음. 둘러놓는 기 이후 2월 만. 광적 듦- 1월 만. 횡단보도 개인 15.7%, 기관 29.4% 기록. 2020년 초 이후로 외국인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보독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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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개인돈 13364528 0w28i889s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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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분석을 넘어서는, 『이념형 사회주의』
- 박헌영, 신남철, 박치우, 김태준의 사상
류승완
선인, 2010
- ‘이념형 사회주의’라는 개념 틀을 통해, 실패한 혁명가 ‘조선공산당-남조선노동당’(이하 ‘남로당’)을 재조명하려는 남한 사회주의 운동 연구서. 책은 남로당의 이론적 지도자인 박헌영과 그리고 그와 공동 지평 위에서 사회주의 가능성을 모색하던 남로당 이론가인 신남철, 박치우, 김태준의 연구 성과를 살펴본다.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나 당시 가장 뛰어난 학업적 성취에 도달했던 철학자, 문학 이론가들이 남한에서 살해되고(문학 이론가 김태준과 철학자 박치우는 빨치산 지도자로 활동하다 국군에 사살된다), 북한에서 숙청되는(박헌영은 미제 간첩이라는 누명 속에서 사형, 철학자 신남철은 개인주의자라는 비판에 시달리다 병사한다) 비극적 운명을 걷지만, 책이 이야기하듯 이들은 헌신적 투쟁 끝에 기꺼이 “시대와 더불어 사라지기를 동의”한다. 그런 그들의 삶과 철학, 이념, 이론을 검토하여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해방된 조선에서 건설하고자 했던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살펴본다.
- 하지만 이런 매력적 주제에도 불구하고, 책은 억지로라도 좋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저자가 뼈대로 제시한 것은 ‘이념형 사회주의’라는 개념이다. 대당 개념은 ‘권력형 사회주의’인데, 일반적 어감과는 달리 양자의 차이는 전자가 ‘실현되지 않은’, 그래서 ‘이념형’만으로 존재하는 사회주의인 반면, 후자는 권력 장악까지 실현함으로써 이제 현실적 문제와 마주하며 구체화된 사회주의를 말하는 듯싶다. (트로츠키가 이념형 사회주의로, 레닌/스탈린이 권력형 사회주의라 설명되는 걸 보면) 이 틀 자체가 그다지 튼튼하지 못하기에 취지는 이해하고자 해도 책 전체 내용이 부실해진다.
- 이 위에 이들 이념형 사회주의의 핵심으로, ‘근대화’에 대한 탈자본주의적 경로의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당대 시대적 과제로 제시되었던 근대화는 기술적 근대화에 따른 자본주의로의 성장을 말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민족 자립형 근대화와 식민지적 근대화라는 두 가지 가능성이 존재했다. 식민지의 경우 제국주의에 결탁한 지주, 자본가들은 식민지적 근대화의 길을 선택한 반면, 민족 자본가는 민족 자립형 근대화를 선택하고자 한다. 하지만 1917년 러시아 혁명은 두 가지 근대화 경로에 새로운 가능성, 즉 비자본주의 근대화라는 가능성을 제공하였다. 일찍부터 민족해방과 근대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경로로 이 사회주의의 가능성을 주목한 이들은 빨리 사회주의를 선택하게 된다. 1918년을 전후해 사회주의를 수용한 이들이 등장했고, 이들의 투쟁이 3.1운동에도 투영되고, 물론 이후 조선공산당 건설 운동으로 전개된다. 박헌영과 이론가들은 이 기반 위에서 새로운 세계를 위한 구상을 각기 역사철학, 정치철학, 민족문화건설론을 통해 펼치게 된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 하지만 안타깝게도 책이 이런 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하고 있냐 하면 그렇지는 못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의욕과는 달리 논리적인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점인데, 유학적 전통이 어떻게 사회주의 이념 수용으로 나아갔는가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연실 유학자 집안 출신의 사회주의 활동가 사례를 드는 것이 이 책의 스타일이다. 간접적 수준 밖에 설명이 안 될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설명 방식인데, 나중에 부연하면서 ‘창씨개명’을 예로 들기도 하는데, 이미 선행 연구에서 1910년대 후반에 유학자들 중에서 사회주의를 수용하는 이들이 등장하는데, 40년대 펼쳐진 창씨개명을 계기로 설명하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모르겠다. 친일 유학에 대한 분노가 심하다 보니, 글 도중에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분노 덕분에 이야기가 툭툭 끊어진다.
- 논리 전개가 억지스러울 뿐만 아니라, 각 이론가들의 저작을 분석하는데 있어서도 정교함은 없다. 사회주의의 이론적 지평 위에서 각 이론들을 평가해야 하는데, 신민주주의를 주장한 신남철의 논의와 민주주의 혁명론을 주장하는 박치우 사이에 이론적 맥락의 차이에 대한 분석도 없이,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 평가한다. 이러다 보니 신남철, 박치우의 철학을 비판적 검토 없이 설명하는 것을 단순히 사회주의라고 반복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사실 이 책에서 인용된 신남철의 작업은 개인의 자기 결단인 실천과 이 실천을 통한 현실에 대한 반성적 인식이라는 접근은 마르크스주의라기보다는 청년 헤겔 학파의 실천 개념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비교는 없다. 마찬가지로 르네상스의 휴머니즘을 사회주의적 실천의 출발점으로 보는 박치우의 논의가 마르크스주의와 어떤 연관을 가지는지에 대한 해석도 불명료하다. 오히려 이들이 사회주의자로서 신실한 삶을 살았다는 ‘전제’ 위에서 이들 이론을 ‘사회주의 철학’이라 결론을 내리는 논리구조 아닌가 의심스럽다. 게다가 이들의 입장이 이렇다면, 철저하게 소련 교과서적 이해에 충실했던 박헌영과 이들 사이의 이론적 긴장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료하지 않은 채, 이들 전체를 이론적 공동체로 묶어버린다.
- 학술서로서는 이렇게 결함이 많은 책이지만, 보는 내내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건 이 책이 최소한 나에게는 한 사람이 자신의 삶에 던지는 총괄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80년대라는 남한 혁명의 시대를 거친 저자가 삶을 던져 추구하던 가치를, 그러나 실패해 버린 그 희망을 마찬가지로 삶을 바쳐 투쟁했으나 역사와 함께 사라진 이들을 통해 그려보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제헌의회파(CA그룹)로 추정되는 장면에는 큰 웃음이, 그리고 레닌에서 남로당으로 이어지는 (그래서 CA로 이어지는) 가치와 스탈린에서 김일성 (그리고 주사파 NL 그룹)으로 이어지는 가치를, 혁명적 사회주의와 전체주의적 사회주의로 대비시키는 장면도 꽤나 흥미진진하게 시선으로 보게 된다. 역사 속에서 시대와 함께 사라지기를 동의했던 이들 속에서 삶의 거처를 찾고자 하는 그의 손짓은 그래서 인지상정이라 생각되지만 동시에 애처롭다는 기분을 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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