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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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자. 걸어서 생각을 없애자
다리를 건너고 다니던 학교를 지나 또 다리를 건너서 모든걱정을 잊자 그저 다시 시작하면 될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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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억 일부 아니 매우 많은 전부를 잃어버린 나는 막연한 자신을 지키는 나는 무엇 인가?
나는 아직 청춘인가? 잊자 내자신을 전부를.
내가 가진 행복을 버려 가질수 있는 술로 느끼는 나의 청춘은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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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 램스데일
이런 글은 멋진 이야기로 시작하는 거지? 아니면 뭔가 재밌는 걸로. 영어 수업 때 배운대로 시작해보자.
음... 잘 될지 모르겠네.
내가 아스날에 입단할 때를 떠올려보면, 나에겐 다른 선수들 같은 이야기는 없었다. '벵거가 저에게 전화를 했어요' 든지 집 밖에 제 이름을 외치는 팬들로 가득차 있었어요. 라든지 나는 이렇게 말하는 선수들을 보곤 했다. 하지만 내 경우? 솔직히? 뉴스가 터졋을때 온 세상이 이렇게 외쳤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완전히 똥이라고.
아주 좋았던 것도 있었다. 나는 유로 대회 전 대표팀 트레이닝 캠프에 소집되었었다. 참가한 것으로도 놀라운 기분이었다. 캠프에 있을 때 내 에이전트가 나에게 아스날이 '큰 관심을 보였다' 라고 말해주었다. 요즘 축구계에 그 말이 뭘 뜻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너무 흥분하지 않으려고 했다.
나는 말했다. "관심이라니, 무슨 뜻이야?" 에이전트가 말했다. "나도 모르지. 관심이래."
"그럼 아스날이 날 영입하고 싶대?"
"그럴지도, 아닐지도. 관심이래."
그래서 다음날에 커피를 마시고 있던 부카요 사카에게 찾아갔다. 사카를 잘 모르던 때였어서 '이런 거 물어보면 안되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안녕 부카요, 요즘 어때? 어... 너네 클럽이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거에 대해 뭐 알고 있는거 있어?' 라고 말하면 안되는 거잖아. 말도 안되는 거지.
그래. 내가 한 게 그 짓이었다.
사카는 나에게 진짜라고 했다. 감독이 사카에게 전화를 걸어서 내 성격이 어떤지, 어떤 사람이지를 물어봤다는 거다. 사카가 내가 괜찮은 친구라고 말했을 거라고 추측한다. 왜냐하면 며칠 후에 에이전트로부터 아스날로 이적할 거라는 전화를 받��기 때문이었다. 맙소사. 아스날 풋볼 클럽. 내 인생 최고의 날 줄 하나였다. 내 친구들이 나에게 문자를 날렸다. 램스데일. 미쳤다. 미쳤다. 온 가족이 달에 둥둥 떠다녔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훈련에서 돌아오고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뜨거웠다. 그러니까 엄청나게 뜨거웠다. 알림이 100개 넘게 떠있는걸 봤다. 그 쬐그만 새가 핑핑핑 떠다녔다. 무슨일이지? 인스타그램. 핑핑핑. 그전까지 핸드폰에 뜨던 알림은 하루에 15~20개 정도였다.(그 중 3개는 엄마였다) 핑핑핑. 트위터를 열었다. 뉴스가 뜬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완전히 작살나고 있었다.
@AaronRamsdale98 절대 여기 올 생각하지 마라. (똥 이모지)
2번 강등? 끔찍한 영입.
24m? 쓰레기.
그리고 아주 좋은 멘션도 있었다. 북런던에 온 걸 환영해요. 애런!
핑핑핑~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
첫 충격이 지나가고 나는 생각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이런 알림이 내 잘못은 아니니까. 이게 요즘 축구계지. 소셜미디어는 독이고, 트롤들이 좀 있잖아? 걱정할 것 없어.
나는 내 방에 들어가서 티비를 켰다. 축구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내가 아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는 미쳤다. 내 아내에게 물어봐라. 나는 본질적으로는 축구를 하는 축구팬이다. 차에 있을때는 축구 팟캐스트를 틀어놓는다. 집에서 아내가 티비를 보고 있으면 나는 소파에 누워서 아이패드로 무슨 경기든간에 스카이에서 중계 중�� 경기를 본다.
그래서 나는 스카이 스포츠 뉴스를 틀었다. 알다시피 스카이에서는 이전 선수들과 펀딧들이 나와있었다. 그들은 고개를 저으며 한 선수의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내 사진이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펀딧들은 감흥이 없어 보였다.
"형편없는 영입이네요. 아스날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적료가 과다합니다. 좋아보이지 않네요."
"2번 강등? 24m? 쓰레기."
물론 마지막은 내 농담이다. 하지만 대화의 전반적인 톤은 그랬다. 펀딧들은 확실히 내 팬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우상으로 우러러보던 선수들이 온 세상에 너는 볼품없다. 라고 말하는 걸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건 확실히 나에게 영향을 미쳤다. 나는 구름 위를 떠다니다가 몇 시간도 안되어서 지상으로 추락했다.
나는 티비를 껐다. 소셜 미디어 알림들도 껐다.
감사하게도 유로 대회가 끝난 뒤에는 조금 잠��해졌다. 나는 꿈꾸던 클럽에 입단하고 다가오는 일들에 점점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 아스날. 믿기지 않았다. 펀딧들은 잊자. 트롤들은 잊자. 축하하자.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친구들은 결코 날 실망시키는 법이 없었다. 그렇지? 결코. 친구들이 집에 놀러와서 첫마디를 꺼냈다.
"웁스~ 너 사람들이 너한테 뭐라고 하는게 봄?"
"아니! 말하지마!"
"야야. 이 밈 진짜 재밋다니까. 봐봐."
신이시여...
사람들은 골키퍼가 되고 싶다면 어딘가 좀 미쳐야 된다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 나는 평범한 편이다. 큰형 에드워드는 감옥의 간수이다. 둘째형 올리버는 웨스트 엔드의 배우이다. 아버지는 전형적인 옛날 사람이다. 아버지는 키퍼가 발밑으로 볼을 다루는 요즘의 이쁘장한 유럽 축구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아르테타에게 전화를 걸어말하고 했다. 노노노. 그냥 9번에게 뻥차게 하라고.
그게 우리 아버지다.
우리 어머니는 걱정쟁이다. 큰형이 친구들이랑 펍에 있는 날은 형이 집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내기 전까지 깨어있으신다. 큰형은 32살이고 여전히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낸다. "네. 엄마. 지금 침대에요. 사랑해요."
나는 막내이다. 아마 형제 중 내가 가장 평범할 것이다. 사람들이 지금껏 내가 꿈을 추구하며 이뤄온 게 참 용감하다 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그냥 웃어버린다. 우리 집의 진정한 슈퍼스타는 올리버였다. 올리버는 부모님에게 결심했다며 말한 후 3주 뒤에 베드포트 대학을 그만두었다. 올리버는 체육선생이 되고 싶지 않았다. 올리버는 자신의 진정한 꿈을 쫓아 드라마 스쿨에 들어갔다. 그래서 모든 짐을 싸고 런던으로 가서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올리버가 한 가장 용감한 행동은 그게 아니었다. 내가 형을 존경하는 건 그 때문이 아니었다. 올리버는 게이이다. 그는 드라마 스쿨에 들어간 후에 진실된 방식으로 자신의 인생을 오픈했다. 나는 올리버가 내 형이라고 말할 수 있는게 정말 자랑스럽다. 나는 지금까지 축구에 대해서만 말하고 이런 얘기는 한 적이 없었다. 나는 이걸 언급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올리버는 여러가지로 나와 많이 닮았다. 축구를 사랑하고,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거너스를 좋아한다. 올리버는 나의 자랑이다. 정말로 자랑스러운 형이다.
지난 몇 년간 호모포빅한 발언이나 멍청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어쩌면 나는 지나치게 반응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형도 똑같은 일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맘이 편해진다.
아마 그것도 오늘까지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오픈하는게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올바른 시기'라는 것은 결코 없다. 여름이 시작되고 나는 이 이야기를 준비했다. 가족들은 축복을 빌어주었다.
내 이야기를 해야한다면, 제대로 해야했다.
내가 아스날에 입단했을때 나에 대한 말들은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가족에 대한 몇몇 언급들은 완전히 선을 넘은 거였다. 골키퍼로서 나는 모든 걸 듣는다. 관중들은 나에게 뭐든 얘기할 수 있고 나는 그걸 웃어 넘긴다. 나는 가끔 몸을 돌려 뭐라고 받아칠지도 모른다. 호모포비아나 혐오 발언은 정말로 잘못된 것이다.
나는 이런 얘기도 들었다.
"닥쳐, 램스데일. 축구에나 집중해."
하지만 이건 전적으로 축구와 관련된 것이다. 축구는 모두를 위한 것이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당신이야 말로 닥치고 거울을 봐야한다.
선을 넘지 않은 발언들도 많이 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축구 팬이다. 내 클럽이 나를 영입했다면, 어쩌면 나도 회의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스날에 오기까지 내 인생은 기본적으로 좌절의 연속이었다. 내가 얼마나 많이 실패했는지 말해주겠다.
내가 15살이었을때, 나는 볼튼에서 방출되었다. 유니폼이 몸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정도�� 작았고, 거의 아빠 유니폼을 입은 꼴이었다. 나는 대여섯 클럽을 기웃거렸고 전부 거절당했다. 정말 부끄러운 일어었다. 나는 학교에서 축구 얘기, 어떻게 골키퍼가 될 것인지 애기 뿐이었다. 우리 학교에는 커Kerr라는 멋진 영어 선생님이 있었다. 그는 항상 나에게 축구와 관련된 모든 소식을 얘기해주었다. 웨스트 브롬이나 첼시에 대한 걸 10분간 끊임없이 얘기하면서 우리가 이에 대해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말하곤 했다. 볼튼에서 방출되었을때 나는 완전히 위축되었다. 왜냐하면 볼튼 선수라는 것이 학교에서 내 정체성의 큰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입을 닫았다. 너무 부끄러워서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머리 속에서 내 꿈은 이미 끝났다.
커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고 나를 따로 불러내서 무슨 문제냐고 물어보았다. 선생님에게 얘기했다. 그리고 그가 말하던 것을 나는 지금껏 기억한다. "음.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클럽들이 있을까? 80개쯤 되나? 너의 클럽도 찾을 수 있을 거다. 포기하지 마. 절대 꿈을 포기해선 안돼."
몇 주 뒤에 셰필드 유나이티드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있었다. 셰필드가 날 스카우트 한 거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은 들어갈 수 있게 해준 것에 가까웠다.
4년 뒤에 나는 체스터필드를 상대로 내 첫번째 프로 경기에 선발로 나갓다. 체스터필드 원정이었다. 1월 중순이었는데 피치가 진흙뻘이었다. 적어도 내 기억엔 그랬다. 후반전에 나는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자책골을 넣고 말았다. 우리는 3-0으로 지고 있었고, 온 구장에 내 이름이 외치는게 ���렸다. "다 너 잘못이야. 다 너 잘못이야. 다 너 잘못이야."
그 순간엔 온 몸이 쪼그라드는 거 같았다. 관중석을 뒤돌아 본 기억이 난다. 리그2의 팬들이 너무 가까워서 눈맞춤이 가능할 정도였다. 너무 어색해서 뭐라도 말하지 않으면 안됐다. 그정도로 가까웠다. 나는 생각했다. "그거 알아? 나도 관중석에 친구들이랑 앉아서 맥주 좀 들이켰으면, 이 순간을 엄청나게 즐겼을 거란거."
다음 원정 경기 때 나는 뭐가 일어날 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팬들이 나에게 농담을 날리기 시작하자, 나는 등을 돌리고 관중들 중 한명을 무작위로 찍어서 살짝 건방진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 주었다. 스탠드에 있던 모든 관중들이 그 관중을 보고 웃기 시작했다.
어깨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경기 내내 경기가 멈추면 나는 등을 돌려서 농담을 날렸다. 웃긴 농담이면 스탠드 전체가 웃었다. 실패한 농담이면 관중들이 받아쳤다. 어이없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이건 내가 부담을 다루는 방식이다. 챔피언쉽에 있다가도 리그2까지 강등되면 이건 클럽에 있는 사람들의 생계와 직결된다. 체스터필드에서 강등되었을때 나는 마지막경기가 끝나고 스탭들이 카보드박스에 짐들을 담아 건물 밖으로 떠나던 모습을 기억한다. 나는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일라고 생각했다. 킷맨, 청소부, 티켓 스탭.. 그들은 피치에 일어난 일 때문에 직업을 잃었다.
이것이 현실의 삶이다.
아주 아주 가혹한 가르침이었다. 불행하게도 나는 계속 그 가혹한 가르침을 받았다. 프로축구 첫 4시즌동안 내가 있던 팀은 24위, 20위, 18위, 20위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우승경쟁 이전까지 나는 한번도 진정한 우승 경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어쪄면 완벽하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 없다는 얘기를 듣는 어린 친구들이 명심해야 될 점인지도 모른다.
당신을 믿어주고, 당신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당신이 팀에 무엇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제대로 된 사람이 있다면 헤이터들이 무슨 말을 하던지 상관없다. 미켈 아르테타가 나의 특별한 무언가를 봤다는 거가 중요할 뿐이다. 아르테타를 처음으로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아르테타는 '너 자신대로 해라'고 말했다.
어쩌면 사람들은 우리가 재밌는 조합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주도적이고 사람을 진지하게 대한다. 반면 나는 농담을 좋아한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리는 잘 맞아떨어진다. 아르테타가 나에게 내가 좀 더 높은 지역에서 좀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하길 원하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훈련 때 나는 그렇게 했다. 나는 더 높게 올라가서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 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아니, 아니, 더 높게."
매일. 더 높게.
"그래. 그래. 아니. 더 높게."
나는 생각했다. 미치겠네. 지금 거의 하프라인이구만. 얼마나 ��� 올라가야 되는데?
실제로는 괜찮았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플레이 때문에 좀 불안하다고 아르테타에게 말하자 그는 나에게 하고자 하는 플레이 방식의 예시를 10개, 20개 들어서 설명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가끔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젠장할, 보스. 그건 빈티지 바르셀로나잖아. 정말 우리가 이걸 할 수 있을거라고?' 하지만 결국 우리는 중원에서 더 플레이 가능했고, 나는 높게 플레이 하는 것에 개의치 않게 되었다. 그리고 결과가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리그컵에서 첫번째 선발 출전했던 경기를 잊을 수 없다. 수요일 밤 웨스트 브롬 원정이었다. 우리 팬들은 경기장 코너에서 목청 높게 외치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신이시여, 저에게 야유하지 않기를'. 경기 5분이 지나고 나는 볼을 거의 만지지도 못했다. 선방 하나 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팬들이 내 이름을 노래부르기 시작했다.
소름이 돋았다. 나는 관중석의 한 곳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진정한 팬들이 여기에 있다. 수요일 밤에 웨스트 브롬까지 와준 팬들. 물론 인터넷에 지껄이는 바보들도 몇 있다. 알 바인가? 진짜 서포터들은 내 등 뒤에 있었다.
홈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북런던에서의 첫 두 시즌은 전체적으로 믿을 수 없었다. 분명 우리는 지난 시즌 궁극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고, 그건 아직도 뼈아프다. 하지만 우리가 이뤄낸 발전을 생각하면 나는 정말로 자랑스럽다. 잠시 축구팬으로 돌아가서 외부자의 시선으로 보면 선수들의 능력은 훌륭하다.
2021-2022 시즌 우리가 탑 4를 놓친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나에게 있어 그때가 우리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때였다. 뉴캐슬 원정이 끝나고 버스 안에서 나는 부카요 사카 옆에 앉았다. 2-0으로 지고 모두가 망연자실 했다. 하지만 아카데미에서 온 어린 친구들, 부카요나 에밀 같은 애들은 더 큰 압박을 받고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그 친구들은 드레싱룸에 말 그대로 주저 앉았다. 버스 안에서 ���카요는 말이 없었다. 보통 우리는 이기거나 지거나 언제나 얘기를 하곤 했다. 죽음과도 같은 침묵이었다. 그래서 나는 부카요가 옆에 앉아 있음에도 괜찮아? 얘기 좀 할래?라고 문자를 보냈다.
우리는 5분 정도 얘기를 나눴다.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나는 부카요에게 축구계에서 지금껏 내가 얼마나 실패해왔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그가 팀을 8위에서 5위로 끌어올린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워 할만한 일이지를 얘기했다. 특히나 유로에서 부카요가 겪은 일들 뒤에 말이다.
내 최고 순위는 18위였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온 세상이 나에게 알랑방귀를 뀌는거 같을 때보다 실패가 찾아올때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시즌 우승 경쟁에서 조금 모자랐다. 하지만 우리는 8위에서 5위로, 5위에서 2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클럽에서 일궈온 문화를 사랑한다. 구너가 되기 좋은 시절이다.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나는 팀메이트들과 감독, 스탭 전원에게 감사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지난 시즌 내 등위에 있었던 서포터 들에게도.
조금은 너무 심각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우리의 인생에서는 대중들이 짐작 못하는 것들이 있다. 작년은 나와 내 가족들에게 감정적으로 롤러코스터였었다. 프리미어리그 테이블 정상에 오르고, 나의 첫번째 월드컵에 참가한 이후 내 아내와 나는 첫 아이를 가진 것을 알게 되었다. 미켈이 월드컵 이후에 며칠 간의 추가적인 휴가를 주어서 우리는 짧은 휴가를 다녀올 수 있었다. 정말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 그리고... 말을 꺼내기 쉽지 않은데 나는 사람들이 이 일을 아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내가 유산했다.
런던으로 돌아오는 6시간의 비행이 지금까지도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제대로 설명할 방법을 못찾겠다. 단지 나는 사람들이 이런 일을 겪게 되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런던으로 돌아와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가족들, 팀메이트들, 미켈에게만 얘기했다. 미켈은 정말로 놀라웠다. 타이틀 레이스가 중반이고, 클럽에 엄청난 압박이 가하지고 있음에도 그는 나에게 이 일을 감당하기 위해 휴식이 필요한지 물었다. 미켈은 무엇보다도 나와 내 가족의 안위를 우선했던 것이다.
나에게 있어, 감독은 이런 거였다.
우리는 모든 것에 있어서 같은 관점은 아니다. 우리는 축구 같은 문제에 있어서 열띤 대화를 벌이곤 했다. 하지만 미켈은 자신의 선수들을 매우 아꼈고, 그가 우리의 애도를 다룬 방식은 영원히 존중을 받을 것이었다.
3일 뒤에 우리는 스퍼스와의 더비 경기를 치뤘다. 나에게 있어서 슬픔을 잊는 유일한 방법은 축구였다. 축구는 언제나 나의 도피처였다. 나는 감독에게 경기를 뛰고 싶다고 얘기했다. 더할 나위 없는 밤이었다. 우리는 2-0으로 승리하고 있었고 조명 아래 우리 원정 팬들은 미쳐 날뛰고 있었다. 그 경기를 다시 돌려보면 내가 마지막 킥을 뻥 차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골대 뒤의 물병을 가지러 갔고, 꿈에서도 상상못한 일이 벌어졌다. 나는 한 토튼햄 팬에게 등뒤를 차였다.
나는 리그 전체 모든 곳의 팬들과 매콤한 농담을 주고 받았었다. 나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처럼 선을 넘었던 적은 없었다. 내가 드레싱룸으로 들어갔던 때가 기억난다. 나는 경찰 조사를 받느라 승리 셀레브레이션에서도 빠져야 했다. 알다시피 나는 그 사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만일 내가 한 사람으로서 현실에서 겪는 일을 그가 알았다면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을 거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느날 축구에 대해 얘기하며 만났더라면 친구가 됐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나와 내 가족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공유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축구계에 만연한 부정적인 것들을 보았을 것이다. 소셜 미디어에서든지 아님 그라운드 위에서라든지 잘못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글을 투고한 이후에 슬프게도 나는 나와 내 가족들, 내 형제들이 받을 메시지들을 알고 있다. 다른 선수들은 더 심한 메시지들을 받곤 한다. 흑인 선수들은 더 그렇다. 여러 이유에서 소셜 미디어 회사들은 이런 것들을 막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를 막으려는 글이 아니고, 트롤들에 대한 글도 아니다. 그들에게 닿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단지 나는 옳은 것에 서있고자 하는 것이다.
이 글은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 되고자 하는 아버지에 대한 글이다.
올 여름 조지나와 나는 우리가 바랬던 최고의 선물을 얻었다. 우리는 다시 임신 했음을 알게 되었다. 작은 구너를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달을 둥둥 떠다니고 있다. 아버지가 될 거라는 것을 알게 되면 진지하게 미래를,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지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정말로 리그를 우승하고 싶고 트로피와 함께 북런던 퍼레이드를 하고 싶다. 물론 월드컵, 챔피언스리그도. 나는 이런 꿈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건 축구에 대한 꿈이다.
나는 사람으로서 또 다른 꿈을 갖고 있다.
나는 이 게임이 모두에게 환영받고 안전 곳이길 바란다. 나는 내 형 올리가 (어떤 성별이든, 어떤 인종이든) 혐오없이 경기를 보기 원한다. 그리고 우리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릴때 형이 내 옆에 있기를 바란다.
트롤들이 그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단 한마디도 못할 것이다.
사랑해 형.
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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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O二三년 어린이날 이야기
一. 작년 십이월부터 안 자르고 길러왔던 머리를 드디어 잘랐다. 수염도 싹 밀어버렸다. 장발 수염, 태어나서 한 번은 해봤으니 이제 족하다. 앞으로 두 번 다시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아랍계 미용사들이 운영하는 바버샵에서 머리를 잘랐다. 옆에는 짧게 윗머리는 포마드로 넘길 수 있도록 좀 넉넉히 남겨달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아니나 다를까 윗머리를 무슨 고슴도치 마냥 빠짝 잘라놨다... 어렸을 적 동네 미용실에서 아주머님 손길에 머리를 난도당했던 처참한 기분을 이곳 하이델베엌에서 거의 십오년만에 다시금 느꼈다. ��날에도 그랬지만, 차마 그 안에서 내색은 못하고, 집에 돌아와 애꿎은 거울만 보면서 한숨 쉬고있다. 이런 식으로 어린이날 기분을 내고 싶던 건 아니었는데. 머리는 또 자란다. 잊자...
二. 어머님이 어린이날 기분내라며 한국과자들을 또 보내오셨다. 거기에 소주, 막걸리 청하같은 반가운 코리안 드링크를 곁들인... 26살을 먹어도 어머님 눈엔 아직 한낱 어린이인가보다. 그 시절 PSP, 축구화가 최고의 선물이었는데, 이젠 술이 더 반가운 어른이가 되었다. 줄곧 며칠 뒤에 있을 어버이날만 생각해보니 어린이날에 관한 한 엄니와 아버지는 생각을 안 하고 있었는데, 또 곰곰이 생각해보니 두 분도 한 때는 어린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동심은 우리 모두의 것... 내년엔 잊지말고 두분치 어린이날 선물도 챙겨야겠다.
三. 사랑하는한승이사랑하는성완이형그리고나
四. 사랑하는영률이사랑하는준일이사랑하는아론이그리고나
五. 오늘은 5.05km를 달렸다. 네카강변엔 그제부터 abitur (우리나라로 치면 수능)을 마친 고등학생들이 단체로 우르르 모여 연일 파티를 벌이고 있다. 런닝이 마무리 되는 지점이 마침 수백 명의 학생들이 운집한 스팟인지라, 너무나 티없이 맑고 행복해보이는 그들의 광경을 벤치에 앉아 부러운 눈으로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집에 들어왔다. 써머타임 덕에 9시가 지나도 날이 밝은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날은 아직 밝지만, 날은 곧 저문다. 날이 좋을 때 실컷 다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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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고는 그것을 청한 사람에게만 하며 섣불리 내 경험을 일반화 시키지 말자. 그리고 충고한 뒤에는 잊자. 충고를 받아들일지 안받아들일지는 듣는 사람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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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에 태어난 동생은 봄도 모르고 죽었다. 아빠는 덜렁거리는 팔을 끌며 거리를 헤맸고 이제 막 퇴원 수속을 마친 엄마는 집으로 들어와 고요히 컵라면을 먹는다. 윤아가 엄마에게 묻는다. 괜찮은 거냐고. 빨리도 묻는다. 주린 배 좀 채웠기로서니 다 잊자 일어서자 말하는 거 부끄럽지 않으세요? 다 컸구나 딸아, 대답하는 순간 엄마들이 와르르 늙기 시작했다. 방을 지우고 소리를 지우고 낮밤을 지우고 탁자 앞에 앉아 일기예보를 보며 최근에 잃어버린 동전들을 셈한다. 손가락을 접다 손가락이 모자랄 때까지, 그러다 오늘이 어제와 같은 순간이 좀 있어 거울을 봤더니 입과 두 귀가 공백이었다. 공처럼 부은 눈이 거울 속에 있다. 부은 눈 속에 깨진 거울이 있다. 저 균열 너머 서로의 실체마저 찌그러진 관계가 된 적이 있다. 주춤거리며 물러서면 얕고 빠른 수만 보인다. 늘 이런 식이니 셈이 틀려버리기 마련이었지. 언제부터 여기에 드나들던 사람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중요하지 않다. 숨기거나 들키며 살겠지만 다가오듯, 흩어지듯, 바람에 세 빌리던 홀씨이듯. 침대맡에 앉아 색종이들 잘게 잘라 덕지덕지 얼굴에 붙여주던 사람.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에 묶여 아무거나 칠한다고 검은 얼굴이 하얘지나. 더 견디지 못하고 창밖으로 헐려 나가는 몇 개의 음절. 말 자체가 중요하다고 믿은 적 별로 없으니, 정확히 떠든다고 해서 바르게 전해졌던 적도 얼마 없다는 말을 어딘가에서 읽었다. 순간이 지나가고 그뿐, 또 다시 ���수가 된다. 저 멀리 보이는 캄캄한 창에서 이곳을 보면 내가 여기 있을까. 하루 동안의 도박, 아무 날의 도시를 밝히는 62개의 별. 과연 우리가 서로를 부른 게 정말 맞기는 한 건지. 우연에 기대 누운 무릎 끝에선 시큼한 커피향이 나고. 재털이 가장자리를 괜히 손가락 끝으로 훔쳐본다. 옛사람인 걸 들킬까봐 또 아무런 말이 되고 어쩌다 틀어놓은 라디오의 소음처럼 흩어지지만 그러나 있고 나는 계속 방치되고 있다. 바람이 불 줄 알았던 곳에서부터 뿌리가 돋는다. 불을 끄고 가장 흔하지만 곤란한 말들부터 더듬더듬 팔아치운다. 이를테면 물론, 약속하지, 아름다운, 어머니, 아버지 따위들부터 시작해서. 그 사람의 감탄사는 한 마디로 엉망이다. 매 초가 매 분이 될 때마다 현재는 조금씩 무질서로 감각된다. 텅 빈 목숨으로 내는 요란한 적막은 먼저 묻힌 이들의 침묵보다 더 표정이 없다. 그러나 분명 듣고 있다. 너무 자주 들어서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불가능한 시각에 억지로 알람을 맞춘다. 보이지 않은 것들은 더 이상 귀에도 들리지 않는다고 애써 주장한다. 조용히 새벽이 오는 소리만 아무런 소용도 없이 생각한다. 이럴 때면 나는 괜히 모두로부터 너무 멀리 와서 살고 있다. 끝끝내 나의 눈을 똑바로 담지 않아도 괜찮았던 무용한 시절의 내가 너무 그립다는 고백 하나에 숨어 아무렇게나 어리석어 보는 것이다. 이 얼마나 식상하고 편안한 한 페이지. 검은 사람들이 달빛 아래에선 푸르게 보인다는 저 허구 속을 여기며 숨어 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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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5 / suranelenashin: 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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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니. 분명히 난 여기에...""쓸데없는 일은... 지금 잊자.""응. 잊자." 복잡한 문제는 다시 저 뒤편으로 물러났다. 오르피나가 그 아담한 몸을 그의 품안으로 안겨오자 루센은 향긋한 향기에 취하고 말았다. 이런 것이 여인의 향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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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在
나는 정체되어있지만, 시간은 계속 흐른다는 걸 문득 느낀다. 나아가지 못 하는 것 같은 순간에도 시간을 본분을 다해 자꾸만 흘러 나를 불안하게 한다. 그럴때면 이 모든 원인이 내가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데에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든다. 미래를 개척하지 못 하고 과거를 돌아본다. 거친 단면이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지 수십 번을 봐 온 과거를 쓰다��고 또 쓰다듬는다. 과거의 나는 외로웠고 철이 없었고 또 고독했고 어른스러웠다. 아이가 짊어지기엔 꽤 큰 무게의 상심을 짊어지고 걸었으면서도 뒤돌아보면 철 없었던 것 같아서 후회하게 만든다. 당���의 내가 했을 최선의 선택이었음에도 말이다.
과거를 떠올리는 정도, 후회에 갇혀있는 정도가 심해져 미래에 대한 망상도 자라났다. 상황이 심각해져 현재를 떠올리고 현재를 인식하고 행해내는 데에 문제가 생긴 것만 같다. 결심을 한다. 여태 해 온 적 없는 결심을. 과거를 잊자. 미래는 현재의 내가 만들어 가는 것. 노래를 듣지 말자. 진짜 내 삶을. 내 현재를 살자.
오늘부터 노래 끊기다. 미래 망상, 과거 후회 모두 청산이다. 나는 지금 현재를 살고 있다. 내 현재를 저버리지 말자.
과거를 떠올리는 건 결코 나쁜 일이 아니지만, 현재 나에겐 나 자신을 지키면서 과거를 떠올릴 기반이 없다. 그래서 위험한 것이다. 현재는 곧 과거가 된다. 현재에 충실하지 않으면 나는 곧 과거가 될 현재를 현재가 될 미래에서 돌아보며 후회하겠지. 후회하는 동안에도 망상을 펼치는 동안에도 시간은 간다.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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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야 새우야~ 딱! 한입만 더~ 그래서 딱새우 인가..보다.... #딱한입_더세우 . . . . #딱새우 #딱새우회 #딱새우사시미 #새우 #맛남 #맛스타 #먹스타 #이맛 #바로 #요맛 #먹어보자 #잇힝 #술한잔 #기운내서 #오늘의 #힘듬을 #잊자 #mjun(Seoul, South Korea에서) https://www.instagram.com/p/BoylO2Fg4Hk/?utm_source=ig_tumblr_share&igshid=f0zevclfbl6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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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이태원 #탕수육 #참이슬 #동네 #동네아저씨 됐네요 #후렌드치킨 #즐건하루 #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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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플이 한가득 든 가방을 잃어버렸어요😰😩😭 죄다 받은 샘플인데😔🤦🏻♀️ 누군지 주은 사람은 횡재다😑😞 . . . . #잊자 #요즘정신줄을놓고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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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독서 결산 보고
2007년에 시작한, ‘죽기 전 (엄선된) 1000권 읽기 프로젝트'의 생일맞이 2019년 보고서를 올릴 시간이 또 돌아왔다
*혹시 (또) 지나가다 내 보고서를 처음 읽게 되는 분들이 있을, 극히 낮은 경우의 수를 대비하여 짧은 설명을 하자면, 유태인들은 매년 자기 생일에 한 해가 시작한다고 생각한다는 유태계 첫 영어 클래스 선생님의 말이 인상이 깊었던 바,
한국 나이고 만 나이고 난 모르겠고, 나의 일년은 나의 생일에 시작된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올해는 시간이 매우 더디게 흘러가는 해다. 본의 아니게 (어느 골치 아픈 일이 본의겠느냐마는 도전을 즐기기는 커녕 전혀 변화가 없이 살던대로 살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으로써는 특별히 억울한 일이다) 골치 아픈 일도 많았고, 삶의 형태를 크게 바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3월에 여행을 다녀와 5월에는 엄마 팔순으로 2년 만에 한국에도 다녀왔고, 8월에 지야가 잠시 다녀 간 후, 지금까지 고작 6개월 여 동안 한 십년은 지나고 있는 기분이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리 지나기 때문에 천천히 지난다는 것이 한편 반갑기도 하지만, 단조롭게 평화롭게 일상으로 바쁘면 시간이 유순히 잘도 흘러가는 데 그렇지 않아서 그럴 것이라는 추측이 또한 애매한 기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래서, 일 수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할 수도, 일수도 있게, 진행하고 있는 일도 있다. 오랜동안 실패가 두려워서 건드리지 않았던 일이라 그런지, 긴장되거나 결과에 대해 걱정이 되기보다는 어떻게 되나 보자는 거의 호기심에 가까운 기분, 그리고, 어차피 내가 노력하든 안 하든 골치아픈 일은 ���기는 건데 내가 적극적으로 골치 아픈 일을 만들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마치 소도둑 든 후 외양간을 고치느니보다 온동네 소 바베큐 파티를 여는 기분이랄까.
당연히 실패하면 기분이 대단히 좋지는 않겠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니, 뭐랄까, 어둠 속에서 괴물이 무서워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다가 너무 답답해서 에라 차라리 죽고 말자 하고 벗어 던졌더니 괴물같은 건 없었던 기분이랄까.
무엇이 그렇게 무서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가 control freak이라는 것도 일조했을 거라는 추측일 뿐이다. 나는 돌발상황, 뜻밖의 변수를 매우 싫어하고 모든 것을 내 조절 하에 두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 나의 운명을 남들에게 맞기기 싫어한다는 것. 내가 넘어져도 나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믿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런데, 뭐 이제는 괜찮다. 아무도 안 도와줘도, 그래서 혹시 당장 못 일어나도 넘어진 김에 쉬어가도 되겠다는 생각이다.
독서의 방법은 여러가지라서, 누군가는 되도록 많은 이야기를 읽으려고 하고 누군가는 같은 책을 여러 번 보려고 한다. 옳은 독서 방법이란 없다. 단지, 내가 많은 책을 읽고 싶어하는 것은, 그야말로 세상에는 아직도 좋은 책이 너무나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오늘 부로 다시는 새 책은 하나도 안 나온데도, 오늘 태어난 아기가 100살까지, 아니 기분이다 140살까지 살면서,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 남들이 좋다는 거 말고 취향 따라서만도!) 만을 읽어도 다 못 읽고 죽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책을 읽지 않으면 혀에 가시가 돋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혀에 가시가 돋으면 과산화수소수와 일반 가글을 반반 섞은 물로 입을 헹구는 것이 좋다), 꿈을 꾸어야 살듯이 책을 읽어야 사는 것은 여전히 나에겐 사실이고, 세상의 이 많은 책을 다 못 읽고 가는 것이 아직도 한이다. 그 전에는 못다 읽은 책은 같이 묻으랄까 하는 낭만적인(?) 상상을 했으나, 곧 같이 화장을 하는 현실적인(!) 상상을 하다가, 물건을 최소한으로 소유하고 살기로 한 지금은 ‘못 다 읽은 책’ 같은 것은 내 주변에 남지 않은 채로 사체로 발견되었으면 좋겠다는 아무진 꿈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중 한가지는, 책이 끝난 후에도 주인공에 대해 궁금할 때가 있을만큼 독자의 상상은 무한하지만, 작가가 만든 하나의 세상에서 일단 종지부가 지어지는 ‘그 세상’을 오롯이 받아들 수 있다는 안정감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중간 중간 맛보기의 대리만족으로는 절대로 안되고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얻을 수 있다.
본인이나 자녀 분들의 인물 사진 자주 올리시는 분들이 간과하시는 위험한 부분은, 사람이 오늘은 이마만, 오늘은 볼만 찍어 올려도, 자꾸 보면 조합이 되어서 머릿속에서 알아 볼 수 있는 전체 그림이 된다는 것이다. 목소리의 조합으로 페이크 목소리 파일을 만들 �� 있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 모습과 그 사람을 직접 만나 얘기를 해보는 것과는 다르다.(그래서 더 위험하다!) 마찬가지로, ‘남들이 다 본 스페인 관광지의 그것’ 의 사진은 온라인에 차고 넘쳐서, 가서 보면 ‘알아 볼 수’ 있지만 (그리고 그걸 보고 간 분들도 또 비슷한 각도에서 비슷한 사진을 찍어 오신다) 직접 가서 살아보지 않고는 궁극적인 ‘스페인’은 볼 수 없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알래스카와 진짜 알래스카는 완전히 다른 것 처럼.
그래서 분명히 말해두고 싶은 건, 내가 많은 책을 읽고 싶어서 걸신들린 사람처럼 읽고 있다고 해서, 그게 내가 휘리릭 대충 책장을 넘겨 버린다는 뜻은 아니다. 한 자, 한 단어, 한 문장도 절대로 대충 빨리 읽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아예 읽지 않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다. 내용도 보지만, 글도 보고, 인물과 구조와 배경과, 숨은 이야기도 봐야 하니까.
그것이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의 책이나 선물 받은 책이 아니면 십년 넘게 영어로만 책을 읽고, 한국어 책은 독서 기록 숫자에는 포함시키지 않는 이유라는 생각도 든다. 의미함축의 언어인 한국어는 때로는 너무 어렵고, 때로는 나도 모르게 설렁설렁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넘쳐나는 뻔한 말들이 싫어서 나만의 언어를 유지하고 싶고, 그래서 좋은 글은 좋아서, 내 마음에 들지 않은 글은 그래서, 한국어를 다시 배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다.
어떤 책은 너무 좋아서 나를 바닥으로 떨어뜨리고는, 너 같은건 다시는 글 쓴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눌러버리기도 하고, 어떤 책은 너무 좋아서, 너에게도 이야기가 있어, 너도 글을 쓸 수 있어, 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이 둘 다 좋은 책들이라는 것이 재미있다.
그 전에는 한 번에 한권 씩 밖에 못 읽었는데 요즘은 오디오 북과 읽는 책은 평행선으로 가는 것에 길들여지긴 했다. 눈이 많이 안 좋아져서, 그리고 훈련을 통해 다소 더욱 익숙해졌기도 해서 그 전에 비해 오디오 북을 많이 들었기도 하지만, 일이 많았어서 오디오북이라도 짬짬히 ‘연명’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난픽션들을 대부분 괜찮지만 소설들은, 오디오 북의 역사가 짧아 어정쩡한 책들은 오디오북이 잘 없고, 이른바 고전이라는 것들은 영국 악센트로 읽은 것들이 많아서 피하다보니 오디오북들에 대한 나의 감상은 대부분 반반이다. 괜찮을 수 있었던 책들도 읽는 사람이 너무 호들갑(!)을 떨어서 망쳐버린 책도 있고, time proven시간이 증명해 준것이 아닌 당시 반짝 컨템포러리 ‘인기 있는 책’이라는 것은 내 취향이 되기 힘든 것 같다는 생각.
게다가, 요즘에는 훈련이 되어서 조금이라도 방해가 될 만한 일을 만나면 얼른 멈추고, 다시 15초 백을 누르지만, 그래도 사람의 집중력이라는 것이, 오디오북을 들으며, 가만 잊자, 파슬리가루가 어디 있더라, 생각하는 동안, 한 문장이라도 지나가버린 걸 그 때마다 되돌릴 수는 없고 해서, 여전히 오디오북도 읽은 책 숫자에는 포함시키지 못하겠다.
정말 눈이 피곤해서 읽기 힘든 날은, 언젠가는 눈이 환전히 가 버려서, 늘상 집중하고 책만 들어야 할 날이 올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꼬박꼬박 병든 닭처럼 졸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제목들을 타이핑 하고 있노라니 책 내용은 물론, 각 책을 읽고 있을 때 있었던 일들과, 책의 질감까지 떠올라 행복해진다. 앞으로는 눈 때문에 전자책의 비중이 더높아질 것 같아서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아무튼, 그리하여, 작년 분기에 539권이 남았던 것에서 이제 490권이 남았나보다, 점점 숫자가 줄어갈 수록 남은 날은 유한하다는 각성과, 적어도 뭔가 한가지 약속을 지키고 간다는 안도감은 들어 줄거라는 희망으로 나의 올해의 기록을 공개한다.
*늘 그렇듯이, 오디오북과 한국 책은 숫자에서는 제외하고, 책 한 권을 완성한다는 것에 어떤 ‘일’이 관련되는 지 미흡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일개 독자인 내가 감히’ 의 이유로 평점 같은 것은 생략이다.
1. The Sea -John Banville
2. Fall On your Knees - Ann Marie MacDonald
3. Master George -Beryle Bainbridge
4. Blind Assassin -Margaret Atwood
5. The Secret Scripture -Sebastian Barry
6.Small World -David Lodge
7. The White Hotel -D.M. Thomas
8. Disgrace -J.M Cortez
9. Quartet in Autummn -Barbara Pym
10. The Hisoty of the Kelly Gang -Peter Carey
11. Rashomon -Ryunosuke Akatagawa
12. Cover Her Face -P.D. James
13. Magpie Murders -Anthony Horowitz
14. Roseanna - Maj Sjöwall and Per Wahlöö
15. Like Life -Lorrie Moore
16. The Master - Colm Tóibín
17. Joyland -Stephne King
18. Fierce Invalids home from Hot Climates -Tom Robins
19. Pigeon -Patrick Suskind
20. The Gay Science -F. Nietzsche
21. Man’s search for mMeaning - Victor E. Frankl
22. The Glass bead Game -Herman Hesse
23. Immortality -Milan Kundera
24. Ex Libris
25. Feeling of What happens -Antonio Damasio
26. Fugitive Pieces -Anne Michaels
27. Love’s Work -Gillian Rose
28. Glory and the Lightening -Tayler Caldwell
29.Nightround -Patrick Modiano
30. The God of Small Things -Arundhati Roy
31. Levitaion -Cynthia Ozick
32. The Stone Angel -Margaret Laurence
33. Seeing - José Saramago
34. The Palm Wine Drinkerad -Amos Tutuola
35.One Day in the Life of the Ivan Denisovich -Alexander Solzhenitsyn
36. Ex Libris - Anne Fadiman
37. The Four Wise men -Michael Torurnier
38.The Roots of Heaven -Romain Gary
39. Blindness - José Saramago
40. Zorba the Greek -Nikos Kazanzakis
41. Lady Chatterley’s Lover -D.H. Lawrence
42. Winter Hours -Mary Oliver
43. The Alice Network -Kate Chopin
44. The witch Elm -Tana French
45. Small Memories - José Saramago
46. Passion Fruit -Daniel Pennac
47. A field Guide to Getting Lost -Rebecca Solnit
48. The Book of Disquiet -Fernando Pessoa
49. Children Of God -Mary Doria Russel
늘 곁에 있어주는 사람 -임경선
아무튼, 술 -김혼비
유쾌하고 호쾌한 여자축구 -김혼비
100세 수업 -김지승
꿈 꾸는 역 분실물 센터 -안도 미키에 / 최수진 옮김
먹고 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 -노지양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박산호
단어의 배신 -박산호
아무튼, 방콕 -김병운
오르브와르 -피에르 르메트르
*Audiobooks
1. Elsewhere -Gabrielle Zevin
2. Sense Of an Ending -Jullian Barnes
3.The GIver -Lois Lowry
4. Bellwether _connie Willis
5. The Bonfire of Vanities Tom Wolfe
6. All the Light that We Cannot See -Anthony Doer
7. In the Midst of Winter -Isabel Allende
8. Florida -Lauren Groff
9. How to Steal a Dog - Barbara O’conor
10. I am the Messenger -Markus Zusak
11. Scott’s Last Expedition
12. The Year of Magical Thinking -John Didion
13. Avenue Of Mysteries -John Irving
14. Heart land -Sarah Smarsh
15.Nine Perfect Strangers -Liane Moriarty
16. Five Children and It -E. Nesbit
17. The Library Book -Susan Oleander
18. Little Fires Everywhere -Celeste Ng
19. When Breath Becomes Air -Paul Kalanthi
20. The Breakdown -B.A, Paris
21. The Immortalist -Cloe Benja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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