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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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려듣지 않길 바라며
언젠가부터 쓰는 게 쉽지 않았다.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한참 쳐다봐도 쓸 만한 것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 이야기가 아닌 것들을 쓰려다 보니 무엇을 써야 하나 고민만 하다 노트북을 덮기 일쑤였다. 내 이야기가 아니면 쓸 수 없다는 것은 언젠가 분명한 한계를 마주한다는 뜻이기도 할 텐데, 나는 앞으로 어떻게 남은 인생을 쓰면서 살 수 있는 건가 싶었다.
넷플릭스의 신규 컨텐츠 <주관식당>이 공개됐다. 코미디언 문상훈과 요리사 최강록이 호스트로 식당을 운영하며 게스트의 요구에 맞는 요리를 낸다. 게스트의 요구는 온통 애매한 것들만 있다. 1화에 출연한 가수 장기하는 감자탕이지만 소주보단 와인이 생각나는 감자탕을 주문했고 2화에 출연한 배우 정해인은 야채보다 고기가 맛있다는 편견을 깨달라는 주문을 했다.
최강록은 게스트의 주문 메뉴를 읽고 난 후의 본인의 생각을 글로 정리한다. 상상하는 요리를 그려보기도 한다. 게스트의 요구에 경청하고 치열하게 고민한다. 결국 게스트가 만족하는 요리를 낸다. 상대의 말에 집중하고 요리로 풀어내며 게스트가 먹는 내내 요리에 관한 말을 덧붙인다.
주의를 기울여 듣고 치열하게 고민한다. 작품을 완성하고 작품과 얽힌 설명을 얹어준다. 글쓰기에 아주 적합한 행태다. 말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말을 듣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영감을 얻는 일이다. 영감을 얻지 않으면 아무것도 쓸 수 없다. 최강록의 요리의 영감은 게스트의 엉뚱하고 애매한 주문에서 나왔다.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래야 실낱 같은 영감을 얻어 크게 만들 수 있다.
<주관식당>을 보다 보니 내가 타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은 것이 언제인가 싶었다. 물론 이래저래 마음이 어지럽고 복잡해 남의 말을 듣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핑계가 되었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참이나 된 듯하다. 책이나 영화나 드라마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지만 가장 쉽게 체화되는 것은 바로 옆에서 듣는 말이다. 말의 힘은 강하다. 말 한 마디는 누구에게 기쁨 혹은 행복을 주기도 하고 슬픔 또는 화를 주기도 한다. 더 나아가 좋은 영감이 되기도 한다. 나는 한동안 그걸 놓치고 살았다.
말에 기생해 말을 만들어내던, 그걸 조금 더 다듬기 위해 꼴딱 밤을 새우던 날들이 스쳐간다. 언젠가 친구의 이야기를 글로 가공해 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쓴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새까맣게 잊고 살았다. 말의 힘에 빌붙어 쓴 글이 한 트럭은 될 텐데 완전히 잊어버렸다.
2화 중 최강록이 말한다. 물질적인 사기보다 정신적인 사기가 더 나쁘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말을 조심히 하게 됐다고, 그러다 보니 말하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하며 그로 인해 말을 더듬게 된 것 같다고. 그 말을 들은 정해인이 말한다, “말의 힘을 아시는 거죠.”
오늘은 또 무얼 써야 하나 하고 앉았다가 말의 힘에 대해 작게 생각해본다. 내 글쓰기 대부분의 영감이 되었던 누군가의 말을 잊고 산 세월이 야속하다. 그나저나 <주관식당>에 등장하는 문상훈 씨의 웰컴노트가 아주 달짝지근한 게 마음에 든다. 문상훈 씨도 남의 말을 참 잘 듣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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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MH TALK TOK UPDATE
주말마무리잘하구 멋진모습으로 가기위해 열심히 이래저래 단장중입니다 내면두 외면두ㅎㅎㅎㅎ
하루마무리잘하고 행복하길바래요
오늘부로 몬베베에대한 다나까를 완전철회한다
(trans.) Just finishing up the weekend and I’m busy fixing both inside and out to make sure I’m looking my best (for when he comes back) hhhh
I hope you’re ending your day on a high mood and stay happy
I’m officially lifting the "military style speaking" on Monbebe as of today (= he's coming home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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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온 친구와 골프연습장에 갔다. 그 친구 말에 따르면 남편 일하는 동안 골프를 많이 쳤다고 했다. 지지난 주에는 골프 시합에 나가느라 일주일 내내 아는 언니와 함께 연습했을 정도라니 아내가 여행 일정 중에 골프연습장을 넣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오랜만에 연습장에 갔다. 작년 10월인지 11월인지 필드 처음 나간 이후 아내가 취업했다고, 나도 일을 해야한다고, 손가락이 아프다고 이래저래 골프를 피하는 핑계를 댔었다. 오늘 연습장에서는 너무 오래 되어서 골프클럽 잡는 법도 까먹었는데 조금씩 치니까 기억이 났다. 그리고 친구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들으니 예전보다는 잘 맞는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조금 재미있었다. 셋이서 2시간 가까이 55링깃 들었다. 다음 주에는 어제 만났던 골프 초보들과 필드 나가기로 했다. 잘 치는 사람없이 무작정 나가는 게 가능할런지 모르겠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공식적으로 연휴는 끝이 났지만 아직도 폭���으로 난리다. 자기들도 시끄럽고 연기 싫으면서 ��� 이리 폭죽을 사람 많은 곳에서 터뜨리나 몰라. 시끄럽고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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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식탁
우리가 마주 앉아서 딱 그만큼 떨어진 거리였다.
그 식탁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 너도 나도 모난말 하나를 뱉지를 못해.
그런게 웃기고 슬펐어,
시켜놓은 커피는 식은지 오래였어도 나는 그 잔 언저리를 자꾸 만지작거리며 입을 옴싹 거리기만 했지.
뭐 끝이라는게 따로 있나 그런게 끝이라는 걸 너도 나도 넘치도록 느끼고 있었어.
늘 너는 마주앉는 것보다 곁에 앉는 걸 좋아했고 그 식탁의 거리만큼도 떨어지길 원하지 않았어.
너의 그런 따스함을 동경했어, 모질게 말 못하는 너의 그런 것들을 아꼈다.
내 기억은 온통 뒤죽박죽이어도 누군가 먼저 일어나야할 자리임은 알았거든.
딱 그만큼 식탁 공간만큼 우리가 조금 다르게 앉았을 뿐인데 말야.
-Ram
*식탁
1. 벌써 20년도 더 됐을까. 시험기간이 되면 동생이랑 나랑 한 식탁에 앉아서 각자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다. 늦은 밤 홀로 공부하는 것보다 같은 식탁에 마주 앉아 공부하는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니 더 공부가 잘되고 집중이 잘 됐다. 마치 혼자 책상 위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모두가 공부하는 독서실에서 공부하면 더 잘 외워지고, 이해가 잘 되는 그런 느낌이었다. 몇 년 뒤 그렇게 시험공부를 하던 식탁이 어느 순간 각자 다이어리를 쓰고 하고 싶은 일을 하던 테이블로 용도가 바뀌었다. 나는 영어를 공부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고, 동생은 잔뜩 사 온 스티커를 다이어리에 붙이며 미뤄둔 다이어리를 쓰곤 했다. 각자의 방에 책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렇게 식탁을 활용했다.
2. 한때 하얀 원형 테이블을 무척 갖고 싶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집에 있는 테이블은 직사각형이 되었고, 여전히 나는 또 다른 직사각형의 커다란 테이블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 하얀 원형 테이블을 갖겠다는 마음은 아직 남아있다. 다만 과거엔 지름이 커야 했지만 지금은 지름이 그리 크지 않는 원형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딱 노트북고 공책 하나, 그리고 커피 한 잔 둘 정도면 될 충분할 것 같다.
-Hee
*식탁
새로 이사 온 집에는 식탁을 비싸고 작은 것으로 두었다. 무신경한 지영이 먹고 난 자리는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지저분하지만 이제는 착색이나 긁힘 없이 깨끗한 생태를 유지하기가 쉽게 되었고, 무엇보다 음식의 가짓수가 많지 않아도 식탁 위로 가득 들어찬 것 같은 느낌이 음식을 자주 하고 싶게끔 만든다. 식탁의 위치도 바뀌었다. 전에는 거실 한가운데 있었는데 지금은 주방에 두었다. 애석하게도 여전히 지영은 잡다한 것들을 식탁 위에 몽땅 올려두고 지금도 지영의 의자에는 한겨울 옷부터 봄옷까지 4벌 정도가 아무렇게나 쌓여있어서 보기가 싫긴 하지만 전보다는 확실히 안정된 느낌을 준달까.
이 집에서 유일한 나만의 영역이 바로 주방이다. 주방에 있어야 비로소 마음이 편해진다. 주로 음식을 하는 사람도, 설거지와 냉장고, 팬트리 정리를 하는 사람도 나지만 금토일만 이 집에 산다는 이유로 모든 것이 지영의 취향으로만 꾸며져서 내심 서운함과 불만이 가득했는데 내 마음에 쏙 드는 식탁 하나를 두었다고 여태까지의 처량했던 처지가 모두 위로받은 것처럼 느껴진다. 역시 사고 싶은 건 그냥 사야 하나 봐.
-Ho
*식탁
최근에 식탁 겸 책상을 샀다. 1600에 800의 크기로 꽤 큰편이다. ��래저래 마음에 든다!
나는 책상이나 식탁은 큰게 좋다. 내 로망 식탁은 원목으로된 엄청 큰 식탁을 사는 것이다. 원목의 부드러운 갈색이었으면 좋겠고, 밥도 먹고 공부도 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가구는 정착을 의미하는 것 같다. 나도 언젠가는 가구를 집에 들이고, 내 취향대로 집을 꾸밀날이 오겠지.
너무 길고 멀어서 까마득한 길도,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반드시 도착하니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즐기면서 이 여정을 나아가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중에 내가 지금의 시간을 돌아봤을 때, 오히려 이 시기가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날을 지탱해주는 소중한 시간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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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건 기분 좋은 습관 중 하나.
2월이 끝나갈 무렵, 가지런하지 않은 베개들과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이 눈에 들어와 사진을 찍었다.
지난달은 바쁘기도 했고 저 베개들처럼 예상치 못한 일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공모전을 준비했는데 햇살 같은 도전이었다.
이래저래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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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집에 일이 생겨서 어제 터프한 대화를 몰아서 하게 되었다.
장인장모와의 대화
일단 대화 시작부터 다짜고짜 엄포나 강짜를 놓는 건 많은 노인네들의 못된 습성이다. 어차피 지금껏 살아온 스타일이 있는데 이제와서 내가 말한다고 고치거나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기는 커녕, 제대로 듣지도 않을테니 적당한 선에서 끊을 껀 끊어야 한다. 결정권을 뺏기면 자기 위신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강박이 강하다. 그래서 온갖 것들에 전부 아는 척을 해야 한다. 그러니 더더욱 흘러 넘길 껀 넘기고, 끊을 껀 끊어가며, 적당한 명분은 세워주면서 실리를 챙겨야 한다.
아들과의 대화
허용되는 것과 허용되지 않는 그 미묘한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데, 그래서 너 이런 행위는 하면 안 되는 거야 라는 말을 들으면 멈춰야 하는데 그러질 못한다. 더구나 왜 자신의 행위가 경계를 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봐야 하는데, 물론 그런 생각은 많은 어른들도 하지 않는 고차원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해야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건 큰 문제다. 그러니 지금 무엇에 대해 왜 때문에 혼나고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한 채 축소하거나, 변명하거나, 은폐하거나, 억울해하려고만 한다. 또 특이한 부분은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태도가 무엇인지 모르는데 그걸 모르는게 당연하니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태도이다. 결국 크게 봐서는 마찬가지 문제다. 문제가 무엇인지 모를 수는 있는데, 자신이 지금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인데, 심지어 알려고 하지 않는 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그런데, 아들을 혼내면서도 내내 마음에 걸리는 건, 그래서 어른들의 말 잘 듣는 아이로 애써 키워봤자 다 빠져 죽게 만들었던 세월호의 기억이다. 그게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거기가 변곡점이긴 했던 것 같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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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산에 갔다. 일련의 사건들땜에 고민을 좀 했지만 지팡이 하나 의지하고 등산로 초입에 막 들어서는데 이미 긴 산행을 마쳤는지 땀으로 젖은 옷에 썼던 모자는 한 손에 쥔 분이 빠른 걸음으로 스쳐 지나갔다. 여자분이었다. 거봐 혼자 산에 가는 여자들이 나말고 있다니까. 하면서 첫번째 오르막을 오르는데 저 앞에서 성별이 구분 안가는 분이 땅에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는게 보였다. 가까이 스쳐 지나갈 때쯤 나도 모르게 인사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에그 깜짝이야. 네~" 할머니가 도토리를 줍다 내 인사에 놀라며 답해주신다. 휴우~ 첫번째 쉼터에 앉아 한참을 쉬는 데 이번엔 샤페이를 데리고 산에 오르는 여성분이 보인다.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의자에서 일어서며 드는 생각, 신기하네 혼산하는 여자분들이 많네. 산을 내려올때까지 만난 분들은 여자분 다섯분에 남자분 한 분이었다. 오랜만의 등산에 상쾌해진 기분으로 단지와 연결된 쪽문을 열었는데 앗. 한 눈에만 네 다섯명의 남자분들이 아파트 둘레길과 지상 산책로에 보였다. 강아지와 천천히 걷는 분, 혼자서 뛰는 분 등등. 일련의 사건들이 여자들 뿐만 아니라 어쩌면 오히려 남자들로 하여금 편하게 산에 가지 못하게 만든건 아닐까.. 사람많은 지하철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혹시나 추행범으로 의심받을까봐 불편하다는 친구 생각이 났다. 그래 어떤 사건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성별을 가리는 사건도 결국엔 모두 피해자일테지. 나라가 이래저래 싫은 거 투성이라 클났다. 요즘 더더더.
산에서 무서운 건 사람이 아니라 뱀이었다.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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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Jan - Feb

본것 :


읽은 것 :
Reviving Ophelia: Saving the Selves of Adolescent Girls (Mary Pipher)
Fun Home: A Family Tragicomic (Alison Bechdel)
No Bad Parts: Healing Trauma and Restoring Wholeness with the Internal Family Systems Model (Richard C. Schwartz)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이주혜)
작은 마음 동호회 (윤이형)
Inseparable (Simone de Beauvoir)


북클럽 친구들과 함께 읽은 Reviving Ophelia. 나의 두번째 Mary Pipher -- 역시 유익하고 글도 좋았다.
Simone de Beauvoir가 quote 된 모든 부분들을 밑줄치며 읽었는데, going from "being" to "seeming" 에 대한 내용이 특히 와닿았다. 나의 모든 말과 행동 중 얼만큼이 나 자신이기 위함이고 또 얼만큼이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함일까? 청소년기를 거치며 나는 나의 어떤 모습들을 포기하고 어떤 모습들을 새로 취한걸까. 그 시절에 두고 온 나의 모습 중 다시 access 하고 싶은 것은?

마침 Simone de Beauvoir 가 쓴 짧은 소설이 집에 있길래 이어서 읽어보았는데, Reviving Ophelia에서 이론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들이 네러티브로 풀어져있어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 두 여자 아이가 청소년기를 거치며 being 에서 seeming 으로 삶의 태도가 전환되는 과정, 그 과정이 우정과 사랑 그리고 삶과 죽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
나는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좋다. 우정과 사랑은 이토록 비슷하고 가까운, 때론 분리할 수 없는 감정인데, 왜 사람들은 사랑 이야기만큼 우정 이야기를 하지 않는걸까?

나의 우정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나를 깊이 이해해주고, 또 내가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친구들, 비슷한 것을 좋아하고, 그것에 대해 함께 신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나에겐 소중한 것을 넘어 필수적이라 느낀다.
1월엔 학교 친구들과 monthly peer supervision group 을 형성해 첫 모임을 가졌고, 2월엔 일터의 동료들과 시작한 film club 의 첫 세션이 있었다. Rashomon (Akira Kurosawa) 을 함께 보고, 진실이란 무엇인가 - 에 대해 또 그 질문이 우리가 하는 일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Film club을 함께 만든 J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 재미있는 영화와 공부에 도움이 될 책을 많이 소개받았다. 나에게 중요한 두 세상 (상담, 창작)을 나만큼 혹은 나보다 더 중요시 여기는 친구를 만나 기쁘다 생각했는데, 그 친구가 먼저 그렇게 말해주어 행복했다. 두 세상을 나보다 더 깊이 이해하고 있는 친구라 대화를 나누면 자꾸 필기가 하고싶어진다.

New :
SIMS 4 (시간을 얼마나 투자했는지.. 3월부턴 현생을 살자), Mitski 콘서트, 김치콩나물국, Crochet, 눈독 들이던 티팟 세트와 포스터 구매, 새로운 레코드샵 발굴 (일본 LP가 많아 좋았다. 나는 마츠다 세이코, 주원은 Brian Eno 하나씩 구매), 동네에 훌륭한 이탈리안 식당 발굴, 드디어 New York Public Library 카드 발급, St. Agnes Library, 은영(홍콩)의 뉴욕 방문, 분리 불안 (주원 출장)
Repeat :
필라테스 다시 시작, 일기를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썼다.

하루종일 집에서 일 한 날에는 밖에 나가 저녁을 먹는 것이 기분 전환에 큰 도움이 되고 (Lum Lum, BCD...)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엔 채소 위주의 간단한 식사가 좋다. 친구들에게 요리를 해주는 것은 아직도 어렵지만 그 기쁨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SJ, 주원과 삼계탕 night).

음악은 뭘 많이 들었나. 여행중인 수향을 위해 플레이리스트를 하나 만들어주었고, 위전과 두개의 공동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고.. Mitski 공연에 다녀오고나서는 mitski 2024 tour setlist 플레이리스트 무한 반복중.

주원과 오랜만에 모마 데이트 한 날 제일 좋았던 그림 :
Three Musicians (Picasso)

일적으로는 안정된 1-2월을 보낸줄 알았는데 일기장을 뒤적여보니 1월말까지 이래저래 복잡한 일들이 꽤 있었네. 겪을 땐 끝이 없을 것같이 느껴지는 스트레스가 지나고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까마득하다.
1월 말엔 풀타임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이 포스팅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은 케이스로드를 꽉 채워 25명의 내담자들과 함께하고있다. 1/29일자 일기엔 "잘 나아가고 있��� 것 같아 - 적어도 그런 마음이 드는 날들이 자주 있다" 라고 적혀있다. 오래동안 이 일을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좋은 벗, 동료들과 함께.
"We're very lucky to have this job where you get to spend all this time with a person - trying to understand that p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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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4일 월요일
아침 9시경 친정 부모님께 전화가 왔다. 어젯밤 꿈자리가 사나워 잠에 잘 들지 못했던 터라 막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자다 깬 목소리에 남편 출근시키고 늦잠 자는 여자라고 하셨다. 30년 넘게 그리고 아직도 일하고 있는 엄마의 핀잔이었다.
이래저래 방황하느라 까먹은 5년이 그리 아깝지는 않았지만, 벌써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친구들을 보면 조급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연수원에서 만난 동기들의 나이 범위가 생각보다 더 넓어 안심했다. 나는 중간쯤이었다. 나보다 14살 많은 타 직렬 동기와 한동네 살아서 가끔 함께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기도 했는데, 날더러 좋은 나이에 입직했다고 잘했다고 하셨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은 더 어린 친구들에게 일찍 들어와서 부럽다 했다.
어느 공무직들의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한다고 한다. 우리끼리도 조만간 늘어난 정년에 대해 발표가 있을 거라고 이야기가 돌았다.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말도 있었다. 20대에 까먹은 5년을 국가에서 채워졌다. 이로써 나는 다시 35년간 꼬박 일을 해야 은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까마득하게 남은 세월에 질리기보다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이 오래 남았음에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가족이 생긴 탓이다.
가늘고 길게 살고 싶어서 선택한 직업인데, 벌써부터 승진루트를 살피고 있다. 태생이 욕심이 많다. 생긴 대로 살아야지 뭐 어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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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쉴 때 내 고정프레임. 소파, 탭, 간식. 프레첼은 꽂히는 주가 시즌으로 온다. 달게먹거나 짜게먹거나 집에서 휘뚜루마뚜루.
2. 치통을 호소하다 방문한 두번의 치과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결국 응급실에서 수술을 하게된 D가 일주일의 입원 후 다시 음식을 자연스레 즐길 수 있게되었다. 이래저래 못본지 꾀 되어 찾아간 그녀의 집에서 엄청난 식사를 제공받았다. 당근김밥과 사골만두국! 그리고 이쪽 도시에 오면 꼭 가야하는 한국마트에서 떡을 여러개 구매해 돌아와 냉동실에 얼려놓고 오전에 쏙쏙 꺼내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3. 자신이 지난 한달동안 취한 행동에 대해 칭찬 좀 해주자고. 자꾸 엄해지지말고 알아줘 넌 아무것도 안하지 않았어 넌 되고 있는 존재야. 잘 하고 있어 멋져 꾸준히 기운내서 갈구하고 실천하고 달성하자 굿 바이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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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 수면제


쥬디 오거 기념으루 ㅎㅎ


기여븐 공룡들 길고 커서 티샤츠가 다 작다.. :-)

1일 1건조.. 필요


어쩌다 이틀휴무가 이리 빨리 지나가 버렸지
늦잠 자고 청소 빨리 끝내버리고 당근 마켓에 냄비 올리고 이래저래 블로그 탐방 하다가 과자랑 커피 한잔 떼리고 한숨 낮잠 자기 너무 너무 좋은거지 ㅎㅎㅇㅇ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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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글쓰고 싶어서 들어왔는데
여기가 맞는지 알수가 없네
표현의 자유가 필요한 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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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 서비스 센터로부터 연락이 왔다. 준비되어 있으니 찾아가란다. 지난 목요일에 배터리 문제라고 부품을 받으면 연락준다고 했었다. 테크니션으로 보이는 분이 충전되는 LED의 표시사항을 알려준다. 다 알고 있으니 설명 안해도 된다고 했더니, 배터리가 충전이 다 되면 전원코드를 뽑으라고 했다. 정확히는 콘센트에 있는 스위치를 끄라고 했다.(말레이시아의 대부분의 콘센트에는 스위치가 있어 전원을 켜고 끌 수가 있다.) 콘센트가 멀어서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보조배터리를 충전하는 곳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내가 청소기를 맡긴 것이 24일이었으니 정확히 2주가 지났다. 2주 동안 청소하는데 갖은 고생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더러웠기에 청소기 찾아가라는 말에 기뻐 대충 알겠다고 나왔다. 돌아오면서 생각하니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 보조배터리 충전부를 사용하지 말라는 뜻은 그 부분이 고장났다는 것인데, 그걸 그대로 둔 채로 고쳤다고 가져가라는 건 도대체 무슨 일일까.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배터리는 바뀌었다. 청소기를 맡기기 전 2개의 배터리에 모두 조그맣게 표시��� 해놓았는데 그게 없어졌다. 분명 배터리는 바꾸었을 것이나 배터리가 빨리 닳아버리는 원인인 스테이션의 상측 충전부는 수리하지 못한 거다. 한참동안 내가 왜 그냥 돌아왔을까 고민하다가 내일 다시 연락하기로 마음 먹었다. 편하자고 비싸게 구입한 제품이 단 4개월만에 쓰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는데 그 부분이 고장났으니 그 부분은 사용하지 말라는 것도 우습다고 생각했다. 고장난 부분이 수리가 되지 않았으므로 다시 고쳐달라고 할 것인데, 분명 안된다고 할 거다. 방문한 서비스센터는 엘지가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위탁 수리하는 곳이므로 그들이 잘못한 일은 아니다. 엘지의 서비스 정책이겠지. 안된다고 하면 엘지 서비스 쪽 연락처를 달라고 해야지. 그냥 쓰다가 또 고장나면 어쩌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 이런 식의 서비스 방식이라면 고장나는 제품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만 불쌍한 것이다. 이곳의 전자제품 분쟁에 관한 법은 한국과 얼마나 다를까. 이래저래 한국이라면 고민하지 않을 일들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이번 금요일에 다시 중국에 가야 하는데 한국에서 회사 다니는 사람들의 회사 문제로 금요일 저녁 8시 50분 비행기로 온다고 한다. 나보고 9시간을 기다리라는 뜻이다. 그것도 푸동이 아니라 홍차오로 넘어오라고 한다. 가뜩이나 청소기로 짜증나는 마음에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더 짜증이 났다.
저녁을 일찍 먹고 테라스에 앉아 하늘 구경했다. 한동안 비가 안내렸는데, 바다 넘어로 번개가 쳤다. 짜증난 내 마음 같았다고나 할까. 짧게는 1분 길게는 7~9분 간격으로 번개치는 하늘을 보고 있으니 짜증났던 생각들이 다 사라지고 ��� 언제 번개 칠 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밤에는 비가 오려는지 테라스에 앉은 한 시간 동안에 모기에 3방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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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나비
어쩌면 그런 날입니다.
팔랑팔랑 나부끼다 살포시 앉을 줄 알았습니다.
하늘이 너무 맑고 넓어서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내일 눈을 뜨면 네게 정말 나쁜꿈을 꾸었더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날입니다.
흙잿먼지 더미 사이를 어렴풋이 내달리는 날갯짓이 얼마나 유약한지.
그럼에도 숨결이 어디서 나를 부를지 모르니 나는 계속 맴돌아야 합니다.
가장 무거운 공기를 떠안고 내려앉은 그곳에 뒤엉킨 모든 것들 사이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어딘가에 있음을 기도합니다.
어떤 작은 움직임도 당신에게 닿기를 소망하면서.
-Ram
*나비
새로운 동네에 이사 온 뒤 1년이 지났다. 거의 8~9개월 동안 괜찮은 테니스 클럽을 찾으며 방황하다가 11월부터 한 클럽에 정착해서 시간 날 때마다 열심히 코트에 나가고 있다. 내가 가입한 클럽은 고령자의 비율이 거의 압도적인 클럽인데 테니스 구력이 내 나이보다 많은 분들도 계시고, 70대 여성분은 국화부 출신으로 동네에서 전설로 통했던 분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같이 한번 쳐 봤는데 무서우셨음..) 그렇게 구력이 엄청난 분들 사이엔 흔히 말하는 테린이 분들도 계셨는데 그중 한 분은 60대에 처음 테니스를 배워서 꽤나 잘 치고 계신다. 60대에 테니스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 머리를 띵-하고 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분에 비하면 난 아직 새파랗게 젊은 나이. 어떤 것을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 심지어 80대 남성분도 아직 팔팔하게 코트를 뛰어다니신다. 물론 젊은 사람들에 비해 빠르진 않지만 일단 뛰어가서 공을 친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충분하다. 그리고 주류인 사람들은 부모님 나이뻘이신데, 모두가 다 열정 있게 추워도 참석하는 것을 보고 또 한번 배운다. 이래저래 느끼는 것이 많은 곳. 나도 이 클럽에 가입한 이후로 테니스를 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늘어가면서 실력이 아주 조금은 늘어가는 것처럼 느끼다가도 또 하루는 공이 너무 맞지 않아 심란하다가도, 또 하루는 공이 너무 잘 맞아서 신나한다. 이런 기복이 조금씩 좁아지면서 실력이 상승한다던데. 언제쯤 벌처럼 쏘려나.
-Hee
*나비
나비와 신년을 이어보려다, 무엇이든 나비에 비유해 보려다 이러다가는 이번 주 글도 끝에 가서 포기할 것 같아 그냥 주제를 놓아버렸다. 글은 역시 마음을 눌러쓰는 일이라 평생 일말의 관심도 없었던 것에 대해서는 도무지 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비에 대해 뭐라도 찾아보긴 했었다. 유충부터 애벌레-번데기-나비로 변태하는 과정에 대해, 날개 무늬가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에 대해, 나비의 비행 특성에 대해. 여전히 머릿속이 뿌옇다. 생각이 나비효과와 가수 나비에 이른 다음에 포기를 마음먹게 됐다. 한 주 내내 벌레에 쏟은 에너지를 생각하면 이쯤에서 그만둬도 괜찮은 게 아닐까.
-Ho
*나비
예전에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자기 엄마가 죽으면 나비가 될 거라 했는데, 엄마가 돌아가시고나서 집으로 나비 한 마리가 들어와서 엄마! 하고 불러봤다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좀처럼 나비를 보기 힘든 요즘이다. 이상기온으로 벌도 사라지고 있다고 해서 그 뒤로 꿀을 잘 안 먹는다. 우리는 꿀 없이 살지만 벌들은 꿀 없이 못사니까.
오늘 또 큰 뉴스가 있었다. 같은 항공사로 같은 나라에 간적이 있어서 남일 처럼 느껴지지가 않는다. 늘 비행기 탈 때 긴장하는 편인데, 앞으로 더 겁이 날것 같다. 대한민국에게 왜 이리도 잔인한 12월인지.. 내년엔 모두가 평온하고 편안했으면 좋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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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주시는 글들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글들을 수첩에 배껴적는 습관이 고등학생 때부터 있었는데 이 블로그를 보면서 여러 좋은 글들을 접하게 된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만큼 자주 들리지는 못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도 종종 들러 글을 보곤 합니다.
이래저래 바빠서 들리지 못한 동안 업로드가 멈추었을 까봐 걱정했는데 최근에도 글이 올라와 기쁘네요.
항상 감사합니다.
아키 카우리스마키라는 영화 감독을 좋아합니다. 은퇴를 번복하고 6년 만에 낸 신작이 작년에 개봉했는데, 그의 영화를 개봉할 때 영화관에서 보는 게 처음이라 무척 떨렸어요. 5년 동안 저에게도 세상에도, 또 그에게도 참 많은 일이 있었겠죠. 그런데 그의 영화는 여전했습니다. 건조하지만 따뜻한 그의 세계가 여전히 존재해왔다는 것 자체로 큰 위로였어요. 모든 게 너무 빠르기만 한 세상이 어지러울 때 초점을 잡을 수 있게 우두커니 서있는 것들을 곁에 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느린 블로그도 익명 님에게 비슷한 안도를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선물로 5월에 꼭 올리고 싶었던 시를 올렸습니다. 이 답장을 5월이 지난 뒤 보셔도 한 번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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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도 잘 안하시는거 같고 그나마 여기서 활동하시는거 같아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옛날에 재밌는 글, 좋은 글들 많이 올려주신거 좋았는데 요즘은 잘 못하시는거 같아서 아쉬워요..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늘 힘내시길 바라겠습니다 🙂
포스팅에 흥미를 잃은건 아닌데 이래저래 즐거운 날들로 채우지 못해 저 또한 참 아쉽습니다. 요새는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들, 보이는 것들만 간간히 적어두고 찍어두며 지내는 것 같네요. 따듯한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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