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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클
newstech38 · 2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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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9uru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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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밝았다. 렛츠고! 짝짝. #바다수영 🏊 슈트. 갈고리. 렌턴. 오리발. 스노클. 조과망 등을 챙겨 사냥에 나선다. 28.99 #문어 🐙 (동해바다에서) https://www.instagram.com/p/CpdqFtmBy7e/?igshid=NGJjMDIxM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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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burning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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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아오낭 셋째날. 지원이 상태도 괜찮아 피피섬 투어를 했다. 하루 동안 스피드 보트를 타고 피피섬 주위의 7곳의 스팟을 도는 곳이다. 밤부섬, 마야베이, 피피레이베이, 바이킹 동굴, 몽키베이, 피피섬 톤사이해변, 피피섬 스노클 포인트를 돈다. 더 비치 영화에 나온 마야베이는 너무 아름다웠다. 몽키베이에서는 어제 비가 와 원숭이가 없었다. 피피섬 스노클 포인트에는 줄무늬 물고기가 가득했다. 아름다움을 두눈에 가득 담고 다시 아오낭으로 돌아왔다. 내일은 방콕으로 간다. _ 🚤아오낭 피피섬 투어 투어사: 아오낭 포토 트래블 투어비용: 일인 1,400바트 ✔️많은 투어 오피스에 알아봤지만 가장 저렴했습니다. ✔️피피섬 투어를 예약할때 국립공원 입장료가 투어비용에 포함되어 있나 잘 알아보고 예약하세요. ✔️스피드 보트 앞자리에 앉으면 오고가는 중에도 섬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강한 햇빛에 대한 대비도 필요합니다. _ 📷고프로10 _ #태국여행 #끄라비여행 #태국피피섬 #아오낭피피섬 #코피피 #피피섬 #피피섬투어 #고프로 #고프로라이프 @goprokr @eudiny_insta @yeomi.travel @travelreason @travel_ohwa (Koh Phi Phi, Thailand에서) https://www.instagram.com/p/CpZbBq1uCYl/?igshid=NGJjMDIxM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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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chulkkk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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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uu987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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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ajack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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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o-asia-blo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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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chulkkk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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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ood 오픈기념 ksub 할인행사 스타트 2021년형 스피어건번지3종 시즌 스타트 판매가 12,000원 블랙,레드,범블비 3종 구매는 ksub에서 (네이버 ksub검색) www.ksub.co.kr 문의 겨미 010  9346  3635 카톡 kaos38 #ksub #스피어피싱 #케이섭 #01093463635 #스페로 #프리다이빙 #스쿠버다이빙 #해루질 #최고의가성비 #스노클 #롱핀 #플핀 #메탈마스크 #다이빙마스크 #d링 #다이빙나이프 #코로나개짱나 https://www.instagram.com/p/CM12KrxDTLb/?igshid=18rlfbzbdu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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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wapojoseph-blog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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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나 성인 페이스 스노클 AFS-A164  ₩26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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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vertime2019 · 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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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9_수영(1)
- 처음 간 것에 의의를 둠
- 현저히 떨어진 체력 (근력, 심폐지구력, 기타) 인식
- 플립턴을 비롯한 턴 종류들을 오래 전 배웠음에도 현재 전혀 할 줄 모르게 되었음. 턴 기술이 결여됨에 따라 왕복 속도가 다른 회원들에 비해 크게 뒤쳐짐.
- 오리발 및 스노클 구입해야 함 (월요일이 오리발 수업하는 날인것으로 예상)
- 배영이 발차기만으로는 엄청 빠른 편이나, 팔동작 들어감과 동시에 자세가 다 무너지고 호흡과 리듬 속도 모두 엉망이 됨을 확인
- 접영은 여전히 힘을 효과적으로 쓰지 못하는 것 같고, 오늘은 그나마 오리발 덕택에 한팔 접영이나마 수월했으나 오리발 없이는 그마저도 힘들 것 같음
- 아무래도 수영복 착용을 하니, 빠른 시일 내 벼르고 미루기만 해온 왁싱을 감행해볼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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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freedive · 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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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t @freedive_grandbleu (@get_repost) ・・・ #이벤트 보홀센터 2박3일 숙식권과 더불어 프리다이빙 체험 혹은 스노클 체험 패키지를 드립니다. (항공 교통 개인 보험 별도) ——————————————————————— 🏝보홀 최고의 프리다이빙 그리고 스노클링 센터를 보유한 #프리다이브그랑블루보홀센터 에서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 - ✔️ 그랑블루보홀 플러스친구 추가를 해주세요 - ✔️본 페이지를 리그램 해주세요 ✔️ #그랑블루보홀이벤트응모 - 해쉬태그를 꼭 꼭 해주세요 당첨자는 5월 31일 본 인스타그램에서 발표됩니다. 많이 참여해 주세요^^ - - #보홀 #필리핀 #프리다이빙투어 #프리다이빙 #프리다이버 #카카오톡플러스친구추가 #그랑블루보홀센터 #프리다이브그랑블루보홀센터 #수영 #취미추천 #yolo #칼리카산리조트 #스노클링 #freediving #freediver #travel #underwaterphotography(강남구 신사동에서) https://www.instagram.com/p/BxKP9ymnZf1/?igshid=a1y9tf19c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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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kimjungkwonlove · 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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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쿨링 마스크 화이트 S M 스킨스쿠버용품 스킨스쿠버마스크 잠수마스크 스노클링마스크 스노클
스노쿨링 마스크 화이트 S M 스킨스쿠버용품 스킨스쿠버마스크 잠수마스크 스노클링마스크 스노클 31,000원 쿠팡에서 할인가격 보기 쿠팡에서 상품평 확인하기- 쿠팡 인기 베스트 상품 추천 - 실시간으로 새로운 정보를 발행하고 있으며 이웃신청을 하여 더 많은 상품정보를 실시간으로 만나보세요^^; 해당 제품은 제휴마케팅으로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아와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제품가격은 해당 마케팅업체와 오차가 있을수 있습니다. 해당 상품 포스팅은 2019년10월16일 10시05분에 작성되었습니다. http://dlvr.it/RGHG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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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번에는 프로세스를 너무 많
<p>New Post has been published on https://www.travel-guides-and-books.com/%eb%8b%a4%ec%9d%8c-%eb%b2%88%ec%97%90%eb%8a%94-%ed%94%84%eb%a1%9c%ec%84%b8%ec%8a%a4%eb%a5%bc-%eb%84%88%eb%ac%b4-%eb%a7%8e/</p> <blockquote><p><strong>다음 번에는 프로세스를 너무 많</strong></p> <p><img src=""/></p><p>
다음 번에는 프로세스를 너무 많이 변경하지 말고 그냥 실행을 약간 조정하십시오. 스트라이크를 빠르게 켜고 끄고, 왼손과 오른손 타자를 정말 잘 사용하십시오. 이 과정은 학생들이 문제 중심, 학생 중심, 기술 집약적 인 수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전문성을 제공하기위한 것입니다. 학교는 중미 및 중등 학교 협회 (MSA)의 인증을 받았습니다. 농구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예로 들면, 르브론 제임스는 본질적으로 팀 플레이 오프에서 선두를 차지했습니다. 축구에는 Renoldo와 같은 이름이 있습니다 (이름 철자를 용서해주십시오.
Main Currents는 1928 년에 퓰리처 상을 수상했으며, 수년 동안 미국 역사가들에게 가장 영향력있는 책이었습니다. Reising (1989)은이 책이 1927 년부터 서울콜걸출장마사지 1950 년대 초반까지 문학 비평과 문화 비판을 지배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플레이어는 대부분 조깅을하고 있습니다. 미식 축구는 선수가 태클을하거나 공이 떨어질 때마다 (또는 패스가 불완전하게 될 때마다)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40 초 동안 휴식을 취하고 필드에있는 22 명의 선수는 모두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나서 로티 세리 (Rotisserie) 리그의 다양한 전략을 고수 한 주인을 활용하십시오. 그는 7 세의 나이에 자신의 축구와 야구 판타지 리그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전자기 펄스 폭탄은 폭발 할 수있는 높은 오버 헤드로 전자 서울출장색시미녀언니 장치와 전원을 차단합니다. 두 개의 탄두가 캔자스 시티를 강타합니다. 몇몇은 드라마와 발견을 제공하는 반면 일부는 아이들을위한 만화를 제공합니다. 라이브 TV로 스트리밍하고 싶다면 라이브 채널이 가장 적합한 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을 고려해야합니다..
그는 CTE를 축구에서 얻은 것일까? 아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소풍은 워싱턴 주를 4 쿼터 21 점으로 3 쿼터 연장으로 서울모텔출장 Boise State 47 44를 이기기 위해 이끌었을 것이다. 240 야드와 3 번의 터치 다운이 벤치에서 빠져 나와 승리 후 경기에서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돌보는 여러분 한 분 한 분 한 분 한 분이 너무 감사합니다. 그 말씀이 간다면 우리는 서울출장서비스보장 기적을 믿습니다. 상업적 성과를 살펴보면, Orange Spain은 프로모션에 대한 제한된 수단으로 가치 중심 전략을 계속 이어 갔으며, 이는 Q1의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반영한대로보다 철저한 환경을 복원하는 데 도움이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로우 엔드 경쟁은 매우 공격적입니다.
번개가 치고 천둥 같은 박수 소리가 들렸다. 창문 근처에있는 빨간 쿠션 시트가 달린 나무 의자는 차를 마시고 룸메이트가 지적한 것처럼 생각한 서울출장몸매최고 곳입니다. 선택하는 재료 및 유리 섬유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녹색’창은 평생 지속됩니다. 선행 비용이 다른 자재보다 높을지라도 절약 할 수있는 환경을 유지할 수있는 주택과 창을 유지하는 비용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Skoda Auto India MD Gurpratap Boparai도 폭스 바겐을 인도하기 위해 IndiaMumbai, 11 월 20 일 (IANS) 폭스 바겐 그룹 인도는 화요일에 Skoda Auto India 전무 이사 Gurpratap Boparai가 내년부터 Volkswagen India를 이끌 것 인 관리 rejig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2019 년 1 월 1 일부터 Gurpratap Boparai, 현재 전무 이사 인 India India Private Limited.
‘엘살바도르에 대한 뉴스를 정치적으로 명료 한 사람들을 위해 형성하지 않는 대부분의 미디어를 차지하는 유형이다. 일반 대중을 정말로 무언가로부터 벗어나게 만든다. 스위스 사람들 만이 그를지지한다면,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있는 선수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체다 : 178 시간 전에 미주리 주 빅토리아 8 : 249 포인트가 제출되었습니다. 모든 선수들은 매우 운동 능력이 뛰어나고 Badgers ‘달리기를위한 큰 구멍을 열었습니다. 그 해 센터 Peter Konz와 Guard Kevin Zeitler는 모든 미국인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우리 회사는 주식 거래를 통한 자본 주입, 부채 발행 및 매도 가능 시장성있는 주식 매도에 의존하여 유동성을 확보했습니다. 2017 년 1 월 31 일 현재 우리는 24,118 달러의 현금 만 보유 했으므로 운영 비용은 투자자 나 차용 한 자금으로 조달 할 수 있습니다. ), 정기 체크인 및 Google 위치 찾기 통합. 이 응용 프로그램을 사용하려면 FoneHome 웹 사이트에서 무료 계정을 만들어야합니다. 하 나마 만 하와이의 Hanauma Bay 해변의 서명 곡률은 대개 큰 파도로부터 보호 해 주며, 하루 종일 매우 평온합니다. 다이버와 스노클 러는 다양한 해양 생물과 광범위한 해양 생물을 볼 수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1992/93 시즌은 여러면에서 영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앞당기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러나 2 월 24 일, 축구 세계는 슬프게도 단지 51 세의 암으로 싸움을 잃은 잉글랜드 최고의 축구 주장 인 바비 무어 (Bobby Moore)의 슬픈 손실을 슬퍼하는 순간 잠시 멈추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서울미시출장안마 알고있다. 당신과 당신의 학생들이 심문 과정과 워크샵에 더 익숙해 짐에 따라 모델을 통해 학생들은 서로 질문하기 시작하고 태국에서 6 년 전에 학습을 깊게 할 것입니다 서울콜걸추천.
</p></blockqu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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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yad-terry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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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Lunar Festival - Kenting, Taiwan
- 9월 21일
이번 연휴의 목표는 서핑 딱 하나였다. 그래서 사전에 서핑샵 사장님이랑 접촉한 게 이번 여행의 전부였고 나는 달랑 비행기 표랑 서핑샵 게스트하우스로 숙박 이틀 치만 해결한 채 5박 6일 컨딩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야무진 사전 계획과는 다르게 나의 목표는 첫날부터 아스라이 바스러졌다. 난완 비치에 도착하자마자 서핑샵 사장님에게 픽업 전화를 했다. yes yes im here bus station 얼마 지나지 않아 상의를 헐벗은 두 남자가 멀리서 나를 데리러 오는 게 보였다. 태닝 되어 몸이 초콜릿색인 저 사람은 분명 서핑샵 사장님인 것 같은데 몸뚱이는 하얗고 팔만 시커멓게 탄 다른 남자는 솔직히 누군지 몰라서 알 수 없는 어색함에 살짝 낯을 가렸다. 그 둘은 나의 캐리어를 들어주었고 우린 인사만 한 뒤 말없이 걸었다. 중성적인 나의 이름 탓에 나를 남자로 알았단다. 근데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여자애가 멀뚱히 서 있으니 황당했다고…. 그들은 샵에 캐리어를 내려놓곤 나를 살며시 바다로 이끌었다. 그리곤 조용히 료(서핑샵 사장님)가 중얼거렸다. can u see…? there is no waves... 당분간은 계속 이럴 거란다. 오 세상에 하느님. 왜 항상 제 계획을 박살 내시는 건가요. 씨발…. 억울함에 방언(욕)이 터졌다. 그러자 어색함이 허물어졌다. 예고 없는 나의 욕지거리에 다들 이를 드러내고 허허 웃었다. 일단은 계획이 모두 틀어져서 팔만 까맣고 몸뚱이는 하얀 남자가 내 캐리어를 숙소까지 옮기기로 했고, 료는 내 몸뚱이를 목적지까지 옮겨주기로 했다. 근데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생겼다. 숙소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멀었다. 혼자 이동하긴 어려울 듯했다. 스쿠터를 빌리더라도 내 숙소는 관광지가 아닌 조금 큰 동네 변두리라 차도 많고 오토바이도 너무 많았다. 자칫하면 사고가 발생하여 객지에서 골로 가기 딱 좋은 위치에 있었다. 사장님은 평일에 투잡이라 날 데려다주고 아르바이트하러 가야 한다고 팔이 까만 남자랑 놀고 있으라며 나를 숙소에 던져주고 갔다. 나는 그 남자랑 같이 숙소를 썼다. 해외에서 혼숙 도미토리는 여러 번 이용했기 때문에 별로 불편한 건 없었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자기소개. 일단 이 사람의 이름은 치카이 왕. 34살. 타이베이 사람이고 직업은 마케터. 그러나 직장을 때려치우고 오토바이로 전국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카이는 호주에서 2년 살았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영어로 자기 의사 표현은 정확히 말해서 편했다. 대충 소개를 끝내고 일단 우리 둘은 밥을 먹으러 갔다. 카이의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에서 나눈 대화는 거의 초등학생급의 대화. 야 너 뭐 좋아해. 나 뉴러우면이랑 샤오룽바오. 음 그럼, 여기 제일 맛집에 가서 먹자.
가서 보니 우육면 집은 아니었다. 해산물 수프에 고깃덩어리가 들어가 있는 국수였는데 나의 미각과 부합하지 않았지만, 맛있냐고 자꾸 채근하는 카이때문에 반은 넘게 먹고자 노력했다. 같이 주문한 샤오룽바오는 다행히 맛있었다.
어쨌든 나는 식사시간 내내 짧은 영어 실력으로 카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의 대화는 주로 젊은이들의 흔해 빠진 고민으로 채워졌다. 놀러 나와서도 이런 얘기 해야 하나 싶었지만 비슷한 처지라 더 말이 잘 통했다. 그렇게 우린 밥을 먹고 우린 곧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와 방을 둘러보니 침구나 매트리스가 새것이라는 걸 알아챘다! 사각사각한 새 천의 느낌. 카이에게 물어보니 나는 료가 오픈한 게스트 하우스의 첫 손님이라고 했다. 그리고 카이는 샵의 첫 스텝! 짐을 풀며 아까의 이야기를 마저 풀며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고 사이로 앳된 얼굴이 쑥 들어왔다. 아직도 이 아이의 이름을 잊어버릴 수가 없다. 이엔. 카이가 불쑥 들어온 얼굴에 얘 한궈뤈이라고 하니 오 안녕하세요~했다. 그래서 나도 안녕하세요. 하니 눈치를 보는 자세로 총총 방에 들어오며 자기 소갤 했다. 뒤에 한 명 더 들어왔는데 걔는 쑥스러움 많이 타고 말도 거의 하지 않아서 집에 갈 때까지 이야기를 거의 나눈 적이 없었다. 암튼 이엔은 대학 졸업하고 군대 가기 전에 잠깐 컨딩 에어비앤비 숙박업체에서 일하며 이곳에서 지낸다고 했다. 그러더니 like u! 하면서 설명을 덧붙였다. 그래서 어? 난 일 안 하는데 나 관광객이야 그랬더니. 애 얼굴에 물음표가 백 개쯤은 떴다. 왜 관광객이 여기서 자? 하는 눈으로.
알고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 하는 것처럼 건물 전체가 컨딩에서 한 달 살기 하는 애들이 지내는 시설이었다. 같이 방을 쓰던 카이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건물 전체는 스텝 하우스였고 내가 지낸 방 딱 하나만 료가 매입하여 스텝 하우스 겸 게스트 하우스로 활용했다. 어이없는 기분이 들었다. 하루아침에 외국인 노동자가 된 기분. 이엔은 스무 살 초반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이와 다르게 성격은 너무나 능글맞았다. 나한테 너 유인나 아냐. 너 유인나 닮았다. 에이핑크 아냐 너 에이핑크 누구 닮았다. 하면서 낄낄거렸다. 그러다 대화 중 딱 한 번 정색했다.
내가 다른 건 타이완 타이완 하면서 호칭을 제대로 하다가 타이완 애들이 따로 쓰는 용어가 있다는 걸 모르고 차이니즈라고 말했다가 시선으로 욕을 처먹었다. 만다린이니까 다음부터는 제대로 말해달라고 했다. 조금 정색해서 너무 미안했다. 이 나라 사람들한테는 예민한 문제니까 ㅇㅋㅇㅋ 암 쏘리. 내 가방끈이 짧아서 그러니까 봐달라 하니까 이엔은 또 금방 풀어져서 낄낄거렸다. 어린 애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부터 대화가 너무 기 빨려서 혼이 나갔지만, 내가 언제 또 이런 경험 해보겠냐 싶어 아무 생각 안 하고 씻고 그냥 잤다. 나도 어이가 없는 게 옷을 많이 가져오지도 않았지만 그나마 가져온 옷이 거의 검은색이었다. 원피스도 색만 다르게 흰색 핑크 이렇게 두벌 가져와서 흰색은 잠옷으로 입고 핑크는 나가서 입는 용으로 활용했다. 진짜 대책 없고 막연한 컨딩 여행의 첫날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9월 22일
한국에서 평소에 일어나던 시간이 있어 사실 새벽엔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침대에 누워 멀뚱히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데 이른 아침부터 료한테 연락이 왔다. 오늘도 파도 없어. 너 서핑 몬해. 그 연락에 한국에서 불태운 열의가 순식간에 식어 다시 침대에 드러눕고 싶었지만 카이는 출근 준비를 하면서 날 깨웠다. 일어나 너 오늘 나랑 같이 가야 해. 너 스쿠터 못 빌리면 이동 못 해. 하길래 벌떡 일어나 세수만 하고 대충 옷을 껴입으며 카이의 등에 붙어 후다닥 출발했다. 컨딩 라오제 중심 쪽엔 스쿠터 샵이 엄청 많은데 거기까지 가서 빌릴 용기가 나지 않아 숙소와 난완 해변 중간에 있는 유일무이한 스쿠터샵에서 하얀색 신형 스쿠터를 한 대 대여했다. 스쿠터가 새것이라 그랬는지 아니면 그냥 내가 불안해서 그런 것인지 스쿠터 사장님은 계속 나를 못 미더운 눈치로 보더니 나중엔 주차장으로 데려가 테스트를 했다. 연습하면서 좀 혼났다. 나는 사장님 눈초리 너무 무서웠다.
주차장을 몇 바퀴 돈 뒤 겨우겨우 오케이 사인을 받고 난완 서핑샵으로 카이와 함께 출발했다. 카이가 가게 오픈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바다에 나가 멍을 때렸다. 뭘 해야 할까. 딱히 뭘 하고 싶진 않은데.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될까. 날이 좋아서 나는 이것도 너무 좋은뎅. 하면서 고상하게 앉아 남들 노는 거 지켜보다 샵에 와서 멍을 때렸다. 료는 세 명의 아침밥을 흔들흔들하며 웃었다. 내 얼굴만 한 주먹밥을 먹으면서 멍을 때리니 료가 너 오늘 뭐 할 거냐고 물었다. i dont have any plan.. 하니 료는 '이 불쌍한 인간을 보았나'라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그러더니 밥 다 먹으면 옷 갈아입으라고 투명 카약을 타러 가자고 했다. 계획에 없었지만 태워준다니까 올ㅋ하고 마저 밥 먹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위에 치렁치렁한 핑크 원피스와 유럽 감성 최신 유행 베넷 햇을 걸치고 탈의실에서 나왔다. 그랬더니 이 인간들이 꺄햨햨햨! 야 너 쇼핑가냐? 부끄럼타는구나 하면서 날 놀렸다. i dont like tanning skin 하니 이건 어느 나라 패션이냐고 또 엄청 낄낄거린다. 피부가 약해서 햇빛에 화상을 잘 입는다고 악에 받쳐 설명했지만, 얘들은 내 이야길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힘쓰는 걸 좋아하지 않아 처음엔 그냥 그랬는데 투명카약은 생각보다 훨씬 재밌었다. 이걸 타면서 워터스포츠의 재미를 느꼈다. 나는 료와 같이 타고 카이는 혼자 탔다. 처음엔 열심히 노를 젓던 카이는 힘이 딸리는지 나중엔 우리 배를 제대로 쫓아오지 못했다. 난 그 상황에 갑자기 카이를 놀리고 싶어졌다. 날 놀린 것에 대한 일종의 복수 의미로 '너 힘들지? 넌 너무 말랐어. 힘들면 쫒아오지마. 넌 너무 연약해' 하면서 놀리니 카이는 남자한테 그딴 소리 하지 말라면서 노로 물을 퍼대꼇다. 질 수 없어 나도 물을 퍼서 날렸다. 둘이 그렇게 개싸움을 하고 있으니 어른인 료가 방향키를 틀며 그만하고 이제 나가자고 했다. 글로벌 기준으로 료 나이 35살 카이는 34살 나 26살인데 카이랑 나는 같이 붙어있는 내내 초딩처럼 놀았다.
돌아오니 료의 여자친구 케이가 분주히 예약 손님 응대를 하고 있었다. 나는 샵 사람들 그만 귀찮게 하고 싶어 점심은 밖에서 먹겠다고 했다. 샵 주변에 꽤 괜찮아 보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연어 뭔 파스타를 먹었는데 이 가게에서 나는 진성 호구 고객이었다. 점심 한 끼에 500달러를 줬다. 나는 망고 주스랑 연어 크림파스타를 먹었을 뿐인데... 한 끼에 한화 만팔천 원의 식사를 했다. 샵에 돌아와서 이걸 말했더니 셋 다 나사 하나 빠진 표정으로 너 병신 아니니? 했다. 이후로 여기서 내 애칭은 스튜핏 리치 걸이 되었다.
점심 먹곤 딱히 뭘 할 게 없어서 샵에서 멍을 때렸다. 그러자 료가 애처롭게 바라봤다. 방학 때마다 만사가 귀찮아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는 나를 바라보던 엄마의 눈빛이었다. 돈 줄 테니 제발 나가 놀아. 하던 엄마의 눈.
료도 그때의 엄마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갑자기 나에게 킥 판을 주며 이리 와봐. 제발 나가 놀아. 이거 줄게. 이렇게 하는 거야. 하면서 바다에 들어가서 한동안 같이 첨벙첨벙을 해주었다. 친구들도 엄마도 다 나한테 집안 막내인 거 여기저기 티 내고 다닌다고 했는데, 말 안 통하는 타지에서도 그런 걸 보니 저 말이 맞는 듯했다.10분정도 놀아주다 료는 다음 예약 손님 때문에 샵으로 돌아간다고 그랬다. 그러면서 나에게 '멀리 가지 마. 가까워 보여도 저기 엄청 깊어.'라고 주의를 주고 갔다. 물놀이에 재미를 느낀 나는 yes yes i know see u 하면서 혼자 킥 판 잡고 한창 놀았다. 내 주변에 단체로 온 중국인 무리가 한국인이냐고 하면서 말을 걸었다. 하오~ 하니 와! 하면서 걔들이랑 잠깐 또 놀았다. 사람들과 격하게 물놀이를 하니 금세 배가 꺼졌다. 그래서 샵에가서 나 먼저 숙소 갈래 하고 짐을 챙겨 달렸다. 료는 오늘 밤에 너희 숙소에 가서 알콜 파티 할 거니까 이따 보자고 했다. 알았다고 한 뒤 혼자 스쿠터를 타고 숙소로 되돌아가는 길은 설레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그래서 중간중간 멈추어서 구글 맵으로 위치를 확인하면서 갔다. 쭉 가면 시속 50킬로로 15분 거리인데 나는 겁쟁이라서 30분 만에 숙소에 도착했다. 진이 빠져 바로 샤워를 하고 곧장 침대에 드러누워서 깜빡 졸았다. 일어나니 배가 너무 심하게 고파 대충 지갑이랑 스쿠터 키만 챙겨서 네이버 블로그를 뒤져서 발견한 우육면 가게에 갔다. 웨이팅이 조금 있어서 기다리다 들어갔는데 배고파 죽겠는 와중에도 정말 맛이 없다는 게 느껴졌다. 대충 퍼먹고 있으니 료가 샵 정리를 마쳤는지 어디냐고 카톡을 했다. 어디 어디서 우육면 먹고 있다했더니 거길 왜 가냐며 딴 건 별로고 만두나 먹으라고 했다. 진작 말해주지. 허탕 친 기분과 함께 남은 면을 빠르게 흡입하고 숙소에 돌아왔다.
1층 공용시설에서 료와 카이, 케이가 포장해온 음식을 탁자에 펼치고 있었다. 서핑샵 식구들은 식사 겸 해서 먼저 먹고 있었다. 대충 정리하고 내려오니 료가 빵긋 웃으면서 술을 깠다. 순식간에 퍼지는 알코올 냄새가 오졌다. 저건 포장 안 까봐도 알겠다. 백 퍼센트 보드카야. 기분이 반은 신나고 반은 공포였다.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위산 억제제를 미친 듯이 먹는데 저거 마시면 위가 남아날까 싶었다. 그래서 얘들아 잠깐~! 하고 위층으로 달려가 약을 털어먹고 다시 내려왔다. 한창 들이부으니 긴장이 풀렸는지 영어가 뒤죽박죽 섞여서 튀어나왔다. 지금 재직 중인 회사에 관한 욕과 한국 사회가 얼마나 썩었는지를 열변했다. 설명이 막히면 번역기를 돌렸다. 료랑 카이는 타이완도 비슷하다고 했다. 료를 그게 질려서 도시 생활을 접고 내려온 지 벌써 3년째고 카이는 재취업과 남부 지역 정착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만취하여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케이가 중간에 마작하러 사라졌고 카이는 잔뜩 취해 눈이 벌게진 상태로 담배를 피려 계속 왔다 갔다 했다. 그래서 료와 단둘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료는 그래도 내려와서 사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부러웠다. 행복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삶도 있구나.
독주를 하도 많이 마셔서 중간의 기억이 휘발되었다. 중간에 놀러 나갔다 들어온 이엔이 자기 이름을 여전히 못 외운다고 꼽준건 기억이 난다. 하도 꼽을 줘서 만취한 와중에 쟤 이름을 외웠다. 너무 많이 마셔서 토할 것 같길래 내일 보자고 하면서 카이와 방으로 올라왔다. 카이는 아래층에 가서 샤워한다고 했다. 나는 우리가 지내던 방 층 화장실로 가 씻고 잠옷을 입고 짐 정리를 했다. 그때 카이가 방에 들어와서 날 보더니 너는 진짜 피부가 엄청 좋구나 하면서 화장품 뭐 쓰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한국인이라면 2일 1팩이 기본이라고 보고 배우라고 했다.
시험을 보여주겠다고 하면서 화장품 파우치를 열고 팩을 하나 꺼내 거울도 안 보고 팩을 야무지게 붙인 후 카이를 쳐다봤다.
그랬더니 걔는 빵 터져서 내 사진을 찍었다. 흰 원피스에 흰 팩을 붙이니 귀신같단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눈알을 까뒤집어줬다. 하우큣트를 연발하며 내일 서핑샵 사람들 보여줘야 한다고 사진을 찍으며 깔깔 웃었다. 그렇게 좀 수다 떨고 놀다가 각자의 침대에 기어들어 가 곯아떨어졌다.
-9월 23일
다음 날은 도저히 일찍 일어날 수가 없어서 8시 30분에 출근 준비를 하는 카이에게 눈도 못 뜨고 인사를 했다. 스쿠터 연장을 해야 해서 11시 30분까지는 일어나야 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10시 30분까지 밍기적 거리다 료의 카톡을 보고 슬금슬금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오늘도 파도 없음. 오후 2시에 스노클링 하자!’ 그래서 후다닥 비키니를 챙겨 료의 샵으로 향했다.
빠르게 스쿠터를 연장하고 가게에 달려가 수영복 가방을 내려놓고 카이에게 가방 잘 지키라고 한 뒤 시간이 남길래 대만 최남단으로 달렸다. 어란비 공원은 쿨하게 넘겼다. 이쁘긴 하다만 모기가 너무 싫었다. 저번처럼 헌혈만 주야장천 할텐데 거길 뭣 하러 또 가....
스쿠터로 달리는 길은 날씨가 매우 좋아 행복했다. 모든 것이 다 동화 속 세상 같았다. 달리고 달려 대만 최남단을 찍고, 롱판에 가서 한껏 여유를 만끽하며 이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길 바랐다. 절벽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배가 너무 고파 발길을 돌렸다. 컨딩으로 달려가 지난번 방문 때 나름 맛있게 먹었던 타이 레스토랑에 갔다. 하지만 메뉴를 잘못 골라 절반은 버리고 나왔다. 가격은 485달러나 줬다. 역시 나는 난완이 자랑하는 스튜핏 리치 걸이였다.
숙소에 돌아오니 나와 같이 스노클링을 할 어린 친구들이 4명이나 있었다. 커플 여행을 온 것 같았는데, 난 이 친구들의 의상에 아주 많은 문화 충격을 받았다. 중국인들 너�� 대단한 게 얼굴은 다들 아기인데 수영복은 눈을 어딜 쳐다봐야 하는 지 모를 그런 걸 입고 다녔다. 프로운동선수처럼 스포츠 비키니 위아래로 맞춰 입은 나. 너무 초라했다. 우린 서로를 멀뚱히 관찰했다. 또 하나 신기한 점은 여자애들 하는 짓이 완전 아기였다. 나이 가늠은 잘 안 되지만 분명 못해도 18살 전후 였는데 이 친구들은 본인들의 남자친구한테 모든 걸 다 맡기고 아무것도 안 했다. 부럽다기보단 신기했다. 동양권 여자들은 남자만 만나면 왜 하나같이 애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나는 이걸 뭐라할 자격이 없다. 난 그만큼 카이를 부려먹었다. 카이야 나 물 주라. 카이야 가방 주라. 카이야 나 홍차 줘.... 카이야. 카이야.
스노클링은 처음 하는 거였는데 엄청 두려웠다. 숨 쉬는 법을 몰라 계속 입에 짠 물이 들어왔다. 적응 시간을 가지고 깊은 바다로 가 물속에 그냥 뛰어들었다. 좀 돌아다니다 보니.. 니모 가족이 사는 말미잘이 보였다. 니모들은 너무 예쁘고 앙증맞았다. 하지만 한눈에 봐도 공포에 질린 게 보였다. 니모들 표정이 완전 ‘뭐야 이거!’ 였다. 겁을 주고 싶지 않아 다른 곳으로 갔는데 그곳은 산호 천지였다. 무늬가 너무 징그러워 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나중에 카이한테 징그러웠다고 그랬더니 넌 진짜 이상한 코리안이라고 했다.
1시간의 스노클링을 마치고 해변으로 돌아왔는데 아쉬워서 해변에서 깔짝거리니 료가 너는 스노클 장비끼고 근처에서 더 놀라고 그랬다. 마침 카이 퇴근 시간이랑 딱 맞아서 둘이 같이 놀았다. 물이 엄청 깊었는데 카이는 어떠한 안전장비도 없이 물안경만 끼고 본인 키의 3배나 되는 곳으로 가 놀았다. 같이 그렇게 멀리 멀리 수영을 하러 나가다가 카이가 물속에서 잠시 머리를 넣고 있더니 물 밖으로 내 얼굴만 한 소라를 들고 나왔다. 카이에게 건네받은 왕소라는 물 밖에 나온 게 기분이 나쁜지 내 얼굴에 연신 물을 뱉었다. 너무 신기해서 카이야 이거 먹으면 맛있을까? 라고 물었더니 카이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내가 진짜 먹을 것 같았는지 내려놓으라고 하길래 살포시 물속 바위 위에 얹어줬다.
또 다른 곳을 가는데 이번엔 어느 해양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왕조개가 있었다. 크기가 가늠이 안될 정도로 컸다. 카이한테 알려줘야 하는데 영어로 조개가 뭔지 기억이 안 나서 빨리 저걸 보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랬더니 얘가 와우 하더니 잘못하면 저 조개에 물려 발모가지 나간다고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크기가 충분이 이해 돼서 우리는 차분히 방향을 틀어 해변으로 돌아왔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있는데 한국인 두 명이 카약을 타러 샵에 방문했다. 오랜만에 보는 한국인이라 반가웠지만, 피곤해서 인사만 하고 나왔다. 숙소에 가려는데 료가 헝춘에 일요일에만 열리는 야시장이 있다고 밤에 다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래서 나와 카이는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등지고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를 마치고 료와 케이를 기다렸다. 나는 침대에서 빈둥거리고 이날도 카이는 노트북을 붙잡고 씨름을 했다. 생각해보니 카이는 밤마다 노트북을 잡고 뭔가를 바쁘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뭐하냐고 물어보니 커버레터 작성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친구가 야후 타이완에서 근무하는데 현재 브랜드 매니저 자리가 공석이라 서류를 받아 헤드헌터에게 전달해주기로 했다고. 그런데 본인 소개가 좀 미흡해서 친구한테 1차로 한번 까였다고 그랬다. 오늘이 마감일인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자길 좀 도와달라고 했다. 나는 자소서 짬만 N년 차라 3줄짜리 자소서는 개껌이었다. 3일 동안 쉴 틈 없이 떠들며 서로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에 나는 이미 카이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작성한 문장을 토대로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한방에 문제를 해결했다. 카이는 이 일을 계기로 나에게 감동했다. 쓸만한 코리안이라고 자기 야후 타이완 입사하면 날 추천해주겠다고 했다. 이런 저런 일을 하고도 시간이 남아 우린 밀린 빨래를 하기로 했다. 응하고 1층으로 내려갔지만, 곧 후회했다. 카이는 세탁기에 3장의 본인 티셔츠와 8장의 팬티를 넣고 같이 돌렸다. 남의 팬티와 함께 돌아가던 내 빨래. 카이가 커버레터 작성을 마무리 해야 한다고 뒷일을 나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나는 차마 카이의 팬티는 건져낼 수 없었다.
우린 료와 케이가 숙소에 도착했단 연락을 받고 후다닥 뛰쳐나갔다. 밤길에 운전하기 싫어서 자연스럽게 카이의 오토바이 뒷자리에 올라앉았다. 나는 이곳에서 10년은 살았던 인간처럼 굴었다. 한마디로 낯짝이 두꺼웠다.
헝춘 라오제는 생각보다 크고 먹을 게 많았다. 료랑 카이가 열심히 영어로 설명해주고 나는 배가 너무 고파 음식을 쓸어 담기 바빴다. 각자 음식을 많이 사서 먹었다. 료는 내가 산 음식 중 절반 먹었다. 잘 먹는 게 보기 좋아 내가 주기도 많이 줬다. 특히 양고기 볶음면을 주문할 때 내 것은 엄청 매운 거로 주문하고 본인은 별로 안 매운 걸로 주문해놓곤 내가 매워서 잘 못 먹으니까 료가 난 맛있눈뎅~ 하면서 다 쓸어갔다. 내가 안 먹겠다고 한 건 아닌데ㅠ... 암튼 료는 잘 먹었다. 카이도 아침은 잘 안 먹더니 밤참은 엄청 잘 먹었다. 얘는 자꾸 신기한 걸 사서 왔다. 마라탕 같은 국물에 주먹만 한 선지가 동동 떠 있는 음식을 가져오질 않나. 취두부가 본인의 소울 푸드라며 괴로워하는 나에게 낄낄거리며 먹어보라고 자꾸 권했다. 이래저래 즐거운 시간이었다. 야시장 투어가 끝나면 다 같이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나랑 카이가 너무 피곤해하니 료는 집에 들어가서 자라고 그랬다. 들어가서 자려고 준비하는 데 카이가 시비를 텄다. 나에게 말이 너무 많다고 선빵을 날렸다. 장난 반 진심 반이길래 삐져서 나는 어색한 걸 싫어해서 말을 많이 할 뿐이라고 대답하고 입 앙다물어버리니 내 눈치를 봤다. 그러더니 장난이란다. 아민유아쏘러블리, 러블리 하길래 겟더뻨하고 바로 잠이 들었다.
-9월 24일
추석 당일! 배가 고파 눈이 떠졌다. 카이는 여전히 꿈속이었다. 나는 엄마의 안부 인사로 아침을 시작한 뒤 빨래를 걷으러 3층에 올라갔다. 내 옷을 걷으며 카이 빨래도 같이 걷을까 했지만 카이의 옷 중엔 아직 덜 마른 것도 있었고 또, 다른 사람의 팬티는 별로 만지고 싶지 않아 물끄러미 쳐다만 보다가 내려왔다. 카이는 12시 정도에 출근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늦게까지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너무 배고파서 참다못해 카이를 깨웠다. 카이한테 배고파 배고파 일어나 나가서 밥을 먹자 하니 못마땅해하는 게 눈에 보였다. 하지만 대만 남자는 여자한테 젠틀했다. 카이는 이불 속에서 조금 뭉그적거리다가 나와 같이 밥을 먹으러 나갔다. 추석 당일이라 문을 여는 곳이 있을까 싶었지만, 카이는 문을 연 식당이 있을 거라고 그랬다. 우리나라랑 비슷하다더니 타이완도 일벌레들이 일군 나라구나 싶었다. 휴일도 이틀뿐이고 명절 당일에도 쉬지 않는 곳이 많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였던 건지 카이의 예상과 다르게 일찍 문을 연 식당이 없었다. 헝춘 시내를 두 바퀴는 빙글빙글 돌다가 그냥 편의점에서 먹자고 하고 스쿠터를 주차하고 들어가려는 데 마침 편의점 맞은 편에 문을 연 가정식 식당이 있었다. 뷔페식이었다. 접시에 반찬을 담고 카운터에서 계산했다. 무게로 금액을 측정하려나 싶었는데 이게 웬걸 사장님의 눈대중으로 금액이 매겨졌다. 그래서 카이는 가끔 이런 곳에 오면 흥정을 한다고 했다. 메뉴 바이 메뉴였지만, 달걀찜 같은 음식이 맛있었다. 푸딩 같은 식감이 아침에 먹기 아주 좋았다. 우린 밥을 먹고도 시간이 좀 남아 버블티를 사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들어가서 빈둥거리다 카이 출근 시간에 맞추어 스쿠터 가게로 갔다. 이날은 카이가 스쿠터를 반납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귀국 날짜는 26일이었지만, 새벽 비행이었기 때문에 25일 밤까진 가오슝에 가야 했다. 25일 이동은 카이를 졸졸 따라다니기로 하고 예쁜 하얀색 스쿠터와 헤어졌다. 초반의 무서운 기세로 날 훑어보던 사장님이 반납 일엔 웃으며 손을 흔들어줬다. 카이는 사장님은 무섭게 생겨도 착한 사람이라고 그랬다. 솔직히 웃는 것도 무서웠지만, 마지막이라고 하니 기분이 울적했다. 스쿠터 안녕. 내일이면 난완 해변도 안녕. 서핑샵도 안녕. 사람들도 다 안녕이었다.
가게에 도착해서 다른 날과 같이 카이의 오픈 준비를 보며 멍을 때렸다. 오늘도 역시 파도 없음. 하지만 이날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았다. 서핑 못 하면 스노클 장비를 끼고 바다에서 놀면 되니까. 그래서 오자마자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료를 기다렸다. 료는 나에게 안녕~하면서 카운터에 앉더니 오늘 첫 손님은 한국인이라고 했다. 오후 1시에 혼자 스노클링 하러 온다고. 나 같은 인간이 하나 더 있네 싶었다. 나는 료의 얘길 들으며 열심히 선크림을 펴 발랐다. 다른 곳도 정말 많이 탔지만, 자외선 차단제 바르는 걸 잊어 전날 신나게 놀다 이마만 새카맣게 태워 원숭이 라인이 생겼다. 조금 기다리니 하얗고 아담한 남자 하나가 가게에 왔다. 생긴 것만 봐도 한국 사람이었다. 우린 인사를 하고 료가 준비하는 동안 나는 아침부터 맥주를 까며 카이와 떠들었다. 그 사람은 어색한지 연신 물을 마셨다. 남자가 옷을 갈아입으러 탈의실에 들어가니 카이가 소곤거렸다. 저 남자 샤이보이라고. 근데 넌 왜 이렇게 부끄러움을 안타냐고 그랬다. 그건 사람마다 다른 거지.
얼마 있지 않아 그 사람은 료와 함께 스노클링을 하러 가고 나는 바다에서 물놀이를 했다. 즐거웠다. 수영하다가 질리면 몸을 바다에 반쯤 걸쳐두고 수평선을 바라봤다. 아름답다는 말 한마디로 이 모든 걸 설명하기엔 너무나 부족했다. 돈 쓰고 노는 게 어찌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사람도 좋고 경치도 아름다운 곳은 그리 흔하지 않아서 나는 멍하니 앉아 이 순간이 계속 지속하길 바랐다. 한참을 그렇게 놀다가 배가 고파 다시 가게로 들어와서 발을 씻고 있으니 료량 한국인 남자가 돌아왔다. 얘길 들어보니 내가 한 곳과는 다른 스팟으로 들어가 스노클을 한 듯했다. 한국인 남자한테 뭐할 거냐고 물어보니 딱히 계획이 없다고 그랬다. 그래서 그럼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제안을 했다. 명절 당일이라 문 연 곳이 별로 없어 해변 바로 앞에 있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우린 식사가 나오기 전까지 계속 대화를 나누었다. 남자는 말이 별로 없는 편이라 대화 대부분이 일방적인 나의 말뿐이었지만, 그 사람은 말 많은 내가 신기한 것인지 재밌다고 잘 들어주었다. 이름은 모르지만, 이분도 서핑을 하러 왔고 파도가 없어서 그냥 다른 거 해보려고 왔다고 그랬다. 어려 보이는데 나랑 나이가 같았고 직업이 대학병원 약사라고 그랬다. 흥미롭게 이야길 들으며 밥을 기다리는데 식사로 나온 카레는 도저히 1명이 다 먹을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사장님이 손이 큰 걸까 1인용이 아닌 걸까. 둘 다 기함을 했지만, 물놀이를 하고 온 직후라 군말 없이 절반 이상을 먹었다. 사실 앞서 기록하진 않았지만, 항상 그랬듯 이번 여행에서도 매일 매일 낮술을 마셨다. 그래서 점심을 먹으면서도 맥주를 시켰다. 약사는 나에게 낮부터 술이 들어가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원래 놀 때 술 없으면 인생 재미없다고 대답했다. 밥 먹고 해변서 또 물놀이 할 건데 혼자 놀 때 술 안 마시면 아무 재미도 없다고 했더니, 그 남자는 엄청나게 웃으면서 내가 가진 직업과 지금의 행실이 너무나 상반된다고 그랬다. 그 사람은 뭘 기대했던 걸까.
다시 해변으로 돌아오니 투명 카약을 타려는 손님으로 가게 안이 어수선했다. 료나 카이가 나한테 신경 써 줄 여유가 없는 듯해 또 스노클 장비를 빌린 채 맨몸으로 나가 놀았다. 혹시 몰라서 카이에게 스노클 장비 이 남자 써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카이가 사용해도 괜찮다고 하면서 나보고 행동 대장 같다고 그랬다. 남자에게 장비 써도 된다고 말하고 혼자 나가 바닷속에서 인어공주 놀이를 하고 있는데 서핑샵 근처 카페테리아 사장님이 바다에서 혼자 놀고 계셨다. 가게 운영 안 하시는 거냐고 물어보니 잠시 문 닫아두고 놀러 나왔다고 했다. 그러더니 아저씨가 같이 수영하자고 했다. 나야 좋지 하고 아저씨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런데 그 사람은 스노클 장비에 오리발까지 끼고 있었고 나는 맨몸이라 자꾸 격차가 벌어졌다. 나중엔 답답했는지 아저씬 나에게 오리발을 빌려주셨다. 30여 분간 함께 놀다가 오리발을 잘 쓰고 이따 달라고 하며 가게로 돌아섰다. 혼자 노니 한국인 남자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나는 그 사람에게 들어와서 놀라고 그랬다. 딱히 이성적으로 꾀려고 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오전부터 혼자 노는 걸 엄청나게 어색해하길래 도와주고 싶어서 그랬다. 그랬더니 잠시 고민하더니 가게로 돌아갔다. 리조트로 돌아가려나 싶어 그냥 놔뒀는데, 얼마 있지 않아 스노클 안경을 손에 들고 걸어왔다. 나는 반만 물속에 걸터앉아 남자가 뭐를 하고 노는지 지켜봤다. 밀물 시간 때라 조금만 나가도 물이 엄청 깊었지만 귀찮아서 딱히 말을 해주진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신나게 앞으로만 가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물에 빠진 걸 볼 수 있었다. 구해줘야 할까 고민하다 죽진 않을 것 같아서 그냥 내버려 뒀더니 숨을 몰아쉬며 물 밖으로 기어 나왔다. 방금 당신 죽을 뻔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면서 깔깔거렸더니 남자는 그걸 봤냐면서 방금 숨 쉴 타이밍 놓쳐 죽을 뻔했다고 대답했다.
각자 바다에서 즐겁게 지내다 해가 지려고 하는 타이밍에 노을을 보기 위해 짐을 챙겨 가게로 슬슬 걸어나왔다. 서핑샵 앞에 카페테리아가 있는데 가게 입구를 슬금슬금 지나가니 카페 사장님이 맥주 마시라고 불렀다. 사장님은 코로나 한 병을 까주면서 같이 놀던 한국인 친구는 어디 있냐��� 물었다. 그러게. 해변을 살펴보니 자그마한 머리가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아마 날 찾는 것 같았는데 곧 알아서 이쪽으로 올 것 같아 그냥 내버려 두었다.
카페 아저씨나 나나 영어를 수월하게 하는 편은 아니어서 대화하는 데 좀 어려움이 컸다. 그래도 나름 유쾌했다. 인상이 썩 호의적인 분은 아니라 처음에는 조금 겁먹었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아저씬 사람에 대한 정이 많고 따뜻한 분이었다. 또, 새벽에 일찍 나와서 바다에 들어가 쓰레기를 줍는다고 하셨다. 말하자면 난완의 터줏대감. 새벽의 난완 해변은 잔잔해서 아름답다며 내일은 네 여행의 마지막 날이니 빨리 와서 바닷속을 들여다보라고 했다.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내일 아침에 카이가 일찍 일어나려나…. 피곤해서 대충대충 대답하고 있는데 한국인 남자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아저씨는 헤이 쁘렌드하며 남자를 불러세웠다. 그리곤 올라와서 맥주를 마시라고 소리쳤다. 그도 엉겁결에 올라와서 같이 맥주를 마셨다. 이런저런 얘길 나누는데 이 아저씨가 이번엔 다른 아저씨를 불러세웠다. 컨딩에서 라면 가게를 한다고 했는데 뭔가 익숙했다. 지나가던 다른 아저씨는 바로 지난번 컨딩 방문 때 라면을 먹던 내 사진을 찍고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허락도 없이 올린 사람이었다. 나는 흥분해서 되지도 않는 영어로 엄청 뭐라고 소릴 질렀다. 친구가 내 사진 내려달라고 댓글 달았는데 왜 안 지워 줬냐고 성질냈더니, 미안하단다. 이뻐서 올린 거라고 자기 가게에 방문한 이쁘고 잘생긴 애들만 사진을 올린다고 했다. 그 아저씨 핸드폰을 뺏어 내 사진을 지워버렸다. 즐겁던 기분이 확 식어서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자리를 나왔다. 가게에 와서 툴툴거리니, 다들 내 얘기를 절반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속상한 건 둘째치고 세상이 진짜 좁다고 느꼈다. 이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걸 실감했다. 스쿠터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카이가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수영복 위에 아침에 입었던 옷을 껴입고 카메라를 들고 해가 지는 난완 해변으로 갔다. 이번 여행에선 노느냐고 사진을 거의 찍지 않다가 이때 조금 찍었다. 사실상 난완에서의 마지막 밤이었기 때문에 카페테리아 아저씨랑 같이 사진도 찍고, 카이와 료도 찍고 아름답게 노을 지는 풍경도 찍었다.
피곤에 쩔어 카이 등에 대롱대롱 매달려 숙소에 도착하니 이엔과 그 친구들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컨딩의 유일한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 간다고 했다. 카이는 나에게 같이 갈 거냐고 물어봤다. 갈 거면 씻고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우당탕 계단을 뛰어올라 후다닥 씻고 머리도 제대로 말리지 못한 채 뛰쳐나왔다. 1층 현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카이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내 머리를 보곤 머리 말릴 시간은 있다고 올라가서 마저 말리고 오라고 했다. 엉거주춤 올라가 머리를 말리고 내려오니 카이가 본인의 휴대전화를 건네주며 길을 안내하라고 했다. 나는 인간 내비게이션이었다. 생각보다 이동 거리가 꽤 있었다. 우린 가면 갈수록 불빛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길을 달리며 이 길이 맞는 거냐고 무섭다고 소리를 질렀다. 이 와중에 달은 어찌나 밝은지... 카이와 나는 공포영화에서 하지 말란 짓 하다가 가장 먼저 죽어 나간 조연들처럼 호기심을 가득 품고 길을 내달렸다. 무서워했던 것과 다르게 도착지엔 기대 이상으로 예쁘게 꾸며진 야외 극장이 있었다. 아마도 내가 여길 방문한 최초의 한국인이겠지. (물론 여기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꽤 있어서 아닐 수도 있다) 이날 상영한 영화는 두 편이었는데, 하나는 전에 본 적 없는 영국 영화였고 그다음 영화는 한국에서도 엄청 많이 돌려봤던 레옹이었다.
첫 번째 영화는 대사를 전부 다 ��아듣기 힘들었다. 발음이 익숙하지 않기도 했지만, 일단 말이 너무 빨라 옆에서 카이가 상황을 영어로 설명해주었다. 나는 잭 콕을 주문해서 쪽쪽 마셨고 카이는 꼬치구이를 어디서 가져와서 나에게 절반 정도 나누어 주었다. 첫번째 영화엔 큰 흥미가 생기지 않아 돗자리에 누워 뒹굴뒹굴하면서 봤다. 공기가 좋아 별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니 생각보다 별은 많지 않았고 눈으로 몇몇 개의 존재만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내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옆에서 카이가 별이 찍히냐고 물어봤다. 아쉽게도 휴대전화 카메라로는 화각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영화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만약 컨딩 지역의 리조트를 예약하고 이곳에 다시 방문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었다. 이렇게 여기 사람들과 붙어 다니면서 같이 다니는 게 가능했을까? 카이는 나에게 종종 넌 여기서 모든 걸 다 하고 가는 운이 아주 좋은 럭키 걸이라고 했다. 맞다. 나는 난완에서 매일 매일 다른 물놀이를 했고, 다행히도 25일 컨딩을 떠나는 마지막 날 적당히 파도가 처 하고파 했던 서핑도 가능하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여기서 하고픈 건 다하고 가는 운이 아주 좋은 사람이었다. 언제부턴가 난 항상 이걸 잊고 살았다. 간절히 바라던 회사에서 최종탈락을 하고 지금 회사에선 매일 야근을 밥 먹듯 하면서 1년 만에 입 밖으로 부정적인 말만 쏟아내는 재미없는 사람이 되었다. 극단적인 상황에만 매달려 그동안 잊고 산 게 너무 많았다. 현재 번듯한 직장에서 돈을 벌고 있고 번 돈으로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사는 운이 좋은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등바등 살았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나는 항상 미션을 달성하듯 삶을 살아왔다. 언제나 사람은 삶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야 하며, 이를 통해 내가 완성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도시를 떠나 사는 청춘들을 만나니, 과연 이게 맞는 삶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가령 내가 원하는 곳에 입사하는 상황에 있을 땐 그곳에서의 나는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었을까? 이런저런 생각 끝에 내린 답은 내 삶에 조금 더 여유가 생겨도 생활이 크게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것이었다. 주말마다 도서관에 처박혀 울면서 공부를 하고 평일엔 회사에 가 죽어라 일하는 나의 삶엔 휴식이 필요했다.
친한 동생이 하던 말이 불현듯 생각났다. 누날 처음 만난 날엔 세상 걱정이 없었던 미친 사람이었는데, 불과 1년 만에 왜 이렇게 사람이 어두워졌냐고 했다. 항상 나한테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네 삶을 돌아보라고 했던 게 바로 누나인데, 지금의 나는 너무 불행해 보인다고. 나는 동생에게 이직만 하면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불확실한 대답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에 대한 확신이 없다. 예전의 나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도 들고 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렇게 내 생이 끝날 것 같단 생각을 하곤 했다.
여러 생각을 하다 첫 번째 러닝타임이 끝나고 5분 정도 휴식을 가진 뒤 영화 레옹이 상영되었다. 나는 이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했다. 걸작으로 손꼽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매끄러운 편집과 아름다운 영화음악, 극적인 스토리텔링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지만, 난 레옹이 싫다. 이제 10살 갓 넘은 아이가 다 큰 어른을 성적으로 유혹한다는 설정이 역겹다. 12살이면 학교에서 무릎 다 튀어나온 면 츄리닝 입고 운동장에서 공차면서 뛰어다닐 나이라고. 더욱이 이곳에서 상영한 영화는 무삭제판이었다. 내 말은 즉 더 역겨운 설정이 들어있었단 얘기다. 실제로 이 영화가 개봉한 이후 고작 13살이었던 마틸다 역의 나탈리 포트먼은 수많은 페도필리아에게 널 강간하고 싶다는 편지를 받았다고 했다. 영화는 노골적으로 12살의 마틸다의 섹스 어필에 집중했고 전 세계의 페도필리아는 이에 열광했다. 이 사실을 알아도 영화 레옹이 나이 차를 뛰어넘는 순수한 사랑을 표현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20살 전후에 이 영화를 몇 번이고 돌려봤기 때문에 대사를 이해하는 건 아주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잘 봤다. 끝에 흘러나오는 음악은 마지막 장면과 너무 잘 어울려 언제나 날 소름 돋게 했지만 보고 나면 항상 찝찝했다. 카이와 다시 어두컴컴한 길을 지나 숙소로 돌아와서 방에서 오늘 봤던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영화 레옹을 싫어한다고 말하니 카이는 너 저거 많이 봤다면서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카이는 레옹은 늙은이지만 순수한 사람이고 두 사람 사이의 나이 차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물론 난 동의하지 않았다. 영어가 짧아 내 생각을 다 전달하지 못했다. 그저 짧게 너 롤리타 아냐고. 저거 롤리타 영화라고 했다. 그랬더니 카이는 나에게 나탈리 포트먼 싫어하냐고 물었다. 아냐 나 그 사람 좋아해. 그냥 저 영화 설정이 싫은 거야. 왜 남자들은 의견을 말하면 질투한다고 생각할까?
영화를 보고 고양이 세수를 하고 침대에 누워있으니 료가 3층 발코니에서 바비큐 파티를 한다고 나오라고 했다. 마지막 날을 이렇게 보내는 건 아쉬웠지만 너무 피곤해서 못 갈 것 같다고 한 뒤 곧장 잠자리에 들었다.
-9월 25일
마지막 날엔 료가 아침 일찍 서핑샵으로 오라고 했다. 아침엔 챙겨온 백팩에 옷을 다 집어넣고 캐리어를 비우는 데 힘을 썼다. 20인치 캐리어엔 엄마에게 줄 젤리를 잔뜩 사서 담아가야 했다. 카이의 스쿠터에 텅텅 빈 캐리어와 웬만한 어른의 상체만 한 백팩, 그리고 그걸 짊어진 나, 그리고 카이가 타서 버거울 정도였다. 아침은 편의점에 들러 삼각김밥을 사서 갔다. 난완 해변 근처로 가니 보드를 들고 가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 그걸 보니 아주 설렜다. 카이가 서핑샵 오픈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가방을 가게에 던져놓은 채 카메라를 들고 얼른 바다로 뛰쳐나갔다. 카페테리아 아저씨가 날 보더니 너 오늘 새벽에 왜 오지 않았냐고 뭐라고 하셨다. 카이가 안 일어나서 이제 왔다고 했더니 아저씨는 어깨를 으쓱하곤 어서 저기 서핑하고 있는 곳으로 가보라고 했다.
난완은 해변의 양쪽 모서리 부분의 파도가 높게 쳤다. 서퍼들이 바다에 동동 떠 있다가 높은 파도가 밀려오니 한 명 씩 타고 순서대로 내려왔다. 보자마자 알았다. 아…. 나는 저기서 못 타. 저기서 타면 죽을 거야. 10여 분을 사진을 찍으며 구경하다 해가 너무 뜨거워서 가게로 돌아왔다. 카이는 아직도 가게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고, 나는 삼각김밥이 생각나 내 백팩 앞주머니를 뒤졌다. 나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두 개를 사서 왔고, 평소에 많이 먹는 콰이는 의외로 한 개만 집어서 왔다. 그걸로 양이 차냐고 물었지만, 카이가 대답하길 본인은 아침밥은 많이 먹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나는 분명 김치맛과 고기 맛을 사서 카이에게 내 가방에 넣어달라는 시늉을 했었다. 그런데 고기 맛을 해치우고 다음 걸 먹다 보니 맛이 이상하단 게 느껴졌다. 둘째 날 료가 준 아침밥으로 준 주먹밥 속 재료가 삼각김밥 속에 들어있었다. 이름은 잘 모르지만 난 이걸 고른 기억이 없는데. 잘못 집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배고파서 우걱우걱 먹고 손을 탈탈 털었다. 그리고 아이스티를 마시며 가게 정리를 마친 카이를 구경했다. 아니 그런데 콰이는 갑자기 내 가방 앞주머니를 열더니 그곳에 손을 쑥 넣었다. 내가 삼각김밥을 가방에 넣어달라고 할 때 자기 것도 그 안에 넣은 듯했다. 아…! 카이는 내 거랑 뒤바뀐 걸 크게 신경 쓰지 않더니, 자기는 김치 좋아한다며 아무렇지 않게 먹었다.
나는 식사를 마치고 수영복으로 홀랑 갈아입었다. 한국에서 웻슈트랑 보드 부츠도 사서 갔지만 료와 카이가 비웃었다.
사실 나는 도착한 첫날부터 서핑샵 사람들에게 나의 슈트를 떠벌렸다. 나, 이거 한국에서 돈 엄청 많이 주고 사 왔어. 옷은 얼마 챙겨오지도 않았지만, 수영복 두 벌에 웻슈트, 부츠까지 챙겨왔어! 잘했지! 라고 자랑했지만 둘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어느 미친 사람이 이 날씨에 그걸 입냐고. 2mm짜리여서 사실 입어도 크게 덥진 않았을 텐데 료는 서핑은 패셔너블한 스포츠라고 하며 빨리 벗으라고 질색을 했다. 거울로 보니 내가 봐도 이상한 것 같아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하지만 전날 해변에서 놀다 발바닥을 다쳐서 부츠는 신어야 했다. 핑크 원피스 수영복에 발목까지 오는 검은색 부츠를 신고 있으니 료가 사색이 되었다. 자기 걸 빌려줄 테니 차라리 그걸 신으라고 했다. 한국에선 옷 잘 입는다는 말 많이 들었지만 여기선 소용없었다. 내가 무엇을 해도 이들에게 패션테러리스트였다.
료는 어제 그 한국인 남자도 오늘 와서 나와 같이 서핑을 배울 거라고 했다. 그 남자를 기다리며 엄마와 영상통화도 하고, 카이는 사진을 찍고 놀았다. 여행 내내 화장은 하나도 하지 않아서 사진 속의 나는 엄청 추레하지만, 지금 보면 엄청 아련하다.
한국인 남자가 가게에 도착했고 우리 넷은 보드를 들고 쫄래쫄래 해변으로 걸어갔다. 가게는 그냥 열어두고 갔다. 카이는 방수팩에 내 핸드폰을 넣어 수강생의 사진을 찍었다. 한국인 남자는 처음 배운다면서 엄청나게 잘 탔다. 몸이 작고 가벼워서일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 겨울에 스노보드를 탔다고 했다. 역시 나는 체력 쓰레기답게 그다지 잘하지 못했다. 파도가 엄청 높게 칠 때도 있어서 물도 엄청 많이 먹었다. 그래도 전에 해본 경험이 있어서 일어서긴 곧잘 일어섰다. 한참 그렇게 놀고 있으니 료는 카이에게 사진은 이제 그만 찍고, 너도 들어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서핑을 처음 타는 카이는 나보다 자세가 더 이상했다. 나만 이상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ㅋㅋㅋ 해변 가운데에서 타고 있으니 다른 관광객과 수상 보트 아저씨들이 내가 파도에 떠밀려올 때마다 힘내라고 한마디씩 했다. 초반 30분은 너무 즐거웠는데 휘몰아치는 파도에 물도 많이 먹고 체력도 같이 쭉쭉 떨어지니 집에 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징징거렸다. 한두 시간 정도 그렇�� 타다가 잠깐 쉬기 위해 우린 다시 가게로 돌아왔다. 시간이 딱 점심 식사 때라 료는 우리에게 만두를 구워준다고 했다. 한국인 남자에게 사진을 전송하고 신나게 만두를 먹었다. 배를 통통 두드리며 사진을 확인하는데 남자는 서핑을 잘해서 사진이 엄청 멋지게 나왔지만 사진 속의 나는 그냥 해변의 미친 여자였다.
물에 빠지거나, 물속에 빠지기 직전이거나 아니면 초근접 사진이었다. 그래서 카이한테 나도 멀리서 찍어줘! 가까이서 찍지 마! 추하잖아! 하면서 징징거렸더니, 카이는 네가 이상해서 그렇다고 했다. 료가 준 맥주를 들이켜며 그렇게 수다를 떨고 있는데 이 전날 가게에 방문했다가 파도가 없어서 다시 돌아간 남자애들 둘이 안으로 들어왔다. 료가 설명하길 이 애들은 가오슝 근처 도시에서 버스 타고두시간 걸려서 이곳에 온다고 했다. 애들은 지쳐 널브러져 있는 한국인 두 명을 보곤 어색해했다. 아이들이 옷을 갈아입자마자 우린 다 함께 바다로 걸어 나갔다. 남자애들은 료에게 딱 한 번 강습을 받았다고 했는데 엄청 잘 탔다. 패들링도 했다. 골격이 딴딴하고 젊어서 그런지 힘이 달랐다. 솔직히 나 빼고 이날 다 패들링을 배웠다. 료는 날 보더니 너는 노답이니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껄껄.
오후엔 맥주 한 잔 먹고 타서 기분이 엄청 좋았다. 그런데 오전과 다르게 힘이 빠져서 자꾸 물속에 빠졌다. 한국인 남자도 체력의 문제가 생겼는지 대부분 보드 위에 엎드려있었다. 힘은 빠졌지만, 오전보다 기분이 훨씬 더 좋아져 아주 많이 깔깔거렸다.
4시까지 놀다가 가오슝으로 올라가야 할 것 같아서 털고 나왔다. 버스를 놓칠 것 같아 후다닥 들어가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입고 나왔다. 떠나기 전 오후반 강습을 하던 료에게 인사를 하러 해변으로 가려는데, 반대로 료가 나에게 뛰어왔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우리는 가벼운 포옹을 했다. 장난으로 너 젖었어! 라고 소리쳤지만 료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면서 꼭 안아줬다. 그리고 내년에 다시 보자고 했다. 반대로 카이랑 인사를 할 땐 포옹을 하지 않았다. 그런 거 하기엔 우린 같이 지내면서 서로에게 막말을 너무 많이 했다. 대신 카이는 내 가방을 대신 들어주고 버스 정류장까지 배웅하러 날 따라왔다. 버스 배차 간격 동안 같이 기다려주며 나에게 이런저런 당부의 말을 했다. 걱정이 된 건지 카이는 나에게 호텔은 예약했는지, 거기에 가는 방법은 아는지에 대해 몇 번이고 확인했다. 마침내 가오슝행 버스가 우리 앞에 왔고 차에 오른 나는 창밖에 서 있는 카이에게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이번 여행에선 포근함과 안정감을 느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전부 다 나에게 우호적이었고 하루하루가 유쾌한 일뿐이었다. 서핑샵 사람들과 나이 차이를 느낄 수 없었던 이유는 아마 그들이 나에게 많은 걸 맞춰주었기 때문이겠지.
고작 5일을 같이 지내놓고 가족 같다고 표현하긴 뭐하지만, 가족처럼 익숙하고 편안했던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 나는 가오슝에 도착하여 그동안 찍어온 사진을 료와 카이에게 전송해주었다. 그리고 서핑샵 일원 모두의 행운을 빌었다. 내가 타이완에서 받은 5일간의 무수한 행복과 행운이 이들에게도 돌아갔으면 한다. 우린 다 잘될 거야. 우린 다 성공할 거야 그렇지 카이? 네 사업 꼭 성공해서 컨딩에서 다시 보자. 그때까지 tribe 1173 친구들 다들 행복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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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u8950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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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 개그맨.... 헬맷과 스노클 조합☆ *귀엽다는~ 웃긴다는 https://www.instagram.com/p/BnNO3YTnVu7/?utm_source=ig_tumblr_share&igshid=1irqoe8jyy0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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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issuelist-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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