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친우
naheeblr · 4 months
Text
The strange case of 「Hare Krishna」
I don't expect anyone to use a translator to read this, but I thought I'd post it just in case.
The genre of this fanfic is just romantic comedy. Not serious.
Tumblr media Tumblr media
-----
야다바의 수장이자 드와르카의 왕, 비슈누의 현신인 크리슈나가 두문불출하기 시작했다!
드와르카 내에서나 암암리에 돌던 이 소문은 호사가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더니 순식간에 인도 아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처음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때로부터 열흘 무렵이 지났을 때에는 이미 이 건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손에 꼽을 정도로 부유하고 강력한 국가인 드와르카와 관련된 사실이라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할 터였는데 당대에 살아있는 최고신의 현신이라는 그 크리슈나와 관련된 일이기까지 했으니 누구 하나 관심을 갖지 않는 이가 없었다. 아마도 그들 중 누군가는 걱정으로, 누군가는 호기심으로, 또 누군가는 악의적인 마음으로 말을 덧붙였을 터였으니, 그 결과 소문은 본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윤색되고야 말았다. 어딘가에서는 크리슈나가 만 명이 넘는 아내들과 노니느라 정신이 없어 국무에도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가 하면, 어딘가에서는 그가 신의 진노를 사 얼굴이 몹시 추하게 변한 나머지 방 안에 틀어박혔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심지어는 그가 죽을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마저 떠돌았다. 소문의 근원지였던 드와르카는 차라리 평화로운 편이었으나ㅡ대부분의 야다바족들은 그들의 지도자가 또 어린 시절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자유를 찾아 떠도는가보다 생각했다ㅡ드와르카의 적국과 우방국을 불문하고 머나먼 곳에 자리한 나라들은 혼란스럽기가 이를 데 없었다. 그것은 하스티나푸라와 인드라프라스타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인드라프라스타 왕궁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소문이 처음 들려온 날 궁전이 통째로 뒤집어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국왕인 유디스티라의 경우 어쩌면 그의 신변에 큰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휘청이며 혼절할 뻔한 것을 그 뒤에 서 있던 비마가 잡아주어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다른 형제들이나 왕대비 쿤티 또한 대경실색하기로는 별 다를 바 없었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여장을 꾸려 다같이 드와르카로 향할 참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온갖 약재에 마차까지 모든 준비가 끝났을 무렵이었다. 유디스티라가 막 마차에 몸을 실으려던 찰나 드와르카로부터 급히 사신이 도착해 크리슈나의 전언을 일렀다. 그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크리슈나 자신은 이와 같은 헛소문이 퍼진 데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이를 종식시키고자 오늘 드와르카 국민들 앞에 섰으니 곧 이에 대한 소문이 전해지리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우방국들은 괜한 걱정을 내려놓아도 좋다는 말이 그 뒤를 이었다. 사신의 전언을 듣고 유디스티라는 긴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들 형제들은 겨우 마주보며 미소를 짓곤 왕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끝내 걱정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 없던 유디스티라는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아우이자 크리슈나의 영원한 벗인 아르주나에게 그를 만나뵙고 무사를 확인하고 오라고 명을 내렸다. 아르주나 역시 크리슈나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터라 곧바로 명을 받아들이고 단신으로 드와르카로 떠났다. 그것이 바로 며칠 전의 일이었다.
쉬지 않고 제 애마를 보챈 덕에 아르주나는 예상보다도 빠른 시일 내에 드와르카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드와르카의 성벽은 언제나처럼 웅장했지만 그 앞을 지키는 보초들의 분위기는 여느 때보다도 삼엄한 것 같았다. 그들은 성문 앞에 늘어선 외지인들을 경계 어린 눈빛으로 훑어보더니 아르주나의 얼굴을 보고는 화색을 지었다. 그들 중 한 명이 주변의 눈치를 살피더니 슬쩍 한 손으로 아르주나를 가까이 불렀다. 아르주나가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서자 그들이 애써 목소리를 낮추곤 말했다.
“아르주나 님! 아르주나 님이 맞으시지요?”
“그렇습니다. 나의 친우 크리슈나를 만나러 왔습니다. 드와르카는 평안합니까?”
“말도 마십시오. 요 근래 퍼진 소문 덕에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모릅니다. 드와르카 내부야 그나마 괜찮았는데, 외지인들이 갑자기 몰려들어서는……. 그래도 얼마 전 크리슈나 님께서 군중들 앞에 모습을 보인 뒤로는 많이 잠잠해졌습니다.”
“크리슈나는 괜찮던가요?”
“예에. 얼굴색도 좋고, 건강해 보이셨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영 모습을 보이지 않으셔서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다른 분들도 잘 만나주지 않으신다고 하고요. 하지만 아르주나 님께서 와주셨으니 걱정을 덜었습니다. 분명 아르주나 님이라면 만나주실 테니까요. 부디 그 분께서 안녕하신지 확인해주세요.”
“물론입니다. 그걸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을요. 무슨 일이 있든 해결해내겠습니다.”
아르주나의 단언에 보초들은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인드라프라스타에서 왕족이 찾아오셨다!” 하고 외치고는 곧장 아르주나를 드와르카 성채 내부로 들여보냈다. 아르주나는 살짝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하고는 성 안으로 들어섰다. 서둘러 드와르카 왕궁으로 향하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크리슈나에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얼마 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고 했으니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계속 두문불출하고 타인과 만나기를 거부하는 걸까? 그런 모습은 크리슈나 답지 않았다. 크리슈나에게는 왕족답지 않게 자유로운 구석이 있었다. 그는 자주 제 형인 발라라마나 다른 의원들의 눈을 피해 저와 함께 왕궁을 빠져나와 시장을 걷거나 숲에서 노닐곤 했다. 본래라면 군중들을 모아두고 그 앞에서 모습을 보이기보다도 아무렇잖게 시장을 걸어다니며 인사하거나 식사를 때우고 피리를 연주했을 것이다. 무언가 문제가 생기긴 한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대체 어떤 문제란 말인가? 대체 무엇이 비슈누의 화신인 그를 곤란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동안 아르주나는 드와르카 왕궁 앞에 도착했다. 아르주나가 드와르카에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발라라마와 수바드라가 왕궁의 정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여느 때와 달리 얼굴에 묘한 근심이 묻어나는 것도 같았다. 그런 와중에도 수바드라는 살짝 얼굴을 붉히고는 고개를 숙여 아르주나를 바라보았지만 아르주나는 눈치채지 못한 듯 곧바로 발라라마 쪽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발라라마 님, 수바드라 님. 저의 벗 크리슈나를 만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그를 만날 수 있게 해주시겠습니까?”
“어서 와라, 아르주나.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구나. 일단 따라오도록 해라. 크리슈나의 방으로 안내해주마.”
크리슈나의 방이라면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었지만 아르주나는 구태여 그들의 친절을 거절하지 않았다. 아르주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발라라마가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수바드라도 아르주나의 뒤에서 따라왔다. 언제 보더라도 익숙해지지 않는 웅장한 왕궁의 내부가 아르주나를 반겨주듯 태양의 빛을 받아 빛났다. 아르주나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크리슈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무슨 일이라면 있지.”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큰일이라도 있는 건 아니겠지요?”
“큰일이라면 큰일이고, 아니라면 아니라고 해야 할까.”
뜬구름만 잡는 소리에 아르주나의 미간이 살짝 좁혀들어갔다. 누가 형제 아니랄까봐 발라라마는 크리슈나와 마찬가지로 쉬이 무언가를 알려주는 법이 없었다. 아르주나는 발라라마에게서 무언가를 캐묻기를 포기하고 제 뒷쪽의 수바드라를 바라보았다. 수바드라는 살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면서도 아무 말도 잇지 않고 다시금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수바드라를 괴롭히지 마라. 그 애는 너만큼이나 알고 있는 게 없으니.”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
“농이다. 도착했구나.”
그 말대로였다. 발라라마가 걸음을 멈춘 곳 앞에는 익숙해 마지 않은 크리슈나의 방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르주나는 당장이라도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참아야만 했다. 아르주나 쪽을 잠시 바라보던 발라라마가 성큼 발걸음을 옮기곤 크리슈나의 방문을 두드렸다. 누구지? 방 안쪽에서 낮으면서도 청아한 청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리슈나였다. 나다, 크리슈나. 아르주나와 수바드라도 함께 있다. 발라라마의 말이 끝나자마자 크리슈나가 말했다. 아르주나? 아르주나가 살짝 입을 열었다가 발라라마 쪽을 곁눈질했다. 발라라마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 그가 대답했다.
“예, 접니다. 크리슈나. 당신을 만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파르타? 정말 파르타니?”
“예. 그렇고 말고요. 크리슈나. 당신의 파르타입니다.”
“파르타…….”
크리슈나의 한숨 같은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잠시 침묵이 자리했다. 아르주나는 조바심이 나 손을 꼼지락거리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고야 말았다.
“케샤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당신의 방에 들어가도 될까요? 당신이 너무도 걱정이 됩니다. 당신을 만나야만 이 마음이 진정될 것 같아요.”
“파르타. 걱정해줘서 고맙구나. 하지만 너를 들여보내기엔…….”
“제발요, 케샤브. 저를 내칠 셈인가요? 당신이 어떤 상황이든,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습니다. 죽을 병에 걸려 있다면 저도 함께하면 될 것이고, 세상 무엇보다 추해져있다 할지라도 제게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어떤 모습의 당신이든 제게서 당신을 빼앗아갈 수는 없습니다.”
“파르타…….”
어느새 크리슈나는 문 바로 앞까지 다가온 듯 그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발라라마는 질린다는 듯한 표정으로 아르주나와 문 쪽을 흘겨보았다. 케샤브……♡. 파르타……♡. 두 사람은 이미 저들만의 세상에 빠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수바드라는…… 제 작은 오라비를 질투해야 좋을지, 아니면 그 덕에 아르주나와 잠시나마 함께 있을 수 있단 사실에 감사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가엾은 수바드라. 발라라마는 지끈거리는 기분을 느끼며 두 손가락으로 미간을 짚었다.
“알겠어. 그럼 아르주나만 들여보내고, 형과 수바드라는 돌아가. 아르주나나 내가 나가거나 누군가를 부르기 전까지는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고.”
“알겠다. 그럼 우린 이만 가자, 수바드라.”
“네, 네에. 그럼 안녕히, 아르주나 님…….”
수바드라는 발라라마에 이끌려 반대편 복도로 떠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지 연신 뒤쪽을 돌아보았다. 아르주나는 그녀가 돌아볼 때마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러기를 한참, 마침내 수바드라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문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만나러 왔다고 했으면서, 수바드라가 마음에 든 거니?”
살짝 토라진 것도 같은 목소리였다. 아르주나는 놀라 상대에게는 보이지 않으리라는 것도 잊은 채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럴리가요, 크리슈나. 여성분께는 정중하게 대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당신도…….”
“농담이야. 파르타. 너는 정말이지 놀리는 재미가 있구나.”
“크리슈나!”
“그래서, 들어오지 않을 거니? 너를 기다리다 목이 빠질 지경이야.”
“아, 물론……저어, 들어가도 되는 거지요?”
“응, 뭐, 준비는 다 해두었으니까.”
준비? 아르주나가 의아하게 여기기도 전에 문이 활짝 열리곤 커다란 손이 그의 팔을 잡고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쿵. 그가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방의 문이 닫혔다. 아르주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는 눈을 몇 번이나 깜빡이다가 제 눈앞의 인영을 제대로 바라보았다. 완연한 청년의 모습이면서도 마치 소년처럼 개구지게 웃는 모습은 결코 다른 누구와 헷갈릴 수가 없었다. 제 오랜 벗이자 최고의 스승인 크리슈나였다. 그는 보초병에게 들었다시피 안색이 나쁘기는 커녕 언제나와 같은 생기로 넘치고 있었다. 어딘가 다친 것 같지도 않고, 소문처럼 추해지지도 않았고, 그냥 그는……크리슈나였다.
“크리슈나!”
“오랜만이구나, 아르주나. 정말이지 보고싶었단다. 어디, 간만에 한 번 안아볼까?”
“와앗, 크리슈나, 잠깐만요.”
크리슈나가 몇 번이나 끌어안고 몸을 들어올리려 하는 통에 아르주나는 몇 번이나 휘청여야만 했다.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는 듯한 모습에 아르주나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크리슈나도 참. 저를 늘 어린애 대하듯이 한다니까요. 나이 차이가 그리 나지도 않으면서…….”
“뭐, 어쩌겠니. 네가 이해하렴. 화신이란 변덕스러운 존재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도 할 말이 없는데요…….”
아르주나가 멋쩍게 꼼지락거리자 크리슈나는 쿡쿡 소리내어 웃었다. 눈앞에 보이는 크리슈나는 정말로 즐거워 보였고, 또, 괜찮아보였다. 무언가가 살짝 어색해보이는 것도 같았지만, 아무래도 그런 소문이 돌았던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르주나는 가만히 크리슈나 쪽을 바라보았다. 크리슈나도 아르주나의 시선을 느낀 듯 제 벗을 마주 바라보았다.
“왜 그러니, 아르주나?”
“아뇨, 괜찮아 보이시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어째서 그런 소문이 돌았던 걸까, 하고.”
“때로는 허황된 소문이 돌기도 하는 법이지. 왕이라는 직책도 참 피곤하지. 잠시 방 안에서 피리 연주에 몰두할 새도 없다니까.”
그렇다면 그동안 방에서 피리 연주에 몰두하고 있었다는 건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크리슈나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본인도 말했듯이 그에게는 영 변덕스러운 부분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데 뭘까. 이 묘한 어색함은. 뭔가 초조해보이는 것도 같고, 뭔가 평소와는 다른 것도 같은…….
“크리슈나.”
“응?”“그 기다란 관은 뭔가요?”
“뭐긴,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관이지. 사람들 앞에 나설 때마다 쓰는. 너도 유디스티라를 수행하니 알고 있을 것 아니니?”
“네. 알고 있지만, 당신이 제 앞에서 그런 관을 쓰는 일은 드물지 않나 싶어서요. 왕관은 불편하다며, 늘 공작깃 하나만 꽂고 계셨는데…….”
“…….”
“크리슈나?”
그때 크리슈나의 왕관 위로 무언가가 움찔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크리슈나의 머리칼과 같은 검은색의 무언가였는데, 아르주나가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자 더욱 격하게 쫑긋……쫑긋? 부드러운 털 같은 무언가가 크리슈나의 왕관 너머로…….
“와, 와아아,”
“아르주나, 쉿.”
크리슈나가 성큼 다가와 아르주나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는 이제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난처해보였고, 그의 눈이 도르르 굴러가는 것에 맞춰 왕관 위의 털뭉치도 쫑긋쫑긋 움직이고 있었다. 크리슈나의 손에 틀어막힌 아르주나의 입이 몇 번이나 우물거리자 크리슈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소리지르지 않겠다고 약속해주겠니?” 하고 속삭였다. 아르주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크리슈나가 조심스럽게 손을 떼어냈다.
“……크리슈나?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죠?”
“그게……말하자면 복잡한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얼마가 걸리든 괜찮아요. 설명해주세요. 그러니까…… 그 관에 있는 건…….”
크리슈나가 다시금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두 손으로 관을 벗었다. 그러자 조금 전에 보았던 검은 색의 털에 휩싸인 무언가가 축 내려앉았다. 크리슈나는 민망한 듯 관을 짚고 있던 두 손으로 그것을 가리듯 붙잡았다. 그 손틈 사이로 보이는 그것은 마치……동물의 귀를 닮아 있었다.
“귀……인가요?”
“응. 아마도 토끼의 귀일 거라고 생각해.”
“토끼인가요. 어째서? 저주 같은 건가요?”
“저주라고 할까. 일종의 만트라라고 하는 게 옳을 것 같은데……. 뭐, 간단히 말하자면 나를 찬양하는 말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먼 미래의 언어, 먼 미래의 일이 지금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당연한 일이야. 아무튼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무언가 충돌돼서 생긴 문제니까 아마 몇 주 정도만 지나면 나아질 거야. 몸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바깥에 보이기 민망한 정도의 문제일 뿐이니까……. 아르주나?”
아르주나는 크리슈나의 말이 이어지는 줄도 모르고 멍하니 크리슈나의 관이 있던 곳, 그러니까, 지금은 쫑긋거리는 토끼의 귀가 자리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축 처져만 있던 귀는 크리슈나가 말을 이어가면서 조금씩 쫑긋거리고 있었는데 아르주나는 홀린 듯 그것을 보고 있었다. 올려다보는 눈은 사냥감을 노리는 고양이마냥 초롱초롱했다. 크리슈나는 잠시 아르주나를 보더니 큰 소리가 나게 박수를 쳤다. 그러자 놀란 아르주나가 튀어오르듯 몸을 움찔 떨었다.
“죄, 죄송합니다. 너무 신기해서……. 실례를…….”
“아니, 그럴 수도 있지. 신기한 일은 맞으니까. 그냥……보기 좀 그렇지?”
“아뇨, 그럴리가요. 그러니까. 저어.”
“그러니까?”
크리슈나가 의아하단 듯 고개를 기울이자 이번에는 아르주나의 눈이 갈팡질팡 갈피를 잡지 못하고 떠돌았다. 힐끔 크리슈나를 쳐다보아도 말을 돌릴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한참을 어물거리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는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가, 감히……귀엽다고……생각했습니다.”
아르주나의 작은 목소리를 기어이 잡아챈 크리슈나가 잠시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을 깜빡였다. 고개를 숙인 아르주나는 이제 두 손으로 제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몇 초가 지나서야 크리슈나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고, 거의 동시에 두 귀가 쫑긋 솟아올랐다. 거의 파닥거리듯이 귀가 움직일 정도였지만 얼굴을 가린 아르주나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그가 알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아르주나, 하고 제게 말을 걸어오는 웃음기 어린 목소리뿐이었다.
“아르주나.”
“죄, 죄송합니다. 크리슈나. 그러니까 전…….”
“으응, 아니, 괜찮아. 자. 아르주나. 손 떼고, 내 얼굴 좀 보련?”
“제가 감히…….”
“괜찮다니까.“
우물쭈물거리던 아르주나는 크리슈나의 채근에 못 이기고 얼굴을 가리던 손을 치웠다. 조심히 고개를 들어올리자 만면에 미소를 지은 채 저를 바라보고 있는 크리슈나의 모습이 보였다. 황급히 다시 눈을 내리깔자 크리슈나가 양 손으로 아르주나의 뺨을 잡고는 제 쪽으로 눈을 맞추도록 했다.
“아르주나.”
“예, 크리슈나.”
“내가 귀엽니?”
“…….”
“드와르카의 왕이자 비슈누의 화신에게 귀엽다니. 이것 참, 이런 불경한 말을 꺼낸 자를 어찌 해야 좋을까. 삼대를 멸해야 할까, 그 친족들에게 전부 벌을 내려야할까?”
“죄, 죄송합니다. 크리슈나. 이건 오로지 저만의…….”
“이제야 눈을 맞춰주는구나.”
아르주나가 입을 다물었다. 크리슈나는 무엇보다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농담이란다. 내가 네게 그럴 리가 있겠니? 아무리 내가 변덕이 심한들 네게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니. 아아, 정말. 하지만 놀랐어. 네가 괴물 보듯이 할까봐 걱정했는데, 귀엽다는 소리를 들을 줄은 아무리 나라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
“그러는 당신이야말로……제가 당신을 괴물 보듯이 할 리가 없잖아요.”
“뭐,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은 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이니까.”
“좋아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너 말고 또 누가 있겠니?”
이제 아르주나의 얼굴은 어두운 피부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크리슈나는 조금 전까지 보였던 초조함이라곤 온데간데 없이 사랑스럽다는 듯 아르주나를 내려다보았다. 아, 저 눈. 크리슈나는 늘 이랬다. 언제나 아무렇잖게 사랑을 입에 담고, 애정이 담뿍 담긴 눈으로 저를 바라보았다. 차라리 그것이 농에 불과했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가장 너무한 점은, 그 모든 것이 거짓이며 과장 하나 없는 진짜배기라는 것이었다. 아르주나는 가끔씩 그가 건네는 무거운 감정에 질식할 것만 같은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거대한 밤하늘이 오로지 저만을 바라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아르주나는 애써 홱 고개를 돌리고는 말했다.
“친구로서, 그리고 유디스티라 왕의 전령으로서 당신이 무사하시단 것을 확인해서 기쁩니다. 크리슈나. 이제 명을 수행했으니 저는 왕께 돌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응? 누구 마음대로?”
“네?”
“원, 아르주나. 내가 너를 이렇게 보낼 리가 없잖니.”
크리슈나는 그리 말하면서 아르주나를 슬금슬금 뒤쪽으로 몰아갔다. 연신 뒷걸음질치던 그가 다리에 무언가 닿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뒤쪽으로 쓰러져 푹신한 것에 몸이 파묻힌 다음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드와르카에서 가장 호화로운 방의 가장 푹신한 침대에 누워있었다. 놀라 몸을 일으키려 했을 때는 늦은 지 오래였다. 크리슈나가 그를 가두듯 몸을 교차하며 고개를 숙였다. 얼굴이 가까웠다. 당장이라도 닿을 것만 같은 낯에 두근, 두근, 소리내어 심장이 뛰었다. 크리슈나가 눈을 휘어접듯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
“있지, 아르주나. 내가 시험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그리고는 아르주나의 드러난 살갗을 서늘한 손으로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것도 간만인데, 침대 사정도 모르면 내가 많이 아쉬울 것 같거든. 내 욕심에 어울려주지 않겠니?”
아르주나는 입을 몇 번이나 벙긋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네……. 아주 작은 목소리가 뒤를 이었고, 크리슈나는 언제나와 같이 그의 목소리를 잡아챘다. 그는 무엇보다도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제 사촌이자 친우이며 제자에게 입맞췄다. 긴 입맞춤이 뒤따랐고, 침대의 가림막이 그들의 모습을 가렸다.
아마도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그들은 행복할 것이었다.
……아마도.
6 notes · View notes
grus4e · 10 months
Text
미드 다운 들어가 봐라
이젠 미드 다운 주소가 바꼇어요나 이거, 미드 다운 난리날 듯인기 블로그 선정 미드 다운 궁금하면 여기서미드 다운 바로가기 주소 : bit.ly/3GlkpdA있었다. 땅콩을 한주먹이나 집어서 입속에 털어넣은 켈은 아까부터 천정만 바라보고 있는 요크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너돌아갈생각이냐? 이런 저런 쓸모없는 잡담으로 시간을 죽이던 둘사이에 위화감이랄까.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요크단장은 마치 상처입은 미드 다운 짐승처럼 몸을 움추리고 친우 켈을 쳐다보았다. 글쎄모르겠어. 돌아가고 싶은것 같기도 한데. 또 가고싶지 않아. 이봐. 요크 폰 스위니아씨. 그이름으로 부르지마. 난 사생아일뿐이야. 천한 궁녀의 몸에서 태어났더라도 너의 아버지는 현 국왕인 베넬 폰 스위니아야. 언제까지 케펠이라는 성을 쓸거지? 요크…
View On WordPress
0 notes
bidambiz-blog · 5 years
Photo
Tumblr media
그저께 밤 #인터넷 이 안되서 답답해 죽겠다는 #친우 의 전화 를 받고 어제는 공구를 싣고 #이천도자기축제 가 있는# 이천 #예스파크 내 #흙으로빚은달 에 다녀 왔습니다. 다행히 #컴퓨터문제 는 아니고 싸구려 중국신 인터넷선 이 문제군요. 선교체 해주고 만약을 대비해서 다른 선들 에러 날때 대비 몇개 더 만들어 주고 왔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BxI5iIQlSNW/?utm_source=ig_tumblr_share&igshid=mj0m1x71sf7u
0 notes
beomjongpark-blog · 8 years
Photo
Tumblr media
#friends #벗 #죽마고우 #친우 벗! 가슴 뛰게 만드는 한 글자! 부쩍~! 친우들이 그립다. You only live once. Today is better than yesterday. Good kids. Lovely kids. #yolo #smile #gossip #happy #selfie #happyday #sunnyday #nice #today #life #doodle #son #daughter #kids #single #scandidaddy #육아스타그램 #아빠육아 #travelog #scubadiving #sailingyacht #rooftopcafe #counselor
0 notes
Photo
Tumblr media
1. 民主主義(민주주의)를 全的(전적)으로 믿어야 될 것입니다. 우리 국민 중에 혹은 독재제도가 아니면 이 어려운 시기에 나갈 길이 없는 줄 생각하며 또 혹은 공산분자의 파괴적 운동에 중대한 문제를 해결할 만한 지혜와 능력이 없다는 觀察(관찰)로 독재권이 아니면 方式(방식)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으나 이것은 우리가 다 遺憾(유감)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目下(목하)에 사소한 障碍(장애)로 因緣(인연)해서 永久(영구)한 福利(복리)를 줄 민주주의에 方針(방침)을 無效(무효)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결코 허락지 않을 것입니다. 獨裁主義(독재주의)가 自由(자유)와 振興(진흥)을 가져오지 못하는 것은 역사에 증명된 것입니다. 민주제도가 어렵기도 하고 또한 더디기도 한 것이지만 義(의)로운 것이 終末(종말)에는 惡(악)을 이기는 理致(이치)를 우리는 믿어야 할 것입니다. 민주제도는 세계우방들이 다 믿는 바요 우리 親友(친우)들이 전제정치와 싸웠고 또 싸우는 중입니다. 세계의 眼目(안목)이 우리를 들여다보며 역사에 거울을 채용하기로 30년 전부터 결정하고 실행하여 온 것을 또 간단없이 실천해야 될 것입니다. 잉 제도로 성립된 정부만이 인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정부입니다. 2. 民權(민권)과 個人(개인) 自由(자유)를 보호할 것입니다. 民主政體(민주정체)에 要素(요소)는 개인의 根本的(근본적) 자유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국민이나 정부는 항상 주의해서 개인의 언론과 집회와 종교와 사상 등 자유를 극력 보호해야 될 것입니다. 우리가 40여년 동안을 왜적의 손에 모든 학대를 받아서 다만 말과 행동뿐 아니라 생각까지도 자유로 하지 못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민족이 절대로 싸워온 것입니다. 우리는 개인 자유활동과 자유판단권을 위해서 쉬지 않고 싸워 온 것입니다. 우리를 壓迫(압박)하는 사람들은 由來(유래)로 저의 나라의 專制政治(전제정치)를 고집하였으므로 우리의 民主主義(민주주의)를 主張(주장)하는 마음이 더욱 굳어져서 속으로 민주제도를 배워 우리끼리 진행하는 사회나 정치상 모든 일에는 서양민주국에서는 방식을 模範(모범)하여 自來(자래)로 우리의 共和(공화)적 사상과 습관을 慇懃(은근)히 발전하여 왔으므로 우리의 민주주의는 실로 뿌리가 깊이 박혔던 것입니다.共和主義(공화주의)가 30년 동안에 뿌리를 깊이 박고 지금 結實(결실)이 되는 것이므로 굳게 서 있을 것을 믿습니다. 3. 자유의 뜻을 바로알고 尊崇(존숭)히 하며 限度(한도) 내에서 행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나라이든지 자유를 사랑하는 知識階級(지식계급)에 進步的(진보적) 思想(사상)을 가진 청년들이 정부에서 계단을 밟아 진행하는 일을 批評(비평)하는 弊端(폐단)이 종종 있는 터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언론과 행실을 듣고 보는 이들이 過度(과도)히 責望(책망)해서 위험분자라 혹은 파괴자라고 판단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思想(사상)의 자유는 민주국가의 기본적 요소임으로 자유권리를 사용하여 남과 對峙(대치)되는 意思(의사)를 발표하는 사람들을 包容(포용)해야 할 것입니다. 만일 그렇지 못해서 이런 사람들을 彈壓(탄압)한다면 이것은 남의 思想(사상)을 尊重(존중)히 하며 남의 理論(이론)을 察考(찰고)하는 원칙에 違反(위반)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是非(시비)와 善惡(선악)이 항상 싸우는 이 세상에 우리는 의로운 자가 不義(불의)를 항상 이기는 법을 확실히 믿어서 흔들리지 말아야 될 것입니다. 4. 서로 理解(이해)하며 協議(협의)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國鍵(국건)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새 國家(���가)를 建設(건설)한 이 때에 政府(정부)가 안에서는 鞏固(공고)히 하며 밖에서는 威信(위신)이 있게 하기에 제일 필요한 것은 이 정부를 국민이 자기들을 위해서 자기들 손으로 세운 자기들의 정부임을 깊이 覺悟(각오)해야 될 것입니다. 이 정부의 법적 조직은 外國(외국)軍士(군사)가 방해하는 지역 외에는 全國(전국)에서 공동으로 擧行(거행)한 總選擧(총선거)로 된 것이니 이 정부는 國會(국회)에서 충분히 討議(토의)하고 制定(제정)한 憲法(헌법)으로써 모든 권리를 확보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는 우리 一般市民(일반시민)은 누구나 다 일체로 投票(투표)할 권리와 參政(참정)할 권리를 가진 것입니다. 일반국민은 누구를 물론하고 이 정부에서 頒布(반포)되는 法令(법령)을 다 복종할 것이며 충성스러히 받들어야만 될 것입니다. 국민은 民權(민권)의 자유를 보호할 擔保(담보)를 가졌으나 이 정부에 不服(불복)하거나 飜覆(번복) https://www.instagram.com/p/B8wTv9qlI02/?igshid=kdsdmwb263v2
0 notes
lemon2sang · 5 years
Photo
Tumblr media
(사진출처 : 전태일재단 http://www.chuntaeil.org/c/1/2 ) <전태일의 생애_전태일기념사업회> 오랫동안의 방황과 굶주림과 세상의 험난함을 거쳐온 어린 전태일의 짓눌릴 대로 짓눌렸던 작은 가슴이, 청옥에서의 짧은 배움의 나날로 싱싱하게 자랐다. 구두통을 메고 오가는 학생들을 곁눈질하며 거리를 서성일 때 그것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내일의 인간다운 삶을 약속하는 배움의 보람, 친구들과의 어울림, 푸른 하늘 아래 가슴을 활짝 펴고 함께 소리치며, 함께 뛰놀며, 함께 폭발하는 억눌렸던 젊음들의 축전, 그 시절 체육대회장에서 느꼈던 환희를 그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아홉 번째 써브까지 성공시키고 게임은 끝났습니다. 시합장에 요란한 박수갈채와 승리의 개가가 퍼지고 나는 일약 이 게임에서의 마스코트로 되었습니다. 맑은 가을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깊었으며, 그늘과 그늘로 옮겨다니면서 자라온 나는, 한없는 행복감과 인간만의 특권인 서로간의 기쁨과 사랑을 마음껏 음미할 때, 그래도 내일이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며, 내가 살아있는 인간임을 진심으로 조물주에게 고맙게 생각했습니다.' (p13) 1969년부터 전태일은 재단사들을 중심으로 '바보회’라는 친목회를 만들어 근로기준법을 공부하고 근로조건 개선에 앞장섰다. 바보희는, 우리가 당당하게 인간적인 대접을 받으며 살 권리가 엄연히 있는 데도 불구하고, 여태껏 기계취급을 받으며 업주들에게 부당한 학대를 받으면서도 바보처럼 찍소리 한번 못하고 살아왔다. 그러니 우리 재단사들의 모임은 바보들의 모임이다. 이것을 우리가 철저하게 깨달아야 하며, 그래야만 언젠가는 우리도 바보 신세를 면할 수 있다. 또 한가지 평화시장에서 노동운동 하겠다고 설치는 놈은 '바보'라는 선배의 말을 듣고 그렇다면 좋다, 우리가 한번 바보답게, 되든 안 되든 들이 박아나 보고 죽자는 뜻으로 모인 노동운동 단체인 것이다. (p17) 사랑하는 친우(親友)여, 받아 읽어 주게. 친구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부탁이 있네.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 주게. 그리고 바라네. 그대들 소중한 추억의 서재에 간직하여 주게. 뇌성 번개가 이 작은 육신을 태우고 꺾어버린다고 해도, 하늘이 나에게만 꺼져 내려온다 해도, 그대 소중한 추억에 간직된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을 걸세. 그리고 만약 또 두려움이 남는다면 나는 나를 영원히 버릴 걸세. 그대들이 아는, 그대 영역(領域)의 일부인 나. 그대들의 앉은 좌석에 보이지 않게 참석했네. 미안하네. 용서하게. 테이블 중간에 나의 좌석을 마련하여 주게. 원섭이와 재철이 중간이면 더욱 좋겠네. 좌석을 마련했으면 내 말을 들어 주게.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 어쩌면 반지의 무게와 총칼의 질타에 구애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않기를 바라는,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애 다 못 굴린 덩이를, 덩이를,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이 순간 이후에 세계에서 또 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굴리는 데, 굴리는 데, 도울 수만 있다면, 이룰 수만 있다면...... 1988년 9월 10일 (p21-22) <어린시절 회상수기1_나는 왜 언제나 이렇게 배가 고파야 하나> 내가 보는 세상은, 내가 아는 나의 직장, 나의 행위는 분명히 인간 본질을 헤치는 하나의 비평화적, 비인간적 행위다. 하나의 인간이 하나의 인간을 비인간적인 관계로 상대함을 말한다. 아므리 피고용인이지만 고용인과 같은 가치적 동등한 인간임에 추효 (호)의 차이도 없기 때문이다. 인간을 물질화하는 세대, 인간의 개성과 참 인간적 본능의 충족을 무시당하고 희망의 가지를 잘린 체 존재하기 위한 댓가로 물질적 가치로 전략(락)한 인간상을 증오한다. 어떠한 인간적 문제이든 외면할 수 없는 적이 인간이 가져야 할 인간적 문제이다. 한 인간이 인간으로써의 인간적인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박탈하고 있는 이 무시무시한 세대에서 나는 절대로 어떠한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어떠한 불의도 묵과하지 않고 주목하고 시정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인간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인간들이여 그대들은 무엇부터 생각하는가? 인간의 가치를, 희망과 윤리를, 아니면 그대 금전대의 부피를. (p35) <어린시절 회상수기 2_부한 환경에서 거부당한 생활> 몇 일을 지나는 동안 눈은 그칠 사이 없고 다른 아이들 보다 신문을 팔아온 경험이 적은 나는 동생과 나의 식대를 못 벌어서 마침내 받들회에서도 못 있게 되었다. 받들회 나의 담당 구역장에게 280 원의 미수금을 남긴 체 찬 바람이 살을 베는 미끄러운 거리로 나왔다. 어떤 환경이든 우리 두 남매를 거부하는 것이다. 나는 생각 끝에 동생을 불광동에 있는 미아보호소에 맡길 생각으로 파출소에 가서 사정 이야기를 했지만 직접 찾아가라는 것이다. 그러지만 직접 찾아가도 잘 받아주지를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동생과 같이 있으면 또 감기라도 들리면 이제는 약을 살 돈도 없고 같이 배를 골아야 하기 때문에 임시변통으로 보호소에 맡길러면 하는 수 없이 서대문 근방에서 동생을 버리면 될 것 같은 생각에 어제 저녁 부터 굶어지만 동생을 업고 서대문 적십자병원 앞까지 왔다. “순덕아 너 여기 있어. 내가 저기 가서 밥 얻어 올태니까. 다른 데 가 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응.” 내가 이렇게 말하자 나의 코맥힌 음성을 듣고 조금 이상한지 아무말 않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빨리와 오빠, 응.” 대답을 하면서 나의 얼굴에서 무엇이라도 더 알려는 것 같이 자세히 처다보는 것이다. 서대문 내거리 적십자병원 옆 남쪽 양지바른 담벽에 세워두 체 광화문쪽으로 걸어 넘어오는 나의 마음은 그 무엇으로 비유해야 알 수 있을까? 가슴은 서러움으로 꽈 차고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얼마 안 있으면 해가 넘어갈텐데 추위에 떨면서 이 못난 오빠를 기다리면(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울 것을 생각하니 발길이 떨어지질 않고 뜨거운 눈물, 소리없이 볼을 적신다. 조금 멀리 강화문 내거리가 보이자 나는 뒷로 돌아서서 왔던 길을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순덕아, 오 못나고 무능한 오빠를 용서하고 재발 그 자(리)에 있어다오. 제발 순덕아." (p67) <일기_현실에 충실하라> 67.3月18日 끝날이 인생에 종점이겠지. 정말 하루하루가 못 견디게 괴로움의 연속이다. 아침 8시부터 저녁 11시까지 하루 15 시간을 칼질과 아이롱질을 하며 지내야 하는 괴로움. 허리가 걸(결)리고 손바닥이 부르터 피가 나고 손목과 다리가 조금도 쉬지 않고 아프니 정말 죽고싶다. 사나이 큰 포부를 가지고 인내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지만 정히 못 견디겠다. 육체적 고통이 나를 죽음을 생각(하게)하는 게 아니다. 정신적 고통이 더욱 심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가운데 한 가지만 없어도 좋겠다. 미싱 6대에 시다가 6섯명. 그 사람이 활 걸 나 혼자서 해주어야 하니. 다른 집 같으면 재단사, 보조, 시아게 잘하는 사람 3명이 해야 활 일을 나 혼자서 하니 정말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언제나 이 괴로움이 없어 지나. 죽어버리면 다 깨끗하겠지, 죽음이 무엇이냐? 언제 죽어도 한 번은 죽을 몸, 조금 일찍 죽는다는 것뿐이다. 아..... 대구 이 선생님께서 서신이 왔다. 18일날 오시겠다는 분이 4月14日 날 상경하신단다. 죽어버리자 태일아, 全泰一. 죽음을 생각해바라, 죽엄을 ....... —3月16日 23시 55 분 Jun Ome (p109) <친구 원섭에게 쓴 편지_얼마나 위로해야 할 나의 전체의 일부냐> 드디어 하나 둘 비명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자기의 존재를, 지금 당하고 있는 형편을 알아달라고 거의 뭇 동물과 같은 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누가 알아 준단 말이냐. 어찌하란 말인지. 내가 탄 버스에 2백 명은 탓을 것 갓네. 벌써부터 땀이 나고 공기가 희박하여 숨이 막힐 지경이다. 뭇 짐승보다 천대를 받는 인간들. 그것도 인간이 만든 차에게 말이다. (...) 얼마나 위로해야 할 나의 전체의 일부냐? 얼마나 불쌍한 현실의 패자냐. 얼마나 몸서리치는 사회의 한 색갈이냐? 그렇다. 저주받아야 할 불합리한 현실이 쓰다. 버린 쪽박이다. 쪽박을 쓰기 시작했으면 끝까지 부서지지 않게 잘 쓰던지, 아니면 아예 쓰시 말던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그저 무자비하게 사회는 자기의 하나를 위해 여기 이 어질고 착한, 반항하지 못하는, 마도로스 모자를 쓴 한 인간을, 아니 저희들의 전체의 일부를 매마른 길바닥 위에 아무렇게나 내던져버렸다. 이 가없(엾)은 인간은 처음 얼마간은 뜨거운 길바닥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얼마를 지나고, 또 정신을 차리고 얼마나는 시간을 보내고, 또 의지와 자존심으로 얼마를 보내고, 마침내 금이 간 똑(쪽)박은 뜨거운 열기에 물기가 증발되고 말라 비뜰어져서 두 쫄(쪽)이 난다. 그 중 한 쪽은 자진했어(해서) 쓰레기통에 기어들어가 눈을 감고 죽어버렸다. 또 한 쪽 어떻게든지 떨어져 나간 한 쪽은 다시 물기를 빨아들려 비뜰어졌던 육체를 다시 피고 어떻하면 또다시 그 전체 속에 뭉처보기를 희망하는 것일 거야. 그런데 내 앞에 선 이 반쪽은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 떨어져 나간 반쪽을 생각하는 것 같애. 지난 날의 그 많은 양의 물을 움키던 그 반쪽을 말일세. 나도 예외는 아닐세. 그렇지만 나는 그 속에 뭉치기를 희망하지 안고 그 뭉친 덩어리를 전부 분해했(해) 버리겠네. 오늘 나는 여기서 내일 하루를 구하고 내일 하루는 분해하는 방법을 연구��� 것일세. 방법이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나는 그 덩어리를 자진했어(해서) 풀어지게, 그들의 호흡 기관 입구에서 향을 피울 걸세. 한번 냄세를 맡고부터 영원히 뭉칠 생각을 아니하는 그런 아름다운 색갈의 향을 말일세. 그렇게 되면 사회는 덩어리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또한 부수러기란 말이 존재하지 않을 걸세. 어떤가. 서로가 다 용해되어 있는 상태. 이간은 아직도 어(이) 그릇 밖을 자진했어 걸어나가지는 안을 걸세. (p120~121) 아무리 부한 환경에서 거부당한 사람들이지만 이 사람들도 체력에 한계가 있는 인간이 아닌가. 원섭아, 나는 재단사로써 이 사람들과 눈만 뜨면 같이 지내거던. 정말 여간 고역이 아니야. 이제 겨우 열 넷 살이 된 어린 아이가 아침부터 퇴근시간까지 그 힘에 겨운 작업량을 빨리 재(제)시간에 못했(해)어 상관인 재봉사들에게 꾸중을 듣고, 점심시간이면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코끼리가 비스케트를 먹는 정도의 양밖에 안 될 거야. 부자집 자녀들 같으면 집에서 아버지 어머니 앞에서 재롱이나 떨 나이에. 생존경쟁이라는 없어도 될 악마는 이 어린 동심에게 너무나 가혹한 매질을 하고 있네. (p123) <결단_나는 돌아가야 한다> 이 글은 전태일 열사가 삼각산에 올라온 지 4개월 가량 되는 1970년 8월 9일, 일기에 적어놓은 결단서이다. 이 해 4월 말경 열사는 남은 단 한 가지 방법인 죽음을 건 투쟁이라는 문제와 직접적으로 맞닥뜨려, 다시는 흔들리지 않을 결단을 내리기 위해 삼각산 교회 신축 공사장에 인부로 들어간다. 이 당시 그는 이미 자신이 죽는 경우를 가정하고 유서(소설 3 뒷 부분에 나옴) 까지 써놓은 뒤였다. 그리하여 8월 9일, 전태일 열사는 마침내 최후의 결단을 내린다. 이 글 중간의 중략 부분은 열사의 일기 원본이 없어져 버려 싣지 못하였다.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와 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理想)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생(生)을 두고 맹세한 내가, 그 많은 시간과 공상 속에서,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 될 나약한 생명체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향이로다......(중략) ....오늘은 토요일. 8월 둘째 토요일. 내 마음에 결단을 내린 이 날. 무고한 생명체들이 시들고 있는 이 때에 한방울의 이슬이 되기 위하여 발버둥치오니, 하느님, 긍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1970.8.9 (p172~173) - 전태일 , ' 전태일의 일기, 수기, 편지 모음.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 중에서
0 notes
bidambiz-blog · 5 years
Photo
Tumblr media
어제부터 이천 예스파크 에서 도자기축제 중 입니다. 원주 가는 길에 들리고 오는 길에 들리고 왔습니다. 날씨도 춥고 비도 오고하니 전체는 안돌아보고 친우 신철 작가의 훍으로빚은달 만 들렸다 왔습니다. 흙으로빚은달도 축제를 위해 한참 바쁘네요. #이천예스파크 #이천도자기축제장 https://www.instagram.com/p/BwvOHeflozl/?utm_source=ig_tumblr_share&igshid=wz7jlmtigrqk
0 notes
commision-de · 7 years
Text
마르케사 타입 샘플: 린님
린님 - 페이트 시리즈(페그오) 길가메쉬
총 12000자 증 행위 전 약 5000자 기재
미열(微熱)
By. 카논(@do_u_darling)
          최근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 많아졌다. 길가메쉬가 그 사실을 문득 깨달은 건 예의 소녀가 먼저 그런 말을 해왔기 때문이다. 기상 높은 우르크의 국왕으로서의 일을 마치고 제 궁전에서 쉴 때면, 어김없이 길가메쉬는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었다. 총총히 뜬 별들을 바라보며, 떠올리는 것은 한 때 제 유일무이한 친우의 얼굴이다. 함께 신의 노여움을 사 저주를 받은 그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눈물을 흘리는 제게 마지막까지 상냥한 한 마디를 나누던 그 친우의 얼굴. 유일한 이해자였고, 늘 고독했던 그의 생에 있어서 처음으로 들어온 자였다. 그런 소중한 이를, 제 눈 앞에서 보내고 말았으니, 그가 밤이 되면 그의 얼굴을 떠올리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자신은 병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에게 더 가치 있는 재보가 손에 들어오리라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를 위로하던, 그 친우.
“…오늘도, 밤하늘을 보고 계시네요.”
등 뒤에서 들린 친숙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길가메쉬는 고갤 돌렸다. 새하얀 튜닉을 몸에 두른 채 제 쪽을 바라보는 소녀의 얼굴은 오늘도 온화하기만 했다. 은은한 등불을 받아 목에서 반짝이는 굵직한 금 목걸이는 제가 바로 오늘 하사한 것이다. 낮에 제게 선물을 받고 기뻐하던 소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역시 저 목걸이는 이 소녀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길가메쉬는 말없이 다시 시선을 밤하늘에 박았다.
“잠이 오지 않아서 말이다.”
“……….”
소녀는 말없이 창가에 걸터앉은 그의 곁에 와서, 저도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밤의 신의 한숨만큼이나 미약하고 건조한 바람이 불어와 소녀의 검고 긴 머리칼을 가볍게 어루만진다. 소녀는 흐트러지는 제 머리칼을 손으로 정리하면서, 나직한 목소리로 길가메쉬에게 말한다.
“어서 주무시지 않으면 내일 폐하께 무리가 갈 거에요. 거기에 오늘밤은 유독, 바람이 차갑고요.”
저를 걱정해주는 소녀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달콤하다. 길가메쉬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피식,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 웃음은 지극히 힘이 없다. 쓸쓸해 보이기까지 했다. 언제나 백성들의 앞에서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한없이 인자하고 강한 자태만을 보이던 그의 모습과는 정반대되는 얼굴이었다. 소녀는 맑은 눈을 반짝이며 잠자코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다가, 다시금 그에게 중얼거렸다.
“폐하의 몸이 최우선이에요.”
“…백성들 앞에서 당당하게 서는 게, 백성들을 다스리는 왕으로서의 당연한 도리니까. 짐도 잘 알고 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쉬이 자리를 뜨지 못한다. 해가 떴을 때에는 제 왕으로서의 업무로 정신이 없어 생각을 잘 못하게 되지만, 이렇게 고요한 밤이 되면 그는 어김없이 창가에 앉곤 했다. 처음에는 지친 심신을 조금이라도 가라앉힐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제가 다스리는 이 나라를 어떻게 해야 지킬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제 백성들을 도울 수 있을지, 그런 생각을 도모하곤 했다. 그러나 밤이 깊어갈수록, 그의 잡념은 점점 커지다, 이윽고 제 친우에 대한 생각에까지 이르는 것이다. 아직, 길가메쉬가 그의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듯 했다.
소녀는 그런 그의 모습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사색을 방해하기 싫은 것이리라. 예전부터 저 아이는 그가 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제 감정을 이해해주었다. 시끄럽게 시녀들처럼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고, 그가 감정을 정리하는 것을 기다리며, 여전히 슬픔에 빠진 그의 심정을 이해해주었다. 그녀를 만났을 때부터 그랬다. 가끔 처소를 들려 대화를 할 때면, 그녀는 다른 여인들처럼, 그의 처(妻)가 되기 위해 속이 보이는 내숭을 부리거나 간드러진 목소리를 내는 일 없이, 가만히 제 이야기를 들어주곤 했다. 총명한 아이라, 한 국가의 왕이자 반인반신이란 신분을 지닌 그의 말에도 대답을 망설이는 일 없이 또렷한 답을 돌려주곤 했다. 모종의 그게, 고독하기 짝이 없던 길가메쉬에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위로가 되었다.
“……….”
길가메쉬의 등을 따뜻한 온기가 감싸왔다. 한창 하늘을 올려다보던 시선을 내려보니, 소녀의 가느다란 팔이, 단단하게 저를 안아주고 있음을 깨닫는다. 지극히 이 소녀다운 방식이다. 길가메쉬는 손을 올려 제 가슴께에 내려오는 소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체온은, 언제 느껴도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린, 너야말로 이만 쉬어야 하는 게 아니냐? 오늘 낮에는 성내의 가난한 자들을 위해 시두리와 함께 시장을 나섰다고 들었다만.”
조용히 소녀에게 그렇게 읊조리자, 소녀는 껴안은 팔에 조금 더 힘을 넣으면서 언제나처럼, 총명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폐하께서도 백성을 위해서 일하시는데, 저라고 가만히 있을 순 없지요. 폐하가 느끼시는 피로나 힘겨움에 비하면, 제 일은 잠깐 눈을 붙이면 나아지는 피곤함이에요.”
역시 이 소녀는 제 아내에 상응한 여인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분명 한낱 흔해빠진 무희에 불과하지 않았었는데, 어느새 그는 그녀에게 제 마음을 용서하고 있었고, 지금에는 그의 아내가 되어 저를 지탱해주고 있었다. 물론 단순한 대화 상대에 불과했더라면 거기에서 그쳤을지도 모른다. 불로초를 찾으러 갔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 돌아온 그를 기다리고 있던 몇 안 되는 존재.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린이란 소녀였다.
그녀와의 첫만남을 기억한다. 모두가 제 눈에 띄고 싶어하여 춤에 집중하기는커녕, 주목을 이끌려고 애쓰던 그 가운데, 유일하게 진심으로 제게 주어진 무대와 춤을 즐기고 행복해하던 소녀의 미소가 도리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하늘하늘하고 우아한 춤사위를 자랑하던 소녀는 이윽고 왕의 시선을 받아 거처를 옮겼다. 제가 믿는 신하 중 하나인 시두리에게 소녀를 맡기고, 낮이면 그녀를 찾아가곤 했다. 소녀는 그가 찾아올 때면 언제나, 무대에서 보이던 그 밝고 예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폐하께서는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고 계세요.”
린의 목소리는 차가운 밤 공기 안에서 맑게 울려 퍼지며, 길가메쉬의 마음으로 곧장 스며든다. 길가메쉬는 잠자코 눈을 감고 그녀가 제게 선사하는 따스함을 느낀다. 뜨겁지는 않지만, 지극히 미약한 열기이지만, 편안함과 안도감을 주는 이 열기를, 길가메쉬는 꽤 좋아했다.
“폐하께서 짊어지고 있는 짐이, 저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크다는 걸 저는 알고 있어요. 하지만 가끔은, 폐하께서 안고 계신 모든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때도 필요해요.”
“…린.”
저도 모르게 조용히 소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를 껴안고 있던 소녀의 팔에서 조금 힘이 풀렸다.
“저는 폐하께 과거에 얽매이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아요. 폐하의 감정을 감히 이해한다고도 하지 않아요. 하지만 폐하께서는 조금 쉬시는 게 좋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녀의 말이 옳았다. 언제까지나 제 친우의 죽음이 가져온 슬픔의 늪에 빠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자신을 바쁘게 하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적어도 왕의 모습으로 있을 때만이라도, 제 자신의 감정을 죽이고 숭고한 바빌로니아의 왕으로서의 위엄을 지킬 필요가 있었다. 그 사실을, 소녀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길가메쉬는 작게 웃었다. 몇 분 전 지어 보였던, 힘없는 웃음소리가 아닌 안도의 웃음이었다. 이렇게 총명하고 사랑스러운 소녀를, 저는 이 세상의 수많은 여인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길가메쉬는 저를 안은 소녀의 팔을 가볍게 풀어내고, 그는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나 밤하늘을 등진다. 소녀는 그의 작은 웃음에 안심한 것인지, 언제나처럼 예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마음이, 조금은 안정되셨나요?”
“…아아, 네 덕분이다, 린. 감사를 표하지.”
“아니에요, 그게 저의 역할이니까요. 이 우르크를 지키는, 폐하의 곁을 지키는 아내로서의,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런 말을 하는 소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길가메쉬는 손을 뻗어 소녀의 볼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제 손이 닿자 그녀는 조금 쑥스러운 듯, 고갤 살짝 돌리면서도 결코 그의 손을 피하지는 않는다. 부드러운 감촉이 언제나처럼 정겹다. 린은 그를 올려다보면서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희미한 등불을 받아도, 그 눈동자만큼은 언제나처럼 아름답게 반짝인다.
이번에는 다른 손을 들어 린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그녀는 미소를 지은 채 제 어깨 위애 놓인 그의 손에 손가락을 얹어온다. 지극히 별 거 아닌 행동임에도, 하나하나 길가메쉬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주고, 마음을 달래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역시 이 소녀는 더없이 따스하다. 길가메쉬는 그 따스함에 밤공기를 맞아 차가워진 제 몸이 조금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길가메쉬는 말없이 소녀의 몸을 끌어안았다. 한 품으로 들어오는 그 연약한 몸에서부터 느껴지는, 미지근한 열기는 실로 강하기만 하다. 린은 손을 들어 그의 등을 가볍게 쓸어주었다. 마치 괜찮다고 말이라도 해주듯이, 그의 인생에 나타난 모든 일이 전부 그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주듯이, 제가 있으니 그가 외로울 리는 없다고 해주듯이. 부드럽고 상냥한 손길이었다.
“…엘키두의 말이 맞았다.”
린의 몸을 폭 안은 채, 길가메쉬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린, 너는 지극히 순수하고도, 완전한 인간이다. 짐이 여태까지 만났던 그 어떠한 인간보다도, 가장 인간다운 영혼을 지니고 있다.”
“폐하도, 제가 여태까지 만난 그 모든 사람들 중에, 가장 고결하고 아름다운 분이십니다.”
부드러운 목소리에 길가메쉬는 눈을 감은 채 그 목소리를 음미한다. 소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다고 생각했다. 제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소녀는, 그 작은 몸으로 길가메쉬의 모든 걸 전부 받아주고 있었다.
길가메쉬의 생각은 곧 행동으로 이어진다. 안고 있던 팔을 풀어다, 몸을 숙여 소녀의 턱을 붙잡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아는 듯, 린은 눈을 감고 그를 기다린다. 그 모습이 또 사랑스러워서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길가메쉬는 이내 입술을 겹쳤다. 소녀의 말캉한 입술은 그의 입맞춤을 거절하는 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 마치 혼인을 하기 전의 그의 모든 모습을, 그녀가 전부 받아주었던 것처럼.
제 혀로 그 연한 입술을 열어젖히고, 그 안을 가볍게 훑어 올린다. 부드럽지만 진한 키스가 이어진다. 소녀의 입안을 쓰윽 밀어 올리던 혀는 이윽고 그녀의 혀를 어루만진다. 그러자 소녀는 그의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서투르게 제 혀를 그의 것에 감쌌다. 린은 눈을 감은 채 그와의 입맞춤에 열중하고 있다. 살짝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연상시키게 했다. 길가메쉬는 그녀의 얇은 튜닉 사이로 드러난 다리를 가볍게 어루만졌다. 그러자 린은 그의 손에 깜짝 놀란 듯, 움찔거렸다. 하지만 도망치지는 않았다.
길가메쉬는 그쯤에서 입술을 떼냈다. 농후했지만, 그렇게 길지 않은 입맞춤이었다. 마치 자석이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듯, 두 사람의 입술은 서로를 아쉬워하며 뒤로 물러난다. 길가메쉬는 제 입맞춤으로 인해 붉어진 린의 볼에 가볍게 입맞추고는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린, 짐이 오늘 너를 탐해도 되겠느냐?”
그 말이 어떤 의미를 뜻하는지, 린은 잘 알고 있었다. 린은 부끄러운지 시선을 아래로 하면서도, 기쁘다는 듯 언제나와 같은 미소를 띄운 채 고갤 끄덕였다. 역시 조금은 이른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무리를 할 필요는 없다고 하려는 그 때, 린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 내리고 있던 시선을 올려 길가메쉬의 붉은 눈을 똑똑히 마주한다. 그리고 그녀는 들릴 듯 말 듯, 속삭이면서 제 두 팔을 그에게 벌려보았다.
“폐하의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고 저는 맹세했어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그 한 마디에는 강한 그녀의 의지가 담겨있었다. 소녀는 작은 심호흡을 한 뒤, 다시금 길가메쉬를 향해 이번에는 언제나와 같이, 강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가 폐하를 안게 해주세요.”
길가메쉬는 그 말을 듣고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소녀의 몸을 탐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그녀가 저를 완전히 받아주고서, 진정한 부부로서의 길을 나아가려는 것을 대견하게 여겼으리라.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내려보다가, 길가메쉬는 이번에는 그 이마에 입술을 내렸다. 쪽, 하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린의 허리를 감싸 안고 단번에 그녀를 안아 올렸다. 길가메쉬에게 안긴 린의 얼굴은 여전히 조금 부끄러워하는 듯 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것처럼, 길가메쉬는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를 침상 위에 내려놓았다. 가슴에 손을 얹고 있는 린의 표정에서는 긴장감과, 자그마한 기대감이 서려있다. 길가메쉬는 그런 그녀의 위에 가볍게 올라가서는, 다시금 이마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린.”
린은 그의 말에 안도한 것처럼 가볍게 고갤 끄덕였다. 입술이 살포시, 조심스럽게 열린다.
“…언제든지, 괜찮아요.”
그렇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에는 이제 긴장감은 보이지 않았다. 길가메쉬는 그런 그녀에게 이윽고 몸을 숙이고, 방금 전 채 하다 못한 입맞춤을 이어서 한다. 부드럽고 상냥한 입맞춤이다. 천천히, 마치 그녀 자신을 탐미하기라도 하듯이 섬세한 키스가 이어진다.
린과의 입맞춤을 할 때마다 길가메쉬가 느끼는 건 채 피어나지 못한 꽃봉오리였다. 그 꽃봉오리는 그를 진하고 달콤한 향으로 부드럽게 감싸 올리며, 그가 느끼는 긴장감과 외로움을 단번에 녹게 만들었다. 세상의 모든 꽃봉오리는 언젠가 피어 오르기 마련이다. 그것이, 오늘밤이 되고 말 것이라는 걸 린도, 길가메쉬도 잘 알고 있을 터였다. 부부가 된 기간은 꽤 오래 되었지만, 여태까지 길가메쉬는 린을 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직 어리고 서툰 린을 생각하는 길가메쉬의 상냥함이기도 했으며, 제게 모든 걸 털어놓을 길가메쉬의 준비를 기다리는 린의 배려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 그들은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개화(開花)의 시기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0 notes
rimlobop-blog · 7 years
Photo
Tumblr media
애니노래받는곳 현기증 난단말이에요 뻔하지만, 애니노래받는곳 결말 이번에도 과연 애니노래받는곳 보셔도 됩니다 애니노래받는곳 척보면 모르냐? 다들 둔해빠져서는쯧. 그래서 개인 천막까지 지어준거 아니었냐? 그럼 처음봤을때부터 알아봤단 말이야? 어떻게? 목에 결후가 없잖아. 그리고 애니노래받는곳 가슴과 엉덩이도 둥그렇고. 팔목도 가느다랗잖아. 마치 그것도 모르냐는 투의 애니노래받는곳 말투였다. 하지만 마릴의 몸매는 아무리 잘봐줘도 빼빼마른 소년의 그것을 애니노래받는곳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기에 켈은 이런 통찰력을 지닌 요크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모두 모아봐 요크의 명령이 있고 10분도 되기전에 켈과 애니노래받는곳 마릴을 위시한 단원들이 연병장 실지로는 천막사이의 넓은 공터 으로 모였다. 단원들이 다 모이자 요크는 마릴을 끌어다 그녀의 작 애니노래받는곳 며 바닥을 구르던 아이리타는 벽에 기대선채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망할이게 내몸이니 니몸이냐? 토사물을 먹은것도 기분나빠 죽겠는데. 무슨 토사물 애니노래받는곳 주제에 남의 몸을 탐내는거얏 아이씨 짜증나 죽겠네 소녀는 바락바락 애니노래받는곳 악을 써대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힘겨운 걸음으로 공동을 빠져나왔다. 애니노래받는곳 아이리타가 밖으로 빠져나가자 공동안쪽에 있는 한쪽벽이 미약한 빛을 내뿜었다. 그 빛이 사라지고 나자 이전까지 없다 강철벽에 글자가 나타났다. 영웅으로 애니노래받는곳 죽을수 있었으나 인간을 포기한 머저리 닐크 여기 잠들다. 멍청이를 친구로 둬 인생망친 친우 아르케네스 벽에 걸린 횃불들이 차례대로 꺼지기 애니노래받는곳 애니노래받는곳 은 급히 몸을 더듬어보았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고 입고있던 옷도 이상이 없었기에 페이빈은 그제서야 동료들에게로 생각이 미쳤다. 믹과 던컨등의 애니노래받는곳 일행들은 여기저기에 쓰러져있었고 카리나마저도 마릴의 옆에 쓰러져있는 것이 그의 애니노래받는곳 눈에 들어왔다. 쓰러진 동료들을 바라보는 페이빈에게 노인이 손짓을 하면서 애니노래받는곳 말했다. 이리와 앉아. 대충 30분뒤면 깨어날거야. 해가 안갈정도로 조절했으니까 믿어. 예 노인의 말대로 페이빈은 그루질라넥의 옆에 주저앉았다. 최소한 죽일 애니노래받는곳 생각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화덕앞에 앉은 노인은 땅바닥에 구르고 있는 후라이팬을 들어서 페이빈에게 넘겨주었다. 노인의
0 notes
candarang0211-blog · 7 years
Text
[밤쿤] 재회 03
지금 제정신이야?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한성은 진성의 고함소리를 들어야 했다. 비올레에게 당한 팔을 찍어 눌린 탓에 몹시 고통스러웠다. 한성이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데도 진성은 전혀 아랑 곳 하지 않고 자기 할말만 내뱉는데 급급했다. 날 내쫓은 이유가 이러기 위해서였나? 그렇다면 또 어쩔거죠? 당신도 당신 눈으로 보지 않았나요? 그 기술은 제가 단 한번밖에 보여 준 적이 없는데도 그는 바로 베껴 내더군요. 그게 정말 그가 가진 능력이라면 그의 잠재력은 우리의 기대치를 훨씬 뛰어 넘는다는걸. 진성은 말 없이 입술만 짖씹었다. 분하지만 한성의 말이 틀린것은 또 아니었다. 그 애를 자극해서 이보다 더 비참한 신세로 만들기로 작정이라도 한거 같더군. 2층의 시험관이 쿤 가문의 애새끼 까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죽이고 말이야. 착각하지 마시죠. 저는 당신 같은 기분파가 아니라서요. 그저 그에게 필요한 적절한 동기를 제공 했을 뿐입니다. 설마 제가 진짜로 쿤 가문의 아이를 죽였을거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죠? 잠어. 이 이상 날뛰지 마라. 다음번엔 네가 아니라 에반켈에게 찾아 갈 테니까. 순간 유한성의 얼굴에 두려움이 스쳤다. 원로들도 소중한 슬레이어 후보가 제정신이길 바랄 테니까. 네 말대로라면 그래야 이용가치가 생길 테니까. 화를 내거나 고함을 치지는 않았지만 한성은 느낄 수 있었다. 진성이 지금 그 어떤 때 보다 분노했다는 것을. 이번에는 한성이 어쩔 수 없이 한 수 물러줘야 했다. 한성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하죠. 하진성씨. -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었다. 쿤은 잠시 눈을 감고 머리칼을 스치는 바람을 느꼈다. 비록 이것이 진짜가 아닌 천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오늘 같은 날에는 가짜 하늘이라도 실컷 보길 원했다. 사실 쿤은 하늘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탑 안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진짜 하늘과 가짜 하늘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진짜를 본 후에야 가짜와의 차이를 논할 수 있는 거라고 쿤은 생각했다. 라헬은 유독 하늘에 집착했다. 오늘 같은 날엔 더욱 그럴거라는 생각이 들어 옥상으로 데려온 자신의 선택은 옳았던 것 같았다. 소녀는 아까부터 내내 하늘 저 너머를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이럴때 쿤은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말 주변이 나쁜편이 아니고, 여자에 서툰 것도 아닌데, 쿤은 라헬을 유독 어려워 했다. 그저 어쩌다 만난 여자아이였다면 이렇게까지 쿤이 쩔쩔 맬 이유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라헬이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데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누군가의 그림자를 짊어지고 있다는 데에 있었다. 스물다섯번째 밤. 오늘은 밤이 죽은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었다. 밤. 그에 대해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아직도 수줍은 표정으로 우물쭈물 하며 자신에게 함께 탑에 올라 가 달라고 말하던 소년이 눈에 선했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났으면서 스스로 얼마나 가치있는 사람인지 몰랐던 소년. 자기가 가진 힘을 다루는 게 서툴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아슬아슬함이 있었지만, 불안정한 만큼이나 신기하게도 사람을 끌어 모으는 매력이 있었던 자신의 친구. 그 앞에 서면 쿤은 이상하게 뒤틀린 마음이 차분히 가라 앉는 것을 느꼈다. 마리아를 자하드의 공주로 올려 보낸 후, 빛을 잃었던 자신의 삶에 다시 의미를 되 찾아준 친우. 밤 덕분에 쿤은 다시 앞으로 걸어 나갈 힘을, 위로 나아갈 의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가, 밤이, 자신의 둘도 없는 친우가 죽은 후. 쿤은 자신의 팀과 미친듯이 탑을 오르는데에만 매진했다. 팀원들도 밤의 죽음이 마치 그들에게 무언의 유언을 남긴 듯 오직 목표를 위해서 달려나가는 기차처럼 일말의 주저함이 없었다. 그들은 현존하는 E급 선별인원들 중에서는 그 어떤 팀보다 빠르게 탑의 다음층으로 나아갔지만, 동시에 점점 자신들을 잃어가는 중이었다. 밤의 죽음은 그만큼 무겁고 크게 그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당장에 오늘만 해도 팀원들을 시끄럽게 만드는 엔도로시는 아침 일찍 어디론가 나가 보이지도 않았고, 숙소는 쥐 죽은듯 조용했다. 아무도 소리내어 말하지 않았지만, 이 숙소에 있는 팀원 모두가 조용히 그들의 죽은 친구를 애도하고 있음을 서로 알았다. 그렇기 때문에 쿤은, 밤을 애도하는 친우 중 한 명으로써 라헬의 곁을 지켰다. 그녀는 밤과 다르게 눈치가 빨라서 혼자 있고 싶을 때는 쿤에게 말을 해 수고로움을 덜어 주었다. 밤을 대신 해 라헬과 탑을 오르기로 결심한 이후 쿤은 라헬에게 있어서 '밤' 이라는 존재 마저 대신하려 들었다. 아무도, 심지어 라헬 조차도 그에게 그런 역활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그래야 자신의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밤의 마지막 부탁이었던 자신을 도와 라헬과 함께 탑을 올라가 달라는 그 말은 유언이 되어 쿤의 가슴 속 깊히 낙인처럼 박혔다. 그때는 앞으로 나아갈 희망이었던 그 말이, 지금은 쿤을 억지로 일으켜세워 걷게 하는 단 하나의 목표가 되어 있었다. 쿤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약속을 지켜야만 했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라헬의 어께가 조금씩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밤은 이럴 때 라헬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차라리 자신이 죽고 밤이 살았더라면. 이런 상상은 수도 없이 했던 것이지만, 몇번이나 쿤은 그 편이 훨씬 나았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밤은 적어도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로하는데 능숙 했을 것이다. 쿤은 천천히 무릎을 꿇고 라헬과 눈을 맞추었다. 밤이라면 아마도 이렇게 다정하게 앉아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를 달래 주었겠지. 쿤은 차갑고 바싹 마른 라헬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라헬 이름에 반응하듯 라헬은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쿤을 바라봤다. 그녀의 주근깨 위로 눈물은 속절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늘은 밤이 죽은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네요. 쿤은 대답하지 않았다. 진심을 감추는데, 상대를 속여 능숙하게 연기를 하는데 익숙한 쿤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라헬을 대하는 이 모든 행동 만큼은 일말의 거짓됨이 없었다. 그도 밤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었다. 그래 라헬. 나도 밤이 그리워. 밤이 만약에 살아 있다면, 그래서 돌아 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 친우가 죽은지 꼭 1년째 되는 날이어서일까. ���금까지 눌러왔던 슬픔을 더 이상 참기 힘들어서 였을까. 아니면 괴로운 와중에도 라헬 앞에서 그녀보다 슬프다는 것을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었을까. 라헬과 밤은 탑 밖에서도 알던 사이였다고 했다. 라헬은 쿤 앞에서 밤과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은 별로 없었지만, 밤이 그녀를 끔찍히 아끼는 것을 보아 그 둘이 보통사이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때문에 쿤은 적어도 라헬 앞에서는 밤은 잃은 슬픔에 대해 절제 해 왔었다. 하지만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꼭 밤을 생각나게 하는 이 아름다운 날이, 쿤의 경계를 순간 느슨하게 만들었고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말았다. 마리아를 만난 이후 처음이었다. 쿤 아게로 아그니스가 밤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자신의 약한 모습을 내 보인 것은. 라헬의 두 눈이 순간 흔들리는가 싶더니 눈물이 멎었다. 그럴리가.. 그럴리가 없잖아요 쿤씨. 밤은 죽었어요. 밤이 우리 앞에 나타나는 그런 기적같은 일이 일어날리 없잖아요. 라헬은 두 손으로 얼굴을 싸쥐었다. 고통이 그녀의 얼굴 위에 얼룩져 있었다. 쿤은 순간 놀라 그녀를 달랠 생각조차 잊고 말았다. 혼자 있고 싶어요 쿤씨. 라헬은 그를 밀어냈다. 쿤은 지금 자신을 밀어내는 라헬이 차라리 고마울 정도였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차분히 억누르며 쿤은 애써 평소처럼 말했다. 잠시 후 데리러 올께 라헬. 라헬을 뒤에 남겨두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이상 할 정도로 냉정해져 있었다. 1년만에 쿤은 자기 자신을 되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따뜻한 오늘의 공기가 더 이상 아름답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라헬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친구가 사랑했던 여자는,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가 다시 돌아올 지도 모른다는 말을 두려워했다. -
방으로 돌아와 쿤은 무너지듯 침대에 주저 앉았다. 밤이 살아 돌아오면 좋겠다는 말을 라헬은 진심으로 두려워 했다. 그리고 쿤이 알기에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친구의 죽음에 결코 어울리는 감정이 아니었다. 라헬은 밤이 죽은 뒤, 오랜기간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슬픔에 잠겨 있었다. 친한 사이일 수록 빈 자리는 더 큰 법이었다. 밤의 죽음을 부정한다는 편이 차라리 더 말이 되었다. 그런데 두려움이라니. 라헬은 무엇을 두려워 하는 것일까. 그토록 잃은 것을 슬퍼했던 친구가 다시 돌아오는 일이 왜 두려울까. 분명한 것은 라헬의 눈에 떠오른 그 '두려움' 이라는 감정이 결코 밤의 죽음에 대해 혼란스러워 생기는 여러 감정들 중의 하나는 아니라는 거였다. 쿤이 틈을 보여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말이 라헬의 숨기고 있던 어떤 치부를 찔렀다고 보는 편이 더 맞았다. 쿤은 직감적으로 그 모습이 라헬의 가장 본 모습에 가까운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밤이 죽던 그 날, 밤과 라헬 사이에 자신이 모르는 어떤 일이 더 있었던 것이 틀림 없었다. 심장이 너무 뛰어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쿤은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손으로 심장 부근을 눌렀다. 차가운 금속이 옷 밑으로 느껴졌다. 쿤은 자신도 모르게 옷 속으로 손을 집어 넣고 목에 걸고 있던 반지를 꺼냈다. 시험의 층을 통과하며 얻은 반지. 그다지 값어치가 있는 물건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쿤은 아직까지도 이 반지를 지니고 다녔다. 밤과 함께 했던 동료들이라면 누구나 다 그랬다. 손바닥 위에 올린 반지를 보고 있자니 문득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유한성. 유한성은 분명 이 반지를 쥐어주며 말했었다. 시험의 층을 졸업하는 '축하반지' 라며. 패물이라도 쥐어 보내줘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그의 말은 반지를 쥐어주기 위해 그럴싸하게 꾸며 낸 말에 불과 했다. 쿤이 기억하기에 유한성은 절대 시험의 층을 떠나는 선별인원들에게 기념반지를 나누어 줄 것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도대체 무엇을 기념한단 말인가. 탑을 통과 할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었다는 것을? 기념품은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기념이 될 만한 물건이어야 주는 물건이었다. 쿤은 그때 한성의 말을 한치의 의심 없이 받아 들였었다. 심지어 소중하게 반지를 목에 걸고다니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단지 시험의 층을 통과 했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그 반지는, 2층에 대한 기억의 흔적이었다.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 친우를 잃은 기억이 담긴 물건. 그렇기 때문에 쿤은 그 반지를 버리지 못했다. 그리고 한성은 마치 쿤이 그럴 걸 미리 알기라도 한 것 처럼 말했다. 이것은 시험의 층을 졸업 한 '축하반지' 라고. 가만히 생각 해 보면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당시 밤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한 사람은 유한성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유한성의 말 말고는 밤의 시체가 정말 있는지 없는지 알 길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때 왜 자신은 유한성의 말을 그토록 믿었던 걸까. 시험관으로써 그의 태도를 생각 해 보면 한번쯤은 의심 해 봤어야 했는데. 아니, 유한성 말고도 밤의 죽음을 증명해 줄 사람은 한명이 더 있었다. 라헬. 망돌마담이 뱉어낸 라헬이 말했었다. 밤이 자신을 구하다 죽었노라고. 두 사람 사이를 알았던 모두는 그 말을 의심없이 믿었었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만일 라헬이 한 말이 거짓이라면. 사실 밤은 살아있고, 라헬과 유한성이 한 통속이며 밤의 죽음을 위장한 사기극을 꾸민 것이라면. 라헬이 두려워 한 것이, 죽음으로 위장시켜 빼돌린 밤이 다시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오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이 모든 부조리가 완벽하게 설명되었다. 하지만 왜? 쿤이 기억하는 밤은 그저 나약한 어린 소년일 뿐이었다. 별 다른 특별한 능력이 없는. 아니, 그의 친구가 정말 그렇게 '평범한' 사람이었던가. 쿤은 아직도 똑똑하게 기억했다. 크라운 게임때, 라헬에게 달려드는 화련을 밤이 신수를 조작해 거의 두동강 낼 뻔 했던 일을. 심지어 그는 관리자와 계역하지 않았는데도 신수를 사용하는 이레귤러가 아니었던가. 비선별인원. 탑의 랭킹 1,2위인 펜타미넘과 엔류는 모두 비선별인원이었다. 이 탑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이자 예측이 불가능한 존재. 하지만 왜 그렇게까지 밤을 죽음으로 위장시켜야만 했을까. 한참을 고민하던 쿤은 순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비선별인원은 탑의 규칙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존재였다. 그 말은 탑의 룰에 지배당하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았다. 그리고 비선별인원은 탑의 절대적인 왕 자하드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왜 자신은 이 모든 것을 단 한번도 의심 해 보지 않았을까. 스스로를 향한 원망이 솟구쳤다. 시험이 끝난 후, 쿤은 몇번이나 스스로를 자책 해 왔었다. 당시 작전의 책임자는 쿤이었다. 그때 좀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그때 비가시모드 등대라도 라헬과 밤에게 보내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위험에 처한 밤을 구해 낼 수 있었을까. 안일해도 너무 안일했다. 설마 시험장 안에서 그런 일이 벌어 질 것이라고는 쿤도 상상하지 못했다. 유한성의 성격 상 그 어떤 일이 벌어져도 사실 이상하지 않은 시험이었는데, 그가 이 시험에 적어도 최소한의 규칙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믿은 것이 애당초 잘못이었다. 푸른 반지위로 뜨거운 눈물이 떨어졌다. 1년동안 참아왔던 슬픔이 한꺼번에 터지기라도 한 것 처럼 쿤은 오열했다. 자신의 추측이 모두 사실이라면, 밤은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여자에게 떠밀려 차가운 물 속으로 떨어졌다는 말이 된다. 아무도 모른채. 어두컴컴한 저 어딘가에 밤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감정들이 계속해서 쏟아져내렸다. 눈물을 흘리며 쿤은 생각했다. 모든것은 돌이키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렸으며,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을.
-
쿤 엄청난 초천재네 ㅋㅋㅋ 원작 보니까 레로로가 알려줬다는거던데. 드디어 쿤이 나왔다.. 이 다음은..ㅠㅠ 
0 notes
Text
우스꽝스런 사랑이야기.. 밀란 쿤데라
New Post has been published on http://howtomeetgirl.xyz/%ec%9a%b0%ec%8a%a4%ea%bd%9d%ec%8a%a4%eb%9f%b0-%ec%82%ac%eb%9e%91%ec%9d%b4%ec%95%bc%ea%b8%b0-%eb%b0%80%eb%9e%80-%ec%bf%a4%eb%8d%b0%eb%9d%bc/
우스꽝스런 사랑이야기.. 밀란 쿤데라
작가
밀란 쿤데라
출판
친우
발매
1988.10.01
무엇보다도 그는, 기분좋은 포옹과 새롭게 발견된 세계의 지독한 상대성으로부터 자기를 되찾으려는 끝없고 거대한 어떤 것을 찾고 있었다.”
      (04.10.28)
0 notes
sexies4youxyz-blog · 7 years
Text
우스꽝스런 사랑이야기.. 밀란 쿤데라
New Post has been published on http://sexies4you.xyz/%ec%9a%b0%ec%8a%a4%ea%bd%9d%ec%8a%a4%eb%9f%b0-%ec%82%ac%eb%9e%91%ec%9d%b4%ec%95%bc%ea%b8%b0-%eb%b0%80%eb%9e%80-%ec%bf%a4%eb%8d%b0%eb%9d%bc/
우스꽝스런 사랑이야기.. 밀란 쿤데라
작가
밀란 쿤데라
출판
친우
발매
1988.10.01
무엇보다도 그는, 기분좋은 포옹과 새롭게 발견된 세계의 지독한 상대성으로부터 자기를 되찾으려는 끝없고 거대한 어떤 것을 찾고 있었다.”
      (04.10.28)
0 notes
istubon-blog · 8 years
Photo
Tumblr media
아저씨유료다운로드 제가 본 것 중에 최고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아저씨유료다운로드 이거뭐에요 그저 아저씨유료다운로드 리스트다 아저씨유료다운로드 은 창만 있는 이 방은 입구만 막으면 누구도 들어올수 없는 밀실이기에 중요한 회의나 비밀을 요하는 일에 많이 쓰인다. 아저씨유료다운로드 이곳에 두 사내가 테이블 가득 술병을 올려놓고 말을 주고받고 아저씨유료다운로드 있었다. 땅콩을 한주먹이나 집어서 입속에 털어넣은 켈은 아까부터 천정만 아저씨유료다운로드 바라보고 있는 요크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너돌아갈생각이냐? 이런 저런 쓸모없는 잡담으로 시간을 죽이던 둘사이에 위화감이랄까.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요크단장은 마치 아저씨유료다운로드 상처입은 짐승처럼 몸을 움추리고 친우 켈을 쳐다보았다. 글쎄모르겠어. 돌아가고 싶은것 같기도 한데. 또 가고싶지 않아. 이봐. 요크 폰 스위니아씨. 아저씨유료다운로드 그이름 아저씨유료다운로드 로 백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가 뒤따랐다. 그가 손짓을 하며 손을 흔들때마다 앞서간 여마법사의 마법이 번쩍이며 사라졌다. 이런 즐거운 아저씨유료다운로드 축제에 할일없이 매일 놀기만 물론 지식획득이라는 고고한 목표를 위해 아저씨유료다운로드 정진하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임시고용직에 본업은 백수다 하는 페이빈과 아저씨유료다운로드 카리나가 빠질리가 없다. 두 연인은 사열식을 지휘하느라 바빠진 마릴 백작과 저녁때 축제에 참가해야한다며 투덜거리며 옷과 소박한 장신구 그래도 평민들이 아저씨유료다운로드 보기엔 눈이 튀어나올정도로 비싸다 들을 사러간마리아의 눈초리를 피해서 빠져나왔다. 두 여인의 일거리는 물론 몇시간쯤은 기본이다. 그렇기에 감시의 눈길도 아저씨유료다운로드 들렸다가 돌아가는것이라면 모를까 정착을 하는 종족은 없었다. 꾸르륵 호수의 중앙에서 수많은 공기방울이 마구 뿜어져올라왔다. 촤아악. 마치 도마뱀의 그것처럼 아저씨유료다운로드 비늘이 가득한 드래곤의 얼굴이 호수 중앙에서 조용히 떠올랐다. 수면위까지 아저씨유료다운로드 부상한 청녹색의 비늘을 가진 그 드래곤은 눈만 수 면위로 아저씨유료다운로드 내놓은채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고 있었다.. 으응? 브론즈 드래곤인 피르네마린은 해가뜨는 방향. 즉 동쪽하늘이 검은색으로 소용돌이 치는 것을 보았다. 아직 아저씨유료다운로드 해가 높이 떠있는 오후였기에 하늘이 어두워질 시간은 아니었던 것이다. 피르네마린은 긴 목을 높이 치켜들고 동쪽하늘을 올려다보았다.
0 notes
jej2-blog · 8 years
Text
핵소 고지 (Hacksaw Ridge, 2016)
살인만이 정신을 피폐하게하고 다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안식을 얻은곳은 결코 아름다운 곳은 아니었다.
신념이 누군가에게 이해받았을 때, 그리고 누군가의 신념을 이해했을 때 보이는 미소가 가장 아름답다.
 전쟁 영화는 늘 쉽게 설명할 수 없다. 두 국가 모두 가해자이자 피해자이기 때문에 한 시각으로 서술된 영화는 잘못된 사실을 전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한 "병사"에 완벽하게 집중함으로써 이 한계를 ���복하고자 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의 신념을 지탱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가짐과 의지가 팔할을 차지하지만, 사랑과 우정이 없다면 주인공이 자신의 신념을 그리 굳게 관철 할 수 있었을까?
 도스가 한명만 더 구하게 하소서 라고 되뇌이며 고지에서 고군분투 한 것은 당연하게도 신에게 말한 것이자, 자신에게 말한것일 것이다. -신념은 자기 자신이기에-
 유년기에 가족을 죽인 경험 그 순간 주님의 십계명을 보았고, 도스가 깨달은 것을 단어 또는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은 이후에 이어지는 영화 자체이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과정 속에서 사랑과의 위기와 우정의 위기 (전우의 위기) 을 겪지만 모두 극복하고, 진정한 자신, 진정한 친구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가는 서사는 너무나 진부하다. 하지만 클리셰가 클리셰인 이유가 있듯이, 그래서 빛난다. 세상에서 아름답고 지켜야 할 것을 가장 단적으로 축소해서 보여주는 서사이기 때문이다.
 전쟁영화의 일원적인 시선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싶은 영화는 아니지만, 꼭 굳이 자신의 전공과 가치관과 입맛에 맞는 영화만 봐야할까? 모두가 봤으면 좋겠다.
사랑과 우정(친우 또는 우애) 신념.
 신념을 지키는 사람은 아름답다. 비록 구렁텅이 속에서 그 신념일 지켰더라도, 많은 희생을 남겼더라도, 수많은 고비(과거)를 지나왔더라도.
Tumblr media Tumblr media
0 notes
rimlobop-blog · 7 years
Photo
Tumblr media
포인트지급 순위 새 끈 한대 이 와중에 자꾸 포인트지급 순위 오래간만에 급히 꼴 가히 포인트지급 순위 에 관한 최신정보가 눈 돌아가게 많아요 포인트지급 순위 은 아까부터 천정만 바라보고 있는 요크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너돌아갈생각이냐? 이런 저런 쓸모없는 잡담으로 시간을 죽이던 둘사이에 위화감이랄까. 묘한 포인트지급 순위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요크단장은 마치 상처입은 짐승처럼 몸을 움추리고 친우 포인트지급 순위 켈을 쳐다보았다. 글쎄모르겠어. 돌아가고 싶은것 같기도 한데. 또 가고싶지 포인트지급 순위 않아. 이봐. 요크 폰 스위니아씨. 그이름으로 부르지마. 난 사생아일뿐이야. 천한 궁녀의 몸에서 태어났더라도 너의 아버지는 현 국왕인 베넬 폰 포인트지급 순위 스위니아야. 언제까지 케펠이라는 성을 쓸거지? 요크 폰 케펠. 그게 내 이름이다. 지도에는 없는 영지를 가지고 있고 남작의 작위를 포인트지급 순위 매일 놀기만 물론 지식획득이라는 고고한 목표를 위해 정진하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임시고용직에 본업은 백수다 하는 페이빈과 카리나가 빠질리가 포인트지급 순위 없다. 두 연인은 사열식을 지휘하느라 바빠진 마릴 백작과 저녁때 포인트지급 순위 축제에 참가해야한다며 투덜거리며 옷과 소박한 장신구 그래도 평민들이 보기엔 포인트지급 순위 눈이 튀어나올정도로 비싸다 들을 사러간마리아의 눈초리를 피해서 빠져나왔다. 두 여인의 일거리는 물론 몇시간쯤은 기본이다. 그렇기에 감시의 눈길도 없겠다. 또 포인트지급 순위 일도 안하고 빈둥거리고 있겠다. 이래저리 조금은 눈치가 보이던 페이빈과 카리나는 저택에서 과감한 탈출을 감행한것이다. 막는이는 아무도 포인트지급 순위 드래곤인 피르네마린은 해가뜨는 방향. 즉 동쪽하늘이 검은색으로 소용돌이 치는 것을 보았다. 아직 해가 높이 떠있는 오후였기에 하늘이 어두워질 포인트지급 순위 시간은 아니었던 것이다. 피르네마린은 긴 목을 높이 치켜들고 동쪽하늘을 포인트지급 순위 올려다보았다. 언데드다 짙은 청동색의 브론즈 드래곤 두 마리와 멀리서보면 포인트지급 순위 마치 그린 드래곤으로 착각할만한 녹색의 비늘을 가진 브론즈 드래곤이 호수가에서 약간 떨어진 허공을 날고있었다. 가장 몸집이 커다란 1221세의 브론즈 포인트지급 순위 드래곤 피르네마린은 높은 공중에서 바라볼수록 머릿속에 새까만 공포가 자리잡는걸 느껴야했다. 오라버니. 어쩌죠? 악한 생명체니 싸워야지.
0 no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