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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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ried to redraw screenshot but i got lazy.....
지붕 위에서 장비들로 외계 전파를 잡다니 괴짜같으면서도 낭만있다........ 딥 이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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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나오는데 우리 진돌이 아침산책을 위해 대기중
앞에 참새들이 떼거지로 출근준비 하고 있는걸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 앞에 의자는 진돌이 할머니와 동네 어르신들 전용석 )
왠지 찍고 싶은 느낌
튼실한 허리에 빵빵한 궁디 메롱 하는듯한 꼬랑지..
이녀석 재미난게 사진 찍으려고 준비하는데 물끄러미 돌아보기에 " 어~ 좋은 아침 ~~" 하니까 바로 참새들 관람 모드로 채인징 .
진돌이가 줄에 매여있다고 뭐라시는 분들이 더러 있는데 말임돠 진돌이는 그냥 넵둬도 되는 애지만 지나가는 분들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 묶어둔거쥬..
풀어둔것과 묶어둔 것의 차이는 크거든요 ..
특히나 진돌이처럼 대형견은 입마개도 해줘야 마음이 놓이는 분들이 많아서요 사실 잰 영리해서 제 목줄 지가 알아서 물고가는 그런 애거든요
그 목줄은 진돌이를 위한게 아니라 행인들�� 위한거죠
사실 안그런데 남을 위해 그런척 해야 하는 경우가 있죠 진돌이의 목줄 같은 경우죠
그런것들이 우리에겐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지만
진돌이는 초월했는지 잘 지내더라구요 ( 진돌이의 총 ㅓㄹ한 영상을 찍고 싶지만 이녀석 워낙 빼꼼이라 누가 찍으려면 맘대로 찍게 두질 않아서 아직도 못찍었어요 ㅎㅎㅎ )
우리도 스트레스에 무감각 해져 보는건 어떨까 싶어요 ^ ^
오늘도 화이팅요 ㅎㅎㅎ
#광명전통시장 #광명시장 #전통시장 #추천맛집 #광명왕족발 #광명할머니왕족발 은 #광명소셜상점 #광명8경 #광명동굴 #광명시 #LocalGuides 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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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났다
내가 왜 이 방 침대에 누워있나 순간 엥? 하다 옆에서 그루밍하는 누렁이보고 생각이 났다. 여름엔 저 작은방에서 같이 자다가 얘가 큰 일을 봐도 창문을 열고 자서인가 깨지는 않..아니 깼더라도 베란다에 맛동산 봉다리 옮겨놓고 다시 잘 수 있었다. 아 근데 어제 밤엔. 일단 곤히 잠든 인간을 깨울 수 있단 사실에 놀랐고 밖에 버렸는데도 이미 공기분자 사이사이를 채운 쟤의 그것의 냄새분자의 강력함에 또 놀랐다. 그 강력함은 도저히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차갑게 식은 이 방에 와서 전기요를 켜고 너도 이리와 부르고 그래 그리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쓰고 잠들었었지. 아 이녀석 화장실을 어디로 옮겨주나 환풍기있는 저기 저 화장실이나 베란다? 저 방에 환풍기를 달 수는 없겠지. 집사들을 위해 이젠 아파트에 반려동물전용 화장실공간도 만들어줬음 좋겠다. 환기 팬과 버튼은 필수로 달아주고.
와~ 안쓰는 욕조 전체를 화장실로 바꿔주면 얘 신나 죽을지도 모르겠다 ㅎ 그곳에서 모래목욕하는 상상하며 욕조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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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뭐야 텀블러 이녀석 신기한 기능이 있네
이것은 저의 그뭔씹 플리.
풀어서 쓰자면 <트유 회전 도는 동안 집 가는 길이든 과몰입하는 동안이든 그림 그리는 동안이든 어쨌든 자주 들었던 곡 모음> 플리입니다....... 한번 싹 모아두고 싶었다 이제 또 시간 지나면 다른 곡으로 싹 갈아치워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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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t
난 왜 이꼴이지? 라고 묻자
날 안고있던 그가 내게
언젠 그꼴 아닌적 있어?
라고 대답했다
제이슨 이녀석 천재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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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
모처럼 파란 하늘이었다가 비가 왔다. 비가 엄청 온다고 뉴스에서 매일 나오지만 엄청 오지는 않고 항상 찔끔식 내린다.
집앞에 나왔는데 한 3주전?에 처음 만난 흰냥이가 볼일을 보고 있었다. 비맞으며... 이녀석... 뭐지? 먹을거 챙겨주려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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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스프 만들기
마녀스프 만들기, 양파요리하는 방법은? 건강에 좋다고 해서 챙겨먹고 있는데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있었는데요. 오늘 드디어 그 궁금증 해결했어요! 바로 야채수프만드는법 인데요 ᄒᄒ 한끼식사로도 충분한 이녀석~ 그리고 집에서 쉽게 해 먹기도 쉬운편이라 저처럼 게으른 주부들에게 딱이에요^^ 짜잔 이거 한번만 끓여주면 완전 든든해요 ^^ 스프 만드실때 다양한 채소를 넣어서 끓이시잖아요 그때마다 귀찮아서 따로 사다가 대충 끓였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가루형태로 되어있는거라면 엄청 간편할 것 같아요 ^^ 보통 하나씩 들고가서 뜨거운물 부으면 끝!! 넘나 간단해서 맘에드네요 무엇보다 마트가면 종류가 너무 많은데 그런건 진짜 별로더라고요 ᅲᅮ 근데 이건 버섯과 토마토 시금치 브로콜리등 들어가기에도 참 괜찮죠잉?? 이러니 자주자주 손이가겠어요!! 평��� 요리 잘 안하시거나 관심없으신 분들이라도 이것만큼은 꼭 도전해보셨음 해요 ^^ 직접 제돈 주고 구매했고요 배송비 무료배송까지 받아본 후기랍니다 :D 이웃님들의 성원으로 베스트상품 등극!!!! 슈퍼푸드라고도 불리며 장수식품 중 가장 으뜸인 음식이라고 하던데 왜 이걸 이제야 알았을까요!!! 전 그동안 뭘 모르고 살았었던 걸까요..; 아무래도 요걸 처음 접하다보니까 첨엔 당황스러웠어요 무슨맛일까… 내입에도 맞을까 싶구 그치만 드셔보고나니 요거 정말 맛있더라구요 ~~~ 요즘들어 점점 인스턴트음식이나 과자같은것들보단 이런게 더 땡기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어색했었다니까요 ᅲ 그래서 포기할까 고민 했었다니깐요 그러다가 아이반찬 때문이라도 더 신경쓰려고 노력중이구요 매일 같이 시켜먹기만 했으니 이제부터 바꿔봐야겠다 생각중인데…. 역시 실천하기란 어렵구나 새삼 깨닫습니다 ᅳ_ᅳ;; 또르르 맛이 궁금하니 얼른 뜯어야겠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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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세상이 바뀌면 법도 바뀐다 입니다 보호관찰 특성상 누구보다 그 뜻 잘 안다고 하셔서 상처 치유중 입니다 다시 온 제주에서도 물 또 빼고 장 하천 공사도 해주셨습니다 사실은 종료해도 되는데 제가 원했습니다 온전한 사지로 사회생활 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래서 명령에 복종하는 겁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녀석 정치 9단 이라고합니다 아닙니다 고통피해 달아난다고 열심히 노트필기 하다보니 세상지면 지식을 먹으면서 외운겁니다 전 오영훈 각하 통령으로 위기격상 바랍니다 사실 제주도 남반구 맞고 북반구와는 반대시간 입니다 그런데 도지사하니까 늘 4급지 행정상 면직 면장처우로 고성시의회 끌려다니고 서귀포시 의회 행사때마다 불편한 심기를 방송에서 보이셨습니다 인간다운 모습이죠 그래서 고성시 의원 타의원에게 얻어 터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삼도가 만든 김한규 의원은 하극상 용납이 안되었죠 그때문에 재판에 여러번 출석 하시고 벌금 90만원으로 풀리셨는데 저도 용납이 안됩니다 그래서 각하로 제주특별자치도 대통령 으로 격상 원하는 겁니다 앞으로 APEC 도 나란히 준비 하셔야 하는데 외국 각하들은 계단 싫어합니다 대한민국 통수권자이신 윤석열 당행 각하께 합헌 인정을 바라는바입니다 각하 혼자보단 여럿이 드는게 쉽습니다 정치도 백지장 아닙니까 의원 정족수 구성 방송 심의 편찬 바랍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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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영화추천 아 진심 소름돋게재밋더라
이와중에, 멜로영화추천 허튼 짓거리하루 한 번 멜로영화추천 조금 더 풀어봅니다작가의 상상력과 창의력에 박수를 보낸다 멜로영화추천 어딜 내놔도 꿇리지가않네멜로영화추천 바로가기 주소 : bit.ly/3GlkpdA개를 꺼내서 공고문을 읽어준다고 떠벌린 경비병에게 쥐어주면서 말했다. 저기 아저씨 혹시 요크나이트 기사단이 어디있는지 아세요? 흠?. 겨우 동화 다섯개냐? 하긴 꼴을 보니 돈도없어보이긴 하지만. 좋아. 잘들어라 두번 말하지 않을테니까. 멜로영화추천 꼬마야. 저기 길보이지? 그길을 따라서 돌아가다보면 오른쪽으로 꺾여지는 작은 소로가 있을거다. 그리로 쭉 따라가다보면 나올거다. 고마워요. 아저씨 이녀석 난 28���이야 네에 아저씨 아저씨라고 불린게 기분나쁜지 방방뜨는 경비병을 뒤로하고 마릴은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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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걸을 해
도도걸스 – 한채영 [2] 오글오그라들어..ᄏᄏ 미샤 타임 레볼루션 나이트 리페어 사이언스 아하~!! 드디어 구매를 했구나… 도도걸 바로가기: 도도걸에 대해 더 알아보기 이녀석! 이름이 ‘타임레보’라는 제품이다. 에스티로더에서 나온 제품으로 유명한데 나는 처음 써��다. 이런 느낌? 약간 기름진 제형의 색소침착된 피부, 기미, 주근깨의 원인인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여 생기있는 피부를 만들어준다고 한다. 가격은 15,000원 정도?? 다른 화장품에 비하면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긴 하지만 효과는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ᄒᄒ 나도 곧 내 피부가 좀 더 좋아지는 날이면 꼭 사야겠다 * 가격대비 효과만점. ᄏᄏ(한달째 계속 쓰고 있음) 다음엔 어떤 제품을 써야지 ᄒᄒ 이런 좋은제품들을 알게되어 넘 행복하다.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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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날은 보통 점심을 안 먹고 가족과 저녁을 먹죠 .. ( 일주일에 한번은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해야죠 ㅎㅎㅎ )
구런데 어제는 돈까스가 나왔지 말입니다 ..
이럴땐 일단 먹구 봐요 .. ^ ^
그리고 집에 오는데 차.안에서 나온 저녁메뉴 이야기 .. ( 아 배부른데 .. ㅡ ㅡ ;; )
그래서 가볍게 먹자고 했더니 다 제각각 이더라구요 대부분 외식으로 가는데 외식은.사실 가계부를.힘들게.하는 주요 원인이죠
그래서 집에서 먹기로 하고 아들표 파스타로 의견을 봤어요 ( 아들이 한여요리 하는 )
아들이 투덜대면서도 자신이 인정 받는게 좋았는지 시크하게 해주더라구요..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녀석 전공은 의료기기인데 전공보다 음식을 더 잘하는듯 ..
#광명전통시장 #광명시장 #전통시장 #추천맛집 #광명왕족발 #광명할머니왕족발 은 #광명소셜상점 #미리내가게 #광명8경 #광명동굴 #광명시 #LocalGuides 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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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
*1부 2장 이후로 유연이는 백기를 백기(白起) 이름 그대로 부르는데 이번 데이트는 고등학교 시절을 추억하는 데이트인 만큼 선배(学长) 라고 자주 언급하길래 대화 중에 선배 또는 백기라고 언급할 때마다 따로 표시해둡니다. 표시못한 거면 제가 까먹은 거 맞아요.
* 뇌절 번역 주의해주세요.
첫사랑 그 날, 데이트
"뭐? 다통이 네가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했다고?! 헐! 왜 초대장 안 보낸 거야!"
"맹구 너 민정국에서 일한다면서, 급여는 어때? 내 사촌 누이도 거기 들어가고 싶어하거든."
"진 형, 진 형. 저번 일은 고마웠어. 나중에 같이 밥 먹자."
"애초에 빅 마우스와 잎새는 우리반의 유일한 단짝이 아니었어? 그런데 오늘은 빅 마우스만 왔네……"
모두들 교복을 입고 이전에 앉았던 자리에 앉아 흥분에 차올라 쉴새없이 이야기하면서 교실은 한껏 시끌벅쩍했다. 친숙하면서도 또 낯선 얼굴들이 어린 시절의 풋풋함을 벗겨 버렸지만 청춘이던 시절의 모든 기억들을 쉽사리 불러들였다. 내 자리에 앉아있으니 고3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이런 행사를 갑자기 열지 않았다면 우리가 어떻게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겠어?"
연모고등학교는 지금의 강의동을 한층 더 새롭고 현대화된 모습으로 학생들을 맞이하기 위해 건물을 리모델링할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보기에도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들은 추억을 정말 많이 간직하고 있었다.
이에, 리모델링을 하기 전에 학교 측은 졸업 연도에 따라 매회 졸업생들을 차례대로 학교에 불러서 그 시절의 교복을 입히고 기념 사진을 찍게 했다.
지난 날, 놓쳤을지도 모르는 아쉬움을 기념으로 남긴 셈이다.
"그런데 이 나이에 고등학교 교복을 입는 건 꽤 부끄럽네"
"형 누나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전 이제 겨우 18살인데요."
"맞아, 사실 전 고등학교 1학년이라 선배님들 행사에는 처음 참가하는데 이따 집에 가서는 답안지도 작성해야 해요."
"풋."
앞에 있는 책상에서 예전과 다름없이 서로 다투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뒷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3반의 류위는 그 당시에 소문난 점쟁이었는데 지금은 형이상학을 연구하고 있대, 꽤 정확하다는데."
"솔직히 학교의 유명인이라고 하면 백기 형이 최고지 않겠어?"
한쪽에서 한예준이 자랑스럽게 턱을 들어올리고는 망설임 없이 손끝으로 교탁을 두드렸다.
순식간에 조용해지면서 잡담을 나누던 친구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 사람…… 내가 알기론 특파서 지휘관이 된 것 같던데?"
"뭐? 경찰이 됐다고?"
"그, 그 사람 그 당시에 매일같이 조폭들이랑 싸우고 다니지 않았어? 괜찮은 거야?"
"재밌네. 체포된 게 아니라 사람을 체포하러 다닌다는게."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 백기 형은 지금 '능력 출중한 동창생'이거든?"
"유연이 너도 어서 말해 봐."
나는 그들을 바라보니 왠지 모르게 오래 전, 선배와 재회했던 그날의 장면이 떠올랐다.
반항아였던 소년은 내 삶 속에 다시 찾아와 웃으면서 자신이 나중에 감옥에 갈 것 같았냐며 물어봤었지.
*1부 1시즌 기적의 발견 2-6장 중판 대사 직역
의외라고? 고등학교 때 너도 내가 감옥에 갈 거라고 생각했었나봐, 안 그래?
"선배(学长)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사실 예전에도 그랬었고 지금은 더 훌륭한 사람이 됐어."
몇몇 친구들이 백기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자,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내 얼굴을 소리없이 스치면서 내게 닿으려는 듯 했다. 창밖으로 나무 그림자가 흔들거렸다. 나는 그 장면을 잠시 바라보다가 조용히 교실을 나왔다.
*
고3 때 이 층은 반마다 시끌벅적했었지. 나는 복도를 걸으며 천천히 그 시절로 돌아갔다.
복도가 텅 비어있으면 확실히 많은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화장실을 함께 다니는 모습, 고통스런 목소리로 체조 시간에 참여하기 싫다는 모습, 복도 창가에 기대어 소문을 퍼뜨리는 모습들, 짝사랑하는 남학생을 보기 위해 여동생을 데리고 복도 반대편 반을 찾아가는 모습……
수많은 모습들이 내 곁을 지나가면서 그 시절 강의동의 건물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자,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추억들만이 머릿속에 남았다.
더욱이 아쉬운 건, 이렇게 추억으로 가득한 강의동 건물에 선배와의 추억은 적다는 것이었다.
어른이 된 우리가 몇 번이고 돌아온다 해도 나에게는 여전히…… 아쉬움이 끊이질 않았다.
나는 3학년 7반 교실의 뒷문에 멈춰 서서 몰래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7반 친구들도 우리 반처럼 시끌벅적하게 모여 있었고, 선배가 앉았던 자리에는 낯선 얼굴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한참 뒤 눈을 깜빡거리며 고개를 숙인 채 강의동을 빠져나와 기억을 더듬어 다른 건물 5층에 있는 무대 연습실로 향했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나는 문고리를 잠갔다.
문이 잠겨 있지 않아 쉽사리 밀고 들어올 수 있었지만 다음 순간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
한 남자가 창가에 기대어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을 받고 있었다.
깨끗한 흰 교복 사이로 산들바람이 그의 눈매를 스쳐갔다.
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미소로 가득한 입매와 거만하면서도 맑은 눈빛을 하고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있기만 했지만 되려 나는 온 세상이 환해지는 ���낌을 받았다.
쉬폰 소재의 베일이 휘날리자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눈 하나 깜빡하지 못했다.
평소처럼 수업을 마치고 음악실 문을 열자 바로 앞에 있는 소년의 눈동자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모든 것이 따뜻함으로 가득 찬 햇빛 속에 있어, 잊을래야 잊지 못할 것 같았다.
내가 멍하니 서 있자, 그는 웃으며 한 걸음씩 내게로 다가왔다.
"무슨 생각해?"
뜨거운 손바닥이 내 손목을 잡고 살며시 잡아당기자, 나는 이내 곧 끌려갔다.
'찰칵.'
문이 닫혔다.
1장 독점방송국
[단순한 목적·공 선생님과 백기의 대화]
"들어오세요."
"백기니? 왜 이제야 온 거니? 지금은…… 이미 행사가 끝났는데."
"죄송해요. 갑자기 일이 생겨서 늦었네요."
"제가 교문에 들어섰을 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고 있는 걸 봤어요. 아직도 운동장에서 공차기를 하고 있는 몇 명은 본 적 없는 낯선 얼굴이라서요."
"모처럼 선생님께 인사는 드렸으니 참여한 걸로 치죠."
"너도 참…… 서 있지만 말고 이리 와서 앉으렴. 여기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사진도 찍지 못해서 유감스럽겠구나."
"괜찮습니다.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반 친구들과는 친하지 않았잖아요."
"말은 그렇게 해도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잖니."
"내가 듣기론 학교 측에선 매회 졸업생들을 차례대로 모교로 불러들인 건 며칠이나마 학창 시절에 놓쳐버린 시간들을 친구들과 함께 추억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더구나."
"아니면 네 예전 담임 선생님께 넣어달라고 연락드려볼까?"
"번거롭게 그럴 필욘 없으세요."
"참, 선생님 얼마 전에 입원하셨다고 유연이가 그러던데, 몸은 괜찮으신가요?"
"고질병인 류머티즘 때문이지. 작년에 반년 동안 파견 나가있던 *섬에서는 바닷바람이 많이 불었거든."
*2022 야자섬 데이트 참고;
"사실 별일도 아니었는데 아내가 절대로 병원을 가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다고 들들볶아서 말이지."
"검사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죠. 그래도 아직은 많이 신경써야 할 때니 꾸준히 운동하고 규칙적으로 식사하세요, 너무 무리하지도 마시고요."
"(ㅎ) 네 입에서 나오는 말은 왜 그렇게 설득력이 없니?"
"……흠."
"그렇지, 그러고보니 유연이와 같은 동기 졸업생들이 모레 학교에 온단다."
"시간만 괜찮다면 차라리 그녀와 같이 방문하는 건 어떻겠니?"
"네, 시간은 괜찮아요."
"그럼 잘됐네. 학교가 아직 너희들이 잘 알고 있는 모습일 때 ���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추억도 찾아보고……"
"(쓰읍하고 호탕하게 웃으심) 너 이녀석, 그 얘길 하려고 날 찾아온 거구나?"
"그런 목적도 어느 정돈 있었지만 정말로 선생님을 찾아뵙고 싶었어요."
"(어휴 됐다 됐어 같은 뉘앙스) 그렇겠지. 내가 너네같이 젊은 애들 마음도 모르겠니? 걱정 마라. 때가 되면 내가 눈감아 줄 테니까 너희들은 적당히만 하렴."
"네가 알아둬야 할 건 모레에는 이렇게 입지 말고……"
"알고 있어요. 고등학교 교복 입어야 하는 거잖아요."
"너도 이미 생각해놓은 게 있는 듯 하니 모레에는 *네 가족과 함께 찾아오렴."
"생각만 해본 거라 선생님의 승인이 필요해요."
"어허(!),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보구나."
"폐는 끼치지 않을게요."
"그럼 모레 다시 찾아뵐게요, 그녀와 함께요."
(*원문은 人家으로 문맥이나 디렉팅으로 보아 미리 점찍어둔 사람, 장래에 결혼할 사람. 즉, 정인이나 곧 가족이 될 사람인 유연이를 가리키는 걸로 봄. 별☆거 아닌 듯 보여도 외궈런인 전 이런 사소한 부분마저도 너무 좋아서 바이두 사전과 함께 인용합니다. ^^ . 그치만 과몰입은 아닌 듯 한 게 백기 역시 짓궂게 人家 가족과 함께 오라는 공 선생님의 말에 她와 함께 찾아뵙겠다면서 만만치않게 응수하죠 ㅋㅋ +가족은 너무 직접적인 게 아닐까 싶었는데 최근 스토리 보면 가족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 수정합니다)
2장 회상
"선배(白起)가 여기에는…… 어떻게?"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얼굴을 바라보며 시선을 서서히 아래로 옮겼다.
그의 너무나 진지한 시선이 내 발끝에 닿으면서 천천히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웃지 말아요."
"저도 직장인이 다 됐는데 여전히 고등학교 교복을 입는다는 게…… 좀 부끄럽긴 해요."
"부끄럽다고?"
"아주 예뻐."
"예전처럼 예뻐."
분명하진 않지만 그의 고양된 목소리에서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교복과 햇빛의 영향인지, 그의 말을 들으니 오히려 더 부끄럽기만 했다.
"아직 제가 한 질문에 대한 답은 못 들었잖아요. 왜 여기 있는 거예요?"
"졸업생이라곤 할 수 없지만 나도 연모 고등학교를 다녔던 학생이니까."
"우리 학년 동기들이 학교를 찾을 시기가 업무와 겹쳐져서 며칠 전에 날짜를 바꿨지."
"선배가 이런 일에는 관심이 없을 줄 알았어요."
"거기다 학교 측에선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을 우려해서 시간이 맞지 않는 졸업생들은 학교에서 따로 시간을 조율한다고 했는데."
"오늘이…… 그 날은 분명 아닌 것 같네요."
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의 눈썹이 제멋대로 치켜 올라가더니 그가 함박웃음을 ��기 시작했다.
"관심이 있는 것도, 오늘인 것도 아니야."
"그냥 널 만나려고 온 거지."
"그럼 안 돼?"
저 반짝이는 호박색의 두 눈동자에 빛무리가 어우러지면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햇빛이 너무나 찬란하게 빛나는 탓인지, 아니면 심장이 너무도 격렬하게 뛰는 탓인지 그를 보고 있자니 내가 정말 16살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 시절 내가 놓쳐버린 소년은 솔직한 모습으로 서서 내 모습을 눈에 가득히 담았다.
"왜 안 되겠어요?"
나는 한껏 입꼬리를 올리며 감회 깊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치만 선배를 만날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 걸요…… 선배가 고분고분하게 교복을 입고 올 줄도 몰랐고요."
"그거 아세요? 방금 전 교실에 있을 때만 해도 *그날의 기억들이 잡힐 듯 말 듯 했는데."
"선배를 만난 그 순간 제가 정말로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어요."
*의역 가득
"그랬어?"
그는 입꼬리를 올리고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내 쪽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신발 사이의 틈이 불과 몇 센티미터 차이로 맞부딪치면서 백기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숨결의 열기가 내 얼굴을 덮치자 내가 고개만 들어도 그의 반짝이는 속눈썹 뿌리와 함께 그의 호박색 눈동자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정말로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거라면……"
"내가 18살이었다면 내가 너에게 이렇게 다가가지도 못했을 거야."
바람이 살며시 그의 이마 위에 있는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소문 속의 소년은 고독했다. 그는 늘 낯선 이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가시를 곤두세우고 언제까지고 구겨진 교복을 입을 것 같았다. 학교의 어두운 구석 곳곳마다 그의 전장이 되었기에.
(*의역;원문 찬바람이 느껴지는 적대감을 걸치고)
유언비어 속의 그는 천성적으로 어떠한 온기도 미소도 갖추지 않고 조금도 부드럽지 않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소문의 중심에 있던 사람은 거짓없이 내 앞에 서 있었다. 생기 넘치고 생동감 있는 모습으로.
그가 외로이 고집스럽게 감춰둔 감정들은 끝없이 펼쳐진 깊은 숲을 보는 것처럼 천천히 헤치며 나아가야 그 숨겨진 발자취 속에서 서서히 그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바로 그 행운아 이고, 그에게 유일하게 허락 받은 사람이었다.
나는 그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손끝으로 그의 교복 앞깃을 살짝 움켜쥐고 발끝을 세우면서——
그의 볼에 뽀뽀를 했다.
"16살이었다면 저도 이런 짓 용기내서 못했을 거예요, 선배님(学长)."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손끝 아래에 있는 가슴에서도 진동이 격렬하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지금이 딱 좋아."
나지막하게 울리는 웃음소리가 귓가에 파고들면서 가까이 다가오는 그의 얼굴에 나는 그만 눈을 감았다. 따뜻한 숨결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내 마음속에도 스며들었다.
*
그런데 문밖에서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려왔다.
눈이 갑자기 번쩍 떠�� 내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찰칵'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그와 함께 나는 맹렬하게 그의 품에 안기면서 문 옆의 사각지대에 숨었다.
"선배(白起) 지금……"
"쉿."
그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검지 손가락을 나와 그의 입술 사이에 두었다. 그의 눈은 짓궂은 미소로 가득했다.
"이상하네, 방금 전 류 선생님이 문 잠그지 않은 걸로 아는데…… 누가 여기 왔었나?"
문밖으로 낯선 소리가 들리자 나는 벽에 등을 기대고 백기가 만든 그림자 속에 완전히 파묻혔다.
"가만 있어. 안 그럼 선생님께 들킬 거야."
"우리가 발각되지 않을 방법, 선배는 이미 알고 있죠?"
"알지."
"하지만 난 지금 이대로가 좋아서."
"아니다. 연습실 열쇠는 *수위실에 있겠지……"
(*원문은 우편물 관리센터인데 우리나라의 수위실 개념임)
한숨소리와 함께 발소리가 멀어지면서 세상은 다시 조용해졌다.
"왜 선생님을 문 밖으로 내쫓으려는 거예요?"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전에도 해본 짓이기도 하고."
내 눈에 보이는 그에게서 유난히 당당함이 느껴졌다.
웃음이 터진 나는 제자리에 멈춰서서 형용할 수 없는 설렘으로 마음속을 차츰 물들였다.
"하지만 이럼 나쁜 짓 하는 것 같잖아요."
내 말을 듣고는 백기의 입꼬리가 걷잡을 수 없이 치켜 올라가면서 위험한 아우라와 함께 그는 목을 숙여 내 귓가에 속삭였다.
"선생님을 문 밖으로 내쫓았을 때부터 우리는 이미 나쁜 짓을 하고 있었어."
그의 나지막한 소리에 귀가 화끈거리고 간지러웠다.
그가 이런 방식으로 나를 일깨우자 방금 전의 장면이 순식간에 머릿속에 떠올랐고 1센티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했던 키스가 내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그의 두 팔이 힘으로 나를 비좁은 사각지대에 가두면서 그의 눈동자가 내 시선을 고정시키는 바람에 나는 숨을 곳이 조금도 없었다.
"그게…… 나쁜 짓이었던 건가요?"
"왜 아닐 것 같아?"
"지금 넌 이름난 문제아와 함께 있어."
"땡땡이에 치고 박고 싸우고, 낙제에……"
"그렇지만 내가 한 나쁜 짓은 이거 하나밖에 없었어."
기나긴 시간 속에서 진심을 다해 갈망*해온 듯한 그의 그윽한 눈빛은 그의 웃음 섞인 목소리와 함께 내 숨결에 닿았다.
(*립스피에도 언급된 단어 渴慕, 이후에도 언급됩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어."
"착한 후배님을."
(*好学生 원문은 착한 학생이지만 제 취향대로 의역함)
오토바이가 쏜살같이 지나가면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갑자기 멈추자, 백기가 헬멧을 벗고 단번에 차에서 뛰어내렸다.
이어폰에선 여전히 고진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백기는 참다못해 고진의 말을 잘라버리고 그와 동시에 바로 집으로 달려가 욕실에 들어갔다.
"이제 그만 좀 하시지, 이런 건 너희들이 처리할 수 있잖아?"
"야, 너야말로 데이트 가려고 서두르는 거잖아? 급하다고 서둘러 가길래 만두 두 개 포���해줬더니."
"가져가서 너 혼자 먹던지."
"아이고, 여자 때문에 친구는 뒷전이시네."
"알면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만두로 네 주둥이나 막지 그래?
"끊어, 정말로 바쁘다고."
백기가 말을 마치자 전화기 너머에서 나는 비명소리가 재빨리 끊어졌다.
마침내 조용해졌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수증기에 안개가 자욱해지자 그는 옷을 두 세벌 벗어 제끼더니 재빨리 샤워를 했다. 촉촉해진 머리를 닦고 침실로 돌아오니 시간은 마침 아침 9시였다.
늦지 않았네. 백기는 이렇게 생각하며 한쪽에 있는 스탠드형 옷걸이에 시선을 옮겼다.
흰 교복이 조용히 걸려 있었고 쏟아지는 햇살이 잘 다려진 소매의 칼라에 걸려 있고 싱그러운 세제 냄새가 은은하게 향을 풍겼다.
학교 측의 초대를 받은 백기는 상자 바닥에 깔려 있던 고등학교 교복을 들춰내면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다리미까지 찾았다.
이 다리미 역시 여자아이가 사온 거였지, 평소에 자신은 귀찮아서 잘 쓰지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자리에 가는 것이니 그는 인내심을 들여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자기 관리를 했다.
그녀와 함께 연모 고등학교를 다시 찾는,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
*
머리카락이 그럭저럭 말라서 백기는 샤워 타월을 아무렇게나 침대 위로 내던졌다. 그러고선 교복으로 갈아입고 열심히 교복 단추를 하나하나 채웠다.
심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두 번째 단추 자리는 실밥만 미세하게 보일 뿐, 단추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힐끗 보니 9시 15분, 나갈 시간이었다.
평상시의 그는 외출할 때 거울을 보는 습관이 없었지만 오늘의 백기는 자기 자신을 두어번 더 쳐다보고 머리도 더 만져봤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웃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생각은 그가 자전거 페달을 밟고 연모 고등학교 교문 앞까지 다다를 때까지 계속됐다.
*
학교에서 준비한 행사 절차에 따르면 지금은 다들 이미 각자의 교실에 있을 시간이었다.
그 생각이 들자 백기는 능숙하게 옆 측면 계단을 따라 여자아이의 반까지 걸어갔다.
하지만 교실은 텅 비어 있었다.
"……"
문득, 그는 이건 틀림없이 교복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가니 여러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여자아이가 있는 교실로 가서 몸을 살짝 기울여 뒷문에 있는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이 각도에서는 교실 안의 사람들이 자신을 절대 발견하지 못하겠지.
*후의 내용 복선
이건 백기가 17살이 되던 해부터 아주 확실한 일이었다.
그는 한눈에 그녀를 알아봤다.
이전에도 수없이 그래왔듯이 그는 지금 같은 순간에, 사람들 속에서 그녀를 한눈에 찾았다.
올라가는 그녀의 입꼬리, 햇빛 아래 그녀의 교복에 번지는 그림자, 그리고 반짝이는 그녀의 두 눈동자.
자신의 기억 속에 깊이 박혀 있던 그 시절의 장면들이 모��� 빛을 밝히는 것 같았다.
백기 자신도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마음 속에서 계속 떠나지 않던 감정들도 모두 서서히 타올랐다.
웃음꽃을 피우는 가운데 한예준이 자신의 이름을 언급하고 잠시동안 상당한 토론이 벌어지는 것을 예리하게 캐치해냈다.
한예준 이 자식은 필터링 없이 말하는 버릇을 고칠 때도 됐는데.
백기는 눈썹을 치켜올렸지만 무의식적으로 진지하게 듣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그들의 논쟁과 평가에 연연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자신에 대해 뭐라고 말할지 듣고 싶었다.
"선배는……"
"사실은 예전에도……"
여자아이의 목소리는 주변에서 여기저기 떠드는 이야기 소리에 삼켜진데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 더욱 제대로 듣기 힘들었다.
분명 다들 졸업해서 사회생활 하고 있을텐데도 왜 아직도 고등학교 때처럼 시끄러운 거지?
그러다 백기는 여자아이가 갑자기 일어서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모퉁이로 몸을 숨겨 천천히 7반 뒷문에 멈춰서서 그녀가 교실을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제보니 아쉬움은 아쉬움이 아니라 그냥 조금 늦었던 것일 뿐이었다.
여자아이의 그림자가 계단 입구에서 사라지자 백기는 문득 그녀가 어디로 가는지 알 것 같았다.
*
그는 지름길로 가기 위해 옥상으로 달려가 열려져 있는 창문으로 다른 건물의 5층에 있는 음악 연습실로 뛰어 들어갔다.
왠지 모르게 심장이 떨리면서 기대되기 시작했다. 18살 때처럼 셀렘을 멈출 수 없었다.
3장 회상
결국 우리는 선생님이 열쇠를 가지고 연습실로 돌아오시기 전에 몰래 빠져나왔다.
가슴 한가운데에 설렘과 떨림이 한데 모이면서 낭만을 가진 붓 하나가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우리가 햇살 속에서 함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그려 넣는 것 같았다.
"선배(学长), 이렇게 선배와 학교 안을 걷는 건 처음이네요."
백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미세하게 눈을 내리깔면서 나와 맞닿고 있는 손가락에 살짝 힘을 주었다.
"왜 그래요?"
"아무것도 아냐."
"그냥 갑자기…… 상상했던 것보다 더 내가 기뻐하고 있다는 걸 알게 돼서."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그 안에는 무척이나 강렬한 감정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한동안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 그저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갑자기 휴대폰이 진동했다. 나는 반 단톡방 메세지를 한번 쓱 보고 고개를 들어 백기를 바라보았다.
"10분 뒤에 교실 안에서 사진 촬영을 한대서 교실에 다녀올게요."
"그럼 내가 데려다줄게."
그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계단 입구로 향하기 위해 돌린 발걸음은 확실히 평소보다 훨씬 느렸다. 나는 그의 옆을 걸으면서 조용히 발걸음을 늦췄다. 강의동 안의 먼 곳으로부터 시끌벅적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나와 백기는 느릿느릿 걸으면서 시간이 슬그머니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었다. 분명 잠시 뒤면 다시 만날 텐데도 분명 괜찮을 거라는 말은 없었다.
문득 이게 한 번에 15분 걸리는 사진 촬영인지 아니면 45분짜리 ���업인지 구분이 안 갔다.
교실 입구에 거의 다다르자 딱 10분이 되었고 나는 고개를 숙이고 그의 손을 놓았다.
"촬영이 다 끝나면 메세지 보낼게요!"
"응."
*
"계속 너 찾았어! 어디 갔었어?"
(*입맛대로 의역)
"또 누가 안 왔는지 볼까……"
"왜 이렇게 고등학생인 것처럼……"
"우리 지금 고등학생 아니었어?"
내 곁에 선 곱디 고운 소녀가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단 한 순간만에 나는 분명 평범했지만 반짝이던 과거의 그 시절로 돌아갔다.
좋아하는 친구가 옆에 있고 좋아하는 소년은 방금 전 내 손을 잡았었다.
"자! 다들 이쪽 봐——"
"3——2——1——"
"치즈——!"
과연 내 청춘은 언제 막을 내렸을까?
어쩌면 그건 졸업식이였을 수도 있고, 바쁜 업무를 처리하며 분주하게 뛰어다니던 때였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여지껏 막을 내린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눈부시게 피어오르면서.
"이따가 내가 찍은 사진들 반 단톡으로 보낼게. 다들 알아서 저장해!"
"지금부터는 자유 시간이니까 강의동의 다른 곳을 찾아서 사진을 찍거나 다른 반 친구를 찾아가도 돼."
"시간 되면 다들 곧장 운동장으로 모이고!"
단체 촬영이 끝남과 동시에 수업 시간이 끝날 때 나오는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다들 삼삼오오 모여 이따가 어디로 가서 사진을 찍을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른 반들도 같은 일정이라 교실 밖 복도는 서서히 떠들썩해졌다. 방과 후 쉬는 시간과 별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교실 밖에서 뭔가 관심을 끄는 일이 있는지 복도를 지나던 사람들은 의아해하며 발걸음을 늦추고는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교실 뒷문에도 몇 명이 모여서 무슨 소리를 속닥이고 있었다.
"유연아, 이따가 같이 사진 찍을래?"
"나는 볼일이 있어서, 너희들 먼저 가봐."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켜서 백기에게 메세지를 보내려는데 복도 밖으로 유난히 우렁찬 한예준의 목소리가 얼핏 들려왔다.
"백기 형?! 어쩐 일이에요!"
"오고 싶어서 왔어."
나는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 교실 뒷문 너머로 한 사람이 조그맣게 보였다.
*
내가 휴대폰을 쥐고 얼떨떨하게 문 쪽을 향해 걸어가니 백기가 한쪽 다리를 구부리고 복도 창가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그는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다른 한 손으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금색의 빛이 그의 몸을 비추면서 무관심해 보이는 두 눈동자는 역광에 숨겨져 완전히 차가워보였다. 백기의 얼굴에선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잇따라 쏟아지는 놀라움과 궁금증 가득한 시선들 또한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한예준은 흥분해서 그의 곁으로 다가갔지만 그의 마음은 딴 데 가 있는 듯 그는 한예준의 말에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리고선 갑자기 뭔가를 알아차린 듯 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나의 시선과 마주치면서 무관심해 보이던 그의 호박색 눈동자는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는 주머니에 휴대폰을 아무렇게나 쑤셔놓고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껏 받으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촬영은 끝났어?"
"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왜…… 안 불렀어요?"
"널 기다리는 거야, 별일도 아닌 걸."
"갈까? 함께 돌아다니자."
그는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아당기면서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 속을 누볐다.
"백기 형, 여자 때문에 우정을 버리는 거예요?"
"알겠으면 방해하지 마."
백기는 한예준의 외침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귀찮다는 듯이 한마디 던졌다.
기억 속의 풋풋하고 반항적인 얼굴이 이 순간과 겹쳐 보이면서 세상의 모든 것들이 조용히 요동치는 것 같았다.
그는 그저 내 손을 잡고 복도를 거닐었을 뿐인데도 나는 웃음이 계속해서 터져나왔다. 그렇게 입을 다물어보려고 했는데도.
"이건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니에요?"
"나는 전부터 이렇게 하고 싶었어."
"오랫동안 생각해 왔어. 아주 오랫동안."
그는 만족스럽게 턱을 살짝 치켜들고 덩치 큰 남자아이처럼 자랑스러운 표정을 얼굴 가득히 지어보였다.
"모든 사람들에게 너는 내 거라고 말하고 싶어."
"사람들이 너에게 눈독 들이지 못하도록."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던 거리와 아직 하지 못한 말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마주잡은 손바닥 안에 한데 모였다.
나는 이때 빨라지는 심장박동을 억누르려고 노력하면서 손을 입가로 가져가 선배에게 다가오라고 손짓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그의 귓가에 흘러내리며 피어싱이 빛을 반사해 햇빛 아래에서 아름다운 색을 띠고 있었다.
내가 그의 귓가로 다가가자 그림자가 겹쳐지면서 청춘 속의 비밀을 간직한 속삭임이 되었다.
"선배님(学长), 걱정마세요."
"저는 선배밖에 없는 걸요."
*
한가로이 교정을 걷다보니 우리는 어느새 도서관 근처에 와있었다.
지금의 도서관은 기존보다 두 배나 증축되면서 교정 한 구석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약속이라도 한 듯 발걸음을 옮겨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
커다란 통유리창이 햇빛을 로비 전체로 끌어 들였고 울창한 녹색 식물의 향이 책 향기에 섞여 공기 중엔 편안한 향기로 가득했다. 지금의 도서관은 이미 기억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 되었지만 여전히 추억이 어른거려 나는 백기의 손을 잡고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갔다.
분명 방학인데도 도서관에는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천천히 하면서 조용히 그들 옆을 지나갔다. 다행히도 도서관 내부는 원래 상태 그대로 유지된 것 같았다.
모든 책상과 책장이 최신 스타일로 바뀌었지만 나는 예전 기억을 더듬어 그 시절 내가 가장 즐겨앉던 곳을 찾았다.
문득 과거의 내가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본 것 같았다.
갑자기 내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오르면서 나는 고개를 돌려 멀리 떨어진 구석 쪽을 바라보았다.
"선배(学长)는 그 때 저쪽에 앉아있었죠?"
"알고 있었어?"
"우연히 마주쳤던 적이 많아서요."
"그 시절 제가 고개를 들면 항상 많은 책을 앞에 쌓아놓고 계속 잠을 자던 선배가 보였어요."
"그 당시에는 선배가 왜 굳이 도서관까지 와서 잠을 자는 걸까, 여기가 조용해서 그런 건가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햇빛 사이로 먼지가 천천히 흩날리던 시간은 어쩌면 우리가 가진 몇 안 되는 과거일 것이다.
"그럼 지금은 그 답을 알겠어?"
"그럼요. 사실…… 선밴 더 가까이 와도 됐었어요."
나는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도서관 깊숙이 들어갔다.
"그때 우리가 빌렸던 책이 아직 남아있다고 했죠?"
"보면 알 거야."
우리는 책장 하나하나를 지나 빛과 그림자 속을 누비다가 마침내 해외 서적 구역에 멈추었다.
백기는 책장 주변을 둘러보다가 무심코 잠깐 어느 위치에 머물렀다.
그는 손을 들어 높은 곳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천천히 그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그는 한동안 그 페이지를 보더니 끝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웃었다.
"찾았어요?"
내가 궁금해하며 묻자 백기는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면서 책 뒤에서 얇고 긴 종잇조각 한 장을 꺼냈다.
그것은 도서 대출증이었다.
수많은 낯선 이름들이 작은 네모칸 안에 적혀져 있었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죽이고 위쪽을 바라보았다.
유연, 백기.
4장 회상
"선배가 베개로 삼던 책이 알고보니 제가 빌렸던 책과 같은 거였네요."
"어쩔 수 없었어. 노력은 해봤지만 이해가 잘 안 됐으니까."
"보기만 해도 졸렸어."
그는 어깨를 약간 으쓱하고 자연스럽게 《바이런 시집》을 펼쳤다.
"선배(学长)는 저보다 두 살 선배긴 해도 그 당시 저와 함께 공부할 기회가 있었을지도 몰라요."
"공부하고 쉬는 시간에 제가 책을 몇 권 추천하면서 선배에게 독서하는 취미를 길러줬을지도 모르겠네요."
(*원문은 복습인데 공부로 적당히 맞췄습니다.)
나는 이 말과 함께 책장에서 낯선 시집 한 권을 꺼냈다.
"독서하는 취미?"
"네 말이니까 아마 시도는 해봤을 거야."
"취미가 안 맞았으면요?"
"잤겠지."
"자는 척을 했거나."
그는 우쭐대며 짓궂게 웃더니 몸을 돌려 다른 줄에 있는 해외 문학 책장을 바라보았다.
"어쩔 수 없어. 책 보면 정말 졸리다니까."
"완전 수면제야."
"일단 해보자니깐요."
나는 몸을 살짝 숙여 책장에 질서있게 놓여져 있는 책들을 보면서 손가락으로 책등 위의 이름을 빠르게 지나쳤다.
"책을 읽을 땐 선배가 좋아하고 관심있는 것부터 읽기 시작해야 해요."
"예를 들어 좋아하는 장르나 선배의 마음을 움직이는 제목, 혹은 머리말 같은 거요."
"아무거나 보면 당연히 눈에 안 들어오죠."
"그런가?"
백기는 무심코 책 한 권의 이름을 얼핏 보고는 왜인진 몰라도 그 책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는 손을 뻗어 책장에서 그 책을 집어 들고는 즉흥적으로 몇 페이지를 넘겼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그는 눈부시고 강한 햇살에 배어 있었고, 뻗친 머리카락은 유연하게 늘어진 금테를 그렸다.
아래를 보는 그의 가늘고 긴 속눈썹은 햇빛에 물들었다.
나는 조용히 청춘의 시간에 만났더라면 절대로 잊지 못했을 백기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는 가만히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네가 내 인생에 들어오면서 꽃들이 언제나 활짝 피어나는 것 같았어."
"마침내 여름이 오듯이……"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얼떨떨하게 그가 나와 시선을 마주치는 것을 보았다.
심장소리가 귓가에도 들릴 것처럼 가슴이 계속해서 뛰기 시작했고 얼굴도 빠르게 달아올랐다.
그때 누군가 다가오자 백기는 아무말 없이 내 쪽으로 한걸음 다가와 나를 완전히 그의 그림자에 가려버렸다.
"왜 그래요?"
"다른 사람에게 지금 네 표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지금…… 제가 무슨 표정인데요?"
"안 가르쳐줘."
"이건 오직 내 거니까."
그는 만족스럽게 입가를 치켜올렸다.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내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내려앉는 것 같았다.
우린 내가 그의 눈동자 속에서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가까이 붙어 있었다.
"잘 생각해봤는데 처음부터 너와 함께 공부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
"아마 귀찮더라도 하는 수 없이 교과서와 해설지를 괴로워하며 봐야 했을테니까."
"하지만 네가 옆에 있었더라면……"
"학교든 공부든 분명 모두 기대됐을 거야."
"물론 네가 그 모든 것들을 기대하게 만들었겠지."
"선배(白起)."
나는 진지하게 그의 눈을 바라보며 손끝으로 살살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제가 정말 선배를 기쁘게 한 건가요?"
"쭉 그랬어."
"너를 만난 그 순간부터 너는 쭉 나를 기쁘게 했어."
"학교를 가려고 준비하던 일들이나, 복도에서 모퉁이를 돌 때에도. 학교가 끝나면 내일이 빨리 오길 기대했고, 라디오 체조 시간에는 너의 반을 지나가기도 하면서……"
"매일매일이 즐거웠어."
그는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을 움켜쥔 것처럼 부드럽게 내 손목을 잡았다.
애정이 깊은 산속의 낙엽처럼 묵직하게 내 가슴 속에 쌓이면서, 입을 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후회 돼."
"……네?"
"지금 그 표정도 내 거야."
그의 불타는 눈빛에 나는 부끄러워하면서 손에 들고 있는 책을 끌어당겨 화끈 달아오른 얼굴을 가리고는, 몸을 웅크리며 앉았다. 내 마음을 모두 그에게 간파당한 것 같았다.
"……이건 너무 불공평해요."
"뭐가 불공평해?"
"저 혼자만 이상한 표정 짓고 그걸 선배가 죄다 봤잖아요."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예쁘기만 한데."
선배도 같이 내 앞에 쪼그리고 앉으면서 살짝 힘을 줘서 내 왼손을 잡아당겼다. 그 손끝에서 조금 뜨겁지만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져 왔다. 나도 모르게 시집을 내려놓자 그가 나에게로 곧장 보내는 시선에 마음이 하나로 통했다.
(*원문이 融在一起 인데 적당히 마음의 통함이라고 봤습니다~)
그의 눈빛은 뜨거웠지만 소년 시절의 풋풋함도 얼핏 묻어있었다.
"너무 예뻐서 나 혼자서만 볼 거야."
태양도 백기의 마음을 짐작한 듯 살며시 연한 색채의 홍조를 볼 양쪽에 더했다.
파릇파릇한 잎사귀가 야릇한 분위기에 흔들거리고 있고 나는 그 봄날의 호박색 바다에 거의 녹아들 것만 같았다.
백기는 방금 손에 쥐고 있던 책을 머리 위에 대고 밝은 태양빛을 반쯤 가려줬다.
그리고 믿기기 힘들 정도로 부드러운 그의 입술이 내 ���끝에 닿았다.
"유연."
"지금 네 눈엔 내가 어떤 표정이야?"
그는 조금 긴장하고 쭈뼛쭈뼛한 모습이었지만 한결같이 진실되게 나를 바라보며 한 치의 시선도 떼지 않았다.
내 청춘에 휙 스쳐지나갔던 바람이 이순간 이렇게 조용히 내 곁에 멈춰 서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웃고는 그에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안 가르쳐 줄 거예요."
"이 표정은 오직 제 거니까요."
"……"
그는 내가 이렇게 말할 줄 몰랐는지 순간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입꼬리를 치켜올리면서 머리 위에 대고 있던 책을 아래로 조금 내렸다.
"그럼 태양에게도 안 보여줄거야."
*
이후에 우리는 또다시 손을 잡고 학교 식당, 운동장, 체육관……등 여러 곳을 다녔다. 그리고선 강의동 건물로 돌아와 한 층 한 층 올라갔다.우리들의 흔적들이 실질적으로 많이 남아있는 강의동 건물이 사라지기 전에 실험실, 컴퓨터실, 강당, 심지어 계단 모퉁이까지 찾았다.이 순간 우리가 16살인지, 아니면 지금의 우리인지는 이미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
백기가 나를 데리고 고3 교실로 들어갔는데 교실에는 아무도 없어 무척이나 조용했다.자리에 앉아 내 책상 앞에 기대어 선 그를 보는데 갑자기 그의 스웨터 조끼 아래에 있는 셔츠에 작은 실밥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내 시선을 따라 고개를 숙이면서 넥타이를 들어올리다가 잠시 멈칫했다——백기의 고등학교 셔츠에는 두 번째 단추가 없었다.
"선배의 단추가——"
"다른 사람에게 준 거 아니야!"
그는 내가 무슨 오해라도 할까 봐 겁이 났는지 눈을 부릅뜨면서 내 말을 뚝 끊었다. 그러다 잠시 아무말 없이 어색하게 손으로 뒷목을 쓰다듬다가 한참 뒤에야 부끄러워하며 입을 열었다.
"졸업식 때 너에게 주려 했었는데."
"……타이밍이 좋지 않았네."
(*원문은 놓쳐버려서)
"단추는 지금도 내 서랍 속에 있어."
"풋."
"전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왜 이렇게 긴장하는 거예요."
내가 실실 웃으면서 그를 힐끗 쳐다보자 시선이 비어있는 단추 자리에 닿았다.
"그럼 우리 집에 돌아가면 저한테 주는 거예요."
"응."
"그래도……"
나는 잠깐 조용히 눈여겨보다가 문득 든 생각에 바로 몸을 일으켰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요, 금방 돌아올게요."
말을 끝내자마자 뛰어나가 복도 쪽 생활 용품 코너에서 반짇고리를 운좋게 찾아 다시 교실로 되돌아갔다.
"선배(白起), 조끼 좀 벗어봐요."
"……왜?"
그는 궁금증에 차 있었지만 그럼에도 스웨터를 선뜻 벗어줬다.그의 시선을 받으며 나는 내 옷깃에 있는 나비넥타이를 들어 올리고는 전혀 주저하지 않고 두 번째 단추를 잡아뜯었다.
"제 단추 선배에게 줄게요."
"거절은 안 받아요."
"……"
백기는 아무말 없이 그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앞에 가서 그의 첫 번째 단추를 풀고는 내 단추를 그 빈자리에 대고 조심스럽게 바느질을 했다.나는 고개도 들지 않고 조심스럽게 그 단추만 꿰매면서 손등으로 이따금씩 뜨거운 온기를 느꼈다.
"오늘 고마웠어요, 선배."
"제 앞에 나타나줘서 고마워요, 제 손을 잡아줘서 고마워요."
"이 강의동 건물, 이 학교…… 그리고 선배에 대한 기억을 완전하게 만들어주셔서 고마워요."
과거의 아쉬움이 ���임없이 새롭고 감동적인 모습으로 덧칠되면서 청춘의 조각들 하나하나가 언제 돌아봐도 아름다운 장이 되었다. 나는 마지막 바늘을 마저 꿰매면서 흰 실을 살짝 잡아당겨 작은 매듭을 지었다.내 두 번째 단추가 백기의 셔츠 두 번째 단추 자리에 조용히 누워있었다. 나는 한참 동안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단추를 달았다.
"연아."
살랑거리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고개를 들어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그의 시선을 맞았다.
"난……"
(*문 소리)
"거기……"
교실 문이 갑자기 열리자 나는 무언가에 찔린 것처럼 몸을 홱 돌리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고개를 돌려 보니 공 선생님이셨다. 그는 우리를 보고 멍하니 있으시더니 끝내 웃음을 터뜨리며 한 손을 허리춤에 올리셨다.
"늬들 둘이 거기서 뭐하니?"
"……"
왠지 모르게 학생 때 연애가 들킨 것처럼 나는 난처하게 입을 오므리고 말을 하지 못했다.
(*본토에는 早恋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학창시절 연애는 금지하나봄.)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그렇니. 유연아 너는 잠깐 나랑 같이 교무실로 가자."
"왜요?"
백기는 눈살을 찌푸리며 내 앞을 가로막았다.
"선생님 저희 학생 아니거든요? 무슨 일 있는 거면 제가 그녀와 함께 갈게요."
(*원문은 早恋 아니거든요? 학생 때 연애하는 거 아니거든요? 하면서 빼액함.)
"이것 좀 보게? 급한 일이야."
"유연이에겐 교무실에 가서 이따가 모두에게 나눠줄 자료 좀 가져다 달라고 부르는 거야."
"너는 말썽이나 피우지 마렴."
놀리면서 말하는 담임 선생님의 말투가 나를 쥐구멍으로 숨어들게 해 나는 서둘러서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선생님 저 곧 갈게요."
내 대답을 듣고 공 선생님은 웃으시면서 고개를 젓더니 먼저 교실을 빠져나가셨고 나도 서둘러 따라나섰다.
"금방 올게요."
끊임없이 울리는 심장 소리가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채로 나는 성큼성큼 교실 문 앞까지 걸어갔다.
"연아."
"난 널 좋아해."
"연아, 난 네가 좋아."
4장 기억의 실루엣
나는 백기와 손을 잡고 탁 트인 운동장을 걸었다.
태양도 새 벽돌과 타일이 과거를 대체할 거라는 걸 아는지, 햇빛을 강하게 비추며 교정 구석구석을 찬란한 광채로 덮었다.
눈앞의 한 장면은 시공간이 슬그머니 *접혀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모든 것이 예전과 같았지만 한편으론 내게 수많은 시간의 흔적을 더해주었다——
지금처럼 *서로 맞잡은 손바닥, 가까이에 있는 얼굴, 그의 이름을 부르면 되돌아오는 웃음 섞인 대답들은……
과거에 사람들 속에서 멀리서만 또 무의식적으로 힐끗 쳐다보거나, 스쳐 지나갔지만 알지 못했던 수많은 순간들이 아니었다.
"왜 웃는 거야?"
나는 놀라서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지만 나도 모르게 입꼬리는 계속 올라가기만 했다.
"제가 그렇게 티나게 웃고 있었어요?"
"응, 방금도 계속 널 보고 있었는데."
"웃기도 했지만 나 몰래 손바닥을 꽉 잡기도 했잖아."
그의 진실한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눈을 반쯤 가늘게 떴다.
"백 형사님께서 그렇게 절 예리하게 관찰하셨다면 제가 방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맞춰 보시겠어요?"
"맞히면 오늘 '방과 후'의 시간은 모두 내 거인 거야?"
"그건 맞히면 다시 얘기해요~"
"그럼 힌트 좀 줘. 정말 이기고 싶단 말이야."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바람이 그의 이마를 스치면서 제멋대로인 모습의 그를 반짝 보여줬고 나는 그의 이런 모습이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언제든지 볼 수 있었던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그게 낯설게 느껴졌던 이유는——
한 순간에 잠깐,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18살의 그 소년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만 까치발을 들고 살며시 그의 볼에 뽀뽀했다.
백기는 좀 어리둥절해 했지만 그의 호박색 눈동자는 더욱 빛이 났다.
"이건 힌트인 거야, 아니면 무심결에 한 행동인 거야?"
"둘 다요, 나머지는 선배가 맞춰보세요, 저한테 또 묻지 말고요!"
어렴풋이 웃는 그의 미소와 함께 햇빛이 우리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면서 빨간색의 육�� 트랙에까지 닿았다.
다음 순간 백기는 내 손바닥을 꽉 잡았다.
"솔직히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론 알 수 없지만."
"우린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거야."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또다시 과거를 회상하는 것처럼 웃으면서 내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운동장을 정처 없이 함께 돌아다니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산책만 하는 게 아니었네."
"어떻게 야자하는 저녁 때마다 운동장에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있을까 했는데."
(*데이트한다는 의미로도 간혹 쓰임.)
"선배 의외로 야자 시간까지 남아있었나봐요?"
"너무하잖아."
"내가 깨어나면 늘 저녁 시간이었어."
"그건 야자한다고 볼 수 없잖아요!"
"계속 궁금했던 건데요. 그러면 밤에 잠이 잘 안 오지 않아요?"
"잠이 안 오면 공 가지고 놀았지."
"뛰고 나면 금방 피곤해져."
"안 그러면 아침이 될 때까지 뭐라도 좀 했어. 어차피 학교 가면 잘 시간이 많았으니까."
그가 이렇게 말하자 나는 그만 웃어버렸다. 고개를 숙이고 마주 잡고 있는 손바닥을 내려다보다가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살포시 눈을 깜박였다.
"그럼 싸울 때 집중 못하지 않아요?"
"그런대로 괜찮았어."
"그럴 때는 보통 정신이 또렷했어. 게다가 시비 거는 사람들 중엔 주먹보다 말이 앞선 경우가 더 많았으니까."
"싸우러 온 건지 만담 개그를 하러 온 건지 모르겠지만."
"그럼 계속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줬단 말이에요?"
"누가 듣고 있겠어?"
"가끔은 싸움이 끝날 때까지도 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왜 나를 찾아온 건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었어."
우리 둘은 말을 주고받으며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았다. 바람은 서로를 휘감아 내 치맛자락을 가볍게 휘날렸고 살며시 그의 넥타이도 흩날렸다.
저 멀리 강의동 안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멀고도 가까이서 두런두런 들려왔다.
마치 청춘이었던(年少时光) 우리의 시간들을 금방이라도 포용할 것처럼.
"내가 맞췄어?"
걸음을 멈추고 밝고 아름다운 햇살을 맞고 있는 그는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나는 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앞에 있는 소년을 바라보면서 두 손으로 뒷짐지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췄습니다—— 나의 선배님(我的学长)."
"'방과 후'엔 뭘 하실 건가요?"
순간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바람이 맹렬하게 불기 시작했다. 흩날리는 낙엽 아래에서 내 입술은 촉촉해졌다.
*풋풋하면서 앙큼한 모먼트
내가 어떻게 교무실에 갔는지, 또 어떻게 자료를 가지고 갔는지, 공 선생님께서 또 무어라 말씀하셨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나는 사무실 입구에 서서 얼빠진 상태로 두툼한 자료들을 품에 안고 있었다.
세상은 여전히 심장 뛰는 소리로 가득했다. 나는 잔뜩 긴장한 상태로 꾸물대면서 교실 쪽을 향했다.
그를 만나면 무슨 말을 가장 먼저 해야 할까? 어떤 표정으로 그를 바라봐야 할까?
나는 16살에 고백을 처음 들은 것처럼 몹시 기뻐했고, 머릿속은 온통 그의 생각으로 가득했다.
내가 계단을 지나갈 때 문득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내가 직감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백기가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에 서서 한 손으로는 난간에 기대 턱을 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뒤로 맑고 깨끗한 하늘이 나타나면서 그는 눈꺼풀을 드리우며 조용히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처음이야."
"뭐가요?"
바람이 살랑거리며 그의 옷깃을 휘날리자 *맑은 하늘이 과거에 그가 품었던 모든 *갈망을 소년의 얼굴에 은밀히 감추었다.
(*원문 바람이 가볍고 구름이 얇다, 즉 날씨가 좋다는 뜻.
*립스피에서도, 앞에서도 쭈욱 언급된 갈망이란 단어; 무언가를 굉장히 욕망하거나 동경한다는 의미로도 많이 쓰임.)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그가 있는 곳을 향해 계단을 밟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다.
그 때 바람이 일순간 불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내 품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
내가 무의식적으로 눈을 가늘게 뜨자 손에 들고 있는 자료 맨 윗 페이지 몇 장이 공중에서 호선을 그리며 느릿느릿 내 발 옆으로 떨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라 어디선가 불어온 이 바람은 마치 다른 속셈이 있는 것처럼 자신들이 바라는 목적지로 나를 안내했다.
쭈그려 앉아 날아가는 종이를 주우려고 손을 내미는데 한 손이 나보다 더 빨랐다. 그의 손가락은 날아가는 자료들을 주워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보다 더 빠르게 그것들을 집어 고의적으로 내가 그것들을 잡지 못하게 했다.
내가 고개를 들자 백기의 다른 손이 내 뒤에 있는 난간에 닿아 있었고 그는 나를 사각지대에 가둔 상태였다.
"선배 일부러 그런 거죠?"
"일부러 그랬지."
그는 조금도 부인하지 않고 매우 시원스럽게 인정했다.
"네 대답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가 무엇을 묻는 건지 깨닫자마자 순식간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방금 전에 한 말인데, 지금 바로 대답해야 해요?"
"난 네가 선생님 찾아뵙고 오기를 계속 기다렸는걸."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왔어."
백기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당연한 답변을 한 것처럼.
내가 유심히 그를 바라보니 내가 그를 오랫동안 응시하고 있자 그의 그윽한 두 눈동자가 미묘하게 수축되어 있고 목젖 역시 위아래로 미끄러지는 것을 ��� 수 있었다.
"선배 지금…… 긴장한 거예요?"
"당연하지."
"그토록 내가 오랫동안 좋아해온 여자아이인데."
"어떻게 긴장하지 않겠어?"
"그럼 답을 확실히 알고 있겠네요?"
"알고 있지만."
"네 입으로 직접 듣고 싶어."
"얼른 대답해줘."
그는 살며시 손가락을 꽈악 쥐었다. 뜨거운 숨결은 나와 겨우 몇 센티미터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서로가 멀리 떨어져 있던 세월동안 이곳에서 우린 이정도로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었다.
내 고등학교 1학년 교실은 그의 교실까지 몇 걸음 더 가야했을까?
피아노 실의 피아노에서 그가 앉아 있던 나뭇가지 끝까지는 몇 미터였을까?
그리고 길었던 7년이라는 세월은 또 얼마나 큰 단위여야 가늠이 가능할까?
수많은 장면이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갔고 최후에는 나를 향해 힘차게 다가오는 소년의 모습으로 수렴되었다.
그는 청춘의 시간을 모두 뛰어넘어 내 앞으로 왔다.
내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눈앞이 점점 뿌옇게 변했다.
가슴 속에 치솟는 감정을 억누르려고 애쓰면서 나는 그를 향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저도 물론 선배를 좋아하죠."
이 순간 모든 것이 완벽해보였다.
세상의 모든 빛을 끌어들이는 것 같은 그의 눈동자에 나는 시선을 전혀 뗄 수가 없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18살의 백기(白起)일까, 아니면 24살의 백기(白起)일까?
어쩌면 둘다일 수도 있고, 둘다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나와 백기(白起).
그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년과 소년이 가장 좋아하는 나일 뿐이다.
*
그가 고개를 숙이자 가벼운 키스가 내 입술 위에 내려앉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눈을 감고 턱을 들어올려 그에게 대답했지만 사그라들지 않는 뜨거운 열기가 입술에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선배(你)……"
그가 또다시 내게 키스를 하면서 내 말은 채 끝나기도 전에 틀어막혔다.
살며시 부드럽게 키스했던 방금 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거칠게 휘몰아치면서 온몸이 불타올라 눈동자마저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그의 숨결에 모조리 압도당해 나는 저항할 수 없이 그 키스에 사로잡혔다.
눈을 감기조차 아쉬워 나는 호박색의 그 두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 눈동자 속에는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이 들끓고 있었고 그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같이 끓어올랐다.
"눈 정말 안 감을 거야?"
(*의역)
타당한 소리를 한다는 듯이 당당한 그의 말에 나는 그만 참을 수가 없어, 그의 입술을 가볍게 깨물어 방금 전 일부러 나를 놀렸던 그에게 벌을 주었다.
내게 되돌아온 건 거부할 수 없는 침략이었다. 날렵한 혀끝이 능수능란하게 내 치열을 비집고 벌리면서, 구석 곳곳에 그의 흔적을 남기려는 것 같았다.
호흡과 심장의 두근거림은 리듬이 모두 흐트러진 상태였고 깊은 애정이 열렬하게 느껴지는 숨결이 입술과 치아 사이에 뒤섞이면서 간절히 상대방에게 내 모든 것을 맡기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가까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모든 마음이 입술과 치아 사이에서 교차되면서 나뒹굴었고 그것들이 호흡과 함께 온몸에 스며들면서 영혼 속 깊이 가라앉았다. 그가 숨가쁨과 동시에 열기로 인해 바싹 말라오는 세상을 가득 채워주었다. 뒤얽힌 숨결은 들어왔다가 다시 ���져나가기를 반복하면서 *끝까지 다다를 수 없도록 계속해서 괴롭혔다.
좀더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좋아하는 마음이 좀더 커지면서 영원토록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았다.
(*원문은 만족할 수 없도록, 충만을 느끼지 못하도록…… 인데요. 어휘력이 부족해서 적정 수위의 표현을 찾지 못해 그냥 마음대로 질렀습니다. 하지만 다들 민증에 잉크 마르신 분들이니 아시겠죠? 제 마음……? 원래는 저기다 '**에' 란 말까지 넣을려다 참았습니다.)
"선배(白起)……"
*머릿속이 온통 새하얘지면서 흐릿해졌다. 그에게 모든 힘을 빼앗긴 나는 그만 그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면서 그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 그윽한 두 눈동자는 강렬한 감정을 내뿜고 있었다. 그는 심호흡을 크게 했지만 되려 입술에 바싹 대고 쉴 뿐이었다.
"아주 오래 전, 네가 나에게 꿈을 주었어."
"그 꿈은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줄곧 잊을 수가 없었어."
그는 손가락 끝으로 천천히 내 아랫입술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살며시 애무하기 시작했다.
(*사실 어루만지다 랑 애무나 그게 그 뜻인데 그냥 제가 좋아서 넣었어요. 자극적인 걸 너무 좋아해서 큰일났네요.)
"내가 이룰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꿈은 언제나 내 곁에서 함께 했어. 그 꿈 덕분에……"
"나는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
"지금 네가 내 꿈을 실현시켜 준 거야."
"그럼 선배는 만족하시나요?"
"아니, 난 더 많은 것을 원해."
그는 애정을 가득 담고 입술 위를 촘촘히 핥았다. 영역 표식을 새기는 것처럼.
복도에서 청량한 벨소리가 울리면서 바닥에 흐트러진 종이는 바람 위를 살랑살랑 타면서 나부꼈다.
"맞다, 이 자료들 반 친구들에게 나눠줘야 하는데……"
"꼭 지금 해야 돼?"
그는 나를 유혹하듯 나른하게 내 입술을 틀어막고는 과격하고 또 야릇하게 내 입술을 휘감았다.
"지금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나는 조금도 발버둥치고 싶지 않았다. 그저 그와 함께 이 기울어진 시간 속에 가라앉고 싶을 뿐이었기에.
"그럼 내가 너를 좀더 차지하게 해줘."
*오류 있으면 따로 말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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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로 그림만 그리다 어느정도 생각을 잡으려 다시 물감을 꺼냈다. 그사이 물감들이 다 말라버렸다. 영국에서부터 쓰던 애들인데, 그 세월을 버텼는데, 반년만에 다 굳었네. 제대로 안닫았나보다. ㅠ
계속 소화가 잘 안되서 일부러 계속 걸었다. 동네 어느집 마당에서 지내는 길냥이. 이녀석 왜이리 작은지... 아기인줄 알았는데, 작년 여름이랑 체구가 같다. 귀여운 턱시도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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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동안은 알바를 햇다 시간도 빠르게 가고 그냥 평범한 일상이엇다 토요일에는 일 마치고 왕십리로 넘어갓다 홍대에서 놀기로 햇는데 일행들이 거기서 화장을 하고 잇엇기 때문이다. 암튼 걍 양치도 하고 폰도 하고 기다리다가 택시를 타고 홍대를 갓다. 술집을 찍고 갓는데 동명의 다른 술집이엇다 다행인 것은 같은 구 안에 잇어서 이상함을 눈치 챗을 때 바로 내렷다는 점이다. 걷기 싫어서 택시를 탓지만 역에서 가는 것보다 더 걸어야 햇다 그닥 춥진 않아서 괜찮앗다 내가 택시 타기 전에 동명의 다른 술집일 수도 잇다면서 전에 겪은 일을 말햇는데 아무래도 괜히 말을 해서 씨가 된 것 같앗다 목적지를 제대로 확인햇어야 한다고 후회를 먼저 하는 게 순서 같지만 이미 잘못 된 걸 어쩌겟어? 도착해서 아는 것보단 낫잖아
술집에 갓을 때는 아는 언니의 전여친이 잇엇다 애써 모르는 척 하느라 곤란햇다 그러면서도 머 어차피 나랑 아는 사이도 아닌데 내가 신경 쓰는게 이상하지 않나 생각햇지만 그래도 신경 쓰이는 걸 어떡함 굳이 친구의 전애인을 알면서도 아는 사이로 지내고 싶지 않앗다 옛날엔 상관 없엇는데 끝이 그닥 좋지 않더라고 글고 이젠 나도 외향성이 그닥인 건지 모르는 사람들과 전혀 친하게 지내고 싶지도 않앗고 그냥 친구들이랑 노는게 훨 재밋엇다 한 3년 전만 해도 익명의 누군가들과 술 마시는 걸 즐겻엇는데 나이 먹으면 기가 딸리는 건지 어릴 때 넘 과하게 소비를 한건지 암튼.. 와중에 일행도 다른 누군가 때매 체해가지고 걍 결제하고 먼저 나왓음 느끼해장사람이라 몬스터 피자 먹엿다 근데 어째서인지 내가 더 많이 먹여졋다 난 피자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취해서 그런지 맛잇엇다
그러고 클럽엘 갓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고 걍.. 그랫다 이번엔 일행의 전여친이 잇어서 걍 나왓음 왤케 어딜가나 전여친 투성일까? 레즈비언들의 판은 원래 다 그렇지만,,~ 그래서 다른 클럽엘 갓는데 입장료 내고 짐 맡긴지 일분만에(체감시간) 테이블을 잡앗다 글고 얼마 안돼서 일행은 잠들엇다 그닥 재밋지도 않아서 걍 앉아잇엇다 오랜만에 가면 재밋을줄 알앗는데 생각해보니까 난 개취해서 필름 끊길 정도로 마신 거 아니면 클럽에서 재밋게 못 노는 듯 모르는 사람과 놀고 싶지 않다 사회성엔 원래부터 문제가 많앗는데 이젠 또 머에 문제가 생긴 걸까? 몰라용 ㅋ
일행 둘이 싸웟다 근데 언니들 왜 싸운 건지 아직도 기억 안 남 말리긴 햇는데 말리면서도 이유 몰랏던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둘이 화해햇더라 금방 화해할 수 잇는 관계는 참 좋은 것 같다 둘이 서로를 잘 아는 것 같기도 해서 그것도 퍽 부러웟던 것 같고.. 글고 둘다 집에서 쉬어서 부러웟다 나도 숙취잇는데... 왜 난 알바..
한 새벽 네 시..?에 얼레벌레 언니 집으로 간 것 같다 우리집 가는 택시 존나 안 잡힌다 가끔 우리집이 너무 밉다 암튼 출근 하기 싫은 몸을 이끌고 나왓을 땐 눈이 잔뜩 왓다 이 몰골에 눈까지 맞으면서 걸어가면 진짜 초라한 사람 같을까봐 그때 그 노래방 우산을 들고 나왓다 눈때문인지 사람도 별로 없어서 다이소에 갓다 오는 심부름꾼 노릇을 햇다 걸어서 왕복 한 시간 반 걸린다더니 그정돈 아니엇고 자꾸만 계산 할 때 되면 이것도 사오라고 카톡 와서 다시 되돌아가느라 그 시간 걸렷던 듯 근데 좀 걸으니 술이 깨는 것 같아 그나마 나앗다 손님 없이 가만히 서잇으면 속만 뒤집어져서 넘 힘들기도 하고 오래 걷는 거 좋아해서 일석이조엿다 저녁에는 손님이 좀 잇엇다 그마저도 일찍 끊겨 일찍 퇴근햇다 나의 소중한 수면패턴을 위해 12시 전에 눈을 감앗다 눈만 감앗지 그 전에 잠들엇는진 모르겟다 아마 아닐 것이다 12시 되기 5분 전에 눈감을 결심을 햇으니까
그런 탓인지 오늘 너무 일찍 깻다 다섯시부터 말똥거리다 누구 나가는 소리를 듣고 거실로 나왓다 랑이 안고 잘 속셈이엇다 그것은 보기 좋게 실패햇다 아빠만 나가서 랑이는 여전히 엄마를 쫓아다니고 잇엇기에.. 엄마가 일어난 김에 녹즙이랑 abc 주스를 마시라고 햇다 한번 착즙주스 만드는 수업을 듣더니 거기에 꽂혀서 기계를 삿거든 빈속에 먹고 30분 동안 물도 마시지 말래 근데 녹즙은 풀떼기맛이고 케일이랑 머 어쩌고 저쩌고 들어가서 몸에 좋다는데 진짜 맛없당 abc주스는 비트랑 당근이랑 사과가 들어갓다는데 파는것처럼 달고 맛잇엇다 굿~ 전에 강아지 미용 못 맡겻다고 낮에 같이 가기로 햇다 맡겨두고 그동안 근처에서 점심을 먹기로 햇는데 둘다 아침 먹은게 그때까지 배불러서 걍 스타벅스에 갓다 ㅋㅋ 글고 꾸벅꾸벅 졸다가 강쥐 델꼬 집에 옴 산책을 좀 하려고 햇는데 랑이 이녀석 움직이길 너무 싫어한다 추워서 그렁가.. 늙어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가지고 산책 시켜야 하는데... 나중에 못 걷고 자빠질까바 무섭다 자꾸 여기저기 망가져서 맘이 아픔 니가 내맘을 아니?! 몰라도 돼 아프지만 마라 너 간수치가 넘 안 떨어진대.. 물 많이 먹고 바닥 그만 핥고.. 랑이는 고집쟁이다 잔소린 stop it 알아서 할개
자소서 첨삭을 받앗는데 글에 부사나 꾸밈어가 너무 많다고 햇다 근데 문장을 아무리 봐도 어케 바꿔야할지 도저히 모르겟다 난 겉치레에 진심인 사람인가보다 ㅋ 책을 더 많이 읽어야겟다 남의 문장 구조를 좀 빼앗아야지 공대생 죄다 글 못 쓴다는데 걍 대충 거기에 녹아잇으면 안되나 싶기도 하고.. 암튼 시간 좀 잇으니까 연습 하면 되겟죠?
채용 취소하기로 햇는데 한 곳 헤드헌터가 일처리를 못 하는건지 왜그러는건지 안 하겟다니까 굳이굳이 입사일을 미루는 식으로 처리를 하자고 햇다 그래서 코테도 더 공부하고 싶댓더니 일정을 미룰 수 잇게 알아봐준다고 햇지만 이미 코테 메일이 와잇더라고요 취소한다고 저번주 목요일에 말햇는데... 에휴... 근데 또 문제는 코테 C언어로 제출하라고 되어잇더라구 3년 전에 배운거 다시 끄집어내야 할 판임 지금... 파이썬이랑 구조가 넘 다른데 혹시 어케 안될까요..? 일케 언어 지정한단 말 없엇자나 c or python이엇자나... 암튼 모르겟다 취업 생각 안 하고 싶어 졸업도 못 한 마당에 걍 생각하면 졸라 짱남 ㅜ 언제까지 회피할 거니 할 일을 해야지..
그래서 오늘도 좀 공부하다가 자려구요..
최근에 누가 친해지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계속 주고 받는 중인데 공통된 취미가 없어서 지루하다 내가 쓰레긴가 컴퓨터 게임 햇다고 하면 머 어쩌라는 건지를 모르겟음 이러다 친구 하나도 없어져 봐야 정신차릴지도
근데 또 같이 취미를 즐길 친구를 찾고 싶긴 하다 게임도 같이 시작해보고 꾸준히 전시회도 다니고 같은 책 읽고 감상 공유하고 아니면 같은 공부를 해본다든가 머 그런 것들.. 이런게 연애하고 싶은 건가요? 하루의 마무리는 술이엇으면 좋겟음 점차 줄여나갈 생각이지만 아직은.. 술이 좋아..
미용한 강쥐는 귀엽다 안해도 귀엽지만 그날만 유지되는 그 모습이 잇어서 기여븜 하루 지나면 다시 꼬질이 되니까 그전에 많이 감상해야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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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건틀릿처럼 변형된 양 주먹을 쾅-하고 부딪히며) 좋아- 그럼 이녀석 대가리를 으깨러 가보실까.
(휴고 팀들은 장비와 차량을 최종 점검중이다...)
(포티튜드 광장. 병사들도 마찬가지로 정비에 바쁘다)
스피커 PA: 여기는 사령부 작전실. 0900시에 출정 예정이니 전투인원들은 준비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구경할거 없으니까 가세요! 거기 꼬맹이! 총알 슬쩍한거 봤어! (몰려든 시민들이 방해하지 않게 막는 주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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