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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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줄타기
남편이 이른아침부터 일어났나 싶더니 아침 6시에 일어나 일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내가 바람을 피는거 같아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그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다가 아들을 걸고 아무일도 없을거라 이야기 했다.
이웃집남자가 금요일은 혼자 아이를 돌봐야해서 힘들다며 괜찮다면 자기집에 놀러와 함께 육아를 하자고 했다. 나도 수다를 떠는 것은 물론 아이에게 새로운 장난감을 체험하게 해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의 집이 조금 궁금하기도 했다. 둘 다 아이가 있어 무슨 일이 있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저번에 함께 풀장에 갔을 때, 그는 내 허벅지가 무척 굵다며 하체운동을 보통 하는게 아닌거 같다고 하더니 오늘은 옆에 앉은 내 허벅지에 손을 올리며 역시 탄탄하다고 칭찬했다. 어쩌다보니 침대에 밀착하고 앉아 있게 됐었다. 그는 좀 주춤하는 내게 자신의 것도 만져도 된다며 웃어보였다. 나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말을 삼킨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키차이가 제법 나는 그 남자가 내 옆에 설 때면 조금 긴장이 됐다. 그런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내 ���을 스윽 훑으며 털이 엄청나게 많다고 이야기 했다. 온몸에 이렇게 털이 많아요? 그가 물어봤다. 나는 아 네, 조금. 눈썹보세요. 엄청 많죠?라며 대답했다. 우스갯소리로 넘어가고 싶었다.
그가 계단을 올라가는 나의 뒷모습을 유심히 봤는지, 대뜸 내게 골반이 큰거 같다며 이야기 했다. 내가 아니라고 재차 부인해도 아니라며, 한국 사람들치고 넓은거 같다고 했다. 칭찬이라는 말을 덫붙이며. 아이와 놀며 한참을 이야기 하다가, 조금 지칠때가 되어 나도 그 사람도 말이 없어질 때 쯤. 그는 부부관계에 대해 이야길 꺼냈다. 친구들과 그런 고민을 이야기하냐며 물었다. 그럼요, 하지만 모두가 제게 배가 불렀다 이야기 해요. 너는 남편이 가계도 신경쓰고 다정다감하고 이야기도 잘 통하지 않냐며, 자기들은 거기에 부부관계도 별로라고. 하지만 내겐 그 어떤것보다 관계가 중요한데, 그래서 그냥 각자의 어려움이 있는가보다 생각했다고. 그렇게 이야기 했다. 남자는 자신도 해봤자 한달에 한번이라며 와이프가 매일 피곤해해서 힘들다고 했다. 제일 중요한 문제일 수 있는데 다들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게요, 하는 내게 그는 이렇게 한 사람과만 잘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내가 웃어보이자 무슨이야긴지 알아요? 라며 되물었다. 나는 그럼요. 바람? 이라며 집앞까지 나를 데려다 준 그에게 웃어보였다.
턱끝까지 당장 하고싶다는 말을 애써 삼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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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3
아주아주 오랜만에, 어떤 사람을 만났다. 내가 애정하는 사람이기도 했고, 늘 잘 지내길 조마조마하면서 기도하게 되는 그런 사람. 그 사람과의 만남은 진심으로 즐겁기도 했고 오늘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 사람과 내가 같은 대화코드를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하루였다. 사실 나는 어느정도, 이 파고듦의 방식을 가진 대화방식이 주로 나의 것이라 생각하고, 상대쪽에서 그걸 잘 받아주는 방식의 관계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녀 역시 그런 코드의 사람이었고, 그녀가 오늘 처음으로 '우리는 대화 방식에서 코드가 잘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을 때, 그제서야 아,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맞다고 동의하며 수긍했는데 누군가에게 자신과 비슷하거나 잘 맞는다는 표현을 들은 것이 뭔가 긍정적인 싸인처럼 느껴져서 좋았던 것 같다. 나는 그런 긍정적인 수용과 인정의 경험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사실은 정말 좋았던 '테이블 사이'라는 파스타/샐러드 레스토랑에 가고 싶었는데 오늘 아쉽게도 휴무였다. 그 다음으로 맛있다고 생각하는 다른 레스토랑에도 가봤지만 예약 손님으로 가득차 대기가 필요했다. 쓴 입으로 하루를 잠으로 보낸 후에, 다시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온전히 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게, 그저 아는 누군가를 만나 그들의 속을 털어놓는 행위, 그리��� 그 행위들을 반복하며 공감하고 같은 경험에 안타까워하거나 동조하고, 또 나의 경험들을 털어놓고, 상대방에게 그런 상황에 대한 인정이나 이해를 바라는 것 따위의 일들이었다. 그런 일들을 하면 내 기분이 나아지고, 내 삶을 제대로 다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련의 행위들은 사실은 나를 위한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눈가리고 아웅하려는 내 본능이 드러나는 행동인 건 아닌가, 그런 의심이 계속 스믈거리며 올라오기도 하던, 모순적인 하루였다.
그럼에도, 동네에 있지만 늘 부담스러운 마음에 쉽게 찾아가지 못했던 커다랗고 한적한 카페에, 그녀와 함께 들어갔었고, 그녀가 픽했던 쌀국수집도 마침 너무나 맛있는 곳이었고, 음식점에서 나와 카페에 도착했을 때,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신 음료라든지 디저트, 그리고 내가 만든 유령 키링을 직접 전달해준 일 까지 모두, 나에게는 마음을 뿌듯하게 하는 일이었다. 그녀에게 주려고 예쁘게 포장하고 그 포장에 예쁜 스티커도 붙여가며 꾸며댔던 나의 일들을, 그런 행동들 자체를 즐기는 나를 알게 되었고, 그런 것들을 조금 더 존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어차피 과도한 소비나 과도한 섭식장애의 모습으로라도 해소되어야만 할 행위라면, 차라리 덜 해로운 방향으로 하고자하는 것들을 해나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난 결국 나의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 꺼내놓는 것이 어려운 사람은 확실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주제들도 어떤 경우에는 어려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많이 데여봤음에도 아직 사람이 좋은 건 사람에게서 좋은 면면을 발견하며 자라왔기 때문이다. 그런 믿음이 있는 건 아마 엄마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그렇게 자신감있고 있는 그대로의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주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본성도 작용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조금 더 떳떳해도 괜찮다. 그리고 오늘 내가 윤에게 했던 말들중에서 가장 스스로에게도 필요하다고 느꼈던 세가지를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아니 네가지쯤 되는 것 같다.
1.당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하느냐는, 평소에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취급했느냐를 여실히 보여준다. (당신이 타인을 대하는 태도는, 대부분 당신이 타인들에게 취급당했던 태도이다.)
2. 당신의 행동과 말 모두는 결국은 당신에게 다 되돌아온다.
3. 어떤 경험이든, 자신의 사유가 포함되어있지 않다면, 온전히 경험했다고 할 수 없다. 아주 작은 사건의 기록일지라도, 자신만의 사유를 추가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4. 스스로를 실제보다 더 ���신해도 괜찮다. 아니, 그래야 한다. 타인의 비난이나 부정적인 평가에 지나치게 휘둘릴수록 자신만의 견고하고도 약간 현실보다 더 과도한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신뢰와 과잉 자신감이 필요하다. 그건 그저 자신을 지키는 방패일 뿐, 오만방자하거나 허세를 가지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윤은 언제나 나를 만나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어떤 결과물이 있고 남는 것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 좋다고 했다. 그리고 윤은 꽤나 자기객관화가 잘 되어있는 편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해야할 말들은 눈을 깜짝하지 않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윤과 '타인의 기분을 맞추려고 애쓰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처음에 윤이 그런 사람처럼 되고 싶지 않고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좀 싫다. 라고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나는 그런식으로라도 노력하는 사람은 좀 존경스러운 마음도 든다, 라고 이야기했다. 그런 나의 생각이 멋지다고 말하길래, 그건 조금 다른 포인트일지도 모르겠다고 나의 의견을 말해주었다. 이런 생각은 어떤 멋진 어떤 것이라기보다, 나이를 먹으면서 일상생활, 특히 회사생활에서 자신의 입지나 위치에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생각보다 자주 오게 되는데, 그럴때마다 어릴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과도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다소 자존심을 버린 것 같은 행동들'을 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대단하다고 여기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자신의 목표를 위해 일종의 자존심이랄지, 그런 것들을 조금 배제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서 기꺼이 유연성을 발휘하는 사람들. 좋지 않은 방식으로 변질되는 경우들을 많이 봐 왔지만, 그조차도 그 당사자의 잘못이라기보다 그 주변의 환경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 그리고 윤은 꽤나 재빠르게 나의 말들을 이해하고 수긍해주었다. 요 며칠 이런 개운하고 속이 통한다는 기분이 드는 대화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나의 이런 파고들고 분석하는 면면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 주변에서만 일상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제는 내가 원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나를 제대로 알아봐주는 사람들도 곁에 있어주는 것이 나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렇다고 그걸 너무 과도하게 빠져들어 좋은 말만 하는 사람들을 곁에 둔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조금 더 긍정적인 면을 바라봐주고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 그리고 나 역시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오늘 깊이 느낀 것 같다. 그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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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우리 엄마가 죽도록 싫어하는 걸 내가 한다 그게 엄마의 카르마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오늘 꽤 높은 곳으로 갔다 취해서인지 정말 안기고 싶어지는 야경
들어가는 길 하천에서 넘어졌는데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누워서 울었다 나는 왜 넘어지기만 하는 거지 이제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진 것 같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되고 싶다고 간절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전부 다 전부 다 전부 다
물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물 떠놓고 소원 비는 거라고 하천 보면서 말했다 오- 하는 게 귀여웠다 그러다가 다시 울었다 수긍하는 게 귀엽고 그럴싸하다는 듯 대꾸하는 게 착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흐르는 하천에 제발 행복하게 살아줬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왜 계속 손을 잡으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손을 잡으면 안고 싶고 안으면 키스하고 싶고 키스하면 영원하고 싶은데 영원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어서 괴롭다 그리고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그래서 더 눈물이 났다
하천 바로 앞에 다정동이 있었다 참 잘 어울리는 동네라고 생각했다 내 뒤통수 만져주는 손이 영원했으면 좋겠어서 눈물이 났다 까진 팔꿈치가 아팠다
정말 고장이 난 것 같다 폐품이 된 것 같다 취하면 대범해지는 것 같다 죽는 게 하나도 무섭지 않다
왜 나는 바보가 된 걸까
왜 계속 나한테 나쁘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늘 진심인데 왜 항상 나는 쓰레기가 되어 있는 건지 모르겠다
쌓이는 말들과 감정들이 나를 점점 멍청해지게 하는 것 같다
내가 돌아갈 수 있는 곳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애초에 그래서 울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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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맛있는거 먹고 음악들으며 즐거운걸 보고 듣는다. 피곤하면 운동을 하고 전기장판에서 과자를 먹으며 영화를 본다. 우울해질 것 같으면 게임을 하며 그 생각을 하지않는다. 걱정은 하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단순한 사람이다.
내 앞에 와인 한병만 있으면 대화상대가 없어도 괜찮다. 와인 한병의 역사와 와이너리의 히스토리 와인이 가지고있는 노즈를 탐미하다보면 대화는 없어도 된다. 그 시간만큼 난 와인이랑 대화를 하고 있는거니까.
그러니까 외로움을 타지않는다.
애인이 없는지도 5년이나 됐다. 그래도 외롭지않은데 이미 결혼한 친구들은 날 걱정한다. 너가 왜 애인이 없는지 모르겠다고.
난 되려 묻는다. 애인이 왜 필요해? 나는 남자친구를 사귀어야하는 이유를 여전히 모르겠다.
뭐든지 깊게 들여보지 않는 게 나을 때가 있다. 멀리서만 봐야 아름다운 것들이 있고 깊게 파고들지 말아야 한다. 좋아하는 것과 동경과 이상을 허물지 말아야 하고 각 단어의 의미는 명확히 경계가 있다. 연애도 깊게 들여다보면 흙탕물이다. 지금까지 연애 전부 흙탕물처럼 구질구질해서 이제와서 삶과 일의 벨런스가 맞아가는데 구질구질한 연애로 내 기분을 엉망으로 만들고싶지않다. 일을 해야하는데 구질구질한 생각때문에 일이 손에 안잡히면 겨우 구축한 내 삶이 무너질 것 같아서 무섭다. 그래서 연애를 버렸다. 그게 날 먹여살려주지 않으니까.
결혼? 생각도 없고 할 처지도 안 된다.
나는 또 이렇게 생각을 접는다. 퇴근하고 씻고 드라마를 보고 잠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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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선 목적은 아프리카 출신 거주민을 찾아 여인에 대한 단서를 얻는 것. 하지만 탐문 하나 때문에 무작정 거리를 헤매고 다니기에는, 시간도 아깝고 지루할 것 같다. 그러니 이번에도 겸사겸사로...
코르도나 경찰서의 마지막 의뢰 '희생양'. 보고서에 따르면, 코르도나 공동묘지 서쪽의 숲 유적에서 여자 셋과 신부 1명이 염소 절도와 기물 파손, 미풍 양속 위반 혐위로 체포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피해자는 이 네 사람 중 누가 염소 도둑인지 범인을 특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이 사건 조사하러 가면서 거리의 행인들 중 탐문할 만한 사람이 없나 찾아 보도록 할까.
그런데, 뜻밖에도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장소는 그랜드 사라이, 셜록네 집 주변. 피해자 여인과 비슷한 머리 장식을 한 사람이 지나가길래 황급히 붙잡고 물어 보니, 난민 캠프 얘기를 꺼내며 거기로 가라고 한다. 난민 캠프는 스칼라디오 동북부와 실버튼을 잇는 빅토리아 다리 아래에 있다.
코르도나에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가 이렇게 많았던가? 이 퀘스트 전까지는 마주친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아무튼 덕분에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이번 사건을 대할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PS5에서는 아프리카 출신으로 보이는 행인에게 탐문을 시도해 봤는데, 이쪽도 정답이었다. 여기서는 탐문 대상이 피해자와 비슷한 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탐문 성공의 필수 조건은 아닌 것 같다.
그림 속 피해자에 대한 단서를 손에 넣은 뒤, 다시 희생양 조사를 위해 숲 유적으로 발을 옮긴다. 평범한 숲인데, 늦은 밤이라서인지 그런 사건이 있던 탓인지 첫 인상부터 좀 음산한 느낌. 혼자 현장을 지키던 경찰관이 셜록을 보더니, 이번은 냄새가 특히 심하다며 그의 비위를 걱정해 준다. 상냥도 하셔라.
그럼 그 지독한 냄새의 근원을 이제부터 조사해 보실까.
유적 안으로 들어가는 길에 선명히 찍힌 염소 발자국. 염소도 자기 운명을 알았는지 저항이 심했던 모양이다. 그 앞으로 깨진 술 단지 파편이 보인다. 이 파편이 가리키는 바는 범인들이 이미 거하게 취한 상태에서 일을 저질렀다는 뜻이거나, 범인들이 범행에 쓰려고 들고 오다 어떠한 이유로 깨뜨렸거나일 듯.
발자국과 항아리 파편을 지나 셜록이 맞닥뜨린 것은 범인들이 문제의 의식을 치룬 곳. 제단 위에 도살 당한 염소 시체가 그대로 놓여 있다. 끔찍하군.
범인들은 이 염소를 제물 삼아 대체 어떤 의식을 치루려 했을까. 뭐, 자기들이 믿는 사이비 신한테서 계시라도 구할 작정이었나?
제단을 기준으로 왼편에 어지러운 발자국이 보인다. 맨발. 뒤집힌 돌 앞에 손자국이 찍혀 있는 걸 봐서, 누군가 이 돌에 걸려 넘어졌거나 넘어지면서 돌을 건드린 것 같다.
한편, 발자국 근처 덤불에는 신부가 쓰는 묵주가 걸려 있다. 신부 본인은 범인들의 의식을 멈추려고 왔다는데, 애당초 그건 어떻게 알고 이 외진 데까지 찾아왔는지 궁금하다. 물론 신부가 범인들과 면식이 있는 사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처음부터 범인들의 계획을 알고 그를 말릴 작정이었다면, 더 일찍 행동에 나섰어야 하지 않을까.
제단 오른쪽으로 보이는 것은 포도주에 흠뻑 젖은 밧줄. 정황상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 이 밧줄로 묶였나 본데, 여기 묶인 것은 신부였을까? 아니면 염소?
이걸로 현장 증거는 모두 확인했고, 다음은 늘 그렇듯 사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할 차례. 다만, 방금 찾은 현장 증거만으로는 용의자 네 명 중 누가 염소를 훔쳤는지 알 수 없다. 수첩에서 경찰의 취조 기록을 읽어 보자.
그리고 용의자들과 피해자의 진술을 순서대로 대충 정리하자면,
여자 셋이 의식을 위해 숲 유적에 모여서 춤을 춤. → 신부가 여자들이 춤을 추는 광경을 목격한 뒤 덤불에 몸을 숨김. → 황소 가면을 쓴 여자가 춤을 추다 삐끗해서 넘어짐. → 신부가 그 광경을 보고 소리를 내는 바람에 여자들에게 들킴. → 검은 새 가면을 쓴 여자가 다른 두 여자에게 신부를 취하게 만들라 한 뒤 자리를 비움. (이 시점에서 신부는 염소를 보지 못했으며, 세 여자 중 한 명 - 즉, 검은 새 가면은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증���함.) → 황소 가면이 신부를 묶고, 사자 가면을 쓴 여자가 신부에게 억지로 포도주를 먹임. → 염소 주인이 염소를 훔쳐 도망가는 범인을 목격함. (피해자의 말에 따르면, 범인은 가면을 쓰고 있었음. 따라서, 신부가 염소를 데려왔다는 황소 가면의 증언은 거짓.) → 검은 새 가면이 염소를 훔쳐 옴. (그녀가 염소를 데려 왔다고 사자 가면이 증언함. 검은 새 가면은 사자 가면을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바로 그 다음 염소 때문에 깨진 포도주 단지는 정황상 사자 가면이 들고 있었다고 봐야 함. 앞에서 신부에게 포도주를 먹인 사람이 그녀였으므로.) → 사자 가면이 염소의 공격에 포도주 단지를 깨뜨리고, 옆구리에 멍 자국을 얻음.
그리하여 결론: 염소 도둑은 검은 새 가면을 쓴 여자였다. 간단하죠?
고작 연애운 때문에 이 야단법석을 피우고 경찰서 신세까지 지다니. 생각할수록 이해가 안 되지만 뭐, 아무튼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니까.
나는 그만 경찰서로 돌아가 조사 결과나 알려 주자. 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알바 생활도 드디어 끝이구나.
뒤이어 코르도나 경찰서. 그런데 스타크 이 양반, 웬일로 셜록을 먼저 반기는... 뭐, 승진? 우리가 올린 성과? 강도 3인조 팀킬 사건 때부터 좀 수상하다 싶었는데, 역시나였군.
참 나. 일손 없어서 힘들다길래 도와줬더니. 이걸 어떻게 받아 줘야 되나?
어떻게 받아주긴 뭘 어떻게 받아줘. 당연히 한마디 하고 넘어가야지. 따지자!
셜록이 스타크의 말에 발끈한 반응을 보이자, 스타크는 셜록을 달래려 들면서, 발로 뛰는 일도 서류 작업만큼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류 작업만큼이 아니라 서류 작업보다겠지요, 아저씨. 그리고 셜록은 발만 쓰고 다닌 게 아닐 텐데?
끝까지 어물쩍 넘기려 드는구만.-.-
뭐, 됐수다. 이제 와서 지금껏 도와 준 거 무르자고 덤비기도 좀 그렇고. 기왕 승진했겠다, 앞으로는 남의 손 빌릴 생각 말고, 코르도나의 치안에 제대로 힘쓰시기 바랍니다, 경사님.
아무튼 스타크에게 염소 도둑이 누구인지 전한 뒤 자리를 뜨려는데, 스타크가 부탁이 하나 더 있다며 셜록을 붙잡는다. 뭐여, 이 인간. 염치도 없이 또?
말을 들어 보니, 일전에 지나가듯 언급했던 경감의 실종 사건을 맡아 달라고 한다. 경감이 실종 전 조사 중이던 사건을 자기가 들여다보고 있는데, 볼수록 미궁이라나 어쨌다나.
마침 승진 기념으로 딱 좋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도 과시할 겸, 이번엔 직접 나서서 해결해 보시죠?
훗. 진작 이렇게 나올 것이지.
좋아. 늦게라도 실력 차를 인정했으니, 그만 튕기고 의뢰를 접수해 볼까? 셜록은 아직 이 정도로 성에 안 차는 모양이지만, 사실 셜록도 경찰서의 의뢰가 아니었으면 코르도나 여행이 더 따분했을 테고.
스타크의 설명에 따르면 경감 '플라시도'는 능력 있는 형사로, 그가 없으면 경찰서 일이 안 돌아갈 정도라 한다. 실종 당시 경감이 조사하던 것은 '벌집파'라는 갱단의 두목. 하지만 그것 말고 스타크가 사건에 대해 아는 건 전혀 없는 모양이다. (그럴 줄 알았다) 스타크는 셜록에게 경감의 사무실 열쇠를 주면서, 거기서 단서를 찾아 보라 권한다. 사무실은 스타크가 서 있는 곳에서 왼쪽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있다.
사무실에 책상에 지서장이 보낸 편지가 놓여 있다. 지서장은 이 편지에서 플라시도 경감의 은퇴 요청을 거부하고 있었다. 경감이 없으면 경찰서가 안 돌아갈 지경이었다니,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지칠 만하다. 방금 전까지 '희생양' 사건을 해결하고 왔는데, 어쩌면 플라시도 경감 역시 코르도나 치안을 위한 일종의 희생양이었을지도.
경감의 캐비닛에서 벌집 주인이라 적힌 서랍 발견. 그러나, 안에 있었어야 할 서류는 몽땅 자취를 감춘 뒤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리고, 함께 사라진 6연발 권총 한 자루. 이건 경감이 휴대하고 있을 듯.
한편, 경감은 흡연자이며 상당히 독한 코담배를 즐겼던 것 같다. 권총 보관함 옆에 경감이 쓰던 담배갑이 있다. 그 뒤로는 비행선 사진이 실린 신문 한 장이 보인다. 1877년 5월의 신문 기사. 그러나 경감이 이 기사를 보관해 둔 이유는 비행선이 아니라, 당시 있었던 경찰의 벌집파 기습 작전이었던 듯하다. 기사에 따르면, 이 기습으로 벌집파 두목도 불타는 창고에서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상하네. 경감은 분명 실종 전 벌집파 두목을 조사 중이었을 텐데. 그렇다면 경감은 그의 죽음에 의심을 품었던 것일까?
쓸 만한 단서가 더 없을까 사무실을 다시 둘러보던 중, 벽에 걸린 그림에서 수상한 부분을 포착했다.
그 뒤에는 예상대로 비밀 수납 공간이 있었고, 그 안에 있던 것은 벌집 주인에 대한 기록과 신문 기사 모음.
그밖에...... 귀??
경감이 체포한 범인의 것? 아니면 피해자? 그도 아니면 경감 본인? 무슨 까닭으로 경감이 사람의 잘린 귀를 이런 데다 숨겨 뒀는지 모르겠지만, 이 경감님도 예사 인물은 아닌 듯. 이 귀를 굳이 가져 가자는 존도 그렇고. 토끼발이면 몰라, 사람 귀가 행운을 불러 온다는 소리는 난생 처음인데. 뭐,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일단 챙겨는 놓을까.
사무실 조사를 끝낸 뒤, 다음 할 일을 위해 수집된 정보를 다시 살펴본다. 경감의 메모 마지막 장에 이런 말이 적혀 있다. '베아트리체 퀸. 광부의 말로. 1877년. 시청 기록.' 아마도 이것이 경감의 행방으로 이어지는 단서일 것이다.
그럼, 이제 시청으로 가서 베아트리체 퀸을 찾아 보자. 이 경감님 무사했으면 좋겠는데.
마지막으로, 본문과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얼마 전 Frogwares의 옛 개발자 한 분이 전사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셜록 홈즈: 악마의 딸’ 개발에 참여했던 분이라는데, 내게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게임이라 마음이 더 좋지 않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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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맨
나에게 다정한 잘해주는 피아노맨 간이고 쓸개고 줄 것 같은 피아노맨 ㅡ
나를 이렇게까지 좋아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넌 탁한 눈빛을 가진 사람
탁한 것은 맑은 것을 탁하게 만든다
자신의 탁한 것을 정화시키고자 맑은 것을 뺏어온다 어쨌거나 맑은 것은 탁해지고 만다
난 그렇게 사랑하고 싶지 않아 내 맑은 물을 탁한 이에게 내어주고 싶지 않아
나에게 매달려봐도 소용없다
정화는 스스로 해야하는거야 발전도 너 스스로 해야하는 거야 남이 너를 구원해줄거라는 건 크나큰 착각이라고
너부터 구하고 와라
니 입으로 말했지 누구를 만날 때인지 아닌지를 잘 모르겠다고 너도 알고 있는거야
널 탁함에서 이끌어줄 사람은 없어 니가 스스로 ���엄쳐서 나와야해
힘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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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레플리카 식상함을 돌파합니다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암시는 과연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을까요? 9년 만에 돌아온 <베테랑 2>는 이 딜레마를 통쾌함에 가려져 있는 깊은 고민으로 끌어냅니다. 이번 작품은 사적제재라는 프레임 안에서 범죄자를 향한 폭력과 응징의 한계를 탐구하며, 이전 영화가 보여준 액션과 통쾌함의 성공방정식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명품이미테이션사이트 오락성과 대중성 면에서는 전편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깊이 있는 메시지를 통해 품격 있는 블록버스터로 자리 잡으며 <베테랑 3>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습니다.
사실 <베테랑 2>의 소재 자체는 신선하지 않습니다. 자경단의 이야기는 이미 <열혈사제>, <빈센조>, <빅마우스> 같은 작품들에서 충분히 다뤄졌고, 자경단원이 경찰이라는 설정도 <비질란테>에서 먼저 선보인 바 있습니다. 그래서 신입 형사 박선우가 사실 자경단원이고 악역이라는 설정은 스포일러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예고편과 포스터만 봐도 쉽게 유추할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테랑 2>는 관점을 달리하여 이 늦은 도착과 식상함을 돌파합니다.
<베테랑 2>가 택한 방법은 바로 서도철의 시선에서 자경단원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다른 작품들이 자경단원 개인의 사연과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이번 작품은 자경단을 관찰하는 형사의 이야기에 무게를 둡니다. 그 중심에는 거친 언행으로 유명한 형사 서도철이 있습니다. 전편에서 체포했던 전석우가 주취감경 판결로 일찍 출소하자 "그런 범죄자는 때려죽여도 시원찮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서도철. 해치를 쫓는 동안에도 그는 왜 해치가 더 악독한 범죄자를 죽이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마치 자경단의 존재를 어느 정도 명품이미테이션사이트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마치 온라인레플리카가 진짜 명품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자경단이 공권력을 대신해도 괜찮다는 위험한 암시를 던지고 있습니다.
서도철의 이러한 태도는 경찰의 본분과는 어긋나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박선우의 범죄를 바라보는 중요한 관점을 제공합니다. 서도철이 박선우를 의심하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그가 박선우의 행동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니다. 그 역시 법의 한계를 넘나들며 정의를 실현하려는 욕망을 품고 있기 때문에, 박선우의 폭력적인 수사 방식과 자경단으로서의 정체를 쉽게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죠. 이는 온라인레플리카가 본래의 목적인 저렴한 대체재 역할을 넘어서, 진품처럼 여겨질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이처럼 <베테랑 2>는 서도철이라는 인물을 통해 관객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법을 지키는 자가 법을 넘어서려 할 때, 그 폭력은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을까요? 온라인레플리카가 아무리 진품처럼 보여도 그것은 진짜가 아닌 것처럼, 정의 역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지켜져야 하는 것입니다. 서도철이 박선우의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 그는 자신의 행동이 진짜 경찰다운 것이었는지 되돌아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는 관객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어떤 행동이 진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인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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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는 가을을 기다리는 동시에 그간의 여러 계절은 어떻게 흘러갔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 김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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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피우는 꿈을 꿨다. 한껏 치장을 하고 술집에 들어간 나는 한 남자를 만났다. 남자는 키가 크고 큰 눈에 짙은 눈썹을 갖고 있어 한눈에 봐도 잘생겼었지만 그 외모보다 알수없는 섹시함에 이끌렸다. 나는 그 남자와 대화를 하다가 아이가 있어서 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남자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듯해 보였고 자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는 걸 나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남자를 밀쳐낼 수 없었다. 단 한번 스친 키스에 온 몸에 감각이 깨어나는 것 처럼 너무 놀라 잠에서 잠깐 깨고말았다. 바로 하고 싶었다.
다시 잠이 들자 이번엔 남편이 나왔다. 내 채팅 ���스트를 보며 이 사람은 누구냐고 캐물었다. 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에 당신과 하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고 하고 싶지 않다고 얘기했다. 남편이 화가 난 표정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순간에도 나는 그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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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고질적인 히스테리는 육체와 정신의 이원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에서 나온다. 출산기계로서의, 자궁으로서의 자신의 육체성에 대한 부정이 히스테리의 근원이다.
남성의 전형적인 폭력성은 반면 심신 이원론의 원리를 철저히 수용하는 것에서 나온다. 대가리와 ㅈ대가리 사이에 놓인 심연의 이분법에 대해 철저히 복종할때 남성은 세상의 주인이 된다. 아무튼 여성은 자궁과 자아의 분열에 대해 깊은 우울에 빠지는 반면 남성은 좆과 뇌의 대결에서 딱히 승리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관념론적 명제는 역으로 생각하지 않는 비존재로서의 본능적 육체성을 비공식적으로 승인하는 바이지 않을까? 따라서 근대적/모더니즘적/남성적 모델의 훌륭한 사상적 토대가 되어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은 이성적 동물이 결코 아니며 이는 여성의 생물학적인 자랑이다. 동시에 그녀의 한계이다.
관념과 현실의 차원은 뒤집혀져 물구나무선채로 다음과 같은 역설을 바라본다: 현실에서 여성의 무기력한 수동성은 거부할 수 없는 생물학적 사실에 대한 관념적 저항에서 나온다. 남성의 능동성은 외려 그에 대한 철저한 복종에서 나온다. 여성의 신경질적 투쟁은 남성의 즐거운 복종을 이길 수 없(었)다.
내친김에 조금 더 먹물을 끼얹자면, 주어진 자연적 사실에 복종하는 존재를 동물로 간주하고, 반대로 자연에 대한 부정성을 통해 투쟁해가는 존재를 인간으로 정의했던 헤겔학자 코제브의 도식에 따르면, 여성(성)이야말로 인간의 정의에 부합하는 도덕적 존재가 될수있다.
남성은 자신이 알고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전혀 모르고, 여성은 자신이 이미 알고있는 사실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론적 무지야말로 현실세계에서 남성이 가진 권력우위이다(부럽다?). 그리고 상당수 남성들이 베이스로 깔고 있는 여혐의 본능적 토대가 아닐까한다 '저기 자궁이 말한다!'고 그들은 정확하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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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기 혐오를 멈출 수 없는 병에 걸렸었다. 나는 어릴 적 엄마와의 애착 형성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에 진출했고, 내성적인 나는 사람들한테 휘둘리고, 관심을 얻으려고 애써도 나한테 돌아오지 않는 이 굴레 속에서 절망감을 느꼈다. 나의 학교 생활은 개판이었다. 진정한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 나는 친구에게 친구다움을 바라지 못했고, 그저 속으로 소망했고, 나 또한 그들에게 어떠한 넓은 지대가 되어 주지 못했다. 나는 받은 사랑이 없어 줄 줄을 몰랐고, 이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엄마는 항상 사람들 다 그러고 살아, 라고 말했다. 이 생각은 나를 내면화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가 유독 예민하고 바보 같고 사회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나는 커뮤니티 속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찾으며 다 이렇게 사는구나, 하며 안심했다. 나는 내가 정상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상 비정상에 집착하는 게 사실 더 이상한 상황이다. 나는 나 자신을 나 자체로 보아야 하고, 뒤틀린 게 있으면 고쳐야 하는데 이상한 고집이 있어서 자꾸만 형편없는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나는 나를 착취했다. 그리고 나처럼 속이 고장난 사람을 만나고 싶어 했다. 대가리 꽃밭인 사람들을 혐오했다. 나와 비슷한 사고 체계를 가진 사람을 계속해서 갈구한다. 지금도 갈구한다. 나를 이해할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사랑을 주고, 상대에 대한 '감정'만을 파악하는 게 올바른 관계로 나아가는 길이거늘.... 나는 상대가 주는 감정을 누리지 못하고, 내가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이 사랑이라는 관계에 목매다는 인간이 되었다. 사랑이 모든 걸 치유할 수 있다고 믿었다. 내가 나 자신의 양육자가 되어야 한다. 내가 나 자신을 다시 키워야 한다. 우리 엄마는 못했던 걸 나는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엄마를 너무 원망하거나 하는 건 나의 마음의 감옥을 생성하는 것이다. 방어적인 태도... 상대가 나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좋겠다는 이 마음을 없애야 한다. 관계를 늘리는 게 맞을까? 친구를 새로 만드는 게 좋을까? 새로운 만남을 해 보는 게 좋을까? 나는 혼�� 있을 때 이런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가라앉아 있다. 내가 지금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은 건가?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진정 즐길 수 있는 사람인가? 스무 살 때는 혼자 영화 보는 것도 즐겼는데.... 나는 왜 이ㅓㅎ게 된 거지? 잘 모르겠다. 근데 모르겠다고 퉁 치지 말고, 모르겠어도 해 봐야지. 나는 지금 일단 이 우울감에서 벗어나야 내가 진짜 언니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상대방도 나의 이러한 투정을 받아 줄 여유가 없는 사람인 것을 마음에 고이고이 생각하자. 사람들은 다들 각박한 삶을 산다. 나 자신이 나를 치유해 주어야 한다. 운동은 재미가 없어. 난 땀 흘리는 걸 너무너무 싫어해. 그래서 운동으로 치유는 못 해. 여름이 싫어. 지금 여름이라서 덥고 습해서 더 우울한 걸지도 몰라. 자꾸 우울의 늪에 빠지려고 하지 마. 우울을 인정하고, 나 자신과 친해져야 돼.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거? 사실 지금은 식욕이 없어. 그리고 성욕도 없어. 그리고 갖고 싶은 것도 없어. 나는 이 문제로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어. 근데 그게 애인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내가 너무 의지할 것 같아서.... 동생한테도 이런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부담감을 주기가 싫어. 그리고 엄마도 투정 부리기 싫어. 그러면 애인한테 ���야 되는데 못해. 내가 너무 먼저 이상한 문제로 선빵을 쳐놨거든. 정신병자라고 생각할걸? 아니 나를 ���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건 상대방을 위하지 않는 거야. 이게 맞아. 기대고 싶지 않아. 그래도 애인한테 나의 상태를 말했어. 이건 큰 발전이야. 아무한테도 이 얘기를 하지 않았거든. 내가 곰곰히 생각했을 때 난 헤어질 때 항상 연인 탓을 하고, 헤어지고 나서도 연인 욕을 해.... 문제가 있지. 나를 정당화하고 싶어해. 자기애가 강한 건가? 나는 자기 혐오를 하면서도 자기애가 있는 사람인가? 나는 나를 사랑하는가? 별로 사랑하지 않아. 나에 대한 만족감을 얻는 게 힘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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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발 이제 미국가서 매일매일 혼자 아침맞을 박도혁 생각하니까 그냥 눈물만 줄줄나와 시우 꿈 꾸고 일어나서 덩그러니 침대에 앉아잇는 미국도혁ㅠ
아진짜개에바임가슴오만갈래로찢어짐 몸일으켜서 멍하니 창밖만 쳐다보다가 한숨 푹 내쉬곤 묵묵히 정장입고 출근준비하는 박도혁…. 핸드폰 확인해보는데 당연히 서시우한텐 연락 하나 안와있음 괜히 착잡하게 카톡 프로필이랑 인서타 (비계로) 염탐하는 전남친 모먼트 박도혁 보고 싶어요 ㅋㅋㅋㄱㅋㅋㅋㅋㅋ 멀프에 갇혔으면 어캄… 퍼석퍼석 버석버석해진 박도혁 보고프다… 얼굴도 ㅈㄴ 잘 관리했는데 입술 거칠거칠 말라서 트면 좋겠어요 건조해서 찢어지고 하띠발…. 자기도 나름 미국가서 일하다보면 잊히겠지~ 하는 맘이었는데 생각외로 안 잊혀져서 힘들어하면 좋겠어요 나중에 국내 행사 참석햇다가 우연히 서시우 만나는데 보자마자 좀 놀라는 표정 짓는 서시우… 전보다 마르기도 말랐는데 딱봐도 안색 안좋아보여서ㅠ 막상 서시우 만나니까 자기 상태 안좋은거 보여주기 싫어서 피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기 보고도 그냥 뒤돌아 가버리는 뒷모습 계속 아른거리는 서시우… 아무 일 없이 끝났다가 n달 뒤에 다시 마주쳤을때 그때보다도 더 상태 안좋아진 박도혁 뒤도는거 잡는 서시우 보고 싶어요 하 시발 있을때 잘하지… 박도혁 설마하니 서시우가 자길 먼저 잡을 줄은 몰라서 당황하면서 왜이러냐고 하는데 서시우도 막상 뭐라고 말할지 생각하고 잡은 건 아니라서ㅋㅋㅋㅋㅋㅋㅋ 그, 잘 지내고 있나 해서요. 하면서 우물쭈물거리는데 박도혁 그거에 좀 빡쳐서(잘지내겠냐씨발) 비웃고는 이제 네 알 바 아니지 않냐고 햇으면 좋겠어요 하 이자식들 사귀지도 않았는데 전 애인 삘 나는거 미치겠어요;; 뭐야 니네 사겻어? 둘이 사귀고 나서도 박도혁 한번 가라앉은 마음 회복되는데 오래 걸리면 좋겠어요 여전히 버석버석 건조했으면… 시우를 안 사랑하는건 아닌데 그렇게 지낸 기간이 너무 길어서 자기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너무 좋음… 박도혁은 약간 서시우 어려워했으면 좋겠어요 분명 사귀는데 어사인 느낌? 갑자기 빡쳐서 이 씹… 하고 올라왔다가도 한숨 푹 내쉬고는 화 안내고… 서시우 별로 기분 안 좋은 거 같으면 말도 안 걸고…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뭐 하자고 하는 것도 없어서 오히려 서시우가 불안해했으면 좋겠음 도혁아 내가 뭐 해줬으면 하는 거 없어? 하고 대놓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박도혁이 물끄러미 보다가 잘 모르겠다고 자긴 형이 옆에 있기만 하면 된다고 하는데 막상 옆에있어도 크게 기뻐하는 기색은 없는 건조한 박도혁… 아악 개좋다 분명 사귀는데 옛날보다 거리 멀어진 느낌이고… 화나도 화 안내는거< 이게 진짜 좋음… 둘 사이에 대해 기대가 없어서… 서시우 기분 안좋은데 괜히 자기가 말 걸어서 더 안좋아질까봐 말도 안걸고… 애인인데 자기가 말거는거 시우가 안좋아하는 행동으로 인식하고 있으면 좋겠어요 저러다 시우가 잠깐 시간 가지자고 하거나 암튼 떨어졌다 다시 만나게 되면 그거는 또 안좋아진 티 나면 좋겠어요 근데 그럼 ㄹㅇ 마음의 문 꾹 닫을 것 같음 소라게도혁. 하.. 진심 자낮도혁ㅋㅋ 언제 질림? 1억번 먹는데 먹을때마다 새롭다… 도혁이 입장은 약간 그거임 서시우가 싫기는 커녕 사랑하고 있긴 한데 맘고생한 기간이 길고 기본적으로 자기가 좀 잘못하면 얼마든지 서시우가 또 등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옛버릇 못고치고 또 몸으로 해결하려고 했으면 좋겠어요 애초에 서시우도 그걸 바라서 자기 곁에 있는거 아닐까 싶을듯 둘이 싸운날 밤에 갑자기 서시우 방으로 들어온 박도혁이 냅다 옷벗으면서 올라타니까 너 뭐해?? 하는데 박도혁이 담담한 얼굴로 왜, 형 이거 때문에 나랑 사귀잖아. 싫어? 해서 서시우 충격받았으면 ㅁㅊㅁㅊㅁㅊㅁㅊㅠㅠㅠㅜㅠ 이거 우짜냐 서시우 진짜 충격받아서 암말도 못하는데 박도혁 걍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다시 움직이는거 보고 정신차리고 말리는 서시우… 하 이거 어디서부터 풀어요 진짜 박도혁 앉혀놓고 오해 풀려고 노력하면서 얘기해도 듣는둥 마는둥… 시우 속만 개터져서 아무튼 자기는 이런거 원하지 않고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않아도 상관없다 하는데 그럼 자기 쓸모 없는데 왜 사귀냐고 하는 박도..시우 속만 개터져서 아무튼 자기는 이런거 원하지 않고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않아도 상관없다 하는데 그럼 자기 쓸모 없는데 왜 사귀냐고 하는 박도.. 아이런개씨발씨발…… 연애를 쓸모 보고 하냐고요 이아저씨야………. 하 박도혁은 서시우가 자기 쓸모없어지면 바로 버릴거라고 생각하는게 너무 마음아파요 근데 쓰레기같은 소리 한마디만 더해도 되나요?ㅋㅋ 박도혁 몸살감기 기운 있어서 몸 안좋은데 어쩌다 서시우랑 분위기 타서 섹각 잡혀 가지고 티 못내는거 보고싶음… 아무리 풀어주고 삽입해도 몸상태땜에 너무 아프고 토할거같은데 윽윽거리면서 참고 서시우는 자기 아픈거 모르니까 눈치 못 채게 하려고 일부러 느끼는 신음 내는거 보고싶음… ^^ㅋ 다음날 열 40도까지 올라서 병원 실려갈듯 하 죄송한데 개꼴려요 ㅎㅂㅇ로 해서 시우 눈치 못채는데 하나두 못느끼고 걍 아프고 힘들어하기만 했으면 좋겠어요 ㅎ 서지도 않고… 서시우 충격 받고 다시는 ㅎㅂㅇ 안할듯… 해도 얼굴 보면서 한번은 하고 나서야 할 것 같아요 몸이 좀 따끈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설마 이렇게까지 자기 눈치 볼거라고 생각도 못함 하 ㄹㅇ 이거지예… 천하의 박도혁이 애인 눈치본다고 느끼는 연기 한다는게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서시우 그쯤 되면 왜 그랬냐고 물어보는 것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도혁이 손 잡고 진지하게 다음부턴 절대 그러지 말라고 하는거 보고싶어요 근데 박도혁 입장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시우형이 좋아해주는지 모르겠어서 서러움에 눈물 뚝뚝 흘리겠죠 자기딴에는 시우형 좋으라고 해준건데… 자기가 해주는 건 다 싫다고만 하는 것 같으니까.. 미친 이거 진짜 걍 아기다… 개십색기전무가 아기됏음 ㅠㅠ;;; 담에 또 아픈데 섹각 잡히면 키스 ㅈㄴ 하면서 옷 벗겨지다가 이거 생각하고 머뭇머뭇 형 나 아파…하느 적폐도혁 보고 싶어요… 걍 박도혁 전무의 약한 부분이 자꾸 보고 싶음 진짜 개 변태된 기분이지만… ㅅㅂ… ㅅㅂ!!!!!! 징짜개조음 ㅠ!!!! 하 그래도 형 말 잘 듣네요 울아기,,, 첨엔 괜히 아프다고 말해서 분위기 깨질까봐 걱정했는데 서시우가 얼른 몸 떼더니 끌어안아주면서 미안하다고 오늘은 씻고 바로 자자고 얘기해줘서 고맙다 하니까 품에 얌전히 안겨있는거 보고싶음… 속으론 안심했겠죠 그냥 솔직하게 얘기해도 화내거나 그러지 않는구나 싶어서 화내거나 그러지 않는구나<< ㅈㄴ 기죽어보여서 맘 찢어지는데 개재밌음 ㅋ ㅋㅋㅋ 하 품에 얌전히 안겨있는거 너무 좋고… 서시우가 챙겨주면 좋은데 어색하게 얌전히 받고 있을 것 같아요 안겨만 있다가 나중엔 자기도 팔 올려서 끌어안았으면… 담엔 각 잡힐때 먼저 몸 괜찮냐고 물어보는 시우,, 이 아기 엌덕함… 서시우가 챙겨주는거 처음에는 어색해했다가 점점 익숙해져서 오늘 상태 안좋다 싶으면 오늘은 그냥 안고 자면 안 돼? 하고 애교스럽게 올려다보는 연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시우 하고싶어도 그얼굴 보면 허벅지 꼬집어서라도 참을듯ㅋㅋㅋㅋㅋ 그러다 연하가 역으로 욕불 오면 먼저 올라타겠죠? 서시우 당황해서 아니 도혁아 이렇게까진… 하고 운 떼면 왜? 싫어? 그럴리가 없는데? 하면서 장난스럽게 웃는 박도혁… 아 ㅈㄴ 달어 그냥 자자도 아니고 안고 자면 안 돼…? ㅁㅊ 진짜 ㅈㄴ 귀여워요… 손 다 타가지고 나른 말랑 고양이 된거 너무 좋아요 지 아프다고 형 시켜먹고 그러는 연하미 팡팡 박도혁 보고 싶고… 허벅지 꼬집는 서시우 보고 자기 입이나 손으로 해결해준다고 하는것도 보고 싶고ㅋㅋㅋㅋㅋㅋ 그럴리가 없는데? 당당해진거 왜케 웃겨요 그날 위에서 제대로 허리 움직여줘서 서시우 ㅂㅅ 치는거 보고 싶당 공분수 진심 대꼴 ㅋ… 서시우 느낌 이상해서 잠깐만 도혁아 멈춰봐 응? 하는데 울 싸가지없는 연하도혁이가 형아 말을 들을 리가 없죠… 왜? 뭐가 이상한데? 하면서 열심히 움직이고 형아 ㅂㅅ까지 안에 다 받아내서 허벅지타고 줄줄 흘러내리면 하… 형아 ㅂㅅ 받아내면서 움찔움찔 눈 치켜뜨고 느꼈으면… 다 받아내고 허리 위로 올려서 빼내면 울컥울컥 쏟아지는데 씩 웃으면서 그렇게 좋았냐고 하는,,, 싸없연도… 바로 허벅지 잡혀서 뒤로 넘어지고 탈수올때까지 박혓으면 좋겠어요 ㅎ ㅂㅅ 받아내면서 느끼는거 넘 야한거 아님요?ㅠㅠㅠㅠ 하 의기소침 도혁이가 형아 사랑 받고 확신위��당당냥이 되는거 언제 질림… 진짜너무맛잇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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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식 과잉일지도 그냥 내가 감정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더 처절히 깨달았다.
난 극복하지 못했고 그 자리에 머물렀다는 것을
가족들 앞에서 눈물을 참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확실히 깨달았다. 나의 트라우마의 트리거는 가족들이고, 이건 그리움과 애도의 눈물이 아닌 공포와 두려움이 섞인 눈물이라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흐르는, 내가 조절할 수 없는 단계의 감정이었다.
눈물을 흘리며 나도 모르게 그때의 괴로운 표정을 짓게 된다.
가족들이 나를 둘러 쌀 때, 나를 인식할 때, 바라볼 때
어김없이 눈물이 차오른다. 그 북적임이 나를 괴롭게 한다. 도망치고 싶게 만든다. 평소에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억지 웃음조차 지을 수 없는 감정이 나를 지배한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아니 그 공간에 있으면서 계속 생각했다.
이것은 이제 나에게 '문제'의 영역이다. 가족들에게 그 쉬운 미소조차 지을 수 없고 내 모습 그대로 행동할 수없고 말할 수 없다는 건 정말 이제는 문제다. 그 자리에서 위축되어 있는 나의 모습이 너무나도 싫다.
집에 도착해서 정신과와 심리상담소를 찾아봤다.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 글로서는 전혀 와닿지가 않아서 직접 전문가를 찾아가서 내 마음을 이야기해야 내 속이 풀릴 것 같았다.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머리가 지끈거렸다. 마치 과호흡 오기 전의 증상들이 미미하게 찾아왔다.
그리고 오늘 아빠에게 털어놨다.
미칠 것 같아서 울고 불며 이야기했다.
가족들이랑 함께 있는 상황이 나를 미치게 한다고 그날이 떠올라서 두렵다고 그랬다. 장례식장에서 모든 가족들이 날 둘러싸는, 그 북적임, 그리고 나와 아빠 그리고 동생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생각나서 돌아버리겠다. 가족들이랑 함께 있으면 더 힘없고 연약했던 그때의 나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미치겠다 감정의 제어가 잘 안된다
나에게 아빠의 아내이자 동생의 엄마가 되어야한다고 두 사람을 모두 케어해야한다고, 종교 이야기를 운운해가며 떠들어댔던 어른들의 말에 상처입었다고
나는 누구에게 케어를 받느냐고 누가 날 이해해주냐고 그동안 날 몇번이나 봤다고 뭘 안다고 나에게 그딴 소리를 하냐고 나도 애인데 그동안 어른아이로 컸던 나였는데 당신이 뭘 안다고 내 상처에 대해서 위로를 해주기는 커녕 부담과 죄책감을 심어주는지 모르겠다고
아빠가 듣더니 다 잊으란다 내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고 그랬다.
그런 소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줄 알아야한다고 했다.
처음으로 아빠에게 감정적으로 이해받았다는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니가 그랬구나 하고 날 이해해줬다.
엄마는 이제 좋은 곳으로 잘 갔다고 이제는 그만 떠올려도 된다고. 그리고 아빠는 나에게 케어를 바라지 ���는다고 했다.
나에게 어떠한 압박,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생각했다. 나는 그때의 상처로 나를 결박지었구나.
내가 가족들에게 벽을 치고 살아왔구나. 그것이 내 스스로가 만든 방어기제구나
아빠의 말을 듣고 그동안 회피했던 내 감정을 다시 마주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왜 이 감정을 느꼈고 왜 이 상황이 두려웠고 무서웠는지 스트레스를 받는지
더듬더듬 감정의 원인에 대해 생각해본다
우선 나는 17살이던 그때의 내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남들의 시선과 반응에 예민한 나로서 내가 힘이 없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때의 기억이 지금의 내 사고, 가치관을 만드는 것 같다.
가족 어른들에 대한 적대감이 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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