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듣기엔
blu2alpaca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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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ydn: Symphony no.26
Mozart: Piano Concerto no.12
Lutoslawski: Overture for strings
Chopin: Piano Concerto no.1
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
Seong-Jin Cho, piano
2023.05.11 @ Isar Philharmo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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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악단은 시작이 실내악으로 시작했어서인지 하이든 아주 좋았다. 그리고 피아노 무대 중앙으로 옮겨지고 이 날의 하이라이트 조성진 피아니스트 등장. 아주 깔끔한 모차르트. 나는 동글동글한 모차르트 소리를 좋아하는데 이게 딱 그런 연주였다. 처음 피아노 소리 홀에 퍼지자마자 와!!! 속으로 어찌나 감탄을 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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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미션. 아침 8시에 뮌헨에 도착한 첫날이라 피곤해서 낮잠을 좀 잤는데 잠에 굴복해버려서 아슬아슬하게 콘서트홀에 도착하느라 프로그램 북도 못사고 홀도 찬찬히 둘러보지 못했다. 짧은 첫인상은 홀이 굉장히 현대적이다 라는 것. 이렇게 군더더기 없는 게 독일 스타일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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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티켓사진으로 대신. 유럽은 아직도 프로그램북을 돈을 주고 사야하는데 대부분 3-5유로 정도고 크레딧카드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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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대가 컸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2번을 가장 좋아하지만 1번도 좋다. 사실 쇼팽 피아노 협주곡은 2개밖에 없으니 뭐든 안좋을리가. 이 날의 연주가 독특한 점이 있었다면 악단이 현으로만 구성되어 있다는거. 플룻도 없고 브라스도 없고 오로지 현악기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내가 듣기엔 목관 파트는 그냥 빈채로 남겨 둔 것 같았고 금관 파트는 첼로가 연주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가 피아노가 더욱 도드라졌고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섬세하고 정교한 쇼팽을 한껏 즐길 수 있었다. 너무 좋은 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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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박수갈채. 뮌헨 사람들은 (물론 주관적이고 오롯이 내가 느낀 거임) 관객 수준이 높고 예의가 바르고 박수에 인색하다- 는 인상을 받았다. 몇 번의 박수갈채 끝에 앙코르는 헨델이였다. 그의 최신 앨범이 헨델이였는데 제대로 들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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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lations2 · 10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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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도, 투픽 하다드
Jiddo
- Toufic Haddad
- In A Map of Absence: An Anthology of Palestinian Writing on the Nakba. Edited by Atef Alshaer
seventy-nine years ago my father’s father smiled
it was a boy and he was the first
and as these things go you smile and thank god give fenugreek sweets to the mother to strengthen her blood
there, across the street he sat a young father
‘Toufic Khalil Haddad’ hung on his door
perhaps I imagined him cadastral maps and compass measuring distances between here and eternity
across the street he looked out to the cemetery …
who knows what people think when they look to cemeteries
perhaps
during lunch he’d walk through find some shade in the scent of the dry pine needles to think plan
how he would build on the plot in Ard al-Hamra
how the Mutran school fees would be paid
how he could avoid knowing then what we all know now
* * *
spring sun in Jerusalem is exquisite
deceivingly
exquisite
and I close my eyes and sigh
shake my head
* * *
when my father finally told me about the day
that spring day
when the car pulled up, and the suitcases were put in
I understood what he was doing
I understood about the graveyard and the breath you breathe when things you should have known are finally known
* * *
every life has a story or so they say
and I never knew yours
jiddo
it was there buried in a shallow grave with no flowers
that horrible anonymous way precious things crush and disappear
I would like to believe there is a transcript
where everything is written
and everything returns
and all wounds sewn shut heal even if they scar
because small things matter but I am too old for stories
and history, too long for exception   there are only graves
graves you must find graves you must mind
_
짓도*
- 투피크 하다드
- 발췌: A Map of Absence: An Anthology of Palestinian Writing on the Nakba.
칠십구년 전 아빠의 아빠가 미소를 지었다
아들이 태어났고 첫 아이였고
그런 일이 있을 때면 으레 그러듯 미소를 짓고 신께 감사하고 아이 엄마에게 피가 강해지도록 페누그릭 사탕을 먹이고
거기, 길 건너에 앉았다 젊은 아빠가 되어
'투픽 칼릴 하다드' 이름이 문에 걸렸다
어쩌면 상상컨대 그는 지적도와 컴퍼스로 측정했을지도 이곳과 영원 그 사이 간격들을
길 건너 묘지를 지켜보았다...
묘지를 보며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찌 알겠어?
어쩌면 그는
점심시간에 그늘을 찾아 걸어들어가 마른 솔잎 향 속에서 생각하고 계획했을지도
어떻게 아��드 알 함라의 작은 땅덩이에 집을 지을지
어떻게 무트란 학교 등록금을 낼 수 있을지
어떻게 지금 우리가 아는 모든 것들을 아는 것을 피할 수 있을지
* * *
예루살렘의 봄 햇볕은 눈부시다
거짓말처럼
눈부시다
나는 눈을 감고 한숨을 쉬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 * *
아빠가 그날에 대해 내게 마침내 말해주었을 때
그 봄날에 대해
차를 세워, 여행 가방을 싣던 날
나는 이해했다 그가 무엇을 했던 것인지
나는 이해했다 묘지를 그리고 마침내 알아야 할 것들을 알았을 때 그때서야 쉬는 숨을
* * *
모든 생은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그렇게들 말한다지
그리고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짓도
당신의 이야기는 거기에 묻혀있었다 꽃이 없는 얕은 무덤에
소중한 것들이 부서지고 또 사라지는 그 끔찍한 익명의 방식
이렇게 믿고 싶다 남겨진 기록이 있다고
모든 것이 쓰여있는 그런 곳이
모든 것이 돌아오는 그런 곳이
모든 상처가 꿰매어 닫히고 낫고 흉터가 남더라도
왜냐하면 작은 것들이 중요하니까 하지만 나는 이야기를 듣기엔 나이가 많아
그리고 역사는, 너무 길어 예외가 있기에는  
무덤들만 있다
당신이 찾아야만 하는 무덤들이 당신이 돌봐야만 하는 무덤들이
_
*옮긴이 주: Jiddo 짓도--아랍어로 조부를 부르는 호칭. 구글 검색에 따르면 쿨한 할아버지를 '짓도'라 부른다고도 하며, 옮긴이의 친구 B에 따르면 할아버지를 부르는 호칭 중 귀여운 호칭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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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1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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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약한 공상만을 먹고사는 나로서는, 눈앞에 놓인 현실이라는 것이 가끔은 가소롭게 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절망적이라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에 벌벌 떨 때도 있지만, 역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스스로가 어떻게 되어버린 건 아닌지 하는 의심이다.
의심이 들면 공상가로서 실격이다. 그런 법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매일 밤 수면이란 것과 싸우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진정한 몽상가라 하면 무(無)를 갈고닦아 그것이 달을 대로 달은 진정한 무의 경지에 이른 송장이라던가, 감정이 초월한 어느 한적한 곳에 살고 있는 초인뿐이다. 그런 류의 인간이 되기에는 그릇이 작은 나라는 인간으로선 따라가기에도 벅차다. 감정과 이성의 선을 스물이 넘었지만 아직도 무엇 하나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해두겠지만, 나만큼 어지럽고, 계산적이면서도, 감성과 이성을 넘나드는 공상 속에서 분주히 살아가고 있는 녀석도 그리 흔치 않다.
언젠가, 세상이 나를 향해 음침한 계략을 짰다는 것을 눈치챘음에도 무엇 하나 두렵지 않게 되어서, 마치 예수의 사랑을 처음 영접했을 때와 비슷한 심정으로 진정한 자유로움에 도달했을 때도 있었고, 아무도 나에게 해를 가하지 않았음에도 혼자 멋대로 병들어 터덜터덜 거리를 걸으며 패배자 흉내를 낸 적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보다 공상 속에서 일어난 비극을 갖고서 실제로 몸이 더 고양되었고 슬펐던 것 같다.
아무튼 간에, 내 속 좁은 인생은 진정한 공상가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모양이지만, 그래도 어떻게 또 봐준다면 ‘비열한 공상가’는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쓸데없는 말을 거추장스럽게 한 것 같은데, 어쨌든 이 ‘공상’과 ‘과거의 미화’가 없었다면 나는 이제까지의 나의 삶을 도저히 증명할 수 없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리고 어쩌면 내 작디작은 삶은 전부 공상으로 이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공상이라 하면, 필히 인간의 본능에 연결되지 않겠는가.
저지르면 안 되는 일들, 혹시나 이것만큼은? 아 역시 아니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무한한 욕구. 망상이라 부르는 거짓 평화, 나태를 멋들어지게 포장한 반쪽짜리 안도감, 바보 같은 희비극, 일어나선 안 되는 사랑의 도피, 추악한 밤놀이…그저 그런 것들.
그리고 공상가들은 인생에서 인문학을 그다지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법이라, 가끔 무책임하게 막말을 할 때도 있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주변에 거하게 한바탕 민폐를 끼쳐 한순간에 방랑자 신세로 내쳐질 때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른’이라는 말을 듣기엔 이 세상의 많은 민족들 중 가장 동떨어진 족속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평생, 이 사회에 너무도 자연히 팽배하게 덮여있는 순리라는 것에 보호받고 자랄 수 없는 가여운 난민들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묻고 싶다. 순수와 날것은 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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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오늘 아침의 경우에는,(똑같은 공상을 한 적은 없다. 매일매일이, 다르다.) 아침에 일어나서 우선 깨자마자의 자세를 유지한 채로 눈만 멍하니 떴다. 분명 나는 제대로 된 숙면이 아닐 경우가 훨씬 다분하기에 조금의 두통과 이인감도 함께한다.
그러고 나선 흐트러진 머리 스타일을 상상하고 영혼이 몸으로부터 천장으로 쏙 빠지는 것을 시작으로, 내가 나를 바라보는 이른바 3인칭 공상이 시작된다.
밤 새 걷어차 널브러진 이불 위에 자전거를 굴리는 것 같��� 놓인 두 다리, 손은 위아래로 제각각, 얼굴은 의외로 깨끗하고 하얗다.
침대 위에 있던 내 몸은 어느새 봄바람이 잔잔히 흘러드는 드넓은 깨끗한 초록색 풀 밭으로 이동한다. 주위엔 인간이라곤 아무도 없다. 내 옆엔 커다란 메타쉐콰이어가 있고 그 나뭇잎이 천천히 내 주위에만 하나씩 떨어지고 있다. 그곳에서 눈을 감고 한참 동안 새 지저귐을 듣는다. 새소리 속에는 가늘게 매미 소리도 있는 거 같고, 익숙해서 어딘가 울적한 [베토벤-비창 2악장]도 희미하게 함께 들린다.
그렇지만 난 전혀 웃지도 울지도 않는다. 울기는커녕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는다. 내 얼굴을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도 없으면서 그렇게 쉽게 단정 지어버린다.
이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공상의 묘미이다. 현실에서 몹시 부정적이라 여겨지는 ‘나 이외의 인간을 단정짓는 행위’를 그 무엇보다 쉬운 일로 간주해서 한 번에 100명이고 1000명이고도 단정 지을 수 있다. 그것뿐이랴, 나의 다음 행동에 따른 세상의 변화도, 상대의 대답도 전부 주체자인 내가 멋대로 정할 수 있다. 곧 있을 다가올 꿈만 같은 순간이 오기 전까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사실도, 어렴풋이 알고 있다.
갑자기, <사상의 등불이 켜지는 순간>이라는 문구가 뇌리를 빠르게 스친다. 그렇지만 역시, 그만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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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아이파크 몰 안에서의 오전, 아니 오후라도 좋다. 시간은 아무래도 좋다. 그곳에, 영풍문고와 유니클로를 잇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다는 것만이 중요하다. 밖에서 비가 와도 좋고 안 와도 좋다. 사람은 분명 많을 테니 전부 뿌옇게 비네트 처리를 한다. 오늘의 공상은 날씨와 시간보다도 장소가 중요한 모양이다. 아마도 무의식중에 백화점이라는 건물 안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런 거 같다.
역시 혼자서, 영풍문고를 무심히 걷고 있다. 어째서 걷고 있는지는 모른다. 아니 사실 나는 결말까지는 몰라도 어째서 걷고 있는지, 그 정도는 알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굳이 보태어 말하고 싶지 않다. 기억해내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그런 기분이다.
기나긴 검은색 코트를 입고 치마인지 검도복인지 헷갈릴 정도에 통이 큰 회색 바지에, 코트 안엔 청색 폴로 난방, 그 위엔 더 진한 코발트블루 가디건을 겹쳐 입고 있다. 평소 즐겨 자주 입는 스타일이다. 실제로 이렇게 입으면 바지가 바닥에 끌리기도 하고 내 신발에 내 바지가 밟히기도 하는 둥 여간 불편하다. 또 옷 그 자체가 굉장히 무겁기 때문에 금방 피로를 느끼기 마련인데, 전혀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나체 상태인 것처럼, 무척 편안하다. 거기서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무심히 서점을 한 바퀴 쭈욱 돌다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코너 쪽에 멈췄다. 그러고 있으니 비네트 처리되지 않은 하나의 존재가 밖으로 이어진 문을 통해 영풍문고로 들어온다. 내 주위를 서성이는 주황 불빛과 조명들이 문득 주마등 같다 느껴졌지만 그렇다고 슬프지는 않고, 오히려 오물처럼 짙게 낀 마음의 사념들이 저 멀리 날아간 느낌이라 오히려 포근한 느낌이다.
나는 수많은 책들 중에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을 집었다. 그리고 ‘어릿광대의 꽃’을 펴서 읽는데, 집중하며 읽으면서도 동시에 찬찬히 다가오는 존재를 인식하고 기다린다. 반드시 나에게 온다. 그것은 알고 있다.
수수하게 입을 줄 아는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도 그녀 앞에서 수수하게 입을 수 있을 테니.
조숙하고 조신한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도 그녀 앞에서 조신하게 있을 수 있고, 괜히 갖고 있지도 않은 허상을 자랑하지 않아도 될 테니.
수줍은 웃음 뒤에 아무런 거짓이 없는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도 그녀 앞에서 세상의 이면을 노래하지 않을 수 있을 테니.
아픔을 있는 여자, 그리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사려하게, 그리고 그것에 다시 아파하는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도 그녀 앞에서 진심으로 눈물을 흘릴 수 있을 테니.
누구보다 아름답고 기품 있는 얼굴에 따스한 날카로움이 있는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도 그녀 앞에서 지금까지 지켜온 나의 동정과 정조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 수 있을 테니.
비웃음과 무시를 모르는 듯한, 아가페의 미소를 갖고 있는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도 그녀 앞에서 진정한 사랑을 믿을 수 있을 테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 그저 특별한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도 그녀 앞에서 당신을 기다렸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을 테니.
절망이 세상을 덮는 날에 그것만큼은 사소한 일이라 여기는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도 그녀 앞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주고싶을 테니.
공상, 시작.
그녀는 내 옆을 지나가려는 찰나에 어째서인지 딱 하고 멈춰서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 표정엔 악의나 놀림이 없다. 조소도 계산도 없다. 진정으로 순수한 감격과 세월이 묻어난 태고의 감탄이다. 사실 이때부터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이 이상 바란다면 괴로울 거 같다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그녀는 이어폰을 끼고 있는 나를 배려해 책을 들지 않은 내 왼팔 팔뚝에 그 깨끗하고 하얀 손가락으로 귀엽게 몇 번 쿡쿡. 노크하듯 살포시 찌른다. 나는 그녀의 존재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심지어 나에게 말을 걸 것이라는 것을 훨씬 이전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마치 아무것도 몰랐던 거처럼, 처음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모든 것이 계산된 간사하면서 어딘가 살가로운 옅은 미소를 띄운다. 그리고 “네?”라고 침착하게 대답한다.
거짓말쟁이라는 것은, 사실은 누구보다 영악할지도 모르겠으나, 그만큼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인간이 아닐까. 그리고 누구보다 세상에 기대하는 것이 많은 인간. 아닐까. 의미 없는 내면의 아우성이 나왔다.
“혹시..”
그녀는 이 단어 하나만을 말하고 말을 멈췄다.
나는 이 말에서조차 그녀의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한두 번 배려를 해본 솜씨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어폰을 빼자 이내 다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영원을 넘어 영원.”
[영원을 넘어 영원]은 내가 만든 곡 중에 하나다. 그렇지만 나는 이것을 앨범으로 낸 적도 없고, 누군가에게 들려준 적도 말한 적도 없다. 이른바 이 세상엔 나밖에 모르는 음악이라는 것인데, 그녀는 어찌 된 일인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의 제목을 내게 말했다.
역시 나에겐 이 여자는 과분하다. 처음에 나를 그렇게 배려했을 때부터 알아봤다. 이 여자는 나랑 같이 있기엔, 너무 아까워. 그래. 초인인 진정한 공상가들. 그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여자야. 이 여자는 깨끗해. 깨끗해도 너무 깨끗해. 아직까지 나처럼 더러운 녀석을 본 적이 없기에 이렇게 깨끗할 수 있는 거야. 만약 나랑 사귄다면, 아니 사귀는 건 애초에 바라지도 않아. 같이 있기만 해도 이 여자의 순백은 하루아침에 깨질 게 분명해. 시커먼 결락으로. 어두운 사상으로 이 여자 또한 의도치 않게 나의 길동무가 되고 말 거야.
도망치자. 그래 도망치고 다시 시작하는 거야. 이 공상이 끝나면 아주 착실하게 살아가자. 감정? 사랑? 쓸모없어. 사상? 이성? 더할 나위 없는 꿈? 전부 진부한 것들 투성이야. 여자든 남자든 결국 돈이라고. 내가 돈이 많았다면, 저 여자 앞에서 이렇게 쫄지도 않았을 테고 자신감 있게 술을 먹자 하든 뭘 하자 하든 있는 힘껏 밀어붙였겠지. 아. 나는 공상에서조차 이리 쩨쩨하구나. 바보 같은 녀석. 이제 두 번 다시 공상 따위는 하지 않겠어. 바보. 바보. 바보 같은 녀석.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스스로가 너무 짠해서 ���딜 수 없었다. 어떻게든 빨리 마무리를 짓고 싶었다. 마침표를 찍는 버릇은, 도무지 전부터 고칠 수 없었기에 허겁지겁 떠오르는 말을, 아무런 말을 횡설수설하며 해댄다..
“[영원한 피날레]는?”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만년 속에 사는 남자]는?”
“당연히 알고 있어요. 아니 그것보다 듣고 있어요. 어제도, 오늘도.”
그렇게 답하는 여자의 말을 듣자니, 눈물이 날 거 같았다. 분노도 감동도 치욕도 절실도 아니었다.
단지 애증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어린애처럼, 차라리 떼쓰기로 마음먹었다.
“당신, 나를 놀리려 하는 건가? 뭐야 도대체, 갑자기 찾아와서 불러놓곤. 실례도 이런 실례가 없군. 가던 길이나 계속 가세요. 더 이상 난 할 말이 없군.”
나는 현실에서 이렇게 화 내본 적이 없다. 애초에 화는커녕 말 수조차 거의 없다. 지금 낸 화도 결국 어딘가에서 본 누군가의 화를 따라 한 것 뿐이다. 그래서인지 후폭풍이랄까, 이미 다 말해놓고서 그녀의 얼굴과 대답이 대뜸 두려워졌다. 원래 비겁한 인간이란 것은 이리도 줏대가 없고 나약한 법이다.
7초 정도 지났을까, 그녀로부터 아무런 말도 제스쳐도 없길래 되려 조바심이 나 참지 못하고 결국 그녀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다.
예상외로, 그녀는 씽긋 웃고 있었다. 이 미소도 아까의 감탄과도 같이 아무런 꾸밈도 해함도 거짓도 없는, 마치 순수하게 뻗은 하나의 불꽃놀이 줄기의 터지기 직전 같은, 그런 아련함이 묻어있었다. 헤아릴 수 없는 관록이 담긴 미소, 요즘 사람들이라면 도무지 본 적도 없을 정도로 고귀하고 신성한 태고의 미소.
나는 흠칫 놀랐다. 그녀를 보고 놀란 것인지, 자신의 추악함을 보고 놀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알 방도조차 없었다. 단지 그녀의 아름다움을 보고서 그 순간 그저 넋을 놓고 만 것이다.
앞머리가 있는 검은색 긴 머리에 신장은 165cm 정도, 회색의 긴 나뭇잎 잎맥 무늬 코트를 그녀는 입고 있었고 단추가 전부 채워진 코트 목부분 너머로 흰색 ���폴라가 살짝 삐져나와있었다. 주먹만큼 작은 얼굴에 코와 입은 얇고 가늘었으며 무척 조화로웠다. 그리도 애처롭고 애수로운 쌍꺼풀 아래로 영혼은 존재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듯한, 아름다운 눈동자를 갖은 양쪽 눈이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모든 인간과 사회의 이상의 결실과도 같은 순백의 웃음을 그 작품에 그리면서, 자신의 팔에 걸치고 있던 회색 목도리를 나의 목에 손수 씌워주었다.
그러곤 이렇게 말했다.
“다시는 오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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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01anc3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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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2)
감정은 풍선과도 같다. 덧없이 더해지면 언젠가는 분명 터져버릴 것이다. 온갖 생각을 담아놓았다면, 그것은 더 빠르게 부풀어 오른다.
엑시온 데우스에겐 '파티' 는 너무나도 어색했다. 살면서 무슨 옷을 입을지도, 애초에 이렇게 신경써야 할 것이 많다는 것도 처음이였다. 옷장을 연지 3시간-, 아마 4시간 즈음이 아니였을까 싶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던 와중, 갑작스럽게 찾아온 무력함에 눈을 질끈 감았다. 물론, 파티는 행복할거란 희망도 함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흐르고 흘러 마침내 그 날이 되었다. 웃음기 하나 없이 그나마 제일 깔끔한, 하얀색 셔츠와 정장 바지를 갖춰 입고 에어와의 약속에 맞춰 나오긴... 했는데, 낡았지만 고풍스러운 차에서 내린 에어 에밀리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엑시온을 반겼다. 분명 태양이 없는 초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낮인 것 마냥-, 정확히 그에게서만 빛이 나는 듯 했다. 초라한 자신과는 다르게. 한참을 노려보고 있자 에어 에밀리는 조수석 문을 열어주더니, 나를 태웠다. 솔직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뇌가 따라가지 못했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그 차에 죽어도 타고싶지 않았다. 적막과 그 어색한 상황에서 친구 하나 없던 내가 뭘 할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가는 길까지의 시간은 짧았지만, 체감상 엑시온 데우스에게는 학교에 있는 시간보다 더 길었다. 무슨 대화를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기억나지만, 내용은 흐릿하다.
생각했던 것 보다 프롬 파티는 시시했다. 입장할 때의 그 얼굴들은 볼만했지만, 이내 조롱과 모욕으로 바뀌었다. 괜찮다. 모두 예상했던 일이니까. 뚫린 입은 쉽게 다물어지지 않는다. 시끄러운 음악이 귀를 멍하게 만들고, 정신없어진 엑시온은 음료수가 든, 글리터가 발린 종이컵 하나를 들어 테라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엑시온의 뒤를 쫓아오는 강아지와 함께.
시시콜콜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다소 일방적이긴 했으나, 주고받는 것은 분명히 있었다. 대답 대신 음료수를 목으로 넘겼다. 프롬 파티의 음료수는 어느 곳이 그렇듯, 슈가 쇼크가 올 것 같은 단맛이 느껴졌다.
" -... 오.. 그러니까 네 말은 갑자기 정의감이 샘솟아서..? 학교 생활을 마무리 짓는 이 파티에..? 용기내서 파트너 제의를 했다 이거야? "
에어의 눈이 동그래졌다. 날 선 말에 당황했는지 냉큼 손사래를 치며 엑시온의 말을 허겁지겁 가로챘다. 무슨 변명을 하려나?
" 아냐-! 아니야. 진짜! 이걸... 이걸 어떻게 설명을-..... "
에어 에밀리는 말을 못하는 타입이 아니였다. 더군다나 말을 더듬는 습관도 없었고, 오히려 친구들에겐 나서서 말 할 줄 아는, 당당하고 대담한 사람이다. 그런데.... 머뭇거린다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생각을 미처 마치기도 전, 에어 에밀리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 신체적 변화를 외면하고 싶었지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애써 시선을 돌렸다. 마주하고 싶지 않다. 음료수를 한 모금 더 들이킨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 네가- "
제발. " -좋아.. 서.."
종이컵을 입에다 대었다.
" 이대로 널 놓치면, 평생을 후회할 거 같았거든.. "
시선도 마주치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질끈 감은 건 나였다.
헛소리였으면 했다. 내 뒤에 있는 아무개에게 한 말이였으면 했다. 왜냐하면, 그런 말을 듣기엔-. 태양을 닮은 너와 달리 엑시온 데우스는, 너무나도 초라하고, 보잘것없으며, 기대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 Nah.. Wait, what did you say?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농담이라고 말해.
" ARE YOU FXXKING KIDDING ME? "
" 진심이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질 나쁜 장난도 아니고,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말도 아니야. 정말로, 널 진심으로 대하고 있어. "
놀란 나머지 글리터가 잔뜩 발린 종이컵을 떨어트렸다. 하, 제정신이 아니군. 음료수에 술이라도 탔나? 이 새끼 정말 취한건가? 당연하게도 음료수는 바닥에 쏟아졌고, 컵은 엑시의 뒷걸음질에 무력하게 찌그러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에어 에밀리는 부드럽게 엑시온의 손을 감싸 제 가슴에 올렸다. 손 끝으로 전해오는 심장이 꽤 적나라하게 두근댔었다.
" 뭐, 뭐-. 멋대로 손 잡지 마..! 에어 에밀리! 니가 그렇게 행동할수록 상황이 얼마나 좆같아 지는 줄 알아? "
떨어트린 컵처럼 에어의 손을 강하게 뿌리친다. 그때, 뺨을 때렸던 것 처럼. 강하게 반발한다. 순진한 새끼에게 놀아날 시간 따위는 없다는 듯. 굳게 닫힌 마음을 겨우 며칠 알량하게 들이댄 걸로 열 수 없다는 듯이.
" 방관자 주제에..! "
감정이 뒤섞인다. 원래 그런 놈이겠지 라며 넘기려고 애쓰지만,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애석함과 슬픔은 뇌를 집어삼키기에 충분했다. 시끄럽게 울려대는 음악소리, 한 걸음, 두 걸음을 걸어갈 때 마다 들려오는 조롱과 모욕들. 엑시온 데우스가 이 파티를 탈출할 적당한 이유가 되었다.
사방에서 들리는 구둣소리들 사이로 템포가 빠른 발 하나, 눈치채기도 전에 앞에서 기분나쁜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 대처하지 못한다. 이번만큼은 어떻게 해낼 수 없다. 머리에 끈적이는 포도주가 부어졌다. 새하얀 셔츠가 보랏빛으로 물들고 씁쓸한 알코올의 향이 비집고 올라왔다. 재미있다는 양 키득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분노가 차오르지만, 대처할 수 없다. 수많은 눈 앞에서 사람을 죽일 수는 없으니-,
" 하-. 이딴게 재미있나 봐? 수준 떨어지게. 아-, 집안에서 이런 좆같은 것만 가르쳐 주던? 오늘만큼은 경고해주지. 누구라도 따라오면 그 몸을 갈기갈기 찢어서 하수구에 버려주지. 왜? 못할 것 같나? "
가던 길을 멈추지 않는다. 참아. 엑시온. 늘 그랬던 것 처럼. 오늘이라고 다를 것 없어.
혼란스럽게 했던 소리들이 점차 멀어진다. 그 뒤를 따르는 발 하나를 제외하고는 이윽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가로등이 반짝인다. 엑시 혼자 살아온 삶이였지만, 어두컴컴한 길에 홀로 남겨진 기분을 이토록 짙게 느껴본 적은 없었다.
묵직한 구둣소리가 엑시온을 따라 멈춘다. 그것은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더니 흐르는 눈물을 대신하듯 진득하게 묻어있는 포도주를 닦아 주었다. 내 말이 말 같지 않는건가?
" 따라오면 죽여버리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
" 갑자기 네가 그런 꼴로 도망을 가는데 가만히 둘 순 없잖아.. "
말 같지 않은 모양이다. 너무 참으면 병이랬던가. 저질러버릴까? 온갖 끔찍한 망상이 슬픔을 밀어내고 충동이 몸을 지배하기 직전, 그것, 아니 에어는 엑시온에게 자기 겉옷을 걸쳐, 단추를 채워 주었다. 너무나도 깨끗한 선행에 구역질이 올라온다.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 이게 뭐 하는 짓이지? "
"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잖아. "
다른 의미로 과부하가 올 지경이다. 자신을 이렇게 대해주는 것이 마냥 싫지만은 않아서, 괜한 기대에 감정소비 하고 싶지 않아서, 대뜸 연락처를 넘겨 주었다. 이러면, 한동안은 조용하겠지. 엉망진창인 감정에, 홧김에 쓸데없는 말-, 약속도 해 버렸다.
" 넌 결국 날 방관하게 될거야. 장담하지. 이대로 주면 내가 손해니까 내기 하나 해. 졸업 전까지 내 마음을 얻으면 네 승리야. 만약-. 만약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입닥치고 그 얕은 정의감이나 동정심 접어. "
신경질적으로 겉옷을 벗어 넘겨주곤 집으로 향했다. 귀찮게 하는 개새끼가 더는 쫓아오지 않았다. 일방적인 인사에 웃음이 섞여 있는 듯 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역겨울 뿐이다.
" 그럼 내일 학교에서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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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uyenthiennhuong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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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ời bài hát Na Gateun Yeoja (나 같은 여자)
Lời bài hát Na Gateun Yeoja (나 같은 여자)
매력 있다는 말 참 괜찮다는 말 집이 어디냔 말 듣기엔 좋은 말 내 얘기 아니야 다 장난일 거야 사랑이 와도 버릇처럼 밀어내는 걸 새벽 두 시 모르는 전화가 왔을 때 달려가지 않아 깨어나지 않아 니가 아닌 걸 이유없이 또 마시고 두근대는 가슴만 꼭 너를 기억해 나 같은 여자는 눈물이 많아서 상처도 많아서 모두 떠나가게 만들고 나 같은 여자는 머리도 나빠서 밀고 당기는 그 사랑 하나 못해 받는 것조차 너무 어려워 다칠 걸 알면서 떠날 걸 알면서 왜 손을 대는지 왜 맘이 가는지 눈물이 말라서 아픈지도 몰라 이렇게 살다 사랑하는 법도 잊겠어 니가 없이 한동안 편하고 좋았어 혼자인 게 좋아 친구가 더 좋아 그냥 살았어 새로운 사람 만나면 미친 듯이 사랑할 자신도 있었어 나 같은 여자는 눈물이 많아서 상처도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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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hcjsbo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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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mrng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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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만취. 대 만취. 집에 돌아와 올해 가장 두꺼운 화장을 지우고 나서도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처럼 발갛고 우리 집 성능 좋은 전기장판보다도 뜨겁다.
다음 날 출근을 앞두고도 체력 관리라는 건 사치라고 느껴질 만큼 줄곧 클럽에 출석 도장을 찍어대던 때 항상 나와 함께였던 친구와 새해를 맞아 바에 갔다. 무려 디제이가 오는!
평소 예상했던 주량보다 많은 술을 마셨다. 음악은 무척 신났다. 나 말고도 모두가 신이 난 게 분명했다.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은 온몸으로 티를 팍팍 냈다. 나 또한 테이블에서 낼 수 있는 모든 흥을 다 냈다. 춤을 배우지 않았던 과거가 잠시 후회될 정도였다.
길에 나와서는 눈에 밟힌 아무 곳에나 들어가 타로를 봤다. 떨떠름한 얼굴을 하던 친구는 무려 종합 사주를 봤다. 친구는 질문이 많았다. 엄청나게. 나는 몇 마디를 듣기 무섭게 테이블에 엎어졌다. 반은 잠들고 반은 말똥한 채로 친구의 사주풀이를 감상했다. 내가 듣기엔 다 헛으로 하는 쓸모 없는 소리에도 친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쏟았다. 그리고 그 헛소리를 듣기 위해 개같이 번 돈을 물처럼 쓰자고 제안한 건 나였다. 취객에게 무심해서일까, 지금까지 본 타로 인생을 통틀어 가장 성의 없고 의미 없는 타로점을 보고 잠시 돈이 아깝다 생각이 들 무렵 친구가 쏟아내는 질문들을 듣다 보니 다행히 그 생각을 접을 수 있었다. 너라도 재밌으면 됐어•••. 1월 1일에 만취한 상태로 몇 만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어려운 일을 웬만하면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9시에 길에 나섰는데 집에 도착하니 열한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기어코 우리는 이삼십분을 꼬박 걸어야 하는 산책로를 씩씩하게 지나 집에 도착했다. 가파른 우리 집 계단을 멀쩡하게 올랐고 비밀번호 역시 한 번도 틀리지 않았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운동화의 신발 끈을 허리 숙여 풀 때도 토할 것 같지 않았다.
그냥 그렇다. 평소와 다르다 싶을 법한 짓을 여러 개 해봤지만 다를 것 없었다. 잔뜩 취했지만 멀쩡했대도 쓰지 않았을 일기를 썼다. 점집에서 웬 답도 없는 인생을 내 인생인 것처럼 늘어놓았지만 어차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낼 것이다. 거기서 뭐라고 좋은 말을 해도 내 인생은 특별나게 좋아지지 않을 것이며 어느 나쁜 말을 해도 아주 나빠지지도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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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kfclf · 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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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D와 함께 했던 시간은 테크노였다. D는 네이티브아메리칸 독일계 혼혈이었는데 삶이 너무 고되었던 나머지 눈은 움푹 파이고 비쩍 마른 떠돌이 개 같았다. 그는 무척 보잘것 없이 생겼으면서도 동시에 야성적이고 광기 어린 무언가가 있었다. 빈틈없이 까맣고 커다란 동채와 굴곡진 코가 인디언의 피가 섞였음을 증명했다.
그는 잭 케루악처럼 대륙을 두번 횡단한 끝에 엘에이에 정착했다. D는 참으로 궁핍하고 열심인 삶을 살았다. D의 말에 따르면 그는 13살부터 숲에서 살았으며, 밴드를 결성한 친구들과 살기 위해 물건을 훔친적도 많았고, 뉴욕에서 Dj로 일하던 때는 테크노 앨범을 여러장 냈다는 것이다. 함께였던 그때도 그는 하루 살기 위해 일하고 동트면 잠들었다. 그는 우버를 하며 만난 사람들의 사진을 찍으며 사진작가로 성공하기를 원했다.
그가 사는 동쪽의 보일 하이츠는 가난한 멕시칸들의 동네다. 아이스크림 트럭이 오는 시간 때 말고는 매우 적막했는데 평범한 곳이였다. D의 허름한 집 뒷문 앞에서서 나는 조금 겁이났다. 아니나 다를까 산송장 같은 D의 방은 던전 같았다. 방은 검은색 페인트로 빈틈 없이 칠했고 형광등은 떼버렸으며 방 한쪽에는 촬영도구와 촛불을 켜두는 제단이 있었는데 그가 모시는 창백한 여인들의 사진들과 염소 뼈, 깃털 같은 것들이 모여있었다. 나는 D를 뱀파이어처럼 생각했는데 예를 들어 D는 암막 커튼 사이로 방 안에 빛 한줄기 들어오는 것 조차 매우 불경하게 생각했다. 그는 신경쇠약과 조울증 같은 예민한 성격은 다 가지고 있었는데 햇빛을 쬐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D는 특정 법칙과 미신으로 가득한 사람이었다. 그가 말하는 방식은 보통 사람들은 쓰지 않는 생소한 표현으로 가득해서 편지를 받을 때마다 영어사전을 뒤져야 했다. D는 특정 숫자, 시간대에 집착했는데 10:59, 12시 12분 같은 것들을 보면 찍어 보내주곤 했다. 그리고 밖에 나갈 때마다 어떤 나뭇잎을 태워서 향을 몸에 둘렀는데 냄새가 고약하고 퀴퀴했다.
나는 D를 사랑했다. 그가 헌신하며 보내주는 편지들과 작은 선물들은 세심했고, 그의 초현실적이고 무언가 영적인 에너지와, 강한 자아를 동경했다.
동시에 그가 매우 미웠다. (내가 듣기엔) 너무 강도 높아 거의 소음에 가까운 노래들을 최대로 틀으며 운전대를 두들기면서 드라이브 할 때. 그리고 D가 그의 형편에 맞지 않는 것을 무리해서 가지고자 할 때. 후자 같은 경우는 그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였다. 한번은 그의 폭스바겐에 불이 나서 리스를 했는데 리스한 차의 문이 박살나서 또 리스를 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이와 같은 악순환은 그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또다시 비싼 차를 원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게 참 바보같다고 생각했다.
엘에이를 떠나자마자 나는 D를 거의 잊어버렸다. 유럽여행을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나자 D에게 벗어난 사실이 다행스러울 정도였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는 그를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를 좋아하는 동시에 하찮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에게 두가지 결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1)그가 병에 걸리거나, (2)노숙자가 될거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들어가 본 D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기부 사이트 링크가 걸려 있었다. 페이지에는 D가 호흡기를 끼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사진과 함께 길고 힘든 그의 인생 이야기가 단축되어 있었다. 그는 꽤 심각한 상황이었다. 나는 거의 숨이 멎을 뻔 했다.
그가 아무런 포스팅도 올리지 않은지 몇달이 지났다. D는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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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cranberrycookie · 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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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about the 6 of spades?
“My favorite number! This is a really good one, I swear! Something that’ll perk you up. Well, don’t let me keep you waiting!”
As they hold the card, you get pulled back into the void. By now you were used to this, and you only wondered where you were going next.
The tent once more, it seemed.
Rather than being greeted with silence, you were greeted with two very familiar voices. Custard and Cranberry were onstage, singing in sweet harmony. You couldn’t help but be drawn in by their singing, enchanted. Custard slowly strummed a guitar in his hands as Cranberry sang.
“Hmm 거짓말 그렇게 자신 있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하지만 듣기엔 참 좋다
그렇긴 하네~”
You watch with a look of joy as Custard and Cranberry head into a chorus, the look of happiness clear on their faces as they continued their sweet melody.
“Dream 다신 꾸지 못하는
너무 기분 좋은 꿈
나는 니가 꼭 그런 거 같은데~”
“Dream 종일 아른거리는
너무 기분 좋은 꿈
그게 바로 너~”
While the two continue singing, you start to get pulled away. All you hear is the soft sound of their voices mixing together before being greeted by “Custard.”
They’re inches away from your face, smirking. You notice they smell of sweet citrus and chocolate as they begin to speak.
“Cute, right? Well, which one next? We have 7 more cards to choose from!”
[Scroll Through The Deck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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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yeol-txt · 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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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글쓰기 고민
여전히 한 번 모일 때마다 열댓 명이 넘게 모이게 되는 대학 동기들과의 생일 파티 말고, 준비하던 시험이 끝나 간만에 얼굴을 보게 된 친구와의 술자리 말고, 오랜만에 간 클럽에서 정신 빼놓게 술을 마셨던 것 말고, 일산 사는 L과의 술자리에서 시켰던 닭볶음탕이 생각보다 맛이 있어 놀라기도 잠시, 그와 내가 적어왔던 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일이다.
어째서 예전만큼 텀블러에 글을 쓰지 않냐고 L은 물었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싫증이 난 게 아니라, 정말로 글이 쓰여지지 않아서 뭐라도 적어본 글이 제대로 없으니 1년 가까이 텀블러를 방치하게 되었는데, 이 부분에서는 나 또한 해답을 찾고 싶었다. 이곳에 갇혀 지내게 된 후로는 재작년만큼 글이 쓰이지 않아서 매번 팬을 잡고 있노라면 한숨만 땅이 꺼지도록 쉬게 되다 결국 노트를 덮어버리게 되기 일쑤였는데, 그마저도 무언가 적어내려가다 보면 정말 이게 내가 쓰고 싶어서 적어내려가는 글이 맞는지, 도대체 방금 그 문장은 어느 정신머리에서 나온 문장들인지. 그런 의구심에 한참을 의심하고 고민하다가 또 다시 노트를 덮어버리게 됐다. 그렇게 여지껏 매듭을 짓지 못하게 된 글들만 내 노트엔 20편 정도가 넘을 테지. 아마 그 때의 질문에 나는 한참을 우물쭈물 거리다가 결국�� 이렇게 대답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쌓여가던 소주 병들 사이에 숨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런 나와 반대로, L은 여지껏 써왔던 자신의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고 싶어 했다. 시기하긴커녕 그게 또 그렇게 반가웠던게, 나는 L의 글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고, 그렇다면 하루 빨리 그의 책이 완성되길 바라는 마음에 한가지 제안을 했다. 충무로에 찾아가 아저씨들이 제일 싫어하는 소량의 책을 제본을 떠, 정말로 글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에게 책을 나누어 준 뒤 반응을 지켜보라고. 사실 정말로 글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에게 책을 나누어 준다면 아마 그 사람들은 이미 L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일테고, 그 사람들에게서는 비판적인 반응이라던가, 앞으로의 글의 방향성이라던가, 대학 수업 때 처럼 열심히 작업해 간 사진들을 교수님 비롯한 같은 클래스의 학생들에게 크리틱을 주고 받는 듯한 무거운 분위기를 일궈내며 더 좋은 글을 위한 방법을 듣기엔 어려울테지만, 그래도. 그 자체만으로도 그건 행복한 일 일테니까.
혹시 이건 오히려 나도 언젠가 해보고 싶어 머릿속에 구상 중이었다고 말을 꺼냈던가? 한 병 더 쌓여가던 소주병 사이에 가려 기억이 나질 않는다.
L은 주변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자주 하는 듯하다. 그게 어떤 이야기인지, 그가 나는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나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고 있는지, 그럼 그 많은 사람들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알고 있을지 나는 모른다. 가끔 L이 내 옆에서 통화를 할 때, L이 상대방에게 나를 만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때면 나는 누구와 통화를 하고 있냐고 묻는데, 매번 십중팔구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다. 예전에는 도대체 누구길래 나를 어떻게 아는지 궁금한 마음에 L에게 추궁하곤 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 아마 L과 영화 보는 코드가 잘 맞아떨어지는 사람이거나, L이 일하는 직장에서 친한 사람이거나, L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카페 사진들 사이에 태그가 되어있는 사람들 중 어느 한 명이겠지, 라며 그러려니 넘긴다.
그 많은 사람들 중 내가 쓴 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사람이 있었다고 L은 이야기를 꺼냈는데, 심지어 이 글들 중 한 편 때문에 서로 울음이 터진 적 있었다고 L은 말했다. 이걸 고마워해야 하나 안타까워해야 하나. 약간은 들떠서 닭과 감자는 이미 다 집어먹고 당근밖에 남지 않은 닭볶음탕 마저 맛이 있어 보였다. 상극인 감정의 충돌에 어지러워 하기도 잠시 잠깐 고등학교 시절 내가 떠올랐다. 누군가 내게 어떤 사진을 찍는게 꿈이냐 물었을 때, 나는 보고 있자면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사진을 만들어 내는게 꿈이라고 말했던 것이. 당시엔 그런 어마어마한 슬픔이 밀려오는 사진을 만들어낸다는게 어린 마음에 멋져 보였기 때문이었는데, 돌이켜보니 나는 타인의 슬픔을 책임지지 못하는 작은 존재라는걸 생각하면 역시나 그건 어린 마음이기 그지없었다. 그렇지만, 이거 멋진 일이구나?
나는 근데 또 그걸 사진이 아닌 텍스트로 이루게 되다니 사진은 때려치워야 하나 -까지 먼 거리를 꼬리 물고 생각하다, 그건 술기운에 올라온 것에 지나지 않아 보여 곧장 생각하기를 그만뒀다. 일 년 넘게 아무렇게나 방치되어온 텀블러를 여전히 누군가는 찾아보고, 누군가는 나는 모를 어떤 감정을 나누고 있었다니. 언젠가는 예쁘게 입으려고 말려놓은 빨래를 슬슬 다시 정성스레 걷어내야 할 때가 왔다고 L은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 고마운 마음에 글이 조금 다시 쓰고 싶어졌다. 잘 쓰이지 않더라도, 글이 쓰여질 만한 경험을 하거나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해보고 싶어졌다.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덮어버린 글들을 매듭짓고 싶어졌다. 부푼 마음에 집에 가고 싶지도 않았다. 우린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을 다른 술집을 찾으러 자리를 나섰다.
19.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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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plparty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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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nive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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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9 니브(NIve)_'I'm Alive' Review
[Single-Out #361-1] 니브 「I’m Alive」니브 (NIve) 『Broken Kaleidoscope』
[김병우] 터트리는 부분에서 드러나는 뉘앙스가 알싸해서 독특하다. 무엇보다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고 착 붙는 세션이 보컬의 독특함을 더욱 돋우는 역할을 담당한다. 음색을 단순히 맞춘다는 의미를 넘어, 보컬이 가지고 있는 색에 보다 과감한 터치를 가미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강렬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뉘앙스를 안정적으로 견지한다는 장점이 귀에 즉각적으로 들어온다. 재미로 들으나, 심각하게 들으나 곡이 지닌 색만큼은 의심의 여지 없이 멋있게 드러나는 곡이다. ★★★☆ [김성환] 《슈퍼스타K 6》(2014)에서 브라이언박이라는 이름으로 참가해 대중에 처음 얼굴을 보인 후, 싱글 「From: Me」(2018)로 정식 데뷔한 니브의 첫 EP 『Broken Kaleidoscope』 의 타이틀곡. 이 남성 싱어송라이터는 그간 자신의 싱글도 꾸준히 내놓았지만 한편으로 엑소의 첸이나 엔씨티유의 곡들을 프로듀싱하는 재능도 보여왔다. 앨범을 전체적으로 들으면서 그가 Ed Sheeran이나 Shawn Mendes가 추구하는 음악들의 장점을 지향하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소위 (어쿠스틱) 기타에 기반하여 밴드 사운드와 신시사이저의 활용까지 역동적인 흥을 살리는 팝 사운드를 만드는 데 있어 탁월함이 있다는 얘기다. 특히 타이틀곡인 이 노래는 퍼커션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곡의 리듬감과 긴장감을 올리는 데 완벽한 동력을 제공하며, 초반부부터 날카롭고 록킹하게 내뱉는 가창의 힘도 오디션 쇼에서 봤던 모습보다 더 안정감과 성숙미를 갖추었다. 기타와 베이스 라인은 처음 듣기엔 심플해 보이지만, 적재적소에서 곡의 진행의 긴장을 조성하는데 함께 기여한다. 한편으로 "I’m Alive"가 반복되는 후렴 파트의 간결함과 흥겨움이 곡의 매력을 십분 살려준다. 어떤 면에서 완벽하게 서구적 정서와 트렌드를 지향했기에, 더욱 뮤지션의 옷에 잘 맞게 뽑힌 레벨 높은 결과물로 완성되었다 생각한다. ★★★★ [박병운] 외부가 정의내린 딱딱한 만화경을 부순다는 음반 제명에 어울리게, 곡의 서두에서 타격감이 도드라진 퍼커션 음이 뚜렷하게 울린다. 로커의 정체성을 품은 팝 아티스트의 옹골찬 발산과 자기선언의 고집이 데뷔작 곳곳에 스며있다. ★★★ [조일동] 록, 팝, 소울 스타일일 함께 흐르는데, 장르 사이의 균형감이 좋다. 직선적인 드럼과 베이스 리듬에서는 록의 기운이, 귀를 잡아끌기 충분한 훅을 보컬과 나누는 기타 스트로크에선 팝의 세련됨이, 진성과 가성을 자유로이 오가며 유연하면서도 탄력 넘치는 보컬의 모습에선 네오소울의 매력이 겹쳐진다. 단순한 스타일을 노래 끝까지 밀어붙이며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뚝심이 멋진 팝 트랙이다. 무대 위에서 이 노래가 어떻게 편곡되고, 퍼포밍 될지 궁금해지는 강렬한 트랙이다. ★★★☆ [차유정] 조금은 예전 아티스트인 Maroon 5를 연상시키는 창법사이로 인생의 공허와 아픔이 새겨진 가사가 드리워져있다. 폼으로 내세우기에도 시의 적절하지 않고 감정적인 아픔을 쏟아낸다고 하기에는 한없는 가벼움이 흐르지만, 있는 힘껏 꾸며낸 와중에도 읽혀지는 불안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을 잡아낼 수 있다. 가벼움 속에 흐르는 공허함이 새롭게 표현되는 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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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picalbildung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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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겠다
원래도 3-4월은 항상 상태가 안 좋았지만 이 곳에서 더 안 좋은게 봄을 뺏겼다고 느껴서다. 날씨가 급속하게 더워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여전히 무섭게 살고 있고 나는 이 일을 조금 더 싫어하면서 끝내기로 했다. (잘 되고 있는지 아닌지는 내가 알아볼 수 있는 게 아닌거 같고.)
마음을 주는 일, 진정성을 시험하는 일은 이제 정말 이걸로 족해. 너무 오래했고 소용도 없다. 그런데도 생각을 멈추는 일은 역시 힘들어.
집에서 소포가 3일만에 와서 기분이 좀 괴상하다. 너무 멀고 너무 가까워. 얼마나 자주 왔다갔다했는지 이제는 그 20시간 남짓한 여정을 몸으로 그릴 수 있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그만해야해. 집에도 뭐 없는데... 헛꿈이 잘 사라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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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뮤직에 영어제목 “I Wish” 로 뜨는데, 한국어 제목이 “좋겠다"더라. 두 제목 사이의 거리가 천만년쯤 되는거 같다. “좋겠다"고 말하는 것도, “방백"도 내가 설 곳이 없어지는 경험인데, I wish라고 말하는 건 자기가 너무 강해. 황현 노래 바라고 바라다가 나는 아플만큼 아프고 다 지쳐버렸는데도 원하는 마음만 남은 상태를 참 잘쓴다. 처음 들을 때마다 눈물찔끔한 지독함이 있다. 
이 친구들은 내가 듣기엔 너무 예쁜 꾀꼬리 타입들인데, 버논이나 쿱스같이 목소리 낮은 애들이 서툴게 부를 때 터지는 게 있네. 흔히 “가수"라면 내지 않을 목소리들을 너무 좋아해서 아직도 이 판을 못 떠나고 쩜쩜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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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uhapeople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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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리가요?  https:///nock1000.com/ - 우리카지노  청해자  더킹카지노  선배께서 만난  퍼스트카지노  묵죽일도가  샌즈카지노  변장했다면 코인카지노  아무리 알아채지 더존카지노   못했겠습니까?"
"내가 듣기엔 셋째 형님께서 그때 이미 수십명을 죽인 흥분된 상태에서 무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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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isajean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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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naver.com/openframeworks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를 위한 오픈프레임웍스를 공부하기 위해 익혀두면 도움되는 것들을 적어보았습니다.
1. C/C++ 알고리즘 공부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를 위해서 기본적인 C/C++ 문법 + 알고리즘을 공부 해두면 여러뭐로 상당히 도움이 된다는 건 잘 아실겁니다. 컴퓨터과 수업으로는 데이터구조(또는 자료구조) 수업있고, 선수과목으로 C/C++ 프로그래밍 수업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디어아트를 위해서 C/C++ 문법 수업을 한학기 동안 듣기엔 불필요한 부분도 많고 시간도 오래걸리기 때문에 계절학기 또는 스터디로 한두달에 떼버리는 방법이 좋습니다. 데이터 구조 수업에서 여러가지 알고리즘을 다루는데요, 어디다 쓰는지도 모르겠는데 어려운 말만하고 그렇다면 콕 찝어서 아래 것들만 익혀두세요.
- 정렬 알고리즘들 : Bubble Sort, Insertion Sort, Quick Sort 이것들을 익혀두면 좋을 것 같고요. 실전에선 퀵소트가 주로 사용.
- 검색 알고리즘에는 : Binary Search 이것만 알아둬도 실전에서 상당히 많이 씁니다.
- 그래프 탐색 알고리즘에는 : DFS(Depth First Search), BFS(Bredth First Search) 이거 딱 두개만 익혀두세요.
위에 언급한 알고리즘들을 공부&구현하기 위해서 익혀야할 자료구조로는 딱 3가지 입니다.
- 배열(Array), 스택(Stack), 큐(Queue), 링크드리스트(Linked list)입니다.
이정도만 익혀두어도 평생(?) 기술적으로 막힘이 없을듯.
그래도 부담되시는 분들을 위한 요령..
위에서 언급된 모든 알고리즘들, 좀더 과장해서 모든 알고리즘 소스코드에 쓰인 키워드를 추출해서 보면 사용된 키워드는 10개 내외입니다. 영어단어로 치자면 단어 10개입니다.
- 키워드: int, char, i++, array[i][j], for(), while()
그 다음은 문법과 영작의 기술입니다. 문법은 대부분 컴파일하면서 잡아주기때문에 문법을 달달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만, 영작은 경험에 비례합니다. 요령이 없고 여러가지를 많이 프로그래밍 해보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2. OpenGL 공부
OpenGL을 2D/3D 그래픽 출력을 담당하는 라이브러리입니다. 오픈프레임웍스는 OpenGL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OpenGL을 자유롭게 다룬다면 오픈프레임웍스를 좀더 디테일하게 다룰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소스코드를 마음데로 뜯어 고칠수 있는 수준까지 갈 수 있다고 해야할까요. 가장 좋은건 책보면서 공부하는 방법. 3D를 다룰거라면 3D Object Model Data 를 불러오는 부분과, Camera Viewpoint, Rendering 부분을 유심히 보셔야 합니다. 2D 위주로 간다면 Drawing 함수들이과 Texture, Billboard 개념등을 익히시면 됩니다. 자주 사용되는 상당수 부분은 오픈프레임웍스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주고 있어서 편리합니다.
- OpenGL을 배우기 위해선 'OpenGL Super Bible'이 좋습니다.
 'OpenGL로 배우는 컴퓨터 그래픽스'가 더 많이 팔리고 있는데
  이 책은 컴퓨터그래픽스에 대한 내용이지 OpenGL을 공부하기 위한 책이 아닙니다.
3. OpenCV 공부
OpenCV는 Open Computer Vision의 약자로 인텔에서 개발된 컴퓨터 비젼 및 영상처리 관련된 오픈소스입니다. 인텔 CPU 기반에서 빠르고 최적화 되어있어서 실시간 처리에 유용합니다. 컴퓨터 비젼에서 패턴인식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미디어아트 입장에서 보면 영상을 이용한 입력된 이미지를 분석하여 처리하는데 사용된다고 보면 될것 같습니다. 국내에 책도 나와있고 국내 카페가 많이 활성화 되어있어서 많은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 국내 카페 :
http://www.opencv.co.kr
4. openFrameworks 공부
오픈프레임웍스는 아직 책도 없고 자료도 많지 않아서 공부하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공개된 소스코드를 보면서 스터디 하면서, 커뮤니티들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보면서 많은 예제를 보고 분석하고 실제 본인이 코딩해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 소스코드 : 오픈프레임웍스 폴더에 apps/examples 폴더로 들어가시면 예제들이 있습니다.
- 커뮤니티 : 국내
http://cafe.naver.com/openframeworks
                  해외
http://www.openframeworks.cc/forum
- 책 : Programming Interactivity  
http://www.yes24.com/24/goods/3271862?scode=032&srank=1
[출처] [강좌]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를 위한 오픈프레임웍스 공부하기  (미디어아트를 위한 openFrameworks) |작성자 티구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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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gbear5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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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7 사용기 (3) - 아이폰7과 에어팟 경험
객관적 외관과 스펙 중심의 리뷰 시리즈는 앞에서 이야기했으니 이제 좀 더 이어폰 단자와 관련된 경험에 대한 좀 더 주관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글은 어쩌면 제가 예전에 썼던 글들의 답글 성격이 될 것 같습니다. 아이폰7의 3.5파이 단자 제거 루머에 대한 생각 아이폰7의 이어폰 단자 제거가 의미하는 것들 아이폰7을 사면 기본으로 주는 악세사리 중엔 라이트닝 이어팟이 있고 또 라이트닝-3.5mm 젠더가 있습니다. 둘 다 아이폰7으로 오면서 이어폰 단자를 제거했기 때문에 들어간 악세사리입니다. 라이트닝 이어팟이야 이어폰 단자를 제거하면서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번들 이어폰이겠지만, 라이트닝-3.5mm 단자가 기본으로 포함된건 하위 호환성은 씹어먹는 애플의 제품으로서는 상당히 신선한 일입니다. 애플은 지금까지 계속 컴퓨터에 당연히 들어가 있던 많은 부분을 빼거나 제외했습니다. 이번 맥북 프로만봐도 모든 포트가 USB-C로 되어있죠. USB-C라는 단어조차 낯선데 모든 포트(심지어 디스플레이와 전원 포트까지도)를 다 대체해버리고 호환성을 위한 악세사리는 별도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이 일반적인 애플의 방식이었지만 라이트닝-3.5mm 단자는 특이하게도 기본 구성품으로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의 비중이 높은 아이폰이라는 기기에서 이어폰 단자를 없앤 것이 애플 입장으로도 과감한 일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라이트닝 이어팟은 꽤 쓸만했습니다. 기존 이어팟보다 음질이 안좋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제가 듣기엔 좀 더 깔끔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라이트닝 포트로 전력을 공급 받기 때문에 노이즈 캔슬링 같은 기능이 이어팟에 추가되었습니다. 또한 아날로그 단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어폰을 뺐다 꼈다할 때 잡음이 들리지 않는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번들 이어폰의 사용율이 높은 아이폰으로서는 라이트닝 이어팟만 써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라이트닝 이어팟은 호환성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애플 생태계 이외에 있는 제품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같은 회사에서 나온 맥북에도 쓸 수가 없습니다. 맥북을 같이 쓰고 있다면 맥북을 위한 이어폰을 하나 더 챙겨다녀야하는 불편함이 생깁니다. 이것은 아이폰7 이후에도 나온 맥북 프로에도 마찬가지인데요, USB-C 포트만 있지 라이트닝 포트는 없기 때문에 별도의 이어폰을 챙겨 다녀야 합니다. 이런 부분은 같은 회사에서 나온 제품이고 로드맵에 상당히 오랬동안 있었던 제품임을 감안하면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라이트닝-3.5mm 젠더를 사용하면 이런 부분이 어느정도 해결됩니다. 아이폰7을 쓸 때는 라이트닝 젠더로 연결하고, 맥북을 쓸 때는 젠더를 빼서 3.5mm 이어폰으로 들으면 되지요. 젠더를 사용해서 감소되는 음질도 거의 체감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기존에 음질 좋은 유선 이어폰을 쓰고 있다면 이 젠더의 사용은 필수적이죠. 다만, 아이폰7에 사용시 주머니에서 살짝 삐져 나와있는 외관과 사용할 때 불필요하게 길어지는 줄은 정말 불편합니다. 게다가 젠더가 상당히 짧아서 분실의 위험도 높다는 점은 문제죠. 그동안 쓰고 있던 3.5mm 이어팟과의 호환성을 위해서 젠더를 초기에 몇번 써봤지만 이런 불편한 점 때문에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아이폰5를 쓰던 후반부터는 소니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유선 이어폰을 아이폰7에 연결해서 잘 쓰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면서도 몇가지 불편한 점 때문에 유선 이어폰을 완전히 대체하긴 힘들었기 때문에 라이트닝 이어팟이나 젠더를 번갈아가며 쓰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다지 편한 경험이 아니었습니다. 에어팟을 쓰면서부터 저는 유선 이어폰을 한번도 써본적이 없습니다. 소니 블루투스 이어폰을 썼을 때는 보조적인 목적으로 유선 이어폰도 같이 갖고 다녔는데 에어팟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에어팟을 산 이후 거짓말처럼 애플이 말한대로 완전한 무선 생활이 된 느낌입니다. 기존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면서도 유선 이어폰을 같이 써야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배터리였습니다. 블루투스 이어폰 자체가 배터리가 얼마 안가기 때문에 쓸때마다 충전을 시켜줘야했습니다. 연속으로 재생하는 일이 많은 사무실 등에서 음악을 들을 때 유선 이어폰은 필수였죠. 또 블루투스 이어폰을 충전하는 상태에서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에어팟은 배터리 연속 시간이 5시간이고, 실생활에서 써봐도 실제로도 5시간 정도 지속됩니다. 또한 케이스를 같이 사용하면 이 시간이 몇 배로 늘어납니다. 에어팟을 쓰고 있어도 케이스만 따로 충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충전으로부터도 자유롭습니다. 배터리 때문에 유선 이어폰을 다시 써야하는 일이 아예 사라진 것입니다. 에어팟은 기본적으로 멀티 포인트 연결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기존에 쓰고 있던 소니 블루투스 이어폰은 멀티 포인트 연결을 지원해서 아이패드를 쓰고 있다가 아이폰으로 전화가 오면 전화를 받는식의 자동전환이 되었지만 에어팟은 자동 전환이 되지 않습니다. 자동 전환하는 대신에 사용하는 기기에서 오디오 장치를 전환해주는 식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근데 이 멀티 포인트 연결은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한번에 연결할 수 있는 기기 수가 두대로 제한되어 있고, 다른 기기를 여기에 추가로 연결하려면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연결되어 있는 기기 중 하나에서 연결을 끊어주고(언페어링) 다시 연결해야 합니다. 다른 기기가 연결이 되면서 연결이 갑자기 해제되버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겠지만, 이 과정 자체는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라 저는 자주 쓰는 기기(아이폰, 아이패드)에만 연결을 유지시켜놓고 그 외의 기기에는 유선 이어폰을 쓰고 있었습니다. 에어팟은 멀티 포인트 연결을 지원하지 않는 대신, 기기간을 넘나들며 연결하는 과정이 상당히 자유롭습니다. 아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가 맥북에서 에어팟을 선택하면 자연스럽게 아이폰에서 연결이 끊어지고 맥북으로 다시 연결됩니다. 아이폰은 연결이 해제됨과 동시에 음악이 정지되기 때문에 아이폰을 조작할 일이 없습니다. 이건 마치 유선 이어팟을 쓸 때와 똑같습니다. 이건 안드로이드 폰이나 스팀머신 등 애플에서 만들지 않은 제품에도 해당합니다. 맥북을 쓰다가도 스팀 머신으로 에어팟 연결을 선택하면 맥북과 연결이 바로 끊어지고 스팀머신과 연결됩니다. 이건 스팀머신 뿐 아니라 블투를 지원하는 요즘 콘솔들에도 마찬가지겠죠.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모든 제품에 동일하기 때문에 호환성은 유선 이어폰을 쓰던 시절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입니다. 에어팟은 기본적으로 조작부가 없기 때문에 두번 두드리면 시리가 나옵니다. 귓속에 있는 시리란 녀석은 기존 이어폰 리모컨으로 할 수 없던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곡넘김, 볼륨 올리기 등의 작업 뿐 아니라 만약 애플 뮤직을 쓰고 있다면 특정 가수의 90년대 대표곡을 재생해달라고 하거나, 최근 문자 메시지를 읽어달라는 등의 부탁을 할 수 있지요. 에어팟의 음성 조작은 아이폰7 Plus처럼 자주 꺼내기 힘든 패블릿을 사용하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다만, 한국어 시리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인식률이 상당히 떨어지고, 공공장소에서 사용하기 부끄러운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시간이 많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봅니다. 좀 특이한 부분은 에어팟을 두번 두드려서 시리를 부르는 동작인데요, 그냥 “시리야”하고 불러도 될 것 같은데 왜 두번 두드려야하는건지.. 사실 이 부분은 블루투스의 한계 때문입니다. 블루투스의 대역폭 구조상 스테레오 재생시에는 음성을 전송할 수 없습니다. 에어팟은 음악을 듣고 있는 중에는 사용자의 목소리를 단말기로 전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에어팟 유닛을 두번 두드리면 모노 전송 모드로 들어가고, 그제서야 사용자 목소리를 단말기로 전달할 수 있죠. 여러번 테스트를 하다가 알게된 재미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에어팟을 사용하면서 아이폰7은 비로소 완벽해진 느낌이 듭니다. 애플이 이어폰 단자를 제거하면서 생각했던 문제들을 에어팟으로 한번에 해결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에어팟이 아이폰7의 번들 이어폰이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아쉽게도 블루투스 기술은 여전히 비싸고 에어팟은 그 중에도 유독 비쌉니다. 많은 사람들은 라이트닝 이어팟이나 라이트닝-3.5mm 젠더를 쓸 것이고, 이 경험은 꽤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아이폰7이 가진 한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아이폰7을 쓰시고 있다면 에어팟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아이폰7 외에 다른 애플 기기를 쓰고 계신다면 아이폰7을 두배로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아이폰7 외에 애플 기기를 세대 이상 사용하고 계신다면 뭐하십니까? 어서 지르십시오.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인생에서 사소하지만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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