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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1월
1.1 새해로 넘어오는 순간에는 연필을 깎고 있었다. 프로다짐러답게 새해에는 그동안 해야지 해야지 했던 드로잉을 배워보자는 다짐을 했다.
1.2
오랜 직장생활덕에 눈은 못그린걸 아는데, 손이 그걸 못따라간다.
1.3
2024년을 시작하는 나 자신의 기세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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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10월
10.17.
2023년의 인류는 상온초전도체를 발견하는데에는 실패했지만, 이위전에게 ADHD가 있다는 것을 밝혀내는 업적을 이루었다. 오늘부터 콘서타라는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고, 모든 것이 또렷하게 느껴져서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인 기분이다. 앞으로의 인생은 포스트위저니즘 시대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겠다. 콘서타18mg 1일차의 실시간 기록
커피 많이 마신 느낌. 굉장한 각성효과. 속이 살짝 더 부룩하다. 얼굴빨개짐. 화끈거려. 손발에 땀이 난다. 복용 3시간 후부터 과하다 싶었던 각성이 살짝 떨어졌다. 오히려 좋아. 일하다가 딴짓하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회의시간에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했다. 집중하자는 의도만으로 집중이 되는 것이 신기할 따름.
10.19. 첫 날은 커피를 마신날처럼 잠에 들기가 어려웠고, 잠에 들고 나서도 중간중간 잠에서 깼다. 한 일곱여덟번 정도. 투약 2,3일차에는 첫날만큼 과한 각성은 아니지만 필요한만큼의 각성과 필요한만큼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고 속이 더부룩한 부작용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이 정도면 딱 적당히 좋은 것 같은데, 혹시 내성이 생기는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회사에서 저녁을 먹으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했다. 20분쯤 대화를 이어가고 있을 때, 이쯤이면 대화가 피곤해질 법한 타이밍인데 그렇지 않고 계속 이야기가 잘 들리는 상황이 낯설게 느껴졌다. 단점. 친구의 빡치는 직장상사 이야기에 집중했더니 나도 빡치고 뒷목이 땡긴다. 아이디어회의를 준비해야 하는데, 혹시 약이 도움을 주려나 하는 기대를 했지만,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동안 딴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을 뿐. 빈 공책을 더 오래 노려볼 수 있게 되었다.
10.26. WK의 윗웰씨랑 이야기했다. 난 도쿄가 좋은데, 서울 오피스라서 김이 식었지만 연봉을 꽤 올려줄 수 있다는 말에 좀 혹했다.
10.30. 콘서타 3주차. 지난 주에 약을 새로 처방 받으러 가서 질문했을 때 의사 선생님이 이 약은 내성이 없다고 하긴 했는데, 그렇다면 내 몸이 적응을 한 것인지 약효가 첫 주보다는 약해진 것 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여전히 집중을 잘할 수 있고 아침부터 또렷한 정신으로 지낼 수 있어서 쾌적하다. 요 몇주를 거의 주7일제처럼 바쁘게 지내고 있는데 약의 도움이 있어서 얼마나 럭키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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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5월
05.10.수 벌��� 5월이야?하는 생각이 5월의 시작과 함께 물밀듯이 밀려왔다. 4월에도 물론 벌써 4월이야?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매 월초마다 으레 하는 표현으로 그랬던 거라면, 5월은 좀 느낌이 다르다. 멋진 아이디어 한 번 만들어보겠다고 팀을 나와서 주구장창 광고제용 아이디어를 만들고 있는데, 아직까지 뭔가 이뤄놓은게 없어서 조급해졌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것이 광고주가 까다롭기 때문이라든가 주제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든가 하는 핑계도 댈 수 없어서 좀 난감하다. 그런 걱정이 깔려 있는 와중에 눈치없이 재미있는 것들도 많다. 하나가 추천해준 웹툰 나노마신, 그저께부터 하고 있는 게임 호그와트, 지난 번에 다 읽지 못한 채 반납했다가 다시 빌린 김혼비 작가의 다정소감, 집안일을 할 때 듣는 팟캐스트들. 그리고 내일 공개된다는 김동률의 신곡.
05.11.목 나이 드는게 뭐가 좋냐 물으면, 나도 김동률 노래에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됐다 이거야. 신곡을 듣기 위해 집에서 정갈한 마음으로 혼자만의 청음회를 가졌다. 싱글이니까 당연히 합쇼체의 후회발라드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면서 플레이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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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의 신곡에 이런 모험이라���. 동률옹의 머무르지 않으려 하는 태도가 나는 너무 감동이고, 노래는 노래대로 벅차오르고 서글프고 찡해서 곡이 끝나자 박수가 절로 나왔다. 에어팟을 끼고 청음회를 가졌으므로 조용한 방에서 갑자기 박수를 치는 인간을 보고 놀란 위고가 제자리 점프를 했다. 동률형님 저는 황금가면은 아니지만 반달가면을 무척 좋아헀답니다.
05.13.토 동언,주연의 축가로 부른 '같이 걸을까'
05.14.일 - 모처럼만에 아무런 계획도 할 일도 없는 날을 맞이하였으므로 한적한 카페에서 책을 읽자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태원에 한적한 카페란 없기도 하거니와 며칠 전 닭칼국수의 양념장을 고작 몇번 찍어먹은 것으로 역류성 식도염이 재발했기 때문에 오늘도 선택지는 스타벅스. 논디카페인음료가 많아서 감사하다. 멋있게 에스프레소 마시는 아저씨 옆자리에서 딸기요거트블렌디드 뿌셨다.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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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4월
04.10.월
요근래 식은 땀 나는 일이 잦다. 지난 토요일에는 터미네이터처럼 죽지 않고 6년만에 찾아 온 허리디스크 때문에 오랜만에 식은땀이 났다. 클라이밍을 조지고 또보겠지 떡볶이도 조진 후 멋진 기분으로 귀가하는 지하철을 타려고 플랫폼을 걷는 중에 갑자기 통증이 찾아와서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못하게 되었다. 온몸으로 뻗치는 통증 때문에 한 걸음도 못 내딛고 가만히 서 있다가, 시간이 좀 지나고 겨우 걸을 수 있게 되어서 아픈 허리를 엄지로 꽉 누르면서 겨우 집까지 왔다. 그리고 이틀간 ���짝없이 누워있었던게 주말�� 요약. 클라이밍 아직 너무 재밌는데, 이렇게 그만둬야 한다고..?
04. 허리디스크 재발 이후의 삶. - 허리를 다친 후에 각종 인터넷 선생님들을 통해 허리디스크를 낫게하는 운동이 걷기, 달리기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매일 걷기를 했더니 허리가 많이 좋아진 것이 느껴진다. 하나 부작용이 있다면 걷기를 안하면 허리가 다시 아파질까봐 걱정이 된다는 것. 타의적 하정우가 될 모양인가. - 상반기에 한 번, 하반기에 한 번, 인사팀에서 연락이 온다. 싸트 감독관을 해달라고. 싸트 감독관은 굉장한 꿀알바이기 때문에 매번 그 제안을 승낙하고 꿀을 따러 가는데, 이번에는 허리가 다칠 줄은 몰랐지. 이미 감독관을 하기로 한 상황이라 취소할 수도 없고해서 이번에는 1초에 230번 날개짓을 한다는 꿀벌의 마음가짐으로, 3시간동안 바른자세를 유지하면서 고된 꿀알바를 하였다. 감독관을 할 때마다 응시자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간절함이 너무 느껴져서 찡하고 안쓰럽고 화이팅했으면 좋겠고 여러가지 마음이 든다. - 4월의 만남 1. 동언의 청첩모임. 축가는 작년을 마지막으로 은퇴 했는데, 은퇴를 번복하게 되었다. 번복하고보니 또 부담스럽고, 은근 스트레스다. 2. 대구에서 민아가 와서 종상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무슨 이야기했는지 기억안나고 난포, 히트커피 맛있어. 3. 작년 12월 시디과 강연에서 알게된 수민님의 자소서 봐줄겸+클라이밍할겸.으로 만났다. 아 이날이 디스크재발했던 날이구나. 다시 그 순간을 떠올려보니 아찔하다. 무섭고 외로웠다. 4. 주희, 아진과 집에서 윤옥연할매떡볶이 5. 첫팀의 선배였던 지환프로님과 혜송, 화은과 함께 점심. 둥글둥글한 사람들이라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점심으로 기억에 남았다. 카페 의자가 너무 푹신해서 조금 불편했는데 이때도 허리를 꼿꼿이 펴고 밥을 먹었다. 그리고 일본에서 왔다는 분지로라는 돈까스 가게는 긴장감있는 한국 돈까스 씬에 느슨함을 주었다. 아직까지 돈까스 남바완은 최강금이야. 6.런던,파리 출장을 다녀온 내림과 한국에 있었던 정원, 수진과 오랜만에 술저녁. 새벽 5시쯤 잠이 들었나? 7.그래서 그 다음날 혜진 결혼식에는 축의금만 보냈다. 8.상무님, 아진, 박지현과 저녁. 윗사람은 불편하고 오복수산은 맛있다. 9.이제는 이름을 말하기 조금 부끄러운 매니아팸. 개명제안을 해야겠다. 오랜만에 어찌��찌 시간이 다 맞아서 집에 초대했다. 말해 뭐해. 15살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이 여기있다. 10.약속을 하고 만난 건 아니지만 4월엔 하나와 회사에서 워터타임을 자주 가졌다. 워터타임답게 삭막한 회사에서 오아시스같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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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3월
03.07.화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그 일을 할 땐 그 일만 해요. 충만하게 하고, 깊이 알아차리는 것. 그게 제 명상 방법인 것 같아요."
03.19.일 기대반 걱정반으로 기다린 서울동아마라톤 10K대회. 그런데 기대보다 걱정이 더 컸었던 것인지 3킬로미터 즈음부터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내맘같지 않은 다리를 원망하면서 조금 더 뛰어보다가 5킬로 즈음부터는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서 걷기 시작했고, 8킬로 지점에서는 걷는 것 조차 힘들어서 결국 뒤에서 따라오는 자원봉사자 수송용 버스를 타고 결승선까지 이동했다. 으 그냥 짜증나. 그런데 대회 끝나고 먹은 남경막국수는 너무 대단한 맛집이었어.
03.19.일.마라톤이 끝나고 와서 무릎에 아이스팩 얹은 상태로 본 아메리칸 셰프
아무생각없이 무릎에 아이스팩 찜질하면서 보기 좋은 영화였다.
03.2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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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7.월 의식하며 선택하기로 마음을 먹어본다. 스마트폰을 먼저 의식해보자. 프로 스마트폰 중독자답지 않은 행동이지만, 뱃지 아이콘에 숫자가 떠도 반사적으로 누르지 않기로 마음을 먹어보고, 누른다면 이걸 지금 왜 사용해야 하는지 한 번 생각은 해보기로 마음을 먹어본다.
03.28.화 제일 좋아하는 기온은 20도라는 것을 발견했다.
03.29.수 올 상반기에 가장 칭찬드릴 사람 정선근 교수님: 유튜브 구독하고 영상 열심히 봤더니 빈발하던 허리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구독 좋아요 알람설정했다.
03.31.목 제일 좋아하는 날씨와 함께 집 대문위에도 벚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들뜬 마음으로 출근하고 있는 일주일. 그런 마음과 별개로 오늘은 일을 하는 동안 능력부족을 실감하며 식은땀이 났다. 자세하게 에피소드를 적었다가 텀블러가 에러를 내는 바람에 다시 쓰긴 귀찮아졌다. 아무튼 나��� 식은땀이 나면 성장하는 캐릭터니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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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2월
02.0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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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도 또 가자. 태풍의 눈으로.
02.04.토
월,수,토요일엔 러닝을, 화,목,일요일엔 클라이밍을 하면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러닝을 하는 동안 비밀보장과 시네마운틴을 많이도 들었다.
02.05.일 진솔과 함께 더클라임 일산에서 클라이밍. 그리고 뭘 먹었더라. 육각수 비슷한 이름의 어떤 중국집엘 갔다가 웨이팅이 길어서 포기하고. 짜야따야 같은 뉘앙스의 이름을 가진 태국 음식점에서 탄수화물과 단백질 든든히 보충하고 귀가. 사장님들이 다들 고심해서 가게 이름을 지었을텐데, 하나도 기억 못해서 미안합니다. 근데 뭐 어쩔꺼야. 내가 만든 광고 아무도 기억 못하니까 퉁치자.
02.09.목
긍정주의를 긍정해보자는 마음으로
02.나머지.
2월에 밀린 일기를 한 번 써볼까 하다가 엄두가 나질 않아서 관뒀다. 그래도 몇가지의 맛있는 음식들이 기억난다. 1. 올해로 팀을 옮겼으니 그것을 기념하는 세레모니가 필요했다. 이제는 같은 팀이 아닌 카피라이터 친구 하나와, 이제는 함께 일하는 사이가 아닌 AE 친구 하나를 만나서 세이 굿바이 회식 같은 느낌으로 먹고 마셨다. 연남동 '이주방'이라는 곳에서는 밀가루를 쓰지 않은 오코노미야끼를 만든다. 마..로 만든다고 그랬나 무..로 만든다고 그랬나 아무튼 미음이 들어가는 채소를 밀가루 대신 사용한다고 했다. 맛은 있고 입에 넣자마자 스르르 녹아 없어지는 식감이 특징적인데, 맛있는 음식일수록 금방 녹으면 안되는거 아닌가? 좀 더 입안에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1인 1오코노미야끼 했다. 2.작년에 이긴 경쟁피티의 격려금 같은 것이 나와서 작년팀멤버들과 함께 마장동 본앤브레드. 올해는 이보다 맛있는 소고기를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3.이것은 문제의 롸카두들. 고금리 고물가시대에 적응하며 사내식당을 자주 이용중인데, 간간이 찾아오는 오늘은 밖에서 먹고 싶어의 날. 사진에서도 느껴지는 좋은 날씨에 기분이 더 좋아져서 매운치킨샌드위치에 도전했다가 이날로부터 내리 4일을 식도염에 고통받았다. 불혹(不惑):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는 마흔이다. 아직 서른일곱이라 판단을 자꾸 흐리고, 매운걸 자꾸 먹고 탈이 난다. 4. 언제인가까지만 해도 하와이안 피자는 괴식으로 분류하고 먹을 생각조차 안했었는데 이제는 함께 피자집에 간 친구의 눈치를 보면서 혹시.. 하...와이안은 어때?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보고, 친구의 허락에 매우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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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1월
새해라고해서 새로운 마음가짐은 없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어떻게든 헤쳐나왔으니까 새해에도 문제없다. 01.01.일
망원동 헤키 / 히레카츠 정식 삿포로 외곽의 작은 돈카츠 가게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요즘 한국의 수많은 돈카츠 가게들이 설마 같은 곳에서 영감을 받은 건가싶게 특별할 것 없는 비주얼. 하지만 한 입 베어물었을 때 다음 일본 여행으로는 삿포로 외곽의 그 작은 돈카츠 가게에 찾아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부드러움과 풍미. 그리고 입천장을 공격하지 않는 잔잔하면서도 바삭한 튀김옷. 아무튼 오늘은 제연과 다음 일정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느긋한 점심시간을 가졌고, 집에 돌아와서는 유튜브 편집을 하다가, 바나나 2개를 섭취한 뒤, 한강에서 씨네마운틴을 들으며 천천히 10키로를 달렸다. 집에 돌아와서 빨래를 하고 다시 조금 유튜브 편집을 하고나서 일기를 쓰고 있는데, 돌아보니 이거 새해라고 해서 새로운 마음가짐은 없다고 해놓고 세상 제일 대단한 다짐을 한 것 같은 부지런한 하루를 살았네.
01.03.화
조직 개편 이후에 본격 프로젝트가 시작되지 않은 여유를 틈타 회사에서 이틀동안 골세팅을 하고 노션을 정리했다. 올 해 새로 맡게된 일은 직접 광고주를 만나서 그들이 필요하지도 않은 캠페인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해서, 그들을 설레게 하고, 설득끝에 그들이 미리 책정해놓지도 않은 예산, 그러므로 당연히 저예산으로, 그렇지만 세상이 놀랄 만한, 엄밀히 말하면 광고제 심사위원들이 놀랄만한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일인데, 이 일은 CD팀에 소속된 팀원이었던 시절보다 훨씬 더 많은 책임감과 식은땀 나는 상황을 수반할 것이 자명하므로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어서 메꿔놓지 않으면 매일 식은땀이 많이 나겠다 싶어서 부랴부랴 스스로를 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근데 그런 시간을 가지고나서 보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것이다. 하지만 뭐 어쩌겠어 해내야지. 회사 다니면서 재미있다는 기분을 느끼는 것이 오랜만이라 반갑다. 자 이제 도시락도 챙긴 기분이고. 한 번 길을 나서보자꾸나!
01.05.목. 호구들이라고 이름 지어진, 첫 팀 주니어들의 모임. 회사 생활 하면서 받은 첫 후배들이라 항상 애틋한 마음이 있는데, 왠 싸이코 같은 팀장을 만나가지고 고생하는 이야길 들으니 더 맴이 안 좋다.
01.06.금. (유)수진과 혜림과 디너쇼.
01.07.토
열심히 보는 주말
The First Slam Dunk
01.08.일
더 글로리
01.09.월
새해의 새업무 시작. 의욕 넘치게. 뭘 하면 재미가 좀 있을지, 뭘 하면 우리가 만드는게 전파낭비로 그치지 않고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머리를 굴려본다.
01.15.일
쇼생크탈출
01.18.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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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떨 때는 월급 루팡하러 가지만, 어떨 때는 가끔씩 비장한 마음으로 출근하는데, 그것이 오늘. 아침 샤워부터 출근 후 책상에 앉기 까지 태풍의 눈을 무한 반복해서 불러주신 페퍼톤스 형님들께 감사합니다.
사나운 비바람 속으로 온몸을 던져라 크고 당당한 고래처럼 운명에 맞서라 어차피 도망칠 수도 무를 수도 없는 세상
01.22-24. 30대를 살아온 ��� 가장 고통스러운 두통에 시달리게 된 이야기. 설날 가족모임도 미뤄졌겠다, 연휴동안 할 일도 없는 와중에 외주가 들어왔다. 회사에서의 프로젝트라면 제 머리가 미천하여 이런 아이디어밖에 가져오지 못했나이다,하면서 별로인 아이디어를 대충 얼버무리면서 꺼낼 수 있지만, 프리랜서는 돈과 아이디어를 물물교환해야 하다보니 그저그런 아이디어로는 일을 끝낼 수 없는게 고충이다. 설을 심심하게 느낄 겨를없이 이틀동안 씨름하고 우당탕탕 아이디어 정리를 끝마친게 24일 새벽6시. 4시간을 자고 일어나서 10시부터 마무리 정리 후에 줌미팅으로 아이디어를 넘기고 나니 오후 2시. 파워냅 후에 일어나서 진솔과 클라이밍 가야지 생각했는데 빌어먹을 바이오리듬이 육체를 지배하는 바람에 말똥말똥한 ���으로 침대에 누워있다가 5시 진솔과 클라이밍. 클라이밍은 재밌지만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고.
연남동 어떤 중국집('연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안좋은 기억 때문에 그냥 어떤 중국집이라고 부르기로 함)에서 저녁. 오랜만에 너무 맛있는 우육면이었다. 먹는 동안에 아~ 고기가 너무 부드럽고, 중국스러운 향신료가 너무 강하지 않아서 좋고, 같은 칭찬과 함께 길었던 연휴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나 했는데. 입은 안맵다고 했지만 위장은 매워한 것 같다. 다음날부터 역류성식도염이 도져서 사흘동안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고.
출근해서 내내 힘들어하고. 금토일의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이제 진짜. 음식에 빨간색 보이면 도망친다. 역시 일기는 찡찡거릴 일이 있어야 술술써져.
01.29.토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는 캐릭터가 추가되었다. 1. 나의 아저씨 - 박동훈 2. Ted Lasso - Ted Lasso 근데 둘이 붙여 놓으면 진짜 안 친해지겠다.
01.31.월 작년 연말에 받았던 조직개편 스트레스가 충분히 가치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1월. 새로운 업무에 편성된 후로 상사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한 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느슨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경계중이기도 하다. 아진과 함께 업무 방식을 조율하면서 적당히 느슨하고 적당히 긴장감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중. 이제 조직개편 스트레스는 없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없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 스트레스도 언젠가 충분히 가치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길. 2월에도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 애써보자.
B팀은 새로운 컨셉을 많이 발표했지만,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제안하지 않는다. 즉 한 개인으로, 한 사람의 국민으로, 한 사람의 지구인으로 앞으로 이렇게 되길 바란다거나 그 밑바탕이 되면 좋겠다고 믿고 공감하는 것만 선보인다. - [당신의 B면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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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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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ra Joy - Guess Who I Saw Today 12월��� 시작부터 매일 돌려 듣��� 있는 목소리. 룰루레몬이 버터를 입는 느낌이라면, 사마라 조이는 버터를 든는 느낌. 따뜻한 음색이 너무 멋져. 몇년 전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이 오면 빈스 과랄디 트리오를 들으면서 설레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사마라 조이다.
12.04.일 일요일에 이렇게 많이 마셔도 되나. 진솔정원규연과 일본에서 알게되어 친해진 수진혜림을 만나서 약수에서 술판 벌임.
12.06.화.새벽
새벽 4시에 이태원을 찾아온 진솔과 함께 나눈 브라질전 참패 경험.
12.06.화.오후 입사한 후로 줄곧 선제안 팀에 가고 싶었다. 광고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계기도 어워드 쇼에서 상을 받는 그런 재미있는 작업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연말 조직개편 시즌이다. 이번엔 누가 임원이 되나. 누가 팀장이 되나. 이 팀은 누가 나가고 누가 들어가나. 그런 변화들을 지켜보는게 재미있는 시즌. 올해는 나도 그 흥미진진한 흐름에 탑승했다. 선제안팀에 있던 다른 프로님이 팀을 나가고 싶어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곧장 본부장님한테 가서 말했다. 상무님 제가 사실 입사할 때부터 광고제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까지만 말했는데 본부장님이 "선제안팀 할래? 좋아!"라고 하면서 금방 결정이 되었다. 회사생활 중 오랜만에 동기부여가 이빠이데스.
12.08.목. 아침에 출근을 하고, 살짝 눈치를 보다가 팀장님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저 선제안팀 가고 싶어서요. 어쩌구저쩌구요. 아쉽다 위전아. 죄송해요. 어쩌구저쩌구. 이제 모든 것이 정리되고 홀가분해졌다.
12.15.목 어쩐지 일이 너무 쉽게 흘러갔나? 조직개편의 대혼돈속에 내년에 선제안팀이 없어질거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쉽지만 뭐 어쩌겠어. 내가 통���할 수 없는 것에는 마음쓰지 말자.고 마음먹으면서도 아쉬운건 어쩔 수 없어.
12.16.금 자이로드롭 무서워서 못 타는데, 회사에서 그걸 또 어떻게 알고 오르락 내리락시켜줌. 오늘은 오르락. 어제 들었던 이야기는 '선제안 팀이 없어진다'는 것이었는데, 오늘 들은 이야기는 '선제안 팀은 없어지지만 풀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선제안을 하게 된다'고. 팀에 소속은 안되니까 자유로운 몸인 동시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가장 이상적인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또 모르지, 어떤 반전이 있을지. 인생사 새옹지마인 것을 속성으로 배우고 있는 요즘.
12.20.화 찍먹천재가 새로운 취미를 시작했다. 홍대에서 클라이밍 수업을 수강하기 시작. 모르는 사람들과 쭈뼛쭈뼛, 정면으로 보지 않고 살짝 옆으로 보며 인사하는 그 어색한 분위기.
12.2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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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서 겨울의 입김이 생각나는 아티스트. 겨울은 김동률이다. 덤덤함과 체념이 섞인 하오체의 뉘앙스를 이렇게 잘 표현하는 아티스트가 또 있을까. 아 김광진 편지 빼고.
12.22.목. 아무데도 가지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긴 휴가의 시작. 하지만 곧 닥쳐올 약속이 두 개가 그것도 우리집에서 있기 때문에 한동안 방치된 집 정리. 쓸고 닦았다.
12.23.금. 수잔이 돌아온 것을 기념하며 수잔, 수향과 청실홍실에서 감자탕을 먹어보려 했으나, 체감온도 -22도를 찍은 날이었으므로 웨이팅을 포기하고 파미에스테이션에서 재회. 6개월만에 봐서 반갑지만 사실 그간의 업데이트를 할 필요는 딱히 없는 그런 돈독한 프렌드쉽. 디스이즈 지구촌 시대.
12.24.토. 규연 정원 진솔과 크리스마스 파티
12.25.일 혜림과 크리스마스파티같은 생일파티
12.30.금 올해 많은 도움 받은 거무지님들과 저녁
12.31.토 누나네에서 가족 저녁. 한 뼘 만큼 아빠와 가까워지려는 노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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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11월
밀린 일기를 쓰는 상황에서 11월의 시작을 돌아보니, 의식하진 못했지만 뭉근한 슬픔을 안고 지냈구나.
11.04.금.
진미평양냉면. 누가봐도 여름음식인데 이렇게 계절도 안타고 맨날 맛있고 그래?
11.06.일.
그러다 이 날을 기점으로 괜찮아졌나? 3개월 전부터 기다려 왔던 JTBC마라톤 대회. 주희, 다혜와 함께 뛰었다. 대회라곤 하지만 무릎과 발목이 다칠까 걱정하며 살살 뛰었고, 완주한 것만으로도 큰 성취감이 있었다. 언젠가부터 러닝, 수영, 클라이밍 같은 운동을 좋아하고 있다. 어릴 땐 축구, 탁구같은, 경쟁적인 운동을 좋아했는데, 그런 운동은 내가 열심히 하는 것과는 별개로 승부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는 점이 이제 영 마음에 들지 않게 됐다. 지금은 어제보다 나아졌으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 운동이 좋다. 대회가 끝나고 나서는 잠깐 집에 들러 샤워를 하고, 바로 촬영장으로 달려가 새벽 3시까지 버거킹 촬영을 했다. 에너지 소비가 많았던지 촬영중간중간 이래도 되나 싶게 굉장하게 먹었다.
11.08.화.
난포 한남. 출근하고 맛있는 거 찾아먹고 빈둥거리고 퇴근하고 게임했다. 이런걸 보고 지속가능한 삶이라고 하나?
11.10.목.
One Degree North. 공장처럼 새 햄버거를 찍어내는 버거킹 때문에 아직 편집도 안끝난 캠페인을 곁에 두고 새 캠페인을 준비한다. 그닥 새롭지 않은 새 햄버거의 광고를 새로운 컨셉, 새로운 스토리텔링, 새로운 비주얼��� 만들어야 한다니. 끝없이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한 달 뒤에는 학교의 후배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해야하는데 이런 고단함에 대해 말해도 될까?
11.11.금.
11.12-13.토일.
11월은 주말이 계속 분주했다. 토요일엔 퍼블리셔스 테이블에 가서 정원과 진솔의 작업물을 업어왔다.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의 작업물도 슥 구경하고. 대단한 노력의 결과물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뭔가 만들고 싶다. 그런 생각이 출구를 나오기 전까지만 머리를 맴돌다가 사라졌다. 나와서 쉑쉑 먹었는데 역시 쉑쉑은 번을 너무 쫄깃하게 잘 만들어.
그리고 남은 주말을 버거킹 아이디어를 짜내며 보냈다.
11.15.화.
갓 태어난 아기새가 처음보는 대상을 어미새로 생각하는 것처럼, 회사에는 왠지 나를 어미선배로 생각해주는 것 같은 후배가 한 명 있다. 첫 팀에서 3년째 일하고 있을 때 신입카피라이터로 들어왔던 친구. 신입사원들에게는 항상 왠지 짠한 마음이 생겨서 나름의 호의를 베풀긴 했지만, 내가 베풀었던 것보다 항상 더 큰 마음을 주는 고마운 친구. 버거킹 아이디어 회의 준비로 며칠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이 날은 거의 밤을 새다시피 했지만 이렇다할 소득이 없이 터덜터덜 출근했는데, 책상에 놓여진 세심한 다정(디카페인이라는 점에서 특히 세심해)에 감동받았다. 흔한 스토리라면 이런 감동을 동력삼아 멋진 아이디어를 탄생시켜야 하는데, 그러진 못했다.
아이디어 회의를 끝내자, 새로운 프로젝트의 오리엔테이션이 기다리고 있었다.
11.19-22. 오랜만의 휴가. 오랜만의 도쿄. 정원. 진솔. 규연. 음식. 사람. 새친구 혜림과 수진. 술. 우롱하이인줄 알았던 우롱차. 장어덮밥. 쇼핑. 블루노트. 편의점음식. 비에 젖은 아스팔트 냄새. 일본의 조경. 공원. 민영. 강아지. 신주쿠. 오꼬노미야끼. 메론빵.
11.26.토
수향과 일년만의 등산. 숨겨왔던 축지법을 발휘하고. 근황이야기를 하고. 수향이 들려준 발리서핑캠프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서 내년 휴가때는 발리에 가보고 싶어졌다. 독립문역 석교식당에서 순대국과 막걸리. 이래서 어르신들이 등산하고 막걸리 마시나?
11.28.월
나 칼퇴할 수 있나? 안되나? 저녁에 회의 길어지나? 시안 만들고 가야되나? 광고대행사 직원의 평일 약속은 항상 이런 불안함을 동반한다. 심지어 저녁에 약속이 두 개가 있어서 더 마음 졸였던 날. 일본에서 놀러 온 쇼코상을 만나서 감자탕을 먹으며 그간의 캐치업과 '와이든앤캐네디 왜 가려고 하냐 나 거기서 나이키 프로젝트 할 때 두달동안 주말 없이 일했고 편집실 테이블에는 우울증약 올려져있어서 사람들이 그거 먹으면서 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쇼코상과 헤어진 후에는 제연네 집에서 2001학년도 대구동중학교 2-3반 친구들과 함께 가나전 응원.
11.30.수 조금 쉬고 싶다. 11월은 버거킹과 SK그룹 경쟁피티 준비로 너어무 힘들었는데, 그래도 돌아보면 일로 힘들었던 것 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웠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까 이번에는 일도 좀 강렬하게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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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10월
오늘은 10월 23일. 한 달이 되도록 일기를 쓰지 않은 데다가 나는 썩 좋지 않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달 일기는 다소 왜곡이 된 상태로 쓰여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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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토.
하나도 안매운 윤옥연할매떡볶이. 난 매운걸 너무 잘 먹어서 탈이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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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화.
점심에 명동교자에서 사인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내 사인 받으려고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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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금
정원,진솔,규연과 도쿄여행을 위한 줌미팅. 도쿄가 가까워 온다.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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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 김치찌개도 사랑도 뜨거울 땐 맛있는 법이고 그게 식는 건 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식은 김치찌개의 맛 같은 것을 잘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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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토
10월 10일과 30일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는데, 모츠나베먹은 저녁만 기억난다. 논알콜성치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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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일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변으로 아침부터 공기가 어수선했다. 뉴스 중계. 회사에서 온 피해조사 문자. 안부를 묻는 가족과 친구들의 연락이 있었다. 안타깝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았을 텐데.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을 텐데. 멀지 않은 곳에서의 사고라 그런지 괜히 더 마음이 텁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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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월
올해는 자주 이 책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
"우주는 우리에게 빚진 것이 없습니다. 개인의 사정을 고려해가며 우주의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정말로 온전히 우리에게 달린 것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또한 그 목표를 실제로 달성할 수 있는지는 여러분에게 달려 있지 않다는 사실도 잊지 마세요. 인생에서는 누구나 승리할 때도 있고, 패배할 때도 있습니다. 비길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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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9월
09.01.목
최근엔 아기고양이를 보고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출근길에 발견한 꼬맹쓰들. 고등어태비 녀석의 곧게 뻗은 다리가 늠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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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화
팀 사진. 새삼 이렇게 마음 편하게 회사를 다닌 적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한 일인데 나는 자꾸 어디론가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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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목
지난 밤에 위고가 토를 했는데, 그 중에 피가 섞여있었다. 밤 중이라 병원에 데려가진 못하고 마음만 졸였다. 다음날 촬영 중간 짬이나서 부리나케 집으로 와 위고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의 "딱히 큰 문제는 없어보이니까 좀 지켜보시죠"라는 안도가 되면서도 걱정이 되는 말을 듣고 집에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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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금 - 09.12.월 그리고 시작된 위고의 변비. 나흘 내내 마음 졸이면서 위고가 물을 좀 먹어줬으면 했다. 물도 안먹고 똥도 안싸서 위고 배를 마사지해보기도 하고, 주사기를 급히 사서 억지로 입에 물을 넣어보기도 하다가, 고양이 카페에서 검색해 약국에서 사 온 변비약을 조금 타서 줬더니 연휴 마지막 날 드디어 작은 똥을 쌌다. 휴. 똥을 보며 이렇게 기뻐하는 날도 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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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영문판을 샀다. 한글판은 표지가 안예뻐서 마우스가 안가더라. 하지만 영문판을 구입한 댓가는 참혹하다. 달리기 책인데 거의 기어가는 수준으로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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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수
나의 첫팀 선배 첫팀 후배인 지환 프로님, 화은이와의 점심. 오랜만의 야상해. 그리고 2차로 커피를 마시다가(라고 쓰긴 했지만 캎찔이라서 레모네이드 마심) 화은이가 알려 준 Wieden and Kennedy Tokyo의 한국인 아트디렉터 채용 소식. 설렌다 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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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금
버거킹OT에 가서 신제품 런칭을 위한 오리엔테이션 미팅을 하고, 광고주 앞에서 신제품을 먹어보았다. 맛이 그닥이지만, 표정은 그닥으로 할 수 없다. 미팅 후에 수향을 만났다. 수향의 생일 선물 전달식을 가지려고 ���는데, 수향이 되려 다른 선물을 가지고 와서 뭔가 물물교환 같은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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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토
2021년 망원동 세진정형외과에서의 치료가 끝났다. 이제 이태원 정형외과로 간다! 가까운 치료의 시대가 열렸다! 집에와서 포트폴리오와 이력서 정리를 계속했다. 중간중간 수향선생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고 수향 선생님이 친절하게 첨삭해주어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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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일
결혼식 두개 참석한 날. 다행히 두 친구가 모두 논현에서 결혼을 해주어서, 공강같은 두 결혼식 사이의 네 시간 동안 까페에서 포폴정리 달렸다. 앞으로 이 사람과 평생 같이 살고 싶다는 확신은 어떤 마음일까. 나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조차 이렇게 빈약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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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월
일요일밤을 넘기고 새벽4시에 이력서를 보냈다. 오랜만에 하얗게 불태웠다. 이 밀린일기를 쓰는 지금은 2주가 조금 더 지난 10월 4일인데, 왜 연락 안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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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수
최근 제일기획을 퇴사하고 기획실을 차린 회사 선배에게 이직 제안을 받았는데, 이날은 그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점심을 먹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큰 고민거리였는데, 와이든앤캐네디 공고를 발견하고 나서부터는 기획실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다. 근데 왜 연락 안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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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금
진솔, 규연과 에버랜드. 인생에서 티익스프레스는 2번 정도만 타면 충분한 것 같은데 이걸 어쩌나. 이번이 두 번째라서 앞으로는 안타도 될 것 같다. 이제 나한테 티익스프레스 타자고 하지마라 아무도.
그리고 강동역 근처에 있는 '동신상회' 목살 대 맛집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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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토
적절히 행복한 토요일. 승태와 수영. 너무 짠 햄버거. 도쿄 비스무리한 느낌나는 공덕역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서 커피시간. 나이를 먹는 것의 좋은 점이라면 나에게 가장 적절한 형태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아닐까. 그 중 하나가 올해 발견한 스타벅스 하프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디카페인은 맹물이고, 안디카페인은 너무 강력해서 그 절충안으로 마련된 하프 디카페인을 마시게 되었는데, 하루동안 적당히 각성되었다가 밤이면 카페인의 효과가 사라져서 편안히 잠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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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일
스플래툰에 매우 중독된 하루. 이거 갓겜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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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화
또 시작된 또거킹 프로젝트. 이틀 뒤 목요일에 있을 아이디어 회의 때문에 스트레스인 와중에 하나와 점심먹으면서 살짝 숨통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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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금
딸기 티라미수. 한남동 맥코이. 단맛, 매운맛, 쓴맛 같은 맛의 종류 리스트에 귀여운 맛이라는 걸 추가할 일이 생기면 그 예시가 이런 맛이 아닐까. 딸기+우유는 비주얼도 맛도 너무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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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8월
08.01.월 8월을 상쾌하게 시작하고 싶지만, 미각은 아직 둔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열이 났다 안났다 와리가리해서 영 찝찝한 상태로 시작했다. 오후에 제작회의를 하나 끝내고 나서는 약을 먹어도 열이 좀처럼 가라앉질 않아서 조퇴를 하고, 집에 와서 한숨잤다.
08.02.화
입맛살리기대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 점심에 동아냉면으로 출격했다. 동아냉면에서 경험치 좀 쌓았다 하는 사람이라면 문 열자마자 메뉴판도 보지 않고 대짜에 만두하나요라고 외쳐야하지만, 지금은 코로나로 인한 저식욕상태 + 위장보호차원에서 보광동맵찔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소짜에 양념은 따로주세요라고 속삭이듯 주문하였다. 오랜만에 갔더니 위치선정도 서툴러서 에어컨 직빵으로 맞는 자리에 앉아서 냉방병 걸릴뻔했다.
08.04.목 주원의 청첩모임. 수잔의 송별모임. 미각 되찾고 폭식기관차 운행시작함.
08.05.금 종표의 취뽀모임. 폭식기관차가 한남동 한방통닭역으로 출발하여 3마리 테이크아웃 후 우리집에서 한방통닭과 비빔면 조짐.
08.06.토
몇 주 동안 무릎 통증때문에, 그리고 지난주의 코로나 때문에 달리기를 못해서 마구간에 갇힌 말 마냥 답답해서 푸흥푸흥거리고 있었다. 그저께는 컨디션이 좀 괜찮은 것 같아서 한강에 나가 봤는데, 몇 분 정도 걸은 후 달리기를 시작하자마자 무릎에 통증이 느껴져 울상을 하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었다. 오늘같은 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오늘은 달리러 가기 전 스트레칭도, 테이핑도 야무지게 하고 충분한 워밍업으로 몸을 달군 후 살살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무릎에 통증이 안느껴져서 속으로 헉,, 다 나았나봐,,하고 신난 마음에 속도를 좀 올렸는데도 무릎이 아프지 않았다. (동물농장 성우 톤) "무릎아~ 앞으로 아프지말고 오래오래 행복해야 한다~"
08.07.일
엔딩을 못보고 1년동안 질질 끌어오던 게임을 5시간 들여서 드디어 도쿄 야쿠자 놈들 평정했다. 대사가 많아서 지루한 면이 있긴 했지만, 디테일이 좋은 컨텐츠에 환장하는 나로서는 일본만이 만들 수 있는 깨알같은 개그 요소들이 곳곳에 깔려있어서 즐거웠던 '용과같이7'
08.08.월 폭풍우 뚫고 한빈의 청첩모임. 대학교 1학년때 기숙사 204호에서 같이 코 찔찔 흘리면서 가위바위보해서 파닭내기 하곤 했는데, 언제 이렇게 어른됐냐.
08.09.화 폭풍우 안뚫으려고 팀장님이 재택령을 내렸다. 덕분에 점심시간까지 자고 일어나 대충 점심먹고 대충 살다가, 에어컨 배수펌프에 이어진 배수호스가 대충 설치되어있었는지, 어디선가 구멍이나서 바닥에 물이 흥건해짐. 오늘 대충 산 것은 이 때를 위해 에너지를 비축한 것이었다. 개고생함.
08.11.목 지난 토요일에 겁없이 신나게 달린 죄로 다시 무릎 통증을 얻었고, ��번에야말로 잘 케어해보자는 생각으로 8월은 러닝과 헤어질 결심. 빨리 낫게 하려고 이태원 정형외과에 가서 세번째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았다.체외충격파 치료는 치료 자체도 아픈데, 그 이름조차 너무 아파보이는 이름이라 처음 치료를 앞둔 날에는 꽤 무서웠다. 돈까스 먹으러 간다더니 치과였어,같은 이야기처럼 치료를 받기전까지는 그래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편이 좋지 않을까. 체외솜이불파. 체외마시멜로우파.같은 이름이라면 치료를 받기전에 쫄 일은 없을텐데.
08.24.수
언젠가 날을 잡고 마음을 잡아서 밀린 일기를 다 써야지 생각하다가, 최근 사용하기 시작한 이 Fabulous 앱에 마음이 동하여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아예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몇 번은 있었다.
재윤 진솔과 함께 용인에서 정원의 집들이. 정원의 집들이에 가기전 승태와 아침 수영. 빡빡이 아저씨는 수영모자를 안써도 되더라. 부러웠다. 하지만 뒤통수가 납작한 나는 삭발을 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무릎때문에 달리기를 못하게 된 후로 아주 오랜만에 숨이 차는 느낌이 반가웠다. 계속 이어진 지루한 경쟁피티 준비. 규연 진솔과 오랜만의 노래방시간과 그 전후로 이어진 대학생 같은 1,3,4차 음주. 정익 수경 부부와 종상이가 우리 집에와서 사테를 구웠고, 나는 요리에 대실패 했다. 요리도 쉬면 퇴화하나? 종종 들었다. Wave to earth - Season. 오랜만에 톤으로 결판내는 밴드다. 생각해보면 나는 멋진 톤에 반하네. 오혁. 권진아. 한국 죠지. 미국 Joji인줄로만 알았던 일본Joji. 그리고 Joji는 가수를 하기 이전에 쫄쫄이를 입고 웃긴 영상을 만드는 유튜버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Billie Eilish. 내친구 규연. 톤은 타고나는 거라 많은 노력파 뮤지션들에게는 죄송합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승태의 추천으로 보기 시작한 휴먼스. 중쇄를 찍자. 일본에서 직업적 자긍심을 다루는 컨텐츠는 항상 기분 좋아지는 구석이 있다. 3시간 플레이하고 이러다가 인생망하겠다 싶어서 삭제한 모바일게임 '대항해시대 오리진' 플스로 15시간째 플레이하면서 인생망하고 있는 '페르소나5' 그리고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이틀 남은 경쟁피티 준비. 내 아이디어도 아니고 프로젝트에 기여한 것이 별로 없어서 종종 위축되었다.
쓰다보니 길어졌다. 밀린 일기를 다 쓴 것 같다. 괜찮은 셀프케어 앱인걸?
08.26.금
경쟁피티 끝. 하루종일 재택 휴무(재택근무긴 했지만 일이 없어서 아무것도 안함) 후 승태와 수영 후 피맥. 올 해 중 최고의 날씨인 것 같은 날.
08.27.토
연우의 락페스티벌.
08.29.월 무릎은 또 조져졌지만 비 맞으며 달리니까 상쾌했다. 요즘은 또 고민한다. 이 일을 계속 해야 돼 말아야 돼. 연차가 쌓일수록 하나의 답이 나올거라고 생각했지만, 좋은 점과 싫은 점이 점점 뚜렷하게 공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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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7월
6월 말부터 7월 중순이 되기까지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제 잘 기억나지 않게 되었다.
지우의 그림일기
07.14.목. 점심을 먹고 자리에 돌아와 일을 시작하려 했을 때,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그게 목요일 오후 1시 40분. 엄마의 떨리는 목소리를 통해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얼떨떨하고 머리가 화끈거리는 상태로 퇴근을 하고, 장례식에 갈 준비를 했다. 빈소준비에 시간이 걸려서 장례식장엔 내일 아침에 오라는 연락을 받고 나서, 검은 정장을 입은 채로 방에 가만히 앉아 할아버지의 인생을 떠올려 보았다.
07.15.금. 동생이 아침에 나를 태우러 와주었다. 함께 차를 타고 인천으로 향했다. 이 더운날씨에 왜 에어컨에선 더운 바람만 나오는지 불평을 하면서. 설상가상으로 애매하게 생겨먹은 내비게이션의 갈림길 표시 때문에 길을 몇 번 헤맸던 중 계기판에 배터리가 방전되었다는 표시가 뜨더니 곧 핸들이 뻑뻑하게 잠기기 시작했고 마침내 시동이 꺼져버렸다. 팬 벨트라고 하는 것이 끊어졌다나. 장례식 가는 길에 하필 뭐가 끊어지고 난리야. 괜히 이상한 의미부여를 하면서 마음이 안좋아졌다.
07월의 중순부터는. 언젠가부터 달리기를 하면 왼쪽무릎이 욱신하게 아파졌다. 병원에 갔더니 일단 쉬고 물리치료를 받으라고 해서 슬퍼하면서 치료받으러 다니다가, 7월 마지막주엔 코로나에 걸려서 1주일동안 자가격리를 했다. 7월은 마음 아프다 몸 아프다 끝났네. 걱정하고 위로해주는 사람들이 고마웠고, 인생 혼자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07월에 보고들은것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Stragnger Things
- 헤어질 결심 - 자산어보
- FUN HOME - 귀여움 견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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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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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05.
언제까지 감정관리에 이렇게 미숙할 것인지. 6월이 시작하자마자 위기에 봉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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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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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화
요즘 누가 계속 우주의 기운을 끌어다 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적당히 끌어쓰셨으면 좋겠다. 늦게 잠든 탓에 아침에 알람을 못 듣고 테니스 레슨 첫날부터 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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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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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0.금
이번 주 신세진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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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토
수진이 뉴욕에서 왔다. 좋은 여름이다. 모임에 거무지라는 이름이 생��다. 오랜만에 편하고. 즐겁기만한 시간. 통한다.싶은 느낌을 주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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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일
킨텍스에서 버거킹 촬영. 1. 연예인없어서 마음 편해. 2.문득, 머릿속에 있기만 했던 아이디어인데 이렇게 세트가 만들어지고 촬영이 되는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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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3.월
첫 팀 선배들과 점심. 같은 힘듬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전우같은 사람들과의 7년 전 함께 전쟁 치르던 이야기와 지금 각자의 전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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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17.
승격 온라인 교육. 오프라인으로 안하길 참 잘했어. 덕분에 집에서 줌 틀어놓고 딴 짓 많이 해서 좋았다. 분명 좋은 강사에 좋은 주제의 강의인 건 알겠는데, 왠지 회사에서 하면, 거 뭐랄까 괜히 세뇌당할 것 같고해서 거부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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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토
그냥 살아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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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9.일
오픽. 브로커. 집에 와서 나폴리탄 스파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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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월
일기에 쓸 말이 없는 날은 왠지 헛 산 것 같다. 그래도 그런 날을 무사히 살아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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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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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수
재택근무를 틈타 수진과 긴 점심. 평일 점심이 주는 일상적인 느낌이 더해져서인지, 언제 뉴욕에 갔었냐는 듯, 또 항상 그렇듯, 편안하고 느공적인 수다 타임을 천천히 곱씹으며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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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금
"생의 유한성이라는 배음이 깔려 있지 않다면 감동도 감흥도 없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떄문에, 생이 한 번뿐이기 때문에 인간들에게는 모든 것이 절실했던 것이다. 이야기는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삶을 수백 배, 수천 배로 증폭시켜주는 놀라운 장치로 ‘살 수도 있었던 삶'을 상상 속에서 살아보게 해주었다. 그러니 필멸하지 않을 나로서는 점점 흥미가 떨어졌던 것이다." [작별인사] 김영하 요즘 이런 메세지 자주 마주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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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일
* 생일. 점심 때 종상이가 왔다. 냉장고에서 지난 달에 사두었던 이탈리안 소세지가 발굴되어서 그걸로 브로콜리 볼로네제를 만들고, 관자구이에 은두야소스를 곁들여 먹었다. 디저트로 티라미수를 먹으면서 종상이네 싸이코 팀장 욕을 한 바가지, 애로부부를 보면서 또라이 야구선수의 욕을 두 바가지 했더니 배가 좀 꺼졌다. 즉흥적으로 영화를 예매해서 아직도 상영중인 범죄도시를 보러 갔다. 용산아이파크 주차장에 차를 댈 곳이 없어서 주차장 안을 20분쯤 빙빙 돌았는데, 이렇게 차 댈 곳이 없으면 주차장 입구에 만차 표시를 해야하는 거 아닌지. 또 욕을 하면서 범죄도시 보기도 전에 용산구를 범죄 도시로 만들어 버릴 뻔 했다. 종상이와 논 것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먹고 이야기한 것일 뿐인데, 생일을 일곱살때부터 친구인 사람과 보냈더니 괜히 뜻깊고 고맙다. * 생일. 사실 일년 중 제일 대하기 어려운 날이다. 생일을 맞이한 사람은 마냥 행복하고 즐거워야 할 것 같은 묘한 문화적인 부담감과 어제까지만 해도 그냥저냥으로 살던 사람의 기분이 생일이라고 해서 하루 아침에 행복과 환희로 가득찰 수는 없다는 사실이 만나면서 애매한 우울감같은 걸 만드는게 아닌지. 생일이 아니면 평소처럼 혼자 평화롭게 보낼 수 있는 날인데, 괜히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라 생일이 반갑지만은 않은 것이다.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해주는 친구들과 가족들이 고마우면서도, 아무도 내 생일을 모르고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기억하지 못하면 서운해 하겠지. 그럼 어쩌자는 걸까? 어쩔 필요는 없지. 이건 그냥 내 일기니까. 와 초딩같은 결론 좀 봐. 36살 먹고 글 이렇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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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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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월
승태의 생일을 축하하며 승태와 오랜만에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술을 마시고. 오랜 시간을 쌓아 만든 편안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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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수
작곡 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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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목
어린이날. 밖에는 즐거워하며 뛰어노는 어린이들이 있고 여기 집 안에는 밀린 청소. 빨래. 설거지를 하는 어른이 있다.
냉장고를 뿌시기 위한 치킨카챠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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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토
정원과 오근내 닭갈비와 닥터 스트레인지2와 정원의 청어알젓,오이,두부,김 4단 합체 음식을 곁들인 술마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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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일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11시에 일어나 수면부족을 곁들인 싸트 감독관. 한 번 가라앉은 마음이 도무지 들뜰 생각을 안해서 하루종일 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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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월
달리기를 하고 있자면 숨이 점점 차오르고, 딴 생각은 들 겨를도 없이 당장 어떻게 숨을 쉬어야할 지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집에 돌아와 가만히 있자면 숨도 안차고 살만해져서는 이제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지면서 인생이 재미없어지기 시작한다. 사운드 바디, 비루한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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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화
늦잠. 작곡 숙제. 설거지. 떨어지는주식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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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수
오랜만에 커피한테 덤벼서 밤에 잠 못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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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목
수면 부족으로 하루종일 힘들었다. 저녁엔 진솔을 만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돈까스집을 갔다가 노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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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금
평냉시즌이 ���작되었다. 점심에 팀 사람들과 평양면옥. 저녁에는 기숙사 친구들을 만나서 캐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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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토
피부과, 정형외과 병원투어를 하고 나니 오후 5시. 집에 돌아와서 미뤄두었던 가사쓰기를 마무리 했다.
이번 레슨 과제는 비유를 활용하기,였고 그래서 어디쯤엔가 있는 마음을 끄집어내서 이걸 어디다 붙여야할지 한참 생각해보았다. 물잔 너머로 일렁이는 것은 무엇인가. 나무. 고양이. 스릴러. 헬리혜성. 이거는조화인데요. 벌레 등의 소재를 생각하다가 결국 외딴 바위에 덮힌 이끼의 풍경을 생각하면서 가사를 써 보았다.
------------------------- [이끼]
A) 그대가 지나쳐간 이곳에서 여기, 그늘이 짙은 자리에서 오늘도 내 몫의 녹빛을 일구며 여전히 그대를,
Chorus) 내게 더는 관심 없어도 나를 기억하지 않아도 그대가 쓰다듬어 주었던 기억으로 텅 빈 이 숲을 가득히
B) 해를 향해 오르지 않아도 멋진 꽃을 피우지는 않아도 어딜 향하는지도 어렴풋하지만 그대가 좋아하는 그 빛으로 채워가고 있어
Chorus) 내게 더는 관심 없어도 나를 기억하지 않아도 그대가 멀리서 돌아 본 푸른숲의 작은 일부라도 되길 -------------------------
가사를 쓰기 시작할 때는 지금의 감정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옮겨쓰자고 다짐하는데, 가사를 쓰는 과정에서 감성이라든가 있어빌리티라든가 그런게 또 중요해져서 여기저기 고치다보면 어느새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되어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너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가사가 되면 일기장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니까 이쪽이 덜 부끄러운 것 같아서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또 여전히 가사 중 어느 지점에는 나만 알아 볼 수 있는 원래의 진심이 들어가 있으니까 그것도 나름의 재미인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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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일
GSAT 감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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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화
광고주 미팅에 가서 새로 나올 햄버거를 먹어 보았다. 이들은 왜 이렇게 쉬지않고 신제품을 출시하는것일까. 버스터미널 앞에 있는, 콩국수부터 찜닭까지, 없는 메뉴가 없는 그런 식당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점심을 햄버거로 먹고, 생긴지 3년도 넘은 회사 근처의 콩까페에 처음으로 갔다. 확실히 콩까페에 가야할 것 같은 날씨였다. 콩까페에 오긴 했지만 커피를 끊은 상태라 베트남 연유커피를 못 마시는 것이 아쉬웠다. 결국 주문한 것은 코코넛스무디인데 코코넛배설물 같은 외관이다. 아무튼 콩까페 갔더니 화창한 나라로 여행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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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수
스승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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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목
버거킹 신제품 프로젝트로 기획미팅에서 OT를 받았다. 프로젝트 2개가 겹쳐서 이제 일주일간 고단할 운명. 그것은 실제로 굉장히 고단했다. 왜냐하면 이걸 쓰고 있는 지금은 1주일 후 이기 때문에. 당분간 없을 게임나잇을 열심히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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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금
하나와 점심을 먹었다. 수진과 수향과 같은 결의 사람일거니까 나랑도 친해질 수 있을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점심을 먹었는데 역시 그랬다.
루트에서 건강 점심을 먹고 까페로 가던 오르막길에서 어떤 차가 내려오다가 우리 옆에 멈췄다. 내려진 창문 너머로 운전자가 나한테 "팬이예요~"라고 했다. 나는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아 네 감사합니다.라고 하고 계속 까페를 올라갔는데, 곰곰히 생각해보자니, 유튜브라든가 틱톡의 팔로워라면 "혹시 이요리님 아니세요?"라는 말이 먼저 나왔을텐데, 팬이예요라고 한걸보면, 아.. 내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크러쉬라고 생각했나보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마스크 크러쉬를 찾아봤는데 이러면 좀 비슷하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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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토
도수치료를 받고 집에서 아이디어 개발. 자정달리기. 아래는 이번 주의 달리기 기록. 최근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로 수족냉증이 사라졌다. 난 걸어다니는 아이스팩이었는데.. 이거 무슨 생로병사의 비밀같은 말이긴 하지만 정말 유산소운동이 혈액순환에 좋다는 게 몸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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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일
민아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아침 9시 기차로 대구에 갔다가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윤옥연할매떡볶이는 못참지. 그리고 바로 서울로 올라와서 아이디어 개발. 주말에는 시간이 있으면 작곡 숙제와 피아노 연습을 하려 했는데 여유가 없어서 아쉬웠다. 아마 이대로라면 다음주 레슨은 취소각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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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월
주말동안 주식 장이 닫혀서 좋았는데. 열리니까 또 떨어짐. 그냥 계속 좀 닫아놓자. 아이디어 내느라 쌉고생. 이거 정말 노하우가 안생기는 카테고리다. 점심에 잠깐 짬을 내서 전화로 테니스 레슨을 등록. 6월 7일부터 우림이와 테니스 레슨의 여정을 펼쳐나가보기로. 저녁에는 야근 하기 전 재윤이와 우육미엔에서 밥을 먹고, 재윤이에게 Pikmin Bloom이라는 게임을 전도 당했는데 게임이 귀엽다. 는 생각도 잠시 아이디어 내다가 집에와서 후다닥 잠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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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화
아침 7시반에 출근해서 삼성CSR 프로젝트 아이디어 회의를 준비했다. 10시에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골라진 안들의 비주얼을 디벨럽하는 작업을 하고. 저녁 9시에 퇴근해서 와보니 위고가 또 외로웠는지 바닥에 화오줌풀이를 해두어서 미안한 마음으로 오줌을 닦고 탈취제를 뿌려 다시 닦아냈다. 한강으로 나가 5키로를 달리고 집에 돌아와서 잠시 쉬는 중에 밀린 일기를 쓰는 중. 생활이 팍팍해지면 일기에 감상은 적어지고 사실을 기록한 내용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아쉽다. 그래도 하루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했을텐데. 그렇다고 뭔가를 곰곰히 뒤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어쩔 수 없다. 내일 하루는 버거킹 아이디어를 하루만에 만들어야 하는 날이므로 아침부터 집중을 해보자고 다짐. 운좋게 점심쯤에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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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26.
그런 바람을 싹 무시하고(그 중 80프로의 책임은 회의 전날에도 딴짓에 열중한 나에게 있긴한데) 결국 아이디어는 일찍 나온 것도 아니고, 좋은게 나온 것도 아닌 상태로 회의에 참석했다. 아에 좋은 게 없었냐 하면 그건 아니고, 하나는 좋고 두개는 부끄러운 상태로 아이디어 회의에 갔다. 슬픈 것은 그 좋은 하나 마저도 회의날 아침에 회사에서 벼락 치면서 나온 것. 아이디어 회의 이틀 전 평온한 상태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그 동안 만족스러운 아이디어가 나와서, 옳다구나 이거다 하면서 정리하고 평화롭게 회의준비를 할 수 있는 날은 찾아오지 않는 걸까? 우리 나라 기후가 열대기후가 되어간다는 사실에는 나의 수많은 벼락치기도 한 몫 한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무튼 아이디어 회의 결과, 좋은 것 하나와 부끄러운 것 하나가 살아남아 다른 아이디어 4개와 함께 광고주 보고를 준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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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금
폭풍같았던 아이디어 회의 주간의 끝에는 또 다른 폭풍일것이 뻔한 날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한테 얼마없는 형 중의 형, 내가 너무나 좋아하고 의지하는 성수형과, 나와 제일기획 인턴 꼬꼬마시절부터 함께 해온 은송이(소개가 좀 건조해도 어쩔 수 없다. 성수형은 성수형이니까, 미안하다 은송아), 이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는 청첩모임이 그것이었는데 그 좋은날이 왜 폭풍이냐하면 내가 이 청첩모임의 저녁식사를 준비하기로 했기 때문이고, 이 선언을 하던 당시의 나는 이번주가 그렇게 폭풍같을 거라는 생각은 당연히 못했지.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로 8인을 위한 저녁을 준비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 날은 신만 지친 상태여서 꽤 괜찮았다. 7개의 요리를 7시간동안 만들었고 집에 와서 나는 전사하였지만, 내가 만든 음식으로 그 시간이 풍성해지고 또 그 시간을 좋은 기억으로 만드는데에 일조한다는 것은 역시 요리를 계속 해보고 싶게하는 점이다. 성수 은송 커플과 동기들에게 음식 너무 맛있었고 고마웠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일용할 인정욕구가 채워졌다는 점에서 또 기분이 썩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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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토
생각해보니 이날도 바빴네. 오래전부터 잡혀있던 약속이라 2개의 폭풍이후에 이어진, 대학교 광고 소모임인지 이제는 클라이밍 모임인지 모르겠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또.. 요리를 해서 먹였는데.. 친구들이 배달을 시켜도 된다고 했지만, 내가 배달을 시키고 싶다면 그 이유는 순전히 전날 다른 친구들에게 대접하느라 폭풍요리를 했기 때문인거였고, 그렇다고 내가 이 친구들을 저 친구들보다 소중하지 않게 생각하냐면 그건 정말 아니니까 또 한바탕 요리를 했다.. 그리고 또.. 맛있다고 해주어서 신났다 흑흑.. 약간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내가 요식업자도 아니고.. 이러려고 요리하는 거지 뭐.. 근데 일기에 점이 많네... 쓰면서도 그날을 돌아보니 꽤 힘들었던 것 같아.. 그리고 마음에 짐을 안은 채로 하루를 마무리 했는데 그게 뭐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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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일
월요일이 버거킹 광고주 보고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아트디렉터는 나 혼자이다.
그 혼자인 아트디렉터는 일요일 낮까지 시디님에게 시안 작업한 것을 보내기로 했는데, 그 혼자인 아트디렉터가 전날인 토요일 저녁 11시까지 친구들과 놀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서고생맨인 나는 토요일 저녁 친구들을 보내고 새벽4시까지 시안작업을 하다가 눈이 빠질 것 같아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아침 9시에 일어나서 또 폭풍 시안 작업을 시작했다. 낮까지라고 하면 보통 3시 정도까지는 낮이라고 하는 공감대가 있으니까 그 쯤에 보내도 되는데, 여기서 사서고생맨은 또 스스로 위기 상황을 깔아놓았다. 오후 2시에 친구에게 머리자르러 간다고 예약을 해둔 상황. 결국 9시부터 1시까지 나는 페이커보다 빠른 손놀림으로 이미지 검색과 합성과 키노트 작업을 마치고 폭풍처럼 홍대로 날아가 머리를 했다. 그해 초여름이었다. 쉬발. 초여름인데 폭풍이 왤케 많이 몰아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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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월
폭풍후에 맑은 날 오듯, 광고주 대표보고에서 스스로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던 그 아이디어가 광고주에게 팔려서 인정욕구 또 채워짐. 한 편으론 내 기분이 남의 결정에 달려있는게 역시 이 일의 별로인 점. 이라고 끝내면 5월의 일기의 마무리가 좋지 않으므로. 5월을 돌아보자면, 5월은 많이 달렸다.
가라앉은 기분을 떨치려고 달리기를 해보다가 어느새 습관처럼 달리게 되었다. 여전히 기분은 종종 가라앉기도 하지만, 몸은 확실히 건강해졌다. 요즘 자주 하는 말. "나 근 5년 중 요즘에 제일 컨디션 좋아." 6월도 별 생각 없이 자주 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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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레슨에서 처음 만든 노래 - 심해 우리의 지친 발걸음 사이로 차오르는 바다 파도가 오면 우리는 이대로 멀리 떠나자
아무 소리도 없고 빛도 닿지 않는 곳 숨을 참고서, 이대로 가라앉자 우린 희미해져, 우린 바다가 되어 서로에게 흐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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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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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금
광고는 불필요하게 사람들의 지갑을 자꾸 열어 제끼려 한다는 점에서 이 일을 계속 해 나가기위한 나름의 합리화가 필요한데, 이번 신입사원 자소서를 심사하면서 인상적이었던 문장. "수만가지의 컨텐츠가 송출되고있는 세상에서 하나의 컨텐츠를 몰입하여 바라보는 순간은 흔치 않습니다. 그렇기에 사람을 매료시키며 몰입의 경지로 이끄는 순간은 너무나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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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2.토
오랜만의 사회생활. 항상 에너지 넘치는 가요이와 DONO에서 Cotto di Dono 피자와 어니언 파스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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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3.일
전날 밤부터 레슨숙제를 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곡인 상태로 수업. 수업이 끝나고 회사로 가 버거킹 대행사 PPM. 집에 와선 다음날의 아이디어 회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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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5.화
이게 얼마만의 노래방인가. 대학교시절 틈만나면 함께 노래방을 다녔던 친구들과 오랜만의 금주가무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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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6-07.수
버거킹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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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8.금
정익의 청첩모임. 정말로 마음의 고향인, 어느새 21년째 친구들. 강산이의 귀국&이직으로 이제 다함께 서울에서 볼 수 있게 되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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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0.일
선우정아 콘서트. 공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정성을 쏟아부었는지 고스란히 느껴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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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2.화
새벽5시 까지 정익의 식전영상 편집하고 잠들었더니, 아침에 강력한 담이 찾아와서 3일간 고생했다. 자세 바르게 해야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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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4.목
오랜만의 윤옥연 할매 떡볶이 모임. 위장 영양제로 강해진 나의 위장을 확인. 시간이 갈수록 몸은 점점 고장나고 있지만, 한 편으론 내 몸과 점점 친해지고 또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게되어서 재미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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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5.금
스프라이트의 시안녹음을 위해서 녹음실에 갔는데, 내가 쓴 카피를 김서영 성우님에게 가이드차원에서 들려주었더니, 와~~ 직접하셔도 되겠는데요? 라는 칭찬을 듣고는 기분이 좋아졌다. 나의 이 딱히 쓸모는 없는 재롱 능력,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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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토
정익의 결혼식. 뿌듯한 식전영상 상영. 저녁에는 정원을 초대해서 무수프와 며칠 전 만든 화이트라구소스로 파스타를 해 먹었다. 며칠전 산 '채소 마스터 클래스'라는 책에서 무수프 레시피를 보고 따라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내 혀는 채소 마스터가 되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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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일
게임나잇 친구들과 새로 시작한 '레인보우 식스 익스트랙션' 분위기가 너무 쫄리지만 그만큼 미션을 성공했을 때의 쾌감이 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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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화
문제에 맞닥뜨리면 곧잘 헤쳐나가는 편인데 가끔씩 오늘처럼 자존감이 훅 꺼지는 순간들이 있고, 그럴 때는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지 모르겠다. '나는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라는 대사에 깊이 공감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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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수
이 일기를 읽고 계신 친구들의 걱정어린 마음과 책에 기대어 근근히 보냈다. 드라이브 마이카 _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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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2.금
성우 데뷔할 뻔 했다가, 역시 전문가는 이길 수 없어서 데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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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토
메이의 새빨간 비밀 한강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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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일
3시에 잠들었다가 왠지 모르게 6시에 잠에서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하다가 비몽사몽으로 가서 오픽을 치고, 이태원으로 돌아와 앤트러사이트에서 하루키 단편집 중 예스터데이를 읽고, 남은 하루는 어찌저찌 보내는둥 마는둥.
그래도 일주일을 새 마음으로 시작하는 건 해볼 수 있으니까, 요리책을 뒤적여 다음 주에 해먹을 음식들을 생각하고, 식재료를 주문하고.
운동을 꾸준히 해보자고 다짐하며 계획을 세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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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월
퓨전음식이라고 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정통방식으로 맛있게 하는데에 자신이 없어서 이것저것 갖다붙인 것 같은 느낌이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파스타에 간장을 넣는 레시피를 볼 때마다 그건 파스타가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시도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최근에 산 '채소 마스터 클래스'라는 책에서 본 쪽파 파스타를 만들어 봤는데 너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앞으로 안 먹어보고 맛없다고 하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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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수
첫 자작곡의 첫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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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금
민아의 청첩 모임. 축하도 축한데, 태국 음식점 '까폼'이 인상적이었다. 이태원에서 30분 움직여서 방콕으로 왔다.
- 04.30.토
누나네에 왔다. 우리누나 다 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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