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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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fahr · 8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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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생일
불 꺼진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돌아오지 않는 것
아무도 없는 거리를 지나
불 꺼진 집으로
돌아온다는 건 어둠만 몰고 산다는 것
또는 나비 한 마리 없는 컴컴한 누에방
불 꺼진 집은
유리창나비 부서진 날개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왜 또 돌아왔을까
내가 태어난 밤의 비석처럼
- ‘생일’, 김경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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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takesmargin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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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후: 서예시간
추락을 기억하는 깃털로 우리는 추락보다 긴 노래를 부른다
슬픔의 획수가 줄어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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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doh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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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늘 울음을 참아왔으므로 당신과 비슷한 사람을 알아본 것이다. 당신은 보이지도 않는 그 사람의 성대를 들여다보고 있다. 왜 성대인가. 눈물은 눈에서 흐르지만 울음은 목구멍에서 치솟는다. 그래서 울음 참는 일을 ‘울음을 삼킨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삼켜진 울음이 쌓여서 그 성대는 기괴하게 꼬이고 넓어졌다. 똬리를 틀고 겨울잠 자는 뱀처럼. 그 위에 (소용돌이무늬가 특징인) 이오니아식 기둥을 세울 수도 있을 것처럼.
그런데 너무 오랫동안 울음을 참아온 그는 정작 자신이 그래왔다는 사실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이 슬픔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슬픔이다. 보라. 참는 사람은 늘 참는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안녕?’ 이라고 말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대신 메뉴판에서 한 끼의 식사를 고르듯 적당한 미소와 웃음을 골라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그것들을 코르크 삼아, 울음이 치솟는 성대를 틀어막는다.
열두 겹의 자정 / 김경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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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roubledbison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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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팔월
미끄러진다 뙤약볕 밑으로  미끄러진다 울부짖기 전에 부글대는 늪 속으로 미끄러진다 아직 난 눈멀지 않았는데 어떻게 눈먼 구더기 떼와 함께 미끄러질까 어떻게  악몽 속으로 악몽 속으로 물컹대면서 꿈틀대면서 미끄러질까 팔월도 아닌데 팔월로 미끄러질까 버둥거리다 더 미끄러지기 위해 나는 이글거리며 조금 기어오르기도 한다 미끄러진다
- 김경후, 어느 새벽, 나는 리어왕이었지
august
i slip under and into the blistering sunlight i slip  before i can howl into the bubbling marsh  i slip i have yet to be become blind how would i slip with the blind maggots how would i slip from a nightmare into a nightmare soft and writhing how would i slip into august when it is not august floundering in an attempt to slip further downward i sometimes climb a little, aflame, and slip
-  by Kim Kyung-Hoo, from On Some Dawns, I Was King L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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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indul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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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듣는 약 이번 약은 잘 들을 겁니다 의사 말을 듣고 믿고 싶은 그 말을 믿고 나는 묻는다 얼마나 잘 듣지 않았나 이불 속에 드러누운 나의 마음은 컴컴한 창밖 얼어붙은 얼굴을 들이미는 나는 고함조차 듣지 않았지 열어주지 않았지 내가 있어도 나는 빈 방 없어도 나는 나의 빈 방 누구를 기다리는가 골목 구석에 쑤셔박은 내 밤들 털 빠진 등허리늘 말고 자던 내가 버린 고��이들 듣지 않았지 나는 내가 지내온 빈 밤의 소리들 내가 지워버린 빈 밤의 소리들 듣지 않고 딛고 가야 할 소리만을 믿었던 나는 나는 텅텅 빈 소리 그것들을 잘 다지고 잘 부수지만 잘 듣지는 않는 병 앞으로도 나는 듣지 않을 빈 방의 나의 소리들 이 약은 잘 듣고 있겠지 [열두 겹의 자정 - 김경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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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mark198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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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애 있어도 없어도 지금 다 지워져도 나는 너의 문자 너의 모국어로 태어날 것이다 #김경후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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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roubledbison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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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ilbone
꼬리뼈
꼬리를 흔든 적도 없는데 꼬리뼈가 부서졌다
종이 건반을 두드렸는데 조율 안된 오르간 소리 들리고
사랑한 적도 없는데 아침마다 실연이다
몰래 숨어 있던 것들 나는 잊었는데 나를 잊지 않고 부숴버린다 나를 까발린다
꼬리지느러미 하나 걸리지 않은 어망 어둠만이 나의 황금어장 부서진 꼬리뼈를 쥐고 나는 어기적 어둠속으로 들어간다
- 김경후,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Tailbone
I have never shaken my tail and yet my tailbone has shattered
I played keyboard made of paper and heard the sound of an organ out of tune
I have never loved and yet my heart is broken every morning
The things that lay hidden I have forgotten them but they remember and shatter me They unearth me
A net without a single tail fin caught in it Only darkness is my teeming fishery I clasp my shattered tailbone  and shuffle into the dark
- by Kim Gyung-Hoo, from Organ, Pipe, Cac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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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fahr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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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 김경후
내 인생 단 한 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면 척하고 내밀어 펼쳐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 진흙참호 속 묵주로 목을 맨 소년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 단 한 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시계엔 바늘 대신 나의 시간, 다 타들어간 꽁초들 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나는 바다 절벽에 가지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면 독서 중입니다, 속수무책 - '속수무책', 김경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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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fahr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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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김경후
오늘은 내 생일 불 꺼진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돌아오지 않는 것 아무도 없는 거리를 지나 불 꺼진 집으로 돌아온다는 건 어둠만 몰고 산다는 것 또는 나비 한 마리 없는 컴컴한 누에방 불 꺼진 집은 유리창나비 부서진 날개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왜 또 돌아왔을까 내가 태어난 밤의 비석처럼 - '생일', 김경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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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fahr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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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김경후
입술은 온몸의 피가 몰린 절벽일 뿐 백만 겹 주름진 절벽일 뿐 그러나 나의 입술은 지느러미 네게 가는 말들로 백만 겹 주름진 지느러미 네게 닿고 싶다고 네게만 닿고 싶다고 이야기하지 내가 나의 입술만을 사랑하는 동안 노을 끝자락 강바닥에 끌리는 소리 네가 아니라 네게 가는 나의 말들만 사랑하는 동안 네게 닿지 못한 말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소리 검은 수의 갈아입는 노을의 검은 숨소리 피가 말이 될 수 없을 때 입술은 온몸의 피가 몰린 절벽일 뿐 백만 겹 주름진 절벽일 뿐 - '입술', 김경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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