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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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 「나의 詩가 되고 싶지 않은 나의 詩」
움직이고 싶어 큰 걸음으로 걷고 싶어 뛰고 싶어 날고 싶어
깨고 싶어 부수고 싶어 울부짖고 싶어 비명을 지르며 까무러치고 싶어 까무러쳤다 십 년 후에 깨어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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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펼쳐져 있는 한
삶은 늘 우울하다
인생은 병이라는 말도 이젠 그쳤고
인간은 언어라는 말도 이젠 그쳤고
서서히 말들이 없어진다
저 혼자 깊어만 가는 이상한 江
人類
어느 누가 못 잊을 꿈을
무심코 중얼거리는가
푸른 하늘
흰 구름 한 점
(사람이 사람을 초월하면
자연이 된다)
- ‘서서히 말들이 없어진다’, 최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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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때문에 죽을 수는 없어서
황인찬
세상에는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좀처럼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사랑한다는 말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 를 부여해서 그 말을 좀처럼 꺼내지 못하는 것이다.
어쩌면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은 아닐까?(나는 내 인생의 많은 문제의 원인을 여기서 찾고 싶어한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고,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고, 사랑은 주님의 뜻이라서 사랑이라는 관념을 지나치게 큰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 는 것이다. 아무튼 하나님은 사랑이시니 말이다. 타인에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에는 내가 참 부족한 것이 많다.
물론 그게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다. 나도 이미 알고 있다. 나는 그저 상처받고 싶지 않을 뿐이다. 기대가 클수록 기대가 좌절되었을 때의 고통도 커지는 법이고, 사랑을 고백한다는 것은 당신과 내가 깊이 연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숨김없이 드러낸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랑이란 결국 좌절되고 실패하는 것 아닌가. 내게 사랑한다는 말은 결국 깊은 고통을 겪으리라는 뜻과 다름없었다. 그러니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좀처럼 하지 못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말하지 않으면 사랑이 좌절되어도 좌절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말할 수 없다. 사랑한다 말하면 고통받을 테니까.
이것이 나의 젊은 날을 지배했던 정서다. 나는 너무 많이 기대했고, 너무 자주 좌절했으며, 더는 실망하기 싫어 요망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좌절과 실패가 그다지 두렵지 않다 는 생각이다. 갑자기 없던 용기가 생겼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삶에 너무 많이 깎여나가 좌절도 실패도 익숙한 친구처럼만 느껴진다는 뜻이다.
밥은 하루에 두 번 먹으면서, 실망은 하루에 세 번 쯤 손쉽게 해버리는 것이 요즘 나의 삶이다. 작은 좌절과 실패에 예민하게 떨던 이십 대 청년으로 더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도 절실하게 느낀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고 최승자 시인은 말했지만, 사느니 ��느니 생각하는 것도 버거운 것이 삼십 대의 삶인 것 같기도 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십 대 청소년인 것도 당연한 일이다. 사랑 때문에 죽기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젊은 시절에나 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나는 이제 사랑이 두렵지는 않다. 두려운 것은 천장 없이 오르는 서울의 집값뿐이다.
사랑이 삶을 지배할 수는 없지만, 또한 사랑 없이 삶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삶 속에서 배웠다. 요즘 나의 과제는 내 삶에서 사랑의 적절한 위치를 찾는 일이다. 그것은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결코 불가능하다. 집 안에서 가구의 위치를 정하기 위해 이리저리 가구를 옮겨보듯이, 자꾸 사랑한다고 말하고. 사랑에 대해 말하고, 또 사랑해야만 한다. 내가 사랑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사랑을 통해 내 삶이 어떻게 동력을 얻을 수 있는지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고민해야만 한다.
어린 시절에는 사랑에 대한 열망이 두려움과 경외의 형식으로 나를 불사르듯 추동했다면, 이제는 사랑과 조금씩 발맞춰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결 국 사랑한다는 말 앞에서 더는 주저하지 말아야 하리라. 그래서 나는 이제 사랑을 겁내지 않는다. 사랑의 실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굳이 더 잘 실패할 것 까진 없지만, 어차피 앞으로도 실패할 일은 많다. 그냥 하겠다. 또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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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주인없는 해진 신발마냥
내가 빈 벌판을 헤맬 때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눈 덮인 꿈속을 떠돌던
몇 세기 전의 겨울을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최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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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일기 - 최승자
#즐거운일기 #최승자 #너에게들려주는시 #poetrytoyou #시 #시낭독 #시낭송 #낭독일기 #시필사 #손글씨 #볼펜 #까렌다쉬 #CARANDACHE #마이마르스 #mymars #나의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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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광화문으로 출발해서 엄마랑 낮을 거기서 보냈다. 안좋은기분 덜했고 좋은기분 많았다. 낮부터 와인 마셨다. 좋은기분. 엄마 보내고 최승자부터 시작해서 모르는 낯선 시들 몇개 읽고 김유림 집어왔다.
비밀 더 많이. 발설 덜해야겠다고 많이 느낀다. 고독이 파도처럼 몰려올땐 외로움이라는 불순물에 괴롭겠지만. 이편만이 나를 온전히 세울만한 그런 발딛을 새 돌판이라고 나는 느껴. 애인도 있고 친구도 있고 소속도 있다. 문제 없다. 문제있다 느끼면 돌아올 호흡도 있다. 혼자 돌아다닐때 벅차오르는 호흡은 걸음을 느리게 하면 될 일이다. 최승자 읽고싶다 느꼈을때 버벅거리지 않고 그리로 향한 발걸음 좋았다. 이런식으로 직관을 되살려낼 의무가 있다.
희망의 감옥
- 최승자 -
내 희망이 문을 닫는 시각에 너는 기어코 두드린다. 나의 것보다 더욱 캄캄한 희망 혹은 절망으로. 벽도 내부도 없이 문만으로 서로 닫혀진 이 열린 희망의 감옥. 네 절망이 문을 닫는 시각에 나는 기어코 두드린다. 너의 것보다 더욱 캄캄한 절망 혹은 희망으로. 2 그대 헤매는 그림자, 내 발목에 묶어 맬 수 없으니, 그대 긴 악몽의 밤을, 잠을, 내 깨어있음으로 보완할 수 없으니, 형이여, 사랑하는 형제여 부디 그대의 악몽을 딛고서 그대 본래의 빛으로 빛나라. 3
유혹이여 그때 스며들지 않았겠는가. 유혹이여 그때 스며들고 싶지 않았겠는가. 나는 안다 너의 유혹에 내가 굴복했음을, 나의 유혹에 마침내 ���의 유혹이 굴복했음을. 저, 내가 모르는 그러나 충분히 알고 있다고 느끼는 저 모든 삶의 의혹들에 관하여 기복들에 관하여 유혹이여 너는 스며들고 싶지 않았겠는가. 간단히 끝내 주고 싶지 않았겠는가. 4 그렇다, 가혹하다. 누가 이렇게 내 피를 빨아먹는 건지 ---그러나 나는 안다. 내가 내 피를 빨아 먹었다는 것을, 빨아 먹다 죽는다는 것을. 그러나 또 나는 안다. 내가 언제나 나이듯 내가 언제나 나의 남이라는 것을. 그리고 빨아 먹다 죽은 나의 흡혈판으로 남들이 또 열심히 빨고 있으리라는 것을, 내 죽은 피를 남들이 또 열심히 빨고 있으리라는 것을. 5 어떻게 하라고 깊고 깊은 오리무중의 밤은 말하지 않는다. 밤은 단지 애매하게 손가락을 쳐들어 보일 뿐이다. 그 곳을 향해 나는 먼저 의문을 찾아 나서야 하고 그리고 대답을 찾아 나서야 한다. 대답에 이르기 전의 의문의 사냥꾼이 가야 할 길은 얼마나 머나먼가. 6 흰 새털 구름이 떠 있는 동안은 그대의 이웃은 그대의 이웃. 그러나 먹구름이 몰려 오기 시작하면 벌판엔 그대 혼자 뿐. 그리워 그리워 그대가 그 문을 두드리되 그 문은 언제나 닫혀있더이다. 7 저 혼자 자유로와서는 새가 되지 못한다, 새가 되기 위해서는 새를 동경하는 수많은 다른 눈(眼)들이 있어야만 한다. 8 흙은 조금씩 조금씩 그러나 무한 무한 증가한다. 우리가 무한 무한 태어나고 우리가 무한 무한 죽어가므로. 우리가 흙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흙을 생산하므로, 우리의 삶과 우리의 죽음으로써. 9 풍경을 닫아라, 오늘은 祭日. 이 세상은 관광지가 아니며 너의 방은 스쳐 지나가는 열차의 창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숨을 닫아라, 오늘은 亡日. (주여, 때가 가까왔나이다. 제발 이 때를 놓치지 마소서. 아니 제발 이 때를 놓쳐 주소서.) 10 이 희망이 不可하다면 끝끝내 울지 않고, 비로소 활활 다 버리고 맨발로 가리라 비로소 나의 끝을 위한 시작을 시작하리라 이 희망이 결코 不可하다면 11 비 온다, 비 간다. 사람 사는 골목 어디서나 흙 젖고 창틀 젖고 다시 마른다. 현재 미래 혹은 내세를 위해 어느 집에나 대문 있다. 어느 방에나 창문 있다. ........ ........ 말하기 싫다. 말하기 싫다는 말을 나는 말한다. (희망은 감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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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층에서 시가를 태우는 방글라데시 여자를 본다.
잿빛 슬립을 입고 난간에 기댄 여자를 본다. (그녀는 미혼모이며 두 살 배기 아기가 있다. 그녀는 가끔 교복을 입고 등교한다)
하루 종일 여자 욕을 하는 남자를 본다. 가끔 군복을 입고 있으며 대개 권투 글러브를 끼고 다닌다. 난 3년 전부터 방글라데시 여자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었는데, 아직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잿빛 슬립을 입은 여자는 학교에 자퇴서를 내러 가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군복은 헤어진 여자에게 돈을 받으러 가야하지만 아직 가지 않았다.
나는 3층 발코니에서 시가를 태우는 방글라데시 여자를 가만히 쳐다본다. 나를 빼면 복합주택의 유일한 흡연자이다. 그녀가 어쩌다 독한 시가를 태우게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나는 ���주 울적했는데, 내가 가끔 이상한 사람으로 변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새 기타를 사고 싶은 돈을 아끼고 서점에 들러 시집을 사곤 했는데, 어느 순간인가 시집을 사고 나면 그 고양감이 5분도 채 되지 않아 사라졌다. 5분은 많은 걸 할 �� 있는 시간이다. 그 사이에 라면도 먹을 수 있고, 누군가는 길거리에서 낯 뜨거운 키스를 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건조대에 양말을 넌다. 방글라데시 여자는 아마도 시가를 태울 것이다. 그게 5분인지는 채 모르겠다. 그런데 그 고양감이 5분도 안되어 사라졌다는 것은 때로 죽고싶었다.
게다가 집에 와서는 그 시집을 다 읽지도 못했다. 그냥 관심이 없어졌다. 그저 한 두장 휘적거리고 대강 아, 이런 생김새의 글들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그렇게 꽂혀간 최승자. 최승자. 가끔 허수경. 뒤적이면 임화. 어디 꽂아두었는 지는 생각도 나지 않은 채, 이사철이 될때면 책장 정리를 하다가 기억 속에서 가끔 꺼내 볼 뿐이었다. 글이 써지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은 작년 여름이었다. 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모든 감정이 폭발적으로 기화되는 여름 한 가운데 서서 나는 시를 읽지도 쓰지도 않는 사람이 되었다. 모종의 치료를 받아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한 선배에게 연락을 했다. 20년만의 폭염이라는 아침 뉴스를 보고 나니 선배에게서 연락이 와 있었다. 그와 구립도서관 한 귀퉁이에서 내 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좋아하는 것들, 그러니까 내가 사랑하는 표현들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병이 있었다. 그는 내 글에서 그 부분들을 전부 잘라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어떻게 생각해낸 표현들인데, 그것이 아깝다고 항변하자, 선배는 그것이 미학이라고 했다.
난 그의 말대로, 내 글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을 몽땅 없애기로 했다. 그가 실제로 여백을 좋아하는지, 고매한 침묵을 동경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나는 그의 말대로 했다. 그는 어쨌거나 명문대학 학부생이니까. 그가 시키는 대로 사슴이 고아진 듯한, 그러니까 약재 냄새가 나는 구립도서관 열람실에서 글을 뜯어고쳤다. 그는 시도때도 없이 내 글을 훔쳤다. 선배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무지 더웠다.
방글라데시 여자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그저 발코니 밖으로 몸을 빼고 있었다. 20년만의 폭염. 보이지 않는 잿빛 슬립. 그러나 흐릿하게 들리는 아기 울음소리. 어디선가 여자와 말싸움을 하는 듯한 남자의 거친 목소리. 중간 중간 잘라먹은 시. 더 이상 최승자와 허수경을 읽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순간 방글라데시 여자가 시가를 태우기 시작하고, 세계가 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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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 「꿈꿀 수 없는 날의 답답함」
나는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싶었다. 아니 떨어지고 있었다. 한없이 한없이 한없이 ............ ...... ... 아 썅! (왜 안 떨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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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선암호수노인복지관에서 진행될
시니어 스마트기기 튜터 과정의
강의실과 장비연결 점검을 위해 방문했다.
국내 노인복지관 중에는
항상 톱랭킹 5 안에 드는 곳이다.
당구장, 탁구장 등 최신 시설 뿐아니라
회원이 7.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선암호수공원 안에 있으니
오시는 분들은 그냥 힐링이 되는 곳이다.
모든 점검을 마치고 나오는데
북카페 지관서가가 있다.
회원으로 등록된 분들에게는 저렴하다.
카페 안에서 책을 읽을 수 있으니 더욱 좋다.
방문한 김에 최승자 시인의 '기억의 집'
시집도 한 권 읽었다.
마음에 와닿는 �� 개의 詩를 스크랩했다.
https://m.blog.naver.com/sdkimm/223030028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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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지 않았던, 내가 인정하지 않았던
그 세월 위에 그래도 녹이 슬고
또 싹이 트느니
이제 내가 불러도 대답하지 않을 當代여
당신의 외로움이 날 불러냈나,
내 그리움이 당신을 불러냈나,
외로움과 그리움이 만나
찬란하구나,
이 밤의 숱한 슬픔의 천적들이 만나
다정히 꼬리를 깨물고 깨물리우는
이 밤 슬픔의 불꽃놀이여,
當代의 當代의 슬픔의 집합들이여.
- ’當代의 當代의‘, 최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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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착! 기분 째진다. #불광 #월간불광 #최승자 #최승자산문집 #어떤나무들은 #한게으른시인의이야기 #당장써 #이타심 #마티유리카르 #독서 https://www.instagram.com/p/CZ3lHyKvTU0/?utm_medium=tumb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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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나의 우상이었던 최승자 시인을 다시 읽는다. 무조건 읽어야 한다. "아마도 인간은 상처투성이의 삶을 통해 상처 없는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모순의 별 아래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상처 없는 삶과 상처투성이의 삶. 꿈과 상처.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일상을 더욱 굳건하게 받쳐주는 원리, 한 몸뚱이에 두 개의 얼굴이 달린 야누스의 원리이다." 최승자,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Book #Poem #최승자 #시인 https://www.instagram.com/p/CYGgqOUFecu/?utm_medium=tumb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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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북스 근처에 산다면 땡스북스에 와서 오늘 같은 시간을 매일 보내고 싶다. 새로운 북 커버 디자인의 문지 시집 4종을 전시 중이었고 시집을 구매하면 연필을 받을 수 있다. 랜덤이라고 했지만 고른 시집 대로 두 자루의 연필을 받았다. 연필을 고르는 사람 마음은 랜덤이었겠지. 땡스북스에서 일하던 사람은 바닥에 녹은 눈을 걸레로 밀기도 하고 책을 정리하고 가방은 저기에 놓으세요 말하고 뜨거운 물을 버리러 나오기도 했다. 내가 책방에 앉아 있는 동안 밖으로 나와서 통화하는 동안.
"이제 나도 이 삶을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글로 쓴 사람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글로 쓴 것이 필요했겠지. 글로 쓴 것이 필요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필요해서 글로 쓰는 일.
포인트를 사용하고 포인트가 쌓였다. 포인트는 나를 확인하고 쇄신한다. 지난번 왔던 존재의 뼈를 가루로 만들고 몸을 부수고, 다시 올 때 새로운 인간이 온다. 책장 앞에 서 있는 것조차 낯선 인간이 와 있다.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풀어서 쓸 때 느껴지는 입체감이 좋다. 사전은 단어를 잘게 부숴서 작은 말로 만든다. 책방이 아닌 곳에서 많이 본 책에 손이 간다. 책을 많이 열지 않는다. 땡스북스는 다시 또 오면 너무 새 것이다. 유진목과 가보지 않은 영도 바다가 떠올랐다. 그의 글에서 무언가 떠오르듯이. 그가 글에서 준 것을 받아 읽었다. 책이 너무 좋고 책을 너무 잘 읽고 있다는 생각은 착각일 수 있다. 착각이 빚어낸 것들이 좋다.
늦은 시간, 다른 곳에 와 있는 나는 신발을 벗고 언 발을 녹일 것이다. 그것이 미래였다.
서울에서 인천으로 가는 밤.
서울에서 누군가를 오래 기다렸고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지 않았다. 인천으로 가는 길 차가 막히는 것이 지루하지 않고 왜 이렇게 삶에 지루한 것이 ���을까. 내가 지루함을 느끼는 건 다른 곳에 있다. 어쩌면 죽기 직전의 순간이 아주 길고 지루하다고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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