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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대사관길
kor-soul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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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부실 [華而不實] 옛 말에 겉 보기 좋아도 속이 부족한 것을 이르는 말들이 있다. 빛 좋은 개살구, 속빈 강정 이라던지, 빈 수레가 요란하다던지,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등.. 대부분 경우 경고망동하고 말이 많은 이들의 실수가 많았을테니 어찌보면 가만이 있으면 중간이라도 한다는 말이 그런 이들에겐 제법 조언이 될테다. 사람 속이란 더더욱 알 수 없기에 한 길 물 속은 알아도 열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할까. 제 아무리 혜안이라도 첫 눈에 사람을 구분,선별하기란 쉽지 않다. 입학과 취업등 여러 면접을 보면서도 우수한 인재 픽업도 좋겠지만 다른 무엇보다 성실하며 해당 직능에 부합해 필요 분야에 합당한 사람이 더 나은 경우가 많다. 모쪼록 물건이나 사람도 잠시 두고 볼 일이다. 오랜 궁과 거리의 고목들이 가지를 쭉 펼치며 빛 발한 오색 수를 지어 놓은듯 오가는 맘들을 설레게 한다. 덕수궁 대한문을 시작, 돌담길에서 서대문으로 이어진 정동길은 마치 서울 추억록 대표 인증일듯 담기에 여념 없다. 평소 휴일이면 비교적 한가했던 길은 단풍에 얽힌 추억으로 한껏 어우러져 있다. 정동길은 가족, 특히 딸에게 특별한 거리였다. 어린 나이로 예중을 다니며 밤낮으로 오가던 길이였고 곳곳마다 숨은 발자국 처럼 꼬리 감춘 기억들이 면면 새록하다. 아름답고 특별했지만 힘겨운 길이기도 하다. 오랜 정동교회에서 치뤄진 크리스천 졸업식으로 딸과의 추억은 거기서 일단락 되었고 이전,후 주말이면 가까운 지기들과의 만남& 추억이 종종 있는 곳이다. 힘든 연습들과 콩쿨로 사춘기 경쟁구도로 몰리는 날선 긴장감과 학부모님들의 시기와 파벌은 여느 치맛바람에 비 할바 아니다. 이미 수 년이 지난 일이 되었고 다행이 함께한 모두들 잘되었지만 당시론 아이나 어른 모두에게 결코 쉽지 않은 선택과 길이었다. 여전히 이 길로는 어린 예술 지망생들의 열정과 꿈이 몽글 영그는 곳이다. 2017년 영국 대사관과의 합의로 60여년간 단절되었던 덕수궁 옛 길이 100여m 개통 되었다. 아직 대사관쪽 70여m정도 더 남아 있다 한다. 일명 '고종황제의 길' 이라고 일컫는 이 길은 뒷쪽으로 성공회성당과 연결되어 있고 길을 나서면 서울시청이 바로 보인다. 이 길은 고종황제가 아관파천으로 러시아 공사관으로 이동한 길이기도 하고 수치스럽지만 민왕후의 피신과 죽음이 얼룩져 엄중한 근대사가 지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 길을 지나며 이영훈곡, 이문세 노래인 '광화문연가' '정동교회' 도 흥얼거려 보고 이채로운 로마네스크 건축의 백미인 성공회 성당과 내부의 스테인드 글라스로 된 모자이크도 둘러 보면 좋을듯 하다. 짧았던 대한제국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얼마지 않아 사라져 버린 비운의 궁과 사람들의 스산한 역사를 지켜 보던 회화나무 들이 곳곳에 자리해 있다. 정승을 기리는 나무로 학자나무(學者樹)라고도 하고 귀신으로 부터 궁을 지키는 삼괴구극(三槐九棘)길상목의 의미로 괴(槐)나무라고도 한다. 궁에는 세 그루의 회화나무 와 아홉 그루의 가시나무를 심어 각각 정승과 신하를 기리는 의미로 상징적인 나무라 여기고 있다. 이 길을 지나보면 궁문 밖으로 속이 휑하게 비워져 있지만 위대한 생명력으로 수 백년을 버티고 있는 회화나무 하나를 볼 수 있다. 어찌보면 무척 경외스럽고 신기한 일이지만 속 빈 회화나무의 수령은 앞으로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듯 하다. 수 백년을 지키며 온갖 영욕을 보아 온 나무들 이지만 당시 군신,외척들의 비겁하고 무능한 처신과 행동은 어쩌면 그들이 내어준 양심과 불충을 대신 비워내 지키고 있으니 어찌 스스로 서럽지 않다고 말할까. 지난 수령에 따라 크고 높게는 자랐지만 속이 비워지고 구멍 조차 내인 나무를 보자니 시대를 건너 뛴 지금의 시절 역시 달리 말하고 싶지 않더라. 곳곳에 철제 줄로 이어 나무의 낙상을 막고 힘겹게 자리하는 회화나무는 열매조차 풍성히 얻기 쉽지 않을듯 하다. 예로부터 이런 경우를 이르러 부실(不實)하다 말한단다. 이제 억지로 오래고 힘겨운 삶을 지켜 내려 하기 보다는 그만큼 수고했으니 역할을 이만 놓아주고 멋진 도모로 공간과 탄생의 의미를 새롭게 이어갈 수 없는 것일까. 보기엔 특별하나 결실을 맺지 못하면.. #가을여행 #단풍여행 #서울여행 #종로구여행 #덕수궁 #영국대사관길 #정동길 #회화나무 #영욕의시간 #고맙고수고했어 #놓아줄시간 #삼괴구극 #koreanpalace #koreantree #korean #autumn #autumnleaves (덕수궁 옆에서) https://www.instagram.com/p/CWOXFCRPl5j/?utm_medium=tumb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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