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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수수료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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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수수료를 위한 변명
지난 24일자 대부분의 일간지에는 백화점의 수수료에 대한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였습니다.
백화점 수수료가 어제 갑자기 올랐던 부분도 아니지마는
이렇게 갑작스럽게 동시다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행태에는
정부가 무언가를 빌미로 뒤에서 작업을 했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고승덕 의원을 포함해 공정위와 함께 나서서
이러한 여론몰이를 통해 민심을 잡으려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각각 일간지에서는 이번에 발표한 한국 유통학회의 자료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백화점, 입점 수수료 횡포 여전 – 경향신문’
‘백화점,홈쇼핑 ‘물건값의 1/3’이 유통마진 -한겨레’
‘명품-국내업체 백화점 수수료율 차이 극심-조선일보’
그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만 다음과 같습니다:
23일 한국유통학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용역을 받아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상위 3사 백화점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35~38%, TV홈쇼핑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외명품 업체와 대기업에 대해서는 판매수수료율을 낮게 책정하고 있었다. 판매수수료율이 높은 품목은 백화점과 TV홈쇼핑 모두 의류·패션 잡화(35~40%)로 나타났다. 백화점은 화장품에 대해 30~35%의 높은 수수료율을 받았으며 TV홈쇼핑은 건강식품·이미용품(35~40%), 유아·아동제품(30~35%)에서 수수료를 높이 매겼다.
그러나 백화점과 TV홈쇼핑 업체들은 입점업체가 대기업이거나 해외명품 업체인 경우 수수료를 달리 책정했다. 중소업체가 많은 소형가전 제품에 대해 백화점은 25~30%, TV홈쇼핑은 30~35%의 수수료를 챙겼지만 대기업 중심인 대형가전 제품에서는 7~20%로 절반가량 낮은 수수료를 받았다.
「홈쇼핑,백화점, 판매수수료 최고 40% 폭리」, 임지선 기자, 경향신문
그렇다면 두가지 질문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첫번째는 과연 차등적 수수료 정책이 잘못된 관행인가, 라는 점이고
두번째는 한국 백화점 수수료가 현재 높게 책정된 것인가라는 점입니다.
1. 차등적 수수료 정책
단도직입적으로 저는 이에 대해서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수요와 공급으로 대표되는 시장의 논리 때문이지요.
가령, 명품의 대표격이랄 수 있는 루이뷔통을 예로 들어겠습니다.
만인이 원하는 루이뷔통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LVMH 본사측에서도 매장 신규 출점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습니다.
구찌는 이미 전 세계에 200여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고, 루이뷔통은 400여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으나
한국과 일본 시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매장이 샹젤리제 거리와 같은 flagship store를 통해 매출 발생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루이뷔통과 같은 명품 브랜드에겐 면세점을 제외한 유일한 공급채널은 백화점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들은 40~50%의 매출을 한국과 일본과 같은 아시아 시장을 통해 만들어냅니다.
2005년 기준으로 보면 LVHM가 가진 모든 브랜드를 통틀어 프랑스 자국내 매출이 전체의 15%였던 반면에,
일본시장에서의 매출은 무려 14%에 육박하는 수준이었죠.
사실 루이뷔통만을 보면 일본내 매출이 전세계 매출의 절반 정도에 육박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때문에 일반적인 상식이라면 이 정도 수요에 대해 추가 출점을 통하여 매장수를 대폭 늘리는 것이 맞겠지만
LVMH로 대표되는 명품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의 명품 수요에도 아랑곳않고 철저한 de-marketing을 고수해 왔습니다.
다시말해, 철저하게 본사의 의사대로 선택적 입점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백화점에서는 그러한 거대한 수요(소비자들)에 대하 제한된 공급(명품 매장들)이 이루어지는 시장 상황에서
매장별로 차등적인 수수료 정책을 통해 MD를 진행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이는 ‘명품’이 가진 시대를 초월한 가치, 뛰어난 품질, 훌륭한 디자인, 그리고 기타 여러 요소들로 인해
프리미엄을 가진 이유로 얻을 수 있는 일종의 특혜인 셈입니다.
이를 가지고 론칭 1년된 신규 브랜드와 동일한 수수료를 책정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죠.
언론이 백화점의 차등적 수수료가 불만이라고 국민들을 호도하는 것은 철없는 신진 작가가
‘내가 책을 출판하는데 인세를 고작 4%밖에 주지 않는다. 이문열과 같이 9%로 올려달라’라고 생떼를 쓰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브랜드를 수년, 수십년 가꾸고, 지키고, 관리하여 MCM 정도 프리미엄을 가진 브랜드로 만들어낸다면,
그리고 그랬음에도 차등적 수수료 정책이 그대로라면, 그때는 정말로 ‘폭리’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이겠죠.
백화점 수수료는 일종의 커트라인이자, 진입 장벽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의류 업체들의 원가는 기업 기밀에 해당하여 공개하고 있지는 않으나 3,3,4 법칙이라고 해서
제조비 30%(원단,가공비), 관리비(마케팅등) 30%, 운영비(유통비등) 40%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비와 관리비가 고정비(fix)가 아닌 이상 옷값의 거품이 백화점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요.
이는 백화점보다 일반 가두점이 더 활성화되어있는 미국에서도 비슷한 비율입니다.
미국 시장의 상황을 좀 더 살펴보도록 하지요.
2. 해외의 사례는?
프랑스의 쿠튀르를 경험하지 않았으면서도 세계적은 브랜드들을 수도 없이 내어 놓은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현재 한국 백화점의 수수료에 대한 화두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한국 백화점의 높은 수수료를 질타하는 저변에는 ‘높은 수수료 때문에 우리 한국 브랜드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니까요.
일단 미국에는 한국과 달리 백화점과 가두상권이 동시에 발달된 형태인데 한국과 일본과 같이 지하철로 연결된 백화점은 없습니다.
다시말해 백화점 업태의 비지니스 모델 자체가 약간 다르다는 점이지요.
더불어 매입 형태도 다소 차이가 있는데 한국이 매장 판매분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특정매입 형태라면
미국과 일본은 직매입을 좀 더 활성화 한 형태인데 이를 감안하고 수수료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삭스피프스애비뉴, 메이시스, 버그도프굿맨 등과 같이 고급 백화점이 있는가 하면
익스프레스, J.C.Penny와 같은 직매입 저가형 직매입 백화점들이 있지요.
그런데 이들의 평균적인 수수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대체적으로 높은 편이죠.
여기서 수수료란 미국과 한국의 매입 형태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는데
직매입시스템인 미국은 재고의 부담, 판매비용의 전부를 리테일러가 지고 보통 50-60%퍼센트의 마크업(수수료와는 좀 다르지요)을 붙입니다.
경쟁사 바이어님에 의하면 풋백옵션이나 공급가 할인이 적용되기도 한다는데 약 2.2배수로 보시면 될 것 같고요.
그나마 일본의 경우가 한국과 비슷한 특정매입(또는 소화매입)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이게 수수료율 또한 44~45%로 알고있습니다.
<미국 백화점의 (세일을 포함한) 직매입 회수이익율
물론 위의 자료가 정확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산정 방식에 대한 것이나, 대상 기관도 명시되어 있지 않아 불안한 자료이기는 합니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무조건적으로 ‘외국보다 비싸니 너희는 안돼’라는 식의
무자비한 돌판매질은 삼가주십사하고 드리는 제언입니다.
미국이나 일본 자료를 계속 서칭하고는 있지만 아마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매입 형태와 유통 채널 구성비를 같은 조건으로 해 놓는다면 말이죠.
제가 생각하기에 한국 패션을 위해, 그리고 한국 패션 기업들을 위해 더욱 절실한 것은
정말 오히려 문제가 되는 부부은 카피 문제와 짝퉁문제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을 develop해서 정리해야할 것 같기는 하지만
가끔씩 백화점에 걸려있는 천편일률적인 옷 스타일이나,
동대문에 보란듯이 걸려있는 time st. mine st. 따위의 광고를 볼때마다 느끼는 문제입니다.
게다가 이건 사실 이러한 지적재산권만의 문제는 아니죠.
2002년 유럽 집행 위원회(EC)는 짝충 의류,신발,향수,화장품 등이
매년 유럽 연합의 국내총생산을 60억 달러 이상 감소시키고 일자리 10,800여개를 희생시키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짝퉁을 만들어 벌어들인 검은돈은 범죄에 쓰이기도 하지요.
IACC에 의하면 FBI는 세계무역센터 폭발 사건의 주범인 테러리스트들이 뉴욕 시티 브로드웨이에 있는 가게에서
짝퉁 티셔츠를 팔아 번 돈으로 테러 자금을 충당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폴 사무국장 로널드 K. 노블은 2003년 미 하원 국제위원회에 짝퉁 판매에서 나온 수익금이
반이스라엘 시아파 단체인 헤즈볼라, 북아일랜드의 준군사 집단, 몰롬비아의 주요 반군 FARC와 관련된 단체 등으로 흘러들어갔다고 보고했죠.
한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인데 짝퉁으로 생산된 수익은 대부분이 도박 사이트 운영 등과 같은 불법 사업에 재투자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물가를 잡겠다’라는 구호에 휘말려 ‘수수료를 내리면 가격이 싸질것이다’또는 ‘패션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라는
그릇된 생각은 하지 않으시는게 좋을거란 생각에 좀 끄적여 봅니다.
되려,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대학등록금을 낮추고, 누진세를 강화하고,
증여세와 보유세를 높이는 것이 나은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패션 산업의 부흥을 위해서는 짝퉁과 카피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고,
젊은 디자이너들이 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원해주는 것이 순서라고 봅니다.
P.S)
참고로 백화점 판매 수수료라는 용어는 잘못된 것입니다.
단순히 매장 면적을 임대하며 떼는 수수료의 개념이 아니라
직접 매입하고 반품하는 형식으로서의 판매 마진이 적절한 표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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