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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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이틀 / 류시화
소나무 숲과 길이 있는 곳 그 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 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 곳에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있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걸어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뭇잎사귀들은 비에 부풀고 어느 곳으로 구름은 구름과 어울려 흘러갔으며
그리고 또 비가 내렸다 숲을 걸어가면 며칠째 양치류는 자라고 둥근 눈을 한 저 새들은 무엇인가 이 길 끝에 또 다른 길이 있어 한 곳으로 모이고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모래의 강물들
멀리까지 손을 뻗어 나는 언덕 하나를 붙잡는다 언덕은 손 안에서 부서져 구름이 된다
구름위에 비를 만드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있어 그 잎사귀를 흔들어 비를 내리고 높은 탑 위로 올라가 나는 멀리 돌들을 나르는 강물을 본다 그리고 그 너머 먼 곳에도 강이 있어 더욱 많은 돌들을 나르고 그 돌들이 밀려가 내 눈이 가닿지 않는 그 어디에서 한 도시를 이루고 한 나라를 이룬다 해도
소나무 숲과 길이 있는 곳 그 곳에 나의 구월이 있다 구월의 그 이틀이 지난 다음 그 나라에서 날아온 이상한 새들이 내 가슴에 둥지를 튼다고 해도 그 구월의 이틀 다음 새로운 태양이 빛나고 빙하시대와 짐승들이 춤추며 밀려 온다해도 나는 소나무 숲이 감춘 그 오솔길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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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중순을 넘겼다. 이젠 7시도 안되서 해가 넘어가고, 밤엔 창문을 닫고 자야할 정도로 쌀쌀해졌다. 저번주 주말에 코와 턱에 필러를 맞았다. 어릴땐 연예인 할 거 아니면 뭐하러 성형하나 싶었는데 요즘은 애나 어른이나 개나소나 가릴거없이 가벼운 시술을 안한 사람이 없을정도, 그래서 나또한 나의 얼굴에 보완해야 할 점을 찾아서 필러를 맞았다. 맞으면서 엄청 아프진 않았지만 바늘이 턱을 쑤시는 그 기분나쁜 아픔에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도 그뿐이였고, 하루 이틀 지나면서 거울을 보면 마치 화장을 안��도 늘 하고 있는 것 처럼 맘에든다. 또 운동과 약을 병행해 10키로를 뺀 내몸에도 만족한다. 하지만 목표치에 가려면 좀 더 남았다. 안도하지 말고 더 빼야지. 사실 안도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살이 아니라 인생이다. 그냥 그저 그렇게 살아가고 살아갈수 있으니까 살아지는대로 살고있는데, 뭘 목표로 살아가는지 뭘 재밋어야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다 잃어버렸다. 지극히 현실적인 인간이 되어버렸다. ㅠ 슬프다 진짜. 양치하면서 거울보면서 나는 사진에 대한 큰 꿈이 있었는데, 그걸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아니 못 할 이유도 없지 라고 생각하면서 차분한 시간을 만들어서 더 깊게 생각하기로 하고 또 이렇게 미뤄버린다. 하여튼 내 인생엔 걱정거리가 많다. 내가 걱정이 많은게아니라 걱정거리들도 많다. 휴 부디 행복한 삶을 살다 죽을 수 있게 해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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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소년들의 것이다.
바다는 소년들의 것이다. 오직 남자들만이 뱃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것을 증명하고도 남자 않는가? 바다에 오고 싶다면 소녀여, 반드시 반바지를 입으라. 아니면 거센 북풍이 네 치마를 뒤집고 말리니! -장정일 '구월의 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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