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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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티시즘과 그로테스크의 만남! 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기담집 #그로테스크 #books 📚 『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 📚 ✒️ 에도가와 란포 📝 김은희(옮긴이) 📚📓📔📕📗📘📙📒목차📚📓📔📕📗📘📙📒 쌍생아 붉은 방 백일몽 1인 2역 인간 의자 가면무도회 춤추는 난쟁이 독풀 화성의 운하 오세이의 등장 사람이 아닌 슬픔 거울 지옥 목마는 돌아간다 애벌레 누름꽃과 여행하는 남자 메라 박사의 이상한 범죄 🔖『에도가와 란포 기담집』은1924년에 발표된 <쌍생아>부터 1931년에 발표된 <메라 박사의 이상한 범죄>까지, 일본 미스터리 문학의 거장 에도가와 란포의 잔혹한 상상력으로 쓰인 단편 소설들을 엮은 16편을 수록했다. 🔖『에도가와 란포 기담집』은 일본 미스터리 문학의 거장 에도가와 란포의 대표적인 단편 소설들을 엮은 작품집이다. 책은 기괴한 설정과 인간 내면의 어두운 본성을 소재로 한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오는 공포와 소름을 선사한다. 란포는 단순한 추리소설을 넘어, 인간의 불안과 욕망 ,도덕적 타락, 본능적인 두려움을 표현하며 독자를 매혹한다. 이야기들은 란포의 독특한 상상력과 비정상적인 심리 상태를 그대로 드러낸다.짧은 이야기들 속에서도 긴장감을 유발하며, 독자들의 예측을 벗어난 독자의 기대를 배반한다.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펴낸곳 ㅣ 부커(책들의정원)' 출판사 #에도가와란포 #부커 #책들의정원 #일본미스터리 #기담집 #그로테스크 #심리스릴러 #공포소설 #인간본성 #추리문학 #도서 #책 #book #독서 #북 #신간도서 #신간추천 #추천도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리뷰 #bookstagram #책후기그램 #books #江戸川乱歩 #奇譚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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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of Shishiriba by Ichi Sawamura 시시리바의 집 by 사와무라 이치 1. Do not go exploring into the weird sand house 2. Do not go back to the weird sand house 3. Dogs are the best #시시리바의집 #사와무라이치 #ichisawamura #houseofshishiriba #공포소설 #일본소설 #일본공포소설 #horrornovel #japanesenovel #hauntedhouse #bookreview #bookstagram #bookreviewblog #summerreading #ilovebooks #scarystory https://www.instagram.com/p/CR9M6RSlHBz/?utm_medium=tumb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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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포스팅 <그 환자 - 나는 어쩌다 의학을 포기할 뻔했는가> (The patient who nearly drove me out of medicine) ⠀ 출간하는 공포/미스테리 소설을 읽어보지 않겠냐는 내용의 DM을 받았다. 소개글을 보니 재밌을 것 같아서 신청했고 책을 받았다~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된 가운데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통한 심리 싸움을 예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지만,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을 따라가다보니 마지막 페이지일 정도로 몰입감은 좋았다. 해결되지 않은 몇가지 의문이 남기는 했지만 만족스러웠다!!! (사실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다...😱) 더운 여름에 시원한 공포 소설 한 권 만나 보시길~~~ 👍 ⠀ 📖<줄거리> 엘리트 정신과 의사, ‘파커’는 여러모로 열악한 환경의 주립 정신병원에서 자신의 운명을 바꾼 한 환자를 만난다. 여섯 살 때 병원에 보내져 30년 넘게 수용되어 있는 진단 불명의 남성. 병원 내 누구도 그의 본명과 병명을 알지 못하며, 그 환자에 관해 말해야 할 때면 그저 '조'라고 불렀다. ‘조’는 병실에서 나도는 법이 없고, 집단 치료에 참여하지 않는데다, 의료진과 개별적으로 만나는 일도 없었다. 병원 내 최소한의 인원이 최소한의 용무를 위해 그의 병실을 드나 들었고, 그나마도 그를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람은 모두 미치거나 자살했다고 한다. 소문이 워낙 흉흉해 거의 모든 직원이 그를 기피하고 두려워 했으며 말조차 꺼내기를 꺼렸다. 젊고 자신감 넘치는 ‘파커’에게 그 환자의 존재는 호기심을 넘어 집착이 되어 가는데... ⠀ ⠀ 미국 최대 커뮤니티 '레딧' 공포 게시판에 처음 공개된 뒤 베스트 게시물로 선정되며 소설 출간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또한 <데드풀> 시리즈 주��� 배우인 '라이언 레이놀즈'가 투자 및 제작을 맡아 20세기 폭스사에서 영화화가 진행중이라고 한다. 과연 영화로는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부분이 어떻게 표현이 되었을지 궁금하고, 책을 읽으면서 생긴 궁금증이 해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 @1002books 재밌는 책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그환자 #시월이일 #해와달 #재스퍼드윗 #JasperDewitt #공포 #소설 #공포소설 #공포스릴러 #미스터리공포 #20세기폭스 #데드풀 #라이넌레이놀즈 #책소개 #책추천 #북캉스 #여름책 #여름책추천 https://www.instagram.com/p/CEDn9dJHcAL/?igshid=1j8chtonxv0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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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책들 짧은 감상 13
김겨울 / 유유 /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이 책은 개인적으로 기대가 많았던 책이다. 좋아하는 작가님, 애정 하는 출판사, 요즘 관심이 많았던 주제로 나온 책이기 때문이다. 유유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은 대개 주제가 명확하고, 읽어야 할 독자층이 뚜렷하다. 그에 따라 책도 군더더기 없고 알차다. 하지만 책이 얇고 짧은 편이라 할 말만 다다다닥 하고 끝내는 기분도 든다. 유머가 많이 안 들어가 있는 말 그대로 실용서이다. 작가 김겨울이 궁금한 사람보다는 북튜버를 꿈꾸는 사람에게 더 적합하다. 나는 전자에 가까웠기 때문에 읽으면서 멀찍이 떨어진 테이블에서 강의를 듣는 기분으로 읽었던 것 같다. 그래도 멀리서라도 봐도 좋긴 했다..작가님의 다양한 모습에서 자극을 받지만 그중에서도 주체적인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남들이 다 하니깐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내가 뭘 원하는지 계속해서 고민하면서 살고 싶다. 유튜브를 하면서 악플을 안 받는 방법은 '영상을 올리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연예인의 인기와 악플 무플의 상관관계 등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저는 열정으로 사는 게 아니라 결핍으로 살고 있습니다. 채우지 못했던 것을 뒤늦게나마 채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이진송/다산책방/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다정도 체력에서 나온다." 운동 욕구 급상승! 주기적으로 복용해줘야 하는 운동 자극 에세이. 여성에게만 주어진 가혹한 체중 감량+몸매 만들기에 집중하지 않고 체력증진을 위한 그리고 작가 개인의 재밌는 운동 경험들을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어떻게 보면 다소 평범한 이야기이다. 다른 운동 에세이처럼 엄청난 체중 감량이나 대회 출전을 했다는 내용은 없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갔고, 똑같이 평범한 삶을 사는 한 사람이 계속해서 자기한테 맞는 운동을 찾아다니는 게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다 읽고 오랜만에 운동을 했다. 뿌듯. "언제나 다정하고 너그러울 수는 없겠지만 그런 순간을 늘려가겠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운동복을 챙긴다."
조예은 /안전가옥/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올해 안에 꼭 읽으려고 생각했는데 성공! 처음 이 책을 발견했을 때부터 정말 정말 궁금���었다. 무엇보다 일러스트가 취향 저격이다. '테마파크, 젤리, 공포소설.' 소재가 정말 특이하다. 하나의 큰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주변 인물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책을 읽고 나서 한 권의 책을 완독했다는 뿌듯함, 또 하나의 세계를 발견해 설렜는데, 어떤 리뷰를 보니 이런 장르소설을 읽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허무함을 느꼈다고 한다. 사실 나도 그렇다. 근데 이런 생각도 든다. 꼭 뭐가 남아야 하나? 나도 사람은 계속해서 도끼 같은, 깨달음을 주는, 생각을 다르게 하게 만들어주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근데 책을 단순히 재미로 즐길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을 하는 것처럼 그냥 책을 읽는 것이다. 이런 재밌는 장르소설을 읽고 나면 새로운 세계에 잠깐 풍덩 빠져있다가 책을 덮는 순간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기분이다. 나는 바로 그 기분을 느끼기 위해 오늘도 읽는다. "이 젤리 먹으면 절대로 안 헤어져요."
2019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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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t @_happyrong with @get_repost ・・・ 무더운 날에는🎎 • • 비가 그치니 해가 더 쨍쨍합니다 진짜 여름이네요~ 이런 날에는 역시 공포/스릴러 소설이 딱이죠 읽을 때는 무서워서 다시 안 읽으려 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생각나네요~ - 공포영화를 좋아하시고 범인을 잡고 싶으시고 한 추리 하시며 작가가 남겨둔 복선을 쉽게 넘기지 않으시는 분, 그분들께 3중 소용돌이 지문이 담긴 '악마의 문장'을 남겨 살인예고를 한 의문의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여 탐정이 되고 싶으신 분께 강력추천합니다. • #악마의문장 #에도가와란포 #여름엔역시#공포소설#스릴러 #오싹오싹😱 #추리하는맛 #아프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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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노 아빠찾기 감금「썸데이」현실소설
[썸데이] 유희 지음/엔블록/2017.06.26 펴냄/ISBN 9791156322085/한국소설/스릴러/1500원 ‘하루에 두 조각의 샌드위치와 소시지 두 개’ 침대와 샤워실이 갖추어진 화장실이 있는 작은 방, 아버지를 찾는 소송을 대신 걸어주겠다면 온 박이 일터라고 소개해 준 곳이다. 자신과 같은 소송을 한다고 말했던 비슷한 처지의 여자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3개월만 일하면 소송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엄마를 설득했던 사람은 어디로 가고, 폭���을 휘두르는 남자만이 남았다. 엄마와 동생을 그리워하며 ‘나’는 브로마이드가 걸린 벽을 조금씩 파기 시작하는데… 사십 줄을 넘긴 여자는 이미 세상을 다 알아버린 듯 삶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두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흔들렸다. 엄마는 내심 겁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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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올오어낫싱 휴무일에 써재끼는 깨알입고 공지입니드아~ _ 나름 올낫 기준 띵작(?) 두 권이 책방휴무를 무시하고(??) 입고가 이뤄졌는데요... 비오는 와중에 찾아주신 #손영규 작가와 #미아 @miamijinlee 작가 감사합니다. _ 손영규 작가의 #잠의시간 ...무시무시한 책입니다. 그렇다고 공포소설 이런 건 아니고요...ㅋ 그 깊이가 쉽게 헤아려지지 않는다는 느낌적인 느낌인 것이죠. 이 책은 보면 볼 수록 더 깊게 침잠되는...매우 밀도있는 깊이를 추구합니다. 인생에서 한번 쯤은 만나야할 책. 미아 작가의 #바다로퇴근하겠습니다 는 부제가 #무작정떠난초보서퍼의호주서핑홀리데이 입니다. 여기서 무작정은 과감한 퇴사를 의미하는 것이더군요. 보통 깡다구가 아니죠? ㅋㅋ 주말에만 서핑하는 것이 못내 아쉬워 퇴사까지 하고 호주로 서핑 홀리데이를 하러 간다는 발상은 아무나 쉽게 나올 수는 없는 것이겠죠. 그리고 그 곳에서 가장 결정적인 행복을 만난다고 한다면? 누구나 일반적인 퇴사를 꿈꾼다지만 이런 특별한 퇴사를 감행한 그의 깡다구가 어디까지인지 같이 감상해보시죠! 이상 두 종의 책, 입고 완료. #온라인북스토어올오어낫싱 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_ 비가 한동안 계속 오려나요... 올낫 오늘은 기분좋은 휴무를 마치고 내일 다시 돌아옵니다. 금천의 터미네이터처럼! ㅋ #아윌비백👍 _ . . . . #독산책방 #올오어낫싱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립서점 #독립책방 #서점스타그램 #책방스타그램 #나도서핑하고시프요 #이제바다로퇴근하렵니다 #띵작 #띵독립출판 (올오어낫싱에서)
#독산책방#서점스타그램#미아#아윌비백👍#북스타그램#독립서점#나도서핑하고시프요#책스타그램#독립책방#이제바다로퇴근하렵니다#올오어낫싱#손영규#온라인북스토어올오어낫싱#책방스타그램#바다로퇴근하겠습니다#잠의시간#띵작#띵독립출판#무작정떠난초보서퍼의호주서핑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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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소설) 뼈무덤(’감옥육체’로 개제) 2014-04-22
뼈 무덤 (주:중편 ‘감옥육체’의 초기버전)
손지상
***
1.
C시에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거주지역과 환락가가 등을 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가 모여 만든 거주 지역이 투명한 빛의 세계라면, 찻길 하나 건너 러브호텔과 술집이 모여 만든 속칭 ‘모텔촌’은 어두운 밤의 세계였다.
밤에 필요한 시설들——술집, 고기집, 룸살롱, 성인용품점, 크고 작은 편의점과 성을 사고파는 편의시설인 풍속업소들이 자연발생적으로 모여 만들어진 환락가가, 바로 모텔촌이다.
모텔촌은 거대하고 기계다. 열다섯 개의 대학교, 네 개의 대기업 공장, 그리고 크고 작은 중소기업의 돈을 연료삼아 밤이면 움직였다. 만취한 남녀와 그들을 상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악다구니는 엔진소리, 그들의 욕정과 본능은 윤활유였다.
기계가 찍어내는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검은 돈은 기계를 관리하는 조직 폭력배, 그리고 그들과 결탁한 극소수의 부정부패 시의원과 공무원에게 전달되었다. 덕분에 엔진에서는 끊임없이 사건사고라는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매연이 C시의 어둠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대다수의 선량한 시민과 공무원과 의원들은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
모텔촌의 어느 술집에서 한 무리의 남자와 여자가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와 인사를 나눴다. 회사 회식 이차가 끝나고 삼차를 가자고 난리인 남자들 틈에서 살짝 빠져나온 박미경은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았다. B회사 택시였다.
“어? 박미경씨!” 평소 박미경에게 음심을 품고 있었던 과장이 박미경에게 다가갔다. “에이, 어디 가려고 그래? 삼차 가야지! 홍일점이. 안 그러면 술자리 칙칙해서 되겠어?”
“내일 저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요, 과장님.”
“아니, 내일 일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다 있지?”
“저 지금 집에 가서 바로 일 해야 해요.”
“진짜 삐딱하게 이러기야? 이래서 여자가 안 돼. 자기밖에 몰라요. 남자가 딱 가자면 따라와서 술도 따르고 그러는 맛이 있어야지.” 과장이 박미경의 엉덩이를 슬쩍 더듬었다.
“과장님.” 박미경이 차갑게 말하며 손을 뿌리쳤다. “경찰에 신고할까요? 많이 취하신 것 같네요. 실수하시는 거 보니.”
기다리던 택시가 경적을 울렸다.
“에이 진짜 왜 이래.”
“과장님이 먼저 이거 타고 집에 가셔야 할 것 같은데요?”
“미경씨, 그게 아니고——”
“사람 우습게보지 마세요. 한 번만 더 이러시면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이 쌍년이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말 다하셨어요, 지금?”
“그래, 됐다. 가라, 가! 얼굴 좀 반반하다고 존나 튕기네, 씨발. 너 같은 년 먹어도 맛없어. 가!”
일행이 이제야 이상하다 여기고 다가왔다. “과장님!”
“에이, 그만 하세요!” 다른 일행이 과장을 붙잡았다.
구경하는 사람이 생기자 과장은 남성성을 과시하고자 하는 무의식적 충동에 박미경의 뺨을 후려갈겼다.
“다 보셨죠?” 박미경이 단호하게 말했다. “내일 경찰에 정식으로 고발하겠습니다.”
“고발 해! 이 씨발 년아!”
“다들 증인 되어 주실 거죠?”
“증인? 내가 뭘 잘못했다고! 주지도 않는 년이! 누가 먼저 쳤어? 엉? 너 지금 뭐해?” 박미경이 핸드폰 녹음기능을 이용해 자신의 폭언을 녹음하고 있다고 알아챈 과장이 더 심하게 날뛰었다. “이 좆같은 년이! 씨발 일로 안와? 그거 꺼! 끄라고!”
“야!”
차 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놀란 눈으로 택시기사가 내리는 것을 보았다.
불량해 보이는 외모에 수염과 금발머리를 한 중년의 노란 남자가 그들 앞으로 다가갔다. 정말로 노란 남자였다.
천박하고 탁한 노란 색, 아니, 누런색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정도다.
검은 색 가죽바지 위에 금색 체인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검은 색 실크셔츠에는 앞뒤로 호랑이 자수가 들어가 있었다. 단추를 풀어 드러낸 가슴에는 금목걸이를 걸고 있었다.
뼈가 불거진 단단한 얼굴은 거친 삶을 살아왔다고 암시하고 있었다.
노란색 렌즈의 레이 밴 선글라스인 헌팅 글라스를 머리띠처럼 이용해 머리카락을 올백으로 넘겼는데, 길고 지저분하게 뒤엉킨 머리카락은 싸구려 염색약으로 염색한 금발이었다. 염색을 한 지 시간이 지났는지 뿌리 부분이 검은 색으로 변해있었다.
이마에는 날붙이에 베인 커다란 흉터가 있었다.
짐승처럼 이를 드러내고 인상을 쓰는 그의 오른쪽 위 앞니가 금니였다. 잇소리를 내며 거칠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야, 대머리.” 노란 남자가 말했다.
“뭐야?” 과장이 자신을 말리는 사람들을 제지하며 말했다.
노란 남자는 대답 대신 팔꿈치로 과장의 턱을 후려쳤다. 과장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노란 남자가 구두 뒷굽으로 과장의 가랑이 사이를 짓밟았다.
짐승같은 비명이 밤거리를 울렸다.
그는 연달아 과장의 가랑이를 걷어차고 짓밟았다. 손으로 막아보려던 과장의 손등과 손가락이 부러졌다.
제지하려 달려드는 회사 동료들에게 노란 남자가 말했다. “너네 어느 회사야?”
그 순간 동료들이 주춤했다.
“내가 윗대가리한테 여직원 돌려먹으���다 안 되니까 길거리에서 지랄했다고 이 새끼랑 니네 꼰질러 볼까? 응?”
동료들은 자기들에게 불리할까봐 얌전해졌다. 그 사이 노란 남자가 과장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안에서 주민등록증을 챙겼다.
“이 새끼 민증 내가 가지고 있을 테니까, 만일 이 아가씨가 회사에서 불이익 당했거나 이러면 바로 찾아간다. 알았어?”
으름장을 놓는 그에게 동료들은 꼼짝하지 못했다.
노란 남자가 택시에 올라타며 말했다. “아가씨, 타요.”
박미경은 그의 말에 따랐다.
당황해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두고, 택시가 떠났다.
2.
C시에서는 열한시만 되어도 버스가 끊긴다. 최근 인구 50만을 넘겨 구청이 생겼으나, 대중교통은 아직 면단위 수준을 넘지 못한 셈이다.
버스가 일찍 끊긴 밤의 C시는 택시가 지배한다. 시내의 택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시내 지역을 담당하는 택시회사 B는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그 택시회사의 상호가 적혀있는 택시를 골라서 탈 정도였다.
문제는 외곽지역에 있는 이른 바 ‘도깨비 택시’였다.
C시의 중심지는 최근 들어서 수도권 못지않게 발달했지만 아직도 외곽지역은 건물은 이층, 삼층을 겨우 넘는 소도시 티를 벗지 못했고 논밭이 넓게 펼쳐져있다.
도깨비 택시란 이 지역에서 일하는 개인택시기사나 소규모 택시회사를 말한다. 이들은 조직 폭력배나 다름없었다. 실제로도 나이를 먹은 조직 폭력배 출신들이 대부분이었다. 합승을 시키거나 미터기를 아예 꺼놓고 정액제 마냥 거리에 관계없이 기본요금이 오천 원이라며 폭리를 취하는 경우마저 있다. 트렁크에 쇠파이프를 실고 다니는 도깨비 택시 기사도 여러 명 있다.
이런 부당한 서비스에 지역주민들은 저항하지 않았다.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무섭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린치를 당해 공중파 방송의 아홉시 뉴스에 등장한 시민도 있었다.
외곽지역 주민들은 중심부에 직장이 있는 경우가 많았고, 밤이면 B회사 택시는 외곽지역으로 가기를 꺼려했다. 도깨비 택시들이 노골적으로 영업을 방해하거나 심지어 폭행을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외곽지역 주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택시를 이용해왔다.
밤이 되면 도깨비 택시들은 모텔촌에 모여 외곽지역으로 가는 손님을 물려고 기다렸다. 이들은 술에 취한 손님의 지갑을 훔치기도 했고 일부러 먼 곳을 빙빙 돌아 폭리를 취하기도 했다.
모텔촌에서 박미경을 태운 택시는 도깨비 택시가 아니었다. 차 옆에는 B회사의 상호가 적혀있다. 차에 올라타던 박미경도 분명히 확인했다.
그러나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 택시는 차라리 도깨비 택시였어야 했다.
***
박미경은 택시 안에서 거친 숨을 골랐다.
내일 회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눈에 ���히 보였다. 사람들은 자신을 두고 수군거릴 것이고 미안하다며 대머리 과장이 찾아와서는 횡설수설 자기 합리화와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다.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아까처럼 무자비하게 얻어맞았으니 분명 복수를 하려 들 것이다. 이 택시기사와 내가 무슨 육체관계라도 맺는 사이라고 소문을 퍼트릴 것이다.
백미러를 통해 보이는 택시기사가 고맙기는 했지만 외모를 보니 그 다지 질이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자기가 품는 그 냄새나는 썩은 성욕이 해결이 안 되니 그런 트집을 잡아 소문내고 다닐 게 분명하다. 아니면 고발을 하겠다고 난리를 칠 것이다. 입막음 조로 자기와 모텔에 가자고 할지도 모른다. 차라리 아까 맞아서 부러져버렸으면.
앞으로 벌어질 일이 박미경은 소름이 돋았다.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남자들은 비겁하고 더럽다. 자기가 책임지고 무언가를 할 생각은 못하고 음습하게 군다. 그런 주제에 성욕만 강해서 머릿속이 고환으로 가득차서 섹스밖에 모른다. 영화 속에서나 진짜 남자가 있지. 강하고, 깔끔하고, 나를 배려해주고, 나랑 자자고 하지 않는.
“안전벨트 매세요.”
생각에 잠겼던 박미경은 택시기사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네?”
“안전벨트요. 요새 단속이 심하기도 하고 위험하거든요.”
“아, 네.”
안전벨트를 잠그자, 택시기사가 씨익, 웃는 모습이 백미러로 보였다. 노란색 선글라스에 앞니에 금니를 박은 게 천박해보였다.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러시는데요?” 박미경이 말했다.
“어디까지 가시는 지 말씀 안하셨는데?”
“아! 죄송해요,” 당황한 박미경이 주소를 말했다. C시의 외곽지역이었다. “아까는…… 고맙습니다.”
“뭘요. 나이 먹고 그런 짓 하는 놈들이 나쁜 거지.”
침묵.
박미경은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택시비도 만만치 않은데다가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주변 풍경도 논밭이 전부라 가로등도 드문드문 있어 어두컴컴하니 뒤숭숭했다.
매일 같이 보는 풍경인데도 마음가짐에 따라 생소하게 보이기도 하는 법이구나, 박미경은 생각했다. 창밖의 어둠이 스크린이 되어 미래에 벌어질 일을 비춰주고 있었다. 생각할 수 록 기분이 나빠졌다. 대책을 세워야만 한다.
“아가씨. 아까 그 사람 상사죠?”
“네?”
“아니, 내일 회사에서 뭐라고 하지 않을라나 해서.”
“그러겠죠.”
“있다가 연락처 알려줄 테니까, 만약에 뭐라고 그러면 연락해요. 내가 그 새끼 민증도 가지고 있으니까.”
“고맙습니다. 하지만,” 박미경은 조금 켕기는 구석이 있었다. 이 남자와 소문이 돌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괜찮아요. 아마 별 일 없을 거예요.”
“그러지 말고, 기왕 주소도 들었는데.”
하고 미소 짓는 남자가 그녀는 갑자기 소름끼치도록 무서워졌다. 어릴 때 ��이 개구리를 잡아먹는 모습을 산에서 본 기억이 떠올랐다. 뱀이 노려보면 개구리는 몸이 굳는다. 뱀이 개구리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개구리를 구하려고 급히 뱀의 몸통을 붙잡았었다. 손바닥 안이 서늘한 음료수 캔을 만질 때처럼 서늘했었지만 감촉이 달랐다. 피부를 기분 나쁘게 만드는 촉감이 있었다.
그 순간 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시선에서 뱀의 피부 같은 촉감이 느껴졌다. 머릿속으로 냉정하게 계획을 조립하고 있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문다. 그렇게 느낀 그녀는 뱀을 집어던졌다.
고개를 돌리니 개구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개구리가 불쌍했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저렇게 움직이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당해야 하다니.
“주소가 어디냐니까?” 택시기사는 집요했다.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저기,” 박미경은 집에서 오백 미터 정도 떨어진 삼거리를 가리켰다. 단골로 삼는 편의점이 보였다. “저 앞에 삼거리에서 세워주세요.”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집 앞에서 세워줄게요. 위험하니까.”
“아니요. 괜찮아요.”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세워준다니까.”
“여기서 세워주세요.” 박미경이 단호히 말했다.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
“저기 편의점 앞에 세워주세요!”
미소가, 사라졌다.
택시가 박미경이 말한 곳을 지나쳤다.
“세워주세요!”
택시기사가 말없이 천장의 햇빛가리개를 열었다. 이상한 스위치가 잔뜩 있었다. 스위치를 하나 둘 켜자,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울리더니 자동차 문이 잠기며 철컥, 하고 잠겼다.
“뭐하시는 거예요!” 잠금장치를 해제하려고 해도 되지 않는다.
“……….”
택시가 속력을 올렸다.
“아저씨!”
택시가 박미경의 집을 지나쳤다. 창문 밖으로 멀어져가는 집을 눈으로 쫓으며 그녀가 창문을 두들겼다. “세워줘! 세워! 세워!”
“조용히 안 해!”
택시기사의 고함에 그녀가 움츠러들었다. 먹이를 앞에 둔 짐승처럼 뿜어내는 살기를 느꼈다. 자신이 뱀 앞에 선 개구리가 된 기분이었다. 지면 안 된다. 절대 져선 안 된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세워! 안 그러면 경찰 부를 거야!”
“경찰? 씨발 년이 은혜도 모르고…….”
“세우라고!” 박미경이 주먹으로 운전석을 두들겼다. “이 미친놈아, 세워!”
“부를 테면 어디 불러 봐!”
하고 택시기사가 낄낄거리며 천장의 또 다른 스위치를 눌렀다. 주르륵, 하는 소리가 나며 안전벨트가 조여졌다.
택시기사에게 저항하기 위해 앞으로 기울어졌던 박미경의 몸을 강제로 뒤로 잡아챘다. 그녀는 손으로 잡고 버텼지만, 안전벨트는 그녀의 힘을 무시하고 더욱 강하게 조여 왔다.
핸드폰을 들고 있느라 한 손으로 밖에 힘을 못 쓴 그녀는 결국 안전벨트를 놓치고 말았다.
거대한 뱀에게 몸의 자유를 빼앗긴 먹잇감처럼 안전벨트에 조여진 그녀는 가슴이 짓눌려 숨이 가빠왔다. 안전벨트를 풀려고 잠금 해제 버튼을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당황해 몇 번이고 재차 눌러봐도 마찬가지다.
아까 전 스위치.
그 금속음.
그 스위치가 안전벨트를 고정시킨 것이다.
안전벨트가 멈출 ��� 모르고 살을 파고들어갔다. 캐주얼 정장의 셔츠 단추가 터져 브래지어의 레이스가 드러났다. 대각선으로 맨 부분이 가슴과 목을 조였다. 배 위의 부분은 허리를 끊을 기세였다.
“신고 안 해?” 택시기사가 말했다. “이 씨발 년아, 신고한다면서?”
박미경은 대답하지 않고 바로 긴급통화를 시도했다. 핸드폰은 먹통이었다.
“안 되지?” 택시기사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이 택시에서는 핸드폰이 잘 안 터진다고 손님들이 불만이 존나 많더라고? 왜냐면 내가 안 터지게 해 놨거든!”
“아저씨……,” 박미경이 말했다. “잘못했어요. 제발 저 보내주세요. 네? 살려주세요, 제발…….”
“그러게 왜 내가 잘 해주는 데 떽떽 거리고 그래? 응?”
“살려주세요…….”
“있을 때 잘 해, 후회하지 말고.” 택시기사가 노래를 흥얼거렸다. “있을 때 잘 해애, 후회하지 마알고오.”
“아저씨!”
“풀어줘?”
“보내주세요……, 제발…….”
“이 짓 하다보면 꼭 있거든. 매라고 해도 안 매는 새끼들. 안전벨트 잘 매야 돼. 그래야 안전하지.”
액셀을 밟자, 차가 더욱 속력을 높였다. 시골길에서는 너무 위험한 속력이다. 울퉁불퉁한 바닥이나 과속방지턱을 무시하고 내달렸다. 차가 위아래로 들썩이다 못해 도로에 부딪힌 바닥이 쇳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히——하——! 재밌지? 응? 안 재밌어?”
박미경이 울음을 터트렸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안 재밌냐고!”
“재미있어요. 그러니 제발 살려주세요, 시키는 데로 다 할게요.
“진짜?”
“네……. 제발…….”
“에이, 누가 잡아먹기라도 하나? 그냥 좀 때리고 따먹고 목 부러뜨려 죽이기만 할 거야. 먹지는 않아.”
그 말을 들은 박미경의 머릿속은 공포로 정지해버렸다.
비명.
택시 밖으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외곽지역의 일차선 도로 주변에는 논과 밭, 가로등, 그리고 완전히 드리운 어둠만이 있었다. 비명을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택시기사는 비명소리가 즐거운 지, 좋아하며 웃음을 터트렸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안전벨트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려줄게.”
택시가 최대 속력으로 달렸다.
박미경은 좌석 안으로 욱여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자유를 잃고 박제가 되어버린 것 만 같다. 이성은 이미 사라지고 몸은 통제를 잃었다.
급정거.
브레이크에서 굉음이 터지며 차가 멈추었다. 동시에 택시기사가 스위치를 눌러 안전벨트의 잠금장치를 해제했다. 그러자 안전벨트가 강제로 풀리고,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나간 박미경이 앞좌석의 등받이에 부딪혔다. 등받이 안에 미리 설치해둔 단단한 쇠뭉치에 그녀의 얼굴 앞쪽이 완전히 뭉개지고, 두개골 속에서는 뇌가 막 꺼낸 푸딩처럼 뒤흔들렸다.
택시기사는 이마의 흉터를 긁으며 미소 지었다.
“거 봐,” 택시기사가 고개를 돌렸다. “안전벨트 매야 한다고 했지?”
박미경은 대답이 없었다.
택시기사는 야산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즐길 생각을 하자 가죽바지가 찢어질 정도로 발기했다.
오늘은 만찬이었다.
3.
박미경이 납치되던 날 아침——
C시 기차역은 경부선과 장항선과 전철 1호선이 교차하는 곳치고는 규모가 작았다. 새로 보수공사를 해 깨끗하기는 했지만 이 이상 규모를 키울 부지도 명분도 없었다. 구시가지에 위치한 역 주변에는 재개발만 기다리는 건물들로 가득했다.
규모가 크고 화려하게 지은 신축역사는 KTX 열차 전용 역 차지였다. C시와 붙어있는 인접지역 A시에 있으면서도 C시의 이름을 사용하려해 데모가 일어난 적이 있다. C시와 A시의 이름을 동시에 사용하는 지금에도 이름의 순서가 C시가 먼저라는 이유로 또 한 번 데모가 있었다.
이런 복잡한 사정 때문에 역사 앞에는 대중교통이 특히 더 불편했다. 버스의 관할권 때문이었다. 결국 택시만 가득하게 되었고, C시와 A시 택시들이 손님을 잡으려고 난리였다. A시 택시를 타고 C시로 가려 하거나, C시 택시를 타고 A시로 가려고 하면 시외요금이 붙기 때문이다.
역사를 막 나온 이 남자는 이 사실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그가 관심이 있는 것은 그가 잡으려는 남자였다. 서울에서 사채업을 하는 조직폭력배로 이름은 장덕용이었다.
장덕용은 코트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미국 마피아 흉내 내 멋 부리려는 게 아니라 삼각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한 손으로 담배를 꺼내 물자, 보디가드 삼아 데리고 온 동생이 즉각 불을 붙여주었다. KTX 기내와 역사 내는 금연이었다.
“조사장은 어디냐?” 담배연기를 뿜으며 장덕용이 말했다. “전화해봐.”
“아까 카톡 왔습니다, 형님. 여기 앞에 있을 거라던데——” 장덕용이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표정을 눈치 채지 못한 채, 동생은 카카오톡으로 수신한 사진과 지역을 대조하며 위치를 찾았다. “아, 저기 있습니다, 형님.”
두 사람은 조사장이라는 인물에게 다가갔다. 그도 사채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회계사를 하던 사람이라 폭력의 냄새는 나지 않았다.
“아이고, 장사장니임.” 붙임성 있게 말끝을 늘리며 조사장이 말했다. 팔 때문에 악수는 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니 왜 차 안타고 오시고. 제 차로 모시겠습니다.”
“아니, 조사장. 택시로 갑시다.”
“네? 아니 왜 굳이. 대접하는 입장이 좀——”
“이유가 있어.”
“자네 이 지역 택시업계는 좀 아나?”
“B운수라고 큰 게 하나 있는데 거기 사장 얼굴은 압니다.”
장덕용은 품에서 사진을 꺼냈다. 낡은 사진 속에는 평범한 외모의 중년 남자가 딸과 함께 어색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뒤에는 C시에 위치한 대학교 정문이 찍혀있었다.
“이 사진 복사해서 뿌려.”
“잠깐만요,” 조사장이 핸드폰을 꺼냈다. “사진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지요.”
장덕용은 불쾌했다. 카카오톡이니 스마트폰이니 하는 게 생기고 나서 그는 장사에서 뒤처지기 시작했기 때문이���.
조사장은 사진을 핸드폰으로 찍어서 열���히 화면을 눌러가며 말했다. “이놈입니까? 잡으려 하시는 새끼가? 평범해 보이는데요?”
“이 새끼 분명 여기 있을 거야. 돈을 삼천만원 빌려가고 아직도 안 갚았어. 삼천이야 애들 껌값이니까 상관없긴 한데, 팔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놨어.” 장덕용이 팔을 들어올렸다. “드라이버로 쑤시고 부러뜨려놨어. 그리고 뽕도 훔쳐갔다고, 그 개새끼가.”
“나쁜 놈이군요.” 조사장은 화를 자극하지 않게 맞장구를 치려고 했다. 장덕용과 그의 동생이 폭력을 무기로 삼듯 그는 눈치를 무기로 삼았다.
그런 그를 무시하고 장덕용이 말을 이었다. “그 미친놈은 하루에도 택시를 수 십 번 타. 왠지 아나?”
눈치를 살피던 조사장이 얼른 고개를 흔들었다.
“딸내미가 택시 타고 난 뒤로 실종됐거든. 딸내미 찾는다고 일도 안하고 택시만 타니 돈이 있나? 그래서 나한테 돈을 빌렸는데, 이자 받으러 왔더니 나를 이 꼴로 만들었어.”
“그런데 왜 이리로 왔답니까?”
“딸내미가 서울에서 택시를 탔는지, 여기서 탔는지를 몰라서 그동안 서울 택시를 이 잡듯이 타고 돌았다더라고. 그런데 아무래도 서울이 아닌 것 같단 말이야. 그래서 여기로 온 거야. 딸이 여기 대학 다녔거든.”
“그래서 택시 타시려는 거군요. 택시기사들이 혹시 아는 게 있나 물으라고 알리겠습니다.” 조사장이 카카오톡으로 부하들에게 전체메시지를 전달했다.
“형님, 택시 잡았습니다.” 동생이 다가와 말했다.
조사장이 문을 열어주었다.
장덕용은 조사장을 무시하며 상석에 올라탔다. 장덕용의 동생은 장덕용 옆에 앉았다. 조사장은 앞자리에 앉았다.
장덕용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본 택시기사는 제지하려다 그만 두었다. 담배 냄새보다 진한 그들에게서 나는 폭력의 냄새 때문이었다. 그는 도깨비 택시를 모는 사람들과는 다른 평범한 사람이었고 폭력은 교통사고만큼이나 멀리하고 싶은 것이었다.
택시기사가 목적지를 묻기도 전에 조사장이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눈치와 재빠른 행동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남자다운 대처였다.
“기사양반, 이 남자 본 적 있나? 몸에 근육이 엄청나게 붙어있는데.”
택시기사는 무관심하게 핸드폰을 받아들고 멀리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거 그 미친놈 아니야.”
“알아?”
“예, 밤에 택시 타고 돌아다니면서 아무 말 안하고 드라이버 만지작만지작 하다가 아무대서나 내리고 다른 택시타고 그래요. 미친놈.”
“혹시 어디 있는지 아나?”
“예.”
“정말?” 그 말을 들은 조사장과 동생이 동요했다. 장덕용은 아무 말 안고 담배를 피웠다.
“한바탕 돌고 나면 새벽에 ‘덕수장’으로 가달라고 하거든요.”
“장기투숙 받는 거기? 여관바리 하는데?”
“예. 택시기사들도 가끔씩 거기서 여관바리 따먹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손님이 어디 여관 없냐, 그러면 덕수장으로 데려갑니다.”
“기사양반, 그리로 갑시다.” 장덕용이 창밖으로 연기를 뿜으며 말했다.
“지금 거기 없을 겁니다. 새벽에 들어오거든요.” 택시기사가 말했다.
“장사장님. 일단 저희 가게로 가셔서 좀 쉬시고 새벽에 가시는 건 어떻습니까? 제가 위치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형님.” 먹고 놀 생각에 부푼 동생이 말했다.
장덕용은 신경질적으로 담배꽁초를 창밖으로 튀겼다. “알아서 해. 대신 네가 다녀와라.” 장덕용이 동생에게 말했다.
동생의 표정이 구겨졌다.
택시가 출발했다.
4.
쇠붙이를 숫돌에 가는 소리가 화장실에 울렸다. 오래된 여관의 화장실이라 좁고 곰팡이 냄새가 났다. 바닥이며 벽이며 붙어있는 타일은 대충 붙인 티가 났고 타일과 타일 틈으로 시멘트가 드러나 있었다.
사각 팬티 하나만 입고 있는 중년 남자가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남자의 몸은 근육이 엄청나게 부풀어 올라 있어 바위덩어리 같았다. 쭈그린 자세가 불편해보일 정도였다. 과하게 부풀어 오른 승모근과 동그란 모양에다 유륜이 살짝 튀어나온 대흉근으로 미루어 보아,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이용해 만든 몸이었다. 허벅지가 너무 두꺼워 사각팬티가 타이즈처럼 팽팽하게 부풀어 있었다. 내압을 이기지 못해 군데군데 해져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이 화가 난 듯 보였다. 묵직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느껴질 정도로 기묘한 남자였다. 특히 그의 눈이 그랬다. 커다란 눈을 부릅뜨고 있었는데 눈동자가 완전히 열려 모든 정보를 다 받아들이려 하고 있었다. 귀신들린 사람의 눈이다.
물을 받아 둔 세숫대야를 옆에 두고 숫돌에 틈틈이 물을 뿌리며 손에 든 쇠붙이를 갈았다. 나이프나 낫 같은 날붙이가 아니었다. 길고 견고해 보이는 일자드라이버였다.
손끝으로 틈틈이 예리한 정도를 확인하자, 이번에는 날을 넓게 갈기 시작했다. 뾰족한 쐐기 모양인 일자 드라이버의 경사면을 길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작업이 다 끝나자 드라이버를 세숫대야 옆 바닥에 놓인 일자 드라이버 두 개 옆에 두었다. 또 다른 드라이버는 미리 갈아둔 두 개와 방금 다 간 한 개보다 훨씬 짧았다. 마찬가지 작업을 끝내자 세숫대야의 물을 이용해 뒷정리를 하고 드라이버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여관방은 침대에서도 벽지에서도 곰팡내가 났다. 냉동실이 없는 소형 냉장고, 옆에는 서랍이 텅 빈 고동색 가구, 그 위에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놓여있었다. 남자는 밖에서 사 들고 온 커다란 돼지고기 덩어리를 텔레비전 옆 공간에 올려두고 드라이버를 챙겨 침대 위에 앉았다.
이 남자는 언제나 드라이버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 날붙이나 무기를 들고 다니면 의심받는다. 드라이버라면 아무 문제없이 들고 다닐 수 있다. 누가 보아도 그저 연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육체가 곧 무기였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의심할 리가 없다는 생각을 그는 할 수 없었다. 세상의 모든 존재가 그의 적이었다. 그 이유는 가방 속 작은 주머니에 있었다.
먼저 할 일이 있었다.
그는 고깃덩어리와 최대한 거리를 두기 위해 침대 끝으로 갔다. 벽에 기대지는 않았다.
손가락 위에 드라이버를 놓고 신중하게 무게중심을 찾아 균형을 잡더니, 중심점에 손가락을 대고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일자 드라이버를 감싸 쥐었다.
귀 옆으로 드라이버를 들어올렸다. 드라이버의 날이 천장을 향했다.
투척.
공중을 가��며 날아간 드라이버가 고깃덩어리에 박혔다.
노스핀 스로(No-Spin Throw)라는 기술이었다.
어차피 한국은 총기사용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싸움은 보통 근거리에서 이루어진다. 누가 더 긴 무기를 들고 싸우느냐가 승부를 결정한다. 그래서 조직 폭력배들은 리치가 긴 각목이나 쇠파이프를 사용해왔으나, 최근에는 훨씬 가벼운 금속 야구 배트를 주로 사용한다.
택시를 타고 돌아다녀야 하는 그로서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더 긴 무기를 들고 다닐 수 없었다. 다른 방법으로 리치가 긴 공격법을 찾아야 했다. 그 결과 찾은 것이 랄프 쏜(Ralph Thorn)이 개발한 컴뱃 나이프 스로잉(Combat Knife Throwing)이었다.
완전히 릴랙스 한 상태로 손에 든 물체——그것이 나이프든 드라이버든 가위든 심지어 톱이나 일본도 같은 긴 물건이라도——의 무게중심점을 머리 위에서 손가락 끝으로 밀어낸다. 동시에 손목과 팔꿈치를 이용해 잡아채듯 투척한다. 그러면 물체에 모든 체중이 실리면서도, 회전하지 않고 날아가게 된다. 허공에 뜬 물체는 중력에 의해 포물선을 그리듯 사분의 일 회전하며 날 끝이 표적에 박힌다. 이것이 노스핀 스로다. 야구와 마찬가지로 오버스로, 사이드스로, 언더스로도 가능하다.
그는 네 개의 드라이버를 모두 사용해 드라이버를 던진 뒤 결과를 확인하러 다가갔다. 드라이버는 모두 정확히 표적에 꽂혔다. 평균 깊이 삼 센티미터. 사람에게 던진다 하더라도 똑같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드라이버를 뽑고 작은 드라이버를 지닌 채로 그는 다시 침대로 가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주머니에는 일회용 주사기와 작은 유리병이 들어있었다.
각성제였다.
그는 주사기로 각성제 용액을 빨아들이고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겨 기포를 없애고 실린더를 살짝 밀어 완전히 공기를 제거했다. 준비가 끝났다. 어금니를 이용해 한손으로 손목에 끈을 묶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내압으로 혈관이 불거졌다. 그는 검지와 엄지 사이의 살집이 두둑한 곳의 혈관에 각성제를 주사했다.
끈을 풀면서 긴 한숨을 내쉰 남자가 이번에는 주머니에서 분홍색 알약을 꺼내 입에 넣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정제였다.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스테로이드를 넘긴 그는 창문턱 위로 발을 올리고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맹렬한 기세로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오 분 동안 팔굽혀펴기가 계속되었다.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삼두근과 광배근에서 경련이 일어날 정도였다. 팔굽혀펴기가 끝나자, 그는 창문턱을 발로 차며 물구나무를 섰다. 그 상태로 일분을 버티다, 두 손으로 바닥을 치며 뛰어올라 일어났다. 몸에는 맺혔던 땀방울이 허공으로 튕겨나갔다.
그리 큰 키는 아니다. 평범한 중년 남자의 키에 채워 넣을 수 있을 만큼 근육을 채워 넣어 두꺼워진 몸이 키를 더욱 작게 보이게 만들었다. 보디빌더처럼 아름답게 조각된 몸이 아니었다. 작고 세밀한 근육군보다 커다란 근육군인 광배근, 승모근, 대퇴근 등이 발달되어있었다. 근육 위에 지방이 붙어 근육의 윤곽이 불분명해 씨름선수나 프로레슬링 선수처럼 보였다.
그의 몸은 길거리에서 싸울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몸이었다. 근육만으로는 날붙이나 둔기의 공격에 당하기 쉽다. 지방이 도포된 근육은 갑옷이 되어 공격을 흡수한다. 그리고 갑옷 자체가 무기가 된다. 단단한 몸은 최선의 방어가 최선의 공격이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텔레비전을 켜자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시끄러운 폭발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그는 그 영화에 시선만 둔 채로 스쿼트를 시작했다.
팔을 크게 흔들며 반동을 주면서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반만 굽히는 하프 힌두 스쿼트였다. 영화가 끝날 때 까지,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영화 화면에는 눈길만 준채로 스쿼트를 계속했다.
온 몸에 흐른 땀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사각팬티를 완전히 적시는 것도 모자라 바닥에 웅덩이까지 만들었다. 스쿼트를 할 때 마다 반동으로 땀이 웅덩이 위로 떨어져 작은 파문을 만들었다.
영화가 끝나자 그는 속옷을 벗고 화장실로 들어가 찬 물을 몸에 끼얹었다. 잔뜩 열을 냈던 근육이 식으며 잔뜩 조여들었다. 손에는 드라이버를 들고 있었다.
각성제의 부작용으로 생긴 편집증이었다. 코카인이나 각성제 등 도파민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은 과거 정신분열증이라 불렀던, 남들과는 다른 현실을 고르는 병이라는 의미의 조현병(調現病)이 발병시킬 위험이 있다.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세 중 하나가 편집증이다. 언제 어디서 적이 공격해 들어올지 모른다는 피해망상이 발생한다. 천장에서 적이 튀어나올 지도 모른다. 벽이 부서지며 적이 공격해 올 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에게는 비현실적일지 몰라도 그에게는 현실이었다.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는 자신에게 망상인지 아닌지를 물으며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였다. 미세하고 작은 발자국 소리지만 점점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구지?
적이다.
그는 자신의 판단에 의심하는 일이 없었다. 약물에 의한 편집증 때문만이 아니다. 중요한 존재를 잊은 결핍을 채운 광기 때문이었다.
그는 샤워기를 튼 채로 밖으로 나갔다. 전라다. 엄청난 근육에서 튕겨나간 물방울과 땀의 웅덩이 위로 수건을 던져 발로 훔치면서 손으로는 드라이버를 쥐었다. 양 손에 드라이버를 쥔 채로 그는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엄폐물도 없지만 잠깐은 적이 들어와도 관찰할 수 있다.
손가락으로 확인한 드라이버의 날은 둘 다 예리했다.
그는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5.
새벽 공기를 가르며 과격하게 달리던 검은 색 승용차가 허름한 중고차를 추월했다. 이런 중소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독일제 고급 세단이었다.
“씨발 놈이!” 중고차의 경적을 울려대며 욕을 퍼붓는 사람은 노란 남자였다. 만찬을 마치고 나면 일부러 야산 근처에 있는 공터에서 차를 갈아타고 돌아온다. 증��를 지우고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였다.
노란 남자가 여관 ‘덕수장’으로 들어오자, 아까 그 세단에서 양복을 입은 남자 셋이 내려 입구로 향했다. 덩치가 작은 남자가 한 명이었고 나머지는 체격이 크고 두꺼웠다. 누가 보아도 건달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차림새였다.
“뭐야?” 카운터의 주인에게 키를 받으며 물었다.
“위층에 그 아저씨 있잖아.” 중년 여인인 여관 주인이 호색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녀는 노란 남자가 일용직 노동자라고만 알고 있었다.
“누구?”
“그 왜 갑빠 빵빵한.” 여관주인이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며 말했다. “아유, 함 만져봤음 소원이 없겠어.”
“아.” 노란 남자도 본 적이 있었다. 택시를 몇 번이고 갈아타는 사람이다. 그는 기분이 나빠 일부러 택시기사임을 숨겨왔다. 여관 주인을 비롯해 장기투숙객들 모두가 그가 택시기사임을 몰랐다. “깍두기들이구나. 잡으려고.”
“왜애?”
“눈 보면 딱 알지. 뽕 하잖아.”
“정말?”
“뽕 값 받으러 왔겠지. 여관 박살나게 생겼는데 뭐가 그리 신났어?”
“미리 다 받았지.”
“하여튼, 짠순이야.”
“오늘도 넣어줄까?” 여관바리를 말하는 것이었다. “미연이 오늘 비는 데.”
“됐어, 오늘은.”
“어쩐 일 이야? 떡 안치는 날도 있어?”
“밖에서 실컷 치고 왔어.” 노란 남자가 윙크하며 복도로 들어갔다.
“그년은 좋겠다아. 아주 죽었겠네.”
“그럼, 아예 죽여 놓고 왔어.”
주인의 천박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문을 여는 데, 키가 열쇠구멍으로 들어가는 순간 비명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노란 남자가 위로 올라갔다.
***
김청수의 여관방 앞에 세 명의 남자가 섰다. 조사장과 조사장의 부하, 그리고 장덕용의 동생 박대영이었다.
“여기 맞지?” 박대영이 말했다. 조사장을 자기 아래로 깔아보는 말투였다.
“뭐 이 새——”
하고 덤벼들려는 부하를 가로막은 조사장이 비굴하게 고개를 주억였다. 장덕용은 조사장과는 상대도 안 될 정도로 커다란 조직의 간부다. 그 부하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좋을 일이 없다. 어차피 머리에 든 것 없는 멍청이니까 기분 맞춰주면 그만이다.
의기양양해진 박대영이 열쇠로 문을 열었다.
멍청아, 조심스럽게 들어가야지, 조사장은 생각했다. 안에 있는 상대에게 차라리 들어간다고 알려주고 들어가지 그러냐. 그는 부하의 엉덩이를 밀어 박대영의 뒤를 따라가라고 말없이 재촉했다.
안은 비어있었다. 샤워기 소리가 들려왔다.
박대영이 화장실 문을 말없이 가리켰다. 부하가 품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버튼을 누르면 날이 튀어나오는 스위치 블레이드였다. 두 사람은 숨을 죽이고 움직였다.
박대영이 문을 열었다.
샤워기에서 물줄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돌연, 부하가 살기를 느끼고 등을 돌리자 물에 젖은 타월이 그의 얼굴에 감겼다.
김청수가 문 밖으로 두 사람을 동시에 밀어붙였다. 엄청난 힘이었다. 박대영과 부하가 태클에 밀려 벽에 부딪혔다. 동시에, 부하의 짧은 드라이버가 배에 박혔다.
신음.
부하가 드라이버가 박힌 배를 움켜주며 나이프를 떨어뜨리자, 김청수가 무릎으로 턱을 걷어 올려 하악골을 쪼개버렸다.
김청수가 ���어뜨린 나이프를 객실 안으로 차는 사이, 박대영이 반격하려 덤벼들었다.
김청수가 얼굴에 팔꿈치를 박아 넣었다.
코피를 흘리면서도 박대영이 버릇처럼 김청수의 멱살을 잡으려 들었다. 벌거벗고 있는 김청수의 몸은 물기로 미끄러웠다.
김청수가 달려드는 박대영의 멱살을 한 손으로 잡아당기며 턱에다 카운터로 박치기를 먹였다.
박대영의 코에서 선지피가 쏟아졌다.
비틀거리는 박대영의 허벅지에 김청수가 긴 일자 드라이버를 찍었다. 날카로운 날이 파고들어갔다.
비명.
뇌가 흔들리고 기도가 막혀 숨을 쉴 수 없게 된 박대영은 허벅지까지 찔려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김청수의 몸만큼은 아니더라도 조직 폭력배들도 지방과 근육을 모두 갖춘 몸을 갖추고 있다. 박대영의 경우 지방층이 매우 두꺼워 경동맥을 빗겨날 수 있었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허벅지를 붙잡고 비명을 지르며 깨금발을 뛰는 박대영의 멱살을 양손으로 잡은 김청수가 발목을 후려쳤다. 흔히 ‘아사바리’라는 은어로 부르는 유도의 모두걸기, 아시바라이(足払い)였다. 낙법을 치지 못하게 멱살을 놓지 않고 뒤통수를 바닥에 내리찍었다.
박대영은 유도 경험자임에도 그대로 기절했다.
순식간에 두 사람이 기절할 때 까지, 조사장은 겁을 먹고 떨기만 했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그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고 있었다. 김청수의 폭력은 기계적일 정도로 합리적이었다. 무자비했지만 감정이 억제되어 있었다. 끼어들지만 않으면 공격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비겁하지만 올바른 판단이었다.
“너.” 김청수가 말했다. “이리와.”
“네?” 조사장의 목소리는 긴장되어 새된 소리였다. 벌벌 떨던 그가 도망치려 하자 김청수가 달려가 멱살을 붙잡았다.
“히익!”
“장덕용이가 보냈지?”
조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민증이랑 명함 내놔.”
“네?”
“민증이랑 명함.”
벌거벗은 채로 타인이 흘린 피로 범벅이 된 이 남자의 위협에 조사장은 황급히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며,
“여, 여기……,”
하고 명함과 주민등록증을 건넸다.
김청수는 이를 받아들고 멱살을 끌고 조사장을 방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 광경을 계단 너머로 노란 남자가 모두 바라보고 있었다.
***
“미연이 불러줘.”
하고 노란 남자가 자신의 방 안에서 카운터로 전화를 걸었다.
“아까는 괜찮다면서?”
“갑자기 꼴려서 그래. 얼른!”
“아이고, 대신에 돈 두 배로 줘야해. 자기랑 하고 나면 애들이 밑에가 다 헐어서 며칠 일 못한단 말이야.”
“씨발, 세배로 줄게.”
“알았어, 자기. 기다려.”
전화를 끊고 침대에 누운 노란 남자는 방금 전 보았던 싸움을 떠올렸다. 피투성이의 근육질 몸에는 빈틈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기계처럼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에서 자신과 같은 짐승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 새끼랑 싸우면 이길 수 있을까?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불만이 끓어올랐다.
문이 열리고 미연이 들어왔다. 여관바리는 구르고 굴러 도착하는 바닥이다. 이 일을 하는 여자들은 섹스란 코를 파는 것 보다 무의미한 행위다. 그럼에도 미연은 음탕하게 몸을 비틀며 침대로 다가왔다. 노란 남자는 이미 몇 번이나 ���고 닳은 그녀를 만족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일이 아닌 취미를 즐길 마음이었다.
평소와는 달리, 그는 ‘서지’ 않았다.
욕을 퍼부으며 샤워실로 향하는 미연의 처진 엉덩이를 보며 그는 박미경을 떠올렸다. 그 근육질의 벌거숭이에게 마음속으로 위축감을 느꼈다는 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수컷으로서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박미경의 민증을 꺼내 응시하며 그녀의 육체를 범하고 폭력을 가하고 완전히 정복했던 만찬을 되새겼다.
그런데도, ‘서지’ 않았다.
피칠갑을 한 그 남자, 그 ‘개새끼’가 자기 안의 짐승에게 목줄을 채웠다. 쇠사슬에 묶여버린 짐승이 울부짖고 있다.
벗어나고 싶다.
쇠사슬을 끊어버리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6.
조사장의 사채업 사무소는 모텔촌 외곽에 있었다.
쇼핑에 중독된 술집 여자나, 유흥비가 모자란 양아치들이 찾아오면, 조사장은 자신의 작은 몸 보다 두 배는 큰 고급 의자에 몸을 묻은 채 거만하게 턱짓을 하는 자신이 좋았다. 우습게 보이면 이 세계에서는 끝장이다.
뒷골목은 허장성세의 거리다. 신기루 성이나 마찬가지로 겉으로 보여주는 것이 전부다. 야수의 흉내를 내는 겁쟁이 양들이 서로의 탈이 더 크고 더 무섭다고 자랑하는 프로레슬링의 링이다. 진짜 폭력은 이 프로레슬링이 거짓이라는 진실을 밝혀버리고 만다.
프로레슬링은 종합격투기의 탄생으로 쇠락하기 시작했다. 신기루의 세계에서 쌓아올린 폭력의 이미지에게 있어, 진짜 폭력은 오히려 진실을 폭로하는 불순물이라는 아이러니. 뒷골목은 이를 두려워하고 있다. 누가 더 강하고 누가 더 잔인한가가 결정되지 않는 편이, 뒷골목에서는 더 좋다.
조사장은 강함을 꾸미는 겁쟁이들의 몸짓과 양식을 익혀왔다. 돈을 빌리러 온 약자들에게는 아무리 힘이 없고 작은 체격이라도 충분히 위압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다. 포지션이 강함을 만든다. 허장성세의 물리학이다.
고도로 양식화된 폭력을 해체하는 진짜 폭력 앞에 조사장은 대항할 방법이 없었다. 자신의 목을 전기코드로 만든 올가미가 묶고 있다. 언제 조여 올지 모른다. 올가미는 김청수가 쥐고 있었다.
김청수는 조수석에 앉아, 조사장이 운전하는 내내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조금만 기다려, 아빠가 갈게.”
그리고 한동안 잠시 입을 다물었다, 다시 말을 했다.
“조금만 기다려, 아빠가 갈게.”
그 모습을 옆에서 보는 조사장은 공포에 떨었다. 미친놈이다.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 박대영과 그의 부하를 단숨에 쓰러뜨리고도, 흥분한 기색 없이 전기코드로 목줄을 채워놓고 샤워를 한 놈이다. 자기를 지켜줘야 할 박대영과 부하는 지금 트렁크에 널브러져 있다. 최대한 눈치를 봐야 한다. 가지고 있는 무기는 그게 전부다.
조사장이 차를 세우자, 검은 세단의 조수석이 열렸다. 허름한 차림새를 한 김청수가 밖으로 나가며 목줄을 당겼다. 운전석에서 조수석으로 기면서 조사장이 밖으로 나왔다.
드라이버를 들이대며 김청수가 말했다. “앞장 서.”
조사장은 장덕용에게 희망을 걸었다. 계단을 오르며 일부러 크게 발을 굴렀다. 이 소리를 듣고 장덕용이 이상함을 알아차렸으면 했다. 말을 꺼낼 수 는 없다. 여관에서부터, 한 번이라도 입을 열면 죽여 버리겠다고 미친 남자에게 위협 당했기 때문이다.
혹시나 자신의 속셈을 이 미친 남자가 눈치 챈 것은 아닌 가 두려워 뒤를 돌아보았다.
허름한 가방을 맨 김청수의 눈은 어둠 속에서 더욱 기묘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미치광이의 눈이다.
광기.
소인배가 가장 두려워하는 불순물이다.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 자가 상황을 지배하게 마련이다. 어떤 예측도 물거품으로 만든다.
김청수는 자신만의 논리로, 자신만의 현실 속에서 계단을 올랐다. 수많은 계획이 머릿속에서 구축되었다 파괴되기를 반복했다. 모든 것은 놈을 잡기 위해서다. 놈을 잡기 위해 자금이 필요하고, 언제든 반응하고 움직일 신경을 유지하기 위해 각성제가 필요하다.
그는 긴 일자 드라이버를 들고 있었다. 작고 비굴한 저 남자가 허튼 짓을 하면 바로 투척을 하기 위해서였다. 나머지 두 개의 드라이버는 각각의 양쪽 양말에 들어있다. 짧은 드라이버는 주머니 속이다. 탈취한 무기는 가방에 넣어두었다.
조사장이 자기 사무실을 여는 순간, 그는 이상한 기색을 감지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전혀 의심하지 않을 만한 작은 기척을 그는 알아차렸다.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안구의 작은 떨림, 그 모든 것을 감지할 만큼 그의 신경은 예민해져 있었다.
그는 목줄을 잡아채 입을 열려는 남자를 제지하고 문으로 달려들었다.
방 안에 팔이 부러진 남자가 사무실에 장식된 일본도를 꺼내려 하고 있었다.
아는 얼굴——장덕용.
한손이 불편해 겨드랑이에 칼집을 끼고 칼을 뽑느라 장덕용의 반응은 한 템포 늦춰지고 말았다.
반쯤 칼을 꺼낸 장덕용의 팔에 일자 드라이버가 날아와 박혔다.
비명.
김청수가 노스핀 스로로 드라이버를 던진 것이다.
칼과 칼집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꿈틀거리는 장덕용에게 조사장의 몸이 날아들었다. 김청수가 발로 차 밀은 것이다. 곧바로 몸을 숙여 양쪽 다리에서 드라이버를 꺼낸 김청수는 앞으로 쏠린 무게중심을 이용해 달려들었다.
몸통박치기.
밀려난 두 사람이 창문이 있는 벽에 격돌했다. 충격으로 창턱에 올려놓은 난이 바닥에 떨어졌다. 화분이 산산조각 나며 자갈을 바닥에 흩뿌렸다.
부러진 팔의 고통, 드라이버가 박힌 팔의 고통, 또 다시 당했다는 굴욕, 이 모든 고통이 동시에 장덕용을 덮쳤다. 또 다른 고통이 뱃속 깊이 파고들었다.
드라이버.
김청수가 쑤셔 박은 것이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 허벅지를 찔렀다.
바닥에 쓰러진 장덕용의 배와 허벅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조사장이 피를 보고 오줌을 지리며 주저앉았다. 눈앞에 다시 칼집에 들어간 일본도가 보였다. 검도를 배웠거나 한 적은 없다. 야쿠자와의 일을 도와주고 받은 기념품이었다.
조사장은 자갈이 배기는 것도 모르고 몸을 던져 칼을 붙잡고 일어섰다.
“머, 멈춰!”
하고, 넥타이처럼 목에 전기코드 올가미를 감은 조사장이 칼을 뽑으려 했다. 단번에 뽑히지 않고 무언가가 툭 걸려, 잘 되지 않았다.
일본도는 칼이 쉽게 빠져 사고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칼집에 사카즈노(逆角), 혹은 카에리즈노(返り角)라 불리는 돌기가 붙어있어서, 엄지손가락으로 손잡이 보호구인 츠바(鍔)를 밀어 사카즈노를 빼낸다. 방금 전 장덕용이 칼을 뽑기 위해 고생한 이유도 이 사카즈노 때문이었다.
흥분한 조사장은 사카즈노를 빼는 데 머뭇거렸고 그 사이 김청수는 장덕용의 관자놀이를 걷어차 기절시키고, 그를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
칼집을 내던지며 자세를 취한 조사장을 그가 노려보았다. 칼끝이 떨리고 있었다. 엉덩이가 완전히 뒤로 빠져있어 검도의 자세로는 실격이었다. 바지 안쪽은 젖어서 색이 변해있었다. 척척하게 들러붙는 바지 때문에 움직임은 더욱 제한될 터였다.
그는 조사장에게 다가갔다.
“저리 가!”
그는 멈추지 않았다.
뒤로 물러서는 것은 오히려 조사장이었다.
“저리 가라고!”
그가 다가갔다.
“내가 못 찌를 거 같아, 엉?” 조사장은 히스테리에 빠져 있었다. “이 새끼고 저 새끼고 씨발 다 나를 좆으로 보나! 씨발 죽여 버리겠어! 너도 장덕용이 이 개새끼도 다 죽여 버리겠어!”
그가 다가갔다.
목을 칼끝에 찔릴 기세로 들이댔다. 칼끝이 목을 건드리는 감촉이 조사장에게 전달되었다.
“으악!” 놀란 조사장이 칼을 뒤로 뺐다.
폭력을 저지르는 자는 상대를 물건으로 보게 마련이다. 그렇게 보지 못하는 자는 폭력을 휘두르지 못한다. 공감능력——자신이 폭력을 당하고 싶지 않다는 본능이 상대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을 막는다. 상대에게 폭력을 가하려는 행동이 가져오는 스트레스가 브레이크가 된다. 인간은 그렇게 동족을 보호하며 진화해왔다.
겁을 먹고 히스테리에 빠진 조사장은 사람을 죽일 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반사적으로 칼을 뺀 것이다.
틈.
그는 거리를 급격히 채웠다. 칼의 사정거리 안으로 파고들어, 그의 두꺼운 주먹으로 칼을 쥔 손목을 내리찍었다. 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비명.
조사장의 손목이 부러졌다.
그는 조사장의 멱살을 틀어잡아 들어올렸다. 한 손으로 조사장의 몸을 공중에 띄웠다. 발을 버둥거리는 조사장에게 그가 말했다. “금고.”
“네?”
“금고.”
“저, 저기…….” 고통스러워하며 조사장이 눈짓으로 사무실 구석을 가리켰다.
“번호.”
조사장은 번호를 알려주었다.
조사장이 가지고 있던 현금과 약물 총 팔천만원어치가 그의 가방 안으로 사라졌다.
망연자실해 바닥에 주저앉은 조사장의 눈앞에 그가 섰다. 그는 손목을 붙잡아 비틀었다.
“사, 사, 사, 살려, 살려——”
“넌 약속을 어겼어.”
“살려——”
그는 완전히 펴진 팔꿈치를 주먹으로 내리찍었다.
인대가 끊어지는 소리.
관절이 끊어지는 소리.
불길한 소리에 이어 조사장의 비명이 이어졌다.
“씨발——” 조사장이 몸을 비틀었다.
그는 발목을 붙잡았다.
“안 돼! 안 돼! 제발!”
그는 말없이 무릎을 밟았다.
충격.
비명.
불쾌한 소리.
무릎의 인대와 관절이 끊어져 기묘한 방향으로 비틀렸다. 고장 난 꼭두각시 인형처럼 흐느적거렸다.
조사장은 기절했다.
그는 장덕용의 배와 팔에서 드라이버를 뽑았다. 피가 왈칵 쏟아졌다. 충격으로 장덕용이 정신을 차렸다.
“경고하는 데,” 장덕용의 양복에 피를 닦으며 그가 말했다. “한번 만 더 나를 방해하면, 그 때는 정말 죽여 버리겠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알았나?”
“좆까, 이 새끼——으아——”
김청수가 장덕용의 ���가락을 밟아 부러뜨렸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구나, 장덕용이.” 김청수가 장덕용의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목을 부러뜨리면 다시는 나를 쫒지 못하겠지. 설마 경찰에게 신고하는 쪽팔리는 짓을 할 리도 없고.”
그제야 공포에 질린 장덕용이 몸을 떨었다. “미, 미, 미안해. 내 다신 안 그럴게. 얌전히 서울로 돌아갈 테니까, 제발…….”
“여자도 못 안고 똥 지리며 살아가게 될 거야.”
“제발…….”
“내 딸 같은 어린 애들 빚 대신 팔아넘기고,” 장덕용의 목이 갸웃거리듯 옆으로 기울어져갔다. “걔네들한테 마약 팔고, 장기 떼던 죄. 갚아야지.” 목이 더욱 기울어져 갔다. “평생 천장보고 살고 싶다, 살고 싶다, 하고 몸부림치면서 살아 봐.” 목이 완전히 기울어져 귀가 어깨에 닿았다. “그게 네 죗값을 갚는 길이니까.”
비명.
김청수의 주먹이 옆통수에 내리꽂혔다. 지렛대의 원리로 완전히 꺾인 경추가 부러졌다.
김청수는 반대편으로 고개를 기울이게 하고 또 한 번 주먹을 내리 찍었다. 그렇게 네 방향으로 모두 경추를 골절시켰다.
장덕용이 살고 싶다고 몸부림치기를 그는 바랐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만큼 가장 큰 속죄는 없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경추골절의 충격으로 배설물을 지린 장덕용을 내버려두고, 그는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았다.
“어디로 모실까요?” 겁에 질린 택시기사가 물었다. 그의 몸에 묻은 피에 대해서는 차마 묻지 못했다. 내리라는 말은 아예 꺼내지도 못했다.
그는 사무실의 주소를 댔다. 그가 거래하고 있는 흥신소 사무실의 주소였다.
택시가 떠났다.
7.
C시에 있는 이름 없는 야산을 택시가 달려 올라가고 있었다. 자동차가 자주 다니는 길인지 바퀴가 지나간 흔적 위로는 풀이 자라지 않았다.
노란 남자가 택시를 몰고 있었다.
택시는 묘지 앞에 자동차를 세웠다.
양지바른 곳이라 그런지 달빛 정도의 조명으로도 윤곽이 확실히 보였다. 봉분 주위로 널찍한 공간이 있었다. 흙 위로 잡초가 무성히 자라 있었다.
두 개의 봉분은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오른쪽에 있는 봉분은 깨끗하게 정돈된 잔디가 깔려있었고, 반대쪽은 흙이 그대로 드러나 잡초가 자라 있어 관리를 받지 않은 티가 역력히 났다.
택시에서 내린 노란 남자가 트렁크에서 삽을 꺼내 오른쪽의 봉분으로 다가갔다. 그는 삽을 바로 옆의 봉분에다가 박아 넣었다.
“엄마. 나 왔어.”
하고 그는 오른쪽 봉분의 잡초를 뽑았다. 한동안 잔디를 쓰다듬고, 어머니의 젖무덤에 매달리는 갓난아기처럼 봉분을 한 아름 품에 안고 눈을 감으며 시간을 보냈다.
얼마 뒤 자리에서 일어난 노란 남자는 삽을 뽑아들고 왼쪽의 봉분을 파기 시작했다. 흙의 색이 다른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미 몇 번이나 헤집은 적이 있는 곳이었다. 삽 끝에 딱딱한 것이 부딪히는 작은 소리가 나자, 흙을 좌우로 헤집었다. 노란 물체가 그 사이로 나타났다.
그는 흙을 꼼꼼히 헤집었다.
그 아래로 하얀 물체가 보였다.
사람의 손.
그리고, 뼈.
젊은 여자의 반쯤 벌거벗은 시체가 드러났다. 그 아래에는 반쯤 썩은 사람의 살과 뼈가 십 수 명 분 묻혀있었다.
부패로 인한 악취가 그에게는 어떠한 향수보다 그의 본능을 자극했다. 위축되었던 짐승을 되살리려고 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주민등록증 뭉치를 꺼내, 열심히 찾은 끝에 한 장의 주민등록증을 꺼내들었다.
박미경의 주민등록증이다.
만찬.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꺼내 자위를 시작하며, 그는 박미경을 마음껏 먹어치웠던 만찬을 떠올렸다. 손 안의 페니스가 단단해지기를 기다리며.
***
——밤.
노란 남자는 땅을 파고 있었다. 야산의 묘지는 오늘도 달빛으로 밝았다. 그 옆에는 박미경이 기절해있었다.
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박미경의 몸을 철저히 묶었다. 뒤로 꺾인 팔의 양 손목이 묶여있었고, 남은 줄로 목을 감았다. 이 끈의 중간을 잡아당기면 양 어깨가 꺾이고 목이 졸린다. 다리도 발목이 묶여있다.
땅을 다 판 그는 택시 트렁크에서 비닐로 된 돗자리를 펴고 그 위로 박미경을 굴렸다. 그 충격으로 박미경이 정신을 차렸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그녀는 신음소리를 내며 주변을 둘러보기만 했다. 그녀가 한참동안 착란상태에 빠져있는 동안 그는 가죽바지를 벗고 콘돔을 착용했다.
“살려주세요,”
하고 정신을 차린 박미경이 애원했다.
엎드린 채로 고개만 뒤로 돌린 그녀의 뒤에서 노란 남자가 접근해왔다. 그녀는 공포 때문에 몸을 떠는 것인지 아니면 한기 때문인지, 그는 알 바가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먹이를 먹어치울 생각에 흥분한 그는 아직 젖지도 않은 그녀를 강간했다.
비명.
그는 목과 손목을 연결한 끈을 잡아 당겼다. 목이 막힌 그녀가 몸을 비트는 모습이 그에게는 무엇보다 쾌감이었다. 엉덩이를 향해 피스톤 운동을 시작하자 점막이 찢어져 피가 흘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정했다.
피투성이가 된 콘돔을 묶어 한쪽에 던져 넣은 그는 콘돔을 꺼내 항문에 피를 발라 억지로 삽입했다. 갑작스러운 통증과 충격으로 박미경이 기절했다. 점막이 완전히 찢어지고 괄약근이 파열될 때 까지 그는 억지로 피스톤 운동을 계속했다.
기절한 박미경을 내버려 둔 채로 노란 남자가 일어났다. 콘돔을 처리하고 난 그는 줄을 거칠게 잡아당겨 박미경을 일으켜 세웠다. 정신을 잃은 채인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뺨을 후려쳤다. 충격으로 그녀가 정신을 차렸다. 따귀는 멈추지 않았다. 얼굴이 부어오르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입술이 찢어져 피가 흘러내린다. 그런데도 그는 폭력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도를 지나치기 시작했다. 따귀는 주먹질이 되었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그녀의 입에서 부러진 어금니가 피에 뒤섞여 떨어졌다. 고통으로 실금하기까지 했다.
노란 남자는 내내 미소 짓고 있었다. 금니는 물론이고 어금니까지 드러낸 그의 입은 짐승처럼 찢어져있었다.
“울지 마, 아가씨. 아까처럼 덤벼야지. 응?”
“아저씨,” 심한 구타로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다. “살려주세요……. 제발……. 용서해주세요……."
“박미경씨, 사람이 호의를 베풀면 갚아야지. 그렇게 욕을 하고 개기고 그러면 되겠어?”
신음.
오열.
그녀는 몸부림쳤다. 살기 위해서였다. 그 모습이 그에게는 쾌감이었다.
발길질.
주먹질.
닥치는 대로 폭력을 가했다. 발기. 피투성이가 된 주먹을 핥으며 웃음을 터트린 그는 박미경의 다리를 들어 올리고 다시 한 번 범했다. 유방을 이로 깨물어 이빨자국을 냈다. 피가 흘러내렸다. 주먹으로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얼굴에도 주먹을 휘둘렀다. 울음이 끊이지 않는 박미경이 피를 토했다.
내일 회사에 갈 걱정.
과장에 대한 분노.
부모님에게 대한 미안함.
삶에 대한 욕망.
자신의 몸이 물건처럼 격하되고 짓밟히는 데에 향한 공포.
고통.
분노.
절망.
“씨발 놈아……, 절대로 용서 못해……. 경찰에 신고하든…… 널 죽여 버릴 거야…….”
“죽여?” 거친 숨을 몰아쉬며 노란 남자가 말했다. “내가 죽여줄게. 너 오늘 아주 죽여줄게.”
그는 목을 졸랐다.
박미경의 피투성이로 엉망이 된 얼굴이 부풀어 올랐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뒤섞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깊은 분노와 절망, 그리고 동정으로 동조할 그 감정을 그는 자위를 위한 도구로만 삼았다.
박미경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아, 제대로 조여주네.”
하고 그는 손에 힘을 더욱 더 가했다.
박미경의 숨이 끊어졌다.
그는 아직 사정하지 않았다.
피에 젖은 콘돔을 꺼내 손으로 자위를 시작했다. 손에 남은 교살의 감촉이 그대로 성기로 전해지는 기분이 든 그는 짐승같이 울부짖으며 사정했다…….
***
“사장님, 그런 짓을 하면 어떡합니까? 일 났네, 진짜.”
효성흥신소 사장 최계문은 김청수의 말을 믿을 수 가 없었다. 장덕용이라면 그의 업계에서는 유명한 사채업자고, 조사장도 이 지역에서 발이 넓어 친교를 맺은 건달도 많은 사채업자다. 그런 두 사람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고 돈과 약까지 털어가지고 나왔다는 이 남자를 지금 당장이라도 내쫒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는 없다. 그랬다가는 그도 같은 꼴이 될 테니까.
“갈아입을 옷이랑 숙소.” 김청수가 말했다. 소파에 앉은 그는 시종일관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손에는 짧은 드라이버를 쥐고 있었다. “그 여관으로는 다시 못 가. 라이터 좀 줘봐.”
최계문이 건넨 라이터를 받아든 그는 강탈한 각성제 결정을 꺼냈다. 주머니에서 쇠숟가락을 꺼내 결정을 올리고 라이터로 가열을 시작했다.
“택시 조사는 끝났나?”
“예.”
“우리 딸은 택시 탄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어. 어디 있는 지는 말하지도 못했지. 급하다고. 그게 마지막이야. 사랑한다는 말도, 아끼고 있다는 말도 하지 못했어. 분명 택시기사야. 서울에는 없었어. 그럼 남은 건 여기밖에 없어.”
최계문이 한숨을 내쉬며 아이패드를 꺼내 조사한 정보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도깨비 택시 기사들 사이에 소문이 있어요.”
“도깨비 택시?” 각성제 용액을 주사기에 담으며 김청수가 대답했다.
“이 동네 개인택시 하는 기사들이죠. 그 사람들 사이에 몇 년 간격으로 못 보던 택시가 돌아다닌 데요. 유령 택시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도깨비 택시에 유령 택시라.”
각성제를 주사한 김청수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 쪽에서 구한 정보를 보니까,” 최계문이 수첩을 꺼내 자료를 대조하며 말했다. “유령 택시가 돌아다니는 시기랑 여자들이 실종되는 시기랑 비슷하게 겹쳐요.”
“그 놈이군.”
“아직 확신할 수 는 없습니다.”
“그 놈에 대한 정보를 찾아 줘.” 김청수가 가방에서 지폐뭉치를 꺼냈다. 오만 원짜리 백장이었다. “삼일 안에.”
침을 삼키게 최계문이 지폐를 받아들었다. “제가 아는 DVD방이 있는데, 거기에 며칠 숨어 계세요. 연락은 전에 드린 대포폰으로 하시고.”
“알았어.”
최계문이 주소와 전화번호를 휘갈겨 적은 수첩을 찢어 건넸다.
김청수가 밖으로 나가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최사장.”
“예?” 신이 나 돈을 세던 최사장이 고개를 들었다.
“나 배반하면, 최사장도 장덕용이 꼴 날 줄 알아.”
“……예.”
“정보가 쓸 만하면 한 뭉치 더 줄 테니까, 확실하게 처리해줘.”
“걱정 마십쇼. 살펴 가세요. 아, 김사장님.” 일 억짜리 일을 맡긴 고객을 함부로 움직이게 할 수 는 없다. 그는 차키를 던졌다. “밑에 차 쓰세요. 옷은 제가 따로 사람 시켜 보내겠습니다.”
“그냥 차에서 지내면 안 되나?”
“요새 경찰이 단속이 심해서 분명 걸릴 겁니다. 그냥 DVD방에 계시는 편이 나아요. 샤워시설도 있고요.”
김청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다.
8.
노란 남자는 그때처럼 사정하려 했다.
그러나, 발기하지 않았다.
아무리 해도.
“씨발!”
그는 뼈를 짓밟았다.
그 새끼 때문이다, 노란 남자는 생각했다. 삽질을 해 흙을 원래대로 덮은 그는 짜증스레 봉분을 밟아 다졌다. ‘전리품’으로도 발기가 되지 않는다. 풀리지 않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온 가장 비밀스러운 장소에서조차, 해소가 안 된다는 절망. 짜증. 불만. 신경질.
전국을 떠돌며 짐승처럼 충동에 충실히 살아왔다. 제멋대로 폭력을 휘둘러왔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겪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안달이 났다. 뒷정리를 마치고, 거칠게 트렁크를 닫으면서도 그는 이름 모를 그 남자——김청수——를 생각했다. 그 근육. 그 힘. 모든 것이 일일이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 운전석에 타 시동을 걸었다. 머릿속으로는 그 남자를 두들겨 패 죽이는 망상을 하고 있었다.
그는 택시를 타고 야산을 내려갔다.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바지 속으로 손을 넣고 자위를 했다. 아무리 자극을 주어도 발기가 되지 않았다. 졸음이 몰려왔다. 해결되지 않은 짜증 때문인지, 아니면 그 남자와 싸울 때 취할 전략을 짜느라 머리가 너무 무리해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한숨 자지 않으면 이 모든 긴장이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정도로 전신에 긴장이 쌓여갔다. 긴장의 내압으로 잔뜩 부풀어 오른 그의 성질은 예민할 대로 예민해져갔다. 곪아서 곧 터질 종기처럼 건드리기만 하면 곧바로 신경질적인 폭력이라는 고름이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목덜미가 가려워왔다.
노란 남자는 거친 산길에 요동치는 차 안에서 욕설을 중얼거렸다.
씨발. 씨발. 씨발. 씨발…….
***
“야, 너 뭐야? 문 안 열어?”
하고,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차 유리창을 두들겼다. 밤인 데다가 선팅이 되어있어 자동차 안이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우락부락하고 짤룩한 몸집에 상고머리를 하고 있었고 오랫동안 얻어맞아 변형된 눈썹 뼈가 불거져 나와 눈꺼풀이 아래로 쳐진 거적눈이었다. 노란 가로등불 아래에서 보니 더욱 더 험상궂게 보였다.
그가 두들기는 자동차는 택시였고 그도 택시기사였다. 자기 구역에 버젓이 차를 세워둔 택시가 괘��해 혼을 내주려는 것이었다. 이 지역에서는 함부로 택시를 몰 수 없다. 분명 나이 먹고 소일거리 하려고 개인택시를 시작한 노인네가 분명하다고 생각한 그는 개념 없는 노인네에게 이 지역의 룰을 뼈아프게 가르쳐 줄 생각이었다. 말 그대로 뼈아프게.
싸움에는 자신이 있는 남자는 교활하기도 했다. 손에는 트렁크에서 꺼낸 렌치를 들고 있었다. 무기를 들고 있으면 겁을 주기 더 쉽다. 만일 계속 반응이 없으면 자동차 앞 유리를 깨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면 며칠 장사를 못하게 되고 개념을 제대로 잡을 테니까.
“야! 야!”
하고 손가락으로 문을 두들기던 남자는 본때를 보여줄 요량으로 렌치를 높이 들어올렸다. 앞 유리를 겨냥하고 내리치려는 데 전기모터 소리를 내며 자동차 창문이 아주 조금 열렸다.
“왜?”
안에서 들린 목소리는 생각보다 젊었고 생각보다 건방졌고, 그를 더 화나게 했다. 그는 안을 들여다보려고 창문가에 눈을 가져다댔다만, 창문 위에 설치한 플라스틱 빗물받이 때문에 안이 보이지 않아 더 화가 났다. “내려.”
“왜?”
“뭐 이 새끼야?”
“왜?”
뻔뻔한 대답에 외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는 침착함을 되찾고 다시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여기 내 구역이야. 나가.”
“왜?”
“내 구역이라고.”
“그러니까, 왜?” 목소리에 짜증이 섞여왔다. “왜 여기가 니 구역인데?”
그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설명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이 새끼가!” 화가 난 그는 렌치를 휘둘렀다.
충격.
차문이 벌컥 열리며 그의 배를 쳤다. 렌치를 휘두르려고 무게중심이 위로 쏠렸던 그는 비틀거리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 씨발 놈이!”
하고 남자가 고개를 들다, 날아드는 구둣발에 얼굴이 짓이겨졌다.
“아저씨, 왜 남에 차에다 지랄 질이세요.” 나른한 말투로 차에서 내린 남자가 말했다.
코뼈가 뭉개져 피를 흘리는 험상궂은 남자가 일어나 렌치를 휘두르려 하자, 노란 남자는 다리만 들어 올려 구둣발로 가슴팍을 밀어 찼다.
험상궂은 남자가 바닥을 구르며 렌치를 놓쳤다.
노란 남자가 렌치를 주어 들었다. “여기가 누구 구역이라고요?”
“씨발…….” 험상궂은 남자가 비틀거리며 일어나려 했다. 기침을 토했다. “너 내가 누군 줄 알——”
비명.
노란 남자가 렌치를 내리쳐 험상궂은 남자의 쇄골을 부러뜨렸다.
고함을 지르며 바닥을 뒹구는 험상궂은 남자를 다시 한 번 렌치로 내리쳤다. 이번에는 등줄기였다.
“남자가,” 노란 남자가 말했다. “허리 다치면 큰일인데. 어쩐다? 기집도 못 따먹고 다니시겠네?”
“사……살려주세요…….”
“그런데 누구시더라?” 엎드려서 떠는 험상궂은 남자를 발로 밟으며 노란 남자가 말했다. “내가 누구신지도 모르고 실례를 범하네요?”
“아니……아무 것도——”
비명.
렌치가 허리를 내리쳤다.
험상궂은 남자가 눈물을 흘렸다.
노란 남자는 렌치를 내던지고 발길질을 했다. 바닥에 쓰러진 남자의 배와 등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걷어찼다. 한참을 걷어차던 노란 남자가 거친 숨을 고르며 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근육을 풀었다.
“아저씨,” 노란 남자가 험상궂은 남자의 주머니를 뒤지며 말했다. “내가 분명히 말하는 데, 복수니 이런 거 생각하지 마쇼. 똘마니 잔뜩 데려와도 난 아저씨만 조질 거니까.”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을 뽑아 들여다보았다. “아저씨 주민등록증이랑 면허증은 내가 챙겨 갑니다, 응? 이런 분이셨네? 몰라봐서 죄송해 죽겠네, 아주 그냥. 우리 아부지 같아서 내가 봐주고 아저씨 차도 내가 손 하나 안 댈 테니까, 앞으로 잘 보고 오줌 싸지르고 다니쇼, 응?”
험상궂은 남자는 대답하지 못했다. 고통으로 온 몸에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대답이 없네. 차도 부수고 아저씨도 그낭 목 아래로 조져놓을까? 못 쓰게? 아니면 아저씨 집 한번 찾아갈까?”
“아……, 알겠습니다……!” 울음 섞인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이 일은 딱 다물고 어디서 씨불이고 다니지 마시고. 솔직히 쪽 팔리잖아. 나이 쳐 먹고 꼬장 부리다 존나 맞았다고 하면. 집에서 한 달 푹 쉬시고. 알았어? 내가 아저씨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파. 그래서 위자료 좀 챙겨 갈 테니까, 그렇게 아시고. 불만 없죠?”
“네……, 네…….”
“복 받을 양반이야.”
노란 남자는 험상궂은 남자의 택시에서 돈을 모두 챙겼다.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진 험상궂은 남자는 그대로 기절했다.
그는 택시를 몰고 거리로 향했다.
평소 같았으면 야산으로 데리고 올라가 죽여 달라고 할 때 까지 폭력을 휘둘렀을 것이다. 늙은 남자들이 문제다. 그는 늙은 남자를 싫어했다.
“꼰대 새끼들.” 그는 운전대를 잡으며 중얼거렸다. “다 죽여야 돼.”
그는 나이 먹은 남자를 싫어했다. 아버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늙은 남자의 얼굴에서 짐승 같은 무표정과 잔인함을 발견할 때 마다 그는 아버지의 얼굴을 발견했고, 죽여 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받았다. 요즘 들어 모두 자신에게 개기는 놈이 많아졌다. 잠깐 눈 좀 붙이려는 데 방해를 받아 긴장과 짜증은 외려 배로 늘어나버렸다. 이게 다 그 새끼 때문이다.
그는 자신보다 강한 수컷,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를 싫어했다. 그 뿌리에는 그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잠들어있었다.
9.
어린 시절 나이 그의 아버지는 남들이 보기에는 할아버지였다. 흰머리에 흰 수염이 난 정도는 아니었지만 분명 할아버지였다. 그는 마을에서 돈이 꽤나 있는 집에 막둥이로 태어났다. 그는 자기 아버지를 어디 가서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싫었다. 학교에서도 애들이 놀려대곤 했다. 하지만 그래서 싫었던 것은 아니다.
막둥이는 보통 예쁨 받으며 자라게 마련인데도 그의 경우는 달랐다. 그는 이유도 없이 계속해서 맞았다.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회초리나 가죽 허리띠로 얻어맞는 날이 네 살 때부터 있었다. 그 이전에도 얻어맞았을 테지만 기억을 하지 못했다.
이유를 납득할 수 없었던 이유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맞았다. 그의 아버지는 구타를 즐기고 있었다. 자신의 등에 허리띠를 휘둘러대면서 발기했던 아버지를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럴 때 마다 그를 보듬어 준 것은 어머니였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나이차이가 상당히 났다. 그는 중학교 3학년이 될 때 까지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머니의 젖을 빨았다. 그때 그녀는 아직 30대 후반이었다.
아버지의 학대는 어머니에게도 용서가 없었다. 어릴 때는 밤마다 어머니가 울부짖는 소리와 아버지가 때리는 ��리를 들었다. 분명 옆방에 있는데도 방음이 제대로 안 되는 한옥집이다보니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그 소리를 들을 때 마다 그는 자신이 아버지와 하나가 된 일체감을 느꼈다.
다음 날 어머니의 젖을 물 때 가슴에 생긴 이빨자국을 발견��면 가만히 만져보거나 자신의 입을 가져가 대기도 했다. 그럴 때 자기에게 힘이 생기는 감각이 들었다. 어머니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 같았다.
그의 어머니는 약간 모자란 사람이었고 밖에 나가는 일도 없었다. 살림도 하지 않았다. 살림은 식모가 했는데 그녀는 언제나 모든 일에 무관심해보였다. 마취된 사람처럼 주변에 벌어지는 모든 감각을 멀리하려했다. 졸린 표정으로 가느다랗게 눈을 뜨고 더러운 것을 바라보듯 자신을 쳐다볼 때 마다 그는 그 식모를 죽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식모만이 아니었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그를 그런 눈으로 쳐다보았다. 자기에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수군거리고 자기랑 놀고 있는 아이의 팔을 거칠게 잡아채며 “저 집 애랑 놀지 말라”고 하는 동네사람들이 그는 증오스러웠다. 자기가 어딘가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긴 구석이 있어서 그런가 싶어 거울을 꼼꼼히 들여다본 적도 있었다. 아버지는 사내새끼가 거울이나 보고 있다고 그의 뒤통수를 짓밟았고, 앞니가 완전히 깨졌다.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자기를 터부시 한 이유를 안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 그는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얻어맞고 깨물려 생긴 상처를 빨다가 아버지가 집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처음으로 정통(精通)을 했다. 그때부터 어머니에 대한 집착이 강해졌다. 어머니를 지키고 아버지의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아버지는 낮 동안 밖에서 술과 노름으로 시간을 보내, 집은 어머니와 식모와 그를 포함한 세 명 밖에 없었다. 식모는 낮잠을 잤다. 외부에서 사람이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집 안은 사실상 어머니와 그, 단 둘이었다.
그는 마당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거나 아버지가 예전에 사용했다던 시멘트를 굳혀 만든 역기를 들었다. 그런 그를 어머니는 자랑스러워하며 하루가 다르게 단단해지는 아들의 몸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 가끔씩 수건이 없으면 손으로 훔치거나 혀로 핥아주기도 했는데 그럴 때 마다 그는 발기했고 어머니가 흐뭇한 표정으로 살짝 자신의 물건을 손으로 스치고 지나갈 때 마다 황홀경에 빠졌다.
둘 사이의 은밀한 관계는 아버지가 밖에서 여자를 만들어 집에 드문드문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더욱 깊어졌다. 밤이 되면 그는 어머니의 젖을 빨면서 어머니가 요구하는 대로 엉덩이며 배를 꼬집었고, 흥분해 그가 발기하면 어머니가 손으로 그의 성기를 애무했다. 그가 사정을 하려 하면 어머니가 입으로 정액을 받아먹었다. 그는 눈치 채지 못했지만 둘 사이의 관계를 식모는 알아차리고 있었다. 식모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둘의 관계가 들통 난 것은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어머니가 구강성교를 하고 있을 때 장지문이 열렸다. 비에 젖은 아버지는 손에 낫을 들고 있었다. 다짜고짜 낫으로 어머니의 등을 찔렀다. 분수처럼 튀기는 피가 드러난 그의 하반신에 튀겼고, 그는 어머니의 입 안에 사정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정신적인 상태가 그대로 그에게 동조되었다. 고통과 쾌락이 수 만 개의 바늘이 되어 그의 뇌를 찌르는 듯 했다.
어머니를 욕하며 낫을 뽑아 든 아버지는 자신을 향해서도 낫을 휘둘렀다. 이마에 깊이 낫의 날 끝이 스치고 지나갔다. 얼굴 한쪽이 완전히 피로 젖었다. 두려움에 몸을 떨던 그의 앞에 아버지가 섰다.
“이 니애미씨발놈, 너 같은 놈이 진짜 니애미씹할놈이지, 감히 내 걸 노려?”
“아버지…….”
“누가 니 애비야? 어떤 자식새끼가 감히 아버지 걸 지 맘대로 처먹고 지랄이야!”
아버지가 낫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죽는다.
그는 공포로 몸이 굳었다.
그 순간, 아버지가 가슴을 움켜쥐었다. 방탕한 생활로 약해진 심장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그는 그 틈을 노려 달려들었다. 낫을 쥔 아버지의 손목을 붙잡았다. 심장이 힘을 앗아가 그의 아버지를 약하게 만들었다. 그는 낫을 빼앗아 아버지의 얼굴에 쑤셔 박았다.
절정.
그는 온 몸의 세포가 솟구쳐 오르는 고양감을 느꼈고 쓰러진 아버지의 등에 낫을 박아 넣었다.
정수리로 모이는 열기와 쾌감은 그가 낫을 박아 넣을수록 강해졌다.
수 십 번의 난도질.
낫을 페니스 삼아 마구 휘둘러댔다. 어머니의 시체에도 낫질을 해댔다.
날붙이에 찢겨나간 등의 상처 사이로 근육과 내장과 척추가 보였다.
어머니의 벌어진 상처를 향해 자위를 하던 그는 사정했다. 내장이 쏟아져 나오며 풍기는 악취조차 느끼지 못했다. 절대적인 절정감이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처음으로 든 생각은 공포였다. 살인이라는 금기를 어겼다는 데서 오는 공포나 생리적 혐오감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애초에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살인을 한 뒤로 자기가 받아야 할 불이익이 두려웠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빗줄기를 등지고 선 그림자가 있었다. 식모였다. 언제부터 거기에 서 있었는지, 그는 몰랐다. 낫을 주어 들었다. 증인을 없애야 한다.
“부전자전이구나.” 식모가 말했다. 식모의 손에는 식칼이 들려있었다.
식모는 무관심한 표정 그대로 그에게 비밀을 알려주었다. 모든 진실이 그의 예민한 감수성을 산산조각 냈다. 그는 울었다. 식모를 죽이겠다는 마음도 들지 않았다.
식모는 그의 친할머니였다. 남편에게 학대를 받던 그녀는 불감증이 되었고, 그는 임신 중 자기가 가한 폭력의 영향으로 백치로 태어난 아름다운 친딸을 성욕의 도구로 삼았다. 그의 아버지는 그의 할아버지기도 했던 것이다. 식모——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보험금과 부동산 등 재산을 노리고 지금까지 철저히 참아왔다. 그리고 오늘 모든 것이 끝난 것이다.
부정한 존재끼리의 근친상간도, 할아버지를 불러오게 한 것도, 낫을 쥐어준 것도, 다 그녀의 계획이었다. 할아버지가 그와 그의 어머니를 죽인다면 그녀가 직접 할아버지를 죽일 셈이었다.
할머니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 뇌물을 받은 의사 덕분에 두 사람의 죽음은 자연사로 처리되었고, 장례는 치르지 않았다. 보험금을 받아 챙긴 할머니는 당시로는 거액이었던 500만원이 든 통장과 도장을 쥐어주고, 고아원에 그를 남겨둔 채 사라졌다. 그 뒤로 그녀의 소식은 없었다…….
***
밤이 되어 더욱 독기어린 불빛을 어지러이 뿌리는 모텔촌을 돌아다니며, 그는 한 가지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이대로는 영원히 ‘서지’ 못한다.
전국을 떠돌며 마음대로 살아온 그가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계속해서 패배를 맛보고 있었다. 목덜미가 가려워왔다. 이대로는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과거 그랬듯이, 이번에도, 없애야 한다.
누구를?
그 개새끼를.
하지만, 어디서 찾지?
10.
며칠 동안 단서는 보이지 않았고, 사정을 금지당해 해면체가 곪아 들어가는 페니스처럼 노란 남자는 예민해져갔다. 건드리기만 해도 주먹을 휘두를 기세였다.
단서를 찾기 위해 그는 택시 운행을 했다. 손님들이 신경을 거스를 때도 많았다. 그럴 때 마다 그는 박미경을 떠올렸다.
대낮의 기사식당은 단서를 찾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택시기사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말투에 귀를 기울이며 그는 매우 천천히 국밥을 먹었다. 가게 주인이 눈치를 줄 때 마다 수육을 추가했다. 앞으로 다가올 전투를 위해 그 정도는 먹어야 했다.
드디어, 단서가 들렸다.
“조사장 소식 들었어?” 멀리서 택시기사들의 대화에서 그의 관심을 끄는 이름이 나왔다. 덕수장에서 얻어터졌던 그 사채업자다.
“병원에 입원했다면서? 엄청 얻어맞아서.”
“팔이랑 무릎이 완전 나갔데. 산산조각 났나봐.”
“그 조사장 사무실에 와 있던 그 서울 조폭 있지?”
“장덕용이?”
“종로쪽 계보 아냐? 사채하는.”
“목이 부러져서 목 밑에가 완전 나갔데.”
“장덕용이가?”
그 말을 들은 노란 남자는 흥분으로 몸이 떨려왔다. 귀를 기울였다.
“최문순이가 그날 봤어.”
“뭘?”
“조사장 사무실에서 피 잔뜩 묻히고 나오는 남자.”
“정말?”
“키는 그렇게 안 큰데 몸이 아주 갑빠랑 근육으로 가득하더라고. 뭐라고 뭐라고 중얼중얼 하던데.”
노란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잡았다. 드디어 잡았다.
노란 남자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응?” 기사들이 고개를 들었다.
“조사장님 사무실에 나왔다는 그 새끼, 혹시 어디 있는 지 아십니까?”
“아, 최문순이가 봤다던? 나도 못 들었는데. 왜요?”
노란 남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입을 열었다. “조사장님한테 신세를 졌었는데, 지금 처음 들어가지고요. 병문안도 가고, 그 새끼 잡으려고.”
“누군지는 모르고,” 남자는 국밥을 떠먹으며 말했다. “조사장이 지금 그 놈 잡으려고 난리던데. 가서 도와줘요, 그럼.”
“병실이 어딘지 아십니까?”
남자가 병실을 알려주었다.
***
조사장은 분노하고 있었다. 화가 나 고함치는 그의 목소리가 병원 안에 울려 퍼졌다. 환자, 환자 보호자, 심지어 이런 일에 익숙할 데로 익숙한 간호사들까지도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다.
조사장은 분노를 육체로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애초부터 빈약했던 데다가 부러지고 상처입어 석고로 고정되어 있었다. 소리를 지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저녁식사가 놓인 쟁반을 조사장이 힘없이 집어 던져도 부하들은 피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자기들에게까지 날아오지도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침대 주변에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서 있었다. 죄책감이나 동정 같은 것은 전혀 없다. 귀찮다. 돈만 아니었다면 여기 있지도 않는다.
“잡아오란 말이야!” 조사장이 목쉰 소리를 질러댔다. “그놈이 최계문이하고 관계가 있다면서! 그런데 왜 못 잡냐고!”
“증거가 없어요,” 부하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최계문이는 딱 잡아떼고 있고, 또 그 뒤에 경찰 간부들이 버티고 있어서 함부로 대하지도 못한단 말입니다.”
“병신 새끼들…….”
“사장님,” 부하 하나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놈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어디!”
“애기들 중 하나가 DVD방에서 기집이랑 떡치러 갔다가 본 것 같다고 합니다. 변장하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근육이 예사롭지가 않아서 맞을 거랍니다.”
“확실한 게 아니고?”
“확인하러 가야할 것 같습니다.”
“그럼 ���리 움직여, 새끼들아!” 부하들이 어물어물 밖으로 나가자, 조사장이 등에 대고 소리쳤다. “또 각그렌저 같은 거 타고 가고 그래라, 응? 티 다 나게. 대가리 좀 써라, 새끼들아. 택시 잡아서 가! 그래야 눈치 못 챌 거 아냐! 그리고 다 가면 어떡해! 몇 놈은 여기 남아서 심부름 하고, 몇 놈은 혹시 모르니 딴 데 수색해야 할 거 아냐! 대가리가 씨발 몇 갠데 이렇게 답답하냐? 야, 담배!” 부하 하나가 담배를 물려주었다. “무개념 새끼들. 야, 택시 카드로 긁으면 영수증 챙기고.”
간호사가 안으로 들어왔다. “환자분, 병원 안에서 담배 피우시면 안 됩니다.”
“아, 씨발!” 조사장이 깁스 위에 담배를 눌러 껐다.
병원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한편 부하들은 현관 로비에서 서로 가위 바위 보를 하고 있었다.
DVD방으로 갈 사람을 정하기 위해서다.
양복 차림의 거한들이 가위 바위 보를 하는 기묘한 모습에 병원을 오고가는 사람들은 신기해했다. 그들이 사람을 잡으러 간다는 상상은 하지 못했다.
“아! 씨발!”
“다녀와라, 병신아.”
두 명이 선택됐다.
추적조 둘은 밖으로 나와 명령대로 택시를 잡으려고 택시 정류장으로 향했다. 병원 앞 정류장에는 언제나 택시가 잔뜩 늘어서 있다.
그들에게 불량하게 생긴 금발머리 중년이 다가왔다. “실례합니다.”
“뭐야?” 부하 중 하나가 말했다.
“혹시 조사장님 쪽 식구들이십니까?”
“너 뭐야?”
“제가 조사장님에게 신세를 많이 져서, 병문안을 왔는데 어디인지를 몰라서요.”
“돈 빌렸어?”
“예.”
“지금 열 받았으니까, 나중��� 가쇼.” 그들은 중년 남자를 지나쳐 나가려 했다.
“어디 가십니까?” 남자는 집요하게 그들을 붙잡았다.
“아, 왜?”
하고 짜증스럽게 대답하자 중년 남자가 병원 한쪽으로 손가락질을 했다.
“제가 택시기사를 하는데, 태워드리겠습니다. 공짜로요.”
중년 남자가 미소 지었다. 앞니 한 구석의 금니가 침으로 번들거렸다.
***
DVD방의 객실 안에서 근육질 남자가 운동을 하고 있었다. 영화를 틀어놓은 채로 담담히 힌두 스쿼트를 하는 남자의 몸에는 구슬땀이 맺혀있었다.
김청수는 영화를 좋아했다. 어렸을 때는 영화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소룡이나 성룡처럼 되고 싶다고 운동을 한 적도 있었다. 박노식처럼 폼 나게 살고 싶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영화감독이 되는 것으로 꿈이 바뀌었다. 아무리 봐도 자신의 얼굴로는 배우가 되는 게 무리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공부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공장 일을 견디기 위한 공상이었다.
공장을 다니면서도 영화는 그의 취미였다. 경리 일을 하던 아내와 결혼 전 하던 데이트도 영화보기였다.
공장이 망한 것은 그들이 결혼하고 딸이 태어났을 때였다. 돈을 모아 비디오 가게를 차렸다. 영화를 실컷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DVD, 대여용 책, 비디오가 잔뜩 있었다.
딸이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 아내가 죽었다. 고생만 시키다 죽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에 딸에게 더 신경을 썼다. 그의 사랑이 딸에게는 구속으로 느껴졌었고, 그녀는 지방에 있는 대학에 들어갔다.
딸은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았다.
어디에 있는 지,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누구와 있는 지 일절 알려주지 않았다.
그는 그럴수록 더욱 귀찮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삼년 전——
“아빠, 나 있다가 전화할게. 택시 타려고.”
“어딘데?”
대답 없이 전화가 끊겼다.
마지막 통화였다.
그는 딸을 찾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했다. 경찰에게 매일같이 찾아갔다. 택시라는 단서만 가지고 서울 시내를 이 잡듯이 뒤졌다. 가게는 팔아 넘겼고, 사채를 썼다. 범인을 잡기 위해 몸을 키웠다. 싸움을 배웠다. 그리고 드디어 단서의 실마리를 잡았다.
스쿼트를 하는 허벅지의 근육이 꿈틀대며 날뛰고 싶다고 소리 없이 애원했다. 팔을 흔드는 등의 광배근이 폭력을 원하며 꿈틀거렸다. 그는 영화 속 주인공이 부러웠다. 영화는 납치된 딸을 찾는 아버지의 이야기였다. 저 아버지는 구할 딸이 살아있다.
그는 딸이 살아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다. 어딘가로 팔려갔을 지도 모른다.
어느 날부터 그의 귀에서는 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나 추워.”
그의 귓가에서 딸이 속삭인다. 딸은 자신이 이미 죽었다고 알려왔다.
그는 믿지 않으려 했다. 세상 어느 부모도 실종된 자식이 죽었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없다.
“아빠,” 딸은 속삭였다. “나 아파. 아빠, 나 무서워. 아빠, 어디 있어? 아빠. 아빠. 아빠. 그 놈을 죽여줘. 그놈이 날 죽였어.” 딸은 끊임없이 속삭였다. 딸은 자신이 죽었다며 복수를 부탁해왔다.
그는 언제나 딸에게 대답했다. “조금만 기다려, 아빠가 갈게. 넌 아직 안 죽었어. 넌 살아있어.”
그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딸이 아직 살아있고,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믿었다. 세상 모두가 딸이 죽었다고 해도, 그는 믿지 않았다.
영화가 끝났다. 주인공은 딸을 구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는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생각했다. 인생에는 특수효과도, 편집도, 되감기도, 재촬영도, 해피엔딩도 없다. 자기 힘으로 해내야만 한다.
옷을 입고 드라이버를 양말에 집어넣는 와중에 전화가 왔다. 최계문이었다.
“사장님, 좋은 소식입니다.” 최계문은 조사장의 병문안을 가겠다는 택시 기사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다. “아무래도 수상한 차림새였다고 하더라고요. 어쩌면 연관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불량해 보이고 나잇값을 못하고 있었데요. 노란 염색에 금니에 노란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사장이 아무래도 거길 눈치 챈 것 같습니다. 바로 옮기셔야 할 것 같아요. 다른 은신처를 바로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그는 전화를 끊고, 스테로이드와 각성제를 사용한 뒤, 가방을 맸다. 몸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좁은 곳에 갇혀 있으면 불리하다.
그는 밖으로 나왔다. 객실마다 영화를 보며 서로의 몸을 더듬는 커플들이 가득했다. 잠을 자는 사람도 있었다.
사장에게 인사한 뒤 가게 밖으로 나갔다. 가게는 3층에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던 그는 밑에서 누군가가 올라오는 소리를 들었다.
적.
그는 곧바로 긴 드라이버를 꺼내 한손에 쥐었다. 연달아 던질 준비를 했다. 나이프도 꺼내 날을 뽑았다. 계단 위로 올라간 그는 적들이 DVD방의 문 앞까지 오기를 기다리며 매복했다.
적이 나타났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 둘이 DVD방의 문을 열려고 손을 뻗었다.
비명.
일자 드라이버가 손등을 관통했다.
놀라서 주변을 살피는 조직 폭력배 둘에게 일자 드라이버와 나이프가 날아와 꽂혔다.
계단을 뛰어내린 김청수가 난간을 잡은 채로 둘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진 두 사람이 뒤엉켜 버둥거렸다.
도약.
일어나려는 조직 폭력배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공중에 뛰어오른 그가 무릎으로 둘의 몸을 내리찍었다. 두 사람의 흉곽이 동시에 내려앉았고 부러진 갈비뼈가 장기를 찔렀다.
절규.
놀란 DVD방 사장이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등에 단단히 조여 맨 가방을 푼 그가 만 원짜리 지폐 한 덩이를 꺼내 사장에게 던졌다. “미안합니다.”
당황해 머뭇거리던 사장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는 사이, 그는 일자 드라이버와 나이프를 회수해 피를 닦았다.
계단을 내려간 그는 최계문에게 전화를 걸면서 택시를 잡으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습격당했어. 일단 그리로 가지. 혹시 모르니까, 이 대포폰 위치추적 시켜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는 그의 앞에 택시가 멈춰 섰다. 선팅이 심하게 되어있었다. 그는 조수석 창문을 두들겨 창문을 내리라고 신호했다.
창문이 내려갔다.
택시기사의 머리카락은 염색한 금발이었다.
그의 직감이 꿈틀거렸다.
“안전벨트 매 주세요.” 택시기사가 말했다.
그는 요구에 따랐다. 가방을 벗어 옆에 두고 안전벨트를 맸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하고 묻는 택시기사에게, 그는 최계문의 흥신소 사무실 주소를 불러주었다.
“거기 흥신소 아닙니까?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봅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무시하며 최계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최계문이 말했다.
“하고 있나?”
“예? 아, 예. 위치추적 하고 있습니다.”
“전에 말한 그 건 말이야. 오천만원. 그거 준비 다 되었으니까, 받아가.”
“찾았습니까?”
“음.”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음.”
그는 전화를 끊고, 점퍼 안주머니에 넣었다. 양말에 넣어 둔 일자드라이버를 피부로 느꼈다. 팔을 살짝 움직여 주머니의 나이프와 벨트 사이에 끼어 둔 짧은 드라이버도 확인했다. 그는 준비가 되었다.
택시기사——노란 남자는 의도적으로 자신을 무시하는 그의 태도에 화가 나 보였다. 상상한 대로의 남자였다. 자기 멋대로 상황을 휘두르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는 놈. 그가 파악한 범인상에 딱 맞았다.
잡았다.
자동차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다. 흥신소로 가려면 오른쪽으로 가야하는데, 택시는 왼쪽으로 들어갔다.
놈은 딸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
그의 광기가 속삭였다.
아빠, 추워.
기다려, 아빠가 갈게.
11.
택시가 갑자기 가속을 시작했다.
그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알아서가 아니다. 이미 각오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수장에 묵었었죠?” 노란 남자가 말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봤어요. 건달들 두들겨 패는 거. 운동하셨나봅니다? 몸이 장난이 아니네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뭐 하시는 분입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건달은 아니신 거 같은데.”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람이 말을 걸면 대답을 하는 게 인지상정 아닙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택시가 속도를 더했다.
노란 남자가 천장의 스위치를 눌렀다. 금속음과 함께 안전벨트와 차문의 잠금장치가 작동했다. 그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야.”
그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노란 남자를 백미러를 통해 노려보기만 했다.
“사람이 물으면 대답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침묵.
택시가 속도를 더했다.
“이 개새끼가, 사람을 무시하나.” 화가 난 노란 남자는 주먹으로 핸들을 내리쳤다. “야! 내 말 안 들리냐고! 어? 씨발 놈이, 입 안 열어? 어!”
침묵.
택시가 속도를 더했다.
“무시한다 이거지? 응? 그렇게 세다 이거지?”
택시가 속도를 더했다.
“나 같은 새끼 말은 무시한다 이거지! 응? 이 개새끼야! 네가 그렇게 센 줄 알아?”
택시가 속도를 더했다.
“좆까, 씨발. 내가 더 세. 너 같은 새끼 대가리 깨서 죽여 버려, 알아? 이 새끼야?”
침묵.
택시가 속도를 더했다.
“뒤져, 새끼야!”
브레이크를 밟으며, 천장의 스위치를 눌렀다.
잠금장치가 해제됐다.
그의 몸이 튕겨나갔다.
��� 손이 자동차의 앞좌석을 붙잡았다. 손에 딱딱한 금속이 잡혔다. 그는 그 순간 이 노란 남자의 수법을 바로 파악했다.
택시가 멈췄다.
노란 남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뒷좌석에 널브러져있었다.
“씨발 놈이, 진작 알아서 기었어야지.” 노란 남자가 흥분으로 떨리는 손으로 핸들을 꺾었다. “넌 오늘 뒤졌다, 새끼야.”
택시가 야산으로 향했다.
그는 몰래 주머니에서 나이프와 짧은 드라이버를 꺼내 뒷좌석으로 던졌다.
그가 뿌린 미끼를 노란 남자가 물었다. 이제는 구석으로 몰아넣는 것 만 남았다. 흥분으로 몸이 떨려왔다.
그는 이를 악 다물었다. 망쳐서는 안 된다. 참아라. 죽은 시체처럼 얌전히. 조용히. 숨조차 쉬면 안 된다. 저 개새끼가 이겼다고 생각하게 만들자. 시체처럼.
이제 곧 저 개새끼가 시체가 될 것이다.
그리고 딸을 만난다.
어디 있어, 아빠. 나 무서워.
아빠가 금방 갈게, 기다려.
금방 갈게.
***
야산의 묘지 앞에 택시가 섰다. 묵직한 산바람이 봉분을 스치고 지나가고 있었고 달빛으로 밝았다.
노란 남자는 택시에서 내려 뒷자리의 문을 열었다. 나이프와 드라이버가 떨어져 있었다. 무기가 분명했다. 모두 챙겨들고, 안주머니에서 핸드폰을 뺏었다.
핸드폰도 드라이버도 나이프도 모두 숲속으로 던졌다. 놈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트렁크로 향했다.
노란 남자는 언제나 하던 데로 돗자리를 깔고 끈으로 묶고 마음껏 때리고 먹어치운 다음 숨통을 끊어놓을 생각이었다. 삽을 꺼낼 때 까지만 해도 그 생각에 몸이 떨려왔다. 발기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사정할 수 있다. 마음껏 싸지를 수 있다.
***
그는 택시에서 튀어나가 등을 보이고 있는 택시기사에게 돌진했다.
비명.
기다란 일자 드라이버가 신장을 찔렀다. 그가 온몸의 체중을 이용해 쑤셔 넣은 것이다.
비명을 지르면서도 노란 남자가 삽을 휘두르며 반격했다.
뒤로 물러나 피하다 이마에 격통을 느꼈다. 삽날에 맞은 것이다. 피가 뺨을 타고 흘렀다. 충격으로 일자 드라이버를 놓쳤다.
삽을 휘두르며 달려들려는 노란 남자가 신장의 통증을 느끼고 주저앉았다.
그가 달려들었다.
노란 남자가 삽을 내질렀다.
배를 얻어맞은 그가 나가떨어졌다.
삽을 지팡이삼아 일어난 노란 남자가 삽을 들고 달려들었다.
그가 삽에 맞았다. 삽날의 예리한 부분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관자놀이를 쇳덩이로 맞았다. 머리가 어질해졌다.
필사적으로 몸을 굴렸다.
거리를 둬야 한다.
몸을 일으킨 그의 두 손은 비어있었다. 드라이버를 꺼내지 못했다. 아직 남겨둬야 한다. 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
“이 개새끼…….” 노란 남자가 말했다.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하는 지 알아? 다 네 놈 때문이야.” 노란 남자가 삽을 쳐들며 달려들었다. “너 때문이라고, 개새끼야!”
두 손을 권투선수처럼 올리고 공격을 피하는 그의 몸에 삽이 달려들었다. 둔탁하게 쇠가 울리는 소리가 연달아 퍼졌다. 세 방. 네 방. 다섯 방. 그는 견뎠다. 계속해서 뒤로 물러섰다.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뒤로 돌아서서 달리는 방법은 취할 수 없었다. 뒤통수를 맞으면 정말로 끝장이다.
그는 뒤로 물러서다 울퉁불퉁한 바닥에 걸려 넘어졌다.
“죽어, 이 새끼야!” 노란 남자가 달려들었다.
몸을 굴리며 일어난 그는 양말에서 드라이버를 뽑아 언더스로로 던졌다. 오버스로보다 힘을 받지 못하지만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비명.
허벅지에 일자드라이버가 박혔다.
삽을 떨어뜨릴 정도로 노란 남자가 괴로워했다.
웅크린 채로 단거리 육상선수의 스타트처럼 달려든 그가 도약했다. 슬라이딩을 하듯, 그가 프로레슬링 선수의 드롭킥처럼 무릎을 향해 두 발을 뻗었다.
충격.
일자 드라이버가 허벅지 중심의 뼈를 찔렀다.
노란 남자가 쓰러졌다.
그는 몸을 굴리며 일어나, 바닥을 구르는 노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씨발——” 노란 남자가 허벅지에 박힌 드라이버를 뽑으려 했다.
“드라이버 뽑으면 네 손해다.” 그가 말했다.
이마의 피가 얼굴을 뒤덮은 그는 지쳐서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내쉬었다. 피가 거미줄처럼 얼굴에 들러붙어,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옆에 널브러진 삽을 주워들었다.
그는 삽을 내리쳤다.
삽날의 넓적한 부분으로 노란 남자를 내리쳤다. 등. 팔. 다리. 허벅지. 배. 가리지 않았다. 기계적이고 정확한 동작이었다.
두 방. 셋 방. 네 방. 다섯 방. 여섯 방. 구타는 멈추지 않았다. 철저하지만, 계산된 폭력이었다. 죽을 만큼은 아니었다. 그는 아직 알고 싶은 게 남았기 때문이다.
폭력이 멈추었다.
노란 남자를 장식하고 있는 모든 금색이 피에 젖어 더없이 천박해 보였다. 침과 피로 번들거리는 금니도 마찬가지였다. 침을 뱉으며 욕하고 비명 지르고 웃었다.
“말해.” 그가 말했다.
“뭘?” 노란 남자가 말했다. “씨발. 씨바알…….”
“어디 있어?”
“누구?”
“내 딸.”
“딸?”
그는 딸의 이름을 말했다. “어디 있어?”
“좆까,” 노란 남자는 다시 한 번 침을 뱉었다. “알려주면 얼마 줄 건데?” 그는 천박하게 웃다가 아까 전에 찔린 등 뒤의 신장 언저리를 붙잡고 신음을 토했다. 상처를 누를 때 마다 손가락 사이로 피가 배어나왔다.
“얼마를 줄면 알려줄 거지?”
“그건 나도 모르지.”
“농담하지 마. 어디 있어?”
“어머니 무덤 앞에서 너무하는 거 아니야?” 노란 남자는 봉분을 쓰다듬었다. “죄송해요.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이 씨발 좆같은 새끼야, 자식이 쳐 맞는데 누워 자빠졌냐?”
“이쪽은 지금 농담할 기분이 아니야.”
“세상 그렇게 빡빡하게 살아 되겄어? 설렁설렁 하고 싶은 거 즐기며 살아야지.”
“내 딸 어디 있어?” 그는 잠바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딸의 사진을 내보였다. “이 애는 지금 어디 있어? 말해!”
멱살을 잡아 흔들면서도 그는 노란 남자의 눈동자의 변화를 살폈다. 만일 눈동자가 오른쪽 위로 올라갔다면 시각 정보를 꾸며낸 것이고 왼쪽 아래로 움직였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사진을 보는 순간 노란 남자의 눈동자는 왼쪽 위로 움직였다.
전에 본 시각적인 기억을 떠올렸다는 의미였다.
그의 예상이 맞았다. 이 개새끼는 딸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데? 몇 살이야?”
하고 노란 남자가 시치미를 떼자, 그가 삽을 휘둘렀다. 삽날의 평평한 부분으로 옆통수를 맞은 노란 남자가 신음소리와 비명을 질렀다.
“내 딸 어디 있어?”
“씨발!”
“어디 있어!”
“아파 뒤지겠네.” 노란 남자가 허공에 손가락질 했다. 어디를 말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저씨 딸 저기 있잖아. 데려 가.”
그가 삽을 휘둘렀다.
삽날의 쇠가 울리는 소리와 두개골에서 나는 둔탁한 뼈소리, 그리고 욕설과 신음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그 때마다 그는 딸이 어디 있는지 말하라고 소리 질렀다.
몽둥이질이 멈췄다.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가 이마를 붙잡았다. 출혈과다에 갑작스럽게 움직여서 어지러워진 것이다.
“씨발,” 노란 남자가 텅 빈 눈동자로 그를 노려보았다. “달밤에 체조도 아니고 삽질하고 앉았네.” 노란 남자가 낄낄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저씨, 아저씨도 인생 참 힘들게 산다. 살살 달래도 알려줄까 말까인데 줘 팬다고 알려줄 거 같냐? 응? 이 또라이 새끼야! 생각 좀 하고 살아라!”
“말해!”
“이런다고 알려주겠냐? 너 같으면? 응? 평생 해 봐! 내가 부나. 내 목 조르는 짓을 내가 왜 하냐? 평생 허공에 헛좆질 해 보쇼. 구천을 떠도는 딸내미 만나나 해 보라고!”
그는 침묵했다. 이를 악다물어 턱의 근육이 꿈틀거렸다.
“아, 나야 헛좆질 안하지. 그럼,” 노란 남자가 말했다. “당신 딸내미 씹맛 제대로 보면서 좆질 했었어. 맞아. 나 당신 딸내미 알아. 아저씬 딸 씹 안 먹어봤지?”
그가 삽의 날을 세워 도끼처럼 내리찍었다.
비명.
노란 남자의 왼손가락이 잘려나갔다. “손가락! 씨발, 내 손가락——”
그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영화 좋아하나?”
“인생이…… 워낙 영화 같으셔서…… 안 쳐보신다, 씨발아…….” 쇼크로 몸을 떨면서 노란 남자가 말했다.
“인생에는 특수효과라는 게 없지.” 그가 등을 돌렸다. “편집도. 되감기. 재촬영도, 해피엔딩도 없어.”
“뭐라는 거야, 또라이 새끼야!” 노란 남자가 왼손을 들어 첫째 마디가 날아간 중지를 세워보였다. 피가 손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좆이나 까 잡숴!”
그는 삽을 지렛대 삼아 주변에 있는 커다란 돌을 굴리며 다가왔다. 무덤가 앞에 놓인, 성묘 때 음식을 올리거나 쓰는 상돌(床石)이었다.
본래 장방형으로 깎아놓았을 화강암은 세월에 마모되어 거칠고 투박하게 변했지만 무게는 여전했다. 삽날을 바닥에 쑤셔 넣고 온 체중을 실어 삽을 밀어내 겨우 앞으로 굴렸다.
상돌의 세로로 길쭉한 쪽으로 삽날을 쑤셔 넣은 그가 발로 삽을 밟아 공간을 만들고, 두 손을 넣어 일으켰다. 비석처럼 일어선 상돌의 모서리가 풍화되어 제대로 서지 못하자, 그가 손으로 직접 붙잡아 바닥의 빈 공간에 발로 흙을 채워 넣어 겨우 세웠다.
노란 염색머리를 움켜주고 질질 끌고, 그는 상돌의 바로 아래까지 노란 남자를 끌고 왔다. 저항하는 노란 남자를 무시한 채 상돌의 바로 아래에 두었다.
“당신 딸 찾아서 어쩌려고,” 머리를 붙잡힌 채로 노란 남자가 말했다. “이미 썩어서 뼉다구만 남았을 텐데 찾아서 어쩌려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할 거 아냐!”
“내 딸은 살아있어.”
“내가 따먹고 죽였다고!”
그가 상돌의 꼭대기를 잡아끌었다.
부채꼴로 쓰러지는 상돌이 작두날처럼 노란 남자의 무릎을 내리찍었다.
비명.
상돌에 깔린 다리의 근육이 경련을 일으켰다. 상돌 밖으로 삐져나온 정강이와 발끝이 기묘한 각도로 서로 등을 돌리며 구부러져 하늘을 향했다.
“이씨발개새끼야으아아아——”
“말 했지? 인생에는 특수효과가 없다고.”
“씨발…… 또라이 새끼,” 입가에 거품을 물고 노란 남자가 말했다. “너나…… 나나…… 똑같은 개새끼야, 새끼야! 너도…… 즐기고 있는 거라고…… 너도…… 괴물이야…… 이 새끼야!”
“어디 있어.”
“네 딸년…… 죽을 때 까지 좋아서…… 아빠, 아빠, 하고 찾더라……. 내가 그년…… 목 조르고 박아주니까…… 좋아서…… 죽더라고. 그래서…… 그냥 죽여…… 버렸어.” 노란 남자가 비웃었다. “목을 콱…… 졸라서 죽여…… 버렸어…….”
“내 딸은 살아있어.”
김청수가 또 다시 삽을 휘둘렀다.
비명.
노란 남자의 오른손의 손가락이 날아갔다.
그는 허벅지의 드라이버를 뽑았다.
또 다시, 비명.
작게 뚫린 동그란 상처에서 피가 왈칵 쏟아졌다.
드라이버로 허벅지를 난도질했다.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이 완전히 폭발했다. 폭력에 취한 그는 폭력을 멈출 수 없었다. 허벅지가 벌집처럼 엉망이 될 때 까지 그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말해!”
그는 찔렀다.
“말해!”
그는 찔렀다.
“말해!”
그는 찔렀다.
“말해!”
“죽었다니까!”
드라이버를 내던지고 주먹질을 했다. 말 타듯 노란 남자 위로 올라탄 그가 닥치는 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관절의 피부가 벗겨져 피가 나고 손가락뼈에 금이 갈 정도인데도 멈추지 않았다. 마음이 완전히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뼈가 내려앉고 눈이 부어오르는 이 개새끼를 내려다보자, 그동안의 모든 감정이 폭발했다. 가슴 속의 울분을 날려버렸다. 뇌가 폭발하는 것 같은 쾌감. 그 어떤 행위보다 감미로운 폭력.
그가 몸을 일으켰다. 이마를 훔쳐보니 땀에 뒤섞인 피가 흥건히 묻어났다. 숨이 거칠다. 폐가 터져버릴 것 같다.
“말해.” 헐떡이는 숨을 진정시키며, 그가 말했다.
“네 딸…… 은…… 죽었……어…….”
“아니야!”
그는 택시로 향했다. 가방에서 각성제를 꺼내왔다.
“이래도 안부는 지 보자.”
“이 미친 새끼…… 넌 딸 핑계대고…… 날 줘 패는…… 걸…… 즐기는…… 거야…… 너나 나나…… 짐승이야……. 흐히히…… 짐승이라고…….”
그는 각성제를 노란 남자에게 주사했다. “사람이 뽕을 맞으면 감각이 예민해지지. 바람에 사각거리는 자기 머리카락 소리까지 거슬리게 되거든.” 그는 두변에 있는 단단한 돌을 주어들고, 노란 남자의 머리를 휘어잡아 뒤로 획, 젖혔다. “그리고 사람 이빨은 다른 어디보다 신경이 예민하지.”
“하…… 하지 마……, 제발…….”
“그래, 빌어. 내 딸한테 한 것처럼 너도 빌어. 그런다고 내가 멈출 거라 생각하지 마라.”
그가 돌을 내리쳤다.
불길한 소리가 울렸다.
입 안 가득 피가 차 오른 노란 남자가 기침을 쿨럭였다. 기도로 피가 넘어가려 했다.
돌을 계속해서 내리쳤다.
이가 부러졌다. 어떤 이는 잇몸 속 뿌리까지 뽑혀 나왔다.
위아래의 앞니 여덟 개가 완전히 빠져 구멍이 뚫린 잇몸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고, 조각난 이가 뒤섞여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멈추지 않고 양쪽 볼을 돌로 내리쳤다.
어금니가 깨졌다.
깨진 조각이 목 너머로 넘어가 식도를 손상시켰다.
그는 머리카락을 내던지듯 놓고, 배를 걷어찼다. 노란 남자가 격렬하게 기침하며 이빨 조각을 토했다.
“꺼져, 개새끼야……,” 노란 남자가 말했다. “꺼져……. 이 짐승 같은 새끼…….” 이가 없어 발음이 부정확했다.
그는 팔을 비틀어 올려, 조사장에게 했듯 주먹을 내리쳤다. 팔이 부러졌다. 다른 팔도 마찬가지로 부러뜨렸다. 팔이 흐느적거리게 되어도 노란 남자는 계속해서 반행했다.
“죽을 때…… 까지…… 딸 얼굴…… 못 볼 줄——으아아아아악——”
그의 두 주먹이 노란 남자의 쇄골을 동시에 박살냈다. 이제 노란 남자는 두 팔을 들어 올리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말할게! 말할…… 게……. 그러니…… 그만……해……. 제발…….”
“아니.” 그는 삽을 주어 들었다. “거짓말을 할 생각이지? 나를 다른 데로 보내고 그 사이 도망칠 생각이잖아. 그렇지?”
“아니야. 아니야……, 그러니 제발——” 노란 남자가 목 안에 들어찬 피를 울걱거리며 애원하다, 비명을 질렀다.
그가 삽날로 갈비뼈를 내리쳤다. 갈비뼈가 조각이 나 흉곽이 내려앉을 때 까지 삽을 내리쳤다.
“내 딸 어디 있어.” 그가 말했다.
“죽었다니……까…….”
“내 딸은 살아있어!” 그가 삽끝으로 가랑이 사이를 내리쳤다.
비명.
그는 삽을 내던지고 노란 남자의 성기를 짓밟았다. 고환이 터지고 해면체가 짓이겨져도 멈추지 않았다. 충격으로 정액이 새어 나왔다. 그래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여기…… 아래……,”
하고 무덤을 가리킨 노란 남자가 눈을 까뒤집고 기절했다.
“아니야.” 그가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절규.
무덤을 발로 차고, 주먹으로 두들기며 그는 울부짖었다. 바닥을 뒹굴며 그는 울부짖었다. 삽을 주어들고 기절한 노란 남자의 목으로 삽을 쳐 박으려 했다.
침묵.
그는 삽으로 봉분을 파헤쳤다.
한참동안 봉분을 무너뜨린 그는 바닥을 파내려갔다. 삽질을 하는 내내 아니야, 아니야, 하고 중얼거렸다.
하얀 물체가 보였다. 노란 물체가 보였다. 뼈와 썩어가는 시체가 가득했다.
“아니야.” 그는 뼈와 시체를 뒤적였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
침묵.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두 손에 잡힌 뼈.
매일 밤 꿈에서 봤던 그 옷.
뼈가 그 옷을 입고 있었다.
오열.
절규.
신음.
비명.
삼년 분의 감정이 모두 쏟아져 나왔다. 그는 울었다. 온 몸으로 울었다. 억지로 만들어왔던 근육도, 각성제에 중독된 뇌도, 울부짖었다.
“아빠 왔어, 유리야…… 일어나봐……. 아빠 왔어……. 유리야…….”
유리는 대답이 없었다.
그녀가 입었던 옷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썩어 해진 옷감 사이로 눈물이 스며들어갔다.
그는 딸의 뼈를 안고 일어섰다.
노란 남자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너를 죽이지는 않을 거다.” 그가 말했다. “내 딸이 살고 싶어서 몸부림 칠 때 그걸 보고 즐긴 네 놈이 그리 쉽게 죽도록 놔두지 않을 거다. 살고 싶다고, 움직이고 싶다고, 내 마음대로 살고 싶다고 죽을 때 까지 나를 저주하게 만들 거다. 살고 싶어서 발악해라. 그게 네 놈에게 남은 마지막 속죄다.”
목을 비틀었다.
불길한 소리를 내며 경추가 부러졌다.
“그리고 살고 싶다는 소리도 내지 못하게 만들어주마.” 그는 힘없이 너덜거리는 그의 턱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혀를 잡아 뽑았다. “네놈에겐 과분한 일이니까. 원하는 게 있어도 말하지 못하게 될 거다. 유리가 그랬듯이.”
그는 혀를 쥐어뜯었다.
그는 그 혀를 씹어 삼켰다. 그리고 딸을 품에 안고 울었다. 하염없이 울었다.
얼마 뒤, 자동차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다가왔다.
“사장님…….”
최계문이었다.
“괜찮으십니까?”
“……구급차 불러. 그리고 경찰에 신고해.”
“네?”
“저 놈이 죽게 내버려둬선 안 돼.”
최계문은 그의 말에 따랐다.
구급차가 도착한 것은 한 시간 뒤의 일이었다.
<끝>
제1고:
2014년 4월 22일 화요일 오후 12시~4월 29일 화요일 오후 6시.
분량 200 X 290매 = 49300자. 11900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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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등 뒤에 서 있는 그들은? 망자들이 깨어난다 #books #歩く亡者 #걷는 망자
당신의 등 뒤에 서 있는 그들은? 망자들이 깨어난다 #books #歩く亡者 #걷는 망자
『 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 🕵️♂️ 🌑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歩く亡者 怪民研に於ける記録と推理
✒️ 미쓰다 신조 미스터리 작가이자 호러 작가. 본격 미스터리와 민속학의 괴담을 결합한 독특한 작풍으로 호평받고 있으며,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열광적인 마니아층을 형성한 일본 미스터리 대표 작가로 손꼽힌다. 📝김은모(옮긴이)
📚목차 제1화 걷는 망자💀 제2화 다가오는 머리 없는 여자👻 제3화 배를 가르는 호귀와 작아지는 두꺼비집🦊 제4화 봉인지가 붙여진 방의 자시키 할멈👵 제5화 서 있는 쿠치바온나💋
😱《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는 일본의 대표적인 호러 미스터리 작가 미쓰다 신조의 새로운 시리즈로, 민속학적 요소와 본격적인 미스터리를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입니다. 미쓰다 신조는 이미 수많은 작품을 통해 호러와 미스터리의 경계를 허물며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왔는데, 이번 시리즈에서도 그 특유의 서늘한 공포와 치밀한 추리가 돋보입니다.
😱책은 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적이면서도 공통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야기들이 전개되는 배경이 되는 ‘괴이 민속학 연구실(괴민연)’은 미쓰다 신조의 다른 작품들, 특히 '도조 겐야 시리즈'와 깊은 연관을 가지며, 그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걷는 망자'는 마을에서 목격된 기이한 존재를 다루며, 서늘한 분위기 속에서 이질적인 시공간과 민속학적인 공포와 추리가 교차합니다. 이후의 이야기들도 각각 ‘머리 없는 여자’, ‘배를 가르는 호귀’, ‘봉인지가 붙여진 방’, ‘쿠치바온나’와 같은 기괴한 존재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미쓰다 신조의 특기는 단순한 공포에 머물지 않고, 그 공포 속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추리의 재미를 놓치지 않고.독자들을 섬뜩하게 만드는 동시에 논리적인 수수께끼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구성은 독자들에게 호러와 미스터리의 두 가지 장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책은, 무더운 한 여름밤의 읽을거리로 손색이 없습니다.
📖 펴낸곳 ㅣ 디앤씨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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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로스미디어 장르소설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온라인 서점을 찾아주세요. 소개내용은 엽기부족 님의@포스팅에서 인용했습니다. @lack_of_yubki 1. #18시의음악욕 - 운노주자 - 일본 SF계의 아버지, 여태껏 일본 SF는 '호시신이치'나 '츠츠이 야스타카'만 알고 있었는데 이 작품으로 #운노주자 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일본 특유의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SF단편집 2. #동그라미 - 츠지무라 미즈키 - 감성적 추리소설가 #츠지무라미즈키 의 감성공포 단편집. 임신과 출산등 여성이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일상속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3. #전기인간 - #요미사카유지 - 국내에서 이 작품이 출간된것 만으로도 기적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반전과 실험성이 돋보이는 SF추리 명작!! 전기인간이라고 부르면 나타나는.... 4. #스파이크 - #마츠오유미 - 거리에서 우연히 누군가와 부딪히고....세계가 변했다..... 말하는 과묵 비글 스파이크와 함께 평행우주속 이상형 찾아 삼만리...연애미스터리SF물 5. #악마의문장 - #에도가와란포 - 김전일, 코난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란포의 명탐정 아케치 코고로 시리즈... 괴기와 환상이 뒤섞인 탐정 추리물. '범인은 이안에 있다!!!'라는 지금의 일본 탐정 추리물의 기틀을 마련한 탐정물. 신출귀몰한 삼중소용돌이 지문을 가진 범인의 정체는 누구일까?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장르소설 #sf소설 #공포소설 #추리소설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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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t @lack_of_yubki (@get_repost) ・・・ #아프로스미디어 컬렉션 추리,SF,공포를 아우르는 장르문학 명가 아프로스미디어 출판사의 컬렉션! 1. #18시의음악욕 - 운노주자 - 일본 SF계의 아버지, 여태껏 일본 SF는 '호시신이치'나 '츠츠이 야스타카'만 알고 있었는데 이 작품으로 #운노주자 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일본 특유의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SF단편집 2. #동그라미 - 츠지무라 미즈키 - 감성적 추리소설가 #츠지무라미즈키 의 감성공포 단편집. 임신과 출산등 여성이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일상속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지인에 빌려줘서 사진은 못찍었네...) ..........................................3. #전기인간 - #요미사카유지 - 국내에서 이 작품이 출간된것 만으로도 기적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반전과 실험성이 돋보이는 SF추리 명작!! 전기인간이라고 부르면 어디서든 나타나는 전기인간!! ....................................................................................4. #스파이크 - #마츠오유미 - 거리에서 우연히 누군가와 부딪히고....세계가 변했다..... 말하는 과묵 비글 스파이크와 함께 평행우주속 이상형 찾아 삼만리...연애미스터리SF물 5. #악마의문장 - #에도가와란포 - 김전일, 코난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란포의 명탐정 아케치 코고로 시리즈... 괴기와 환상이 뒤섞인 탐정 추리물. '범인은 이안에 있다!!!'라는 지금의 일본 탐정 추리물의 기틀을 마련한 탐정물. 신출귀몰한 삼중소용돌이 지문을 가진 범인의 정체는 누구일까?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장르소설 #sf소설 #공포소설 #추리소설 #미스터리 #주자덕
#츠지무라미즈키#18시의음악욕#요미사카유지#아프로스미디어#공포소설#북스타그램#장르소설#repost#추리소설#주자덕#스파이크#sf소설#동그라미#에도가와란포#전기인간#마츠오유미#책스타그램#운노주자#악마의문장#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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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기 종교 미스터리추천「서원에 드리우는 공포」
괴기 종교 미스터리추천「서원에 드리우는 공포」
[서원에 드리우는 공포] 아우터사이더 지음/ 엔블록 2017.06.26 펴냄/ISBN 9791156322016/미스터리/정가 2000원 국립중앙박물관 사서관장으로 제직 중인 ‘나’는 충남 홍주 가야 서원의 서재고인 문장각 자료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주 특별한 서적 한 권을 발견한다. 유학 장서들을 보관, 수집 장소에서 불도의 승려일지가 발견됨에 의문을 품은 ‘나’는 책의 낯선 음역에 비교종교학 전공 제자 중 고대 범어와 음성계보학 연구에 재능을 지닌 김동율 제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김동율 또한 그 책에 강렬한 흥미를 느끼지만 번역하던 도중 의문의 죽음을 맞고 만다. 그리고 ‘나’는 그가 진행하던 범어 번역본을 확인하던 중, 낯선 이국의 서책 원본을 최초로 접하게 된 조선시대 서원의 유생 김이듭과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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