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반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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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서장훈 충격 고백 "1년에 50번씩 태반주사 맞았다." 그 이유는?
방송인 서장훈 충격 고백 “1년에 50번씩 태반주사 맞았다.” 그 이유는?
▼사진출처: MBC ‘닥터고’ 캡처 http://postshare.co.kr/wp/wp-content/themes/viralnova/js/ad_postmiddle_text.js 농구선수 출신인 방송인 서장훈 씨가 선수 시절에는 태반주사를 1년에 50번씩 맞았다고 고백했다. 지난 5일 방송된 MBC ‘닥터고‘에서 MC를 맡은 서장훈 씨는 박 대통령이 맞은 비용 주사의 효과에 관해 이야기하던 중 농구선수 시절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http://postshare.co.kr/wp/wp-content/themes/viralnova/js/ad_google.js 그는 “선수 시절에는 체력 유지가 중요하다. 갖은 방법을 쓰다 결국에는 1년에 50번씩 태반주사를 맞기도했다.”고 말했다. 방송에 함께 출연했던 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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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콤헥사주사 맞으면 정말 피로가 싹 풀릴까? 태반주사 효능과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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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팅
밖을 나설 때면 선은 안경으로 파리한 눈 밑을 숨겼다. 안구를 간신히 덮는 작은 렌즈에는 도수가 없다. 이것은 몰래카메라로 남자의 물건이었다. 선은 걸레질하던 중, 책상 뒤편에서 먼지와 전선 사이에 끼어있는 까맣고 가느다란 다리를 발견했다. 가족이라곤 선과 아빠 둘뿐이었으니 이 낯선 물건은 당연히 그의 것이겠지만 아빠는 중년의 나이치고 꽤 눈이 좋은 편에 속했다. 안경의 목적이 시력 교정만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외양에 전혀 관심이 없는 아빠가 패션을 위해 썼을 리도 없었다. 선은 의아했지만 그것도 잠깐, 안경을 책과 책 사이에 놓아두고 다시 먼지를 닦아내는 데 열중했다. 만 원이면 살 수 있을 법한 플라스틱 뿔테는 그리 중요한 물���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빠는 특별히 무언갈 잃어버린 기색을 비친 적도 없었기 때문에 선은 굳이 물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선이 안경을 꺼내게 된 건 얼마 후의 일이다. 만성적인 불면증으로 인해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다크서클을 가리기 위해서였다. 얼굴에 안경을 걸치니 예민함이 중화되고 무척 평범한 인상이 되었다. 선은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오전 여섯시에 집을 나섰다. 아빠가 P 지역 동사무소로 발령받았기 때문에 3학년에 올라가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기에 두 시간 통학해야 하는 거리로 이사하게 되었다. 전학, 즉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건 입시생에게 오히려 스트레스일 것이라며 아빠는 번거로운 수속 과정을 피했다.
역은 출근과 등교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상향 열차를 타기 위해 선은 그속을 비집고 들어가지만 마른 몸은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그때 검은 모직 팔이 선의 얼굴을 가격했고 안경이 바��에 떨어졌다. 선은 줍기 위해 쪼그려 앉았다. 하지만 안경을 찾기는커녕 인파에 넘어지지 않게 버티는 게 최선이었다. 결국 열차를 놓쳤다. 다소 공간의 여유가 생겼을 때쯤에야 일어날 수 있었다. 선은 우두커니 선 채 황망하게 바닥만 내려다봤다. 안경다리가 부러져 있었다. 조심스럽게 안경을 들던 선은 부러진다는 표현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다리는 부러진 게 아니라 원래 구부러질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열린 테 안에는 작은 SD 카드가 들어있었다. 선은 이것이 뉴스에서나 보던 몰래카메라라는 걸 알아챘다. 움찔했지만 금방 평정을 찾았다. 아빠가 추레한 얼굴을 감추기 위해 안경을 쓰는 모습은 좀처럼 상상할 수 없었으니까. 오히려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그와 퍽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선은 ‘안경 카메라’를 검색했다. 수많은 정보가 널려있었다. 의외로 쇼핑몰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사용법은 간단했다. 다리 중간 부분에 동그란 나사처럼 보이던 것은 전원 버튼이었다. 테 끝부분에 나 있는 둥근 구멍에 케이블을 연결하면 충전되었다. 선은 핸드폰이나 컴퓨터 케이블을 모아 넣는 서랍을 열었다. 비슷비슷한 선들이 엉켜있었는데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아빠는 아예 감출 생각 자체를 안 한 것 같았다. 안경을 컴퓨터에 연결하여 충전하는 동안 선은 이 물건을 요리조리 살폈다. 카메라 렌즈는 어디에 있을까. 알과 알을 잇는 테 부분에 있다는 설명을 읽었지만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선은 SD 카드를 노트북에 꽂았다. 폴더 안에는 80분짜리 영상 파일 하나가 들어있었다. 클릭하자 낯익은 풍경이 뿌옇게 재생됐다. 언제 전원이 켜졌었는지 오늘 행적이 고스란히 찍혀있었다. 유달리 큰 바람 소리를 배경으로, 호선을 바꿔 타기 위해 바삐 걷는 사람들, 마을버스를 가득 메운 까만 교복, 구 시가지와 공사판 사이를 가로지르는 등교길, 반짝이는 타일 바닥의 길고 긴 복도, 거기 울리는 슬리퍼의 마찰음과 수다, 수능완성 영어, 학생에게 인권이 어딨냐며 넋두리를 풀어놓는 중년의 남선생, 그리고 어둠. 남은 시간 동안 죽 화면은 캄캄했고 시시때때로 욕설이 끼어 들어왔다. 평범한 광경들이 모니터에서 재현되는 것뿐이었지만 선은 그것들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아빠는 무얼 찍기 위해. 왜 이런 걸 산 것일까. 몇 가지 가설을 세워보던 선이 고개를 저었다. 더 알고 싶지 않다. 진실을 향한 과정은 언제나 힘겹고 역겹기 마련이었다. 끝에 다다라서 상처받는 이는 결국 밝혀내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될 테니까.
커서를 움직여 인터넷을 켰다. 방금 선이 검색한 기록 말고도 보지 못한 방문기록이 쌓여 있었다. 그는 컴퓨터를 사용하면 흔적이 남는다는 걸 알고는 있을까? 한 번도 지운 것을 본 적 없었다. 아빠는 그런 사실을 사소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설령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는 기록을 지우지 않을 지도 모른다. 보톡스, 태반주사, 호텔 화장대… 정치 기사인지 찌라시인지 헷갈릴 정도로 노골적인 키워드의 제목들이 반, 나머지 절반은 온갖 파일공유사이트 주소로 채워져 있었다. 선은 댓글을 찬찬히 읽으면서 이중 아빠가 쓴 것도 있을지 가늠해봤다. 주술이 맞지 않고 무엇을 위한 주장인지 알 수 없게 분노로 가득 찬 몇천 개의 댓글. 아무리 읽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선은 결국 창을 끄고 바탕화면에서 새 폴더를 열었다. 수많은 야동이 버젓이 들어있었다. 장소와 인물은 각각 달랐지만 대부분 비슷한 플롯이다. 선은 그중 한 영상을 틀었다. 반라의 남자가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책상에 놓인 티슈 곽을 만지작거린다. 늘어진 뱃살과 북슬거리는 음모가 허벅지까지 이어진 것 같다. 침대에 누워있던 여자는 뭐하냐며 얼른 오라고 그를 채근한다. 샛노란 해바라기 벽지 아래에서 얼굴이 잘린 몸들이 합쳐진다. 살과 살이 강하게 부딪히는 소리, 쥐어짜는 신음, 가명인지 실명인지 알 수 없는 이름이 뒤섞였다. 사정은 빨랐다. 콘돔 끼라고 했잖아. 불편한데. 선은 영상을 끄고 봤다는 흔적을 전부 지웠다.
선은 안경을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매일 안경을 쓰고 나와 학교와 집을 오가는 동안의 모든 행적을 담아왔다. 매일 밤 한 번도 스킵하지 않으며 자신이 찍은 동영상을 시청했다. 불면의 밤을 버티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하품이 나올 정도로 지루한 평범함이었지만 선에게 안정을 주었다. 다 본 영상들은 지웠다. 자신은 아빠와 다르다고 되뇌면서. 충전을 마친 안경은 두 번째 서랍에 넣었다. 어디에 두더라도 살림에 관심 없는 아빠는 절대 안경을 찾지 못하겠지만, 선은 그에게 자신이 안경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고교 평준화가 시행된 후 선이 다니는 인문계 고등학교는 다들 기피하는 학교가 되었다. 과거에는 엄격한 규율로 유명한 만큼 진학률이 높았었다. 선생들은 70년의 전통을 자랑스러워했었다. 하지만 이제 자산이 될 학생들은 외고나 과고로 빠졌고, 대부분은 집이 가깝거나 뺑뺑이로 원치 않아 오게 된 부류로 채워졌다. 그들에게 애교심은 없었다. 수능을 준비하지 않는 학생들이 한 반에 반이 넘었다. 예체능이라 자처하는 이들의 종류는 다양했고 당장 취업을 위해 직업학교를 병행하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는 학생도 상당수였다. 하지만 학교는 이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과거의 영광이 빛바랜 것을 슬퍼했고 그만큼 그들을 비난했다. 집중하는 학생들이 줄어드니 수업의 질은 점점 떨어졌다. 공부한다는 학생은 개인 숙제를 했고 그렇지 않은 부류는 잠을 잤다. 이제는 매를 들 수 없게 된, 막 갱년기에 진입한 남선생은 학생 인권 조례는 너희들에게 사치라며 대신 교탁을 내리쳤다.
선은 0교시부터 7교시 내내 잤다. 책상에 이마만 처박은 채 꿈도 꾸지 않고 숙면했다. 처음에는 화를 내며 깨우던 선생들도 포기했다. 선은 집에서는 잠을 자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눈꺼풀 아래에서 기생충 같은 것이 꼬물거렸다. 근질거리는 몸을 꾹 참고 선잠이 들면 악몽이 시작됐다. 플라나리아가 선을 향해 달려들었다. 기어오르는 그것을 손톱으로 눌러 죽이면 두 마리가 되었다. 증식만이 삶의 목적인 것 같은 그것은 절대로 죽지 않았다. 선은 선생은 물론 학생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평판이 좋지 않은 것을 알았지만 잠은 불가항력적인 영역이었다.
대부분 7교시가 끝나면 하교했지만 선은 야간자율학습까지 남았다. 그나마 ‘덜 쓰레기’ 취급을 받을 수 있던 이유였다. 성적은 중위권 정도로 이변이 없다면 충청권 대학 중 한 곳에 가게 될 것이다.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을 정도면 충분했기 때문에 선은 힘들이지 않으며 최선을 다했다.
야자를 끝낸 후, 술 취한 아저씨들과 지하철을 타고 역에 내렸을 때는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선은 잽싼 걸음으로 역사를 빠져나왔다. 집을 완벽하게 정리하지 못하는 스타일이었지만 며칠 하지 않으면 집은 금세 더러워졌다. 돌아가면 일단 세탁기에 꼬깃꼬깃한 옷들을 널어놓자, 저녁 설거지감이 쌓여있을 수도 있어… 선은 갑자기 멈춰섰다. 팬티 속에서 따뜻함이 퍼졌다. 금방이라도 다리 사이로 주륵 흘러내릴 것 같은 이물감. 선은 그제서야 자신이 생리 중이라는 걸 자각했다. 내려다본 제 다리는 깨끗했지만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얇은 천이 언제까지 피의 하중을 견딜 지 모를 일이었다. 혹여 베이지색 치마에 묻는다면 무척 도드라질 것이다. 생리컵을 사용하고부터 선은 종종 자신이 생리중이라는 걸 까먹었다. 더 이상 생리대에 기대 서로 엉겨 붙은 피와 털을 삭힐 필요가 없게 된 것은 장점이었지만, 오히려 너무 쾌적한 상태인 탓에 십칠 년간 각인된 생리의 느낌과 연관짓지 못했다. 생리통도 거의 없었으니 신세계였다. 하지만 끝물이라고 방심해버리고 말았다. 양이 줄고 있어도 밖에서 한 번쯤 확인해볼 걸. 선은 허둥지둥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주변에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 역으로 돌아가기도 애매한 거리였고 집까지 가기에 누군가 자신의 피를 보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선의 내부에서는 스스로를 억압하는 제약들이 거의 없었지만 그렇다고 외부로부터 자유로운 걸 뜻하지는 않았다. 생리를 들키는 걸로, 타인의 이목을 이끈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앞섰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스쳐봤던 사진이 떠올랐다. 바지에 생리혈이 묻은 줄도 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두고 조롱하던 댓글들. 너무 당연하게 비난하는 어조는 경쾌하기까지 했다.
피를 흘리기 시작하면서 선이 제일 먼저 배운 것은 수치였다. 키보드를 치는 게 펜을 잡는 것보다 익숙한 세대에게 정보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열두살의 선은 슈퍼에서 심부름인 척 사온 생리대를 엉성하게 붙이고 다니기 시작했다. 여자가 되었다고, 꽃을 선물하거나 파티를 한다는 말은 유난스럽게 들렸다. 그전까지 나는 여자가 아니었던 걸까? 그렇다고 선이 남자였던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생리대는 용돈으로 구비해놓기엔 값이 비쌌고 선은 매번 새로운 거짓말을 지어내 아빠에게 돈을 타냈다. 그는 정서적 교류를 잘 하지 못하는 걸 선뜻 돈을 주는 걸로 대신했다. 선은 여자로 사는 건 피곤하다고 생각했다. 글로 읽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의 차이는 상당했다. 이불이나 옷을 피로 물들일 때가 잦았고 선은 밤몰래 손빨래했다. 아빠와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무심해서 잔인한 남자였다. 그는 때때로 킁킁거리며 어디서 오징어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냐고 물었다. 얼굴이 빨갛게 변색된 선은 그 자리에서 눈물을 쏟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선은 집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서둘러 걷기 시작했다. 시야에 공원이 들어왔다. 평소라면 노숙자가 출몰한다는 소문으로 밤이면 피하는 장소였지만 그곳의 화장실은 언제나 개방되어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암모니아 냄새와 썩은 하천 냄새 같은 것이 섞여 코를 찔렀다. 선은 칸 안에 들어가자 주위를 살폈다. 벽면에는 조그만 수많은 구멍들이 불규칙하게 뚫려있었고 누군가 휴지로 막아놨다. 팬티를 내려 확인한 선은 안도의 숨을 돌렸다. 갈색 혈이 옅게 퍼져있었지만 치마에 묻어날 정도는 아니었다. 선은 숨을 돌리고 가방에서 500mL 페트병 두 병을 꺼냈다. 한 병은 생수였고 한 병에서는 검붉은 액체가 바닥에 깔려있었다. 선은 변기에 앉은 후 생수로 오른손을 씻었다. 질 속에 검지와 엄지를 넣어 생리컵의 몸통을 잡았다. 펴져서 진공상태로 안착해있어야 할 컵이 아침에 접은 상태 그대로 질벽에 끼어있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피가 흐르지 않게 버틴 게 대단하게 느껴졌다. 몸통을 잡고 비틀면서 빼낸다. 피가 조금 울컥하며 손가락을 덮는다. 생리컵 바닥에는 소량의 피가 깔려있었다. 선은 주변에 흐르지 않도록 다른 페트병에 조심스럽게 혈을 부었다. 오른손이 피범벅이 되었지만 냄새는 역하지 않았다. 오히려 생리대에서 검게 굳어 풍기던 악취보다 신선했다. 선은 생수를 생리컵 표면에 흘렸다. 투명함을 되찾은 컵을 라비아폴드로 접고는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방향으로 질에 넣었다.
선은 처녀막이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걸 알았기 때문에 질에 손가락을 넣는 걸 무서워하지 않았다. 콧구멍에 손가락을 넣는 것과 비슷한 감각이었다. 입구가 피로 번들거리면 삽입은 수월했다. 오히려 선에게 섹스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생리컵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만족스러운 섹스를 하지 못한 여자들이 물밑에서 고민을 토로하는 글들이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아프기만 했다고, 혹시 내가 성불감증이 아닐까. 그녀들은 문제를 자신에게서 찾곤 했다. 하지만 대체로 종합해보면 문제는 남자들이었다. 근육이 이완되지도 젖지도 않았을 때 그들은 성급하게 자지를 삽입하려고 했다. 또한 어중간한 크기의 자지는 보지의 입구를 찔러댔으니 남는 건 고통뿐이었다. 그녀들은 쾌락을 느끼지도 못한 채 생경한 이물감을 숨기기 위해 신음을 짜냈으니 삽입이라는 것에 공포를 가지는 게 당연해보이기도 했다. 기혼자 중에도 생리컵에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선은 엄마가 있었으면 자기도 그랬을지 종종 생각했다. 누군가와 활발한 사회적 관계를 맺지 못한 선은 처녀성에 집착하는 관습을 습득할 틈이 없었다. 그저 유럽에서 19세기부터 사용했다는데 왜 한국에서는 알려지지조차 않은 걸까. 탐폰이나 생리대보다 편하고 인체에도 무해한 발명품을 지금에서야 알게 된 걸 아쉬워했다.
물로 대충 손의 핏기만 지우던 선은 이질적인 소리에 모든 움직임을 정지했다. 그것은 옆 칸에서 발생하고 있는 신음이었다. 억누르는 중에도 교태를 부리듯 힘껏 쥐어짰고, 이응 받침과 콧소리가 섞여 있었다. 야동 속에서 들었던 신음과 비슷했지만 음이 지나치게 낮았다. 언제부터지? 화장실에 오기 전부터? 아니면 중간부터? 집중하느라 듣지 못한 건가? 선은 실제로 타인의 신음을 들어본 것이 처음이었다. 두려움과 호기심이 혼잡했다. 선은 구멍에 박혀있는 휴지를 빼고 눈을 끼웠다. 캄캄함 어둠 위로 목소리의 실루엣을 그려본다. 탈색해야 나올 수 있는 밝은 갈색 가발을 쓴 남자. 떡진 머리카락이 뭉텅이 채 얼굴로 흘러내리고 손으로 쓸어올리자 선명한 이목구비가 드러난다. 매부리코, 단단한 턱과 광대, 비비크림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푸릇한 턱. 땀으로 젖어가는 근육들, 타일바닥 위에서 경쾌하게 또각거리는 하이힐. 그는 자위하고 있었다. 칸 밑으로 핸드백 손잡이가 빼꼼 튀어나왔고 검은 색의 얇고 긴 힐이 보였다. 선은 상상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몸에 쫙 달라붙는 짧은 원피스를 입고 있을 것이다. 옷위로 브래지어 라인이 드러나는 가슴은 선보다도 클 것이고 팔다리에는 단단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근육이 붙어있을 것이다. 치마는 골반 위까지 말려 올라가고 보라색 망사 팬티는 커피색 스타킹은 돌돌 말려 무릎 밑까지 내려와 있겠지. 그는 왼손으로 성기 기둥을 잡고 흔들고 있을 것이다. 탁탁탁. 위아래로 흔드는 손이 점점 빨라진다. 선은 혀를 내빼는 헥헥거림에 귀기울인다. 개는 침을 질질 흘리며 현재에만 집중한다. 개의 성기는 커다랗고 체모도 없이 매끈한 표면일 것이다. 아빠의 것과 달리. 선이 여태까지 봐온 성기들과 달리. 아빠의 컬렉션 속에서 나오는 까맣고 작은 좆들. 그는 집에서 메리야스와 트렁크 팬티만 입고 있었는데 소파에 아무렇게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벌어진 다리 사이로 무성한 털숲이 보였다. 어릴 적 선은 남자에게 좆이라는 튀어나온 성기가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보지 못한 것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 성기는 자신의 것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에게 엄지보다 조금 큰 좆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선이 어른스럽단 소리를 듣기 시작했을 즈음이다. 피가 몰리면서 중지 정도로 늘어나는 갈색 표피의 좆. 헐떡임이 점차 빨라지고 신음이 절정에 이른다. 잠깐의 정적이 찾아오는 걸 보니 그가 사정한 것 같았다. 바닥에 불투명한 흰색 액체가 튀어있었다. 젖은 숨이 공기중에 배여 뜨거웠다.
여운에 젖어있던 건 남자뿐만 아니라 선도 마찬가지였다. 정신을 차리고 칸을 나왔을 때 그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휴지통에는 찢어진 스타킹과 팬티가 돌돌 말린 채 버려져 있었다. 꽃냄새가 비릿했다.
집은 비어있었다. 정시 퇴근을 일삼는 아빠가 이 시간까지 없는 이유는 회식밖에 없다. 그는 친구가 없고 가족과 연락하지 않은 지도 오래였다. 이곳에 발령받은 후 회식을 사랑하는 동료들과 밤 늦게까지 함께하는 일이 잦았다. 사이가 좋다고 말하기에는 미묘한 구석이 있었다. 선은 만취한 그들이 어느 새벽, 집에 쳐들어왔었던 걸 기억했다. 이사 오고 삼일째 된 날이었다. 네 명의 아저씨들은 캔맥주를 사 들고 미안하지 않은 얼굴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술 냄새와 향수 냄새가 뒤섞여있었다. 아빠는 그저 미소 지었다. 비굴함 속에 분노가 섞여 있었는데 선만 알아차릴 수 있는 소심한 분노였다. 그들은 선에게 안주를 내오라고 했다. 냉동실에 있던 마른오징어를 가스레인지 불에 구웠다. 딸이 있어 든든하겠어. 안주를 내오는 선의 허리에 슬쩍 손을 올렸다. 선은 접시를 갖고 오겠다며 부엌으로 도망갔다. 언제 아빠가 폭팔하지 않을까 선은 가슴을 졸였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아빠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새까맣게 탄 빨판을 오랫동안 씹었다. 아빠를 가리키며 미련할 정도로 착해빠졌다고, 그러니까 아내한테 버려진 거라고 안쓰러워했다. 아니 즐거워했다. 아빠도 함께 낄낄거렸다. 선은 웃지 않았다. 그는 단지 말주변이 없고 강자한테 약한 것뿐이었다. 착해 보이는 건 잠깐의 착시였다. 아빠의 주변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했다.
양말에 먼지와 머리카락이 달라붙었지만 선은 지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어수선한 거실을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긴장이 풀리자 근육이 욱신거렸다. 선은 팬티를 갈아입은 후 피 묻은 팬티와 안경을 침대 밑에 넣었다. 이불에 몸을 뉘었다. 잘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서 잠들고 싶었다.
경쾌한 도어락 소리가 울렸다. 아빠가 온 걸까. 렘수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몸은 무거웠다. 불규칙한 발소리가 점점 커졌다. 방문이 열리고 술 냄새가 침입했다. 향수 냄새인지 탈취제 냄새인지 모르겠는 인위적인 향긋함도 뒤따랐다. 선은 눈꺼풀을 슬쩍 열었다. 아빠가 아니었다. 방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플라나리아였다. 악몽이 시작되고 있었다. 평소엔 속눈썹 한 올만 했는데 오늘은 성인 남자만큼이나 자랐다. 기다란 몸이 선의 몸을 휘감았고 중심부에 나 있는 입이 벌어졌다. 발기한 혀가 몸을 훑어 내려가다가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선은 플라나리아를 멈출 방법을 몰랐다. 아주 작았을 때도 죽이지 못했는데 자신보다도 거대해져서 나타났다. 선은 죽은 척을 해 그것의 흥미가 떨어져서 사라지기만을 기다린다. 몸을 축 늘어뜨렸다. 팬티 속으로 들어가던 얼굴이 갑자기 퍼덕거렸다. 질 바깥으로 튀어나온 생리컵 꼬리에 눈이 찔렸다. 그의 혀가 말려 들어가고 생전 들어보지 못한 비명을 질렀다. 그가 힘을 주어 정수리를 열심히 쳐들지만 진공상태의 컵은 꼼짝하지 않는다. 플라나리아의 몸이 맥없이 흔들렸다. 선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팔로 힘껏 뿌리쳤다.
눈을 떴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잠들 수가 없었다. 선은 노트북을 갖고 방으로 들어왔다. 이어폰을 연결하고 오늘 찍은 영상을 재생했다. 변함없는 지하철, 버스, 학교. 일상들이 이어지다가 진흙이 말라붙은 타일바닥이 나왔다. 음량을 조금 높였다. 남자는 어둠에 끼인 채 자위하고 있었다. 소리가 보다 자극적으로 들렸다. 밑이 뻐근하다 못해 아팠다. 선은 다리를 꼬고 상체를 수그리며 눈감았다. 당시에는 길게 느껴졌던 헐떡임은 실제로 오분도 되지 않았다. 선은 숨이 끊어지면 다시 이으며 듣기를 멈추지 않는다. 선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혹여 아빠가 깰까봐 소리를 죽이고 많이 웃었다. 누군가 들을까 제대로 소리도 내지 못하면서 흥분하는 꼴이 우스웠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라던가 성적 취향 등의 구질구질한 이유를 찾을 수고도 들이고 싶지 않은 변태였다. 이상 성욕을 어찌할 줄 모르고 공중화장실에서 배출하는 남자. 그는 여자가 되고 싶은 걸까? 마치 여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좋은 걸까? 그는 몸속까지 울리는 저음으로 가냘픈 신음이 나오도록 애쓴다. 선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남자가 열등해 보였다. 처음 느껴보는 유쾌함이었는데 싫지 않았다. 선은 영상을 지우지 않고 숨김 폴더 속에 넣어두었다.
결국 잠들지 못한 선은 등교까지 한 시간가량 남았을 때 부엌으로 나왔다. 선은 학교에서 식사를 해결했기 때문에 상관없었지만 남자는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제 밥을 차리지 않아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선은 관성적으로 밥을 차렸다. 선이 어렸을 때 할머니가 집을 들락거렸었다. 그녀는 남자를 위해 밥을 차리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선에게 전수해줬다. 애미가 없으니 니가 잘 챙겨야 해. 아빠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선이 집안일이 손에 익던 5학년 무렵 할머니는 찾아오지 않았다. 할머니 대신 삼촌이라 소개하면서 낯선 남자가 찾아왔다. 비싸 보이는 양복을 입은 그는 선에게 미소 지으며 남자와 할 얘기가 있다고 방으로 들어가라고 말했다. 아빠는 신경 쓰지 않고 그에게 화를 냈다. 그게 어째서 내 잘못이냐. 돈도 많으면서 생색이냐. 천천히 방으로 들어가던 선은 할머니가 쓰러져서 병실에 누워있고, 삼촌은 돈이 아주 많고, 둘의 사이가 나쁘다는 것 정도를 파악했다. 이윽고 뒤따른 삼촌의 목소리를 듣고 깨달았다. 둘은 대화가 성립될 수 없는 사이다. 몇가지 욕설과 파열음이 닫힌 문을 따라 들어오지 못했지만 선은 눈치껏 숨을 죽였다. 그 후 삼촌은 물론 다른 친척들을 본 적이 없다. 어쩌면 할머니가 죽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때도 있었지만 아빠에게 묻지 않았다.
선은 사골 끓이는 커다란 냄비를 꺼냈다. 포장된 1.5킬로 봉지 김치를 통째로 부었다. 김칫국물이 튀는 걸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가위질했다.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냉동실에서 언제 산지 가물가물한 돼지고기와 다진 마늘을 꺼내 넣었다. 물을 사 분의 삼 높이만큼 채운 후 소금과 고춧가루를 쏟아부었다. 강불로 레버를 돌리고 끓기만을 기다렸다. 간은 보지 않았다. 아빠는 맛을 신경 쓰지 않았다. 하루가 세 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식사할 뿐이었다. 오로지 오래 먹기 위해서 많이 만들었다. 너 때문에 식사를 못 하는 게 말이 되냐. 할머니의 손맛은 매웠다. 끓기 시작하자 선은 가방 속에서 페트병을 꺼내 왔다. 검붉고 걸쭉한 액체가 페트병 바닥에서 느리게 굴렀다. 선은 병 안에 물을 넣어서 잘 흐를 수 있도록 희석한다. 붉은 기운이 감도는 물을 찌개에 넣었다. 맵고 신 냄새 속에서 피냄새는 찾을 수 없었다.
누군가 등을 찌르는 손가락에 선은 눈을 떴다. 수업이 막 시작되려는 찰나였다. 교탁에는 처음 보는 삼십 대 중반은 넘어 보이는 얼굴이 미소 짓고 있었다. 4월 한 달 동안 국어를 가르치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교생은 자신이 이 학교 졸업생이며 지금 있는 교실이 예전에는 3학년 교실이었다는 등 학생들과 친밀감을 형성하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몽롱함에서 취해있던 선이 뒤에서 속닥거리는 ���리에 조금씩 깨어났다. 젊다. 잘 생기지 않았어? 선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세히 그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180을 간신히 넘기는 키, 근육이 적당히 붙었는지 슈트핏이 괜찮았다. 하지만 잘생긴 외모인가 하면 의문이었다. 이목구비가 대체로 큼직했지만 전체적인 조합이 촌스러웠다. 숱 많은 눈썹은 제멋대로 뻗어있었고 아직 1교시였는데 턱 끝이 푸릇했다. 사각 턱으로 인해 미소 짓는 얼굴이 고집스레 보였다. 어깨에 비해 크고 판판한 머리통까지. 키가 크지 않으면 비율이 좋지 않은 몸이었다. 선은 입을 쩍 벌리며 느리게 하품을 했다. 사립학교에서 정년만 기다리고 있는 갱년기 유부남들만 봐서 그럴까. 눈이 낮은 아이들을 안타까워했다. 올해 스물아홉, 서른도 되지 않았다는 말에 선이 조금 놀랐다. 그는 수업은 다음 시간부터 한다고 하자 학생들이 왁자지껄 말을 꺼냈다. 첫사랑 얘기해주세요. 여자친구 있으세요? 그는 미소를 잃지 않으며 먼저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이야기를 기다리는 눈들이 반짝 빛났다.
“제가 수능을 본 해 처음으로 등급제가 시행됐어요. 평균편차도 백분율도 안 나왔고, 전례가 없고 다음 해에는 없어졌으니 완전 마루타였죠. 저는 운 좋게 원래라면 꿈도 못 꿀 대학에 들어가게 됐지만요.”
진지한 이야기가 시작될 기미가 보이자 몇몇 학생은 흥미를 잃었지만 대부분은 그의 부드러운 미소에 집중했다. 선은 드물게 교생의 말을 열심히 들었는데 내용 보다는 그의 어조와 음과 울림에 집중했다. 처음 보는 사람일 그에게 기시감이 느껴졌다.
“입학할 때부터 1등으로 들어온 친구가 있었어요.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는데 공부를 정말 잘했어요. 모두 서울대를 갈 거로 생각했고 걔도 그랬을 거예요. 그런데 수능을 못 봤어요. 그전에 자살했거든요.”
우회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내뱉은 단어에 학생들은 당황했다. 한순간 교실이 썰렁해졌는데 어떤 반응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만들어진 정적이었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들은 자살한 그 친구가 나약한 거라고 했어요. 너희들은 그러지 말라고. 정 죽고 싶으면 졸업하고 하라고. 당시엔 어떻게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이 선생이지 싶었는데 지금은 심정적으론 이해가 가더라고요. 그들에겐 그들의 의무가 있는 거니까요. 그건 나쁜 게 아니라 당연한 거였어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그를 비난할 수 있는 걸까요? 설령 그 친구가 나약해서 그런 거라 하더라도, 누가? 무슨 자격으로? 그 지경까지 몰아넣은 사회와 사람들, 모두가 공범자이자 방관자 아닐까요?”
말투가 점점 격앙됐다. 열정적이었지만 선의 눈에는 진심을 토해 낸다기보다 아주 훌륭한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급작스럽게 변하는 감정선을 쫓지 못해서 갈팡질팡한 표정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왔지만 남자는 눈치채지 못했다. 말을 끝내고 ���시 숨을 고르는 동안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아직도 자신의 말에 심취해있었다.
“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을 겁니다. 해마다 바뀌는 입시 제도나 혹은 사적인 일로 벼랑 끝에 몰리고 있는 학생들을 외면하지 않을 거에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는, 난감한 자기고백이었다. 남자는 나름 유머러스하게 마무리 짓고 싶었는지 몇가지 말을 덧붙이면서 살짝 미소지었다. 뒤늦게 경직된 박수가 터졌다. 당장 수능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와닿지 않았고 뜬금없기까지 했지만 그들은 그저 난감한 상황에서 벗어난 것을 기뻐했다. 교생의 얼굴에서 만족스러운 빛이 돌았다. 따라서 손뼉을 치던 선이 불현듯 나지막이 탄성을 뱉었다.
다음 순서는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수업, 시험 관련된 것부터 사적인 질문까지 오가는 동안 선은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을 곱씹었다. 귓전에서 떠나지 않는 웅웅거림이 낯설지 않았다. 틀림없었다. 영상 속의 남자였다. 그는 곱슬진 짧은 머리와 올곧은 눈을 장착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교생으로 돌아왔다. 두 개��� 렌즈에 땀을 흘리는 그의 인영이 상이 맺힌 후 합쳐졌다. 웃음이 비집고 나오려 했다. 선은 입안의 여린 살을 깨문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의 이목을 끌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을 것 같았다. 한참 어깨가 들썩거리자 뒤에서 아프냐고 물었다. 선은 아무 문제 없다는 뜻으로 손사래를 쳤다. 화장실에서 자위하는 성도착자가 선생이라니! 선은 그가 선생의 자격은 되는지 논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한 달만 채우면 사라질 사람이었으니까. 모두 선망하는 이의 결점을 알고 있다는 우월감에 으쓱해졌다. 뻔뻔하게 장착한 열정스러움으로 교육을 논하는 남자를 비웃는 정도의 즐거움. 선은 그 정도의 선이 좋았다.
집에 돌아온 선은 재빨리 영상을 재생한다. 열띤 연설을 하는 교생의 얼굴 위로 자위하는 남자의 신음이 입혀진다. 흥분한 남자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목소리는 잘 어울린다기 보다 확실하게 그의 것이었다. 가뜩이나 두꺼운 입술은 시뻘겋게 두 배나 커져 있겠지. 짙은 쌍커풀에 붉은 섀도우를 올렸을까. 속눈썹을 겹쳐 올리면 훨씬 깊고 큰 눈이 될 것이다. 관자놀이를 향해 뻗어나가는 검은 아이라인을 하면 그의 원래 얼굴을 떠올리기 무리도 아닐 것이다. 선은 그 모습이 드래그퀸 같은 얼굴일 거라는 막연한 확신에 차 있었다. 화장이라기 보다 분장에 가까운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과장되게 엉덩이를 씰룩거리고 손끝을 살려 삿대질하는 남자는 이게 여자라는 듯 열심히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잠깐 인상을 찌푸리던 선이 웃는다. 미친 듯이 깔깔거린다.
교생은 일주일에 다섯 번 든 수업 중 세 번을 맡았다. 수업은 평범했다. PPT를 띄운 후 지문을 읽고 답지를 읽고 해석을 했다. 1반부터 5반까지 수업을 했는데 그중에서도 선이 속한 2반에 관심을 많이 쏟았다. 추억이 ���어있는 교실이어선지 담임의 과목이 국어기 때문에 더 의무감에 불타는 건지. 이유 같은 건 학생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무관심과 타박에 익숙하던 학생들에게 그는 전에 없던 활기가 되었다. 사실 남자가 하는 말은 다른 선생과 다를 바 없이 비슷했지만 젊음은 이를 상쇄했다. 시기가 시기인데… 생각없는 것들, 선생들의 타박에도 학생들은 꿋꿋하게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그를 찾아가 스스럼없이 장난을 걸었다.
선은 처음 가진 생각과 달리 남자에게 완전히 무관심할 수 없었다. 점점 그의 존재가 거북스럽게 다가왔다. 남자들 둘러싸고 있는 평소보다 들뜬 반 분위기는 선이 상관할 영역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의 열정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선의 영역을 침범해왔다. 남자는 수업 시간에 모두 깨어있기를 바랐다. 개의치 않고 자는 선도 끈질기게 깨웠다. 교무실로 데려가서 상담을 시도했고 짐짓 엄숙한 얼굴로 꾸짖기도 했다. 처음에는 수업 태도만을 문제 삼던 것이 이제는 성적, 학교생활, 친구 관계, 가족, 진로 등 가능한 모든 것을 조심스러운 척도 하지 않고 물었다. 선은 대답 대신 그를 똑바로 바라보기만 했다. 그 영상이면 당신 잘난 선생질도 망쳐버릴 수 있어. 당신이 누굴 훈계할 자격은 돼? 찔리는 게 없냐고 속으로만 되물었다. 하지만 교생은 선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무언의 신경전을 벌이다 보면 수업 종이 쳤고 그는 한숨을 푹 쉬며 돌아가라고 손짓을 했다.
정규 수업이 끝나고 다들 집이나 급식실로 향했지만 선은 혼자 교실에 남았다. 피자빵과 우유로 식사를 때웠다. 렌지에 돌리지 않아 치즈와 소스가 한데 뭉쳐있었고 옥수수알, 피클이 드문드문 올려져 있다. 선은 잘게 조각난 피클을 손톱으로 일일이 골라낸다. 비음 섞인 낮은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왜 안 먹어? 맛있는데.”
교생은 눈을 샐쭉거리며 말했다. 선은 무시하며 피클을 골라내는데 집중하지만 교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움직였다.
“밥을 챙겨 먹어야지. 이런 것만 먹으면 몸 상해.”
“이거 나 학교 다닐 때 유행하던 안경 스타일인데. 10년도 전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못생긴 편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꺅꺅거리면서 열광할 정도도 아니었다. 선은 묵묵하게 빵을 먹었다. 얼른 삼켜서 이 자리를 뜨고 싶었다. 남자는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겠지만 상대가 바라고 있지 않을 때도 계속되는 건 자기만족에 불과했다.
“왜 안 꾸미고 다녀? 다른 애들은 비비도 바르고 틴트도 바르던데.”
“교칙상 안 되는 거 아세요?”
말이 날카롭게 튀어나왔다. 교생은 그저 대답을 들은 게 기뻤는지 가벼운 어조로 말한다.
“적당히 하면 선생님들도 알면서 모른 척하잖아. 너도 꾸미면 예쁠 텐데.”
선의 볼이 씰룩였다. 유행하는 옷, 머리, 화장… 주변에 꾸미고 다니는 사람이 없던 탓에 영향을 받지 못한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원래 ���은 꾸미는데 관심없는 인간이었다. 사실 시도해본 적은 있었다. 중학생 때 같은 반 아이들에게 휩쓸려 화장을 해봤다. 하얀 피부, 핑크빛 입술, 발그레한 볼, 과하지 않은 복숭아 메이크업이라고 했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어색하긴 했지만 썩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매일 아침마다 시간을 들이고 화장품을 구매하는 행위들이 번거롭게 느껴졌다. 선은 썬크림도 잘 바르지 않는 얼굴로 다녔다. 주변의 여자 아이들 대부분은 당연하게 꾸미고 다녔는데 선은 그게 더 이상해보였다. 맨얼굴로 다니는 걸 부끄러워 하는 아이도 적지 않았다. 결국 또래 문화에 어울리지 못하는 선은 겉돌았다. 선은 화장을 오이를 싫어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선호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교생의 말은 여태까지의 선을 나무라는 것처럼 다가왔다. 여자가 화장하는 건 당연하고, 그렇지 않은 선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식의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선생님은 안 하세요? 예쁠 텐데.”
선은 뭉개지는 그의 발음을 흉내 내면서 물었다. 교생은 그게 비꼬는 게 아니라 농담이라 생각했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남자잖아.”
그렇죠.
선은 웃지 않았다.
냄비 뚜껑을 열자 시큼함이 코를 찌른다. 김치찌개는 반도 줄지 않았다. 최근 퇴근 시간이 더 늦어진 아빠는 집에서는 거의 저녁을 먹질 않았다. 선은 레버를 돌려 강불로 끓인다. 주말이면 아빠는 점심때가 되어서야 느적느적 일어났다. 닫힌 안방 문 너머에서 목소리들이 왁자지껄 새어 나왔다. 그가 자주 듣는 팟캐스트였는데 정치를 하나도 몰라도 재밌게 들을 수 있게 욕설로 다분한 수다를 떨었다. 선은 냉장고에서 깻잎장아찌, 배추김치, 뱅어포를 꺼냈다. 전부 그를 위한 것들이다. 찌개가 팔팔 끓으면 그릇에 나눠 담고, 누레진 밥까지 푸면 끝이다. 부엌에서 쉰내가 진동했다.
속옷 차림으로 나온 아빠가 의자에 앉았다. 늘어진 메리야스를 걸친 상체는 왜소했고 배만 뽈록 튀어나왔다. 온종일 동사무소에서 잡다한 자료를 정리하는 팔은 희멀겠다. 그는 숟가락으로 밥을 푹 떠서 입에 넣었다. 개밥을 주더라도 쩝쩝거리며 잘 먹을 것 같았다. 선도 따라서 찌개 국물을 뜬다. 아주 조금 밥 위에 얹고 섞었다. 그런데도 짜다. 혀 전역이 아렸다. 뒤늦게 맨밥을 입에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오늘 저녁은 차릴 필요 없다.”
선은 반추 신경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가 늦게 들어오는 건지 외박까지 하고 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묻지 않았다. 다만 조금 신기했다. 여태껏 아빠는 안방에 틀어박혀서 잠을 자거나 컴퓨터에 몰두하는 식으로 주말을 보내왔었다. 누군가와 만나는 걸까? 선은 갑작스러운 남자의 변화를 이끌어낸 존재는 여자가 아닐까 추측했다. 가장 안일하고 손쉬운 발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현상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었다. 발기부전으로 고민할 나이에 이른, 애 딸린 이혼남을 어느 여자가 만날까? 철밥통이라 불리는 직업은 고작 가족을 부끄럽지 않게 먹여 살릴 정도였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선은 상상력을 발휘한다. 평생 공부만 하고 공무원이 돼서 세상 물정을 모르는 젊은 여자? 아니면 남자의 작은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존재하는 밤의 그녀들 중 하나일까? 아빠의 한정된 생활을 미루어 보았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여자는 고작 이 정도였다. 순간 선은 뜬금없이 자신이 생각지도 못하는 사람을 만나고 오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평소라면 그가 만나지 못할 인물. 너무 의외라서 자신은 떠올릴 수조차 없는. 꾹 다문 입안에서 트림이 터졌다. 그것은 음식물 쓰레기 냄새와 비슷했다.
혼자 남게 된 선은 평일동안 밀린 집안일을 시작했다. 창문을 열자 눅눅한 공기가 쏟아졌다. 거실 바닥을 청소기를 돌리는 움직임이 신경질적이었다. 커다란 몸통이 의자와 좌탁에 자꾸 부딪히지만 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책꽂이와 책상, 전등을 훑는 시선이 진동했다. 선은 청소기를 던진 후 집을 뒤지기 시작했다. 책과 책 사이를, 서랍장이나 선반 속을, 전등, ^무슨 소방기구^, 벽에 난 구멍은 없는지. 샅샅이 살폈다. 집은 점점 지저분해지고 청소기는 꿋꿋하게 괴음을 내며 바닥에서 돌고 있었다. 선은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는줄도 모르고 찾고 있었다. 손끝이 달달거렸다. 불안감에 잠식당해 본능에 의해서 행동하고 있었다. 이 집을 청소하는 건 나인데 내가 모르고 있는 무언가가 있을 수 있을까? 의심스러움을 지우지 못하면서도 선의 손과 눈은 쉬지 않았다. 안방 침대와 벽면을 쓸던 손이 우뚝 멈췄다. 손가락 끝에 걸려 올라오는 건 빨간색 브래지어였다. 선은 까끌까끌한 레이스를 만지작거리다가 떨어트렸다. 선은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서서히 정신이 돌아왔고 바닥에 물건들이 토사물처럼 쌓여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지금 선에게는 브래지어의 정체보다 난장판이 된 집을 정리하는 일이 더 중요했다. 선은 명쾌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굳이 번거롭게 저녁을 차릴 필요가 없어졌다. 선은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은 후 컴퓨터 앞에 앉았다. 구글 창에 교생의 이름을 검색했다. 꽤 많은 계정이 나왔는데 그중 맨 위에 있는 것을 클릭했다. 인스타그램 계정이었는데 뽀얗게 보정한 남자의 셀카로 가득했다. 팔로워 수는 오만명이었다. 갸름한 얼굴과 날렵하게 뻗어있는 코. 턱을 힘껏 깎아서 뒤에 벽이 일그러졌다. 많은 댓글이 선생님을 연호하는 걸 보기 전까지 선은 이 남자가 교생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잘생김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댓글을 읽던 선이 점점 얼굴을 구겼다. 숨김 폴더에 넣어두었던 영상을 재생한다. 스피커에서 흐르는 신음을 배경 삼아 나머지를 계속 읽는다. 그는 거의 연예인처럼 우상화되어 있었다. 사귀고 싶다는 내용을 보았을 때 선은 조소했다. 저 사람의 본성을 알아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뻔뻔하게 저런 사진을 올리는 교생이 역겨웠다.
선은 충동적으로 한 동영상 사이트에 가입했다. 외국 사이트로 개인 신상이 필요하지 않았다. 인터넷 방문기록을 참조하며 노골적인 제목을 짓고는 남자의 자위 영상을 올렸다. 검색하면 바로 보일 수 있도록 그의 이름을 섞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선의 생각보다 남자는 유명한 편인지 5분도 되지 않았는데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충격받거나 혼란스러워했다. 그중 조작 같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소수였다. 얼마 안 있어 누군가의 신고로 음란물 처리되어 삭제됐지만 선은 본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는 걸 알았다. 지워졌더라도 앞으로 교생을 검색하는 사람들은 그가 여장하고 화장실에서 자위한다는 문장을 거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선은 퉁퉁 불은 면발을 먹는다. 이제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주말 동안 소문은 점점 퍼지고 괴이하지만 세세한 이야기도 붙게 될 것이다. 선의 얼굴이 드물게 득의양양했다. 그것은 자신이 남자보다 우위에 있다고 확신하는 우월감에서 비롯됐다. 그날 밤 선은 악몽을 꾸지 않았다.
평소 왁자지껄하던 아침 시간은 미묘하게 가라앉아있었다. 무리를 지어 속닥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선이 미소 지었다. 공고하던 그의 위치에 금이 가고 있었다. 간혹 낯선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아이도 있었다. 그럴 때면 다른 아이가 조용하고 친절한 태도로 그를 외진 곳으로 데려갔다. 커튼 뒤에서 억눌린 신음이 흘렀다. 갑자기 커튼이 열리고 아이들이 소리를 지른다. 담임이 머리가 반쯤 벗겨져 광활한 이마를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핸드폰을 뺏고 엄숙한 얼굴로 교무실로 따라오라고 말한다. 다른 학생들은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문다. 그들이 먼저 교실을 나가고 담임은 발을 쿵쿵 구르면서 교탁 앞에 섰다.
“너희가 그렇게 저질일 줄은 몰랐다. 실망했다.”
한숨을 푹 쉬고 말을 이었다.
“말할 가치도 없다. 얼굴도 안 나오는데 누구인지 어떻게 아노? 공부해도 모자랄 시간에 지금 뭐하냐… 에휴 새끼들아. 보는 놈들 내 눈에 다시 띄기만 하면 가만 안 둔다. 알겠냐?”
누군가 그 짧은 시간에 영상을 다운받은 후 문자로 보냈던 모양이었다. 담임이 떠나자 교실이 금세 시끄러워졌다. 진짜일까? 불쌍하다. 누가 질투한 걸까. 잘 생겨도 힘들겠다. 그래도 목소리 좀 비슷하지 않았어? 목소리가 울리는데 어떻게 알아. 돈 달라고 협박했대. 사실관계를 판명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대체로 모두 담임의 말을 의심 없이 믿는 눈치여서 선은 적잖게 당황했다. 자극적인 이슈는 사실관계와 관계없이 그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터였을텐데…
선의 기대와 달리 영상은 조회 시간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교생은 평소와 다를 게 없는 수업을 진행했다. 처음 어색한 것 같았던 분위기도 금방 졸음에 취했다. 교생은 누구도 깨우지 않고 답안지를 읽었다. 선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렌즈만 노려봤다. 어쩌면 모두 처음부터 믿을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는 절대 그럴 인간이 아니라면서… 어떤 확실한 증거를 내밀더라도… 그들에게 사실은 중요하지 않을뿐더러…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태연하기만 한 남자의 표정을 보며 이제 선은 자신이 오해했던 건 아닌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선생들은 영상에 관한 목소리가 일�� 나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남자를 유난히 따르던 학생들은 범인을 찾아야 한다고, 조져버려야 한다고까지 저들끼리 모여 부득부득 주장했지만 담소에 그쳤다. 교생은 조용히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루머에 불과하다면서. 뭐 인터넷에 그런 찌질이들 많잖아요. 열등한 것들을 안쓰럽게 생각할 때의 여유로운 투였다. 이를 두고 왜 신고하지 않냐고 혹시 켕기는 게 있냐라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었으나 극소수였고 굳이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다.
한 달은 금방 지나갔다. 교생은 여전히 지루하고 틀에 박힌 수업을 했다. 사실과 관계없이 그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거라 예상한 것과 달리 오히려 동정을 불러일으켰고 인기는 여전했다. 선은 허무했지만 그도 오래가지 않았다. 전보다 조심스러운 태도로 임하는 그는 더이상 선을 깨우지도 말 걸지도 않게 되었다. 선은 그걸로 만족했다. 다시 조용하고 평범한 일상이었다.
남자의 자위 영상은 지웠다. 아무도 그 사건을 입에 올리지 않게 되었고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선은 하루 동안 찍은 영상을 보는 일도 그만두었다. 영상은 더없이 시시하고 지루했다. 안경도 버렸다. 두 동강 낸 후 쓰레기봉투 밑바닥에 넣었다.
선은 여전히 꿈을 헤집고 다녔다. 아빠가 부쩍 외출이 잦아지고 플라나리아는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 팔다리가 좌우반전된 남자가 나타났다. 데칼코마니로 찍어낸 것처럼 완벽한 대칭을 이룬 얼굴은 되려 균형이 맞지 않았다. 전혀 모르는 얼굴 같기도 했고 아빠 같기도 교생 같기도 했다. 자신을 책망하려는 건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그는 조용히 선을 응시했다. 언제 깨어날지 모를 꿈속에서 영원 같은 정적이 이어졌다. 선은 내심 미안했지만 억울함도 불쑥불쑥 올라왔다. 결국 아니래잖아. 내 얘기는 애초에 아무도 듣지 않았다고. 남자는 왼팔과 왼다리를, 오른팔과 오른다리를 함께 휘저으며 다가왔다.
아빠는 요즘 시골개를 대하듯 내킬 때면 선에게 말을 걸어왔다. 선은 그처럼 원래 그런 것처럼, 당연하게 말을 나누는 것이 어려웠지만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았다. 자신의 말이 가져올 파장을 예측할 수 없었다. 혹여 불협화음이 발생했을 때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평생 밖에 묶여 사는 시골개에게 주인은 없다. 모든 것들은 생존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짖음으로 경계한다. ‘주인에게 짖지 않는 개’는 유난히 충성심이 깊은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 선택한 것 뿐이다. 장난으로 시작한 발길질이 언제 진심이 될 지 모를 일이다. 발버둥칠수록 새끼 때부터 묶인 목줄은 점점 깊게 파고들 것이다. 귓가에서 쇳소리가 들린다. 선은 방심할 수 없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 너무 큰 거부감을 보이는 것도 그의 심기를 거슬리게 할 것이다. 선은 항상 최선의 방법을 궁리한다. 그런 후 선택한 것이 침묵이었다.
원래라면 지난주에 시작해서 끝났을 생리가 아직까지 소식이 없었다. 선의 주기는 28일로 꽤 정확한 편이었다. 언제 생리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타이밍에 학교��� 일찍 끝났다. 모의고사가 있는 날은 야자를 하지 않았다. 등급이 떨어져서 담임에게 잔소리를 들을 게 뻔했지만 선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아직 아빠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 벌써 아빠가 돌아온 걸까. 선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좆같은. 새끼. 아무나. 건들면. 안되지. 지주제를. 알아야. 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분절된 욕설이 귀에 꽂혔다. 선의 몸이 얼었다. 틀림없이 집안에서 난 소리였다. 헐떡임인지 신음인지 모르겠는 저음을 따라 선이 소리 죽여 신발을 벗었다. 살짝 열려 있는 안방 문으로 향했다. 안은 암막커튼으로 캄캄했고 누가 있는지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두 개의 인영이 하나로 합쳐진 채 들썩거렸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또렷했다. 깔린 남자는 매트리스에 축 늘어져 있었고 허리짓을 당할 때마다 가냘프게 흔들렸다. 무언가 웅얼거리기만 하는 게 취한 것 같았다. 한 데 얽힌 신음은 끝음이 뭉개졌고 드문드문 발생하는 욕설에서는 화가 묻어났다. 선은 처음에는 남자가 남자를 강간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지만 남자가 비명을 지르지 않는 걸 보면서 극단적인 페티쉬를 가진 성도착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무성한 털 속에서 엄지손가락만 한 좆이 버등거렸다. 아니 시뻘게진 플라나리아가 도망치기 위해 제 몸을 끊으려 안간힘이었다.
선은 제 방으로 돌아와서 문을 잠갔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리고 침대에 누웠다. 그동안의 불면증이 무색하게 순식간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잠에서 깼을 때는 해가 저물었다. 집은 고요했다. 밖으로 나오자 거실엔 서늘한 바람이 고여있었다. 흙자국을 따라서 안방으로 갔다. 어둠 속으로 들어가자 제일 먼저 선을 반긴 건 조잡한 향수냄새였다. 꽃내음에 지린내가 섞여 더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차가운 다리가 발에 걸렸다. 하의만 벗겨진 채 남자는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눈이 점점 어둠에 익숙해졌다. 벌어진 입 같은 항문에서는 하얗고 점성있는 액체가 말라붙은 채 반짝였다. 선에게 이 상황이 무척 익숙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 장소와 인물만 바뀐 것뿐이지 새폴더 어딘가에 있을 법한 광경이었다. 선이 발로 그를 밀자 맥없이 얼굴 전면이 등장했다. 구멍마다 물이 질질 샜다. 정신을 잃은 걸까. 코밑에 손가락을 대보니 숨이 끈질기게 오갔다. 어쩐지 익숙한 얼굴이었다.
선은 한 번도 피해자가 된 남자를 생각해본 적 없었다. 실핏줄이 터진 상기된 볼과 보라빛 피멍울이 피어난 몸체, 비린 냄새 속에서 향수 냄새가 또렷했다. 선의 시선은 사정의 흔적이 남아있는 작은 성기에 닿았다. 자신은 과연 남자를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상상조차 해본 적 없다. 선은 남자를 굴복시킨 남자의 힘이 부러웠다. 오히려 무섭다 못해 혐오스러웠다.
선은 조심스럽게 남자의 얼굴에 올라탔다. 팬티에 스며드는 한기에 잠시 몸을 떨더니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죽지 않은 몸이건만 미동이 없었다. 안면을 문지를수록 밑은 뜨거워졌다. 점점 축축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팬티가 젖었다. 뜨거운 들숨에 녹아내린 공기는 둘을 ��눌렀다. 입을 꾹 다물고 힘껏 하반신을 그의 얼굴에 내리꽂았다. 둔탁한 마찰음이 지속됐지만 선은 아픈 것도 느끼지 못했다. 남자의 입술이 검붉게 물든다. 어렴풋이 옹알거리는 입술 안으로 피가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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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맞은 '길라임 주사', 효과는 있을까?(동영상)
박근혜 대통령이 맞은 ‘길라임 주사’, 효과는 있을까?(동영상)
▼사진출처 : 연합뉴스 http://postshare.co.kr/wp/wp-content/themes/viralnova/js/ad_postmiddle_text.js ‘길라임 주사’인기에 너도나도 영양주사 출시…효능효과 제한적 “효과입증 의학논문 드물어”…주사제 남용 경고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맞았다는 각종 영양주사가 ‘길라임 주사’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면서 제약사들도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http://postshare.co.kr/wp/wp-content/themes/viralnova/js/ad_google.js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4일까지 사흘 동안에만 8개의 영양주사 제품이 국내 시판 허가를 받았다. 이 기간 허가받은 의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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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 건강포털, #코메디닷컴-한눈으로 보는 #대통령’의 #주사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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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게이트’ 관련 각종 진실이 밝혀지면서 청와대가 태반, 마늘, 백옥 주사 등 의약품 14종을 2000개 넘게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11월 22일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청와대 의약품 구입현황’ 자료를 보면 청와대는 2014년 1월부터 올 9월까지 764건의 의약품 등을 구매했습니다.
‘잔주름개선, 미백 효과 등 미용 주사 구입’
청와대는 2015년 4, 11, 12월에 녹십자웰빙의 ‘라이넥’ 주사액을 150개 구입했습니다. 라이넥은 일명 태반주사라고 알려진 제품입니다. 여성들 사이에서 주로 잔주름 개선, 기미 제거, 미백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주사제입니다.
‘푸르설타민’ 주사액은 노화방지, 만성피로 해결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는데, 2014년 11월에 27만5000원을 주고 총 50개(개당 10㎖)를 구입했습니다.
청와대가 구입한 미용이나 피로 회복 등의 주사제는 클리닉 등 미용을 위한 병원 등에서 사용합니다. 몸이 아파서 사용하는 의약품이 아닌 셈입니다.
문제는 청와대가 구입한 약품의 종류가 효능이 확실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는 제품들이고, 구매 수량이 너무 많습니다. 누구에게 얼마나 투여됐는지 상세히 밝혀져야 할 부분입니다.
‘녹십자 운영 병원장, 차움의원 출신 김상만’
청와대는 관련 약품 등이 직���의 독감 예방이나 건강 등을 위해 구입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태반, 마늘 주사 등은 독감 예방 주사가 아닙니다. 그 누구도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입니다.
청와대가 제약업체 녹십자에서 다량의 의약품을 구입했다는 점도 이상합니다. 녹십자 의료재단이 운영하는 녹십자아이에드 병원의 원장은 김상만씨입니다.
김상만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주사제를 최순실씨 자매에게 대리 처방해준 인물입니다. 김 원장은 2014년 차움에서 퇴사한 후 녹십자아이메드로 옮겼습니다.
김 원장이 차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대리 처방전을 해주다가 녹십자아이메드로 옮겨, 아예 의약품 구입 등에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성 대통령이 왜 ‘발기부전 치료제’가 필요한가?’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주사제 등 약품 구입은 공식적으로 위촉된 청와대 주치의와 자문단, 의무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경호원 등 청와대 근무자의 건강 관리를 위해 정상적으로 구매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청와대가 구입한 의약품에는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 60정’과 ‘팔팔정 304정’이 포함돼 있습니다. 아무리 청와대라지만 직원들을 위해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한다는 자체는 도저히 국민의 눈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청와대에 거주하고 있는 대통령이 남성이라면 충분히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입해 처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입니다. 이것은 여성과 남성을 차별하는 말이 아니라, 발기부전 치료제 자체가 여성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팔팔정’ 설명서를 보면 효능과 효과는 ‘발기부전의 치료’라고 되어 있습니다. 사용상의 주의사항을 보면 ‘이 약은 여성에게 사용할 수 없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도대체 누가 청와대에서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받아 사용했는지 밝혀야 할 부분입니다.
청와대가 구입한 약품 목록을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의약품들입니다. 미용을 위해 은밀히 거래되거나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의약품은 물론이고, 인터넷 스팸 광고에나 등장하는 성인용 의약품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의 막장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TV 속 막장 드라마는 그저 보고 끝날 수 있지만, 현실 속 청와대 막장 드라마는 분노와 울분으로 국민의 고통을 유발합니다.
‘국기 문란’, ‘국격 훼손’을 자행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오늘도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퇴진’과 ‘하야’를 외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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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 건강포털, #코메디닷컴-검증없는 #태반주사.. '#암 유발 가능성' 주장도에서)
몸에 아무거나 쳐 넣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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