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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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유럽내에서는 비행기로 이동했다. 처음 프라하에서 바르샤바 도착 했을 때, 난 입국심사 대비해서 여권 준비하고 있었는데 왠걸, 세관신고 할 게 없음 그냥 출구로 바로 나가면 되는 것이였다! 오호라!! 이건 마치 우리 동네에서 국내선 타는 거랑 같은 개념이잖아!! 이것이 유럽연합의 힘인가 *_* 혼자서 우와!! 이거 너무 편하고 좋은데 했다.
베를린에서 2밤을 보내고 이제는 진짜 집에 가야지 하며 루트 보고있는데 아무래도 코펜하겐-토론토-캘거리 이 루트가 괜찮아보여서 비행기 북하고 코펜하겐까지는 잘 갔다. 갈때는 스칸디나비안 에어를 탔는데 비행기 요금이 sek로 부과되길래 이건 또 무슨 화폐단위인가 하고 봤더니 스웨덴 크로나였다.
코펜하겐에 11:10 도착, 토론토 출발 비행기는 12:15 출발. 처음 북 하면서도 이거 타이트하겠는데 싶었지만 에이 뭐 eu 국가끼린데 뭐 빨리빨리 되더만 생각했는데 이것이 나의 큰 오산이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비행기 놓칠뻔했고 앞으로 이렇게 타이트한 북은 절대 하지말것!! 이다.
코펜하겐 도착해서 시큐리티 나갔다 다시 들어왔고 여기까진 순조로웠다. 근데 유럽연합 국가 나갈 때 커스텀 해야한다는 걸 잊은 것이다. 이런;;; 출국심사 줄은 엄청 길었고 전광판에 내가 탈 비행기는 이미 게이트 닫힘으로 뜨고. 아아;; 집에 갈 다른 루트 찾아봐야겠군 하는 순간 공항 직원이 “토론토 가시는 분-” 하고 찾고 있는 게 아닌가!! 보통 스탠바이들은 비행기 못타면 가차없이 바로 문닫고 출발하는데 이렇게 승객 찾는단 소리는 일반 승객 못 탄 사람이 15명 이상은 된다는 소리! 무슨 연결편 지연이라도 됐나보다 싶었고 다행히 앞줄로 빠져 무사히 토론토행 비행기 탈 수 있었다. 이번 코펜하겐 공항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냅다 달린 기억밖엔 없다 😅
비행기에서 식사는 먹는 둥 마는 둥, 잠도 자는 둥 마는 둥. 바람이 잘 불었는지 토론토엔 예정보다 40분 일찍 도착했다. 토론토에서 몽롱-하게 있다가 밤이 되어서야 캘거리 집으로 왔다. 오랜만에 봐서 더 반가운건지 그릉그릉하는 뮤온 껴안고 푹 자고 일어나 집 청소하고 빨래 돌리고 가득찬 우편함 확인하고 뒷마당 잡초까지 뽑고나니 개운한것이 이제 집에 왔구나- 싶은 것이다. 프라하 수퍼에서 고양이 간식 사왔는데 뮤온이 저거 엄청 좋아한다. 이럴 줄 알았음 더 사올 껄.
아, 그리고 비행기에서 “ inside” 란 영화를 봤는데 아주 괜찮았다. 베를린에서 미술관 돌아다니며 아직 정리되지 못한 정보가 머리속에서 둥둥 떠나니는 와중에 이런 영화를 보게 되다니!! 이런 우연 참 좋은데!! 헤어질 결심, perfect day 이후로 괜찮게 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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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예고편은 엄청 역동적으로 편집되었는데 실제 영화는 그렇지는 않다. 영화가 아주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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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 엄마 생일을 미리 축하하러 집에 다녀왔다.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 온 세상에 은행 잎이 가득했다. 노란 빛깔이 명랑한 기운을 마구 내뿜었다. 조카들이 도착하기 전에 엄마랑 단둘이 코다리 조림 먹고 커피 마시고 앞산에 오른 시간이 좋았다. 생일 선물은 현금이 좋으시다고💰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가을 끝, 겨울 시작이라 오들오들 떨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
🍂 이번 가을은 유독 하루 아침에 왔다 하루 아침에 갔다.
🛰️ 감이랑 귤이랑 AAA 건전지 3개 야무지게 챙겨와서(?) 바바파파 조명을 소생시켰다. 건전지까지 훔쳐오다니 나도 참, 싶었지만 고장난 조명이 다시 살아난 것처럼 (아님 그냥 건전지 교체한 것임) 어딘가 약간 병들었던 나도 다시 건강해진 기분. 우주를 떠돌다 한번씩 본부로 복귀해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주말이었고 그래서 좋았다.
🎄 자꾸 여기 저기서 크리스마스가 며칠 남았네, 2024년이 며칠 남았네, 하니까 조급해진다. 휩쓸리지 말고 새로운 일 벌이지 말고 지금까지 벌려진 일들을 잘 마무리하면서 연말을 맞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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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아이"
내가 기고했던 잡지에 디자인 담당한 인연으로 페이스북 지인이 된 분께서 낸 그림책.
밤에 달이 뜨고, 달빛(=달 아이)이 지구를 비춘다. 달이 공전하면서 어둠(=밤 아이)이 득세하고 빛을 잃어버림. 달은 빛을 되찾기 위해 지구를 흔들어 밀물, 썰물을 만듦. 하지만 어둠의 방해로 이미 끈이 끊어진 상태. 떨어져 나온 달빛은 아랑곳 않고 여기저기 뛰어놀다 힘 빠져 해롱댐. 낮이 되자 노란빛이 흰 거로 바뀜. 다음 날 밤 다시 뜬 달을 다시 만나 집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으로 이해.
하지만 그림책이니만큼 내용보다는 그림 감상에 주안점을 둬야 맞겠다.
코끼리를 통째로 삼킨 보아뱀을 아무리 봐도 모자로만 인식하는 꼰대이자 동심이 증발해 버린 사람으로서 책 읽은 소감을 한 줄 요약하면, 세종이 지었다는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을 연상함. "月印千江 = 달빛이 천개의 강물에 비춘다"는 문장을 내가 좋아하거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이로부터 나만의 논리를 확장하면, 현재 내가 행하는 몸공부 역시 천개의 강에 흩뿌려진 흔적들(무술 + 춤 + 음악…)을 대조해 빛의 원천인 달에 접근해 가려는 (근본 없는 무대뽀) 삽질이다.
지월록(指月錄)은 명나라 때 구여직이란 사람이 쓴 책으로 指(=가리킬지) + 月(=달월), 즉 "달을 가리키는데 왜 손가락만 보고 있냐?"는 문장의 출처임을 알 수 있다.
자칭 도사(=길 가는 무사)로서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에 달이 있음을 확신하는 것만도 십 년 걸리더만. 그전까진 당연히 손가락밖에 보질 못한다. 소위 '내공'은 이다음부터 쌓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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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무서운 산 모퉁이 길.
가을이면 대창초등학교의 5, 6학년 운동회 연습 때의 일인데,
수업 종료 후 운동회에 선보일 덤브링, 곤봉연습 등으로, 준비연습이 끝나면 초저녁이 지난 시간에 집까지 4Km가 넘는 먼 길을 가는 것도 힘이 드는데, 집에 가기 전 조그마한 산모퉁이의 전해오는 무섭고 소름 지친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린 초등생인 나는 집으로 가는 그 산 모퉁이 옆을 둘러서 가는 길은 없었다.
무서움에 조심조심 산 위쪽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한발 한발 긴장하며 지나는 중간 지점에 이르렀을 때,
경사진 산 위쪽에서 긴장으로“부시럭”하고 작은 불빛이“반짝”하니 나의 온몸에 식은땀과 닭살이 돋고 현기증과 팔다리엔 힘이 빠져버렸다.
아무도 없는 컴컴한 산모퉁이,…
무서워서 고함조차 지를 수 없고 주저앉을 수 도 없는 이제 죽는 줄 알았지.
정신을 차리고 죽기 살기로 집 쪽으로 달렸다.
얼마를 달렸을까?
한참을 달렸는데 어두운밤, 저 만큼 사람이 보이는 것 같아“살려 주세요? ”
크게 소리치니 아니나 다를까! “정우야 나다” 마침 우리 집 일을 도와 주시는 박씨 아저씨였다.
집에선 무서운 야밤에 내가 너무 늦게 오지 않으니 어머님은 아저씨를 시켜 마중을 보냈나 싶다.
실제로 도둑놈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고 때론 지나가는 사람에게 겁을 주기 위하여 무서운 그 자리 산 위에서 장 단지 뚜껑에 의도적으로
칼을 가는 소리를 쏴악 쏴악 내고 만만한 사람이면
달려와 공갈과 위협으로 금품을 탈취하곤 하였다.
정말 무서운… 그러니 그 산 모퉁이 길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항상, 그곳은 멀쩡한 사람 혼 줄을 빼는 아이, 어른모두가 엄청 무서운 곳이었다.
우스운 이야기는 내가 군대 제대하여 하릴없이 나와 동내 친구 이렇게 셋 놈이 작당을 하여 그 산모퉁이를 지나기 전, 경사진 뚝에“조용히 숨어 있어보자”하고 있는데,
어느 지나가는 낯선 사람이 우릴 늦게 발견하여 놀라, 꽁지가 빠져라 화다닥 달아나서
“아저씨 놀라지 마십시오”
하고 큰소리로 외친 후에 안심이 드는지 천천히 가 드라고…
우리들의 짓 궃은 장난에 얼마나 놀랐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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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Home)
jibeul tteona ol ttaeen maeumeun mugeopgo modeun geosi chimmuk soge jamgyeo isseonne eomeonineun naege seulpeun nuneuro kkok geuraeyaman haneunya haetji jigeumkkaji naega georeo on gireun nugunggaga naege junggeol ttara gan geotppun cheoeum naega taekhan giri sijakdoen geoya cheoeumeneun modeungge da mangmakhaesseotji cheoeum neukkin baegopeume nummul heullyeonne abeojineun naege jic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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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ind (더윈드) - Hello: My First Love The 3rd Mini Album (2024)
2024.10.07
Track List: 01. Hello, My First Love (반가워, 나의 첫사랑) 02. Whoo (민들레) 03. I Don’t Thing (친구 사인 아닌 것 같아) 04. Good Morning 05. Way To Home (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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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집으로 가는 길 (Homeward Bound) #집으로가는길, #귀향, #파워발라드, #감성보컬, #향수, #안식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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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이 불탔다
내 집이 견고하다
여기에 가족이 살고
여기에 침대가 있고
여기에 조명도 있는데 개수를 셀 수 없을만큼 많아 항상 밝다
여기에 밤과 낮이 없어 항상 화사하다
여기에 안락함이 있다
안락은 행복과 뉘앙스가 닮아있다
행복은 내 집이다
여기에 기능정지가 있다
저기에 무인도가 있다
나는 무인도로 향하는 중
등대를 꿈꾼다
등대는 굴뚝과 모양이 닮았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태우면서
원인 모를 빛을 태우는 것
나는 그 빛으로 향하는 중
저기에 가본 적 없고…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결심이 새 집으로 나를 향하게 만들고
난 여기서 저기로 가는 중
내 집은 견고한데
내가 불을 질렀다
빛을 따라 저기로 가는 길
내 집이 불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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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Rock Paper Scissors #books #trending #shorts
『가위바위보』 Rock Paper Scissors ✒️앨리스 피니(지은이)Alice Feeney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15년간 BBC에서 기자, 리포터, 뉴스 에디터, 예술 오락 프로듀서, 1시 뉴스 담당 프로듀서로 일했다. 파커 아카데미 소설 쓰기 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에 출간한 데뷔작 《Sometimes I Lie》가 전 세계 20여 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고,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사가 사라 미셸 겔러 주연의 TV 드라마로 제작했다. 현재 여섯 권의 소설을 집필했고, 《뉴욕타임스》 1백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30여 개국에서 책이 출간되고 있다. 2021년 작인 이 소설 《가위바위보》는 넷플릭스 TV 시리즈로 영상화가 결정되었다. 독자들로부터 ‘트위스트의 여왕’이라고 불릴 만큼 변화무쌍한 전개와 놀라운 반전이 있는 스릴러로 유명하다. 현재 가족과 함께 영국의 데번에서 살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Sometimes I Lie》, 《I know who you are》, 《His And Hers》, 《Daisy Darker》,《Good and Bad girl》 등이 있다. 📝이민희(옮긴이) 언어의 조각들을 오래도록 매만지고 싶어 번역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낯선 이야기 속을 극도로 천천히 헤엄치는 순간을 가장 사랑한다.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태양을 너에게 줄게》, 《집으로 가는 길》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P5. 내남편은 내얼굴을 못알아본다 조수석에 않은 남편의 시선이 와닿게 느껴진다. 그의 눈에 내얼굴이 어떻게 비칠지 자못 궁금하다. 애덤의 눈에는 누구나 똑같이 낯설게 보이겠지만 내배우자가 범인 식별 절차에서 조차 내얼굴을 가려낼수 없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하다 🔖P381. 헨리 윈터 한사람의 아버지, 많은 사람의 작가 살인자 무덤 위에 장신구를 넣어두는 작은 유리 상자 하나가 있었다. 샘은 잠시 망설이다가 허리를 굽히고 손전등을 유리 상자 가까이 비추었다. 세개의 물건이 들어잇었다. 사파이어 반지, 종이학 그리고 작은 황새 모양 빈티지가위. 그중에서도 반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건 푸른 보석 때문이 아니었다. ✍🏻 스릴러물은 역시 반전의 묘미이다. 읽을수록 추측을 하며 상상해보지만 또다른 결과로 재미를 더해준다 내용은 안면실인증 의 애덤 인간의 얼굴을 식별하지 못한는 소재로 현재의 결혼기념일의 전개로 시작 과거의 기념일을 토대로 ���해의 재료와 선물,편지 주요스토리 , 현재의 오늘을 바탕으로 등장인물의 시점에서 스토리를 이어나간다. 이책이 끌리는 이유는 표지에서 부터 풍기는 멋이 있다. 반전스릴러물을 좋아하는 독자에겐 추천하는 책이다.넷플릭스에서 영상화 결정되었다니 기대가 된다. 📖펴낸곳 ㅣ밝은세상 #가위바위보 #앨리스피니 #이민희 #밝은세상 #베스트셀러 #스릴러소설 #미스터리소설 #반전소설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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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서울행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공항.
내자리 창문에서 보인 마지막 한글.
아니다, 이게 마지막이구나. “단차, 미끄럼 주의하세요”
나는 쪼그만 노트에 여행한 기록을 적는다. 처음엔 간단하게 적었다가 요즘은 들고다니면서 적는데 뭐랄까 노트에 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수다쟁이처럼 엄청 늘어놓는다. 나중에 들춰보면 좀 웃기기도 함. ㅎㅎ
알록달록 하구먼. 문득 옆을 봤더니 알록이 달록이들이 귀여워서 찍어봄.
이건 더스틴선물이다. 이런 걸 돈주고 사다니 싶지만선물이란 무릇 그런 것이 아니더냐 ㅎㅎ 나를 리모와와 메리엇 포인트의 세계로 인도한 자라서 간김에 서울 스티커와 문구가 마음에 들길래 한번 골라봤다. 생각해보면 주변에 나에게 이것저것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 나의 여행이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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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 환청, 다른세계
2023.5.10.
남편은 계속 잠을 자고 있다. 화장실 조차도 가지 못한다. 환각은 점점 심해진다. 꿈속에서 뭔가 바빠보인다. 미국도 중국도 가야한단다. 무슨 소리가 들려 가보면, 너무 바빠서 힘들다고 한다.
현실세계를 살지 않는 그는 내가 알던 남편, 아이들이 알던 아빠가 아니다.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도, 내가 대답하지 않으면 왜 다답하지 않느냐고 한다. 현실을 이야기하면 비웃는다. 억지로 먹고, 누워만 있으니 점점 몸이 붓고 있다.
사업상 물어볼게 많은데, 여기 저기서 서류를 찾는데 아는 사람은 남편밖에 없다. 서류를 뒤져봐도 모르겠다. 변리사, 변호사, 회계사, 법무사..... 도대체 어디를 둔걸까.
밥은 여전히 거부한다. 아이들이 번갈아 가며 죽을 먹여주고 있다.
오늘은 많이 미안했다. 내가 하루 종일 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 가면 11시정도, 아들이 병원을 대신가고, 딸이 대신 케어를 하고, 내일은 오후까지 내 담당이다.
집으로 가는 길, 기차역에서 딸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 어때? 방에 소변 냄새가 많이나. 딸에게 아빠 기저귀를 갈아주라고는 할 수 없다.
죄책감. 뭘 해줘야할지 몰라서. 혼돈: 호스피스를 보내는 것이 잘 하는 것일까. 마무리: 아직 아이들을 알아볼때, 아이들과 더 뜻 깊은 이별을 해야하지 않을까. 기도의 주제.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생명. 살려달라고 해야할까. 아프지 않게 갈수 있게 해달라고 해야할까. 거리감. 달라진 남편에게 더 가까이 갈수 없어서. 불안함. 이후에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강인함. 남아서 내가 해야할 일이 있으니까. 변호사를 선임하고, 남편이 그토록 지키려 했던것, 잃기 싫었던 것을 내가 지켜야 한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반복. 사람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면서, 반복하는 게 싫다. 나는 왜 답을 하고 있는가. 같은.... 궁금한 사람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하는 나는 힘들다.
집에 아기를 놓고 나온 엄마 마음같다. 빨리 달려가고 싶은데 기차는 아직도 20분이나 남았다.
호스피스를 검색했던 어제 이제는 임종을 검색하고 있다. 정말 그 때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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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시간 속 잠든 너를 찾아가 아무리 막아도 결국 너의 곁인 걸 길고 긴 여행을 끝내 이젠 돌아가 너라는 집으로 지금 다시 Way back home
아무리 힘껏 닫아도 다시 열린 서랍 같아 하늘로 높이 날린 넌 자꾸 내게 되돌아와 힘들게 삼킨 이별도 다 그대로인 걸 Oh oh oh
수없이 떠난 길 위에서 난 너를 발견하고 비우려 했던 맘은 또 이렇게 너로 차올라 발걸음의 끝에 늘 니가 부딪혀 그만 그만
멈춘 시간 속 잠든 너를 찾아가 아무리 막아도 결국 너의 곁인 걸 길고 긴 여행을 끝내 이젠 돌아가 너라는 집으로 지금 다시 Way back home
조용히 잠든 방을 열어 기억을 꺼내 들어 부서진 시간 위에서 선명히 너는 떠올라 길 잃은 맘 속에 널 가둔 채 살아 그만 그만
멈춘 시간 속 잠든 너를 찾아가 아무리 막아도 결국 너의 곁인 걸 길고 긴 여행을 끝내 이젠 돌아가 너라는 집으로 지금 다시 Way back home
세상을 뒤집어 찾으려 해 오직 너로 완결된 이야기를 모든 걸 잃어도 난 너 하나면 돼
빛이 다 꺼진 여기 나를 안아줘
눈을 감으면 소리 없이 밀려와 이 마음 그 위로 넌 또 한 겹 쌓여가 내겐 그 누구도 아닌 니가 필요해 돌아와 내 곁에 그날까지 I’m not 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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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이 식어도 남아있는 것.(fiction)
첫 번째 연애의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면, 연애를 시작하고 두 달간은 어떤 음식점을 가야 할지 몰랐던 이유, 상대방이 새로운 곳을 가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이유로 스무 살의 나는 항상 똑같은 국밥집만을 여자친구를 데려갔다. 어느 날 그 친구가 흥얼거리듯 나에게 투정을 부린 날이 있다. 아마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상처받을까 봐 참다가 참다가 장난치듯 말한 것일 것이다. "나도 이쁜 곳이 좋다고, 가끔은 분위기를 챙기고 싶다고" 그날이 아마 그 친구와 마지막으로 국밥집을 갔던 날의 기억이다. 그 후에는 어느 스무 살의 연인들처럼 새로운 곳과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예를 들어, 조금은 어색하지만 기념일에는 스테이크와 와인을 찾기도 하고, sns에 올라오는 곳들을 찾곤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애에게 연인들이 데이트할 때는 어디를 가야 하고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배웠던 것 같다. 그리고, 뜨거운 국밥이 식듯이, 시간이 지나 사소한 싸움들로 우리의 마음도 식었다. 그렇게 평범한 남자인 나의 서툴렀던 스무 살의 첫 번째 연애가 끝이 나고 시간이 지났을 때, 두 번 되어 두 번째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다음의 연애에서는 나는 전의 만남에서 알게 된 꽤 괜찮은 양식집을 알고 있었기에, 새로운 인연과 둘이서 그 식당에서 식사하고, 내가 먼저 카페를 권해 찾기도 했다. 스무 살 때는 프라푸치노 같은 단것 만을 주문해 ���대방에게 집중하기보다는 후루룩 금방 다 마셔버려서, 한 시간 동안 빈 잔에 빨대만 돌리고 앉아있던 남자였던 나는, 이제는 아메리카노 같은 쓴것을 주문해, 마시는것에 집중하기보다는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이야기하며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기념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알고, 혹은 집에 놀러 온 여자친구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몇 가지 요리도 알게 되었다. 편한 운동복만 입고 꾸밀 줄 몰랐지만, 이제는 데이트할 때에 알맞은 옷들도 몇 벌은 옷장에 놔두고 있고, 예전에는 칙칙하거나 불쾌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어떤 체취가 났을 남자인 나는 적당한 향의 향수를 알게 되어 좋은 향을 풍길 수도 있었다.
몇 년의 시간, 몇 번의 연애 경험이 지난 지금,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 시작되었던 연애에서는, 항상 데이트코스였던 국밥집에서 소주는 나에게 여자친구와는 가끔가다 특별한 느낌으로 할 수 있는 이색 데이트처럼 여겨졌다. 용돈 혹은 아르바이트를 하여 빠듯했던 스무 살의 첫 연애와는 다르게 국밥이 아니라 폼나는 곳에서 와인과 식사도 자주 찾게 되었고, 목걸이와 반지, 꽃 같은 것들로 애인을 기쁘게 해줄 수도 있게 되었다.
이런 글을 끄적이게 된 계기가 있다.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볼일이 있어 부산, 나의 모교, 다니던 대학교에 갔다. 나에게는 좋은 기억이었던, 스무 살에 만났던 그 친구의 뒷모습을 봤고, 크게 소리쳐 부르지 않으면 못 들을 정도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었음에도 시간이 지난 너의 그 뒷모습을 알아봤다. 어떻게 그 뒷모습을 잊겠냐 만은, 너의 여전히 얇은 발목을 보며, 우연히 내가 가는 길과 방향이 같길래, 몇 년 만에 안부나 묻고 이야기나 하려 전화를 걸려고 했다. 당연히 내가 뒤에서 보고 전화를 걸었다고 생��을 못 했는지 전화 걸려온 화면을 눈으로 보고, 수신 거절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물론, 내 번호가 저장되어 있지 않아 모르는 번호였을 수도 있고, 당황했을 수도 있고, 바빴을 수도 있다. 수 년간 단 한 번의 연락도 하지 않았었지만, 사실 나는 반가운 마음이 컸기 때문에 사실 조금 상처받았었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났을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나는,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가로등 하나가 깜빡이는 길,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확인한 내 핸드폰 화면에 전화가 왔다. 그러니깐 전화를 내게 보낸 사람이 김XX 라고? 한 손에는 늦은 저녁으로 먹으려고 포장한 국밥이 든 비닐봉지를 들고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매몰차게 전화를 거절하고 안 받던 넌데, 답하나 주지 않던 네가 일주일이나 지나서 나에게 먼저 전화를 했다고? 괜시리 조금 삐졌었지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했던데", "학교 앞에서 �� 봤어.", "잘 지내?"와 같은 형식적인 몇 마디 말들이 오고 난 뒤에 정적이 흘렀다. 나도 모르게 "나 지금 국밥 포장했어."라는 말을 했다. 너도 그때를 기억하는지 피식했고, 우리는 통화 너머로 한참을 웃었다. 그렇게 어색함을 풀렸고, 몇 년간의 서로에게 생긴 공백들을 채워나가는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언제 어색해했냐는듯이 대화에 빠지느라 국밥은 밤새 식어갔다.
그 뒤에, 주말에 우리는 국밥집에서 약속을 잡고 만났다. 그리고 그날에 우리는 다시 연인이 되었고, 한동안은 그 국밥집 사장님이 우리를 알아볼 정도로 단골이 되었다. 그 뒤에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직 잘 만나고 있을 수도 있고, 식은 국을 다시 데워도 또다시 식게 되듯이 각자의 길을 가고 있을 수도 있다. 이 글을 읽게 되는 여러분은 어떤 결말을 바랄까. 그럼에도 나는 그 후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싶다. 그냥. 사람들이 국밥으로 밥을 때울 때 이유가 없듯. 그냥.
추신. 박하사탕을 계산대에서 항상 챙겼던 이유는, 별것 아닌 것도 아이처럼 좋아하던 네 모습이 좋아서야.
계단을 걸어 내려오다 마주쳤던, 틈으로 세어들어와 벽에 스며든 달빛처럼. 무심코 본 어항 속의 금붕어의 모습이 꼭 꽃잎이 춤추듯 보이는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열어본 앨범 속, 내가 모르던 나의 웃는 모습이 있는 것처럼.
당신의 기억은 내게 머물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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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2/28
2/16
주연이와 함께 동기들 청첩장 모임을 잡았다. 아직 모임에 인원제한이 있어 YB, OB, 그리고 OOB로 나눠서 몇 개의 단톡방을 팠다. 와, 만약 누군가 나에게 만나서 청첩장을 준다면 그건 진짜 꼭 가야하는 거구나. 청첩장을 돌릴 사람을 추리고, 연락하고, 약속을 잡는 모든 일이 이렇게 어렵고 부담일 줄 미처 몰랐지. 우선 추리는 것부터 너무 어렵고. 연락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갸우뚱한 회색지대에 쌓인 연락처들은 해야 할 일을 미뤄둔 것처럼 마음 한 켠에 무겁게 놓여있다.
아무래도 직접 건네지 않으면 서운해 할 법한 사람에게 먼저 만나자는 연락을 돌리고 있는데, 재형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가 욕먹고 싶지 않아서 연락을 안하려는 거잖아? 근데 섭섭하게 만드는 것보다 욕먹더라도 연락을 하는 게 마음이 편해.” 하긴 내가 욕 먹고 싶지 않은 건 욕심인거고, 내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섭섭한 마음을 들게 하는 �� 안 될 일이지. 만나긴 어렵더라도 전화로는 소식을 전해야겠다.
2/17
민재님과 점심. 어떻게보면 한 번 같이 일을 한 사이인데 먼저 점심을 먹자고 말해주어 고마웠다. 70프로의 확률로 갑상선 암인 그녀는 (3월에 3차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30프로의 확률이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 최근에 잔뜩 받은 야근과 스트레스를 이야기하며 “글쎄 나보고 모레까지 가져오래. 나 어제 암 선고 받았는데!”라고 질병을 유머로 승화시켰다. 그래 우리가 어떤 민족이야, 해학의 민족이지. 그렇지만 오늘 웃을 수 있는 게 어제 울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라는 걸 안다.
민재투어로 더 큰 집을 구경했다. 잠실타워 38층 뷰는 사진보다 웅장했고 짜릿했다. 특히 마음에 들어왔던 건 스마트한 오피스 자리에 붙은 아날로그틱한 액정 이름표였다. (불투명하고 뭉탁한, 마치 옛날에 자석을 이용해 무언가 그리고 지우던 필름 같은 재질) 그치-이런 게 바로 배민 색이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되니 떠나는구나.
낯설고도 반가운 38층 뷰여 안녕. 내가 또 언제 이렇게 넓은 서울을 볼 수 있을까!
2/18
거리두기 6인 유지. 오미크론으로 회사도 문을 닫았다, 원래도 닫았지만 더 적극적으로. 이제 출근하려면 부문장 승인 후 자가검진키트로 검사까지 해야한다. 아마도 나의 38층 뷰는 어제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
할머니들 카톡방에서 소정언니가 MBTI 궁합을 가져왔다. 결과는 파국. E인 다운이가 열일했다. 다음에 만나면 공로상을 주기로 했다.
준하님의 피티 선생님이 우리 둘이 함께 운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 하셨고, 말 잘 듣는 우리는 처음 함께 운동을 했다. 옷을 갈아입고 자 이제 뭐부터 하지? 준하님도 화이팅! 건승을 빌며 각자 기구를 선택한 우리에게 선생님이 다가왔다. “아 함께 운동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같이 온 거예요?” 헬스장의 세계에서 “운동 같이 하자”의 의미는 같이 들어갔다 대충 시간 맞춰 집으로 갑시다-가 아니라, 내가 무게를 들 때 네가 쉬고 내가 쉴 때 네가 무게를 들자, 즉 번갈아 웨이트를 하자는 뜻이었다. 나는 몰랐지, 준하님도 몰랐지. 우린 몰랐지!
2/19
만득의 오랜 친구 세연 언니를 만났다. 오빠의 여자 사람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는지라 조금 긴장한 채로 나갔는데 털털한 성격에 내 마음도 털털 가벼워졌다. 언니는 만득이가 친구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어떻게 하는지 얼마나 좋아하는 것 같은지를 귀뜸해주었다. 프로포즈를 어떻게 해야하지 하는 고민도, 결혼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친구들에게 했었다고. “여자가 추천하는 남자” 타이틀을 얻은 만득은 약간 의기양양한 듯 보였고, 친구들 앞에서 나를 좋게 말해준 만득이에게 너무 고마웠다.
2/20
아빠 양복을 맞춘 날. 아빠는 어색해했지만 수트가 꽤 잘 어울렸는걸.
2/21
희진 카피님과 보들이(태명)을 만났다. 벌써 8개월이라니! 예정일은 4월 말이라고 한다. 회사를 나오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카피님은 결혼을 했고 이제 곧 애기가 나온다. 짧다고 생각했는데 한 생명의 프리퀄부터 본격적인 시작까지의 서사가 만들어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2/22
아름, 은정님과의 환궁시 쫑파티겸 나의 굿바이 모임. 신사 핀치브런치바라는 곳에 갔다. 예쁘고 비싸고 양이 적은 맛.
모두 각자의 고민이 있었다. 나 역시 문득문득 “가서 적응도 일도 못하면 어떡하지? 너무 많은 것이 바뀌어있으면? 분위기가 생각보다 더 좋지 않다면?” 하는 생각들이 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2/23
만득이의 생일. 만득의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오부이용에 갔다. 한수씨의 형 관수씨의 프랑스 요리학교 친구가 귀국해 오픈한 가게인데, 작고 따뜻하고 활기찬 인테리어에 한 그릇 한 그릇 맛이 꽉 찬 곳이었다.
처음 먹어본 달팽이 요리는 부드럽고 신선했고, 두 번째로 맛본 양파스프는 달달 뜨끈 고소하고 농축된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예전에 인사동에서 먹어본 것과는 전혀 다른 맛. 사람을 세 번은 봐야 어렴풋이라도 알 수 있듯, 음식도 세 번은 봐야 어떤 맛인지, 내 입맛에 맞는지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먹어본 양파스프가 별로였다고 오늘 고르지 않았다면 이 맛을 몰랐을 테니까. 양파스프에게도 세 번의 기회를 주자.
식사의 마지막에 나온 디저트에 작은 초를 꽂아 생일을 축하하고, 몰디브에 꼭 가자는 약속을 담은 만-드 (만득이의 드론)을 선물했다. 249g의 작고 귀여운 만드의 소원은 몰디브의 하늘을 비행하는 것.
2/24
옥정이에게 청첩장을 주기 위해 마포에 갔다. 오랜만에 수프가 수퍼 맛있는 souper. 동기라는 건 참 신기하다. 아무리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말하지 못할 게 없다. 어쩌다보니 같은 날, 같은 곳에 들어왔을 뿐인데.
내가 가지 않은 길을 내 동기를 통해 엿본다. 이미 어엿한 고참이 되어있는, 몇 년 새 더 멋있어지고 어느 정도 여유를 지니게 된 나의 친구. 늘상 달고 사는 다이어트로 더 맛있는 걸 사주지 못해 미안했고 기꺼이 와준다고 해서 고마웠다. 프릳츠에서 드립백을 사서 가방에 꼬깃꼬깃 넣어주었다.
2/25-2/27
2년만의 방문이자 만득이와 함께 오는 두 번째 제주. 만득이 예약해준 숙소는 또 오고싶을만큼 예뻤다. 바다 바로 앞에 위치한 덕에 앞바다를 앞마당처럼 썼다.
첫째날엔 사려니숲길을 걸었고, 만-드의 첫 비행을 했다. 숲길은 울퉁불퉁하니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는데 자꾸 걸으니 편안하고 아늑했다. 이래서 숲을 걷는 거구나. 사람의 적응력이 이런 거구나. 주차장에서 만드를 처음 날렸는데, 이 작은 기계를 만득이가 너무 기특해해줘서 기뻤다(?) 성읍 민속마을에서 유명하다는 흑돼지를 먹었는데 예전에 공항 앞에서 먹었던 곳보다는 별로였다.
둘째날, 우도 하고해변. 우도가 이렇게 볼거리 놀거리 많은 곳인줄은 미처 몰랐지. 일단 사이드카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돌아다니는 것 부터. 어렸을 땐 몰랐는데 우도는 하나의 거대한 카트장이었다. 중간중간 놀 거리, 먹을 거리 가득한. 하고해변이라는 곳에 멈춰 해안가를 걸으며 한참 놀다, 중간에 들른 카페에 널부러져 앉아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친구들과 연인에게는 꽃 하나쯤 있어야지!” 하면서 옆테이블과 우리에게 꽃다발을 안겨주셨다. 신종 판매수법인가 싶어 내 안의 진돗개 1호를 발동했지만 그런 건 아니었고, 아무 대가 없이 받은 꽃다발에 우도가 100배쯤은 더 좋아졌다. 행복은 노닥거리다 우연히 받은 꽃다발 같은 것. 본섬으로 돌아와 남양수산에서 고등어회를 먹었고, 참돔회를 추가했다. “이게 적은 양이 아닌데..” 계산을 하며 사장님이 놀란듯 말씀하셨다.
셋째날, 떠나야할 때. 아침 일찍 일어나 다랑쉬오름을 산책(이라고 하기엔 등산처럼 헥헥댔지만) 하고 가족들에게 줄 쑥찐빵을 샀다. 신촌 덕인당에 가고 싶었지만 휴무여서 새로 급히 검색해 찾아간 곳인데 나름 맛집인듯 싶었다. 공항에 가는 길에 오늘의 여행코스 1순위인 칠돈가 본점을 들렀다. 긴가민가했는데 가보니 2년 전 갔던 그 곳이 맞았고, 목살을 한 점 먹어보니 그 맛이 그대로. 행복한 마무리를 즐겼다. 제주에 가면 공항 가는 길 마지막 코스로 칠돈가 본점에서 근고기를 먹는 것을 우리 가족의 첫 번째 전통으로 등재시켰다.
2/28
희진카피님과 옥정이에 이은 세 번째 청첩장 모임의 주인공은 형경이와 윤영이.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운봉산장에 예약했고, 어느덧 고참이 된 우리는 한 명은 백수로, 두 명은 연차를 내고 평일의 여유를 즐겼다. 같은 커피도 평일 3시에 먹으면 더 맛있지.
형경이는 포도막염이 심해지고 있었음에도 항생제 8알을 들고 나와주었다. 윤영이는 술을 마시지 못하는 두 사람 앞에서 개의치않고 칭따오를 몇 잔 마셔주었다. 10년 전 비슷했던 모양새와 달리, 오늘의 우리는 각자의 사정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모여 앉아 먹고 마시고 웃는다.
운봉산장은 정말 어딘가의 산 앞에 있을법한 인테리어의 가게였다. 문지방을 넘자마자 물씬 풍기는 양냄새가 군침을 돋궜다. 코리안 스타일의 옛스런 가게지만 1부와 2부로 나뉘는 프렌치 스타일로 운영되고 있었다. 각 테이블엔 궁서체로 예약자명이 적혀있었고, 앉자마자 밑반찬이 세팅되는 K-스타일. 한국과 프랑스가 요리조리 뒤섞인 어딘가 묘한 느낌. 기대했던 양수육은 환상적이었고 역시나 양이 적었다. 인당 2인분은 먹을 수 있었으나 우리는 사회인이었기에 점잖게 전골을 택했고, 감자탕 스타일로 끓여나온 양고기 전골 맛 역시 훌륭했다. 1부 시간이 끝나고 나올 때 보니, 2부 사람들은 모두 인당 와인 1병씩은 가져오고 있었다. 코르크마개를 따는 손짓에서 결연함이 느껴졌다. 다음엔 우리도 와인을 가져와 콜키지 프리를 제대로 즐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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