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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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샀다고 생각하는 아이템 3가지"
*잘 샀다고 생각하는 아이템 3가지
1. 건조기. 귀에 딱지가 앉도록 쓰던 사람들이 쓰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해서 구비하게 된 건조기.
정말이다.
내 인생은 건조기가 있기 전후로 나뉘어도 과언이 아니다.
실내건조 하는 번거로움이 싹 사라졌다.
인간의 발명품 중 위대한 것 중에 손에 꼽을 수 있다.
다들 꼭..사길.
2. 쓰리잘비. 이렇게 명명하는게 맞는지 모르지만, 고무모양 날?로 빗자루 역할을 하는 것인데,
머리 말리고 나서 머리카락 및 먼지 쓸기에 아주 안성맞춤이다.
기존에는 밀대를 썼��데 이게 훨씬 잘 쓸리고 좋다. 대단한 게 아닌데도 아주 좋다.
3. 아직이다.
아직 3번째를 찾지 못했다.
맘에 쏙 드는 것이 없는걸.
4. 나는 되게 팔랑귀에 뒤늦은 유행을 쫓는 사람이다.
얼리어답터는 아니고 더욱이 귀찮음도 많아서 그렇다.
좋다고 하는 것들 덜컥덜컥 사곤 했는데 전부 창고행이다.
인생은 딱히 타인의 기준을 들이댈 수 있는 건 아닌가보다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분을 놓을 수가 없다.
뭘 사야 잘 샀다는 소문이 나려나.
-Ram
*잘 샀다고 생각하는 아이템 3가지
1.등산화 작년에 노스페이스 수유점가서 등산복을 보려다가 생각지도 못한 등산화를 득템했다. 두꺼운 양말을 신을 생각으로 등산화 사이즈도 크게 구매했는데 그 이후로 너무 잘 신고 다닌다. 발 한 번 까진 곳 없고, 물집이 잡힌 적도 없다. 보아 다이얼로 편하게 신발을 벗고, 신고 하니 끈을 꽉 조여맬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보아 다이얼은 겨울에 보드 타러 갔을 당시 부츠 신을 때나 탁 눌러서 돌리고 돌려서 사이즈를 조절할 때 사용했는데, 등산화에도 달렸을 줄이야. 등산화가 있으니 어떤 산이든 일단 가기가 수월해졌고, 실제로 접지력도 좋아서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그리고 방수 기능도 좋아서 물이 고인 산길에서도 천하무적이 된다. (예전에 러닝화 신고 어떻게 등산을 했을까) 잘 산 등산화가 어디든 날 데려다준다!
2.노란색 유리도어 철제 수납장 우리 집엔 티비가 없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티비가 나오는 모니터가 방안에 있긴 하다. 하지만 거실엔 커다란 티비를 놓지 않았고 책장을 놓을까, 수납장을 놓을까 고민하다가 먼지가 무서운 나는 도어가 달린 수납장을 샀다. 수납장이든 책장이든 검색하면 흰색과 나무로 된 것이 많이 나왔는데 보다 보니 그냥 내가 그 색들에 질려버렸다. 그래서 뜬금없이 노란색 철제로 만들어진 유리도어 수납장을 주문했다. 철제가 생각보다 무거워서 조립할 때 살짝 애를 먹긴 했지만 결과는 대만족. 일단 수납장 안에 책, 공책, 자주 사용하지 않는 노트북, 아직 뜯지 않은 화장품, 코드들, 스티커들, 파우치들, 보드게임 박스들 등 잡다구니까지 바구니들을 이용해 다 넣으니 속이 후련했다. 수납장 위엔 새빨간색 JBL 블루투스 스피커와 전자시계, 선인장, 커다란 산세베리아 화분에서 어쩌다 보니 자른 잎을 심은 화분, 몇몇 위스키들과 선물 받은 술까지 올려놓으니 그 쓰임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포인트는 색상. 집에 들어오면 바로 노란색 수납장이 보이는데 옆에 있는 커다란 몬스테라와 그 외 식물들과 색조합이 너무 완벽해서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딱히 인테리어에 욕심이 없었는데 노란색 수납장을 산 후 보는 족족 만족감이 상승하니 사람들이 왜 집 인테리어에 투자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런 기운을 몰아 집 다이닝룸을 새로 꾸미고 싶어 시간나는 대로 열심히 이것저것 검색하고 있다.
3.멕시코66 태국에 있었을 때 주구장창 신고 다녔던 멕시코66. 내 기준 무지퍼셀보다 편하고 예쁜 신발이 또 있을 줄 몰랐다. 신다 보면 더욱 내 발에 맞아 편해지고 신 자체가 가벼운 건 두말하면 입 아프지. 신발이 가벼운 만큼 밑창이 얇긴 해서 겨울엔 살짝 넣어두지만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손이 가고 발이 가는 운동화다. 20대 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0cm가 넘는 힐만 신고 다니다 30대가 되어서야 운동화에 아주 조금씩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계속 힐을 쇼핑하긴 하지만 운동화가 그 시간들을 비집고 들어오다보니 힐 신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불쌍한 내 발한테는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가을에 나고야를 갈 예정인데 거긴 오니츠카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길래 또 다른 멕시코66을 들고 와야겠다.
-Hee
*잘 샀다고 생각하는 아이템 3가지
1.리코 Gr3x 카메라
dslr과 미러리스 카메라를 전전하다 다시 안착한 필름 카메라의 세계는 일순간에 붕괴됐다. 한 롤에 삼천 원 하던 싸구려 필름이 이만 원도 넘어서버리니 내가 가진 썩 괜찮은 필름 카메라도 렌즈도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셔터 한 번 한 번을 신중하게 누르게 되고 그 결과물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감각을 지금도 너무 좋아하지만 와인딩 한 번 할 때마다 드는 금전적 압박이 내게는 꽤 커다랗게 다가왔다. 이러다가는 기록 그 자체를 멈추게 될까 봐 새로운 카메라를 찾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구매한 새 카메라는 리코의 Gr3x였다. 일단은 작고 가벼워서 좋다. 카메라로서의 성능은 무지성으로 HDR을 남발하는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훨씬 사진다워서 좋다. sd카드에 있는 사진을 핸드폰으로 꺼내 오는 과정은 새 필름을 몇 개씩 챙겨서 다니고, 32컷을 모두 촬영한 다음에는 매거진을 갈아줘야 하고, 사진을 확인하기 ���해 현상소에 필름을 맡긴 뒤 며칠을 기다려야만 하는 과정보다 훨씬 훨씬 간소하다. 컷 수에 제약이 없는 데다가 화각까지 내 마음에 쏙 든다. 아마 디지털카메라나 스마트폰 카메라부터 접해서 사용해 본 사람은 전혀 실감할 수 없는 장점이겠지만.
2. 티타늄 플라스크
백패킹을 갈 때마다 소주든 와인이든 그날 마실 술 한두 병 정도야 거뜬히 배낭에 넣고 다녔지만 이제는 가벼운 티타늄 플라스크에 그날 마실 위스키를 골라서 넣어 다닌다. 무게가 가벼워서 좋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가져갈 수 있는 양이 제한적이라 딱 적당하게만 취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플라스크의 뚜껑을 여닫는 느낌. 작은 구멍으로 위스키가 쫄쫄 흘러나오는 소리. 제한을 걸어둔다는 것만으로도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소중해지는 느낌. 고립을 즐기러 굳이 배낭을 메고 산속에 들어가는 일과 결이 맞아서 한 층 더 좋다.
3. 빅 아그네스 가드 스테이션8 쉘터 돌고 도는 유행을 바짝 따라붙어 다니다가 결혼을 한 뒤 메인 스트림에서부터 한참 멀어지고 나서부터 나의 캠핑 스타일을 정립할 수 있었다. 내가 캠핑이라는 취미를 지속하기 위해서 펼치고 접을 때마다 두 시간씩이나 걸리고, 전기를 끌어다 써야 하는 맥시멀한 캠핑은 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오토캠핑을 하면서까지 불편하게 쭈그린 채 지내다가 허리 부서지는 미니멀한 캠핑은 하고 싶지 않다. 가드 스테이션8은 적당히 넓고 적당히 안락하고 설치와 철수에 적당한 시간이 드는 쉘터다. 만듦새는 적당히를 넘어서면서 적당히 인기 없는 바람에 지난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 본래 가격의 절반 값에 구할 수 있었다. 아마 스킨이 삭아서 가루가 될 때까지도 처분하지 않고 만족하며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든다.
-Ho
*잘 샀다고 생각하는 아이템 3가지
물건을 잘 안사는 편이고 심사숙고해서 사는편이라 고르는데 힘들진 않았다.
1.호카 호파라 샌달 작년에 남편이 남자친구인 시절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줬는데 진짜 편하다. 맨발에 신어도 되고 양말신고 신어도 되고 바다갈때 그냥 신고가서 물에 닿아도 되서 좋다. 이거 사고 남편이 니가 물건사고 그렇게 웃는거 첨본다 했었다.
2.스텐리 레거시 쿼드백 500미리 텀블러 이건 한 4년전에 사서 아직 잘쓰고 있는데, 찬거든 따뜻한거든 유지가 잘되고 튼튼하다. 요새 나오는거는 빨대형식이 유행인거 같은데 나는 무조건 밀폐되는걸 선호해서 가방에 넣고 다녀도되서 좋다.
3.살로몬 운동화 또 신발인데.. 살로몬은 진짜 너무 편하고 심지어 이뻐서 한국와서 또 사고 싶어봤더니 28만원이라.. 운동화에 28만원은 좀 아닌거 같아서 다음에 운동화를 산다면 호카를 살것같다.
이제는 물건을 살때 최소한 60살이되도 내가 이걸쓸것인가 생각하고 사게된다. 쓸데없는 소비를 하지말자 해도, 다이아몬드 반지는 하나 가지고 싶은거보면 미니멀리스트는 멀었지 싶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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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학교를 졸업한 친구 J를 만났다. 베를린에 살고 있다고 들었지만 이사오고 6개월이 넘도록 한번 만나질 못했다. 오늘 약속장소에 나가면서 어색하진 않을까 잠깐 걱정했다. J는 살짝 달라진 모습이었다. 검정 긴 생머리는 그대로지만 입술 중앙에 피어싱이 생겼고 눈가나 인상이 짙은 갈색에서 검정이 된 느낌이랄까. J는 이탈리안 애인과 결혼을 했는데 얼마전 처음 그의 부모님과 함께 한국에 다녀왔다고 했다. 나 너무 힘들었잖아.
그의 부모님은 이탈리아 시골동네에서 줄곧 만족���며 느긋하게 살아와 그다지 모험심이 없는데 낯선 문화를 피부로 느끼며 경계심이 심하셨나보다. 이건 어떻네 저건 어떻네 그건 왜그러냐 하나하나 불평 불만이 많으신 가운데 영어를 못하는 식당직원에게 영어를 왜 못하냐는 지적을 하셨다고 한다. 한반도에 와서 한국어를 못하는 자신을 고려할 백인이 아니지 응응. 그와중에 그들이 가는데마다 한국인들은 방문해 주셔서 감사 하질 않나, 그들이 겨우 기억해 고마워 라는 말을 떠듬떠듬 뱉으면 박수치며 좋아 해주질 않나, J는 J의 엄마와 독일땅에서 받은 그들의 대우와 천차만별인 상황을 보며 백인우월주의를 뼈저리게 느껴 버린것이다. 하루는 생선구이를 먹는데 J의 어머니가 앉지도 못하시고 내내 서서 생선을 발라주셨고 파트너의 부모님은 편히 주는대로 족족 받아먹는데 J는 그것이 너무 속상하고 짜증낫다고 했다. 지금도 말하면서 눈물이 핑돌아. 제발 엄마도 앉아 먹으라고 했지만 J의 어머니는 자기가 serving을 해야 마음이 편한 아시아 문화권의 여자사람인 것이다. J는 다신 그들과 같이 한국에 가지 않을거라고 했다.
이후 우리는 우리가 struggle했던 근 십년전과 지금의 시대의 ���일에서 ASIAN하기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어느 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말할 수 있고 조심해야하는지 등을 이야기했다. 확실히 밀레니얼들이 겪은 인종차별은 문화적 인식변화가 있은 이후로 트위스트 되어 반복되지 않는 느낌이다. 좋은거지. 그러니까 우리가 당한 수모를 자꾸 말하면 우리 전 엄마아빠 이민세대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설명하기를 반복하는거랑 똑같지 않을까란 생각을 공유 했다. 우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머니잡을 찾아야하는데 그건 예술과 관련되어야 하지만 예술가의 프로필에 관여되면 안되는 복잡한 상황에 대해, 작업을 그래도 씩씩하게 이어나가며 멋진 사람이 되자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몰랐는데 J는 내 상황을 이야기할때마다 이렇게 해봐 저렇게 해봐 솔루션을 주는 타입이었다. 나는 생활력이 강하고 여러모로 열려있는 J에게 감탄하며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어젠 반나절을 울고 아침에 퉁퉁부운 눈으로 울적하게 깨어났는데 말이지. 종종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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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에서 나는 뉴런들의 가소성을 소개했다. 이때 가소성이란 뉴런들이 바뀌기도 한다는 사실이었다. 가지돌기 입력의 강도, 축삭 둔덕에서 활동전위가 개시되는 설정값, 불응기의 지속 시간 등이 바뀐다. 앞 장에서는 가령 테스토스테론이 편도체 뉴런들의 흥분성을 증가시키고, 글루코코르티코이드는 이마앞엽 겉질 뉴런들의 흥분성을 줄인다는 것을 보았다. 심지어 감마 아미노뷰티르산에 관련된 뉴런들이 다른 뉴런들의 흥분성을 줄이는 효능을 프로게스테론이 북돋운다는 것도 보았다.
이런 형태의 신경가소성은 몇 시간에 걸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이제 좀더 극적인 가소성, 며칠에서 몇 달에 걸쳐서 벌어지는 가소성을 살펴보자. 몇 달은 아랍의 봄이 펼쳐지기에도, 불만의 겨울이 펼쳐지기에도, 사랑의 여름 동안 성매개감염병이 퍼지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지금부터 보겠지만, 몇 달은 뇌 구조에 어마어마한 변화가 생기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비선형적 흥분
작은 질문부터 시작해보자. 어떻게 몇 달 전에 벌어진 사건들이 오늘 시냅스의 흥분성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일까? 시냅스는 어떻게 ‘기억’할까?
20세기 초에 기억의 미스터러에 처음 접근했던 신경과학자들은 이보다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질문을 던졌다. 뇌는 어떻게 기억할까? 보나마나, 기억 하나가 뉴런 하나에 저장되는 거겠지. 그러니 새 기억이 형성되려면 새 뉴런이 생겨나야겠지.
이 가설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것은 어른의 뇌가 새 뉴런을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이 발견된 때였다. 더 나은 현미경 덕분에 뉴런에 가지가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가지돌기와 축삭말단의 가지들이 숨막히게 복잡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렇다면, 새 기억이 형성되려면 새 축삭 혹은 가지돌기 가지가 자라야 하는 거겠지.
이후 시냅스가 알려지고 신경전잘물질 연구가 탄생하자, 이 가설도 수정되었다. 그렇다면 새 시냅스가 형성되어야만, 즉 한 축삭말단과 한 가지돌기 가시 사이�� 새로운 연결이 형성되어야만 새 기억이 형성되는 거겠지.
이런 추론마저 역사의 잿더미에 버려진 것은 캐나다 신경생물학자 도널도 헵의 1949년 연구 때문이었다. 헵은 정말로 선구적인 전망을 가졌던 과학자라서, 70년이 흐른 지금도 신경과학자들의 책상에는 머리가 까닥까닥 움직이는 헵 인형이 놓여 있다. 헵은 역사적인 책 『행동의 조직』에서 이후 지배적 패러다임이 된 가설을 내놓았다. 기억 형성에 필요한 것은 새 시냅스 형성이 아니라(하물며 새 가지나 새 뉴런 형성은 더 아니다) 기존 시냅스의 강화라는 가설이었다.
이때 ‘강화‘란 무슨 뜻일까? 회로 차원에서 설명하자면, 만약 뉴런 A가 뉴런 B와 시냅스를 맺는다면, 그것은 뉴런 A에서 일어난 활동전윈가 뉴런 B에서도 활동전위를 일으키기가 더 쉽다는 뜻이다. 두 뉴런이 더 긴밀하게 결합되는 것이다. 뉴런들은 ’기억‘한다. 세포 차원으로 번역하자면, ’강화’는 한 가지돌기 가시에서 일어난 흥분의 파동이 더 멀리까지 전파되어서 저멀리 있는 축삭 둔덕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는 뜻이다.
광범위한 연구로 밝혀진바, 어떤 경험이 어떤 시냅스를 반복적으로 통과하는 뉴런 점화를 일으킨다면, 그 경험은 그 시냅스를 ‘강화‘한다. 그리고 여기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것이 글루탐산(글루타메이트)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다.
2장에서 배운 내용을 떠올려보자. 흥분성 신경전잘물질이 시냅스 후 가지돌기 가시에 있는 적절한 수용체와 결합하면, 나트륨 통로가 열린다. 그러면 나트륨이 조금 흘러들어오고, 약간의 흥분이 일어나고, 그 흥분이 퍼져나간다.
학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글루탐산 신호는 이보다 더 세련된 방식으로 작동한다. 상당히 단순화하여 설명하자면, 가지돌기 가시에는 보통 한 신경전달물질에 대해 한 종류의 수용체가 있지만 예외적으로 글루탐산에 반응하는 수용체는 두 종류가 있다. 첫번째 수용체는(비NMDA 수용체라고 부른다) 통상적인 방식으로 작동한다. 약간의 글루탐산이 이 수용체와 겹합할 때마다 약간의 나트륨이 흘러들고, 약간의 흥분이 일어난다. 그런데 두번째 수용체는(NMDA 수용체다) 비선형적인 문턱값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수용체는 여느 때 글루탐산에 반응하지 않는다. 대신 글루탐산이 오래 꾸준히 분비되어 비NMDA 수용체가 연거푸 자극받고 그래서 나트륨이 충분히 흘러든 뒤에야, 비로소 이 수용체가 활성화한다. 그러면 이제 이 수용체는 글루탐산에 족족 반응하고, 통로를 열어서, 흥분이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이것이 바로 학습의 요체다. 강사가 뭔가 설명할 때, 우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강사는 똑같은 설명을 반복한다. 이렇게 설명이 충분히 반복되면, 아하! 머릿속에서 반짝 불이 켜지고 우리가 갑자기 이해하게 된다. 시냅스 차원으로 보자면, 축삭말단이 반복적으로 글루탐산을 분비하는 것이 바로 강사가 지루하게 설명을 반복하는 것에 해당한다. 그 반복이 시냅스 후 문턱값을 넘어서서 NMDA 수용체들이 처음 활성화하는 순간, 그때가 바로 가지돌기가 가시가 마침내 이해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로써 우리는 겨우 1루를 밟았을 뿐이다. 강의 도중에 머릿속에 불이 켜졌다고 해서 그때 이해한 사실이 한 시간 뒤에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기말시험 때까지야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순간의 폭발적 흥분을 지속시켜서 NMDA 수용체가 ’기억’하도록 만들고, 미래에도 그 수용체가 더 쉽게 활성화하도록 만들까? 강화된 흥분은 어떻게 장기화할까?
이쯤에서 소개해야 하는 것이 바로 ‘장기 강화‘라는 유명한 개념이다. 1966년 오슬로대학교의 테리에 뢰모가 처음 보여준 이 현상은 NMDA 수용체의 첫 폭발적 활성화가 시냅스 흥분성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과정을 말한다.[*물론 이때는 아직 NMDA와 비NMDA 수용체가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장기 강화의 작동 방식을 알아내는 과제에 수백 명의 연구자들이 생산적인 경력을 바쳤고, 그 결과 밝혀진 핵심적 사실은 마침내 NMDA 수용체들이 활성화하여 통로를 열었을 때 쏟아져들어오는 것이 나트룸이 아니라 칼슘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로부터 여러 변화들이 이어지는데,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칼슘 파동은 가지돌기 가시의 막에 더 많은 글루탐산 수용체들을 삽입시키고, 그래서 그 뉴런이 향후 글루탐산에 더 잘 반응하게 된다.[*그 추가 수용체들은 어디서 올까? 문제의 가지돌기 가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뉴런 중심부에는 핵이 있고, 핵 속에는 DNA가 있으며, 그 DNA 속에는 글루탐산 수용체를 암호화나 유전자가 있다. 머나면 오지의 한 가지돌기 가시에서 칼슘 파동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어떻게 해서인지 핵이 들었다고 하자. 핵은 곧장 수용체를 더 합성할 것을 지시하고, 합성된 수용체들은 그 뉴런의 가지돌기 가시 1만 개 중 하나인 문제의 가시돌기 가시로 배송한다. 물론 이것은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그래서 그 대신, 애초에 가지돌기 가시 속에 잉여의 글루탐산 수용체들이 대기하고 있고, 칼슘 파동이라는 신호를 받으면 그 수용용체들이 가시의 막으로 끌려나온다.]
- 칼슘은 또 이미 가지돌기 가시의 최전선에 있는 글루탐산 수용체들을 바꾸어, 각각의 수용체가 글루탐산 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든다.[*관심 있는 독자를 위해서 밝히자면, 비 NMDA 수용체들이 ‘인산화’되는데 그러면 나트륨 통로들이 더 오래 열려 있게 된다.
- 칼슘은 또 가지돌기 가시에서 한 특이한 신경전달물질이 합성되도록 만드는데, 이 신경전달물질은 분비된 후 시냅스를 거꾸로 거슬러올라가서, 축삭말단이 향후에 활동전위를 일으킬 때 글루탐산을 더 많이 분비하도록 만든다.
달리 말해, 장기 강화는 시냅스 전 축삭 말단이 “글루탐산”이라고 더 시끄럽게 외치고 시냅스 후 가지돌기 가시는 그 소리를 더 귀기울여 들음으로써 가능해지는 일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장기 강화의 바탕이 되는 기제는 이 밖에도 다른 것들이 더 있다. 신경과학자들은 생물체가 실제로 학습하는 동안 그 뉴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개중 어떤 기제인가를(당연히 자신이 연구하는 기제이겠지만) 두고 토론하는 중이다. 토론은 크게 시냅스 전 변화가 더 중요한가, 아니면 시냅스 후 변화가 더 중요한가 하는 문제로 압축된다.
장기 강화가 발견된 후, 이번에는 우주가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암시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장기 약화였다. 이것은 시냅스 흥분성이 경험에 의존하여 장기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흥미롭게도 장기 약화의 바탕에 깔린 기제들은 단순히 장기 강화 기제들의 반대만은 아니었다). 장기 약화가 기능적으로 장기 강화의 반대인 것도 아니다. 장기 약화는 전반적인 망각의 바탕이 되는 현상이 아니라, 그보다는 관계없는 것을 지움으로써 신호를 더 날카롭게 벼리는 현상이다.
장기 강화에 관하여 마지막으로 알아야 할 점. 장기에는 그냥 장기가 있고 진짜 긴 장기가 있다. 앞서 보았듯, 장기 강화의 바탕에 깔린 한 가지 기제는 글루탐산 수용체들이 글루탐산에 더 잘 반응하도록 바뀌는 것이다. 이 변화는 그 장기 강화가 일어나던 시점에 그 시냅스에 있던 그 수용체가 활동하는 동안에는 지속될 수 있을 테지만, 그 기간은 보통 며칠에 불과하다. 수용체는 산소라디칼로 인한 손상을 계속 쌓아가면서 퇴화하기 마련이다. 그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새 수용체로 교체된다(모든 단백질이 이와 비슷한 갱신을 끊임없이 겪는다). 그러니 장기 강화로 인해 생긴 수용체의 변화가 어떻게 해서든 다음 세대 수용체에게로 전달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80대 노인이 유치원 시절을 기억하겠는가? 여기에는 우아한 기제가 있지만 이 장의 범위를 넘어서는 이야기다.
다 멋지고 좋다. 하지만 장기 강화와 장기 약화는 우리가 가령 누군가의 전화번호 같은 명백한 사실을 외울 때 해마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우리가 관심 있는 것은 다른 종류의 학습이다. 우리가 어떻게 두려워하는 법을 익히고, 충동 억제를 익히고, 감정이입을 익히고, 거꾸로 타인에게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법을 익히는가가 우리의 관심사다.
알고 보니 글루탐산을 활용하는 시냅스는 신경계 어디에나 있었고, 장기 강화는 해마에서만 배타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었다. 이 발견은 많은 장기 강화/해마 연구자들에게 트라우마였다. 장기 강화는 쇼펜하우어가 헤겔을 읽었을 때 그의 해마에서 일어난 현상이었지, 내가 트월킹을 익힐 때 내 척수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지 않은가?[*사실 척수의 장기 강화는 그 보다는 ‘신경병증’ 통증과 더 관련되어 있다. 이것은 심한 부상을 겪은 뒤로 모든 무해한 자극이 만성 통증을 일으키게 되는 증후군이다. 사실상 척수가 늘 통증을 느끼는 법을 ‘학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다. 흥미롭게도, 이런 장기 강화는 최초의 부상에 수반되었던 염증으로부터 부분적으로 유래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겠지만, 사실 장기 강화는 신경계 전반에서 일어난다.[*신경계의 다른 부분에서의 장기 강화는 해마에서의 장기 강화와는 메커니즘이 다를 때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세번째 종류의 글루탐산 수용체가 관여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아예 글루탐산이 관여하지 않는다. 기존이 장기 강화 연구자들은 해마 밖에서도 장기 강화가 발생한다고는 이 모욕적인 상황에 직면하여, 해마에서의 장기 강화는 고전적이고 정석적이고 교과서적이고 신성하고 아무튼 그런 것이지만 나머지는 싸구려 모조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예를 들어, 공포 조건화는 바닥가쪽편도 시냅스들의 장기 강화로 이뤄진다. 이마엽 겉질이 편도체를 통제하는 과정에도 장기 강화가 관여한다. 도파민 시스템이 특정 자극을 보상과 연합하여 학습하는 과정―가령 중독자가 특정 장소를 약물과 연합하여 학습함을써 그 환경에 처할 때마다 갈망을 느끼게 되는 것―도 장기 강화다.
여기에 호르몬을 더하여, 스트레스에 대해서 배운 개념 중 몇 가지를 신경가소성의 언어로 번역해보자. 온건하고 일시적인 스트레스는(즉 좋고 자극적인 스트레스는) 해마의 장기 강화를 촉진하지만, 지속적 스트레스는 그것을 마치고 장기 약화를 촉진한다. 가끔 인지 기능이 엉망이 되는 한 이유다. 시냅스 차원에서 본 스트레스의 뒤집힌 U 곡선 개념이다.
게다가 지속적 스트레스와 글루코코르티코이드 노출은 편도체의 장기 강화를 촉진하고 장기 약화를 억제하여 공포 조건화를 부추기고, 이마엽 겉질에서는 장기 강화를 억제한다. 이 효과들을 결합하면, 즉 편도체에서는 흥분하는 시냅스들이 많아지고 이마엽 겉질에서는 적어진다고 하면 스트레스로 인한 충동성과 서투른 정서 조절이 이해된다.
(169~175쪽)
축삭의 가소성
한편 뉴런의 반대쪽 끝에도 가소성이 있다. 축삭들도 새로운 분자를 내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굉장한 사례를 하나 소개하면, 브라유 점자에 익숙한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읽을 때는 시각장애가 없는 사람과 똑같이 촉각 겉질이 활성화하되, 놀랍게도 시각장애가 없는 사람과는 달리 시각 겉질이 함께 활성화한다. 달리 말해 보통 뇌 겉질에서 손가락 끝처리를 담당하는 부위로 축삭을 뻗는 뉴런들이 이 경우에는 진로를 한참 이탈하여 시각 겉질로 투사하는 것이다. 한 특이한 사례로, 브라유 점자아 능숙한 선천적 시각장애인 여성이 시각 겉질에 뇌졸중을 겪은 경우가 있었다. 그 결과 그는 다른 촉각 기능은 온전했지만 브라유 점자를 읽는 능력은 잃었다. 그에게는 이제 종이의 오돌토돌함이 밋밋하고 부정확하게 느껴졌다. 또 다른 연구에서 시각장애인 피험자들이 글자를 특정 소리와 연관 짓는 연습을 했더니, 나중에는 연속된 소리들을 그에 해당하는 글자들과 단어들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들이 이처럼 ‘소리로 읽을’ 때, 시각이 있는 사람에게서는 글을 읽을 때 활성화하는 시각 겉질 부위가 활성화했다. 이와 비슷하게, 수어에 능숙한 농인이 타인이 수어로 말하는 모습을 볼 때는 보통 발성 언어에 의해 활성화하는 청각 겉질 부위가 활성화한다.
손상된 신경계는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재지도화’될 수 있다. 내가 손의 촉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겉질 부위에 뇌졸중 손상을 입었다고 하자. 손에 있는 촉각 수용체는 기능이 멀쩡하지만 이제 말을 걸 뉴런이 없고, 그래서 나는 손의 감각을 잃는다. 그런데 이후 몇 달에서 몇 년이 흐르면, 그 수용체의 축삭들이 새로운 방향으로 돌기를 뻗어서 겉질에서 그 옆의 부위로 비집고 들어가 그곳에서 새로 시냅스를 맺을 수 있다. 그러면 서서히 손에 부정확하나마 촉감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더불어 축삭말단 난민들을 받아준 겉질 영역으로 원래 투사하는 인체 부위에서는 약간이나마 촉감이 덜 정확해질 것이다).
자, 거꾸로 이제 손의 촉각 수용체가 망가��서 촉각 겉질 뉴런들에게 투사하지 못한다고 하자. 뉴런은 진공을 싫어하므로, 어쩌면 손목의 촉각 뉴런들이 부수적인 축삭 가지를 뻗어서 방치된 겉질 영역으로 영토를 넓힐 수도 있다. 망막 변성에 의한 시각 상실도 시각 겉질로 가는 신경 신호가 잠잠해진 경우다. 앞서 보았듯, 이때 점자 읽기에 관여하는 손가락 끝 촉각 뉴런들이 시각 겉질로 축삭 가지를 뻗어서 그곳에 진을 칠 수도 있다. 아니면 거짓 부상의 사례도 있다. 피험자들에게 고작 닷새 동안 눈가리개를 하도록 했더니, 그들의 청각 신경 가지가 시각 겉질로 뻗어서 재지도화하기 시작했다(그러나 눈가리개를 풀자마자 신경이 수축했다).
점자 정보를 전달하는 손가락 끝 촉각 뉴런들이 시각 겉질로 재지도화된 시각장애인의 사례를 떠올려보자. 촉각 겉질과 시각 겉질은 뇌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런데 그 촉각 뉴런들은 ⓐ시각 겉질에 빈 땅이 있다는 사실과 ⓑ그곳의 임자 없는 뉴런들과 결합하면 손가락 끝 정보를 ‘읽기’로 바꿔내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과 ⓒ그 겉질의 신대륙으로 축삭 가지를 보내는 방법을 어떻게 알까? 모두 현재 활발히 연구되는 주제들이다.
한편 시각장애인의 잠잠하던 시각 겉질로 투사 범위를 넓힌 것이 청각 뉴런들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청각이 더 예리해진다. 뇌가 한 영역의 결핍을 다른 영역의 보완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감각 투사 뉴런들은 재지도화할 수 있다. 그리고 가령 시각장애인에게서 시각 겉질 뉴런들이 점자 처리를 맡게 되면 그 뉴런들도 새롭게 투사할 곳을 찾아서 재지도화할 필요가 있으므로, 재지도화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가소성의 파동이 퍼지는 셈이다.
재지도화는 부상이 없을 때도 뇌 전반에서 심심찮게 벌어진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례는 음악가들의 사례다. 음악가들은 음악가가 아닌 사람들보다 청각 겉질에서 음악적 소리를 표상하는 영역이 더 넓어진 상태인데, 특히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의 소리와 음높이 감지에 대해서 그렇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음악을 시작한 연주자일수록 이 재지도화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
이런 재지도화에 꼭 수십 년의 연습이 필요하진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은 하버드대학교의 알바로 파스쿠알레오네의 아름다운 연구였다. 음악가가 아닌 피험자들이 자진하여 다섯 손가락을 쓰는 피아노 연습곡을 배운 다음, 하루에 두 시간씩 연습했다. 불과 며칠 만에 그들의 운동 겉질에서 그 손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부위가 확장되었는데, 다만 연습을 그만두면 확장된 영역이 하루도 더 유지되지 않았다. 이 확장은 아마도 ‘헵적인’ 확장이었을 것이다. 기존의 연결들이 반복된 사용으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강화되었으리라는 뜻인데, 그런데 이때 피험자들이 4주 동안 매일 성실히 연습하면, 재지도화된 상태가 이후에도 며칠 동안 유지되었다. 이 확장은 아마 축삭이 가지를 뻗어서 새로운 연결을 형성한 덕분이었을 것이다. 더욱 놀랍게도, 하루에 두 시간 동안 그 연습곡을 연주하는 것을 상상하기만 한 피험자들에게서도 재지도화가 일어났다.
(178~180쪽)
- 다른 장들에서도 누누이 만났던 주의사항을 떠올려보자. 뇌가 경험에 반응하여 변화하는 능력이란 가치중립적 현상이다. 시각이나 청각이 소실된 사람들에게서 축삭이 재지도화하나는 것은 훌륭하고, 흥분되고, 감동적인 일이다. 내가 런던에서 택시를 몰면 해마가 커진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오케스트라의 트라이앵글 연주자가 청각 겉질이 더 커지고 전문화한다는 것도 멋진 일이다. 하지만 그 반대 방향도 있다. 트라우마가 편도체를 확장시키고 해마를 위축시켜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앓는 사람을 괴롭힌다는 것은 어떤가.. 손재주를 담당하는 운동 겉질 부위가 확장되는 현상이 신경외과의사에게 나타난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금고털이에게 나타난다면 사회가 그다지 이롭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 신경가소성의 범위가 유한하다는 것은 더없이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 않다면, 심각한 뇌 손상과 절단된 척수도 가만 놓아두면 결국 아물지 않겠는가. 게다가 신경가소성은 일상적 수준이라는 한계 내에서 벌어진다. 작가 맬컴 클래드웰은 다양한 기술을 지닌 사람들이 연습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았는지 조사해보았는데, 그 결과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설령 그렇더라도,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누구든지 1만 시간을 연습한다고 해서 신경가소성 덕분에 요요 마 같은 첼리스트나 르브론 제임스 같은 농구선수가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187~188쪽)
행동 - 로버트 새폴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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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독 우울이 많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가 숨을 내쉬는 족족 목구멍 너머로 멍��가 졌다 멍하니 저쪽으로 시선을 던지면 굴리는 눈가 사이로 울음이 새어 나왔다 웃고 있는 입가엔 다른 언어의 슬픔이 자꾸만 떠올랐다 이토록 찬란한 날에 애쓸수록 부서지는 절망을 쏟아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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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채식] 생표고버섯 양념구이
표고버섯이 나오는 족족 돈과 교환하느라 바쁘다가
이제야 좀 여유 있는 양이 되어서
저희도 맛을 봅니다.^^
지금처럼 표고버섯을 재배하기 전에는
표고버섯이 제주도의 특산물이었다는 걸 아시나요?
궁중에서 왕실 연회에 등장하는 요리에는
한라산에서 채집한 표고버섯을 쓰는 것이 필수적이었대요.
그런 제주도에서는 생표고버섯에 간장 양념을 해서 구워 먹었답니다.
방법이 어렵지는 않아요.
표고버섯을 연한 소금물에 씻어 물기 빼고,
밑동을 떼어내고
윗부분에 십자로 칼집을 냅니다.
저는 표고버섯 10개를 다듬었는데 모양이 제각각이죠?
서명 위의 흰색으로 갈라진 것을 백화고,
그 11시 방향의 것처럼 검은색으로 갈라진 것을 흑화고라 하고
나머지는 동고라고 분류됩니다.
가격은 백화고 > 흑화고 > 동고 순인데
저는 분류하지 않고 나오는 순서대로 담아 보내드리죠.
어떤 무늬건 어떻게 생겼건 크기가 어떻건
다 같이 취급하는 게 농산물을 대하는 제 자세입니다.
소비자가 예쁜 것, 맛있는 것만 찾으면
농부는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갖은 방법을 써야 합니다.
돈이 많이 드는 방법이 많을 테고
당연히 몸에 좋지 않은 방법도 쓰게 될 겁니다.
그냥 자연 그대로 자연스럽게 먹으면 좋겠다 싶어요.
양념은 간단합니다.
한식 진간장 1 큰 술, 설탕 1/2 큰 술, 다진 마늘 1 작은 술, 참기름 2 작은 술, 간 깨 조금 넣습니다.
저는 설탕 대신 10여 년 전에 담아둔 탱자청을 넣었고요
표고버섯 윗부분 모양내면서 나온 찌꺼기도 양념에 넣었습니다.
표고버섯을 양념장에 살살 버무린 후 굽습니다.
예전에는 석쇠에 구웠다는데
가스레인지에 석쇠로 구우면 양념장이 떨어져서 타니까
저는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에 기름 없이 구웠습니다.
사실은 제가 아니고
이날 굽기 담당은 내신랑 천일동안 님이었습니다.
결과물이 영... 예쁘게 담을 줄도 모르고. ㅎㅎㅎ
둘이서 10개면 될 줄 알았는데 20개는 할걸 그랬어요.
보기는 엉망이라도 맛이 엄청 좋아서
천일동안 님에게 양보하느라 저는 맛만 봤거든요.;;
결과물 모습 참고하시라고
농촌진흥청 사진을 올려드립니다.^^
표고버섯은 간장과 잘 어울리니
생표고버섯 사시면 이렇게도 한 번 드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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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은 호위병을 낚아채서 멀리 던지고 술을 찾아 부수며 다닌다. 발견한 족족 마셔서 취기가 떨어질 생각을 안한다.)
히힣 끄윽 ㅋㅋㅋㅋㅋㅋㅋ
(슬며시 미사에게 키스한다.)
미샤: (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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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대충 던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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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먼저 사랑에 빠져서 밤새 잠도 안오는 그런 느낌 갖다 붙이기 가능한 곡이라 좋다.
마음을 물리기엔 이미 ���었고, 그렇다고 드러내기엔 조심스럽고 혹여나 가능성이 있다해도 너무 이른, 그저 흐름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이미 먼저 시작된 감정
: 누구지 싶어서 목 빼놓고 보는 혜준이. 어 그 때 멍 때리던(...) 형이네!
“승희야, 너 그 그림 가��갔었니? 기억 안 나지.”
저 하얀얼굴
“...예, 많이 오래 전 일이라....그냥 여기 뒀었던거 같은데...여기 어디 있지 않을까요”
“아 그건가..? 그 때 그거 여기 뒤집어져있던건가?”
조심스럽게 건네던 네잎클로버
이렇게 다시 만난다 신기하게도
비치어 순간의 반짝임으로 그친 줄 알았는데
내 생각 아무도 안 보니, 어차피
아쉬웠던 속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그렇게 웃어준다.
살갑기가
좁은 동네가 이렇게 고마운 적은 또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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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저번에 우리 마주쳤죠 이런 느낌의 웃음인데 이제 저렇게 생겨서 승희만 괜히 좋다. 왜 설레게 웃냐 = 그냥 저정도면 아 애가 되게 살갑구나
원장쌤 카페-지금 이 시점 자영업은 말이 안 되지만 대충 넘기자 좀-에서 만나기 전까지 그냥 문득문득 자기도 모르게 혜준이 생각. 혜준이 얼굴, 혜준이가 했던 말 등등 리플레이
네잎클로바 줄 때부터 와꾸와 순수함에 넘어가신... 기맥힌 상호얼빠;
근데 서로 조심하지 저번에 혜준이는 일단 멋있는 형에 그친다고 했었던거 같은데... 그 와꾸랑 다정한 분위기는 좋다 이거야 그 시간에 공원에서 책 들고 멍 때리는 거 보면 자기랑 비슷한 성격 같다는 생각. 근데 같은 성향 아니면 민폐니까 더 더 조심하는 거. 차라리 아는 사람으로라도 남는게 나을 수 있으니까
너무 성적기류의 흐름보다는 텐션이 있되 사람 대 사람의 교감 중심이 좋다. 응~ 동화책.... 써줘... 누가 해줘... 만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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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막 다 던져놔 던져놓으면 일단 나중에 다 쓰게 되어있다.😂
근데 일기어조로 어똫게 바꾸냐고
소녀갬성마냥 주절주절 안 그러지. 혼자 실실. 상기시키느라 바빠서 단타로 끊는 묘사 등등 하여간
이제 여기서부터는 완전 동화 of 동화다. 현실감 ㅈ도 없는
이게이게 봄이나 여름밤 정도되어야 분위기가 나오지 응?
: ... 혜준이 진짜 천사같다. 인상 떠나서 분위기는 저렇게 천사처럼 나와야 맞는데. 약간 얼굴형 에라나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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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닮았다. 몰라 나중에 또 콩깍지 벗겨지면 주접부분은 지우면 되지. 사실....참고하는 강아지는 따로 있는디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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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갑자기 하기가 싫네 왜냐 지금 내가 몽글몽글 귀여운 갬성 상태가 아니야 X발
그래도 대충 적으면
미친 재탕.. 말고 이거는 다시 형태를 만들어야 돼 너무 유치한 거는 내가 봐도 그닥...
둘이 아는 사이야? 원장쌤이 대충 서로 소개해주고 - 이 그림 되게 좋아했던걸로 기억하는데, 이거 그린 형이야. 둘이 시기가 안 겹치네 혜준이는 중학생 때 다녔으니까 승희가 대학다닐 때라 몰랐겠네 / 겹치면 혜준이가 옆에서 형 하는거 구경했을텐데
항상 궁금했다고 이 그림 그린 사람이 누굴까. 따뜻하다고 생각했다느니 중학생 때 그림보고 실제로 만나보고 싶었다고 원장쌤한테 계속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고 쫑알쫑알
동물 좋아하냐고 강아지랑 고양이 좋아한다고 자기는 집에 강아지 키��다고 그 때 네잎클로버 드렸을 때 같이 있었던 강아지다. 그 날 처음으로 그 쪽 방향으로 가자고 했다. 근데 갔더니.... 계셨다. 어색한 공기에 승희가 강아지 소재로 얘기해주고 그러다가 다시 그림 얘기 - 어색할 일 없는데 이상하게 괜히 어색. 꼭 텐션이 있는 것 처럼
자긴 그림 좋아한다. 어릴 때도 동화책 그림 보느라 바빠서 어쩌구저쩌구 ....그림 진짜 따뜻해서 좋다. / 차 타갖고 온 원장쌤이 둘이 그냥 형 동생해. 고향동네 친구 있으면 좋잖아 / 자기는 따뜻한 그림 그리는 사람이 좋다. 메리 카셋, 앙리 마틴, 앤쏘니 브라운 고릴라 그림 등등 근데 형 그림이 제일 좋다. 좀 수줍은 웃음.
같이 웃어주면서 고맙다. 승희는 속으로 진짜 좋지 네잎크로바 줄 때 부터 느낀거지만 진짜 순수하구나. 그리고 그냥 연애감정 떠나서 자기가 맘에 든 사람이 자신의 어떤 분신을 좋아하면 좋지 뭘
승희 얘는 그냥 다시 만나서 이렇게 얘기하는거 자체가 좋아서 그냥 떠오르는 족족 물어보게 되고. 그런데 어쩌다가 네잎클로버 딸 생각을 했냐
주절주절 개피곤하네 앞으로는 함축(?)적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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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아니야...아니야...!! 아니야!!!!!!!!
뭐가 아니야 맞아! 여기까지는 맞아!
승희의 이전 경험들이 맞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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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가 쓴 음악 에세이. 이십여 년 전 동저자가 쓴 '재즈 에세이'와 '또 하나의 재즈 에세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고, 책 제목이 'It Don't Mean a Thing (If It Ain't Got That Swing)'이란 유명 재즈곡을 패러디한 거라 '재즈 에세이 3탄인가?' 예상했으나 빗나감.
총 열 장 중에서 재즈 관련 3개, 유럽고전음악 3개, 롹 2개, 제이팝 1개, 모던포크 1개.
문득 '저자가 무라카미 하루키 아녔다면 난 이 책을 꺼내 읽었을까?'라고 자문해 보니 그렇지 않았을 거 같다. 즉 '이름값'이 책을 꺼내 읽게 한 주요 요인 중 하나.
유명 ��설가의 문장을 읽고 공감 내지는 감동을 바랐던 거도 아니다. 이런 종류의 책에는 으레 내가 모르는 게 한둘은 꼭 있기 마련이라 정보 습득 목적이 더 강했다는.
애초에 음악을 글로 표현하기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수사학적 미사여구를 남발(?)하는 수밖에 없다. 과할 땐 보들레르 시처럼 뭔 말인지 모를 알쏭달쏭한 문장으로 독자를 혼돈에 빠뜨린다. 난 이런 문장을 싫어해서 정독하다 마주치는 족족 바로 넘겨 버린다.
한때 음표를 하나하나 분석하는 방법을 시도해 보기도 했지만, 내 깜냥으론 다 소화할 수 없는 전 화성학, 대위법 전문 지식이 있어야 하고 독자 또한 같은 지식을 공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치명적 단점, 게다가 재즈는 이 방법을 쓰기 어렵단 문제가 있어 포기.
그래서 내가 음악 얘기로 썰 풀 땐 주변 잡지식 및 이거에 뿅 갔던 개인 체험담을 서술하는 간접 접근 방법만을 쓴다. 썩 맘에 들진 않지만 이 이상은 무리 아니겠냐는.
다음은 이 책에서 소개한 음악 또는 음악가에 관해 읽고 난 몇 줄 소감.
시더 월턴 Cedar Walton
저자 왈 "재즈팬일지라도 잘 모르는 사람일 것"이라 했다. 나도 몰랐던 인물. 사실 재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남몰래 홀로 좋아하는 무명(?) 연주자가 한둘쯤 있단 점에서 공감.
브라이언 윌슨
'비치 보이스'를 비틀즈와 동급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때마다 브라이언 윌슨이 핵심 인물로 거론된다. 개인적으론 동의는 못 하나 시각차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17번 D장조 D850
나 역시 나름 오랜 세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습관적으로 듣고는 있으나 솔직히 말해 빠져들었던 적은 없다. "슈베르트 본인에게 피아노 소나타는 판매용이 아닌 자기 만족 목적이 더 강했던 거 아녔을까"라는 주장을 접하고 나 또한 '아, 그런갑다' 납득. 한편 이거에 관해 쓴 부분에서 내가 거슬려하는 수사학적 표현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스탠 게츠
마약 중독자란 건 알았지만 쳇 베이커만큼 심한 줄은 몰랐다. 인성이 나쁜 인간이란 소문도 있었는데 그 또한 결국 마약 때문인듯.
브루스 스프링스틴
노동자 계급을 대변하는 노래를 불러 큰돈을 쓸어 모은 모순 가득한 인물.
제르킨과 루빈스타인
각각 명연주자이긴 하지만 둘을 마치 라이벌 구도로 비교한 글은 첨 봄. 루빈스타인이 바람둥이란 거는 알았지만 짐작보다 더 엄청났단 거도 첨 앎.
윈튼 마살리스
명연주자이지만 정작 음악이 재미없다는 견해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던.
스가 시카오
처음 듣는 일본 가수. 땅고 디제이 중 일본 대중음악을 많이 아시는 분께 아냐고 물었더니 모른다는 답변. 저자가 이분을 언급한 주요 이유는 다른 제이팝과 달리 가사가 좋기 때문으로 나옴. 하지만 나무 위키에는 가수가 하루키 열혈팬을 자처했던데 그 점도 작용했을 거 같다.
프랑시스 풀랭크
개인적으론 모르지 않고, 그렇다고 친숙하지도 않은 미묘한 인물. 그런 의미에서 다리우스 미요와 비슷하다.
우디 거스리
밥 딜런의 비공식 스승이지만 평생 가난 속에서 살다 갔단 점에서 따르고 싶지 않은. 남미에 비올레따 빠라가 있다면 북미엔 우디 거스리란 구도도 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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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 떨어져도 수익 내는 방법 AI신호 99% 보내는 족족 수익실현 비트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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