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
Explore tagged Tumblr posts
Text
프라하를 떠나던 날, 불안함 마음에 자꾸만 잠식되어있었다.
작은 아씨들 조가 뉴욕에서 작가의 꿈을 접고서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나와 태는 그럼에도 할 때까지 해보자고 말했다.
짧지만 강렬했던 좋은 사람들이 프라하에 있었다. 그들이 우리를 배웅해주었고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드는 그들을 뒤로 한채 베를린으로 떠났다.
우리가 탄 버스가 한참을 달려 베를린에 닿았을 때. 나와 태는 우리가 베를린에 있다며 이 도시에 무언가 숨겨 둔 것 마냥 창밖을 향해 두리번 거리며 시선을 떼지 못했다. 우리가 지독하게도 열광하던, 자유의 도시였다.
2월 즈음이었나, 영동 시장 구석에서 거나하게 취해서 마지막으로 보았던 준이 우리를 데리러 왔고, 그가 우리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그가 반가웠고 고마웠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좋아하던 장소 몇군데가 폐업했고, 악명 높은 동유럽의 날씨는 한결같다. 4월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손끝이 너무 시려워 꽁꽁 싸매기 바빴으니까.
태와 할일 없이 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베를린에 숨겨둔 기억을들 찾곤 했다. 우리는 트램과 지하철을 가리지 않고 무임승차를 했으며, 검표원에게 들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고 다소 뻔뻔한 기도를 했다.
또 몇년 전 도시 곳곳에 남겨둔 나의 이름을 새긴 낙서들을 찾고, 동전을 털어서 마시는 맥주만을 고집했으며, 우리는 럭키 스트라이크 담뱃재를 사다가 말아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엔 가끔 아이스크림 같은 구름이 떠다녔다.
수화기 너머로 못마땅하게 들려오는 다른이들의 한숨 소리에 나는 마음이 몇번이고 갈팡질팡한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만 고집하고서 내가 가진 것들 중 어디까지 버릴 수 있을까. 그것들과 맞바꿔도 좋을 일 일지, 나는 꽤나 오래 고심했다. 내 선택에 비난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나는 후회하고 싶지않다.
늘 잘했어야 했고 늘 긴장했어야 했던 일상에 처음으로 자유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여기서 나를 괴롭히는 것은 빨간 신호등 밖에 없다. 매일 밤 과거의 괴로움이 해와 같이 져버리고, 새로운 불안함에 그럭저럭 익숙해지는 중이다.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종종 말한다. 어떻게든 될거야. 안될 건 없어.
사실은 불안에 떨면서 말이다.
56 notes
·
View notes
Text
일 마치고 새벽 3시에 누웠는데 아침 7시되니 눈이 띠용! 떠졌다. 올해 마지막 휴가 시작이라 그런가 ㅎ
막판에 비행기 좌석 변경이 많아서 어디로 갈 지 몰라 플랜은 디까지. 아직 집에 오는 건 미확정이다. 원래 베를린필 공연을 보고싶었는데 티켓팅 실패해서 목적을 잃은 여행이였는데 어쨌든 나는 유럽으로 간다.
아침에 일어나서 막판까지 고민하다 루트는 벤쿠버-캘거리- 런던 히드로 - 프라하 이렇게 결정. 캘거리에선 시간이 좀 남아서 시큐리티 밖에 나가서 폰소랑 같이 점심 먹고 다시 들어왔다. 밀린 이야기도 하고 뮤온 안부도 묻고.
* 재즈 큐포 오버헤드빈 작아서 내 가방 들어가나 걱정했는데 딱맞게 들어감. 지금 이 가방 사이즈보다 조금이라도 크면 안들어갈 듯.
다시 캘거리에서 시큐리티 들어가는데 국제선은 넥서스가 없었던가 하며 앞에서 서성이고 있으니 캣차사람이 니 베기지 체크 무작위 선정됐다고 따라오래서 시큐리티 가기 전 가방 다 열고 스캔했다. 나는 일주일 이상 여행은 기내용 케리어 하나 들고 다니는데 내가 짐이 너무 없어서 캣차직원 당황함. ㅎㅎ 나 오랜만에 런던 거쳐서 유럽 구경하는데 아마도 쇼핑 많이 할 거 같아서 일부러 비워가는거랬더니 그런 거 같더라면서 니 가방 너무 가볍고 암것도 안들어서 놀랐다고, 일하기 쉬운 케이스라로 ㅎㅎ 둘이서 빵 터짐. 미리 짐검사 한 덕분인지 시큐리티는 익스프레스 라인으로 빼줘서 바로 들어왔다. 근데 뭐 캘거리는 바쁜공항 아니라 보안검색 자체가 오래 걸리진 않는다.
오랜만에 런던 히드로 간다. 희안하게도 ��이 날인지 이 비행기 최종점검하고 사인하는 사람도 더스틴이였고(나 휴가 간다고 문자했더니 지금 그 비행기 일하고 있다며 오길래 간만에 얼굴봤고 ) 이런 우연이!! 하며 자리에 앉았더니 이 비행 인차지는 베이타ㅎㅎㅎ 이게 뭐야, 너네 다 짠거임? 오늘 무슨 날이야?? 하며 반갑게 인사했다. 베이스 아는 사람 다 만나네. 예상치못하게 사람들 만나니 엄청 반갑더라는.
오랜만에 온 히드로 공항은 그대로다. 입국도 자동입국이라 여권스캔하고 끝. 간편해서 좋다. 이젠 여권에 도장찍는 것도 옛말인가. 그래도 일본은 끝까지 도장찍어 줄지도? 근데 여기 공항이 너무 크다. 사람도 많고 너무 복잡구만. 그치만 오랜만에 영국억양 들으니 새삼 좋네- 생각하고 있다.
프라하 가는 건 브리티시 에어웨이 타고 간다. 히드로 도착해서 비행기 북했는데 숫자가 간당간당해서 체크인 카운터 가서 물어보면서 나 진짜 오랜만에 유럽온건데 오늘 프라하행 비행기 탈 수 있을까 물어보니 걱정말라며 쿨하게 창가자리로 좌석 뽑아주심. 데헷☺️
지금 수면패턴이 다 깨져서 몽롱-하다. 얼른 프라하가서 좀 씻고 누웠으면.
13 notes
·
View notes
Text
나는 파도가 치면 지레 겁을 먹고 모래성을 부수기 급급했다_(나의 비겁에 관하여)
나는 파도가 치는 바다에 수십년을 살아가면서도, 늘 철썩이는 파도소리만 들어도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기 일 수였고 어느 날은 밀물에 불어나 수면을 넘어오는 그것들에 지레 겁을 먹고 내가 손 수 세웠던 모래성을 다시 내 손으로 부숴버리기 급급했다.
소중했던 것들을 잃었던 기억들을 되돌아보면, 항상 도망치는 쪽은 나였고, 상대방은 영문도 모른 채 서 있다 등을 돌려 떠나버리거나, 쫓아오기에 지쳐 포기하고 그 자리에 멍하니 도망가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마다 나는 ‘그럼 그렇지, 저런 사람이었다니까.’ 와 같은 역겨운 자기위안에 빠진 채 스스로가 슬기로운 선택을 하였다는 고독한 안도감의 모래지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깨달은 것은 언제였을까, 한 연예인이 몇 년 전 예능에서 ‘늦었다고 생각하였을 땐 정말 늦었다.’라고 농담같이 말했던 이야기가 뜬금없지만 그 깨달음과 함께 떠올랐다. 내 멍청함을 깨달은 것이 언제였든, 나는 내 손에 움켜쥐었던 모래들이 이미 제 스스로 빠져나가고 있음에도 애써 먼저 손을 펼쳐 털어버리는 짓을 반복하면서 많은 것을 잃어버린 이후이기에 결국엔 후회 섞인 비통함으로 반죽한 감옥에 스스로를 투옥할 수밖에 없었다.
웃긴 이야기는-사실 역겨운 이야기이겠지만 서도- 이런 나에게 늘 다가오는 사람들이, 다가오는 기회들이 있었고 그들은 여전히 친절하고 건강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비참한 현실인가, 내 토악질 나오는 본 모습을 가리기 위하여 쓰고 다닌 가면이 이렇게 매력적이라니. 처음부터 나 자신을 그렇게 가꾸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인가? 사실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어느 망해버린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멀티버스 세계관처럼, 어떤 행동을 하고 난 후의 변화의 경우의 수는 무한대로 뻗어 나간다. 하지만 누군가는 분명 자신의 변화가 긍정적일 것이라 믿음을 가지고 나아갈 뿐이며, 나는 그러지 않을 수많은 삶을 리스크 체크라는 변명으로 포기했을 뿐이다. 누군가는 이 해변에 서핑샵을 열고, 파도를 타며 저녁이면 우드 향 가득한 위스키에 탄산수를 조금 타 마무리하며 깊고 안온한 잠에 들겠지만, 나는 내 선택들의 연쇄효과를 통하여 비어버린 해변에서 파도소리에 공포를 느끼면서도, 스톡홀름 신드롬이 생겨버린 피해자처럼 ‘파도라도 있어서 다행이야’ 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나도, 변화를 해보겠다고 가끔 내 해변에 모래들을 열심히 반죽하여 성을 쌓는 날들이 있다. 그럴 때면, 완성된 성의 모습을 상상을 하다, 누군가 나의 해변을 지나가다가 칭찬과 관심을 보이며, 대화를 이어가고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는 그런 미래가 있지 않을까 퍽이나 쓸데없는 망상으로 변질되고는 한다. 자, 하나의 예시를 들어보자. 나는 남들과 비교하여도 객관적으로 불행하다고 할 만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외모와 행동으로 인한 왕따, 그로 인한 반사회적 성격 형성, 악순환처럼 이어지는 스스로의 고립까지. 하지만 분명 그 사이에도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였다. 사소한 것에도 예민하고 방어적이며 그룹활동을 철저히 거부하는 나를 교실 안으로 다시 들여준 선생님들, 집 가는 길 나를 처음 같이 PC방을 가자고 하며 끌고 가준 친구들, 기억엔 없지만 수없이 많은 호의가 나를 지나갔다. 그래서? 나는 지금 어떠한가? 그 때의 나보다 외적으로 ���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결론적으로는 내면적으로는 동일한-혹은 더 퇴보한-사람이지 않는가?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나에게 어떤 대가를 바라지도 않았고, 더욱이 나의 이 어두운 면을 감싸주려 노력하였다. 하지만 결국에 연락처를 바꾸거나, 타지로 도망가거나 등 다양한 이유로 그들을 끊어낸 것은 역시 나였다.
영장류는 학습을 하여 발전을 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인가? 이 수많은 사례들만 봐도 ‘나는 그 고통을 통하여 성장하고 알을 깨고 나아갔다’는 희망적인 결말을 그려낼 수 있을 정도가 아닌가. 하지만 여전히 나는 한 자리 수의 평수 단칸 방 침대에 누워 불면도 숙면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 에서 시간을 버리며 살아가다 결국 서른이라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 사이에 나는 군대를 다녀왔고, 대학을 자퇴했고, 수 번의 이직을 하며 조직에 녹아들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 그렇다고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괴짜 천재들처럼 비범하지도 않으며, 남들 모르게 세상을 구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저 그런 한심한 존재로 남아있다.
이제 제법 빠르게 모래성을 지을 수 있고, 언제쯤이면 이 파도가 해수면을 넘어오는지 감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만들어낸 것은 빠르게 지을 수 있는 모래성 도면과 어디쯤에서 부수게 될지에 대한 예측이다. 이것은 마치 삼체 문제 마냥 내가 아무리 견고한 가설을 쌓아도 무너지고 만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룬 것이 없는 삶을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이 삶이 어디서 끝날지 알 수 없다. 몰디브처럼 언젠가 바다에 잠길지도, 혹은 그 전에 나의 해변에 모래가 모두 파도에 이끌려 도망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내가 얻은 하나의 교훈은, 여전히 나는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대학교 과제로 글을 쓸 일이 생겨서, 이 축복을 담아 꾹꾹 눌러 써 기고해봅니다."
20 notes
·
View notes
Text
비즈니즈 용어: 영어
taken from my university class about business korean!
더블체크(Double check) 오류가 없는지 재확인하는 것
데드라인(Deadline) 마감일
도메인(Domain) ①비즈니스가 속한 산업 분야, 영역, 환경 전반을 일컫는 말 ②인터넷 주소(URL)의 일부
듀데이트(Due date) 마감 기한
디벨롭(Develop) 발전시키다, 구체화하다
램프업(Ramp up) 생산 능력 등을 ���리다
랩업(Wrap up) 회고
러프(Rough) 거친, 대략적인 (예. 아직 확정된 프로젝트가 아니니 러프하게 기획안 준비해주세요)
레거시(Legacy) 현재까지 쓰이는 낡은 기존 시스템 또는 현재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과거의 시스템
레슨런(Lesson learned) 성공 또는 실패의 경험을 통해 교훈을 얻는 것
레퍼런스(Reference) 참고 자료
로우데이터(Raw data) 가공하지 않은 원본 자료
룩앤필(Look & Feel) 제품의 겉모양이나 인터페이스 등 눈에 보이는 시각적 요소
리소스(Resource) 인력, 시간, 돈 등 업무에 투입되는 자원
리스트업(List up) 데이터를 목록화하는 것 (예. 섭외 후보 리스트업해주세요)
린(Lean) 군살이 없는, 낭비 없이 효율적인 운영 방식을 가리킨다 (예. 일단 린하게 실행부터 해봅시다)
릴리즈(Release) 발표, 배포, 출시
마이그레이션(Migration) 데이터 등을 새로운 운영 체계로 옮겨가는 과정
마일스톤(Milestone) 단기적 사업 목표
마켓(Market) 시장
마켓쉐어/마켓셰어(Market share) 시장점유율
맨먼스(Man/Month) 한 사람이 한 달 동안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
바텀업(Bottom up) 실무자가 업무를 기획해 윗선에 보고하여 일을 진행하는 방식. 탑다운과 반대 개념
백업(Back up) ①파일 손상 등에 대비해 데이터를 다른 저장장치에 복사해두는 것 ②담당자가 자리를 비우거나 일손이 부족할때 업무를 돕는 것
사일로(Silo) 팀끼리 벽을 치고 협력·소통하지 않는 상태
세미나(Seminar) 연구회, 발표회, 토론회
소스(Source) 정보의 출처, 혹은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나 자료
소프트카피(Soft copy) 종이로 출력하지 않은 디지털 형태의 문서
스콥(Scope) 범위. 업무범위를 가리킬 때 '업무스콥'이라고 표현함
스크럼(Scrum) 팀 단위에서 주기적으로 업무를 계획해 짧은 기간동안 작업을 수행하는 업무 방식, 또는 이러한 업무를 위한 회의
스크리닝(Screening) 초기 단계에서 상품을 ���스트해 선별하는 일
스탠스(Stance) 어떤 일에 대한 공개적인 입장, 태도
스프린트(Sprint) 단기간에 집중해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업무 방식
싱크(Sync) 작업끼리 수행 시기를 발 맞추는 것 (예. 싱크 맞춰서 진행해 주세요)
아삽(ASAP, As Soon As Possible) 가급적 빨리
아웃풋(Output) 투입한 자원으로 결과물을 생산해내는 것. 혹은 그 결과
아이데이션(Ideation)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행하는 모든 활동
아젠다/어젠다(Agenda) 회의 안건
애자일(Agile) 빠르고 유연하게 의사결정하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조직 운영 방식
액션 아이템(Action Item) 실행 과제
어레인지(Arrange) 처리하다, 정리하다, 조율하다 (ex. 촬영 장소 어레인지 해주세요)
어사인(Assign) 업무를 배정하다, 맡기다
얼라인(Align) (목표나 방향을) 일치시키다, 결을 맞추다
얼터(Alternative) 대안
온보딩(On boarding) 조직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과정
워크숍/워크샵(Workshop) 공동 연수, 공동 수련
워킹데이(Working day) 근무일. 대체로 평일을 가리킨다
워터폴(Waterfall) 정해진 단계에 따라 순차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조직 운영 방식
이슈(Issue) 문제가 되는 일
인벌브/인볼브(Involve) 참여하다, 관여하다 (ex. 이 프로젝트에는 누가 인볼브 되어 있나요?)
인보이스(Invoice) 청구서, 명세서
인사이트(Insight) 통찰력.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 것
인폼(Inform) 정보를 알리다
인풋(Input) 생산 자원이나 정보를 투입하는 것
커피챗(Coffee chat) 커피를 마시며 캐주얼하게 이야기 나누는 미팅
컨선(Concern) 우려
컨퍼런스(Conference) 특정 주제에 관해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는 대규모 회의나 모임
컨퍼런스콜/컨콜(Conference call) 3인 이상이 전화로 진행하는 회의
컨펌(Confirm) 승인하다, 확인하다
컬쳐덱(Culture deck) 조직문화를 문서화한 자료
컷오프(Cut off) 주로 물류업계에서 화물 반입 마감 시간을 가리킨다
케이스스터디(Case study) 사례 조사, 사례 연구
케파(Capacity) 능력, 역량. 주로 생산 가능한 최대치를 표현할 때 사용한다
크로스체크(Cross check) 여러 명의 관점으로 정보나 문서를 검사하는 것
킥오프(Kick off) 시작하다, 착수하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갖는 첫 미팅을 '킥오프 미팅'이라 칭한다
타깃(Target) 대상, 목표
타운홀미팅(Town hall meeting) 전 직원이 모여 의견을 주고받는 회의
탑다운(Top down) 상사가 부하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방식. 바텀업과 반대 개념
태스크(Task) 과업. 꼭 해야 할 일이나 임무
토스(Toss) 전달하다, 상대에게 넘기다
톤앤매너(Tone & Manner) 분위기나 어조, 태도 등 기업과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요소
트래픽(Traffic) 특정사이트 등의 접속/이용량
팔로업/팔로우업(F/U, Follow up) 후속조치, 사후점검 (예. 제품 출시 후 이상 없는지 계속 팔로업해주세요)
페르소나(Persona) 고객(타깃)을 구체화한 것 (예. 우리의 페르소나는 스포츠를 즐기는 외향적인 30대 여성 직장인입니다)
펜딩(Pending) 결정되지 않고 보류중인 상태
포워드(F/W, Forward) 전달하다, 주로 메일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때 사용함
프레임워크(Framework) 어떤 일에 대한 판단·결정을 위한 틀
피드백(F/B, Feedback) 작업한 일의 결과에 대해 평가나 의견, 조언을 주는 것
피봇팅(Pivoting) 사업체는 그대로 유지한 채 사업의 방향을 바꾸는 것
피저빌리티(Feasibility) 실현가능성
픽스(Fix) 확정
하드카피(Hard copy) 문서를 인쇄물로 출력한 것
홀딩(Holding) 일시 중지
#한국어#langblr#korean langblr#langvillage#한국어 공부#한국어 배우기#studyblr#duolingo#polyglot#study motivation#foreign language#foreign languages#korean#korean language#korean study
7 notes
·
View notes
Text
좋은 무언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내가 가진 것들을 전부 쏟아내고 있는 것만 같다. 잘 해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걸까 수시로 두렵다. 타워 카드의 이미지처럼 번개에 맞은 듯 오랜 타워가 별안간 무너졌고 새로운 내가 지어지고 있다. 정말로 좋은 무언가가 되고 싶다. 그런데 그 무언가란 무언가. 불타던 여름이 꺼졌다. 하늘이 높아지니 마음도 높아지나. 마침내 마음에도 나를 내려다 볼 여유가 슬며시 들어찬다. 어떤 타워를 세워야 할까.
작년 8월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여러가지 힘든 일을 지나면서 정신력이 고갈되어 퇴사를 하려 했었다. 그런데 원장님의 회유로 퇴사 대신 근무지를 바꾸어 일하게 되었고, 진료와 업무 강도가 낮아지면서 상태가 금방 나아졌다. 기운을 되찾고 일하다 보니 문득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원장님께 제안을 했는데... 참, 그게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거다. 당시엔 머릿속 작은 아이디어 한 개일 뿐이었는데, 수레바퀴를 굴러가게 만들었다.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의 앞날을 실은 수레의 바퀴를 서서히...
그렇게 처음으로 은행에서 적지 않은 돈을 빌려 이 병원의 원장 중 한 명이 되었고, 겪어보지 못 했던 종류의 부담감을 온몸으로 겪고 있다. 사실 그 무언가를 쉽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원장,이 되고 싶다. 그런데 이 직함 하나에 딸려오는 역할과 과제들이 많아서 하나하나 배우고 해치워가다 보면 좋은 방향에 대해 충분히 ���민할 여력이 없다. 겨우 숨 돌릴 틈이 생기면, 나는 부족했던 것들을 자책하고 다가오는 것들을 불안해 하기 급급하다. 이렇게 일 년 가까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좋은 원장이 무언지 잘은 몰라도 어쨌든 지금 이대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천둥처럼 묵직하게 울린다.
좋은 수의사, 좋은 동료, 좋은 집사, 좋은 사람... 이렇게 좋은 마음들을 가지면 좋은 원장이 되는 거였음 좋겠다. 그런 거면 원래의 내 모습대로라도 조금은 할만 할 것 같은데.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그에 맞게 몸집을 키워가는 일은 예상했던 대로 쉽지 않다. 아무래도 좋은 원장이 되려면 우선 병원이 잘 되어야 할 것이다. 잘 되려면 많은 이들이 병원을 찾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먼저 찾았던 이들(동물, 보호자, 직원들..)이 만족한 채 나서야 하고... 이런 과정에는 내 손이 미처 닿지 못하는 지점이 무수히 많고, 나 혼자의 마음과 노력만으로 낼 수 있는 결과는 실상 없다. 그럼에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 불안해 하지 않고 스스로와 타자를 믿을 수 있는 여유로움이 필요하다.
근무가 주 4일로 줄었고 돈도 예전보다 많이 버는데 여유가 없었다. 머릿속이 계속 바빴고 마음이 점점 말랐다. 책을 보아도 집중을 잘 하지 못하고, 친구들과의 약속을 미뤘다. 부모님과 지내던 우리 고양이라도 다시 이 집에 데려왔기에 망정이지, 그대로 쭉 지냈다면 벌써 많이 지치고 외로워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계절의 변화, 좋아하는 영화, 비슷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친구, 그 허심탄회한 대화 몇 분이 조금씩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근래 만났던 그것들이 주는 메시지 덕분에 나는 이제라도 잠시 불안을 불러 세우고 가만히 문장을 치며, 지금껏 가쁘게 겪어온 과도기를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진다.
어떤 나를 지어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뭐든 간에 가장 먼저 세워야 할 것은 알겠다. 앞으로도 새로운 역할과 과제를 수없이 마주칠 것이다. 지금까지 해내야 하는 일을 해냈을 때를 기억하자. 그리고 다가올 그런 순간에는 충분히 축하하자. 불안해만 하기엔 내가 잘 한 일들도 아주 많다는 걸 기억하자. 그것들을 차곡차곡 모으면 견고한 주춧돌을 빚을 수 있을 것이다. 그걸로 나를 지���하자. 그 위에서라면 나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테고, 언젠가는 다른 불안들도 넉넉하게 품어줄 수 있는 꽤 멋진 무언가가 될지도 모른다.
몇 년 전 일을 잠시 쉬고 있었던 때, 나는 여유를 의식적으로 느끼고 싶어서 선풍기 바람으로 머리를 말리곤 했다. 드라이기의 뜨겁고 요란한 바람으로 신속하게 머리를 말리고 싶지 않았다. 선풍기를 앞에 두고 몇 분이고 미풍을 쐬며 방바닥에 앉아있으면 학창 시절의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정말 여유라는 것이 물리적으로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며칠 전, 드라이기가 고장이 났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선풍기 바람으로 천천히 머리를 말리면서 나는 머리카락의 물기가 증발되는 감각에만 잠시 집중했다. 그 몇 분이 나에게 잊고 있던 여유의 감각을 불러왔나 보다. 다음날 바로 강력한 바람이 나오는 비싼 드라이기를 새로 사왔지만, 아직 나는 선풍기 앞에 앉는다. 의식적으로 머리를 식힌다. 사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여유로울 수 있다.
12 notes
·
View notes
Text
limyoona__official: _
ʏᴏᴏɴᴀ ғᴀɴ ᴍᴇᴇᴛɪɴɢ ᴛᴏᴜʀ : ʏᴏᴏɴɪᴛᴇ
드디어 D-1⏰
우리 만나기 하루 전🫢🩷
공연장 :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
공연 일시 : 2024년 1월 6일(토) 오후 6시, 2024년 1월 7일(일) 오후 4시
예매처 : 인터파크 티켓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 WEVERSE / Beyond Live
21 notes
·
View notes
Text
25.12.23
안녕하세요 여러분!
요즘 날이 많이 춥죠.
시린 공기를 맞으면 살이 쉽게 트고 시린 공기를 한 번에 너무 많이 들이마시면 폐가 따가워지는 그런 추위에요
감기 걸릴 게 걱정돼 소중한 사람들에게 일교차를 한 번 더 알려 주고 싶은 그런 추위.
피어나 여러분들은 따숩게 여미고 다니시죠?
홀리데이는 사람마다 의미가 제각각이에요.
어떤 분들은 설렘만 가득할 수 있으며
어떤 분들에겐 내리는 눈과 함께 우울함이 동반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겐 트리 밑에 화려하게 포장된 선물들 사이에 화려하게 위장된 불안감도 찾아 온다고 할 수도 있죠.
한 챕터의 끝, 그 해의 기록들을 되돌아볼 마지막 체크포인트
그 마지막 페이지에 점점 가까이 가닿을수록, 우리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놀라운 인식에 직면하게 됩니다.
“시간 참 빠르다“ 우린 흔히 말하죠. “뭘 했길래 벌써 연말이야?“
그러게. 난 그간 대체 무엇을 했던가.
나는 충분히 했을까?
나는 충분해졌을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몰라요
내가 원하는 나 자신의 모습과는 아직 거리가 너무나 멀다는 것을 깨닫는 것.
지난 일 년 동안, 여러분들은 극심한 상실감, 고통, 상심, 의심, 새로운 시작, 막연한 끝을 마주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온전히 잃고도 첫 땀 부터 차근차근 자신이라는 태피스트리를 다시 꿰어가는 과정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수도 있고. 과거의 내면을 치유해 보시고, 자신을 괴롭게 했던 사람들과 연을 끊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여전히 갇혀 있을 수도
후퇴하고 싶을 수도 있어요.
뭐가 됐든, 현재의 당신들은 눈을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는 다른 곳에 와 있습니다. 그리고 추위는 그것을 극명히 상기시켜 줄 거예요.
하지만 전 당신이 성장했다고 확신합니다.
지금은 모를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여러분도 모든 일에 일어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그 이유는 모든 일이 일어나면 나타날 거고요. 그 순간 마음속에 느끼실 겁니다.
지금은 여러분이 있어야 할 곳에 맞게 와 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날이 많이 추워요.
하지만 바람은 항상 실제보다 더 춥게 체감하도록 만들죠.
살이 트고 폐가 따가울 수 있습니다.
트고 따갑다는 것은 당신이 살아있다는 증거에요.
저도 트고 따갑습니다.
다만 이번 겨울에는 따뜻함도 찾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만약, 그 따뜻함이 저라면, 저를 품고 가주세요. 저의 가장 쌀쌀한 밤들에 여러분들이 제게 따뜻한 이불을 가져다주셨듯이.
이번 겨울, 가만히 서 있고 싶으시다면, 가만히 서 있으셔도 됩니다. 저도 옆에 서 있을게요.
눈이 내리고 쌓이고 녹아가는 풍경을 함께 보시죠
그렇게 봄은 더 빨리 오겠죠.
happier holidays
💌
hi everyone !
it is very cold out lately.
it’s the kind of cold that cracks my skin and stings my lungs when i inhale too deep all at once.
cold enough to make reminders of the weather to my loved ones, in case they go out and catch a cold.
i hope you all have worn warmly enough.
the holidays may feel different to everyone.
to some, it may simply mean pure joy and spirit.
for others, there may be a sense of sadness when it comes to the end of the year. the holiday season may be nothing more than existential anxiety wrapped in tinsel.
it’s the closing of a chapter — the final checkpoint to look back — and when we near that final page, we find ourselves facing an incredible awareness of the passage of time.
“time flies” we say. “what happened for it to already be the end of the year?“
good question. what have i done?
have i done enough?
have i become enough?
and how harrowing it is to be met by the realization that maybe i am nowhere near the version of myself i want to be.
in the past year, perhaps you have experienced crippling loss (or losses), pain, heartbreak, doubt, beginnings, endings. perhaps you have lost yourself, badly, and are still in the process of piecing yourself back together again.
perhaps you’ve chosen a new path, but are struggling to push forward. you have maybe done some healing, cut some people out of your life.
or maybe you’re still stuck. maybe you want to retreat.
whatever it is, you are not where you were the last time you saw snow. and the cold is a stark reminder of that.
but i can assure you you have grown.
you might not know it now, but in time, you will see that everything has happened for a reason. that reason will appear when everything has happened. you will feel it inside you. you may even already have the answer within you somewhere.
but right now, you are right where you need to be.
that is enough.
it is cold out, yes.
but the wind will always makes it feel colder than it actually is.
your skin may crack and your lungs may sting.
but you crack and you sting because you are alive.
i crack and i sting, too.
i only hope that this winter, you may also find warmth.
if that warmth is by chance me, i ask you to please hold me close. just like how on my coldest nights, you have brought me warmth, without you even knowing it.
if this winter you wish to stand still, you can stand still. i’ll be still right next to you.
and maybe we can watch the snow fall, drift, and melt together.
spring might come faster that way.
happier holidays
💌
21 notes
·
View notes
Text
241101 OfficialJTW_LEO✖️
@OfficialJTW_LEO
레오 X PHOTOISM ARTIST FRAME OPEN✨ 택운이의 생일 모두 축하해줄레오❔🫶🏻 📸 24.11.04(월) ~ 11.17(일) 📸 국내 및 해외 포토이즘 박스/컬러드 전 지점 (일반 포토이즘 박스, 컬러드 매장에서만 촬영이 가능하며, 호텔 및 쇼핑몰 등의 팝업 매장은 제외됩니다.) #레오 #LEO #정택운 #JUNGTAEKWOON #HAPPYLEODAY #포토이즘 #PHOTOISM
Taekwoon's birthday Everyone, congratulate Leo❔🫶🏻
📸 24.11.04(Mon) ~ 11.17(Sun) 📸 All domestic and overseas Photoism Box/Colored branches (Photography is only allowed at general Photoism Box and Colored stores, and pop-up stores such as hotels and shopping malls are excluded.)
#jung taekwoon#leo#taekwoon#vixx leo#vixx#*OfficialJTW_LEO#241101#*v:p#*jtw:p#🖤#🐈⬛#i really like his pretzel jumper wish i could get these
4 notes
·
View notes
Text
m_MUSICNDRAMA: #Kep1er #케플러 The 6th Mini Album 【TIPI-TAP】 발매기념 VIDEO CALL EVENT @official_kep1er 💥응모마감 5시간 전💥 🎁 응모자 전원 솜뭉치ver. 미공포 증정🩷 • 당첨: 78명 (영통60(멤버별10)+스페셜영통18(멤버별3)) • EVENT TIME: 2025.01.12 (일) 6:30PM(KST) • PERIOD: 1/5 3PM ~ 1/7 11:59PM 🔗 http://bit.ly/49ZrIpl 🌍 bit.ly/3DPbItO 🇨🇳 http://bit.ly/4j352IC 🇯🇵 bit.ly/4a4F3fR
#seo youngeun#huening bahiyyih#bahiyyih jaleh huening#ezaki hikaru#kim dayeon#kim chaehyun#choi yujin#kep1er#youngeun#jung bahiyyih#bahiyyih#hikaru#dayeon#chaehyun#yujin#femaleidol#t:update#pre-order#music & drama#tipi-tap#femaleidols#preview#video call#event#photocard#info#pob#kpop#ggnet#kep1ernetwork
3 notes
·
View notes
Text
여행에서 있었던 이야기(혹은 지난해의 이야기)
*파리는 여전하다.
근 1년 만에 다시 만난 친구 렌과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떠들다가, 걷고 또 걷고 계속해서 걸었다.
비 내리는 에펠탑 아래를 걸으며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었다.
아이스크림이 빗물에 녹아드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으며, 노트르담을 보기 위해 모인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우리는 노트르담을 보지 않았다.
와인보다 맥주를 더 많이 마셨고, 잔뜩 취해서 가는 새벽녘의 맥도날드를 좋아했다.
우리의 대화는 대체로 2년 전, 처음 촬영장에서 만났던 때의 이야기로 흘러갔다.
파리에서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니 그곳이 그리 멀진 않게 느껴졌다.
나와 헤어지면 곧 또다시 서울로 가야 한다던 렌.
그에게 나도 데려가 달라고 몇 번이고 졸라댔다.
*파리에서 리스본으로.
공항에 닿자마자 진한 향수병이 몰려왔다.
오래된 광경들, 태양이 뜨겁게 작렬하며 내 검은 머리카락 위로 내려앉는다.
후미진 골목에는 그림자들이 가득하고, 부서진 벽, 계단 따위가 거리를 꽉 채웠고 그 위로 엉기설기 늘어진 빨래들은 살랑거리며 바람을 타고 있다.
그렇다, 나는 아직도 이 나라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 있다.
가장 슬픈 나이를 보내고 있던 시시하고 별 볼일 없던 나는 대뜸 이 나라에 찾아와 하루에 한 번씩 슬픈 생각을 덜어냈다.
열차가 다니는 어지러운 레일 밑에 슬픔을 버리고, 불이 잘 들어오지 않는 골목길에, 파도가 치는 바닷가에 묻어두었다. 그래서 자꾸만 내 슬픔을 아는 이 나라로 다시 찾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리스본을 떠나야 했던 날 하루 전,
그곳의 광경이 한눈에 보이는 공원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로 아주 오랜만에 오로지 아름다운 광경 속 저물어가는 해를 보고 있었다.
저 멀리 ��다의 수평선 위로 반짝이는 어선들의 불빛을 보았고, 비행기가 머리 위로 가깝게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자전거를 끌고 와 들판에 눕혀놓고서 담배 한 개비를 빌릴 수 있냐고 묻던 한 사람이 말했다.
우리는 오래전에 부서지고 물이 차오르고 망가졌어.
형태도 못 알아볼 정도로 끔찍했지.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시작했어. 그래야만 하니까.
우린 가난하지만 행복해. 우리는 이걸 가졌잖아.
사는 게 너무 아름답지 않아?
그의 목소리와 말투에는 조금의 거짓도 없다는 듯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우리는 담배를 함께 피우고, 가방 속 숨겨둔 와인을 꺼내 나눠 마시며 가만히 저무는 광경을 보았다.
도시의 소음이 선명하게 들려오고, 살랑거리는 바람이 내 속눈썹을 건드렸다.
귓가에 시드가 부르는 Wild World가 맴돌았다.
처참하고 보잘것없던 한 해의 끝자락에서, 인생이 조금은 아름답다고 느꼈다.
*포르토에서 P를 우연히 만난 건 거짓이 아니었다.
그곳에 가기 전 나는 그에게 그를 보러 포르토에 가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그럼 나는 이제 너를 평생 보지 못하겠지?
나는 그때 그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로, 그에게서 온 힘을 다해 멀어지려 무던히 노력하던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기어코 연말이 오고 나서야 나는 그를 보지 않겠다는 결심과 함께 그의 도시로 향했다.
*여행이 거의 끝나갈 무렵의 어느 날.
정말 오랜만에 보았던 C와 M도 여전히 그 도시에, 파비와 카이도 그곳에 있었다.
모두가 이날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가 자주 가던 술집에 모여 시끄럽고 요란스럽게 떠들고 있었다.
대부분은 취해 이름 모를 작자들과 말을 섞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누군가 뒤에서 내 어깨를 두드렸다.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했던 P였다.
감정이 장대비처럼 쏟아지듯 따갑고 매서우면서도 불안정했다.
기어코 만나게 되는 P. 그 애를 또 반년 만에.
우리의 시간은 자꾸 누군가 타임코드를 조작이라도 하는 듯 띄엄띄엄 흘러간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찌질했던 건, 할 말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 그 애에게 멋진 척은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경이 과하게 몰렸다는 듯이 이마를 자주 만졌고, 시선은 어디에 둘지 몰라 애먼 쓰레기통만 쳐다보며 영어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말을 더듬거렸다.
그 애가 이야기 좀 하자고 내게 물었을 때,
마시던 와인잔을 그 애에게 주고 냅다 그 술집을 떠나 버린 것이다.
이렇게나 멋없고 허둥대는 만남을 원하진 않았다.
나는 곧장 그곳을 빠져나와 한참을 걷다가 R에게 전화를 걸었다. R은 내게 말했다.
해피 뉴 이어.
그렇게 새해가 ��� 것이다.
*아무 생각이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게 아니다.
내 주변에, 어쩌면 이 세상에도 어지러운 일들이 가득해서 자꾸만 마음이 덜컥 두려워지는 걸 억누르느라 말을 아꼈다.
구태여 회유시키고자 했던 생각들은 결코 쉽사리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몇 해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나아지지 않는 기분이 연말만 되면 나를 쫓아다녔다.
나는 그러한 것들을 슬픔의 수확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 해를 돌이켜 보자.
올해의 분노는 여름의 잔상들. 그러면서도 올해의 슬픔은 속절없이 쌓여대던 술병. 올해의 희열은 단연 서울에서 베를린까지 오게 된 그 기억들일 것이다.
그런 것들을 곱씹다가, 이곳에 오기 전 수와 잔뜩 취한 꼴로 서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채우던 어느 테이블로 내 기억은 휩쓸려갔다.
나는 수에게 말했다.
수, 나 다시 멀리 갈 거다. 이해 안 되는 거 아는데
그냥 내가 간다고 하면 아무 말 없이 잘 가라고 해주라.
너 그렇게 아름다운 삶만 쫓다가 큰코 다친다.
가끔은 더럽고 가난한 것도 꿈꾸는 거야.
대체 무슨 소리야?
몰라, 짜식아. 그렇게 자꾸 도망치고 싶으면 가.
다시는 돌아오지 마. 너 없이도 잘 살 거니까.
수가 취해서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서야 그때 그 수의 말은 취해서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이 깨닫는다.
지난해의 아름다움과 맞바꾸었던 더럽고 가난한 기억들. 내가 조금만 더 그것들을 사랑했다면 조금은 편안했을 거다.
그렇게 이곳에서의 삶에서는 자주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고, 자주 누군가의 기억이 내게 온다.
멍청한 시선으로 가만히 허송세월을 보내는 시간들을 정리하고 무언가 해야만 한다고. 멍하니 앉아 있는 일 따위는 없도록. 그 누군가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빌고 또 빌었다.
*문득 깨달은 게 있다.
나는 한국을 참 사랑한다는 것.
어느 도시와 견주어 봐도 내가 살던 동네, 내가 알던 방식, 내가 자란 기억들은 그 어떤 곳도 이길 수 없다는 것.
그 생각을 하자니 눈물이 조금 솟구쳤다.
이따금씩 눈이 많이 내려 질척거리는 거리와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더라도 그곳이라면 매일매일 밖으로 나갈 수 있을 뿐더러, 여름에 한국은 습하고 짜증 나더라도 아이스커피 한 잔에 하루가 보장되니까.
독일 번호는 이상하게도 자주 헷갈리고, 한국 번호는 마치 주민등록번호처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뇌리에 박힌다.
내 어린 시절을 알고, 내 성격을 알고, 내 사소한 습관마저도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이 전부 거기에 있으니까.
독일에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 싫어서 왔냐는 질문을 했다. 한국이 싫어서 왔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으며 집으로 돌아갈 때면 그들의 이야기를 곱씹다가 내 상황을 떠올린다.
난 단 한 번도 한국에서의 삶이 싫었던 적이 없다고.
정확하게는 견디기 힘든 일들이 진물처럼 자꾸만 새어나와서 갈피를 못 잡는 내가 싫어 그곳을 떠난 거다.
모든 것은 슬픔으로부터 회유하기 위함이었다.
*긴 여행을 끝내고, 베를린에 도착하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했다.
나를 보러 왔던 R을 만나 연초를 함께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가야 하는 R을 배웅하기 위해 공항에 갔을 때, 베를린에 엄청나게 많은 눈이 내렸다.
푸른 하늘에서 눈이 진주처럼 쏟아졌다.
핸드폰이 없어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못했던 날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눈 내리는 광경을 찍어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조용히 묻어두었다.
올해의 첫 시퀀스는 이렇게 기억될 것이다.
15 notes
·
View notes
Text
행복한 주말이었다.
금요일 저녁엔 SJ, Francine, Gabi와 Anju네 집에 놀러갔다. Peer supervision 을 명목으로 모인 자리였지만 "솔직히 지금 일 얘기 하고 싶은 사람?" 누군가 물었을 때 모두가 지친 표정으로 웃기만 했기 때문에 맛있는거나 먹고 수다나 떨자는 분위기가 되었다. Anju의 사랑스러운 고양이 Astro를 처음 만났고, Ube 맛 메로나를 처음 먹어보았다.
토요일의 intention은 to do list 없는 하루 보내기였다. 아침에 일어나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단편을 하나 읽었다 (김지연 작가의 반려빚). 점심엔 민수 정범 주원과 함께 뉴저지 남한산성에 가서 오리백숙과 간장새우를 먹었다. 2000년대 한국 감성을 간직한 카페에 가서 마차 라떼도 마셨다. 다시 맨해튼으로 돌아와선 오랜만에 센팍 저수지 산책을 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자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엔 이것저것 레프트오버들을 (김치찌개, 소고기무국, 토마토오이 샐러드, 구운 아스파라거스) 먹었고 72가 트조까지 산책을 다녀왔다. 간식으로 사온 dark chocolate covered raisins 는 하루 5알씩만 먹는 것으로 협의. 자기 전 왕가위 감독의 2046을 봤다.
일요일의 intention은 minimize mindless scrolling and practice deep breathing throughout the day 였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호흡 명상을 하고 단편을 하나 읽었다 (문진영 작가의 덜 박힌 못). 아점 (치킨 + 로메인 샐러드, 스파이시 오믈렛, 피넛버터 + 토스트)을 먹고는 집 근처 카페에 가서 밀린 노트를 끝내고 다음주 금요일 Lily, Sydney를 호스팅 할 때 만들 메뉴를 구상해보았다. 메인으로 연어 빠삐요뜨를 만들기로 하고, 미리 연습해볼겸 William Sonoma 와 홀푸드에서 필요한 것들 사서 귀가. 저녁으로 연어 빠삐요뜨, 감바스, 사워도우를 먹었다. Anju의 집들이 선물을 사며 내것도 하나 구입한 토마토 캔들의 향이 좋다.
구글포토의 앨범 제작 서비스를 통해 2019년 엄마와의 파리 여행 사진들로 하드 커버 앨범을 편집하고 주문을 완료했다. 앞으로도 이어질 여행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Mother and Daughter in Paris (Part 1) 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엄마는 이 여행을 회상할 때 꿈을 꾸는 것 같았다고 이야기 한다.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케어하느라 요즘 늘 바쁜 엄마에게 일상으로부터 잠시나마 멀어져 꿈에 젖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고싶었다.
3 notes
·
View notes
Text
241107 Twitter Update
kissoflife_s2: [K-LIP] 미주 콘서트 가기 전✈️ 한국 콘서트 종료 후 백스테이지에서 생긴 일😭
[ENG TRANS] [K-LIP] Before we go to the concert in the U.S ✈️ What happened backstage after the concert in Korea😭
#kiss of life#kiof#natty#julie#2024#e: get loud#241107#t: kiss road#v: twitter#s: twitter#s: official#s: post#jultty#k-lip#video
2 notes
·
View notes
Text
30주가 넘어가니 몸이 곳곳에 통증이 있다. 꼬리뼈는 원래 아팠는데 곱하기 2가 되었고 플러스 왼쪽 허리통증까지 생겼다. 조금만 먹어도 숨 쉬기 불편해져 많이 먹지 못하고 그런데 무지개는 무럭무럭 크고 있는게 느껴진다. (피로감이 상당하고 어지러움증이 생겼다) 이제 태어날때까지 아기가 3키로는 될테니 이 남은 기간동안 얼마나 쑥쑥 클까! 나 잘 먹어야겠다. 근데 건강하게 잘 먹는게 쉽지않다.
일을 아직 끝내지 못했는데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쉬어야 할 때에 일을 벌려놓은 것 같아서. 난 30주 이전까지 컨디션이 좋은 편이었기 때문에 출산 한달 전 까지는 무리없이 일 할 수 있을줄 알았다. 여튼 남은 7월간 일 열심히 마무리 할꼬다
일단 내일부터는 남편과 여행을 간다 ! 너무 설레 ! 그리고 쉬는 8월동안은 맛있고 건강한거 많이 먹고 책 열심히 읽고 20분씩 동네 열심히 걸어 다니며 박시하 맞이할 준비를 해야지. 우리가 이제 무지개에서 박시하를 만날 준비를 하다니 이 감정 말로 설명 안돼
53 notes
·
View notes
Text
2025年 1月 6日 星期一
밤을 새고 새벽 네시 반에 공항버스 첫차를 탔다. 피곤하지만 잠을 잘 수는 없는 흥분된 상태였다. 더 빠르게 공항에 갈 수는 없었지만 체크인과 환전과 출국 과정을 거치니 탑승 시간이 되어버렸다. 배가 고파서 S가 사서 나눠준 샌드위치 한 쪽을 입에 욱여넣고 J가 마시던 아이스 커피를 한 입 뺏어물어 겨우 목 뒤로 넘기며 탑승을 완료했다. 맨 뒷좌석에 앉게 되어서 뒤쪽 승무원이 바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참사때문에 뒤쪽 좌석이 생존율이 높다고 했었지 하는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비행기에서도 자지는 못하고 챙겨온 셰쟈신謝嘉心의 <아버지의 용접 인생我的黑手父親>을 읽었다. 책의 도입부에서 기름때 묻은 검은 손을 씻는 아버지의 모습이나 자식에게 공부 안 하면 자기 같은 일 한다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는 모습 같은 것들이 자꾸 어릴 때 보았던 내 아버지의 모습과 겹쳐서 눈물이 날 것 같았고 참기위해 입술을 꽉 물었다.
책을 반 정도 읽었고 나리타에 도착했다. 얼마 전 일 때문에 착륙할 때 조금 긴장되었지만 다행히 순조로운 착륙이었다. 가족 단체카톡방에 비행기를 탄다는 말을 올려야 할까, 해외여행을 간 줄도 몰랐는데 사고가 나게 되면 더 황당스럽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조금 했지만 결국 카톡방에 말하지는 않았다. 도쿄의 공기는 맑고 차가웠지만 서울보다는 따뜻했다. 핸드폰으로 하는 입국심사 질문란에 전과가 있느냐 하는 항목이 있었다. 얼마 전 일본 입국을 금지 당했다는 전장연 박경석 대표가 떠올랐다. 나도 곧 전과가 생기면 다시 못 오려나, 그냥 없다고 거짓말로 체크하면 입국은 할 수 있으려나, 같은 생각을 했다.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까지 무정차로 날라주는 스카이라이너의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놀랐다. 승차권을 발권하고, 개찰구를 통과하고, 탑승해야 할 플랫폼이 어딘지 찾고, 일반열차로 환승하고, 모든 것들이 어수선하고 버거웠지만 다행히 잘못되지는 않았다. 한국어 안내가 꽤나 친절해서 도움이 되었다. 이동하는 내내 모든 것이 이상했다. 사람들이 일본인처럼 생긴 것도 이상했고, 사람들의 입에서 진짜 미디어로만 듣던 일본어가 나오는 것도 이상했고, 차들이 왼쪽으로 다니는 것도 이상했고, 건물들의 모양도 너무 일본 건물 같아서 이상했다. 진짜 일본에 온 거다. 12시가 다되어 숙소에 도착했다. 예약했던 에어비앤비는 생각보다 좋았고, 숙박업소가 아니라 정말 일본 가정집을 체험하는 느낌이 들었다. 니혼즈츠미 니초메日本堤2丁目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동네가 무척 조용하고 길에 사람과 차가 많지 않아서 신기했다. 내가 묵을 방에 창밖 풍경이 가장 예쁘다고 다른 두 명이 질투했다.
숙소에 도착만 했을 뿐인데 이른 비행시간과 촉박했던 출국 수속과정 때문인지 다들 지쳐있었다. 편의점에서 니꾸망을 사먹고 잠깐 쉬었다가 J가 찾아두었던 작은 경양식집에 갔다. 지긋한 나이의 사장님 내외가 아들과 함께 운영하는 아주 오래된 가게 같았다. 너무나 일본스러웠다. 주로 홀을 보는 아드님은 웃는 상의 두툼한 일본 곰이어서 게이들이 참 좋아할 것 같았다. 매일 런치 메뉴가 바뀌는 가게였다. J는 오므라이스와 클램차우더가 나오는 런치 A를, S는 치킨카츠와 야채볶음과 베이컨 에그가 나오는 런치 B를 주문했다. 나는 A를 주문하려다 벽을 가득 메운 메뉴 소개에 홀려 비싼 함박을 주문했다. 바쁜 점심시간에 런치메뉴를 시키지 않은 죄로 J와 S가 밥을 거의 다 먹어갈 때가 되어서야 함박이 나왔다. 아마 J의 오므라이스가 서빙되기 직전이 되어서야 사장님 아드님이 함박 고깃덩어리를 양손 사이에서 던져가며 치대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일행과 음식이 나오는 시간이 맞지 않아 분위기가 애매해졌지만, 가게의 공기와 함박의 맛으로 모두 용서가 됐다. 고기 알갱이가 두꺼웠고 질감이 투박했고 데미글라스는 와인의 시큼한 향이 도드라지는 깊은 맛이었다. 가게의 세월이 느껴지는 맛,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이렇게 밖에 표현할 방법을 못 찾겠다. 한국에서 이런 맛을 내는 가게를 찾는 건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비가 많이 오기 시작했다. 아사쿠사까지 20분을 걸어갔다. 걷는 게 힘들 만큼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가는 길에 오른발에 한번, 왼발에 한번, 두번이나 쥐가 났다. 비오는데 길을 가다가 우산을 들고 멈춰서서 다리 스트레칭을 하는 우스운 장면이 만들어졌다. S와 J는 내가 길에서 스트레칭하는 웃긴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고, 내가 너무 환하게 웃고 있어서 그냥 쥐가 난 괴로움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냥 갑자기 즐겁게 길 한가운데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처럼 나왔다며 아쉬워했다. S가 알아둔 아사쿠사의 유명한 말차 아이스크림을 먹고 센소지를 구경했다. 새해가 와서 그런 건지 월요일 오후였는데도 사람이 엄청 많았다. 주변의 일본인이 하는 걸 보고 그대로 따라서 50엔 동전 한 개를 던져넣고 소원을 빠르게 빌었다. 건강, 송사, 졸업, 미래 같은 것들을 민첩하게 생각했다. 약수터처럼 물이 흘러나오는 샘과 작은 바가지가 있었는데, 안내에 따르면 오른손으로 바가지를 들어 물을 떠서 왼손을 먼저 씻고, 그다음 오른손도 씻고, 다시 왼손으로 물을 떠서 한 모금을 마시면 된다고 했다. 그림과 일본어로 설명되어 있는 안내를 읽으며 겨우 따라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걸 하면 뭐가 좋은 건지는 안 읽고 따라하기만 했다. 뭔가 좋아지긴 하겠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100엔을 넣고 나무 막대기를 뽑아 운을 시험하는 것도 해보았다. 나는 길吉, J는 말길末吉, S는 흉凶이 나왔다. 나는 작년 한 해는 좋은 것이 많았던 만큼 나쁜 것도 많았던 해여서, 나쁜 것이 씻겨 나갈 것이라는 말이 기분이 좋았다. J는 점괘를 읽는데 나쁘지만 좋아질 것이다, 별로지만 견디면 괜찮아진다 같은 말들만 쓰여 있다며, 이게 무슨 길이냐며 깔깔 웃었다. S는 센소지가 나의 기분을 나쁘게 한다며 읽지도 않고 점괘를 쇠꼬챙이에 묶어버렸다. 흉한 점괘들은 이렇게 쇠꼬챙이에 모아 태워버린다고 했다. 어쨌든 흉한 것들은 불에 타버릴테니 괜찮아질 거라고 웃으며 위로했다.
센소지를 나와서 숙소에서 즉석으로 찾은 일본 전통 디저트집을 갔다. 나는 안즈미츠마메라는 걸 시켰는데, 흑당 시럽, 한천, 팥콩, 살구가 함께 나와서 정말 맛있었다. 내 것은 앙금이 없었고 다른 친구들이 시킨 것들은 앙금이 있었는데, 둘 다 맛은 있지만 앙금이 너무 달아서 많이 먹을 수는 없는 맛이라고 했다. J는 속이 니글니글해졌다며, 빨리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저녁은 아사쿠사바시에서 여행 전에 미리 말했던 징기스칸을 먹으러 갔다. 아사쿠사바시역 출구를 나오자 커다란 은행나무가 아직 노란 은행잎에 가득 붙어있는 채로 우리를 맞이했다. 사람들이 바쁘게 오고가는 사이로 비에 젖은 은행잎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도쿄의 1월은 은행잎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고 예뻤다. 징기스칸은 고기가 불판에 자꾸 달라붙어서 굽기 쉽지 않았지만 양고기가 정말 맛있었다. 특히 어깨살이라고 적혀있던 부위가 참 도톰하고 맛있었다. 나와 J는 하이볼 60분 무제한으로 알딸딸하게 취했다. 5인분에 곁가지를 여럿 추가해서 먹었는데 팔천 엔도 나오지 않아서 뿌듯했다. 가게의 프론트맨(S가 그렇게 지칭함)이 참 자그맣고 귀여운 인상의 일본 청년이었다. S는 그 청년의 허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팔로 안기 좋아보인다고 했다. 나갈 때 프론트맨이 다른 테이블의 내역으로 계산을 잘못 하는 바람에 그의 앞에 오래 서 있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저녁을 먹고 양고기 냄새를 풀풀 풍기는 채로 지하철을 타고 스카이트리로 이동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본 도쿄 사람들은 옷이 모조리 새카맸다. 지하철 문이 열리면 타는 사람들이 내리는 사람들을 여유롭게 기다려주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J의 목표는 스카이트리에 있는 포켓몬 센터였다. J는 흥분된 상태로 쇼핑을 마쳤고, 이후 전망대를 올라가보려 했지만 비가 와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앞 로손에서 맥주와 먹을거리를 사천 엔을 넘게 가득 사 왔다. 편의점에 먹고싶은 음식이 너무 많았다. 나는 맥주 한 캔과 함께 욕심을 부려 시오야끼소바, 돈지루, 톳 두부 샐러드, 그리고 노자와나라는 처음 보는 갓과 비슷한 야채를 와사비에 버무린 샐러드를 사왔다. 노자와나는 맛있었지만 와사비 맛이 너무 강해서 먹을 수가 없었다. 소바는 예상했던 맛으로 맛있었다.
돌아다니는 동안 계속 비가 와서 꽤나 추웠다. S와 J는 숙소에 있는 작은 욕조에 몸을 담갔다. 욕조가 엄청 작아서 무릎을 끌어 안고 앉아야 욕조에 몸을 넣을 수 있는 정도였지만, 둘다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바닥난방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지만, 히터를 켜니 춥지 않게는 잘 수 있었다. 거실에 있는 테이블에 셋이 모여 각자의 음료와 먹을거리를 나눠 먹으며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내일의 일정을 계획하고, 오늘 쓴 돈을 정산했다. 대체로 S가 모두의 의견을 모아 큰 틀에서의 동선을 기획하고, J는 주로 식당이나 목적지를 정하고, 나는 길 찾기와 정산을 담당했다. 꽤나 유려하게 여행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았다.
1 note
·
View note
Text
내가 명절이 싫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녀이기도 했다. 하얗고 마르고 내가 좋아하는 쌍꺼풀이 없는 동양적인 눈매를 가진 그녀를 명절마다 마주할 때면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듯 했다.
“은비는 다리가 참 길어. 피부도 늘 아기피부같아.” 다들 그런 말을 할 때면 14살의 나는 이마에 올라온 사춘기의 흔적을 가리느라 바빴다.
그런 그녀가 언젠가 그녀의 엄마를 보며 말했다. “나도 다영이처럼 쌍꺼풀이 있었으면 좋겠어.”
“아니야. 다영이처럼 쌍꺼풀이 있는 건 너무 흔해. 매력이 없어.” 그녀의 엄마가 말했다. 그때부터였을까. 그저 딸의 자존감을 지키려고 한 그 한마디에 나는 20년동안 그녀의 엄마를 싫어했다.
그깟 쌍꺼풀이 뭐라고. 그깟 피부가 뭐라고. 동갑내기지만 전혀 가깝게 지내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엄마보다 두살 많은 그녀의 엄마를 마주할 때면 자리를 피하곤 했다. 그게 내 자존심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였다.
오늘 그녀에게 부고소식을 들었다. 엄마가 아주 건강하다가 4개월 전 말기암인 것을 알았고 손 쓸 틈도 없이 그렇게 갔다고. ���무나도 비통하고 내 자신이 창피했다.
“그래, 은비야. 갈게. 일 끝나자마자 갈게.”
“아니, 오지 말아줘. 어른들은 오라고 하겠지만, 오지마. 너보면 더 슬플 것 같거든. 미안.”
내가 가진 쌍꺼풀이, 그녀가 가진 백옥같은 피부가, 우리가 가진 좋은 직장이 전부 쓸모가 없어지는 대화였다. 어리석은 시기와 질투로, 위로도 제대로 못해주는 바보가 되어버렸다.
7 notes
·
View notes
Text
"변성의식과 트랜스"
얼마 전 '트랜스 탈진'이란 글을 쓰고 난 뒤, 문득 오래 전 무술 잡지에서 읽었던 글이 떠올랐다는… 마르스(MARS)라는 격월간 잡지였는데 2000년 9월에 창간호가 나왔고, 11-12월호에 '발경의 비밀을 벗긴다'란 글이 있었다.
당시 나는 무술 경력 딸랑 3~4년 차로 모든 면에서 의욕 과잉 + 무지했던 때라, 기사를 읽으면서 신기하게만 여겼을 뿐 뭔 말인지 하나도 알지 못했다. 뭣보다 변성의식 상태(=Altered States of Consciousness)를 상당히 강조했는데 이걸 체험해봤어야 공감을 하지… 그렇다고 무협지에나 나올 황당무계한 내용은 아니라 전면 부정할 수도 없었고.
지금 다시 읽어보니 '변성 의식 = 트랜스'라고 봐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몇몇 글을 통해 내가 주장한 트랜스는 "깨어 있을 땐 의식이 잠재의식 위해 있고, 잠 잘 땐 잠재의식이 의식 위에 있다면, 트랜스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잠재의식이 의식 위에 놓인 상태"라고 했는데 기사에선 이걸 뇌파로 세분해 좀 더 상세하게 설명을 해놨더라고. 아래에 50쪽 일부를 인용.
-=-=-=-=-=-=-=-=-=-=-=-=-=-=-=-=-=-=- 무술에서는 의념을 집중하고 힘을 발생시키�� 체계적인 수련법이 오랫동안 연구되고 전승되어 왔는데, 그것이 바로 무술의 비전이라는 것이며 발경력으로 나타나게 된다. …중략…
사람이 특이한 능력을 발휘할 때는 의식과 무의식의 중간에 있는 특수한 의식상태가 깊게 관련되는 듯하다고 해서 이런 의식상태를 '변성의식 상태'라고 부르는 것이다.
보통 우리가 깨어있는 상태에서 행동하고 생각할 때는 이성과 지성의 뇌파인 베타파가 나타난다. 학교나 직장에서 공부하고 일할 때의 뇌파인 것이다.
직장에서 휴게실에 나와 잠시 쉬면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있을 때나, 피곤할 때 샤워하고 편안하게 쉴 때, 혹은 점심식사하고나서 커피숍에서 편안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는 잠시나마 알파파 상태로 떨어진다.
즉 베타파는 긴장시의 뇌파이며, 알파파는 이완시의 뇌파인 것이다.
쎄타파는 잠자리에 들어서 잠이 들기 직전의 멍한 상태에서 나타나는데, 거의 아무것 도 생각할 수 없는 상태이다. 그리고 완전히 깊은 잠 에 빠지면 델타파의 상태가 된다. 이것의 뇌파의 4가지 상태이다. -=-=-=-=-=-=-=-=-=-=-=-=-=-=-=-=-=-=-
이 글에 따르면 내가 체험한 트랜스 상태는 알파파를 증폭(?)해 베타파를 상대적으로 약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대단한 경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십여 년 전에 읽었으나 하나도 못 알아먹은 내용을 이젠 체험에 근거해 공감할 수 있게 됐단 점에서 몸치의 인간 승리라 할 만하지 않나 자평.
나아가 렘수면 상태에서 꿈을 꾸듯, 더 깊은 트랜스 상태로 들어가 뇌파를 제어할 수 있게 되면 깨어 있는 상태서 꿈을 꾸는 일도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이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환상"이라 할 수 있을 거고, 부정적으로는 "헛것"일 수도 있고.
환상 vs 헛것의 차이는 '나'가 트랜스 상태를 통제할 수 있느냐, 정신을 잃고 무아지경의 구속 상태에 빠지느냐일 듯.
한발 더 나아가 상상해 보자면, 불교에 공무변처, 식무변처, 무소유처, 비상비비상처라는 무색계 명상법이 있던데, 델타파를 제어하는 단계에까지 도달했을 때 체험할 수 있는 건 아닐지?
싯다르타의 위대한 점은 변성 의식 상태는 각성의 도구이자 테크닉일 뿐 깨달음이 아님을 금방 간파한 거. 근거로 '무소유처'는 두 번째 찾은 스승(알라라 깔라마)에게 배운 거고, '비상비비상처'는 세 번째 스승(웃다카 라마풋타)에게 배운 거. 두 가르침을 받자마자 이내 스승을 능가했단 점에선 명상 천재였기도 하다.
그다음은 많이들 아시다시피 극한의 굶주림 수련을 행했고, 이것도 아님을 깨달은 뒤 길 가던 여성에게 우유죽을 얻어먹고나서 이번엔 뭘 해볼까 하다 어릴 때 나무 그늘 아래에서 했던 명상법을 떠올리고 보리수 아래에 앉아 행해 연기(=연하여 일어남)로부터 '무아 = 공'을 깨달은 거로.
팔정도 마지막이 정정(正定)인데 힌두교 명상법에서 틀린 점을 교정했단 의미로 앞에 '正'을 붙인 거란 설명을 유튜브에서 봤다. 현재 내 단계에선 둘을 전혀 구별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도 중요하지만, 힌두교 전통인 요가 수련도 못잖게 중요.
4 notes
·
View no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