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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naehw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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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maker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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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언’ 빼고 정무감각 채운 윤석열…”압축 성장으로 정치초보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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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k0h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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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선원의 노래
영국 낭만주의 문학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윌리엄 워즈워스에겐 둘도 없이 특별한 친구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워즈워스와 콜리지는 절친한 친구이자 인생이란 모험을 함께하는 동반자였다. 문학적 협력자이기도 했던 두 사람은 영국과 유럽의 시골 지역을 여행하며 ‘자연과 감정’을 우선시하는 낭만주의 사상을 고취했다. 그리고 1798년, 둘은 합작품인 <서정 가요집>을 간행했다. 서로 각자 지은 시들을 한데 모아 엮어 펴낸 <서정 가요집>은 19세기 초 영국 문학사를 변혁시키는 전환점이 되었다. 그렇게 워즈워스와 콜리지 이 두 친구의 우정에서 비롯된 낭만주의 운동은 영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 문학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시적 사유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서정 가요집>의 서문에서 워즈워스는 본인의 확고한 문학적 세계관을 밝힘과 동시에 강한 시적 개혁 의지를 드러낸다. 그가 규정한 새로운 시감의 개요는 대략 이렇다. 워즈워스는 좋은 시를 “감정의 즉흥적인 흘러넘침”으로 정의 내리고, 그런 강렬한 감정의 근원은 “평온을 통한 회상”이라는 의견을 개진한다. 워즈워스는 또한 서민들의 삶으로부터 적절한 시적 감흥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으며, 겸손하고 소박한 시골 특유의 생활 양식이야말로 시상을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시어詩語를 최대한 활용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읽고 즐길 수 있는 시를 써야 한다는 견해를 견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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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을 중요시하고 강조한 신고전주의 문학 작품이 활개를 치던 18세기에 외려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주된 시적 모티브로 간주한 워즈워스와 콜리지의 혁신성은 후대의 문인들로 하여금 낡은 문학적 관념과 전통에서 벗어나 한층 더 자유로운 문예 활동을 고무하는 발판의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그만큼 두 시인의 영향력과 <서정 가요집>의 파급력은 널리 퍼져 19세기 ���후의 문학 판도를 크게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콜리지는 워즈워스와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건과 상황을 다룬 시를 다작했다. 그러나 <서정 가요집>에서만큼은 사뭇 다른 작품 세계를 구상해냈다. 워즈워스가 자연의 미와 자연의 이로움을 나타낸 낭만적 서정시에 초점을 맞췄다면, 콜리지는 도리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고 자연의 세계를 초월하는 초자연적 존재들을 포착해 그려내는 시 창작에 몰두했다. 요컨대 몽환적이며 미스터리한 시를 쓰는 것이 콜리지의 과제였던 셈이다. 그의 여러 작품 중에서도 <노수부의 노래>, <크리스타벨>, <쿠블라 칸>이 대표적인 예다. 이 세 편의 시에서 콜리지는 일관된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데, 그는 ‘신비와 마법’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통해, 황홀하고 환상적인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되는 경험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콜리지는, 악몽과 유령 혹은 악령에 홀린 사람들의 경험담을 소재로 한 기묘한 이야기를 시적 내러티브에 정교하게 접목하여 괴이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서정 가요집>에 실린 콜리지의 작품들 가운데 <노수부의 노래>는 단연 그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자 역작이다. 이 시는 여러모로 획기적인 작품이다.
첫번째로 <노수부의 노래>는 고딕물이다. 고딕물은 기괴한 사건을 중심으로 기이한 내용이 전개되는 공포물 장르의 작품이다. 따라서 고딕물은 대개 공상적이고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반적으로 어둡고 음산하다. 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과학적 발견과 논리를 근거로 한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지배적이던 시기에 허구성이 짙은 고딕시를 창작해 출간한 콜리지의 문학적 시도는 상당히 실험적이었다. 당시에는 사용이 보편적이었던 아편에 탐닉한 그에게서 이처럼 신비하고 몽환적인 정취를 풍기는 작품이 탄생한 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두번째로 <노수부의 노래>는 항해 모험 판타지 장르의 시초격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물론 <노수부의 노래>가 해적 이야기를 기본 바탕으로 두고 있는 설화는 아니지만, 우리는 <노수부의 노래>와 상당 부분 닮은 비슷한 부류의 작품들을 익숙히 알고 있다. 예컨대 지금도 여전히 연재 중인 만화 <원피스>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그러하다. 이 두 작품은 두터운 마니아 팬층을 보유한 인기작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작품과 같이 해적들의 모험기를 중점으로 다룬 서사에서 <노수부의 노래>의 이야기적 요소와 유사한 장면들과 인물들을 간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캐리비안의 해적>을 예로 들어볼 때, 대표적으로 ‘데비 존스’와 그의 유령선인 ‘플라잉 더치맨’ 그리고 그가 벌이는 주사위 게임인 ‘라이어스 다이스’는 모두 <노수부의 노래>를 오마주로 차용한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실례들이다. 또 <원피스>에서는 ‘브룩’이 소개되는 에피소드의 이야기 틀과 전반적인 분위기가 <노수부의 노래>에서 유령선이 등장하는 시퀀스와 흡사하게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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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로 <노수부의 노래>는 화자의 형이상학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콜리지는 이 시에서 인간의 말이나 글로는 형용하거나 수식될 수 없는 초자연적 경험의 신비를 구현해낸다. 작품의 화자인 노수부는 젊은 날 떠난 길고 먼 항해의 길에서—유령선, 정령들, 산송장, 도깨비불—등과 같은 초자연적 현상을 직접 보고 경험한다. 이렇게 오감을 벗어난 영적인 차원에 실존하는 형이상적 현상들은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곳에 실재하는 것들의 숭고함을 깨닫게 하는 환영幻影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전은 비로소 인간의 영혼을 한층 더 성장케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고 믿으려 하는 무지한 이들에게 콜리지는, 형언할 수 없는 천지 만물의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가르치고 상기시켜 준다.
네번째로 <노수부의 노래>는 빼어난 종교적 우화다. 이 시에는 새 한 마리가 등장한다. ‘알바트로스’라는 이름을 가진 이 거대한 바닷새는 중요한 종교적 의미를 내포한 상징으로 작용한다. 노수부의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된다. 고국을 떠나 남쪽을 향해 항해 중이던 배는 폭풍우를 만나 남극에 다다르게 된다. 주위가 온통 얼음과 빙산뿐인 남극 바다는 생명체가 쉽게 서식할 수 없는 혹독한 환경이다. 그런 남극의 망망대해 한 가운데 눈안개 속을 헤치며 알바트로스가 나타난다. 홀연히 나타난 알바트로스는 유유히 배를 따라 날아오며 선원들의 부름에 응하고, 그들이 건네는 음식을 받아먹기도 한다. 게다가 이로운 순풍을 일며 따르던 그 새를 선원들은 일제히 길조로 여긴다. 그러나 화자는 특별한 동기 없이 알바트로스를 십자궁으로 쏘아 죽이고 만다. 이후에 작품에서 일어나는 더욱더 기상천외한 사건들은 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더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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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쯤에서 드는 두 가지의 의문점에 대해 고찰해보자. 무고한 새의 죽음과 노수부의 뜬금없는 살생은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먼저 알바트로스는 성령을 상징하는 생명체로 해석할 수 있다. 콜리지는 선원들이 알바트로스를 처음 발견했을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마치 그 새가 성도의 영혼인 듯, 우리는 그 새를 환영했소, 하나님의 이름으로.” 남극에 기적처럼 나타난 알바트로스는 절망의 끝에서 찾아온 희망의 빛을 의미하고, 궁극적으로는 인류를 죄악과 죽음에서 구원하는 구세주의 상징적 심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albatross’와 ‘cross’ 이 두 단어의 각운은 시인의 의도가 담긴 pun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우연으로 치기에는 ‘albatross’와 ‘crossbow’에서 ‘십자가’를 뜻하는 낱말인 ‘cross’가 너무나 자연스레 연상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의문점인 노수부의 살생은, 호기심 또는 유혹과 탐욕에 빠지기 쉬운 인간의 본성을 나타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그것은 인간의 원죄를 의미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더 알고 더 갖고 싶어 하는 욕구를 근본적으로 지니고 태어난다.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처럼 말이다. 이렇게 인간은 본능에 이끌려 열매를 따 먹거나 애꿎은 생명을 앗아감으로써 선과 악,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에 대한 섭리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인류는 예수를, 노수부는 알바트로스의 생명을 희생시킴으로써 자아는 내적으로 갈등하고 이내 좀더 성숙해진다. 내면의 뉘우침을 통한 자기 통찰과 자아 성장은 한 사람을 영원히 변하게 한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계기는 타인에 의한 조언이나 충고보다 자신의 내면에서 일궈내는 깊은 반성과 일깨움이다. 콜리지에게 인간다움이란 자아실현을 통해 얻어지는 정신적 진화였던 걸까?
<노수부의 노래>는 인간의 윤리의식과 종교적 교훈을 담은 기독교적 알레고리다. 종교적 관점에서 죄악은 고독과 외로움을 가져오고, 육체적 역경은 영적 번영을 배양한다. 그렇기 때문에 삶에 대한 일말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서 인간은 죽음을 겪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화자는 그런 기독교 교리를 체현하고, 새로운 영혼의 지도를 펼치는 사람으로 거듭난다. 시의 말미는 이렇게 장식된다. “한결 슬프고도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 / 다음 날 아침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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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erbiana-blog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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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howtomeet-blog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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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월간 이 주목한 디자이너 15 - 3/3
2012년 월간<디자인>이 주목한 디자이너 15˚-3/3
모든 것이 디자인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작 그 디자인을 누가 디자인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 디자인이 주인공인 시대에 디자이너는 조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쉽다. 하지만 월간 <디자인>에서만큼은 디자이너가 주인공이다. 슈퍼마켓에서 산 그 과자, 서점에서 만난 그 책, 신문에서 본 그 광고, 새로 바뀐 그 로고가 아닌, 그것을 만든 디자이너를 소개한다.
2012년을 빛낼 주인공이 될 15명의 디자이너를 주목하자. 
      11˚열린책들의 아이덴티티를 확장시킨 북 디자이너         _석윤이 
작가 중심의 기획과 매끈한 번역으로 정평이 나 있는 ‘열린책들’은 디자인이 좋은 출판사로도 유명하다. 홍지웅 열린책들 대표는 오래전부터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인드를 갖고 디자이너와 예술가에게 표지 디자인을 맡기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파주출판도시에 있는 사옥에 갤러리를 오픈했다. ‘새롭고 독창적인 책’을 만든다는 출판사의 지론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최근 열린책들에서 출간한 조르주 심농의 추리소설 ‘매그레 시리즈’가 지난 10월 26일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주최한 ‘디자인이 좋은 책’ 우수상에 선정되었으며 2010년에는 출판 편집자들이 뽑은 ‘주목할 만한 올해의 북 디자인’에 ‘에코 마니아 컬렉션’이 뽑히기도 했다. 또한 문구 브랜드 ‘미메시스디자인’을 론칭하며 출판사가 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시켰다. 홍지웅 대표의 높은 안목 덕분에 좋은 디자인을 선보이는 출판사로 자리매김했겠지만 여기에는 석윤이 디자인 팀장의 공로가 컸다.
    서양화를 전공한 석윤이 팀장은 한때 전업 작가를 꿈꾸기도 했다. 졸업을 앞두고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던 중 유독 북 디자인이 많은 것을 보고 그때서야 자신이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그가 열린책들에서 디자인한 표지를 보면 콜라주 기법이나 유화로 그린 듯한 회화적인 ���낌, 일러스트레이션 등 다양한 표현력을 느낄 수 있다. 열린책들이 주로 다루는 분야가 문학이다 보니 석윤이 팀장의 손 맛나는 그림은 책의 성격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2007년에 우연으로 시작한 열린책들과의 인연을 지금은 필연으로 받아들인다. 미국 소설가 폴 오스터의 책을 좋아해 꾸준히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열린책들에서 출판한 책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열린책들의 홈페이지를 자주 방문하게 됐고, 디자이너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사실 홍지웅 대표가 석윤이 팀장을 뽑은 이유는 언젠가는 갤러리나 미술 관련 사업에 필요한 인재가 될 거라는 선경지명에서다. 이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열린책들은 2010년 하반기에 디자인 문구 브랜드 미메시스디자인을 론칭했다. 여기에 투입된 디자이너가 석윤이 팀장. 출판사가 가진 콘텐츠를 그대로 활용한 노트와 다이어리 등을 만들어 판매하며 북 디자인의 아이덴티티를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게 했다. 표지에 사용한 이미지를 그대로 노트 디자인으로 활용하거나 제본 후 남은 종이를 메모지로 묶어 사용하는 등 북 디자인에 활용한 디자인과 자원을 문구 디자인에 적용하는 식이다. 문구도 제본이나 종이, 컬러, 판형선택 등 북 디자인을 할 때와 같은 고민을 하니 문구 디자인도 북 디자인이라는 개념이다. 출판사가 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한 기획력도 뛰어나지만, 출판사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단단하게 다지고 북 디자인을 문구 디자인으로까지 확장시킨 석윤이 팀장의 역할이 크다.
  글: 박은영 기자, 인물 사진: 이경옥 기자
    1) 추리소설의 성격을 그대로 디자인으로 풀어낸 ‘매그레 시리즈’ 디자인이 단서가 되는 북 디자인으로 1권부터 75권까지 표지를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하나의 단서가 그다음 책 표지의 단서와 이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2) 열린책들에서 론칭한 디자인 문구 브랜드, 미메시스디자인 노란색, 녹색, 파란색 등 컬러를 강조한 다이어리나 표지 디자인에 사용했던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와 노트 디자인에 활용한다.
      12˚디자인 환경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디자인 그룹         _슬로워크
  4대 강 사업으로 동식물이 멸종 위기에 처했을 때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은? 2010년 슬로워크는 아이폰 바탕화면을 만들어 생존을 위협받는 법정 보호종 동식물 12종을 알렸다. 그 방법은 슬로워크가 운영하는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한 무료 배포. 4대 강 사업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하고 공감했다. 내친김에 포스터도 만들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알리고자 영문판도 만들었다. 그 결과 하루 방문자 수가 200만 명이 넘는 미국 친환경 전문 블로그 트리허거(treehugger.com)에 슬로워크의 포스터와 함께 4대 강 사업에 대한 정보가 소개됐다. 연말에는 달력을 만들어 판매했는데, 역시 반응이 좋았다. 판매 수익금 중 일부는 디자이너들의 인센티브로 쓰고 나머지는 녹색연합에서 발행하는 생태 환경 문화 월간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기부했다.
      클라이언트도 없이 자체 진행한 이 캠페인은 슬로워크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디자인 회사이긴 하지만 슬로워크가 세련된 디자인 결과물을 내놓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는 디자인 이전에 내용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슬로워크를 이끄는 임의균 대표의 말이다. 환경과 사회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는 이들의 대표 클라이언트는 아름다운재단, 세이브더칠드런, 유니세프 등 비영리 기관. 매번 넉넉지 않은 예산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좋은’ 일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더욱 책임감을 갖고 디자인한다. ‘좋은 일일수록 더 폼이 나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멋지고 폼 나게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위한 디자인을 결과물로 만들 땐, 환경을 생각하는 것 역시 잊지 않는다. “기부를 위한 저금통을 만들어달라는 의뢰가 들어온 적이 있어요. 그런데 새로 저금통을 제작하는 것보다 버려진 깡통이나 페트병을 저금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그림 설명서로 만들어 PDF로 배포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이들은 또한 ‘그린디자인’하면 재생지에 콩기름 인쇄만을 떠올리는 1차원적인 방법보다 훨씬 본질적인 해결책을 제안한다. 슬로워크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모든 디자이너가 블로거로 활동하며 디자인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고 함께 공유한다. “디자인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관계와 소통이 중요한 거죠. 슬로워크가 시대적 요구와 우리를 둘러싼 이해관계에서 교집합을 찾아나가는 디자인 회사였으면 해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클라이언트에게는 작업 시간을 충분히 달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또 소량 인쇄를 권하고, 작은 인쇄소에 맡긴다. 디자인 생태계에서 교집합을 만들기 위한 작은 노력이다. 이러한 슬로워크의 활동은 환경 컨설팅과 CSR 컨설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글: 김영우 기자, 인물 사진: 김동오 기자
      1) ‘안녕’ 포스터 4대 강 사업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12종의 동식물을 알리기 위해 만든 포스터다. 2010년 아이폰 바탕화면으로 시작해 포스터, 달력, 엽서까지 만들었다.  
    13˚한국 가구업계의 유니클로         _aA리빙
  2007년 홍대 앞에 문을 연 aA디자인 뮤지엄은 한국에 ‘진품 가구’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킨 진원지로 평가받는다. 유명 호텔에서조차 ‘짝퉁 가구’를 의식 없이 사용하던 시절에 aA디자인뮤지엄에는 진품 가구가 가득했다. 그제야 사람들이 가구도 명품 가방처럼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 aA디자인뮤지엄이 오랫동안 준비한 가구 브랜드를 지난해 살짝 공개했다. 바로 aA리빙이다. 20년 넘게 가구를 수집해온 김명한 대표가 뒤늦게 가구 제조업에 뛰어든 이유는 그저 ‘재미있어서’. 돈 버는 재미가 아니라 엔도르핀이 도는 재미 말이다. aA리빙의 콘셉트는 확실하다. 가구업계의 유니클로가 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물건에는 가격이 있습니다. 디자인보다 더 힘든 일이 제품에 가격을 매기는 일이에요. 시장이 선호하는 가격대를 잘 알아맞혀야 합니다”라고 김명한 대표는 말한다.
      aA리빙의 타깃은 ‘실용성과 스타일을 모두 잡는 사람’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나이에 관계없이 ‘스쿠터 타는 사람’. 김명한 대표의 디렉션 아래 황두현, 신현호 두 디자이너가 aA리빙 공장이 있는 광릉과 서울을 오가며 열심히 ‘디자인 노동’ 중이다. 보르네오, 노송 등을 거친 50대 장인 목수 9명과 함께 말이다. 가구를 만드는 일은 농사처럼 육체노동이니까.“합리적인 가격대, 좋은 품질, 무난한 디자인이 aA리빙이 추구하는 방향입니다.”가구 하나 잘못 들여놓았다가 집 안 전체 가구를 바꾸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aA리빙 가구는 그럴 일이 절대 없다. 포인트가 없어 평범하다 못해 밋밋한 디자인이니까. aA디자인뮤지엄에 기대가 컸던 사람이라면 실망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디테일이 ‘징글징글하게’살아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시각적인 편안함을 위해 등판 위치를 1cm씩 바꾸는 시험을 몇 번이나 해요. 디자이너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이 자신의 디자인에 빠져 있을 때인데, aA리빙은 내부 품평회를 통해 계속 고쳐나갑니다.” 쉬운 디자인이라고 카피마저 쉬울 거라 판단했다면 오산이다. 이런 원목으로 이런 디테일을 만드는데 가격마저 합리적이기는 힘들다. 그런데 가격이 합리적인 이유는? 제작, 판매, 마케팅, 운송 등 모든 것을 aA리빙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때문. 디자인은 제조업이고, 디자이너는 블루칼라라는 aA리빙. 유통은 네트워크와 자본이 있으면 할 수 있지만, 제조업은 노하우가 없으면 불가능하니까. 원목이라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공방 가구에 수긍할 수 없고, 프로방스풍 환상을 덧입힌 시중 가구 브랜드에 편승할 수 없다면 ‘메이드 인 코리아’를 내세우는 aA리빙의 라이프스타일을 주목할 만하다.
  글: 임나리 기자, 인물 사진: 정영주(씨엘 스튜디오), 자료 제공: aA리빙
      1) 플레인 로 테이블(Plain Low Table) aA리빙은 튀는 가구가 아니라 생활의 배경이 되는 가구를 만들고자 한다. 이런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테이블. 사진으로 확인할 수 없는 나무의 질감이 훌륭하다.
        14˚제품의 이종교배가 장기인 디자이너         _우기하

우기하의 브랜드 철학은 ‘미운 오리 새끼(Ugly Ducking)’다. 동화 속 백조의 새끼가 오리 새끼보다 못생겨 보였던 것은 오리의 눈, 오리의 기준으로 백조를 봤기 때문이다. 우리도 익숙지 않은 경험을 할 때 ‘자신’만의 잣대를 들이댄다. 결국 자신의 생각을 기준으로 ‘다른’것을 만든다. 이를 디자인에 대입해보면, 시계는 누군가가 처음으로 ‘시계 모양’을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의 시계 형태가 된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 고정관념을 깨면 디자이너에게는 어떤 물건이든 기존에 전혀 없는,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우기하가 디자인을 보는 시각이다. 그렇다고 그의 디자인이 억지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기존의 물건이 지닌 속성과 기능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디자인한다. 서로 이질적인 사물들이 자연스러운 맥락 속에서 이종 결합한다. 플러그와 MP3 플레이어를 하나로 합친 플러그 앤드 플레이어(plug and player)처럼 처음부터 함께 태어난 양 결합시키는 것이 그의 방법이다.
      우기하는 인터뷰 내내 자신감에 차 있었다. 독립할 당시에도 아이디어에는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자신감은 수많은 사물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품으로 출시까지 해본 탄탄한 경험 덕분에 트인 감각과 세심한 눈 때문일 게다. 그는 이노디자인에서 5년간 밥솥이나 믹서 같은 가전제품은 물론 운송 기기나 가로등 같은 산업 제품부터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개인 작업을 틈틈히, 꾸준히 해왔다. 독립 후 처음으로 모형으로 제작한 작품이 전화기에 메모할 수 있는 보드 기능을 더한 ‘폰 온 보드(Phone on Board)’다. 그 후 하나의 시계로 세계 도시의 시간을 한 번에 알 수 있는 ‘벤트 핸드(Bent Hand)’와 건전지 넣는 부분을 시침과 분침으로 이용한 ‘프런트 앤드 백(Front & Back)’을 제작하여 2010년 6월 독일 DMY에 전시했다. 그것이 해외 언론에 주목받기 시작했고, 디자인 정보 공유 웹사이트 디진(Dezeen)과 얀코 디자인(Yanko Design)에 소개되면서 컬럼비아 픽처스의 영화 <맨인블랙 3>의 소품으로 쓰고 싶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비록 조건이 안 맞아 영화에 출연시킬 수는 없었지만 그 모든 과정이 그에게 자신감을 줬다. 그의 작업은 디테일이 있으면서도 군더더기가 없고 완성도가 높다. 현재 기하우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중인 그는 더 넓은 곳에서 많은 것을 보고 공부���고 싶은 마음에 지원한 영국 RCA에 합격해 입학 허가도 받아놓은 상태다. 하지만 일단은 스튜디오 운영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앞으로 기하우 디자인 스튜디오의 이름을 걸고 출시할 제품도 있다고 하니, 또 어떤 고정관념을 깨뜨린 제품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글: 김보섭 객원 기자, 인물 사진: 이명수 기자
      1) 콘스트레인드 볼(Constrained Ball) 자 없이도 직선을 그을 수 있게 한 필기 보조 기구. 선의 길이를 측정해 표시해준다.
        15˚어린이 디자인 교육 전문가         _유성자
  “디자인 교육은 학생들이 디자인을 통해 창의적으로 생활과 문화를 바꾸어나가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디자인에 대한 원칙과 기본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단순히 ‘만들기’ 수업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만들기는 디자인 교육의 한 과정일 뿐입니다.” 디자인 교육 연구소인 씨알드림의 유성자 대표는 국내 디자인 공교육 분야 전문가다. 일본 유학 시절 그림책 연구를 하던 중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저자이기도 한 브루노 무나리에 빠져 이후 10년간 그에 대해 집중 탐구했다. 그러던 중 그가 1970년대에 어린이 워크숍에 관심을 쏟았던 사실을 발견했다. 브루노 무나리는 워크숍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디자인 철학을 전달하고 아이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얻은 영감을 다시 자신의 작업에 투영하는 구조를 만들어왔던 것. 유성자 대표는 여기서 감명을 받아 디자인 교육가가 되기로 결심했단다.
      2002년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 <브루노 무나리>전을 기획하면서 어린이 워크숍을 함께 진행했다. 이는 고요한 미술관의 정적을 단번에 깨버리는 어린이들이 반가울리 없던 미술관 측의 반대를 무릅쓰고 열린 국내 최초의 어린이 워크숍이었다. 그 후 2004년 지식경제부의 디자인문화확산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디자인 교육에 뛰어들었다. 디자인 교과서에 들어갈 콘텐츠를 만들고, 실제 디자인 수업을 진행할 선생님과 튜터들을 교육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현장에 계시는 선생님들의 디자인 교육에 대한 이해가 일반 대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였죠. 물감이나 찰흙으로 만들면 미술이고, 포스터를 만들면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세요. 미술은 본인이 만족하면 그만이지만 디자인은 원칙과 기본을 바탕으로 풀어내는 하나의 사고 방법입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4개 초등학교를 시범학교로 지정해 지난 2년간 디자인 교육을 진행해왔다. 유성자 대표의 ‘디자인 공교육화’에 대한 신념은 확고하다. “어린이 사교육은 부모의 만족을 위한 교육을 하게 됩니다. 교육의 수혜자와 그 비용을 지불하는 주체가 다르기 때문인데, 공교육에서는 수혜자인 아이들만을 위한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사교육은 ‘잘 만든’ 결과물이 중요하지만 공교육은 ‘어떻게 만든’ 결과물인가에 집중하게 되는 거죠.” 어린이를 위한 디자인 교육은 디자이너를 만들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기에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다. “이 과정을 체화하게 되면 훗날 이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디자인 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의 디자이너들과 비슷한 사고방식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꼭 디자이너가 되지 않더라도, 생활 전반에 걸쳐 디자인적 사고를 할 수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디자인 공교육은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합니다.”
글: 신정원 기자, 인물 사진: 김동오 기자
      1) ‘新나는 디자이너_ 1기 어린이 디자인 창의력워크숍’ 수업 장면 낡고 오래된 원목 책상을 새로운 가구로 변신시킨 결과물이다.  
  * 본 기사는 월간<디자인>의 제공을 받아 게시되는 기사로 3회에 걸쳐 연재되었습니다.
    < 제공: 월간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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