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에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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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_ 아니 에르노
제목이 멋지다_ passion simple_ 으앜
유부남과 불륜했던 시절을 기억해내며 그때의 열정과 감정을 나열한 짧은 소설이다.
뒷부분 작품해설을 보니 이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일만 소설로 쓴단다.
이랑이랑 같고 여러 영화감독들도 떠오른다.
그것 또한 멋지다.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다는 것...
나는 나혼자 보는 일기조차 솔직하게 못쓴다. 나중에 누가 볼까봐... 누가 본다고...
살면서 몇가지 비밀이 있는데 비밀이라고 한 이상 비밀이 아닌 것 처럼
내 안의 감정을 못 이겨 이 자체를 토해내고 싶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이야기
할수도 있지만 아니 에르노는 그런 의미에서 엄청 현명한 인간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에 만난 A는 내가 기억하는 A가 아니더라는 부분에서
정확히 아니 에르노가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지 알겠더라.
그때의 내가 사랑했던 그대_ 지금의 현실이 딱하고 내 앞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아니던가.
나도 잘 안다. 겪어봤으므로 ㅎㅎ
그때는 죽도록 아팠지만 지나고 나니 쓴웃음 정도는 짓는다.
그래서 타인의 심연을 건너려고하는 시도는 애초에 안하는 게 좋다고 김연수가 이야기하지.
양과와 소용녀 정도 아니라면 죽을때까지 서로를 이해할수 없을걸?
그런 의미에서 몇십년의 우정도 한번에 깨져버리는 것을_
사랑하는 이들이여 방목하라_ 구속하지말고_
영원한 것이 없으므로 아름답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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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2015년 11월 원희 선배님의 추천에 읽었던 책을, 세 번째 읽은 어느 2016년 11월의 어느 밤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책을 읽을 때 나의 마음을 휘어잡는 문장은 남녀관계를 묘사한 대목이었다. 그런 내용은 내게 A에 관한 무언가를 가르쳐주었고, 사실이라고 믿고 싶었던 것들에 확신을 주었다. 가령, 그로스만의 삶과 운명에서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포옹할 때 눈을 지그시 감는다"라는 구절을 깅ㄹㄱ으면, A가 나를 ���을 때 그렇게 하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씌어 있는 그 밖의 다른 내용들은 그 사람과 다시 만날 때까지의 빈 시간을 메워주는 수단일 뿐이었다.”
“약속 시간을 알려올 그 사람의 전화 외에 다른 미래란 내게 없었다. 내가 없을 때 그의 전화가 올까봐 그가 알고 있는 일정에 한해서 일에 관계된 어쩔 수 없는 용건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한 외출을 하지 않았다. 또 행여 전화벨 소리를 못 들을까 진공청소기나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는 일조차 피했다.”
“ 그 사람이 떠나자 엄청난 피로가 나를 짓눌러왔다. 곧바로 집안을 정리하지 못했다. 나는 유리잔, 음식 부스러기가 남아 있는 접시,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인 재떨이, 방바닥과 복도에 흩어져 있는 겉옷과 속옷 들, 카펫에 떨어진 심대 시트 등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나하나 어떤 몸짓이나 순간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그 물건들을, 그것들이 이루는 생생한 무질서를 지금 상태 그대로 보존하고 싶었다. 그것들은 미술관에 소장된 다른 어떤 그림도 내게 주지 못할 힘과 고통을 간직한 하나의 그림을 이루고 있었다. “
“요즈음 나는 내가 매우 소설적인 형태의 열정을 지닌 채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걸 어떤 형식으로 써야 할지 잘 알 수가 없다. 증언의 형식으로 쓸 것인지 아니면 여성잡지에서 흔히 보듯 고백 수기의 형태로 쓸 것인지, 아니면 선언문이나 보고서 또는 해설서의 모양새를 한 꾸밈없는 소설을 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나는 그저 존재 혹은 부재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언제나'와 ‘어느 날'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하면서 열정의 기호들을 모으고 있었다. 그 기호들을 한데 모으면 나의 열정을 좀더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을 열거하거나 묘사하는 방식으로 쓰인 글에는 모순도 혼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글은 순간순간 겪은 것들을 음미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일을 겪고 나서 그것들을 돌이켜보며 남들이나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인 것이다.”
“나는 완벽한 한가로움을 갈망했다. 나는 상사가 요구하는 시간 외 근무를 무례하게 느껴질 정도로 단호히 거절했다. 내 열정이 불러일으키는 느낌과 상상의 이야기에 자유롭게 전념하지 못하도록 나를 방해하는 것들에 맞설 권리가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도 내가 글을 쓰기 ��작하 이유는,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 선택하는 문제에서 립스틱을 고르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이 오로지 한 사람만을 향해 이루어졌던 그때에 머물고 싶었기 때문이다. 첫 페이지부터 계속해서 반과거의 시제를 쓴 이유는, 끝내고 싶지 않았던, ‘삶이 가장 아름다웠던 그 시절'의 영원한 반복을 말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예전의 기다림이나 전화벨 소리, 만남을 대신하고 있는 나의 고통을 묘사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
“가끔 그 사람에 대한 세세한 기억들, 그 사람이 했던 말들임 문득 되살아나는 일이 있다. ... ...그럴 때면 잠시 동안 거대한 고요함이 내 안에 가득 차오르는 기분이 된다. 마치 그를 만나는 꿈을 꾸었는데, 꿈 속에선 몰랐다가 깨어난 순간 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느끼는 기분과 비슷하다.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은 듯한 느낌. “
“지금 나는 내가 아니면 도저히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삭제와 교정으로 뒤덮인 원를 앞에 놓고 있다. 나는 이것이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않는, 철저히 개인적이고 유치한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의 고백이나 수업 시간에 비밀노트 한쪽에 갈겨쓴 외설스러운 낙서처럼.”
“이 원고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쓰였으므로 이미 읽을 만한 글로는 손색이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쓴 원고가 아직 내 손 안에 있는 한, 글쓰기의 가능성은 아직도 열려 있다. 내게는 형용사의 위치를 바꾸는 일보다 현실에서 일어난 일을 덧붙이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닥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짐노페디 여러 버전으로 재생 목록에 넣어두고 몇 번을 돌려 들으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향초도 켰다. 음악은 흐르고, 책장이 넘어가는 사이 사이의 순간에는 발 밑에 잠들어 있는 두 마리 강아지의 숨소리가 정적을 긋는다.
내가 ‘어떤 느낌'을 가지고 싶을 때 혹은 내 글에 어떤 색감을 수혈 받고 싶을 때 재빠르게 집어드는 몇 권의 책이 있다. 어릴 때는 너무도 많이 읽은 하루키의 수필들이었고 조금 자라서는 사강과 그르니에의 글이였고 이제는 그 리스트에 아니 에르노가 포함되었다.
그녀의 글을 읽고 있으면 연필을 깎는 소리나, 테이블을 닦는 소리처럼 일상적이지만 힘을 필요로하는 소리들이 들려오는 것 같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흐르는 문장 속에, 꼭 힘 주어서 말하고 싶은 어떤 단어가 있다. 사치, 열정, 갈망, 욕망, 무질서... 자칫하면 문장이 너무 뜨거워지거나 예민해지지 않게 평평하게 주변을 문질러 그 문장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뜨겁고 열정적인 그녀의 감정과는 반대로. 침착하고 담담하게 그렇지만 절대로 건조하지 않게 이어지는 문장들을 따라가는 것 만으로도 내가 일상에서 놓치고 있던 감각의 세포들이 조용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에게도 지난 1년간 수시로 들끓고 또 반짝이던 열정이 있었다. 그 열정의 어떤 이면에는 제대로 해석해 본 적 없는 나의 욕망과 오래 고민했지만 답을 내지 못했던 이유를 모르겠는 집착도 있다. 나는 차마 글로 쓰지 못했던, 또 쓰기 어려웠던 내면의 작은 소용돌이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일일이 포착해 낸 이 생생한 ‘무질서 일기'는 그래서 몇 번을 들춰 보아도 매번 새롭고 또 부러운가보다.
내게는 너무도 건조하고 또 힘들었던 지난 가을. 그리고 이제야 프로젝트를 털어냈다는 안심이 드는 어느 겨울 밤. 처음 이 책을 다 읽어 내려갔던 침대에서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의 그 간격들 사이를 조용히 헤아려보면서.
내게도 더 깊은 열정을 일깨워줄 무언가가. 어떤 이가. 어떤 장소가. 계속해서 나타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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