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야만살아갈수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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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adult ·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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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매일 써야지
글을 쓰기로 결정하고 무엇에 대해 써야 할지 계속 고민만 하던 시간을 확 뒤집어버렸다. 어제부터 그저 나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사실 난 나 말고 다른 것에 대해 쓸 만큼 무엇인가를 진득히 연구해 본 일이 없을 뿐 아니라 사실 난 나 스스로도 관찰해내지 못한 것 같다. 어쩌면 아주 조금도.
내 우울은 체력저하가 근간이었지만, 사실은 대부분 자기를 알지 못해서였다.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정도만이라도 알아차렸더라면 맞는 응급처치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내 상태를 알아차리기는 커녕 스스로에게 관심조차 없었다. 그걸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았다. 정말이지 너무나 늦게 깨달았다.
나를 안다는 건 또 다른 면에서 어떤 것을 관찰하게 되는 것 같다. 어젯밤 잠이 오지 않았을 때 내가 잘 모르는 상황에 대해 함부로 말했던 게 생각났다. 사과를 하고 싶었는데, 잠깐 이야기좀 하자고 하고 아이를 밖으로 불러냈다. 선생님이 말이야, 하고 조심스럽게 솔직한 이야기를 꺼냈고 아이는 대수롭지 않게 넘겨주었다. 미안했어. 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더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굳게 들었다. 아이가 그 사과에 대해-어떻게 보면 그저 일방적이기만 한- 어떻게 생각해줄지 모르지만 일단은,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나에게도 용기가 필요했다.
어렵지 않다.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으려면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그리 대단히 빈틈없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면 모를까. 나는 그런 나를 하루에도 몇 번씩 받아들이고 수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나와, 내가 바라는 나 사이에 견고한 돌탑을 쌓고 서로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는 사이가 될 것이다. 내 안의 모든 '나'들은 서로 친하게 지내야 한다. 적어도 서로를 바라보고 인지해야 한다. 그래야 최종적으로 어느정도는 객관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모든 '나'들은 부정할 수 없게도 결국 나 자신이기 때문에.
과거의 잘못을 한 '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 사랑의 마음을 주던 '나'도 있다. 이용 당한 나도, 이용한 나도, 부정적인 나도 긍정적인 나도 모두 나로써 껴안아주어야 한다. 이 모든 행위들을 하지 못한다면 나는 글을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일단 지금 쓰려고 하는 글은 대략적으로 그렇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어떤 격정적인 감정이 있던 가장 최초의 시기부터 지금까지의 흐름을 적어내려가보려고 한다. 삼천포에 여러번 빠질 것이고 무얼이야기하려는지 스스로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견뎌야 한다. 넘어져야 한다. 넘어져야 어떻게 일어나는지 배울 수 있을 테니까. 나는 그래서 그저 쓰기로 했다. 내가 쓰는 글이 일기든, 수필이든, 소설이든, 등장인물이 실재하든 아니든, 내 솔직한 마음을 다 썼든, 픽션으로 바꿔댔든, 그런건 이제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제목을 짓는 일도 추후로 미뤄두어도 된다. 지금 나에게는 그저 쓰는 것이 필요하다. 써야 한다.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어제는 한 페이지, 오늘은 어제 쓴 한 페이지를 고쳐놓고 또 한 페이지를 더 썼다. 하루에 정해진 양은 대략적으로 한 페이지로 정해두고, 다 지키지 못하더라도 쓰기로 한다. 대신 단 10분이라도 무조건 쓸 시간을 확보해두기. 나는 내 목표라든지 하는 것들은 일단 저만치 미뤄두고 매일 쓰기에 돌입한다. 매일 한 문장이든 한 페이지든 쓸 것. 그리고 쓴 것에 대해 다시 읽어보고 퇴고할 것. 그게 아무런 결과물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나에게는 적어도 기록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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