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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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기묘함(1) - 무라카미 하루키와 시바타 모토유키의 대담
후다바테이 시메이와의 공통점 시바타 : 번역과 관련 이번엔 먼저 후다바테이 시메이(二葉亭四迷)에 관해 묻겠습니다. 무라카미 씨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서두를 일단 영어로 썼던 것처럼, 후다바테이도 "우키구모" 제2편을 쓰기 시작했을 때 에도적 문장을 피하고자 러시아어로 썼던 모양입니다. 자신을 옭아매던 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써 외국어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일화이지 싶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라카미 : 소설의 문체가 점점 나타나게 되면 소설을 그 문체로 써야 하는 듯한 구속 같은 게 생겨 버립니다. 제가 막 소설을 쓰려고 했을 땐 현대문학이라는 올가미가 있어서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전 그걸 쓰려는 ��도도 없었고 잘 써지지도 않았기에 그럼 일단 영어로 써보자. 그럼 편할 거고 올가미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지 싶었죠. 이는 후다바테이 시메이도 마찬가지였겠죠. 에도의 문장에서 벗어나려면 다른 시스템을 끌어오지 않으면 벗어나기 어렵지 않았을까 합니다. 제 경우엔 번역과 글쓰기가 처음부터 어딘가에서 교차한 듯싶습니다만. 시바타 : 아마도 후다바테이보단 무라카미 씨에게 훨씬 더 고독한 작업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후다바테이의 시절엔 다들 새로운 문체를 만들려고 했었기 때문이죠. 무라카미 씨가 1970년대 후반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땐 그렇게 '다 같이 열심히 해보자'는 분위기가 없었죠. 하지만 그때도 한편에선 그런 분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있지 않았을까요. 무라카미 :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땐 오오에 겐자부로, 나카가미 겐지, 무라카미 류라는 주류가 있었고 거기에서 벗어나려면 예를 들어, 쓰쓰이 야스다카처럼 서브 장르로 갈 수밖에 없었죠. 전 서브 장르로 갈 생각이 없었기에 새로운 문체를 고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래 전 소설을 쓸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역으로 그렇게 할 수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아고타 크리스토프도 "비밀 노트"를 외국어로 썼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시바타 : 헝가리어가 모국어이지만, 전편 프랑스어로 썼습니다. 무라카미 : 전 계속 그렇게 할 의도는 전혀 없었기에 첫 문체 설정만 하면 그다음은 일본어로 할 수 있지 싶었습니다. 시바타 : 크리스토프는 헝가리어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런 게 아니라, 프랑스어로 쓰지 않으면 독자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 그랬죠. 그 결과 신선한 문체가 태어났다는 점은 같습니다만. 무라카미 씨는 영어를 잘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영어를 잘하지 못했다면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요. 무라카미 : 글쎄요. 문체에 대한 제안이라면 나쓰메 소세키가 떠오릅니다만, 소세키는 한문 지식과 영문 지식, 에도시대의 이야기 같은 화술을 머릿속에서 섞어, 문체가 관념적으로 혼합되었다고 봅니다. 고로 소세키는 번역할 필요가 없었죠. 모리 오가이는 그의 작품을 별로 읽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시바타 : 오가이에게는 소세키의 영문학 대신 독일 문학이 있어서 하이브리드라는 면에선 소세키와 마찬가지입니다. 무라카미 : 하지만 오가이의 문장은 새롭진 않았죠. 시바타 : "마이히메"와 같은 문어체가 있거나 소위 텍스트 파일처럼 담담한 문장 등 여러 가지 있었습니다만, 확실히 새롭진 않은 듯하네요. 무라카미 : 문체에 대한 제안은 없었죠. 소세키의 경우엔 그게 있었습니다. 시바타 : "여러 나라 이야기"는 오히려 문체 없이 쓰려고 한 문장이었죠. 무라카미 : 소세키는 문체를 의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기에 그를 뛰어넘는 문체를 만든 사람은 그 이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조금씩 버전을 올렸지만, 시가 나오야도 가와바타 야스나리도 바닥엔 소세키의 문체가 깔려있죠. 전후 오오에씨 무렵부터 변하기 시작했습니다만... 시바타 : 오가이와 소세키의 차이에서 제가 흥미를 느낀 부분은 오가이는 번역을 활발하게 했지만, 소세키는 전혀 안 했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하겠다는 의뢰에도 대단히 회의적이었다고 합니다. 이는 문체를 깊이 의식했다는 지적과 통하는 면이 있지 싶습니다. 문체는 의미와는 다르고 번역할 수 있는 건 의미이기에. 무라카미 : 그렇군요. 전 소세키를 생각하면 늘 마루야 사이이치 씨가 떠오릅니다. 마루야 씨도 한학과 일본 고전에 관한 교양이 깊었고 더불어 영문학도 했죠. 옛날엔 둘 다 하지 않으면 본인도 납득하지 못했고, 주위에서도 인정해주지 않은 분위기가 있었기에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시바타 : 예전엔 한문 소양은 남성 지식인의 필수였고 일본어 문학은 오히려 여성적이라고 취급받았습니다. 마루야 씨의 시대엔 더는 한문 소양도 일본 고전 소양도 필수가 아니었습니다만, 마루야 씨는 이를 이어갔죠. 무라카미 : 저한텐 그런 게 없습니다. 한문이나 고전의 소양이 거의 없습니다. 시바타 : 지금은 갖춘 사람이 오히려 희귀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무라카미 : 우리 입장에선 특별히 그런 방면을 염두에 둘 필요도 없죠. 시바타 : 도식적인 비유로 생각해보면 예전엔 그런 식으로 한학 대 일본 고전이라는 대비였지만, 지금은 아메리카를 시작으로 한 서양 문학과 지금으로선 이미 오래된 일본 근대 문학의 대비로... 아, 이건 아닌 듯. 무라카미 : 오히려 전 영독미불러(영국, 독일, 미국, 불란서, 러시아)라는 유럽・영미 문학과 그 이외의 에스닉이라고나 할까 세계 문학과의 대비가 맞는 듯합니다. 일본의 전통은 현대성을 잃어버리지 않았을까요. 물론 "겐지 이야기"나 "헤이케 이야기"를 현대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요즘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지마는. 시바타 : 확실히 가와데 출판사에서 나오는 일본 문학 전집은 번역이라는 관점에선 획기적이죠. 한편 그 영독미불러 이외의 문학에 팝 문학을 넣어도 괜찮을지도. 영미 팝 문화도 거기에 들어가죠. 무라카미 :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아메리카 문학엔 에스닉 문화가 침식해 들어오고 있고, 그 경계를 구분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시바타 : 무라카미씨가 쓰기 시작했을 땐 아메리카 문학이라고 해도 제대로 된 마이너리티 문학은 유대계 문학, 흑인 문학 정도로 나머진 죄다 백인 문학이었죠. 무라카미 : 그렇습니다. 시바타 : 팝 문화의 영향은 브라우티건과 보니것 즈음에 드러나기 시작했죠. 무라카미 : 단지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보르헤스는 영향력이 있었죠. 시바타 : 그렇군요, 라틴 아메리카. 실로 강력한 타자 문화죠.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보르헤스는 1960년대부터 70년대에 걸쳐서 일본에서도 영미에서도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무라카미 : 전 아버지의 전공이 일본 고전이었는데 그게 싫어서 이를 멀리했습니다. 시바타 : 굳이 가까이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들어올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가까웠지 않았나요. 무라카미 : 어린 시절 부모가 ���본 고전을 강제로 읽혔기에 종종 읽었지만, 기억을 되살리기 싫어서 회피하고 있죠(웃음). 저에게도 "우게쓰 이야기"를 현대어로 번역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옵니다만, 영어를 번역하는 편이 편해서 좋습니다. ※ 출처 : 잡지 MONKEY 12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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