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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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nger Things Season 4 Soundtrack>
‘미드’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 정확히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희미한 기억에 의하면 이십 대 초반쯤 되었을 때 <프렌즈>로 영어 회화 공부를 하는 풍토가 있었던 것 같고, <프리즌 브레이크>, <로스트> 등 드라마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아무튼 미드라고 하면 이른바 ‘떡밥’이라 불리는 미끼들 때문에 한 편만 보겠다던 것이 결국 밤을 새우며 전 편을 몰아 보게 만들던 기억이 선명하다.
2016년 넷플릭스를 통해 처음 공개된 <기묘한 이야기> 시즌 1은 ‘Binge-watching(몰아 보기)’을 대놓고 권장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한 시즌의 여덟 개 에피소드를 같은 날 전부 공개했던 것이다. 대학원 다니던 무렵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소설 창작에 열을 올리던 때였고, 드라마가 워낙 화제가 됐기 때문에 공포물은 질색했음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에 가입해 정주행을 했다. 궁핍한 형편이라 시즌 1을 며칠 만에 시청하고, 한 달 무료 체험 상태던 구독을 종료했는데 다음 해에 시즌 2가 공개되었을 때 재가입을 했다. 시간이 흘러 아이를 ��고 살면서부터는, ‘불금’을 보내기 위한 외출 약속 같은 건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어 갔다. 그런 주말의 밤을 수차례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가 잠들고 나면 노트북을 켜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보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
‘미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서론이 꽤 길어졌지만, 아무튼 이번 글의 주제는 <기묘한 이야기>, 즉 ‘스띵(이하 스띵)’이다. 더퍼 형제가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스띵은 시즌 4까지 공개되었고, 마지막 편에 해당하는 시즌 5가 현재 제작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면적으로는 80년대에 호킨스 마을에서 벌어진 기이한 일들과 거기에 연루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괴생명체와 ‘뒤집힌 세계(The Upside Down)’라는 초월적인 공간, 비밀리에 진행되는 알 수 없는 프로젝트, 심령술, 초능력 등의 소재를 포함하여 단순한 호러물이나 개인의 비범한 능력 등을 그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이야기와 해석의 가능성을 더욱 체계적으로 확장시켜 나간 것이 이 드라마의 큰 미덕이었다. 나는 시즌 4를 가장 좋아하는데, 무엇보다도 전편에서 죽은 것으로 생각됐던 호퍼가 살아 있어서 안도감?이 들었고—나 말고도 많은 스띵 팬들이 이 부분에서 아마 작가에게 끈끈한 우정과도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 같다—, ‘호퍼는 살아 있다(Hop is Alive)’는 메시지를 받은 조이스가 러시아의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그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토리라인과 ‘베크나’가 일레븐(011)과 마찬가지로 브레너 실험실의 피실험 아동들 중 하나인 001이었음이 밝혀지는 스토리라인 두 가지가 아무래도 가장 큰 관전 포인트가 아니었나 한다.
시즌 4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새로운 캐릭터들의 출연–헬파이어 클럽의 리더인 에디 먼슨, 피자 가게 직원 아가일–과 로빈과 에리카, 머레이 등 조연 캐릭터들의 개성적인 성격과 유머, 남다른 에너지 등이었다. 물론 이들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의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개성적인 성격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즌 4에서는 음악의 역할이 상당했다. 전 시즌을 통틀어 가장 음악 친화적이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시즌 4에서의 음악의 기능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살펴 보기로 했다. ��� 번째는 에디의 음악이다. 기타리스트 ‘에디’는 헬파이어 클럽을 이끄는 ‘괴짜’ 중의 ‘괴짜’로, 그의 캐릭터와 함께 록 음악의 정수가 드라마 속으로 본격적으로 침투해 들어온다. 메탈 팬인 에디는 뒤집힌 세계에 속한 자신의 집 옥상에 올라 메탈리카의 Master of Puppet을 연주한다. 데모-배츠 들을 쫓기 위한 공연이었는데, 메탈리카의 공연에 버금갈 만큼 환상적이고 멋있게 연출되어서 단번에 매혹된 장면이었다. 두 번째는 맥스의 음악이다. 오빠 빌리의 죽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괴로워하는 맥스는 시즌 4에서 말없이 혼자 지내고, 주기적으로 심리 상담을 받고, 일상을 배제시키려는 듯, 헤드셋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살아간다. 빌리에 대한 그녀의 감정이 베크나에게 약점으로 읽힌 순간, 맥스는 베크나의 세계 속으로 침몰한다. 그녀의 몸은 현실 속에 있지만 의식은 뒤집힌 세계에 묶이게 된다. 빅터 크릴이 수감된 정신병원에서 음악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발견한 낸시와 로빈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핸더슨, 스티브, 루카스는 부랴부랴 카세트테이프를 뒤적이며 맥스가 좋아하는 노래가 뭐냐고 소리친다. 마침내, 케이트 부시(Kate Bush)의 Running up that hill을 찾아 그녀에게 들려준다. 맥스는 베크나의 촉수에 목이 졸리며 공중으로 떠오른다. 몽환적이고 트랜스한 케이트 부시의 노래가 뒤집힌 세계의 붉은 공간에 울리면 현실 세계로 향하는 통로가 열린다. 이건 정말 인상적인 메타포였다. 그러니까 음악과 행복했던 기억들이 마음속 희망의 통로를 열 수 있고, 완전한 절망 속에서 그것이 유일한 구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장면을 통해 보여주었다. 음악은 그녀의 귀에 울리고, 귀를 통해 들어온 음악은 그녀를 일깨우고 그녀는 마침내 ‘달아나고자 하는’ 힘을 얻는다. 이곳에서 빠져나가 친구들이 기다리는 현실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그녀는 전력을 다한다. 심리적으로 가장 위축되어 있던 모습에서 적극적으로 달려가는 맥스의 이 극적인 변화는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어쨌거나, 스띵이 기본적으로 호러물인 만큼, 이 사운드트랙에는 그동안 @sj_musicnote를 통해 잘 다루지 못했던 장르인 하드록, 사이키델릭록 등의 곡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키스(Kiss)의 Detroit Rock City, 메탈리카의 Master of Puppet, 그리고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히트곡 Psycho Killer 등등. 메탈 음악을 자주 찾아 듣지는 않지만 그게 참 묘하게 아름다운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에디의 기타 솔로가 바로 그런 면을 담아내지 않았나 한다. 아무튼 메탈리카는 내가 참 좋아하는 그룹이다. Nothing Else Matters 같은, 록발라드가 역시 내 감성엔 잘 맞지만, Enter Sandman, Sad but True 같은 에너제틱함으로 무장한 곡들도 필요로 할 때가 간혹 있다. 토킹 헤즈의 Psycho Killer는 허전하다 싶을 정도로 미니멀하게 느껴지는 멜로디와 리듬을 선보이지만 아방가르드한 창법으로 혁신적인 포스트펑크 성향을 자신감 있게 어필했다.
크램스(The Cramps)의 I Was a Teenage Werewolf는 사이키델릭 분위기를 잔뜩 드리우며 와일드함을 이끌어낸다. 발티모라(Baltimora)의 Tarzan Boy는 빈티지 신스 사운드로 향수에 젖게 만드는 일렉트로니카 트랙, 마마스 앤 파파스(Mamas & Papas)의 명곡 California Dreamin’은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의 버전으로 실려 있는데 이 버전은 스띵의 음산한 분위기와 잘 부합한다. 여기에 실린 음악들이 처음으로 선보인 것은 대부분 80년대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0여 년이 흘렀고, 그 시간 동안 음악들은 우리의 귀에 여러 번 반복적으로 들려왔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로로 인해 이것이 들려오는가, 하는 건 생각보다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누구에 의해 어떤 식으로 편집되었느냐, 하는 것 말이다. 음악에 대해 글쓰기를 지속해오고 있는 내게 어떤 곡이 어디에 속하는지를 파악하는 일은 음악 자체는 물론 그 너머의 상관성에 대해서도 생각하도록 만든다. 말하자면 사운드트랙에서 영화나 드라마는 거기에 모인 일련의 음악들의 테마다. 스코어는 거기에 부합하도록 작곡된 곡들의 모음집이지만 사운드트랙은 창작이 아닌 발췌와 편집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창작’이 아닌 ‘배열’이라는 점. 새삼스럽지만 그건 사운드트랙이 흥미로운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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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띵 너무 재미꾸..... 마이크가 참 마니 커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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