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스물다섯번째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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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nproject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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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동상이몽
그게 우리의 문제였다.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는 사이
남들이 보기에 그럭저럭 잘 지내는 듯한 연인.
그게 우리가 헤어진 시작점이었다.
나는 너와 잘 맞는 사이였다.
구속하지 않았고 구태여 변명하지 않았으니까.
캐묻지 않는 것이 믿음이라 믿었고 질투하지 않는 것이 신뢰라 믿었고 욕심내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하지만 우리는 더 먼 곳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네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기에 양보했고 묵인했고 지나쳤다.
그게 네게 편한 미래가 되겠다는 헛된 망상을 주는 줄도 모르고.
그래서 우린 그렇게 다른 길은 걸을 수밖에 없었나보다.
-Ram
*동상이몽
그랬다. 우리는 항상 달랐다. 같은 것을 보고도 느끼는 것이 달랐고, 같은 일을 겪어도 와닿는 것이 달랐다. 서로 좋아한다는 배경 하에 서로의 의견들은 존중되어져보였지만, 그래도 그 안의 균열과 갈등은 늘 존재했다. 널 통해서 보는 내 모습이 매우 궁금했었다. 날 알아주는 너의 모습이 좋았다. 날 알아가는 듯한 너의 모습이 좋았다. 넌 항상 날 궁금해했다. 날 궁금해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나는 열심히 날 설명했지만, 항상 그때 뿐이였다. 나는, 내 늘어놓은 기분들은, 늘 그때에만 꺼내져 있을 뿐이였다. 그래, 너의 생각들도 흥미롭긴 했지만 부정적인 느낌들이 많아 받아들이기 어려운 적도 많았다. 한때는 그 생각들을 바꿔주고 싶었고, 그 생각들의 뿌리를 들여다보고 싶었고, 가능만 하다면 그 깊은 곳의 상처들을 위로해주고 싶기도 했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였다. 왜냐하면 서로 받아들이는 각도들이 다르기에. 늘 똑같은 것들만 고집하는 너는, 늘 새로운 것들을 추구하는 나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고, 늘 그렇다는 듯 대부분을 단정지어버리는 너를 나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는 노력했고, 또 노력했지. 자의든 타의든. 아마 지금의 상황에서도 너와 나는 서로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이 분명 다르겠지.
-Hee
*동상이몽
한가지의 발상도 열명에게 말하면 열두개의 의견이 생기는데.. 하물며 가까운 처지 가까운 사이에서도 서로의 생각은 매번 다를 수 밖에..
사람들은 모두 자기 이야기를 주장하기 바빠 개중에는 들어주는 사람도 필요한데, 그 사람이 바로 의견을 모으고 어떤 생각을 취사선택해야하는지를 정리하는 사람이 되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때면 문득 문득 할머니 생각이 나는데, 평상에 앉아 이웃 새댁의 속상함을 들어주시거나 나들이삼아 한번씩 만나던 친구의 이야기를 끝까지 귀담아 들어주시던 할머니.
무엇인가를 선택하려면 기준이 필요하고, 기준과 상충하는 지점을 설명하기 위해선 그 주장의 깊은뜻까지 공감해야만 비로소 설득이 가능한 걸. 인내심을 갖고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방법은 어쩌면 어릴적 곧 잘 따라다녔던 할머니로부터 배운게 아닐까?
사실 귀담아 들어주는 일은 설득을 떠나 그 자체로도 의미있고 귀한 일인데.. 가까운 사이일수록 가까운 만큼 충분히 들어주어야 한 단걸 우리는 잊어버린 게 아닐까?
-Cheol
*동상이몽
1. 집을 떠나 며칠간 숲속에 머물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내가 밖에서 마주치거나 대화를 한 사람은 없었다. 일부러 사람이 없는 장소를 찾아가기도 했지만 식료품을 비롯해 며칠간 필요한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해 숲에서 머무는 도중에 숲을 벗어날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의도하기도 한다. 이것은 바이러스와는 관계없는, 내가 가진 하나의 강박이며 의식이다.
혼자 숲에 머물 때 종종 내가 숲을 소유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는 때가 온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숲에 스며들어 그 일부가 된 듯 내밀한 고요와 충만함을 얻기도 한다. 숲은 조용했고 무서웠으며 포근했다. 나 이외에 누구도 없다는 사실이 그렇게 만들어 준다. 새와 벌레, 개울과 키 높은 잣나무, 나와 숲. 숲은 내게 일종의 종교이자 갈 곳을 잃은 내가 향해야 할 도피처가 되어준다.
2. 퇴근을 하고 나서도 얼마간은 더 밝은 하늘을 보고 겨울이 다 갔다고 생각했는데 오후 네 시를 조금 넘어서자마자 시위가 급격히 어두워지는 깊은 산속에서 다시 또 겨울을 느꼈다. 한 여름에도 얼음이 얼 정도로 추운 냉골인 곳이라 얼음골이라고도 불리는 곳에서 주말을 몽땅 다 보내기로 했다. 언젠가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조용한 숲속에서 온전히 쉬는 일만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주말이라니. 그가 찍은 사진을 보고는 나도 그런 주말을 언젠가 보내고 싶다며 그에게 같이 가자는 말을 했었고 오늘 드디어 그가 예찬했던 숲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작년 여름에 그와 함께 갔었던 계곡 캠핑을 생각했었다. 온몸에 진이 다 빠지도록 수영을 한 뒤 백숙을 끓여먹고, 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보며 밤새 술을 마셨던 기억이 나를 이번에도 그와 함께 하도록 이끌었다. 준비해 온 술과 안주를 먹고 마시며 보내는 낮은 훌륭했다. 해먹에 누워 낮잠을 한참 자고 일어나도 내가 할 일은 쉬는 일뿐이었다. 얕게 흐르는 얼음 물 같은 계곡에 잠시 발을 담그며 쉬었다가 맥주를 한 캔 더 마시고는 다시 누워 책을 조금 읽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녁을 먹었고 해는 어느새 기울어 밤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제서야 무언가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밤과 함께 추위가 밀려왔고 조명을 따라 벌레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쉘터 안에 있으면서도 침낭 안에 몸을 밀어 넣어야 할 정도로 기온이 떨어졌다. 4월이 다 되어가는데도 핫팩을 가져온 그의 준비성이 새삼 고마울 정도의 추위였다. 난로 덕에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지만 밤을 지새울 생각에 두려움이 조금 피어났다. 하지만 절망스럽게도 이내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여기 화장실은 어디 있어?" "화장실 없다고 말했잖아. 그러게 음식은 조금만 먹으라니까."
그는 다른 말은 더 없이 헤드랜턴과 삽, 휴지와 비닐봉지를 같이 건네줬다.  
"쉘터 조명이 안 보일 만큼 깊이 들어가서 해결하고 와야 해. 땅을 생각보다 더 깊이 파야 할 거야. 그리고 휴지는 꼭 되가져와야 하고, 발 조심하고. 조심히 다녀와."
우리가 갈 곳이 캠핑장은 아니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벌레와 동물의 울음소리가 함께하는 자연의 화장실이 곧 밤의 숲이었다.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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