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백오십네번째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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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
*가계부
혼자 살아가는 날이 많아지면서 어떠한 일도 장담할 수 없다는 걸 피부로 깨닫는다
마음은 물론이거니와 몸 어딘가를 걱정해야되는 때가 온다
가계부 하나 꾸준히 쓰지않는 내가 돈과 미래를 살뜰히 준비하고 있다고 할수 있나?
마음이 조급해진다.
가계부를 쓴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어떤 상태인지 모른 채 살진 않겠다 그런 변덕이 들었지 뭐야.
그리고 가계부 앱을 다운로드 받은지 벌써 수개월이 지나도록 나는 제자리 걸음이지만.
걱정은 게을리하지도 않는 지독한 게으름뱅이의 가계부는 어쩌면 영영 없을지도 모를일이다.
-Ram
*가계부
1. 처음 가계부를 쓰려고 마음먹었을 때 앱스토어에서 몇 개의 가계부 앱을 다운받고 사용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어떤 가계부 앱은 로딩 자체가 오래 걸렸고, 어떤 가계부 앱은 (내겐) 불필요한 UI를 가지고 있었으며, 어떤 가계부 앱은 그냥 못생겼었다. 그렇게 여러 가계부 앱을 거치고 나서 겨우 한 가계부 앱에 정착을 했다. 아이콘과 테마를 소소하게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귀여운 앱. 또 그런 자그만 기능에 마음을 빼앗긴 나는 몇 년째 늘 그 가계부 앱만 사용 중이다. 나의 가계부 사용 목적은 다음 달에 빠져나갈 카드값이 얼마나 되는지, 여러 계좌에 현재 얼마의 잔금이 남아있는지, 어떤 계좌에 얼마를 더 이동시켜야 하는지 한눈에 파악하기 위함이다. 어떤 글에서 가계부를 작성하는 것은 다신 쳐다보지 않을 오답노트를 작성하는 것이라고 표현하던데, '오답노트'란 표현은 공감이 되지 않았지만 '쳐다보지 않을'이란 표현은 공감됐다. 나 역시 이미 소비한 지출 목록은 쳐다보지 않는다. 내겐 '만약 후회하거나 자제했어야 하는 지출 목록이었다면 애초에 아예 지출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전제가 늘 깔려있기 때문이다. 아이콘만 봐도 무거워 보이는 각종 금융 앱에 접속하는 시간, 수많은 인증들을 거쳐야 하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이 귀여운 가계부 앱은 충분히 내게 의미 있다.
2. 하나의 계좌에 서로 ��을 모으고, 같이 하는 모든 소비들을 그 하나의 계좌에서 관리하자는 결정을 내렸을 땐 내가 정말 그 사람과 가까워졌다는 착각을 했다. 그 뒤에 어떤 속을 숨기고 있을 것이라곤 상상하지도 못한 채, 그냥 그 하나의 계좌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관계가 영원할 것이란 큰 착각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 계좌는 제 할 일을 다하지 못했고, 비용은 내 신용카드에서만 꾸준히 빠져나갔다. 굳이 그러지 않았어도 됐다. 그래도 다시 돌이켜보면 내 돈을 쓴 것에 대해 후회는 없고, 마음이 후련하긴 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면 마음이 무거웠을 것이다.
-Hee
*가계부
결혼 세 달 만에 돈 못 써서 환장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뭐든 사고 싶은 건 반드시 사야만 하는 사람, 도무지 아낄 줄을 모르고 미래나 노후 따위는 개나 줘버린 사람이 되고 나니까 억울함보다는 놀라움이 먼저 찾아왔다. 사회생활 일 년 차에 서른 넘게 부모 집에 얹혀지냈던 씀씀이로 십이 년째 일하며 혼자 살아온 내 씀씀이를 함부로 재단해버리다니. 놀람 뒤에는 가소로운 마음이 들었다. 반박할 거리가 지나치게 넘쳐나서 나도 지영을 돈 못 아껴서 눈 돌아간 환자로 만들어버렸다.
주말을 휩쓸고 지나간 자산관리와 씀씀이 다툼의 끝에 원점으로 돌아가 가계부를 제대로 쓰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합의를 봤다. 상대방 씀씀이의 실체를 파헤치고 용돈의 액수를 다시 정하기 위해. 왜 내가 이천 원짜리 과자 한 봉지를 사면서 눈치를 봐야 하는지, 왜 돈을 벌면서도 용돈이나 받아 가며 살아야 하는지도 실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집 대출금을 모두 갚기 전까지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세상에는 정말이지 쉬운 일이 단 하나도 없다.
-Ho
*가계부
꼬박꼬박 채우는 재미가 있다. 가계부. 절약이 되거나 달라지는 건 없어도 돌아보면 숫자로 채우는 일기장 같은 기분이다. 이때는 무얼 썼구나, 이때는 알짜였지, 돌아보면 좋은 기회였구나. 기획과 실제 소진 금액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이제는 10% 내외로 맞추는 능력도 생겼다. 가계부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의 소비 변동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잊어버렸던 주기성 지출을 찾을 수도 있다. 내가 누구의 경조사에 참여했구나, 누구에게 톡 선물을 왜 보냈구나. 나는 교통비로 얼마를 쓰는 구나. 누구는 가계부도 복식으로 쓰라고 하지만 그 기본 원리만 안다면 나는 단식도 괜찮은 것 같다.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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