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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홀릭 is in the #house !!! 🎭 #bmyguesthouse#귀염둥이 아빠 회사와서 바이클론즈 시청중 😶😶😶 . 낮잠을 안잔날은 이렇게 #때꼰모드#쌍커풀 이쁘게 😍😘😉 . #비마이게스트하우스#게스트하우스명동#명동게스트하우스#명동#서울게스트하우스#남산게스트하우스#서울숙소#게스트하우스#seoulguesthouse#myeongdongguesthouse#myeongdong#seoul#korea#👍(B My Guesthouse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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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만화를 계속 이야기해야 합니다 - 『키워드 오덕학』 저자 서찬휘
경기도 의정부 회룡역에 위치한 작은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팟캐스트 <만골남 M씨>에서 들었던 기분 좋은 목소리를 바로 앞에서 들으니 기분이 묘하다. 그는 평소 커피를 마시지 않아 이곳에 ��� 주로 밀크티를 마신다. ‘여기 밀크티가 참 맛있어요’ 꾹꾹 눌러찍은 그의 쿠폰을 보며 이 공간에서 그가 얼마나 많은 글을 써내려갔을지, 그가 즐겨앉는 자리는 어디였을지 짐작해본다.
오늘은 맑은 홍차를 마시겠다며 ‘마르코 폴로’를 고르는 그를 따라 나 역시 홍차 찻잔을 앞에 두고 앉았다. 마르코 폴로에서 따끈하고 달큰하게 풍기는 과일향이 창밖의 추운 공기를 거짓말처럼 흐렸다.
1998년 이후 지면과 형식을 가리지 않고 만화 이야기를 해온 만화 칼럼니스트. 자생한 한국산 2세대 오덕으로 한국 오덕 문화의 흐름과 성격을 역사라는 맥락 안에서 꾸준히 탐색하고 정리해왔다. 만화, 애니, 성우, 애니송, 라이트노블 등을 덕질하다 현재는 만화를 중심으로 정착 중. 만화 정보웹진 《만화인 manhwain.com》 운영을 비롯해 대학 강의, 인터뷰, 팟캐스트 진행, 전시 기획, 세미나 기획 및 진행, 캘리그래피 등 만화와 연관성 있는 일들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1. 출간 이후에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프로그래머 출신이라 공돌이적인 표현을 하자면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는’ 거잖아요. 책을 쓰며 한창 쏟아내고 났더니 제 안이 빈 것 같더라고요. 지식과 정서를 섭취하면서 아내와 장사도 하고 있어요. 게다가 아기가 돌이 갓 지났습니다. 아내와 함께 반반 육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애 키우는데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요. 인풋과 장사, 동시에 육아까지. 이 세 가지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다음에 할 이야기 구상도 하면서요.
2. ‘자생한 한국산 2세대 오덕’이라는 작가 프로필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스스로를 ‘오덕’으로 소개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으신 것 같습니다. ‘덕후의 즐거운 위상 변화’를 말씀하셨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오타쿠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있죠. 한국에서 오덕으로 살아가기, 어떤가요? 일단 우리나라에서 오타쿠라고 하면 예전에는 ‘일빠’(일본 문화를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을 속되어 이르는 말)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고, ‘안여멸’, ‘안여돼’라는 다소 부정적인 외형의 인물로 일반화하기도 했어요. 비난하기 간편한 존재로 일반화한 거죠. 그렇다보니 대부분 숨어서 만화를 좋아하는 ‘숨덕’, 자신의 취향을 감추고 일반인처럼 살아가는 ‘일반인 코스프레’를 합니다.
* 안여멸: ‘안경+여드름+멸치’의 준말로, 마른 체형에 여드름이 난 얼굴, 안경을 쓴 사람을 이르는 말
* 안여돼: ‘안경+여드름+돼지’의 준말로, 뚱뚱한 체형에 여드름이 난 얼굴, 안경을 쓴 사람을 이르는 말
『키워드 오덕학』 24쪽에 실린 저자 소유의 다키마쿠라(미소녀 그림이 그려진 베개).
독자에게든, 그의 강의를 듣는 학생에게든 그는 스스로를 오덕으로 정의하고 보여준다.
저는 딱히 오덕의 성향을 숨기지 않았어요. 만화책 들고 다니고 ‘나 다키마쿠라 있다!’고 자랑도 하고. 그렇게 드러내고 다녀도 피해는 없었어요. 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신경쓰지도 않아요. 제가 뭐라고 하든 그들은 계속 부정할 테니까요. 제 아내도 만화를 좋아해요. 좋아하는 궤는 다르지만 각자의 취향을 서로 존중합니다. 딸아이에게도 나중에 숨기지 않을 거에요. 이런 문화가 있다는 걸 알려줄 거고 선택은 아이의 몫이죠. 내가 그렇게 살아왔으니까요. 다만 저 같은 마음가짐이 아닌 분들도 당연히 있을 겁니다. 숨덕이나 일코를 하신다고 해도 그건 나름의 자기를 지키기 위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라에몽>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연예인 심형탁 씨의 인스타그램 (@tak9988)
그런데 요즘은 미디어에서 오덕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깨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했잖아요. 데프콘 씨가 ‘아스카는 내 마누라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심형탁 씨는 스스로가 도라에몽의 광팬이라고 인증했죠. 이런 사람들이 계속 등장하니까 인식이 조금씩 바뀌었어요. 오덕을 멸시하던 사람들도 알고 보니 자기가 하던 것 역시 ‘덕질’의 맥락이었다는 걸 알게 되고, ‘덕질’의 범위가 만화에서 아이돌 등으로 넓어지기도 했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자면 <화성인 바이러스>와 <능력자들> 사이의 간극 차이죠. 6년 사이에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3. 팟캐스트 <만골남M씨>, 만화인을 위한 사이트 <만화인>, 만화잡지 <bogo>, 네이버캐스트, 블로그 등 다양한 미디어 형태로 소통해오셨죠. SNS로는 트위터를 정말 활발히 이용하시고요. 형태는 다를지라도 미디어의 공통 지향점은 결국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던 것 같아요. </bogo>
다양한 온라인 미디어를 ���험해보셨는데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 소통 방식이 있다면요?
사이트 <만화인> (
//
) (1998 ~)
92년 소모임부터 시작해서 동호회, 사이트, 팟캐스트, 종이잡지, 세미나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해봤네요. 사이트 <만화인>에 가장 온 힘을 쏟았던 것 같습니다. 한때는 <만화인> 사이트에 게시판이 50개가 넘는 시절이 있었어요. 초창기에는 방문자도 북적북적했죠. 제가 모든 게시판을 관장했습니다. 누군가 게시판에 찾아와서 도장깨기라도 할 것처럼 ‘자, 대답해 봐라’라는 식으로 질문을 던지거나 자기 생각을 말해요. 예를 들면 도서대여점 문제 같은 거요. 그때 온라인 공간에서 토론을 참 많이 했죠. 저는 이런 게시글에 모두 답변을 달아줬어요. 마치 옛날 선비들이 서신으로 담화를 나눴던 것처럼요. 오늘날 인터넷의 ‘키배’(키보드배틀)와는 다른 맛이 있었죠. 당시에 저는 소통이라는 거에 무게를 두고 있었고 우리가 많은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 결과가 별로 남는 게 없어요. 작년에 있었던 여성혐오와 페미니즘 논란 중에 웹툰 작가들의 발언으로 만화계가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어요. 그 사태를 발단으로 우리 만화판의 구조와 형태에 관해 다양한 얘기들이 쏟아져나왔는데 십여 년 전에 커뮤니티에서 숱하게 터져나왔던 발언들, 그 가운데에서도 겉핥기에 불과한 피상적 발언들이 하염없이 반복되고 있더군요. 과거에 그 논쟁을 결산하고 정리해서 대중들에게 전해야 했지만 당시에 만화 업계인들은 하지 못한 거죠. ‘우리는 그 과업을 하지 못했고, 그래서 지금 또다시 같은 논쟁을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 책임감을 느껴요.
솔직히 지금은 커뮤니티 활동 자체를 �� 싫어해요. 염세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소통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의문이 들었거든요. 트위터를 하고 있지만 멘션을 다는 일도 거의 없어요. 오늘날 커뮤니티는 유명무실해졌고 이용자는 많아도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 시대는 지나갔어요. 지금 커뮤니티에 남아있는 건 ‘키배’, 그리고 동질감 확인밖에 없어요. 그런 싸움에 똑같이 끼어들기보다는 여론을 만들어나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론은 머릿수 싸움입니다. 일일이 드잡이를 하지 않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총합이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보다 많으면 전체 여론은 그쪽으로 흘러가죠. 그래서 계속해서 말합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내 목소리를 얹는다, 정도.
그리고 중요한 게, 오늘 온라인 공간에서 피터지게 논쟁한다고 해도 사이트가 없어지면 데이터도 없어집니다. 사람들은 지나간 것들을 굳이 알려고 하지 않고, 그 결과 그렇게 같은 논쟁을 반복하는 겁니다. 저는 온라인에서 만든 게 유의미하기 위해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렇게 책으로 정리한 거고요. 책으로 남겨놓는다면 도서관에는 온전히 남아있을 테니까요.
4. 단지 만화를 읽고 즐기는, 소비 주체로서의 오덕으로 남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어떻게 주체적 오덕으로서 한국만화에 대해 쓰고, 해석하고, 비평하고, 염려하는 입장에 서게 되셨나요? 스무 살 이전에는 제가 프로그래머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저는 오덕이 되어있더라고요. 덕들의 특성 가운데 하나가 뭔가를 정리할 때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정리를 하는 거에요. 어쩌다 글을 쓰게 됐나 복기를 해보니 저는 재미있는 걸 보고난 뒤에 기록으로 남기는 걸 좋아했어요. 뭔가를 보면 그걸 글로 남겨서 글쟁이들이 모여있는 동호회에 계속 올렸어요. 그게 누군가의 눈에 들어서 지면을 받아 칼럼을 쓰기 시작한 거죠.
<만화인>을 한창 운영하던 시절에는 애니메이션 각 화마다 엔딩 크레딩에 올라오는 STAFF 이름을 다 적어서 정리했어요. 성우 배역, 녹음 PD, 성우와 PD의 성향, 거기에 제 감상까지 덧붙여서요. 한때 국내 성우에도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때는 몰랐는데 저보다 앞서 7,80년대 일본 오타쿠들은 작화 감독이 누구냐에 따라 매화마다 그림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하곤 했더군요. 저는 거기에다가 <카우보이 비밥>, <레스톨 특수구조대> 이런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거꾸로 대본을 만들어보기도 했어요. 이야기 구조를 파악하는 데 정말 크게 도움이 됐고 나중에 알고보니 이게 드라마 아카데미의 수업방식이더라고요. 덕질을 하는 와중에 공부가 되고 있었던 거죠.
요즘의 덕질이야 소비가 가벼워졌죠. 시간과 돈을 들여서 많은 정보를 모으는 게 과거 오덕의 자부심이었다면, 요즘은 검색하면 다 나오고 번역도 쉬워졌어요. ‘그럼 오늘날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고민했죠. 이를테면 영국드라마 ‘셜록’ 새로운 시즌이 곧 시작하는데 ‘왜 굳이 공영방송에서는 더빙을 하는가?’라는 불평이 들려요. 그런 얘기들에 제 생각을 얹는 것. ‘세상에는 보지 못하는 자, 글자를 못 읽는 자, 그런 소수자가 분명 존재한다. 누구나 정보에 차별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제 생각을 계속 말하고, 나아가 정리된 글로 발표하는 거죠. 저는 그 방식을 책으로 정하고 저술가로서의 삶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5. 『키워드 오덕학』을 읽어보니 작가님께서 만화책 외에도 다양한 책을 많이 읽으시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 어떤 ���을 주로 읽으시나요? 옛날에는 만화책이 재밌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누군가 만들어놓은 세계를 이해하려면 지금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아는 게 없으면 그만큼 안 보이는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문화 연구를 하겠다고 2011년에 대학원에 들어갔습니다. 그때 제 안이 텅 비어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재밌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던 제 안에는 더 이상 뽑아낼 게 없더라고요. 뭔가 평가를 해도 단순히 ‘재밌습니다, 볼만합니다’ 수준에 머물게 되는 거죠. 학교를 다니면서 비로소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힌트를 얻었습니다. 어디를 찾으면 뭔가 나온다, 라는 걸 조금 알게 됐고 지금은 그 이해를 기반으로 뭔가를 만들어보려고 시도하고 있고요. 저는 연구자라기보다 탐색자이고 싶고, 또 대중을 대상으로 글을 쓰고 싶으니까요.
TV 히스토리 채널. 생소했다. 채널 편성표를 알아보니 2017년 1월 14일 토요일의 편성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Ancient Aliens S7 (82회) 고대의 외계인 True Monsters S1 (4회) 진짜 괴물들 Doomsday: 10 Ways The World Will End (5회) 최후의 날: 세계가 종말에 이르는 10가지 시나리오
책과는 다른 얘기지만 TV 채널 중에 ‘히스토리채널’이 있어요. 요새 아내하고 참 즐겨봅니다. 허구한 날 외계인, UFO 이런 음모론들을 가지고 역사를 다루는데, 뻘하게 재밌어요. 그런데 그 뻘한 이야기 아래에는 전문적인 내용을 깔고 있더군요. 가끔은 또 <바바리안즈 라이징(BARBARIANS RISING)> 같이 진지한 이야기를 재연을 통해 재밌게 풀어내기도 하죠. 그걸 보고 깨달았어요. 그럴싸하게 뻘한 소리를 하는 게 재미있다. 그러려면 진짜를 알고 있어야 한다. 알고 있는 걸 어떻게 버무려서 먹기 좋게 할 것인가.
전문적인 지식을 말랑말랑하게, 대중들이 먹기 좋게 포장하는 건 가까이 있는 주변의 것들에서 찾아야 해요. 일상에서 마주하는 장면들, 기사들을 하나하나 쌓아놨다가 하고자 하는 얘기와 엮는 것. 그래서 하루에도 수백 장의 사진을 찍으며 주변부를 계속 탐색하고 있어요. 전문서적, 인문서적을 즐겨 읽는 편인데 잡학과 역사도 좋아합니다. 틈나는 대로 조선왕조실록도 읽고요. 그러다보면 각각의 파편들이 모두 연결될 때가 있어요. 잡학-지식-역사 이런 식으로 판이한 분야에서 관통되는 지점을 발견했을 때의 쾌감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그런 요소들을 계속 쌓고 있는거죠. 히스토리채널과 같은 다큐멘터리 방식에 많은 영감을 받고 있어요. 또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쓰자는 취지에서 생각한 게, 『키워드 오덕학』에는 각주, 미주가 없어요. 저는 책을 펼쳤을 때 각주, 미주가 많으면 읽기가 힘들더라고요. 저는 일상 언어가 백분토론이고 대중용 글이 논문 같으면 몹시 고역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키워드 오덕학』은 책을 읽는 호흡이 끊이지 않고 술술 읽히도록 본문의 맥락에 설명을 녹여냈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
『럭키서울. 브라보 대한민국』과 전우용 선생님의 『서울은 깊다』입니다. 『럭키서울. 브라보 대한민국』은 우리나라 전쟁 전후로의 생활상을 여러 사료들과 함께 재밌게 엮었고, 『서울은 깊다』는 서울의 역사적 배경을 파고들어 설명하는 방식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다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원고의 제목이 ‘나의 만화유산답사기’입니다. 내용을 살짝 소개하자면, 일례로 남산타워 인근의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예전에 안기부 건물이었어요. 사람들이 고문당하던 장소가 어쩌다가 만화를 다루는 공간이 되었고, 건물 바깥에는 왜 박정희의 글씨가 있을까? 특정 장소와 만화 이야기를 엮어 전개하는 구성인데, 전우용 선생님의 책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근래에 읽은 건 아니지만 그 책이 기억이 남네요.
6. 야오이, BL 과 백합은 동성 간의 애정전선을 그렸다는 점에서 같은 카테고리로 묶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로 카테고리를 마련하고 연이어서 카테고리를 배치하지도 않으셨는데요. 굳이 그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어떤 개념들에 대해 달리 설명해야 할 게 조금이라도 있으면 독립시켜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BL과 백합은 형태가 동성애 코드가 있을 뿐이지 동성애 자체도 아니거니와 둘 다 내포하고 있는 페이소스(pathos)가 다르기도 합니다.
(*페이소스(pathos): 문학에서 독자에게 연민, 동정, 슬픔의 정감을 느끼게 하는 것)
그리고 『키워드 오덕학』은 원래 연재되던 칼럼을 책으로 엮은 거라 연재 순서에 따라 목차를 구성했어요. 물론 책으로 엮으면서 순서를 바꿀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묘하게도 책을 염두에 두고 연재했던 게 아닌데 그 순서 안에 맥락이 잡히더라고요. 필자인 제 생각의 고리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판단해서 연재 순서 그대로 목차를 구성했습니다. 연재 기회가 된다면 계속 그 생각의 고리를 이어나가고 싶어요.
7. 이번에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이 국내 개봉 첫 주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걸 보고, 우리나라도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성인 소비자 시장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생각했어요. 왜 한국에서는 만화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주로 영화로 나아가게 될까요?
국내 개봉 첫 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
만화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건 시장이 없어서기 때문이죠. <너의 이름은>은 특별한 케이스에요. 모든 관객들이 그걸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볼까요? 우리나라는 인구 5천만에 불과하지만 영화 한 편에 1천만 관객이 동원되기도 하는 나라죠. 그게 가능한 이유는 컨텐츠 산업 중에서 영화가 차지하고 있는 재미있는 역할 때문이거든요. 영화를 보러 갈 때 ‘영상작품을 보러 가자’라고 생각하며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수많은 영화 중에 볼만한 영화더라, 데이트 코스의 일환으로 손 붙잡고 갈만한 영화이기 때문에 가는 겁니다. <너의 이름은>의 성공은, 이 작품이 폭넓게 대중을 설득할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거겠죠. 오타쿠, 모에의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지도 않으면서요. 그런 점에서 <너의 이름은>은 오타쿠층 안에서도, 대중의 시선에서도 분석하고 얘기할 필요가 있어요.
일본의 경우는 애니메이션과 오타쿠층의 역사가 길고 제작 경험도 풍부합니다. 꾸준히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있기도 하고,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을 보고 컸던 일본 사람들은 중, 장년이 되어서도 그들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있단 말이에요. 애니메이션 시장이 크니까 폭넓은 대중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도 있고,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보는 수요층도 있어요. 제작 물량도 풍부합니다. 컨텐츠 산업의 비중에서도 일본은 만화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주로 드라마나 영화 위주이다보니 실재하는 인물 컨텐츠의 비중이 높은 탓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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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다시 불리기도 했던 국내 TV 애니메이션 <영혼기병 라젠카> ost ‘Lazenca save us’. 1997년 애니메이션 방영 당시 그룹 넥스트 소속의 故신해철 씨가 노래하며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도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여러가지 시도했죠. TV 애니메이션으로는 90년대 말 ~ 2000년대 초의 <라젠카>, <해모수>, <레스톨 특수 구조대>까지가 최대였어요. 그 이후에 등장한 <장금이의 꿈>도 좋긴 했죠. 방영시간대가 너무나 엉망이었지만. 그리고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는, 최민수, 김혜수의 목소리가 들어간 <블루시걸>에 이어 국내 애니메이션의 기대치를 완전히 꺽어놓은 <원더풀 데이즈>가 있었습니다. <블루시걸>은 ‘서울 정도 600년 타임캡슐’에도 들어가 있지만 5백 년 뒤에 후손들이 열어보고 느낄 당혹감을 생각하면 민망할 정도에요. <블루시걸>과 <원더풀 데이즈> 이후로 국내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모두 등을 돌렸어요.
최민수, 김혜수의 목소리 캐스팅, 그리고 3D 애니메이션을 가미하여 기대에 부풀게 했던 국내 극장용 애니메이션 <블루시걸>.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블루시X’ 등의 악평세례를 받고, 이후 국내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내리막길에 접어든다.
이후에는 유아용 애니메이션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뽀로로>, <타요>, 조금 연령대가 있으면 <���이클론즈> 등등. <바이클론즈>를 보고 있으면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의 한이 느껴져요. 청소년용 애니메이션도 만들지 못하는 실정 속에, 조금이나마 유아에서 벗어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보니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껏 시도하고 있더군요. 대사들도 주옥 같습니다.
<아치와 씨팍>은요? 이 작품도 참 재밌었는데. 퀄리티도 좋고 재밌었지만 대중적이진 않았죠. 그 팀의 에너지가 그 뒤로 이어지지 않았고요.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전체 기반이 갖춰져야 그 후에 <아치와 씨팍> 같은 독특한 하위 장르도 나올 수 있는 겁니다. 오늘날 우리 애니메이션에 그런 전체 기반이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니까 봐주세요’는 이제 안돼요. ‘한국에서 만들었다’를 내세우지 않고도 사람들에게 선택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8. ‘만화’라는 장르가 지닌 힘과 앞으로의 생명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한국의 만화 생태계는 어떻게 변화해갈까요?
한국 만화계를 비롯해 만화라는 장르의 미래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입장입니다. 70~80년대에는 만화가 엔터테인먼트의 왕좌에 올라 있었지만 지금은 게임을 비롯해서 재밌는 게 너무 많잖아요. 이런 변화에 대해 슬프거나 노여워할 필요가 없어요. 저만 해도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걸요. 암울하다기보다 ‘변화’로 받아들이는 거죠. 모바일 위주로 컨텐츠가 생���되면서 웹툰이 새로운 만화 장르로 떠올랐지만 솔직히 모든 사람들이 웹툰을 만화이기 때문에 즐기는 건 아니에요. 대개의 사람들에게 웹툰은 포털 내의 여러가지 컨텐츠 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에요. 웹툰의 시작도 포털에서 접속자를 페이지에 오래 묶어놓기 위한 미끼와 같은 존재였고요.
국내 만화의 위태로운 입지에서 벗어나고자 해외진출을 시도하거나 원작산업화에 목을 매기도 해요. 하지만 결국 국내에서 안되니까, 만화 자체만으로 허약하니까 다른 국가, 다른 분야에 의존하려는 걸 증명하는 것밖에 안되죠. 기초체력 없이 남에게 매달려봤자 끌려다닐 뿐이에요. 한국만화는 아직 홀로서기를 체득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 대안을 찾기 위해서라도 이런 얘기를 계속 해나가야 합니다. 창작자는 창작을 이어가고, 보는 사람은 많이 보고, 생각하고, 이 작품이 어느 맥락에 서 있는지 계속 이야기를 하는 거죠.
비유하자면, 전 만화가 복싱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복싱이라는 운동은 스포츠로서의 인기가 많이 죽었지만, 근래 인기를 끄는 종합격투기에서는 정작 복싱 기술을 모르면 상대를 이길 수가 없어요. 복싱을 모르면 주먹이 나가지도 않고 피할 수도 없으니까요.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영역인 거죠. 만화는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그런 복싱과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다만 원작산업으로서의 만화가 아니라 컨텐츠의 원천으로서, 컨텐츠 자체로서의 만화요. 만화는 이미지와 이야기를 비롯해 여러가지 요소가 다양하게 복합된 종합 예술이고 만화이기에 접근, 표현 가능한 소재와 주제들도 분명히 많습니다.
9. 『키워드 오덕학』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오덕 문화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에 대해 다뤄주셨죠. 다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책이 있으신가요? 기회가 된다면 『키워드 오덕학2』를 계속 이어가고 싶고, 앞서 말씀드렸던 『나의 만화유산답사기』가 있습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문필가가 되는 방법, 문필가로서의 글쓰기 방법론을 다룬 책도 쓰고 싶습니다. 리뷰/평론/칼럼 쓰는 법이라던지, ‘글쓰기로 밥 벌어먹을 수 있습니까’, ‘글을 쓰며 다른 직업을 가져도 될까요?’ 등등 글쓰기에 대한 FAQ도 함께 담아서요. 더 먼 얘기지만 만화사에 대한 책도 생각하고 있어요. 어쨌든 저는 출판사 입장에서 적자를 보지 않을 필자임을 증명해야 해요. 만화 업계에서는 18년 동안 여러 지면에서 활동해왔지만, 대중적인 글 쓰는 사람으로서는 여태 검증이 안 된 거죠. 어떻게든 증명하고 싶어요. 그래야 다음 기회가 오겠죠.
10. ‘만골남’(만화 골라주는 남자) 서찬휘 작가님이 요즘 추천할 만한 만화책이 있다면요?
그는 한송이 작가의 두 작품을 챙겨왔다. 『보통 연애, 다들 하고 계십니까?』,『김영자 부띠크에 어서 오세요』
『김영자 부띠크에 어서 오세요』입니다. 굉장히 유심히 보고 있고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상처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어 가면서 결국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 그러나 상처에 심하게 매몰되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매끄럽게 풀어갑니다. 관계성도 돋보이고 굉장히 섬세하게 묘사했어요. 인상깊은 건 성인만화는 아니지만 내용 중에 인물 간의 섹스가 그려지거든요. 튀지 않으면서 정말 아무렇지 않게 일상의 풍경처럼 묘사돼요. 담백하지만 맥락상 야한 느낌이 들죠. 아무렇지 않게 이런 요소를 스토리에 녹여낸다는 게 작가님의 역량이자 이 작품의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같은 작가님의 전작 『보통연애, 다들 하고 계십니까?』는 오덕과 오덕의 연애 이야기에요. 아내랑 저 둘 다 재밌게 봤어요. 이거 우리 얘기 아냐? 이러면서. (웃음)
11. 어린시절부터 만화를 좋아하셨다고 했는데,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삶은 참 즐거울 것 같습니다. 만화를 사랑하고 보고 즐기는 이들, 그리고 창작을 꿈꾸는 오늘날의 모든 한국 만화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우리 세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창작자뿐 아니라 수용자들 간에도 세대가 단절돼있어요. 저만 해도 요즘의 웹툰에 대해 오롯이 제 걸로 즐기지 못하고 있어요. 페이소스가 안 맞고 와 닿질 않아요. 웃고 즐기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그 세대만의 ‘맛’이죠. 저한테는 그게 잡지만화까지였고요. 그러니 비평가나 칼럼리스트, 평론가 이런 사람들은 각 세대마다 나와줘야 해요. 오늘날 사람들이 지금 자기들이 보고 있는 웹툰에 대해 얘기해줘야 하는 거죠. 웹툰을 여러 세대가 즐긴다고 해도 10대, 20대가 많이 보고 그 위로는 생활에 치여서 또 잘 안 보게 돼요. 그 이십 대들이 보고 있는 거를 제가 말하기는 어려워요. 그저 “내가 느끼고 알고 있는 데에서 최선을 다해 떠들테니 이제 오늘의 당신들이 말해주세요.”인 거죠. 다행히 이십 대 평론가들이 나와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나름대로 자기 세대에서 말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그들의 분발을 바랍니다.
‘호모루덴스’라는 표현이 있잖아요. ‘유희하는 인간’. 만화뿐만이 아니라 모든 엔터테인먼트 매체의 본령은 즐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즐기는 마음이 없으면 인간으로서 너무 피곤하지 않을까요. 즐기는 대상으로서의 만화가 가진 재미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읽고 계속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고, 또 만화를 만드는 분들은 그런 왈가왈부하는 얘기들을 모두 즐기면 좋겠고요. 나오는 이야기들이 한 데 어우러질 수 있는 만화판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더 흥미있는 사람들은 어서 ‘덕업일치’합시다.
(* 덕업일치: 취미로서의 오덕문화가 생업과 일치됨을 이르는 말. 창작자, 만화 칼럼니스트 등 만화 업계인이 됨.)
서찬휘 & 책
| Editor_박태연
| Interview with 서찬휘
(트위터 @SeoChanHwe)
인터뷰 장소_ 회룡역 카페 <조금 느린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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