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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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doongsil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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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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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요? 저를 겉으로 봤을 때는 평탄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할 것 같거든요. 집안 환경도 나름 괜찮고 다복하잖아요. 솔직히 말하면 부족할 것 없이 살았는데, 저는 되게 힘들었어요. <인간 실격>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어요. 주인공이 그냥 나예요. 남들이 보기에는 평범하고 부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몇 년 전까지의 삶은 누구보다도 힘들었어요. 사람들 시선을 너무 신경 쓰고 살아서 그게 힘들었어요. 왜냐면 집, 학교, 교회에서의 괴리가 컸어요. 사람은 다 어딜 가나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저는 유독 그게 힘들다고 느꼈어요. 매번 내 모습을 바꾸는 게 에너지 소모가 장난 아니거든요. 저는 제 모습이 계속 똑같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게 없었으면 더 편하지 않았을까. 빈으로 유학 가서 그걸 확 느꼈어요. 밖에 나가서 자유롭게 혼자 살고 싶었고 1년 넘게 재밌게 잘 살았어요. 거기서는 저 혼자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고민을 많이 했던 시기예요. 집이랑 멀어지면 내 마음대로 살게 돼요. 왜냐면 저는 집에 가면 교회가 우선인 삶이 돼요. 집에서 멀어지면 내 욕망에 따라 사는 거예요. 근데 제가 좋아하고 원하는 모습으로 살려면 제 신앙을 포기해야 해요. 누구나 신앙이 생기면 자기가 추구하는 모습을 버려야 하는 순간이 온다고 생각해요. 내 마음대로 살아갈 수 없다고 느끼거든요. 어리숙한 신앙으로 살았던 거죠. 지금은 어디 있던 신앙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니까 좀 더 절제할 수 있는 거죠. -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뭔가 할 게 너무 많아요. 인생에는 누구나 굴곡이 있잖아요. 저는 아직 더 내려가야 할 것 같아요. 올라갈 때는 아닌 것 같아요. 지금까지 고생을 안 했다는 게 아니라 이만큼 노력을 해야 나중에 따라오는 게 있지 않을까, 그런 희생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사실 지금 시기가 힘든데 가치 있���고 생각해요. 공부도 해야 하고, 친구들이랑 목표 정하고 지키는 것도 해야 하고, 신앙인이니까 하나님과 함께하는 시간도 가져야 하는데, 뭔가 할 게 많아요. 근데도 저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쉬고 싶은데 쉬면 안 될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하면 죄책감 느껴져도 좋아요. 근데 다음날 너무 힘들어요. 저는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살거든요. 그래서 오늘을 이상하게 보내버리면 마음이 어려워요. 평정심을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해요. 누군가랑 싸운 날에는 오늘 하루 망쳤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한편으로는 사람이 완벽할 수 없으니까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건데 싶다가도, 오늘이 마지막 날이면 죽고 나서 ‘너 왜 그렇게 살았어?’라고 물었을 때 할 말이 없는 거죠. - 오늘을 마지막 날인 것처럼 생각하는 이유가 있나요? 제 신앙관이에요. 내일이 온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에요. 눈 뜨고 해가 뜨는 걸 볼 수 있는 게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게 아니거든요. 눈이 보인다는 것만으로 참 감사하고 맛있는 거 먹고 따뜻한 집에서 잘 수 있고 감사한 일이에요. 누군가 자기는 지금까지 계획한 걸 못 이룬 적이 없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저는 그 말 안 믿어요. 사람인데 어떻게 없어요. 제가 32살인데 이때까지 살면서 제가 계획한 대로 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어렸을 때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예고를 가려고 했는데 인문계를 갔어요.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려고 했는데 못 갔죠. 독일로 유학하려고 했는데 빈으로 갔죠. 빈에서 평생 살려고 했는데 못 살았죠. 한국에 돌아와서 1-2년 동안 포트폴리오 준비해서 화상으로 면접 보고 외국으로 가려고 면접 1차까지 붙었는데 포기했어요. 메일이 왔는데 답장을 안 했어요. 되게 기다리던 메일이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제 생각대로 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래도 저는 그게 저한테 최선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제일 좋은 길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다른 길도 물론 좋은 길이었겠지만, 저는 뭘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시간 안에서 내가 어떻게 하느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도 사실 사서 고생하거든요. 제 만족이에요. 근데 만족대로 안 되니까 그게 스트레스인 거죠. 내가 지금 만족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나요? 오늘을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답이 되지 않을까. 목적이 분명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뜬구름 잡는 것처럼 살았거든요. 어영부영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항상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은 거예요. 제가 그리는 이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영어를 하는 나, 독일어를 하는 나, 해외에서 사는 나, 작업을 열심히 하는 나. 이상적인 내 모습을 그리면서 그걸 충족시키려고 살았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렇긴 해요. 삶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저는 제가 스튜디오에서 일하게 될 줄 몰랐거든요. 그래서 하다 보면 뭐가 되는 것 같아요. 뭐라도 되지 않을까. - 오늘을 잘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YOLO'의 뜻이 ���생이잖아요. 일생이라는 말이 제가 느끼기에는 신앙적이거든요. 한 번뿐인 인생을 잘 살아야 하는 거예요. 잘 산다는 건 사람마다 다른 거죠. 저는 하나님 앞에서 살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저한테 맡겨진 일이나 주어진 관계나 모든 것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야 해요. 저는 만약 종말이 임박했으면 두려울 것 같아요. 두렵지 않고 싶어서 매일 동일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목표로 하는 내 모습을 가지고 매일 동일하게 살아야 두려움 없이 오늘을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신앙적인 삶이니까 그걸 잘 지키면서 살아왔으면 후회도 없고 두려움도 없겠죠. 제가 두려운 건 딱 하나인데, 지옥 갈까 봐요. 지금까지 제가 믿는 건 지금을 잘 살아야 천국에 가서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영생을 살 수 있는데 저만 똑 떨어지는 게 싫은 거죠. 혼자 고통받는 거니까. 저도 천국에서 손잡고 같이 놀고 영생을 누리고 싶은데 제가 지금 잘 못 살면 못 만나는 거잖아요. 다시 만날 기회가 있는 건데. - 최근 누구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나요? 기억도 안 나요. 친구한테 뭐 도와줘서 사랑한다고 문자 보냈어요. 아 있어요. 찬양을 보면 사랑이라는 단어가 되게 많이 나와요. 했네! 하나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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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doongsil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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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착지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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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요?  순간 ‘허들’이란 단어가 떠올랐어요. 구체적인 계획 없이 눈앞에 있는 허들을 넘으면서 살아왔으니까요. 돈이 필요하면 일해서 돈을 벌었고, 여행 가고 싶으면 가진 예산 털어서 여행 다니고, 학교 다닐 때도 장학금 받을 정도로만 공부하고, 마음 따라 듣고 싶은 수업만 골라 들었어요. 소설, 시, 희곡, 언어학, 영화, 철학, 사진, 디자인 뭐 그런 거. 그래도 방황하던 시기에 학사경고 받은 학기 제외하곤 학비 안 내고 학교 다녔네요. 없는 형편에 운이 좋았죠. 사람이 평지만 달릴 수는 없잖아요. 거기 깔린 장애물이 허들이라고 치면, 높든 낮든 그걸 어떻게든 넘어���려고 발악했어요. 허들이 높으면 다리가 찢어져도, 걸려서 넘어져도 그냥 절뚝거리면서 앞만 봤어요. 다음에 넘어야 할 허들이 얼마나 더 있는지도 모르고 겁 없이 막 뛰었어요. 설렁설렁 걸은 적은 없어요. - 원래 작가가 되고 싶었나요?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그때는 일기 쓰면서 ‘아, 글로 내 하루를, 감정을 표현하는 게 참 재밌네. 나는 글쓰기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구나.’를 어렴풋이 인지했어요. 자연스레 작가가 되겠단 꿈을 키웠죠. 당근으로 당근즙만 만들지 않잖아요. 당근 주스도 만들고, 당근 볶음도 만들고, 당근 라페도 만들고. 글이라는 재료로도 소설, 시, 시나리오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겠죠. 드라마를 하는 요즘의 저는 대사나 씬으로 창작하길 원하고, 이 일로 돈을 벌고 싶어요. 근데 드라마가 너무 재밌으니까 죽을 때까지 계속해 보려고요. 서른이 되기 전까지는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닥치는 대로 일했어요. 대학교 졸업하고는 논술학원에서 초등학생 가르치면서 개인 과외를 병행했고요. 한 번쯤은 해외에서 살아보고파서 호주 사는 이모 도움 받아 퍼스에서 1년 동안 지냈어요. 대학생 때 안 해본 거 없이 미친 듯이 알바해서 모은 돈이 딱 1,000만 원이었는데 그 돈 다 꼬라박아 어학원 다니고, 여행도 하고, 인생 공부했어요. 원래 교환학생 가고 싶었는데 집이 풍족하지 않았던 터라, 졸업한 후에야 겨우 해외 경험을 해봤죠.  그 뒤로 출판사랑 연이 닿아서 편집자로 1년 반 정도 일했어요. 글 다루는 일은 잘 맞았어요. 재밌기도 했고. 안정적인 직장인의 삶, 뿌듯했죠. 근데 남의 글만 만지다 보니 안정감이 주는 불안감을 크게 느껴서, 언제까지 ‘이 삶을 재미라는 이름으로 지속할 수 있을까?’라고 끊임없이 스스로 물어야 했어요. ‘하루하루가 재미없을 거야.’란 대답이 나왔고요. 어쨌든 20대 때 신조가 다양한 경험을 해보잔 거였으니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뒀어요. 저는 제가 원치 않으면 그 순간부터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라 과감히 때려치울 수 있었죠. 세상을 더 알고 싶어서 퇴사 후에 배낭여행을 가려 했어요.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는데 코로나가 터진 거예요. 여행은 당연히 못 갔고, 마냥 빈둥대는 체질이 아니라 뭐라도 해야 했는데, 다음 허들이 뭔지 모르잖아요. 어느 방향으로 뛰어야 할지 모르니까. 퇴사 당일에 당근마켓을 보는데 누가 왕십리에 있는 소프트아이스크림 가게를 양도한다는 거예요. 그때 파주 살고 있었는데 그날 저녁에 왕십리까지 갔어요. 가서 그냥 한다고 했어요. 가게를 양도받고 6개월 동안 하루도 안 쉬고 매일 일했어요. 브랜딩, 로고 제작, 메뉴 개발, 판매, 세무까지 혼자 ��� 하려니 벅차더라고요. 죽는 줄 알았어요. - 아이스크림 가게를 하신 이유는 뭔가요?  궁금해서요. 그냥 사업이 한 번 해보고 싶었나 봐요. 그때까지만 해도 제 가게가 소프트아이스크림 계의 하겐다즈가 될 줄 알았는데. 생각이 없는 거죠.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가장 단단해진 시기였어요. ‘역시 남 밑에 있는 게 짱’이란 깨달음을 얻기도 했고. 아이스크림 하나가 3,500원이었는데 하루에 2개 판 적도 있어요. 왕복 교통비가 5,000원인데 7,000원어치 팔고 근처에서 4,000원짜리 맥주 한 잔 마시고 퇴근. 완전 마이너스 생활. 거진 매일 엉엉 울면서 집 가고 다음 날 출근하고. 6개월간 이 짓을 반복하니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세금이랑 수수료 다 떼고 한 달에 200만 원쯤 벌었는데 이 상태로 가게를 양도하면 아무도 살 사람이 없겠다 싶어서 기계만 팔고 사업을 접었어요. 빚더미 안 오른 걸 감사하게 여겨야죠. - 작가로서 한 우물을 파지 않았다는 불안감은 없었나요?  네. 다른 일을 하면서도 꾸준히 써왔으니까요. 물론 한 우물을 파는 것도 중요한데, 모름지기 다양한 경험을 가진 작가가 탁월한 글을 쓸 수 있다고 믿어서요. 근데 이제 서른 넘었으니 한 우물 파야죠. 그동안 너무 생각 없이 막 달려서. 그래도 20대 때 많이 배웠어요. 사람도 배우고, 내 미천함도 배우고, 이제 정신 차려야죠. 서른 전처럼 살면 안 되죠. -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건강하게 살고 있어요. 잠들고 일어나는 시간, 운동하는 시간, 식사 시간, 글 쓰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 정해서 루틴 잡아놓고 따르려고 노력해요. 저 알코올 중독이었어요. 술 안 마시면 잠을 못 잘 정도로. 물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시다 보니 점점 몸이 거대해지는 거예요. 이렇게 살다 간 글도 못 쓰고 죽겠다 싶어서 술 줄이고 운동 시작했어요. 건강하게 글 쓰다 생 마감하는 게 지금의 목표예요. 건강한 마음으로 글을 써야 성취가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오래 걸리는 일이란 걸 알아서 서두르지 않으려고요. 무엇보다 내가 내 글을 알아주는 게 제일 중요한데, 그러려면 내가 나로 바로 서야 하잖아요. 단단한 심지로 꾸준히 창작하려면 체력이 중요하니 부단히 움직이고 부단히 쓰려 노력 중이에요. 제가 먼저 즐겁게 작업하고, 남들이 재밌게 봐주는 삶을 살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 그러려면 한 10년은 걸리지 않을까요. 더 걸리려나? (웃음) -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나요? 쓰면서 살고 싶어요. 명확한 목표를 둬야겠단 생각은 해요. 현실에 발붙이지 않고 둥둥 떠다니는 이상주의자 같아서요. 삶의 궤적을 살펴봤을 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철이 없다고 느껴질 만한 선택을 많이 했으니까. 사실 돈도 중요하고 경력도 중요하고 어떤 직업으로 ���벌이할지도 중요하잖아요. 그런 고민을 하나씩 꺼내서 실천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5년 안에 단막극 하나 완성해서 내 이름으로 데뷔하기, 그리고 글로 번 돈으로 집 대출 열심히 갚는 게 다음으로 넘어야 할 허들이네요. 아, 너무 높다! - 이문재 시인은 “가장 이루어져야 할 기도는 오래된 기도”라고 말했어요. 윤슬 님에게도 오래된 기도가 있나요? 저는 저와 한 번이라도 스쳤던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라요. 근데 그 전제는 ‘나부터 행복해야 한다.’는 거겠죠. 제가 불안정한 상태면 이 부정적인 기운을 타인에게 전가할 테니까. 물론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부정한 기운을 걸러서 좋은 것만 받아들이겠지만, 우울은 쉽게 옮잖아요. 주변인들의 행복을 바라는 오래된 기도로, 적어도 제 바운더리에 있는 사람들 만큼은 행복했으면 해요. 다른 사람들의 선한 기도도 전부 그러모아서 행복을 이루는 교집합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행복이 막 오가는 교집합이 많아지면 언젠가 합집합이 되어서 세상이 행복으로 다 채워지지 않을까? 그게 저의 오래된 기도네요. 싸우는 거 너무 힘들고, 화내기도 귀찮고, 서로 사랑하기도 벅찬데. 그냥 다 둥글둥글한 평화로운 세상이 오기를 기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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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doongsil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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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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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요? 저는 살면서 크게 힘들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항상 내가 하고 싶은 걸 웬만하면 다 해왔고, 원하는 게 있으면 가졌던 것 같고. 저는 사람을 진짜 좋아하거든요. 친구들이 저한테 제 이상형은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좋아하는데, 좋아하면 다 주는 편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내가 앞뒤 안 가리고 잘해주는 거에 비해서 나중에 상처받는 일들이 꼭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예전보다 많이 조심스러워졌고 내 경계선 안으로 사람을 들이는 거에 있어서 조심스러워요.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을 좋아하고, 가끔씩 행복하면서 살고 있어요. 저는 행복은 상태가 아니라 어떤 순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오늘 걸어 나오는데 행복했어요. 바람이 좋더라고요.
- 새로운 사람을 왜 좋아하세요? 재밌잖아요. 서로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얘기하는 것도 재밌고 새로 관계를 쌓아나가는 게 재밌어요. 저 사람 앞에서 내가 이때까지와는 다른 모습이어도 되잖아요. 그래서 여행을 좋아해요. 여행 가서 사람들도 잘 만나는 편이고요. -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세요? 엄청 좋아해요. 저는 집에서 읽는 책하고 밖에서 읽는 책이 달라요. 돌아다닐 때는 ���니북 들고 다니고 웬만하면 집이나 카페에서 읽어요. 옛날엔 책을 진짜 잘 읽었거든요. 근데 작년 8월부터 제가 머지맨션이라는 게임을 시작했어요. 이거 완전 중독이에요. 할머니의 유산인 맨션이 있는데 그 맨션을 수리하는 거예요. 아이템 눌러서 물컵이 두 개가 나오면 합쳐요. 그럼 얘가 텀블러가 돼. 텀블러 두 개를 합치면 물병이 돼서 필요한 걸 공급해 주는 거예요. 전략 하나도 없고 맨날 누르고 있는데 너무 재밌어요. 약간 뇌를 녹이면서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 것 같아요. 지금 저는 테니스장을 수리 중이에요. 이제 거의 1년이 되어 갑니다. -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는 거 같기는 해요. 여태까지 잘 살아왔다면 지금이 정체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회사가 내 모든 기분이나 태도의 키가 되는 느낌이라 그게 신경 쓰여요. 지금은 그래서 조금 여유로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생활이 크게 바뀌지는 않거든요. 마음가짐만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회사와의 거리 두기를) 예전엔 진짜 잘했는데 확실히 코로나로 재택근무 하면서 그게 너무 안 돼서 더 힘들어진 것도 있어요. 사실 9시에 일어나도 바쁘면 새벽까지 일할 때도 있고 급한 일이 있으면 그걸 못 놔요. 예전에는 내가 내 삶을 살았다면 지금은 회사가 너무 중심이 되어버린 느낌이라고 할까요. 나이가 들면서 불안해서 그러는 것도 있을 거예요. 점점 나는 회사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니까 더 열심히 책임감 있게 내 자리를 만들어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 때문인가 싶어요. 왜냐면 저는 어렸을 때부터 결혼을 안 하고 싶다고 말해와서 나 혼자의 삶을 구축해 나가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더 회사에 매몰되는 것도 있을 거예요.
원래 고등학교 때는 정치외교학과에 가고 싶었어요. 저는 국제경영학과를 나왔거든요. 그것도 비슷한 과니까 정치외교학과 쓰면서 국제경영학과도 썼는데 덜컥 붙어버린 거예요. 근데 막상 가서 공부해 보니까 재밌었어요. 저는 지루하고 반복적인 걸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라서 무역 쪽이 재밌겠다 싶었어요. 맨날 사고 나거든요. 날씨가 안 좋아서 사고 나고 어디가 명절이라고 쉬고 그런 거 해결하는 것도 재밌고, 정치나 경제도 그렇고 여러 가지가 겹쳐있는 직업군이거든요. 그래서 선택했어요.
-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나요? 크게 꿈꾸는 건 있어요. 나이 들었을 때 여유롭고 친절한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저는 밀라논나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밀라논나처럼 남한테 오지랖 안 부리고 내 삶이 단단하게 서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노년으로 가지 않는다면 책 읽는 공간이 있는 카페를 하고 싶어요. 한참 코로나 시작하기 직전까지 2~3년 동안 독서 모임을 했었거든요. 그때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카페를 책 읽는 사람들이 같이 얘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그리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평생 행복하지 않아도. 계속 혼자 살고 싶다고 생각하면 ‘내가 어떻게 살고 싶지?’를 많이 고민하게 돼요. 왜냐면 물어보는 사람이 정말 많거든요. 이제는 조금 많아진 선택이긴 한데, 그래도 아직은 생소한 선택에 대해서 왜 그렇게 생각하냐부터 시작해서 그럼 늙어서는 어떻게 할 거냐까지 물어봐요. 제 주변에는 결혼을 늦게까지 안 한 여자 어른이 얼마 없거든요. 우리 주변에 결혼을 안 한 여자들이 많긴 해도 다 평범하지 않은 직군들이잖아요. 연예인, 모델처럼 TV에서 보거나 인플루언서, 유튜버 이런 사람들이니까. 누군가 결혼을 안 하겠다고 얘기했을 때 제가 ‘저 언니도 저렇게 사네’라고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거든요. 그냥 평범한 직장생활 하면서 혼자 살아도 행복할 수 있지 않나.
-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졌던 시기가 있나요? 사실 저는 취미생활이나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했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대신 사람한테 진짜 잘 질리는 편이에요. 진짜 좋아하는데 잘 질려해요. 그게 제 큰 단점이기는 한데 그런 변덕 부리는 게 다 사람한테 가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너무 오래 보고 자주 보면 갑자기 확 식어버리는 느낌. 갑자기 더 이상 흥미가 안 생기고 얘기해도 예전처럼 재밌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근데 이제는 그렇진 않고 무뎌진 것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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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doongsil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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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할 수밖에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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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요? 20살 이전까지는 너무 불행했는데, 그때는 불행한 게 뭔지 몰라서 상황만큼 불행함을 못 느꼈던 거 같아요. 대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를 많이 만나고 여러 생각을 하면서 ‘내가 진짜 좆같은 상황에 있었구나, 나 진짜 불쌍하다.’ 깨닫는 시기가 있었어요. 최근 들어서는 그래도 이 정도면 살만하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어요. 요즘 막연하게 꿈꾸는 건 스스로한테 떳떳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저를 바꿔서 연극을 한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어요. 근데 그게 갈수록 힘들더라고요. 솔직한 사람이 되면 스스로 멋있다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저한테 솔직해서 멋있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도대체 어떤 부분을 보고 말하는 건지 궁금하더라고요. 사실 하나도 자유롭지 도 않고 솔직하지도 않은 것 같아요. 남한테 차마 말할 수 없는 나쁜 생각도 많이 할 텐데 어떤 모습이 그렇게 비쳤을까 궁금해요. 그런 얘기 듣다 보면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 어떻게 영상을 전공하게 됐나요?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가 기숙형 자사고였어요. 경북 안동 시골에 처박혀 있거든요. 거기서 첫사랑을 만났는데 헤어지고 나니까 학교에 다닐 이유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자퇴했어요. 죽을 거 같더라고요. 그래도 대학교는 가야 할 것 같았어요. 미술 입시를 하면 수학을 안 해도 되니까 미대에 간다고 했더니 아빠가 조건이 있대요. 실기를 하지 말고 공부로 갈 수 있는 학교에 가라는 거예요. 
그렇게 대학교에 왔는데 수업이 너무 재미없는 거예요. 학점이 1점대였어요. 영상은 팀으로 움직이는 일이 99%인데 그게 힘들더라고요.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학교도 짜증 나 죽겠는데 뭘 하려면 사람을 모아야 하니까. 그래서 영상은 제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 일로 회사도 다니고 있어요.
졸업하고 타투샵 다니고 알바하면서 1년 반 쉬었어요. 그래도 돈을 벌어야겠다 해서 처음 갔던 데가 방송국이었어요. 일주일에 집을 두세 번 오니까 그때 월급은 좀 적어도 워라밸이 안 지켜지면 내가 너무 힘들어한다는 걸  알았어요. 그만두고 두 달 동안 준비하다가 여기 왔는데 일이 재밌진 않지만 크게 힘들지 않고 사람들도 괜찮아서 무난하게 잘 다니고 있어요. 다들 나이대가 좀 있어서 처음엔 저를 보고 엄청 뜨악하셨어요. 한번 회식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외부 손님 올 때 아니면 신경 안 쓸 테니까 그럴 때만 좀 조심해달라고 하셔서 저는 회사에 입고 싶은 거 다 입고 다니거든요. 저런 애인가보다 해주시니까 그것도 고마운 거예요.
-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저는 술값이 정말 많이 나오거든요. 거의 와인이나 위스키를 마시니까 한 달에 100~200만 원 나와서 그건 외주해서 열심히 벌어요. 술 좋아하니까 그렇게 되더라고요. 거의 요즘은 회사랑 술이 거의 전부예요. 틈틈이 유튜브 편집하고, 타투 작업할 수 있으면 하고요.
저 거의 술을 매일 먹거든요. 일주일 중에 한 이틀 정도 밖에서 먹고 거의 혼자 집에서 먹는 것 같아요. 친구가 많지도 않아서 진짜 친한 친구들은 또 술을 별로 안 좋아해요. 저처럼 노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까 자연스럽게 혼자 노는 걸 터득했어요.
-멀어진 관계에 대한 미련은 없으신가요?  있다고 생각했는데, 없는 편인 것 같아요. 근데 혼자 자책은 많이 해요. 문득 그때 이랬으면 지금 좀 다를까. 다음에 만나는 사람들한테는 실수를 안 해야겠다. 
밖에 있는 걸 점점 힘들어하게 된 게, 낯선 사람들을 만났을 때 갈수록 사상이나 생각이 예민해지잖아요. 그게 조금만 달라도 힘들고 조심하다 보니까 이제 친구들한테 만나자고 못하겠는 거예요. 괜히 싸우고 불편해질까 봐. 그래서 어련히 나를 만나고 싶은 친구들은 먼저 연락을 하겠지 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에 집에서 혼자 충전하면서 생각도 해요. 그래서 저는 먼저 연락해 주는 사람들이나 친구들이 되게 고마워요. 없으면 맨날 집에 혼자 처박혀서 술만 먹을 거 같아서요.
- 혼자 노는 거 재밌으신가요? 엄청 재밌진 않은데 촬영하면 재밌어요. ‘이거 재밌다 보여줘야지.’ 찍고 있으면 재밌어요. 생각해 보니까 저는 혼자 있을 때도 혼자가 아니었던 것 같네요. 아직도 밖에서 삼각대 세워두고 찍는 건 못해요. 내가 나서진 않는데 그냥 알아서 나를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나 봐요.
어릴 때도 나서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어요. 대구 수성구에서 자랐는데 약간 대치동 같이 교육열 높고 엄마들이 난리 치는 곳이에요. 저희 엄마도 그중 한 분이셨거든요. ‘너는 이런 아이야. 활발한 게 좋은 거야.’ 세뇌당해서 그렇게 살아야 좋은 건 줄 알고 그러려고 노력했어요. 근데 그게 즐겁지 않았거든요. 졸업작품은 저랑 가족 얘기를 다큐로 찍었어요. 제 가족이 사이가 좋지 않아요. 그 사이에서 저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했고 여러 학대가 많았어요. 대학교 와서 고민하면서 ‘스스로 힘들고 불쌍한 존재였구나.’ 를 깨달았어요. 그런 환경에 있으니까 당연히 말을 잘 들을 수밖에 없었고 공부도 열심히 했죠. 이 학교도 못 올 뻔했어요. 부모님은 어떻게 캠퍼스를 가냐고 재수하라고 그러셨어요. 아직도 친척들 만나면 엄마가 캠퍼스인 걸 말을 안 해요. 그럼 저도 자연스럽게 거짓말에 동조하게 되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솔직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나요? 저 부지런하게 살고 싶은데 안될 것 같긴 해요. 그건 이상적인 거고 제가 바라는 건 5년 안에 외국에 있고 싶어요. 거기서 알바를 해도 되고 타투 작업으로 살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그게 여의찮다면 낯선 데서 계속 새로운 걸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불안하고 겁이 나긴 하는데 안 멈췄으면 좋겠어요. 
최근에 나에 대해서 생각해 봤는데 진짜 겁이 많아졌더라고요. 옛날에는 그만두는 것도 시작하는 것도 쉽게 잘했는데 그게 안 되는 것 같아요. 일단 부모님이랑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낯선 환경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2025년 3월까지 이 회사에서 버티는 게 목표거든요. 목돈 만들어서 워홀 가고 싶어요. 일단 가보고 싶어요.
- 본인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나요? 제가 어느 순간부터 일기를 안 써요. 일기는 되게 솔직한 글이잖아요. 근데 그 순간조차 제가 작위적인 거예요. 누군가 볼 걸 생각하고 쓰는 게 너무 역겨운 거예요. 그래서 포기했어요. 저 스스로한테 솔직한 순간이 없다는 걸 느꼈고요.
제 스스로한테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진짜? 진짜로?’  그러면 대답이 당장 돌아오지 않아도 무의식중에 스스로 아는 것 같아요. 그날 많은 순간 솔직했다면 후련한 느낌이고 솔직하지 못한 날은 또 연기했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리플리증후군처럼 ‘나는 이런 사람이다.’ 생각하고 그 상황에 맞추려는 느낌이에요. ‘내가 남한테 잘 보이고 싶은 욕구가 큰 사람인가?’ 생각하니까 저는 스스로 솔직하다고 생각할 수 없는 거예요.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기왕이면 좋게 생각하면 좋잖아요. 
늘 두 가지 생각이 공존해요. ‘아니어도 어쩔 수 없지, 뭐.’ 라는 생각과 ‘미움받는 거 너무 싫고 힘드니까 내가 맞추면 다 편해질 텐데’. 라는 생각. 그런데도 ‘뭐 어쩌라고.’ 싶은 부분도 확실히 있긴 해요. 저의 특성이라고 확신하는 부분은 그렇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아직 헷갈리고 고민하는 부분들은 계속 왔다 갔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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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doongsil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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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에서 온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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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나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온 것 같아. 사람이 성취가 보장되면 그게 습관이 되고 계속하게 된다고 하잖아. 나는 하고 싶은 대로 했을 때 결과가 좋은 게 학습이 된 사람인 것 같아. 예를 들어서 운동을 해야 해서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내 몸이 안 따라줄 때 해서 얻는 건 그렇게 기쁘지 않다고 생각해. 회사를 선택할 때도 내가 호기심이 들고 재밌을 것 같은 곳을 그냥 지원한 거잖아. 거기서 어떻든 후회하지 않아. 작업실 하면서 얻은 게 나한테 되게 큰 자산이 됐거든. 그 나이 때 그걸 해볼 수 있는 사람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 그 모든 게 나한테 엄청난 자산이 되니까 나는 내가 선택한 대로 사는 게 중요해.
사실 모두가 지금 회사를 나가야 한다고 얘기를 하잖아. 내가 다시 남기로 했을 때 사람들이 왜 남냐고 하면 변명이 다 달랐거든. 이게 10퍼센트씩은 다 진심이거든. 근데 딱 하나로 생각하자면 궁금해서야. 이 궁금함은 밖에서 듣는다고 해소되는 게 아니거든. 그러니까 이걸 해야 할 것 같은 거야. 다리미를 만져봐야 뜨거운지 알 수 있는 거지. 만져 봤는데 그게 선 뽑힌 거였을 수도 있고 그걸 내가 알아보고 싶은 거야. 
전반적으로 어떻게 살아왔나 하면, 뭐든 해봐야지 하고 안 한 거 하나도 없어. 안 해본 게 더 후회되더라고. 예를 들어 어렸을 때 오렌지 유치원 다니고 싶었는데 유진 유치원을 다녔어. 이건 내가 지금 어떻게 고칠 수 없는 거잖아. 그건 절대 다시 수정이 안 돼. 나는 살면서 그런 걸 많이 만들고 싶지 않아. 그런 게 내 삶에 많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삶에 있어서 남에게 등 떠밀려서 했거나 내가 진심이지 않았던 선택은 정말 별로구나. 지금까지는 내가 살고 싶은 대로는 살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 같아.
회사에도 남이 하는 일에 자기도 모르게 핀잔을 거는 친구들이 있거든. 자기들의 가치가 평가나 충고 속에서 많이 녹아 나오더라. 예를 들어 “아무리 그래도 돈 많이 주는 데 가는 게 낫지.” 이런 말. 요즘 느낀 게 나는 내가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하는 충고들이 너무 별로인거야. 내가 선망하는 대상들이 많이 줄어들면서 그만큼 나에 대해서 확신이 생기는 것 같더라고. 
근데 나는 진짜 나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거든. 졸리면 자고 피곤하면 아프고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거든. 그러니까 더더욱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못 할 거라고 생각해. 자격증을 따고 싶으면 시간을 쪼개서라도 하루에 두 시간씩 공부하는 그런 애들 있잖아. 난 그런 타입은 절대 못 돼. 그래서 더더욱 나는 진짜로 마음먹은 대로 되겠다 싶어. 어쨌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들에는 최선을 다할 거라고 생각하거든. 결국에는 생각한 대로 된다는 말이 큰 의미로 그런 거 아닐까?
-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지금으로 한정해서 얘기하자면 좀 엉망이야. 왜냐면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거랑 별개로 내 삶을 침범하는 일들이 너무 많잖아. 내 24시간은 정신이 없거든. 그래서 여름방학 시간표를 만들고 싶어. ‘너 12시에 안 자면 절대 8시간 못 자’ 이런 걸 한번 그려봐야 마음이 생길 것 같은 거야. 지금은 내 시간이 내 손 안에 없어. 근데 다 밀어 넣어서 하고 있어. 뜨개질 안 하고 자야지 하는데 하다가 늦게 자면 누워서 게임을 하지 말아야지. 근데 꼭 게임을 한 번씩 켜. 주말에 몰아서 ��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싶은데 청소해야 하잖아. 그러면 그게 너무 아까워. 그러니까 극단적으로 ‘퇴사하고 청소하고 싶다’라고 미뤄놨다가 그냥 청소업체를 부를까? 이렇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정리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싫어. 나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어려워. 내 일에 있어서는 엉킨 매듭이 많은데 어디부터 잘못됐는지를 잘 모르겠어.
나는 그래서 종종 느낌(Feel)이다 싶으면 회사 안 가. ‘아, 이쯤 되면 한번은 쉬어줘야겠다’ 딱 그게 있어.  눈떠서 핑계 대고 안 가는 건 핑계를 고민하다가 잠이 깨니까 싫은데, 아예 전날부터 “저 내일 안 나갑니다.” 하고 아침에 잘 수 있는 게 너무 좋아. 그리고 그게 은근히 방탕하잖아. 그러니까 보상도 커. ‘나 나쁜 짓 했잖아. 그러면 그만큼 다시 화이팅 해야지’ 나를 어르고 달래는 방법이 그렇게 극단적이야. 아니면 돈을 써. 커트러��를 12만 원어치 샀어. 그걸 가진 내가 보고 싶었어. 근데 막상 왔거든? 안 뜯어. 난 최악이야. 나는 식욕이 터지거나 이런 건 별로 없거든. 근데 소비가 터지니까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으면 자꾸 돈을 써. 그러니까 큰 덩이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고 작은 덩이에서는 아직 똑같이 살고 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코미디다. 
- 시작한 걸 후회한 적은 없나요? 있지. 그러면 중간에 드롭을 하거나 수업을 빠져. 난 내가 파블로프의 개라고 생각해(웃음). 난 나를 짐승으로 대해. 안 줘봐. 더 싫어. 그 싫음이 학습이 됐잖아. 그럼 기꺼이 가. 내가 그렇게 쓴 돈이 3천만 원은 될걸. 악기도 샀다가 결국 안 하잖아? 속상해 봐. ‘너 그때 속상했잖아’를 학습시켜. 사실 뮤지컬이나 운동이나 한 번씩 터지는 순간들이 와. 그러면 이제 일을 덜 벌이거나 끝에 재밌었으면 그게 또 학습되는 거야. 
그리고 나는 사람이 풍선처럼 팽창한다고 생각하는 게, 죽을 것 같았는데 생각해 보니까 이만큼 했잖아. 그러면 내가 이만큼 할 수 있는 사람인 걸 알아. 거기까지 채워 넣을 수가 있어.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더 해보는 거야. 평소에 그렇게 터질 풍선처럼 살자는 건 아니지. 대신 내가 그만큼 할 수 있다는 걸 아는 거지. 난 완벽함보다는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는 내가 처음 하는 걸 어려워하는 걸 알아.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처음 하는 일을 많이 안 만들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해. 미리 다 해보는 거지.
나도 내 삶을 쏟아 넣고 싶은 일을 만나고 싶긴 해. 근데 생각보다 그냥 스쳐 가는 것들도 괜찮고 그 세상도 열어놓으니까 재밌어. 호기심이 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 그리고 최근에 느낀 게, 남이 만든 취향이 이제는 지겨워졌어. ‘힙하다’라는 게, 유행되면 그건 힙하지 않은 거래. 청바지 입은 사람들보고 힙하다고 얘기 안 하잖아. 자기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사람들이 힙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는 거야. 트렌드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게 유행이 되면 하지 않아.
내가 나한테 했던 거짓말 중의 하나가 ‘안정적으로 살고 싶어’인 것 같아. 사실 회사에 다님에도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안정과는 ���대잖아. 돈을 써서 안정을 깨부수고 싶어서 환장하는 상태잖아. 내 삶을 돌아봤을 때 애초에 별로 안정적인 걸 좋아하던 애가 아닌 것 같아. 나는 위험한 상황일수록 머리가 팽팽 돌아. 벌어지기 전까지가 초긴장인데 막상 벌어지면 되게 차분해. 왜냐면 벌어진 건 어떻게 할 수 없거든.
-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나요? 내가 몇 년째 말하는 하고 싶은 일 몇 개가 있거든. 일기 쓰기, 명상하기, 영상 편집하기, 기타 연주하기.  나는 스트레스에 되게 취약해. 뇌를 끄는 법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명상을 해보고 싶어. 나는 주위 집중력이 진짜 없어. 여행 가서 명상을 해봤거든. 집중을 못 해. 갑자기 명상의 기원이 궁금한 거야. 머리가 비워지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 일기는 매일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일이 다양한데 결국 휘발되는 게 아쉬워. 짧게라도 기록하고 싶은데 척을 하게 되는 게 싫어. 그 버릇도 버리려면 꾸준히 써봐야 할 것 같거든. 기타는 내가 어디서든 연주를 할 수 있는 악기를 하나 갖고 싶어. 기타는 코드를 단순하게 할 수 있잖아. 잘 치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반주는 맞춰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꼭 배워보고 싶어. 이게 다 해소됐을 때 내 삶이 어떨지 궁금해. 내 인생이 재밌을 것 같아.
줏대 있게 살자. 이제 척을 그만하고 싶어. 내가 생각보다 척을 많이 하더라. 내가 만들어 낸 내 모습이 있는 것 같거든. 근데 어느 순간 그게 짜증이 나더라고. 남들한테 보이는 것 때문에 짜증 난다기보다 스스로 거짓말을 한 것 같아서 짜증 났어. 그래서 내려놓으려고 많이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최근에 굳이 대꾸하고 싶지 않은 말에 대꾸 안 하기 시작했어. 원래는 뭐라도 대답해야 할 것 같으니까 쥐어짰거든. 근데 그 말이 마음에 하나도 안 들어. 말실수하게 돼.
- 평소 ‘나 커서 뭐 되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언제 비로소 스스로를 컸다고 느낄 것 같나요? 내가 그 말을 계속하는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거든. 나는 내가 집중해서 할 일을 아직 못 찾은 것 같아. 나는 이 회사를 키자니아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나는 내 것을 만들면 재밌어할 것 같거든. 근데 취미도 직업도 나는 항상 뭔가 많이 하지만 아직은 내가 이거 하는 사람이라고 딱 말할 정도로 마음에 드는 무언가를 못 찾은 것 같아. 아직도 탐구하는 과정인 느낌. 내가 하고 싶은 건 여태까지 한 일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있어. 도로시처럼 ‘오즈에 가고 싶어’라는 건 있지만 사실 오즈에 가는 것만이 내 목적은 아니거든. 그 과정에서 생기는 게 더 재밌고. 그래서 내 삶이 다채롭다고 느끼고 그렇게 사는 삶이 만족도가 높고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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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doongsil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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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너머에 서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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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요? 저는 어릴 때부터 장래 희망에 집착했었어요. 무슨 일을 하는지가 제 정체성을 정립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7살짜리 애가 고지식하다는 말을 듣기가 쉽지 않잖아요. 근데 유치원 선생님이 보시기에 제가 좀 그런 거예요. 혼자 몇 시간을 모래밭에 앉아있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너무 자기만의 것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래서 엄마는 저를 밖으로 내보내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예체능을 시키셨어요. 운동은 나가떨어���고 피아노는 4~5년을 배웠는데 아직도 악보를 못 읽어요. 저는 미술이 재밌더라고요. 중학교 때 꿈은 일러스트레이터였어요. 혼자 그림 그리는 게 좋았어요. 근데 엄마는 제가 어느 순간 재능의 벽에 부딪힐 텐데 그걸 못 견딜 거로 생각하셨어요. 제가 방학 내내 틀어박혀서 그림만 그리니까 바가지로 맞아가면서 엄청나게 싸웠죠. 그때는 그걸 쟁취하는 게 제 삶의 전부인 줄 알았어요. 근데 저도 어느 순간 납득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 급하게 진로를 틀어야 했는데, 영화를 좋아했고 방송부 안에서도 연출을 계속했었거든요. 영화라는 게 사실 순수예술은 아니잖아요. 순수예술은 그 안에서 현실적인 시선들을 가끔 외면해야 할 때가 있잖아요. 로맨틱한 상상들이 분명히 필요할 텐데 그게 제 체질과 안맞다고 생각하셨던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가 모든 걸 정해주신 것 같은데 결정은 제가 하고 엄마는 옆에서 계속 언질을 주셨던 거 같아요. 결론적으로 봤을 때 좋은 조언이었고 갈등도 좋은 장애물이었어요. 학교에 들어와서는 나름대로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고 여러 가지 영화 현장들을 경험했어요. 현장 일을 하다 보니까 다시 순수예술에 대한 열망이 끓어올랐어요. 근데 현실적으로 3~4회차 촬영하고 나면 2~3일은 누워있거든요. 에너지를 다 소비해서 제 작업할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휴학했어요. 앞으로 작업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확실해진 것 같아요. 3년간 쓴 메모장을 본 적 있는데 중간중간에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한 일기가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내가 갑자기 영화에 지쳐서가 아니라 늘 글을 쓰고 싶었다는 걸 느꼈어요. 저는 제 안에 있는 이야기가 많아서 계속 풀어내야 하는데 말로는 다 해소도 안 되고 부작용도 큰 거예요. 근데 그걸 온전하게 채워주는 게 글이더라고요. 요즘은 말과 글의 균형을 맞추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시, 소설, 시나리오 집필부터 영화 연출 및 편집까지 동시에 여러 방면으로 창작하기에 어려움은 없나요? 저는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예술가가 되겠다고 맨날 큰소리치고 다녔는데, 그런 사람들 보면 평생 한 우물만 파잖아요. ‘이렇게 여러 곳에 발을 걸치고 있어도 되나?’ 싶었어요. 근데 글을 쓰다 보면 시는 대사를 쓸 때 좋고, 소설은 플롯을 짤 때 좋고, 시나리오는 시를 쓸 때 장면화가 되고, 이런 식으로 다 연동이 되어있어요. 지금은 어차피 배우는 거고 아직 등단에 목표는 없어서 다양하게 작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사람들한테 얘기할 때는 딱 하나로 정해야겠다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나로 안 묶이니까 제가 좀 붕 떠 있는 사람 같은 거예요. 그때 남자친구가 그런 얘기를 한 적 있어요. “직업 호명이 중요한가? 그건 어쨌든 남이 불러주는 거잖아. 하나로 정하는 게 깔끔할 순 있어도 그게 지금 너의 욕망과는 안 맞는 것 같아.” 그 말이 와닿았어요. 지금은 길게 설명할 기회가 있으면 얘기하지만, 평소에는 그냥 영화 할 거라고 대답해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지금의 저를 구성하는 건 모든 면에서 안정된 것 같아요. 저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환멸을 많이 느낀 게 올해 초였거든요. 저는 그동안 저한테 만족하면서 살아왔어요. 열심히 하면 운도 따라주고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싸워도 기억을 잘 못 해요. 그래서 아쉽거나 슬픈 감정은 묵혀둔 채로 합리화를 하면서 살아왔다는 걸 자각하게 됐어요. 특히 대화하는 과정에서 현타를 많이 느껴서 말 자체가 소름 끼치도록 싫은 거예요. 결정적으로 제가 들뜨는 게 싫었어요. 제가 들뜨게 되는 순간 늘 돌아와서 후회하더라고요. 사실 밥도 잘 안 먹고 잠도 잘 안 자니까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도 물론 문제가 있었겠죠. 그래서 올해 초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몇 달간 숨었어요. 제 삶이 안정된 가장 큰 이유는 남자친구인 것 같아요. 연애를 3년 정도 했는데, 저랑 다르게 그 친구는 잘 들뜨지 않아요. 식성도 다르고 취향도 다 다른데 공통으로 유머 코드가 잘 맞고 둘 다 자기 작업이 제일 중요해요. 서로 작업에 대한 이해가 있고 같이 만들고 싶은 게 있으니까 그걸 중심으로 관계가 잘 이어지고 있어요. 요즘은 시랑 소설을 쓰고 영화 후반 작업을 하고 있어요. 항상 사람들이 요즘 뭐하냐고 물어보면 글은 그 자리에서 바로 보여주기 어렵고 이해받지 못할 거라는 불안함이 늘 있었어요. 제가 하는 것에 대해 증명을 못 하는 거예요. ‘내가 이런 걸 해왔어. 앞으로 기대해줬으면 해.'라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연말 선물로 주려고 썼던 글을 모아서 책으로 만들고 있어요.  요즘은 글을 잘 쓰려고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시가 유일하게 공부할 맛이 나요. 저는 늘 하고 싶은 게 생겨서 공부하면 제 실력도 같이 올라갔거든요. 근데 시는 유일하게 읽는 건 느는데 쓰는 건 하강하는 느낌이 들어요. 이 격차가 짜증 나긴 하는데 매력 있는 것 같아요. -작업하실 때 시간을 어떻게 쓰시는지 궁금해요. 제 생각엔 계획이 습관이 되면 계획적인 사람인데 강박이 되면 그때부터는 문제 있는 사람이다(웃음). 저는 후자예요. 시를 조금 더 감각적으로 쓰는 경향이 제게는 필요한데, 저는 첫째 연과 둘째 연의 사이즈까지 계획을 해야 쓸 수 있거든요. 늘 미리 계획하고 리스트업하려는 강박이 있어요. 동시에 미루기 광이에요. 마감 전에 속도를 내면 나름대로 결과물도 만족스러우니까 그게 맞는 줄 알았어요. 근데 그러면 작품의 질이고 뭐고 건강이 망가지더라고요. 글을 쓰고 싶어도 몸이 아파서 못 쓰는 일을 겪으니까 건강은 절대적으로 지켜야겠다고 느꼈어요. 그래도 아직은 저한테 성취감과 에너지가 소모되는 과정만큼 쾌락을 주는 게 없어요. 그 행복을 다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글을 쓰는 과정에는 엄청난 쾌락이 있거든요. 늘 그 쾌락을 맞이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나요? 내년에 1년 동안 미국에서 살다가 돌아와서 어엿한 내 작품 하나 만들고 졸업하고 싶어요. 그리고 다시 미국에 가서 일할 생각이에요. 할리우드 상업영화 각본을 쓰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이건 제 꿈이고요. 외국에 나갔는데 안 맞으면 또 달라지겠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계획은 이 정도인 것 같아요. 원래 5~10년 단위로 계획이 있었는데 압도되더라고요. 내가 선택할 수 없는 변수가 많다는 걸 ��회에 나와서 알게 됐어요. 지금 저는 제 삶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겨우 성장했는데, 또 무슨 문제가 나를 힘들게 할까? 예상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냥 첫째로 무슨 일이 있어도 글을 쓸 생각이에요. 그리고 스타일리시하게 살고 싶어요(웃음). 작가로서 어떤 작품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지에 대한 계획은 구체적으로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건 좀 시간이 걸릴 거 같아요. 일단 지금은 산에 올라가서 물 맞으면서 노래하는 것처럼 연마하는 시기예요. 저는 예술 쪽 일을 하니까 모든 걸 예상하려고 하면 결말이 너무 뻔하게 나와요. 내가 예상할 수 있는 풀 안에서만 노니까 새로운 게 안 나오는 거예요. 요즘 찾은 방법의 하나는 ‘그럼 내가 예상할 수 있는 풀을 더 넓히자.’예요. 나라는 사람은 못 바꾸니까.
-주변에서 가장 예술답다고 생각한 것이 있나요? 풍경화, 정물화, 초상화가 있으면 저는 초상화 파였어요. 그림이나 사진을 봤을 때 그 안에 인간이 담긴 걸 좋아해요. 자연이나 풍경에 대한 흥미는 별로 없었어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길가에서 어떤 풍경을 카메라로 찍고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느낀 점은 눈으로 본 걸 카메라가 못 담는다는 거예요. 제가 재개발 구역 앞에 살았거든요. 아침에 일어나면 집이 무너지고 있어요. 무너진 공간이나 건물을 무너뜨리고 있거나 비어있는 곳이 주변에 많아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그 풍경이 예술 같은 게 아니라 그 풍경에 멈춰서는 그 순간의 내가 예술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평소엔 우리가 P.O.V (point of view)로 세상을 보잖아요. 근데 가끔 멀리서 롱 샷으로 저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 식으로 그 순간을 기억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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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doongsil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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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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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요? 예전에 나는 지적으로 보이고 싶다는 욕망이 되게 강했어.  중학교 때 우리 집에 오래된 책들이 많았어. 그중에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 있었는데 중학교 1학년 때 그걸 학교에 들고 가서 내용도 모르는데 그냥 읽었어. 그걸 담임선생님이 보시더니 놀라워하시는거야. 되게 우쭐했었어. 근데 중요한 건 난 그 책 내용을 전혀 이해를 못 했고 처음에만 조금 읽다가 관뒀다는 거야. 근데 나중엔 오히려 선생님이 그걸 가지고 화를 내시더라고. 왜냐면 내가 처음엔 똘똘한 학생처럼 보였겠지만 성적이나 교우관계에서 실속이 없는 사람이라는 게 모조리 들통이 난 거야. 그래서 그때 되게 부끄러웠어.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어느 날 집에 갔더니 어머니께서 “너 대체 학교에서 뭘 하고 다니는 거야?” 하고 물어보시는 거야. 내가 “저 잘 다니고 있는데요.”라고 했더니, 담임선생님이 어머니한테 전화해서 “아이가 혹시 자폐가 있나요?”라고 질문을 했었대. 그걸 듣고 난 좀 충격받았어. 그때 나는 그만큼 허영심이 되게 강했어. 실제로 그런 능력은 없었지만 그래 보이고 싶었어. 20대 초반 중으로 어느 정도는 나아졌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걸 걷어내니까 내가 좀 보이더라고. 결국 남의 눈에 내가 어떻게 비치는지가 엄청 중요했던 거지.  -가족 중에 동생들이 많은데, 만약 동생이 적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그런 생각 엄청 많이 했어. 그리고 그때마다 항상 죄책감이 동반될 수밖에 없어. 세상에 있는 내 동생들을 없다고 생각을 해야 되니까. 어렸을 때 그림 그리는 거 되게 좋아했는데, 타블렛을 사게 된 이유가 사실 동생들 때문이 컸어. 왜냐면 종이에 만화 같은 거 그려서 쌓아놓으면 항상 동생들이 낙서하고 찢고 그랬었어. 고등학교 때는 EBS 교재 표지에 볼펜으로 꾹꾹 눌러서 낙서를 해놓는 거야. 그런 게 너무 싫었어. 그래서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를 졸라서 타블렛을 샀어. 컴퓨터에 그림을 보관하면 동생들이 내 그림을 훼손할 걱정을 안 해도 되잖아.  -언제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나요? 8살 때 친구들끼리 서로의 미래 모습을 그려주는 시간이었을 거야. 내가 친구 모습을 상상해서 그렸는데 담임선생님이 칭찬해 주셨던 기억이 나. 내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것도 그 칭찬 영향이 컸다고 생각해. 어렸을 때 선생님한테 들었던 말이 이렇게 영향이 클 거라고 생각을 안 했는데, 다른 건 다 잊어버려도 계속 남아있는 기억이 있어.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한테 혼난 적이 있다고 했잖아. 그게 엄청 나한테 강렬한 경험이었나 봐. 지금 생각해 보면 고마운 일이기도 하겠다. 항상 정신 차리게 해주는 거지. 내 기억 속에 있던 선생님이 가끔씩 나타나서 ‘너 까불지 마라. 진짜 아는 거 맞아?’하고 호되게 혼내주시는 거지. 전에 비해 인정을 잘하게 됐어, 변명 덜 하고.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조그만 광고 대행사에 다니고 별로 바쁘지 않고 월급은 적지만 이 정도면 감사한 마음으로 다니고 있어. 그리고 토익 공부를 하고 있는데 예전엔 토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었어. 왜냐면 점수가 안 나올 것 같아서 무서웠어. 예전에 이런 식으로 되게 바보같이 살았어. 그런 태도로 인생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낭비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했어. 이번 시험을 꼭 잘 보고 싶은 이유는 여기서 만족할 만한 점수를 받으면 자신감이 생길 거 같아. ‘나도 하면 되긴 하는구나’ 하는 자신감을 너무 갖고 싶어. 한동안 자격증이나 시험처럼 점수 매기는 걸 너무 싫어했어. 그런 걸 피해 다니다 보니까 남들한테 나를 설명하거나 증명할 때 스스로도 어려운 경우가 있더라고. 나에 대해서 증명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가지고 싶은 거지. 시험 점수 같은 건 그중에서도 아주 좁은 의미의 얄팍한 것이지만 하나씩 가져보고 싶어. 지금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가 너무 하고 싶어졌어.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하고 싶고, 이것도 되게 얄팍한 거지. 내 내면을 성장시킬 수 있는 공부라기보다는. 회사 일을 하면서 뭔가 많이 배운다는 생각이 안 들다 보니까, 예전에 얄팍하게나마 쌓아놨던 거 가지고 밑천도 없는 상태에서 항상 비슷한 것만 뽑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게 싫었어. 난 내 상태에 만족을 못 해. 그리고 아쉬운 마음도 좀 드는 게 ‘내가 전공을 너무 진지하지 않게 대했나’하는 생각이 들거든. 전공자인데도 일반인들이 디자인이나 예술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선입견들을 나조차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감각이 중요한 거 아니야?’ 약간 이런. 제대로 해볼 생각을 안 했던 거야. 분명 기초나 기본이 있고 디자인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아야 했는데 그런 것도 다 졸업하고 나서 관심 생겨서 찾아보게 됐거든. 지금 얘기하는 것도 기본이나 기초에 대한 집착인 거지. 뭘 하든 항상 토대가 중요하다는 생각�� 계속 해. 앞으로 뭘 하든 대충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해.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나요?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걸 쭉 돌이켜보면 자연스러움이랑은 거리가 먼 것 같아. 나는 ‘흐르는 대로 살라’는 말, 진짜 실천 못하거든. 흐르는 대로 살도록 내가 못 내버려 둬���, 힘 빼고 맡기면 마음에 드는 곳에 못 갈 것 같은 느낌.  ‘내가 여기보다는 더 나은 곳에 있을만한 사람이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 근데 이 말이 비참해지는 게 같이 있기 싫은 사람들하고 내가 결국 같은 수준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야. 그래서 나중에 잘 되면 그 사람들한테 “예전의 내가 아니야.”이런 거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지. 유치한 마음이지만 강력한 동기야.  나는 기복이 심하고 굴곡이 많은 인생을 두려워하는 것 같아. 모험을 하기 싫다는 말이랑은 조금 달라. 비장한 마음으로 살고 싶지 않아. 언제부턴가 ‘간절함’이나 ‘필사적인’ 이런 말들에 염증이 나. ‘여기서 뭘 더 얼마나 해야 하는데’이런 생각.  나는 지금 인터뷰한 것보다 훨씬 속된 사람인데, 속된 성공을 많이 만끽하고 그게 별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싶어. 그것들에 엄청나게 가치를 부여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너무 갖고 싶고 누려보고 싶어. 누릴 것 다 누려보고 별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소박하게 살고 싶어. 한번 갔다 오고 싶어(웃음). 다 경험 해보고 나면 진정으로 미련 없이 소박해질 수 있을 것 같아. 별거 아닌 걸 아니까. 내가 지금 경험의 폭에 집중하는 게 그래서 그런 것 같아. 다 해봐야 아니까. -당신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나요? 떠오르는 대로 얘기해 보면, 내 의지 문제는 아닌 것 같아. 의무감인 것 같아. 생존의 문제. ‘이렇게 안 하고 나중에 어떻게 살려고, 너 지금 네 능력 가지고 잘 살 수 있겠어? 동생들도 많은데, 가족들도 있는데.’ 나는 ‘내 한 몸만 건사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애초에 안돼. 부모님께서는 우리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전혀 그런 생각 안 들지. 난 크게 한 턱 벌어서 가족들 걱정 없애주고 싶어. 언젠가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어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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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doongsil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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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걸 눈앞에 그려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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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요? 현재로 말하면, 내 큰 기준은 퇴사야. 퇴사 전에 이것저것 하고 싶었는데 막상 퇴사하고는 하고 싶은 게 딱 하나였잖아. 처음에는 직장을 한 번도 안 다녀봤으니까 내가 모은 게 큰 돈이라고 생각한 거야. 그래서 이거면 3년은 생활비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퇴사 이후에 돈 쓰면서 놀았어. 솔직히 그림을 그린다고 ��지만 돈 쓰면서 살았어.
나는 멀티가 잘 안돼. 어떤 사람들은 오전에 그림 그리고 오후에 공부를 한다든지 그러잖아. 근데 나는 그걸 못해서 그중에 뭔가를 먼저 하는 게 나은 것 같아. 사실 그렇게 해도 잘 안돼.
어떻게 살아왔냐는 질문에 나는, 놀면서 지냈다.(웃음)
고등학교까지는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빠져서 살다가 대학교쯤 와서는 너무 잘난 사람이 많으니까 거기서 살짝 현타가 왔어.
그러다 회사도 다니면서 그래도 내가 어느 정도 쓸모는 있구나라고 느꼈어. 왜냐면 대학교랑 회사 사이에 내가 엄청 쓸모가 없다는 생각을 했었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겠다. 뭔가를 시도하는 게 무서워서 그때는 자존감이 되게 떨어졌었어. 나는 일하는 원동력이 질투거든. 옆 친구가 잘해야 나도 일을 더 잘해. 
-지나간 시기에 대한 후회는 없었나요? 하지 말아야겠다는 건 많은데 더 해보고 싶은 건 없어. 왜냐면 생각보다 하고 싶은 건 다 했어.  난 그게 복이라고 생각해. 엄청나게 갖고 싶은 건 항상 눈앞에 생겼어. 그래서 나는 그게 신기해. 생각해 보면 내가 이제 괜찮아진 이유도 엄마 때문이 아닐까. 엄마가 옆에서 계속 “하고 싶은 거 해.”라고 말해줘서 괜찮아진 것 같아.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요즘 서일페 끝나고 외주가 들어와서 끝나고 3주간은 기억이 없어. 3주 전까지만 해도 좀 무서운 거야. 이대로 돈이 안 벌릴까 봐. 왜냐면 이때까지 쓴 돈을 계산해 봤는데 너무 많이 쓴 거야. 그래서 무서웠는데 갑자기 일이 들어와서 지금은 일하는 것밖에 없어. 친구들은 독립했잖아. 가끔 아빠가 “월세 안 내?” 이러니까 쪼들려서 요즘 고민이 그런 것밖에 없어.
돈이 되는 그림, 그거에 대한 고민이 서일페 나간 이후로 더 심해졌어.  왜냐면 사람들이 내가 되게 공들여서 그렸던 작품보다는 단순한 그림을 좋아하니까. 내가 나를 작가로 생각해야 되는지 사업가로 생각해야 되는지 그것 때문에 끝나고 3주 동안을 날려버린 것 같아.
내가 그리고 싶은 건 내 상상을 더해서 그리는 건데 막상 사람들은 그것보다 고래나 오리나 이런 단순하고 명료한 걸 좋아하니까 뭘 따라가야 될 지 몰라서 그것도 지금도 고민 중이야. 그래서 내 정체성이 살짝 흔들렸어. 뭘 좋아하고 뭘 하기 싫은 건지 작업할 때 그런 게 고민이지.  -언제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나요? 처음에는 내가 너무 쓸모가 없다는 생각에 당장 일을 하고 싶은 거야. 처음에는 한 달만 다녀보고 생각하자 했는데, 좋아하는 일은 아니지만 어렵지도 않아서 그때 생각했지. ‘돈을 이천만 원만 모아서 나오자.' 그래도 내 회사는 아니지만 대박이 나면 기분이 좋더라고. 생각보다 재미는 있지만 원래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어.  근데 결국은 서일페에 나가보고 싶어서 퇴사를 선택한 것 같아. 내가 한 가지밖에 못한다고 했잖아. 
나는 텀블벅도 하고 싶고 리소 스튜디오도 하고 싶고 달력도 만들고 싶고 그림책도 만들고 싶고 독립출판도 하고 싶어. 근데 내가 살면서 사업을 안 할 수도 있지만 할 수도 있잖아. 어쨌든 회사에서 배운 걸 50퍼센트 확률로 쓸 수 있잖아. 그래서 뭐든지 경험이라고 생각해.
지금은 평소에 정해진 루틴이 있어. 8시에는 일어나. 8시 이후에 일어나면 굉장히 자괴감이 심해. 집에 있는 사람들이 다 나가면 그때부턴 되게 조용해. 내 세상이잖아. 밥 먹고 10시 땡 하면 자리에 앉아. 그건 정해져있어. 그리고 무조건 12시나 1시에는 누워. 왜냐면 그때 되면 의욕이 떨어져. 
엄마가 퇴근을 한시 반에 하는데 엄마랑 1시간 떠들어. 떠들어 줘야 돼. 그날 할당량의 말을 다 못하면 입이 굳어서 힘들어. 가끔가다가 새로 생긴 카페 있으면 가거나, 내 낙은 장 보러 가는 거야.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나요? 요새 내가 최대한 행복한 쪽으로 행동한단 말이야.  예를 들면 굳이 아빠가 싫은 소리 하는 걸 듣고서 똑같이 하지 않고 아빠 생각은 그런 거구나 받아들이려고 해. 세상을 아름답게 보려고 하고 있어. 이옥섭 감독이 나와서 말했잖아. 그거 듣고 한 대 맞은 것처럼 저런 사람도 있구나 했어.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면 너무 먼 미래라 상상은 안 가는데 우선 돈을 모아서 리소 스튜디오 차리는 게 최대 목표야. 이게 35살에 못 이루었다고 해도 50살에 이룰 수 있잖아. 내 그림은 안 늙잖아. 난 그래서 내 직업이 좋은 것 같아.
나는 어떻게 살고 싶냐는 질문에 신념을 말 못 할 것 같아. 그 모순된 사람이 되는 느낌이 싫어. 근데 엄마가 옛날부터 자기는 돈이 많았으면 예술을 하고 싶은데 지원을 못 받는 친구들을 후원해 주거나 유기견이나 유기묘 센터를 운영해서 절대 안락사를 시키지 않고 싶다고 얘기해서 나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단 말이야. 여건만 되면 그런 것도 하고 싶어.
작가면 우선 상상을 해야 한단 말이야. 그래서 작업할 때 너무 힘들어. 애들은 나뭇잎만 봐도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하잖아. 내가 학교 다닐 때 제일 힘들었던 게 브레인스토밍이야. 나는 상상을 해도 현실적인 상상을 하지.  신념도 생각해 보면 상상이야. ‘되고 싶다’잖아. -그림을 왜 그리나요? 나는 태생이 되게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단 말이야. 어쩔 수 없이 나는 나만 생각해. 그래서 친구랑 하는 프로젝트 이름도 ‘MEME'야. 둘 다 자기를 기준으로 작업을 하거든. 그런 걸 보면 나는 한 번도 상대방이 좋아할 것 같아서 그린 적은 없는 것 같아. 나는 말도 잘 못하고 연기로 분출하거나 춤을 출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그��이라고 생각해. 내가 일기 쓰면서 고민이나 불안을 털어놓는다고 했잖아. 글로 써서 날려버리는 것처럼 그림으로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그래서 상대방이 내 그림을 좋아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이유도 나는 공감을 바라면서 그리진 않아서야. 단순하게 얘기하자면 그냥 ‘내 얘기를 하고 싶어서, 내가 좋아하는 걸 그리고 싶어서’인 것 같아. 
내 첫 그림에 대한 기억이 엄마가 나한테 그려준 토끼랑 여우야.  나 9살까지 외동이었잖아. 동네도 마을이니까 친구들이랑 노는 거 아니면 혼자서 그림 그리고 놀았거든. 내가 그림 그리고 싶은데 종이가 없어서 자고 있는 엄마를 깨웠는데, 엄마가 벽에다 그리라고 했어. 그래서 벽에다 그림 그리다가 엄마가 토끼랑 여우를 그려줬는데 난 그게 너무 강렬했나 봐. 너무 귀여웠어 그림이. 그게 내가 태어나서 첫 기억이야. 몇 살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그 토끼 그림이 기억나.
다음으로 강렬했던 게 초등학교 1학년 때 식목일 기념으로 그림일기를 그려야 했어. 그때 나무를 안 심었는데 그냥 심었다고 거짓말로 그려서 냈는데 그게 최우수상이 된 거야. 단상에 올라가서 상을 받았거든. 그때 살짝 부끄러웠어. 그 기억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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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doll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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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매거진’을 만들���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와 대화할 때면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내가 잘하는 건 이거구나’라고 느꼈어요. 늘 타인에 대한 호기심을 품고 살아와서 사람들과 삶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막상 시작하니 궁금했던 사람들을 만날 그럴듯한 명분이자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기 좋은 수단이라 더더욱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만날 모든 분들께…
“저는 당신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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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매거진>은 남보라가 사람들과 나눈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매거진입니다. 세 가지 질문에 대답해 주세요.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나요?"
+뜬구름 잡는 질문(당일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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