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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oversocialization · 26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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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앤 스스로의 양면성을 납득하는 일을 힘들어했다. 사회적 페르소나라는 말로 축약되는 이분법적 도식을 머리에 줄줄 그려 보자면 속에서 화하게 알러지 반응이 일었다. 언어로써 정의하기 시작하면 콧잔등이 가려웠고, 마침표들을 연결할 때마다 오금이 뜨거워졌다. 묘사되는 것이 싫었다. 괴리가 싫었다. 차라리 깊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누그러진 은유 속에 살았다. 경계도 차이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서 자기를 불편하게 하는 비합리성을 외면하며 유야무야 있었다. 망설인 결정들이 방어 기제인지, 진실로 그애 열망의 투사인지 이해하는 일을 미뤘다.
모서리가 있는 선과 떨어지는 직유로 이루어진 세상이다. 그앤 비밀스럽지도 특별히 똑똑하지도 않은, 그저 곤죽 같은 몸에 깃든 곤죽 같은 영혼으로, 기울어지는 쪽으로 기울어지며 질질거리기나 했다. 무엇에도 대답하지 않으며.
도저히 명확할 줄 몰라 여태 어른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길고 꾸준한 대화로 이러한 증세를 해소하고 싶지만 1. 말할 자신이 없어, 2.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 지금도 그앤 마냥 칭얼거리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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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oversocialization · 26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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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원했다. 동떨어진 이상이 좋아 보였다. 어떠한 직업군이라든지 삶의 지표가 아닌, 막연히 빼곡한 행복이나 완벽한 복수 같은 것들. 모든 것이 해결되는 카타르시스적 엔딩을, 아무것도 아쉽지 않은 상태를 갈망했다. 무려 초월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무모하지만 우스운 일은 아니었다고 여전히 생각한다.
나는 운을 따라 흘렀다. 계획과 야망 대신 커다란 취향과 아집을 타고, 큰 불만도 제대로 된 만족도 없이. 그럼에도 내도록 꿈과 밀접해 있다고 느꼈다. 정말로 아무것도 구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생을 확률에게 저당 주고 의식 너머로 오래오래 도피했다. 빠른 해소를 위해, 잠들어 꿈을 만나기 위해 각�� 핑계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남용했다.
(그런데 갑자기
무언가 바뀌었다)
맥락도 계기도 없이 문득 일어난 일이었다. 단순하고 명료하게 어떤 기로를 넘었다. 그렇게 우연히 현실에 봉착하게 되자 헷갈리기 시작했다. 흔한 표현을 차용하면 발가벗겨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당시 형용되지 않아 에두르고 포장한 덩어리를 문자로써 토했다. 여전히 말도 안 되지만 흐트러진 텍스트나마 첨부한다. 증오 없이 소원하는 글은 오래도록 처음이었다.
*2021년 6월 메모 中
야 뒤숭숭해서 배길 수가 없구나
내장이 고르지 못하게 들뛰는 것이 이거 죽을병은 아닐까
내게 호흡만큼 직관적인 게 없었는데
안정하고 싶어
단단한 사지로 꺼지지 않는 땅을 짚고 안정하고 싶어
쥐이며 명료한 것을 믿고 싶어
이름 대신 불리고 싶어 알려지지 않고 싶어
터무니없이 함축된 것들을 맨손가락으로 분해하고 있어
움틀 수 있을까
찧인 손톱에 푸른기가 가시면
요령 없이 멈칫거리는 시선도 미워하지 않게 되면
그렇게도 보장된 평화에 닿고 싶어서
내가 아는 짧은 수학을 기도문처럼 되뇌며
평면에서
소리와 냄새 너머로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나는 유리잔을 모으고 싶다. 잘 깨지는 잔들을 주렁주렁 걸어 둘 공간과 보송보송 닦아 둘 시간과 몇 개째 깨트리고도 공연하지 않은 마음의 탄성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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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oversocialization · 26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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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과 책상을 겸해 사용하는 자취생 B가 있다. 야외용 접이식 플라스틱 테이블이다. 표면이 중심을 향해 오목해 그릇이 미끄러지고 연필이 굴러간다. 또 트랙패드에 무게가 실릴 때마다 랩탑이 삐걱인다. B는 보통 미감에 벗어나는 가구 사정을 비밀에 부친다.
B는 원래, 금방보다 일찍 이사를 나갈 요량으로 침대에 기대 앉을 수 있는 앉은뱅이 상만 하나 두었다. 집에서만큼은 쉬자는 스스로와의 다짐이기도 했다. 그러고 일 년을 살자 무��부터 아작났다.
자세한 사항은 생략하지만 일련의 요인들로 인해, B는 머잖아 원룸에 틀어박혀 지내는 시간이 부쩍 늘게 된다. (사실상 9할의 생활을 방 안에서 해결하게 된다.) 그러자 다른 골치 아픈 사항들을 차치하고도 실질적으로 책상 없이 생활하는 일이 부담스러워졌다.
계획이 틀어진 B는 속으로 조급해했고, 책상을 사기 싫어서 짜증이 났다. 당장이라도 이사를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상을, 무려 책상을 사게 되면 정말로 이 xx 같은 집구석에 발이 묶여 버릴 것만 같았다.
또 비슷한 이유로 B가 차마 하지 않은 일들도 수없다. 예를 들면,
1. 벽에 액자 걸기: B의 자취방은 사방으로 휑하다. 집이 아니라 잠시 머무는 거처이기 때문이다.
2. 유리잔 사용: 깨지는 물건에 애착을 가졌다간 상처입기 십상이다.
3. 각종 상자 버리기: 언제 유용하게 될지 모른다.
4. 제일 작은 소금통보다 큰 소금 구매: 얼마나 남게 될지 모른다.
5. 아이 쇼핑: 견물생심이기 때문에.
이외로 불필요하게 부피가 많이 나가 짐을 쌀 때 번거롭겠다는 이유로 포기한 신발들, 그리고 결국 버려야 할 것들이 아까워서 B는 맨바닥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
알다시피 B는 결국 타협했다. 지금 B의 테이블 위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 중에는
빵끈 없이 둘둘 말린 시리얼, 기울어지는 랩탑, 외장 디스크, 휴대용 스피커, 냄비받침, 호두, 코르크 박힌 와인 오프너, 플라스틱 컵, 브리타 정수기, 라이터, 펜, 휴지 뭉치, 질척한 패배주의, 방향성 없는 기대, 무릎에게 미안함, 후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저한 강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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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oversocialization · 26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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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하나를 지우는 중입니다. 충동에 취약해도 무던한 성정이라 막 저지른 일에 후회 같은 건 없을 줄 알았죠. 애당초 첨부터 도안이랑 달라 버리는 바람에 정말? 이걸? 진정? 평생? 달고 살아야 하나 긴가민가했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누가 그거 마저 채울 거느냐고 묻길래 결국 지웁니다. (제 문신의 개떡 같은 퀄리티와 별개로 참 건방졌다고 생각해요) (그런 같잖은 참견에 휘둘리는 저도 참 지긋지긋합니다)
보통 지우는 비용이 열 배로 든다고 하죠. 학비랑 집세 다음으로 첨 긁어 보는 단위였는데 묘하게 해방감이 들더라고요. 저는 또 극단적인 구석이 있어서 그냥 한 달 일찍 죽은 셈 치기로, 월급 한 번 안 받은 셈 치기로 했어요. 큰 돈 나갈 일이나 멍청비용 날릴 일 생길 때마다 제가 참고 안 새긴 것들을 떠올리곤 했는데 도리어 문신에게 당해 버린 겁니다. 이러는 제가 한심해 보이더라도 어쩔 수 있나요. 이건 제 인생인데요.
그러니까 몸에 새기는 행위에 대해 몇 마디만 더 얹으려고요. 저는 평생 가시적인 것들에 집착해 왔습니다. 가장 직관적이니까요. 유한한 시간을 사는 필멸자로서 영구에 가까운 것을 선망하느라, 정말이지 끊임이 없이 무엇이 진짜인지에 관해 고찰하거든요. 감안하고 끝까지 들으시겠다면 제가 다다른 결론에 대해 굳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문신에 대해서는 적당할 만큼만 지우고 더 큰 그림으로 덮어 버릴 예정입니다. 없던 일처럼 되진 않겠지만 이로써 드러나는 제 이야기의 중점은 저와 당신네들의 개인적 경험에 있습니다.
진짜 진짜 가치는 유동적이고 상대적이라 스스로 스스로에게만 부여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
진짜 진짜로 원한다면 그게 뭐든지간에 세속 너머로 얼마든지 저지르시기를.
당신에게 진짜인 것이 가장 진짜란 걸 납득하시기를.
그리고 조건 없는 응원만을 보내는 누구도 있단 걸 문득씩 기억하시기를.
모쪼록 말이 됐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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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oversocialization · 26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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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꿈에서 날 수 있게 되었다. 정확히는 꿈 상태에서 비행하는 법을 연습해 익혔다. 중학생 시절 이후로 스키장 근처도 간 적 없지만 허벅지 어디에 힘을 주어 중심을 지탱해야 하는지 정도의 감각은 알 것 같은 것처럼, 정말 언젠간 날았던 사람처럼 선명한 머슬 메모리가 깨고 나서도 어깻죽지에 남아 있다.
꿈에서는 비행하는 법을 항상 기억해 낸다. 어쩐지 막혔다, 싶은 상황에 처했을 때 곧장 그 자리에서 바닥을, 창문을 박차고 휭 날아가는 선택지가 있다는 기분은 현실에서 인간의 몸으로 체험하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정말로 곤란해지면 그냥 깨어나면 된다. 잠으로써 단절하고 제어하는 습관이 어찌 쉽고도 간편한지.
그러니까 살아서 자는 잠이란 얼마나 달콤한가. 나는 깨어나는 꿈을 계속 꾸고 싶었다. 다시 잠들 때마다 나를 위해 표백된 새로운 세상과 얼마든지 날 수 있는 몸이 주어지는 게 좋았다. 영화처럼 한순간 맺어지고 다시 시작돼 부담도 책임도 없는 경험이 마구 자유로웠다. 마주보기 싫은 것들을 상쇄하기 위해, 머리꼭대기를 죄는 불안에서 도피하기 위해 열심히 날아다녔다.
잠자는 일이 어찌 아득하고 정확하게 나를 위로하는지, 나는 꿈을 꾸기 위해서라도 절대 죽지 않을지 모른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날면 날수록 내가 할 수 있는 말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내 무의식 덩어리가 일순간 자리 뜨는 방법을 깨쳤듯 언어도 어떤 생각도 새털처럼 가벼워져 금세금세 휘발했기 때문이다. 연고 없는 세상에 떨어질 때마다, 매번 새로운 맥락 속을 유영하고 다시 깨어날 때마다 문제들이 새로고침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휘날리는 문장 재료들을 그러쥐고 괄호 속에서만 말했다. 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말할 수 없었다. 듣는 사람에게도 말이 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죽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 있었지만 말은 없었다. 출력 버튼에 겨우 반응할 뿐 아무것도 발화하지 않아 안전한 것이 되었다.
아무것도 거스르지 않고, 아무와도 불화하지 않고, 아무도 슬프지도 화나지도 않으면 안전하다.
그때, 그렇게 목숨만 붙어 방부처리된 껍데기를 마주보았을 때, 비로소 내가 하지 못한 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속이 썩어들어가기 전에 해야만 하는 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회로에 무저갱 가는 길목만 유별나게 닦여 있대도, 관두는 게 아무리 타산에 맞아 보여도, 적어도 지금 생동하려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는 올해 용기를 내어 오래 걸리는 약속들을 했다. 삶을 큰 단위로 연장시키는 것은 처음 해 보는 일이었다. 그 긴 시간 사이 모르는 사람과 하릴없는 수다에 재미 붙인다거나 별안간 안부 인사 같은 걸 더 하게 되진 않겠지만 나는 가만히 있지도 않을 것이다. 곡해당하고 오해받더라도 썩지 않기 위해 뭐라도 말할 것이다. 결국 증명되지 않더라도 말할 것이다.
오래 걸리는 약속들을 지키려면 깨어나 살아야 한다. 꿈꾸기 위해 살 것이고, 살기 위해 말할 것이다.
나는 매일 깨어나는 꿈을 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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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oversocialization · 26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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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단어로 된 사람들은 조금 다른 걸 믿을까 예컨대 내 이름이 도리였음 도리 있었을까 싶은 거야 그런 고착은 어떤 본질과도 멀고멀어 주제 없이 원하지도 않는 것들을 안고 살게 하고 그래
너의 이름이 사어가 되어서, 무고했는데 부정당해 버려서 난 그 맥빠진 자모를 양손바닥에 받쳐 들고 어디 내려 놓지도 못하고 한숨도 못 쉬고 이와 혀로 긁어먹었다
농간에 빠져 죽은 시체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해? 네가 고른 게 옳았다면 어째서 이런 애도에 한세월이나 태워야 해 사랑했던 것들만 미워하게 된다고 그렇게 선수친 게 도저히 용서 안 될 정도로 분통터져서 아무리 보태도 그런 구린 말만 미워빠진 말밖에는 못 한다고
그래서 너에게 할당된 운은 다 썼니? 아직 겪지 못한 종류의 행복은 정말 없었니
결국 사랑했던 것들만 미워하게 된다고
저기 누가 있는데 그게 너일 것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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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oversocialization · 26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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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은 굳이 찾지도 귀담아 듣지도 않는 습성이다. 작년의 나도 별다르지 않았다. 지난 시제의 나도 나였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정말 나에게 있었던 일만 같은 기억들과 문자 내역, 사진첩 기록으로 추정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간밤 실수로 잘못된 선택을 한 평행 우주의 내가 원래 내가 있었던 자리를 꿰차고 데이터를 옮겨받은 게 아니라면 아마도 높은 확률로.
나는 태어난 순간부터 어떤 선택을 하든 모두 나인가? 작년 개봉한 모 영화를 보고부터 문득씩 되씹는 질문이다. 내 뼈와 살과 유전적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으면 나인가? 나와 생김새가 동일하면 나인가? 나와 좌표가 같으면 나인가? 나와 선택 알고리즘이 같으면 나인가?
예를 들어 작년의 나.
흡연 습관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유독해졌고, 죄의식도 책임감도 없이 음식을 입에 마구 집어넣었고, 부끄럼 없이 정당화했고, 쉽게 그러나 힘껏 미워했고, 구실하는 사람처럼 사유하기를 종종보다 자주 포기했고, 분명히 의식하고는 일부러 모른 척했고, 누구들이 싫어하는 어떤 것에 확연히 더 가까워졌다.
어떤 선택의 갈래부터 나인가? 나는 작년부터 나였나? 나라고 여기고 싶지 않은 것도 나인가?
영화는 모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택한 것이 가장 나라고 결론짓는다. 간밤 바꿔치기당한 나도 정말 나라면 아마도 높은 확률로 그냥 내가 될 것이다. 조언을 굳이 찾지도 귀담아 듣지도 않는 습성이라면. 미래에서 온 내가 지금껏 아무도 깨치지 못한 세상의 진리를 알려 주겠다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선택으로써 정의하기에 의구심으로 증명되는 나는 어떤 대답에도 계속 질문하고 있을 것이다. 작년의 나야 어차피 어리둥절한 내가 될 테니 감수하고 알아서 하라는 게 나의 조언 아닌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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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oversocialization · 26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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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는 입장에 있어 사유란 저주. 숙명이라고 퉁치는 것도 게으르다. 도저히 셀 수도 없는 그네들의 아류이며 시냅스에 흐르는 신호로 간신히 대변되는 자아. 스스로가 삶의 무가치성을 입증하는 표본처럼 느껴진다면 어떨까. 우연히 형체를 부여받은 정보 덩어리 같다면. 껍데기로 서서히 체득한 위화감은 심부까지 전이되어 x라고 여겨지는 것의 형질을 흩뜨려 놓았다. 이제 x를 x라고 부를 수도 없게 되었다.
생애에 의미를 두지 말아야지. 그렇지만 21세기 인류에게 쏟아지는 윤리적 숙제와 마땅히 몫을 다해야 할 인간된 도리 앞에서 무참히 옹색해지는 것이다. 다면적이고 교차적이고 동시다발적인 인류의 노폐물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심지어 새롭지도 않은 쓰레기를 재생산하는 것이다. x가 가장 견디기 힘들어했던 지점.
가진 기대가 터무니없이 커서 그래. 그냥 어딘가 과해서 그래. 분노와 수긍과 “그런데”로 시작하는 맺음 없는 문장들과 회귀와 타협과 각종 디스포리아적 망상 끝 도대체 답이 없으신 역설의 본질을 꼬집으며 머리에 자욱한 개똥철학을 대충 무른다. 욕 나오지. 그래도 부디 자조함으로 스스로 타자 삼고 수동적 면죄 구하는 기만은 저지르지 않도록. 도넛의 겉면을 타고 걸으며 하나의 구멍을 무한히 통과하더라도 두고 보아야만 알 수 있을 것.
(이건 어떤 희망적인 세리프가 아니라 진짜 그냥 그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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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oversocialization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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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생각은 네 생각이 아니지
너의 언어로 통역된 정보일 뿐
가끔은 명료하고 함축적인 단어
가끔은 더 큰 단위에 이르는 미사여구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데 사실은 그게 전부야
그건 네가 애써 정의하지 않은 것
스스로 자꾸 이름붙이는 주체
그래도 이렇게 적으면 시가 돼
그것이 나의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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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oversocialization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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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nch-drunk 라는 표현이 있다. 머리를 얻어맞은 듯 어질어질한 느낌을 말하는 단어인데, 그 표현을 차용한 <펀치 드렁크 러브>라는 제목의 폴 토마스 앤더슨 영화와 영화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 쓴 샤이니의 수록곡도 존재한다. 그야말로 아찔하고 혼란하고 충격적인 사랑을 감각적으로 농축해 놓은 제목이다.
사랑이라는 소재는 미디엄을 막론한 창작물에 있어 클리셰이자 클래식이지만 개중 내가 특히 곱씹게 되는 가사들에는 구체적인 공통점이 있다.
세상 만사 회의적인 주제에 사랑에 있어서는 거짓말 같을 정도로 무모한 노래가 좋다. 물론 나란 인간이 불건강한 방식의 메타적 사고에 취약한 타입이라 사랑에 대해 최소한의 생각이란 걸 하기 시작했다간 곧장 철학적 접근으로 새 버려서 오히려 감정선을 놓치기 일쑤인데, 더더욱 그렇기 때문에 확연한 태도와 노골적인 표현으로 사랑을 다룬 가사에 잘 꽂힌다.
사랑 하나 때문에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순간이란. 외곬에 대한 유구한 로망을 가사로 척척 이루어 준다. 너를 모른 시간이 아깝다는 표현보다 사랑에 가까운 말이 있을까?
이별도 재회도 없는 닫힌 세계관 속, 미사여구에 담긴 간지러운 설렘이 아닌 호기심을 차치한 확신.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반증하려 들어도 사랑의 영속성 같은 건 여전히 믿고 있지 않지만, 몰래 열렬히 사랑하며 맘 한 구석으로 로맨스 판타지를 꿈꾸는 건 내 자유다.
언젠가 문득 너무 사랑하는 마음이 들 때면 그 시끄러운 사랑들이 차라리 수치로 보였으면 생각한 적이 있다. 내 마음의 성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고, 전하고픈 사랑의 방식이 벅차도록 다양해 망설여졌던 순간. 역사상 가장 짙은 사랑이 닿은 객체로 세상 너머의 서기가 기록했으면 좋겠다고, 사랑의 실태가 차별이라는 말에 기꺼이 너를 연상했다고. 무례하지 않고 사랑하고 싶다가도, 사랑의 정점이 폭력이라면 그걸 건네고 싶기도 하다고.
지금이야 감히 그런 문장들을 구구절절 적어내리게 했던 경험 후 헤드폰 속 셔플에 귀 맡긴 채 혼자 키패드나 두드리고 앉았지만, 가끔 이렇게 되씹자면 그냥 그런 게 있었던 것 하나로 족하기도 하다. (거짓말일 수도 있다.)
나는 첫사랑을 세 번이나 갱신했기 때문에 스스로가 정립한 낭만주의에서 탈락했다. 혈기왕성 중학생도 아니고, 고작 화학 반응에 눈깔이 돌아 남은 인생을 냅다 배팅해 버리는 당돌함도 없다. 그렇지만 착각의 여지 다분한 직관적 사랑 타령에 백발백중 맘 설렌다. 설사 그것이 죽음일지라도 그 감정의 필멸성과 부질 없음 때문에 사랑의 정수란 더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 아닐까. 순수한 사랑에 대한 헌시는 문화와 미디어가 ��공하는 단물이지. 죽음이 나와 사랑을 갈라 놓을 때까지 쪽쪽 빨아 먹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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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oversocialization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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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21 물음
고립은 세계를 평평하게 만든다. 아무 큰 물이나 찾아 배 띄웠다간 곧 바다의 끝을 만나 뚝 떨어질 것만 같다. 내가 최근에 접한 물이라곤
빈속에 때려 넣은 탄산수
중반부 세 곡이 엄청 길었던 샤워
건너편 건물 옥상에 고인 빗물
정도로, 도무지 다른 물이라곤 연상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제 꿈을 꿨다. 눅눅하고도 건조한 속성을 타고나, 습관적으로 어떤 물기에 관한 비유를 일삼다 종종 무의식 등지에서 잠수하게 된다. 모호함이 제공하는 안정을 밤새 만끽하고 어리둥절하게 깨어나면 머리꼭지까지 찰랑거리는 의문.......
준비 덜 된 폐부로 들이쉬느라 속에서 치는 파도가 멎을 때까지 다독이듯 되새긴 생각이 있다. 떠내려가는 입장에 있어 커다란 물을 이해하는 것은, 지구가 둥글어 떨어질 절벽이 없다는 사실에 지리학적으로 안도하는 것이 아니라, 밤중에도 태양을 맞는 타인의 아침을 경험하는 것. 돌고 섞이며 어지럽게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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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oversocialization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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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21 환상 죽이기
똑같은 공간, 똑같은 축에 똑같이 자리한 어느 날엔 문득 초월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어제까지는 아주 뭉툭하고 느려터진 시간에게 짓이겨지는 중이었는데. 회로가 반응하자 발치에서 공전하던 위성이 폭발했다. 형언할 수 없는 부분이 얼핏 가벼워졌다.
분명 어제까지는 결이 사라진 피부를 더듬거리는 일로 권태를 셌는데. 무용한 것들의 수를 늘리면서 이따금 존댓말로 용서나 빌었는데. 불쑥 등장하는 수동적 종말을 자꾸 문밖에 세웠는데. 나는 통증 언저리에서 가장 생동했다. 선을 짓이기고 넘나들었다. 단죄를 명분 삼아 가해하며 스스로의 정의를 구현하는 척했다. 죄송합니다. 기판에 철철 흐르는 아집으로 가동되는 모순. 하지만은.
곧이어 침전한 이해의 파편들로 누그러진 공식을 ���로 적어 보았다.
하나, 요란하게나마 수긍할 것.
둘, 나를 기다리는 곳은 없다.
셋, 종교적 맹목성이 관통한 자리는 미련��� 세속으로 덮는다.
넷, 더더욱 절망하며 또 새롭게 절망키를.
다섯, 기색 없는 직유로 호흡하기 위해 어떤 낭비를 계속하기를.
그러니까 억지 당위에 죽고사는 짓거리는 이만 관두기로 한다. 파괴적 습성을 돌보며 아득하게 구차해질 작정으로.
응. 사랑하는 나의 환상은 고작 이런 식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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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oversocialization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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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21 후추의 맛
어린애는 속으로 까다로웠다.
소위 패밀리 레스토랑의 잔뜩 기스난, 왠지 불쾌한 미온의, 게다가 투박하게 두껍기까지 한 접시가 무진장 신경 거슬렸다. 그 아래 깔린 테이블 셋팅지에는 왜인지 어떻게든 손가락을 베였다. 사우전 아일랜드 냄새가 어수선하게 풍기고, 너무 구체적인 의도의 저명도 조명은 아늑은커녕 쏠리도록 텁텁하기만 했다. 불량스런 색깔의 디저트 젤리 더미는 그애 동심과 거리가 멀었다.
후추의 첫인상이 대강 그랬다. 꼴에 메인 디쉬라고 만얼마씩 해 먹는 짭퉁 까르보나라에 배려 없이 왕창 쏟아져 있었다. 그래도 시켜야 했다. 스파게티적 스파게티는 지루했으니까. 지뢰 찾는 게임처럼 임했다. 목구멍 너머로 훅 끼칠 때마다 꼭 팔방으로 티 내면서.
속설인데, 사람의 입맛은 7년 주기로 바뀐다고 한다. 적어도 그때부터 두어 번은 새로 재생됐을 미뢰들이 과연 섬세해진 건지 생략하게 된 건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덜 갈린 후추를 우지끈 씹을 때마다 여전히 막연해지는 꼬마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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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oversocialization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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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420
실없는 것들로 위태로운 위로를 구하는 해. 증오하는 너의 또 가증스런 일기를 훔쳐 읽으며 조소하는 달. 열렬히 사랑하다가도 사그라들고, 금세 유약한 네 안위를 걱정하고. 그래도 아마 넌 나보다 잘 지내겠지. 잘 지내야 해. 왜냐하면 내��� 가장 못 지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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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oversocialization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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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120
안락하기 위해 스위스까지 비행하는 것 본인 대상으로 필리핀 청부 살인을 의뢰하는 것 아니면 알아서 간편히 뒤지는 것 통상적으로 인간적인 존엄과 세속적 값의 타산은 어떻게 매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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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oversocialization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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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19
하늘색에 연연하는 사람을 마음으로 힐난한 적 있다. 그때 나는 지겹게 파란 여름에 살았다.
내가 처음으로 울음을 터트렸던 건 빗속. 겨울 장마. 여러 나절 해가 지지 않는 곳에서, 밤처럼 까마득한 낮이었고, 두텁게 눅눅한 가슴께를 관통하던, 낭만에게, 배신감. 지붕 없는 정류장에서 형체 없는 증오가 동그마니 피었다. 어디를 헤집어도 쥐이는 게 없었다.
당연했던 것들이 낯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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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oversocialization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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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519
내 추잡스런 본성에 대해 캐물어 줘 넌 죽어 마땅하다고 고심 끝에 말해 줘 어쩔 수 없다는 듯 오래 참은 고백처럼 뱉어 줘 내 마지막 증인이 되어 줘 누구라도 좋으니 날 단죄시켜 줘 벌로써 환생하고 싶어 치밀한 객관성으로 구원받고 싶어 제발 나를 죽여 줘 살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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