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wanna be here? Send us removal request.
sleepoversocialization · 5 days ago
Text
네 생각은 네 생각이 아니지
너의 언어로 통역된 정보일 뿐
가끔은 명료하고 함축적인 단어
가끔은 더 큰 단위에 이르는 미사여구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데 사실은 그게 전부야
그건 네가 애써 정의하지 않은 것
스스로 자꾸 이름붙이는 주체
그래도 이렇게 적으면 시가 돼
그것이 나의 포인트
0 notes
sleepoversocialization · 4 years ago
Text
Punch-drunk 라는 표현이 있다. 머리를 얻어맞은 듯 어질어질한 느낌을 말하는 단어인데, 그 표현을 차용한 <펀치 드렁크 러브>라는 제목의 폴 토마스 앤더슨 영화와 영화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 쓴 샤이니의 수록곡도 존재한다. 그야말로 아찔하고 혼란하고 충격적인 사랑을 감각적으로 농축해 놓은 제목이다. 사랑이라는 소재는 미디엄을 막론한 창작물에 있어 클리셰이자 클래식이지만 개중 내가 특히 곱씹게 되는 가사들에는 구체적인 공통점이 있다.
세상 만사 회의적인 주제에 사랑에 있어서는 거짓말 같을 정도로 무모한 노래가 좋다. 물론 나란 인간이 불건강한 방식의 메타적 사고에 취약한 타입이라 사랑에 대해 최소한의 생각이란 걸 하기 시작했다간 곧장 철학적 접근으로 새 버려서 오히려 감정선을 놓치기 일쑤인데, 더더욱 그렇기 때문에 확연한 태도와 노골적인 표현으로 사랑을 다룬 가사에 잘 꽂힌다.
사랑 하나 때문에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순간이란. 외곬에 대한 유구한 로망을 가사로 척척 이루어 준다. 너를 모른 시간이 아깝다는 표현보다 사랑에 가까운 말이 있을까?
이별도 재회도 없는 닫힌 세계관 속, 미사여구에 담긴 간지러운 설렘이 아닌 호기심을 차치한 확신.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반증하려 들어도 사랑의 영속성 같은 건 여전히 믿고 있지 않지만, 몰래 열렬히 사랑하며 맘 한 구석으로 로맨스 판타지를 꿈꾸는 건 내 자유다.
언젠가 문득 너무 사랑하는 마음이 들 때면 그 시끄러운 사랑들이 차라리 수치로 보였으면 생각한 적이 있다. 내 마음의 성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고, 전하고픈 사랑의 방식�� 벅차도록 다양해 망설여졌던 순간. 역사상 가장 짙은 사랑이 닿은 객체로 세상 너머의 서기가 기록했으면 좋겠다고, 사랑의 실태가 차별이라는 말에 기꺼이 너를 연상했다고. 무례하지 않고 사랑하고 싶다가도, 사랑의 정점이 폭력이라면 그걸 건네고 싶기도 하다고.
지금이야 감히 그런 문장들을 구구절절 적어내리게 했던 경험 후 헤드폰 속 셔플에 귀 맡긴 채 혼자 키패드나 두드리고 앉았지만, 가끔 이렇게 되씹자면 그냥 그런 게 있었던 것 하나로 족하기도 하다. (거짓말일 수도 있다.)
나는 첫사랑을 세 번이나 갱신했기 때문에 스스로가 정립한 낭만주의에서 탈락했다. 혈기왕성 중학생도 아니고, 고작 화학 반응에 눈깔이 돌아 남은 인생을 냅다 배팅해 버리는 당돌함도 없다. 그렇지만 착각의 여지 다분한 직관적 사랑 타령에 백발백중 맘 설렌다. 설사 그것이 죽음일지라도 그 감정의 필멸성과 부질 없음 때문에 사랑의 정수란 더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 아닐까. 순수한 사랑에 대한 헌시는 문화와 미디어가 제공하는 단물이지. 죽음이 나와 사랑을 갈라 놓을 때까지 쪽쪽 빨아 먹을 테다.
1 note · View note
sleepoversocialization · 4 years ago
Text
052821 물음
고립은 세계를 평평하게 만든다. 아무 큰 물이나 찾아 배 띄웠다간 곧 바다의 끝을 만나 뚝 떨어질 것만 같다. 내가 최근에 접한 물이라곤
빈속에 때려 넣은 탄산수
중반부 세 곡이 엄청 길었던 샤워
건너편 건물 옥상에 고인 빗물
정도로, 도무지 다른 물이라곤 연상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제 꿈을 꿨다. 눅눅하고도 건조한 속성을 타고나, 습관적으로 어떤 물기에 관한 비유를 일삼다 종종 무의식 등지에서 잠수하게 된다. 모호함이 제공하는 안정을 밤새 만끽하고 어리둥절하게 깨어나면 머리꼭지까지 찰랑거리는 의문.......
준비 덜 된 폐부로 들이쉬느라 속에서 치는 파도가 멎을 때까지 다독이듯 되새긴 생각이 있다. 떠내려가는 ��장에 있어 커다란 물을 이해하는 것은, 지구가 둥글어 떨어질 절벽이 없다는 사실에 지리학적으로 안도하는 것이 아니라, 밤중에도 태양을 맞는 타인의 아침을 경험하는 것. 돌고 섞이며 어지럽게나마.
0 notes
sleepoversocialization · 4 years ago
Text
050721 환상 죽이기
똑같은 공간, 똑같은 축에 똑같이 자리한 어느 날엔 문득 초월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어제까지는 아주 뭉툭하고 느려터진 시간에게 짓이겨지는 중이었는데. 회로가 반응하자 발치에서 공전하던 위성이 폭발했다. 형언할 수 없는 부분이 얼핏 가벼워졌다.
분명 어제까지는 결이 사라진 피부를 더듬거리는 일로 권태를 셌는데. 무용한 것들의 수를 늘리면서 이따금 존댓말로 용서나 빌었는데. 불쑥 등장하는 수동적 종말을 자꾸 문밖에 세웠는데. 나는 통증 언저리에서 가장 생동했다. 선을 짓이기고 넘나들었다. 단죄를 명분 삼아 가해하며 스스로의 정의를 구현하는 척했다. 죄송합니다. 기판에 철철 흐르는 아집으로 가동되는 모순. 하지만은.
곧이어 침전한 이해의 파편들로 누그러진 공식을 새로 적어 보았다.
하나, 요란하게나마 수긍할 것.
둘, 나를 기다리는 곳은 없다.
셋, 종교적 맹목성이 관통한 자리는 미련과 세속으로 덮는다.
넷, 더더욱 절망하며 또 새롭게 절망키를.
다섯, 기색 없는 직유로 호흡하기 위해 어떤 낭비를 계속하기를.
그러니까 억지 당위에 죽고사는 짓거리는 이만 관두기로 한다. 파괴적 습성을 돌보며 아득하게 구차해질 작정으로.
응. 사랑하는 나의 환상은 고작 이런 식으로 떠났다.
0 notes
sleepoversocialization · 4 years ago
Text
050321 후추의 맛
어린애는 속으로 까다로웠다.
소위 패밀리 레스토랑의 잔뜩 기스난, 왠지 불쾌한 미온의, 게다가 투박하게 두껍기까지 한 접시가 무진장 신경 거슬렸다. 그 아래 깔��� 테이블 셋팅지에는 왜인지 어떻게든 손가락을 ��였다. 사우전 아일랜드 냄새가 어수선하게 풍기고, 너무 구체적인 의도의 저명도 조명은 아늑은커녕 쏠리도록 텁텁하기만 했다. 불량스런 색깔의 디저트 젤리 더미는 그애 동심과 거리가 멀었다.
후추의 첫인상이 대강 그랬다. 꼴에 메인 디쉬라고 만얼마씩 해 먹는 짭퉁 까르보나라에 배려 없이 왕창 쏟아져 있었다. 그래도 시켜야 했다. 스파게티적 스파게티는 지루했으니까. 지뢰 찾는 게임처럼 임했다. 목구멍 너머로 훅 끼칠 때마다 꼭 팔방으로 티 내면서.
속설인데, 사람의 입맛은 7년 주기로 바뀐다고 한다. 적어도 그때부터 두어 번은 새로 재생됐을 미뢰들이 과연 섬세해진 건지 생략하게 된 건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덜 갈린 후추를 우지끈 씹을 때마다 여전히 막연해지는 꼬마일 수밖에.
0 notes
sleepoversocialization · 5 years ago
Text
040420
실없는 것들로 위태로운 위로를 구하는 해. 증오하는 너의 또 가증스런 일기를 훔쳐 읽으며 조소하는 달. 열렬히 사랑하다가도 사그라들고, 금세 유약한 네 안위를 걱정하고. 그래도 아마 넌 나보다 잘 지내겠지. 잘 지내야 해. 왜냐하면 내가 가장 못 지내야 하니까. 
0 notes
sleepoversocialization · 5 years ago
Text
011120
안락하기 위해 스위스까지 비행하는 것 본인 대상으로 필리핀 청부 살인을 의뢰하는 것 아니면 알아서 간편히 뒤지는 것 통상적으로 인간적인 존엄과 세속적 값의 타산은 어떻게 매겨야 할까
0 notes
sleepoversocialization · 5 years ago
Text
121319
하늘색에 연연하는 사람을 마음으로 힐난한 적 있다. 그때 나는 지겹게 파란 여름에 살았다.
내가 처음으로 울음을 터트렸던 건 빗속. 겨울 ��마. 여러 나절 해가 지지 않는 곳에서, 밤처럼 까마득한 낮이었고, 두텁게 눅눅한 가슴께를 관통하던, 낭만에게, 배신감. 지붕 없는 정류장에서 형체 없는 증오가 동그마니 피었다. 어디를 헤집어도 쥐이는 게 없었다.
당연했던 것들이 낯설어졌다. 
0 notes
sleepoversocialization · 6 years ago
Text
021519
내 추잡스런 본성에 대해 캐물어 줘 넌 죽어 마땅하다고 고심 끝에 말해 줘 어쩔 수 없다는 듯 오래 참은 고백처럼 뱉어 줘 내 마지막 증인이 되어 줘 누구라도 좋으니 날 단죄시켜 줘 벌로써 환생하고 싶어 치밀한 객관성으로 구원받고 싶어 제발 나를 죽여 줘 살려 줘
0 notes
sleepoversocialization · 6 years ago
Text
121318 할리우드에 사는 너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난 네가 죽었을까 봐 걱정했어. 소식 없는 상대라면 객사했을 거라고 단정짓는 습관을 네 덕에 깨쳤다. 네 생사도 모르지만 꾸준히 찾아 들어. 을묘.
너의 맥락은 지루함이었을까, 나른함이었을까. 못내 이해하지 못해 종종 생각해. 아니면 연고 없는 네 알파벳이 모여 겨우 늘어지는 한 음절을 이룬다는 것이었을까.
네 정수리 위를 지나고 있으니 오늘은 기지개도 곁들여 주라. 일몰을 세 시간이나 일찍 맞을 거 바다라도 건너는 편이 낭만적이었을 텐데. 그래도 네가 정말로 죽어 있진 않았으면, 좋겠다. 거긴 웨스트 코스트잖아.
0 notes
sleepoversocialization · 6 years ago
Text
102418
오늘도 고하는 마음으로 삼킵니다
죽지 않고 죽을 순 없을까요
0 notes
sleepoversocialization · 6 years ago
Text
101718 시티
그곳의 지명은 호칭보다 평판이었다 멋없는 감정의 축약이었다 녹지 않고 구르는 자모 대신 뱉어낸 변명이었다
나의 필사적인 회피가 당신에게 가 닿을진 모르겠지만 그곳을 이루는 것이라면 무엇도 모르고 싶었다 빌어먹을 숲에 들어와 아주 살라는데 별안간 소금물에 맛들이고 싶어졌고 딛는 걸음마다 자주 역행했다 고집만큼 달도 기울었다 위성의 기하학마저 어디 부정해 버렸다
그땐 포기할 수 있는 당신을 동경해 척박한 밤들을 여의며 호수 밑바닥발이라도 보송하고 치밀한 편지를 네 통이나 적었지만 지금의 내가 타인을 기특히 여기는 오만은 범하지 않기를
당신도 보이지 짚이는 곳에 자리할수록 클리셰가 된다는 거 차창 너머 그곳의 풍경이나 저절로 잊혀지는 것들에 대한 미련 같은 거 습관이라고 말하는 것도 게으른 습관이니까 어서 관두기로 하자
0 notes
sleepoversocialization · 6 years ago
Text
092618
우리는 막돼먹은 예술이 하고 싶었다 12월 마지막 날 영화에서 본 대로 압생트를 주문했지만 세공된 유리잔도 각설탕도 은 스푼도 주지 않는 거다 그때 직원이 종이컵에 막걸리를 한 잔씩 담아 돌리는데 벌써부터 크게 그르친 느낌이었다
우리가 발명한 자폐적인 컬트에 갇혀 하루에도 수만 번 멸종하는 순정에 장작을 패다 넣고 우리 만한 만성 혐오자들이 없어 눈에 채이는 것마다 상스러운 제목을 붙였다 노상에서 새해를 맞으며 생애를 저주했다
엎어 버린 탱커레이와 불 붙은 휴지 생선 비늘처럼 촘촘한 타일 감정보다 선명한 코발트 블루
차갑게 잔류하는 기억을 밟으며 그것도 진척이라고 바짓단을 접어 올린다 그래도 당신 소원은 꼭 들어줄게 먼저 죽어 달라던 그거
우리는 하등 기색 없이 관례처럼 어묵탕에 소주를 마시고 자판기에서 뽑은 초콜릿 우유를 챙겨 넣었다 피운 건 불인데 왜 물비린내가 뱄을까 까만 엄지�� 아파도 이상하게 서럽진 않았다
0 notes
sleepoversocialization · 6 years ago
Text
092318 멀미
아무렇게나 뛰는 심박을 품고 가장 깊은 곳을 노려본다 멈춰 있는 것들에 심혈을 기울인다 공항으로 향하던 길 카 시트에 쏟아냈던 것들과 발에 쥐가 올라 휘청거리다 펜스를 쥐어야 했던 저녁 기억들이 마구 부대껴 울렁인다
귀가 달려서 괴로운 동물이야, 탁한 숨을 들이쉬면 회의가 목젖에 부딪는다 얼마나 기막힌 곳에 종착하려 오래 앓는 거냐고 해묵은 분통이 들들 끓는다
팽창하고 수축하는 사면 속에서 뭐든지 멎어 버리기를 기원하며
우리는 그네를 타려고 팜파스 휴게소에 정차했다 손톱이 어그러져도 붙들었어야지 머무르는 게 타성이라도 진자 운동으로 위안하던 시절은 가고 없어서 흩어지는 활자들을 시선으로 재봉한다
0 notes
sleepoversocialization · 6 years ago
Text
11xx15 A에게
난 수동적으로 능동적이 된다. 제안하는 네게 굴하는 것도 나의 비속한 본능이다. 네 자아에 기생하며 열정에 편승하겠다, 너처럼 아름다운 짐승이라면.
네가 머리를 자른 날, 처음 집으로 초대한 날. 무모한 치기와 서툰 칼질. 비슷한 높이의 공중에서 질문들이 엉키다 흩어지던, 네가 날 처음으로 이해하던 순간.
우리 가까워지지 말자. 어느 내생에서도 우리를 우리라고 명명 말자. 너와 나는 너와 나. 진소위 무기적인 주체와 객체로 종말을 맞자.
내 부고를 전해 들은 네가 보고 싶다. 오늘도 불온한 나를 가동해 줘. 너의 숙죄가 될 거야.
0 notes
sleepoversocialization · 6 years ago
Text
101613 유니콘
내 옆에 주저앉은 그녀는 침이 흥건한 담배를 빼앗아 물고 손톱을 만지작거렸다. 얇은, 두꺼운. 혹는 빨간, 그것도 아니면 누드의 입술이 동그랗게 말리고 탁한 안개가 눈앞을 흐릴 때 두피가 당기고 종아리 언저리가 가벼워진다. 그대로 솟아 구름 위로 오르면 당신도 만날 수 있다.
깃털이 나부껴서 내가 말했다. 아, 너는 참 예쁘구나. 주문처럼 계속 뱉는다. 어디에 두어야 옳은지 몰라 자꾸 머뭇거리는 눈동자와 아무렇게나 찢어지는 입꼬리를 억지로 붙든다. 그녀는 내 목을 어루만지며 꿈처럼 속삭였다. 아가, 고개를 가눌 수 있게 되면 집으로 같이 걷자.
0 notes
sleepoversocialization · 6 years ago
Text
013116
문고리에 가시가 돋친 것 같다. 목구멍을 넘어가는 공기의 입자가 굵다. 문장의 제목은 몸살. 해가 오르고 기우는 동안 나는 블라인드 뒤에서 뱀처럼 몸을 틀다 기어코 여섯 시를 넘기고서야 꾸역꾸역, 밤처럼 깜깜한 컨버스를 꿰어 신고 도망 나왔다. 수 개월 응달에 절여진 시트에는 아마 병균이 우글거릴 거라. 그래서 매 수면을 앓는가 보다. 빨래가 하고 싶어졌다.
0 no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