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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 The Throne

2014 / 감독: 이준익 / 출연: 송강호(영조) 유아인(사도세자)

출연자는 저렇게 둘만 적어도 될 듯. 연기배틀 보는 듯한 영화였다. 끄응. 물론 연기 너무 잘하는데.. 잘하는 것만 기억에 남네. 스토리가 구멍구멍하다. 조연들은 정말 조연들이었는데, 조금은 더 활용했어도 되지 않았나 싶네.

정치적 갈등이나 다른 설을 배제하고 이야기를 만든 마음은 정말 잘 알겠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아버지와 아들 관계를 이야기하고 그 좁혀지지 않는 거���를 담으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겠다. 당파싸움이야 늘 사극에서 보던 이야기니 얼마나 흔하겠는가. 사실 그 의도는 맘에 무척 든다. 헌데, 너무 아쉽게도 이 영화가 그리려는 갈등을 공감하지 못했다. 영조는 공부 안 하는 세자에게 그저 울퉁불퉁하고 세자는 뭐가 그리 분노에 찼는지 까끌까끌하다. 그런데.. 왜? 조금만 더 가줘... 두 사람을 이해하게... 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

남편은 두 배우의 케미가 안 산다는 점도 지적. 안 사는 케미를 살리는 것도 스토리지, 뭐. 아... 잔혹하고 슬픈 이야기다. 눈물도 났다. 그리고 끝. 사도세자에 대한 작품들을 딱히 본 적이 없어서 비교는 못하겠으나, 더 잘 나올 수 있는 소재인데 아깝다는 생각이 결론. 마지막에 두 사람의 대화를 오디오로 들으며 하지마..그러지마..설명하지마..를 마음으로 외쳐야 했던 슬픈 영화...=_=

“사람이 있고 예법이 있는 것이지, 어떻게 예뻡이 있고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까. 공자도 그랬습니다. 사람의 말단을 보지 말고 마음을 보라고. 저는 그날 아비의 마음을 보았습니다.”

세손의 말에 울컥. 사도세자는 사람답게 살고자 했다. 우리가 어디서 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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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인사이드 / Beauty Inside

2015 / 감독: 백감독 / 출연: 한효주(홍이수), 김대명(우진1), 배성우(우진33), 박신혜(우진43), 이범수(우진45), 박서준(우진60), 김상호(우진61), 천우희(우진64), 우에노 주리(우진74), 이진욱(우진84), 이동욱(우진100), 고아성(우진101), 김주혁(우진109), 유연석(우진123), 이동휘(상백)

우진이 너무 많아…………. 이 영화가 가진 잔잔함과 따사로운 장면들은 부들부들해 좋다. 광고 같음. 집에 있는 카클 가구도 보이고..-_-; 가구광고인가…음… 매일 아침 다른 사림이 되어 눈을 뜬다는 컨셉은 너무 분명하고 세다. 그런데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건지 모호하다. 결국 뻔해지기 쉬운데 뻔해지고 말았다는 단점이 있다. 다 보고나서 개운하지도 찝찝하지도 않고 그냥 그렇구나… 한다는 게 좀 아쉽다. 결정적인 장면들엔 훈남들이 줄지어 나온다는 것도 뻔하고… 생각해보니 그렇다고 그런 장면에 안훈남이 나오는 것도 뻔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이 컨셉 자체에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있었을 런지도.. 그럼에도 졸음을 참는 박서준우진과 비밀을 고백하는 천우희우진과 마음을 터놓는 우에노주리우진과 여심강타를 위해 출동한 이진욱우진과 상처받으러 나온 이동욱우진과 엔딩비주얼에 어울리는 유연석우진 등… 많은 우진들을 보는 그 반가움은 재미졌다.

이수는 예쁘다. 사실 실물 보고 마르고 착하게 생겼다는 인상을 받았었는데 이 영화 보다가 살짝 반했다. 본격적으로 먹어볼까 한다는 대사와 함께 머리를 묶는데 말투와 미소에 이수라는 곱디 고운 캐릭터에 참 어울리는 여리여리함이 담겨있어서 나도 모르게 살짝 넋을 놓았네. (극중 상백의 말대로 머리가 기시고 피부가 하야시다-_-) 그런 그녀에게 우진이 전화로 사람들 가운데 자신을 찾아보라고 하는데 내가 다 울컥. 사람 간의 관계라는 게 다 그렇지 않나. 관계의 익숙함은 어쩐지 스스로를 가장 중심에 놓고 생각하게 만들 때가 있다. 나도 수없이 하고 있는 그런 실수 아닌 실수.

“이래도 돼요?” “안 돼죠.”

그리고, 엔딩을 보며 웃지 못했다. 행복했을까. 극복했을까. 계속 되돌이표를 찍으라는 건가. 이수 자신이 우진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이 영화의 전부인가. 극중 설정에 속아주는 것이 관객의 역할이니 그 관습은 어쩔 수 없다 칠 때, 이 설정 자체에서 오는 무게에 비해 이 엔딩이 조금 무책임하게 느껴지는 건 뭘까… 아… 선남선녀의 예쁜 장면들 말고 남아주지를 않네…

그저… 이 영화가 좋았던 한 가지는 영화에서 나는 -비록 광고 같지만- 나무냄새. 그냥 좀 따뜻한 건 사실이다. 따뜻한 나무를 만지는 따뜻한 손이 매일 다른 모습으로 이수를 찾아와 덥석 잡는다. 어떤 모습이든.. 매일 나를 알아보고 내 손을 잡아줄 누군가가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내가 이렇게 잡을게. 내가 너 먼저 이렇게 알아본다고.”

+ 보태기: 이 영화… 음악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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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 Veteran

2015 / 감독: 류승완 / 출연: 황정민(서도철), 유아인(조태오), 유해진(최상무), 장윤주(미스봉), 오달수(오팀장), 김시후(윤형사), 정웅인(배기사), 진경(주연)

지겹다. 조태오는 사람이 바글거리는 거리를 질러가며 끝까지 간다. 진심 짜증을 유발하는 이 강력한 악역 조태오를 중심으로 극이 촘촘하게 보는 이를 끌고간다. 근래에 본 악역 중 단연 눈에 띄는 악역.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눈을 돌리지도 맘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그냥 따라가며 봐야한다. 이런이런.. <암살>이 뭐야... 이거이거.. <부당거래>보다 훨 재밌잖아. 

난 형사들 나오는 영화 별로 안 좋아한다. 비현실적인 액션씬도 별로 안 좋아하고. 그래도 매번 느끼는 게 재밌으면 내 취향 따위 다 필요없더라. 류승완 다운 찰진 대사와 액션과 센스. 어떤 씬 사진을 올릴까 고민을 잠시 했지만... 사실 명장면이 딱히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냥 빠르고 숨가빴던 그 느낌이 남는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니까 문제가 된다 그랬어요.”

세상의 그 수많은 문제들. 부지런히 문제 삼기엔 너무 많고 관여하기 내 인생이 피곤할까 두려운 것들. 그걸 문제 삼는 게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가. 그저 사람답게 살고 싶었던 배기사는 정신을 잃은 채 계단에서 추락했다. 하지만 그 추락의 경험은 이번만 나를 피해갔을 뿐, 바로 다음 다음... 우리가 줄 서 있을지 모른다.

+ 그리고.. 은근 머리에 남는 대사... 마동석 아저씨의...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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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ime

2013 / 감독: Richard Curtis / 출연: Domhnall Gleeson(Tim), Rachel McAdams(Mary), Bill Nighy(Tim아빠), Lindsay Duncan(Tim엄마)

임신하고부터, 먼지도 많고 소리도 큰 영화관은 기피해왔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영화관이 가고 싶었다. 성탄절 이브에 선택한 영화는, About Time. 변호인을 보면 분노 내지는 눈물이 터질 것 같아 가볍게 가자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봤건만, 하루가 지난 오늘까지도 떠올리면 눈물이 맺힌다. 떠올리는 것도 다시 보는 것도 겁나는 영화다.

가족, 그리고 무엇보다 자녀의 존재는 참 무섭다. 그 어떤 인간적인 선택도 앞서는 존재.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며 과거 속에서 마지막 포옹을 한다. 그런 절대적 존재가 내 배에서 헤엄치고 있다. 함께 그 길을 갈 짝꿍의 잠든 볼을 조물조물 만지며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그 무게는 이미 눈가를 무겁게 주무른다.

아버지와 아들의 포옹 장면. 두 달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내 안에 품었던 첫 생명을 잃었던 날,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고생했다는 짧은 말과 함께 나를 스치듯 안아주시던 아빠의 아픈 품이 떠올랐다. 세동이가 장성하기까지 기르며, 수없이 자신에게 실망하고 넘어지며 내 자신도 자라나겠지만 그 언젠가 세동이가 부모가 되어 나와 그런 포옹을 하는 날이 오겠지.

하나님이 맡기신 나의 매일과 그 생명은… 다시 없을 훌륭한 선물임을 고백하는 성탄절 아침이다.

2013년 성탄절 이브에 관람 후 Tumblr에 남겼던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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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Like Father, Like Son

2013 /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 후쿠야마 마사하루(료타), 오노 마치코(미도리), 마키 요코(유카리), 릴리 프랭키(유다이), 니노미야 케이타(케이타), 

아들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쫒아 산다. 아버지에게 칭찬을 듣고 싶고, 잘 보이고 싶고, 맘에 드는 자식이 되고 싶은 마음. 일본영화답게 모두의 감정선은 그저 내가 이해하기 어려울만치 가라앉아 있지만, 케이타의 모습을 보며 약하고 여린 꼬마아이를 본다.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우리가 안에 데리고 사는 그 꼬마아이. 그래서 케이타가 뛰쳐나가 앞만 보고 걸을 때, 눈물이 쏟아졌다. 어디 갈 곳이 있어서도 아니고, 내심 누가 잡아주길 기다리며 상한 마음으로 걷고 또 걷는 아이의 모습이 참 아프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뛰지 않지만 바로 옆길을 따라 놓치지 않고 케이타를 쫓던 아버지를 보며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참 잘 그렸구나 싶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길의 끝에서 다시 마주한다. 자식이 삶의 어느 날 부모를 드디어 이해하듯이.. 

우리는 서로 잡혀주고 잡아주며, 그렇게 ‘더 나은 사람'이 된다.

* 튜니가 내 배에 살고 있을 때... 2013년 성탄절 저녁, 홍대 상상마당에서 관람하고 남겼던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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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힐미 / Kill Me, Heal Me

2015 / 연출: 김진만 / 작가: 진수완 / 출연: 지성(차도현,신세기,페리박,안요나,안요한,나나,X), 황정음(오리진), 박서준(오리온)

간만에 완소드라마로 등극한 킬미힐미. 출연배우들의 재발견이기도 했고 스토리도 힐링드라마다웠다. 김진만 피디 작품으로는 떨리는 가슴, 아일랜드 이후에 딱히 본 적이 없었는데... 연출도 좋더라. 무엇보다 지성의 연기는 놀라울 따름... 세상에 지성이 이런 배우였나... 캐릭터를 잘 만나니 연기력이 빛을 발하네. 이 연기가 가능한 남자배우가 누가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모르겠다. 정말이지 전작들까지 찾아보고 싶게 만들었다. 황정음은 출연작 중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처음으로 봤는데 너무 잘 소화해서 깜짝 놀랐고... 박서준은 기존 작품들은 그냥 스쳐봐서 잘 몰랐는데 경력 대비 센스있는 배우라고 생각. 황정음 박서준의 남매 케미 완소입니다.

이건 뭐... 설정 자체가 대충 생각해도 과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태클을 걸면 끝도 없을 소재지만 현실성 따위 개나줘버려도 상관없다.. 싶었던 정말 꿀잼 작품. 7가지 캐릭터를 한 배우가 소화한다는 것도 무리라고 느껴지지만, 대체 스토리에 그걸 어떻게 녹이겠다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헌데, 7명의 인격은 이야기를 산만하게 만든 게 아니라... 되려 한 사람의 감정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들었고, 아동학대라는 무거운 주제를 슬픔이나 고통 같은 한 가지 감정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때로 코믹하게 풀어주었다. 

학대를 당한 사람보다 더 아파하며 자신의 마음을 조각낸 차도현을 보며... 나는 세상의 아픔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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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 Assassination

2015 / 감독: 최동훈 / 출연: 전지현(안옥윤), 이정재(염석진), 하정우(하와이피스톨), 조진웅(속사포), 오달수(영감), 이경영(강인국), 최덕문(황덕삼), 박병은(카와구치), 진경(안성심), 허지원(명우)

출산 후 처음.. 1년 반 만에 영화관에 앉아 영화를 봤다. 2주에 걸쳐 남편과 번갈아 애보고 영화보러 출동. 오랜만의 영화관나들이인 만큼 잘 본 영화. 애국심에 호소하는 영화, 줄거리가 뻔한 영화라고 그냥 단정하기에는 다 떠나서도 재밌게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 그리고 예상할 수 있는 만큼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였다. 초미녀 저격수 전지현 등...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설정이나 예상하기 쉬운 줄거리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케이퍼 무비의 오락성과 섞이기 힘든 애국심 고취, 친일파 청산에 대한 바람을 나름대로 버무려 담아냈다. 이 정도면 더 이상의 진지함을 이 영화에 요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함.

다른 어떤 컷보다 이 사진을 보면 마음이 아린다. 목숨을 내놓고도 웃으며 사진을 남기던 독립투사들의 희생은 분명 헛되지 않았지만, 때로 헛되게 만들 기세인 오늘의 우리. 귀한 뜻을 품고 마음을 합할 줄도 아는 훌륭한 리더십이 이 세대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잊혀지겠죠? 미안합니다...”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 하면... 내가 왜 자네 앞에서 눈을 감나.. 라던 극초반 진경의 대사. 나는 두려워 할 것과 담대할 것을 얼마나 잘 분별하며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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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온도 / Very Ordinary Couple

2012 / 감독: 노덕 / 출연: 이민기(이동희) 김민희(장영)

연애를 가장 리얼하게 담았다고 여기저기서 얘기 들었던 영화인데, 생각보다 그냥 그렇게 보았다. 뭔가 따라가기 쉬운 감정선과 대사에 공감. 마지막 장면에서 함께 걷는 두 사람을 보며 마음이 그냥 편해졌다. Very Ordinary Couple이라는 영어제목도 참 잘 어울린다. 

“우리의 연애는 달콤하지도, 아름답지도, 이벤트로 가득차 있지도 않았어요. 아무 특별할 것 없는 그저 보통의 연애였죠. 하지만 우리는 둘 다 진심이었어요. 진짜 사랑을 했고, 아마 그건 내 인생에서는 다시 일어날 수 없는 가장 영화같은 일일 거예요.”

리얼한 싸움 장면들. 묘한 두 사람의 침묵. 각자의 사정. 이해할 수 없는 순간들. 여전히 그리운 서로에게 돌아온 보통의 연애. 하지만 두 사람에게만은 영화같은 특별한 연애. 모두에게 사랑은 그러하다. 두 사람이 이별을 앞두고 함께 탄 롤러코스터가 그 끝없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설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