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eonga-blog
허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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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진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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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eonga-blog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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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예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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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예뻐진 걸까, 학교에 애정이 생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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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eonga-blog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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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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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할 때 더 좋아하는 사람은 상처받기 쉽기 때문에 손해라는 말, 진짜일까? 나는 그동안 순수하게 사랑했던 사람이 충분히 사랑받지 못하고 헤어지는 걸 많이 봤다. 그���데 내가 관찰한 바로는 그 사람이 매번 울며 힘들어하면서도 순수하게 사랑할 때가 진짜 행복해보였다.
덜 아픈 인생을 위해서는 덜 좋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더 힘든 것, 더 아픈 것이 덜 행복하다는 뜻일까? 그렇다면 힘을 좀 빼고 덜 좋아하게끔 연애를 하면 더 행복할까?
자, 우리 모두는 알고 있지 않은가. 사람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사랑할 때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사랑을 시작하면 마법이 시작된다. 나를 둘러싼 세상에 없던 음악이 깔리고, 무미건조하던 세상이 갑자기 아름다워보인다.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은 더없이 평화롭다. 별다를 것 없는 하루하루에서 행복함을 만끽하는 순간은 내가 알기로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니 사랑하자 우리.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아낌없이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 했던가. 연애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항상 더 사랑하고 싶었고, 내가 상대를 더 좋아하고, 안달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걸 가로막은 건 내가 잘났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못나서다. 상대를 사랑하고 예쁘게 봐줄 여유가 내 안에 없었기 때문이다.이걸 깨달아 본 사람은 알 거다. 이 사실이 상대에게 주는 상처만큼이나 나도 정말 아프다. 그때 내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울고 있었다.
그래서 사랑해야 한다. 특히 나와 비슷한 사람들은 사랑이 필요하다. 마음을 열자. 용기를 내자. 할 수 있다!
"어떤 것이든 똑같은 기회는 두 번 다시는 오지 않는다."
내가 언젠가 써놓았던 문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두번, 세번, 네번, 아니 그 이상의 기회를 얻었고 다시 한 번 희망의 꼬리를 붙잡아본다. 도마뱀 꼬리는 잘려도 잘려도 다시 난다는데 나라고 다시 안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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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eonga-blog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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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참 신기하게도 새하얗다. 건물에 가려지지 않은 부분까지 보고 싶어진다.
문득, 흐릿-한 배경구름 앞에서
"내~가 바로 그 유-명한 순수혈통 흰구름님이시다! "
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 쫌 귀여워서 한 컷 찍어줬다📸 리듬을 넣어 귀엽고 깜찍하게 읽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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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eonga-blog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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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박치기
내 삶을 정통으로 관통시켜내지 않은 모든 것은 잊혀진다. 오늘 아침 버스에서 스쳐간 이들의 얼굴만큼이나 빠르게. 하긴, 내가 아무렇게나 찬 공이 찹쌀떡도 아니고 공중에서 멋드러지게 회전해 너의 발등에 찰싹 달라붙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아무리 많은 영화를 보고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도 소용없다. 정확한 곳으로 예리하게 적중시키는 매일의 노력만이 변화를 만들어낸다. 이런 점은 새삼 공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것을 나에게 적용시키고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하자! 인생이 스쳐지나간 이들의 얼굴 정도로 흐릿하다면 조금 서글퍼질 거니까. 가끔은 지나가던 이의 손을 덥석 잡아보기도 하고, 밀어보기도 하고, 쫓아가보기도 하면서 내 삶에 들어오라고 요청하자. 좀 더 활기찬 인생이 펼쳐질 것이다.
아, 물론 실제로 그러면 범죄다! 삐용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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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eonga-blog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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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
2002년부터 함께 살고 있는 세상 귀엽고 따뜻한 생명체.
바로 얘다.
(내려갈 땐 네 자유지만 올라올 땐 내 자유임😋 낑낑대는데 너무 귀여워서 잠시 안 올려줬다)
숨도 쉬고 하품도 하고 트림도 한다. 방귀도 뀐다. 어릴 때는 종종 어떻게 이런 작고 신기한 게 있지 싶어 쳐다본 적도 있었다. 저 작은 배속에 내장기관이 다 들어가는게 그렇게도 신기했다. 잘못한 게 있을 때는 살살 눈치도 본다. 말만 하면 거의 사람이다.
예전에는 민첩하고 발랄했는데 요즘은 시간의 흔적이 보인다. 걸음걸이가 느려졌고 ��도 부족하다. 잠자는 시간이 ���어지고 끝없던 식탐도 사라졌다. 그리고 뻔뻔해지기도 했다. 예전에는 바닥에 사람이 있으면 돌아가거나 도움닫기를 살짝 한 후 뛰어넘으려다 실패해 밟고 지나갔지만, 이제는 뻔뻔스럽게 배나 다리를 꾹꾹 밟고 지나간다. 근데 그게 그렇게 웃기고 귀엽다. 그렇게 생각하며 바닥에 누워있는데 옆에 뭔가가 쏙,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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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신고인가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뭔가가 또
불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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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알겠어 이 귀여운 생명체❤
무지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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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eonga-blog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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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청춘의 독서>
청춘은 뭐고 독서는 뭔데?
예전에 ebook으로 대강 앞부분을 읽다가 치워버렸던 <청춘의 독서>를 다시 읽는 중이다. 이 책은 작가 유시민이 젊은 시절부터 읽었던 희대의 위대한 책들을 다시 읽고 그것들에 대해 고찰한 후 결국은 스스로의 삶을 통찰해낸 이야기다. 당시의 대학생은 일종의 사회적 특권을 지닌 지식인이었다. 이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그가 가졌던 책임감과 지적 의지를 통해 읽어낸 책들이 어떻게 그의 삶을 변화시켰는지 섬세하게 적혀있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하는지, 왜 읽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주저없이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게임, 술, 드라마 등이 주는 컨텐츠의 한계와 그 뒤에 밀려오는 일종의 허탈함에 질려 색다른 재미를 찾아 헤매는 사람이라면 강추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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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시의 나는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볼 능력이 없었다는 걸 인정한다. '그냥' 읽을 수 있는 그저 그런 책이 아니다. 묵직하고 불편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정!말! 재미있다. 사실 이건 반은 진심이고 반은 반진심이다. 아직 <죄와벌>, <전환시대의 논리>, <공산당선언>, <인구론>까지만 봤지만 느낀 바가 크다. 이름은 몇 번씩 들어본 고전들인데 읽진 않은 책들이다. 이 책의 도움을 받아 실제 저서들로 뻗어나아가야겠다.
텍스트(text)를 정확하게 읽어���고 그 텍스트를 둘러싼 콘텍스트(context)를 ���울러 자신의 삶에 온전히 녹여내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했다. 인생을 바꾸는 책 한 권의 힘을 느꼈다. 그리고 소개된 책들을 통해 세상의 흐름을 꿰뚫어낼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천재들의 삶도 편견과 잘못된 신념에 따라 갖가지 갈래로 뻗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벌'을 통해 사회의 ���혹성을 목도하고도 이것을 하나의 문학으로 승화시킬 수밖에 없었던 그의 괴로움을 느꼈다.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부분을 읽을 때는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는 통념을 내려놓았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 아니다. 나는 역사가 그것이 쓰여질 때부터 시작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든 시대적 흐름 속에서 국가적 서열에 의해 재해석된다고 느꼈다. 한 번의 전쟁승리가 역사를 주도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철저한 약육강식의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역사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역사라는 편협한 소설의 피해자가 될 수 있겠다 싶어 불안했다. 국가와 언론, 종교, 인종 등 모든 가치기준으로부터 나의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그리하여 인간을 위한 인간이 되기 위해 나는 어떻게 배우고 생각하며 살아야할지 끊임없이 자문해보아야겠다.
책이나 영화, 만화 등의 모든 컨텐츠는 그것이 탄생한 시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동일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시대적 배경을 끌어안고 쓰였는지에 따라 '불온서적'이 될 수도 있고 '고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텍스트에 압도당하지 않으면서 텍스트에 취하자. 그것이 그러한 형태로 세상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고민해보자. 책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겠지.
"그러나 진실과 이성이 작용하지 않는 매머드화한 관료기구 속에서 자기의 임무와 정부의 정책이 부정이며 불의임을 깨달았을 때 진정한 국가이익을 위해 진실을 밝힌 용기는 고민하는 지성인의 최고의 자세인 듯하다. (...) 지성인의 최고의 덕성은 인식과 실천을 결부시킨다는 것이다."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재인용
1장과 2장을 읽으면서 느낀 주된 감정이 희열과 분노였다면, 3장과 4장을 읽으면서는 혼란스럽고 두려운 마음에 압도당했다. 인류가 걸어갈 미지의 시간에 대한 당대 최고 지성인들의 온갖 추론과 예언들이 하나둘씩 역사의 흐름에 따라 채점되어진다. 그들이 인생을 걸고 제출한 답안이 세상에 맞아 떨어지면 그들은 천재로 기억되고, 그의 답안은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신분상승한다. 엉뚱하거나 과격한 답안을 써낸 오답자들도 나름의 기막힌 논리들을 지니고 있어 그것 나름대로 인정을 받는다. 인류를 향한 답안지의 채점자는 인류 그 자체다.
특히 멜서스의 '인구론' 부분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과격함을 뛰어넘어 우리의 상식을 파괴한다. 하지만 일부 생각들은 내게 놀랍도록 설득적이고 탁월한 것으로 보였다. 인구증가를 억제하는 것으로써 '적극적 억제'와 '예방적 억제'를 나누고 '적극적 억제'로 기근, 전쟁, 전염병을 제시했다. 그래도 멜서스가 무의미하다고 했던 '예방적 억제'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고, 피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볼 때는 긍정적 측면도 분명히 있다.
미래의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거대한 인류의 흐름은 개인 혹은 소수 현자들의 예측을 항상 벗어나고 새로운 결과를 도출한다. 우리의 인생은 하나의 기막히는 사건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그렇게 보이는 것들도 사실은 우리 인류가 무시한 수많은 공포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삶은 하루하루의 자질구레하고 사소한 습관과 버릇이 쌓여 만들어지는 모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들의 날카롭고 음울한 예언에 귀 기울이면서도 그에 앞서 인류가 밟아내는 한 발 한 발의 힘을 믿고 오늘을 살아가야하지 않을까.
지구 인구를 절반으로 줄여야한다는 농담을 가끔 했던 적이 있다. 내가 했는지 들은 건지도 애매하다. 별 생각없이 뱉고 별 생각없이 받아들인 그저그런 농담이었다. 더이상 이것을 농담이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내가 살아가는 현재 2020년의 코로나 사태와도 겹쳐져 새삼 기분이 묘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각, 세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19의 확진자 수가 240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수는 83만명을 웃돈다. 인구의 감소가 불가피한 지구적 상황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지구는 급속도로 더럽혀지고 있고, 우리 인간들은 점점 더 물질적 가치에 목을 맨다. 스스로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그리고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이웃과 세계를 생각하며 스스로의 행동을 주의하고 검열해야할 시기다. 각종 기싸움과 목적 없는 분풀이로 스스로의 분노를 키우지 말자. 우리의 적은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니며, 바이러스는 분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소한 감정 소모로 상처받지 않기 위해, 갈 곳 잃은 책망과 비난보다는 정확한 질책과 합의를 통해 보다 나은 내일을 도모하는 우리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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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희망의 사진을 찾고 싶었는데 이것밖에 없다. 내가 한창 이기고 있던 보드게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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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eonga-blog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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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고 투박해서 그랬던거야.
"내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인생이 아니라서,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몰라. 그래서 많이 서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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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초반에 이런 말을 했던 나는 그래도 용기가 조금은 있었나보다. 그동안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있을 때 전적으로 나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 서로가 지향하는 ��의 결이 다르다는 그럴듯한 이유로 이별을 포장했다. 외로웠지만 자질구레한 문제들로 머리 아플 바에 조금 외로운 게 낫다고 생각했다. 나쁘지 않았다. 외로움은 상당히 익숙해져 편안함으로 자리 잡아갔다.
그랬던 내가 내 관계의 패턴을 변화시켜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건 순전히 그때 만나고 있던 사람 덕분이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그 관계는 끝났을 테고 그게 몹시도 무서웠다. 여태껏 헤어짐에 목멨던 관계는 없었다. 끝이 보이면 구차해지기 전에 미리 힘을 빼고 끊어냈다. 내가 힘든 모습이 너무 꼴보기 싫어서 마음으로 낙법 치는 법을 익혔다.
내가 사랑했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아저씨가 이런 말을 한다.
"아무도 모르면 돼. 그러면 아무일도 아니야. 아무도 모르면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그렇게 살았다. 괜찮은 척. 쿨한 척. 행복한 척. 미워하는 척. 척척척. 티 안내고 살면 아무일도 안 될 줄 알았다. 그동안 속이 썪어서 퀴퀴한 냄새가 나는 지도 모르고.
그렇게 예상치못한 이별에도 덤덤한 척, 쿨한 척 보내줬다. 울 것 같으면 화를 냈다. 내 눈물의 이유가 슬픔이 ���닌 분노라면 좀 덜 구차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눈물은 보이더라도 찌질하게 잡아본 적은 없다. 그래야 제대로 된 연애든 우정이든 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
나는 이전까지의 내 연애보다 훨씬 더 그를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그는 이전까지의 연애보다 훨씬 더 나를 놓아주려고 애썼는데도 서로의 힘 차이가 너무 컸다. 각자가 가진 사랑의 크기가 너무나 달랐다. 나는 아무리 꽉 잡아도 너무 느슨했고, 그는 아무리 힘을 빼도 내게는 아직 갑갑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내가 쥐고 있던 걸 놓쳤을 때가 무서워 쥘 생각조차 버거워했다는 걸. 나는 늘 경직된 인간이었다. 경계가 불분명했으며, 책임을 싫어했다. 
치우침 없이도 단단한 연애를 지향한다던 내가 넘치는 사랑에 자만해 갑인 척 했던 언행들.
항상 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그 말만이 진심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경솔한 넘겨짚음.
마지막, 이별, 끝, 헤어짐을 말하는 너 또한 사실은 나와의 이별을 무척이나 두려워하고 있는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
내가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깨달을 만큼의 사람이 되지 못했던 미성숙함.
내가 너무 솔직해지면 그가 지칠 거라고 생각했고, 좋아하는 마음을 다 표현하면 빨리 질려버릴까 봐 주기적으로 변덕을 부렸다. 꼴에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밀당을 시도하다 실패했다. 사랑에 자존심 부리는 것만큼 바보 짓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덜 좋아하려고 매 순간 저울질했던 나를 조금만 안쓰럽게 여겨주기를. 조금 구차해지더라도 솔직하게, 찌질해 보이더라도 선명하게 내 마음을 표현하고 대화하는 노력들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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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eonga-blog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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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microhavit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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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참 유니크하다. 불안불안한데도 참 예쁘다.
위스키와 담배, 남자친구만 있다면 행복한 '미소' 웹툰작가 준비생이면서 공장기숙사에서 살아가는 남자친구 '한솔'
데이트비용을 아끼려고 만나는 횟수를 줄이는 세상이다. 저 둘은 수혈을 하고 초코파이를 받고, 떡볶이를 먹으러 가면서 서로를 향해 저렇게 웃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데 왜 다 가진 거 같을까? 보증금 백만원이 없어 방을 못 구해도 서로를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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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연신 부끄러웠다. 상식을 들먹이며 상대를 할켜대는 저 모습들이 혹시 내 모습은 아닌지 걱정되었고, 사람답게 살고 싶다며 떠나는 남자친구에게 사람답게 ��는 게 뭔지를 묻는 모습을 보곤 멍해졌다. 나는 과연 사람답게 살고 있는 건가? 내가 생각하는 그 고고한 삶의 기준도 저열한 물질만능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구나.
나는 집도 있고 가족도 있다. 아, 물론 내 집은 아니고 얹혀 살고는 있지만. 강아지도 키우고 겨울에는 전기장판도 틀 수 있다. 그런데도 나는 그녀에게 KO패했다. 승부가 안 된다.
내가 누리는 것들로 인해 나는 점점 멍청이가 되었다. 인생의 우선순위를 고민하기보단 사람들만큼 살려고 버둥거리다 지쳐버렸다. 밝고 꿈 많던 예전의 나는 시간에 발맞추며 볼품없어졌다. 점점 더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지는 세상에서 스스로의 ���박한 내면에 귀기울이기란 쉽지 않다. 자칫하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지 모른채 하루하루 '열심히' 죽어갈 수 있다. 혹시 나처럼 인생을 끌고가지 못하고 갈팡질팡 끌려가는 사람이 있다면, 하루하루 열심히 죽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손을 꼭- 잡아주고 싶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막연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내면의 단순함, 행복을 따를 용기를 내는 거라고 다독여주고 싶다. 또다른 나를.
힘내자, 수많은 어른이들. 나는 영화를 보다가 문득 그동안 담배를 피지 않았던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이건 몸에 안 좋고, 저 사람은 별로고, 이 영화는 그저 그렇다는 이야기들이 중요한 정보인 양 나름나름 잘 지켜온 내 모습이 얼간이같다. 실제로 해본 게 별로 없었다. 화가 났다. 언제까지 나는 물 튀는 게 무서워 다리를 건너지도 않고 바라보기만 해야하나.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맥주와 소주를 샀다. 치킨은 어느샌가 탁자에 놓여있었고 당연히 노래도 틀었다. 내가 참 좋아하는 것들. 양껏 소확행인지 사치인지 모를 한바탕을 부리고는 밖으로 나가 담배를 폈다. 라이터도 써본 적이 별로 없어서 어색했다. 아이구 참. 곱게 컸다 곱게.
연기가 몸 속에 퍼지는 느낌, 오래도록 혀에 남아있는 텁텁하고 지저분한 향이 거슬리면서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그다지 좋지도 않았다. 아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래, 이런 나도 있다. 그러니 그냥 자유롭게 살아가자 우리.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자유라면, 자유롭게 사는 건 별로 어렵지 않다. 더 많이 모으고 더 높이 올라가려고 자유롭게 살고 있지 않을 뿐.
'미소'가 담배 대신, 한잔의 위스키 대신, 누구나 다 하는 연애 대신 삶에서 지워버린 건 집이었다. 집이 곧 내 지위가 되고 때론 몸값 비스므리한 것이 된 이 세상에서 그녀는 집을 포기했다. 그래, 영화는 영화다. 그걸 아는데도 '미소'같은 사람이 어딘가에 존재할 거라고 믿는다. 누구보다 빈곤하지만,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그녀가 참 멋지다. 그녀는 지금쯤 어디에서 여행을 하고 있을까.
참 좋은 배우를 만나 기가 막히게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한 겨울 배경인데 마음이 따듯해진다. 미소와 한솔이가 헤어지는 장면은 내가 본 사랑의 광경 중 압도적으로 좋았다.
"졸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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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내 삶을 반성했다. 나는 무얼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했다. 뭘 위해 열심히 사는지도 모른 채 어딘가 기어올라가고 얻어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자문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떳떳한가. 나는 나에게 친절한가.
그런데 이들의 삶을 보고 왜 열심히 살아가지 않느냐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열심히 살지 않으면 '미소'와 같은 사람으로 전락하겠다 싶어 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안다. 물론 나도 포함해서. 나와 그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미소는 열심히 살기 싫고 게을러서저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녀는 그녀가 원하는 만큼의 것을 쥐기 위해 딱 그만큼만 일하는 것 뿐이다. 꼭 필요하지 않은 것도 일단은 긁어모으는 게 얼마나 이기적인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우리는 너무도 많은 것을 누리고 있지는 않을까. 필요한 것보다 많은 음식을 취하고, 필요하지도 않은 집을 따먹느라 '살아갈 곳'이 필요한 사람이 길바닥에 텐트를 치고 살아가는게 자본주의의 권리라는 이름으로 당연시된다. 나도 가해자일 것이다. 다만 조금은 연민과 따뜻한 눈길로 우리는 이 땅을 공유하는 같은 '사람'임을 생각하는 내가 되길 바란다. 타인의 삶을 실패로 낙인 찍어내린다고 내가 높아지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녀를 의미있게 치열한 사람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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