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2rys
1 post
Don't wanna be here? Send us removal request.
Text
노래도우미 구함 1
아저씨. 나는요. 이거 지원한 이유가요.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가도, 되게 싫어하는 것 같아서 그랬어요. 노래도우미라는 게 그렇잖아요. 노래도 좋은 거고, 음악 싫어하는 사람 있어요? 팔십 먹은 제 할배도 김수자 노래 나오면 덩실덩실 리듬 타요. 도우미도 사실은 좋은 거잖아요. 누가 누구를 돕는 게 나쁜 거에요? 저는 사람이 항상 좋았어요. 엄마가 품 안에서 나를 내려놓을 때도, 아빠에게 고함지르려고 저를 작은 방으로 집어넣을 때도, 고등학교 들어가서 처음 사귄 남자친구가, 너는 사실 친구 없어서 나랑 떡 치는 거잖아, 그렇게 말할 때도 전 이상하게 사람이 좋더라고요. 그들이 말하는 입술, 내뿜는 숨, 이리저리 움직이는 눈빛, 어설프게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이마, 다한증이 있든 없든 축축한 손으로 제 손을 잡고. 그런 게 하나하나 다 좋았어요. 그래서 한창 사람을 사랑해서 따라 다니다 보니 남는 건 제 알코올 의존증 하나더라구요. 왜냐면은요, 음. 제가 좋아하는 만큼 사람들을 저를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웃으면 사람들은 따라 웃죠. 당연해요. 저는 예쁜 웃음을 가졌으니까요. 그런데 사람들은 집에 돌아가 자기만의 문제에 직면하면, 아무리 예뻤던 제 웃음을 까먹고 말아요. 있잖아요. 남은 남에게 그렇게 만큼 관심이 있진 않아요. 나는 술을 마실 때만 열심인 내 모습이 좋아요. 한 때 제가 꿈꾸던, 어쩌면 한창 열정적인 ‘아티스트’의 모습을 실천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지원했어요. 노래도우미라는 게 술도 많이 마셔야 한다면서요? 구인 우대 사항에 그렇게 쓰여 있는 거 다 봤어요, 아저씨. 저 술은 많이 마셔요. 맛있어요. 제가 맥주를 마시게 될지, 잭다니엘을 마시게 될지, 취직해봐야 알겠지만, 전 물만 있으면 끊임없이 마실 수 있거든요. 이건 비밀인데요,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만큼 저는 알코올을 아주 잘 희석해요. 제 담즙의 특기라나… 어찌 되었든, 전 이 직업에 딱인 사람 같아요. 제가 조금 박치인데, 비트 매칭은 잘하거든요. 한 번만 고려해봐 줘요.
15 notes
·
View no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