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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
퇴근할 때 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귀가를 한다.
폰에는 4,344곡의 노래가 저장되어 있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여 최신곡을 바로바로 듣기도 한다. 너무 편하다.
그런데, 옛날에 중학교 다니던 시절 CD로 음악을 듣던 기억이 났다. 몇 주일 용돈을 모아야 CD 한 장을 살 수 있었고, 레코드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두근두근하며 걸음을 재촉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비닐을 벗기고 CD 플레이어에 넣을 때 설렘은 몇 번의 터치만으로 원하는 음악을 어디서든 바로바로 들을 수 있는 현재에는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사진도 마찬가지이다. 필름을 넣고, 노출을 측정하고,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를 맞추고, 24장 또는 36장을 다 찍을 때까지 기다려서, 현상을 맡기고 결과물을 기다릴 때의 설렘도 이제는 과거의 기억이 되었다.
저 사진은 7년 전 사진이다. 수동 필름 카메라였던 M2가 고장 났을 때, eBay에서 부품을 사서 직접 수리를 했었다. 그때 분해하면서 재조립할 때 참고하려고 찍었던 몇 장의 사진들인데...
이제 더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지 않고 있다. 편한 것이 ���다. 설레는 기분에 대한 향수가 있지만, 이제는 7~8년 전의 나처럼 일부러 불편함을 찾는 일은 없다.
열정을 갖고 일부러 불편함을 찾지 않기 때문에 내가 늙은 것일까, 아니면 이렇게 불편한 시절의 설렘에 대한 향수가 있기 때문에 늙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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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中
그렇지만, 아이들 학원 방학 일정과 맞지 않아서... 여행은 가지 못했고, 근처 이곳저곳을 다니고 있다. 아이들과 119 안전체험센터에 가서 소방관 체험을 하기도 했고, 아이들이 학원 간 사이에 집사람과 “부산행”도 봤고, 잠깐 혼자 짬이 나서 “제이슨 본”도 봤다.
오늘은 기차를 좋아하는 큰 아이를 덕분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이 더위 속에 레일바이크를 타고 왔다. ㅠㅠ 그리고 폐터널을 이용한 와인동굴도 함께 다녀왔다.
그리고 맥주 한잔 하면서 이렇게 글을 남기는 중이다.
사실 내과 전문의 수련이 3년으로 단축된다는 것에 대한 글, 영화 “제이슨 본”과 “부산행”에 대한 감상, 그리고 김영란 법에 대한 생각을 여기에 글로 정리를 해보려고 했는데, 덥고 피곤해서 이렇게 전혀 딴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그렇게 이번 휴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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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패...
바쁘고, 신경 쓸 일 많고, 정신없고, 그러니 지치고, 우울하고...
그러다 보니까, 해야 하는데, 끝내야 하는데 하는 일들을 자꾸 미루게 된다. 여기 글을 올리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짬짬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과 2/3 정도 쓰다가 던져 놓은 논문을 마무리하는 것도 거기에 포함이 된다.
운동을 정말 안 하는 나에게 집사람은 나에게 “미국 대통령도 운동하는데, 너 바쁜 것이 미국 대통령보다 더 하느냐?!”라고 잔소리를 �� 적도 있다.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1 패..
그런데, 이번에 그 미국 대통령이 논문도 썼다. 무려 JAMA에...
United States Health Care Reform Progress to Date and Next Steps Barack Obama, JD
JAMA. Published online July 11, 2016. doi:10.1001/jama.2016.9797
( http://jama.jamanetwork.com/article.aspx?articleid=2533698 )
근데 이 분이 의학저널에 논문을 투고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 이전 투고도 무려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이다.
Making Patient Safety the Centerpiece of Medical Liability Reform Hillary Rodham Clinton, and Barack Obama
N Engl J Med 2006; 354:2205-2208May 25, 2006DOI: 10.1056/NEJMp068100
( http://www.nejm.org/doi/full/10.1056/NEJMp068100#article)
공저자도 낯익은 이름이다... 당시는 대통령은 아니고 상원 의원 시절이었다. Hillary Clinton도 상원 의원이었고...
이번 JAMA 투고에 대하여 Cheif Editor인 Howard Bauchner 박사는 US Health Care Reform에 대하여 미국 차기 대선 주자의 투고를 희망한다고 했다.
힐러리라면 응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과연 트럼프는 응답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그냥 2연패...
변명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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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4년 차 전공의 선생의 논문이 빵꾸 날 위기에 빠지는 통에, 자료의 질이 나빠서 간단하게 포스터만 발표할 계획이었던 연구로 급히 논문을 작성해야만 했다. 방법과 결과를 적어주고, 서론과 고찰을 적어 오라고 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서 결국 서론과 고찰까지 고쳐준다는 것이 거의 내가 새로 써버리는 수준이 되었다. 다행히 국내 저널에 바로 accept 되었다.
그 와중에 병동에서 내 담당 환자에게 사고가 발생하여, 그 환자를 담당했던 전공의 선생이 경찰서에 조서 작성하여 가야만 해서 나도 그 전공의 선생의 보호자 차원으로 함께 가서 새벽까지 있기도 했고, 그 사건에 대해 행정원장님[ 재단이 임명한 전문 경영인 ] 방에 사과하러 올라가기도 했고, 병원 당국에 낼 경위서도 쓰고, 결국 병원 윤리위원회에 부쳐져서 견책처분을 받고 시말서까지 써야 했다. 물론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니고, 다음 주에는 다시 RCA (Root Cause Analysis) 회의에도 나가야만 한다.
그러면서 제약회사가 주최하는 심포지엄에서 연자로 발표를 해야만 했다. 리조트에서 발표했는데, 숙소로 프라이빗 콘도를 제공해주어서 가족들과 함께 올라갔다. 난 연자로 발표하고, 심포지엄 참석한다고 워터파크 근처에도 갈 수 없었지만, 아이들과 집사람은 워터파크에서 놀았다. 저녁에 맥주 한잔 하고 숙소에 있는 월풀 욕조에서 피곤을 좀 풀 수 있긴 했다.
뭐 어제도 아침 7시 30분 비행기 타고 서울 올라가서 워크숍 참석하고 저녁 7시 비행기로 내려오는 홍길동 놀이를 해야만 했지만 말이다.
나는 바빴고, 세상은 점점 더 어지러워지고 있다.
지금은 某 연예인의 성폭력 사건에 관심이 쏠려 있지만, 그 전에는 신안군 교사 성폭행 사건으로, 그 이전에는 강남역 살인 사건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다.
모든 사건은 여성이 희생자가 되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특히 강남역 살인사건은 많은 사회적으로 함의한다. 범행의 직접적인 동기는 조현병 환자의 피해망상이었지만, 소아정신과 선생님인 서천석 선생님의 언급처럼 망상의 내용은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가 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고, 우리나라 하위문화 중에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내포하는 부분이 있다.
쉽게 “여성혐오”라고 하는데, “혐오”보다는 “여성비하”에 더 가까운 것으로 생각한다. 여성을 인격과 존엄성을 가진 주체로 보기보다는 “남성”의 보조 역할의 객체 혹은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분명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자신의 보조 도구 혹은 욕망 배출의 대상이 되어야 할 존재가 주체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보기 싫어 깎아내리고, 자신의 무능 혹은 저열함으로 이성과 건강한 교제를 할 수 없는 것을 여성의 부도덕함이나 욕심 때문이라고 투사를 하여 화를 쏟아 내기도 한다.
물론 나�� 여기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나는 어려서 어머니로부터 “너처럼 못생긴 아이는 장가가려면 공부라도 잘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이 짧은 말 속에도 여성을 공부 잘하는, 즉 능력 있는 남성이 쟁취하는 트로피와 같은 존재로 취급하는 대상화가 포함되어 있다. 어른이 되어서 “이건 아니다”라는 것을 “이성”으로 깨닫고, 고치려고 노력하지만 이미 내 무의식 속에는 그런 가치관이 깊이 각인되어있다. 그래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말과 행동 속에서는 그런 것들이 드러날 때가 있다.
요즘 뉴스의 주인공이 된 某 연예인도 그런 마음은 아니었을까? 한류 스타, 롤스로이스를 끌고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재력 등등, 자신의 능력이라면 어느 정도의 여성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특히 편견의 그늘에 있는 유흥업소 종사 여성이라면 자신의 고급 승용차처럼 놀잇거리 이상으로 여기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마음대로 해도 되고, 그래도 신고도 할 수 없을 것이고, 자신이 책임질 필요도 없는...
늘 나를 살피고, 조심해야만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같이 일하는 여성들 - 주로 간호사 -에게 혹시 이전에 있었을 나의 그런 말과 행동에 대하여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앞으로 내가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하면 꼭 이야기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행여 술 마시고 취중에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하면 쥐어패도 된다고도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전공의들에게도 내가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침묵하지 말고, 지적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절대 저런 시선이 생기지 않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
그냥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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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again
1.
다른 말 할 것 없다. 여기 업데이트가 안 된다면 바쁜 것이다. 아주 바쁜 것이다.
2.
병원과 관련된 유력 정치인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리를 피하려고 계단으로 나가려는데 갑자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그 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그대로 잠깐 마주 보고 서게 되었다. 순간 아는 사람이라고 인사할 뻔 했다. ㅋ
3.
바쁜 와중에 골프 연습 중이다. 정말 친한 의국 선배님이 어떻게든 내가 공을 치도록 만들기 위해 나까지 멤버에 넣어서 부킹을 해버리셨다. 2주일 안에 필드에 나가야만 한다. 골프를 쳐야만 한다는 생각에 클럽 세트 옛날에 샀지만, 7년 동안 비닐도 벗기지 않았다.
그동안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이 그렇지가 않더라...
그래서 기회에 배워보려고 한다.
4.
다른 의국 선배의 죽음 이후... 인생 뭐 있느냐는 생각에 크게 질렀다.
중고 Leica M Monochrom을 12개월 할부로 샀다. 그냥 지금 즐길 수 있는 것은 좀 즐기고 살아야 할 것 같고, 그래야겠다.
5.
병원이랑 재계약을 했다. 연봉은 조금 올랐다. 그리고 총선이 코 앞이다.
다시 진보 정당에 후원금을 내느냐는 고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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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호크... 아니 호구...
나에게 일어난 일에 대하여 집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가 너무 한심했던 집사람이 아이에게 그 문제를 물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2학년 수준에 맞추어서 설명을 해주었다.
“니가 꼭 가지고 싶은 기차 장난감이 있었어. 장난감 가게 아저씨가 꼭 구해준다고, 용돈 모아 오면 꼭 너에게 팔 것이라고 약속을 했어.
다른 장난감 가게 아줌마가 와서 이미 그 장난감을 구해 놓았으니까 지금까지 모아 둔 용돈만 가지고 와서 사가면 된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 아저씨와 한 약속을 믿었기 때문에 ‘괜찮아요. 저 가게 아저씨가 꼭 구해준다고 했어요. 고맙습니다.’라고 하고 다른 가게에서 그 장난감을 사지도 않았어.
드디어 용돈을 다 모았고, 그 장난감 가게에 가서 ‘아저씨 제 기차 장난감을 주세요.’라고 했는데, 그 아저씨가 ‘그 기차 장난감을 구할 수 없었네. 미안하다.’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너무 실망해서 시무룩해 있는데, 아줌마네 장난감 가게에서 그 기차 장난감을 산 친구가 말을 하기를, ‘우리 가게 아줌마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아저씨는 그 기차 장난감을 구해오려고도 하지 않았데. 그냥 너에게 그렇게 이야기만 하고 아무런 노력도 안 하고 있다가, 너에게 미안하다고 하고는, 뒤에서는 자신이 구해주겠다고 말한 적 없다고, 니가 잘못 알아들은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데.’...
만일 이런 일이 너에게 일어나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아이는 대답하기를 “완전 화나지!! 다시는 그 장난감 가게 안갈꺼야!!”라고 했다.
다시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장난감 가게 아저씨가 다시 또 너에게 부탁을 하는 거야. 너랑 별로 안 친한 친구가 산 장난감이 니가 열심히 그린 그림과 잘 어울리니까. 그림을 별로 안 친한 그 친구에게 빌려주면 안 되겠냐고. 그럼 어떨 것 같아?”
아이는 다시 대답하기를 “왜 그런 부탁을 들어주어야 해?! 절대 안 들어줄 거야”
집사람이 말했다. “초등 2학년보다 못한 아빠야 !!”라고.
갑질은 하지 않더라도 호구는 안 되어야 하는데...
( http://www.defenseindustrydaily.com/report-us-agrees-to-sell-global-hawks-to-south-korea-05032/ )에서 가져 온 사진
친한 친구들이 날 부르는 애칭(?) “글로벌 호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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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 의대 졸업 동기들과 1박 2일로 남해로 여행을 다녀왔다.
가족들 떼어 놓고, 학생 때처럼 우리끼리만 ^^;;
다른 친구들은 몇 번 이렇게 여행을 다녀왔지만, 나는 스케쥴이 맞지 않아서
이번이 처음 간 것이다.
여행이라고 했지만, 보통 친구 중 한 명이 ���지방에 세미나에 참석할 때,
스케쥴이 맞는 친구들 몇 명이 얹혀 가는 것이다.
학교 다닐 때처럼 한 방에 모여서 술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떠들고 나니까, 며칠간의 심란하고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다들 건강하고 행복하게 소망하는 일을 이루었으면 좋겠고,
오래오래 함께 했으면 좋겠다.
사진은 남해 보리암을 오르던 중에 친구 중 2명의 뒤통수, 그리고 암자의 풍경.
사진은 Leica M Monochrom과 Leica Summicron 50mm 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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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례나 질병에 대한 인터뷰가 아닌 “나”에 대한 인터뷰는 처음 해봤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푸념하시는 마음씨 고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02choi09 님을 소개합니다.
일, 사회, 가정, 육아에 대한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글을 올리시는데, 시간을 쪼개 Tumblr에서 소통하는 목적이나 보람이 있다면?
익명으로 나 하고 싶은 ‘뻘소리(?)‘를 하려고 Tumblr를 시작했어요. 내 생각과 감정을 어딘가에 표현하고 싶은데, 주변 사람에게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말할 시간도 기회도 없거든요. 표현하지 않으면 왠지 속으로 끙끙 앓을 것 같은 생각과 감정을 여기에 올려요.
혼자 일��장에 써도 되겠지만, 타인이 볼 수 있는 공간에 쓰면 내 생각과 감정을 다듬게 되고 자기 검열도 하게 되더군요. 소수긴 하지만 제 글과 사진을 보는 사람이 있어 지적 허영심도 충족되고요.
누군가의 내면을 치료하는 멋져 보이고 두려운 직업을 가지셨어요. 일할 때 즐거운 순간, 두려운 순간이 있다면?
“사람의 내면을 치료한다"는 말은 참으로 명료하고 멋집니다. 하지만 현실은 더 복잡하고 초라하죠.
정신질환은 생물학적 요인과 심리·사회적 요인이 모두 작용해 발생해요. 저는 환자를 면담, 관찰하고 생물학적 검사를 종합해 병을 진단합니다. 그런 다음 증상의 생물학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을 구분해 각각 적절한 약물치료를 처방하고 심리·사회적 접근을 시행하죠.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정신질환에서 생물학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답니다.
의사의 기쁨이라면 환자가 좋아지는 거죠. 치료를 끝낸 환자가 잘 살고 있다며 보낸 엽서와 편지도 고맙고요. 치료를 종결할 수 없는 만성 정신질환 환자가 취업하고, 애인을 사귀고, 질병에서 자유롭게 사는 걸 보면 보람 있고요.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환자를 관찰, 진단해서 판단하는데 제 판단이 혹시 틀리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은 늘 있어요. 환자에게 느끼는 제 감정 때문에 두려울 때도 있죠. 폭력적인 환자를 면담할 때 동물적인 두려움, 공포를 느낄 때도 있었고, 타인에게 해만 끼치는 암적인 존재인 환자를 면담할 때 그를 혐오하는 내 감정이 혹시나 치료에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아 두렵기도 했어요. 반대로 매력적이고 유혹적인 환자를 대할 때도 내 감정이 치료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에 오히려 두렵기도 하고요.
사진도 찍고 간혹 그림도 올리시는데, 혹시 생업과 맞바꿀 정도로 간절한 어떤 분야(취미, 꿈, 직업)가 있다면?
사진 찍고, 책 읽고, 요리하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건프라 모형 만들고… 취미는 많은데 뭐 하나 뛰어나게 잘하는 건 없어요. 아직은 의사가 고소득 전문직인 편이고 제가 먹여 살려야 할 식구가 많아 딴생각은 안 합니다.
만일 현실적인 제약에서 벗어난다면 좀 더 공부하고 정진해서 글, 그림, 사진으로 구성된 책을 쓰고 싶어요. 전남대 정신건강의학과 이무석 명예 교수님이나 건국대 하지현 교수님처럼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으세요?
지금은 스스로 ��한 규칙에 얽매여 늘 쫓기듯 바쁘고 현실에 찌들어 있어요. 좀 더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 전에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도 구속돼 일탈이나 방종을 시도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또 다른 구속이고 조바심이더라고요.
현실은 그대로일 테고 제게 주어진 일의 양은 절대 줄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구속받으며 일을 쳐내기에 급급한 삶이 아니라 같은 양의 일을 같은 시간에 하더라도 덜 강박적으로, 보다 자율적으로 하고 싶어요. 주어진 일을 보는 제 관점을 바꿔야 하고, 그 일을 해나가는 저에 대한 관점을 바꾸면 될 텐데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정말 뜻대로 안 되네요.
사진: 02choi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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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국 선배의 부음을 들었다.
교통사고였다고 한다.
지난 주까지 우리 병원으로 환자 transfer 한다고 전화 통화도 했었는데...
마음이 먹먹하다.
마음이 너무 따뜻한 선배였는데...
오늘밤도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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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질...
그림은 google에서 검색한 해적 만화 “원피스”의 “명왕 실버즈”임. 특정 정치인과 절대 무관함...
지금 “해적질( 네덜란드 어로 ‘vrijbueter’, 스페인어로 ‘filibustero’, 프랑스어로 ‘flibustier’, 19세기 이후부터 영어로 ‘filibuster’)”이 우리나라를 점령하고 있다.
그리고 이 해적질 덕분에 국회가 국회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정치인이 정치인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테러 방지법”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대테러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에서 용의자에 대한 내사 및 도·감청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까지도 동의한다.
하지만, 용의자를 선정할 때, 어떤 통로를 통하여 획득한 정보를 근거로, 어떤 기준을 가지고 판단을 할 것인지가 명확해야만 하고, 그 과정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의하여 실행되고 감독 되어야만 한다.
신뢰할 수 없는 경로를 통하여 들어온 모호한 정보만을 근거로 자의적 판단을 하여 특정 인물을 테러 용의자로 선정하여, 그 사람에 대한 내사 및 도·감청을 시행하여 탈탈 턴 다음에 “어? 테러범이 아니었구나~”라고 넘어간다면 절대 안 될 일이다.
예를 들어보자...
만일 내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삭감당하고 "이런 정신 나간 정부 따위 망해버려라!"라고 말을 했다. 그것을 누가 보고 신고를 하였는데, 국정원 수사관이 마침 아주 고지식한 사람이라 나��� 테러의 상당한 의심이 있는 인물로 판단해버린 것이다.
그럼 국정원이 내 폰, 문자, 인터넷, 금융 정보 이런 것 모두를 영장 없이 다 볼 것이다.
아마 대부분은 여기서 끝날 것이다. 봐야 별 내용 없을 테니까.
하지만 수집된 정보는 어딘가에 기록이 되어 저장될 것이다. 그냥 폐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누군가를 테러 용의자로 규정하고, 조사했는데, 조사를 해봤더니 ‘꽝’이었다는 내용에 대해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게 말이 될까? 그런 기록만 남기고 근거 자료를 없애도 될까? 일단 수집된 정보가 있다면 당연히 기록으로 남겨야 하고, 그 기록을 토대로 정보를 수집해야 할 근거가 상당했는지, 적법한 과정으로 수집되었는지, ��보 보호 및 보안이 적절한지 감사 대상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모은 별 내용 없는 정보들을 누군가의 필요를 위해 악의적으로 편집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제약회사 주최 세미나를 간 것이나 영업사원과 점심이라도 같이 한 것을 잘 편집하면, 나를 상습적으로 리베이트 받는 나쁜 의사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친한 간호사들과 같이 회식한 것을 적당히 편집하면 막장드라마 한 편을 쓸 수도 있을 것이고, 이름을 말하면 안 되는 진보정당에 당비까지 내었던 진성당원이란 사실을 가지고 정말 나를 진짜 간첩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해체되기 전에 그 사람들 행태가 싫어서 탈당했었다).
물론 그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내가 가능성이 0%에 수렴하지만, 의사협회나 기타 직능 단체의 대표가 되거나 해서,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대 의견을 외치고 이 때문에 정부 측의 정책이 방해를 받거나 여론이 나쁘게 흘러가기라도 한다면?
아니면 나랑 이해가 상충하는 사람이 정보 접근 권한을 가진 사정기관의 직원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면? 아니 그냥 친해서 서로 돕고 사는 사람이라면?
그때부터는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길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는 것이다. “정보를 틀어진 정부가 그 정보를 활용하여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을 제거하거나 조정한다”... 영화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검찰총장이 언론에 자신의 사생활 문제가 거론되어 사표를 내야만 했던 것이 2013년도의 일이다. 당시 그 사생활의 문제가 사실이라고 볼 수 있는 정황 증거가 상당하다는 언론 보도와 수사 기관의 발표만 있었지만, 사실이라고 확증할 수 있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테러방지법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방법은 엄격히 법률로 제한하여 그 부작용을 철저히 차단해야만 한다고도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해적질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응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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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out
술을 좋아하는 관계로 종종 필름이 끊어지는 경험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그 빈도는 당연히 늘어간다.
그럴 때마다 우울해진다. 또 자제력을 잃고 취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것이 뇌 건강의 적신호라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시간을 잃어버린 듯한 상실감에 더 우울해진다.
기대여명의 절반 이상을 살았고, 이는 나는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시간보다는 짧다는 말이다. 그런 소중한 시간을 잃어버렸다는 느낌이 들고, 그 상실감에 우울하다.
목욕을 마치고 나온 아들 녀석의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려주다가,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그렇게 잃어버린 마음이 들었다.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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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fic Phobia, Unification Under Communism Type
“썰전”을 보면서 특히 전원책 변호사님을 보면서 든 생각인데, 대한민국 한정으로 “적화통일”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 것 같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 참담한 빈곤 기와 베트남 민주 공화국(북베트남)에 의하여 “적화통일”된 베트남 공화국(남베트남)을 실제로 목격했던 세대에게 특히 많이 발병하는 것같다.
이로 인한 불안은 지적 수준을 심각하게 퇴행시켜서 실제 데이터를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을 망가트리고, 그 공포에 동조해주지 않으면 그 상대에 대하여 아주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을 임상적 특징으로 하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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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제 곧 새 학기가 시작되고, 아이는 다시 한 학년이 올라가게 되었다.
과연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일까? 학교의 사전상 정의는 “<교육> 일정한 목적ㆍ교과 과정ㆍ설비ㆍ제도 및 법규에 의하여 교사가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이다.
학교는 아이가 무엇을 배우기 위해 가는 곳이다. 그런데, 늘 아이가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것을 미리 다른 곳에서 배워가야 한다. 초등학교에서 더는 한글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한다. 입학 전 미리 다 배워가고, 만일 그러지 않았다면 선생님이 오히려 이상하게 본다고 한다. 학교에서 줄넘기를 배운다고 하니까, 태권도 도장에서 미리 줄넘기를 배워서 가야 한다. 교과 편성표에 수영이 있다고, 아이에게 수영을 더 열심히 시켜야겠다는 이야기를 집사람과 나누었다.
학교는 배우는 곳이다. 그런데 배우는 곳으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점점 평가하는 곳으로만 기능하고 있다. 평가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 평가는 배움의 성취도가 어느 정도인지, 그 성취도를 근거로 교육의 방법을 재조정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평가가 그런 목적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등수를 매기는 용도로만 쓰이고 있고, 아이와 우리 ���모들은 배움이라는 과정과 실제로 어느 정도의 배움을 얻었는지보다는 평가 결과에만 집착하게 된다.
그러므로 학교의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하여, 학교에서 배워야만 할 것을 미리 다른 곳에서 배워야만 한다. 공교육은 사라지고 사교육은 득세하게 된다. 공교육 회복을 위해서는 학교가 본질적인 기능, 배우는 곳이라는 기능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등수를 매기는 평가는 학교에서 사라져야 한다.
하... 아이 교육 문제를 생각하고, 경험하다 보면, 그러다 보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참으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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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께
확실히 난 사께와 궁합이 안 맞다.
사께를 좋아하시는 다른 대학병원 교수님께서 가져오신 좋은 사께와 함께 유명한 일식 맛집에서 맛있게, 아주 맛있게 한 잔을 했는데, 그 날 밤 화장실에 계속 들락날락한다고 밤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난 안 먹는 음식도 몇 가지 있고, 못 먹는 음식도 몇 가지가 있다. 안 먹는 음식은 단무지를 안 먹고, 못 먹는 음식은 아나고 회를 못 먹는다. 단무지는 먹으려면 먹을 수 있는데, 그 맛과 식감이 싫어서 안 먹는 것이다. 중국집에 가더라도 양파랑 자장면이나 짬뽕을 먹지, 단무지와 먹지 않는다.
하지만 아나고 회는 먹을 때는 맛있게 잘 먹을 수 있는데, 1~2 시간 있으면 속이 뒤집히면서 모두 올린다. 그렇게 올리고 나면 속이 편해진다. 술이랑 같이 먹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아나고 회만 먹어도 번번이 그러했다. 알코올로 소독하면 괜찮다고 해서 술이랑 먹어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절대 아나고 회는 먹지 않는다.
이제 못 먹는 음식에 사께도 추가를 해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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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우 씨...
오늘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고~ 갑자기 급 호감이 되었네요 ㅎㅎ
비슷한 맥락으로 소녀시대의 “술규” 양도 팬이라는 ^^
그 이전에는 그렇게 좋아하질 않았거든요.
냉장고 안 곳곳에 저장된 각종 술~
서재에 카메라 제습함이 있는데, 이제 카메라와 렌즈를 많이 정리하여 별 쓸모가 없어졌는데, 저것 정리하고 소형 냉장고를 설치하고 그 안에 맥주, 안주 등등으로 꽉 채워놓으면 어떠냐는 생각을 했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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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갈아가면서... 소금 한번, 막장 한번씩. 전 회색분자입니다 ^^
순대 어디에 찍어드시나요? 소금? 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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