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wingswe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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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기를 머리에 씌워주면서 한다는 말이, '개구리를 조심하세요'.
네? 개구리를 조심하라니 무슨말이죠.
개구리는 귀에 바짝 붙어서 속삭이는 걸 잘하기때문에 그걸 경계해야합니다.
개구리들은 태어날 때 부터, 사람의 귀에 효율적으로 단번에 착지하는 방법을 배운답니다. 그중에서 특출난 개구리만 선별해서 전문가로 육성해요. 그 관련 연구자도 많고요. 사람의 귀를 유형화해서 어떤 유형은 어디로 올라타야 하는지, 그에 따라 낙상 리스크가 큰 경우에는 확률을 계산해서 시도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같은 것도 익힌답니다. 클라이밍 생각하면 이해가 편할겁니다. 특정한 목표지점까지 도달하기 위해서 어딜 짚고 넘어갈지 생각하죠. 신속하되 진지하게. 걔네도 그게 직업이니까... 열심히 하죠.
그렇군요. 근데 저는 귀가 잘 안들려서 개구리가 속삭여도 잘 못들을 것 같아요.
아, 개구리들이 30년 전까지만해도 단순 '소리'로 속삭였는데, 지금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텔레파시같은걸 보내요. 그래서 개구리랑 가까워지는 묘한 감정이 들기도 하죠. 근데 텔레파시의 경우 아직 연구가 덜 됐는지, 먹히는 사람한테만 먹힙디다. 혹시 모르니까 조심하는게 좋죠.
네... 근데 도대체 뭘 속삭이길래 그렇게 조심까지 해야하는거죠. 별 내용이 아니거나 내용이 있어도 내가 듣고 흘리면 되는거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하다가 당하는겁니다!!! 개구리들은 아까 말했다시피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귀에 착지하고 속삭이는 과정을 배워서, 사람들을 하인처럼 부려먹기도 합니다. 인지하지 못한 채로 이미 개구리의 하수인이 되어 개굴왕국을 재건하는 데 자신의 노동력을 무한제공한 사람들도 꽤 많아요. 이게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 이슈가 크게 되지 않아서 그렇지, 제가 생각했을 때는 이대로라면 위험합니다. 우리의 국가가 무너질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같이 개구리다수출몰지역에 상주하면서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개구리연구원이 있는거구요. 물론 문제는 이 개구리들이 개구리연구원의 존재를 알고, 개구리연구원연구소를 차린 것 같다는 거예요. 텔레파시 개발도 그래서 이루어진 것 같고... 아무튼 항상 경계를 늦추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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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우비를 쓰고 목장에 가고싶다.
안개가 슬 끼어있어야 할 것이다. 안개가 없다면 누가 연무기로라도 만들어줬으면. 목장에 동물들은 없어도 된다. 그냥 목장이면 된다. 초록색이 많아야 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비 맞으면 아무렴 어떠냐는 얘기를 해야한다. 사람들은 참 나약해! 비 오면 쏙 들어가버리고. 이런 농담을 하면서 웃어야 한다. 날씨는 살짝 추울 정도로 시원해서 우리가 따뜻한 손을 맞잡아야 한다. 생각나는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하고- 들려주기도 한다. 마구 뛰어다니고 싶다. 웃으면서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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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빠지는 습관인가 싶다가도 나를 안정시키는 치트키가 있다.
태국 코사멧에서 잃어버린 하얀 불투명 반지같이- 그것이
숙소 침대 옆에 내가 떨어뜨린 뒤로, 내가 떨어뜨린 그 사실을 알면서도 바로 줍지 않아서 서운해서 숨었나보다하고
걔는 동대문에서 나를 만났지만 또다른 어딘가에서 왔을텐데, 거기보다 그리고 나랑있는것보다 코사멧의 원두막집이 더 좋았구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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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안에서 비행기 삼행시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행실을 똑바로 했어야지
기록은 확실히 없앴다
비
행선지라도 똑바로 말해주던가
기
비가 오는 날에는
행복했던 추억이 자꾸 떠올라서
기운이 없다
비룡열차 맨 뒷좌석
행운의 네 잎 클로버
기차표는 내가 끊어놨어
비수를 꽂아놓고서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말이
기만
(7/16, 방콕가는 비행기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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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romi의 Green Tea Farm을 듣다보면 시간이 (내 몸으로) 온전히 느껴진다. 곡이 재생되는 동안 흐르는 시간은 모래이다. 그러니까 나는 굵은 모래로 이루어진 바람을 경험하면서 이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걷는다. 그 동안 그 굵은 입자 하나하나를 모두 감각할 수 있게 된다. 바람에 실려 나를 때리는 모래가 피부를 따갑게 하지만 좀 더 유심히 들으라 말하는 채찍같다. 머리카락을 일정한 방향 없이 마구 휘날리게 할 정도로 몰아치는 모래바람 속에서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앞으로가며 눈을 뜰 수 있는 이유는 내가 고글을 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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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모래때문에 꽤 많은 기스가 난 고글 렌즈 앞으로 또 보이는 건 곡 전체를 이어주는 멜로디의 유려한 흐름, 그 중간에 살짝 포함된 찰나의 정적이다. 그 정적 속에는-크레이트 사이로 보이는 깊은 암흑같은-시간이 농축되어있다. 뭉뚝하고 질펀하게 농축된 시간은 잠깐 나를 끌어들인다. 정적의 순간이 0.1초라면 10초를 체감하게 하며: 나는 크레이트 속으로 번지점프를 하고: 하나 둘 셋 하고 뛰면 순식간에 떨어졌다가 다시 튕겨 올라오는 고무줄처럼: 정적은 나를 그 어두운 틈으로 끌어들였다가 다시 마치 없었던 것처럼 평평한 땅이 된다.
그 정적이 지나가면: 얇고 강철처럼 단단해서 첨예한 시곗바늘이 그 조용하고 어두운 틈 사이로 곧바로 비집고 들어와서 어느새 인사를 하고 크레이트가 땅이 된 그 대지 위에서는 여전히 모래바람이 분다. 고글이 필요없어진 눈이-어쩌면 모래가 눈동자 모양으로 만들어져 내 눈의 자리에 들어온다면 어떨까-라고 생각하지만 고글은 아직 자기 역할을 잘 하고 있다냐. 4분 35초라고 측정된 트랙길이는 무색하다. 내가 정적 크레이트 사이에 점프했다가 돌아나온 시간은 측정할 수 없다. 그러다보면 시작과 끝은 모호하고 계속 반복되고... 계속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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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나오는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릴 때 기분이 좋다.
부산에서 샀던 머그컵 그림이 오늘따라 귀여워보이고
선물받은 스트레스해소-차를 따뜻하게 마시니 좋다.
애니메이션 영화가 아름답고 슬퍼서 눈이 숫자3처럼 되도록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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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
위를 지나가다가 구멍 안을 들여다보는데 갑자기 물이 튀어나와 놀라는 상상을 한다. 응, 그렇게 물이 나오면 특히나 눈이 아프겠지 나는 눈을 엄청 찡그리고 물은 눈을 가득 채우겠지!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눈에서 넘쳐 흘러내리는 물을 잔뜩 생각하고 그에 수반될 아픔을 동시에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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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추웠던 날에 내가 두 개나 들어갈 것 같은 패딩을 빌려입고
생맥주를 먹으러 버스를 타
말이 잘 안들릴정도로 시끄러웠던 맥줏집에서
항상 그랬던 것처럼 배가 터질 것 같이 먹고
만족한다는 웃음을 나눠 눈을 찡긋하는 제스쳐와 청설모.
나와서 담배를 태우는데
그 순간에 대한 생각 뿐이고
올 때 탔던 버스는 어쩐지 안보여서 무작정 걸었다
자는 사이에 일어나서 내 옷을 챙겨입고
-그때가 겨울이었는지 겨울같은 봄이었는지 겨울같은 가을이었는지 가을같은 겨울이었는지-
하천을 걸으면서 생각하고서는
태연하게 들어와서 쇼파에 앉아 책을 읽는 시간
나는 나무쇼파가 있는데 너는 천쇼파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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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파편 밟지 않기위해서
발바닥을 끌며 다녀야한다
얼마전에는 생각없이 쿵 내딛다가
엄지발가락이 접히는 부분에 아주 미세한 파편이 ( )
영화에서처럼 팍 하고 뽑고
하얀 휴지를 묶으니까
비둘기가 된 것도 같고
편지를 전해야하나 망설이다가
누수된 변기의 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명상하다.
물 끓는 소리와 비가 내려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물이 이루는 세상의 소리들에 대해서
생각하는데
변압기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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