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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습작 10/21 ~ 10/31>
아직은 아침에 패딩보다 코트를 찾습니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가을바람과 아아를 대신해 전기장판과 핫초코가 일상에 스며들지 않을까요? 걱정과 불안함이 기본값인 저는 벌써 겨울 준비를 시작했고 조금 더 가서는 봄을 기다립니다.
누구 말로는 현재가 선물이고 지금 순간을 즐기라지만 평생을 즐겨온 저에겐 겨울을 이겨낼 그럴싸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으며 쌓일 듯 흩어지는 하얀 것들과 하루빨리 인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왠지 저와 비슷한 계절에는 막연하게 숨어 버릴 수 있을 거 같은 자신감이 들거든요.
따스함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한 톨의 녹음마저 사라진 세상에서 서서히 봄을 맞이하면 저도 같이 녹을 수 있을까 생각해 봤어요. 한강 작가님의 ‘작별’ 주인공처럼 눈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그저 빨리 첫눈을 기다립니다.
그러면 지독히도 추운 바람을 맞으며 백지에 남겨지는 발자국처럼 무엇이라도 남길 수 있을 테니까요.
영하 오십도 까지 떨어졌으면 좋겠어요.
흐르는 눈물마저 얼어붙어 눈물이라 부룰 수 있는 것들이 세상에서 모두 사라지는 순간을요.
…
아 미안해요 그럼 안되겠네요.
당신은 추운 걸 못 견디는 사람이니까.
목도리에서 정확히 십 센티미터 위, 하얀 공기가 새어 나옵니다. 눈에 보이는 한숨을 올려다보면 흩어지는 눈발에 섞여 모든 걸 용서해 줄 것만 같습니다. 더 크게 숨을 들이마셔봅니다. 용서의 계절에 더 크게 뱉어 봅니다.
따뜻한 봄에는 누구보다 온기가 필요했고
휴가의 여름에 부단히도 일했으며
간질간질한 가을의 공허함을 지나
얼어붙은 겨울에서야 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계절이 관여할 수 없는 각자의 계절에서 당신의 오늘은 어떤 계절을 보내고 계시나요?
매끈하고 멈춰있는, 차갑지만 투명한, 하지만 흐르고 있을 겨울의 강변.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부단한 물의 소리에 조급해져 봄의 발걸음을 보태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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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de Runner 2049 (2017)
이거 포스터 만든 사람 진짜 혼나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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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 본 사이에 왜 이렇게 야위었어?
밥은 챙겨 먹고 다니냐?
둘이서 오랜만에 술이라도 한잔할까?
맞다, 너 그때 기억하냐? 나 어릴 때 네가 찾아오면 항상 도망쳤던 거.
그때 생각하면 참 웃겨 네가 왜 그렇게나 무서웠던지.
그래 맞아 나 다 크고 나서도 너 만날 때마다 울긴 했지.
그래서 안 울려고 너를 피해 의미 없는 누군가를 계속 찾아다녔고.
그땐 그랬어. 그리고 그게 맞는 건 줄 알았지.
그런데 이제서야 네가 조금 편해지긴 했어.
눈물이 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쩔 수 없지만 좀 울면 어떠냐.
알겠다고 나 이제 도망 안 다닐게 너도 편하게 찾아와 대신 자주는 안된다.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재워줄게 내일 아침에 가.
잘자 외로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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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함을 믿지는 못하지만 달짝지근한 향기를 품은 둘의 포개진 그림자를 보면 뭐가 중요하나 싶어요
Ho는 일주일전 사랑을 시작했다 아픔을 알기에 나눌수 있기를, 그리고 왕창 사랑 받기를
오늘의 꿀팁 고구마는 오븐에 구울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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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어느 순간 내 눈앞에 종이와 팬이 있어서 그냥 막 그렸다? 꽃도 그리고 이쁜 집도, 친구도 뭐든 막 그리다 보니까 망측하거나 흉한 것들도 막 휘갈겼지. 그런데 말이야 이게 어느 순간 보기 싫더라고. 내가 진짜 그리고 싶은 건 이게 아닌데. 그래서 새 종이에 다시 처음부터 그리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이게 웬걸, 알고 보니까 내가 가진 종이는 딱 한 장뿐이더라. 지울 수도 없는 그 이상한 그림과 평생을 함께 해야 되더라고. 그게 후회가 돼.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신중하게 그릴걸"
“그래도 하나뿐인 너만의 그림이잖아 흉한 건 다른 예쁜 색으로 칠해서 더 아름답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애초에 밑그림부터 잘못되었어. 처음부터 다시 그리고 싶은데 종이가 없다고”
“그럼 종이를 뒤집어”
“어..? 뭐라고?”
“뒤집으라고, 자국이야 남겠지만 다시 그릴 수 있잖아. 뒤집어서 처음부터 신중하게 다시 그려. 그럴 자신 없으면 그런 투정은 넣어두라”
야식 먹고싶은데 참는다. 그래야 멋진어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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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사이로 쓰라림이 전해진다.
아마 사이즈 실수가 원인일 것이다. 나는 항상 이런 식의 미숙한 일 처리를 고집한다. 예를 들자면 지난주 커피를 주문할 때 분명 두 잔을 테이크 아웃 한다 말했지만 직원 실수로 세잔을 받고도 괜찮다는 말만 연신 뱉어내며 덥석 받은 일, 그로 인해 결제 내역을 보면 세잔의 값이 결제되어도 번거로움�� 싫어 불편함을 합의점으로 넘겨버린다.
이 장화도 부산스럽게 여러 사이즈를 신어보고 점원의 친절과 널브러진 장화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덥석 고른 녀석이 왼쪽 뒤꿈치의 상처를 자아냈다.
주위 사람들은 네가 착해서 그래, 자신보다 그 외의 사람들을 더 배려해서 그래라는 평을 남기지만 내 생각에는 오히려 잠재된 회피 성향의 부산물이 아닌가 싶다.
이물감을 꾹꾹 참으며 걷고 또 걷다 텅 빈 집안에서 샤워를 할 때면 한꺼번에 아픔이 물밀듯 몰려오겠지. 잠을 잘 때, 아침을 맞이할 때 더욱이 따갑지만은 출근을 할 때, 타인을 마주할 때는 그 쓰라림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지겠지.
이참에 아주 미련한 몹쓸 버릇을 고쳐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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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잃어버려 신분증을 재발급 받아야 된다. 증명사진 찍으러 가기 귀찮아서 재작년에 찍은 여권 사진을 찾으려 방을 뒤집어엎고 있던 와중에 편지 뭉텅이를 발견했다.
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았구나..
그중에서도 8년 전 군대 있을 때 선임이 보내준 쪽지.
잊고 있던 너 덕분에 키도 작고 못생긴 괴물은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시작한다 이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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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웃겨요.
어떤 날에는 꽃이 아름다워 발걸음을 멈추다가도 어떤 날에는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마저 미워 보여 말 한마디 하지 않고요. 어떤 시간은 불안한 생각에 잠겨 괴로워 죽을 거 같다가도, 또 다른 시간은 오로지 행복으로 가득 차서 불행 따위는 비집고 들어올 틈마저 사라져 버려요. 이렇게 한참을 떠돌다가 고요해지는 순간을 마주하면 나의 수많은 그림자와 보폭을 맞추는 연습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차분해진 영혼이 해야 할 일을 아주 작게 속삭여 주는 거 같기도 해요. 뭐랄까 선명한 게 하나도 없는 주체를 정의 내리기 어려워 방황하는 모습? 근데요 간단하게 생각해 보면 다 내 맘대로 더라고요. 미워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내가 정하는 거. 그러니까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시야를 확장 시켜야겠어요. 그럼 조금 더 오래 평온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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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보이지 않아 걸음을 멈춘 순간부터 침묵의 만용이 시작되지. 난 그걸 너무 늦게 알아차린 대가로 벌을 받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앞을 응시하며 분주하게 발걸음을 축척할수록 아름다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확신이 피어올라. 그러니 우리 같이 길이 보이지 않아도 멈추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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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로움에 관하여. 첫번째.
배송 도착 후 이틀이 지나서야 입어보는 새 후드티. 나에게 주는 가을 선물이다 무언갈 자꾸 가리고 싶은지 크게 옷을 입는 게 습관이 되었다.
북 카페 가는 길의 코스모스. 언제 피었는지 오늘 처음 보았다 이렇게나 주변에 관심이 없다니 반성하자 그런데 너무 이뻐서 그 자리에 선채로 담배 한 대를 더 피웠다.
언제나 목적지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우연히 알게 된, 지금의 나에게는 애착 장소. 이제는 뭘 마실지 물어보시지도 않는다 카드를 내밀고 커피를 서빙 받고 책을 펼치고 한 모금 마신 뒤 집중!
무언가 항상 새롭고 더 새로운것에 목이 말라 있었다. 그로인해 방치하고 망가져버린 소소한 시간을 이제서야나마 권태롭게 보내고 있는 나에게 또 다시 텀블러를 켜라고 속삭였던 페이지.
책을 읽다 일층으로 내려와 담배에 불을 붙이려던 순간 너무 이쁘고 귀여워서 호다닥 뛰어가 찰칵. 부쩍 외국인이 많아진 이 동네에서는 술에 취해 알 수 없는 말을 하던 취객과 칼부림에 관한 소문만 들었지 이런 따뜻함을 마주할 줄 몰랐다. 응원한다 외국 꼬마 커플 !
준 형과 수다를 떨어볼까 싶어 가게로 가던 중 마법 카드 발동! ‘스스로를 함정에 빠트리고 있던 나에게 누군가 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 엉뚱한 생각을 하며 찰칵
그 외에도 일본 빈티지 숍에서 산 왁스 재킷의 꾸리꾸리 한 냄새를 빼려고 아침부터 골치 아팠던 일, 준 형과 가벼운 수다를 떨며 형이 추천해 준 ‘로맨스는 별책부록’ 과 집들이 일정에 관한 이야기, 집에 돌아오는 길 강변의 바람이 시원해 윤지영 님의 앨범을 모두 들으며 무작정 산책.
권태로움을 다른 시각으로 보면 참 많은 것들이 보인다 어쩌면 권태롭다는 것은 묵묵히 쌓아 올린 시간의 보상이며 한걸음 나아간 나를 알아차리라고 주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마음을 굳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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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함이 내려앉을 무렵 가느다란 새벽에 잠이 들면 정돈되지 않은 꿈을 꾼다. 가령 무채색의 파도에 휩쓸려 질식한다거나 눅눅해져 버린 너를 끌어안고 울고 있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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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건 읽은 페이지, 지금 현재는 네가 읽고 있는 페이지, 다음 장을 읽으려면 넘겨야 해. 아무리 좋은 구절이 있어도 언제까지 같은 페이지만 되풀이해서 읽을 수는 없어.”
소박함을 꿈꿨는데 왜 so 박하게 살고있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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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일요일 감미친 모임에서 여자들을 빼놓고 J형과 인이랑 찐하게 한잔했다 인이는 연거푸 소주 몇 잔을 들이키더니 “아니 행님들 요즘 날씨 왜 이렇게 좋아요? 천고마비의 계절 하늘은 높고 말들은 살찐다는데 왜 내 살이 더 찌는 거 같지? 저 사실 말이 아닐까요 ?”그 말을 하면서 휴지를 뽑아 땀을 닦고 있는 네가 왜 이렇게 웃기던지 귀엽고 엉뚱한 것이 세상을 구한다는 말이 ��지 알 거 같다
4개월 전에 한 탈색을 아직까지도 유지하다니 나도 참 애달프다
후쿠오카 돈키호테에 방문했을 때 즉흥적인 걸 애증 하는 내가 그녀에게 탈색을 해달라고 졸랐었고 우리는 탈색 약 3통을 카트에 담았지
인센스향, 갈레트, 시원한 아사히 맥주, 탈색의 따가움, 비 오기 전 여름의 후덥지근함, 비가올때 신은 장화
3박 4일 동안의 일본 여행 후 그녀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언제쯤 검정 머리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답답해서 무언가를 닥치는 대로 읽다 보니 문득 쓰고 싶어졌고 꾸역 꾸역 쓰다 보니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이때까지 나의 모든 기록들을 하나하나 다시 읽어보��� 조울증 환자 같다는 생각과 더럽게 멋이 없구나가 교차한다 어쩌면 혼자만 쓰다가 누군가 읽어주니 괜스레 주눅이 들었나 보다 다시 중심을 맞추자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때 시소 중간에서 수평을 맞추려 애를 쓰던 모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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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하게 응시한 눈동자 끝에 매달린 문장에서 온기를 느꼈다 사전적 의미를 넘어 고뇌와 고찰을 품어온 한 땀 한 땀의 모음과 자음이 혈액을 타고 흘러내리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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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는 건 지옥인데 내려놓는 건 쾌락이더라
너무나도 비겁했고 처절하게 치졸했다
얼마 전에 자기 연민에 대한 글을 접할 수 있었다 촘촘하지 않은 삶을 축척해온 나는 그 단어들을 받아들이기에 한참이나 모자랐지만 그로 인해 더 이상 부끄러운 단어를 뱉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부끄럽지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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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가기 전에 읽은 이병률 시인의 산문집과 어제 잠들기 전 다시 보게 된 영화 러브레터가 10월의 아침 치토세 공항 비행기표를 예매하게 만들었다
훌쩍 떠나기 위한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충분한 이유 이지 않나 ? 사실 다른 이유도 있을 테지만 그런 것까지 일일이 나열하기에는 너무 슬프잖아
- 곧 만나자 11월의 삿포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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