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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추락하는 건 나였고 그 순간에도 내가 볼 수 있는 건 너의 뒷모습뿐이었지. 긴 낙하가 끝날 무렵 흩어진 육체의 조각들을 바라보며 생각했어 이 광경을 보는게 네가 아니라 나라서 참 다행이라고.
<도와줘요 심야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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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휘어진 심장의 시선과 눈이 마주칩니다. 어질러진 감각들이 무차별적으로 털을 곤두세워도, 떨리는 손으로 녹음의 짙음을 붙잡으려해도 새벽에 뉘어진 순백의 그림자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그림자에 비친 머리칼은 미련으로 흘러내리고 미지근해진 눈꺼풀은 반대의 계절을 투영하여 반쯤 녹아내린 녹음을 응시합니다. 어디선가 흘러온 침묵의 소음이 그리운 목소리를 동반해 그때의 습한 공기로 저를 데려갑니다. 여행 가방을 챙길 시간도 없이 파편의 비행기에 오르며 창문 밖 빽빽하게 번지는 눈발 속에서 그대와 닮은 그림자를 마주합니다. 추락하는 구름들 에게 물어봅니다 ‘이대로 괜찮을까요?’ 창문밖에 달라붙은 이슬들은 시야만 흐리게 할뿐 이륙 준비를 합니다. 긴 비행이 될거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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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상의 매니저가 할 법한 말을 떠올린다.
‘자 모든건 먼지가 됩니다. 잔뜩 굳은 어께에 힘을 푸세요.
지금 우리가 쓰는 글은 언젠가 먼지가 되고 세상에는
수많은 먼지 같은 말들이 떠다니다가 가라앉을 거에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당신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해요.
나를 망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 자신이에요.
다른말로, 나를 망칠권리는 오직 나에게만 있어요.
굳이 지금 그 권리를 써야겠습니까?’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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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적인 배려보단 존중을 존중보단 구원을 구원 했으면 배려할 수 있기를 배려한다면 존중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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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de Runner 2049 (2017)
이거 포스터 만든 사람 진짜 혼나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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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 본 사이에 왜 이렇게 야위었어?
밥은 챙겨 먹고 다니냐?
둘이서 오랜만에 술이라도 한잔할까?
맞다, 너 그때 기억하냐? 나 어릴 때 네가 찾아오면 항상 도망쳤던 거.
그때 생각하면 참 웃겨 네가 왜 그렇게나 무서웠던지.
그래 맞아 나 다 크고 나서도 너 만날 때마다 울긴 했지.
그래서 안 울려고 너를 피해 의미 없는 누군가를 계속 찾아다녔고.
그땐 그랬어. 그리고 그게 맞는 건 줄 알았지.
그런데 이제서야 네가 조금 편해지긴 했어.
눈물이 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쩔 수 없지만 좀 울면 어떠냐.
알겠다고 나 이제 도망 안 다닐게 너도 편하게 찾아와 대신 자주는 안된다.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재워줄게 내일 아침에 가.
잘자 외로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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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사이로 쓰라림이 전해진다.
아마 사이즈 실수가 원인일 것이다. 나는 항상 이런 식의 미숙한 일 처리를 고집한다. 예를 들자면 지난주 커피를 주문할 때 분명 두 잔을 테이크 아웃 한다 말했지만 직원 실수로 세잔을 받고도 괜찮다는 말만 연신 뱉어내며 덥석 받은 일, 그로 인해 결제 내역을 보면 세잔의 값이 결제되어도 번거로움이 싫어 불편함을 합의점으로 넘겨버린다.
이 장화도 부산스럽게 여러 사이즈를 신어보고 점원의 친절과 널브러진 장화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덥석 고른 녀석이 왼쪽 뒤꿈치의 상처를 자아냈다.
주위 사람들은 네가 착해서 그래, 자신보다 그 외의 사람들을 더 배려해서 그래라는 평을 남기지만 내 생각에는 오히려 잠재된 회피 성향의 부산물이 아닌가 싶다.
이물감을 꾹꾹 참으며 걷고 또 걷다 텅 빈 집안에서 샤워를 할 때면 한꺼번에 아픔이 물밀듯 몰려오겠지. 잠을 잘 때, 아침을 맞이할 때 더욱이 따갑지만은 출근을 할 때, 타인을 마주할 때는 그 쓰라림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지겠지.
이참에 아주 미련한 몹쓸 버릇을 고쳐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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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잃어버려 신분증을 재발급 받아야 된다. 증명사진 찍으러 가기 귀찮아서 재작년에 찍은 여권 사진을 찾으려 방을 뒤집어엎고 있던 와중에 편지 뭉텅이를 발견했다.
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았구나..
그중에서도 8년 전 군대 있을 때 선임이 보내준 쪽지.
잊고 있던 너 덕분에 키도 작고 못생긴 괴물은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시작한다 이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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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웃겨요.
어떤 날에는 꽃이 아름다워 발걸음을 멈추다가도 어떤 날에는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마저 미워 보여 말 한마디 하지 않고요. 어떤 시간은 불안한 생각에 잠겨 괴로워 죽을 거 같다가도, 또 다른 시간은 오로지 행복으로 가득 차서 불행 따위는 비집고 들어올 틈마저 사라져 버려요. 이렇게 한참을 떠돌다가 고요해지는 순간을 마주하면 나의 수많은 그림자와 보폭을 맞추는 연습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차분해진 영혼이 해야 할 일을 아주 작게 속삭여 주는 거 같기도 해요. 뭐��까 선명한 게 하나도 없는 주체를 정의 내리기 어려워 방황하는 모습? 근데요 간단하게 생각해 보면 다 내 맘대로 더라고요. 미워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내가 정하는 거. 그러니까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시야를 확장 시켜야겠어요. 그럼 조금 더 오래 평온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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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로움에 관하여. 첫번째.
배송 도착 후 이틀이 지나서야 입어보는 새 후드티. 나에게 주는 가을 선물이다 무언갈 자꾸 가리고 싶은지 크게 옷을 입는 게 습관이 되었다.
북 카페 가는 길의 코스모스. 언제 피었는지 오늘 처음 보았다 이렇게나 주변에 관심이 없다니 반성하자 그런데 너무 이뻐서 그 자리에 선채로 담배 한 대를 더 피웠다.
언제나 목적지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우연히 알게 된, 지금의 나에게는 애착 장소. 이제는 뭘 마실지 물어보시지도 않는다 카드를 내밀고 커피를 서빙 받고 책을 펼치고 한 모금 마신 뒤 집중!
무언가 항상 새롭고 더 새로운것에 목이 말라 있었다. 그로인해 방치하고 망가져버린 소소한 시간을 이제서야나마 권태롭게 보내고 있는 나에게 또 다시 텀블러를 켜라고 속삭였던 페이지.
책을 읽다 일층으로 내려와 담배에 불을 붙이려던 순간 너무 이쁘고 귀여워서 호다닥 뛰어가 찰칵. 부쩍 외국인이 많아진 이 동네에서는 술에 취해 알 수 없는 말을 하던 취객과 칼부림에 관한 소문만 들었지 이런 따뜻함을 마주할 줄 몰랐다. 응원한다 외국 꼬마 커플 !
준 형과 수다를 떨어볼까 싶어 가게로 가던 중 마법 카드 발동! ‘스스로를 함정에 빠트리고 있던 나에게 누군가 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 엉뚱한 생각을 하며 찰칵
그 외에도 일본 빈티지 숍에서 산 왁스 재킷의 꾸리꾸리 한 냄새를 빼려고 아침부터 골치 아팠던 일, 준 형과 가벼운 수다를 떨며 형이 추천해 준 ‘��맨스는 별책��록’ 과 집들이 일정에 관한 이야기, 집에 돌아오는 길 강변의 바람이 시원해 윤지영 님의 앨범을 모두 들으며 무작정 산책.
권태로움을 다른 시각으로 보면 참 많은 것들이 보인다 어쩌면 권태롭다는 것은 묵묵히 쌓아 올린 시간의 보상이며 한걸음 나아간 나를 알아차리라고 주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마음을 굳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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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함이 내려앉을 무렵 가느다란 새벽에 잠이 들면 정돈되지 않은 꿈을 꾼다. 가령 무채색의 파도에 휩쓸려 질식한다거나 눅눅해져 버린 너를 끌어안고 울고 있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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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하게 응시한 눈동자 끝에 매달린 문장에서 온기를 느꼈다 사전적 의미를 넘어 고뇌와 고찰을 품어온 한 땀 한 땀의 모음과 자음이 혈액을 타고 흘러내리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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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는 건 지옥인데 내려놓는 건 쾌락이더라
너무나도 비겁했고 처절하게 치졸했다
얼마 전에 자기 연민에 대한 글을 접할 수 있었다 촘촘하지 않은 삶을 축척해온 나는 그 단어들을 받아들이기에 한참이나 모자랐지만 그로 인해 더 이상 부끄러운 단어를 뱉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부끄럽지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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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가기 전에 읽은 이병률 시인의 산문집과 어제 잠들기 전 다시 보게 된 영화 러브레터가 10월의 아침 치토세 공항 비행기표를 예매하게 만들었다
훌쩍 떠나기 위한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충분한 이유 이지 않나 ? 사실 다른 이유도 있을 테지만 그런 것까지 일일이 나열하기에는 너무 슬프잖아
- 곧 만나자 11월의 삿포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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