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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살의 크리스마스
exile2nd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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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살의 크리스마스
네 생각의 끝이 항상 나인 것처럼
내 시작에는 글썽이는 네가 있어
잘 말린 라넌큘러스 한 송이
그럴싸한 내용의 유언장
니체의 철학서 한 권
그 정도면 우리의 밤은 충분하지
우리는 끝이 뭔지 이미 잘 알고 있잖아
손목의 붉은 그림이 그걸 말해
Feist의 Let it die를 들으며,
너는 시를 쓰고 나는 유서를 쓰고,
그래,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뱅쇼를 양껏 마셔
시나몬향에 취해 우리가 비틀거리는 사이
밤은 흑설탕처럼 달콤해지고,
우리는 나란히 담배에 불을 붙이며
세상을 향해 침을 뱉는 거야
키들키들 웃는데 자꾸 눈물이 나
이 울음을 다 필사하기엔 이번 생은 너무 짧고,
우리는 거국적으로 거울 속의 성기를 경멸하지
심장은 하나야
알아, 나의 어떤 조각은 네 일부잖아
우리가 우리에게 기울어 있다는 것
너무 늦지 않게 만난 우리를 축복해 주자
유린당한 하얀 자궁을 위로해 주자
죽은 나비의 이름을 지어 주자
33살의 크리스마스 밤이잖아
우리는 촛불을 켜고 은밀히 소원해
우리의 건강한 죽음을
함께 가,
이제 그만 외롭기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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