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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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있는 책의 한 장의 서두가 맘에 든다. 마치 스팀펑크 소설의 서두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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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 안달루시아의 팔로스 / 니나(배 이름) 핀타 산타마리아 / 카나리아 제도 마요르카 섬 / 바하마 제도 / 엔리케 / 모험가 x 장사꾼 o / 해적사업 / 노예무역 / 사하라 해안 보자도르곶 / 연대기 작성으로 성역화 / 페르낭 고메스(리스본 상인) 마르틴 렘(아내 플랑드르 출신) / 제노바인 금융업 / 콜럼버스 / 안드레스 베르날데스(친구 연대기 작가) / 선원생활(아이슬란드 키오스섬 기니 아조레스 제도 등등) / 아폰수 5세(포르투갈 국왕) 후아나(카스티야 왕위계승 후보) / 이사벨라 측이 전쟁에서 승리 / 1478 기니 연안 해전 포르투갈 승리 카나리아 제도는 카스티야에 대서양의 다른 섬들은 포르투갈에 / 1478 제노바 켄투리온(설탕 구매 컨소시엄)의 대리인 / 필리파 모니스 페리스트렐로(아내 가난한 포르투갈 귀족) 디에고(아들 왕조적 야망의 중심) / 다양한 인쇄책자로 지리학 습득 / 1480 대서양 항해 로비 시작 / 1484 포르투갈 국왕 주앙 2세에게 로비 / 마누엘 1세(주앙의 후계자) 사제왕 요한(prester john) 전설 / 1492 돈 후안(아스트리우스의 왕자 페르디난트 이사벨라 아들 상속자) 프레이 디에고 데자(왕자의 가정교사 추후 세비야의 대주교) 알폰소 데 킨타니야(카스티야의 재무관리) 루이스 데 산탕겔(아라곤 재무관리인 금융의 마법사) 이런 주변인들의 협조로 항해 시작 / 상업 계약서 대출 서류 면죄부 판매 등으로 자금 마련 / 마누엘 1세(주앙 2세 사촌 1495 주앙 2세 사망 후 왕위 계승) / 1497 바스코 다가마 마르키오니 인도양 무역 네트워크 / 1500 3월 바스코 다가마 2차 항해 / 코르테스 피사로 / 디에고(아들) 페르난도(사생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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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감동의 여정 🇮🇹
🍝 이탈리아 미식여행 - 맛과 감동의 여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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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된 세계 밖
아마도 두서없는 글이 될 듯하다.
나는 머릿속에 해야 할 일이 항상 상황별로 구체화 되어 있어서 계획이 없는 날이 거의 없다. 생각해 보면 살아오면서 가장 애쓴 일이 어떤 상황에서도 글을 쓰는 것, 혹은 내용 전개나 등장인물을 생각하는 것이다. 가령, 책에 일일이 언급하지 않아도 등장인물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이나 장소, 식물, 색깔 등 그 사람의 세계를 이루는 작은 부분까지 자세하게 생각해 본다. 누군가 그 사람에 관해 물어보면 잘 아는 사람처럼 말해 줄 수 있도록…. 그러면 어떤 행동의 동기가 생겨나고, 거기서 이야기가 뻗어나간다.
글을 쓰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어느 환경이고 상관없이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미래를 향한 노스탤지어는 토론토, 뉴욕, 런던, 파리, 베네치아, 피렌체, 프라하, 서울, 울산, 통영, 토론토, 뉴욕, 우즈베키스탄, 다시 뉴욕과 토론토로, 여러 도시를 거쳐 틈틈이 방황하듯 썼다.
그에 비해 지금 쓰는 글은 거의 이동을 하지 않고 있다. 지겨울 만큼 고정된 곳에서, 전혀 존재하지 않는 곳을 상상하며 쓰고 있다. 그래서 매일 지나다니는 거리의 풍경이 중요하다. 쓰레기를 얼마나 치웠는지, 꽃은 며칠째 활짝 피었다 지는지, 벌레가 얼마나 많은지, 냄새는 어떤지, 유기견들은 어떻게 됐는지, 마트에 새로운 과자가 들어왔는지, 작은 덩굴 숲을 이루고 있는 구역의 위협감(비록 햇볕이 쨍쨍하지만)과 나무의 푸르름,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의 인상 등, 다소 일상적인 것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이런 생각을 하며 산다. ‘계속하든가, 그만하든가... 잘 해내든가, 그렇지 못하든가... 결국, 일은 노력한 결과의 차이일 뿐이다. 내가 쓰는 글도 그렇다. 열심히 써보지만 안되면 어쩔 수 없다. 단지 쓰는 행위가 내게 진실한 '위로,' 마음을 들여다보는 어떤 ‘시선’을 주기에 계속할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난, 내가 깊이 사유할 수 있고 나의 일부인 것들만 쓸 수 있다.’
늘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실존주의 작가의 책은 ‘선택’이 아닌 ‘이끌림’이었다. 한 사람의 생애가 사라져가는 순간들이 책 속에 있다. 하지만, 한 인격체로 나를 의식하기 전, 성경이 이미 내 삶의 기반을 다지고 있어서, 어떤 책을 읽든 기독교적 관점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 관점에서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내게 종교는 선과 악의 극명한 차이가 아니라(물론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성경적 기준은 있지만), 오히려 천천히 삶에 스며드는 위로이다. 아담과 이브가 선,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의미를 모를 때, 그들은 하나님 중심의 세계관 속에서 선악을 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무의 열매를 먹은 후 그들의 삶에 선과 악이라는 분열이 생겼다.
존경하는 작가이자 신학자인 디트리히 본회퍼가 쓴 『창조와 타락』에 보면, 선과 악, 즉, “tob”(토브)와 “ra”(라)는 단어는 인간세계에 속한 상극성, 즉 분열성에 대해 말한다.
tob는 “쾌락적인”인, ra는 “고통에 가득 찬”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근본적으로 이 단어들은 한 쌍으로 사용되며 그 상극성 가운데 서로 분리할 수 없이 결합되어 있다. 여기서 tob는 쾌락적인 것/선/아름다움이고, 이것은 이미 ra, 고통스러운 것/거짓 속에 잠겨 있는 것이다. 그리고 넓은 의미에서 고통스러운 것/악은 고통을 비로소 철저한 고통으로 만드는 희미한 쾌락이 없이는 있을 수 없다. (p.115)
선 가운데 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선이 소멸하는 것이다. 그러면 악 속의 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악이 소멸하는 것이다. 인간과 세계가 tob와 ra 사이에서 겪는 분열과 모순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 자신이 죽음에 처할 때 가지는 고통이요, 쾌락이다. tob와 ra를 알게 된 인간은 그 순간 자기 죽음을 알게 된다. 인간은 자신의 선과 자기의 악 속에서 죽는다. 그렇다면 죽음(Totsein)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지음 받은 존재의 파기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더 살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고, 그럼에도 하나님 앞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p.117)
tob와 ra로 갈라진 세계에 대한 지식은 오직 죽음 속에 있는 것이다. 선, 악을 알게 하는 열매로 인해 인간은 죽음이라는 한계를 가진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명의 비밀은 하나님께 간직되어 있다. 디트리히 본회퍼는 이 이야기가 우리 자신과 상관없는 어떤 원시인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 역시 그런 도전을 받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한다. 단지 차이점이라면, 성서의 아담의 이야기가 끝나는 곳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우리의 이야기는 그리스도를 통해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나는 홀로 있다는 느낌을 거의 가져보지 못했다. 여기서 말하는 ‘홀로 있다’라는 느낌은 인간적인 외로움과 다르다. 내가 자주 혼자 있어서, 사람들은 내게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다. 나는 즐거운 내향인이다. 꼭 누군가와 무언가를 함께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게 살고 있다. 나는 나 자신을 하나님과 동떨어져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주 극한 외로움 속에서도 나를 바라보는 그 존재 안에서 울고 슬퍼한다. 오터번에 혼자만 아는 비밀 장소가 있다. 오터번의 여름은 더워서 지치는 것이 아니라, 잠을 설치기 때문에 지친다. 새벽까지 찾아오지 않는 한 여름의 밤은 적어도 내게 낮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여름 방학 동안 늦은 저녁까지 산책을 즐겼다. 오후 3시에서 4시쯤 시작된 산책은 저녁 8시가 되어서야 끝나기도 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나를 바라보는 존재 안에서 걷고, 느끼고, 질문을 하다 작은 방으로 돌아오곤 했다.
나는 내가 믿는 하나님이 아주 극단적인 분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내게 그분은 상당히 마음이 넓고 끝까지 사랑하는 분이시다. 하지만, 항상 용서하는 너그러운 존재라고 잘못을 저지르고 용서만 바라는 이기적인 존재가 되고 싶지 않다. 으레 사랑하게 되면 조심하는 법이다. 사랑하면 사랑하는 대상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거나, 마음으로 속이지 않도록 조심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믿음의 표현이다. 어디에서든, 홀로 있을 때조차,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한때 알고 지냈던 사람은, 내게 세상적인 책을 많이 읽으면 좋지 않다고 충고했다(내 삶에는 나를 오해하고 충고하려 드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러나 내게 책은 작가가 제시하는 주제에 대한 의견이다. 나는 내가 알고 싶은 질문에 관한 책을 찾아 읽고, 비교하며,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 그들의 생각이 나의 것과 비슷할 수 있으나, 전혀 같다고 할 수 없다. 책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세계관은 그나 그녀의 것이지 나의 것이 아니다. 나는 그들의 세계에서 어떤 분위기를 느끼고─간혹 덜어내고 싶은 찝찝함도 느끼지만─ 공감하면서 독자로서 나의 자리를 지킬 뿐이다.
그들의 삶을 아는 것이 내게 해로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장폴 사르트르 『닫히 방』과 『악마와 선한 신』,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윌리엄 포크너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알베르 카뮈 『행복한 죽음』과 『시지프의 신화』,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그 외에도 수많은 소설을 읽지만, 그의 삶은 그의 것이고, 나의 삶은 여기 언제나 나와 함께 있다. 단지, 그들의 아픔과 부조리를 알고, 다른 독자들이 그러했듯 나 또한 그 순간에 함께 있을 뿐이었다.
tob와 ra.
그 분열성 안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화해”라고 디트리히 본회퍼는 말한다. 분열 속에서 세상과 타인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 앞에서 살아야 한다.
나는 수많은 사상가의 글을 읽고,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했지만, 캄캄한 마음에 적절한 답을 해 준 것은 성경과 디트리히 본회퍼의 책이다.
어린 시절 교회에서 받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나의 희미한 기억의 잔재 속에 남아있는 건, 나를 사랑해 주는 나의 신과 다행히도 그 사랑을 잘 받은 나 자신이다.
나는 『창백한 푸른 점』이나 『코스모스』를 읽고 또 읽는다. 존재의 이유를 찾아 방황하는 책 속 사람들과 함께 걷고 그들의 생각을 듣는다. 그들은 반대 방향에서 나를 향해 걸어오는 사람들과 같다. 우리는 방황하는 세계에 사는 다른 사람들과 별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고, 서로 다른 끝을 도출하기도 혹은 같은 결말을 도출하기도 한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언제나 마음에 불안이 끼어든다. 그러나 나는 내 마음의 상태와 상관없이 끝까지 알고 싶은 인간이 되고 싶다. 이 세상 너머에는 보존된 세계가 있다는 것을.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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