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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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즐거운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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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이사다. 나의 부모는 10년을 무진 애를 썼다. 그저 세 식구 편히 쉴 내 집 하나 마련해보자고 전세 아파트에서 작은 주택으로 옮겨 지낸 게 딱 10년이다. 40평 살림을 15평에 쑤셔 놓고 살았다. 그 많은 짐은 오롯이 다 두 사람 어깨에 짊어지고서.
우리는 그 집에서 잘 살았다. 매일매일 따뜻하고 맛있는 밥을 지어 먹었다. 예능이나 드라마를 보며 깔깔거렸고 뉴스를 보면서는 혀를 끌끌 찼다. 엄마는 기타를 쳤고, 아빠는 가요를 따라 불렀다. 소리를 지르며 싸웠다가도 궁색하게 내뱉는 미안하다는 말에 금세 풀렸다. 2주에 한 번꼴로 큰 마트에 장을 보러 다녀오는 길에는 동네 치킨집에서 바싹하게 튀긴 프라이드를 사와 쩝쩝거렸다. 엄마는 늘 새벽을 깨우는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고 아빠는 화장실의 벗겨진 페인트를 칠하며 생활을 지어갔다. 나는 그들 틈에 얻어 살았다.
그러나 우리는 가끔 서러웠다. 그건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옷을 갈아입는 뒷모습을 보거나 도마 위 칼질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각자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안식처로 돌아왔건만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 밤들. 사는 게 짐스러워 그랬으리라. 열병처럼 앓아눕는 어수선한 시기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 그 집에서의 생활은 대체로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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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말에 지금 집을 사고 수리를 했다. 동네의 오래된 빌라 꼭대기 층이었다. 요즘 한창 바퀴벌레 알 까듯 지어지는 신식 빌라와는 차원이 다른 90년대 특유의 우직한 빌라. 각 그랜저처럼 우아한 멋이 있는 00 빌라. 공용으로 쓰는 주차공간을 중심으로 두 개의 동이 기억자로 놓인 남향집들. 그 12개의 집 중 하나였다.
깨끗하게 씻겨 부동산에 내놓고 월세 입주자를 기다렸다. 시세에 둔한 내가 봐도 나쁜 조건이 아니었지만 오랜동안 실거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월세 받아 살면 아무래도 주름 한 줄 정도는 필 수 있었을텐데. 인생 진짜 인생 맘대로네.
이사를 결정하고 며칠 동안은 전날 자잘한 짐을 꾸려 놓고 아침마다 새집으로 옮기는 일을 반복했다. 아빠의 차로 옮긴 짐만해도 그야말로 일톤 트럭쯤 되는 것 같다. 엄마랑 아빠는 징그럽게도 성실했다. 일개미들이 늘 같은 루트를 따라 과자 부스러기를 옮기는 것처럼 그랬다. 두 사람이 일개미이자 여왕개미라는 게 위로라면 위로였다.
출근을 핑계로 기여한 바가 없었던 나는 어제 하루 휴가를 얻어 집 정리를 도왔다. 옮기고 쌓고 비틀고 쓸고 닦는 일에는 끝이 잘 보이지 않았다. 워낙에 살림살이가 많은 우리 집. 늘어놓고 보니 정말 입이 떡 벌어졌다. 엄마의 정리 실력에 존경하는 마음이 절로 생겼다. 근데 나는 왜 이런가 싶기도 하고.
본격적으로 짐을 정리하기 전에는 이 와중에 끓인 된장찌개를 앞에 두고 기도를 드렸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밥을 타고 내 눈물 섞은 기도가 식탁을 흘렀다. 마침내 좋은 집으로 이사하는 이 순간에 모두가 함께 있을 수 있어 고맙다고, 수고한 내 부모에게 은총이 있기를 바란다고, 이 집에 드나드는 사람마다 배부른 위로가 있길 바란다고, 당신을 향한 노래가 끊이지 않는 곳이길 바란다고, 그리고 오늘 일과 속에서 기쁨이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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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헤집고 다니며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버려."다. 가끔은 "제발."을 붙여 강조하기도 했다. 커다란 봉투나 상자에 이 방 저 방에서 나온 것들을 집어넣으며 "버리자 버려!” 노래를 불렀다. 통쾌한 낭비였다. 그 묘한 맛에 더 버렸다. 정리 못하는 애가 그래도 버리는 건 잘한다는 걸 확인하면서. ‘버려놀이’를 할 때 처음 몇 번은 버려도 되느냐 물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꼬질한 것들인 데다가 눈에 띄지 않으면 찾지 않을 물건들인데도 그냥 두라는 말이 돌아와서 이후부터는 그냥 버렸다.
그들이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놔두면 쓸 데가 있어.’ ‘놔두면 누구라도 주지.’ ‘놔둬. 그게 얼마나 쓰기 좋은데.’ 나는 소리쳤다. “아니, 인제 그만 좀 버리자!” 내가 물건을 버리고자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케케묵은 생활의 청산. 이게 그동안의 시간을 무시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건 잘 알 것이다. 어쩌다 한 번 이런 경험이 우리의 정신을 매우 가볍게 만들 것이라는 것 또한.
좀 지나자 엄마 아빠도 곧잘 버렸다. 형편에 맞게 쓰이던 손 때 묻은 것들과 뜨겁게 뜨겁게 안녕했다. 물론 버리지 못한 것들이 더 많다. 그런 물건엔 붙어있는 이유가 분명했다. 25년된 원목 피아노 (다시 사려면 엄청 비쌈), 오래된 미니 선풍기 (이십년째 너무나 멀쩡해서 버릴 수가 없음, 어이도 없음), 구색 안 맞는 수납장 (당장 버리면 그 안에 것들은 어쩔) 같은 것들은 결국 이 집에서도 한 자리 차지하고야 만다. 질척 갑. 지겨워, 증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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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참 활력있는 집이다. 오래 쌓아두고 산 덕분에 물건마다 얘깃거리가 정말 많다. 정리하다 말고 사진첩 들춰보며 편지 꾸러미 뒤져 읽으며 울기도 하고, 어쩌다 나오는 오래된 소품이나 옷들을 보면 그 구여운 촌스러움에 키득키득댔다. 엄마의 그릇 컬렉션이 너무 아름다워 수시로 감탄했고 그렇게 나온 찻잔에 커피 믹스 한 잔씩 타 마시며 한숨 돌렸다.
이 집에서는 또 어떤 생활의 단편이 쓰일지 모르겠지만 기왕이면 이유 불문 좋은 이야기였으면 한다. 우리 엄마 아빠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으니까. 돈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깃들었으면 좋겠다. 넓은 집에서 넓은 마음으로 넓은 세상 보면서. 엄마가 하고 싶은 요리도 마음껏 해서 사람들 불러다 밥 먹이고, 아빠가 좋아하는 바둑도 길게 드는 햇살 아래 오래오래 둬가면서 그렇게. 내 바람은 늘 소박하기 그지없는데. 꼭 좀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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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줄안녕 #코로나19꺼져 • 2020.11.17 오랜만에 #즐거운우리집 • 4살 꼬꼬마 수마™어린이의 생일상 • 인생을 즐기자❤️ • 낚시대는 오리엔탈피싱 수제선상로드👍🏻 • 선글라스와 구명조끼는 쿠로시오👍🏻 • 자랑스런 made in KOREA!! • #서울특별시낚시협회 #평택시낚시협회 #한국낚시교육원 #시민낚시학교 #낚시강의 #낚시강사 #수마™ #KUROSHIO #쿠로시오선글라스 #오리엔탈피싱 #수제로드제작 #팀타작 #참돔타이라바 http://shinkyoungup.blog.me/ https://www.instagram.com/p/CHsLn5whgYl/?igshid=1i63rr3u95b0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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