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열줄에세이
leeyoobooks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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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5 #5년차직장인
직장인으로 산 지 만 4년 2개월, 5년 차라는 딱지를 달고 나서 부터 나는 참 많이 바뀌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회사 안에서 나는 치열했다. 늦은 시간 퇴근하는 것은 물론이고 화장실 갈 시간을 최소화하고 티타임 시간을 사치로 여기면서 일만 했다. 집중이 되지 않을 때는 진한 커피를 하루에 세 잔씩 마셔가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채찍질을 했는데 누군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던 것도, 감시나 검사를 받았던 것도 아니었다.
저연차의 나는 성장에 목말라 있었다. 나에게 떨어지는 모든 일이 새로웠고 더 잘해내고 싶었다. 마른 걸레나 스펀지처럼 마주한 경험과 다른 사람의 지식을 모조리 흡수하며 무럭무럭 커나가는데 중독되었고, 그게 일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앞만 보며 달리다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속도를 늦추게 되니 미처 시선을 주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은 지금도 같지만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다가는 스스로 너무 지쳐 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과 생활을 재편해야 할 시기, 이것이 5년 차 직장인이 겪는 성장통 중 하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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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yoobooks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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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2 #일하는방법
직장에서 내가 가장 많이 듣는 피드백은 완벽주의에 대한 내용이다. 나도 인간인지라 종종 실수를 하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는 이유는 아마 다른 사람에 비해 일의 ‘무결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높다는 의미인 것 같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일을 실수 없이 끝내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그냥 내가 맡은 일이 바글거리는 시장 속에서 가장 돋보이고 완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고, 그 꿈을 달성하기 위해 도저히 적당히 하거나 대충 할 수 없는 것이다. 평가 점수나 동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평판이 아닌, 나 스스로에게 인정받기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가끔 이런 동료의 말을 들을 때 상처를 받는다. ‘기준이 너무 높아’, ‘그 정도면 만족해도 되’, ‘적당히 하자’, ‘인간적으로’. 연차가 많던 적던, 나와 오래 알았던 짧은 시간 알았던 관계 없이 이런 말을 비스듬히 던져 나의 마음에 스크래치를 낸다.
회사 생활의 절반 이상은 협업이라고 하지만 나는 아직도 ‘같이’ 일하는 것이 어렵고 무섭다. 나의 일하는 방식이 상대방에게 어떤 어려움을 줄지에 대한 막연한 어려움과 본인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로 나를 공격하는 사람들에 대한 무서움 때문, 아직도 쌓아가야 할 내공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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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yoobooks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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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9 #아빠의회사생활
회사를 다니다 보면 가끔 분노와 치욕스러움의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모든 것을 다 때려 치고 싶을 때, 그 때 나는 아빠가 떠올랐다. ‘아빠는 도대체 이딴걸 어떻게 참고 30년이나 살았지?’라는 생각과 함께. 하지만 나는 친구나 지인의 직장 사정은 꿰뚫고 있어도, 유독 아빠의 회사 생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아빠는 호황과 불황을 모두 타는 건설업계에서 일을 했다. 전공은 사학과인데 왜 건설업에 발을 딛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경기를 잘 타는 산업의 특성 덕분에 이직도 잦았다. 모두가 힘들었던 IMF나 외환위기 때 아빠의 월급은 어땠는지,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 이유는 상황이 어떻든 아빠는 우리에게 한결 같았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회사라는 시스템과 이해 관계 속에서, 그 시절 노동자에 대한 처우와 보상 수준 아래에서, 아빠는 우리 앞에서 웃기 위해서 많은 것을 혼자 참고 앓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지금도 아빠는 ‘이제 그만 쉬고 싶어!’라고 말하지만 주변의 여러 아빠들과 가장들이 성취한 것을 보며 불안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제 정말 아빠가 쉬었으면 좋겠다, 가장의 짐을 혼자 지는 일을, 타인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받는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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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yoobooks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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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5 #초보운전
재택근무 중이지만 오늘은 할 일이 있어 회사에 다녀왔다. 노란색 초보운전 딱지를 엉덩이에 붙이고 바짝 긴장한 미어캣처럼 앞뒤좌우를 살피며 출근 완료. 주차비를 아끼려고 상가 건물에 차를 옮겨 대며 카페인과 2시간 무료주차쿠폰을 바꾸어 챙겼다.⠀
어려서부터 나는 어른의 모습을 상상할 때면, 왠지 퇴근 길 차 안에서 저녁 어스름을 맞이하는 직장인을 떠올렸다. 홀로 듣고싶은 노래를 크게 들으며, 가끔 큰소리로 따라 불러보며 살짝 밀리는 길을 불평 없이 달리는 사람. 이미 운전을 잘 하는 친구들은 ‘이곳저곳 놀러다닐 수 있어’라며 생활의 변두리를 확장시키는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매일 다니는 길을 스스로 밟아나가게 된 것이 가장 좋았다.
지하주차장에 가만히 기다리고 있던 차에 들어와 앉으면 묘한 안도감이 나를 가라앉힌다. 왁자지껄 회의가 들끓던 사무실에서 ᄉ���시콜콜 이야기가 오가는 집으로 향하는 길, 그 길은 딱 나 혼자만의 것이다. 운전 때문에 메시지와 스마트폰 알림에서 손을 떼야 하는 것도 세상의 알림소리에서 멀어질 수 있는 좋은 핑계가 된다. 도로 위에 난 차선과 신호등의 불빛을 단순하게 읽어 내리며, 엑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으며, 오늘도 마음에 쌓여있던 무언가를 길 위에 비워내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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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yoobooks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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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8 #인용
대화를 할 때 타인의 말을 자주 ‘인용’하는 나를 발견한다. 어디서 들었는데, 누가 그랬는데, 책에서 읽었는데, 영화에서 봤는데, 이런게 인상 깊었다, 라는 이야기다. 나의 생각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듯 하지만 타인의 말과 생각, 행동의 영향을 받아 나만의 결로 빚어진다. 우리의 시선과 관점은 각자만의 것이다. 같은 인풋을 얻어도 결과물은 다르게 빚어낸다. 서로 다른 결과물은 나에게 새로운 영감과 자극이 된다.
사람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유감없이 발휘할 때 더 좋은 방향으로 성장한다.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만의 성을 쌓으면 공동체로부터 외면받는다. 타인의 말에 마음을 열고, 다양한 관점을 마음에 담아야지. 나의 관점을 아낌없이 나누고 좋은 영향력을 펼쳐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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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5 #근육
오랜만에 요가원에 찾을 때 나는 항상 "자주 좀 올 걸"이라 생각한다. 요가원에는 본받고 싶은 사람이 많다. 매일 수련하는 사람, 아침 6시부터 시작하는 새벽 수련에 오는 사람, 선생님의 티칭이 없어도 혼자 될 때까지 노력하는 사람, 꾸준함과 성실함을 대표하는 사람들. 멋있고 유려한 자세를 동경한다기 보다는 요가를 대하는 그들의 진지한 의지를 닮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얼마 전 다친 발목이 다시 아파와 겁을 먹은 탓에 한참을 쉬었다. 그리고 오늘 간만에 요가원에 갔는데 힘이 꽤 들어가던 팔뚝과 다리, 배에 힘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힘이 사라졌으니 큰 어려움 없이 했을 동작에도 쩔쩔 매고 힘이 들어 혼났다. 다시 힘을 만드려면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근육을 어르고 달래야 하는 과정이 있어야겠지, 문득 아득해졌다.
그런데 세상에 모든 일이 그렇긴 하다. 무언가를 능숙하게 하려면 성실한 땀과 인내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근육에 힘이 붙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훨씬 더 긴 기간을 소득 없이 버텨보기도 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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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yoobooks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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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4 #어른
진짜 어른은 언제 되는걸까, 궁금했다. 주민등록증을 받아 법적으로 성인이 되었을 때도, 선거를 했을 때나 첫 월급을 받았을 때도, 물리적 독립을 고려하기 시작했을 때도 나는 어른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더이상 떼를 쓸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아 비로소 내가 이제 어른이 되어버렸구나 생각했다.
떼를 쓴다는건 좋아하지 않는걸 거부하거나 마주하기 싫은 상황을 미뤄보려는 의지다. 싫은 마음을 발산하고 원망도 하고 울어도 보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런 행위.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러지 못한다. 아 그래, 맞지, 어쩔 수 없지, 어렵겠지만 이 상황 감내해봐야 하는 거겠지, 라면서 이해하려 애쓴다는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건 '감정을 억누르고 괴로운걸 참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슬프긴 하지만 괴롭진 않고, 마주하긴 싫지만 맞이해볼 용기가 어렴풋하게 있는 것 같기도 한 복잡한 마음 상태다. 그래서 슬퍼보이겠지만 위로는 괜찮다. 나는 떼를 쓰는 대신 맞서보려고 하니까, 때로는 어려움까지도 안고 앞으로 나가야 하는게 어른의 일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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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yoobooks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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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8 #인생은운전
운전은 인생 같다는 생각을 한다. 도로 위에는 초보운전은 있지만, 운전의 고수는 잘 없다. 방심을 하는 순간 실수를 하게 되며, 큰 사고는 초보든 고수든 누구에게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끼어들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틈새를 잘 공략해서 깜빡이를 켜고 머리를 구겨 넣는 스킬은 그 차선의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는 일이다. 하지만 넉넉한 인심으로 자리를 벌려주는 사람이 있고, 딴청을 했는지 널찍이 비어버린 공간에 무리없이 들어갈 때도 있다. 확률로 따지기 어려운 ‘운’이라는 것에 기대어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착하는게 도로 위 삶이다.
끼어들기가 어렵다는 말, 사고 위험이 있다는 말로 운전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어렵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기회와 운의 흐름에 타는 것, 인생도 운전과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는 때로 일반화와 자기합���화로 많은 기회를 놓치고 산다. 다채로운 삶은 걱정으로 웅크리고 있을 때보다는 살짝 조심하며 앞으로 나아갈 때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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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yoobooks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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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7 #서른한살
확실히 예전같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몸과 체력에 대한 이야기다. 밤 늦게까지 놀 때도 눈을 말똥거리며 빛내고, 하루에 2시간을 자도 다음 날을 멀쩡하게 살 수 있었던 강철체력의 내가 서른 한살이 되어서야 ‘체력이 예전만하지 못하다’는 말을 한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눈이 뻐근해지고 무기력해지며 침대에 몸을 눕히고만 싶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방전된 체력을 살려보려 애를 쓰거나 화를 내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어느새 스마트폰의 만보계가 1,000 걸음을 채 넘지 못하는 날도 ‘잘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런 내가 신기하다. 닳지 않는 체력을 벗삼아 세상의 온갖 재미있는 것, 새로운 것을 탐미해왔는데 그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제는 가라앉을 때라는 안내 같기도 하다. 약해진 체력을 핑계로 가만히 눌러 앉아 뜸을 들여보라고, 쌀밥이 더 맛있게 무르익기 위해 약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듯, 너는 더욱 영글기 위해 느리게 가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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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yoobooks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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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6 #비오는사무실
날씨라는 건 나의 하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다른 사람에게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공간을 채우는 공기의 분위기는 결코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님으로.
비오는 날 사무실의 분위기는 아주 차분하다. 물 머금은 휴지처럼 바닥에 착 가라앉는데, '울적하다', '기분이 나쁘다'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건 아니다. 따뜻한 햇빛을 받지 못한 몸이 아침이 온 줄 모르는건가, 마음도, 기분도, 기운도 함께 묵직해진 것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한 주의 끝인 금요일과 흐린 날이 교차하면 무거운 분위기는 더욱 배가 된다. 휴가를 쓴 사람도 많은 것 같고,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 기계의 잡소음조차 들리지 않는다. 집중이 잘 되지 않아 커피를 평소보다 빠르게 연거푸 마시고, 에어팟을 껴 노래를 듣는다. 오늘 같은 날에는 '히사이시 조'나 '류이치 사가모토'처럼 지나치게 격정적이지 않는, 익숙한, 가사 없는 노래가 좋다. 그렇게 날씨에 맞는 몸의 주파수를 찾아 맞추고 편안하게 일상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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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yoobooks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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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4 #거절
누구나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거절하는 것은 참 어렵다. 그럼 거절하는 상황이 오지 않게 제안조차 받지 않는 것은 어떠한가 물어본다면 나처럼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그게 거절보다 어려운 일이라는걸 완전히 이해할 것이다. 우리 앞에 건네진 미지의 상자는 대부분 재미와 흥미로움을 선사하지만 가끔은 난감한 경우도 있다는거다. 그럴 때면 나는 그냥 ‘이렇게 된 김에 해야지 뭐’라고 생각하고 해내는 편인데 혹시 훌륭한 거절 방법을 알고 계신 분이라면 알려주면 좋겠다.
호기심은 좋은 기회와 우연을 만들어주지만 가끔씩 어려운 상황도 만든다. 처음에는 ‘제가 할래요!’라고 손을 든 일도 완전히 나의 것이 되면 지루해진다. 재미있어 보이는 일을 덥석 잡았다가 시간을 많이 뺏거나 성가신 고민을 남기면 괜히 나댔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호기심이 만들어온 지루함이, 비효율이, 귀찮음이 싫어서 그것을 잃고 산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호기심 속에서 사는 세상은 모든 것이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되며 우리는 그 연구를 통해 대부분의 성공과 뜻밖의 기회를 만난다. 몇 번의 실패 때문에 살아가는 동력을 잃을 순 없는 법, 호기심이 불러온 오늘의 귀찮은 일을 미워하지 말고 해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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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yoobooks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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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9 #강아지
내가 누군가를 이정도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강아지 쿠키를 만나고 나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 감정은 부모님이나 연인을 사랑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것인데, 되돌려 받지 못할 것을 알아도 괜찮다는 마음이었다. 혹자는 연인 관계에서도 그런게 가능하다 하겠지만, 나의 느낌으로는 사랑하는 사람과 자식을 낳지 않는 이상 이런 감정을 느끼긴 어려울 것이다. 사랑이 너무 커서 잃을까봐 두렵다는 말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자식을 낳기 전에 사랑의 기회를 선물해준 강아지에게 고맙다는 마음이 든다.
강아지는 늘 무해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순간 사랑이 넘쳐 끌어 안고 뽀뽀를 하던, 나에게 오지 않아 서운한 마음에 소리를 지르던 항상 같은 표정이다. 인간 세상에서 나의 행동은 어떤 잣대에 의해 판단되고 해석되어지지만, 강아지 앞에서 나는 어떤 판단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그것이 묘한 해방감을 주었다. 비록 강아지와 구체적인 대화를 나눌 수는 없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더 깊은 교류를 하고 무조건적인 이해를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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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yoobooks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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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8 #새해다짐
오늘은 벌써 2021년의 여덟번째 날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새해를 맞이하는 설레임이나 나이가 바뀌는 두려움에서부터 벗어나 무덤덤하게 연말연시를 보내게 되었다. 그걸 어른이 되었다는 말로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더 나은 내일에 대해 꿈을 꾸는 것은 어린이만의 일은 아니며, 어른의 무덤덤함이 당연한 순리라면 평생 어린이로 살고 싶으니까.
새해 첫 날에 이런 다짐을 했다면 때묻지 않은 도화지 위에 글을 쓰듯 사뭇 들뜬 기분이었겠지만, 더 늦기 전에 2021년을 위한 몇가지 다짐을 해보려고 한다. 
책을 많이 읽고, 열줄 에세이는 매일 쓸 것이다. 관심이 가는 글쓰기 모임에도 몇 개 참여해서 느슨한 연대에 몸을 싣고, 특히 소설 쓰기 워크샵이 있다면 신청해보고 싶다. 나의 일(Job)인 인사에 대한 공부를 하며 블로그를 운영해보려고 한다. 열흘에 하루는 명작의 날로 선택하여 좋은 영화를 집중해서 보는 시간을 갖고, 영어 회화공부를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2020년은 코로나로부터 ‘언젠가 괜찮아질’ 일상에 맞춰져 있었다면 2021년은 ‘오늘을 괜찮은’ 하루로 만들기 위해 살아보려고 하는데, 이 태세전환이 벌써부터 큰 변화를 가져온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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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yoobooks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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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6 #차크닉
첫 차크닉을 했다. 차크닉이란 차와 피크닉의 합성어인데, 대충 1박 2일 차박(차에서 잠을 자는 것)이 아닌 당일로 다녀오는 것을 뜻하지 않나 싶다. 여튼 차크닉을 위해 차량용 에어매트와 에어펌프를 사고, 점심과 저녁으로 먹을 음식도 챙겨 홍천으로 떠났다. 오토캠핑장에 도착하고 나니 우리가 다른 캠핑족에 비해 얼마나 대충 온 것인지 실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게 뭐 어떠랴, 우리는 간단한 규모의 가성비 좋은 차크닉에 만족을 하고 있던 터였다.
그 날은 아주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시원한 날이었다. 항상 도로 위를 달릴 줄만 알았던 차의 용도를 바꾸어 어딘가에 멈추어 서서, 심지어 편하게 누워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차가 생기고 나서 경험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꽤 멋진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새로운 경험을 처음 해보기 전에는 살짝 귀찮음이 찾아온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경험을 끝내고 보면 결국 나의 기분은 이만큼 행복해지고 회복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새로움을 기꺼이 맞이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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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yoobooks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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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1 #월요일
월요일 아침, 별 이유 없이 화가 나고 퉁명스러워지는 기분을 마주한다. 그냥 오늘이 월요일이라는 사실을, 주말이 꿈결처럼 사라졌다는 사실을, 부정하다 못해 불쾌해 하는 월요병의 서막인 것이다.
유난히 머리가 아프고 어깨가 뻐근한 출근길 후에, 샷 추가한 커피에도 정신이 들지 않는 오전 일과 시간에, 입맛이 별로 없는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시간에 들어서야 비로소 노여움이 거두어진다.
그래, 이렇게 살아지는 거겠지. 싫어도 미워도 시간은 흐르고 나는 일을 해낸다. 일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결과는 한 달을, 일년을, 오년을 채웠고 나는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 하루의 불쾌함은 내 인생에서 작은 점보다도 작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치 거대한 우주의 끝을 상상해보다가 나 자신을 떠올렸을 때 아주 하찮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감정이다.
오늘 아침도 기분이 좋지 않고 다음주 월요일도 언짢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겠지만 결국 나는 이렇게 잘 살아내겠지. 어차피 언짢음은 미미하니 마음껏 그 감정을 느끼고 적당한 오후 쯤에 털어내어 버리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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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yoobooks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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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9 #좋아하는것
친구들이 생일 선물로 ‘프루아'에서 세무로 만들어진 클러치를 주었다. 좋아하는 브랜드이기도 하고 내 돈으로는 절대 사지 않았을 물건이라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생일에만 같은 브랜드에서 선물을 세 개째 받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생각보다 좋아하는 것이 명확한 사람이라는 걸 최근에야 깨닫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답고 예쁘다고 생각하다가도 막상 지갑을 여는 브랜드는 단칼같이 정해져있다. 내가 무엇을 입고 들고 신는지에 따라 나의 이미지같은 것들이 정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삶의 빈 공간을 든든하게 채워주길 기대하는 애정하는 브랜드들, 2020년 버전을 정리해보고 싶어 기록한다.
부디 무드라, 룰루레몬, 프루아, 살롱드쥬, 파타고니아, 프라이탁, 러쉬, 보테가베네사, 메종키츠네, 구찌, 자라, 레페토, 컴팩트레코드바, 몰스킨, 나이키, 노리타케, 이나피스퀘어!
부디 한 문장으로 여겨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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