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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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물들고 있다.거리를 거니는 저 사람들의 발그스레한 뺨은 언제 토록이고 따뜻할 것만 같다. 부풀어 오른 계절이 가라앉는게 느껴진다. 적당한 바람이 불어와 머리칼을 흐트러뜨리고 이마를 간지럽힌다.시폰커튼을 투과하는 진홍색이 침대에 내려앉는다.
공중에 번져가는 ��김, 아리운 손끝의 감촉, 휘날리는 눈싸라기.창밖의 계절을 보며 안도하면서도 겨울을 생각했다.마망이 그랬다."겨울에 태어나서 그런거니?"
여름은 기억하게 만들고 겨울은 기억하고 싶게 만든다.그러니까 겨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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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에 관련된 단어 알아보기 ⭕️
집*손가락* : (1)‘집게손가락’의 방언 엄찌*손가락* : (1)‘엄지손가락’의 방언 상*손가락* : (1)‘가운뎃손가락’의 방언 귀오부제기*손가락* : (1)‘새끼손가락’의 방언 새이*손가락* : (1)‘새끼손가락’의 방언 복판*손가락* : (1)‘가운뎃손가락’의 방언 집게*손가락* : (1)다섯 손가락 가운데 둘째 손가락. 넷째*손가락* : (1)‘약손가락’의 방언 첫*손가락* : (1)첫째 손가락이라는 뜻으로, ‘엄지손가락’을 달리 이르는 말. (2)여럿 가운데 가장 뛰어난 대상. 세채긴*손가락* : (1)‘가운뎃손가락’의 방언 노내기*손가락* : (1)‘약손가락’의 방언 *손가락* : (1)손끝의 다섯 개로 갈라진 부분. 또는 그것 하나하나. 약지*손가락* : (1)다섯 손가락 가운데 넷째 손가..
2024.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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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 "손끝의 예술! 지승장, 한지에 생명을 불어넣다(The Art Of Jiseung : The Korean Art of Weaving Paper) | K-ASMR | KOREA" on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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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알 수 없는 곳에 접어들었다.
나는 매번 알 수 없는 곳에 놓이곤하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그 어느때보다도 새로운 장소로, 갑자기 내 몸이 무언가에 강하게 이끌리듯 빨려들었다.
이곳은 때론 너무 눈부셔 제대로 사물과 형상을 인식할 없고, 아픈 사람처럼 계속 등에서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공기 자체가 어딘가 굉장히 긴장되어 있는 듯한 공간이었지만 또 그 긴장과는 정반대로 그 어떤 장소에 갔을 때보다도 더 마음의 流れ가 안정되는 신묘한 공간이었다.
무엇인가를 매만지고 있다.
굉장히 익숙한 손끝의 감촉. 그러나 정오의 태양빛이 너무 강해 눈이 부셔 눈을 뜰 수 없는 상황이니 이것이 무엇인지 머릿속에서 유추만 할 뿐 어떠한 가닥도 실마리도 잡을 수 없다. 그저 이 세상에서 이것이 영원한 미궁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며 이 감촉을 가능한 마음 속에서 잊지 않으려 노력할 뿐이다.
크게 심호흡을 한다. 여름의 냄새가 몸 속으로 들어와 순환하고 다시 밖으로 나간다. 쾌청한 공기가 코 속을 야릇하게 만들고 나뭇잎들이 바람에 의해 서로 부딪혀 진동하는 소리가 또 몸 속으로 들어온다. 아파트 5층보다 높이 솟은 수 없이 많은 교목들과 조경용 회양목, 바닥에 깔린 오래된 흙, 노후화된 하얀 벽에 나 있는 담쟁이덩굴, 그런 정겹고 아름다운 풍경이 어느샌가 마음의 구석진 곳에서부터 점점 마음의 겉면까지 크게 넓혀지면서 그려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그림을 내면 속에서 필사적으로 쫓기 시작했다. 나의 내면은 그것을 붙잡지 못할 거 같아 위태로운 감정을 띄면서도 또 한편으론 붙잡지 못해도 좋다고 느끼고 있었다.
드디어 나는 미쳐버린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드니 한순간만에 이 공간이 다함없이, 무엇보다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사무치도록 어둡게만 느껴졌고, 공사장 주변의 쾌쾌한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고, 어디로 가야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가 그런 당연한 생각조차 들지 않을만큼 정신이 혼탁해졌다.
그러나 내면은 여전히 그 그림을 쫓고있었다. 그것에 내면의 손가락이 닿을 정도로 가까워지는가하면 일순간에 멀어져버려 손을 쓸 수 없는 거리에 놓이는 허무함이 반복되었다.
이곳을 떠날 수도 없고(애초에 방법조차 모르지만) 만약에 떠난다면 그 그림을 제대로 보지 않고 떠나버린 것에 평생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갈팡질팡하는 자신이 바보 같아져서 갑작스레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우울해져 움츠러들고 자책했다. 그러곤 뭔가 현실같지 않은 이 현실에 체념 하며 몇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온통이 까맣기만 한 시야를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4시간쯤 지났을까,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오로지 이성만이 남은 짐승의 모습처럼 변해가고 있을 때 문득 마음 속에서 엄청난 사실을 깨달았다.
눈 앞을 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 의문을 처음으로 품었다. 정오의 태양의 위력만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인가? 아니야, 사실은 난 이곳에 왔을 때부터 태양이 떠 있는 것인지 확인도 못할 정도로 눈을 세게 감고 있었지. 어째서 여태 눈을 뜨지 않은 것일까? 어두운 시야에 익숙해져서? 그렇지는 않다.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나는 마음 속에서 화창한 어느 여름 날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내 눈을 뜨지 못 하게 하는 것인가?
아! 기억났다. 어째서 이 두 눈을 온갖 고집을 부리며 감고 있던 것인지를!
바보같은 웃음을 띄며 미소를 지었지만 여전히 눈은 뜨지 못한다.
눈물이 흐르지 않은 세월이 벌써 5년도 넘었다. 이제까지 지켜왔던 모든 것들을 눈물로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간직하고 싶었던 욕심.
누군가에게 사랑한다 진심으로 말한 것은 또 얼마나 지났는지 사랑이 무엇인지 전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사람인척 하는 짐승.
두려웠고 두려웠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아서 두려웠고 시도하려고 하는 순간이 두려웠고 시도하는 인간들을 보며 한심하다고 생각한 내 자신이 두려웠다.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으니 점점 자신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고 어째서인지 내 모습보다 그림자의 형태가 더 그럴듯하게 사람처럼 보였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어느 장소에 이끌려가도 결국 나는 그곳이 어떤 형태인지 오로지 감각으로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보다 그곳에 추악함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더는 죽어가는 것을 바라볼 자신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낙화하는 신록을 본 것이 내가 가장 마지막으로 눈을 떴을 때이자 그 한 장의 가녀린 초록색 잎이 떨어진 순간 나는 눈을 감았다.
여전히, 이대로 누군가를 기다리며, 내 감고 있는 두 눈에 상냥히 키스를 해 줄 어느 아름다운 여인을 기다린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눈을 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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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Down (OST Big Bet)
Show Down (OST Big Bet)
침묵 속에 갇힌 눈빛의 떨림 더 거세지는 heart beat 날 삼킬 듯이 작은 실수도 용납할 순 없지 이 쾌락에 미친 도시 속에 승리를 손에 쥐고 소리쳐 woo woo ah Wah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 eh Wah 이제 보여줘 show down 싹 다 걸고 bet on me 전부 가져갈게 bet on me 그 무엇도 좋으니 이제 모든 걸 다 걸어 I’m on fire 멈추지 마 계속 달려 oh 싹 다 걸고 bet on me 여기서 죽을 순 없어 It’s the show down 유혹하듯 펼쳐진 두 손끝의 do or die 망설임은 뒤로해 그 한 ���을 믿어 난 Runnin’ runnin’ oh 보다 큰 전율 속에 늘 갈망하던 곳으로 마지막인 듯 당겨 alright Wah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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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고갈된지 언 4개월. 탈광고를 외치며 이탈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현상이 해결되지않고 계속해 신경을 건드리며 손끝의 불안함으로 발현된다.
내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관리롤은 많고. 어디서부터 다이어트를 해야하나. 모두가 안일주의에 빠진듯하다. 각자 자리에서 각 파트를 담당해주기를 바라지만 자꾸 실수가 난다. 아주 작은 일인데도 말이다. 한심하기 그지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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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아, 그는 숨을 내뱉었다.
아, 그는 숨을 내뱉었다. 또다. 또 '너'다.
"망할... 초보처럼 굴기는..."
자신의 행동을 질타하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그는 다시 자세를 바로잡는다. 벌써 몇일째다. 아니, 이젠 몇 달이라고 해야할까? 몇시간째 목표물을 기다리며 스코프를 들여다 보고있자면, 어느순간 네가 서있었다. 예의 그 입에 걸린 사람 좋은 미소와, 둥그런 얼굴, 끝내주는 모습을 하고는... 더운 정오의 아지랑이는 그를 휘저어 자꾸만 방아쇠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멍하게 그저 너를 바라만보며...
탕-
목표물이 쓰러지며 소란이 일었다. 둥지를 신속하게 떠나야할 순간임에도 그는 그저 바닥으로 떨어지는 탄피에 시선을 두었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얼굴사이로 혼란스러움이 빗겨나와 본인도 모르게 우스운 모양을 하고있었다.
왜, 환각에 시달리면서도. 어째서 현실로 돌아오는 이 감각이 오히려 더 불만족스러운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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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저 성가시다 생각했다. 전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태와 그와는 정반대의 살가운 성격에 절대 친해질리 없겠거니. 그렇게 냉정한 평가를 했었는데. 어느순간 어깨를 나란히 하고. 등을 맞대고. 그러다가...
감정을 자각했을뿐인데. 너를 특별히, 가장, 좋아하고 있노라고. 어쩌면 사랑이니 뭐니 하는. 그런형태로. 그 정도의 사소한 변화에 생겨버린 불치병이었다. 그의 모든 감각은 이끌리듯 너를 향해있었다.
낮의 열기는 여느때처럼 식어 어느덧 손끝의 쇠마저 서서히 식어감을 느꼈다. 밤이되면 이제 완전히 집중할수 있으리라. 낮이오기전에 일이 끝나기를 바라며 그는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적어도 달이 떠있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그의 것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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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텔라트렌드👄] #오늘네일뭐하지? #프렌치네일 #변형프렌치 #둥근프렌치 #무지개네일 #레인보우네일 #손끝의 #무지개🌈 #포인트💅🏻 #frenchnails #rainbownails #unistella #daily_unistella #daily_unisnails #NOTD💅🏻✔️유니스텔라 내의 모든 이미지를 사용하실때 사전동의,출처를 꼭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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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 유
생각과 단어의 나열.
01.
그리고 ‘단지 ‘몽유가 연필을 들어 쓰기 시작한다’라는 문장이 있을 뿐이다.’라는 문장이 있을 뿐이다.
숨을 고르기 위해 책을 덮고 지하철 창문 밖으로 흘러가는 풍경들을 바라본다. 저 멀리 작아져버린 아파트와 어제 내린 소나기로 반쯤은 져버린 벚꽃 나무. 바닥을 내어놓는 강과 그 위를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다리 같은 것들이 힘없이 다음 풍경에 밀려나며 눈앞에서 사라진다.
‘사실은 열차는 가만히 멈춰있는 게 아닐까? 창밖의 풍경들만이 36장을 다 채운, 자동카메라 속에 들어 있는 한 롤의 필름처럼 빠르게 감겨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엉뚱한 의심들은 이따금 떠오르곤 했다. 미세한 모자이크 조각으로 ��게 나누어진 자신이 1픽셀씩 움직이며 누군가의 모니터에 생중계 되고 있는 건 아닐까? 영화 ‘트루먼 쇼’처럼 나는 알 수 없는 제 3의 인물이 나를 관찰하고 감시하고 나의 모든 미래를 결정하고, 나는 그저 그가 쓴 시나리오에 따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삶을 연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러가지 의심들은 결국 하나의 질문만을 나 자신에게 던지고 있었다.
‘나 자신은, 그리고 내 눈동자에 비춰지는 이 모든 것들은, 정말로 실재하는 걸까?’
얼마 전, 몇 만 광년이나 떨어진 (사실 ‘광년’이란 단위도 굉장히 불명확하게 느껴진다. 거리단위인지 시간단위인지, 그 개념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도저히 머리로는 그릴 수 없는 것 중 하나였다.) 블랙홀의 촬영을 성공했다며, 뉴스에서 연신 떠들어댔던 것들이 생각났다. 이제는 거기에 없으면서도 이제서야 우리의 시야에 들어오는 저 멀리 우주 끝에 있는 천체들. 동시간대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보며 사람들은 그것들이 ‘존재했다’가 아닌 존재한다고, 믿으면서 살아가는게 자신은 조금 웃기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는 것도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다면, 도대체 어떤 것들을 실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 자신은 정말로 실재한다 말할 수 있을까? 아니 정말로 나는 나로써 실재하는걸까? 숨 쉴 틈도 없이 몰아치는 질문에, 웃음은 이내 쓴맛을 띠었다.
‘나는 실재할까?’ 그냥 그렇다고 믿는 수밖에 없었다. 저 우주 밖에 존재했던 천체를 존재한다고 믿는 모든 사람들처럼, 생각을 마비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당면한 당연한 것들을 부정하고 의심하는 순간, 나의 존재는 끊임없이 분해되어 조각조각이 날 것만 같았다. 나를 지탱하기 위해선, 아니 하나의 형태로 가두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그 맹목적인 믿음의 테두리를 설정해야만 했다.
내가 존재하는지 혹은 존재하지 않는지, 누군가의 꼭두각시로 살아가는지, 아니면 불확실한 미래를 하나하나 자신의 손으로 정해가면서 사는지, 어떤게 진짜인지 몰라도, 그냥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의심하지 않고, 당연하다고 믿으며, 의미와 의심을 지우며, 눈앞에 흘러가는 풍경을 부정하지 않고, 그저 열차가 미끄러지는 곳으로 흘러가며 살아가야 했다.
02.
몽유의 얼굴을 상상할 수 없다. 그것은 어떤 것도 연상할 수 없는 무지의 상태라기보다는, 오히려 너무 많은 얼굴들이 반투명한 상태로 한곳에 얼기설기 겹쳐있어 또렷하게 상을 맺지 못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릇은 비어있을 때 무언가를 담을 수 있듯이, 몽유의 얼굴 역시 그랬다. 텅 비어 있기 때문에, 시시때때�� 각기 다른 얼굴과 표정들이 그 자리에 들어섰고, 어떤 얼굴이 그의 얼굴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난 몽유의 얼굴을 상상하지 못한게 아니라, 정하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흐릿한 얼굴을 한 몽유가 걷는다. 문장을 따라 한 발자국씩, 땅만 보며 걷는 길은 시골의 길이다가도, 어떤 유럽의 한적한 밤거리고, 또 어떤 때는 내가 아는 현대의 서울, 그 안의 어떤 골목길의 겨울이다. 마치 슬라이드 필름이 넘어가듯이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또 이어진다. 마치 꿈에서 깨고 나서야 그 현실이 꿈이었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그것들에게서 오는 미묘한 이질감을 깨닫는 것은 언제나 책장을 덮고 나서였다.
03.
책을 통해 타인의 우주를 훔쳐본다.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들과의 거리는 시간적으로나 거리적으로나 몇 만 광년쯤이나 떨어져 있지만, 책은 타인의 생각과 감각, 일상과 환상을 (타인이 글을 쓴 과거에 존재했던.) 지금 내 시야에 더해준다.
타인의 우주를 훔쳐보는 일은 여전히 흥미진진한 일이다. 나와는 다른 정의가 내려진 말들로 가득 채워진 우주를 들여다보며, 타인이 평생 보아오고 들어오고, 손끝의 감각으로 느껴왔을 모든 것들을 살짝 엿보는 일. 닿을 수 없는 우주이기에, 그것들이 더 신비하고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몽유, 그 곳에서 붕괴하는 별을 본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중력장은, 단어의 무게를 배가시키고, 시간을 더디게 흘려보낸다. (덕분에 페이지 위를 몇 발자국만 걸어도 자꾸 숨이 차올라, 책을 덮고 숨 고르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야만 했다.) 빛마저 빨려 들어간, 차갑고, 고요하고, 쓸쓸한 우주의 빈 공간. 그 속에서 그저 차분하고 격렬하게 죽어가는 (동시에 살아가는) 별의 모습이 경이롭게만 느껴진다.
좋은 책을 선물해준 goodjin에게 감사하며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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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known
힘든 만남에 공조해줘 감사합니다. 얼굴 마주할 때마다 정말 좋습니다, 매일이라는 단어와 같이 보고 싶습니다. 기스 많은 나를 다그치는 모습을 볼 때면 연상의 여자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반전(反轉)의 매력은 나를 고조시킵니다. 멈추지 않고 달 이야기를 꺼내도 죽은 표정을 짓지 않는 당신을 많이 좋아합니다. 좋아한다는 표현이 사랑한다는 표현으로 변하기까지 몇 개의 계절을 준비해야 할까요? 다가올 봄에는 여수여행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월의 여수는 정말이지 많은 것들이 피어나는 곳이니까, 손끝의 감각이 무뎌지는 지금 나는 십이월의 세류동을 걸으며 두서없는 생각들을 이어붙이고 있습니다. 나의 메모장에 잉태한 문장들이 당신의 입술에서 소리 내질 상상을 하며 미리 무뎌지고 있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서로 다른 알람시간을 맞추며 아침을 기다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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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조금씩 쌓여간 (숱한) 너와의 시간 널 향해 멈춘 손끝의 그 떨림을 난 기억해 https://www.instagram.com/p/Bl7PswRBHG5/?utm_source=ig_tumblr_share&igshid=23o1yk28r3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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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절대적인 너의 boss 네가 원해. 가지고 싶다면 가져 내 선택 😉😜
Leggo world 이 공간 속에 비밀 (shimmy shimmy)가까움은 가면 같은 gimmick (give me give me)우린 만질 수 없는 걸 믿지[태용/루카스] Woo 너도 알지[태용/루카스] 우린 알고 있지 woo더 가까워진 건 (wild)소리보다 더 큰 벽 (you wild)더는 참을 수 없어[재현/윈윈] Woo 난 깨버리지[재현/윈윈] Woo 난 깨버리지 깨버리지
내가 손대면 뭐든지가지게 돼 나의 온기손끝에 닿는 순간빠진 느낌 yeah
I know you want내게 가까이 닿아봐The world is oursWorld is ours
[마크/All] Don’t you know I’m a[마크/All] 내가 널 이끄는 boss[루카스/All] Don’t you know I’m a[마크/All] 내가 널 움직인 player[루카스/All] Don’t you know I’m a[태용/All] 내가 널 이끄는 boss[루카스/All] Don’t you know I’m a[태용/All] Don’t you know I’m a[태용/All] Don’t you know I’m a
[루카스/All] 내가 널 이끄는 boss[윈윈/All] Don’t you know I’m a[루카스/All] 내가 널 움직인 player[윈윈/All] Don’t you know I’m a[재현/All] 내가 널 이끄는 boss[윈윈/All] Don’t you know I’m a[재현/All] Don’t you know I’m a[재현/All] Don’t you know I’m a
내가 널 이끄는 대로 움직여더 높이 너의 손을 뻗어난 또 다른 너와 나를 묶지[마크/정우] 또다시 묶인 oh 다른 우리 다른 우리
난 절대적인 너의 boss 네가 원해 (I like that)가지고 싶다면 가져 내 선택 (I like that)난 더 너와 내가 시선을 맞추길 바라왔지 manThat’s what I needYou know me
나만 따라와 저 멀리널 데리고 난 겁 없이더 큰 하나를 그리고 싶어졌어 yeah(그리고 싶어졌어 yeah)모두 다시 태어난 것처럼 내 세계로 와다들 물 만난 듯 노래해
[태용/All] Don’t you know I’m a[태용/All] 내가 널 이끄는 boss[루카스/All] Don’t you know I’m a[태용/All] 내가 널 움직인 player[루카스/All] Don’t you know I’m a[마크/All] 내가 널 이끄는 boss[루카스/All] Don’t you know I’m a[마크/All] Don’t you know I’m a[마크/All] Don’t you know I’m a
[정우/All] 내가 널 이끄는 boss[재현/All] Don’t you know I’m a[정우/All] 내가 널 움직인 player[재현/All] Don’t you know I’m a[윈윈/All] 내가 널 이끄는 boss[재현/All] Don’t you know I’m a[윈윈/All] Don’t you know I’m a[윈윈/All] Don’t you know I’m a
Just give it give it give it기분 내키는 대로좀 더 closer closer closer믿고 다가서 줘
이젠 눈을 감아 앞에 펼쳐질나의 세계를 맘껏 들이쉬어그대로 충분해넌 아름다워 yeah
손끝의 소통 이건 fake 때려쳐대신 fly to you dive to you 직접I can make it make it work for youI became the boss for you부질없는 post no need내가 나타내줄게 난 알아 너의 feel nowFear none[태용/마크] We eye to eye
I’m the boss to the world널 애태우게 할 놈Hot dog feel like I wear 구스 구스I’ll gonna catch up lightly fly 네 door bell[태용/마크] 직접 knock 할거야 이건 direct sign
[윈윈/All] Don’t you know I’m a[윈윈/All] 내가 널 이끄는 boss[태용/All] Don’t you know I’m a[윈윈/All] 내가 널 움직인 player[태용/All] Don’t you know I’m a[재현/All] 내가 널 이끄는 boss[태용/All] Don’t you know I’m a[재현/All] Don’t you know I’m a[재현/All] Don’t you know I’m a
[루카스/All] 내가 널 이끄는 boss[루카스/All] Don’t you know I’m a[루카스/All] 내가 널 움직인 player[루카스/All] Don’t you know I’m a[태용/All] 내가 널 이끄는 boss[태용/All] Don’t you know I’m a[태용/All] Don’t you know I’m a[태용/All] Don’t you know I’m a
세상 밖에서만 찾던 세계온전하게 조화롭던 세계누구라도 원이 될 수 있게보내볼래 나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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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el Pick!][Raffina&Cavi] Official MV - "Canvas Girl" https://youtu.be/PJaQB2w9nYg [Label Pick!][Raffina&Cavi] Official MV - "Canvas Girl" - 다양한 감정, 다른 결의 질감을 하나의 그루브로 묶어 내는 일렉트로닉 듀오, '라피나 앤 캐비'가 지난달 9월 8일에 발매 되었던 'Canvas Girl’을 담은 뮤직비디오와 함께 오랜만에 인사를 올립니다. 그들만의 바이브와 감각이 드러나는 영상과 함께, 오늘 하루에 여러분들만의 색감을 입히시길 바랍니다. - 캔버스 위의 유희 새하얀 종이 위 붓이 움직인다. 손끝의 섬세한 움직임이 선을 만들고 이윽고 형태가 캔버스에 나타난다. 수많은 색이 하얀 카오스 상태의 캔버스에 뿌려지고 그것은 질서를 깨뜨리며 하나의 정황을 그려낸다. 이 노래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처럼 예술적 정동을 일으키는 감정과 에너지로 그림처럼 완성된다. 우리는 탐닉과 욕망을 하얀 캔버스 위에 뿌렸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 대상의 가장 아름답고 퇴폐적인 순간을 포착하여 음악으로 풀어냈다. 이번 노래 ‘캔버스 걸’은 붓 대신 몽환적인 Synth와 멜로디로 대상을 쫓는다. 라피나 보컬에 녹아있는 은밀하지만 강렬한 감정이 듣는 이로 하여금 저마다 사랑하는 대상을 떠올리게 만든다. ��적인 라피나의 노랫말은 그의 가사대로 감정이 멜로디로 치환되어 격하게 움직이고 있다. 멈추지 않는 붓은 우리의 감정이 요동치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 캐비의 묵직하고 부드러운 synth bass는 청자들에게 각자의 걸음을 상상하게 한다. 첫 앨��� 안개꽃을 통해 어머니의 시간을 되돌려 본 라피나 앤 캐비는 점점 새로운 이야기를 추구하고 있다. 그들이 이번에 그린 캔버스 위의 그림은 어떤 형태일까. 아직도 라피나 앤 캐비의 붓은 멈추지 않고 있다. [Credit] Composed & Lyrics 라피나 Arranged by 라피나 앤 캐비, 김상헌 MV Director 라피나 Acting 이동진 Mixing / 김보종 @kokosound Mastering / 전훈 @Sonic Korea A&R / 김재면 Supervisor / 이규영 Management / Dann Music Label / Rubyrecords RUBY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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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1)
.. “ 네가 골드문트라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줄 때면 나는 너를 진지하게 대해. 그런데 네가 늘 골드문트다운 것은 아냐. 제발 네가 순수하게 골드문트였으면 좋겠어. 너는 학자도 아니고 수도자도 아니란 말이야. 너보다 못한 재목도 얼마든지 학자나 수도사는 될 수 있어. 너는 나에 비해 학문이��� 논리나 신앙이 형편없이 뒤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천만의 말씀이야. 문제는 네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를 나한테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야. ”
.. 나르치스가 말했다. “ 자, 보라구 내가 너보다 나은 점이라곤 단 한 가지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나는 말장하게 깨어 있는데 너는 반쯤 졸고 있거나 때로는 완전히 잠을 자고 있단 말이야. 내가 깨어 있다고 일컫는 사람이란 정신을 차리고 자기 자신을, 즉 자신의 가장 내면적이고 비합리적인 정열이나 충동 혹은 약점까지도 인식하고 처리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지. 네가 나를 만나는 데 어떤 의미가 있다면 바로 그런 태도를 배운다는 것이겠지. 골드문트 너한테는 정신과 본능, 의식과 꿈의 세계가 매우 복잡하게 뒤섞여 있어. 너는 어린 시절을 잊어버렸지만, 네 영혼의 깊은 바닥에는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갈망이 꿈틀대고 있지. 너는 그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 영혼의 소리를 듣게 될 거야.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자. 말했다시피 깨어 있는 상태에서는 내가 너보다 더 강해. 그런 면에서는 너보다 우월하고 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하지만 다른 모든 면에서는 네가 나보다 더 우월해. 아니, 스스로 네 자신을 발견하기만 한다면 나보다 우월해질 거야.”
*
.. 언젠가 골드문트가 말했다. “ 내 생각에는 길가에 피어 있는 꽃 한송이나 기어다니는 작은 벌레 한 마리가 도서관을 가득 채운 모든 책들보다도 더 많은 것을 말하고 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 글자나 낱말들을 가지고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어. 간혹 어떤 희랍어 글자, 가령 세타나 오메가 같은 글자를 쓰면서 펜을 약간 돌려서 써 보면 꼬리를 치면서 물고기가 될 때가 있어. 그러면 순식간에 이 세상의 모든 개천과 강물이 마음 속에 떠올라. 뿐만 아니라 시원하고 물가가 있는 모든 것이 떠오르기도 하지. 호머가 항해하던 큰 바다라든가. 고기잡이 베드로가 예수님의 제자로 거듭나던 그 물가도 생각나지. 그런가 하면 글자가 새로 둔갑하여 꼬리를 치켜세우고, 깃털을 부비고, 몸통을 부풀리고, 지저귀고, 날아가고 하기도 해.”
.. 골드문트는 속이 텅 빈 달팽이 껍질 하나를 집어들었다. 달팽이 껍질은 돌멩이들 사이에 부딪혀 희미하게 달각거리는 소리를 냈으며, 햇볕으로 인해 따뜻하게 달아 있었다. 골드문트는 둘둘 말린 껍질의 모양새며 나선형으로 새겨진 곡선, 아직 보기 좋게 젊음을 뽐내는 꽃술 모양의 머리 부위, 속이 텅 빈 목구멍, 그 속에서 반짝이는 진주빛 광택을 넋을 잃고 관찰하였다. 그는 또 눈을 감고 손끝의 촉감만으로 달팽이의 생김새를 느껴보기도 했다. 그것은 그의 오랜 버릇이자 장난이었다. 헐거운 손가락 사이로 달팽이를 돌려가며 누르지 않고서 미끄러지듯 촉감을 느끼고 달팽이의 생김새를 어루만지며 그대로 그려보았다. 그런 형태가 창조되기까지의 경이와, 그런 형태에 몸통이 갖춰지기까지의 마술적 신비에 희열을 느끼면서. 학교 교육과 학문 연구의 문제점이 바로 이런 데 있다는 생각이 꿈처럼 떠올랐다. 그러니까 인간의 정신이란 모든 것을 마치 이차원의 평면처럼 보고 묘사하려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했던 것이다. 모든 이성적 존재의 결함과 무가치함도 아마 그와 비슷한 문제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골드문트는 이런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할 수는 없었고, 달팽이는 그의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갔다. 피곤하고 졸음이 왔다. 시들면서 점점 더 짙은 향기를 내기 시작하는 약초 다발 위로 머리를 숙이다가 그는 햇살 아래 그대로 잠이 들었다.
*
.. 강가에는 골드문트가 잘 아는 장소가 있었다 [..] 골드문트는 그쪽으로 가서 강둑에 앉아 물 속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물을 무척 좋아했고, 어떤 물이든 그의 마음을 끌었다. 이곳에서 수정처럼 반짝이는 결을 이루며 흐르는 수표면 아래로 어두워서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강바닥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여기저기에 희미한 금빛 물체가 보는 사람을 유혹하듯 반짝거리는 것이 눈에 띄곤 했다 [..] 어떤 경우에도 그 물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검은 강바닥에 가라앉은 보물이 순간적으로 은은하게 반짝이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매혹적으로 아름다웠고 유혹적이었다. 골드문트에게는 물 속의 이 작은 신비와 마찬가지로 모든 참된 신비, 진짜 신비는 영혼이 담긴 참된 형상이었다. 그러한 신비는 윤곽도 없고 형태도 없으며, 다만 그 어떤 아련하고 아름다운 가능성처럼 그 형태를 예감케 할 뿐이었다. 그 신비는 비밀의 베일에 싸여 있었고,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다. 푸른 빛이 감도는 저 깊은 강바닥의 어스름 속에서 짧은 순간 뭐라 말할 수 없는 금빛과 은빛의 섬광이 빛났고,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닌 듯하면서도 더없이 복된 약속을 담고 있는 것만 같았다.
.. 이 사물들은 어째서 이렇게 아름다운 것일까? 물 속에서 비치는 황금빛 광채, 이 그림자와 알 수 없는 예감들, 이 모든 비현실적이고 허깨비 같은 환상들 -- 그런 것들은 예술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과는 정반대의 것인데도 어째서 이토록 말할 수없이 아름답고 행복감을 안겨주는 것일까? 뭐라 일컬을 수도 없는 저 사물들의 아름다움이 아무런 형태도 없이 순전히 신비에 싸여 있다면 예술 작품은 전혀 딴판이었다. 예술 작품은 어느 모로 보아도 형식이 중요했고, 너무나 명료하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던가. 그림으로 그린 혹은 나무로 조각한 머리나 입의 윤곽보다 더 가차없이 명료하고 확고한 것은 없었다. 골드문트는 마음만 먹으면 니클라우스가 만든 마리아 상의 아랫입술이나 눈썹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베껴 그릴 수도 있었다. 거기엔 불확실한 것, 현혹적인 것, 유동적인 것은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다.
골드문트는 이 문제를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도 가장 명확한 형식을 가진 작품이 어떻게 가장 불가사의하고 가장 매매모호한 형태를 가진 대상과 너무나 비슷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에 골몰하는 동안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다. 말하자면 흠잡을 데 없이 잘 만들어진 수많은 예술 작품들이 어째서 전혀 마음에 들지 않고 어지간히 아름다운데도 불구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지고 혐오스럽기까지 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작업실과 교회와 궁전들은 그런 구제불능의 예술 작품들로 가득 차 있었고, 골드문트 자신도 그런 작품을 만드는 데 일조했었다. 그런 작품들은 최고의 것에 대한 욕구를 일깨우면서도 정작 충족시켜 주지는 못했기에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그런 예술작품들에는 중요한 것이 빠져 있었다. 꿈과 최고의 예술 작품이 똑같이 가지고 있는 그것은 다름 아닌 신비였다. .. 이제 결단이 임박했고,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예술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그의 삶을 인도해 줄 운명의 여신이나 목표는 될 수 없었다. 적어도 골드문트에겐 아니었다. 그가 따라야 할 것은 예술이 아니라 어머니의 부름이었다. 손재주를 더욱더 노련하게 갈고 닦는 것이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렇게 해서 어떤 결과에 이를지는 니클라우스 명인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하면 명예와 명성, 돈과 안락한 생활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직 신비의 문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내면의 감각은 메마르고 위축될 것이다. 거기서는 예쁘고 값비싼 장난감들과 온갖 풍요로운 제단과 연단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성 세바스찬을 본뜬 인형들과 귀여운 소리로 딸랑거리는 꼬마 천사들의 머리 인형들이 한 개에 네 냥씩 팔릴 것이다. 아, 잉어의 눈에 비치는 황금비초가 나비 날개의 가장자리에 은은하게 비치는 감미로운 은빛이 그러한 예술 작품들이 가득 찬 강��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생기 있고 값질 것이다.
( 번역 : 임홍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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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 중반에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Sorrow>을 좋아했다. 좋아했다, 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내내 그 작품에 사로잡혀 있었으니까. 시엔은 힘없이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을 가졌다. 마디가 굵어진 손가락을 가졌다. 손끝의 느린 춤을 가졌다. 더이상 소리를 낼 수 없는 종처럼, 늘어진 젖을 가졌다. 낳을 수도 낳지도 않을 수도 없는 슬픔을 뱃속에 넣고 울고 있었다. 어쩌면 울 기운이 없어 무릎 사이에 고개를 처박고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시엔의 슬픔을 바라보다 밑에 쓰여 있는 'Sorrow'라는 단어를 끝으로 겨우, 그림에서 달아나곤 했다. 달아나봤자 다시 마주한 것은 내 슬픔이었지만.
이십대는 감정 과잉과 열망이 엉킨 소란한 시기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슬픔은 죽음과 맞닿은 듯한 슬픔이며, 걱정과 불안이 고약하게 활개를 치는 시기이다. 고래떼 같은 격정이 몰려오거나 침대를 휘감고 사라지는 파도 앞에서 젊은이들은 슬픔의 먹이가 되는 일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슬픈 일들을 멍하니 앉아 있으면 사람들로부터 왜 우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눈물이 흐르지 않는데도 우는 것처럼 보였던 시절, 시엔처럼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울던 저녁도, 바닥에 엎드려 시를 쓰다가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새벽도 있었다. 알 수 없었다. 왜 이토록 슬픈지, 왜 슬픔은 나를 좋아해서 하필 내 위에서 요란하게 작두를 타고 싶어하는지, 아니 내가 슬픔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지 의아했다. 나는 포주의 손아귀에 잡혀 의욕도 없이 시키는 대로 몸을 내주는 창녀처럼, 슬픔의 창녀 노릇을 했다. 슬픔이 나를 침범하도록, 기꺼이 침법해서 마음대로 농락하고 괴롭히도록 두었다. 반항할 힘이 없었고, 힘을 내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슬픔이 활활 타오르는 죽은 나무 같았다. 슬픔 속에 척추를 세우고 살다 간 프리다 칼로의 고통에서 위로를 받았다. 오븐에 머리를 처박고 죽을 수밖에 없던 실비�� 플라스나 슬픔으로 짓무른 듯한 최승자의 얼굴, 비석처럼 기괴하게 서 있는 에곤 쉴레의 자화상을 사랑했다. 방문을 닫고 이성복의 첫 시집 중 아무 곳이나 펴서 소리 내 읽기도 했다. 울기 위해서, 슬픔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슬픔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슬픔에 젖었던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는 것이었다. 독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독이 필요한 것처럼. 그때 슬픈 시를 많이 썼다. 슬픔에 대한 시를 쓰다, 열한 편을 모아 공모전에 보내고 자연스럽게 등단을 했지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등단보다 중요한 것은 슬픔을 적극적으로 느끼고, 슬픔에 삶을 빌어먹는 일이었다.
이십대를 벗어나고 어느정도 지난 뒤, 슬픔이 지긋지긋해졌다. 이상한 반항 심리가 솟구쳤다. 왜 슬퍼해야하지? 해사한 일들, 참새같이 짹짹거리는 일들로 웃고 즐기는 날들을 왜 향유하면 안 되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행복과 안녕을 위해 생산적인 감정만 만들어내면 안 될까? 나는 어느 순간 슬픔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까지 갖게 되었다. 슬픔을 내 인생에서 추방시키고 싶었다. 슬픔은 슬픔이란 이유만으로 유죄였다. 회사를 다녀 돈을 많이 벌고 싶었고 보란듯이 평안한 얼굴과 마음가짐으로 웃고 싶었고, 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돈을 벌며 살기 위해 시간을 쓰고 싶었다. 10년에 걸쳐 써온 일기장과 습작 노트들을 죄다 갖다버렸다. 가지고 있기엔 너무 무겁고 축축했다. 벗어나고 싶었다. 슬픔이 내 발끝에도 오지 못하도록, 틈을 주지 않았다. 바쁘게 살았고, 웃었고,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했으며, 회사도 열심히 다녔다. 슬픔이 잠시 내 앞에 앉으려고만 해도 벌떡 일어나서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기회를 주지 않았다. 생각을 단순하게 했고, 얼마 동안 시도 쓰지 않았다.
그렇지만 완벽하게 슬픔을 차단한 인생이란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의가 들었지만 여전히 슬픈 감정은 두려웠다. 슬픔에 대한 역치가 낮아져 있었다.
꽤 행복한 얼굴을 '겨우' 만들어가지고 부암동에 놀러 간 어느날. 우연히 윤동주 박물관에 들르게 되었다. 윤동주라, 윤동주. 내가 슬픔에 젖어 있던 많은 날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구절에 기대 꽤 오랜 시간을 견뎠었지. 박물관에 전시된 자료들을 보다 나는 어느 시 앞에서 벼락을 맞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피하고 싶어 오랜 시간을 공들였는데, 결국 만나버린 인연, 혹은 숙명 같았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
-윤동주 『팔복 八福』 전문
시인은 여덟 번에 걸쳐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라고 말하고 있다. 마치 저주처럼,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라고 마지막을 못박고 있었다. 세로 글씨로 또박또박 쓰여 있는 윤동주의 자필 시를 보면서, 가난한 시인의 방과 고통스러운 시인의 생 앞에 벌거벗고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부끄러웠다. 눈물이 날 것 같은 걸 애써 참았다. 자고로 슬퍼하는 자, 대신 울어주는 자 [곡비哭婢]가 시인의 숙명인 것을 윤동주 시인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받아드리며 긍정했는데 나는 벗어나기 위해 도망치고 피해 다녔다. 슬퍼하는 일 외에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이 시 앞에서 작게나마 깨달음을 얻은 나는 윤동주 시 앞에서 다짐했다. 슬픔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슬퍼하는 일을 오히려 복되고 귀한 일로 생각하기로.
사랑이 질병인 것처럼, 내 이십대는 질병과 같았다. 슬픔도 가장 격렬한 슬픔만, 아픔도 가장 치명적인 아픔만 골라 껴안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의 슬픔은 폭죽처럼 터져버렸고, 이미 사라졌다. 시간이 갈수록 폭죽에 대한 기억도, 귓가를 울리던 굉음도 희미해질 것이다. 그러나 한 시절 사랑한 것들과 그로 인해 품었던 슬픔들이 남은 내 삶의 토대를 이룰 것임을 알고 있다. 슬픔을 지나온 힘으로 앞으로 올 새로운 슬픔까지 긍정할 수 있음을, 세상은 슬픔의 힘으로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이제 나는, 겨우, 믿는다.
슬퍼하지 않으면 우리는 아이들을 키울 수 없을 것이고, 힘없는 자들을 가���워하지 않을 것이며, 나누지 않고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슬퍼하지 않으면 더이상 어떤 시나 노래도 태어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믿어야 한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픔은 슬픔대로 즐겁다!
박연준 『소란』 中 “슬픔은 슬픔대로 즐겁다”
저 글 안에 내가 살고 있다면 필경 이 글은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내 방 한켠에는 밀짚 모자 쓴 어떤 남자와, 무릎 사이에 고개를 처박은 채 울고 있는 한 여자가 있다. 그 옆에는 토르소도 아닌, 팔 다리가 잘린 채 해괴망측한 표정을 짓는 남자가 있고, 그 밑에는 모호한 경계를 한 색채 덩어리들이 있다.
아직 내 방 바닥에는 어젯 밤 피워놓은 향의 재가 날린다. 그리고 최승자 시인의 시집들, 김기택 시인의 시집들이 “어젯밤, 우리가 너와 잠든 슬픔이었어”라고 속삭이며 두 다리를 찢은 채 너부러져 있는 걸 보아, 나는 전문 중 중반부, 그 언저리에 서있다.
보고싶었던 영화의 결말을 스포일러 당한 느낌이 든다. 조금은 찝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 결말이 그리 싫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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