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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 갈애
오래전 "낯선 여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가 난다"란 TV 광고 문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어낸 이야기임… -=-=-=-=-=-=-=-=-=-=-=-=-=-=-=-=-=-=-=-=-
'은은한 불빛 아래(=A media luz)'. 1924년 까를로스 렌씨가 쓴 가사에 에드가르도 도나또가 곡을 붙인 땅고 음악. 매일 밤 까를로스 가르델이 노랠 불렀다는 꼬리엔떼스 거리 348번지에 있었던 공간을 추억하는 내용이다.
"도어맨이나 이웃이 없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2층. 칵테일과 사랑이 있던 곳. 단풍나무로 만든 작은 바닥. 이따금 울리는 전화기. 실내에 울려 퍼지는 그라모폰 소리. 울음소리를 내지 않는 도자기로 만든 고양이…"
'그곳'은 땅고 인구가 몰리는 홍대 인근에서 동떨어진 경기도 시골에 있었다. 책 한 권 들고 완행열차 같은 문산행 중앙선에 오른다. 한참을 정독하다 반쯤 읽었을 때 문득 고개를 들면 과거 '백마'라 부르던 곳을 지나 인적 드문 간이역 비슷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역에서 내려 시골길을 타박타박 걷다 보면 유심히 봐야 눈에 들어오는 '소메티메스'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흔하디 흔한 시골 읍내 건물이 나온다. 책을 반만 읽은 이유는 나머진 되돌아�� 때 봐야 하니까. 물론 차를 이용해 자유로를 단숨에 쌩 달려도 된다.
주인장이 의도했는지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처음 방문했을 때 상상속 꼬리엔떼스 348번지가 눈앞에 펼쳐진 것 같은 실내에 시선을 빼앗겼다. 건물 2층, 약간 삐걱대는 단풍나무 바닥,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지만 그라모폰을 흉내 낸 듯한 혼(horn)형 스피커, 장식용으로 갖다 놓은 다이얼식 옛날 공중전화기, 입구에 갖다 놓은 일본풍 마네키네코…
소메티메스는 영어 sometimes를 라틴어 식으로 발음한 것. 외진 곳이라 자주 오진 못 할 테니 이따금 생각나거든 놀러 오란 의미겠지? 밀롱가 공지 또한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올라오는 걸 보면.
그날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일터로 출근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를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길 바라며 온 힘을 다한 뒤 물 먹은 스펀지처럼 무거워진 몸으로 퇴근하는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피곤함에도 굳이 소메티메스를 찾아간 이유는 남을 위해 내 하루를 다 써버린 것에 대한 보상심리랄까, 혹은 자신을 향한 측은지심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입구를 들어서니 어두운 조명 아래에 많지 않은 남녀가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선율은 친숙하지만 제목까진 모르는 땅고에 맞춰 몇몇 커플이 춤을 추고 있었다. 두리번거리다 빈 좌석을 찾아 앉아 분위기에 적응할 때까지 몇 딴다가 흐르는 동안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냈다.
한 테이블 건너 옆자리에 낯선 여인이 앉아 있었다. 새로운 딴다가 시작하자 무심히 춤 신청을 했고, 그녀도 응했다.
아무 사전 정보가 없는 여성과의 춤은 1딴다 = 4곡 중 두 곡이 흐르는 동안은 아브라쏘를 한 채 천천히 걸으며 혹시 불편한 구석은 없는지 합을 맞추는 것에 집중하는 편. 그날따라 마치 예전부터 걸었던 분처럼 모든 것이 편안하고 좋았다.
세 번째 곡이 나오자 집중하느라 다소 긴장했던 마음이 비로소 풀리며 촉각 외 다른 감각이 돌아옴을 느꼈다. 그 순간 망치로 시상하부를 맞은 듯, 비강을 자극한 강렬한 향기.
잠시 혼돈과 혼란을 느꼈지만 땅고는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고, 흐트러질 뻔한 마음을 다잡아 음악에 집중했다. 다행히 상대���이 눈치를 못 챘는지, 내색을 안 한 건지 무사히 딴다를 마무리했고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헤어졌다.
잠시 후 그녀는 다른 남자의 춤신청을 받아 다시 땅고를 추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에 앉아 당황했던 향기의 기억을 되짚기 시작했다. 틀림없이 십수 년 전 헤어진, 아마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여인, J의 냄새였다.
나는 당연히 J가 주로 쓰던 화장품, 향수 브랜드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같은 제품을 쓰는 다른 여성에게선 그 향기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나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냄새로 여겼었다. 뭐… 사람에겐 각자 독특한 체취가 있다고 하니 필시 J의 몸냄새와 화장품이 만나 일으킨 화학 반응 때문이겠거니…
J와의 만남은 타다 만 장작처럼 완전 연소를 못 한 채 도중에 끝나버렸다. 원인도 분명하다. 그녀는 유부녀였다.
기혼자들이 음지에서 각자 많이들 한다는 섹스파트너 관계였다면 차라리 상호 원하는 정욕만을 채운 채 뒤도 안 돌아보고 헤어졌을 수도 있었을까? 내로남불자의 변명이라 비난받아도 유구무언이긴 하지만 그녀와 나는 이성(理性)을 총동원해 거리를 유지하려고 부단히 저항했음에도 끝끝내 불가항력적 욕망이 휘몰아쳐 선을 넘어 버리고 만 경우였다.
잠자리를 하면서 그녀 냄새를 맡을 때의 행복감은 잠시뿐, 뒤에 오는 상실감은 한마디로 갈애(渴愛)가 아녔나 싶다. 무명(無明) → 행(行) → 식(識) → 명색(名色) → 육처(六處) → 촉(觸) → 수(受) → 갈애. 목이 말라 물을 계속 퍼마시지만 그것이 바닷물인 것… 밖에선 "이 사람이 내 애인이야"라고 떳떳이 밝히는 사소한 행위조차 할 수 없는 비정상 현실에 나도, 그녀도 몹시 괴로워했다.
끝까지 가보질 못했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장점만을 기억할 뿐, 인간적 결함을 모른다.
몇 달 뒤 같은 장소에서 J와 같은 향기를 가진 그 분을 또 만났다. 차마 말 못 하고, 이번에도 말없이 땅고만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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