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을다나의방식대로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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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페이지_0901
아마 엄마에게 했던 말들은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던 것 같다.
내가 주말을 어떻게 보내는지를 쭉 읊어본 것도 처음이었고, 그럴 때마다 무슨 기분이 드는지를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정리하여 말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오늘 엄마와 대화를 하면서 처음 깨달았다. 그것은 나에게 큰 수확을 주었다. 나는 내 마음을, 감정을 들여다볼 줄 몰랐던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라는 요가 선생님의 말씀은 언제나 나에게는 화가 나든, 즐겁든 너무 과하게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하지 말아라, 그저 물 흐르듯 바라보아라, 정도의 느낌만을 주었지만. 지금 다시 내 감정을 바라보는 일은 새로워졌다. 나는 내 감정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감정이 얼마나 오랜 것인지를 알기에, 나는 나의 삶만큼 더 많이 내 감정들을, 내 동요하고 용솟음치는 마음들을 차분히 다가가 들여다봐야 함을 절실히 느낀다.
오전에는 어딘가로 나갈 궁리만 했고 몸이 바스라질 것 같아도, 집이라는 공간 밖으로만 벗어난다면 헤븐이 있을거라 믿는 것이다. 그러다가 그 부질없는 희망으로부터 벗어나게 될 수 있는 어떤 시점에, 나의 모든 것이 아스라지면서 단전에서부터 분노가 치미는 것을 느낀다. 나는 왜 집과 이다지도 사이가 멀어졌을까? 아마 밖에서보다 집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느껴서일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이 꼭 내 몸이 으스러져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을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늘 짐처럼 느껴지고는 했는데, 그건 사실 나만의 걱정이자 불안이고, 난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내 몸을 챙기면 되는 거였다. 모든 신경질과 불안은 결국 수면부족에서 온다는 걸 알아차려야 할 거였다.
새로운 날들이 다가오면서 나는 나의 일들을 다시 마주한다. 나는 내가 해야할 일들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 지금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 안정감이 결국 내가 타고 있는 보트를 거꾸로 뒤집어 놓더라도, 더는 그곳에서 당황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천히 구명조끼를 의지해서 내 보트를 천천히 뒤집고, 노를 잘 재정비하고 ���온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라도 하려고 할 것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은 아마추어가 아니다. 아직도 아마추어이기엔 나는 너무 오랫동안 이 행위를 해 왔다. 같은 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상은 모두가 같다. 우리는 생계를 위해 돈을 버는 행위를 하고 있고 그 행위는 어쩌면 모든 공통적인, 그리고 암묵적인 규칙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삶을 사랑한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삶을 사랑하고 또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그 과정들 속에서 결국 이 반복적인 행위의 모든 것을 파악하게 된다.
실패하게 될 때 얼마나 빨리 이를 악 물고 다시 일어서는가가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한가지의 실패에 영영 눈이 멀 만큼 울었고 두가지의 실패에 주저 앉아 손가락으로 내 눈을 찔렀다. 세가지 실패에는 내 몸을 버리려 했고 네번째의 실패에는 영 내가 아닌 사람처럼 굴었다. 나를 괴롭힘으로써 이 실패를 빨리 회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행동은 언제나 역겹다. 나는 역겨운 나로부터 나 자신을 지켜내고 지금 오늘날까지 살아있는 내 자신이 새삼 다행스럽고 기특하다.
얼마나 큰 잘못을 했고, 얼마나 한심했고, 얼마나 구역질이 났고, 얼마나 추악했고 하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것은 물론, 자신의 영혼을 위해 필요한 일일 수 있지만 그 생각만을 반복하며 스스로를 물 속의 기름처럼 띄워놓는 것을, 그 행위를 질리다못해 즐기게 된다면 그것은 차라리 자신의 과오를 전시하는 것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잘못된 일도, 잘된 일도 삼세번 이상의 후회나 자찬이면 충분하다. 머릿속으로도 마찬가지다.
대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미친듯한 질주를, 어성어성 산보를, 그런 나아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제의 나보다는 다른 나를 추구하라는 것이다. 여러 면에서 다른 사람이어야 한다. 어제와 같은 나를 부정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어제와는 다른 산책로를 걸어보고 그저 어제와는 다른 음식을 음미하라. 어제와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어제와는 다른 상념을 가져보자. 어제와는 다른 목표로, 어제와는 다른 분위기를 맞이하며, 어제와는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이다. 기왕이면 어제와는 다른 나로써 말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으려면, 어제와는 달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제와 다른 나를 한탄하지 말자. 어제는 황홀했으나 오늘은 좀 쓸 수도, 어제는 한심했으나 오늘은 좀 자신감이 생길 수도 있는 일.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평탄해지고 굴곡이 사라져 나의 공간을 온전히 익숙히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려면 나는 더 많이 내가 아닌 나로 살아봐야 하는 것이다.
매일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나는 어제의 나와는 다르게 써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쓰기에 있어서는 한결같아지면 더 좋겠다. 무엇을 쓰든지 스스로를 책망하지 말 것. 그리고 무엇을 하든지 그것으로 당장 세계를 제패할 것이 아니기에 결과물이 충분치 않더라도 계속 할 것. 계속 하다보면 나에게 이것이 가장 좋은 선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그게 영어공부가 되어도 상관없고, 다이어리 꾸미기일수 있으며, 그저 보석십자수여도 무관하다. 어떤 것이 더 가치있고 어떤 것이 더 실용적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좋은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것, 그게 살아있는 인간이 아닌 내 곁에서, 내 습관대로 만든 내 취미일 수 있다는 걸 깨닫는 그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곧 나를 의미하고, 또 내가 곧 그것을 의미할 수 있는 지경이 될 때까지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고 또 한다. 하는 것만이 의미있다.
그렇게 하고 하다가 잘 안되더라도 다시 또 하는 힘이 필요하다. 망치더라도 한시간뒤에 다시 하는 힘, 다 무너졌더라도 한숨 돌리고 차 한잔 마신 뒤 내일 다시 하는 힘. 그것이 모든 것을 다시 일으켜세우고 견고하게 만들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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