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챕터 원 2회차 플레이 기록, 그 일곱 번째.
수상한 화랑 주인이 던진 떡밥에 보기 좋게 낚여 버린 셜록. (보겔: 이야, 월척이다!) 셜록이 알고 있던 대로 병 때문에 죽었다면, 경찰이 나서서 그녀의 죽음을 조사할 이유란 어디에 있었을까?
보겔의 말에 의혹을 느낀 그는 당시의 경찰 기록을 찾아보기로 한다.
본디 어머니를 보내 드리는 것으로 끝을 맺을 터였으나, 이렇게 여행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그를 서서히 끌고 가기 시작한다.
종착지는 정해져 있어도, 그곳까지 어떻게 갈지는 언제나 자유. 보겔과 헤어진 뒤 묶였던 발이 풀려서, 드디어 마음껏 샛길로 빠질 코르도나를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딴짓을 하려고 보니, 딱히 생각나는 게...... 없네? 무작정 걷다 보면 곳곳에 숨어 있는 서브 퀘스트를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너무 막연한 느낌이라 아직은 썩 내키지 않는다.
사실 홈즈 여사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나도 궁금하던 참이다. (물론 1회차 때 감상을 빌려 와서 하는 얘기다)
경찰 조사 기록은 물어보나 마나 경찰서에 있겠지.
어... 그런데, 경찰서가 코르도나 어디쯤 있더라?
마침 묘지 밖에 담배 피우는 인력거꾼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아까 여기 올 때 마차를 탔다.
아저씨, 혹시 코르도나 경찰서까지 가나요? 이번에도 요금은 무료?
인력거꾼에게 말을 걸면, 코르도나 지도가 자동으로 열리면서 다음 행선지에서 가까운 지점까지 단숨에 이동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 게임의 빠른 이동 시스템.
사실 근처의 마차나 인력거를 굳이 찾을 필요 없이, 수첩의 지도 페이지를 이용하는 편이 더 간단하다. 마차 타 봐야 별다를 게 없기도 하고.
전작 '죄와 벌'과 '악마의 딸'에서는 빠른 이동 중 로딩 화면에 마차에 탄 셜록 (또는 셜록과 왓슨)을 보여 주는데, 이번에는 그런 연출이 빠져서 좀 아쉽다. (기술적으로 필요가 없어져서 안 넣은 게 아닐까 짐작은 한다)
이번 작의 빠른 이동과 관련해, 한 가지 주의점. 이 게임에서 빠른 이동을 활성화 하려면, 일단 한 번은 빠른 이동 지점이 있는 곳까지 직접 가야 한다.
즉, 이 게임에서 장거리 출장을 좀 편하게 다니려거든, 게임 초반에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소리.물론 나처럼 여기저기 기웃대기 좋아하며 느긋한 성향의 플레이어에게 이런 건 아무 문제도 안 된다.
진짜 문제는 내가 대책 없는 길치라는 것. 허허...
아무튼, 다음 목적지인 경찰서는 코르도나 지도에서 '스칼라디오' 지역 중상부 하버 대로 인근에 있다. 장소 아이콘이 큼지막히 지도에 보이기 때문에, 위치를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위 화면과 같이 목적지 위에 빨간 핀을 꽂으면, 게임 화면 상단 막대형 나침반에서 이 핀이 움직이며 길 찾기를 도와 준다. 하지만, 나처럼 방향 감각 없는 인간에게는 이런 배려도 거의 무쓸모...(..)
결국 그때그때 지도를 확인해 가며 길을 찾아야 했는데, 다른 게임에서처럼 안내선을 따라가는 방식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뭐, 덕분에 헤매는 과정에서 생각 못한 퀘스트를 발견하기도 했으니,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게 나쁘지만도 않았다.
그리하여 단서를 찾아 경찰서로 가는 길. 전작들과 사뭇 다른 느낌의 거리 풍경이 새삼 눈에 들어온다.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음악에서는 뭔가 아랍의 향내 같은 것이 나고. 보고 있자니, 코르도나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이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이전 작품들에서 묘사된 과거 영국의 모습도 나름의 멋이 있지만, 이번 작의 코르도나도 색다른 정취가 있어 좋은 것 같다.
이윽고 목적지인 코르도나 경찰서에 도착한 셜록.
자, 이제 조사 기록을 보려면 여기서 어디로... 아, 저기 서 있는 경찰관에게 물어볼까?
기록 보자는 사람이 매일 수십 명씩 우르르 쏟아질 것 같지는 않은데, 아저씨 뭐 이리 쓸데없이 까칠해요? 혹시 민원 스트레스?
알고 봤더니, 동료 경찰 한 명이 기록 보관소 문을 잠그는 바람에, 필요한 업무를 못 봐 곤란한 상황이라나.
사연인즉, 스칼라디오 지역 어느 재단사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그 동료 경찰이 제시한 범인 몽타주가 재단사에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는 것이다. 이후, 그 몽타주 경찰은 기록소 안에 틀어박혀, 코르도나 절도범 관련 문서 10년치를 모조리 헤집는 중.
이거 이거, 악에 단단히 받치셨구만. 쉽게 끌어내긴 힘들겠어.
이 말을 들은 뒤, 셜록은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오호.
경찰은 잘난 척 말라며 셜록의 제안에 블쾌한 기색을 보이지만, 셜록은 늘 그렇듯 자신만만하게 응수한다.
셜록의 자신감에 조금은 믿음이 간 것인지, 아니면 밑져야 본전이다 싶었는지. 경찰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재단사의 주소를 알려 준다.
과연 이번에는 뭘 보여 주려나? 기대 기대.
재단사의 의상실은 나이츠 가와 트리니티 웨이의 교차로에 있다고 한다.
단, 경찰서와 달리 의상실의 정확한 위치는 지도에 미리 공개돼 있지 않다. 따라서, 대략적인 주소 정보만 가지고 알아서 찾아가야 한다. 사실 이 게임의 길 찾기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처음에는 좀 막막하고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데, 막상 해 보면 크게 어렵지는 않다. 그럼에도, 그중 몇 번은 주소 정보의 오역이나 지도에서 다소 모호하게 표현된 부분 - 막혀서 들어갈 수 없는 구역 같은 것 - 때문에, 얼마간 헤맸던 기억이 난다.
일단 나이츠 가와 트리니티 웨이의 교차로는 여기. ▼
다행히 경찰서에서 그리 멀지 않고, 찾기 수월한 위치다.
문제의 의상실 근처까지 가면, 위 스크린샷에서처럼 '새로운 위치' 알림이 뜨면서 지도에도 의상실 정보가 추가된다. 이번에는 갈 곳을 미리 알고서 찾아온 것이지만, 무심코 지나가다 뜻밖의 발견을 하게 되는 일도 종종 있어 즐겁다.
자, 그럼 재단사를 만나러 안으로 들어가 볼까.
니니 부인을 만난 셜록은 방문 목적을 간단히 설명하고, 그녀에게 범인의 인상착의를 묻는다.
그런데... 이거야, 원. 그 경찰관이 왜 몽타쥬 팽개치고 10년치 문서와 씨름 중인지 단박에 알겠네.
어르신. 얼굴 품평회를 하자는 게 아니구요, 그 도둑놈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려 주시라니까요?
(어질)
셰리야, 이번엔 너도 고생 깨나 하겠다.
그러나, 노부인의 지극히 주관적이며 허술한 증언에서도 몇 가지 쓸 만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첫째, 범인의 얼굴에 얻어맞은 흔적이 있다는 점. 둘째, 안경을 썼다는 점. 그리고 완전히 악당 같았다는 노부인의 평가로 추측건대, 옷차림도 절대 평범하지는 않았으리라는 점이다.
문제를 파악한 셜록은 방식을 바꿔 보기로 하고, 노부인에게 옷 얘기를 꺼낸다.
아하. 이전 작픔들에도 나왔던 '변장' 튜토리얼이군. 어째 사건의 이름이 '변장의 대가(大家)'인가 했다.
니니 부인의 동의에 따라, 셜록은 의상실 뒷쪽 작업장에서 범인과 비슷하게 꾸민 다음, 그녀가 목격한 인상착의와 일치하는지 확인해 보기로 한다. 변장에 필요한 소품과 의상은 여기 있는 것들을 빌려서 해결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완전히 새로운 요소는 아니지만, 챕터 원의 변장은 전작들과 약간 다른 데가 있다.
예전에는 셜록의 집으로 변장 공간이 제한되어 있던 반면, 이번에는 수첩의 옷장 페이지를 열어 어디서나 옷차림을 바꿀 수 있다는 점. 또, 곳곳에 보이는 옷가게에서 필요한 의상과 소품을 구입하거나 공짜로 빌릴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이 게임의 변장에도 제약이 없는 건 아닌데, 보는 눈이 있는 곳은 피해야 된다. (뭐, 변장이 뭔지 생각하면 당연한 설정이다)
그래도 쓰기에는 확실히 편하다. 의상이 좀 더 다양해져서 변장하는 재미 역시 전에 비해 커졌다.
그래서 좋은 한편, 전작을 기억하는 플레이어로서는 약간 섭섭함을 느끼는 변화이기도 하다.
예전의 옷장 연출도 같이 살려 주면 좋았을걸. 그쪽이 보기에는 더 예뻤는데.
혹시 이번 작의 셰리는 옷 갈아입을 집이 없어서...(..)는 아니겠지, 설마.
전작들에 비해 땅도 넓고 그만큼 멀리 갈 곳도 많아진 터라, 변장 하나 때문에 집에 다시 오라면 번거롭긴 했겠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개발사 트위터에 챕터 원의 셜록 의상 중 뭐가 제일 마음에 드냐는 질문글이 있었다. 말 나온 김에 내 취향 따라 몇 가지 골라 보자면,
똘망똘망 총기 넘치는 신입 탐정.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는 마스터 탐정 (왜 자꾸 "Goodbye, John" 그 장면이 떠오를까)
또, 최근 DLC로 풀린 성직자 의상도 좋았지만 (요즘 같이 어려운 상황에 출시라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결국엔 기본 의상이 셜록을 가장 돋보이게 해 주는 것 같다. 검은 정장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미청년 셜록. 게다가, 저 반쯤 걷어붙인 소매와 팔의 힘줄은... (머엉)
험험. 뭐, 인형놀이는 이쯤 해 두고.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읽은 이 게임 아트북에 셜록의 의상과 관련해 흥미로운 뒷얘기가 있었다. 코르도나에서 셜록만큼 검은 옷을 많이 입거나, 셜록처럼 입는 현지인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개발진이 셜록의 옷차림을 이렇게 정한 이유 가운데는 셜록이 코르도나에서 자랐음에도 더 이상 이곳 사람이 아니며,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은 런던의 삶임을 보여 주려는 목적도 있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을 보낸 제2의 고향치고, 확실히 애착이 없어 보이긴 했다. 그래도 어머니의 죽음이 아니었다면, 조금은 사정이 나았으려나?
그밖에 셜록의 외모에 대해서도 짤막하게 언급이 있었는데, 그 얘기는 다음 기회에.
솔직히 생김새만 놓고 따지면 내가 상상했던 도일 경의 셜록에서 좀 멀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어느 셜록보다 매력 있는 셜록이라 생각한다. 게임계에서 드물게 내 취향에 맞는 미남 캐릭터이기도 하고.
당신은_이쁩니다.jpg (그런데 왼쪽 아래 글상자에 보이는 첨언은 개발진 마음의 소리인가요?)
아. 물론 남주인공 외모가 취향이라고 해서, 생각 없이 아무 게임이나 덥석 사 주고 그러진 않는다. 게임에서 진짜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니까.
.....아니, 이건 게임이 재밌어 보여서 그런 거고요. (그런데 다시 봐도 잘생기긴 했다)
......물론 언제나 예외는 있습니다. (지나치게_훌륭한_예외의_사례.gif)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니니 부인의 의상실.
변장에 필요한 옷가지를 챙기고 몽타주 임무에 본격 시동을 걸려는데, 존이 불쑥 두 번째 내기를 걸어 온다.
내가 왜?
아니, 좀 뜬금없지만 재미는 있을지도?
존의 장난스런 제안에 따라, 셰리는 우선 그림 속 노인으로 변장을 시도해 본다.
어디 어디...
음. 이 정도면 꽤 그럴싸한걸?
노인처럼 꾸민 뒤 니니 부인에게 말을 걸면, 대뜸 "삼촌!"이라고 소리치며 깜짝 놀라는 부인의 반응을 볼 수 있다. 어쩐지 좀 통쾌한 기분.
이렇게 존의 두 번째 내기도 간단히 셜록의 승리로 돌아가고.
자, 장난 끝났으니 다시 범인 몽타주 만들러 가자.
범인은 안경남에, 얼굴에 상처가 있고, 옷차림은 그러니까... 대충 나쁜 놈처럼 보이면 되나?
안경, 있음✓. 얼굴 �� 자국, 있음✓. 범죄자의 멋, 있음✓.
좋아, 이만하면 됐겠지.
결과는?
아, 네. 안경이 틀렸어요?
바꿔 오죠, 뭐.
교체 완료.
자. 이제 됐죠, 부인?
얼굴이 너무 결백해 보인다니, 이건 또 뭔 소리래?
아, 콧수염이 있었어요?
알았어요. 달고 오죠, 뭐.
사악한 콧수염... 손가락으로 꼬기엔 좀 짧아 보이지만 뭐, 아무튼. 장착 완료.
이번에는?
그게 이제야 기억이 나셨어요, 어르신? (한숨)
네네, 입고 오죠 뭐.
베이지색 정장. 좋아, 바꿨다.
이번엔 진짜... 됐겠지?
저기요, 할머니?-_-
결국 머리부터 발끝까지 원판만 놔 두고 다 바꿨네. 다행히 고생 끝에 보람은 있어서, 셜록은 이번 방문 목적이었던 범인의 몽타주를 완성하는 데 성공한다. 이제 이 그림을 그 경찰관에게 갖다 주면 되겠군.
의상실을 나서기 전, 셜록은 뭔가 생각하는 게 있는 듯 부인에게 여기서 파는 옷이 정말 없는지 묻는다. 부인의 말에 따르면, 이 의상실에서 의류 판매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대신, 부인한테서 몇 년 전 손님이 잊고 간 경찰 제복 한 벌과 남성복점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옷을 찾는 걸 보니, 셜록은 이 지점에서 코르도나 여행이 길어질 것을 이미 예감한 모양이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부인.
몽타주를 얻었으니, 슬슬 경찰서로 돌아가 기록 보관소 일을 마무리지어야겠다.
과연 당시의 조사 기록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계속.
4 notes
·
View no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