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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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IEL (주니엘) -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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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단ː절/
'사랑에는 여러 가지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슬픔도, 고통도, 허무도, 우울도, 공허도 다 그것의 일부이다.’ 전찬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내가 보낸 만큼의 사랑을 돌려받지 못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에 대한 답을 알기 때문에 내가 이 글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그에 대한 답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나는, 글을 시작��다. 그에 대해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앞서 나는 몇 번이고 글을 적다가 손을 거두었다. 과연 나의 이 이야기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의아했기 때문이다. 사랑도 애정도 관심도 아니었다. 절망과 슬픔과 어긋난 기대와 좌절에 대한 것이었다. 유독 나에게만 생이 가혹한 것은 분명 아닐지언정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어쩌면 그러 한지도 몰랐다. 나는 내가 보낸 사랑을 그저 모르는 척하고 마는 사람들만을 사랑했고 어떠한 일련의 연유에 의해 말이다. 그들은 나를 매몰차게 거절해서 내가 나에게 주어질 이 불행을 애초에 스스로 막아 내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언제나 일말의 여지를 주고 말았다. 나에게는 그게 너무도 달콤하게 보여. 내 마음을 거두어 내지 못했다. 번번이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말이다. 어쩌면 이 글은 나의 유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세 번째로 나의 사랑이 잔뜩 구겨져 쓰레기통에 처박히자 나는 이 생에 백기를 날린다. 그 부서진 마음의 기록이다.
01
이건 사랑이 아니다. 이건 사랑이 아니다. 이건 사랑이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는 나 스스로에 되놰야 했다. 이건 사랑이 아니다. 때로는 바로 내 눈앞에서 진정한 사랑을 보았다. 사랑은 어쩌면. 늦은 주말 밤 느지막이 저녁을 먹고 레드 와인 한 잔씩을 잔에 따른다. 라운지 한구석의 네모진 테이블의 한 면씩을 차지하고 앉는다. 플래티넘 블론드로 불리는 거의 하얀색에 가까운 얇고 밝은 금발 머리를 한 여자는, 그 머리칼은 아주 얇고 반짝이는 실 혹은 짚단처럼 보인다, 윤기나는 피부에 빼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서도 반짝이는 얼굴을 하고 있다. 살집이 제법 있는 풍만한 몸매이기는 하나 흔히 말하는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밀로의 비너스를 연상케 하는 몸을 가졌다. 딱 달라붙는 하얀 반팔 티셔츠에 역시나 달라붙는, 그 끝을 몇 번 접어 올린 검정 바지를 입고 가죽 벨트로 허리를 맸다. 검은 목 양말에 검은 닥터 마틴 워커를 신고 있다. 하얀 손가락 끝에는 까만 매니큐어를 칠했고 으레 닥터 마틴 3홀 워커를 신는 사람에 어울리게도 예쁜 형태의 반지들을 끼고 있었다. 그녀의 손끝에는 출렁이는 레드 와인이 담긴 글라스가 있다. 네모난 테이블의 다른 한 면에 앉은 남자 역시 밝은 금발 머리다. 그러나 어쩐지 엉성하다. 아니 그 뿌리를 보면 아주 짙은 갈색 머리칼이 빼곡했다. 아마도 탈색을 한 것이리라. 짧은 탈색 머리에 여유��운 미소를 가진 그는 잔뜩 구겨진 검정 티셔츠 아래로 편안한 검정 면바지를 입고 있다. 꽤나 많이 접어 올린 것인지 아니면 그저 키가 지나치게 큰 탓인지 앉은 그의 두 발목 훨씬 위로 바지의 밑단이 쑥 올라가 있다. 무성한 털이 보인다. 팔과 다리의 털의 양을 보면 또한 티셔츠 목 부근으로 보이는 무성함을 보면 아마도 이탈리아 이민자 계통의 남자임이 분명했다. (후에 알게 되었는데 그의 부모는 세르비아 출신이었다.) 그들은 느긋하게 바둑을 두고 있다. 언뜻 보면 아무럴 것도 없는 모습. 느긋한 주말 밤의 모습. 그는 맨발인 체였다. 그리고 그의 종아리 즈음에, 다리를 꼬고 앉은 밀로의 비너스를 닮은 여자의 오른 종아리가 가만히 포개어 있다.
나는 사랑의 구체적 형태와 모양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어쩌면 사랑은 그 살며시 닿은 서로의 종아리와 같은 것이 아닐까. 아무런 말도 아무런 눈짓도 아무런 몸짓도 없었다. 멀찍이 앉아 골똘히 바둑의 다음 수에 대해 고민하는 두 남녀. 그 가운데 고요히 가닿은 신체의 일부. 가만히 나란히 앉은 그녀의 오른손이 가만히 그의 왼 무릎에 놓인 것과 같은 모양. 사랑의 모양. 사랑의 형상.
여자는 먼저 방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방 안을 들여다볼 수는 없었다. 그녀는 아마 침대 위에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누웠으리라. 잠시 뒤 그 역시 조용히 방으로 사라졌다. 열린 문틈으로 어느 순간 꼭 같이 까만 매니큐어가 칠해진 그의 오른손이 불쑥 나타난다. 손가락은 몇 번 꿈틀거리나 싶다가 그 중지의 끝을 방의 문에 걸어, 소리 죽여 방문을 닫는다.
나는 고요히 나의 두 눈동자를 내 앞의 주방 벤치로 옮긴다. 하얀 나의 커피 컵이 있다. 나는 ‘진저 킥’이라는 귀여운 이름의 레몬 생강차 티백을 컵에 담아 뜨거운 물을 부어 차를 우리고 있었다. 컵의 둥근 손잡이에 내 손을 넣는다. 내 손에 발린 까만 매니큐어는 곳곳이 까져 있었다. 설거지를 제법 했기 때문이었다. 계단을 내려 방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되뇐다. 이건 사랑이 아니야. 내가 하는 이것은 사랑이 아니야. 진짜 사랑은. 위 층의 닫힌 문 너머에 있었다.
02
똑똑.
이미 반쯤 열린 나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집에는 그와 나뿐이었으니 필경 그였다. 나는 작은 나의 싱글 매트리스에 엎드려 누워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답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를 온전히 무시할 수 있는 힘이, 내게는 없었다. 딱히 음절이나 단어나 문장이 아닌 소리로 인기척을 냈다. ‘도대체 무슨 할 말이 있는 건데?’라는 의미였다. 물론 크리스마스를 맞아 고향에 내려가는 그가 내 방문을 두드리지조��� 않고, 그렇게 가겠다는 인사조차 하지 않고 집을 나갔다면 나는 더더욱 화가 났을 것이다. 어쩌면 다시는 그를 마주하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미 며칠 전의 나는 굳은 결심을 하고 그에게 말했다. ‘이 집에서 나는. 행복하지 않아.’ 그리고 그가 계속 이런 식으로 나의 존재 자체를 눈치채지 못한 듯 무성의하게 군다면 예정인 한 달 뒤보다 훨씬 이르게 어쩌면 바로 내일모레라도 당장 그의 곁을 떠날 것이라는 통보를 했다. 물론 엄포는 아니었다. 전혀 이런 방식이 아니라 차분하고 다정한 방식의 설명이었다. 그저 서운함을 담은. 나는 그저 너와 시간을 보내고 싶을 뿐이라는 다정한 마음을 담은. 그에 떨리는 두 눈을 한 그는 처음에는 한 달 뒤에 떠나든 당장 떠나든, 뭐든 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말을 하더니 이내는 그럼 한 달의 반절을 머문다면 내가 떠나고 난 뒤 나머지 반절의 방값은 본인이 대신 낼 수 있다는 말을 했다. 그리곤 마침내는 가만히 울 것 같은 내 두 눈을 바라보며 집을 일찍 떠나겠다는 이유가 방값을 낼 수 없어서, 즉 돈이 부담 이어 그러느냐는 질문을 했다. 나는 가만히 고개를 가로젓고는 한참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었다. ‘다만 내가 행복하지 않아서 그래.’ 사실이었다.
‘무작정 떠나는 것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 같아. 나는 떠나는 것을 잘 하지 못해. 지금만 봐도 그래, 난 아직까지 이곳에 머물고 있잖아. 주변 상황이 자신을 괴롭게 할 때에 스스로를 보호하려면 모든 걸 버리고 떠나야 해. 나도 그걸 알고 있어. 그러나 나는 내 스스로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그래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떠나지도 못해. 내가 내 스스로를 보호하려 했다면 나는 진작 11월에 이곳을 떠났을 테지.’
그는 말이 없이 내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오늘 생각을 했어. 내 인생에 단 한 번쯤은, 아마도 이번 만은, 내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내려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나는 나를 너무도 아프게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라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그저 울음이 가득 찬 표정과 두 눈으로 천천히 말을 했다. 서늘한 여름밤의 바람이 가득했고 이층 발코니 너머의 하늘은 어스름이 낀 빛바랜 남색이었다. 나는 양손을 얼굴의 가운데로 모아 마스크 모양을 만들었고 최선을 다해 내가 말하고 싶은, ‘너 때문에 내가 너무 힘들어. 나는 너를 기다려줄 수가 없어. 나는 너무 지쳐버리고 말았어. 너를 기다리는 걸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기다림의 시간이 내게는 지옥이야’라는 말을, 빙 둘러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전과 꼭 같은 대답을 했다. 그가 내가 그와 같은 집으로 이사를 왔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고 매번 쓱 지나쳐버리고 마는 이유는 절대 나와 관련된 것이 아닌 그만의 문제이며 멀리 거리를 두어야 할 것은 내가 아니라 나를 제외한 그를 지치게 하는 다른 모든 것이며 내가 이 집에 이사 온 것이 사실은 그에게 큰 긍정적인 변화라는 말을 했다. ‘그저 시���이 필요해. 나 스스로를 먼저 주워 담아 정리할 수 있는.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아마도 어쩌면 크리스마스 이전이 될 수도 있어. 그리곤 나아질 수 있어.’ 어쩌면 나는 그가 그와 같은 답을 할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 모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의 곁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12월의 여름날의 나는 너무도 지쳐 있었다. 아주 깊고 깊은 곳에 파묻힌 그의 마음이 나라는 존재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 마음은 너무도 깊고 깊은 바닷속에 있었다. 나는 한여름 뙤약볕 아래의 잡초처럼 바싹 말라가고 있었다. 그의 마음이 마침내 나를 돌아 봐주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 아주 이따금의 다정한 눈길을 기다리는 동안에의 나는 말 그대로 지옥의 불구덩이 속에 있었다. 매일 소리 죽여 눈물 흘렸고 내 스스로가 이토록 하찮은 존재였는가를 스스로에 물었고 대개의 경우 힘없이 수긍했다. ‘그래,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나의 말을 가만히 듣던 그가 두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가 나를 바라보는 일은 제법 드문 일이었다. 그렇게 똑바로 오래도록 말이다. 물론 한번 그렇게 나를 바라보기 시작하면 그는 그를 제법 잘 한다. 너무도 태연하게 한 번도 눈을 끔뻑이지 않은 채로 커다란 두 갈색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전혀 흔들림이 없다. 나의 눈동자가 뜨겁게 데워질 만큼 그는 나를 오래도록 나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내 눈동자 너머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태도이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말을 했다. 결국 말꼬리를 흐리고 말았지마는 나는 그를 끝까지 들었다.
‘나도 시간을 보내고 싶어. 너와.’
그랬던 것이 며칠 전이다. 어제의 그는 내 방문 앞에 서 있다. 그는 나를 그 밤과 꼭 같이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어쩌면 그 갈색 두 눈동자는 미안해, 이런 나를 이해해줄 수 있을까, 나도 알고 있지만 나도 나를 어쩔 수 없어 그리고 미안해라는 말을 담고 있는 듯했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그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섰다. 그리곤 조용히 내 오른손을 들어 안녕의 손짓을 했다. 그는 여전히 미동도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단 한 번도 눈을 깜빡이지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아주 느릿하게 조금씩 그에게로 다가갔다. 한순간 우리의 다리 즈음을 지나는 날파리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도 그 한순간 흐트러져 그 날파리를 보았다. 그러다 우리의 두 쌍의 갈색 눈동자는 다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결국에의 내 눈은 무언가 부끄러워져버리고 말아, 영어로는 ‘so what?’ 한국어로는 ‘그래서 어쩌라고’ 즈음을 소리 없이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아무런 말도 없이 엉거주춤하게 방문을 사이에 두고 서서 서로를 바라보다 결국 그는 옅게 미소 짓고 말았고 나 역시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가 말했다. 나는 느릿하게 여전히 무표정의 얼굴을 풀지 않고 그를 향해 ���금 더 가까워졌다. 그러나 그에게 닿기에는 여전히 먼 상태였다. 나는 그가 내게 닿기에는 여전히 나의 은닉처인 내 방 안 깊숙이 있었고 그는 내 방문의 턱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그는 천천히 그의 양 팔을 내 방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의 양 팔을 나를 향해 뻗었다. 그리곤 나의 몸을 끌어당겨 안았다. 나도 저항하지 못하고 두 팔을 들어 그의 허리를 안았다. 그는 말했다, ‘내일 보자.’
과연 내가 그를 떠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엉거주춤하게 그의 품에 안겨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그의 마음을 읽는 데에 탁월해진 만큼 그도 나의 마음을 읽어내는 데에 전문가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요 며칠 서운함을 가득 담았다 터져 나온 나의 마음속에는, ‘왜 나를 바라보지 않는 거야. 왜 항상 저 먼 곳만을 응시하는 거야. 왜 나를 안아주지 않는 거야’가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상황은 과거에도 수없이 존재했다. 다만 내가 곧, 물리적으로 그를 떠날 것이라는 사실만 가까워진 채.
03
길을 걷다가 주저앉아버리고 싶은 날이었다. 그를 알고 지낸 그 어언 일 년의 시간 동안 나는 내가 우려했던 것보다 더욱 깊고 단단하게 그에게 의존해 있었다. 나는 외로웠고 달리 기댈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라는 사람은 내가 마음먹고 온몸의 무게로 누르면 풀썩 꺾이고 말 썩은 나무와 같이 힘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쓸쓸한 기분. 세상에 혼자라는 기분. 내가 사랑하는 고양이도 내가 사랑하는 아내도 차례를 지켜 나의 곁을 떠났다. 나는 썩은 나무일지언정 그에게 기대어 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주 조심스레 말이다.
그는 거의 일주일째 내게 제대로 된 답이 없었다. ‘오늘 하루는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아.’ ‘며칠만 더.’ 그러나 여전한 무소식.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바빠서 못 보았다거나 전화기를 두고 어딘가에 나갔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분명 그가 전화기와 나란히 커다란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정을 올려다보며 그의 머릿속 영사기의 빛바랜 기억들을 끊임없이 돌리고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동안 제대로 연락을 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조만간 만나자, (물론 그는 내가 단단히 화가 나 다시는 그의 얼굴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 역시 염두에 두고 있는 듯했다,) 네가 원한다면,이라는 말을 한 것은 그였다. 그가 그렇게 생각할 법도 한 것이 처음도 아닌 이런 일종의 대치 아닌 대치 상황이 이번에는 이 주일째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마음은 갈 곳이 없었다. 나를 가장 가까이서 가장 살뜰하게 돕던 나의 ‘아내’ 마저 얼마 전 나의 곁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쩌면 가장 초라하고 어쩌면 가장 힘이 없었으며 가장 용감했을 답신을 남겼다. ‘가장 슬픈 것은, 나는 절대로 너에게 화가 날 수가 없다는 거야.’
다음번의 전화를 그는 받았다. 별다른 말은 없었다. 가만히 침대에 누워 있다고 했다, 모든 기력을 읽고서. 나는 그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곤 내가 그가 있는 곳으로 가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의외로 그는 혼자 있고 싶다거나 오늘은 아�� 것 같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응, 물론이지.’ 택시를 탔던가 기차에 올랐던가 혹은 버스를 탔던가 기억이 희미하다. 요 근래의 상황과 비슷했다. 커다란 이층으로 된 주택인 그의 집 앞에 도착해 그가 현관문을 열었을 때, 나는 화가 나 있어야 했고 그는 풀이 죽어 있어야 했다. 나는 옆집에 있는 벌어진 울타리의 틈으로 그의 옆집 중국인 할아버지가 키우는 거대한 토끼들의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무구한 눈을 가진 내가 본 중 가장 커다란 귀가 쳐진 토끼들을. 다시 말하듯 적어도 나는 무표정이어야 했고 그는 지친 표정이어야 했다. 문이 열리고 우리의 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는 웃고 말았다. 그도 웃고 말았다. ‘안녕.’
한참 뒤 한 침대에 누워 나의 목을 감아 안은 그는 말했다.
‘내가 생각해 보았는데 말이야. 이건 상호 기반 감정적 지지 시스템(mutual emotional support system)이야, 그러니까 줄여서 m.e.s.s.’
늘 그렇듯 그는 나의 왼쪽에 누워 있었다. 우리는 거의 한 시간에 가까운 동안 서로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커다란 퀸 침대의 양쪽 끝에 누워 침묵을 지켰다. 특히나 내 목에는 사과 꼭지라도 걸린 듯, 아니다 무언가 좀 더 마른 것, 컥 하고 막혀 쇳소리만 나올 뿐 좀처럼 말이라거나 음절이라거나 소리라거나 하는 것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먼저 입을 뗀 것은 그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의 나는 나의 왼쪽에 누워 오른팔을 벌리고 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어느 순간의 그는 내게 팔베개를 해주었고 오른팔로 내 목을 휘감아 안았다. 나는 그의 오른팔을 나의 오른팔로 감싸 쥐었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일종의 침묵으로 계약된 모종의 거래였다. 나는 내 마음속에 끈적하고 꿀렁 하게 가득 찬 뱉어내야만 하는 넘쳐나는 사랑과 애정을 쏟을 대상으로 그가 필요했다. 고독한 그림자. 나 자신의 그림자와 같았다. 타인의 상처 란 도저히 다른 사람의 힘으로는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것임을 이미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나였다. 그러나 왜인지 그를 보듬어 주겠노라고 떼를 쓰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내 안에 있었다. 물론 나는 그를 좋아했고 그를 사랑했다. 그러나 내 곁에 나란히 누운 그는 도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는 답만을 겨우 들려주는 사람이었다. (그는 거짓말을 잘 하지 못했다.) 그런 사람을 ‘정말로’ 사랑할 수는 없었다. 그는 그저 오늘의 그의 삶에서, 그 어느 무엇보다도 내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진실만을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사랑을 하지 않고 있기는 하였지만, 그에게의 내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말을 빌려 숨겨진 ‘막대기와 구멍의 관계’가 아니었기는 하지만, 그의 오른팔에 걸린 나라는 존재는 그의 삶에서, 그 자신보다는 아래였으나, 학업이라거나 친구라거나 잠을 잘 자는 것 이상이었다. 그는 나에게 진실만을 말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떠날 수 없었다. 사촌 언니의 말을 빌려 나는 캄캄한 어둠 속에 홀로 앉아있었다. 그는 아주 가끔 따스함의 조각들을 내게 건넸고 그것들은 아주 힘이 없어 저 얕은 바닥으로 산산이 흩어졌다. 그러면 나는, 그 차디찬 바닥에 우두커니 홀로 앉아, 아주 느릿한 속도로 찬찬히 바닥을 훑으며, 오래전 그가 내게 건넸던 미약한 따스한 마음의 조각들을 주워 담는 것이었다. 아주 느리고 고독한 작업이었다. 나는 애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가 마침내 그 방의 불을 켜고 나를 안아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법이었다. 나는 이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아마도 투명한 진주알과도 같은 눈물만이 흘러내렸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에의 내 주머니에는 진주알이 너무도 많았다. 그 반짝임에 이제는 질렸다. 그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앉아,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실재의 아름다움을 찾으려 애쓰는 것이, 이제는 너무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결국 행하지는 못할 것이나 그에게, ‘당장 내일모레라도 훌쩍 떠날지도 몰라’라는 엄포를. 놓고 말았던 것이다.
04
‘메리 크리스마스.’
그 아무런 힘도 없는 말을 끝내 나는 너에게 건네지 못했구나.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고작 헤어짐의 안녕뿐이었다.
‘안녕.’
나는 안녕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특히나 한국어를 할 때의 안녕을. 만남의 안녕과 헤어짐의 안녕은 같다. 만남과 헤어짐은 같다. 길게 이어져 우리는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만나는 것이었으며 다시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헤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마음을 담뿍 담은 긴 편지를 쓸 때에는 안녕이라는 말로 시작해 다시 그럼 안녕이라는 말로 끝맺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그에게는 그 ‘안녕’과 ‘안녕’이라는 것을 제대로 설명하기는 힘들 듯하다. 영어에서의 안녕은 ‘hi’와 ‘bye’로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안녕이라는 말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그를 향한 편지에서도 나는 ‘안녕’ 그러니까 즉 ‘hi’라는 말을 반복해 적었다.
안녕. 나야. 한동안 나와 단 한 살 차이가 나는 것을 축하해. 물론 내가 슬픈 스물여섯이 될 때까지 만이지만. 그 숫자는 너무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이건 금지된 주제인데 대체 내가 왜 이 이야기를 꺼냈을까. 물론 이게 축하할 만한 일이 아니란 걸 잘 알고는 있어. 음, 그러니까 나는 그저 평범한 날에 쓰는 평범한 편지인 척을 할게.
안녕. 삶은 끝없는 놀라움의 연속이야. 나는 고독, 창밖을 바라보기, 정처 없이 걷기, 지나가다 고양이를 볼 때마다 너무 좋아서 흥분하는 일, 달, 노을, 별, 느릿하게 움직이는 어떠한 종류의 물, 하늘의 변화, 그 변하는 색을 보고 시간을 알아맞히는 일, 주위의 눈치채지 못할 만큼 사소한 변화, 그를 사진으로 담는 일, 모든 것을 아주 깊숙하고 담담하게 바라보는 것, 내 삶의 모든 모퉁이에 놓인 자잘한 슬픔을 발견하는 일, 슬픈 바나나, 나무의 그림자, 나무, 사소한 일상의 반복, 늘 같은 식당에 가서 메뉴 판을 확인하지조차 않고 같은 음식을 주문하는 일, 그렇게 지루한 사람이 되는 것, 로얄 파크에서 슬픈 벤치를 확인하는 일, 물가를 따라 걷다가 아무것도 아닌 허공을 향해 멈추어 가만히 응시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와 닮은 ���람을 발견하는 것, 을 좋아해. 어느 날 네가 ‘오늘 달을 봤어? 오는 길에 보았는데 정말 아름다워’라 말했을 때 나는 무언가 커다랗고 묵직한 것이 내 뒤통수를 퍽 치는 느낌을 받았어. 그리곤 아주 행복해졌어. 왜냐하면 내가 늘 친한 친구들과 사촌 언니에게 하는 일종의 유행어가 ‘나는 나와 같이 달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였기 때문이야. (또한 나는 길게 이어서 계속 말을 이어나가는 것을 잘 하고 좋아해.)
안녕. 나는 내가 지금 도대체 어느 즈음을 걷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 아마도 어딘가 실재하지 않는 곳 일 거야. ‘집’이라는 곳에서 수백 마일은 떨어져 있는 기분이야. 물론 그 ‘집’이라는 것은 이번 생에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아왔지만. 또다시 긴 이야기지만,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내게는 무언가 하나 빠져 있었어. 그래서 그 부재가 나를 다른 모든 사람들로부터 아주 멀리 밀어 놓아. 나의 의지이든 그들의 의지이든, 나는 내가 다른 모든 살아 있는 것들로부터 아주 까마득히 멀리 있다고 느껴. 아마도 나는 영원히 어린 꼬마일 거야. 나는 항상 누군가에 기대어 울어야만 해. 항상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래야만 해. 지금까지 내 옆에 있으며 나를 견뎌 주어 고마워. 벌써 8 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니 무섭다. 나는 아주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고 매우 감성적인 사람이므로 나는 너와 나의 모든 시간, 공기, 분위기, 작은 소음들, 속눈썹 그리고 우리가 바라보던 모든 것들을 기억할 거야. 이건 내가 좋아하는 멍청한 영화의 멍청한 대사인데,
‘이 세상에 어떠한 종류든 신이 있다면, 그건 너도 나도 아닐 거야. 그러나 바로 우리 사이의 이 공간. 이 세상에 어떠한 종류든 마법이 존재한다면, 그건 바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무언가를 공유하려는 시도.’
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좋아해. 나는 그것의 아름다움을 사랑해. 네가 너의 어릴 적 기억이나 가족, 캔버라에서의 시간들 등의 사소한 너의 것들을 내게 꺼내 놓아주어 나는 정말 기뻤어. 비록 그것들은 너의 아주 작은 조각들에 불과할지라도.
너는 꽤나 복잡한 사람이야. 너 자신도 이미 알고 있어, 그렇지? 아름다움은 복잡성 안에 존재해. 나는 네가 너의 ‘한 번 집을 떠난 뒤 영영 돌아오지 않은 마음’을 향한 아름다운 여행을 하기를 바랄게. 네가 작은 행복의 날들과 미소 짓는 순간들 그리고 슬픔의 그늘이 드리운 한 묶음의 슬픈 날들을 가지기를 바랄게. 네가 올 한해 내내 너를 따라다닐 ‘옅은 슬픔’의 안에서 그의 즐거움을 발견하기 또한 바랄게. (결국에의 이 편지는 생일 축하 편지가 되는구나.)
그리고, 네가 그 즈음에 다다랐을 때에, 나 역시 온전한 나의 존재를 찾았기를 희망해. 부디 우리의 나약하고 휘둘리기 쉬운 영혼들이 평온을 찾았기를.
안녕, 다시 한번. 나는 진심으로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 그러나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나는 이미 너를 지나치게 좋아하게 되어버렸다는 것이야.
‘네가 앞으로도 슬프고 징징대고 성가시게 하는 나를 잘 견뎌 주기를 바라.’
아름다운 나이, 아름다운 시절이 될 거야. xo
05
0짧은 광화문 연가0
서울에 살 적 나는 광화문에 가는 것을 제법 좋아했다. (실은 제법이 아니라 ‘몹시’라는 표현이 더욱 적절할 것이다.) 처음 갔을 적 그 엄청난 규모에 깜짝 놀랐던 교보문고, 내가 아는 동안만 해도 제법 많은 리모델링을 거쳤던, 뻥 뚫린 광화문 광장과 커다란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의 상, 그 너머로 보이는 경복궁 그리고 그 뒤에 흐드러진 제왕의 산이라 불리는 인왕산, 풍문 여고의 돌담 길과 소담한 삼청동의 골목들, 그곳에서 마시던 모든 커피와 거리에서 먹던 길거리의 군것질거리, 뒷골목, 서울의 중심, 씨네 큐브, 그곳에서 보던 영화들. 우리 집은 동대문구의 청량리역 근처였지만 한동안 광화문의 흥국 생명 빌딩에서 구태여 아르바이트를 했을 만큼 나는 번잡스럽고 이따금 짜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종로의 6가, 5가, 4가, 3가, 2가, 종각을 빼곡히 거쳐야만 닿을 수 있는 광화문을 좋아했다. 서울의 외곽인 중랑 차고지로 가는 수많은 파란 버스들은 청량리역 환승 센터를 거쳤고 우리 집 문 앞의 버스 정류장에서 광화문으로 향하는 버스는 270번, 271번, 273번, 260번 등으로 많고도 많았다. 혼자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광화문의 언저리는. 나는 교보문고의 시집 코너에 가서 제목이 마음에 드는 시집을 모조리 꺼내어 훑기도 했고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후루룩 소설책을 읽기도 했으며 결국 읽지 않을 영문 소설을, 영어 공부를 한다는 명목하에 여러 권 구매했다. 그리고 광화문 길을 따라 죽 걸어 구태여 영풍 문고에 들르기도 했고 곳곳에 놓인 빵집을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 듯 드나들며 당 섭취를 했다. 늦은 저녁 시간에는 씨네 큐브에서 심야 영화를 보기에 좋다. 우리 은행 체크 카드 할인을 받으면 한 달에 한 번, 그 당시 만 원 이상 6000원 할인으로, 만 원짜리 영화를 단돈 4000원에 감상할 수 있었고 일반 극장 크기의 1/3도 되지 않을 1관은 스크린의 화질과 스피커의 음향이 좋아 나의 단골 상영관이 되었다. 영화관을 나서 에스컬레이터를 올라 흥국 생명 빌딩을 지키는 당직 경비원 아저씨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이는 같은 건물 지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긴 버릇이었다, 청신한 밤거리로 나오면 소담하고 참한 의외의 서울이 나를 기다린다. 대개의 경우 영화관 건물을 나선 나는 남색 하늘에 걸린 하얀 서울의 달을 올려다보며 부러 종로를 향해 한참을 걷곤 했다. 청계천을 따라 내려가기도 하고 이제는 타지 않는 오래된 버스 노선을 구태여 타고 올라 오래전 살던 옛 동네로 잠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나는 주로 삼청동 너머의 계동에 가기를 좋아했는데, 이따금 변화가 필요할 때에는 서촌으로 걸었다. 그러나 습관처럼 그 끝에는 광화문의 동쪽으로 넘어오곤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생기기를 고대하던 날들을 넘어 내가 서울에서 일 년 반 자리를 비운 사이 완공되어 있었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미술관이 되었다. 비단 만 24세 미만이거나 대학생이면 입장료가 무료여서만은 아니었다. 천장이 높고 하얀 벽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미술관 건물을, 나는 참 좋아했다. 그 일종의 웅장함이 나의 기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나와 뒷골목에 친구들이 으레 ‘이 길로 가는 거 맞아?’하는 좁다란 돌담 길을 지나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랑스 제과점이 나왔다. 단 것을 싫어하는 나였지만, 그 작은 마카롱 가게는 내게 평온을 주는 장소였다. 프랑스나 마카롱에 어떠한 연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팍팍한 서울 생활에서 고향집의 솜이불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나는 마카롱이나 다쿠하즈 하나에, 가게 이름과 같은 이름을 한 주인집 언니가 내려주는 드립 커피 한 잔씩을 마시며 쉬어 갔다. 그 계동 길에는 역시나 내가 좋아하던 파스타가 맛있는 화덕 피자집과 친절하고 독실한 아주머니가 만두를 빚고 피클을 담고 김치를 담그는 밀양식 손 만두 집이 있었다.
내가 왜 갑자기 광화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짧은 환기가 필요했는지 몰랐다. 나는 어쩌면 몇 주 후에는 영원히 다시 마주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복도 끝 방의 ‘그’에게 나의 광화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혹여 그가 한국에 온다면 앞서 언급한 곳들에 함께 가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니 실은 내가 정말로 생각하고 있던 것은, 과거의 나는 과거의 나였고 광화문에 대한 연가는 오롯이 나만의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가 ‘나의 광화문’에 대해 알지 못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 날의 정다운 광화문이든 지금 이곳의 이 순간이든, 그 시절의 나이 든 오늘의 그이든, 모든 것들이 내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뒤죽박죽이었다. 시간이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었다. 시간이느니 공간이느니 하는 것들은 그저 우리의 상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의 너와 나의 존재 자체조차도. 어쩌면 우리 모두는 아주 긴 단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네모난 방의 하얀 침대에 누운 나는, 내가 지금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그와 나란히 앉았던 공동묘지에 놓인 단 하나의 벤치로 돌아가 벅찬 가슴을 애써 가라앉히며 희뿌연 밤 하늘의 별을 올려다 보기도 했고 갑자기 광화문으로 돌아가 교보문고의 시집 코너에 멍하니 섰기도 했다. 먼 미래의 어느 날에는 ‘그’라는 존재 역시, 나의 광화문처럼 오래전의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 지금 내 안에 담긴 이 ‘사랑’과 ��사한 감정도, 나의 광화문처럼 빛을 바래 뿌옇게 흐리지만 동시에 선명하게, 지난날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나는 이미 아주 오래전에 그라는 존재를 미리 만났는지도 몰랐다. 그의 존재는 아주 오래전부터 내 안에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또한 동시에 우리는, 여전히 만나지 못했는지도 몰랐다는 말이기도 했다. 여전히 만나지 못한 우리는, 아주 먼 미래에 서로를 마주할 준비를 아주 천천히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이것은 그에 대한 나의 연가였다.
06
‘우리의 좋은 시절이, 가장 좋을 시절이. 이미 다 지나가 버리고 없다’
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주 쓴 약을 삼켜내는 것처럼. 받아들이기 힘들어 나는 모든 걸 게워내고 싶었다. 모든 걸 토해내고 싶었다.
앞으로 더 쌓을 수 있는 반짝이는 추억은 없었다. 시간은 이미 다 닳아 없어지고 없었다. 가장 찬란하던 순간은. 이미 지났다. 저 먼 지난날에 있었다. 앞으로의 ‘전성기’를, 그 ‘좋을 시절’을 기대하던 스스로가 터무니없이 멍청하게 느껴졌다. 그 노을과 노을과 물가와 또 다른 노을과 나란히 앉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우리의 전부였다. 언젠가 더 고조되어 붕 뜨게 될 것이라 믿던, 그렇게 도약의 시간이라 믿던 그 아-무 일도 없던 나란히 앉은 순간들이. 우리의 전부이자 하이라이트였다. 별은 빠르게 졌다. 밤하늘에는 캄캄함 만이 남았다. 우리에게의 더 좋을 내일은. 물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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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 설호승(Seol Hoseung) (SURL) - 너의 세상 (Your world) / Official Music Video https://youtu.be/O3xyiEde3dQ [MV] 설호승(Seol Hoseung) (SURL) - 너의 세상 (Your world) / Official Music Video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OST 제작을 맡고 있는 스튜디오 마음C는 “앞서 발매된 OST Part 1 ‘Starlight'가 청춘의 주제가였다면 OST Part 9 ‘너의 세상'은 첫사랑을 추억하는 곡이다. ‘너의 세상'은 드라마 내에서뿐만 아니라 곡을 듣는 팬들의 과거의 추억을 소환시키며 슬픈 듯 아련하게 느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로써 ‘너의 세상'을 마지막으로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을 담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OST의 막이 내린다.”고 밝혔다. ‘너의 세상'은 그룹 일기예보, 러브홀릭의 리더 출신이자 프로듀서인 강현민이 작곡한 곡으로 미디움 템포의 모던록 스타일의 노래다. 앞서 영화 ‘국가대표' OST로 유명한 ‘버터플라이'(BUTTERFLY), 박혜경 ‘고백',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러브홀릭 ‘놀러와', 이문세 ‘봄바람' 등 세월을 뛰어넘어 사랑받는 주옥 같은 명곡을 만들어 낸 강현민의 신곡인 만큼 큰 기대를 받은 바 있다. 가창은 최근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3대 음악 마켓이자 축제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 초청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된 밴드 SURL의 감성 보컬리스트인 설호승(SURL)이 맡았으며, 몽환적이면서도 감미로운 음색으로 ‘너의 세상'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며 곡의 매력을 극대화하였다. [Credit] Lyrics by 이인영 Composed by 강현민, WYOONG Arranged by 강현민, 김상훈 Guitar 강현민 Chorus 김상훈 Recorded by 김희재 @CS뮤직앤 Mixed by 홍성준 @개나리 싸운드 Mastered by 도정회, 박준 @사운드맥스 OST Producer 마주희 MaOSTro @스튜디오 마음C Project Manager 강연희 @스튜디오 마음C #설호승 #SeolHoseung #스물다섯스물하나 #TwentyFiveTwentyOne #2521 SEOUL MUSIC / 서울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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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urn of Superman EP177
Title: I’ll Do Anything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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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 Here Comes Your Man by Meaghan Smith 1:08 Can't Stop Lovin' You by Van Halen 1:38 롤러코스터 Roller Coaster by Seen Root (신현희와김루트) 3:42 Don't Call It Puppy Love by Linus' Blanket (라이너스의 담요) 6:26 Another Day Of Sun by La La Land Cast 7:35 차우차우 by Deli Spice (델리 스파이스) 9:55 해피버스데이 by Yoseob (양 요섭) 11:20 Linga by Shin Agnes 11:50 Happy Birthday Waltz by Sweden Laundry 15:48 Mac Gyver by The Hollywood Prime Time Orchestra 18:12 Merry Merry by Soyeon Park Feat. MC Hansai 19:20 All 4 Love by Color Me Badd 20:44 Happy Birthday To You by Kwon Jinwon 21:54 Kiss Of The Last Paradise by Pudding 22:17 Pit-A-Pat by Sunny Hill 24:39 두근 두근 by Fresh Girls (풋풋) 31:51 Kiss The Rain by Yiruma 24:25 You & Me by Solji 36:38 산책 by 이지형 37:08 Gonna Fly Now by Bill Conti 43:18 Look Down by Hugh Jackman & Russell Crowe & Convicts 47:59 오르막길 by Yoon Jong Shin featuring Jung In 58:19 Paradise by S.E.S. 59:44 환생 by Yoon Jong Shin (윤종신) 1:02:20 대박이야! by Daesung (대성) 1:14:20 봄?봄! by 와러서커스 1:15:16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by Crucial Star Feat. 소진 Of 걸스데이 1:29:05 The Simple Things by Michael Carreon 1:30:07 별이 진다네 by Travel Sketch (여행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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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your favorite digipedi mv?
omg i love digipedi thank you for asking me this question lol
primary - hello
crucial star -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exid - up & down
winner - sentimental
wings - hair short
+ orange caramel mvs lol
#replies#i've been meaning to continue my digipedi gif series lol#it's been like 5 months since the first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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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셜스타 (Crucial Star) -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Three Things I Want To Give You) (feat. Sojin of Girl's Day)
#크루셜스타#Crucial Star#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Three Things I Want To Give You#소진#Sojin#걸스데이#Girl's Day#audio#in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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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셜스타 -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Crucial Star - Three Things I Want to Gi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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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Three Things I Want To Give You - Crucial Star (feat. So Jin 소진 Of Girl's Day 걸스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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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ity is different from what I’ve dreamed of
Romance is an extravagance and people only look at your outer image
And judge everything about you
They turn away from the sincerity that is deep in your heart
But show me your real world that you’ve hidden away
Your true colors that you’ve covered up
+ Three Things I Want to Give to You - Crucial Star (feat. Sojin of Girl's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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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playing 크루셜스타 -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feat. 소진 of 걸스데이) * Crucial Star - Three Things I Want To Give You (feat. Sojin of Girl's Day)
#nowplaying#크루셜스타#Crucial Star#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Three Things I Want To Give You#소진#걸스데이#Sojin#Girl's Day#랩#Rap#힙합#Hip Hop#Grandline Ent.#Korean#Music#Favo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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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UCIAL STAR (크루셜스타) feat. SOJIN (소진) of GIRL'S DAY - Three Things I Want To Give You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크루셜스타#소진#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걸스데이#crucial star#sojin#girl's day#k music#korean music#k rap#k pop#kpop#Three Things I Want To Give You#this is wonderful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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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urn of Superman EP175
Title: Love Comes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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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5 Extreme Ways by Moby (Jason Bourne) 2:40 Spring Is Coming by Kim Hyun-Chul Feat. Rollercoaster 3:00 Inspector Gadget by Yellow String Boys 3:56 이사 by Yoo Sang (윤상) 6:20 I Have a Dream by ABBA 6:49 Raiders March by John Williams 9:30 Callus by Park Se Jun & Yoon Il Sang & Kim Bum Soo 11:08 Original Pokemon Anime Ending (Korean) 14:58 100% 로맨틱 by Minsul (민설) 24:51 내 나이가 어때서 by 오승근 33:00 예감 by 남혜승 & 조미라 34:24 거짓말 by g.o.d (지오디) 50:29 A Lost Memory by 2nd Moon 51:01 I See Your Heart by 2nd Moon 54:21 Cocktail Love by OKDAL With Shin Jae 57:29 Beautiful by MONSTA X 59:50 Do You Want To Walk With Me (같이 걸을까) by Lee Juck (이적) 1:00:39 Overture by Bill Conti 1:05:37 Hot Fresh by Daybreak 1:07:06 Under The Sea by Samuel E. Wright 1:10:48 Walking On Sunshine by Katrina & The Waves 1:14:50 Sanctus by Libera & Robert Prizeman 1:17:15 우리들의 천국 by 안소영 1:20:55 Blue by W&Whale 1:22:33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by Park Hye Kyoung 1:25:38 Ode To My Family by The Cranberries 1:27:35 Cheer Up by Tw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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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urn of Superman EP201
Title: Wisdom Grows Like a Ripening G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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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 이렇게 너 by APRIL 7:50 You Better Know by Red Velvet 19:04 Yes! Love by Hyun Ah Kim Of Lalasweet 19:43 Where the Winds Blows by J Rabbit 30:40 New Face by Psy 34:38 간식송 by J Rabbit 39:00 손예진 by 내가 찾는 아이 40:17 Pit A Pat (Original Ver.) by SunnyHill (My Last Love OST) 42:55 찰칵 by Aquibird 44:00 Dreamy Even In Deception by Autumn Vacation 45:57 Vida Loca by Clover 48:01 Together by Seenroot 1:00:20 Song For You by Moon And Baduk 1:01:08 Take Me Home, Country Roads by TMC Hit Makers 1:02:00 아모르 파티 by 김연자 1:06:33 Ah Yeah by EXID 1:15:27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by Crucial Star (크루셜스타) 1:19:04 Airplane by Louie 1:20:47 I Will by Mocca 1:28:19 I Like You by 10cm (십센치) 1:29:07 Moonlight Flows by 2nd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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